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Jóhanna Sigurðardót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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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금융 사태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2월 1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Jóhanna Sigurðardóttir)가 총리로 취임했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근대의 행정부 수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공공연히 알려진 동성애자로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이름을 한국 주요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보자. 한 언론사 몇가지 다른 표기를 썼을 수도 있지만 대충 검색한 결과 다음의 두가지 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한나 시거다도터’ – 《조선일보》, 《한국경제》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 – 《한겨레》, 《동아일보》, 《경향신문》

‘시거다도터’는 ur와 ir를 영어식으로 발음한다고 추측한 것일테고 ‘시구르다르도티르’는 철자에 맞추어 가장 흔한 발음을 대입한 결과일 것이다. 둘 다 아이슬란드어 발음하고는 동떨어진 표기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아이슬란드어 표기 규정이 없으니 이런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좋을까?

Jóhanna Sigurðardóttir는 아이슬란드어로 [ˈjouːhana ˈsɪːɣʏrðartouhtɪr̥]로 발음된다. 이에 따라 적어보자.

2023. 8. 7. 추가 내용: 원문에서는 Jóhanna의 발음을 [ˈjouːhanːa]로 적었으며 철자 nn은 장음 [nː]을 나타내니 한글 표기에서도 ‘ㄴ’을 겹쳐 적는 것으로 보고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어판 위키백과에서는 Jóhanna의 발음을 [ˈjouːhana]로 나타내며 실제 발음에서도 n은 장음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스웨덴어에서는 철자상 자음이 겹치더라도 주 강세를 받는 음절 끝에서만 자음이 장음으로 발음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장음으로 발음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자 이름 Anne [ˈânːə]에서는 nn이 주 강세를 받는 음절의 끝에 오므로 장음 [nː]으로 발음되지만 Annedal [anəˈdɑːl]처럼 무강세 음절의 끝에 오는 nn과 Anneberg [ˌanəˈbærj], Annelund [ˌanəˈlɵnd]처럼 보조 강세를 받는 음절의 끝에 오는 nn은 그냥 [n]으로 발음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는 철자대로 nn은 겹쳐서 적어 Anne ‘안네’, Annedal ‘안네달’, Anneberg ‘안네베리’, Annelund ‘안넬룬드’와 같이 적는다. 아이슬란드어의 Jóhanna가 [ˈjouːhana]로 발음되는 것도 비슷한 현상으로 보이며 이 역시 실제 장음으로 발음되지 않더라도 철자에 따라 nn은 ‘ㄴ’을 겹쳐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ó의 표기

예전에 말한대로 ó는 이중모음 [ouː]로 발음되더라도 ‘오’로 적는 것이 좋을 듯하다.

g [ɣ]의 표기

아이슬란드어에서 모음 사이의 g는 [ɣ]로 발음되는데 한국어에서 모음 사이의 ‘ㄱ’도 수의적으로 약화되어 [ɣ]로 발음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g를 ‘ㄱ’으로 적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d와 tt의 표기

아이슬란드어는 영어, 독일어 등 대부분의 유럽 언어와 달리 d, t로 적는 파열음이 [d], [t]로 발음되지 않는다. d는 기본적으로 [t]로, t는 기본적으로 [tʰ]로 발음된다. 기식을 통해 발음 구분을 하는 것이 한국어의 ‘ㄷ’ 또는 ‘ㄸ’와 ‘ㅌ’의 구분하고 비슷하다. 여기에 tt와 같은 경우 pre-aspiration이라 해서 [ʰt] 또는 [ht]와 같이 파열음의 폐쇄 단계 전에 기식이 되는 독특한 발음도 있다.

2023. 8. 7. 추가 내용: 아이슬란드어의 pre-aspiration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른 언어의 pre-aspiration보다 길게 지속된다고 보아 영어판 위키백과에서는 [ʰt]보다는 [ht]와 같이 나타낸다. 그래서 원문에서 [ʰt]로 적었던 것을 여기서는 [ht]로 수정하였다.

실제 아이슬란드어의 발음 규칙을 따지자면 복잡하다. 어두에서는 d와 t가 구분되지만 어중에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철자를 따라 d는 ‘ㄷ’, t와 tt는 모두 ‘ㅌ’으로 적는 것이 무난할 듯 하다.

u [ʏ]의 표기

아이슬란드어의 단모음 u는 [ʏ]로 발음된다. 독일어의 ü, 네덜란드어의 u와 비슷한 발음인데 이들 언어를 적을 때는 ‘위’로 적으니 아이슬란드어를 적을 때도 ‘위’로 적는 것이 좋겠다. 예전의 아이슬란드 인명 표기 용례를 보면 u는 ‘우’로 많이 적었지만 최근 Grimsson, Olafur Ragnar를 ‘그림손, 올라퓌르 라그나르’로 적도록 결정한 것을 보아도 u는 ‘위’로 적는 추세인 듯하다.

2023. 8. 7. 추가 내용: Ólafur Ragnar Grímsson이 올바른 철자이고 [ˈouːlavʏr ˈraknar ˈkrimsɔn]으로 발음되므로 ‘올라퓌르’보다는 ‘올라뷔르’로 적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다.

결국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는 표기가 무난할 듯하다.

예전에 언급했듯이 나는 이런 식으로 아이슬란드어의 철자에 따른 발음을 분석하여 한글로 적는 아이슬란드어 표기 원칙을 마련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른 아이슬란드 인명 표기 용례 페이지도 있으니 필요하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렇게 블로그에 몇 자 적는다고 언론들의 표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 Jóhanna Sigurðardóttir의 표기를 결정한다면 아마도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고 정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언론이나 방송 관계자분들은 참고하시도록…

업데이트: 2009년 3월 25일 열린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83차 회의에서 예상대로 Jóhanna Sigurðardóttir의 표기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고 결정했다. 관련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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