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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밥’의 표준 발음은 [김ː밥]만이 인정되었다(‘ː’는 장음 표시). 표준어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에서 원래 ‘김밥’을 이렇게 발음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표준 발음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 2016년 3/4분기 수정 내용을 보면 ‘김밥’의 발음 추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ː밥]이 계속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만 이제는 [김ː빱]도 추가로 허용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는지 더 최근의 일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에는 분명히 [김빱]으로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현실 발음에서는 모음의 장단 구별이 사라진지 오래이므로 장음 표시는 생략한다). 이것은 사잇소리 현상 때문에 ‘밥’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어의 사잇소리 현상은 합성 명사에 나타나는데 합성 명사라고 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나무로 만든 집’을 뜻하는 나무집 [나무집], ‘나무를 파는 집’을 뜻하는 나뭇집 [나무찝] 같이 앞뒤 형태소의 의미 관계에 따라 사잇소리가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기도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제 적용되고 언제 적용되지 않는지 규칙으로 설명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예외도 많다. 예를 들어 ‘비빔밥’은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나 [–빱]이지만 의미 관계가 유사한 ‘볶음밥’은 사잇소리 없이 [–밥]으로 발음되는 것을 설명할 규칙을 찾기는 힘들다.
‘쌀밥’, ‘계란밥’ 등 앞의 형태소가 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나타낼 때에는 보통 사잇소리 없이 [밥]으로 발음한다. ‘김밥’도 비슷한 의미 관계로 보면 사잇소리가 없는 전통 표준 발음이 설명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밥’에서 사잇소리를 넣는 것은 김이 재료로 쓰인다 해도 의미 관계가 ‘쌀밥’, ‘계란밥’과는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앞 형태소가 한자어가 아니고 받침이 없는 경우에는 ‘냇가’, ‘나뭇잎’과 같이 사이시옷을 넣을 수 있으므로 철자만 봐도 사잇소리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김밥’과 같은 경우는 철자만으로는 사잇소리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 사잇소리를 쓸지 언중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립국어원에서는 ‘잎새’, ‘이쁘다’ 등 현실 언어에서 기존 표준어 ‘잎사귀’, ‘예쁘다’ 등과는 다른 형태로도 쓰이는 것을 복수 표준어로 추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밥’의 표준 발음을 [김ː밥]과 [김ː빱] 둘 다 허용하는 표준 발음 추가도 표준어 규정을 현실에 좀 더 가깝게 하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