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계 스웨덴 축구 선수 빅토르 예케레스 혹은 요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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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포르투갈 리그 득점왕을 기록하며 스웨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후 잉글랜드의 아스널로 이적, 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소속팀의 리그 개막전을 치른 스웨덴 선수 Viktor Gyökeres는 한국에서 ‘요케레스’ 또는 ‘죄케레스’라고 흔히 부르고 있다. 하지만 본인 발음인 [ˈvɪ̌ktɔr ˈjø̌ːkərɛs]를 참고하여 외래어 표기법에 최대한 부합하게 적으면 사실 ‘빅토르 예케레스’가 된다.

그의 친할아버지는 헝가리 출신으로 스웨덴으로 이민했기 때문에 헝가리어식 성씨인 Gyökeres를 쓴다. 헝가리어 gyökeres는 ‘뿌리’를 뜻하는 gyökér [ˈɟøkeːr] ‘죄케르’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es [ɛʃ]가 붙은 말로 ‘뿌리가 있는’, ‘근본적인’을 뜻하며 헝가리어 발음은 [ˈɟøkɛrɛʃ] ‘죄케레시’이다. 헝가리어 철자 s는 영어의 sh와 같이 무성 후치경 마찰음 [ʃ]를 나타내므로 어말에서는 ‘시’로 적는다. 하지만 스웨덴어에서 이 발음까지 흉내내지는 않고 그냥 스웨덴어 철자식으로 [s]로 발음한다.

그가 18세 때 활약한 경기를 중계한 스웨덴 해설자는 Gyökeres를 거의 철자식으로 읽은 ‘귀외케레스’ 비슷한 발음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더 잘 알려지면서 스웨덴 방송에서는 본인이 쓰는 발음이 대체로 정착되었다.

헝가리어 철자 gy는 유성 경구개 폐쇄음 [ɟ] 내지는 유성 경구개 파찰음 [ɟ͡ʝ]를 나타낸다. 한국어에는 없는 음인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그나마 파찰음 발음에 가까운 ‘ㅈ’으로 적는다. 스웨덴어는 아예 고유 어휘에서 [ʤ]와 같은 유성 파찰음을 쓰지 않으니 비슷한 음을 더더욱 찾기 힘들다. 그래도 스웨덴어 화자들이 원어를 의식하여 Gyökeres를 ‘죄케레스’ 비슷하게 발음하는 것을 간혹 관찰할 수 있다.

철자에 가깝게 [ɡj] 정도로 흉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다’를 뜻하는 göra [ˈjœ̂ːra] ‘예라’의 과거형 gjorde [ˈjʊ̂ːɖə] ‘요르데’에서 볼 수 있듯이 스웨덴어 고유 어휘에서 gj는 j와 동일하게 [j]로 발음된다. göra에서 볼 수 있듯이 g도 전설 모음 앞에서는 [j]로 발음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스웨덴어의 gj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한 음절로 적는 ‘이’로 쓰도록 하고 있다. 본인은 Gyökeres의 gy를 스웨덴어 철자 gj처럼 [j]로 발음한다.

헝가리어와 스웨덴어 철자에서 ö는 전설 원순 중모음을 나타낸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는 전설 원순 중고모음인 [ø]와 전설 원순 중저모음인 [œ]를 구별하는데 사실 헝가리어의 ö는 이들의 중간 정도 되는 [ø̞] 정도의 음이지만 편의상 보통 [ø]로 표기를 통일한다. 스웨덴어의 ö도 비슷한 음인데 모음 길이에 따라, 또 뒤에 [r]가 따르느냐에 따라 [ø] 또는 [œ]로 표기한다. 보통 폐음절의 짧은 모음은 [œ]로, 개음절의 긴 모음은 [øː]로 표기하는데 긴 모음이더라도 뒤에 [r]가 따르면 [œː]로 표기하고 강세가 없는 개음절을 길게 발음하지 않으면 그냥 [ø]가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들을 모두 ‘외’로 표기를 통일한다. 한국어의 전통 표준 발음에서는 ‘외’가 단순모음인 전설 원순 중모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헝가리어에서처럼 보통 [ø]로 표기를 통일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는 ‘외’를 ‘웨’와 동일하게 [we]로 발음하므로 원어의 [ø]나 [œ] 같은 모음을 비슷하게 흉내내지 못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외’로 적는 것은 적어도 표기상 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특이하게 스웨덴어의 ö는 [j] 뒤에서는 ‘에’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göra는 ‘예라’로 적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웨덴 도시 이름인 Göteborg [jøtəˈbɔrj~ˌjøːtəˈbɔrj]는 ‘예테보리’, Jönköping [ˈjœ̂nːˌɕøːpɪŋ]은 ‘옌셰핑’이 된다. 전설 모음 앞에서 [ɕ]로 발음되는 k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한 음절로 적는 ‘시’로 쓰는데 그 뒤에서도 ö는 ‘에’로 적는다.

같은 스칸디나비아 언어인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의 표기에서도 보통 ‘외’로 적는 ø는 ‘이’, ‘시’ 뒤에서 ‘에’로 적는다. 따라서 노르웨이의 도시 Gjøvik [ˈjø̂ːviːk]는 ‘예비크’가 된다. 덴마크어의 표기 규정에서는 명시하지 않지만 제시하는 예를 보면 덴마크의 도시 Hjørring [ˈjɶɐ̯eŋ]은 ‘예링’으로 적게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독일어의 표기에서는 ‘이’나 ‘시’를 ‘외’와 한 음절로 합칠 때 ‘예’, ‘셰’ 대신 그냥 ‘외’, ‘쇠’로 적는다. 표기 용례를 보면 독일어 남자 이름 Jörg [ˈjœʁk]는 ‘외르크’, Schönberg [ˈʃøːnbɛʁk]는 ‘쇤베르크’로 적는다. 또 프랑스어 표기 규정에서 제시한 예에서도 ‘시’와 ‘니’를 ‘외’와 한 음절로 합칠 때 ‘쇠’와 ‘뇌로 적는다. pêcheur [pɛʃœːr]는 ‘페쇠르’, gagneur [ɡaɲœːr]는 ‘가뇌르’가 된다(본 블로그에서 쓰는 표기 방식대로는 각각 [pɛʃœʁ], [ɡaɲœʁ]).

물론 ‘ᄋᆈ’, ‘ᄉᆈ’, ‘ᄂᆈ’와 같은 표기를 쓸 수 있다면 깔끔히 해결되겠지만 현대 한국어의 표기에 쓰이는 한글 자모만 활용한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 때문에 쓸 수 없다. 1980년대까지도 ‘ᄉᆈᆫ베르크’ 같은 표기를 간혹 볼 수 있었는데 1986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 표기 규정을 포함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쇤베르크’ 같은 표기가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 1995년에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 표기 규정이 추가되면서 Göteborg, Jönköping을 기존의 독일어와 프랑스어 표기와 같은 방식인 ‘*외테보리’, ‘*왼쇠핑’으로 쓰는 대신 ‘예테보리’, ‘옌셰핑’으로 쓰는 식으로 표기 방식이 바뀌었다. 어차피 ‘외’로 써봤자 [웨]로 발음하여 [ø]나 [œ] 음가를 비슷하게 흉내내지 못하니 자음이라도 제대로 흉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마치 *Öteborg, *Önsöping을 적은 듯한 ‘외테보리’, ‘왼쇠핑’보다는 *Gjeteborg, *Jenkjeping을 적은 듯한 ‘예테보리’, ‘옌셰핑’이 원어에 더 가깝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전설 비원순 중모음인 ‘에’는 단순모음으로 발음되는 ‘외’와 비교해서 원순 모음이 아니라 비원순 모음이라는 차이밖에 없다.

‘외’를 대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에’ 대신 ‘오’를 써서 ‘*요테보리’, ‘*욘쇼핑’과 같이 적는 것이다. ‘오’는 후설 원순 중고모음이므로 ‘외’처럼 원순 모음이라는 점은 유지되는 대신 전설 모음이 아니라 후설 모음이라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외’를 ‘어’로 대체하여 ‘*여테보리’, ‘*연셔핑’ 같이 적는 방법도 고려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여러 방법 가운데 ‘외’를 ‘에’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외’로 적는 [ø]나 [œ]를 쓰는 언어는 보통 외래어 표기법에서 ‘위’로 적는 [y]나 [ʏ]도 같이 쓴다.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에서는 철자 y를 ‘위’로 적으며 독일어에서는 철자 ü가 보통 [y]나 [ʏ]를, 프랑스어에서는 철자 u가 흔히 [y]를 나타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들 언어에 나타나는 [jy]나 [jʏ] 같은 조합을 그냥 ‘위’로 쓴다(예: 독일어 남자 이름 Jürgen [ˈjʏʁɡn̩] ‘위르겐’, 스웨덴어 성씨 Gyllenstierna [ˈjʏ̌lːənˌɧæːɳa] ‘윌렌셰르나’). 프랑스어에서는 [j]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치지 않지만 [ʃy], [ɲy]는 각각 그냥 ‘쉬’, ‘뉘’로 쓰며 chuchoter [ʃyʃɔte] ‘쉬쇼테’, peignures [pɛɲyːr] ‘페뉘르’ 등의 예를 제시한다(본 블로그에서 쓰는 표기 방식대로는 [pɛɲyʁ]). 한국어에서 ‘쉬’의 ‘ㅅ’은 [ʃ] 변이음으로 나타나므로 오히려 원어 발음에 더 가깝게 되지만 ‘위’, ‘뉘’는 원어의 자음이 [j], [ɲ]라는 것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네덜란드어에서도 철자 u가 보통 [y]나 [ʏ]를 나타내기 때문에 ‘위’로 적는다. 그런데 2005년에 외래어 표기법에 네덜란드어 표기 규정이 추가되면서 함께 나온 용례집에서는 흥미롭게도 네덜란드의 전 여왕 Juliana [jyliˈ(j)aːna]를 ‘율리아나’로 적었다. 이후 용례에서도 남자 이름 Julius [ˈjyli(j)ʏs] ‘율리우스’, 여자 이름 Judith [ˈjydɪt] ‘유딧’ 등에서 ju를 ‘위’ 대신 ‘유’로 적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는 ‘위’를 단순모음 [y] 대신 [ɥi]로 발음하므로 ‘*윌리아나’, ‘*윌리우스’, ‘*위딧’으로 적어서 [ɥi]로 발음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ju]로 흉내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jy]나 [jʏ]를 ‘위’ 대신 ‘유’로 흉내낸다면 [jø]나 [jœ]도 ‘요’로 흉내내는 것이 어울린다. 그러면 [j]를 뒤따르는 전설 모음 ‘위’, 외’를 후설 모음 ‘우’, ‘오’로 대체하는 것이니 통일성이 있다.

‘외’를 비원순 모음 ‘에’로 대체한다면 ‘위’도 비원순 모음 ‘이’로 대체하는 것이 어울릴 텐데 그렇다면 [jy]나 [jʏ]도 ‘이’로 적게 되어 앞에 [j]가 들어간다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일리아나’, ‘*일리우스’, ‘*이딧’ 같은 표기는 상당히 어색하다.

그러니 만약 언어를 막론하고 [j], [ɲ] 같은 음 뒤에서 ‘위’, 외’로 적는 모음의 표기 방식을 통일한다면 ‘우’, ‘오’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스웨덴어 Göteborg ‘*요테보리’, Jönköping ‘*욘쇼핑’, Gyllenstierna ‘*율렌셰르나’,

노르웨이어 Gjøvik ‘*요비크’, 덴마크어 Hjørring ‘*요링’, 독일어 Jörg ‘*요르크’, Jürgen ‘*유르겐’, 프랑스어 gagneur ‘*가뇨르’, peignures ‘*페뉴르’ 등과 같이 표기를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면 표기가 바뀌는 용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Gyökeres를 ‘*요케레스’로 적는 것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부합하는 표기 방식은 ‘예케레스’이다. 독일어·프랑스어,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 네덜란드어 등 각각 다른 표기 방식을 현재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익숙했던 여러 표기가 바뀌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요’, ‘유’를 쓰는 것으로, 아니면 또다른 방식으로 표기 방식을 통일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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