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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어 이름 발음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udtaleordbog.dk라는 온라인 덴마크어 발음 사전을 발견했다. 세계 언어의 발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가장 신나는 일은 아마도 전에 몰랐던 새로운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자면 《우드탈레오르보그.데코》라고 적을 수 있는 이 온라인 발음 사전은 덴마크 음성학자 루벤 샥텐하우펜(Ruben Schachtenhaufen, 1975~)이 외부 기관의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며 발음 규범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덴마크어에서 연령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 발음을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참고로 덴마크어에서 웹사이트 주소의 .dk는 정식으로 발음할 때 점(.)을 punktum ‘풍크툼’으로 읽지만 보통은 생략하고 dk를 덴마크어 자모 이름에 따라 ‘데코’로만 읽는다.
기본 설정은 이른바 넓은 국제 음성 기호(Bred IPA)로 발음을 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색 설정(Søgemuligheder)을 클릭하면 다양한 표기 방식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넓은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하되 음절 경계도 표시하거나(Bred IPA, med stavelsesgrænser) /ptk/ 대신 /bdg/를 쓴 방식(Bred IPA, med /bdg/ frem for /ptk/), 얀 헤고르 페테르센(Jan Heegård Petersen) 등의 덴마크어 음성학서 《우드탈트(Udtalt)》에서 쓴 방식(Udtalt), 니나 그뢰눔(Nina Grønnum)의 덴마크어 음성학서 《뢰드그뢰드 메드 플뢰데(Rødgrød med fløde)》에서 쓴 방식(RmF), 덴마크어 사전인 《덴 단스케 오르드보그(Den Danske Ordbog)》에서 쓴 방식(DDO), 오토 예스페르센(Otto Jespersen)이 개발한 다니아(Dania) 표기법을 유니코드에 맞게 약간 조정한 방식(Dania 2.0), 킬 대학교 스칸디나비아학과에서 개발한 방식(Kiel), 아직은 실험적인 좁은 국제 음성 기호(Snæver IPA) 방식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덴마크어 이름인 Danmark ‘단마르크’의 발음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 /ˈtænmak/ (Bred IPA)
- /ˈtæn.mak/ (Bred IPA, med stavelsesgrænser)
- /ˈdæn.mak/ (Bred IPA, med /bdg/ frem for /ptk/)
- [ˈdanmɑɡ] (Udtalt)
- [ˈd̥anmɑɡ̊] (RmF)
- [ˈdanmɑɡ] (DDO)
- ˈdan • mαg (Dania 2.0)
- [ˈd̥anmɑ̈ɡ̊] (Kiel)
- /ˈtænmak/ (Snæver IPA)
다니아 표기법을 빼고는 모두 국제 음성 기호를 쓴 것인데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Udtalt와 DDO의 표기 방식은 대부분 일치하지만 ‘바다’를 뜻하는 hav ‘하우’를 Udtalt는 [ˈhɑʊ̯]로, DDO는 [ˈhɑw]로 적는 등 다른 부분도 있다.
덴마크어 발음의 표기 방식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어 발음을 주로 다루지만 다른 언어의 발음도 많이 수록한 독일의 《두덴(Duden) 발음 사전》은 Danmark의 덴마크어 발음을 ˈdænmaɐ̯g로 제시한다. 흔히 국제 음성 기호로 쓰면 발음 표기가 저절로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덴마크어의 발음 표기만 봐도 이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나도 그동안 블로그에서 덴마크어 발음을 일관적으로 표기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아마 RmF 표기 방식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다.
Danmark의 발음 표기에서 기존 방식은 대부분 첫 자음과 마지막 자음을 각각 [d, g] 또는 [d̥, ɡ̊]로 적는데 샥텐하우펜은 /t, k/를 쓰는 것이 눈에 띈다. 철자에서 어두 b, d, g에 해당하는 폐쇄음을 노르웨이어나 스웨덴어에서는 유성음 [b, d, ɡ]로 발음하지만 덴마크어에서는 무성 무기음 [p, t, k]로 발음한다. 대신 어두 p, k는 무성 유기음 [pʰ, kʰ]로 발음하여 구별하며 t는 코펜하겐식 발음에서 파찰음화한 [ʦʰ]로 발음한다(어두 t를 그냥 [tʰ]로 발음하는 방언도 있다). 복합어를 이루는 뒤 요소의 첫머리에서도 b, d, g와 p, t, k의 발음이 어두에서처럼 구별될 수 있지만 보통 어중이나 어말에서는 b와 p의 구별이 사라져 둘 다 어두의 b처럼 발음되며 d와 g는 약해져서 다른 발음으로 변하는 대신 t와 k는 어두의 d와 g처럼 발음된다.
그런데 덴마크어 어두의 b, d, g는 무성 무기음 [p, t, k]라고 해도 한국어의 ‘ㅃ, ㄸ, ㄲ’이나 프랑스어의 [p, t, k] 등과 비교해서 상당히 약한 음이다. 그래서 RmF나 Kiel에서는 [b̥, d̥, ɡ̊]와 같이 나타내는데 국제 음성 기호상으로는 유성음을 나타내는 [b, d, ɡ]에 무성음화를 나타내는 고리 모양 부호를 붙였으니 무성음 [p, t, k]와 차이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무성음화된 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흔히 같은 무성음 사이에서도 세기에 따라서 연음(lenis)과 경음(fortis)의 구별이 존재할 때(독일어권 남부가 대표적이다) 연음을 [b̥, d̥, ɡ̊]와 같이 나타내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RmF와 Kiel에서는 덴마크어의 발음 표기에도 이를 적용했고 나머지 방식에서는 이를 단순화시켜 아예 유성음인 것처럼 [b, d, ɡ]로 적었다.
한국어의 ‘ㅂ, ㄷ, ㄱ’도 어두에서는 무성음이기 때문에 국제 음성 기호로는 흔히 [p, t, k]로 적는데 그러면 된소리 ‘ㅃ, ㄸ, ㄲ’을 이와 구별하려고 [p͈, t͈, k͈]로 적거나 국제 음성 기호에서 따로 다루지 않는 자질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대체 기호인 별표(*)를 써서 [p*, t*, k*] 같이 적어야 한다. 하지만 된소리 ‘ㅃ, ㄸ, ㄲ’의 세기는 프랑스어 등 무성 무기음을 쓰는 기타 언어의 [p, t, k]와 비슷하므로 나는 한국어의 ‘ㅃ, ㄸ, ㄲ’을 [p, t, k]로 적고 어두 ‘ㅂ, ㄷ, ㄱ’는 [b̥, d̥, ɡ̊]로 적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샥텐하우펜은 〈조정되지 않은 국제 음성 기호(Utilpasset IPA)〉라는 글에서 국제 음성 기호가 다른 언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얽매여 표기 방식을 조정하기보다는 국제 음성 기호가 정의하는 발음에 충실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덴마크어의 어두 b, d, g는 무성음이므로 [p, t, k]로 적어야 하며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의 [p, t, k]보다 약한 음이라고 해서 표기 방식을 달리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제 음성 기호를 쓰는 기존의 덴마크어 발음 표기 방식은 다니아(Dania) 표기법의 전통 때문에 원칙에 어긋나게 철자와 가깝게 표기해왔다고 주장한다.
덴마크어의 어두 b, d, g를 [b̥, d̥, ɡ̊] 또는 [b, d, ɡ]로 적으면 어두 p, t, k는 유기음이라는 것을 나타낼 필요 없이 단순히 [p, t, k]로 적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어두 p, t, k를 [p, t, k]로 적으면 어두 p, t, k를 이들과 어떻게 구별할지의 문제가 생긴다. 샥텐하우펜은 이들을 [pʰ, ts, kʰ]로 적는다. 기존 연구 가운데 한스 바스뵐(Hans Basbøll)이나 니나 그뢰눔(Nina Grønnum)도 어두 p, k는 [pʰ, kʰ]로 적었는데 어두 t는 [tˢ]로 적어서 코펜하겐식 파찰음화를 반영하는데 아직 국제 음성 기호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기호는 아닌 [ˢ]를 써서 치찰음 개방(sibilant release)을 나타낸다. 더 정밀한 표기에서는 [b̥ʰ, d̥͡s, ɡ̊ʰ]로 적기도 하는데 덴마크어의 어두 p, t, k도 무성 유기음을 쓰는 기타 언어의 [pʰ, tʰ, kʰ]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그뢰눔은 《음성학과 음운학: 일반 및 덴마크어(Fonetik og fonologi: almen og dansk)》에서는 [pʰ, tˢ, kʰ]를 썼지만 《뢰드그뢰드 메드 플뢰데(Rødgrød med fløde)》(RmF)에서는 더 단순화된 [p, t, k]를 써서 용도에 따라 표기의 세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덴마크어는 게르만 어군에 속하는 언어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모음 음소 개수가 원래부터 많은데 앞뒤의 r /ʁ/ 음소와 합쳐서 새로운 모음 음소로 추가되기까지 하여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모음 음가만 따지더라도 한 스무 개 정도를 활용한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 쓰는 기본 모음 기호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이다.
mile ‘밀레’, mele ‘멜레’, mæle ‘멜레’, male ‘말레’, malle ‘말레’에서 각각 쓰이는 전설 비원순 모음은 Udtalt와 RmF, DDO에서 각각 [i, e, ɛ, æ, a]로 적는다. 샥텐하우펜의 Bred IPA도 대체로 이를 따르되 마지막 male와 malle는 /ˈmæːl/, /ˈmæll/과 같이 모음 길이로만 구별하고 있어 각각 [i, e, ɛ, æ, æ]로 적는다. 그런데 Kiel에서는 같은 모음들을 각각 [i, e̝, e̞, ɛ, a]와 같이 적는다. 그러니 예를 들어 같은 [ɛ]를 쓰더라도 표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모음 음가를 나타낼 수 있다. 참고로 국제 음성 기호를 따르지 않는 다니아(Dania) 표기법은 덴마크어 철자와 가깝게 i, e, æ, ȧ, a로 적는다.
다른 언어에서 쓰는 모음 기호와 비교하면 사실 Kiel의 모음 표기 방식이 더 가까운데 아무래도 [i, e̝, e̞, ɛ] 등이 너무 뭉쳐 있다 보니 번거로워서 전통적으로는 각각 다른 기본 기호로 적는 [i, e, ɛ, æ]를 택했다. 그래서 male와 malle의 모음은 [æː, a]로 적지만 실은 다른 언어의 [ɛː, æ]에 가깝다. 이는 샥텐하우펜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도 일반 용도의 발음 표기에서는 덴마크어에서 구별되는 모음 음가를 각각 다른 기본 기호로 적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mile, mele, mæle, male의 모음은 [i, e, ɛ, æ]로 적는다. 그런데 샥텐하우펜은 Danmark의 둘째 음절에서 나타나는 모음은 중설 비원순 저모음이므로 [a]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는 [ɑ]로 나타내는 모음이지만 국제 음성 기호에서 [ɑ]는 후설 비원순 저모음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a]는 전설 비원순 저모음을 나타내는 기호로 정의되어 있지만 한국어의 ‘아’나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의 a 등 여러 언어의 중설 비원순 저모음 [ä]도 보통 그냥 [a]로 나타내므로 덴마크어에서도 [a]를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 malle의 모음은 Danmark의 둘째 음절에서 나타나는 모음과 구별되니 [a]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æ]로 적는다. 대신 male의 [æː]와 같은 기호를 쓰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male와 malle의 모음 음가가 다르지만 샥텐하우펜은 각각 [æː, æ]로 적어 마치 모음 길이만으로 구별되는 것처럼 적었다. 사실 [i]에서 [æ]까지는 국제 음성 기호에서 나타내는 실제 음가와 조금 다르더라도 한 음가에 한 기호를 쓰는 방식을 유지했는데 중설 비원순 저모음이라고 [ɑ]를 쓰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샥텐하우펜은 이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udtaleordbog.dk에서 제시하는 여러 표기가 실제 원전에서 쓴 표기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실제 DDO에서 male와 malle의 발음은 각각 [ˈmæːlə], [ˈmalə]로 표기하는데 udtaleordbog.dk에서는 male의 발음을 DDO 방식으로 표기한 것이 각각 [ˈmæːl], [ˈmall̩]로 제시된다.
덴마크어에서 /l/ 옆에 오는 /ə/는 흡수되어 성절 자음 [l̩]로 발음되거나 아예 사라져 [l]로만 남을 수 있는 것을 udtaleordbog.dk에서는 반영했는데 DDO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다. 한글 표기에서도 [ə]가 발음되는 것으로 처리하여 male ‘말레’, malle ‘말레’와 같이 적는다.
덴마크어는 이처럼 다양한 모음을 구별하는 대신 자음은 불분명하게 발음하거나 아예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철자상 음절말 d로 주로 나타나는 이른바 여린 d(blødt d)인데 보통 /ð/로 나타내지만 영어의 they [ˈðeɪ̯] ‘데이’에서와 같은 마찰음이 아니라 그보다는 좁힘이 없어서 마찰을 발생시키지 않는 접근음이다. 거기다가 연구개음화되며 혓날로 조음된다고 해서 정밀 표기로는 [ð̠˕ˠ]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다른 언어 화자들은 [l] 비슷한 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어의 여린 d는 Dania 표기법에서 ð로 적었고 Udtalt, RmF, DDO에서 모두 [ð]로 적으며 Kiel은 접근음이라는 것을 나타내려 [ð̞]로 적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샥텐하우펜은 udtaleordbog.dk에서 여린 d를 아예 모음으로 간주하여 [ɤ]로 적는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 [ɤ]는 후설 비원순 중고모음을 나타내는 기호이며 중국어의 e [ɤ] ‘어’, 타이어의 เ◌อะ oe [ɤ] ‘으’ 등에서 이 모음이 쓰인다. 한국어로 치면 ‘으’와 ‘어’의 중간음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덴마크어에서는 자음을 전부 모음으로 바꾼다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실제로 여린 d가 모음이 된 것처럼 표기하는 것이다.
샥텐하우펜은 〈조정되지 않은 국제 음성 기호(Utilpasset IPA)〉에서 여린 d가 자음의 성질과 모음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반모음이며 홀게르 율(Holger Juul)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음성학적으로 포먼트(formant) 값이 중설화된 후설 비원순 중고모음 [ɤ̤]에 해당하므로 [ð̠˕ˠ]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ð]보다는 차라리 [ɤ]로 나타내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뢰눔이 쓴 덴마크어 음성학서의 제목이기도 한 Rødgrød med fløde는 ‘크림이 들어간 붉은 죽’을 뜻하는데 덴마크어의 여린 d가 많이 들어가서 다른 언어 화자들이 발음하기 힘들기로 유명한 구절이다. udtaleordbog.dk에 따르면 그뢰눔의 RmF 표기 방식을 따라 적은 가장 일반적인(Mest almindelig) 발음은 [ˈʁœðˀˌɡ̊ʁœðˀ mɛð ˈfløːðə], 더 오래되고 격식을 갖춘(Ældre, formelt) 발음은 [ˈʁœːˀðˌɡ̊ʁœːˀð mɛð ˈfløːðə]이다. 이를 샥텐하우펜의 방식대로 적으면 각각 /ˈʁœɤ̰kʁœɤ̰ mɛɤ ˈfløːɤə/, /ˈʁœ̰ːɤkʁœ̰ːɤ mɛɤ ˈfløːɤə/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여린 d도 음절초의 d와 구별 없이 그냥 ‘ㄷ’으로 적는다. 따라서 Rødgrød med fløde는 ‘뢰드그뢰드 메드 플뢰데’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실제 덴마크어 발음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링크에서 여러 덴마크어 화자의 발음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덴마크어를 체계적으로 한글로 표기하려면 원어 발음과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덴마크어의 v는 음절말에서 [w]로 흔히 적는 반모음으로 발음되고 음절말 g는 후설 모음 뒤에서는 [w]로, 전설 모음 뒤에서는 [j]로 발음된다. 그런데 샥텐하우펜은 이들도 모음 기호로 적는다. ‘바다’를 뜻하는 hav와 ‘책’을 뜻하는 bog, ‘비’를 뜻하는 regn은 DDO에서는 각각 [ˈhɑw], [ˈbɔˀw], [ˈʁɑjˀn]로 적는다(udtaleordbog.dk에서 제시하는 DDO식 표기 방식대로는 bog가 [ˈbɔwˀ]이다). 그러나 udtaleordbog.dk식 표기는 각각 /ˈhaʊ/, /ˈpɔʊ̰/, /ˈʁaɪ̰n/이다. 모음 기호를 쓴다는 점에서 Udtalt식 표기 [ˈhɑʊ̯], [ˈbɔʊ̯ˀ], [ˈʁɑɪ̯ˀn]이나 Kiel식 표기 [ˈhɑ̈ʊ̯], [ˈb̥ɔ̝̈ʊ̯ˀ], [ˈʁɑ̈ɪ̯ˀn]과 닮았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단모음 뒤 v를 ‘우’로 적으며 eg는 ‘아이’로, øg는 ‘오이’로 적는 등의 규칙이 있어서 hav는 ‘하우’, regn은 ‘라인’으로 적게 되어 반모음화가 한글 표기에 반영된다. 하지만 bog는 ‘보그’로 적게 하고 있다. g의 반모음화 양상이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날’을 뜻하는 dag에서는 g가 [j~ɪ̯]로 발음되거나 앞 모음에 흡수되지만 ‘날마다’를 뜻하는 형용사 daglig 같은 복합어에서는 g가 [w~ʊ̯]로 발음된다. 실제 발음에 가깝게 적으려면 dag는 ‘*다이’나 ‘*다’, daglig는 ‘*다울리’로 적어야 하겠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각각 ‘다그’, ‘다글리’로 통일한다(어미 ig의 g는 적지 않는다). 또 어중 gl 같은 경우 음절말 g와 음절초 l의 조합인지, kilogram ‘킬로그람’에서처럼 음절초 자음군 gl인지 철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udtaleordbog.dk의 장점은 인명, 지명을 포함한 고유 명사를 다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DDO도 온라인 검색이 가능하지만 일반 명사화하지 않은 고유 명사는 수록하지 않은 일반 사전이다. https://ordnet.dk/ddo 페테르 몰베크 한센(Peter Molbæk Hansen)이 편집한 귈렌달(Gyldendal)사의 《덴마크어 발음(Danske udtale)》 또는 《발음 사전(Udtaleordbog)》은 지명을 일부 포함하지만 인명은 대체로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udtaleordbog.dk에서는 다음과 같은 인명의 발음도 검색할 수 있다. 이하 빗금(//) 사이에 Bred IPA에 따른 방식를 제시하고 대괄호([]) 사이에 RmF 방식을 제시한다.
- Andersen 일반: /ˈanɐsn/ [ˈɑnɐsn̩], 구식 격식: /ˈanɐsən/ [ˈɑnɐsən]
- Bohr 일반: /ˈpoɐ̰/ [ˈb̥oɐ̯ˀ], 구식 격식: /ˈpo̰ːɐ/ [ˈb̥oːˀɐ̯]
- Brandes /ˈpʁantəs/ [ˈb̥ʁɑnd̥əs]
- Brahe 일반: /ˈpʁaːa/ [ˈb̥ʁɑːɑ], 구식 격식: /ˈpʁaːə/ [ˈb̥ʁɑːə]
- Jespersen 일반: /ˈjɛspɐsn/ [ˈjɛsb̥ɐsn̩], 구식 격식: /ˈjɛspɐsən/ [ˈjɛsb̥ɐsən]
- Kierkegaard 덜 명확한(Mindre distinkt): /ˈkʰiɐɰəkɒ̰ː/ [ˈkiɐ̯ɰəˌɡ̊ɒːˀ], 일반: /ˈkʰiɐkəkɒ̰ː/ [ˈkiɐ̯ɡ̊əˌɡ̊ɒːˀ]
- Verner /ˈvæɐ̰nɐ/ [ˈvæɐ̯ˀnɐ]
외래어 표기법을 문자 그대로 따르면 각각 ‘*아네르센’, ‘*보르’, ‘브라네스’, ‘브라헤’, ‘예스페르센’, ‘키르케고르’, ‘*베르네르’로 적어야 하는데 Andersen과 Bohr, Verner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관용 표기인 ‘안데르센’, ‘보어’, ‘베르너’를 표준으로 인정하여 수록하고 있다.
덴마크어에서는 r /ʁ/의 모음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서 어말에서는 언제나 모음으로 발음된다. 보통 바로 앞의 모음에 흡수되는데 Danmark의 둘째 음절에서처럼 [ɑ]와 같은 새로운 음가로 실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언제나 자음으로 발음되는 것처럼 자음 앞이나 어말의 ‘르’로 적는다. 그런데 독일어의 한글 표기에서는 r /ʁ/의 모음화를 반영하여 독일어 인명 Mohr [ˈmoːɐ̯], Werner [ˈvɛʁnɐ]는 각각 ‘모어’, ‘베르너’로 적는다. 덴마크어 인명 ‘보어’, ‘베르너’의 관용 표기도 독일어 또는 영어의 한글 표기에서 영향을 받았겠지만 덴마크어의 r 모음화는 독일어보다도 심하므로 한글 표기에 반영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니 덴마크어의 표기 규정을 개정한다면 어말의 r는 ‘어’로 적고 [ɐ]로 발음되는 어중과 어말의 er도 ‘어’로 적는 것이 어떤가 한다. 즉 Petersen ‘페터센’, Andersen ‘아너센’, Jespersen ‘예스퍼센’과 같이 적는 것이다. 그러면 Bohr ‘보어’, Verner ‘베르너’를 규칙 표기가 된다. 다만 Kierkegaard처럼 어말 rd, rg에서 d, g를 묵음으로 취급하는 경우는 지금처럼 그냥 ‘르’로 적는 것이 무난할 수 있겠다.
Andersen은 워낙 ‘안데르센’이라는 표기로 친숙하기 때문에 생소할지 몰라도 덴마크어에서 철자 nd의 d는 보통 묵음이다. 그러니 실제 발음은 ‘아너센’에 더 가깝다. 물론 동화 작가의 이름은 관용으로 취급하여 계속 ‘안데르센’으로 부를 수 있겠다. 그런데 Brandes는 독일어에서 온 이름이기 때문에 d가 발음된다. 그것도 여린 d를 쓰지 않고 마치 *Brantes로 적은 것처럼 발음된다. 그러니 한글 표기도 ‘브란데스’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마찬가지로 Alexander /ælɛkˈsæn̰tɐ/ [alɛɡ̊ˈsanˀd̥ɐ], Bernhard /ˈpæɐnha̰ːt/ [ˈb̥æɐ̯nhɑːˀd̥], Edvard /ˈɛɤ̰vat/ [ˈɛðˀvɑd̥], Sigurd /ˈsikuɐ̰t/ [ˈsiɡ̊uɐ̯ˀd̥] 등의 남자 이름도 현행 규정을 따르면 ‘알렉사네르’, ‘베른하르’, ‘에드바르’, ‘시구르’로 적지만 nd, rd의 d가 묵음이 되지 않으므로 ‘알렉산데르/알렉산더’, ‘베른하르드’, ‘에드바르드’, ‘시구르드’와 같이 적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다. 예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노르웨이어에서도 Edvard는 표기 규정을 따르면 ‘에드바르’이지만 실제로는 [ˈedvɑɖ~ˈedvɑrd] ‘에드바르드’ 또는 독일어 발음을 흉내낸 [ˈedvɑʈ~ˈedvɑrt] ‘에드바르트’로 발음된다.
Brahe에서 h는 묵음이므로 ‘브라에’로 적는 것이 덴마크어 발음에 가깝다. 독일어 Rahe [ˈʁaːə] ‘라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게르만 어파 언어에서는 /h/가 음절말에서 발음되지 않으므로 /ə/와 같은 무강세 모음 앞에 오는 강세 음절의 마지막 h는 묵음이다(강세 음절과 무강세 음절 경계의 자음은 앞의 강세 음절의 종성으로 붙지 뒤의 무강세 음절의 초성으로 붙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아일랜드어에서 온 이름 등 차용어에서 이런 h를 발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Brahe는 영어로 철자식 [ˈbɹɑːhə] ‘브라허’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다([ˈbɹɑːə] ‘브라어’도 흔하다). 현대 덴마크어 발음에서 어말 /ə/가 앞에 음에 동화되거나 흡수되는 현상으로 인해 요즘 발음은 ‘브라아’에 가깝지만 한글 표기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무리이다.
덴마크 인명 Sehested, Staehelin에서도 h는 묵음이 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udtaleordbog.dk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도 덴마크어 발음에 가깝게 적으면 ‘세에스테드’, ‘스테엘린’이 될 것이다. Staehelin은 독일어 성씨 Stähelin [ˈʃtɛːəliːn] ‘슈테엘린’에서 온 이름으로 보이므로 아마도 마치 *Stæhelin으로 적은 것처럼 발음될 것이다. ‘브라헤’는 익숙한 표기이니 관용으로 취급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덴마크어에서 h가 묵음인 경우는 한글 표기에도 반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이처럼 udtaleordbog.dk에 아직 실리지 않은 고유 명사도 많지만 계속해서 발음을 추가하고 있는 듯하니 앞으로 덴마크어 발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