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어의 한글 표기 권고안 해설

라오어와 타이어는 계통이 같고 발음도 상당 부분 일치하므로 라오어의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타이어 표기 규정을 따르되 라오어 발음의 특징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라오어 자음의 표기

초성 무성무기음의 된소리 표기

라오어는 타이어처럼 양순 폐쇄음과 치경 폐쇄음이 각각 유성음·무성무기음·무성유기음의 3계열 대립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폐쇄음 표기에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타이어에서는 이처럼 한국어 폐쇄음의 3계열 대립과 비슷한 구별을 나타내기 위해 무성무기음을 초성 위치에서 된소리로 적는다. 양순 폐쇄음 p [p] ‘ㅃ’와 치경 폐쇄음 t [t] ‘ㄸ’뿐만이 아니라 유성음이 없어서 무성무기음과 무성유기음의 2계열 대립만을 보이는 조음 위치에서도 무성무기음인 연구개 폐쇄음 k [k] ‘ㄲ’, 치경구개 파찰음 c [ʨ] ‘ㅉ’를 된소리로 적는다. 라오어 한글 표기 권고안(이하 권고안)에서도 같은 원칙을 따라 p [p] ‘ㅃ’, t [t] ‘ㄸ’, k [k] ‘ㄲ’, ch [ʨ] ‘ㅉ’와 같이 무성무기음을 된소리로 표기한다.

라오어가 타이어와 다른 점 하나는 경구개 파찰음이 무성무기음 ch [ʨ] ‘ㅉ’ 하나뿐이어서 무성유기음 [ʨʰ] ‘ㅊ’와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이어와 마찬가지로 외래어 표기법에서 된소리를 활용하는 베트남어의 한글 표기에서도 경구개 폐쇄음이 무성무기음 [c] 하나뿐이지만 ‘ㅉ’로 적는 것을 참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ʨ]를 쓰는 라오어와 타이어의 동계어의 한글 표기를 ‘ㅉ’으로 통일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타이어의 수사 7, 8, 9는 각각 cet เจ็ด [ʨèt] ‘쩻’, paet แปด [pɛ̀ːt] ‘뺏’, kao เก้า [kâːw] ‘까오’로 적는다. 동계어라서 이와 발음이 거의 같은 라오어의 수사 7, 8, 9도 권고안에서는 이처럼 초성 무성무기음을 된소리로 써서 각각 chét ເຈັດ [ʨét] ‘쩻’, pèt ແປດ [pɛ̀ːt] ‘뺏’, kao ເກົ້າ [kâw] ‘까오’로 적는다.

종성의 받침 표기

라오어 음절은 한국어처럼 초성과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진 (C)V(C) 구조이다. 종성이 존재하는 경우 자음 하나만 가능하다. 이는 타이어도 마찬가지이다. 활음인 [j], [w]를 제외하면 라오어와 타이어의 종성으로 허용되는 음은 폐쇄가 개방되지 않는 [m], [n], [ŋ], [p], [t], [k], [ʔ]뿐이다. 이에 따라 초성에서는 구별되는 /d/, /t/, /tʰ/, /s/, /ʨ/, 타이어에서는 /ʨʰ/까지 종성에서는 [t]로 합쳐진다. 이는 한국어에서 초성에서 구별되는 /ㄷ/, /ㄸ/, /ㅌ/, /ㅅ/, /ㅆ/, /ㅈ/, /ㅉ/, /ㅊ/ 등이 종성에서 발음이 [ㄷ]으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폐쇄가 개방되지 않고 불파음으로 발음되는 것은 한국어의 종성도 마찬가지인데 정밀한 발음 기호로는 [p̚], [t̚], [k̚]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불파음 발음을 나타내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의 자음을 자음 앞과 어말에서 ‘ㅂ’, ‘ㅅ’, ‘ㄱ’ 등 받침으로 적는다. 라오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자음도 자음 앞과 어말에서 받침으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타이어의 수사 6, 7, 10은 각각 hok หก [hòk] ‘혹’, cet เจ็ด [ʨèt] ‘쩻’, sip สิบ [sìp] ‘십’으로 적는다. 동계어라서 이와 발음이 거의 같은 라오어의 수사 6, 7, 10도 권고안에서는 이처럼 종성을 받침으로 써서 각각 hôk ຫົກ [hók] ‘혹’, chét ເຈັດ [ʨét] ‘쩻’, sip ສິບ [síp] ‘십’으로 적는다.

초성 x ຊ [s]

타이어의 ch ช, ฌ는 보통 유기 파찰음 [ʨʰ]로 발음되며 때로 변이음인 마찰음 [ʃ], [ɕ] 등으로 발음되지만 라오어에서 이에 해당하는 x ຊ는 [s]로 발음되어 성조를 무시하면 s ສ와 발음이 동일하다. 그래서 ‘코끼리’를 뜻하는 타이어 chang ช้าง [ʨʰáːŋ] ‘창’은 라오어의 xang ຊ້າງ [sâːŋ] ‘상’에 대응된다. BGN/PCGN 표기법에서는 ຊ를 x로, ສ를 s로 적지만 ALA-LC 표기법에서는 ຊ와 ສ를 구별하지 않고 둘 다 s로 적는다. BGN/PCGN 표기법에서 쓰는 구별은 전통적인 프랑스어식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 것인데 예전에는 라오어의 x ຊ도 타이어의 변이음처럼 [ʃ], [ɕ] 등으로 발음되어 s ສ [s]와 구별되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다.

전통적인 프랑스어식 로마자 표기는 베트남어 철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핵심 영토는 베트남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어 철자의 x는 오늘날 [s]로 발음되지만 중세 베트남어에서는 [ɕ]를 나타내었다. 이를 x로 적는 것은 비슷한 음인 [ʃ]를 x로 적는 포르투갈어 철자의 영향이다. 베트남어의 s는 원래 [ʂ]를 나타냈는데 오늘날에는 방언에 따라 [s]로 대신 발음되는 경우가 많아 x와 s의 구별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x [s]와 s [ʂ]의 발음 구별을 인정하여 베트남어의 x는 ‘ㅆ’으로, s는 ‘ㅅ’으로 적는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중국어의 s [s]를 ‘ㅆ’으로 적고 sh [ʂ]를 ‘ㅅ’으로 적는 것과 비슷하다(예: sān [sán] ‘싼’, shān [ʂán] ‘산’).

그래서인지 민간에서 쓰는 한글 표기에서는 라오어의 x ຊ를 ‘ㅆ’으로 적어 s ສ와 구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라오스의 고대 왕국인 Lan Xang ລ້ານຊ້າງ ‘란상’을 ‘란쌍’이라고 적는 식이다. 하지만 현대 라오어에서는 두 글자 모두 [s]로 발음되며 예전에는 x ຊ가 [ʃ]나 [ɕ]로 발음되었고 s ສ만 [s]로 발음되었다면 오히려 s ສ를 ‘ㅆ’으로 적는 쪽이 더 어울린다. 권고안에서는 현대 라오어 발음에 따라 x ຊ와 s ສ 둘 다 ‘ㅅ’으로 적는다.

초성 gn ຍ [ɲ]

라오어에는 초성 gn ຍ [ɲ]와 y ຢ [j]가 따로 있어 ‘걷다’를 뜻하는 gnang ຍ່າງ [ɲāːŋ] ‘냥’과 ‘고무’를 뜻하는 yang ຢ່າງ [jāːŋ] ‘양’이 구별되지만 타이어에서는 둘 다 [j]로 발음하기 때문에 각각 yang ย่าง [jâːŋ] ‘양’, yang ยาง [jāːŋ] ‘양’이 된다. 라오어의 [ɲ]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자모 대조표에 따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냐’, ‘뉴’ 등으로 적을 수 있다. BGN/PCGN 표기법의 gn은 프랑스어에서 같은 음을 나타내는 철자를 따온 것이다(예: Agnès [aɲɛs] ‘아녜스’). 이 음을 ALA-LC 표기법에서는 ny로 적으며 학자에 따라 에스파냐어식인 ñ로 적는 경우도 있고 통용 표기에서는 베트남어·포르투갈어식 철자인 nh로도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라오스의 대통령 Boungnang Vorachit ບຸນຍັງ ວໍຣະຈິດ ‘분냥 보라찟’은 Bounnhang Vorachith이라는 통용 로마자 표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통용 표기에서는 단순히 y로 적는 경우가 많다. 지명 Xaignabouri ໄຊຍະບູຣີ ‘사이냐부리’는 Xayaboury 또는 Sayaboury라는 통용 로마자 표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라오스의 전 대통령 Choummali Xaignason ຈູມມະລີ ໄຊຍະສອນ ‘쭘말리 사이냐손’은 Choummaly Sayasone이라는 통용 로마자 표기로 알려져 있으며 한글 표기는 ‘추말리, 사야손’으로 심의된 바가 있다. 라오스 시인이자 소설가인 Dara Kanlagna ດາຣາ ກັນລະຍາ ‘다라 깐라냐’도 통용 로마자로는 Dara Kanlaya로 쓴다.

이는 [ɲ]가 [j]와 비슷한 경구개음이라는 것과 타이어에서는 대응되는 음을 [j]로 발음한다는 것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라오어의 초성 gn ຍ가 원래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의 y [j]를 나타냈으며 후에 [ɲ]로 발음이 바뀐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Xaignabouri ໄຊຍະບູຣີ와 Xaignason ໄຊຍະສອນ의 xaigna- ໄຊຍະ-는 ‘승리’를 뜻하는 xai ໄຊ가 합성어를 이룰 때 쓰는 형태인데 원래 산스크리트어의 jaya जय ‘자야’에서 온 것이다. 또 Kanlagna ກັນລະຍາ는 산스크리트어의 kalyā कल्या ‘칼리아’에서 왔다. 이와 같은 어원을 의식하여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도 y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용 로마자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는 특별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한글 표기는 예외 없이 라오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 권고안에서는 Xaignabouri ໄຊຍະບູຣີ는 ‘사이냐불리’로, Xaignason ໄຊຍະສອນ은 ‘사이냐손’으로, Kanlagna ກັນລະຍາ는 ‘깐라냐’로 적는다. 참고로 [ɲ] 음이 없는 타이어로는 각각 Chaiyaburi ไชยบุรี ‘차이야부리’, Saiyason ไซยะสอน ‘사이야손’ 또는 Chaiyason ไชยะสอน ‘차이야손’, Kanlaya กัลยา ‘깐라야’라고 부른다.

초성 v ວ [ʋ]

라오어의 초성 v ວ는 언제나 순치음이며 접근음 [ʋ] 또는 마찰음 [v]로 발음되는데 접근음이 더 흔하다. 초성 위치에서는 [w]로 발음되는 일이 없다(Enfield 2007). 그러나 자음군의 일부로서나 종성으로서는 [w]로 발음되기 때문에 음소로는 /w/로 통일해서 쓰는 일이 많다. 이런 변이음 분포는 네덜란드어의 w /ʋ/와 비슷하다. 네덜란드어의 표준 발음에서 w /ʋ/는 음절초에서 [ʋ]로 발음되지만 eeuw /eːʋ/, ieuw /iʋ/는 각각 [eːu̯], [iu̯]로 실현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네덜란드어의 w를 ‘ㅂ’으로 적고 eeuw는 ‘에이우’로, ieuw는 ‘이우’로 적는다.

반면 타이어의 w ว는 초성 위치에서도 표준 발음이 [w]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이에 따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는다. 대신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의 v를 나타내기 때문에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v로 적는 일이 흔하다. 방콕의 Suwannaphum สุวรรณภูมิ ‘수완나품’ 국제공항은 타이어 철자에도 나타나는 어원인 산스크리트어 Suvarṇabhūmi सुवर्णभूमि ‘수바르나부미’를 밝혀 공식 로마자 표기를 Suvarnabhumi라고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사원’을 뜻하는 타이어 wat วัด ‘왓’처럼 통용 로마자에서도 실제 발음에 따라 w로 적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ʋ] 또는 [v]로 발음되는 라오어의 초성 v ວ는 네덜란드어의 초성 w [ʋ]처럼 ‘ㅂ’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덴마크어의 v, 노르웨이어의 v, 러시아어의 v​(в), 세르보크로아트어의 v/в 등도 순치 접근음 [ʋ]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ㅂ’으로 적는다.

라오어의 로마자 표기에서도 초성 ວ는 대부분의 경우 v로 적는다. 다만 타이어의 로마자 표기의 영향으로 w로 적는 경우가 가끔 있다. 타이어 wat วัด ‘왓’은 로마자 wat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되는 라오어 vat ວັດ ‘밧’도 로마자로 wat으로 적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에 대응되는 크메르어 voăt វត្ត [β̞oat]마저 타이어의 영향으로 로마자로 wat으로 적어서 캄보디아의 거대 사원 Ângkôr Voăt អង្គរវត្ត [ʔɑŋ.kɔː β̞oat]도 통용 로마자 표기는 Angkor Wat ‘앙코르 와트’이다. 이 때문에 비앙짠의 국제공항 이름으로 쓰이는 Vattai ວັດໄຕ ‘바따이’의 통용 로마자 표기도 Wattay인데 한글 표기는 ‘와타이’로 심의한 바가 있다(이 이름은 vat ວັດ ‘밧’과 tai ໄຕ ‘따이’의 조합으로 분석할 수 있다).

통용 로마자 표기를 따라 vat ວັດ에 한하여 ‘밧’ 대신 ‘왓’으로 적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vat ວັດ과 같은 보통명사는 원어 발음대로 표기하기보다는 ‘사원’으로 번역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또 vat ວັດ이 이름의 일부라서 생략하기 곤란한 라오스 남부의 힌두교 사원 단지 유적인 Vat Phou ວັດພູ ‘밧푸’는 Vat Phou라는 로마자 표기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니 권고안에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라오어의 초성 v ວ [ʋ]를 ‘ㅂ’으로 표기를 통일하였다.

초성 자음군의 o ວ [w]

라오어에서는 ວ가 음절초에서 자음 뒤, 모음 앞에 쓰이는 경우가 있으며 이럴 때는 [w]로 발음된다. 라오스의 최상위 행정구역으로서 ‘주’로 번역할 수 있는 khoèng ແຂວງ [kʰwɛ̌ːŋ] ‘쾡’을 예로 들 수 있다. BGN/PCGN 표기법에서는 이러한 자음군의 ວ를 o로 적지만 ALA-LC 표기법에서는 같은 경우의 ວ를 w로 적으므로 ແຂວງ은 khwǣng으로 적는다. 이 단어는 타이어의 khwaeng แขวง [kʰwɛ̌ːŋ] ‘쾡’에 정확히 대응된다.

타이어에서는 이런 Cw형 자음군이 kw [kw]와 khw [kʰw]뿐이다. 라오어에서도 ວ o가 들어가는 자음군의 절대 다수는 ko [kw]와 kho [kʰw]이지만 ngo [ŋw]를 비롯하여 xo [sw], tho [tʰw], cho [ʨw], lo [lw] 등도 드물게 쓰인다. 루앙프라방시의 옛 이름인 Muang Xoa ເມືອງຊວາ [mɯ́ːəŋ.swáː] ‘므앙솨’를 예로 들 수 있다. 타이어에서 이에 대응되는 이름인 Mueang Chawa เมืองชวา [mɯ̄aŋ.ʨʰá.wāː] ‘므앙차와’에서는 ch ช와 w ว 사이에 모음 a가 삽입되기 때문에 자음군으로 발음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의 반모음 w를 뒤의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고 자음 뒤에 w가 올 때는 두 음절로 갈라 적되, 앞에 자음 k, kh가 있으면 ‘꽈’, ‘콰’, ‘꿰’, ‘퀘’ 등으로 한 음절로 붙여 적는다. 타이어에서는 Cw형 자음군이 kw와 khw뿐이니 그 외의 자음 뒤에 w가 오는 경우 그 자음은 앞 음절의 종성인 경우이다. 예를 들어 타이의 도로 이름인 Sukhumwit สุขุมวิท [sù.kʰǔm.wít] ‘수쿰윗’에서 m은 앞 음절의 종성이니 받침으로 적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라오어에서는 앞 음절의 종성인 자음 뒤에 ວ가 따를 경우에는 초성의 역할을 하여 v가 되므로 Cw형 자음군과 혼동할 염려가 없다. 같은 이름을 라오어로 쓰면 Sukhumvit ສຸຂຸມວິດ ‘수쿰빗’이 된다. 현대 라오어 철자에서는 ວ가 초성의 역할을 하는지 Cw형 자음군의 일부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는 [w]의 음가를 가지는 w 앞에 자음이 있을 경우 그 자음이 [k], [ɡ], [h], [x]이면 그 자음까지 합쳐 ‘콰’, ‘퀘’ 등으로 적도록 한다. 따라서 라오어의 ko, kho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콰’, ‘콰’, ‘꿰’, ‘퀘’ 등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라오어에서 그 외의 Cw형 자음군은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이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따르면 sw, tw 등은 ‘스와’, ‘트와’ 등으로 갈라 적는다. 하지만 중국어의 한글 표기에서는 shuāng [ʂwɑ́ŋ] ‘솽’, tuán [tʰwǎn] ‘퇀’에서 볼 수 있듯이 [w]로 시작하는 운모를 성모와 합쳐 적는다. 라오어에 적합한 쪽은 어느 쪽일까?

일부 학자는 라오어의 Cw형 자음군이 음운론적으로 자음군이 아니라 단일 음소라고 분석한다(예: Erickson 2001). 이 분석에 따르면 [kw], [kʰw]는 각각 순음화한 자음 음소로 보고 /kʷ/, /kʷʰ/로 나타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ŋʷ/, /sʷ/, /tʷʰ/, /ʨʷ/, /lʷ/도 라오어에서 드물게나마 쓰이는 음소로 볼 수 있다. 이 분석이 맞다면 이들을 자음군으로 취급하여 ‘스와’, ‘트와’와 같이 갈라서 적기보다는 ‘솨’, ‘톼’와 같이 합쳐 쓰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Cw형 자음군을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예를 들어 Muang Xoa ເມືອງຊວາ는 ‘므앙솨’로 적는 것으로 통일했다. 아울러 만약 [ʨw]를 갈라 적는다면 [ʨ]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합쳐 적는다면 choat ຈວາດ [ʨwa̭ːt]을 ‘찌왓’으로 적을지, 아니면 ‘쭈왓’이나 ‘쯔왓’으로 적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쫫’으로 적을 수 있다. 물론 ngo [ŋw]의 ng은 ‘응’으로 적게 되어 뒤따르는 음절과 합칠 수 없으므로 ngoam ງວຳ [ŋwám] ‘응왐’과 같이 갈라 적을 수 밖에 없다.

Cw형 자음군의 [w]를 o로 적는 BGN/PCGN 표기법을 따라 그냥 ‘오’로 적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통용 로마자 표기와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Xiangkhoang ຊຽງຂວາງ ‘시앙쾅’은 통용 로마자로 Xiangkhouang 또는 Xiang Khouang, 프랑스어식으로는 Xieng Khouang으로 주로 표기된다. 그렇다고 ‘우’로 적는다면 ‘우아’로 적는 이중모음과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khoa ຂວາ [kʰwǎː]를 ‘콰’ 대신 ‘쿠아’로 적으면 khoua ຂົວະ [kʰúəʔ] ‘쿠아’와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발음이 동일한 동계어인 라오어의 khoèng ແຂວງ [kʰwɛ̌ːŋ] ‘쾡’과 타이어의 khwaeng แขวง [kʰwɛ̌ːŋ] ‘쾡’과 같은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 로마자 표기가 다르다고 해서 한글 표기 방식까지 다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성 o/ou ວ [w]

모음 뒤 음절말, 즉 종성 위치에서는 ວ가 [w]로 발음된다. 그런데 BGN/PCGN 표기법에서는 모음 뒤 음절말의 ວ를 o로 적는다(예: nao ນາວ ‘나오’, kèo ແກວ ‘깨오’, diao ດຽວ ‘디아오’). 다만 앞의 모음을 i로 적는 경우는 ou로 적는다(예: Khiou ຄິວ ‘키우’, Tiou ຕີວ ‘띠우’). ALA-LC 표기법에서도 음절말의 ວ를 o로 적고(예: nāo ນາວ, kǣo ແກວ້, dīeo ດຽວ) 앞의 모음이 i 또는 ī이면 u로 적는다(예: Khiu ຄິວ, Tīu ຕີວ).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는 반모음 ว [w]를 ‘오, 우’로 적도록 하고 있는데 종성 위치에 올 경우에 어느 쪽을 쓸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Caolao เจ้าหลาว [ʨâw.lǎːw]의 경우 타이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Caolaw ‘짜올라우’로 쓰고 표기 용례에서는 ‘Caolao 해변/หาดเจ้าหลาว’을 ‘짜올라오 해변’으로 쓰는 것 같은 혼란도 있다. 하지만 타이어에서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종성 위치의 ว [w]를 w로 적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과 달리 라오어는 프랑스어식 로마자 표기의 영향으로 w가 별로 쓰이지 않는다.

타이어의 aeo แ◌ว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aew로 적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에 대응되는 라오어의 èo ແ◌ວ는 통용 로마자에서 보통 eo로 적는다. 라오스의 주(행정구역) 이름인 Bokèo ບໍ່ແກ້ວ ‘보깨오’와 전 부통령인 Sisavat Kèobounphan ສີສະຫວາດ ແກ້ວບຸນພັນ ‘시사밧 깨오분판’은 통용 로마자로 각각 Bokeo, Sisavath Keobounphanh으로 적는다. 이 인명은 기존 표기 용례에 약간 다른 로마자 철자를 써서 Sisavat Keobounphan ‘시사바트 케오분판’으로 실려있다.

이처럼 로마자 표기를 고려하여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종성 위치 ວ [w]를 ‘오’로 적는다. 대신 ◌ິວ [iw], ◌ີວ [iːw]는 BGN/PCGN 표기법에서 둘 다 iou로 적고 ALA-LC 표기법에서는 각각 iu와 īu로 적으므로 권고안에서는 이들을 ‘이우’로 적는다(BGN/PCGN 표기법에서는 프랑스어식으로 [u]를 ou로 적는다).

자음의 겹침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형태소 내부에서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겹쳐 발음될 때 보통 이를 무시하고 자음 하나로 발음되는 것처럼 적는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에서 ‘운명’을 뜻하는 fato [ˈfaːto]와 ‘사실’을 뜻하는 fatto [ˈfatto]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둘 다 ‘파토’로 적으며 ‘빛’의 복수형인 luci [ˈluːʧi]와 물고기 ‘창꼬치’의 복수형인 lucci [ˈlutʧi]는 둘 다 ‘루치’로, ‘풀죽은’을 뜻하는 mogio [ˈmɔːʤo]와 고대 로마의 곡물 형량 단위인 moggio [ˈmɔdʤo]는 둘 다 ‘모조’로 적는다. 민간에서는 원 철자의 겹자음을 한글 표기에도 나타내기 위해 앞 모음의 받침으로도 덧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한국어에서도 빠른 발화에서 ‘파토’와 ‘팟토’, ‘루치’와 ‘룻치’는 발음 구별이 거의 없을 뿐만이 아니라 ‘모조’에 대응시키기 위해 moggio를 ‘못조’로 적으면 ‘ㅈ’이 [ㅉ]으로 발음되어 원어의 유성음 발음을 나타내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의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도 같은 자음이 겹쳐 있을 때에는 겹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적도록 한다. 특히 -pph-, -tth- 등 같은 계열의 자음이 겹쳐 나올 때에도 겹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적도록 한다. p와 ph, t와 th의 구별은 종성 위치에서 중화되기 때문에 ph가 겹친 것은 pph로, th가 겹친 것은 tth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권고안에서도 같은 원칙을 따른다.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는 -tc-, -tch-와 같이 파찰음 c, ch가 겹친 경우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겹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적는 것이 좋겠다. 2004년 외래어 표기법에 타이어 표기 규정을 비롯하여 말레이인도네시아어와 베트남어 표기 규정이 추가되면서 마련된 《동남아시아 3개 언어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Rachaburana ราชบูรณะ ‘라차부라나’, *Rachathewi ราชเทวี ‘라차테위’ 등과 Ratchada ราชดา ‘랏차다’, Ratchawong ราชวงศ์ ‘랏차웡’의 표기를 구별했는데 이들의 선행 요소는 모두 ratcha- ราช- [râːt.ʨʰá]로 동일하다. 즉 올바른 로마자 표기는 Ratchaburana, Ratchathewi인 것이다. 한편 *Ratchanoi ราชาน้อย ‘랏차노이’라는 용례도 포함시켰는데 여기서는 선행 요소가 racha ราชา [rāː.ʨʰāː] ‘라차’이므로 올바른 로마자 표기는 Rachanoi이다.

타이어의 ratcha- ราช-와 racha ราชา는 둘 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로 ‘왕’을 뜻하는 rāja राज ‘라자’에서 왔다. 라오어와 타이어에서는 특히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계통 어휘에서 원어의 자음 하나가 짧은 모음 a 앞에서 발음이 덧나는 경우가 많다. ราช이 단독으로 쓰일 때는 rat ‘랏’인데 합성어의 일부로 쓰일 때는 짧은 모음 a가 붙으면서 자음 ch ช가 덧나는 것이다. 하지만 긴 모음 a가 붙는 racha ราชา에서는 자음이 덧나지 않는다. 그런데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표기 용례집에서와 같은 오류가 나타나기 쉽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이탈리아어의 luci와 lucci, mogio와 moggio를 구별하지 않는 것처럼 타이어에서도 racha ราชา와 ratcha- ราช-를 구별하지 않고 ‘라차’로 적으면 이런 오류가 나타날 염려가 없다. 현재 표기 용례는 ratcha- ราช-가 들어가는 경우에도 *Rachada ราชดา ‘라차다’, *Rachawong ราชวงศ์ ‘라차웡’ 등으로 수정되어 있는데 한글 표기를 ‘라차’로 통일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로마자 표기도 자음이 덧나지 않는 것처럼 바꾸었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까지 바꾸기보다는 -tc-, -tch- 등의 경우도 -c-, -ch-와 같이 적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Ratchada ราชดา ‘라차다’, Ratchawong ราชวงศ์ ‘라차웡’ 등으로 적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다.

‘진실’을 뜻하는 라오어의 satcha ສັດຈະ [sát.ʨá]는 산스크리트어의 satya सत्य ‘사티아’에서 온 팔리어 sacca सच्च ‘사차’를 라오어 철자로 쓴 것인데 팔리어의 자음 글자 c가 겹친 것을 종성 t ດ와 초성 ch ຈ로 나타냈다. 같은 단어를 타이어로는 satca สัจจะ로 써서 종성 t를 나타내는 จ와 초성 c를 나타내는 จ를 따로 쓰기도 하지만 합성어의 일부로서는 보통 그냥 satca- สัจ-로 쓴다. 단독으로 쓰일 때는 สัจ이 sat [sàt] ‘삿’으로 발음된다. 라오어의 satcha ສັດຈະ와 타이어의 satca- สัจ-는 둘 다 ‘사짜’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라오어에서 마찰음이나 유성 폐쇄음인 경우에까지 이 규정을 확대하기는 곤란하다. 라오어의 마찰음 s, f는 종성으로는 각각 [t], [p]가 된다. 그러니 이들이 겹친 것은 각각 -ts-, -pf-에 해당한다. 유성 폐쇄음 b, d도 마찬가지로 종성에서는 각각 [p], [t]가 되니 이들이 겹친 것은 각각 -pb-, -td-에 해당한다. 직관적으로도 -pph-, -tth-, -kkh- 등은 철자에서 겹치는 글자가 있어 같은 계열의 자음이 겹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ts-, -pf-, -pb-, -td- 등은 자음이 겹친 경우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은 실제 형태소 내부에서 자음이 덧나는 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겹자음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

1945년 라오스에서 프랑스의 통치에 대항하여 일어난 정치 운동인 Lao Itsara ລາວອິດສະຣະ는 Lao Issara라는 로마자 표기로 통용된다. ‘자유’를 뜻하는 라오어의 itsara ອິດສະຣະ는 타이어의 itsara อิสระ ‘잇사라’에 대응된다. 라오어와 타이어의 s는 종성에서 [t]가 되므로 ‘신’, ‘남편’ 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īśvara ईश्वर ‘이슈바라’에 해당하는 팔리어 issara इस्सर ‘이사라’의 -ss-는 라오어와 타이어에서 [ts]로 실현되는 것이다. 여기서 앞의 음은 불파음인 [t̚]이므로 파찰음으로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잇사라’로 적으면 이를 흉내내는데 지장이 없다. 타이어 표기 용례에서도 Phitsanulok พิษณุโลก ‘핏사눌록’, Phitsuwan พิศสุวรรณ ‘핏수완’과 같이 적은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권고안에서도 -ts-를 ‘ㅅㅅ’으로 적고 이에 따라 Lao Itsara ລາວອິດສະຣະ는 ‘라오 잇사라’로 적는다.

한편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계통의 어휘에서는 마찰음 f [f]가 쓰이지 않기 때문에 -pf- 같은 조합은 합성어 경계에서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소방관’을 뜻하는 khôndapfai ຄົນດັບໄຟ ‘콘답파이’는 ‘사람’을 뜻하는 khôn ຄົນ ‘콘’과 ‘끄다’를 뜻하는 dap ດັບ ‘답’, ‘불’을 뜻하는 fai ໄຟ ‘파이’가 합친 말이다. 그러니 -pf-도 ‘ㅂㅍ’으로 적는 것이 좋다.

라오어의 유성 폐쇄음 b [b], d [d]도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계통의 어휘에서 쓰이지 않으며 원래의 성문음화된 음인 [ʔb], [ʔd]에서 왔기 때문에 -pb-, -td-와 같은 조합은 합성어 경계에서만 나타난다. 타이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타이어 표기 용례 가운데는 인명 Akatdamkoeng อากาศดำเกิง을 ‘아깟담끙’으로 적은 것이 있다. ‘공기’, ‘날씨’ 등을 뜻하는 akat อากาศ ‘아깟’과 ‘위’, ‘높게’ 등을 뜻하는 damkoeng ดำเกิง ‘담끙’이 합친 이름이다. 또 Lop Buri ลพบุรี ‘롭부리’라는 용례도 있는데 이 지명은 고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의 등장인물 이름인 산스크리트어 Lava लव ‘라바’에서 온 Lop ลพ ‘롭’과 ‘성읍’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pura पुर ‘푸라’에서 온 buri บุรี ‘부리’가 합친 것이지만 보통 로마자로 한 단어로 Lopburi라고 쓴다. 마찬가지로 권고안에서도 라오어의 -pb-, -td-를 ‘ㅂㅂ’, ‘ㅅㄷ’으로 적어 라오스 지명 Sôpbao ສົບເບົາ도 ‘솝바오’로 적는다. 이 지명의 정확한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sôp ສົບ ‘솝’과 bao ເບົາ ‘바오’ 둘 다 라오어 사전에 표제어로 실려있다.

한편 이와 같이 자음이 겹칠 경우의 한글 표기를 규정할 때 형태소 경계에서도 이를 적용할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라오스 보리캄사이주의 지명인 Pakkading ປາກກະດິງ은 ‘입’, ‘어구’를 뜻하는 pak ປາກ ‘빡’과 강 이름인 Kading ກະດິງ ‘까딩’이 합친 이름이다. 그러니 이를 고려하면 ‘빡까딩’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Pakkading과 같이 통용 로마자 표기로 적은 라오어 이름을 보고 일일이 합성어인지 분석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니 원어의 구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자음이 겹친 것은 겹치지 않은 것과 같이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빠까딩’과 같이 적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찬가지로 권고안에서는 Vattai ວັດໄຕ도 ‘밧따이’ 대신 ‘바따이’로 적는다. 대신 Wat That Khao라는 통용 로마자로 흔히 알려진 Vat That Khao ວັດທາດຂາວ처럼 로마자 표기에서 단어 구분이 된 경계에 같은 계열의 자음이 반복되는 경우는 물론 ‘바탓카오’ 대신 ‘밧탓카오’와 같이 적는다.

한편 권고안에서는 비음 -mm-, -nn- 등이 겹친 경우는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와 같이 ‘ㅁㅁ’, ‘ㄴㄴ’으로 적도록 하며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는 명시하지 않지만 -ngng-도 ‘ㅇ응’으로 적도록 한다. 라오어에서 연구개 비음 ng이 겹치는 것은 형태소 경계에서뿐이다.

라오어 모음의 표기

전설 비원순 중저모음 [ɛ]

라오어의 è ແ◌ະ/ແ◌ັ [ɛ], è ແ◌ [ɛː]는 전설 비원순 중저모음이다. BGN/PCGN 표기법에서는 모두 è로 적고 ALA-LC 표기법에서는 짧은 모음인 처음 둘은 æ로, 긴 모음인 셋째는 ǣ로 적는다. 전설 비원순 중고모음인 é ເ◌ະ/ເ◌ັ [e], é ເ◌ [eː]와 구별된다.

이들은 각각 타이어의 ae แ◌ะ/แ◌็ [ɛ], ae แ◌ [ɛː]에 대응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들을 ‘애’로 적는다. 베트남어에서도 중저모음 e [ɛ]와 중고모음 ê [e]의 구별이 있으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e를 ‘애’로, ê를 ‘에’로 적는다.

물론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ɛ]를 ‘에’로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어의 è [ɛ]는 é [e]와 동일하게 ‘에’로 적는다.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도 è는 e로 적는 경우가 많다. 라오스의 도시 Thakhèk ທ່າແຂກ ‘타캑’의 경우 통용 로마자 표기인 Thakhek에 따라 ‘타케크’로 쓴 용례가 있다. 하지만 표기의 일관성을 위해서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è도 타이어의 ae나 베트남어의 e처럼 ‘애’로 적는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에서는 [ɛ]와 [e]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예: 프랑스어 les [le, lɛ], 이탈리아어 cielo [ˈʧɛːlo, ˈʧeː-], 독일어 Daniel [ˈdaːni̯eːl, -ni̯ɛl]). 같은 e가 [ɛ]를 나타낼 수도 있고 [e]를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에 철자로부터 발음을 알아내기도 어렵다. 그러니 이들 언어에서는 [ɛ]와 [e]의 표기를 ‘에’로 통일하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라오어와 타이어, 베트남어에서 [ɛ]와 [e]는 서로 다른 글자로 적으니 각각 ‘애’, ‘에’로 적는다고 해서 어느 쪽이 맞는지 혼란이 생길 우려가 없다.

후설 원순 중저모음 [ɔ]

라오어의 è [ɛ] ‘애’와 é [e] ‘에’를 구별하여 적는다면 o [ɔ]와 ô [o]도 구별하여 적는 것이 어떨까 생각할 수 있다. 라오어의 o ເ◌າະ/◌ັອ [ɔ], o ◌ໍ/◌ອ [ɔː]는 후설 원순 중저모음으로서 후설 원순 중고모음인 ô ໂ◌ະ/◌ົ [o], ô ໂ◌ [oː]와 구별된다. 타이어에서도 중저모음인 o เ◌าะ/◌็อ◌ [ɔ], o ◌อ/◌อ◌ [ɔː]가 중고모음인 o โ◌ะ/◌◌ [o], o โ◌/โ◌◌ [oː]와 구별되며 베트남어에서도 중저모음 o [ɔ]와 중고모음 ô [o]가 구별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와 베트남어의 [ɔ]와 [o]를 모두 ‘오’로 적는다.

사실 타이어의 [ɔ]는 ‘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의 ‘어’는 오늘날 보통 후설 중저모음으로 발음되므로 보통 [ʌ]로 적는데 어느 정도 원순성도 동반하기 때문에 음가가 타이어와 베트남어의 [ɔ]와 상당히 가깝다. 타이 짜끄리 왕조 제5대 국왕의 이름이자 타이를 대표하는 대학교 이름이기도 한 Chulalongkon จุฬาลงกรณ์ [ʨù.lāː.lōŋ.kɔ̄ːn]은 민간에서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쭐랄롱꼰’ 대신 ‘쭐랄롱껀’으로 적는 것도 볼 수 있다. 현행 타이어의 한글 표기 규정은 ‘어’를 쓰지 않으니 중저모음 [ɔ]는 ‘어’로 적어서 중고모음 [o] ‘오’와 구별한다면 다른 모음과 혼동될 우려도 없다.

하지만 타이어의 표준 로마자 표기법은 [ɛ]와 [e]를 각각 ae, e로 적어서 구별하는데 비해 [ɔ]와 [o]는 둘 다 o로 적는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어의 표기에서는 â [ə]와 ơ [əː]를 이미 ‘어’로 적기 때문에 o [ɔ]도 ‘어’로 적는다면 ô [o] ‘오’와는 구별되지만 â [ə]와 ơ [əː]와 표기가 같아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애초에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ɔ]를 [o]처럼 ‘오’로 적도록 한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에서도 [ɔ]와 [o]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한글 표기는 통일하는 것이 편하다(예: 프랑스어 Laurent [lɔʁɑ̃, lo-], 이탈리아어 Longhi [ˈloŋɡi, ˈlɔŋ-], 독일어 Hofmann [ˈhoːfman, ˈhɔf-]). 그러니 라오어의 [ɔ]는 ‘어’와 비슷하게 들리더라도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일관되도록 권고안에서는 ‘오’로 적는다.

후설 비원순 고모음 u [ɯ]와 후설 비원순 중고모음 eu [ɤ]

라오어의 u ◌ຶ [ɯ]와 u ◌ື [ɯː]는 후설 비원순 고모음으로 발음되며 이에 대응되는 타이어의 ue ◌ึ/◌ึ◌ [ɯ], ue ◌ือ/◌ื◌ [ɯː]와 발음이 같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의 ue [ɯ]를 ‘으’로 적는다. 한국어의 ‘으’는 후설 비원순 고모음 [ɯ]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오어의 u [ɯ]도 권고안에서는 ‘으’로 적는다.

라오어의 eu ເ◌ິະ/ເ◌ [ɤ], eu ເ◌ີ [ɤː]는 후설 비원순 중고모음으로 이에 대응되는 타이어의 oe เ◌อะ [ɤ], oe เ◌อ [ɤ(ː)], oe เ◌ิ◌ [ɤː]와 발음이 같다.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ɤ]의 표기를 다루지 않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의 oe [ɤ]도 ‘으’로 적는다. 중고모음인 [ɤ]의 표기를 고모음인 [ɯ]의 표기와 합친 것이다.

후설 비원순 모음 가운데 중고모음인 [ɤ]는 고모음인 [ɯ]와 중저모음인 [ʌ] 사이에 있다.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 [ʌ]는 ‘어’로 적으니 [ɤ]는 ‘으’와 ‘어’의 중간음으로 볼 수 있다. 또 중설 중모음인 [ə]와도 가까운 음이다. ‘베트남식 쌀국수’를 뜻하는 라오어 feu ເຝີ [fɤ̌ː] ‘프’는 베트남어의 phở [fə̂ː] ‘퍼’에서 온 것으로 원어의 [ə]를 [ɤ]로 흉내내었다.

이 모음은 심지어 프랑스어의 [ø], [œ] 등을 흉내내는데도 쓰여서 ‘버터’를 뜻하는 프랑스어 beurre [bœːʁ] ‘뵈르’는 라오어에서 beu ເບີ [bɤ̀ː] ‘브’로 흉내내었다(베트남어로는 bơ [ɓə̄ː] ‘버’). BGN/PCGN 표기법을 비롯한 프랑스어식 철자에서는 라오어의 [ɤ]를 프랑스어의 [ø], [œ]를 나타내는 eu로 적는다. 물론 후설 비원순 모음인 [ɤ]는 후설 원순 모음보다는 앞에서 발음되고 전설 원순 모음인 [ø], [œ]는 전설 비원순 모음보다는 뒤에서 발음되는 등 기본 주변부 모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어중간한 중앙부 모음의 성질을 지닌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공통점이 많지 않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ø], [œ]는 ‘외’로 적지만 라오어의 [ɤ]의 표기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타이어의 oe와 라오어의 eu의 표기는 ‘으’와 ‘어’ 가운데 하나로 정해야 하는데 이미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 oe [ɤ]를 ‘으’로 적기로 했으므로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eu [ɤ]도 ‘으’로 적는다.

참고로 타이어에 음소 지위를 지닌 단순모음 /ə/는 없지만 강세가 없는 음절의 모음이 약화되어 표면적으로 [ə]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학교’를 뜻하는 mahawitthayalai มหาวิทยาลัย [má.hǎː.wít.tʰá.jāː.lāj] ‘마하위타얄라이’는 표면적으로 [mə.hǎː.wít.tʰə.jāː.lāj]로 실현된다(Slayden 2009:6, Abramson 1962:17). 라오어도 마찬가지여서 3인칭 복수 대명사 khachao ຂະເຈົ້າ [kʰá.ʨâw] ‘카짜오’는 표면적으로 [kʰə.ʨâw]로 실현된다. 이런 모음의 약화는 철자로부터 예측하기가 복잡하므로 한글 표기에는 반영하지 않지만 표면 발음에 [ə]가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여 한글 표기에서 ‘어’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중향 이중모음 ia [iə]/[iːə], ua [ɯə]/[ɯːə], oua [uə]/[uːə]

라오어에는 고모음에서 시작해서 [ə]로 끝나는 중향 이중모음 ia ເ◌ັຽະ/◌ັຽ [iə], ia ເ◌ັຽ/◌ຽ [iːə], ua ເ◌ຶອະ/ເ◌ຶອ [ɯə], ua ເ◌ືອ [ɯːə], oua ◌ົວະ/◌ັວ [uə], ◌ົວ/◌ວ [uːə]가 있다(Enfield 2007). BGN/PCGN 표기법에서는 이들을 각각 ia, ia, ua, ua, oua, oua로 적고 ALA-LC 표기법에서는 각각 ia, īa, ưa, ư̄a, ua, ūa로 적는다. 즉 후반부를 모두 a로 처리하는 것이다. 다만 ALA-LC 표기법에서는 ◌ຽວ/ເ◌ັຽວ [iːəw]에 한해서 īao 대신 īeo로 적는다. 따라서 ‘찹쌀밥’을 뜻하는 ເຂົ້າຫນຽວ [kʰàw.nîːəw] ‘카오니아오’는 BGN/PCGN 표기법에서 khaoniao로 적고 ALA-LC 표기법에서는 khaonīeo로 적는다.

학자에 따라서 라오어 이중모음의 후반부를 [ə] 대신 [a]로 보고 [ia], [iːa] 등으로 적는 이들도 있다(Lew 2013). SEAlang Library의 온라인 라오어 사전에서도 이중모음의 후반부를 [a]로 적는다.1

타이어에는 이중모음 ia เ◌ีย/เ◌ีย◌ [iːa], uea เ◌ือ/เ◌ือ◌ [ɯːa], ua ◌ัว/◌ว◌ [uːa]가 있어 외래어 표기법에서 각각 ‘이아’, ‘으아’, ‘우아’로 적는다. 장음 기호가 굳이 필요없다고 보고 [ia], [ɯa], [ua]로 적는 경우가 많지만 학자에 따라 개음절에 한해 드물게 [iːa], [uːa]와 구별되는 짧은 이중모음 [ia], [ua]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예: mia เมีย [mīːa] ‘미아’, dia เดี๊ยะ [díaʔ] ‘디아’).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의 이중모음을 ‘이아’, ‘으아’, ‘우아’ 등으로 적는다.

그런데 타이어의 긴 이중모음에서는 후반부의 [a]가 [ə]로 약화되어 [iːə], [ɯːə], [uːə] 등으로 발음될 수 있다(Slayden 2009: 7, Abramson 1962:76). 온라인 백과사전인 영어판 위키백과의 “Thai language” 문서에서도 발음 기호로 [iːə], [ɯːə], [uːə], [iə], [uə]를 쓴다.

그러니 라오어의 이중모음과 타이어의 이중모음 둘 다 후반부가 [a]일 수도 있고 [ə]일 수도 있으며 통상적으로 라오어의 발음 표기에서는 [ə]를, 타이어의 발음 표기에서는 [a]를 쓴다고 해서 꼭 한글 표기를 구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양쪽 언어에 공통된 이중모음이고 [ə]와 [a]가 쓰이는 비중이 다르다고 해도 실현 범위가 일치한다면 한글 표기도 통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리하여 라오어의 지명 Louangphrabang ຫຼວງພຣະບາງ을 ‘루앙프라방’으로 적는다면 타이어 이름인 Luangphrabang หลวงพระบาง ‘루앙프라방’과도 표기가 일치하며 통용 로마자 표기인 Luang Prabang에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라오어 이중모음의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언제나 후반부를 a로 적는 것은 아니다. 라오어 지명에 많이 나오는 ‘도시’나 ‘마을’, ‘성읍’ 등을 뜻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Viang ວຽງ ‘비앙’은 Vieng 또는 Vien, Xiang ຊຽງ ‘시앙’은 Xieng으로 적는 경우가 많으며 Muang ເມືອງ ‘므앙’은 Muang으로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Muong으로 적는 표기도 가끔 보인다. 이는 특히 프랑스어식 로마자 표기에서 많이 보이는데 베트남어 철자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베트남어에도 라오어와 비슷한 이중모음 [iə], [ɯə], [uə]가 있다. 이들은 종성이 없는 개음절에서는 ia, ưa, ua로 적고 종성이 있는 폐음절에서는 iê, ươ, uô로 적는다. 베트남어 철자법이 고안된 17세기의 중세 베트남어에서는 개음절의 이중모음과 폐음절의 이중모음 발음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현대 발음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ia, ưa, ua를 발음에 따라 ‘이어’, ‘으어’, ‘우어’로 적으면서 iê, ươ, uô는 철자대로 ‘이에’, ‘으어’, ‘우오’로 적는다.

베트남어에서는 Viangchan ວຽງຈັນ ‘비앙짠’을 Viêng Chăn ‘비엥짠’으로 적고 Xiangkhoang ຊຽງຂວາງ ‘시앙쾅’은 전통적으로는 Xiêng Khoảng ‘시엥코앙’으로 적었다. 라오어의 muang ເມືອງ, 타이어의 mueang เมือง에 해당하는 단어는 베트남어에서 mường ‘므엉’으로 차용되어 쓰인다. 그러니 라오어 Vieng/Vien, Xieng, Muong 등의 통용 로마자 표기는 베트남어 철자의 영향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처럼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쓰이는 ie, uo 등은 대체로 일부 어휘에 한정되어 있으니 한글 표기에까지 반영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권고안에서는 라오어의 이중모음 표기도 타이어처럼 ‘이아’, ‘으아’, ‘우아’로 통일하였다.

라오어 r ຣ의 표기 문제

표준 타이어에서는 초성 위치의 r ร [r]와 l ล/ฬ [l]의 발음이 구별된다. 하지만 라오어에서는 고유어 어휘에서 [r] 발음을 찾아볼 수 없다. 라오어에도 원래는 [r] 발음이 있었지만 위치에 따라 [h] 또는 [l]로 바뀌었으며 초성 자음군의 일부였던 경우에는 탈락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오 문자에는 타이 문자의 r ร에 대응되는 글자 r ຣ가 있어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에서 온 전통 어휘 및 타이어, 프랑스어, 영어 등에서 차용된 어휘에서 원어의 [r]를 나타낸다. 원어의 [r]가 라오어에서 [h]로 발음이 바뀐 경우는 r ຣ와 자형이 비슷한 h ຮ로 따로 나타내기 때문에 라오어에서 r ຣ는 보통 [l]로 발음되거나 초성 자음군의 일부인 경우에는 묵음이 된다.

라오스 내전 당시 정부군과 맞서 싸운 빠탯 라오의 고위 인사였던 푸미 봉비찟(Phoumi Vôngvichit ພູມີ ວົງວິຈິດ)은 1967년에 라오어 문법서를 펴내면서 라오어 발음과 철자를 일치시키기 위한 철자 개혁을 주장했다. 여기에는 라오어 발음을 나타내는데 필요없는 r ຣ를 퇴출시키는 급진적인 내용도 포함되었다. 반군이 다스리는 지역에서는 사실 이 문법서가 나오기 전인 1950년대부터도 이미 r ຣ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1975년 내전이 종식되고 빠탯 라오가 라오스의 정권을 잡자 푸미의 제안은 전국의 공식 철자법이 되었다.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r ຣ는 라오 문자에서 쓰이지 않게 되었으며 발음에 따라 l ລ로 대체되거나 생략되었다.

따라서 산스크리트어로 ‘성읍’을 뜻하는 pura पुर ‘푸라’에서 비롯되어 지명에 많이 등장하는 요소인 bouri ບູລີ ‘부리’는 [būː.ríː] 대신 [būː.líː]로 보통 발음된다고 하여 bouli ບູລີ ‘불리’로 철자가 바뀌었으며 산스크리트어 vara वर ‘바라’에서 비롯되어 ‘신성한’, ‘왕의’ 등을 뜻하는 접두사로 많이 쓰이는 phra ພຣະ ‘프라’는 [pʰrā] 대신 [pʰā]로 발음된다고 하여 pha ພະ ‘파’로 철자가 바뀌었다.

이 철자법은 고유명사의 표기에도 적용되어 국제적으로 Luang Prabang으로 통용되는 지명은 Louangphrabang ຫຼວງພຣະບາງ/ຫລວງພຣະບາງ ‘루앙프라방’에서 Louangphabang ຫຼວງພະບາງ/ຫລວງພະບາງ으로 철자가 바뀌었으며 이 외에도 라오스의 주 이름으로 쓰이는 지명 가운데 Borikhamxai ບໍຣິຄຳໄຊ ‘보리캄사이’, Saravan ສາຣະວັນ ‘사라반’, Xaignabouri ໄຊຍະບູຣີ ‘사이냐부리’는 각각 Bolikhamxai ບໍລິຄຳໄຊ ‘볼리캄사이’, Salavan ສາລະວັນ ‘살라반’, Xaignabouli ໄຊຍະບູລີ ‘사이냐불리’로 철자가 바뀌었다.

그러나 r ຣ를 퇴출시키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으며 특히 공산 정권에 동조하지 않은 국외 라오스인들은 예전대로 r ຣ를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았다. 라오스 국내에서도 1980년대 후반의 개혁이 진행되고 1994년에는 푸미가 사망하면서 그의 철자법이 현대 라오스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리하여 라오스에서도 1990년대 이후 r ຣ가 비공식적으로 다시 쓰이게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주로 프랑스어, 영어 등에서 최근 유입된 차용어를 중심으로 널리 쓰인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1학년 라오어 교과서에서도 ‘레이다(radar)’를 뜻하는 rada ຣາດາ ‘라다’의 예를 통해 이 글자를 가르친다(Lew 2013:9). 하지만 r ຣ를 공식적으로 라오 문자에 복권시킬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단지 현대 라오어 발음을 충실하게 흉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r ຣ 없이 쓰는 현행 공식 철자법을 기준으로 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Louangphabang ‘루앙파방’, Bolikhamxai ‘볼리캄사이’, Salavan ‘살라반’, Xaignabouli ‘사이냐불리’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라오어 고유명사는 보통 로마자 표기를 매개로 접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들은 각각 어원을 나타낸 예전 철자를 기준으로 한 Luang Prabang, Borikhamxay, Saravan, Xayaboury로 많이 쓰인다.

라오스 관련 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영어 매체인 라오스의 관영 뉴스통신사인 카오산 빠탯 라오(Khaosan Pathet Lao, KPL), 미국의 자유 아시아 방송(Radio Free Asia, RFA), 라오스의 영어 일간지 Vientiane Times, 영어로 라오스 소식을 다루는 인터넷 매체인 The Laotian Times 등 네 곳의 웹사이트에서 어떤 표기를 쓰는지 검색 엔진인 구글을 통해 비교해보았다(비교일 2018년 10월 30일).

지명KPLRFALaotian TimesVientiane Times합계
Louang Prabang05005
Louangprabang02002
Luang Phrabang12014
Luang Prabang18303334760797002
Luangphrabang02002
Luangprabang24421753523
Louangphabang00202
Luang Phabang11002
Luangphabang07007
r 포함 비율99.90%99.00%100.00%100.00%99.90%
지명KPLRFALaotian TimesVientiane Times합계
Borikhamsai00000
Borikhamsay4320238
Borikhamxai00000
Borikhamxay30618824738779
Bolikhamsai15028
Bolikhamsay461112
Bolikhamxai2211024
Bolikhamxay23850601349
r 포함 비율55.90%72.80%79.90%90.90%67.50%
지명KPLRFALaotian TimesVientiane Times합계
Saravan28919619341719
Saravane1191705141
Saravanh169900115
Salavan94240293
Salavane10001
Salavanh0213015
r 포함 비율97.70%87.60%78.50%95.80%89.90%
지명KPLRFALaotian TimesVientiane Times합계
Sayabouri05005
Sayaboury5835396138
Xayabouri7270135
Xayaboury4048029446824
Sayabouli05005
Sayabouly2350138
Xayabouly3936250
r 포함 비율92.00%77.40%98.20%94.60%91.50%

이에 따르면 Luang Prabang, Borikhamxay, Saravan, Xayaboury 등 r를 쓴 표기의 비율이 각각 99.9%, 67.5%, 89.9%, 91.5%에 달했다. 즉 적어도 라오스의 주 이름의 한글 표기는 r ຣ를 쓴 전통 철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통용 로마자 표기에 들어맞는다.

한편 라오어 철자의 경우 관영 매체인 KPL은 공식 철자법에 따라 r ຣ를 철저히 배제하는 반면 미국 매체인 RFA는 전통 철자법에 따라 r ຣ를 쓴 표기를 여전히 많이 쓰는데 이름에 따라 그 빈도가 다르다.

지명KPLRFA
Louangphrabang ຫຼວງພຣະບາງ0965
Louangphrabang ຫລວງພຣະບາງ01510
Louangphabang ຫຼວງພະບາງ2197
Louangphabang ຫລວງພະບາງ1100211
r ຣ 포함 비율0.00%85.80%
지명KPLRFA
Borikhamxai ບໍຣິຄຳໄຊ02460
Bolikhamxai ບໍລິຄຳໄຊ1250190
r ຣ 포함 비율0.00%92.80%
지명KPLRFA
Saravan ສາຣະວັນ0698
Salavan ສາລະວັນ2050168
r ຣ 포함 비율0.00%80.60%
지명KPLRFA
Xaignabouri ໄຊຍະບູຣີ02590
Xaignabouli ໄຊຍະບູລີ1485322
r ຣ 포함 비율0.00%88.90%

라오어 철자법에서 r ຣ의 지위는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표기 규정 자체에서는 어느 철자법을 따를지를 따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 표기 용례를 정할 때 철자법에 따라 달라지는 복수 표기를 허용하되 통용 로마자 표기를 고려해서 대표 표기를 정하도록 한다. 따라서 전통 철자인 Louangphrabang ຫຼວງພຣະບາງ/ຫລວງພຣະບາງ을 기준으로 한 ‘루앙프라방’과 Louangphabang ຫຼວງພະບາງ/ຫລວງພະບາງ을 기준으로 한 ‘루앙파방’을 둘 다 허용하되 통용 로마자 표기인 Luang Prabang을 따라 전자를 대표 표기로 삼도록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지명은 통용 로마자 표기가 어느 쪽이 우세한지 따지기 어렵다. 행정구역 이름의 경우 앞서 열거한 주 이름은 모두 r를 포함한 표기가 우세하므로 현이나 마을 이름도 r ຣ를 쓴 전통 철자를 기준으로 대표 표기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전통 철자가 무엇인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예를 들어 지명이 bouli ບູລີ ‘불리’로 끝나는 것은 전통 철자인 bouri ບູລີ ‘부리’에 해당되니 ‘부리’로 적은 형태를 대표 표기로 삼는다.

그렇다고 해서 라오어 전통 철자에 들어가는 r ຣ를 모조리 한글 표기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에서도 철자상의 r ร가 들어가는 초성 자음군 가운데 실제로도 자음군으로 발음되는 것은 pr, phr, tr, kr, khr뿐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적용하는 타이어의 한글 표기는 사실 타이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므로 ‘정말’을 뜻하는 จริง은 철자상 cring으로 보이더라도 표준 로마자 표기인 cing에 따라 ‘찡’으로 적게 된다. 또 타이어에서는 산스크리트어의 śr श्र에 대응되는 철자상의 sr와 고대 크메르어의 *dr에서 온 철자상의 thr가 둘 다 [s]로 발음되기 때문에 표기 세칙에서 아예 ‘ㅅ’으로 적도록 정했다.

다행히 라오어는 1975년의 철자 개혁 이전에도 이처럼 타이어에서도 자음군으로 발음되지 않는 경우는 철자상으로도 대체로 r ຣ를 쓰지 않았다. 1972년에 출판된 라오어·영어 사전에서도 타이어 cing (cring) จริง ‘찡’에 대응되는 라오어 단어는 ching ຈິງ ‘찡’으로, 경칭으로 쓰이는 타이어 si (sri) ศรี에 대응되는 라오어 단어는 ສີ si ‘시’로, ‘가슴’을 뜻하는 타이어 ทรวง suang (thruang) ‘수앙’에 대응되는 라오어 단어는 ຊວງ xouang ‘수앙’으로 적는다(Kerr 1972).

드물게 최근 차용어에서 원어의 어말 r를 나타내는 철자 ຣ໌는 권고안에서 다루지 않았다. 이 철자는 전통 철자에서 발음되지 않는 글자를 표시하는데 쓰이는 ‘취소 기호(cancellation mark)’ ◌໌를 r ຣ에 붙인 것이다(현대 철자에서는 발음되는 글자만 쓰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 경우 외에는 취소 기호를 쓸 일이 없다). ‘버터’를 뜻하는 프랑스어 beurre [bœːʁ] ‘뵈르’를 차용한 beu ເບີ [bɤ̀ː] ‘브’는 드물게 원어의 어말 [ʁ]를 반영해 beur ເບີຣ໌로 적기도 한다. BGN/PCGN 표기법에서는 ຣ໌를 r로 적는다. 라오어에서는 종성 자음으로 [r]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어의 r 음이 묵음이 되는 것을 취소 기호를 써서 철자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beur ເບີຣ໌는 beu ເບີ와 똑같이 [bɤ̀ː]로 발음된다. 그래도 BGN/PCGN 표기법을 따라 원어 발음을 반영하기 위해 r ຣ໌를 ‘르’로 적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철자는 최근 차용어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글 표기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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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ield, N. J. 2007. A Grammar of Lao. Berlin: Mouton de Gruyter.

Erickson, Blaine. 2001. “On the Origins of Labialized Consonants in Lao”. In Papers from the Sixth Annual Meeting of the Southeast Asian Linguistic Society: 135–148, edited by Karen L. Adams and Thomas John Hudak. Tempe, Arizona: Arizona State University, Program for Southeast Asian Studies.

Kerr, Allen D., ed. 1972. Lao-English Dictionary, Volumes 1–2. Washington D.C.: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Press.

Lew, Sigrid. 2013. “A linguistic analysis of the Lao writing system and its suitability for minority language orthographies”. Writing Systems Research vol. 6, no. 1: 25–40.

Slayden, Glenn. 2009. “Central Thai Phonology.” Accessed November 13, 2018. http://www.thai-language.com/resources/slayden-thai-phonology.pdf.

Ostapirat, Weera. 2000. “Proto-Kra.” Linguistics of the Tibeto-Burman Area vol. 23, no. 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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