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프란시스 할젠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남극의 빙하 얼음을 이용하여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IceCube Neutrino Observatory)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벨기에 출신의 물리학자 Francis Halzen에게 수여된다는 발표가 났다. 한국 언론에서는 그의 이름을 ‘프랜시스/프란시스 할젠/할전/할센/할선’ 등 다양하게 표기하고 있다.

그는 1944년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 도시 티넨(Tienen, 현행 네덜란드어 표기 규정에 따른 표기는 ‘티넌’)에서 태어났으며 1972년부터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 매디슨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미국 시민권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은 네덜란드어와 영어 가운데 어느 것으로 취급하느냐에 따라 한글 표기가 달라진다.

Francis는 네덜란드어와 영어에서 둘 다 쓰는 게르만어 어원의 남자 이름이다. 네덜란드어로는 Frans ‘프란스’가 더 흔하지만 Francis ‘프란시스’도 쓰인다. 독일어 Franz [ˈfʁanʦ] ‘프란츠’, 프랑스어 François [fʁɑ̃swa] ‘프랑수아’, 이탈리아어 Francesco ‘프란체스코’, 에스파냐어 Francisco ‘프란시스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 여러 언어에서 같은 어원의 이름이 쓰인다.

영어로 Francis는 미국식 [ˈfɹænsəs, -ɪs], 영국식 [ˈfɹɑːnsɪs, -əs]로 발음된다. 첫 모음은 이른바 BATH 모음에 속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모음은 미국식으로는 TRAP 모음 /æ/ ‘애’처럼 발음되고 영국식으로는 PALM 모음 /ɑː/ ‘아’처럼 발음된다. 다만 런던을 포함하는 잉글랜드 남부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 영국식 발음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잉글랜드 북부에서는 표준 발음을 쓸 때도 BATH 모음을 TRAP 모음 /æ/로 발음한다. 편의상 BATH 모음을 약식으로 [æˑ]로 적고 [ə] 또는 [ɪ]로 발음되는 무강세 모음울 약식으로 [ᵻ]로 적는다면 Francis의 발음은 [ˈfɹæˑnsᵻs]로 적어 영미 발음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 철자 i로 나타내는 영어의 무강세 모음 [ᵻ]는 ‘이’로 적는 데 문제가 없지만 BATH 모음 [æˑ]의 한글 표기는 조금 복잡하다.

BATH 모음은 원래 TRAP 모음이었는데 잉글랜드 남부에서 뒤따르는 자음에 따라 일부 단어에서 긴 모음으로 바뀌어 PALM 모음과 합쳐졌다. Francis 외에도 /ns/가 따르는 chance [ˈʧæˑns], dance [ˈdæˑns] 등에서 이 모음을 볼 수 있다. 미국 영어는 이 변화가 확산되기 전에 형성되어서 BATH 모음을 여전히 TRAP 모음으로 발음하며 잉글랜드 북부에서도 원래의 발음을 고수하고 있다(다만 영국식으로는 /æ/가 저모음 [a]로 발음되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에게는 TRAP 모음처럼 발음되더라도 ‘아’로 들리기 쉽다). 미국 영어보다 조금 뒤에 형성된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는 대체로 BATH 모음을 PALM 모음처럼 발음한다. 하지만 Francis, chance, dance 같은 말에서는 TRAP 모음을 쓰는 지역이 많다. BATH 모음에 속하는 단어도 유형에 따라 잉글랜드 남부에서 PALM 모음과 합쳐지는 속도가 달랐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Francis Bacon [ˈfɹæˑnsᵻs ˈbeɪ̯kən] ‘프랜시스 베이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표기 용례에서 영어 이름 Francis는 ‘프랜시스’로 표기했다. 이처럼 BATH 모음 [æˑ]는 ‘애’로 적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chance는 ‘찬스’로 적고 dance는 ‘댄스’로 적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모음의 표기가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Francis를 영어 이름으로 본다면 표기는 ‘프랜시스’가 된다.

그런데 Halzen은 네덜란드어식 성씨이다. 네덜란드어 발음은 [ˈɦɑlzən]이다. 일반 명사 halzen의 발음은 여기에서 들을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의 현행 네덜란드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할전’으로 적는다.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마지막 음절의 e는 ‘어’로 적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통 다음절 단어의 마지막 음절은 강세가 없고 강세가 없는 음절의 e는 [ə]로 발음되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인데 실제로는 예외도 많고 다른 위치의 음절에서 [ə]로 발음되는 e는 그냥 ‘에’로 적기 때문에 일관성도 없다. 독일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등 게르만 어파에 속하는 다른 언어의 표기에서도 [ə]로 발음되는 e는 모두 ‘에’로 적으니 네덜란드어의 표기를 다르게 할만한 이유는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네덜란드어 Halzen의 표기는 ‘할젠’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본인의 영어 발음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미국식 영어로는 네덜란드어 발음을 흉내 내어 Halzen을 [ˈhɑːlz(ə)n]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보인다. 철자 -en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절 자음 [n̩] 또는 [ən]으로 발음할 수 있으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할즌’ 또는 ‘할전’으로 적을 수 있는데 Nielsen [ˈniːls(ə)n]을 ‘닐슨’으로 적는 용례를 참고하면 ‘할즌’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름을 ‘할즌’으로 표기한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 과학 한림원의 총서기인 물리학자 엘렌 몬스(Ellen Moons)가 발표했는데 그 역시 벨기에 네덜란드어권 출신이다. 그는 영어로 발표하면서 Francis Halzen은 영어식으로 [ˈfɹænsɪs ˈhɑːlz(ə)n] ‘프랜시스 할즌’이라고 발음했다(동영상).

그런데 그의 [z]는 성대의 많은 울림 없이 발음되기 때문에 듣는 이에 따라 [s]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 특히 네덜란드 북부에서는 네덜란드어의 /z/가 아예 무성음 [s]로 발음되어 /s/와 합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벨기에에서는 /z/와 /s/의 구별이 유지되지만 그래도 /z/는 다른 언어에 비해 성대 울림이 약하게 발음되어 얼핏 [s]와 가깝게 들릴 수 있다. 이 발음을 듣고 ‘할센’, 할선’ 같이 표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어의 z는 어말 등 무성음화하는 위치가 아닌 경우 ‘ㅈ’으로 적어야 한다.

영어에서도 /lzən/으로 끝나는 이름보다는 Nelson ‘넬슨’, Wilson ‘윌슨’처럼 /lsən/으로 끝나는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에 영어 화자들은 Halzen이라는 철자를 보고도 z를 [s]로 발음할 수도 있다. 어쩌면 [ts]로 발음하는 독일어식 z로 잘못 파악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어식 이름이니 영어 발음에서도 z는 [z]로 보고 적는 것이 좋겠다.

결론을 내리자면 Francis Halzen은 벨기에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의 네덜란드어식 이름이므로 네덜란드어 발음에 따라 ‘프란시스 할젠’으로 적는 것이 좋고 현행 표기 규정을 따르자면 ‘프란시스 할전’으로 적어야 한다. 성명 모두 영어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프랜시스 할즌’이 되지만 굳이 이렇게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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