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인가 ‘커리아’인가? 영어의 약화된 모음을 한글로 표기하기

본 글은 한국어문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 《말과글 》 186호(2026년 봄)에 실렸던 것으로 해당 호는 여기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올해 2월에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겨울 올림픽의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 경기 도중 Corinne Stoddard라는 미국 선수가 미끄러지면서 김길리 선수와 충돌하여 자국은 물론 한국의 결승 진출도 무산시켰다. 이 일로 한국 팬들의 원성을 산 그는 이후 경기에서도 연달아 넘어지며 고전을 거듭하다가 마지막 1500m 결승 경기에서 김길리와 최민정 선수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따면서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국내 중계 화면 그래픽에 ‘커린 스토더드’로 표시되었고 여러 언론에서 이 표기를 따랐지만 몇몇 신문 기사나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를 ‘코린 스토다드’라고 불렀으며 ‘코린 스토더드’라고 쓴 곳도 있었다. 이처럼 매체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표기는 어떻게 통일하는 것이 좋을까?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실린 외래어 표기 용례를 보면 우연히도 Corinne과 Stoddard 둘 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지명으로 나오는데 각각 ‘커린’, ‘스토더드’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일단 기존 표기 용례를 참고하면 ‘커린 스토더드’가 올바른 표기이다. 하지만 순전히 규범만 따져서 Corinne과 Stoddard의 한글 표기를 새로 정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최선의 규범인지 살펴보자.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언어는 철자와 발음의 대응이 비교적 규칙적이어서 원어 철자만 가지고도 한글 표기를 도출할 수 있지만 불규칙한 철자로 악명이 높은 영어에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등 세 개 언어에 한해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한글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Corinne Stoddard와 같이 일반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고유 명사의 발음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도 올림픽 공식 누리집에서는 각국의 중계진을 위한 배려로 참가 선수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발음한 오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들어보면 선수들에게 먼저 이름을 보통 빠르기로 말한 뒤 다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서 총 두 번 발음해 달라고 부탁한 듯하다. 몇몇 선수들은 이름을 반복할 때 지나치게 느리게 말하는 등 익살스러운 발음으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4 파리 여름 올림픽 때에도 참가 선수의 이름 발음 오디오를 누리집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진 것을 보면 이번 올림픽의 오디오도 계속해서 누리집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귀중한 자료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2026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전원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이 오디오를 많이 참고했다.

한 번은 ‘커린’, 한 번은 ‘코린’

올림픽 공식 누리집에서 Corinne Stoddard 선수를 검색해서 본인의 이름 발음을 들어보면 보통 빠르기의 첫째 발화에서는 [kəˈrɪn ˈstɑdɚd] 즉 ‘커린 스타더드’ 정도로 관찰된다. 여기서 ‘아’처럼 들리는 [ɑ]는 영어의 짧은 o 모음의 미국식 발음이고 ‘얼’로 흔히 인식하는 [ɚ]도 미국식 발음에서 [ə] 뒤에 자음이나 모음 앞에 오는 [r]이 따를 때 실현되는 음으로 분석할 수 있으므로 영미 발음을 포괄하는 좀 더 추상적인 음소 기호로 표현하면 [kəˈrɪn ˈstɒdərd]가 되며 ‘커린 스토더드’로 적게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국제 음성 기호 표기 방식으로는 오늘날 [ɪ]와 [ɒ]로 적는 음을 각각 구식 기호인 [i]와 [ɔ]로 대체하며 자음 앞이나 어말의 [r]는 묵음으로 치고 강세 부호도 생략하여 같은 발음을 [kərin stɔdəd]로 나타내지만 편의상 이 글에서는 오늘날 쓰는 발음 기호로 통일한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이름을 다시 천천히 발음한 둘째 발화를 들어보면 Corinne의 첫 음절에도 강세를 준 [ˈkɔˈrɪn ˈstɑdɚd] 즉 ‘코린 스타더드’에 가깝다. 느린 발화에서 인위적으로 첫 음절을 강조한 것을 나타내는 맨 처음의 강세 부호는 생략하고 영미 발음을 포괄하는 발음 표기 방식으로 표준화하면 [kɔːˈrɪn ˈstɒdərd]로 쓸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한글 표기는 ‘코린 스토더드’이다. 동일한 화자의 입으로 같은 이름을 발음했는데 ‘커린’으로 적을 수도 있고 ‘코린’으로 적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강세를 받지 않는 모음이 원 음가에 따른 변별성을 쉽게 잃고 궁극적으로 어중간한 음인 [ə]로 수렴하는 모음 약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사 have가 강세를 받을 때는 [ˈhæv] ‘해브’로 발음되지만 일반 기능어로 쓰이면서 강세를 받지 않을 때는 [həv] ‘허브’ 또는 [əv] ‘어브’로 발음되는 식이다. 하지만 강세가 없는 음절이라도 모음이 필연적으로 약화되는 것은 아니니 같은 말이 모음 약화 여부에 따라 두세 가지 형태로 발음되는 일이 매우 흔하다. 둘째 음절에 강세가 오는 Corinne은 일상적인 발화에서 보통 강세가 없는 첫째 음절에 약화된 모음인 [ə]를 쓰게 마련이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말할 때는 약화되기 전의 원래 모음 음가를 유지할 수 있다. 본인의 둘째 발화에서 관찰되는 약화되지 않은 모음은 [ɔː]이다.

여자 이름 Corinne은 고유 명사로만 쓰이기 때문에 일반 영어 사전에서는 찾기 힘들지만 발음 전문 사전인 《롱맨 발음 사전(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과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Cambridge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 《라우틀리지 최신 영어 발음 사전(The Routledge Dictionary of Pronunciation for Current English)》에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발음을 [kəˈrɪn] ‘커린’으로만 제시한다. 또 성씨를 제외한 여러 이름의 발음을 다룬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Merriam-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의 부록에서는 Corinne의 발음을 [kəˈrɪn] ‘커린’ 또는 [kəˈriːn] ‘커린’으로 제시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기존 표기 용례에서 ‘커린’으로 쓴 것을 만장일치로 뒷받침하는 듯하다.

그러나 Corinne의 첫 모음이 [ə]로 발음된다는 정보를 아무리 많이 찾아도 약화되지 않은 발음이 절대 쓰이지 않는다는 증명이 되지는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일반 사전으로는 흔치 않게 널리 쓰이는 이름도 표제어로 수록하고 있는 《웹스터 신세계 대학판 사전(Webster’s New World College Dictionary)》에서는 Corinne의 발음을 [koʊˈrɪn, koʊˈriːn, kɔːˈriːn, kəˈrɪn] 등 자그마치 네 가지로 제시한다. 마지막 발음만 빼고는 모두 첫 모음이 약화되지 않았으니 ‘코린’으로 적어야 한다. 이처럼 어느 사전을 참조하느냐에 따라 Corinne의 한글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각종 사전에 실린 Corinne의 영어 발음 정보 비교

참고 자료원문 표기표준화한 발음 표기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kə ˈrɪn kəˈrɪn kəˈrɪn
Cambridge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kəˈrɪn kəˈrɪn kəˈrɪn
The Routledge Dictionary of Pronunciation for Current EnglishBR kəˈrɪn AM kəˈrɪn kəˈrɪn kəˈrɪn
Merriam-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kə-ˈrin, -ˈrēn\ kəˈrɪn, -ˈriːn
Webster’s New World College Dictionarykoʊˈrɪn, koʊˈrin, kɔˈrin, kəˈrɪn koʊˈrɪn, koʊˈriːn, kɔːˈriːn, kəˈrɪn

비슷한 예로 영어로 한국을 이르는 국호인 Korea도 ‘코리아’로 쓰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각종 사전을 비교해 보면 [kəˈriːə], [kəˈrɪə] 등 ‘커리아’로 적는 발음만 제시한 것이 많다. 여러 다른 사전을 찾아보아야 영국식 [kɒˈriːə]와 [kɒˈrɪə], 미국식 [kɔːˈriːə]와 [koʊˈriːə] 등 ‘코리아’로 적을 수 있는 발음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종 사전에 실린 Korea의 영어 발음 정보 비교

참고 자료원문 표기표준화한 발음 표기
Cambridge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 ThesaurusUK /kəˈriː.ə/ US /kəˈriː.ə/ kəˈriːə kəˈriːə
Collins English Dictionarykəˈriːə kəˈriːə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kəˈriːə kəˈriːə kəˈriːə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kə ˈrɪə kɒ-, § -ˈriː‿ə kə ˈriː ə kəˈrɪə, kɒ-, -ˈriːə kəˈriːə
Cambridge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kəˈriː|.ə, kɒˈriː-, (US) kəˈriː-, kɔː- kəˈriːə, kɒ- kəˈriːə, kɔː-
The Routledge Dictionary of Pronunciation for Current EnglishBR kəˈrɪə(r) AM kəˈriə kəˈrɪə kəˈriːə
Merriam-Webster’s Geographical Dictionary\kə-ˈrē-ə\ kəˈriːə
Webster’s New World College Dictionarykəˈriə, kɔˈriə kəˈriːə, kɔː-
American Heritage Dictionarykə-rēə, kô-, kō- kəˈriːə, kɔː-, koʊ-

이처럼 영어 화자는 얼마든지 같은 말을 두세 가지 변이형으로 발음할 수 있지만 한글로 적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표기를 하나로 고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Corinne이나 Korea 같은 영어 이름을 참고한 발음 정보에 따라서 ‘커린’과 ‘커리아’로 적기도 하고 ‘코린’과 ‘코리아’로 적기도 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누구나 똑같은 결과를 얻도록 표기 방식을 통일시키려면 모음 약화에 따라 복수의 발음이 혼용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외래어 심의 과정에 흔히 적용되는 지침 가운데 하나는 복수의 발음 정보가 발견되면 규칙에 의해 타 발음들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영어에서 약화된 모음을 쓴 발음과 약화되지 않은 모음을 쓴 발음이 혼용되는 경우 후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Korea의 발음으로 [kəˈriːə]와 [kɒˈriːə]가 둘 다 관찰될 때 첫 모음이 약화되지 않은 [kɒˈriːə]를 대표 발음으로 본다면 모음 약화로 인해 [kəˈriːə]로도 발음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니 Korea는 ‘커리아’ 대신 ‘코리아’로 적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런 지침이 있어도 확인되지 않은 발음 정보는 한글 표기에 반영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는 약화되지 않은 모음을 쓴 발음이 혼용될 수 있어도 약화된 모음을 쓴 발음 정보만 확인된다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Corinne의 발음은 [kəˈrɪn]으로만 제시한 자료가 대부분이라서 ‘커린’으로 표기가 정해진 것이 좋은 예이다. 만약 표기를 고를 때 《웹스터 신세계 대학판 사전》을 참고했더라면 ‘코린’으로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강세 음절 앞의 o [ə]는 ‘오’로 적자

Corinne과 Korea는 둘 다 강세를 받는 음절 바로 앞에서 철자 o가 [ə]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영어에서 모음 사이에 오는 자음은 앞의 모음과 한 음절을 이룰 수도 있고 뒤의 모음과 한 음절을 이룰 수도 있지만 앞뒤 음절 가운데 하나만 강세를 받는 경우에는 강세를 받는 음절을 따라간다. 그러니 Corinne과 Korea의 [r]는 강세를 받는 뒤 음절에 붙어 Co·rinne, Ko·rea와 같은 음절 경계를 형성한다. 모음으로 끝나는 음절을 개음절이라고 하므로 여기서 o [ə]는 개음절에 쓰이는 모음이다.

영어에서 철자 o로 나타낼 수 있는 약화되지 않은 모음으로는 lot, top, rock 등에 쓰이는 [ɒ]와 go, bone, code 등에 쓰이는 [oʊ] 및 son, come, love 등에 쓰이는 [ʌ]를 들 수 있다. 뒤에 [r]가 따르는 경우라면 for, cork, sort에서와 같이 [ɔː]도 가능하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이들은 모두 ‘오’로 적는데 예외적으로 [ʌ]만 ‘어’로 적는다.

하지만 강세를 받는 음절 앞의 개음절에서는 o가 [ʌ]로 발음되는 일이 없다. 애초에 영어에서는 [ʌ]는 개음절에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음이고 철자 o가 [ʌ]로 발음되는 현상은 중세에 시작된 독특한 철자 관습의 흔적이라서 해당되는 어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세를 받는 음절 앞의 o [ə]는 사실상 언제나 ‘오’로 적을 수 있는 모음이 약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꼭 [ə] 외의 모음으로 발음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고 언제나 [ə]로 약화된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오’로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어떨까?

이는 얼핏 보면 영어는 순전히 발음을 기준으로 한글 표기를 정한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방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어의 모음 약화로 인해 발음이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할만하다.

이미 쓰이는 외래어 표기 규범 가운데도 선례가 있다. Korea [kɒˈriːə]를 ‘코리어’ 대신 ‘코리아’로 적는 것은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서 어말의 -a [ə]를 ‘아’로 적게 했기 때문인데 이것도 실제 발음에서는 모음이 약화되는 것을 무시하고 철자를 기준으로 적는 예이다. 영어에서 어말의 -a는 대부분 [ə]로만 발음되지만 드물게 gaga [ˈɡɑːɡɑː] ‘가가’, grandpa [ˈɡrænpɑː] ‘그랜파’ 같은 말에서는 약화되지 않은 [ɑː]로 발음되며 chihuahua 같은 말에서도 어말의 -a가 [ə]로 약화된 [tʃɪˈwɑːwə] ‘치와와’ 외에 이를 약화시키지 않은 [tʃɪˈwɑːwɑː] ‘치와와’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니 어말의 -a는 언제난 [ə]로 발음되더라도 [ɑː]가 약화된 것으로 간주하여 ‘아’로 적을 수 있다.

정착된 외래어 가운데에도 이미 comedian [kəˈmiːdiən] ‘코미디언’, original [əˈrɪdʒɪnəl, -ən-] ‘오리지널’, producer [prəˈdjuːsər] ‘프로듀서’처럼 강세 음절 앞의 o가 [ə]로만 발음되는 것을 ‘오’로 쓴 것이 많다. 만약 외래어 표기법을 문자 그대로 따랐다면 ‘커미디언’, ‘어리지널’, ‘프러듀서’로 각각 적었을 것이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도입된지 몇 년 지나지 않은 1993년에 ‘제안하다’ 또는 ‘청혼하다’를 뜻하는 propose [prəˈpoʊz]의 한글 표기가 ‘프러포즈’로 심의된 적이 있다. ‘프로듀서’ 외에도 ‘프로덕션’, ‘프로모터’, ‘프로페셔널’, ‘프로펠러’ 등 pro- [prə]를 ‘프로’로 적은 기존 외래어의 표기를 참고해서라도 당시에 propose의 표기를 ‘프로포즈’로 정하는 융통성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ar [ər]의 표기

강세를 받는 철자 a는 영어에서 [æ] ‘애’, [eɪ] ‘에이’, [ɑː] ‘아’ 등으로 발음될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ə]로 발음되는 철자 a는 어느 모음이 약화된 것인지 알아내기가 까다롭다. 그러나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ar가 [ər]로 발음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ar가 강세를 받으면 bar [ˈbɑːr] ‘바’, chart [ˈtʃɑːrt] ‘차트’, park [ˈpɑːrk] ‘파크’에서 볼 수 있듯이 [ɑːr] ‘아’로 발음되며 그 앞에 [w]가 있으면 보통 war [ˈwɔːr] ‘워’, swarm [ˈswɔːrm] ‘스웜’, quarter [ˈkwɔːrtər] ‘쿼터’에서처럼 [w]와 합쳐 [wɔːr] ‘워’로 발음된다.

그래서 어말의 -ard가 [ərd]로 발음되는 것도 앞에 [w]가 없는 한 [ɑːrd]에서 모음 약화가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로 두 발음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Stoddard는 《롱맨 발음 사전》과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 《메리엄·웹스터 지명 사전》에 발음이 [ˈstɒdərd] ‘스토더드’로만 실려있지만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에서는 영국식 발음으로 [ˈstɒdərd] ‘스토더드’ 외에 [ˈstɒdɑːrd] ‘스토다드’도 제시한다.

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로켓 기술자 Goddard는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에서 발음을 [ˈɡɒdərd]로만 제시하는 것에 따라 ‘고더드’가 표준 표기로 정해졌지만 《롱맨 발음 사전》과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에 의하면 [ˈɡɒdɑːrd] ‘고다드’도 혼용되며 특히 영국식 발음에서는 ‘고다드’를 ‘고더드’보다 먼저 제시한다. 《콜린스 영어 사전》에서는 영국식 발음으로 아예 [ˈɡɒdɑːrd] ‘고다드’ 하나만 제시한다.

남자 이름 또는 성씨로 쓰이는 Maynard 역시 [ˈmeɪnərd] ‘메이너드’와 [ˈmeɪnɑːrd] ‘메이나드’가 혼용된다. 보통 모음이 약화된 발음이 먼저 제시되므로 기존 표기 용례를 검색하면 영국의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를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 적는 등 ‘메이너드’로 표기를 통일하고 있다.

남자 이름 Gerard는 영국식 발음에서 보통 첫째 음절에 강세가 오는 [ˈdʒɛrɑːrd] ‘제라드’ 또는 [ˈdʒɛrərd] ‘제러드’인데 미국식 발음에서는 강세가 둘째 음절로 옮겨간 [dʒəˈrɑːrd] ‘저라드’이다(이 발음도 ‘제라드’로 적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지만 논외로 한다). 기존 표기 용례에서는 스코틀랜드 영화배우 Gerard Butler ‘제라드 버틀러’를 포함하여 Gerard를 ‘제라드’로 쓴 것이 여덟 건 검색되는데 제라드 버틀러는 본인 이름을 [ˈdʒɛrɑːrd] ‘제라드’로 발음한다. 유일하게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 비행기 설계, 제작 기술자인 ‘Fokker, Anthony Hermann Gerard’를 ‘포커, 앤서니 헤르만 제러드’로 쓰고 있지만 이는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물은 보통 Anthony Fokker로 알려져 있으니 평상시에 Gerard를 포함한 이름으로 불릴 일이 없어 그 발음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용례집에 독일어식 철자 Hermann으로 쓰인 것은 잘못되었고 올바른 철자는 네덜란드어식 또는 영어식 Herman이다. 이를 영어 발음 [ˈhɜːrmən]에 따른 ‘허먼’ 대신 네덜란드어 발음에 따른 ‘헤르만’으로 적을 것이라면 Gerard도 네덜란드어 발음 [ˈɣeːrɑrt]에 따라 ‘헤라르트’로 적을 수도 있겠다.

또다른 남자 이름 Bernard도 영미 발음의 강세 음절이 달라서 영국식으로 [ˈbɜːrnərd] ‘버너드’, 미국식으로 [bərˈnɑːrd] ‘버나드’가 선호된다. 기존 표기 용례에서는 아일랜드·영국 극작가 George Bernard Shaw를 ‘조지 버나드 쇼’로 적는 등 모두 ‘버나드’로 통일한다(아일랜드식 발음으로도 [ˈbɜːrnərd] ‘버너드’가 선호된다). 이와 철자가 비슷하고 성씨로 쓰이는 Barnard는 [ˈbɑːrnərd] ‘바너드’, [ˈbɑːrnɑːrd] ‘바나드’, [bərˈnɑːrd] ‘버나드’ 등 크게 세 가지 발음이 가능하지만 기존 표기 용례에서는 모두 ‘바너드’로 통일한다.

그 외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제어를 보면 billiard [ˈbɪliərd] ‘빌리어드’, custard [ˈkʌstərd] ‘커스터드’, Harvard [ˈhɑːrvərd] ‘하버드’, hazard [ˈhæzərd] ‘해저드’, mustard [ˈmʌstərd] ‘머스터드’, Richard [ˈrɪtʃərd] ‘리처드’, standard [ˈstændərd] ‘스탠더드’ 등 어말에서 강세가 없는 -ard는 대부분 ‘어드’로 표기하고 있다. 16세기에 영국에서 성행한 춤의 하나인 galliard는 영국식 발음에서 [ˈɡæliɑːrd] ‘갤리아드’가 선호되지만 미국식 발음인 [ˈɡæljərd]를 기준으로 ‘갤리어드’가 표준어로 정해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 다만 《롱맨 발음 사전》이나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에 따르면 영국식 발음으로 [ˈɡæliərd] ‘갤리어드’도 가능하다.

심한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을 이르는 말인 blizzard [ˈblɪzərd]는 예외적으로 발음을 따른 표기인 ‘블리저드’ 대신 ‘블리자드’가 표준어로 정해졌다. 우연히도 2026 올림픽에 출전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봅슬레이 선수 Sarah Blizzard는 본인 이름을 정말로 [ˈsɛərə ˈblɪzɑːrd] ‘세라 블리자드’로 발음한다. 《BBC 영국 이름 발음 사전》에는 철자가 약간 다른 성씨 Blizard, Blezard의 발음도 각각 [ˈblɪzɑːrd] ‘블리자드’, [ˈblɛzɑːrd] ‘블레자드’로 나온다. 이들 성씨는 일반 용어 blizzard와 어원이 다르지만 그 영향으로 철자가 같거나 비슷하게 바뀐 것이다.

마지막 모음이 약화된 형태와 약화되지 않은 형태가 혼용되는 이름 가운데 Barnard ‘바너드’, Goddard ‘고더드’, Maynard ‘메이너드’에서는 -ard를 ‘어드’로 적고 Bernard ‘버나드’, Gerard ‘제라드’에서는 -ard를 ‘아드’로 적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는데 모두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에서 제시되는 발음을 따른 표기와 일치한다는 데에서 의문이 풀린다(Maynard는 ‘메이너드’와 ‘메이나드’를 둘 다 제시하지만 ‘메이너드’를 기본 발음으로 친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을 편찬할 때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의 전신인 1980년판 《웹스터 인명 사전(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을 이용했으며 그 후에도 외래어 심의에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 및 《메리엄·웹스터 지명 사전》을 참고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이름을 다룰 수 없는 사전 하나에 의지해서 일반적인 표기 기준으로 삼기는 곤란하며 미국에서 편찬된 사전이므로 주로 미국식 발음만 제시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언급했드시 모음이 [ə]로 약화된다는 발음 정보만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약화되는 발음이 쓰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 [ə]로만 발음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여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 또한 완벽한 기준은 되지 못한다.

만약 어말의 ard [ərd]는 모두 ‘아드’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기로 하고 ‘바나드’, ‘고다드’, ‘메이나드’ 같은 표기를 쓰면 이런 어려움은 말끔히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그동안 익숙해진 표기가 너무 많이 달라진다. 필자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제정 이후 교육을 받은 세대라서 그런지 ‘리처드’, ‘스탠더드’ 같은 표기를 ‘리차드’, ‘스탠다드’로 바꾸는 데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고심 끝에 일단 어말의 ard는 단순히 많이 쓰이는 발음을 따져 ‘어드’나 ‘아드’로 적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무난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Stoddard는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에 따르면 ‘스토다드’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Corinne Stoddard 본인이 쓰는 발음은 느린 발화에서도 무강세 음절의 모음을 약화시킨 [ˈstɒdərd]이므로 개인적으로 준비한 2026 올림픽 출전 선수 한글 표기 자료에서 Corinne Stoddard는 ‘코린 스토더드’로 적었다. 다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커린 스토더드’라고도 병기했다.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려다 보면 발음 정보를 찾기 어렵고 원어에서도 발음이 통일되지 않는 등 곳곳에서 복병을 만나 미끄러지고는 한다. 그런 어려움을 줄이려면 때로는 규범에 매달려 순전히 발음 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철자도 고려하여 표기를 정할 수 있다는 사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규범에 의한 표기와 민간에서 쓰는 표기의 간극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영어 이름은 철자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Corinne을 규범을 내세워 ‘커린’으로 써도 ‘코린’이 더 자연스러운 표기라고 느끼는 이가 많을 것이다. 특히 모음 약화로 인해 잠재적으로 다양한 발음 실현이 가능한 경우는 철자를 기준으로 한글 표기를 통일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 영어 표기 규정을 개선해 나가려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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