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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를 대부분 언론에서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로 부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 이름은 ‘모지타바 하메네이’라고 적어야 한다.
이란 페르시아어로 이 이름은 مجتبی خامنهای Mojtabā Khāmeneh’ī [moʤtæˈbɒː xɒːmeneˈʔiː]로 발음된다. 개모음 a [æ]와 ā [ɒː]는 고전 페르시아어 및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어)에서 각각 [æ~a], [ɑː]에 해당하므로 둘 다 ‘아’로 적는다고 하면 이 발음에 외래어 표기법에 있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적용한 표기는 ‘모지타바 하메네이’이다.
기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를 보면 이란의 지명 سنندج Sanandaj [sænænˈdæʤ]는 ‘사난다지’로 적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관련된 이름으로 나오는 표기 용례 가운데 자음 앞이나 어말에 j가 쓰인 것으로는 이게 유일하기 때문인지 이를 ‘지’로 적어야 한다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대신 이란 바깥으로 범위를 넓히면 자음 앞이나 어말에 j를 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를 몇 개 더 찾을 수 있다. Taj Mohammad Wardak라는 로마자 표기로 통용되는 아프가니스탄 정치가는 ‘타지 모하마드 와르다크’로 적고 있는데 파슈토어 및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어)로는 تاج محمد وردگ Tāj Muhammad Wardak이다. 기타 언어로 취급한 표기 용례이지만 현지에서 다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페르시아어는 파슈토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이고 파슈토어보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도 이슬람 건축의 대표작인 Tāj Mahal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타지마할’로 쓴다. 우르두어 تاج محل Tāj Mahal 및 힌디어 ताज महल Tāj Mahal 발음은 [t̪aːʤ-ˈmɛɦ(ɛ)l] ‘타지메헬’ 정도인데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تاج محل Tāj Mahall ‘타지마할’이다. 페르시아어는 역사적으로 남아시아에서 고급 언어로서 영향력이 강했으며 타지마할을 지은 무굴 왕조의 공용어도 페르시아어였다. 궁극적으로 아랍어로 ‘왕관’을 뜻하는 تاج tāj ‘타지’와 ‘궁전’을 뜻하는 محل mahall ‘마할’에서 온 이름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타지메헬’이라는 발음은 우르두어와 힌디어에서 aha /əɦə/의 /ə/가 변이음 [ɛ]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다. 이는 아랍어 رحمن Raḥmān ‘라흐만’에서 유래한 우르두어 이름 رحمن Rahmān이 [rɛɦmaːn]으로 발음되고 통용 로마자에서 Rehman과 Rahman이 혼용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타지마할에서는 어원을 존중했기 때문인지 페르시아어 발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인지 Taj Mehel이나 Taj Mehl 대신 Taj Mahal로 통용된다.
유성 후치경 파찰음 [dʒ~ʤ]와 무성 후치경 파찰음 [tʃ~ʧ]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지’, ‘치’로 적는다. 반면 [dz~ʣ]와 [ts~ʦ]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즈’, ‘츠’로 적는다. 영어에서는 age [ˈeɪ̯ʤ] ‘에이지’, aitch [ˈeɪ̯ʧ] ‘에이치’, aids [ˈeɪ̯dz] ‘에이즈’, eights [ˈeɪ̯ts] ‘에이츠’로 적는 것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명시적으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적용하여 표기하도록 한 것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뿐이지만 Sanadaj ‘사난다지’, Tāj Mahal ‘타지마할’ 같은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래어 표기법에서 따로 다루지 않는 다른 언어의 표기에서도 그동안 이 방식을 적용해 왔다.
일례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인도 아대륙에 있는 집단을 이르는 표제어 ‘라지푸트-족(Rājpūt族)’ 및 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이르는 ‘라지푸타나(Rajputana)’가 표제어로 실려있다. 힌디어를 기준으로는 각각 राजपूत Rājpūt [raːʤpuːt̪] ‘라지푸트’, राजपुताना Rājputānā [raːʤpʊt̪aːnaː] ‘라지푸타나’로 발음되는데 어중 자음 앞에 오는 j [ʤ]를 ‘지’로 적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하지(Hāji)’도 표제어로 실려 있는데 ‘이슬람교에서, 메카 순례 또는 그 순례를 마친 이를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원어 표기가 아리송하지만 사실 아랍어로 메카 순례를 뜻하는 حج Ḥajj [ħadʤ] ‘하지’와 그 순례자를 뜻하는 حاج ḥājj [ħaːdʤ] ‘하지’ 및 그 변이형 حجي ḥajjī [ħadʤiː] ‘하지’를 혼합한 것으로 보인다(원어에서 두 의미는 모음 길이로 구별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원어 표기로 내세운 Hāji는 적어도 아랍어에서 쓰는 형태에는 대응되지 않는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를 ‘지’로 적으면 자음 [ʤ]로 끝나는 Ḥajj 및 ḥājj와 모음 [iː]로 끝나는 ḥajjī의 한글 표기가 ‘하지’로 같아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영어에서도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Marge [ˈmɑːɹʤ]와 Margie [ˈmɑːɹʤi]를 둘 다 ‘마지’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핫즈(Hajj)’도 표제어로 실려 있고 ‘이슬람력 12월 8일부터 10일에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2007년경에 마련된 아랍어 표기 시안에 따라 حج Ḥajj를 적은 표기로 보인다. 이 시안에서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 아랍어의 ج j를 ‘즈’로 적도록 했다. 아랍어의 ج j는 [ʒ], [ɡ], [ɟ] 등 여러 발음이 있지만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보통 [ʤ]로 발음되는데 이를 ‘즈’로 적도록 한 것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는 유래가 없다.
아랍어 표기 시안은 끝내 정식으로 고시되지 않았지만 나타난 후로 여러 아랍어 용례의 심의에 적용되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찾아보면 2013년 3월 1일 외래어 표기 실무소위에서 카타르 축구 선수 Saud Al Hajri라는 로마자로 통용되는 카타르 축구 선수 سعود الهاجري Suʿūd al-Hājrī를 ‘하즈리, 사우드’로 심의한 것도 나온다(심의 자료에서는 al Hājrī, Saʕūd로 표기했다). 문어체 아랍어로는 سعود가 Suʿūd ‘수우드’로 발음되지만 구어체 발음 및 통용 로마자 표기에 따라 ‘사우드’로 적었으며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하지리’로 적었을 Hājrī를 ‘하즈리’로 적었다.
아랍어 표기 시안과 비슷한 시기에 마련된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도 c [ʤ]와 ç [ʧ]를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즈’, ‘츠’로 적도록 했다. 그래서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외래어 표기 실무소위에서는 지명 Suruç ‘수루츠’ 및 인명 Bülent Arınç ‘뷜렌트 아른츠’, Kemal Kılıçdaroğlu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Selçuk Kozağaçlı ‘셀추크 코자아츨르’ 등을 심의했다(다행인지 몰라도 최근에 자음 앞이나 어말에 c가 들어간 용례는 심의된 적이 없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ʧ]를 ‘치’로 적는 기존의 방식으로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Suruç [suɾuʧ] ‘수루치’, Bülent Arınç [bylɛnt aɾɯnʧ] ‘뷜렌트 아른치’, Kemal Kılıçdaroğlu [cemal kɯɫɯʧdaɾoːɫu] ‘케말 클르치다롤루’, Selçuk Kozağaçlı [sɛlʧuk kozaaʧɫɯ] ‘셀추크 코자아칠르’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와 [ʧ]를 각각 ‘지’, ‘치’로 적도록 했는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아랍어와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마저 ‘즈’, ‘츠’로 적게 한 것은 아무래도 한글로 표기할 때 받침으로 적을 수 없는 대다수 자음 끝에는 ‘으’를 붙이는 습관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답습한 결과일 것이다.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k] ‘크’, [f] ‘프’, [s] ‘스’ 등 받침으로 적지 않는 대부분의 자음 뒤에 ‘으’를 붙인다.
대신 같은 후치경음인 마찰음 [ʃ]는 민간에서도 ‘쉬’로 적는 일은 많아도 ‘스’로 적는 일이 거의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대체로 자음 앞에서는 ‘슈’, 어말에서는 ‘시’로 적도록 하고 있다. 영어 cash [ˈkæʃ]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캐시’로 적는데 이를 비표준 표기인 ‘캐쉬’로 적는 일은 많아도 ‘캐스’로 적는 일은 본 적이 없다.
영어에서는 보통 y로 나타내는 반모음 [j]는 경구개 접근음이다. 혀가 입천장 가운데의 단단한 부분인 경구개에 접근하여 조음된다. [j]는 모음 [i] ‘이’와 도 통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경구개음이나 치경구개음을 비롯하여 경구개음의 성질을 어느 정도 가진 후치경음이나 권설음에는 ‘으’ 대신 ‘이’ 또는 ‘유’를 붙인다. 따라서 경구개음 [ɲ] ‘니’, 폴란드어 ś에서 볼 수 있는 치경구개음 [ɕ] ‘시’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이’를 붙이고 후치경음인 [ʃ] ‘슈/시’, 폴란드어의 sz에서 볼 수 있는 권설음 [ʂ] ‘슈/시’는 대체로 자음 앞에서 ‘슈’, 어말에서는 ‘시’로 적는다(독일어와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등의 [ʃ]는 어말에서도 ‘슈’로 적는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ʒ]를 영어와 루마니아어(j)에서는 ‘지’로, 프랑스어와 헝가리어(zs), 세르보크로아트어(ž), 체코어(ž)에서는 ‘주’로 적는다(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쥬’ 같은 표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ㅈ’에 ‘유’를 합친 표기는 ‘주’가 된다). 그러니 후치경음인 [ʤ]와 [ʧ]를 각각 ‘지’, ‘치’로 적는 것도 경구개음의 성질을 반영한 표기이다.
한국어의 ‘ㅅ’은 일반 모음 앞에서는 [s] 정도의 치경음으로 발음되지만, ‘시’에서는 [ɕ] 정도의 치경구개음, ‘쉬’에서는 [ʃ] 정도의 후치경음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스’와 [ʃ]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식한다. 하지만 파찰음 ‘ㅈ’, ‘ㅊ’에서는 뒤따르는 모음이 조음 위치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뒤따르는 모음에 상관 없이 [ʥ], [ʨʰ] 같은 치경구개음으로 발음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묘사되었으며(모음 사이 기준) 최근에는 그냥 [ʣ], [ʦʰ]와 같은 치경음으로 보통 발음된다는 연구가 많다(내 생각에는 그래도 경구개음화를 동반하는 [ʣʲ], [ʦʲʰ]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ʤ]와 [ʧ]의 경구개음 성질을 나타내기 위해 ‘이’를 붙여 각각 ‘지’, ‘치’로 적도록 하지만 ‘즈’, ‘츠’로 쓰나 ‘지’, ‘치’로 쓰나 별로 음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처럼 익숙한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ʤ]와 [ʧ]를 ‘지’, ‘치’로 적을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래도 케냐의 난디어 이름인 Kipkoech ‘킵코에치’에서와 같이 잘 모르는 언어에서 온 생소한 말이라도 ch로 끝나는 것은 ‘치’로 적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영어에서도 [ʧ]를 보통 ch로 쓰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에서 ch가 [ʧ]를 나타내는 것은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치’로 적는 것이 그런대로 익숙하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역사적인 이유로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를 보통 ge라는 철자로 쓰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 age [ˈeɪ̯ʤ] ‘에이지’, large [ˈlɑːɹʤ] ‘라지’, message [ˈmɛsᵻʤ] ‘메시지’ 같은 단어에서는 [ʤ]를 ‘지’로 적지만 철자 ge를 ‘지’로 적는 데 익숙한 것이라서 다른 철자가 오면 헷갈린다.
이는 마찰음인 [ʒ]도 마찬가지이다. 영어에서는 자음 앞이나 어말의 [ʒ]도 ‘지’로 적게 하고 있지만 beige [ˈbeɪ̯ʒ] ‘베이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의 [ʒ]는 보통 철자 ge로 적기 때문에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래퍼이자 가수인 Niki Minaj [ˈnɪki mᵻˈnɑːʒ]는 민간에서 규범에 따른 ‘니키 미나지’ 대신 ‘니키 미나즈’로 흔히 통용된다. 대신 [ʒ]의 경우 프랑스어 Mirage [miʁaʒ]를 규범에 따른 ‘미라주’ 대신 ‘미라즈’로 적는 등 ge로 쓰는 것도 민간에서 ‘즈’로 적는 일이 있으니 ‘즈’로 적는 것이 꼭 철자 때문은 아니다.
영어에서도 드물게 Edgware [ˈɛʤwɛə̯ɹ], Hodgson [ˈhɒʤs(ə)n] ‘호지슨’, Wedgwood [ˈwɛʤwʊd] ‘웨지우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중에서 모음이 따르지 않는 dg로 [ʤ]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으며 가끔 Hodgson ‘호즈슨’, Wedgwood ‘웨즈우드’ 같은 비표준 표기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농구 선수 Jrue Holiday [ˈʤɹuː ˈhɒlə⟮ᵻ⟯deɪ̯]는 2022년 11월 16일 제163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표기가 ‘즈루 홀리데이’로 정해졌다. Jrue라는 특이한 이름은 Drew [ˈdɹuː] ‘드루’를 발음대로 적은 이철자이다. 오늘날 대다수 영어 화자는 자음군 dr [dɹ], tr [tɹ]의 첫 음을 파찰음화해서 [ʤɹ], [ʧɹ]로 발음한다. 물론 모든 방언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아직 사전에 나타나는 발음 표기는 철자를 기준으로 첫 음을 [d], [t]로 보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이를 따르지만 영어 training [ˈtɹeɪ̯nɪŋ] ‘트레이닝’에서 온 외래어 ‘추리닝’에서 볼 수 있듯이 한글 표기에서도 가끔 반영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Jrue [ˈʤɹuː]의 경우는 ‘추리닝’을 참고해서 ‘주루’로 적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영어의 [ʤɹ], [ʧɹ]는 강한 원순성을 동반하는, 즉 [w]을 발음할 때처럼 입술을 동그랗게 하여 발음하는 조합이기 때문에 ‘이’나 ‘으’ 대신 ‘우’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자음군 [ʤɹ], [ʧɹ]에 한정하여 ‘주ㄹ’, ‘추ㄹ’로 적으면 natural [ˈnæʧ(ə)ɹəl]을 ‘내처럴’이나 ‘내치럴’ 대신 익숙한 ‘내추럴’로 적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hedgerow [ˈhɛʤɹoʊ̯] ‘헤지로’처럼 hedge-row의 형태소 경계가 있는 경우에는 나눠서 적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 [ʧ]는 각각 ‘지’, ‘치’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Mojtabā는 ‘모지타바’로 고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급히 준비한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