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체 아랍어의 한글 표기 권고안 해설

모음의 표기

문어체 아랍어의 기본 모음은 모두 여섯 개로 짧은 모음 i /i/, a /a/, u /u/와 이에 대응되는 긴 모음 ī /iː/, ā /aː/, ū /uː/가 있다. 짧은 모음과 긴 모음은 길이로만 구별되니 음가로만 치면 3모음 체계이다. 주변 자음에 따라 i는 [i~ɪ~ᵻ], a는 [æ~a~ɑ], u는 [u~ʊ] 등의 변이음으로 실현되며 ī, ā, ū도 같은 음가를 길게 발음한 변이음으로 실현된다(Canepari & Cerini 2016: 58).1 그래도 한글 표기는 각각 ‘이’, ‘아’, ‘우’로 통일하는데 지장이 없다. 따라서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도 i와 ī를 ‘이’로, a와 ā를 ‘아’로, u와 ū를 ‘우’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æ]를 ‘애’로 적지만 이는 음소 /æ/가 따로 있는 영어의 표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의 표기에 쓰이는데 이 가운데 [æ]를 쓰는 것은 영어뿐이다. 한국어의 ‘애’는 [ɛ]로 발음되는데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에 나타나는 [ɛ]를 ‘에’로 적도록 하고 ‘애’는 한국어에는 없는 [æ] 발음을 적는데 쓴다.

영어에서는 음소 /æ/ ‘애’와 /ɑː/ ‘아’가 구별된다. 영어는 강세를 받을 수 있는 단순모음만 해도 열 개가량 구별하기 때문에 이들을 나타내기 위해 ‘이’, ‘에’, ‘애’, ‘아’, ‘어’, ‘오’, ‘우’ 등 다양한 한글 자모를 활용한다. 하지만 r /ɹ/ 앞에서 모음 음가가 달라지는 것을 제외하면 각 음소의 한글 표기는 하나로 통일한다. 영어의 /æ/는 방언에 따라 [e~ɛ~æ~a] 등으로 다양하게 실현되며 미국 발음에서는 일반적으로 [æ]를 쓰더라도 일부 어휘, 특히 ham, tan과 같이 비음 앞에 오는 /æ/는 [eə~ɛə]로 상승한 변이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출처). 하지만 이런 변이음은 무시하고 [æ]를 대표 발음으로 삼아 ‘애’로 적는다. 이처럼 한 음소는 한글 표기도 하나로 통일하는 원칙에 따라 아랍어에서 변이음 [æ~a~ɑ]로 실현되는 /a/도 대표음 [a]를 기준으로 ‘아’로 적는데 문제가 없다. 사실 [æ]는 한국어에 없는 음이고 한국어에서도 ‘애’ /ɛ/와 ‘에’ /e/의 구별이 거의 사라져 보통 [e]에 가까운 음으로 합치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는 국제음성기호상의 [æ]를 ‘아’와 비슷한 음으로 인식하기 쉽다.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종류에 따라 i와 u의 변이음으로 [e]와 [o]가 쓰이거나 일부 위치의 a가 [ɛ]나 [e]로 발음되고 짧은 모음 여러 개가 합쳐 [ə]로 발음되기도 하며 원래의 이중모음 ay, aw가 [eː], [oː]로 발음되는 등 문어체 아랍어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른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i, a, u 외에도 e, o가 쓰이는 경우가 많으니 한글 표기도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른다면 ‘에’, ‘오’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나타낸 로마자 표기에서는 모음자를 i, ī, a, ā, u, ū로 한정하는 것처럼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한글로 나타내려면 모음자를 ‘이’, ‘아’, ‘우’로 한정해야 하겠다.

Canepari & Cerini는 문어체 아랍어의 ay, aw를 이중모음 /ai/, /au/로 분석한다(2016: 55). 이들은 아랍어 철자에서 모음 a와 자음 y, w가 결합한 것처럼 나타내지만 실제 발음은 주변 자음에 따라 a와 i, u의 변이음을 결합한 [æi~æɪ~æᵻ~ai~aɪ~aᵻ~ɑi~ɑɪ~ɑᵻ], [æu~æʊ~au~aʊ~ɑu~ɑʊ]라는 음성학적인 근거에 따른 것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음운론적인 근거를 들어 ay, aw를 철자와 같은 /aj/, /aw/로 분석한다. 어느 분석을 택하든 한글 표기는 각각 ‘아이’, ‘아우’로 할 수 있다.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도 ay를 ‘아이’로, aw를 ‘아우’로 쓴다.

다만 국어원 시안에서는 ‘에이’, ‘오’로 발음이 관용화된 ay, aw는 ‘에이’, ‘오’로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여러 구어체 아랍어에서 y 외의 자음 앞의 ay가 [eɪ] 또는 [eː], w 외의 자음 앞의 aw가 [oʊ] 또는 [oː]로 발음이 바뀐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학회 권고안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하고 관용은 별도로 처리하도록 했다.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나타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ay, aw는 언제나 ‘아이’, ‘아우’로 적도록 하고 구어체 아랍어의 표기 기준은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자음의 표기

양순 비음 m م

아랍어 m م /m/은 어말에서 다른 공명음과 자음군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이런 -mn, -ml, -mr, -lm의 m은 ‘므’로 적도록 하고 ʾamn أمن ‘아믄’, raml رمل ‘라믈’, tamr تمر ‘타므르’, ḥulm حلم ‘훌므’를 예로 들었다.

기존 외래어 표기 규정과 용례를 보면 m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언제나 받침 ‘ㅁ’으로 적고 있으며 이제껏 ‘므’로 적은 예는 없었다. 특히 어말 -lm은 영어 film [ˈfɪlm] ‘필름’, 독일어 Wilhelm [ˈvɪlhɛlm] ‘빌헬름’, 프랑스어 Anthelme [ɑ̃tɛlm] ‘앙텔름’, 루마니아어 Razelm ‘라젤름’, 스웨덴어 Stockholm ‘스톡홀름’, 노르웨이어 Vilhelm ‘빌헬름’, 덴마크어 Bornholm ‘보른홀름’, 러시아어 Kholm​(Холм) ‘홀름’과 같이 예외 없이 ‘-ㄹ름’으로 적고 있다. 이들 언어에서 l과 m의 구체적인 발음 양상은 꽤 다양해서 영어에서 쓰이는 변이음은 연구개음화한 이른바 ‘어두운 l​(dark l)’ [ɫ]이며 프랑스어에서는 휴지 앞에서 [m]이 흔히 파열된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언어마다 쓰는 세밀한 변이음을 반영하여 film ‘피움’, Anthelme ‘앙텔므’와 같이 적는 대신 언어에 상관없이 -lm의 표기를 ‘-ㄹ름’으로 통일한다. 외래어 표기법을 쓰는데 큰 불편함이 없으려면 개별 언어에 대한 자세한 음성학적 지식 없이도 한글 표기를 일관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인 표기 방식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랍어의 -lm에서 m을 ‘므’로 적을만한 음성학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구어적인 아랍어 발음에서 자음 뒤, 어말에 오는 l, m, n, r는 정상적으로 유성음화 또는 무성음화하기도 하지만 성절 자음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ɪ, ᵻ], [ə]와 같은 삽입 모음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qism قسم은 [ˈqᵻsm̥, -sm̩, -sᵻm, -səm]으로 발음된다(2016: 86). 어말 -lm도 예외가 아니라면 ḥulm은 [ˈħʊlm, -lm̩, -lᵻm, -ləm]으로 발음될 것이다. 성절 자음이나 삽입 모음을 쓰는 발음은 ‘훌므’보다는 ‘훌름’으로 적는 것이 더 가깝다.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에서 어말 -nm의 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도 기존 표기 방식을 따라 m을 받침 ‘ㅁ’으로 적어야 하겠다. 따라서 노략품을 뜻하는 ghunm غنم은 ‘군므’ 대신 ‘구늠’으로 적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말 l, m, n은 받침으로 적는 것으로 표기를 통일해야 하겠다.

치경 비음 n ن

아랍어 n ن /n/은 어두와 어말, 모음 사이에서 치경음 [n]으로 발음된다. 그런데 자음 앞에서는 뒤따르는 자음의 조음 위치에 동화된다. Al-Hattami는 n이 th나 dh, ẓ, t, d, ṭ, ḍ 앞에서는 치음 [n̪], k나 q 앞에서 연구개음 [ŋ]이 된다고 한다(2010: 330). Canepari & Cerini는 더 나아가 k 앞에서는 [ŋ̟], w 앞에서는 [ŋ], q 앞에서는 [ɴ]이라고 각 변이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2016: 67). 구개수 비음인 [ɴ]은 한국어의 비음 음소 가운데는 ‘ㅇ’ /ŋ/에 가장 가까운 음이다. Canepari & Cerini는 n의 위치 동화를 유발시키는 자음을 모두 열거하지는 않지만 kh와 gh를 구개수음으로 보므로 이들 앞에서도 n이 [ɴ]으로 발음된다는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만약 kh와 gh가 연구개음이라면 이들 앞의 n은 [ŋ]으로 발음된다). 대신 쿠란식 발음, 즉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을 낭독할 때 쓰는 보수적인 발음에서는 이러한 위치 동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nw/의 중립적 발음은 [ŋw]이지만 쿠란식 발음은 [nw]이라는 주장이다(2016: 82).

아랍어의 n이 w 앞에서 [ŋ]으로 발음되는 것은 Al-Hattami도 언급하지 않고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렵다. 접근음인 w는 k, q와 같은 폐쇄음은 물론 kh, gh와 같은 마찰음에 비교해서도 약한 자음이니 자음 동화를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며 실제 남자 이름 ʾAnwar أنور /ʔanwar/의 발음을 관찰해도 [ŋ]보다는 [n]으로 발음하는 예가 많다. 따라서 n은 w 앞에서도 받침 ‘ㄴ’으로 적고 ʾAnwar도 ‘앙와르’ 대신 ‘안와르’로 적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g, k로 적는 음 앞의 n을 받침 ‘ㅇ’으로 적는 것은 꽤 익숙하다. /n/이 뒤따르는 자음의 조음 위치에 동화되는 것은 아랍어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언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스파냐어에는 연구개 비음 음소 /ŋ/이 따로 없지만 /n/이 /k/, /ɡ/, /x/ 앞에서 변이음 [ŋ]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blanco [ˈblaŋko] ‘블랑코’, ganga [ˈɡaŋɡa] ‘강가’, Ángel [ˈaŋxel] ‘앙헬’ 등에서 nc, ng의 n은 받침 ‘ㅇ’으로 적도록 표기 규정을 정했다.

워낙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도 n이 음가가 [ŋ]일 때 받침 ‘ㅇ’으로 적도록 하며 리비아 도시 Bengasi를 ‘벵가지’로 적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어식 철자이고 영어로는 보통 Benghazi라고 쓴다. 이들 로마자 표기는 문어체 아랍어 Banghāzī بنغازي에 해당하는 현지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흉내낸 것이다. 현지 구어체 아랍어에서도 /n/의 위치 동화가 나타나는데 Benkato는 위치 동화가 적용된 발음을 국제음성기호와 아랍어를 적는 로마자를 섞어서 [bǝŋġāzī]로 나타냈다(2014: 70). 그는 ġ가 구개수음 [ʁ]인지 연구개음 [ɣ]인지 특정하지 않았지만 전자라면 [bǝɴˈʁaːzi], 후자라면 [bǝŋˈɣaːzi]로 나타낼 수 있다. 구개수음 [ɴ]도 [ŋ]과 가까운 음이니 받침 ‘ㅇ’으로 적는 원칙을 적용하여 충분히 ‘벵가지’로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어체 아랍어 Banghāzī도 ‘방가지’로 쓸 수 있겠다.

그러니 연구개음인 k, 구개수음인 q, 구개수음 또는 연구개음인 kh와 gh 앞에서는 아랍어의 n을 받침 ‘ㅇ’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조합은 아랍어에 흔하지 않기 때문에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 간과한 듯하다. 하지만 튀르크어나 몽골어, 페르시아어에서 차용한 이름에서 간혹 등장한다. 주로 중세 튀르크계 인물 이름으로 등장하는 ʾĀq-Sunqur آق سنقر에서 Sunqur는 원래 새의 한 종류인 매를 뜻하는 고전 몽골어 šongqur ᠱᠣᠩ‍ᠬᠣ‍ᠷ에서 나온 이름으로 같은 단어가 이란 페르시아어 songhor سنقر, 튀르키예어 sungur 등으로 나타난다. 몽골어의 ng은 [ŋ]을 나타내고 페르시아어와 튀르키예어에서도 /n/의 위치 동화가 일어나니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모두 받침 ‘ㅇ’을 써서 ‘숑쿠르’, ‘송고르’, ‘숭구르’ 등으로 적을 수 있다. 아랍어 Sunqur도 ‘숭쿠르’로 적으면 이들과 표기가 조화된다.

한편 아랍어의 n은 b 앞에서도 흔히 위치 동화가 일어나 [m]으로 실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측면을 뜻하는 janb جنب /ʤanb/는 [ˈʤæmb~ˈʒæmb]로 흔히 실현된다(Canepari & Cerini 2016: 68). 하지만 기존 외래어 표기 규정에서는 n이 양순음 앞에서 [m]으로 실현되더라도 이를 한글 표기에서 반영한 예가 없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남자 이름 Gianpiero [ʤamˈpjɛːro, -ˈpjeː-]는 ‘잔피에로’로 적게 된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도 n의 음가가 [ŋ]일 때 받침 ‘ㅇ’으로 적는 것 외에는 ‘ㄴ’으로 적도록 하면서 튀르키예 도시 İstanbul [isˈtanbuɫ~isˈtambuɫ]을 ‘이스탄불’로 적는 예를 든다. 그러니 아랍어 janb 같은 경우도 n의 위치 동화를 무시하고 ‘잔브’로 적어야 할 것이다.

자음 앞 무성 폐쇄음 t ت, ṭ ط, k ك, q ق

차용어에서만 쓰이는 음소나 구어체 아랍어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발음을 제외하면 문어체 아랍어의 폐쇄음 음소는 b ب /b/, t ت /t/, d د /d/, ṭ ط /tˤ/, ḍ ض /dˤ/, k ك /k/, q ق /q/, ʾ ء /ʔ/이다. 이 가운데 t, ṭ, k, q, ʾ가 무성음인데 성문음이라서 한국어의 폐쇄음 음소에 대응시키기 어려운 ʾ는 나중에 다루고 t, ṭ, k, q의 표기부터 살펴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무성 폐쇄음은 무성 자음 앞에서 받침으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폴란드어,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타이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 등 [k]가 고유 어휘에서 무성 자음 앞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언어에서는 이를 받침 ‘ㄱ’으로 적는다. 영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타이어, 네덜란드어의 표기에서는 무성 자음뿐만이 아니라 유음과 비음을 제외한 모든 자음, 즉 장애음 앞에서도 [k]를 받침으로 적는다. 다만 영어, 네덜란드어 등에서는 [k] 앞에 장모음이나 이중모음이 올 때 ‘크’로 적는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도 모음과 [l], [r], [m], [n]을 제외한 자음 사이에 오는 무성 폐쇄음은 받침으로 적는다.

하지만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k가 겹칠 때에만 앞의 k를 받침 ‘ㄱ’으로 적고 나머지 자음 앞에서는 ‘크’로 적도록 했다. 그래서 사무실을 뜻하는 maktab مكتب는 ‘마크탑’으로 적고 ‘더 위대한’을 뜻하는 ʾakbar أكبر는 ‘아크바르’로 적는다. 하지만 기존 외래어 표기법 규정 가운데는 maktab 같은 조합의 k를 ‘크’로 적게 하는 것이 없으며 ʾakbar 같은 조합에서도 영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타이어, 네덜란드어의 표기 규정 및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따르면 k를 받침 ‘ㄱ’으로 적게 된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 무성 구개수 폐쇄음 [q]를 쓰는 것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뿐인데 모음 앞에서 ‘ㅋ’, 자음 앞에서 받침 ‘ㄱ’으로 적는다. 하지만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에서는 q가 겹칠 때만 앞의 q를 받침 ‘ㄱ’으로 적고 나머지 자음 앞에서는 ‘끄’로 적도록 했다. 그래서 시간을 뜻하는 waqt وقت는 ‘와끄트’로 적고 번영을 뜻하는 ʾiqbāl إقبال은 ‘이끄발’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표기 방식을 따른다면 waqt와 ʾiqbāl의 q는 받침 ‘ㄱ’으로 적게 된다. 참고로 아랍어 waqt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 waktu ‘왁투’로 차용되었으며 아랍어 ʾiqbāl에서 온 이름 Iqbal ‘익발’도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많이 쓰인다.

아랍어의 장애음 앞 무성 폐쇄음이 기존의 외래어 표기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기할만큼 발음이 다른 것은 아니다. Al-Hattami에 의하면 아랍어의 k, q 뒤에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따를 때 불파음 [k̚], [q̚]로 각각 발음된다(2010: 324–326). 즉 maktab [ˈmæk̚tæb], ʾakbar [ˈʔæk̚bar], waqt [ˈwɑq̚t], ʾiqbāl [ʔᵻq̚ˈbæːl]과 같이 발음된다는 것이다. 받침으로 적는 한국어의 종성 폐쇄음도 불파음이므로 [k̚], [q̚]는 받침 ‘ㄱ’에 가장 가깝게 발음된다. 즉 maktab ‘막타브’, ʾakbar ‘악바르’, waqt ‘왁트’, ʾiqbāl ‘익발’과 같이 적으면 Al-Hattami가 설명한 변이음을 잘 흉내낼 수 있다.

아랍어에서 이 위치의 k, q가 언제나 불파음으로 발음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언어에서도 장애음, 특히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따르는 무성 폐쇄음은 불파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발음되지는 않는다. 특히 러시아어에서는 조음 위치가 다른 폐쇄음 및 파찰음이 이어질 때 첫 자음이 파열되는 경향이 강하다(Canepari & Vitali 2018: 120). 예를 들어 남자 이름 Viktor​(Виктор) [ˈvʲiktər]는 빠른 발화가 아닌 이상 t가 발음되기 전에 k가 파열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를 흉내낸 ‘비크토르’ 대신 ‘빅토르’로 적는다. 앞에서 본 -lm의 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언어의 평균적인 발화에서 나타나는 세밀한 발음을 따져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언어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기 때문이다.

아랍어의 k, q가 무성음 앞에 오는 maktab, waqt 같은 경우는 기존 외래어 표기 규정을 볼 때 받침 ‘ㄱ’으로 적을 근거가 확실하다. 그런데 k, q가 유성 폐쇄음 앞에 오는 ʾakbar, ʾiqbāl 같은 경우는 조금 애매하다. 프랑스어, 폴란드어, 스웨덴어 등 여러 언어의 표기 규정에서 유성음 앞의 k는 ‘크’로 적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외래어 표기 규정에서 제시한 용례를 살펴보면 k를 자음 앞에서 ‘크’로 적은 것은 대부분 l, m, n, r 등 유음이나 비음 앞에서이고 유성 폐쇄음이나 파찰음 앞에서 ‘크’로 적은 용례는 러시아어의 Akbaur​(Акбаур) ‘아크바우르’ 하나뿐이다. 이는 튀르크어에서 나온 카자흐스탄 지명의 러시아어 이름이다(아랍어 ʾakbar와 우연히 닮았지만 관계는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에서 k 뒤에 유성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따르는 경우가 흔치 않고 복합어나 차용어에서만 가끔 나타나기 때문에 규정을 정할 때 k 뒤에 무성음이 따르는 경우와 유음이나 비음이 따르는 경우만 고려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단일 형태소 내부의 자음군을 이루는 장애음은 모두 유성음이거나 모두 무성음이기 때문에 복합어가 아닌 이상 k와 같은 무성음 뒤에 유성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올 일이 없다.

아랍어는 사정이 다르다. 아랍어에 무성음 k는 있는데 이와 대립하는 유성음 g는 없고 유성음 b는 있는데 이와 대립하는 무성음 p가 없다. 또 아랍어는 보통 세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어근을 토대로 모음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낱말을 파생하는 조어법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ʾakbar도 k-b-r 어근을 비교형을 만드는 서식인 ʾaCCaC에 대입시켜서 나온 단어이다. 같은 어근을 형용사를 만드는 서식 가운데 하나인 CaCīC에 대입하면 ‘위대한’을 뜻하는 kabīr كبير인데 비교형을 만드는 ʾaCCaC에 대입한 ʾakbar는 ‘더 위대한’을 뜻한다. 이처럼 아랍어 조어법에 쓰이는 다양한 서식 가운데는 어근을 이루는 자음이 서로 닿게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아랍어에는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이루어진 자음군이 다른 대부분의 언어보다 흔하다. 그래서 k 뒤에 b, d, j 등의 유성 폐쇄음과 파찰음이 따를 때의 표기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조합까지 염두에 두고 마련한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는 뒤의 자음이 [l], [m], [n], [r]가 아닌 이상 무성 폐쇄음은 받침으로 적는다. 그래서 이 원칙을 따른 1986년의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는 아랍어 ʾakbar에서 온 인도 무굴 제국 제3대 황제의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 Akbar اكبر를 ‘악바르’로 썼는데 웬일인지 현재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검색되는 표기 용례집에서는 출전에 대한 설명 없이 이 이름을 ‘아크바르’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이름은 현대 이란 인명 4건에서도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따른 ‘악바르’로 심의되었다(회의 제17차, 제18차, 제32차, 제101차). 그러니 아랍어 ʾakbar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여 ‘악바르’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t, ṭ도 받침 ‘ㅅ’으로 적어야 하지 않을까? 영어와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의 표기 규정에서 t는 적어도 무성 자음 앞에서 받침 ‘ㅅ’으로 적는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도 k를 받침 ‘ㄱ’으로 적는 환경에서 t 역시 받침 ‘ㅅ’으로 적는다. 하지만 폴란드어와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의 표기 규정에서는 t는 자음 앞에서 언제나 ‘트’로 적는다. 예를 들어 폴란드어와 체코어로 어머니를 뜻하는 matka는 ‘마트카’로 적는다.

이같이 규정을 정한 이유는 받침 ‘ㅅ’이 나타내는 [t]가 뒤따르는 다른 조음 위치의 자음에 동화되기 쉬운 음이기 때문이다. ‘앗바’, ‘앗가’는 표준 발음법을 따르면 각각 [앋빠], [앋까]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치 동화로 인해 [압빠], [악까]로 발음하기 쉽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앞의 자음이 겹자음으로 발음되게 하는 일본어의 촉음을 받침 ‘ㅅ’으로 적게 하여 北海道(Hokkaidō) [hokːaꜜidoː]를 ‘홋카이도’로 적게 했을 정도이다. 러시아의 반도 이름인 Kamchatka​(Камчатка)를 표기 규정에 따른 ‘캄찻카’ 대신 ‘캄차카’라고 쓰고 관용 표기로 인정한 예도 [t]가 뒤따르는 음에 인해 쉽게 탈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받침 ‘ㅂ’, ‘ㄱ’이 나타내는 [p], [k]는 뒤따르는 자음에 위치 동화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폴란드어, 체코어 등의 표기 규정에서는 원어의 [t]가 한국어 발음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트’로 옮기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 규정에서 자음 앞의 t를 받침 ‘ㅅ’으로 적도록 한 경우에도 실제로는 ‘트’를 쓰는 경우가 많다. 1986년의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는 독일어 남자 이름 Gottfried [ˈɡɔtfʁiːt]를 ‘곳프리트’로, 역시 독일어 남자 이름인 Gotthold [ˈɡɔthɔlt]를 ‘곳홀트’로 적었다. 이후 표준 표기는 더 현실적인 ‘고트프리트’, ‘고트홀트’로 각각 바뀌었다. 용례집에서 ‘콧부스’로 썼던 독일 지명 Cottbus [ˈkɔtbʊs]는 표준 표기 역시 아직 그대로 ‘콧부스’이지만 현실에서는 ‘코트부스’라는 표기가 훨씬 우세하다.

아랍어에서도 친절함을 뜻하는 luṭf لطف, 가게를 뜻하는 matjar متجر, 축을 뜻하는 quṭb قطب 같은 단어는 ‘룻프’, ‘맛자르’, ‘쿳브’와 같이 적기보다는 ‘루트프’, ‘마트자르’, ‘쿠트브’와 같이 적는 것이 로마자 표기에서 연상하기 쉬운 한글 표기 방식일 것이다.

유성 양순 폐쇄음 b ب

외래어 표기법에서 [b]는 모음 앞에서 ‘ㅂ’으로 적고 자음 앞과 어말에서 ‘브’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ʿAbdu llāh عبد الله를 ‘압둘라’로 적는 친숙한 표기에서는 d 앞의 b를 받침 ‘ㅂ’으로 적는다.

문어체 아랍어에는 b와 대립하는 무성음 p가 따로 없기 때문에 ‘브’로 적든 받침 ‘ㅂ’으로 적든 p와 혼동할 염려가 없다. 더구나 아랍어의 b는 무성자음 앞에서 무성음화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감옥을 뜻하는 ḥabs حبس /ћabs/는 [ˈћaps]로 흔히 발음되니 이를 반영하여 ‘합스’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Al-Hattami 2010: 319, Canepari & Cerini 2016: 58). 또 무성자음이 아니더라도 다른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뒤따르면 파열이 따로 들리지 않는 불파음으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노예를 뜻하는 ʿabd عبد /ʕabd/는 [ˈʕab̚d]로 발음되니 ‘압드’로 적을 근거가 있다(Al-Hattami 2010: 319). 불파음인 폐쇄음은 한글 받침으로 적는 한국어의 종성과 가장 발음이 가깝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자음 앞의 [b]를 ‘브’로 적는 가장 큰 이유는 무성음 [p]와 구별하기 위해서인데 아랍어에는 p가 없으니 혼동할 염려가 없다. 그러니 이 요소가 들어간 ʿAbdu llāh 같은 이름은 관용 표기대로 ‘압둘라’로 적는데 큰 지장이 없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d, t, s 앞에서 b를 받침 ‘ㅂ’으로 적게 했지만 빈도가 높은 자음이란 것 외에 굳이 이들 자음 앞에서만 받침 ‘ㅂ’으로 적는 것으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 ʾabjad أبجد ‘압자드’, yabkuru يبكر ‘얍쿠루’, sabq سبق ‘삽크’, ʾabshār أبشار ‘압샤르’, qubṣa قبص ‘쿱사’, khabṭ خبط ‘합트’ 등 무성음이나 폐쇄음, 파찰음 앞에서는 b를 받침 ‘ㅂ’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서 무성 폐쇄음 k, q를 받침 ‘ㄱ’으로 적는 환경에서는 b도 받침 ‘ㅂ’으로 적을 수 있다. 대신 비음(m, n), 유음(l, r), 유성 마찰음(dh, gh, z, ẓ), 유성음으로 발음될 수 있는 h, 반모음인 w 앞에서 b는 ‘브’로 써야 할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b가 반모음 y 앞에 오는 경우는 y와 합쳐 ‘비’로 써야 할 것이며 같은 형태소 내에서 b가 ʾ 또는 ʿ 앞에 오는 경우는 뒤 자음을 무시하고 b 하나만 있는 것처럼 써야 할 것이다.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에서는 d, t, s 앞에서만이 아니라 어말 b도 받침 ‘ㅂ’으로 적게 했다. 이것은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영어의 club [ˈklʌb] ‘*클럽’, Bob [ˈbɒb] ‘*밥’ 등 일부 용례에서 짧은 모음 뒤의 어말 [b]를 받침 ‘ㅂ’으로 적지만 원칙을 따른 표기가 아닌 예외적인 관용 표기이며 그것도 짧은 모음 뒤에서만 받침 ‘ㅂ’으로 적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은 예외를 두지 않고 어말 b를 받침 ‘ㅂ’으로 적도록 했으니 b가 긴 모음이나 aw, ay 뒤에 오는 남자 이름 Ḥabīb حبيب /ħabiːb/, ‘이상한’의 지소형 ghurayb غريب /ɣurajb~ʁurajb/ 같은 경우도 ‘하빕’, ‘구라입’으로 적는다.

아랍어도 영어를 비롯한 다른 여러 언어처럼 선택적으로 어말 b를 불파음 [b̚]으로 발음하는 일이 있지만 특히 긴 모음 뒤에서는 어말 b가 정상적으로 파열되는 일이 많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어말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는 것은 이들이 필수적으로 불파음으로 발음되는 타이어·베트남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 및 영어와 네덜란드어의 짧은 모음 뒤의 [p]와 같은 무성 폐쇄음뿐이다(영어의 [b]도 원칙적으로는 어말에서 언제나 ‘브’로 적는다). 그러니 기존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긴 모음을 따르는 경우에 특히 아랍어의 어말 b를 받침 ‘ㅂ’으로 적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관용 표기에서 아랍어의 어말 b를 받침 ‘ㅂ’으로 적는 예는 ʿArab عرب /ʕarab/ ‘아랍’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1930년도 《동아일보》 기사에도 나오는 역사가 오래된 표기이므로 예외적인 관용 표기로 처리할 수 있다.2 현행 외래어 표기법 도입 이전에는 유무성음 구별 없이 어말 폐쇄음은 받침으로 적는 일이 많아서 어말 b도 흔히 받침 ‘ㅂ’으로 적고는 했다. 1948년에 제정된 들온말 적는 법에서는 영어 club, tribe를 각각 ‘글럽’, ‘드라입’으로 쓰고 있다. 1958년에 발표된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에서는 어말 파열음에 ‘으’를 붙여 적도록 했지만 1976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영어 인명 Babe Ruth를 ‘베입 루드’로 적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 b를 받침 ‘ㅂ’으로 적는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다.3 그러다가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고 30년이 넘게 쓰이면서 비로소 영어 이외 언어에서 어말 [b]의 표기가 ‘브’로 어느 정도 통일된 것이다. 이제 와서 아랍어를 표기할 때만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혼란이 클 것이다. Ḥabīb는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등에서도 차용하여 남자 이름으로 쓰는데 아랍어에서 ‘하빕’으로 쓴다면 이란이나 파키스탄, 인도 인명으로도 ‘하빕’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지 헷갈리기 쉽다.

역사적으로 아랍어와 연관이 깊은 페르시아어는 아랍어와 달리 b 외에 p도 쓴다. 따라서 lab لب ‘라브’, shab شب ‘샤브’ 등의 어말 b와 chap چپ ‘차프’, gap گپ ‘가프’ 등의 어말 p가 구별된다. 페르시아어도 음성상으로 어말 폐쇄음이 무성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게 완성되지는 않아서 어말 b와 p의 구별은 유지된다(Tofigh & Abolhasanizadeh 2015: 134). 그러니 페르시아어의 어말 b, p는 둘 다 받침 ‘ㅂ’으로 적기보다는 ‘브’, ‘프’로 구별하여 적는 것이 좋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고대 히브리어의 b가 일부 위치에서 마찰음 v로 변했기 때문에 아랍어의 어말 b는 현대 히브리어의 어말 v에 대응된다. 히브리어와 아랍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이스라엘의 히브리어 지명 Tel Aviv תל אביב ‘텔아비브’는 문어체 아랍어로 Tall ʾAbīb تل أبيب ‘탈아비브’이다.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 어파에 속하는 여러 언어 가운데는 리프어와 카바일어와 같이 원래의 b가 마찰음 [β]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에서도 원래의 b를 마찰음으로 발음한다(Kossmann 2013: 179). 따라서 아랍어권에 속하는 북아프리카를 이르는 문어체 아랍어의 al-Maghrib المغرب, 북아프리카 구어체 아랍어의 əl-Maghrəb/əl-Məghrəb에서 온 카바일어 Lmeɣreb는 [lməɣrəβ]로 발음된다. 같은 이름은 프랑스어의 Maghreb [maɡʁɛb] ‘마그레브’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프랑스가 지배했으며 아직도 공공영역에서 프랑스어가 많이 쓰이고 모로코와 알제리에서는 아랍어와 함께 최근부터 베르베르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그러니 북아프리카의 언어 상황을 고려하여 되도록이면 아랍어의 어말 b는 프랑스어나 베르베르어의 표기에서처럼 ‘브’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말 b를 받침 ‘ㅂ’으로만 적게 하는 국어원 시안은 어말 자음군이 b로 끝나는 경우에도 적용해야 할지 특별한 언급이 없다. 다만 민족을 뜻하는 shaʿb شعب /ʃaʕb/의 표기는 국어원 시안에서 ‘샤압’으로 제시하여 자음 뒤의 b도 받침 ‘ㅂ’으로 적었다(한국어 화자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아랍어의 ʿ /ʕ/는 엄연한 자음이다). 그렇다면 개를 뜻하는 kalb كلب /kalb/, 축을 뜻하는 quṭb قطب‎ /qutˤb/, 풀을 뜻하는 ʿushb عشب /ʕuʃb/ 등에서도 어말 b는 받침 ‘ㅂ’으로 적으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자음 뒤의 어말 b는 불파음이 되지 않고 파열되기 마련이므로 ‘칼릅’, ‘꾸틉/꾸뜹’, ‘우슙’과 같은 표기는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기존 방식대로 ‘칼브’, ‘쿠트브’, ‘우슈브’로 적는 것이 어울리며 shaʿb도 ‘샤브’가 어울린다(ʿ의 표기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무성 강세 자음 ṣ ص, ṭ ط, q ق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은 q ق를 ‘ㄲ’으로 적게 했다. 학회 권고안은 더 나아가 ṣ ص를 ‘ㅆ’으로, ṭ ط를 ‘ㄸ’으로 적게 했다. 국어원 시안에서는 이들을 각각 ‘ㅅ’, ‘ㅌ’으로 적는다. 과연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에 예외를 둘만한 이유가 있을까?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폐쇄음의 된소리 표기는 타이어와 베트남어 표기에서만 허용된다. 타이어는 /t/, /tʰ/, /d/의 폐쇄음 3계열 대립, 베트남어는 /t/, /tʰ/, /ɗ/의 폐쇄음 3계열 대립을 보여 한국어의 된소리, 거센소리, 예사소리와 대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어의 /t/와 /tʰ/는 조음 위치가 같고 기식의 여부만 다르므로 각각 ‘ㄸ’, ‘ㅌ’으로 쓴다.

한편 ‘ㅆ’은 파열음(폐쇄음)이 아닌 마찰음이므로 이를 한글 표기에 쓰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s], [ʃ] 등 무성 마찰음은 ‘ㅅ’으로 적으므로 ‘ㅆ’은 보통 쓸 일이 없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일본어와 중국어, 베트남어의 표기에만 쓰이는데 일본어 표기 규정에서는 마찰음이 아니라 つ tsu [ʦɯ̥] ‘쓰’의 파찰음 [ʦ]를 ‘ㅆ’으로 나타내는 관용 표기를 인정한 것이다. 중국어와 베트남어의 경우 [s]를 ‘ㅆ’으로 적고 방언에 따라 [ʂ] 또는 [s]로 발음하는 음을 ‘ㅅ’으로 적는다. 사실 이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언어에서 치음이나 치경음 [s̪~s]은 한국어의 ‘ㅅ’보다는 ‘ㅆ’에 가깝게 인식될만큼 강하게 발음되는 반면 치경구개음이나 후치경음, 권설음 [ɕ~ʃ~ʂ]는 ‘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ɕ~ʃ~ʂ]를 보통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샤’, ‘셰’ 등으로 적어서 나타내어서 [s]와 구별하지만 중국어 sh의 대만식 발음이나 베트남어 s의 하노이식 발음에서는 [ʂ] 대신 [s]로 발음하므로 이 방식을 쓰기가 어색하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뒤따르는 모음과 합치는 방식으로 구별하는 대신 모든 방언에서 [s]로 발음하는 중국어 s와 베트남어 x를 ‘ㅆ’으로 적어서 구별한다.

이처럼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예외적으로 폐쇄음을 된소리로 표기하거나 ‘ㅆ’을 쓴 경우는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랍어의 ṣ, ṭ, q도 된소리로 적을 근거가 있는지 따지려면 먼저 아랍어의 강세 자음이 무엇이고 어떤 음성상의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는 ṭ ط /tˤ/, ḍ ض /dˤ/, ṣ ص /sˤ/, ẓ ظ /ðˤ~zˤ/ 등 강세 자음(emphatic consonant)이라고 부르는 음 네 개가 있다. 셈 어파에 속하는 여러 언어의 공통 조어인 셈 조어의 장애음 가운데는 일반 무성 자음이나 유성 자음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계열을 이루는 것들이 있었다. 이들은 아랍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셈 어파 언어에서도 계승되었다. 셈어학에서는 이들을 강세 자음이라고 부르고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ṭ, ḍ, ṣ, ẓ와 같이 밑에 점을 찍어서 나타낸다. 이러한 강세 자음의 목록과 자세한 발음 양상은 개별 언어 및 방언에 따라 차이가 난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 강세 자음은 보통 ṭ [tˤ], ṣ [sˤ]와 같이 인두음화한 음으로 보고 발음을 표기한다. 즉 [t], [s] 같은 일반 장애음을 발음하는 동시에 혀 뒤를 인두에 접근시키는 2차조음이 추가된 음으로 본 것이다. 이 2차조음 위치를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ṭ, ṣ는 구개수음화한 음 [tʶ], [sʶ] 또는 연구개음화한 음 [tˠ], [sˠ]로 묘사하기도 하며 이는 방언에 따른 차이도 있다.

사실 ṭ, ṣ 자음 자체는 다른 언어 화자 입장에서는 일반 [t], [s] 등과 크게 다르게 들리지는 않는데 자음 자체보다는 2차조음 때문에 주변 모음이 하강하고 중설화하여 모음 음가가 바뀌는 것이 더 두드러지게 들린다. 현대 표준 아랍어 모음 i, a, u, ī, ā, ū는 ṭ, ḍ, ṣ, ẓ, q 가운데 하나와 닿는 위치에서 음가가 바뀌어 [ᵻ], [ɑ], [ʊ], [ᵻː], [ɑː], [ʊː]로 각각 실현된다(Canepari & Cerini 2016: 58).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문어체 아랍어의 ī, ā, ū에 대응되는 모음이 강세 자음 주변에서 [eː], [ɑː], [oː]로 실현될 정도이다.

구어체 아랍어 가운데는 ṭ, ḍ, ṣ, ẓ 외에도 추가로 강세 자음을 쓰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 많다. 그런데 이런 강세 자음을 쓴다고 해서 꼭 자음 자체의 발음이 일반 자음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물을 뜻하는 단어가 [ˈmɑjjɑ]로 발음된다. 만약 기저형을 /majja/로 본다면 강세 자음이 아닌 /m/과 접한 위치에서 이집트 아랍어의 /a/는 변이음 [æ]로 실현되므로 [*ˈmæjjæ]로 발음되어야 한다. 그러니 첫 음을 강세 자음 ṃ /mˤ/이라고 보고 기저형을 /mˤajja/로 분석하여 [ˈmɑjjɑ]라는 발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ṃ은 강세 자음이지만 자음 자체의 발음이 특별히 일반 자음 m과 다른 것은 아니고 단지 이에 접하는 /a/의 변이음이 다르다는 차이만 있다. 강세 자음 음소를 추가하는 대신 모음 음소 /ɑ/를 추가해 물을 뜻하는 이집트 아랍어 단어의 기저형을 /mɑjjɑ/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 q는 보통 무성 구개수 폐쇄음 [q]로 발음된다. 하지만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방언에 따라 [q]를 비롯해 [ɡ], [ʔ], [ɢ], [k], [ʤ], [ɣ], [ʁ] 등으로 발음될 수 있어 실현 양상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8세기 기록에 의하면 유성음으로 발음되었다고 하니 고전 아랍어 발음은 [q]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문어체 아랍어의 q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q]를 기준으로 써야 할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아랍어의 q도 강세 자음 ṭ, ḍ, ṣ, ẓ처럼 주변 모음 음가에 영향을 준다. 아랍어의 강세 자음을 구개수음화된 음으로 본다면 구개수음인 q가 주변 모음에 비슷한 영향을 주는 것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아니나 다를까 q를 k ك /k/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 즉 ḳ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ḥ ح /ħ/도 h ه /h/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으로 볼 수 있고 ʿ ع /ʕ/도 ʾ ء /ʔ/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ṭ, ḍ, ṣ, ẓ는 각각 t, d, s, z에 2차조음이 추가된 것인데 비해 q, ḥ, ʿ는 k, h, ʾ와 비교할 때 조음 위치부터가 다르다.

먼저 아랍어의 ṭ, ṣ, q를 된소리로 적을 근거가 있는지 음성학적으로 살펴보자. 아랍어에서는 기식음이 변별적 자질이 아니다. 그런데 아랍어의 t, k는 방언에 따라서, 주변 모음 길이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보통 약한 기식음을 동반한다. VOT(Voice Onset Time, 성대진동 시작시간)를 재어보면 아랍어의 t, k의 VOT는 30~​60ms 정도이며 보통 장모음 앞에서 더 길다(영어의 t, k 및 한국어의 ‘ㅌ’, ‘ㅋ’는 60~​100ms 정도, 한국어의 ‘ㄸ’, ‘ㄲ’는 10~​20ms 정도). 그러니 순전히 VOT로만 따지면 아랍어의 t, k는 한국어의 ‘ㄸ’, ‘ㄲ’과 ‘ㅌ’, ‘ㅋ’의 중간 음이다. 그런데 아랍어의 ṭ, q는 VOT가 10~​30ms 정도이므로 한국어의 ‘ㄸ’, ‘ㄲ’와 겹친다. 각 방언마다 t, k의 VOT는 차이가 나지만 ṭ, q의 VOT와 비교해서는 근소하게나마 더 길다는 것이 일정하다(AlDahri 2013: 13). t, k가 ṭ, q보다 VOT가 약간 더 길다는 점은 Embarki가 인용하는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다(2013: 38).

따라서 VOT로만 따지자면 t, k는 ‘ㄸ’, ‘ㄲ’와 ‘ㅌ’, ‘ㅋ’의 중간 정도의 음이고 ṭ, q는 ‘ㄸ’, ‘ㄲ’에 더 가깝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된소리와 예사소리, 예사소리와 거센소리의 VOT 범위가 겹치기 때문에 VOT만 가지고 이들을 분별할 수는 없다. VOT 외에 폐쇄음과 파찰음의 3계열 대립 분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로 폐쇄 지속 시간, 파열 강도, 뒤이은 모음의 F0(기본 주파수) 등이 거론된다. F0은 거센소리가 된소리보다 조금 더 높은데 아랍어에서도 t, k 등 일반 자음 뒤의 F0이 ṭ, q 등 강세 자음 뒤의 F0보다 더 높다. 따라서 음성상으로 ṭ, q는 한국어의 ‘ㅌ’, ‘ㅋ’보다는 ‘ㄸ’, ‘ㄲ’에 더 가까운 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찰음인 s와 ṣ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한국어에서 ‘ㅅ’과 ‘ㅆ’은 마찰 지속 시간으로 구별된다. ‘ㅆ’이 ‘ㅅ’보다 마찰 지속 시간이 길고 대신 ‘ㅅ’은 기식음 부분이 길다(Chang 2007: 42). 한국어 화자들은 다른 언어의 [s]를 보통 ‘ㅆ’으로 인식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의 ‘ㅅ’보다 마찰 지속 시간이 길고 기식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랍어의 s [s]도 마찬가지로 ‘ㅆ’으로 인식된다. ṣ는 어떨까?

아랍어의 s와 ṣ는 마찰 부분이나 기식음 부분의 길이로는 구별되지 않고 대신 F1(제1음형대)과 F2(제2음형대)로 주로 구별된다. 이에 반해 한국어의 ‘ㅅ’과 ‘ㅆ’은 F1과 F2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랍어의 s와 ṣ 구별과 한국어의 ‘ㅅ’과 ‘ㅆ’ 구별은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

Hong & Sarmah가 아랍어를 공부하는 한국어 화자(KA)와 아랍어를 공부한 적이 없는 한국어 화자(KN)가 아랍어 음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대체로 t는 ‘ㅌ’, ṭ는 ‘ㄸ’으로 인식했지만 s는 ‘ㅆ’으로, ṣ는 ‘ㅅ’으로 인식한 경우가 많았다. KA의 경우 s는 전원 ‘ㅆ’으로 인식했고 ṣ는 대부분 ‘ㅆ’으로 인식했지만 ‘ㅅ’으로 인식한 이도 있었고 KN의 경우 다수가 s는 ‘ㅆ’으로, ṣ는 ‘ㅅ’으로 인식했다(2009: 384). 즉 아랍어의 s와 ṣ 표기를 구별하려면 차라리 학회 권고안과는 정반대로 s는 ‘ㅆ’으로, ṣ는 ‘ㅅ’으로 적는 것이 실제 들리는 발음에 오히려 더 가깝다.

더구나 ‘ㅆ’을 아랍어 표기에 사용한다면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 무성 치 마찰음으로 발음되는 th ث [θ]를 적는데 쓸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국어 화자들은 [θ]를 ‘ㅅ’보다는 ‘ㅆ’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회 권고안은 ‘ㅅ’ 또는 ‘ㅆ’과 비슷한 아랍어의 무성 마찰음 세 개 가운데 한국어 화자들이 보통 ‘ㅆ’에 가까운 음으로 인식하는 s와 th는 ‘ㅅ’으로 적게 하면서 하필이면 한국어 화자들이 ‘ㅆ’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ṣ만 ‘ㅆ’으로 적게 한 셈이다.

다음으로 이들 자음을 된소리로 적는 문제에 대해서 비교언어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셈 조어에서는 오늘날의 에티오피아 셈 어군과 현대 남아라비아 어군에서처럼 강세 자음이 방출음, 즉 폐에서 나온 기류를 쓰는 대신 입안에 일시적으로 가두었던 공기를 순간적으로 밖으로 내보내는 소리로 실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방출음 [kʼ]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셈 조어의 *ḳ가 아랍어에서는 조음 위치가 후진하여 q로 변했다. 따라서 통시적인 관점에서는 q가 k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으로 출발한 것이 맞다. 또 셈 조어의 *ṭ [tʼ]와 *t [t]는 아랍어의 ṭ와 t로, *ṣ [sʼ]와 *s [s]는 아랍어의 ṣ와 s로 그대로 이어졌다.4

한편 아랍어에서 파생된 몰타어에서는 t, ṭ, th가 합쳐져 [t]가 되었고 d, ḍ, dh가 합쳐서 [d], s, ṣ가 합쳐서 [s], h, ḥ, kh가 합쳐서 [ħ]가 되었다. 그러니 몰타어에는 강세 자음 ṭ, ṣ가 없다. 몰타어의 q는 일부 방언을 제외하고는 여러 구어체 아랍어에서처럼 성문 폐쇄음 [ʔ]가 되었다.

셈 어파에 속하지 않는 다른 언어에서 아랍어를 차용할 때는 보통 강세 자음과 일반 자음의 구별이 소실된다. 인도·유럽 어족에 속하는 페르시아어·파슈토어·우르두어,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튀르키예어·아제르바이잔어·우즈베크어·카자흐어, 남도 어족에 속하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은 모두 아랍어의 s와 ṣ 및 t와 ṭ의 구별을 하지 않고 각각 s와 t로 합친다. 그런데 k와 q는 구별하는 언어가 많다. s와 ṣ, t와 ṭ와 달리 k와 q는 조음 위치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물론 q와 같은 구개수음을 쓰지 않는 언어도 많기 때문에 튀르키예어처럼 q를 k와 합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 음악에서 쓰이는 선법을 이르는 아랍어 maqām مقام‎은 튀르키예어에서 makam으로 차용되었다. 우르두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차용어에서만 q를 쓰고 이마저 k와 합치는 화자가 많다. 외래어 표기법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표기 규정에서는 q를 ‘ㅋ’으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이슬람교 경전 쿠란의 다른 이름인 아랍어 furqān فرقان에서 온 furqan을 ‘푸르칸’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다른 언어 가운데는 아랍어의 q를 단순히 차용 음소가 아니라 고유 음소 가운데 하나와 동일시하여 받아들인 예가 많다. 페르시아어의 일부 방언은 고유 음소 /ɣ/와 아랍어의 /q/를 합쳤다. 현대 페르시아어 방언 가운데 타지크어나 다리어에서는 차용어의 q를 아랍어를 흉내낸 [q]로 발음하지만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는 q를 gh /ɣ/와 완전히 합쳐 어두와 비음 뒤에서는 [ɢ], 기타 위치에서는 [ɣ~​ʁ]로 발음하기 때문에 기존 표기 용례에서 ‘ㄱ’으로 적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랍어 Qāsim قاسم에 해당되는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 남자 이름은 q를 gh로 읽은 Ghāsem قاسم‎을 기준으로 ‘가셈’으로 적는다.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여러 언어 가운데는 고유 어휘에서도 구개수음이 있어서 k와 q가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카자흐어와 위구르어 등 k와 q를 구별하는 튀르크 어족 언어에서도 q는 ‘ㄲ’으로 적기 곤란하다. 이들 언어에서는 조음 위치만 k와 다를뿐 q도 k처럼 기식음을 동반하거나 아예 파찰음이 되어 [qʰ] 또는 [qχ]로 발음된다(Dotton & Wagner 2018: 6, Engesæth & Yakup & Dwyer 2009: 8~​9). 그러니 이들 언어의 q는 ‘ㄲ’보다는 ‘ㅋ’에 가깝게 들리게 마련이다.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 국호인 Qazaqstan​(Қазақстан)은 ‘카작스탄’으로 적는 것이 ‘ㄲ’을 써서 적는 것보다 실제 발음에 가깝다.

이렇듯 아랍어의 ṭ, ṣ, q 가운데 된소리로 적을만한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은 ṭ와 q뿐이다. 그러나 아랍어의 일반 자음과 강세 자음의 구별은 한국어의 예사소리·거센소리와 된소리의 구별과는 잘 들어맞지 않으며 일반 자음과 강세 자음의 대립쌍 가운데 d와 ḍ, h와 ḥ, z와 ẓ, ʾ와 ʿ는 구별하여 적을 수 없으니 ṭ와 q를 된소리로 적는다고 해도 아랍어의 강세 자음을 한글 표기에서도 구별하여 나타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타이어와 베트남어에서 쓰이는 무성 무기음과 무성 유기음은 모두 예외 없이 한글 표기로도 구별할 수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아랍어를 차용한 다른 언어에서는 대부분 ṭ와 q를 각각 t와 k와 합치며 카자흐어와 위구르어처럼 q와 k를 구별하더라도 q를 거센소리 ‘ㅋ’ 비슷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랍어 발음을 상세히 구별하는데 치중하여 ṭ와 q를 된소리로 적으면 다른 언어와 한글 표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예를 들어 12세기 중반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을 다스린 튀르크계 군주 Quṭbu d-Dīn قطب الدين은 튀르키예어로는 Kutbuddin 또는 Kutbüddin,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Qutbuddīn قطب‌الدین이라고 하므로 ‘쿠트부딘’으로 적는 게 자연스러운데 아랍어 이름을 ‘꾸뜨부딘’이라고 적는다면 불필요한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아랍어 ṭ와 q는 거센소리 ‘ㅌ’와 ‘ㅋ’으로 각각 적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무성 연구개 또는 구개수 마찰음 kh خ

아랍어의 kh خ는 무성 연구개 마찰음 [x] 내지 무성 구개수 마찰음 [χ]로 발음된다. 그런데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모음 앞에서 ‘ㅋ’으로, 어말과 자음 앞에서 ‘크’로 적게 했다. 지금까지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x~χ]를 모음 앞에서 ‘ㅎ’으로, 어말과 자음 앞에서 ‘흐’로 적어왔다. 독일어, 에스파냐어, 중국어, 폴란드어,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의 표기에서 [x] 또는 [χ]로 발음되는 음을 ‘ㅎ’으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표기에서도 kh /x/는 모음 앞에서 ‘ㅎ’으로 적는데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받침 ‘ㄱ’이나 ‘크’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x]는 아랍어에서 차용한 외래 음소이므로 많은 이들이 고유 음소인 [h]​(주로 음절 초) 또는 [k̚]​(주로 음절 말)로 대체한다.

다만 베트남어의 표기에서 kh [x]를 ‘ㅋ’으로 적는데 이 음은 중세 베트남어에서 [kʰ]로 발음되었다. 오늘날 베트남어의 t, th, d는 중세 발음 그대로 폐쇄음인 [t], [tʰ], [ɗ]이기 때문에 각각 ‘ㄸ’, ‘ㅌ’, ‘ㄷ’으로 적는 것처럼 k, kh, g는 현대 발음에서는 [k], [x], [ɣ]로 변했지만 중세 베트남어에서 쓰던 폐쇄음 발음 [k], [kʰ], [ɡ]를 따라 각각 ‘ㄲ’, ‘ㅋ’, ‘ㄱ’으로 적는다.

하지만 아랍어의 kh는 통시적으로도 폐쇄음 [k]로 발음된 적이 없다. 아랍어 kh는 셈 조어로 거슬러 올라가면 *ḫ에 대응되는데 이 음 역시 마찰음 [x~χ]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재구된다. 셈 어파에 속하는 다른 여러 언어 가운데 고대 히브리어와 아람어, 고전 에티오피아 셈어인 게에즈어에서도 *ḫ에서 나온 음이 [x~χ]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비롯하여 현대 에티오피아 셈어인 암하라어와 티그리냐어에서는 [ħ]로 발음이 변해 원래의 ḥ와 합쳐졌다. 나아가 암하라어에서는 [ħ]까지 [h]로 발음이 변하면서 원래의 ḫ, ḥ, h의 구별이 사라져 [h] 한 음으로 합쳐졌다. 중세 아랍어에서 갈라져 나온 몰타어에서도 원래의 kh와 ḥ, h가 합쳐져 ḥ [ħ]로 발음된다. 그러니 아랍어 주변의 다른 셈어에서는 역사적으로 아랍어의 kh에 대응되는 음이 우리가 ‘ㅎ’으로 적는 ḥ나 h와 같이 발음이 변한 것이다.

대신 히브리어와 아람어, 티그리냐어에서는 원래의 k 일부가 환경에 따라 [x~χ]로 발음이 변했기 때문에 원래의 ḫ 음이 소실된 이후 다시 비슷한 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주류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ḥ가 k에서 나온 [x~χ]와 합쳐지기까지 했다. 기존 표기 용례를 보면 현대 이스라엘 인명에서 통용 로마자 Michael, Mordechai로 쓰는 Mikha’el מיכאל, Mordokhai~Mordkhai מרדכי를 각각 ‘미하엘’, ‘모르데하이’로 적었는데 여기서 kh כ [x~χ]는 고대 히브리어에서는 원래 [k]로 발음되던 음이다. 이처럼 히브리어에서는 예전에 [k]로 발음되던 음도 오늘날의 발음에 따라 ‘ㅎ’으로 적는데 아랍어에서는 [k]로 발음된 적이 없는 kh를 ‘ㅋ’으로 적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스라엘에서는 히브리어와 아랍어가 공용어로 쓰이며 아랍계 주민도 많다. 통용 로마자로 Ishmael Khaldi라고 부르는 베두인족 출신 아랍계 이스라엘 외교관이 있는데 이름은 원래 아랍어로 ʾIsmāʿīl Khāldī إسماعيل خالدي‎이고 이를 히브리어로 흉내내어 Isma’il Ḥaldi איסמעיל חאלדי라고 쓴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ḥ의 발음이 kh처럼 [x~χ]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히브리어를 기준으로 표기하면 ‘이스마일 할디’가 된다. 그런데 아랍어 kh를 ‘ㅋ’으로 적는다면 정작 아랍어 이름을 기준으로는 ‘이스마일 칼디’가 된다.

오늘날 아람어 가운데 화자 수가 가장 많은 아시리아 신아람어에서도 현대 히브리어와 마찬가지로 ḥ를 보통 k에서 나온 kh처럼 [x]로 발음한다. 그래서 아시리아 신아람어 이름 Denḥā ܕܢܚܐ는 아랍어로 Dinkhā دنخا로 쓴다. Denḥā를 ‘덴하’ 또는 ‘뎅하’로 쓴다면 아랍어 Dinkhā도 ‘딘카’보다는 ‘딘하’ 또는 ‘딩하’로 쓰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라크나 시리아 등에서 쓰이는 신아람어는 공용어 지위가 없는 소수 언어이기 때문에 직접 한글로 표기하기보다는 공용어인 아랍어에서 쓰는 형태를 기준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랍어와 함께 소말리아의 공용어인 소말리어는 셈 어파에 속하지는 않지만 셈 어파처럼 아프리카·아시아 어족의 한 갈래인 쿠시 어파에 속한다. 오늘날 소말리어는 독특한 로마자 철자로 쓰며 kh [x~χ], x [ħ], h [h]를 구별한다. 즉 아랍어의 kh, ḥ, h와 일대일 대응이 가능하다. 그래서 아랍어 shaykh شيخ는 소말리어에서 sheekh ‘셰흐’로, 아랍어 khalīfah خليفة는 소말리어에서 khalif ‘할리프’로 쓴다. 2012년에는 당시 소말리아 대통령을 소말리어 이름 Maxamuud, Xasan Sheekh에 따라 ‘마하무드, 하산 셰흐’로 표기하는 것으로 심의했다. 이는 아랍어 Ḥasan Shaykh Maḥmūd حسن شيخ محمود에서 온 이름이다. 이처럼 소말리어 이름은 아랍어에서 온 것이 많으니 되도록이면 kh의 표기를 아랍어와 통일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랍어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페르시아어의 kh خ도 [x~χ]로 발음되기 때문에 Khomeynī خمینی‎ ‘호메이니’, Khāmenehʾī خامنه‌ای‎ ‘하메네이’ 등 기존 표기 용례에서는 ‘ㅎ’으로 적었다. 이 음은 페르시아어에 원래 있던 음이기도 하고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에서도 원어의 kh를 나타내는데 쓰인다. 페르시아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시인인 ʿOmar Khayyām عمر خیام은 현대 페르시아어 발음에 따라 ‘오마르 하이얌’으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인데 이는 원래 아랍어에서 온 이름으로 아랍어 발음은 ʿUmar Khayyām이다. 그는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로 저술 활동을 한 이중언어 구사자였으며 이는 당대 페르시아 지식인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페르시아어의 kh는 ‘ㅎ’으로 적는데 아랍어에서는 ‘ㅋ’으로 적는다면 이처럼 아랍과 페르시아 문화를 넘나든 인물 이름을 표기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이런 근대 이전 이슬람 세계 페르시아 인물은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을 기준으로 적되 아랍어에서 차용한 음소는 아랍어에서처럼 적고 긴 모음 ē, ō만 각각 아랍어식 ī, ū인 것처럼 ‘이’, ‘우’로 적는다면(현대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도 고전 페르시아어의 ē, ō가 ī, ū로 바뀌었다) 원어를 아랍어로 보든 페르시아어로 보든 표기가 대부분 통일된다. 아랍어 ʿUmar Khayyām은 아랍어식으로 적은 고전 페르시아어로도 ʿUmar Khayyām이다. 그런데 아랍어의 kh만 ‘ㅋ’으로 적어 아랍어 이름으로서는 ‘우마르 카이얌’으로 적는다면 여전히 페르시아어식 ‘우마르 하이얌’과 표기 차이가 나서 불편할 것이다.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여러 언어는 역사적으로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보통 [x~χ]와 [h]를 구별하지만 튀르키예어 같은 경우는 원래의 [x~χ]도 [h]와 합쳐져 둘 다 h로 쓴다. 그래서 튀르키예어로 아랍어 shaykh는 şeyh ‘셰이(흐)’, khalīfah는 halife ‘할리페’이다. 우즈베크어에서는 원래의 x [x~χ]와 h [h]를 구별하여 각각 shayx ‘샤이흐’, xalifa ‘할리파’로 쓴다. 우즈베크어, 아제르바이잔어 등 옛 소련에서 쓰이는 튀르크어에서는 x [x~​χ]가 러시아어의 kh​(х)를 나타내는 글자로도 쓰인다. 러시아어 이름 Mikhail​(Михаил) ‘미하일’은 우즈베크어로 Mixail ‘미하일’로 쓴다.

이렇듯 아랍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여러 언어를 살펴보면 kh를 ‘ㅋ’으로 쓸 근거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정작 한국어 화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영어를 비롯하여 아랍어권 여러 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프랑스어에는 [x~​χ]로 발음되는 고유 음소가 없다. 그래서 아랍어의 kh는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보통 [k]로 흉내낸다. 아랍어 shaykh, khalīfah에서 온 영어 단어는 각각 sheik/​sheikh ‘셰이크~시크’, caliph ‘케일리프’이다. 후자의 경우 중세 라틴어 calipha, 중세 프랑스어 caliphe를 걸쳐 영어 caliph가 된 것이다. 중세에 이베리아반도와 지중해 등지에서 아랍어를 접한 유럽인들이 쓴 로망어(통속 라틴어에서 분화한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등의 언어)에는 당시에 [x] 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라틴어에 원래 있었던 [h] 음까지 사라졌기 때문에 아랍어의 kh를 흔히 그냥 [k]로 받아들였다.

원어 발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로마자 kh는 영어식으로 그냥 ‘ㅋ’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셈 어파는 아니지만 아프리카·아시아 어족에 속하는 이집트어에서 온 고유 명사 Khufu​(ḫw.f-wj), Tutankhamen​(twt-ꜥnḫ-jmn)에서 kh는 셈 어파의 ḫ에 대응되는 이집트어의 마찰음 ḫ [x~χ]인데 표준 표기는 그냥 철자식으로 읽은 ‘쿠푸’, ‘투탕카멘’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어 kh​(χ)와 라틴어 ch를 ‘ㅋ’으로 적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쿠푸는 고대 그리스어로 Khéops​(Χέοψ) ‘케옵스’라고 불렀고 라틴어식으로는 Cheops ‘케옵스’라고 적는다. 하지만 아랍어는 이집트어처럼 사멸한 언어가 아니므로 로마자 kh를 영어식으로 ‘ㅋ’으로 적는 게 편하다고 해서 원 발음을 무시하기가 곤란하다.

아랍어의 kh는 기존 외래어 표기법과 같이 모음 앞에서는 ‘ㅎ’으로, 어말과 자음 앞에서는 ‘흐’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성 연구개 또는 구개수 마찰음 gh غ

아랍어의 gh غ는 유성 연구개 마찰음 [ɣ] 내지 유성 구개수 마찰음 [ʁ]로 발음된다. 국어원 시안 및 학회 권고안에서는 모음 앞에서 ‘ㄱ’으로, 어말과 자음 앞에서 ‘그’로 적게 했으며 이는 통용 로마자 표기 gh에 따른 예전의 표기 용례에서도 똑같이 적었다. 이에 대응되는 무성음 kh를 한국어에서 마찰음으로 발음되는 ‘ㅎ’, ‘흐’로 적는데 gh는 한국어에서 폐쇄음으로 발음되는 ‘ㄱ’, ‘그’로 적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무성 치 마찰음 th [θ]를 한국어에서 마찰음으로 발음되는 ‘ㅅ’, ‘스’로 적고 이에 대응되는 유성 치 마찰음 dh [ð]는 한국어에서 폐쇄음으로 발음되는 ‘ㄷ’, ‘드’로 적는 것과 이유가 비슷하다. 바로 한국어에 무성 마찰음은 있지만 유성 마찰음은 없기 때문이다. 무성 마찰음 kh, th는 발음은 다르더라도 한국어에서 무성 마찰음으로 흉내낼 수 있는데 유성 마찰음 gh, dh를 흉내낼 수 있는 유성 마찰음은 없으니 모음 사이 또는 유성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유성 폐쇄음으로 발음되는 ‘ㄱ’, ‘ㄷ’으로 각각 흉내내는 것이다. 영어, 독일어 등에서도 아랍어의 gh는 비슷한 조음 위치의 유성 마찰음이 없기 때문에 보통 유성 폐쇄음 [ɡ]로 흉내낸다.

에스파냐어와 포르투갈어에서는 어두와 비음 뒤를 제외한 위치에서 g /ɡ/가 약한 마찰음 변이음 [ɣ]로 실현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ㄱ’으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아랍어에서 차용한 단어에 나타나는 [ɣ]를 gh로 적는데 이를 [ɡ]로 대체하는 화자가 많으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g와 같이 ‘ㄱ’으로 적는다. 반면 네덜란드어에서 g로 적는 /ɣ/는 ‘ㅎ’으로 적는데 이것은 네덜란드 북부에서는 무성음 ch /x/와 합쳐 [x~χ]로 발음하는 화자가 많고 다른 방언에서도 [x̞], [ɦ] 등 무성음으로 흔히 발음하는 현실을 따른 것이다.

한편 독일어, 프랑스어를 비롯하여 특히 유럽 언어 가운데 r가 [ʁ]로 실현되는 언어도 많지만 역사적으로 [r]에서 온 음이고 아직 [r]를 쓰는 방언도 있으니 외래어 표기법에서 ‘ㄹ’로 적는다.

유성 양순 연구개 접근음 w و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 [w]의 음가를 가지는 w는 앞에 [k], [ɡ], [h], [x]의 음가를 가지는 자음이 있을 경우 그 자음까지 합쳐 ‘콰’, ‘퀘’ 등으로 적고 그 밖의 자음이면 ‘으’를 붙여 따로 적도록 하고 있다. 아랍어에서도 kw, hw, ḥw, khw 등의 조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들도 ‘콰’, ‘화’ 등으로 합쳐 적어야 할까?

이런 규정은 이런 조합은 여러 언어에서 한 단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겼다. 영어 white ‘화이트’에서 철자 wh로 나타내는 [hw]는 한 음소인 /ʍ/로 분석하기도 한다. 영어 language ‘랭귀지’, quality ‘퀄리티’에서 철자 gu, qu로 각각 나타내는 [ɡw], [kw]는 라틴어의 음소 /ɡʷ/, /kʷ/에서 왔다.

하지만 아랍어에 나타나는 kw, hw, ḥw, khw 등의 조합은 단지 k, h, ḥ, kh로 끝나는 음절 뒤에 w로 시작하는 음절이 올 때에만 나타난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는 각 음절이 자음 하나로 시작해야 한다는 음절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Ryding, 34). 음절 초성으로는 kw, hw 등을 포함하여 자음군 자체가 올 수 없다. 그러니 아랍어의 음절 구조를 놓고 보면 이들을 bw, nw, sw, thw 등과 같은 조합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폴란드어의 ł [w]는 원래 설측음으로 발음되었고 지금도 일부 방언에서는 [ɫ̪]로 발음한다. 그래서 kł [kw], chł [xw] 같은 조합은 다른 자음과 이루는 조합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Kłodzko ‘크워츠코’, Wichłacz ‘비흐와치’와 같이 적는다. 아랍어에서도 kw, hw, ḥw, khw 등에 대한 특별한 규정 없이 takwīn تكوين ‘타크윈’, qahwa قهوة ‘카흐와’, al-Maḥwīt المحويت‎ ‘마흐위트’, ʾikhwān إخوان ‘이흐완’과 같이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음 앞과 어말의 w는 ‘우’로 적을 수 있다. jawz جوز ‘자우즈’, law لو ‘라우’와 같이 이중모음 /au/로도 분석할 수 있는 aw 조합이 흔하지만 드물게 wāw واو ‘와우’, khidīw خديو ‘히디우’와 같이 다른 모음 뒤에도 w가 올 수 있다. 또 어말에서는 자음 뒤에 w가 올 수 있다. 아랍어에서 초성 자음군은 허용되지 않지만 어말에서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자음과 w를 갈라 적어 badw بدو는 ‘바드우’로 적도록 했지만 같은 음절에 속하는 자음군을 꼭 갈라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어말 자음 뒤의 w는 [w] 외에 [u]로도 실현될 수 있다(Canepari & Cerini 2016: 72). 만약 w 앞의 자음이 l이라면 ḥulw حلو ‘훌우’에서처럼 갈라 적은 결과가 설측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니 앞의 자음과 갈라 적지 않고 badw بدو ‘바두’, ḥulw حلو ‘훌루’, ḥashw حشو ‘하슈’, rakhw رخو ‘라후’와 같이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아랍어와 달리 고전 페르시아어에는 [xw] 또는 [xʷ]로 발음되는 초성 khw خو가 쓰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랍어 고유 명사를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에 따라 로마자로 적는 《이슬람 백과사전(Encyclopaedia of Islam)》에서는 9세기초에 바그다드에서 활약하며 아랍어로 저술 활동을 한 학자 الخوارزمي를 al-K̲h̲wārazmī로 적는다. 고전 페르시아어로 Khwārazm خوارزم ‘화라즘’이라고 부르는 중앙아시아의 지역에서 딴 이름이다(고전 페르시아어의 표기에서는 khw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화’와 같이 적어야 할 것이다).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는 고전 페르시아어의 w가 v [v]로 변했지만 원래의 khw는 [x]로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Khārazm [xɒːˈræzm] ‘하라즘’으로 발음하며 《이라니카 백과사전(Encyclopædia Iranica)》에서는 Ḵᵛārazm으로 적어 v가 묵음임을 나타낸다. 참고로 이 지명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호라즘(Khorezm)’으로 쓰는데 한글 표기는 우즈베크어와 타지크어(타지키스탄 페르시아어)에서 쓰는 Xorazm​(Хоразм)을 따르고 로마자 표기는 카자흐어 Xorezm​(Хорезм) 및 투르크멘어의 Horezm에 가까운 러시아어 Khorezm​(Хорезм)을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슬람 백과사전》은 이 인명을 아랍어식 정관사 al ال을 붙인 형태로 제시했지만 로마자 표기는 아랍어가 아닌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을 따랐다. 아랍어의 음절 제약을 따르면 원칙적으로 지명은 아랍어로 Khuwārizm خوارزم ‘후와리즘’, 인명은 아랍어로 al-Khuwārizmī الخوارزمي ‘후와리즈미’라고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고전 페르시아어의 영향으로 아랍어의 로마자 표기를 al-Khwārizmī 또는 al-Khwārazmī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예외적으로 아랍어에서도 초성 자음군 khw가 보존되는 경우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화리즈미’와 같이 써야 할 것이다.

유성 경구개 접근음 y ي

아랍어에서 y ي /j/는 자음 역할을 한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 음절 초에는 자음 하나만 허용되므로 어중에서만 자음 뒤에 y가 올 수 있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이런 경우 y를 앞의 자음과 갈라 적어 예를 들어서 ʔabyaḍ أبيض는 ‘아브야드’로 적도록 하고 있다.

다른 언어의 표기나 아랍어에서 쓰는 차용어의 표기는 고려하지 않고 순수 아랍어식 어휘만 다루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방식과 다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음 뒤, 모음 앞의 /j/를 앞의 자음과만 합치는 ‘이’로 적거나(영어 [jə],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i [j], 루마니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포르투갈어, 앞의 자음은 물론 뒤의 모음과도 합쳐 ‘야’, ‘예’ 등으로 적는다(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폴란드어 j [j],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에서는 Il’ya​(Илья) [ɪˈlʲja]를 ‘일리야’로 적는 등 앞의 자음과 합친 ‘이’와 뒤따르는 자음과 합친 ‘이’를 겹쳐 쓴다. 또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도 자음 뒤, 모음 앞의 y를 앞의 자음과 합치는 ‘이’로 적는다.

다만 타이어에서는 자음과 모음 사이의 y를 앞의 자음과는 갈라 적고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다. Adunyadet อดุลยเดช ‘아둔야뎃’, lamyai ลำไย ‘람야이’로 적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타이어 철자에 분명히 드러나는 음절 경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Adunyadet의 n은 초성에서 l을 나타내는 글자인 ล이 종성에서 쓰일 때만의 음가이고 lamyai의 am ำ은 운모로만 쓰이는 조합이다. 그러니 종성 ล을 받침 ‘ㄴ’으로 적고 운모 ำ을 ‘암’으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려면 뒤에 y가 아니라 모음이 따르더라도 뒤따르는 음절은 갈라서 적는 것이 당연하다. 철자에서 각 음절을 다른 글자로 쓰는 중국어에 비교하자면 大连/大連(Dàlián) [tâ.ljɛ̌n] ‘다롄’이 아니라 安阳/安陽(Ānyáng) [án.jɑ̌ŋ] ‘안양’에 해당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도 보통 Yadnya ‘야드냐’, tanya ‘타냐’, satya ‘사탸’와 같이 y를 앞 자음 및 뒤 모음과 합쳐 적는다. 철자 ny는 사실 경구개 비음 [ɲ]를 나타낸다. 다만 g나 k가 y 앞에 올 때는 Yogyakarta ‘욕야카르타’와 같이 앞의 자음과 갈라 적는데 이는 rakyat [raʔjat]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종성 위치의 k가 성문 폐쇄음 [ʔ]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ㅋ’보다는 받침 ‘ㄱ’으로 나타내는 것이 무난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타이어나 중국어처럼 철자상 음절 경계가 확실한 언어를 제외하고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j/를 앞의 자음과 갈라서 적는 경우는 영어 backyard ‘백야드’ 같은 복합어뿐이다. 하지만 아랍어는 철자에 음절 경계가 드러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단일 형태소 내부에서도 자음 뒤에 y가 오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흰’을 뜻하는 ʔabyaḍ는 어근 b-y-ḍ에서 온 형용사로 b와 y가 같은 형태소에 속한다.

이런 경우 초성에 자음 하나만 허용된다는 음절 제약에 따르면 음절 경계는 자음과 y 사이에 온다. 하지만 음절 경계는 실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언어의 음운론적 분석(특히 음절 제약)에 의해 설정되는 추상적인 것이므로 한글로 표기할 때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영어의 Daniel [ˈdæn.jəl], William [ˈwɪl.jəm]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음절 경계는 음운론적 분석에 따라 설정되기 때문에 초성과 종성에서 다양한 자음군을 허용하는 영어와 같은 경우 음절 경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변이음을 기준으로 영어의 음절 경계를 연구한 영국의 음성학자 존 웰스(J. C. Wells)는 Daniel, William 같은 경우 자음과 [j] 사이에 음절 경계가 오는 것으로 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런 음절 경계를 무시하고 ‘대니얼’, ‘윌리엄’으로 적는다(영어 [jə]는 앞 자음과만 합친 ‘이어’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l]은 모음 뒤에서 초성으로 적을 수 있는 경우 한국어 발음에서 설측음으로 실현되도록 받침 ‘ㄹ’을 붙여 ‘ㄹㄹ’로 적는다. 그런데 아랍어에서 l 뒤의 y를 갈라 적는다면 여자 이름 ʿAlyāʾ عالية 같은 경우 ‘알야’로 적어 [아랴]와 같이 발음하게 되니 설측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만약 영어 schoolyard [ˈskuːl.jɑːrd] ‘스쿨야드’에서처럼 원어 발음에서 l이 [ɫ]과 같은 어두운 변이음으로 실현된다면 큰 지장이 없겠지만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y 앞의 l은 경구개음화한 변이음 [lʲ]로 실현된다(2016: 76). 그러니 ‘알야’보다는 ‘알랴’나 ‘알리아’ 같은 표기가 실제 발음에 가깝다. 참고로 이 이름을 가진 전 요르단 왕비는 통용 로마자 Alia로 알려져 있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는 y를 앞의 자음과 합치도록 했기 때문에 아랍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러 언어의 표기도 지금까지 이 원칙을 적용해왔다. 히브리어 여자 이름 Miryām מִרְיָם ‘미리암’에 해당하는 아람어 Maryam ܡܪܝܡ‎ ‘마리암’은 고대 그리스어 María​(Μαρία) ‘마리아’ 또는 Mariám​(Μαριάμ) ‘마리암’을 통해 유럽 여러 언어에 전해졌고 아랍어로도 Maryam مريم‎으로 전해졌다. 이 아랍어 형태는 페르시아어와 우르두어에도 Maryam مريم ‘마리암’으로 그대로 전해졌고 튀르키예어 Meryem ‘메리엠’, 아제르바이잔어 Məryəm ‘매리앰’ 등으로도 전해졌다. 기존 표기 용례를 보면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 때문에 히브리어 이름은 ‘미리암’, 페르시아어 이름은 ‘마리암’으로 적고 있다. 아랍어 표기 시안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인 2009년에 심의된 바레인 인명에서도 아랍어 이름을 ‘마리암’으로 정했다. 하지만 아랍어 표기 시안을 따르면 ‘마르얌’으로 적어야 하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도 y를 앞의 자음과 갈라 적도록 했으므로 이에 따르면 Meryem은 ‘메르옘’이 된다. 뒤늦게 아랍어와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만 기존과 다른 표기 방식을 쓴 것이다.

이처럼 아랍어와 튀르키예어를 표기할 때만 y의 표기 방식을 다르게 한다면 필요 이상으로 표기가 복잡해진다. 아랍어의 차용어에서도 원어의 반모음 [j]나 비슷한 음을 y로 흉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편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ὄπιον​(ópion) ‘오피온’에서 중세 페르시아어를 거쳐 전해진 ʾafyūn أفيون, 범선의 한 종류인 갈레온선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galeone ‘갈레오네’ 또는 에스파냐어 galeón ‘갈레온’에서 나온 ghalyūn غليون, 텔레비전을 뜻하는 프랑스어 télévision ‘텔레비지옹’에서 나온 tilifizyūn تلفزيون 등을 각각 ‘아프윤’, ‘갈윤’, ‘틸리피즈윤’으로 적는다면 아랍어 y로 적는 음이 원어와 발음상으로는 차이가 크지 않은데 표기는 원어와 너무 차이가 난다. 각각 ‘아피운’, ‘갈리운’, ‘틸리피지운’으로 적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특히 아랍어권에서 쓰이는 다른 언어에서 온 이름의 표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많은데 아르메니아어 성씨는 대부분 -yan -յան으로 끝나기 때문에 자음과 y의 조합이 흔하다(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여전히 쓰이는 전통 철자로는 -ean -եան이지만 발음은 같다). 여러 번 장관을 지냈던 아르메니아계 레바논 정치가의 성씨인 Bābīkyān بابیکیان은 서아르메니아어 Babikʿean Պապիքեան을 아랍어로 적은 것인데 이를 ‘바비크얀’으로 적으면 어색하다.

아르메니아어의 [j]는 상대적으로 약한 음이며 아르메니아는 옛 소련의 일부였으므로 예전에는 아르메니아어 이름이 보통 러시아어를 거쳐 들어왔기 때문에 아르메니아어 인명의 -yan은 보통 러시아어의 -yan -ян처럼 앞 자음과 합쳐 적는다. 서아르메니아어 Babikʿean Պապիքեան에 해당하는 동아르메니아어 Papikʿyan Պապիքյան을 러시아어식으로 적으면 Papikyan​(Папикян) ‘파피캰’이다(아르메니아와 이란에서는 레바논과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어권에서 주로 쓰는 서아르메니아어 대신 동아르메니아어를 쓰며 일부 자음의 발음이 차이가 난다). 반면 영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등 로마자를 쓰는 언어에서는 아르메니아어 성씨의 자음 뒤 -yan -յան을 흔히 -ian으로 적기 때문에 서아르메니아어 발음을 기준으로는 Babikian과 같이 적는다. 그러니 아르메니아어에서 온 Bābīkyān은 ‘바비캰’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비키안’으로 적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아르메니아어는 아랍어 고유 어휘에 없는 p, g, v 같은 음을 쓰기 때문에 아랍어권의 아르메니아어 고유 명사를 단순히 아랍어 이름처럼 취급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Bābīkyān 같은 경우는 아랍어 표기 규정만 적용해도 아르메니아어식 이름의 표기로서 손색이 없게 규정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랍어를 차용한 다른 언어에서도 y를 모음인 것처럼 차용하는 경우가 있다. 아랍어로 현세를 뜻하는 dunyā دنيا는 말레이어와 스와힐리어에서 dunia로 쓴다. 이들 언어에서는 철자 ny가 경구개 비음 [ɲ]로 발음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y를 i로 대체했다.

아랍어의 y는 w와 마찬가지로 어말에서 자음 뒤에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w가 [u]로 발음될 수 있는 것처럼 y도 [i]로 발음될 수 있다(Canepari & Cerini 2016: 72). 국어원 시안에서는 어말에서 자음 뒤에 오는 y를 앞의 자음과 갈라 적어 wakhy وخي는 ‘와크이’로 적도록 했지만 같은 음절에 속한 자음군을 굳이 갈라 적을 필요는 없다. 만약 y 앞의 자음이 l이라면 이렇게 갈라 적을 경우 ḥaly حلي ‘할이’와 같이 설측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니 어말에서도 y를 앞의 자음에 붙는 ‘이’로 적어 wakhy는 ‘와히’로 적고(kh는 ‘ㅋ’ 대신 ‘ㅎ’으로 적는다) ḥaly حلي는 ‘할리’, thiny ثني는 ‘시니’, ẓaby ظبي는 ‘자비’와 같이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가젤을 뜻하는 남성형 명사 ẓaby ظبي를 ‘자비’로 적는다면 이에 대응되는 여성형 ẓabyah ظبية는 ‘자비아’로 적는 것이 어울린다.

인후 마찰음 h ه, ḥ ح 및 타 마르부타 ah ة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는 h가 자음 앞 또는 어말에서 음가가 있더라도 표기하지 않도록 하면서 Pahlavi ‘팔라비’와 Nineveh ‘니네베’를 예로 든다. 고대 아시리아 도시 Nineveh는 라틴어명 Nineve ‘니네베’를 영어로 옮기면서 고대 히브리어 Nînəwēh נִינְוֵה‎의 영향으로 h를 붙인 것으로 여기서 h는 음가가 없다. 고대 히브리어 철자의 h ה도 여기서는 순전히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mater lectionis)로 쓰였기 때문이다(어말에서 실제 자음 h를 나타내려면 점을 찍어 הּ로 쓴다). 반면 페르시아어 Pahlavī پهلوی [pæhlæˈviː]에서는 h가 [h]를 나타낸다.

아랍어의 h ه는 무성음 [h] 또는 유성음 [ɦ]로 발음된다. Al-Hattami에 의하면 모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ɦ]로 발음되고 어두에서는 무성음 [h]로 발음된다(2010: 340). Canepari & Cerini는 [ɦ]를 기본 음으로 취급하며 휴지나 무성음 옆에서, 또는 겹자음이 될 때 무성음 [h]로 발음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2016: 74).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 음소를 일반적으로 쓰는 발음 기호 /h/로 나타내지만 음성학적으로는 여러 위치에서 유성음 [ɦ]로 묘사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이를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흐’로 적되, 어말에서 a 다음에 올 때에는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nahr نهر ‘나흐르’, fiqh فقه ‘피끄흐’ ghurfah غرفة ‘구르파’, risālah رسالة ‘리살라’를 예로 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어말 ah를 나타내는 글자는 ة이다. 이 글자는 tāʾ marbūṭah تاء مربوطة ‘타 마르부타’라고 하며 h ه의 어말 형태 위에 t ت의 점 두 개를 찍은 모습이다. 이는 아랍어에서 주로 여성형 단어에 많이 붙는 어미 -ah가 뒤에 격어미나 접미사가 붙으면 -at로 발음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되었다. 예를 들어 편지나 전갈을 뜻하는 رسالة는 격어미를 생략하는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는 보통 risālah이지만 고전 아랍어식 주격어미 -u를 붙이면 risālatu이다. 이전 시기에는 어느 위치에서나 t로 발음되던 어미가 고전 아랍어에서는 휴지 이전에서 h로 발음이 바뀐 결과이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는 어미 -ah /ah/가 어말에서 [æh] 또는 [a]로 발음되고 앞의 자음에 따라 [a(h)~ɑ(h)]가 될 수도 있다. 고전 아랍어를 흉내낸 조심스러운 발음이 아니면 h가 묵음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슬람 백과사전》에서 쓰는 로마자 표기 방식에서도 이 어미를 그냥 -a로 적는다. 페르시아어, 튀르키예어 등에서도 이 어미는 보통 h가 묵음인 형태로 차용되었다. 아랍어 risālah가 페르시아어를 거쳐 전해진 힌디어 risālā रिसाला, 우르두어 risālā رسالہ‎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니 한글 표기에서도 타 마르부타로 나타내는 ah는 ‘아’로 적는 것이 좋다.

국어원 시안에서는 ʕAbdullah를 ‘압둘라’로 적는 예도 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타 마르부타가 쓰이지 않는다. 아랍어로는 사실 ʿAbdu llāh عبد الله /ʕabduɫɫaːh/로 h 앞에 장모음이 쓰인다(이름 첫부분의 격어미도 생략한 형태는 ʿAbd Allāh이다). 이 이름의 뒷부분은 신을 뜻하는 Allāh الله의 첫 모음이 탈락한 것인데 원형인 Allāh는 /aɫɫaːh/로 발음된다(고전 아랍어식 격어미까지 합치면 각각 ʿAbdu llāhi ‘압둘라히’, Allāhu ‘알라후’가 된다). 대부분의 구어체 아랍어 발음에서 Allāh의 h는 묵음이어서 이집트와 레반트, 수단에서는 [ɑlˈlɑː], 아라비아 중부와 튀니지에서는 [ɑɫˈɫɑː], 아라비아 서부에서는 [aɫˈɫaː], 아라비아 동부에서는 [ˈɑɫɫɐ] 등으로 발음된다(출처). 몰타어에서도 이 단어를 Alla ‘알라’로 쓴다. 그러니 타 마르부타가 쓰이지 않더라도 ʿAbdu llāh, Allāh의 h는 적지 않는 것이 좋다.

이처럼 아랍어에서 어말 h가 쉽게 탈락하는 것에서 착안했는지 아랍 문자를 빌려 쓰는 페르시아어에서는 h ه를 어말 모음을 나타내는 철자로 쓴다. 즉 처음부터 h가 쓰이지 않은 경우에도 철자상 h를 쓰는 것이다. 초기 아랍어 언어학자 가운데 Sībawayh سيبويه로 알려진 인물이 있다. 그는 이란 출신의 페르시아인으로 그의 필명은 중세 페르시아어 이름 Sēbōē를 아랍어식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h는 마지막 모음 ē를 나타낸 철자이다. 이 외에도 프랑스어 ballet [balɛ] ‘발레’에서 온 bālayh باليه, 화폐 단위인 영어 guinea [ˈɡɪn.i] ‘기니’ 또는 프랑스어 guinée [ɡine] ‘기네’가 이집트 아랍어 geneih를 거쳐 온 junayh جنيه처럼 차용어에서 원어에 h가 없는 경우에도 어말의 모음을 나타내기 위해 아랍어 철자에 h를 쓴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 모음이나 y 뒤에 오는 어말의 h는 앞의 모음에 상관없이 묵음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Sībawayh ‘시바와이’, bālayh ‘발라이’, junayh ‘주나이’ 같이 적는 것이 어원에 어울린다. 또 차용어가 아니라도 아랍어 발음에서 어말 h가 쉽게 탈락하는 것을 고려하면 faqīh فقيه ‘파키’, intibāh انتباه ‘인티바’, mashbūh مشبوه ‘마슈부’, nabīh نبيه ‘나비’, tanabbuh تنبه ‘타나부’ 등으로 쓸 수 있다.

한편 자음 뒤에 오는 어말 h는 모음 뒤에 오는 h와 달리 쉽게 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경우에는 fiqh فقه ‘피크흐’, kumh كمه ‘쿰흐’, minh منه ‘민흐’, shibh شبه ‘시브흐’와 같이 ‘흐’로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음 앞에서는 h가 좀처럼 탈락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오히려 h를 발음하기 쉽게 모음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Mahdī مهدي는 /ˈmahadiː/로 발음하고 ẓuhr ظهر는 /ˈðˤuhur/로 발음하는 식이다. 그러니 Mahdī ‘마흐디’, ẓuhr ‘주흐르’와 같이 자음 앞의 h는 ‘흐’로 통일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아랍어에는 무성 인두 마찰음 [ħ]로 발음되는 ḥ ح도 있다. 모음 뒤의 h가 단지 그 모음의 무성음화로 실현되는 것과는 달리 ḥ는 진정한 마찰음이므로 h보다 훨씬 강한 음이며 어말에서도 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언제나 ‘흐’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폴란드어,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의 h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흐’로 적는데 이들은 단순한 [h]로 발음되지 않기 때문이다. 폴란드어와 세르보크로아트어의 h는 무성 연구개 마찰음 [x]를 나타내며 체코어에서는 성문 반찰음 [ɦ]을 나타낸다. 루마니아어의 h는 보통 [h]로 발음되지만 자음 앞과 어말에서는 [x]로 발음된다. 헝가리어의 h도 보통 [h]로 발음되고 어말에서는 탈락하기도 하지만 [x]로 발음되기도 한다. 아랍어의 ḥ도 이들의 경우처럼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흐’로 표기를 통일해야 하겠다.

물론 Ṣalāḥ صلاح ‘살라흐’처럼 어말에 ḥ가 오는 경우 통용 로마자 표기 Salah만 보면 ḥ인지 h인지 알 수 없으므로 원어 철자 또는 ḥ와 h의 구별을 나타내는 로마자 표기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어중 자음 앞에서는 ḥ와 h를 모두 ‘흐’로 적게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타 마르부타는 경우에 따라 t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도시를 뜻하는 مدينة는 단독으로 쓰일 때는 madīnah ‘마디나’이지만 ‘~의 도시’를 뜻하는 지명에서는 Madīnat al-Quds مدينة القدس‎ ‘마디나트알쿠츠’, Madīnat Zāyid مدينة زايد ‘마디나트자이드’와 같이 t를 쓴다. 이런 발음 교체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도 보통 반영하므로 올바르게 적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부 단어에서는 타 마르부타가 ā ا 뒤에 붙는다. 이런 경우에는 휴지 앞, 즉 타 마르부타가 일반적으로 h를 나타내는 위치에서도 t가 발음될 수 있다. 그래서 기도를 뜻하는 صلاة가 ṣalāh인지 ṣalāt인지, 자선을 뜻하는 زكاة가 zakāh인지 zakāt인지는 사전에 따라 발음 표기가 엇갈린다. 한스 베어(Hans Wehr)의 《현대 문어체 아랍어 사전(A Dictionary of Modern Written Arabic)》에서는 이들을 로마자로 ṣalāh, zakāh로 각각 적지만 랑겐샤이트(Langenscheidt) 출판사의 《독일어·아랍어 사전(Deutsch-Arabisch Wörterbuch)》에서는 이들의 발음을 [ᵴɒˈlaːt], [zaˈkaːt, -kaːh]로 각각 표기한다.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아랍어 화자 다수는 휴지 앞에서 이 어미를 일관되게 발음하지 않는데 -āh보다는 -āt가 훨씬 더 많이 들린다(2016: 86). 구어체 아랍어에서도 방언에 따라 t로 발음하기도 하고 묵음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런 단어는 보통 t를 쓴 형태로 널리 알려졌다. 아랍어의 ṣalāh/ṣalāt صلاة는 페르시아어와 파슈토어에서 타 마르부타 대신 일반 t ت를 쓴 ṣalāt صلات ‘살라트’라는 철자로 받아들였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salat ‘살랏’ 또는 solat ‘솔랏’으로 받아들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살라트(salāt)’로 실려있다. zakāh/zakāt زكاة도 페르시아어에서는 zakāt زکات ‘자카트’라는 철자로 받아들였으며 튀르키예어에서 Zekât ‘제카트’로,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zakat ‘자캇’으로 받아들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자카트(zakāt)’로 실려있다. 그러니 ā 뒤의 타 마르부타는 h가 아닌 t로 통일해서 ‘트’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 구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표기해야 할 때에는 각 구어체 아랍어에서 쓰는 발음을 따라야 할 것이다. 시리아에는 통용 로마자 표기 Hama로 알려진 도시 Ḥamāh/Ḥamāt حماة‎가 있다. 시리아 아랍어에서는 여기서 타 마르부타가 묵음이므로 문어체 아랍어 발음은 ‘하마트’로 적더라도 이 지명은 시리아 아랍어 발음에 따라 ‘하마’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성 후치경 파찰음 또는 마찰음 j ج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 j ج는 지역에 따라 발음이 차이가 있다. 아라비아반도 대부분에서 쓰이는 발음은 유성 후치경 파찰음 [ʤ]이며 북아프리카 대부분과 레반트 지역에서는 유성 후치경 마찰음 [ʒ]이고 이집트와 아라비아반도 남부 일부에서는 유성 연구개 폐쇄음 [ɡ]가 쓰인다. 하지만 아랍어를 가르칠 때 쓰이는 대표 발음은 파찰음 [ʤ]이고 쿠란을 낭독할 때도 이 발음이 쓰인다.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 아랍 문자를 쓰는 다른 언어에서도 j ج는 보통 [ʤ]를 나타낸다. 그러니 현대 문어체 아랍어 표기에서 j는 [ʤ]로 발음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표기하는 것이 좋다. 다만 Canepari & Cerini는 [ʤ]가 j의 전통 발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중립적인 현대 발음에서는 [ʒ]를 j의 기본 발음으로 삼는다(2016: 72).

다른 셈어에서 아랍어의 j에 대응되는 글자인 히브리어 g ג, 아람어 g ܓ, 게에즈어 g ገ 등은 모두 [ɡ]로 발음된다. 그러니 셈 조어의 *g도 [ɡ]로 발음되었을 것이다. 이 음이 주요 셈어 가운데 아랍어의 j에서만 구개음화한 것이다. 고전 아랍어 발음은 유성 경구개 폐쇄음 [ɟ]로 재구되며 오늘날에도 수단과 예멘 일부에서 j를 [ɟ]로 발음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를 표기할 때 쓰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 [ʤ]와 [ʒ]는 모음 앞에서 ‘ㅈ’으로, 어말과 자음 앞에서 ‘지’로 적도록 한다. 영어에서 어말 [ʤ]와 [ʒ]는 보통 철자 -ge로 나타내기 때문인지 bridge [ˈbɹɪʤ] ‘브리지’, page [ˈpeɪ̯ʤ] ‘페이지’, beige [ˈbeɪ̯ʒ, ˈbeɪ̯ʤ] ‘베이지’와 같이 이를 ‘지’로 적는 표기는 꽤 익숙하다. 하지만 이 음을 철자 -j로 나타내는 경우 ‘즈’로 적는 경향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어말 자음을 나타낼 때 삽입되는 모음은 보통 ‘으’이기 때문에 이를 [ʤ]의 표기에도 일반화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유성 후치경 파찰음 [ʤ], 유성 후치경 마찰음 [ʒ]를 비롯하여 무성 후치경 파찰음 [ʧ], 무성 후치경 마찰음 [ʃ]를 어말에서 각각 ‘지’, ‘지’, ‘치’, ‘시’로 적어 이에 대응되는 치경음 [ʣ] ‘즈’, [z] ‘즈’, [ʦ] ‘츠’, [s] ‘스’와 구별한다. 후치경음과 같이 경구개 부근에서 조음되는 음은 반모음 [j]와 비슷한 성질이 있으므로 삽입 모음으로 ‘으’ 대신 ‘이’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후치경음과 치경음 사이의 음소적 구별이 없기 때문에 영어와 한글 표기의 대응은 보통 철자의 대응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bridge, page, beige에서 -ge를 ‘지’로 적어 각각 ‘브리지’, ‘페이지’, ‘베이지’로 적는 데는 익숙해도 -j를 ‘지’로 적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탑을 뜻하는 아랍어 برج /burʤ/를 로마자로 쓴 burj는 ‘버즈’, ‘부르즈’로 흔히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버즈’라는 표기는 ur가 영어식으로 [ɜːɹ]로 발음된다고 잘못 짐작한 결과이다. 같은 [ʤ]를 철자에 따라 -ge이면 ‘지’, -j이면 ‘즈’로 적는 것은 발음이 아니라 철자에 이끌린 표기 방식이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 아랍어의 j를 어말과 자음 앞에서 ‘즈’로 적도록 한 것도 이런 민간에서 쓰는 표기에서 비롯된 듯하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의 [ʤ], [ʒ] 뿐만 아니라 [ʤ]로 발음되는 세르보크로아트어의 dž, 헝가리어의 dzs와 [ʒ]로 발음되는 세르보크로아트어의 ž, 헝가리어의 zs도 자음 앞과 어말에서 ‘지’로 적는다. 그런데 2004년에 추가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표기 규정에서는 [ʤ]로 발음되는 j를 자음 앞과 어말에서 ‘즈’로 적도록 하면서 mikraj [miʔraʤ]를 ‘미크라즈’로 적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 고유 어휘에서는 이 위치에 j가 오는 경우를 찾기 힘들고 대부분 차용어에서 쓰인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승천 이야기를 뜻하는 mikraj는 아랍어 miʿrāj معراج /miʕraːʤ/서 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아랍어의 유성 인두 접근음 [ʕ]를 성문 폐쇄음 [ʔ]로 흉내낸 것인데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철자에서 음절 말 k는 보통 [ʔ]로 발음되기 때문에 이것도 k로 쓴 것이다. 자음 앞과 어말의 k는 보통 받침 ‘ㄱ’으로 적으니 [ʔ] 발음을 흉내내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유음과 비음 앞에서는 ‘크’로 적기 때문에 mikraj ‘미크라즈’에서는 원어 발음과 거리가 상당히 먼 표기가 되고 말았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자음 앞이나 어말에 j가 오는 경우는 mikraj 외에도 아랍어 hijrah هجرة에서 온 hijrah [hiʤrah],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shaṭranj شطرنج에서 온 syatranj [ʃatranʤ], 영어 message에서 온 mesej [mesəʤ], 영어 package에서 온 pakej [pakeʤ] 등이 있다. 현행 표기 규정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미크라즈’, ‘히즈라’, ‘샤트란즈’, ‘메스즈’, ‘파케즈’로 써야 한다. 하지만 영어 message, package를 직접 한글로 표기하면 ‘메시지’, ‘패키지’이고 모음 발음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음은 영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가 발음이 같으니 한글 표기도 최대한 가깝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랍어의 j를 비롯한 [ʤ]의 표기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 ‘지’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burj ‘부르지’, miʿrāj ‘미라지’, hijrah ‘히지라’, shaṭranj ‘샤트란지’ 등으로 써야 하겠다.

치 마찰음 th ﺙ, dh ﺫ

문어체 아랍어에서 th ﺙ는 무성 치 마찰음 [θ], dh ﺫ는 유성 치 마찰음 [ð]로 발음된다.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 [θ]는 모음 앞에서 ‘ㅅ’,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스’로 쓰고 [ð]는 모음 앞에서 ‘ㄷ’, 자음 앞에서 어말에서 ‘드’로 쓰며 이는 영어의 표기에 적용된다(독일어와 프랑스어에서는 치 마찰음이 고유 어휘에서 쓰이지 않는다). 에스파냐에서 [θ]로 발음되는 에스파냐어의 z, 전설 모음 앞의 c도 ‘ㅅ’, ‘스’로 적는데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s와 합쳐져 [s]로 발음되는 것도 고려한 표기로 볼 수 있다. 에스파냐어나 포르투갈어의 d /d/가 어두나 비음 뒤를 제외한 위치에서 변이음인 유성 치 접근음 [ð̞]로 발음될 때도 ‘ㄷ’, ‘드’로 적는데 이것도 마찰음 [ð]와 비슷한 음이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도 아랍어 th를 ‘ㅅ’, ‘스’로 적고 dh를 ‘ㄷ’, ‘드’로 적는다.

구어체 아랍어 가운데는 치 마찰음을 쓰지 않고 [s], [z]와 같은 치찰음으로 대체하거나 [t], [d]와 같은 폐쇄음으로 대체하는 종류가 많다. 헤자즈 구어체 아랍어의 경우 단어에 따라 [s], [z]를 쓰는 것과 [t], [d]를 쓰는 것이 갈리며 문어체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는 [θ], [ð]를 쓰는 경우도 있다.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튀르키예어 등 치 마찰음을 쓰지 않는 언어에서는 아랍어를 차용할 때 치 마찰음을 보통 치찰음 [s], [z]로 대체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것을 이르는 ḥadīth حديث‎를 페르시아어·우르두어로는 hadīs حدیث, 튀르키예어·보스니아어·말레이어로는 hadis라고 하며 이슬람법으로 다스리는 국가에서 일정한 법적 보호를 받는 이교도를 이르는 dhimmi ذمي‎를 페르시아어로는 zemmī ذمی, 우르두어로는 zimmī ذمی, 튀르키예어·보스니아어·말레이어로는 zimmi라고 한다.

한편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서는 th를 ‘ㅌ’, ‘트’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이미 언급했듯이 ʿUthmān عثمان의 통용 로마자 표기 Othman을 ‘오트만’으로 적은 것 외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수록한 책인 ḥadīth를 ‘하디트(ḥadith)’로, 정당 이름인 Baʿth بعث는 ‘바트-당(Baath黨)’으로 쓴다. 그 외에도 국어원 시안 도입 이전의 표기 용례에서는 메디나의 옛 이름 Yathrib يثرب를 ‘야트리브’로 쓰거나 통용 로마자 Haditha로 쓰는 이라크 지명 Ḥadīthah حديثة를 ‘하디타’로 썼으며 통용 로마자 Thoraya로 쓰는 여자 이름 Thurayyā ثريا를 ‘토라야’로 썼다. 또 리비아 인명 al-Qadhdhāfī를 ‘카다피’로 쓰고 통용 로마자 Chadli로 나타나는 인명 Shādhilī شاذلي는 ‘샤들리’로 쓰는 등 dh는 ‘ㄷ’으로 썼다. Abu Dhabi​(ʾAbū Ẓaby أبو ظبي) ‘아부다비’와 Riyadh​(ar-Riyāḍ الرياض‎) ‘리야드’에서는 통용 로마자의 dh가 각각 ẓ, ḍ를 나타내므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th를 ‘ㅅ’, ‘스’로 적는 것은 치 마찰음을 쓰지 않는 다른 언어와 표기가 조화되지만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따른 기존 표기 방식과는 다르며 dh를 ‘ㄷ’, ‘드’로 적는 것은 기존 표기 방식과 같지만 치 마찰음을 쓰지 않는 다른 언어와 표기가 조화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치 마찰음 음소를 쓰는 영어와 에스파냐어를 표기할 때 /θ/를 ‘ㅅ’, ‘스’, /ð/를 ‘ㄷ’, ‘드’로 쓰는 것을 고려하면 문어체 아랍어의 표기에서도 이를 따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성 치 또는 치경 마찰음 강세 자음 ẓ ظ

셈 조어의 *ṱ [θʼ]에서 온 아랍어의 ẓ는 고전 아랍어에서 유성 치 마찰음 dh /ð/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으로 발음되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문어체 아랍어 발음도 [ðˤ]이고 국어원 시안에서는 ẓ를 dh와 마찬가지로 모음 앞에서 ‘ㄷ’으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드’로 적는다. 그러나 이것은 문어체 아랍어에서 쓰는 유일한 발음이 아니다. 헤자즈 구어체 아랍어나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처럼 이 발음을 쓰지 않는 구어체 아랍어 화자들은 문어체 아랍어로 말할 때도 ẓ를 [z]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인 [zˤ]로 발음한다. Canepari & Cerini는 전통 발음이 [ðˤ]라고 하면서도 중립적인 발음은 [zˤ]라고 보고 ẓ를 /zˤ/에 해당하는 기호로 나타낸다. 그래서 학회 권고안에서는 ẓ를 z /z/와 마찬가지로 모음 앞에서 ‘ㅈ’으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즈’로 적는다.

그러니 국어원 시안의 ‘ㄷ’, ‘드’와 학회 권고안의 ‘ㅈ’, ‘즈’는 모두 문어체 아랍어에서 쓰이는 발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체계적인 로마자 표기 방식에서 이 음은 ẓ 또는 z̧로 나타낸다. 《아랍어·아랍어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rabic Language and Linguistics)》만이 유일하게 ḏ̣와 ẓ를 혼용하는데 그마저도 고유 명사에서는 ẓ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니 문어체 아랍어에서 [ðˤ]와 [zˤ]가 둘 다 인정된다면 이 가운데 로마자 표기에 가까운 쪽인 [zˤ]를 한글 표기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더구나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튀르키예어 등 다른 언어에서 아랍어의 ẓ는 dh /ð/와 마찬가지로 보통 [z]로 받아들였다. 쿠란 전체를 외운 이를 일컫는 ḥāfiẓ حافظ는 페르시아어 및 우르두어로 hāfiz حافظ ‘하피즈’, 튀르키예어로 hafız ‘하프즈’, 말레이어·스와힐리어·보스니아어로 hafiz ‘하피즈’, 알바니아어로 hafizi ‘하피지’ 또는 hafëz ‘하퍼즈’라고 한다. 더구나 알바니아어는 철자 dh로 적는 음소 /ð/가 있는데도 ẓ를 dh 대신 z /z/로 받아들였다. 문어체 아랍어의 dh는 [ð]로만 발음되므로 다른 언어에서 [z]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ㄷ’, ‘드’로 적더라도 [ðˤ]와 [zˤ]가 둘 다 가능한 ẓ는 다른 언어와 한글 표기를 조화시키기 위해 ‘ㅈ’, ‘즈’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음은 아랍어에서 가장 드물게 쓰이는 음이다. 이 음을 쓰는 이름의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발음을 기준으로 dh, d, z 등으로 쓴다. 현대 인명이나 지명의 경우는 구어체 아랍어에 따른 한글 표기로 통용 로마자와 가깝게 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용 로마자 Abu Dhabi로 적는 아랍 에미리트 연방의 도시 ʾAbū Ẓaby أبو ظبي는 현지 걸프 구어체 아랍어에서 ẓ를 [ðˤ]로 발음하는 것을 반영하여 ‘아부다비’로 계속 적을 수 있다. 통용 로마자 Naguib Mahfouz로 적는 이집트 인명 Najīb Maḥfūẓ نجيب محفوظ는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나기브 마흐푸즈’로 적고 통용 로마자 Hafez al-Assad로 적는 시리아 인명 Ḥāfiẓ al-ʾAsad حافظ الأسد는 시리아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페즈 아사드’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인후 비마찰음 ʾ ء, ʿ ع

아랍어의 ʾ ء /ʔ/는 성문 폐쇄음 [ʔ]로 실현된다. 이 음은 한국어에 음소로서 존재하지는 않지만 초성이 없는 어두 음절의 초성 자리에서 수의적으로 발음된다. 특히 숫자 ‘일’은 [ʔil]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아랍어에서는 어두 모음 앞에서는 음소 ʾ가 있든 없든 [ʔ]가 필수적으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신을 뜻하는 Allāh الله /aɫɫaːh/는 어두에서는 [ʔaɫˈɫaː(h)]로 실현된다(대신 ‘신의 정당’을 뜻하는 Ḥizbu llāh حزب الله‎ /ħizbuɫɫaːh/와 같이 모음 뒤에 올 때는 첫 모음이 탈락한 llāh가 된다). 그러니 어두 ʾ는 자연스럽게 초성 ‘ㅇ’으로 적을 수 있다.

문제는 아랍어의 ʾ가 자음 앞이나 어말에 오는 경우이다. 한국어에는 [ʔ]가 초성 이외의 위치에 오는 경우가 없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는 영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ʔ]가 다른 폐쇄음의 변이음으로서 자음 앞이나 어말에 나타난다.

영어에서는 음절 말 모음이나 공명음 뒤의 /t/가 환경에 따라 [ʔ]로 발음되는 일이 흔하다. 예를 들어 축구를 뜻하는 football /ˈfʊt.​bɔːl/은 흔히 [ˈfʊʔ.​bɔːl]로 발음되며 ‘소리없이’를 뜻하는 silently /ˈsaɪ̯l.​ənt.​li/는 흔히 [ˈsaɪ̯l.​ənʔ.​li]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변이음을 무시하고 언제나 [t]로 발음되는 것처럼 표기하므로 받침 ‘ㅅ’ 또는 ‘트’로 적는다. 그래서 football은 ‘풋볼’, silently는 ‘사일런틀리’로 적는다. 이렇게 /t/의 변이음으로 나타날 때는 불파음 [ʔ̚]이다.

표준 말레이어에서는 음절 말 /k/가 고유 어휘에서 보통 [ʔ]로 실현된다. 아이를 뜻하는 anak은 [anaʔ]으로 발음된다. 반면 기술을 뜻하는 영어 technique 또는 네덜란드어 techniek에서 온 차용어 teknik [tɛknɪk~​tɛknek] 같은 경우는 음절 말에서도 [k]가 유지되지만 철자상으로는 [ʔ]로 발음되는 경우와 구별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anak ‘아낙’, teknik ‘테크닉’과 같이 어말에서는 언제나 받침 ‘ㄱ’으로 적는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는 어말 폐쇄음이 [ʔ̚], [k̚]와 같은 불파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즉 영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나타나는 어말이나 자음 앞 [ʔ]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 표기에서 받침 ‘ㅅ’ 및 ‘트’, 받침 ‘ㄱ’으로 각각 나타난다. 하지만 기본음이 [ʔ]인 아랍어 ʾ의 표기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일본어에서 조음 위치가 특정되지 않은 음소인 촉음을 받침 ‘ㅅ’으로 적는 것처럼 아랍어 ʾ도 종성 위치에서 받침 ‘ㅅ’으로 적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지 몰라도 [t]를 나타내는 표기로 오해할 여지가 있으니 바람직하지 않다. 불파음 [ʔ̚]의 경우 [p̚], [t̚], [k̚]와 같은 다른 불파음처럼 받침으로 흉내내야 할 것이지만 한글 표기에서 이에 대응되는 종성 자음은 없다. 그러니 한글 표기에서 어두 [ʔ]에 대응되는 초성이 ‘ㅇ’, 즉 빈 초성인 것처럼 [ʔ̚]에 대응되는 종성은 빈 종성, 즉 받침이 없는 것이다.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자음 앞의 ʾ를 ‘으’로 적는다. 그래서 muʾmin مؤمن은 ‘무으민’으로 적는다(사실 국어원 시안에서는 ʾ 대신 ʔ로 나타내지만 이 글에서는 학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로마자 표기 방식을 따라 ʾ로 쓴다). 어말의 ʾ는 국어원 시안에서 묵음으로 처리하지만 학회 권고안은 이마저도 ‘으’로 적는다. badʾ بدأ는 국어원 시안에서 ‘바드’로 적지만 학회 권고안에서는 ‘바드으’로 적는다.

조심스럽게 발음한 문어체 아랍어 발음 /badʔ/에서는 자음 뒤의 [ʔ]가 파열되므로 ‘바드으’로 흉내내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다. 하지만 어중 자음 앞의 ʾ는 보통 파열되지 않는 [ʔ̚]이니 /muʔmin/을 ‘무으민’으로 적는 것은 실제 발음과 거리가 있다. 자음 앞의 ʾ를 그냥 묵음으로 처리하고 ‘무민’으로 쓰거나 차라리 받침 ‘ㅅ’으로 흉내내어 ‘뭇민’으로 쓰는 것이 실제 발음과 더 가깝다. ‘무으민’과 같이 자음 앞의 ʾ를 ‘으’로 적는 표기는 원어에서 그 자리에 성문 폐쇄음 음소가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적인 이점이 있을 뿐 실제 발음을 제대로 흉내내지는 못한다.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문어체 아랍어의 일상적인 발음에서 어중이나 어말의 ʾ는 쉽게 탈락하거나 /j/, /w/로 바뀌며 앞의 모음을 길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머리를 뜻하는 raʾs رأس /raʔs/는 [ˈraʔs, ˈraːs]로, 하늘을 뜻하는 samāʾ سماء /samaːʔ/는 [sæˈmæːʔ, sæˈmæː]로 실현된다(2016: 86). 그래서 여러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문어체 아랍어의 raʾs를 rās راس로 쓴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에서는 [rɑːs], 모로코와 튀니지에서는 [raːs]로 발음한다. 그러니 국어원 시안의 ‘라으스’, 학회 권고안의 ‘라으스’와 ‘사마으’보다는 그냥 ‘라스’, ‘사마’로 적는 것이 문어체 아랍어에서 가능한 발음 및 구어체 아랍어에서 쓰는 발음을 동시해 흉내낼 수 있다.

Halpern은 작별 인사인 ʾila l-liqāʾ إلى اللقاء /ʔilalliqaːʔ/에서 [ʔ]가 들리지 않지만 [ilalliˈqaː]와 같이 마지막 음절에 주어지는 강세를 통해 ʾ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예를 든다. 이음절 이상 단어가 모음으로 끝날 경우에는 마지막 음절에 강세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만약 ʾ가 없었다면 *[ilalˈliqa]로 발음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2009: 5). 학회 권고안에서는 이를 ‘일랄리까으’로 적겠지만 오히려 국어원 시안의 ‘일랄리까’가 일상적인 발화에 가깝다. 여기서는 q도 ‘ㅋ’으로 적은 ‘일랄리카’를 권장한다.

아랍어의 ʿ ع /ʕ/는 보통 유성 인두 접근음 [ʕ̞] 또는 유성 후두개 접근음 [ʢ̞]로 실현된다. 마찰음 ḥ ح /ħ/에 대응되는 유성음이지만 언제나 마찰음이 아닌 접근음으로 실현된다(Embarki 2013: 31, Canepari & Cerini 2016: 73). Al-Hattami는 ʿ를 인두음으로 분류하면서 y, w와 묶어서 마찰 없는 지속음(frictionless continuant)이라고 부른다(2010: 343–345). 국제음성기호의 [ʕ]는 통상적으로 마찰음 행에 들어가지만 마찰음과 접근음 구별 없이 쓰는데 ʿ가 마찰음이 아니라 접근음이라는 것을 확실히 나타내려면 하강 부호를 붙인 [ʕ̞]로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음성기호의 [ʢ]는 유성 후두개 전동음을 나타내지만 ʿ는 보통 접근음이므로 [ʢ̞]로 쓰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조음 방법을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없을 때는 보통 부호를 생략하고 각각 [ʕ], [ʢ]로 쓴다. 어떤 기호로 나타내든 이 음은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성 인두 접근음은 후설 비원순 저모음 [ɑ]에 대응되는 반모음이기 때문에 [ɑ̯]로 나타내기도 한다. 모음이 뒤따르지 않는 위치에서 [i]에 대응되는 반모음 y [j]는 ‘이’로 적고 [u]에 대응되는 반모음 w [w]는 ‘우’로 적는 것처럼 아랍어에서 쓰는 음가만 생각하면 ʿ [ʕ]는 [ɑ]에 대응되는 반모음으로 보고 ‘아’로 적을 수 있다. 그래서 국어원 시안에서는 자음 앞이나 어말의 ʿ는 shaʿb شعب ‘샤압’, ḍilʿ ضلع ‘딜아’와 같이 ‘아’로 적는다. 사실 국어원 시안에서는 ʿ를 ʕ로 나타내지만 이 글에서는 학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로마자 표기 방식을 따라 ʿ로 적는다.

그런데 국어원 시안에서는 대조표에서 모음 앞의 ʿ는 적지 않는 것처럼 해놓고는 biḍʿah بدعة ‘비드아’와 같이 자음 뒤에서 앞의 자음과 갈라 적는 예를 들었다. ʿ를 반모음처럼 취급하여 ‘아’로 표기한다면 꼭 앞의 자음과 갈라 적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 al-Muʿizz المعز는 국어원 시안에 따르면 ‘무잇즈’가 되는데 ʿ를 ‘아’로 흉내낸다면 모음 사이에서도 ‘아’로 적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 /muʕizz/를 발음하면 ‘무아이즈’와 비슷하게 들리기는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모음이 아닌 음을 ‘아’로 적는 것은 생소하기 때문에 이처럼 국어원 시안에서 ʿ를 ‘아’로 적는 경우에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영어의 [ʃ] ‘시’, [ʤ] ‘지’나 러시아어의 s’​(сь) ‘시’, t’​(ть) ‘티’ 등 일부 자음에 ‘으’ 대신 ‘이’를 붙이는 것도 일반 언중은 실제 [i] 모음을 나타낸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니 모음이 아닌 음을 ‘아’로 나타내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학회 권고안에서는 ʿ를 ʾ와 마찬가지로 ‘으’로 적도록 했다. 따라서 shaʿb는 ‘샤압’ 대신 ‘샤읍’, ḍilʿ는 ‘딜아’ 대신 ‘딜으’로 적도록 했다. ʿ의 발음만 놓고 본다면 ‘으’로 적을 근거가 부족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ʿ ع /ʕ/는 ʾ ء /ʔ/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지역 발음에서는 인두음화된 성문 폐쇄음 [ʔˤ]로도 실현된다. 그러니 한글 표기에서 다른 일반 자음과 강세 자음의 구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ʿ와 ʾ도 동일하게 적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물론 학회 권고안에서는 일부러 강세 자음 ṭ, ṣ의 표기를 일반 자음 t, s의 표기와 다르게 했다).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도 ʾ와 ʿ를 구별하지 않고 아포스트로피로 적는 일이 많다는 사실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앞의 자음과는 갈라 적고 ‘으’로 표기를 통일했기 때문에 학회 권고안을 따른 표기도 실제 발음과는 차이가 있다. ‘으’가 외래어 표기법에서 자음 뒤에 붙는 기본 삽입 모음이기는 하지만 ʿ가 나타내는 [ʕ]는 ‘아’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이다. shaʿb의 aʿ도 ‘아’ 내지는 ‘아아’ 비슷하게 발음되지 ‘아으’와는 거리가 있으며 ḍilʿ는 차라리 ‘딜라’로 적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다.

이처럼 국어원 시안이나 학회 권고안이나 아랍어의 실제 발음을 나타내는데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렇다고 아랍어 발음에 충실하려고 ʿ를 ‘아’로 적는다면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모음이 아닌 음을 ‘아’로 적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일반 언중에게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 아랍어 발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상 로마자 표기에서 ‘아’를 연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아랍어의 ʾ와 ʿ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아랍어의 학술적인 표기에서 ʾ는 ʼ, ˀ, ˈ, ˊ, ʔ 등으로 적고 ʿ는 ʽ, ʻ, ˁ, ˤ, ˋ, ʕ 등으로 나타내지만 이들은 일반 로마자에서 쓰는 글자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서 예를 들어 ʾIsmāʿīl إسماعيل은 Masʿūd, مسعود는 일상적인 표기에서 ʾ와 ʿ를 생략하고 그냥 Ismail, Masud로 적거나 어중에 한해 나타내더라도 Isma’il, Mas’ud와 같이 ʾ와 ʿ를 구별하지 않고 아포스트로피(’)로 대체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랍어 발음에 충실하게 적는 것만 생각하여 Rajāʾ رجاء ‘라자으’, Rubʿ ربع ‘룹아/룹으’와 같이 표준 표기를 정한다면 Rajāʾ의 실제 발음이 보통 [ʔ]가 없는 [raˈʤaː]라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통용 로마자 Raja, Rub에서 연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 ar-Rubʿ al-Khālī الربع الخالي‎ 사막은 ‘룹알할리^사막(Rub’al-Khali沙漠)’으로 실려있다. 소수 아랍어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 언중이 보기에도 위화감이 없도록 한글 표기를 정하려면 아랍어 발음을 충실하게 나타내는 것 외에도 흔히 접하는 통용 로마자에 가깝게 나타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구어체 아랍어를 바탕으로 한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ʿ를 a 또는 e로 적는 경우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명 aṣ-Ṣāniʿ الصانع를 Al-Sanea로 적거나 이집트 인명 ʿAbdu l-Munʿim عبد المنعم을 Abdel Moneim으로 적는 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구어체 아랍어를 바탕으로 표기하는 현대 인명이나 지명 등은 따로 한글 표기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문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에는 로마자 표기도 보통 문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하므로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언어에서 아랍어의 ʾ와 ʿ에 해당하는 음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중세 아랍어에서 갈라져나온 몰타어에서는 아랍어의 ʾ가 사라졌다. 또 ʿ는 원래의 gh غ와 합쳐져 철자 għ로 나타내며 어말 a 뒤에서는 ’로 적지만 현대 발음에서는 앞의 모음을 장모음으로 만들기도 하는 것 외에는 묵음이 되었다. 따라서 아랍인을 뜻하는 고전 아랍어 ʿArabī عربي에서 나온 Għarbi는 [ˈaːrbɪ]로, ‘~와’를 뜻하는 고전 아랍어 전치사 maʿa مع에서 나온 ma’는 [ma(ː)]로 발음된다.

히브리어에서는 ʾ א와 ʿ ע가 전통적으로 아랍어에서처럼 각각 [ʔ], [ʕ]로 발음되었지만 현대 이스라엘 주류 발음에서는 [ʔ]로 합쳐졌으며 어말에서는 묵음이 되었고 어중에서도 묵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중에 ʿ가 들어가는 남자 이름 Shim’on שמעון은 [ʃimˈ(ʔ)on, ˈʃimon]으로 발음되며 통용 로마자 Shimon으로 쓰고 기존 표기 용례에서도 ‘시몬’으로 쓴다. 아람어에서도 ʾ ܐ와 ʿ ܥ의 전통 발음은 각각 [ʔ], [ʕ]이지만 오늘날 쓰이는 신아람어 가운데 화자 수가 가장 많은 아시리아 신아람어 화자 대부분은 ʿ를 ʾ와 합쳐 [ʔ]로 발음하거나 따로 발음하지 않고 대신 앞의 자음을 겹쳐서 발음한다.

에티오피아 문자는 ʾ አ와 ʿ ዐ를 구별하고 티그리냐어와 티그레어에서는 각각 [ʔ], [ʕ]로 발음하지만 암하라어에서는 [ʔ]로 합치거나 탈락시킨다. 15세기 에티오피아 황제 또는 17세기 에티오피아 철학자 이름인 Zärʾa Yaʿǝqob ዘርአ:ያዕቆብ는 암하라어로는 [zər(ʔ)a ja(ʔ)ɨkʼob]로 발음하며 통용 로마자로 Zera Yacob, Zara Yaqob 등으로 흔히 쓴다. 하지만 티그리냐어로는 [zɐrʔa jaʕɨχʼoʋ]로 발음한다. 그러니 아랍어와 같은 셈 어파에 속하는 주요 현대 언어 가운데 몰타어, 히브리어, 신아람어, 암하라어에서는 원래의 ʾ와 ʿ가 묵음이 되는 경우가 많고 티그리냐어에서만 원래의 [ʔ], [ʕ] 발음이 유지된다.

페르시아어와 말레이어는 음소 /ʕ/가 없지만 이와 가장 비슷한 음소가 /ʔ/이기 때문에 아랍어에서 차용한 말에서 원어의 ʿ를 ʾ와 합쳐 [ʔ]로 발음하는데 실제 발음에서는 앞의 모음을 장모음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아랍어 남자 이름 Jaʿfar جعفر는 페르시아어에서 같은 철자로 쓰지만 [ʤæːˈfæɾ]로 보통 발음하며 격식을 갖출 때만 [ʤæʔˈfæɾ]로 발음한다. 말레이어에서는 같은 이름을 Jaafar 또는 Ja’afar로 쓰며 [ʤa(ʔ)afa(r)]로 발음한다. 이슬람 경전의 아랍어 이름 al-Qurʾān القرآن에서 온 페르시아어 Ghorʾān قرآن은 표준 발음이 [ɢoɾˈʔɒːn]이지만 구어적으로는 [ɢoːˈɾɒn]이 된다. 말레이어에서는 표준 발음이 [qurʔan]이지만 철자는 [ʔ]를 나타내는 기호 없이 Quran으로 쓴다.

튀르키예어와 우르두어에는 음소 /ʔ/조차 없기 때문에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에서 원어의 ʾ와 ʿ를 철자에서는 나타내더라도 발음상으로는 보통 묵음이 된다. 아랍어 Jaʿfar는 튀르키예어 Cafer [ʤaˈfæɾ], 우르두어 Jāfar جعفر [ˈʤaːfər]가 되며 아랍어 al-Qurʾān은 튀르키예어 Kur’an/Kuran [kuˈɾan], 우르두어 Qurān قرآن [qʊˈrɑːn]이 된다. 다만 격식을 갖출 때 튀르키예어 Kur’an은 아랍어를 흉내내어 [kuɾˈʔaːn]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랍어와 다른 계통에 속하지만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가 많은 페르시아어와 말레이어, 튀르키예어, 우르두어 등은 원어의 ʾ와 ʿ를 묵음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아랍어를 로마자 표기를 통해 접하는 언어 화자들도 이들 음을 묵음으로 처리한다.

아랍어의 ʾ와 ʿ는 통용 로마자에서 흔히 생략된다는 점, 아랍어의 ʾ 일부는 실제 발음에서 쉽게 탈락한다는 점, 아랍어와 같은 셈 어파에 속한 다른 현대 언어 대부분 원래의 ʾ와 ʿ를 쉽게 탈락시킨다는 점, 또 아랍어에서 차용한 어휘가 많은 다른 언어에서도 이들이 묵음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한글 표기에서 아랍어의 ʾ와 ʿ는 아예 묵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즉 muʾmin ‘무민’, badʾ ‘바드’, shaʿb ‘샤브’, ḍilʿ ‘딜’, biḍʿah ‘비다’와 같이 적는 것이다.

대신 형태소 경계를 두고 자음 뒤에 오는 ʾ 또는 ʿ는 앞의 자음과 갈라서 초성 ‘ㅇ’으로 적어야 할 것이다. 아랍어 접두사는 대부분 모음으로 끝나고 자음으로 끝나는 것은 정관사 al- ال뿐이므로 정관사 뒤의 ʾ, ʿ만 주의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남자 이름 ʿAbdu l-ʿAzīz عبد العزيز‎는 ‘압둘라지즈’가 아니라 ‘압둘아지즈’로 써야 한다. 아랍어 철자만 기준으로 한다면 까다로울 수도 있겠지만 로마자 표기에서는 정관사를 붙임표(-)로 분명히 분리해서 쓰므로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어체 아랍어 일부, 특히 베두인 방언에서는 이른바 가하와 현상 혹은 가하와 증후군(gahawa syndrome)이 관찰된다(Cotter & de Jong 2019: 55). 모음 a 뒤에 목구멍에서 나는 자음 h, ḥ, kh, gh, ʿ가 오고 그 뒤에 또다른 자음이 올 때 두 자음 사이에 모음 a가 덧나는 현상이다. ‘커피’를 뜻하는 qahwah قهوة가 gahawa /ɡahawa/로 발음된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베두인 방언에서는 고전 아랍어의 q가 보통 g [ɡ]로 발음된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구어체 아랍어 종류에서는 남자 이름 Saʿd سعد를 Saʿad /saʕad/로, 남자 이름 Jaʿfar جعفر를 Jaʿafar /ʤaʕafar/로 발음한다. 그래서인지 자음 앞에 오는 문어체 아랍어 aʿ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aa로 적는 예가 많다. 정당 이름인 Baʿth بعث는 흔히 Ba’ath로 쓰며 메카에 있는 성스러운 건물 이름인 al-Kaʿbah الكعبة는 흔히 Kaaba라고 쓴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각각 ‘바트-당(Baath黨)’, ‘카바(Kaʻbah)’로 쓴다. 물론 가하와 현상이 적용되지 않은 형태에서도 ʿ를 a로 나타낸다면 aʿ는 aa로 적게 되므로 이런 통용 로마자 표기가 꼭 가하와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처럼 가하와 현상이 적용되어 aʿ가 aʿa로 발음될 수 있는 경우에도 한글 표기는 표준 발음인 aʿ를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shaʿb를 ‘샤브’로 적는 것처럼 Saʿd/Saʿad는 ‘사드’, Jaʿfar/Jaʿafar는 ‘자파르’로 표기를 통일할 수 있다. 간혹 가하와 현상이 적용된 로마자 표기가 표준 아랍어 발음인 것처럼 제시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하겠다. 일부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거리를 뜻하는 buʿd بعد를 buʿud /buʕud/로 발음하는 등 a 이외의 모음 뒤에서도 가하와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니 같은 모음 사이에 ʿ가 오는 경우는 표준 아랍어 형태를 신경 써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겹자음

국어원 시안에서는 ʾ, ḥ, ʿ, h를 빼고 아랍어의 겹자음은 앞의 자음을 받침으로 적어 나타내도록 했다. 다만 r가 겹친 경우 앞의 r를 받침 대신 ‘르’로 적는다. 그러면서 ʿAbbās عباس ‘압바스’, taqaddum تقدم ‘타깟둠’, ruzz رز ‘룻즈’, ʾumm أم ‘움므’, fann فن ‘판느’, marrah مرة ‘마르라’ 등을 예로 들었다. 학회 권고안은 이 규정에서 ʾ, ḥ, ʿ, h를 제외한다는 단서마저 삭제하여 Wahhābī وهابي ‘와흐하비’, Naḥḥās نحاس ‘나흐하스’ 같이 쓰도록 했다. 학회 권고안에서 ʾ나 ʿ가 겹친 예는 들지 않았지만 이들을 자음 앞에서 ‘으’로 적는 것을 생각하면 ‘호기심 많은’을 뜻하는 saʾʾāl سأل은 ‘사으알’로, ‘광선’의 복수형인 ʾashiʿʿah أشعة는 ‘아시으아’로 적으라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기는 원어에서 겹자음이 쓰인다는 것을 나타낼 수는 있어도 원어의 실제 발음을 흉내내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기존 외래어 표기 규정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대신 tayammum تيمم‎ ‘타얌뭄’, jahannam جهنم ‘자한남’, al-ʿAwwām وهابي ‘아우왐’, ʾUmayyah أمية ‘우마이야’ 같은 예는 그대로 쓸 수 있다.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타이어, 러시아어 등의 표기 규정에서 모음 사이의 mm, nn은 한글 표기에서도 겹쳐 쓴다. 예를 들어 스웨덴어에서 ‘여름’을 뜻하는 sommar [ˈsɔ̂mːar]는 ‘솜마르’로, 여자 이름 Anna [ˈânːa]는 ‘안나’로 적는다.

하지만 이는 mm, nn 뒤에 모음이 따르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스웨덴어에서 겹자음이 어말에 올 때는 겹쳐 적지 않고 접속사 및 대명사 som [ˈsɔmː]은 ‘솜’으로, 여자 이름 Ann [ˈanː]은 ‘안’으로 적는다. 스웨덴어 철자에서는 어말에서 m이 겹쳐 발음되더라도 하나만 적기 때문에 *somm 대신 som으로 쓰지만 발음상으로는 어말에 겹자음이 쓰인다. 스웨덴어의 som, Ann도 마지막 [mː], [nː]이 길게 발음되지만 이는 폐쇄의 지속 시간이 길다는 것이고 보통 파열하지는 않기 때문에 ‘솜므’, ‘안느’와 가깝게 들리지는 않는다. 겹자음이라도 어말 비음을 파열하지 않는 것은 아랍어 ʾumm [ˈʔʊmː], fann [ˈfæn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움므’, ‘판느’보다는 그냥 ‘움’, ‘판’과 비슷하게 들린다. 오히려 어말 겹자음이 없는 프랑스어에서는 어말 비음이 다른 자음과 마찬가지로 파열되기 때문에 한글 표기에서 이를 흉내내려 homme [ɔm], Seine [sɛn]을 규범 표기 ‘옴’, ‘센’ 대신 ‘옴므’, ‘센느’로 적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물론 철자에 나타나는 묵음 e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세느’ 대신 ‘센느’로 적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아랍어도 기존의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 표기 규정과 같이 모음 사이에서만 mm, nn을 각각 ‘ㅁㅁ’, ‘ㄴㄴ’으로 겹쳐 쓰는 것이 좋겠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룬 언어에는 겹자음 ww, yy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지만 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원 발음에 충실하게 겹쳐 쓸 수 있다. 자음 앞의 w, y는 각각 ‘우’, ‘이’로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모음 사이의 ww, yy가 전통 발음에서는 각각 [ww], [jj]로 발음되지만 보통 발화에서는 [uw], [ij]로 각각 발음된다. 따라서 ‘잠꾼’을 뜻하는 nawwām نوام은 [næwˈwæːm] 또는 [næuˈwæːm], 이슬람교에서 존칭으로 쓰이는 sayyid سيد‎는 [ˈsæjjɪd] 또는 [ˈsæijɪd]로 발음된다(2016: 72). 그러니 각각 ‘나우왐’, ‘사이이드’로 적는데 문제가 없다. ‘사이이드’에서 ‘이’가 반복되는 것이 낯설 수 있지만 say-yid로 분절되며 ay는 ‘아이’, yi는 ‘이’로 적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같은 음절 내의 iy, yi는 ‘이’로 적어야 한다.

아랍어에서 흔히 쓰이는 어미로 -iyy, -iyyah가 있다. 철자상으로는 각각 /-ijj/, /-ijjah/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발음에서는 각각 -ī, -īyah인 것처럼 흔히 발음된다. 따라서 ‘일본인(남성)’을 뜻하는 Yābāniyy ياباني는 문어체 아랍어의 음절 강세 규칙에 따라서 [jæːbæːˈnɪjː]로 마지막 음절에 강세를 주어야 하지만 이것은 격식을 갖춘 발음이고 실제로는 마치 Yābānī인 것처럼 [jæːˈbæːni]로 끝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를 주는 일이 더 흔하다(Halpern 2009: 4). 여성형 어미로 주로 나타나는 -iyyah도 [-ˈɪjja, -ˈɪjjæh]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치 -īyah인 것처럼 [-ˈi-]를 써서 흔히 발음하며 빠른 발화에서는 심지어 [-ˈi(ˑ)a]로 단순화시키기도 한다(Canepari & Cerini 2016: 72–73).

고전 아랍어식 발음대로는 -iyy, -iyyah로 적어야 하겠지만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적어도 -iyy는 학술적인 로마자 표기에서 대부분 -ī로 적는다. 예를 들어 남자 이름 علي는 ʿAliyy 대신 ʿAlī로 적는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ī로 표기를 통일한다. 여성형 어미는 -iyya(h)와 -īya(h)가 혼용되지만 이 글에서는 -īyah로 통일하기로 한다. 이는 미국도서관협회·미국의회도서관(ALA-LC) 표기법에서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글로 표기할 때는 물론 -iyy/-ī는 ‘이’로, -iyyah/-īyah는 ‘이야’로 적어야 한다.

철자상의 어말 uww은 Canepari & Cerini에 의하면 [-ʊwː]로 발음되며 ALA-LC 표기법에서 ūw로 적는다. 철자상의 어미 -iyy를 ‘이’로 적는 것처럼 철자상의 어말 uww도 ‘우’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적’을 뜻하는 ʿadūw عدو는 ‘아두’로 적을 수 있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폐쇄음, 파찰음, 마찰음, 유음 등이 겹쳤을 때는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는 겹자음을 쓰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 mamma [ˈmamma] ‘맘마’, Anna [ˈanna] ‘안나’에서와 같이 비음이 겹친 경우 한글로도 겹쳐 적지만 Filippo [fiˈlippo] ‘필리포’, freddo [ˈfreddo] ‘프레도’, Macchiavelli [makkjaˈvɛlli] ‘마키아벨리’ 등 폐쇄음이 겹쳤을 때나 Gucci [ˈɡutʧi] ‘구치’, Caravaggio [karaˈvadʤo] ‘카라바조’와 같이 파찰음이 겹쳤을 때, Raffaello [raffaˈɛllo] ‘라파엘로’, Rossi [ˈrossi] ‘로시’와 같이 마찰음이 겹쳤을 때, Ferrari [ferˈrari] ‘페라리’와 같이 유음이 겹쳤을 때는 한글 표기에 겹자음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겹자음은 한국어로 제대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어에서 거센소리와 된소리 앞에 같은 조음 위치의 종성을 발음하는 경우 천천히 끊어서 발음하지 않는 한 종성이 없는 경우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와 ‘압파’, ‘아빠’와 ‘압빠’는 일상적인 발화에서 구별이 어렵다. 또 예사소리 앞에 같은 조음 위치의 종성을 발음하면 뒤의 자음은 된소리로 변한다. [abba]를 ‘압바’라고 쓰면 ‘아바’와는 구별되지만 ‘압빠’로 쓴 것 같이 [appa]로 발음되어 원래의 유성음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azza]를 ‘앗자’라고 쓰면 마치 ‘앗짜’로 쓴 것 같이 [atʦʲa]로 발음된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어에는 유성 마찰음이 없어 [z]를 파찰음 [ʣʲ]로 흉내내기 때문에 원음과 차이가 있는데 겹자음을 흉내낸다고 ‘앗자’라고 쓰면 무성 파찰음이 되니 원음에서 더욱 멀어진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어 외에도 폴란드어, 헝가리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러시아어 등의 한글 표기에서 폐쇄음, 파찰음, 마찰음의 겹침을 따로 나타내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 표기 세칙이 없는 언어 가운데도 핀란드어, 힌디어, 타밀어 등 겹자음이 쓰이는 언어는 한글 표기에서 비음을 제외한 자음의 겹침을 따로 나타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핀란드어 성씨 Lipponen은 ‘리포넨’, 남자 이름 Matti는 ‘마티’, 지명 Mikkeli는 ‘미켈리’로 적는다.

이탈리아어의 r /r/는 강세 음절에서는 전동음 [r]로 발음되며 강세 음절의 유일한 음절 말 자음일 때는 장음 [rː]가 되고 무강세 음절에서는 탄음 [ɾ]로 발음된다. 이러한 변이음은 r가 겹쳤을 때도 쓰이기 때문에 carro [ˈkarːɾo], arrivo [aɾˈriːvo], arrivare [ˌaɾɾiˈvaːɾe]에서처럼 겹자음 /rr/는 [rːɾ], [ɾr], [ɾɾ] 등 다양하게 실현된다(Canepari 2018: 78). Ladefoged & Maddieson에 따르면 이탈리아어 화자 다섯 명이 carro를 발음한 것을 측정했을 때 /rr/의 전동에서 세 번에서 일곱 번까지나 접촉이 일어났다(1996: 219–221).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음의 겹침을 무시하고 carro ‘카로’, arrive ‘아리보’, arrivare ‘아리바레’와 같이 적는다.

아랍어의 r /r/도 강세 음절에서는 전동음 [rʶ~rˠ], 무강세 음절에서는 탄음 [ɾʶ~ɾˠ]로 발음된다. 구개수음화 또는 연구개음화를 나타내는 부호를 생략하고 각각 [r], [ɾ]로 적으면 겹자음 /rr/는 marrah مرة [ˈmarɾa(ɦ)], ṣarrāf صراف [sʶɑɾˈraːf], birr بر [ˈbɪrː]에서와 같이 [rɾ], [ɾr], [rː]로 실현된다(Canepari & Cerini 2016: 75–76, 107, 127).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을 따르면 marrah ‘마르라’, ṣarrāf ‘사르라프/싸르라프’, birr ‘비르르’와 같이 적게 되지만 아랍어의 /rr/가 이탈리아어의 /rr/보다 더 길거나 돋보이게 발음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평균적인 발음을 나타낸 표기이고 발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탈리아어에서 최대 일곱 번 튕긴 전동음을 쓰는 carro [ˈkarːɾo]는 ‘카로’로 적는데 아랍어 marrah [ˈmarɾa(ɦ)]는 ‘마르라’로 적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 보인다. 아랍어의 rr도 겹침을 무시하고 marrah ‘마라’, ṣarrāf ‘사라프’, birr ‘비르’와 같이 적는 것이 합당하다.

더구나 아랍어의 rr를 ‘르’를 덧붙여 적기 시작하면 다른 언어의 표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혼선이 생긴다.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라어도 아랍어처럼 셈 어파에 속하는데 통용 로마자 birr로 쓰이는 에티오피아의 화폐 단위 bərr ብር /bɨrr/는 ‘비르르’로 적어야 할까? 소말리어는 소말리아에서 아랍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데 소말리어 인명 Barre는 ‘바르레’로 적어야 할까? 베르베르어는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아랍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데 통용 로마자 El Guerrouj로 쓰이는 베르베르계 모로코 인명 El Gerruj /əlɡərrʊʒ/는 ‘엘게르루지’로 적어야 할까? 암하라어, 소말리어, 베르베르어 모두 겹자음 rr를 쓰는 언어이다. birr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비르’로 실려있으며 Barre도 ‘바레’, El Guerrouj도 ‘엘게루지’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아랍어의 rr를 쓸 때 ‘르’를 덧붙이기 시작하면 이런 표기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혼란스럽기 쉽다. 또 아랍어와 별 관계는 없지만 rr를 어쩌면 이탈리아어보다도 더 많은 전동을 써서 발음하는 핀란드어 같은 경우에도 남자 이름 Harri를 ‘하르리’로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아랍어의 폐쇄음, 파찰음, 마찰음처럼 유음 r도 겹치는 것을 한글 표기에서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 기존 외래어 표기 질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랍어 겹자음을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은 mm, nn, yy, ww의 경우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아랍어는 일상 철자에서 겹자음을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겹자음 발음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모음 사이의 겹치지 않는 s 또는 ṣ를 ss로 적는 경우가 있다. 남자 이름 Ḥasan حسن, Ḥusayn حسين은 흔히 Hassan, Hussein으로 적는다. 프랑스어 등 로마자를 쓰는 일부 언어에서 모음 사이의 s는 유성음 [z]로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무성음 [s]로 발음하도록 원 발음의 겹자음 여부와 상관없이 ss로 쓰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원어에서도 겹자음을 쓰는 것으로 오해하고 *Ḥassan, *Ḥussayn을 기준으로 ‘*핫산’, ‘*훗사인’으로 쓴다면 잘못이다. 공교롭게도 아랍어에서는 드물게 Ḥassān حسان이라는 남자 이름도 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Ḥasan을 마치 Ḥassān인 것처럼 잘못 표기할 수도 있다. 겹자음 ss를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으면 이런 실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파찰음 조합

아랍어에는 파찰음 /ʣ/, /ʦ/, /ʧ/로 발음되는 음소가 없다. 하지만 아랍어에 존재하는 음소의 조합으로 비슷한 발음이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d د와 z ز의 조합으로 [dz], t ت와 s س의 조합으로 [ts], t ت와 sh ش의 조합으로 [tʃ]가 발음되는 것이다.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모음 앞과 자음 앞·어말에서 [dz]를 ‘ㅈ’와 ‘즈’로, [ts]를 ‘ㅊ’와 ‘츠’로, [tʃ]를 ‘ㅊ’와 ‘치’로 각각 적도록 한다.

영어에는 보통 ch로 적는 파찰음 음소 /ʧ/는 있지만 /ʣ/, /ʦ/가 음소로서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접미사 -s /z/가 붙은 단어에서 자음군 [dz], [ts]가 흔히 나타난다. 즉 파찰음 음소는 아니지만 자음군이 음성상으로 파찰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한글 표기에도 반영하는 것이다.

아랍어에는 이런 조합이 영어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기 때문인지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예로 든 단어 가운데도 이런 조합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조합은 엄연히 등장한다. 예를 들어 ‘힘’ 또는 ‘용기’를 뜻하는 baṭsh بطش, ‘때림’을 뜻하는 laṭs لطس, ‘거룩함’을 뜻하는 quds قدس에서 음성상의 파찰음이 관찰된다. 대신 아랍어 어근 가운데 z가 d, ḍ, t, ṭ를 따르는 것은 없으므로 고유 어휘에서는 dz, ḍz 등의 조합이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5

Canepari & Cerini에 따르면 유성 장애음과 무성 장애음의 결합에서는 보통 뒤의 무성 자음에 의한 역행 무성음화가 일어나므로 quds의 /ds/는 [ts]로 발음된다. 또 강세 자음 뒤의 s는 순행 동화로 강세 자음으로 변하므로 laṭs의 ṭs /tˤs/는 [tˤsˤ]로 발음된다(2016: 82).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baṭsh의 ṭsh는 그대로 [tˤʃ]로 발음되는 듯하다(sh에 대응되는 강세 자음은 따로 없다). 따라서 아랍어 발음을 흉내내려면 baṭsh ‘바치’, laṭs ‘라츠’, quds ‘쿠츠’와 같이 적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합 뒤에 모음이 오는 경우에는 달라진다. 아랍어에서 어중의 자음군은 두 자음 사이에 음절 경계를 두기 때문에 신중한 발음에서는 이들이 음성상의 파찰음으로 실현되는 정도가 약하다. baṭsh에서 파생되어 ‘용기’를 뜻하는 baṭshah بطشة에서는 [tˤ.ʃ]가 그래도 파찰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 ‘바차’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quds에 대응되는 ‘거룩한’을 뜻하는 형용사 qudsī قدسي나 ‘지방이 많은’을 뜻하는 ʾadsam أدسم 같은 경우 ‘쿠치’, ‘아참’으로 각각 적기에는 [s]가 일반 파찰음의 마찰음부보다 너무 두드러지게 발음된다. 느린 발음에서는 역행 무성음화도 일어나지 않아 [d.s]가 유지된다(2016: 82). 차라리 각 자음을 따로 옮겨 ‘쿠드시’, ‘아드삼’으로 각각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모음 앞에서는 파찰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baṭshah도 ‘바트샤’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처럼 자음 조합의 표기를 어말과 어중에서 다르게 처리하는 것은 기존 표기 용례에서 영어 인명 Roberts [ˈɹɒb.əɹts]는 ‘로버츠’로 적지만 Robertson [ˈɹɒb.əɹt.sən]은 ‘로버트슨’으로 적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아랍어에서는 차용어에서 원어의 파찰음을 이처럼 자음군으로 흉내내기도 한다. ‘체코’를 at-Tshīk التشيك로 적고 ‘보츠와나’를 Būtsuwānā بوتسوانا로 적는 식이다. 아랍어 고유 어휘에서는 [dz] 또는 [dˤzˤ]로 발음되는 조합을 거의 찾을 수 없지만 러시아 지명인 제르진스크(Dzerzhinsk/​Дзержинск)는 아랍어로 Dzīrjīnsk دزيرجينسك로 적는다. 이처럼 원어의 파찰음을 흉내낸 자음군은 어두에도 올 수 있어 음절 초에 자음 하나만 허용하는 아랍어의 일반적인 음절 제약을 따르지 않는다. 이런 자음군은 드물게 아랍어 고유 명사에도 등장할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의 dz, ts, tsh, tz는 파찰음으로 처리하는 규정을 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 출신으로 16~17세기 오스만령 알제리에서 해적으로 활약한 Bītshīn بيتشين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의 본명은 Piccini ‘피치니’ 또는 Piccinino ‘피치니노’ 비슷한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추정된다. 통용 로마자 표기도 Bitchin이다. 따라서 ‘비트신’보다는 ‘비친’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짐’을 뜻하는 ḥidj حدج, ‘익음’을 뜻하는 naḍj نضج에서와 같이 어말에서 d, ḍ와 j가 결합하는 경우는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j의 중립적인 발음을 마찰음 [ʒ]로 취급하는 Canepari & Cerini는 ḍj는 각 음소의 본 음가가 유지되어 [dˤʒ]로 발음되는 것으로 묘사한다(2016: 87). 그러니 이 시각을 따르면 dj, ḍj는 각각 [dʒ], [dˤʒ]로 발음된다. 문어체 아랍어 j의 기본 발음을 파찰음 [ʤ]로 본다면 dj, ḍj는 각각 [dʤ], [dˤʤ]로 발음된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Ḥajj حج 같은 단어의 겹자음 jj [dʤ]와도 얼추 비슷하게 발음된다. 그러니 어말의 dj, ḍj도 파찰음처럼 취급하는데 문제가 없다.

한편 아랍어 어근 가운데 t와 j 또는 ṭ와 j로 끝나는 것은 없으므로 고유 어휘에서 어말 tj, ṭj 조합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t-j-r 어근은 있어서 ‘가계’를 뜻하는 matjar متجر에서와 같이 어중에 tj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Canepari & Cerini에 따르면 tj /tʒ/가 보통 [dʒ]로 동화되지만 ds [d.s]의 예에서와 마찬가지로 느린 발음에서는 역행 유성음화 없이 [t.ʒ]로 실현될 수 있다(2016: 82). 문어체 아랍어 j의 기본 발음을 파찰음 [ʤ]로 볼 경우 tj는 [d.ʤ~t.ʤ]로 실현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matjar도 이렇게 끊어 발음한 것이 관찰된다.6 그러니 matjar나 ‘어두운’을 뜻하는 ʾadjan أدجن, ‘눕다’를 뜻하는 ʾaḍjaʿa أضجع와 같은 경우는 어중에서 파찰음으로 취급하지 않고 각 자음을 따로 옮겨 ‘마트자르’, ‘아드잔’, ‘아드자아’로 각각 적는 것이 좋겠다.

차용어에서 원어의 파찰음을 자음 조합으로 나타내는 일이 있어도 dj, tj 같은 조합으로 나타낼 일은 없다. 차용어에서 이런 조합이 나온다면 원어에서도 폐쇄음과 파찰음이 둘 다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보초’를 뜻하는 nawbatjī نوبتجي는 튀르크어에서 왔는데 현대 튀르키예어로는 nöbetçi, 우즈베크어로는 nawbatchi이다. 원어에서는 t로 끝나는 어근에 접미사 -çi/-chi가 결합한 형태이다. 그러니 아랍어 nawbatjī도 ‘나우바트지’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주 나타나는 표현의 표기

정관사 al-

아랍어에서 정관사 al- ال은 접두사로서 명사, 대명사, 형용사 등에 붙는다. 아랍어에 부정관사는 따로 없고 대신 비한정 상태를 격어미로 나타낼 수 있다. 아랍어의 al-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에서 쓰는 관사와 달리 따로 떼어낼 수 없으므로 아랍어 철자에는 정관사와 정관사가 붙는 단어를 하나로 합쳐 적는다. 쥐를 뜻하는 faʾr فأر에 정관사 붙은 것은 al-faʾr الفأر로 쓴다. 로마자 표기에서 편의상 정관사와 단어 사이에 붙임표(-)를 넣었지만 아랍어 철자에는 그 자리에 아무런 표시가 없으니 alfaʾr와 구별할 길이 없다. 한편 유일신교의 신을 뜻하는 Allāh الله는 일반 신을 뜻하는 ʾilāh إله에 정관사가 붙은 al-ʾIlāh الإله가 축약된 것으로서 로마자 표기에서도 붙임표 없이 붙여 쓴다.

영어에서 정관사 the는 the mouse와 같이 명사 바로 앞에 쓸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형용사를 삽입하여 the big mouse로 쓰거나 심지어 the—if you would believe it—mouse와 같이 더 긴 구절을 삽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어의 al-은 이렇게 떼어낼 수 없다. 이 점은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등에서 접미사 -en, -et 등으로 나타나는 정관사와 비슷하다. 이들 언어에서 쥐를 뜻하는 mus ‘무스’에 정관사를 붙이면 musen ‘무센’이 된다. 접미사이니 한글 표기에서도 정관사를 단어의 일부로 보고 ‘무센’으로 적으며 ‘무스 엔’, ‘무스엔’과 같이 적지 않는다.

그러니 아랍어 al-도 한글 표기에 나타낼 때는 뒤따르는 단어와 묶어 한 단어로 취급하여 적어야 할 것이다. 원래 섬을 뜻하며 아라비아반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서 로마자 Al Jazeera로 쓰는 카타르 방송사 이름이기도 한 al-Jazīrah الجزيرة‎는 ‘알 자지라’로 띄어 쓰지 않고 ‘알자지라’로 붙여 써야 한다.

문어체 아랍어에서 정관사가 이른바 태양 글자인 d, ḍ, dh, n, r, s, ṣ, sh, t, ṭ, th, z, ẓ으로 시작하는 단어에 붙으면 al-에서 l의 음가가 그 글자가 나타내는 음가로 변한다. 즉 겹자음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로마자 표기는 이를 반영하여 ad-, aḍ-, adh-, an- 등으로 적기도 하고 이를 무시하고 al-로 통일하기도 한다. 유엔지명전문가그룹(UNGEGN) 표기법과 미국지명위원회·영국지명위원회(BGN/PCGN) 표기법,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Merriam-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에서는 al-의 자음 동화를 반영하지만 미국도서관협회·미국의회도서관(ALA-LC) 표기법과 《이슬람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ædia Britannica)》, 《이라니카 백과사전》, 《메리엄·웹스터 지명 사전(Merriam-Webster’s Geographical Dictionary)》에서는 al-로 통일한다. 예를 들어 ‘청년’을 뜻하며 축구 구단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소말리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무장 테러 단체 이름이기도 한 ash-Shabāb الشباب‎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표기 방식을 따르면 al-Shabāb으로 쓴다.

정관사가 태양 글자 앞에 올 때 일어나는 자음 동화는 차용하는 언어에 따라 반영 여부가 갈리며 같은 언어에서 두 방식이 혼용되는 일도 흔하다. 튀르키예어로는 ash-Shabāb를 eş-Şebab/eş-Şebap로 쓰기도 하지만 el-Şebab/el-Şebap로 쓰기도 한다. 소말리어에서는 al-Shabaab로 쓴다. 말레이어에서는 as-Syabab과 al-Syabab이 혼용된다.

아랍어의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태양 글자 앞이라도 정관사를 al-, al, el-, el 등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el-, el 등은 구어체 아랍어의 모음 발음을 따른 표기이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에 있는 축구 구단 이름으로 쓰이는 ash-Shabāb는 모두 Al-Shabab 또는 Al Shabab라는 통용 로마자 표기를 쓴다.

이처럼 태양 글자 앞에서 일어나는 정관사 자음의 동화는 로마자 표기 및 이를 차용한 다른 언어에서 쓰는 철자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실제 발음을 무시하더라도 어두 정관사는 ‘알’로 표기를 고정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로마자 표기에서 al-을 썼다고 해도 원어에서는 자음 동화가 일어났을 수 있으니 태양 글자가 쓰이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로마자 표기가 at-, ath-, ad-, adh- 등일 때 일괄적으로 ‘알’로 적는 것보다 편하다고 하기 어렵다. 또 ash-Shabāb와 같이 자음 동화가 일어난 발음을 기준으로 적으려면 ashshabāb와 같은 하나의 단어로 취급하여 겹자음을 따로 반영하지 않고 ‘아샤바브’로 적게 되니 정관사에 대응되는 표기가 ‘아’만 남아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실제 발음은 경우에 따라 다르더라도 한글로 적는 정관사의 표기는 ‘알’로 고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국어원 시안학회 권고안 모두 고유 명사의 정관사 al-과 그 변화형은 한글로 옮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관용적으로 관사가 있는 형태로 굳어진 단어와 관사가 구의 중간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국어원 시안에서는 변화형에 따라 ‘알’, ‘아르’, ‘안’, ‘앗’ 등으로 쓰고 학회 권고안에서는 모두 ‘알’로 통일한다.

어떤 경우에 아랍어의 한글 표기에서 정관사를 생략하는 것이 좋은지 인명부터 살펴보자. 아랍어 인명 가운데는 정관사를 포함하는 것이 많다. 아랍어 인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즉 이슴(ism اسم), 나사브(nasab نسب), 라카브(laqab لقب), 니스바(nisbah نسبة), 쿠니아(kunyah كنية‎)는 모두 정관사를 포함할 수 있다.

이슴(ism اسم), 즉 태어날 때 주어지는 개인 이름 가운데는 일반 명사나 형용사에서 온 것이 많은데 이때 고전 아랍어에서는 정관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한’ 또는 ‘잘생긴’을 뜻하는 ḥasan حسن에서 나온 이름은 고전 아랍어에서 al-Ḥasan الحسن으로 쓴다. 그러나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는 이슴에서 정관사를 생략하고 그냥 Ḥasan حسن과 같이 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이런 경우는 정관사를 생략한 형태를 기준으로 ‘하산’으로 쓸 근거가 있다.

반면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을 뜻하는 al-Baghdādī البغدادي‎나 아랍 부족의 하나인 카흐탄족 출신을 뜻하는 al-Qaḥṭānī القحطاني‎와 같이 출신지나 부족, 혈통 등을 나타내는 이름인 니스바(nisbah نسبة)는 대부분 정관사가 붙는다. 인물을 묘사하는 별명인 라카브(laqab لقب)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경우 ‘사자’를 뜻하는 al-ʾAsad الأسد‎나 ‘강력한’을 뜻하는 al-Qādir القادر‎처럼 일반 명사나 형용사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며 이 역시 보통 정관사가 붙는다. 니스바나 라카브에 붙는 정관사는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도 생략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랍어에서의 쓰임만 고려하면 인명 가운데 이슴에서는 정관사를 생략하고 니스바와 라카브에서는 정관사를 한글로 옮기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같은 이름이 이슴으로 쓰이기도 하고 라카브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al-Ḥasan은 ‘선한’ 또는 ‘잘생긴’을 뜻하는 별명, 즉 라카브로 쓰일 수도 있다. 또 ‘승리자’를 뜻하는 라카브 al-Manṣūr المنصور는 이슴 Manṣūr منصور로 쓰이기도 한다. 아랍어 인명에서 어느 요소가 이슴이고 어느 요소가 라카브인지 구별하여 한글로 표기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렇게 따지지 않고 인명에서는 무조건 정관사를 한글로 옮기지 않기로 하면 이런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아랍어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전 페르시아어의 경우 아랍어에서 온 인명에서 이슴은 물론 라카브와 니스바에서도 정관사를 생략한다. 10세기 아바스 왕조 때 활약한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인 이스타흐리는 아랍인이었는지 페르시아인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아랍어로는 al-ʾIṣṭakhrī الإصطخري라고 부르지만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정관사 없이 Iṣṭakhrī اصطخری라고 부른다. 아랍어 인명에서 정관사를 한글로 옮기지 않기로 하면 이런 경우에도 원어를 아랍어로 삼거나 고전 페르시아어로 삼거나 한글 표기는 ‘이스타흐리’로 통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담으로 페르시아어에서는 아랍어의 강세 자음 ṣ, ṭ를 일반 자음 s, t와 동일하게 발음하므로 각각 ‘ㅅ’, ‘ㅌ’으로 적고 kh는 ‘ㅎ’으로 적으니 아랍어에서도 같은 자음 표기 방식을 따르는 경우에만 이 이름에서 고전 페르시아어와 아랍어의 표기가 통일된다.

그러니 아랍어 인명에서는 정관사를 한글로 옮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Ḥasan과 al-Ḥasan을 구분 없이 ‘하산’으로 적고 al-Baghdādī ‘바그다디’, al-Qaḥṭānī ‘카흐타니’, al-ʾAsad ‘아사드’, al-Qādir ‘카디르’, al-Manṣūr ‘만수르’와 같이 적어야 하겠다.

아랍어 지명을 살펴보자면 지금의 카이로 자리에 있던 이집트의 옛 수도 al-Fusṭāṭ الفسطاط‎, 중세 이슬람교도 치하의 이베리아반도를 부르는 이름인 al-ʾAndalus الأندلس 등 정관사가 붙는 것이 많다. 그런데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전자는 Fustat와 같이 보통 정관사 없이 쓰고 후자는 al-Andalus와 같이 보통 정관사를 붙인다. 어느 지명에서 통용 로마자 표기에 정관사가 붙는지는 딱히 기준을 찾기 힘들다. 다만 잘 알려진 지명일수록 정관사 없는 형태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특히 나라 이름으로 쓰이는 as-Sūdān السودان‎, al-ʿIrāq العراق등은 통용 로마자 표기 Sudan, Iraq나 한글 표기 ‘수단’, ‘이라크’에서 정관사 없이 쓰인다. 한쪽으로 통일해야 한다면 가장 익숙한 형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으므로 아랍어 지명의 정관사는 한글로 옮기지 않고 al-Fusṭāṭ ‘푸스타트’, al-ʾAndalus ‘안달루스’와 같이 쓰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둘 이상의 단어로 된 지명에서 첫째 단어 외에 붙는 정관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현행 표준 표기로 ‘룹알할리 사막’이라고 적는 ar-Rubʿ al-Khālī الربع الخالي‎는 통용 로마자 표기가 Rub’ al Khali로 첫째 단어의 정관사는 생략했지만 둘째 단어에는 정관사를 붙였다. 현행 표준 표기인 ‘룹알할리’도 이를 따랐다. 둘 이상의 단어로 된 아랍어 지명은 명사끼리 결합하는 연결형 구문이 대부분이고 ‘빈 4분의 1’, 즉 ‘빈 지대’를 뜻하는 ar-Rubʿ al-Khālī처럼 명사와 형용사가 결합한 표현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이런 표현에서는 명사와 형용사 모두 정관사가 붙으므로 첫 명사에 정관사가 붙지 않는 연결형 표현과는 구별된다.

이처럼 명사와 형용사가 결합한 지명은 아랍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기보다는 aḍ-Ḍiffat al-Gharbīyah الضفة الغربية‎를 the West Bank나 ‘서안 지구’로 쓰거나 al-ʾImārāt al-ʿArabīyat al-Muttaḥidah الإمارات العربية المتحدة‎를 the United Arab Emirates나 ‘아랍 에미리트 연방’으로 쓰는 것과 같이 번역명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ar-Rubʿ al-Khālī처럼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 몇 안되는 둘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비연결형 지명은 단어 하나로 된 지명처럼 첫째 단어에 붙는 정관사는 생략하되 기존 표준 표기인 ‘룹알할리’에서처럼 그 외의 단어에 붙는 정관사는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다만 이 지명은 b의 처리 방식을 바꾸어 ‘루브알할리’로 적는 것이 좋겠다.

인명이나 지명이 아니더라도 이슬람교를 뜻하는 al-ʾIslām الإسلام, 문어체 아랍어를 뜻하는 al-fuṣḥā الفصحى, 이슬람교의 구세주를 이르는 al-Mahdī المهدي 등 특정한 개념을 지칭하는 명사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정관사를 생략하고 각각 Islam, fusha/fus·ha, Mahdi로 쓰기 마련이다. al-fuṣḥā의 표준 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al-ʾIslām, al-Mahdī는 각각 ‘이슬람’, ‘마디’로 쓴다.

그러나 특정한 단체, 기관, 건축물, 출판물 등 이름의 표기에서는 보통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도 정관사를 붙이고 이름의 일부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를 뜻하는 이집트 축구 구단 이름 al-ʾAhlī الأهلي는 Al Ahly로 통용되며 카타르 방송사 이름 al-Jazīrah الجزيرة‎는 Al Jazeera로 통용된다. 그러니 한글 표기에서도 이런 경우에는 정관사를 포함하여 ‘알아흘리’, ‘알자지라’와 같이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자음 앞에서 정관사의 자음이 뒤따르는 자음과 동화하는 것은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한글 표기에서도 정관사의 다양한 형태를 ‘알’로 통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리아 반군 조직인 Jabhat an-Nuṣrah جبهة النصرة‎‎를 영어로는 보통 al-Nusra Front로 쓰고 한글로는 ‘알누스라 전선’으로 쓴다.

한편 메카에 있는 이슬람교의 성소인 al-Kaʿbah الكعبة를 건축물 이름으로 볼 수도 있고 이슬람교의 경전을 뜻하는 al-Quʾrān القرآن‎을 출판물 이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정관사 없이 Kaaba/Ka’bah, Quran/Koran로 각각 쓰고 현행 표준 표기도 각각 ‘카바’, ‘쿠란/코란’으로 쓴다. 영어에서 출판물 이름은 보통 이탤릭체로 쓰지만 Quran/Koran에는 적용되지 않으니 일반 출판물 이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경우는 예외로 쳐야 할 것이다.

중세에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를 다스린 베르베르계 왕조 가운데 통용 로마자로 각각 Almoravid와 Almohad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왕조 이름이 인명을 딴 것과 달리 각각 아랍어로 ‘수도원 요새의 사람’을 뜻하는 al-Murābiṭ المرابط와 ‘유일신주의자’를 뜻하는 al-Muwaḥḥid الموحد에서 온 것인데 이베리아반도 로망어와 중세 라틴어를 통해서 전해지면서 통용 로마자 표기는 정관사를 포함시키는 형태로 굳어졌다. 전자의 현행 표준 표기는 ‘무라비트 왕조’이고 후자는 표준 표기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통용 로마자 이름을 고려하여 이들의 한글 표기도 정관사를 포함한 ‘알무라비트 왕조’, ‘알무와히드 왕조’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반면 인명인 al-ʿAbbās العباس와 al-ʾAghlab الأغلب‎에서 각각 이름을 딴 왕조는 영어로 Abbasid, Aghlabid라고 부르며 한글 표기도 인명에서 정관사를 생략하는 규칙에 따라 ‘아바스 왕조’, ‘아글라브 왕조’라고 부를 수 있다.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아랍어 구절을 옮길 필요가 있을 때에도 정관사를 한글 표기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럴 경우 주의할 점이 있다. 앞의 단어가 모음으로 끝날 경우 al-의 모음 a는 탈락한 상태로 앞의 단어와 연음된다. 예를 들어 ‘그에게 평안이 있으라’를 뜻하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 ʿalayhi s-salām عليه السلام과 고전 아랍어 ʿalayhi s-salāmu عليه السلم에서는 모음으로 끝나는 ʿalayhi 뒤에서 al-의 모음 a가 탈락하고 l은 뒤따르는 s에 동화되어 s-로 나타난다. 여기서 ʿalayhi는 ‘그에게’를 뜻하는 전치사이다. 아랍어의 전치사는 이처럼 모음으로 끝나서 뒤따르는 정관사의 모음을 탈락시키는 것이 많으니 이와 같은 경우는 연음된 형태를 기준으로 하나의 단어처럼 취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ʿalayhi s-salām을 기준으로 ‘알라이히살람’으로 적을 수 있겠다. 이 경우 정관사 s-는 뒷말과 겹치기 때문에 한글 표기에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

고전 아랍어는 ʾiʿrāb إﻋﺮاب ‘이라브’라고 하는 모음으로 끝나는 격어미 체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고전 아랍어에서는 al-의 모음이 탈락하는 일이 더 흔하다. ‘동방’을 뜻하는 sharq شرق와 ‘중간’을 뜻하는 ʾawsaṭ أوسط가 결합하여 ‘중동’을 뜻하는 표현이 격어미를 쓰지 않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로는 ash-Sharq al-ʾAwsaṭ الشرق الأوسط이지만 고전 아랍어로는 ash-Sharqu l-ʾAwsaṭu이다. 하지만 한글 표기는 보통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를 생략하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하므로 반영할 일이 없다. ash-Sharq al-ʾAwsaṭ를 기준으로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로 적으면 그만이다. 이 표현은 영국에서 아랍어로 발행되는 국제 신문 제목이기도 하며 이는 로마자로 정관사의 자음 동화를 반영한 Asharq Al-Awsat로 쓴다. 만약 지명으로 취급한다면 첫 단어의 정관사를 생략하고 붙여 써서 ‘샤르크알아우사트’가 되겠지만 ‘중동’이라는 번역명이 이미 자리잡고 있으므로 이는 신문 제목 등으로 쓰이는 단순한 아랍어 구절로 취급하여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로 적는 것이 낫다.

연결형 구문

아랍어 인명과 지명 가운데는 여러 명사가 결합하여 ‘~의 ~’를 뜻하는 연결형 구문이 흔하다. 아랍어로 ʾiḍāfah إضافة라고 하는 연결형은 명사 두 개 이상이 결합하여 한 단어처럼 쓰이는 것을 이르며 보통 소유관계나 복합어를 표현한다. 제1연결어, 즉 연결형의 제1요소는 소유물을 나타내고 제2연결어, 즉 연결형의 제2요소는 소유자를 나타내며 속격으로 고정되는데 여기에는 정관사가 붙을 수 있다. 제1연결어는 정관사가 붙지 않고 비한정 상태를 나타내는 격어미도 붙지 않는 형태, 즉 연결형태를 취하며 주격, 대격, 속격 등의 격변화를 한다. 단독으로 쓰일 때는 주격을 취하므로 한글 표기는 원칙적으로 주격형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연결형 구문에서 제2연결어에 정관사가 붙은 경우 격어미를 쓰는 고전 아랍어에서는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한다. 예를 들어 ‘집’을 뜻하는 dār دار의 연결형태 주격형 dāru에 ‘평화’를 뜻하는 salām سلام에 정관사가 붙은 as-salām의 속격형 as-salāmi를 연결하면 as-의 a가 탈락하고 ‘평화의 집’을 뜻하는 dāru s-salāmi دار السلام‎가 된다. 여기서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 -u, -i는 짧은 모음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철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현대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격식을 갖추어 고전 아랍어를 흉내내지 않는 이상 격어미를 보통 생략한다. 그래서 ‘평화의 집’은 dār as-salām دار السلام‎으로 쓴다. 하지만 이런 연결형 구문에서 제1연결어의 주격어미 -u를 보존하여 dāru s-salām دار السلام‎으로 쓰기도 한다. 이 아랍어 구문을 차용한 지명 가운데 탄자니아 도시 Dar es Salaam은 격어미를 모두 생략한 형태를 땄고 브루나이의 말레이어 정식 국호 Negara Brunei Darussalam에서는 제1연결어의 주격어미 -u를 보존한 형태를 땄다.

이처럼 아랍어가 차용되는 형태를 고려할 때 만약 이런 연결형 구문을 하나의 이름으로 취급하려면 마지막 격어미는 생략하되 어중에 나타나는 제1연결어의 격어미는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dār as-salām을 두 단어로 취급한다면 ‘다르 알살람’으로 적어야 하겠지만 한 단어로 취급할 때에는 ‘다르알살람’과 같이 적기보다는 제1연결어의 격어미를 살린 dāru s-salām을 기준으로 연음을 반영한 ‘다루살람’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또 dāru s-salām의 [ss]와 같이 뒤 단어가 태양 글자로 시작하는 경우 정관사의 자음 동화로 나타나는 겹자음 발음은 다른 겹자음과 마찬가지로 [nn]을 제외하고는 자음 하나인 것처럼 써야 할 것이다.

아랍어에서 연결형 구문이 하나의 이름처럼 쓰이는 경우는 주로 인명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경우로 ʿAbdu llāh عبد الله, ʿAbdu r-Raḥmān عبد الرحمن 등 ‘~의 종’을 뜻하는 이름과 ʿAlāʾu d-Dīn علاء الدين‎, Ṣalāḥu d-Dīn صلاح الدين 등 ‘신앙의 ~’를 뜻하는 이름을 꼽을 수 있다. Naṣru llāh نصر الله, Niʿmatu llāh نعمة الله 등 ‘신의 ~’를 뜻하는 이름도 있는데 이런 표현은 ʾāyatu llāh آية الله‎, Ḥizbu llāh حزب الله‎ 등 일반 용어로도 쓰인다. 역사적으로는 Nāṣiru d-Dawlah ناصر الدولة, Sayfu d-Dawlah سيف الدولة 등 ‘왕조의 ~’를 뜻하는 이름, Sittu l-Mulk ست الملك‎, Sittu sh-Shām ست الشام 등 ‘~의 여주인’을 뜻하는 이름도 많이 찾을 수 있다. 13세기 이집트 여성 통치자 이름으로 쓰인 ‘진주의 나무’를 뜻하는 Shajaru d-Durr شجر الدر‎와 같이 흔한 틀에 들어맞지 않는 연결형 구문을 쓰는 예도 있다.

이들은 현대 문어체 아랍어를 따라 제1연결어 격어미를 생략하고 정관사의 표기도 al-로 고정해서 각각 ʿAbd Allāh, ʿAbd al-Raḥmān, ʿAlāʾ al-Dīn, Ṣalāḥ al-Dīn, Naṣr Allāh, Niʿmat Allāh, ʾāyat Allāh, Ḥizb Allāh, Nāṣir al-Dawlah, Sayf al-Dawlah, Sitt al-Mulk, Sitt al-Shām, Shajar al-Durr와 같이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이슬람 백과사전》에서는 ʿAbd Allāh, ʿAbd al-Raḥmān, Ṣalāḥ al-Dīn과 같은 표기를 쓴다.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에서는 ʿAbd Allāh, ʿAbd ar-Raḥmān, Ṣalāḥ ad-Dīn과 같이 쓴다.

그러나 ʿAbd Allāh보다는 ʿAbdu llāh라는 형태가 더 친숙해서 국어원 시안에서 ʕAbdullah ‘압둘라’를 예로 들었을 정도이다(대신 마지막 모음은 장모음 ā로 적는 것이 맞다). 요르단 국왕의 이름도 통용 로마자 표기가 Abdullah이다. ‘압드알라’ 또는 ‘압달라’보다는 ‘압둘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랍어 연결형 이름을 차용한 다른 언어에서도 적어도 제1연결어가 ʿAbd에 해당하는 경우는 격어미 -u를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ʿAbdu llāh, ʿAbdu r-Raḥmān을 튀르키예어에서는 Abdullah, Abdurrahman이라고 쓴다.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도 Abdollāh عبدالله, Abdorrahmān عبدالرحمن이라고 쓰며 타지크어에서는 Abdulloh​(Абдуллоҳ), Abdurrahmon​(Абдурраҳмон)이라고 쓴다. 우르두어에서는 Abdu llāh عبد الله, Abdurrahmān عبدالرحمن이라고 쓰고 말레이어에서는 Abdullah, Abdul Rahman/Abdurrahman이라고 쓴다.

제2연결어가 ad-Dīn인 경우는 약간 복잡하다. 이 형태의 이름 가운데 널리 쓰이는 통용 로마자 표기가 있는 것은 ʿAlāʾ al-Dīn과 Ṣalāḥ al-Dīn으로 전통적으로 각각 Aladdin, Saladin으로 쓴다. 즉 제1연결어의 격어미 모음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어에서도 Alâeddin/Alaattin, Selahaddin/Selahattin과 같이 이런 형태의 이름은 -addin/-attin/-eddin/-ettin으로 쓰는 것을 선호한다(-addin/-eddin보다는 -attin/-ettin이 더 튀르키예어화된 이름이다).

이란 페르시아어로는 Alā’eddīn과 Alā’oddīn علاءالدین, Salāheddīn과 Salāhoddīn صلاح‌الدین이 혼용되며 타지크어로도 Aloiddin​(Алоиддин)과 Alouddin​(Алоуддин), Salohiddin​(Салоҳиддин)과 Salohuddin​(Салоҳуддин)이 혼용된다. 반면 통용 로마자 표기로 볼 때 다리어, 즉 아프간 페르시아어에서는 Alā’uddīn علاءالدین, Salāhuddīn صلاح‌الدین과 같이 -u를 살린 발음을 선호하는 듯하다. 우르두어로도 Alāuddīn علاءالدین, Salāhuddīn صلاح‌الدین으로 쓰며 말레이어로도 Alauddin, Salahuddin으로 쓴다.

사실 제2연결어가 ad-Dīn인 연결형 이름 상당수는 아랍어권보다도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명에서 더 많이 쓰이는데 이들은 -u를 살린 발음을 선호한다. 그러니 이런 식의 이름은 -uddin, 일부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uddeen의 형태로 접하는 것이 많다. 반면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른 표기는 al-din, ad-din, -addin, el-din, -eddin, -eddine 등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통일시키려면 적어도 문어체 아랍어의 표기에서는 제1연결어의 격어미 -u를 반영한 ‘우딘’으로 표기를 고정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아랍어에는 불규칙 연결형태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를 뜻하는 ʾab أب는 연결형태 주격형으로는 ʾabū أبو, 연결형태 대격형으로는 ʾabā أبا, 연결형태 속격형으로는 ʾabī أبي로 쓰인다. 이 요소가 들어가는 연결형 표현은 아랍어 인명에서 ‘~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문자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비유적인 별명으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ʾAbū Bakr أبو بكر‎는 ‘어린 낙타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낙타와 연관된 별명이다.

연결형이 불규칙적으로 긴 모음으로 끝나는 것은 ʾab 외에도 ‘형제’를 뜻하는 ʾakh أخ, ‘장인’을 뜻하는 ḥam حم, ‘입’을 뜻하는 fam فم, 등으로 이들의 주격 연결형은 각각 ʾakhū أخو, ḥamū حمو, fū فو이다. 특히 dhū ذو는 ‘~의 소유자’를 뜻하는 연결형으로만 쓰이며 쿠란에 나오는 Dhu l-Kifl ذو الكفل, Dhu l-Qarnayn ذو القرنين 같은 이름에 쓰인다.

인명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쓰이는 연결형 구문은 제1연결어의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를 살리고 정관사의 자음 동화도 반영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따르면 ʿAbdu llāh ‘압둘라’, ʿAbdu r-Raḥmān ‘압두라흐만’, ʿAlāʾu d-Dīn ‘알라우딘’, Ṣalāḥu d-Dīn ‘살라후딘’, Naṣru llāh ‘나스룰라’, Niʿmatu llāh ‘니마툴라’, ʾāyatu llāh ‘아야툴라’, Ḥizbu llāh ‘히즈불라’, Nāṣiru d-Dawlah ‘나시루다울라’, Sayfu d-Dawlah ‘사이푸다울라’, Sittu l-Mulk ‘시툴물크’, Sittu sh-Shām ‘시투샴’, Shajaru d-Durr ‘샤자루두르’, Dhu l-Kifl ‘둘키플’, Dhu l-Qarnayn ‘둘카르나인’으로 적을 수 있다. ʾAbu l-Qāsim도 ‘아불카심’으로 적는 것이 좋겠으나 이는 뒤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그러나 오늘날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는 잘 쓰지 않으므로 인명 외에는 연결형 구문을 한 단어로 적는데 무리가 있다. 지명의 경우 튀르키예 국경 근처에 있는 시리아 도시 رأس العين‎이나 요르단에 있는 유적지 عين غزال은 위의 규칙을 적용하여 각각 하나의 이름으로 적으면 Raʾsu l-ʿAyn ‘라술아인’, ʿAynu Ghazāl ‘아이누가잘’이 되겠지만 이렇게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격어미 없이 각각 Raʾs al-ʿAyn, ʿAyn Ghazāl과 같은 형태로 통용된다. 이에 따라 ‘라스알아인’, ‘아인가잘’로 쓰는 것이 무난하다.

아랍어 지명에서는 특히 ‘도시’를 뜻하는 madīnat مدينة, ‘성채’를 뜻하는 qaṣr قصر, ‘요새’를 뜻하는 qalʿat قلعة, ‘탑’을 뜻하는 burj برج, ‘산’을 뜻하는 jabal جبل, ‘계곡’을 뜻하는 wādī وادي 등 지형이나 구조물 종류를 나타내는 일반 명사를 제1연결어로 쓰는 것이 많다(타 마르부타를 쓰는 madīnat와 qalʿat가 연결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쓰일 때는 각각 madīnah, qalʿah이다). 이들은 연결형 구문이지만 복합어의 성격이 강하므로 하나의 이름처럼 표기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이런 복합 지명은 각 단어를 따로 옮긴 후 합쳐 예를 들어 시리아 지명 Madīnat al-Baʿth مدينة البعث‎는 ‘마디나트알바스’, 팔레스타인 지명 Qaṣr al-Yahūd قصر اليهود‎는 ‘카스르알야후드’와 같이 적을 수 있다. 일부러 제1연결어의 격어미를 살려 Madīnatu l-Baʿth ‘마디나툴바스’, Qasru l-Yahūd ‘카스룰야후드’와 같이 적을 필요가 없다.

대신 ‘계곡’을 뜻하는 wādī로 시작하는 복합 지명은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 정관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요르단의 계곡인 Wādī al-Mūjib وادي الموجب는 보통 Wadi Mujib로 통용된다. al-Mūjib는 이 계곡을 흐르는 강 이름이기도 하고 단어 하나로 된 지명에서 정관사를 생략하는 원칙에 따라 Mujib River, ‘무지브강’으로 적을 수 있으며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에서도 wadi를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마른 계곡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차용했기 때문에 정관사를 생략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주목할 부분은 wādī가 모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도 모음 뒤에서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하는 것은 여전하다.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가 탈락했기 때문에 자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wādī처럼 격어미 없이도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하여 Wādī l-Mūjib와 같이 축약한다. 제2연결어가 태양 글자로 시작하는 경우 Wādī t-Taym وادي التيم과 같이 자음 동화가 나타나는 것도 물론이다. 이처럼 지명에서는 연결형 구문을 각 단어를 따로 옮긴 후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제1연결어가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는 정관사 모음의 탈락과 태양 글자로 인한 자음 동화를 반영하여 ‘와딜무지브’, ‘와디타임’과 같이 한 단어처럼 쓰는 것이 어떨까 한다.

연결형 구문으로 쓰이는 일반용어 가운데 최초의 아랍어 사전으로 ‘아인(아랍어 글자 ع)의 서’를 뜻하는 كتاب العين이나 아랍어 천문학서로 ‘하늘의 계단’을 뜻하는 سلم السماء는 제1연결어의 격어미를 살려 하나의 이름으로 적으면 각각 Kitābu l-ʿAyn ‘키타불아인’, Sullamu s-Samāʾ ‘술라무사마’가 되겠지만 실제로는 각각 Kitāb al-ʿAyn, Sullam al-Samāʾ/Sullam as-Samāʾ와 같이 격어미를 쓰지 않는 형태로 통용된다. 이들은 책 제목이니 연결형 구문이라도 각 단어를 따로 옮겨 한글 표기도 ‘키타브 알아인’, ‘술람 알사마’로 쓰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니 연결형 구문을 하나의 이름으로 취급하는 것은 인명으로 한정해야 하겠다. 그런데 Naṣru llāh ‘나스룰라’, Niʿmatu llāh ‘니마툴라’ 같은 인명에서처럼 Allāh의 축약형 llāh가 들어가는 연결형 구문은 인명이 아니라도 시아파 이슬람교에서 쓰는 고위 성직자 칭호인 ʾāyatu llāh, 정당 및 무장 단체 이름인 Ḥizbu llāh 등으로도 쓰이니 이런 경우에도 하나의 이름으로 취급하여 각각 ‘아야툴라’, ‘히즈불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이들은 문어체 아랍어 형태보다는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 형태에 따라 āyatollāh آيت‌الل‍ه‎ ‘아야톨라’, Hezbollāh حزب‌الله ‘헤즈볼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

연결형 구문에서 다른 이름과 결합하여 복합 이름을 만드는 연결어로 ‘아버지’를 뜻하는 ʾAbū 외에도 ‘어머니’를 뜻하는 ʾUmm أم, ‘아들’을 뜻하는 Ibn ابن 또는 ibn/bin بن, ‘딸’을 뜻하는 Ibnat ابنة 또는 bint بنت 등이 있다.7 이 가운데 Ibn, ibn/bin, Ibnat, bint는 아버지 이름에 붙어 부칭을 만드는데 쓰인다. ʾAbū와 ʾUmm은 실제 자녀 이름에 붙기도 하고 사물이나 추상명사에 붙어 별명을 만드는데 쓰이기도 한다.

하나의 이름으로 쓰이는 연결형 표현에서 제1연결어의 격어미를 살리고 정관사의 자음 동화도 반영하자는 것은 이런 이름을 요소에 따라 나눠 표기하기가 어색하기 때문인데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는 뒤따르는 이름과 나눠 표기해도 문제가 없다. 더구나 고전 아랍어식 주격형인 ʾUmmu, Ibnu, bnu, Ibnatu, bintu 등은 로마자 표기에서 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이 경우에는 붙여 쓰되 제1연결어는 격어미를 생략한 현대 문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ʾUmm ‘움’, Ibn ‘이븐’, ibn/bin ‘이븐/빈’, Ibnat ‘이브나트’, bint ‘빈트’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전 아랍어에서 남자 인명의 부칭을 만들 때 쓰는 ‘아들’을 뜻하는 말의 연결형태 주격형은 어두에서 Ibnu ابن로 쓰지만 어중 모음 뒤에서는 앞의 모음이 탈락한 bnu بن로 쓴다(대격형은 Ibna/bna, 속격형은 Ibni/bni가 된다). 예를 들어 ‘이브라힘의 아들 이스마일’을 뜻하는 이름은 ʾIsmāʿīlu bnu ʾIbrāhīmi إسماعيل بن إبراهيم‎ ‘이스마일루브누이브라히미’가 된다. ʾIsmāʿīlu는 주격형, ʾIbrāhīmi는 속격형이다.

격어미를 생략하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격에 상관없이 언제나 ʾIsmāʿīl, ʾIbrāhīm 등으로 쓰며 어두의 Ibnu에서도 주격어미 -u를 생략하고 Ibn으로 쓴다. 문제는 어중의 bnu인데 -u를 생략하면 bn만 남아서 문어체 아랍어에서 발음할 수 없는 음절이 된다. 그래서 일부 구어체 발음을 흉내내어 b와 n 사이에 고전 아랍어에는 없는 모음 i를 삽입해서 bin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고전 아랍어의 ʾIsmāʿīlu bnu ʾIbrāhīmi إسماعيل بن إبراهيم‎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에서 보통 ʾIsmāʿīl bin ʾIbrāhīm ‘이스마일 빈이브라힘’으로 발음한다.

그러나 고전 아랍어의 Ibnu/bnu가 단순히 앞에 모음이 있느냐에 따라 쓰이는 교체형이다. 같은 이름에서 부칭만 따로 부를 때는 bnu ʾIbrāhīmi 대신 ibnu ʾIbrāhīmi ابن إبراهيم가 된다. 이를 고려하여 격어미를 생략하되 고전 아랍어를 흉내낼 때는 원래의 Ibnu와 bnu를 모두 Ibn/ibn으로 통일하는 방법이 있다.

주로 과거 인물 가운데 이런 부칭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가 많다. 14세기 북아프리카 여행가 Ibn Baṭṭūṭah ابن بطوطة‎, 14세기 북아프리카 역사가 Ibn Khaldūn ابن خلدون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표준국어대사전》에 각각 ‘이븐바투타(Ibn Battūtah)’, ‘이븐할둔(Ibn Khaldūn)’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부칭 하나에 그치지 않고 족보를 거슬러가며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의 아버지 이름을 추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같은 인명에 Ibnu/bnu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아랍어 철자에서는 이름 뒤에 오느냐에 따라서 Ibnu 또는 bnu로 쓰는 이 요소를 《이슬람 백과사전》에서는 표제어에서 Ibn, 나머지 경우는 b.로 통일해서 적는다. 이븐바투타의 줄이지 않은 이름은 Ibn Baṭṭūṭa Shams al-Dīn Abī ʿAbdallāh Muḥammad b. ʿAbdallāh al-Lawātī al-Ṭanjī로 적는 식이다. 반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고전 아랍어 인명의 Ibnu/bnu를 ibn으로 표기를 통일한다. 그래서 Abū ʿAbd Allāh Muḥammad ibn ʿAbd Allāh al-Lawātī al-Ṭanjī ibn Baṭṭūṭah로 적는다.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에서도 ibn으로 표기를 통일하여 Abū ʽAbd Allāh Muḥammad ibn ʽAbd Allāh al-Lawātī aṭ-Ṭanjī ibn Baṭṭūṭah와 같이 쓴다.

그러니 과거 인명의 표기에서는 아랍어 철자의 ابن 또는 بن을 Ibn/ibn ‘이븐’으로 통일해서 뒤따르는 이름과 붙여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이븐바투타’, ‘이븐할둔’ 등 기존 표기를 그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근현대 인명에서는 بن을 bin으로 보고 ‘빈’으로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현대 요르단 인명 Muḥammad bin Ṭalāl محمد بن طلال은 ‘무함마드 빈탈랄’으로 표기할 수 있다. 물론 현대 인명은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바탕으로 적절한 표기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문어체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을 때의 이야기이다.

연결형 표현에서 제2연결어는 속격형을 써야 하지만 격어미를 생략하는 현대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보통 주격형과 동일하게 쓴다. 그런데 격어미를 생략하더라도 속격형이 주격형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불규칙 연결형태 ʾAbū로 시작하는 이름이 대표적으로 연결형태 속격형은 ʾAbū가 아닌 ʾAbī이다. 그러니 ʾAbū Bakr ‘아부바크르’의 아들 Muḥammad ‘무함마드’는 Muḥammad ibn ʾAbī Bakr محمد بن أبي بكر‎ ‘무함마드 이븐아비바크르’가 된다. 이 경우에는 철자를 통해서 ʾAbī가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철자만으로는 주격형과 속격형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ʿAbdu로 시작하는 이름은 속격형 ʿAbdi도 동일한 철자 عبد로 쓰니 주의해야 한다. ʿAbdu llāh ‘압둘라’의 아들 ʿUmar ‘우마르’는 ʿUmar ibn ʿAbdi llāh عمر بن عبد الله ‘우마르 이븐압딜라’가 된다. 마찬가지로 Zaynu d-Dīn ‘자이누딘’의 아들 ʾAḥmad ‘아흐마드’는 ʾAḥmad ibn Zayni d-Dīn أحمد بن زين الدين‎ ‘아흐마드 이븐자이니딘’이다.

ʾAbū는 이미 ‘아버지’를 뜻하는 주격형 연결형태이므로 연결형 구문에서 격어미를 따로 붙일 필요 없이 뒤따르는 이름과 붙여 써서 ʾAbū Bakr ‘아부바크르’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런데 뒤따르는 제2연결어에 정관사가 붙으면 ū가 짧은 모음 u로 발음이 변하고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한다. 그래서 al-Qāsim القاسم의 아버지를 이르는 연결형 표현은 ʾAbu l-Qāsim أبو القاسم‎이 된다. 로마자 표기에서는 이런 발음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ʾAbū l-Qāsim으로 적거나 정관사의 모음 탈락도 반영하지 않은 ʾAbū al-Qāsim으로 적기도 한다. 이는 Dhū 뒤에 정관사가 붙는 제2연결어가 따르는 Dhu l-Kifl ‘둘키플’과 비슷한 경우이다.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는 뒤따르는 이름과 나눠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더라도 ʾAbū는 지명 Wādī와 마찬가지로 모음으로 끝나므로 제2연결어에 정관사가 붙는 경우는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하여 축약한 형태를 기준으로 ʾAbu l-Qāsim ‘아불카심’과 같이 적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 만약 제2연결어가 태양 글자로 시작하면 ʾAbu ṭ-Ṭayyib أبو الطيب ‘아부타이이브’와 같이 자음 동화도 표기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딸’을 뜻하는 Ibnat ابنة 또는 bint بنت, ‘어머니’를 뜻하는 ʾUmm أم도 주격어미를 포함한 Ibnatu, bintu, ʾUmmu를 기준으로 쓰기보다는 격어미를 생략한 형태를 기준으로 각각 ‘이브나트’, ‘빈트’, ‘움’으로 표기를 고정하고 뒤따르는 이름과 붙여 적는 것이 좋겠다. 즉 이들이 들어간 연결형 표현은 ibn/bin이 들어간 표현과 마찬가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Ibn, ibn/bin, Ibnat, bint, ʾUmm 뒤에 al-Ḥasan الـحسن처럼 정관사가 붙는 이름이 오는 경우 인명에서 정관사를 적지 않는 원칙에 따라 ibn al-Ḥasan ‘이븐하산’, bint al-Ḥasan ‘빈트하산’, ʾUmm al-Ḥasan ‘움하산’과 같이 중간에 나오는 정관사를 생략해야 한다. 이렇게 쓰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정관사를 생략하지 않고 ‘이븐알하산’, ‘빈트알하산’, ‘움알하산’과 같이 쓰면 al-Ḥasan 본인은 ‘알하산’이 아닌 ‘하산’으로 적는 것과 일관되지 않는다. 또 인명에서 정관사를 적지 않기로 했는데 이런 형태의 연결형 구문에서만 적는 예외를 둔다면 규정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연결형 구문을 한 이름으로 처리할 때는 정관사의 형태인 l-, d-, n-, r- 등을 적을 수 있지만 모음이 탈락한 형태이기 때문에 이들은 ‘알’로 적지 않는다. 반면 ibn, bint, ʾUmm 등은 고전 아랍어식 격어미를 붙이지 않고 표기하므로 뒤따르는 이름의 정관사는 ‘알’로 적어야 하니 한글 표기에서 더 표시가 난다. 여기서도 예외를 두지 않고 정관사를 생략하고 ‘이븐하산’, ‘빈트하산’, ‘움하산’ 등으로 적는 것이 깔끔하다.

한편 부족 이름을 만들 때 주로 쓰는 ibn의 복수 연결형태 주격형은 banū‎ بنو ‘바누’이다. 그런데 격어미를 생략하는 비격식적인 현대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격변화를 하지 않고 연결형태를 banī‎ بني ‘바니’로 통일해서 쓴다. 그래서 예를 들어 같은 부족을 Banū Tamīm بنو تمي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Banī Tamīm بني تمي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어체 아랍어를 기준으로 한 로마자 표기는 고전 아랍어식 주격형을 따른 것이 우세하므로 부족 이름의 한글 표기도 이를 기준으로 Banū Tamīm ‘바누타밈’과 같이 쓰는 것이 좋겠다. Banū도 ʾAbū처럼 모음으로 끝나므로 제2연결어에 정관사가 붙는 경우 Banū l-Qayn بنو القين ‘바눌카인’과 같이 정관사의 모음이 탈락하여 축약한 형태를 기준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ʾAbū와 ʾUmm이 들어가는 연결형 구문은 인명뿐만이 아니라 지명이나 일반 용어로도 흔히 쓰인다. 그런데 이 경우 인명으로 쓰일 때와는 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숯의 어머니’를 뜻하는 이스라엘 지명 ʾUmm al-Faḥm أم الفحم은 지명에서 첫 단어 외의 정관사는 표기하는 규칙에 따라 ‘움알파흠’이 된다. 인명이라면 이를 복합어로 보고 정관사 없이 ‘움파흠’이라고 적어야 한다.

지명인지 일반 용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도시들의 어머니’를 뜻하는 ʾUmm al-Qurā أم القرى‎는 메카의 별명인데 메카에 있는 대학교 이름,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모스크(이슬람교 사원) 이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행정상으로 쓰는 이슬람력 이름, 신문 제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메카의 다른 이름으로 보고 지명으로 쳐서 ‘움알쿠라’로 써야 할까? 아니면 대학교 이름, 이슬람교 사원 이름, 신문 제목 등을 어절 단위로 띄어 쓰는 규칙에 따라 ‘움 알쿠라 대학교’, ‘움 알쿠라 모스크’, 《움 알쿠라》 등으로 써야 할까?

‘도공(刀工)의 아버지’를 뜻하는 필리핀 무장 단체 ʾAbū Sayyāf أبو سياف‎의 경우는 단체 이름을 어절 단위로 띄어 쓰는 규칙에 따르면 ‘아부 사이야프’가 된다. 그런데 이 이름은 이 단체의 창립자의 별명에서 딴 것이다. 그러니 인명으로 보고 ‘아부사이야프’로 붙여 써야 할까?

이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ʾAbū와 ʾUmm이 들어가는 연결형 구문은 언제나 붙여 쓰는 것으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니 망설임 없이 ‘움알쿠라 대학교’, ‘움알쿠라 모스크’, ‘움알쿠라력’, 《움알쿠라》, ‘아부사이야프’와 같이 붙여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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