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2005년까지 홍콩 특별 행정구의 초대 행정 장관을 지낸 기업인 둥젠화가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이 인물은 예전에 董建華의 한국 한자음에 따라 ‘동건화’로 부르기도 했으며 1997년 3월 7일 제1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표준 중국어 발음인 Dǒng Jiànhuá [tʊ̀ŋ.ʨjɛ̂n.xwǎ]에 따라 표기를 ‘둥젠화’로 심의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로마자 이름은 Tung Chee-hwa이다. 그래서 ‘퉁치화’는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 이름이라고 짐작한 글도 본 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광둥어로는 董建華를 Dung2 Gin3waa4 [tʊ̌ŋ.kīːn.wa̭ː] ‘둥긴와’로 발음한다. 홍콩식 통용 로마자 표기 방식으로는 Tung Kin Wah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Tung Chee-hwa는 사실 표준 중국어도, 광둥어도 아닌 상하이어 발음에 따른 표기이다.
둥젠화는 1937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둥자오룽은 1947년에 해운 업체인 동방해외(東方海外)를 창업한 부호로 국민당과 가까웠는데 국공 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기울자 1949년에 가족을 영국령이던 홍콩으로 피신시켰다. 그리하여 둥젠화는 열두 살 때부터 홍콩에서 자라나게 되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미국에서 취업했다가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1982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동방해외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으며 1992년에는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 패튼에 의해 행정국에 임명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에는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된 후 홍콩 수반이 될 행정 장관을 뽑는 선거에 입후보했다. 그는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로 지목되었고 중국 정부가 뽑은 홍콩 각계 대표 총 400명으로 구성된 선거 위원회에서 320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그리하여 1997년 7월 1일 행정 장관으로 취임하였고 2002년에 무투표 연임을 했으나 곧 사스(SARS) 사태, 국가보안법 추진 반대 시위 등의 위기를 맞았고 2004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 주석에게 공개적으로 질타를 당했다. 결국 2005년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하였다.
여기서 장쩌민, 후진타오 대신 한국 한자음에 따른 강택민(江澤民), 호금도(胡錦濤)가 익숙한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 도입 이후 현대 중국어 인명과 지명은 중국어 발음에 따라 적는다는 방침 때문에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장쩌민(Jiāng Zémín), 후진타오(Hú Jǐntāo)로 표기를 통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은 많았지만 영어 등 로마자를 쓰는 언어에서도 한어 병음에 따른 공식 철자인 Jiang Zemin, Hu Jintao로 쓰기 때문에 한자보다 영어가 익숙한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중국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예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국어 발음은 중국에서 공용어로 삼고 있는 표준 중국어 발음을 뜻한다. 표준 중국어는 이른바 관화(官話)라고 불리는 북방 중국어를 표준화한 것으로 발음은 베이징식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어는 단일 언어가 아니다. 마치 고대 로마에서 쓰였던 라틴어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등 로망 어군에 속하는 여러 언어로 갈라진 것처럼 옛 중원에서 쓰였던 고대 중국어(상고 한어)는 세월이 지나면서 다양한 말씨로 갈라졌다. 예로부터 이들은 모두 중국어의 방언(方言)이라고 부르지만 언어학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단일 언어의 방언으로 취급할 수 없을만큼 서로 현저한 차이가 있다. 로마자로는 다른 말씨에서 쓰는 발음을 기준으로 Tung Chee-hwa와 같이 적는 이름을 한글로 적을 때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준 중국어식 ‘둥젠화’로 적는다면 표기가 상당히 달라져서 불편하다.
홍콩에서는 단순히 중국어를 쓴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찾은 관광객이나 공연하러 간 외국 가수 등이 你好 nǐ hǎo [nǐ.xàʊ̯] ‘니하오’, 谢谢 xièxiè [ɕjê.ɕje] ‘셰셰’ 등 표준 중국어 인사말을 쓰는 일이 많은데 현지에서는 그리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홍콩에서는 월어(粵語)에 속하는 광둥어를 쓰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인사말은 표준 광둥어로 你好 nei5 hou2 [ne̬i̯.hǒu̯] ‘네이호’인데 요즘 홍콩식 발음에서는 lei5 hou2 [le̬i̯.hǒu̯] ‘레이호’가 되는 일이 많고 이보다는 영어의 hello에서 온 哈囉 haa1lou3 [háː.lōu̯] ‘하로’가 더 일상적이다. ‘감사합니다’는 상황에 따라 唔該 m4goi1 [m̩̭.kɔ́ːi̯] ‘음고이’ 또는 多謝 do1ze6 [tɔ́ː.ʦɛ̀ː]’를 쓴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발음은 물론 어휘에서도 표준 중국어와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준 중국어의 不 bù [pû] ‘부’처럼 부정의 의미로 쓰이는 광둥어의 唔 m4 [m̩̭] ‘음’은 아예 표준 중국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한자로 나타낸다.
중세 유럽에서 라틴어를 문자 언어로 쓴 것처럼 20세기 초까지 중국어 화자들은 한문을 문자 언어로 썼다. 말씨가 달라 서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같은 문자 언어를 공유했으며 실제 입말과 글말이 달라서 불편했지만 적어도 모두들에게 공평했다. 하지만 특히 명대와 청대를 거치면서 통속 문학에서는 구어에 가깝게 쓴 백화문이 성행했다. 최대한 많은 지역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당대의 정치적 중심지이던 난징을 포함한 양쯔강 하류 일대의 관화 방언을 바탕으로 했다가 청대 후기에 베이징의 관화 방언이 백화문의 기준이 되었다. 1912년 중화민국 수립 이후 루쉰 등의 지식인들은 난해한 한문 대신 구어에 가깝게 문자 언어를 쓸 것을 주창하여 현대 중국어 문어가 형성되었다. 이 새로운 표준 문자 언어는 백화문의 전통을 이어 북방 중국어(관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표준 중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구어와 매우 가깝다.
광둥어도 구어에 가깝게 글로 적는 전통이 있고 광둥어를 적기 위해 도입된 한자도 있지만 홍콩에서 격식을 갖춘 글은 대부분 북방 중국어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중국어 문어를 쓴다. 대신 소리 내어 읽을 때는 광둥어식으로 발음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은 글은 광둥어로 쓰는 일도 흔하고 홍콩에서 쓰는 현대 중국어 문어는 일부 광둥어식 표현을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지만 아무튼 광둥어 화자들과 북방 중국어 화자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문자 언어를 쓴다. 중화권에서 중국 어파에 속하는 다른 말씨를 쓰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문자 언어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중국어를 그냥 단일 언어로 간주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한자로 적더라도 독음(각 한자의 발음)은 말씨마다 다르니 한글로 표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 광둥어는 홍콩의 정체성의 일부처럼 되었지만 중국 광저우에서 쓰는 월어를 바탕으로 하는 표준 광둥어가 홍콩의 명실상부한 다수 언어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원래 홍콩의 신계(新界, New Territories) 지역(1898년에 영국이 청나라로부터 조차한 기존 홍콩의 배후지)에서 圍 wai4 [wɐ̭i̯] ‘와이’라고 불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살던 소위 圍頭 Wai4tau4 [wɐ̭i̯.tʰɐ̭u̯] ‘와이타우’ 주민들은 광둥어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 월어 방언을 썼고 예전에 배에서 살면서 수상 마을을 형성하던 이른바 수상인(水上人)들도 독자적인 월어 방언을 썼다. 자신들만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이루며 살던 하카인(객가인, 客家人)들은 월어와 다른 중국 어파의 또다른 갈래에 속하는 하카어(객가어, 客家語)를 썼다. 그런데 영국의 지배 하에서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광저우 출신 인구가 대량 유입되면서 광저우식 광둥어가 홍콩의 압도적인 다수 언어가 되었다. 중국 남부에서 여러 다른 월어 방언이나 또다른 중국 어파 갈래인 민어(閩語)의 하위 분류인 민남어(閩南語)에 속하는 여러 말씨를 쓰는 이들도 들어왔지만 한두 세대를 거쳐서 대부분 광둥어를 쓰는 주류에 동화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제2차 세계 대전과 국공 내전의 혼란을 피해, 또 그 후에 들어선 공산당 정부를 피해 둥젠화처럼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들어온 이들도 많았다. 상하이에서는 오어(吳語)에 속하는 상하이어를 쓴다. 2016년에 나온 통계에 의하면 홍콩에는 상하이어를 구사하는 이가 아직도 8만 3400명이 된다고 한다. 상하이는 1850년대 개항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1930년대에 국제적인 상업 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에 양쯔강 하구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대접받았던 쑤저우어 대신 상하이어를 교통어로 쓰게 되었을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영국의 지배하에서 홍콩의 광둥어가 사실상의 공용어 지위를 얻은 것과 달리 상하이어는 중화민국, 후에 중화인민공화국의 단일 표준어 정책 때문에 설 자리를 잃은 후 표준 중국어에 점점 밀려나고 있다. 오늘날 상하이 토박이들은 대체로 상하이어를 구사하지만 타 지역에서 들어온 이주민이 늘어나고 자라나는 세대도 상하이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서 화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상하이어가 속하는 오어는 내부적으로도 차이가 심한데 예전에는 심지어 오늘날 상하이시에 속하는 교외 지역들도 각자 방언이 있었다. 그러다가 상하이가 19세기 이후에 여러 지역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면서 상하이어는 쑤저우어, 닝보어 등 오어에 속하는 다른 여러 방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베이징 이전에 관화의 기준 방언 역할을 했던 난징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자연스레 관화의 영향도 받았다. 그래서인지 상하이어는 19세기 이후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예전에 둥젠화보다 5년 전인 1932년에 상하이에서 태어난 홍콩 추기경 요셉 젠(Joseph Zen)에 대한 글에서 그의 한자 이름 陳日君은 현대 상하이어로 6Zen Zeq8ciun1 [z̥ə̀ɲ.z̥ə́ʔ.ʨʏ̀ɲ] ‘전저쮠’으로 발음되지만 통용 로마자 표기는 Zen Ze-kiun인데 이는 아마도 구개음화 이전의 옛 발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대신 당시 글에서는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에서 쓰던 자체 상하이어 로마자 표기 방식을 그대로 썼는데 여기서는 Wugniu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로마자 표기 방식에 따라 적는다. 이 표기 방식은 상하이어뿐만이 아니라 오어에 속하는 여러 말씨에 공통된 로마자 표기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Wugniu는 吳語를 상하이어로 6wu-gniu6 [ɦù.ɲý] ‘우뉘’로 적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어 병음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지금은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에서도 전에 쓰던 자체 표기 방식 대신 오어 병음을 쓴다. 오어학당(吳語學堂) 웹사이트에서 한자를 입력해서 상하이어를 포함한 다양한 오어 말씨에서 쓰는 독음에 따른 오어 병음을 검색하고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참고로 음절마다 각각의 성조를 가지는 대부분의 중국어파 언어와 달리 상하이어에서는 한 어절의 고저 패턴이 한 음절의 기본 성조에 따라 결정되고 나머지 음절의 기본 성조는 무시되기 때문에 오어 병음에서는 실제 발음을 좌우하는 음절의 성조 표시만 위 첨자로 적고 나머지는 아래 첨자로 적는다.
둥젠화의 이름 董建華는 현대 상하이어로 5Ton Ci5wa6 [tōŋ.ʨí.ɦwà]로 발음된다. 한글로 표기하면 공교롭게도 ‘똥찌와’ 정도가 된다. 사실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華의 상하이어(上海閒話) 독음을 검색하면 6wa [ɦwà] ‘와’ 외에도 1ho [hô] ‘호’와 6gho [ɦò] ‘오’가 같이 제시된다. 여기서 6wa는 문독, 6gho는 백독이고 1ho는 지명 룽화(龙华/龍華[Lónghuá])에서 쓰이는 독음으로 나온다(상하이어 발음은 6lon1ho [lòŋ.hó] ‘롱호’). 중국어파 언어에서는 일부 한자를 글을 읽을 때 쓰는 문독(文讀)과 일상적인 구어에서 쓰는 백독(白讀)이라는 두 가지 독음으로 다르게 읽는 이른바 문백이독 현상이 매우 흔하다.
예전 글에서는 董建華의 상하이어 발음이 Ton2 Ji2hho3 [tʊŋ34 ʨi34ɦo23]이고 ‘뚱찌호’로 적을 수 있다고 했는데 오어 병음에 따르면 5Ton Ci5gho6이고 실제 고저 패턴을 반영한 발음은 [tōŋ.ʨí.ɦò]로, 한글 표기는 ‘똥찌오’로 정정한다. 당시에는 華의 백독만 확인되었기 때문에 Tung Chee-hwa는 상하이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고 단정했는데 이 이름에서 華의 문독을 쓴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민남어에서는 성씨는 관습적으로 백독으로 쓰지만 이름은 문독을 쓰는 일이 흔하니 상하이어에서도 이름에서는 華의 문독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上海閒話(老)라고 부르는 구식 상하이어 독음을 검색하면 3Ton Cie5gho6 [toŋ.ʨie.ɦo] ‘똥찌에오'(구식 상하이어 발음의 성조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려우니 성조 표기는 생략한다). 이 구식 상하이어 독음의 출전은 2018년에 출간된 타오환(陶寰[Táo huán])과 가오신(高昕[Gāo xīn])의 《상해노파방언동음자회(上海老派方言同音字彙)》로 나오는데 정확히 어느 세대의 언제적 발음을 기술한 것인지는 찾지 못했다. 예전에도 華는 관화 발음 huá [xwǎ] ‘화’에 좀 더 가까운 문독이 쓰였지만 여기서는 백독만 기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어 성모 가운데는 특이하게 오어 병음에서 gh로 적는 유성 성문 반찰음 [ɦ]가 있다. 한국어에서는 ‘은행’에서처럼 ‘ㅎ’ /h/이 유성음 사이에 올 때 변이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음이다. 오어 병음에서 w, y로 적는 음 앞에도 [ɦ]가 붙는다. 그래서 吳의 독음인 6wu나 華의 문독 6wa는 각각 [ɦù], [ɦwà]로 발음되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는 ‘ㅎ’으로 적었지만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음성을 들어보면 특히 w, y로 적는 음 앞에서는 [ɦ]가 들릴락말락하게 발음되므로 여기서는 6wu, 6wa를 ‘후’, ‘화’ 대신 ‘우’, ‘와’로 적기로 했다.
표준 중국어나 광둥어는 폐쇄음과 파찰음에서 무기음과 유기음의 2계열 구별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표준 중국어의 무기음 b [p], d [t], g [k]는 예사소리 ‘ㅂ’, ‘ㄷ’, ‘ㄱ’으로 적고 유기음 p [pʰ], t [tʰ], k [kʰ]는 거센소리 ‘ㅍ’, ‘ㅌ’, ‘ㅋ’으로 적는다. 이를 참고한다면 광둥어의 무기음 b [p], d [t], g [k]도 ‘ㅂ’, ‘ㄷ’, ‘ㄱ’으로 적을 수 있다. 표준 중국어와 광둥어의 무기음은 특히 높은 성조일 때는 된소리 ‘ㅃ’, ‘ㄸ’, ‘ㄲ’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낮은 성조이거나 어중 유성음 사이에서는 예사소리 ‘ㅂ’, ‘ㄷ’, ‘ㄱ’에 꽤 가깝게 들린다. 그런데 홍콩에서 통용되는 로마자 표기에서는 무기음과 유기음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p, t, k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전에는 표준 중국어의 무기음도 로마자 표기에서 p, t, k 등 무성음 자모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베이징의 옛 로마자 표기인 Peking은 오늘날의 표준 중국어 北京 Běijīng [pèɪ̯.ʨíŋ] ‘베이징’에서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전인 옛 관화 발음을 나타낸 것인데 오늘날의 한어 병음식으로 무기음을 처리했다면 *Beging이 되었을 것이다. 한어 병음 이전에 널리 쓰이던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도 무기음을 p, t, k, 유기음을 pʻ, tʻ, kʻ로 나타내는데 실생활에서는 둘 다 구별 없이 p, t, k로 적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대만의 수도 臺北 Táiběi [tʰǎɪ̯.pèɪ̯] ‘타이베이’는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의 Tʻai2-pei3를 단순화한 로마자 표기 Taipei로 널리 통용된다. 로마자 표기 Taipei를 기준으로 하여 ‘타이페이’로 쓰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바람직한 표기는 아니다.
그런데 상하이어는 오늘날의 중국 어파 언어로서는 드물게 중고 한어의 전탁음(全濁音) 즉 유성 장애음을 보존하고 있다. 그래서 폐쇄음에서 무성 무기음 p [p], t [t], k [k], 무성 유기음 ph [pʰ], th [tʰ], kh [kʰ] 외에 유성음 b [b], d [d], g [ɡ]를 쓰는 3계열 대립을 보이며 k, kh, g의 구개음화로 나타난 파찰음 c [ʨ], ch [ʨʰ], j [ʥ]의 3계열 대립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폐쇄음의 3계열 대립을 보이는 타이어와 베트남어의 표기에 된소리를 활용하는 것을 참고하여 상하이어의 무성 무기음 p [p], t [t], k [k], c [ʨ]도 각각 ‘ㅃ’, ‘ㄸ’, ‘ㄲ’, ‘ㅉ’으로 적는 것이 어떨까 한다.
建은 한국 한자음 ‘건’이나 광둥어 독음 gin3 [kīːn] ‘긴’에서 볼 수 있듯이 중고음의 성모는 k였다. 그런데 상하이어에서는 19세기 이후에 일어난 구개음화로 인해 성모가 c [ʨ]로 변한 것이다. 요셉 젠의 이름에 나오는 君에서도 구개음화가 일어나 현대 상하이어에서는 성모가 c [ʨ]로 변했는데 통용 로마자에서는 kiun으로 적어 옛 발음을 반영한 반면 둥젠화의 이름에서는 建를 오늘날의 발음에 따라 chee로 적었다.
요셉 젠에 대한 글에서 영국인 선교사 조지프 에드킨스(Joseph Edkins [ˈʤoʊ̯z⟮s⟯ᵻf ˈɛdkɪnz], 1823~1905)가 1853년에 펴낸 《상하이 방언에서 보이는 구어체 중국어 문법(A grammar of colloquial Chinese as exhibited in the Shanghai dialect)》을 다루었는데 이 저작에서는 建과 운모가 같은 見, 連, 先을 kíen, líen, síen으로 각각 적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서 í는 길게 발음되는 i를 뜻하며 원문에서 이탤릭체로 쓴 n은 앞선 모음이 살짝 비음화된 것을 나타낸다. 그러니 19세기 상하이어에서 이들의 운모는 [ĩːẽ] 정도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대 상하이어에서 각각 見 5ci [ʨī] ‘찌’, 連 6li [lì] ‘리’, 先 1shi [ɕî] ‘시’로 발음되지만 구식 상하이어 독음은 각각 見 5cie [ʨīe] ‘찌에’, 連 6lie [lìe] ‘리에’, 先 1sie [sîe] ‘시에’로 나온다. 建의 구식 상하이어 독음도 見와 동일한 5cie [ʨīe] ‘찌에’이다. 이 운모는 상하이어에서 아마도 먼저 비음화를 잃은 후 단순 모음으로 바뀐 듯하다.
상하이어 운모의 on은 여기서 [oŋ]으로 적고 있지만 에드킨스의 문법서에서는 같은 운모를 단어에 따라 óng과 úng으로 쓰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단독으로 쓰이는 한자나 마지막에 오는 한자에서는 ó가 더 흔하고 조합의 첫머리에서는 ú가 더 흔하다면서 中國人 tsúng kóh niun, 勿拉當中 veh ʼlá tong tsóng에서 같은 中이 각각 tsúng, tsóng으로 발음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오어 병음으로 제시된 中의 현대 상하이어 독음은 그냥 1tson [ʦôŋ] ‘쫑’이다). 그러니 적어도 19세기에는 어느 정도 변이음 관계가 있었던 듯하다. 오어 병음으로는 5Ton으로 적고 [tōŋ]으로 발음되는 董을 로마자로 Tung으로 적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표준 중국어에서 [ʊŋ]으로 발음되는 董의 운모도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는 ung으로 적고 한어 병음에서는 ong으로 적는 등 모음이 ‘우’와 ‘오’의 중간 정도 음이고 발음을 [oŋ]으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웅’으로 적는다. 표준 중국어와 상하이어에서 董을 발음하는 것을 들어봐도 모음 음가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외래어 표기법에서 중국어의 ong을 ‘웅’ 대신 ‘옹’으로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볼만하다.
표준 중국어의 ong은 계속 ‘웅’으로 적고 상하이어의 운모 on도 ‘웅’으로 적는다면 어떨까? 상하이어에는 어차피 ‘웅’으로 적을만한 다른 운모가 없다. 오히려 黨 5taon [tɑ̃̄], 廣 5kuaon [kwɑ̃̄]에서 나타나는 운모 aon [ɑ̃]이 흔히 원순모음화하여 [ɒ̃]으로 발음되는 것을 ‘옹’으로 적고 on도 ‘옹’으로 적는다면 구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운모 aon은 한국어 화자에게는 ‘엉’에 가깝게 들리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를 되도록이면 중설 중모음 [ə] 내지 이에 비교적 근접한 [ʌ], [ɐ] 정도의 표기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aon은 [ɑ̃]으로 취급한다면 ‘앙’, [ɒ̃]으로 취급한다면 ‘옹’으로 적을 수 있다. 비슷한 예로 광둥어로는 黨이 dong2 [tɔ̌ːŋ]으로 발음되는데 한국어 화자에게는 ‘덩~떵’ 비슷하게 들리지만 ‘동’으로 적는 것이 좋다. 張 1tsan [ʦã̂]에 나타나는 운모 an [ã]은 ‘앙’으로 적고 aon [ɑ̃~ɒ̃]은 ‘옹’, on [oŋ]은 ‘웅’으로 적어서 모두 다르게 표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가장 널리 쓰이는 발음 기호를 존중하여 여기서는 상하이어 성모 on을 ‘옹’으로 적기로 한다. 대신 董의 상하이어 독음 표기가 ‘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Tung Chee-hwa와 너무 다르지만 이 글에서 계속 표준 중국어식 ‘둥젠화’로 부른 것도 상하이어식 ‘똥찌와’가 너무 꺼림칙해서이다). 정 이상하다면 성모 사이의 변별력을 조금 잃더라도 상하이어의 무성 무기음도 된소리 대신 표준 중국어에서처럼 예사소리로 옮겨서 ‘똥찌와’ 대신 ‘동지와’로 적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로마자로 적은 Tung Chee-hwa의 영어 발음은 [ˈtʊŋ-ˈʧiː-ˈhwɑː] ‘퉁치화’ 정도가 된다. 영어에서 wh로 적는 [(h)w]는 오늘날 대부분의 방언에서 그냥 [w]로 발음하지만 에스파냐어 이름 Juan을 [ˈhwɑːn] ‘환’으로 흉내 낼 때처럼 차용어에서는 [w] 앞에서도 [h]를 발음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생략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니 Tung Chee-hwa의 영어 발음도 [ˈtʊŋ-ˈʧiː-ˈwɑː] ‘퉁치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전히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한다면 [h]를 밝혀서 ‘퉁치화’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중국어 이름을 영어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은 원어 발음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에 어쩔 수 없이 쓰는 궁여지책이니 될 수 있으면 상하이어 발음을 직접 한글로 옮기는 것이 낫다.
홍콩은 광둥어를 기준으로 하는 통용 로마자 표기 천지이고 동남아시아 화교 사이에서는 민남어, 하카어 등을 기준으로 하는 통용 로마자 표기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상하이어를 기준으로 한 통용 로마자 표기는 비교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로마자 표기에서 on, aon 같은 운모를 관습적으로 어떻게 적는지 연구하면 상하이어의 한글 표기를 정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쑤저우어, 닝보어 등 다른 오어의 통용 로마자 표기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어 발음을 기준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이름이 워낙 드물어서 다른 중국 어파 언어에 비해 상하이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요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