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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서는 이번에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열리는 대회를 ‘북중미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세 나라 모두 북아메리카에 속하므로 그냥 ‘북미 월드컵’이라고 하면 된다. 북중미는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자연 지리학적으로는 멕시코의 동남쪽 끝부분도 중앙아메리카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나라를 논할 때는 멕시코는 중앙아메리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더구나 멕시코에 있는 개최 도시 세 곳(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모두 중앙아메리카가 아닌 북아메리카에 속한다.
그러면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한국 언론에서 가장 많이 한글 표기를 틀리게 쓰는 이는 누구일까? 필자는 지난 며칠 간의 작업 끝에 지금까지 발표된 월드컵 출전 선수 전원의 한글 표기 작업을 일단 완료했다(부상으로 탈락한 선수의 대체자가 아직 발탁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천 명이 넘는 참가 선수 이름을 한국 언론에서 모두 같은 빈도로 언급하지는 않을 테니 강팀에서 뛰는 주전급 선수를 위주로 한글 표기가 까다로운 이를 몇 명 살펴보자.
일단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아르헨티나의 선수 가운데 Enzo Fernández는 ‘엔조 페르난데스’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어에서 온 이름인 Enzo는 아르헨티나 에스파냐어에서도 그냥 규칙적으로 [ˈenso] ‘엔소’로 발음된다. Enzo의 이탈리아어 발음은 [ˈɛnʦo] ‘엔초’이니 이것도 ‘엔조’와는 다르다.
Rodrigo De Paul은 ‘로드리고 데 파울’로 흔히 쓰는데 이 경우에는 Paul을 불규칙적으로 [ˈpol] ‘폴’로 발음하므로 ‘로드리고 데폴’로 적는 것이 좋다. 에스파냐어 이름에서는 전치사 de를 뒤따르는 요소와 붙여 쓰는 것이 좋다.
아일랜드계인 Alexis Mac Allister는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맥앨리스터/마크 알리스테르/마칼리스테르’ 등 중구난방인데 Mac Allister가 한 단어인 것처럼 [maˈkalisteɾ]로 발음되므로 ‘마칼리스테르’로 적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한다. 참고로 영어 이름으로는 [məˈkælᵻstəɹ]로 발음되며 Mac-은 모음 앞에서 ‘매ㅋ’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매캘리스터’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Giovani Lo Celso는 흔히 ‘지오바니 로셀소’로 쓰지만 2020년 11월 2일 제152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조바니 로셀소’로 표기를 결정했다. Giovani는 마치 Yobani로 쓴 것처럼 /ʝoˈbani/ [ɟ͡ʝoˈβ̞ani]로 발음된다. 에스파냐어의 /ʝ/는 차용어에서 원어의 [j] 또는 [ʤ]를 흉내 내므로 원어를 고려하여 표기를 정해야 하는데 Giovani는 이탈리아어의 Giovanni [ʤoˈvanni] ‘조반니’에서 온 이름이므로 ‘*요바니’ 대신 ‘조바니’로 써야 하겠다. 에스파냐어의 일반적인 철자와 발음 대응에 따르면 Giovani는 ‘*히오바니’가 되지만 차용어라서 불규칙 발음이 쓰인다. 여담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포함한 라플라타강 유역 방언에서는 오늘날 /ʝ/를 주로 [ʃ]로 발음하여 Giovani는 [ʃoˈβ̞ani] ‘쇼바니’로 실현된다. 하지만 한글 표기는 방언에 따른 발음 차이를 무시하고 ‘조바니’로 통일한다.
미국 선수 Giovanni Reyna도 이탈리아어 Giovanni에서 온 이름을 철자 그대로 쓰는데 영어권에서는 Giovanni를 [ˌʤiːəˈvɑːni] ‘지오바니/지어바니’로 발음하는 이들도 많지만 본인은 [ʤoʊ̯ˈvɑːni ˈɹeɪ̯nə] ‘조바니 레이나’로 발음한다. 대신 약칭 Gio는 본인도 [ˈʤiːoʊ̯] ‘지오’로 발음한다.
현재 세계 랭킹 2위인 에스파냐 선수 가운데 Aymeric Laporte는 ‘아이메릭 라포르트/라포르테’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출신 귀화 선수로 프랑스어 발음인 [ɛmʁik lapɔʁt]에 따라 ‘에므리크 라포르트’로 적는 것이 좋다. 철자상 m과 r 사이에 e가 있으니 [ɛməʁik]로 발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2018년 3월 23일 실무소위에서 표기가 ‘에므리크’로 정해졌다. 에스파냐어로도 프랑스어 발음을 흉내 내서 [emˈrik laˈpoɾt] ‘엠리크 라포르트’로 발음하므로 철자식으로 적은 ‘*아이메릭 라포르테’는 잘못된 표기이다.
Marc Cucurella를 ‘마르크 쿠쿠렐라’로 적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데 Cucurella를 카탈루냐어로는 [kukuˈɾeʎə] ‘쿠쿠렐랴’, 에스파냐어로는 [kukuˈɾeʎa] ‘쿠쿠레야’로 발음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에스파냐어의 ll /ʎ/와 y /ʝ/를 구별하지 않고 둘 다 y /ʝ/인 것처럼 적기 때문에 후자는 ‘쿠쿠레야’가 되는 것이다. 즉 ‘마르크 쿠쿠렐랴’ 또는 ‘마르크 쿠쿠레야’로 적어야 하며 ‘쿠쿠렐라’는 잘못된 표기이다.
다행히 불규칙적으로 발음되는 Lamine Yamal은 대부분 ‘라민 야말’으로 제대로 쓰고 있다.
현재 세계 랭킹 3위인 프랑스의 대표 선수 가운데 Ousmane Dembélé [usman dɛmbele]를 ‘우스망 뎀벨레’로 적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Ousmane은 [usman]으로 발음되므로 ‘우스만 뎀벨레’로 적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어 철자가 -ne로 끝난다면 [n]으로 발음되므로 받침 ‘ㄴ’으로 적어야 하며 ‘앙’, ‘옹’ 등으로 적는 비음화된 모음이 아니다. 그래도 Kylian Mbappé [kiljan (ə)mbape] ‘킬리안 음바페’의 Kylian [kiljan]은 다행히 ‘킬리안’으로 제대로 쓰이는 듯하다.
Warren Zaïre-Emery는 ‘워렌 자이르에메리’로 흔히 적는데 [waʁɛn zaiʁ-ɛmʁi]로 발음되므로 ‘와렌 자이르에므리’로 적는 것이 좋다. Emery [ɛmʁi]를 ‘에므리’로 적는 것은 앞서 말한 Aymeric를 ‘에므리크’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편 Michael Olise는 간혹 ‘미카엘 올리세’로 적는 일이 있지만 잉글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선수라서 Michael이 그냥 영어식 [ˈmaɪ̯k(ə)l]로 발음되어 ‘마이클 올리세’가 맞다. 프랑스어에서도 영어 발음을 흉내 내어 [majkəl]로 발음한다.
다음으로 잉글랜드로 가보면 Ivan Toney [ˈaɪ̯v(ə) ˈtoʊ̯ni]를 ‘이반 토니’로 적는 일이 많다. 하지만 영어로는 Ivan을 [ˈaɪ̯v(ə)n]으로 발음하므로 ‘아이번 토니’로 적어야 한다.
프랑스어권인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나 잉글랜드에서 성장한 Marc Guéhi는 프랑스어로 [maʁk ɡei] ‘마르크 게이’로 발음되므로 영어로도 이를 흉내 내어 [ˈmɑːɹk ˈɡeɪ̯i] ‘마크 게이/게이이’로 발음한다. 철자 e가 원어의 [e]를 영어의 [eɪ̯]로 흉내 낸 것일 경우 ‘에이’보다는 ‘에’로 적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므로 ‘게이이’보다는 ‘게이’로 적는 것을 권장한다. 프랑스어권에서도 [h] 발음을 쓰는 방언이 있지만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대개 프랑스에서처럼 h가 묵음이다.
부모가 가나 출신인 잉글랜드의 Kobbie Mainoo는 ‘코비 마이누’로 흔히 적지만 [ˈkɒbi ˈmeɪ̯nuː]로 발음되므로 ‘코비 메이누’로 적어야 한다.
외래어 표기법의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세계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이름은 이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Bruno Fernandes는 마치 에스파냐어인 것처럼 ‘브루노 페르난데스’로 적는 것이 대표적이다. 규정에 따르면 ‘브루누 페르난드스’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표기는 아예 발음을 잘못 파악했다기보다는 규범과 다른 표기 방식을 쓴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포르투갈의 Diogo Dalot는 ‘디오고/디오구 달로트’로 흔히 적지만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Dalot에서는 t가 묵음이므로 ‘디오구 달로’로 적어야 한다.
브라질도 포르투갈어권인데 Marquinhos를 ‘마르퀴뇨스’로 적는 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어에서 qu는 [kw]가 아닌 [k]로 발음되므로 ‘마르키뉴스’로 적는 것이 올바른 표기이다.
네덜란드어의 Nathan Aké는 네덜란드어로 [ˈnaːtɑn aˈkeː]로 발음되므로 ‘나탄 아케’로 적어야 하는데 ‘네이선 아케’로 적는 일이 흔하다. 아마도 영어로 말할 때 본인 이름 Nathan을 영어식으로 [ˈneɪ̯θ(ə)n]으로 발음하기 때문일 텐데 한글 표기는 그래도 네덜란드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
벨기에의 Axel Witsel은 네덜란드어로 취급하여 ‘악셀 비첼’로 흔히 쓴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어 화자이므로 2014년 6월 19일 제11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프랑스어 발음인 [aksɛl witsɛl]에 따라 ‘악셀 위첼’로 표기를 정했다. 외래어 표기법을 문자 그대로 따르면 [witsɛl]은 ‘*우이첼’로 적어야 하지만 그동안의 표기 용례에서 프랑스어의 w [w]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어왔다. 한편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발음으로도 Witsel은 ‘비첼’보다는 ‘위첼’에 가깝게 들린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발음 차이를 반영하여 벨기에의 네덜란드어에서는 w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는 것이 어떨까 한다. 참고로 네덜란드어에서도 Witsel은 프랑스어 발음을 흉내 내서 [ʋitˈsɛl~witˈsɛl]로 발음하므로 w의 표기를 차치하더라도 표기 규정에 따른 ‘*비철’보다는 ‘비첼’이 더 가깝다.
Alexis Saelemaekers도 네덜란드어식 이름이지만 프랑스어 화자이며 본인은 [alɛksi salmakɛʁs] ‘알렉시 살마케르스’로 발음한다. 참고로 Saelemaekers의 네덜란드어 발음은 [ˈsaːləmaːkərs]이며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살레마커르스’로 적지만 ‘살레마케르스’가 낫다고 생각한다.
2026 북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와 감독 전원의 한글 표기는 댓글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흔히 잘못 표기되는 선수 이름이 있거나 왜 그렇게 표기되는지 궁금한 선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