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성경 본문 로마자로 전사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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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 성경 본문 및 그것을 그대로 로마자로 전사한 유니코드를 지원하는 자료가 있어 소개한다. Internet Sacred Texts Archive 가운데 The Tanach 부분이다. 각종 설명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알맹이는 역시 히브리어 성경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과 로마자 전사 대역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창세기 첫 부분을 보여주는 자료

팔레스타인, 팔레스티나, 블레셋, 펠리시테 가운데 일본어식 표기는 무엇일까요?“라는 글에서 ‘블레셋’이라는 히브리어 이름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일반인들이 히브리 문자를 읽는 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고심했는데 마침 이런 자료를 찾은 것이다.

이 자료에서 쓰는 로마자 전사는 발음 기호로 볼 수는 없다. 그냥 히브리어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어떤 히브리 문자 기호를 어떻게 옮겼는지는 대조표로 확인할 수 있다.

‘여리고’의 히브리어 이름 확인하기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예를 들기 위해 고대 도시 ‘여리고’의 히브리어 이름을 알아보자. 개역판 한국어 성경에서 ‘여리고’라고 하는 지명은 영어로 Jericho라고 하며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는 ‘예리코’로 쓰고 있다.

Jericho는 라틴어 형태이기도 하며 ‘예리코’는 라틴어 발음을 따른 표기이다. Jerusalem ‘예루살렘’, Damascus ‘다마스쿠스’ 등 예로부터 라틴어 형태로 알려진 이 지역의 지명은 한글 표기도 라틴어 이름을 따르므로 ‘예리코’로 쓰는 데 문제가 없다.

먼저 히브리어 성경 어디에 이 지명이 등장하는지 보자. 성경을 검색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그 가운데 다국어성경 Holy Bible이란 자료집을 소개한다. 거기서 ‘여리고’를 검색하면 ‘여리고’가 등장하는 성경 구절 결과가 나온다. 첫번째로 나오는 여호수아 16:1(16장 1절)을 기억해둔다. 보너스로 ‘번역비교’를 누르면 한국어 번역 6종, 영어 번역 3종, 일본어 번역 3종을 비교할 수 있다. 한국어 번역 6종 가운데 5종은 ‘여리고’를 쓰고 공동번역에서는 ‘예리고’라고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The Tanach 페이지에 가서 히브리어 성경 목록 가운데 ‘여호수아’에 해당하는 “Joshua (Yehoshua)”를 클릭한다. 그리고 “Joshua (Yehoshua) Chapter 16″이라고 쓴 것을 클릭하면 16장 본문을 볼 수 있다.

1절의 로마자 전사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wayyēṣē’ hagwōrāl liḇənê ywōsēf mîyarədēn yərîḥwō ləmê yərîḥwō mizərāḥâ hammiḏəbār ‘ōleh mîrîḥwō bâār bêṯ-’ēl:

여기서 ‘여리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Yərîḥwō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Yərîḥwō라는 표기가 이상해서 히브리어 원문을 확인해보니 그에 해당하는 단어는 יְרִיח֔וֹ이다. 마지막 글자 וֹ는 최장음 [o]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조표에 따르면 ô로 적어야 되지만 로마자 표기 자동 생성 과정에서 ו와 위의 점을 따로 분석했는지 wō로 쓴 것이다. 그러니 정확한 표기는 Yərîḥô가 맞을 것이다.

좋은 자료를 소개한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처음 든 예부터 로마자 전사에 오류가 있으니 어떻게 된 것인가? 그래도 이것보다 좋은 자료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이 자료에서 쓰는 로마자 전사는 자동으로 생성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히브리어 원문을 확인하며 활용해야겠다.

어쨌든 Yərîḥô라는 이름은 어떻게 발음되었을까? 자음의 발음에 대해서는 영어판 위키피디어에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에서부터 탈무드에 쓰인 미슈나 히브리어(Mishnaic), 성경이 기록된 당시 히브리어(Biblical)까지 비교하는 표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마소라 성경 본문에서 쓰인 발음은 Tiberian이라는 제목 아래 있다. 이 표에 따르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r은 [ɾ]로, ḥ는 [ħ, x]로 발음되었다고 한다. 각각 한글로 ‘ㄹ’, ‘ㅎ’로 쓰는 것이 좋겠다.

셈 조어에는 ḥ [ħ]와 ḫ [x] 음이 따로 있었는데 초기 고대 히브리어에도 그 구별이 유지되었지만 둘 다 같은 히브리어 자모 ח로 나타내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어로 옮기면서 ח는 대부분 기식음 [h] 내지 묵음으로 처리했지만(고대 그리스어에서 [h]는 한정적인 위치에서만 나타났다) 일부는 χ(ch)로 적었다. 후자는 ḫ [x]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여리고는 고대 그리스어로 Ἰεριχώ(Ierichṓ) ‘이에리코’로 적었으니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Yərîḥô가 아닌 Yərîḫô로 나타낼 수 있다.

모음 발음에 관한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한글 표기만 따지자면 a, e, i, o, u는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표기해도 무방할 듯하다. 문제는 ‘슈바’라고 하는 ə인데 원래는 [ə]에 가까운 짧은 모음이었지만 마소라 성경 본문이 기록된 시기에는 그 발음이 복잡하게 분화된 것 같다. 마소라 성경 본문식 발음에서 슈바는 오는 위치에 따라, 가까이 있는 자음에 따라 발음이 바뀌고 묵음이 되기도 하는 부정모음이다.

히브리어 한글 표기를 연구하는 학자마다 슈바 처리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어땠든 Yərîḥô에서 yə는 한국어 성경에서 보통 쓰는 표기처럼 ‘여’로 적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러면 Yərîḥô라는 이름 하나만 놓고 보면 ‘여리호’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렇게 개별적으로 표기를 결정하는 것보다 히브리어 성경에 나오는 히브리어 고유명사의 일반적인 한글 표기 방식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겠지만, 아직 그런 합의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나마 히브리어 발음을 따져 표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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