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의 한글 표기

인도·유럽어족 이탈리아어파에 속하는 라틴어는 원래 이탈리아반도 중서부 라티움 지방에 살던 라틴족의 언어로 이들이 세운 로마 공화국, 후에 로마 제국을 통해 지중해 각지에 널리 퍼졌다. 고대 라틴어 가운데서도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즉 로마 공화정 말기 및 로마 제국 초기에 키케로, 카이사르, 베르길리우스, 카툴루스 등 몇몇 로마 저술가들이 쓴 형태를 고전 라틴어라고 하여 후대에 흉내내어야 할 라틴어 문장의 기준으로 삼았다. 고전 시기 이후 로마가 다스린 지중해 각지에서 입말로 쓰인 라틴어를 통속 라틴어 혹은 민중 라틴어라고 하는데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각 지역의 통속 라틴어는 파편화하여 오늘날의 로망어군을 구성하는 여러 언어로 나뉘어졌다. 이들은 어느새 라틴어라고 부르기 힘들만큼 고전 시기의 언어와 차이가 나게 되었으며 이들 가운데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 몇몇은 훗날 나름대로의 표준 언어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라틴어가 일상적인 입말로 쓰이지 않게 된 이후에도 문자 언어로서의 쓰임은 계속되었다. 중세 서유럽, 정확히는 로마 교회의 영향력이 미치는 권역에서는 라틴어가 여전히 주요한 문자 언어 역할을 했다. 중세 이후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 근대 유럽 언어가 주요 문자 언어로서 라틴어를 대체한 이후에도 라틴어는 국제 교통어로서 학술, 종교, 법률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였다. 그리하여 중세와 근세에는 인명, 지명 등이 라틴어식으로 알려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영어와 라틴어의 혼동

라틴어는 영어는 물론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른 근대 유럽 언어에 비해 한국어 화자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라틴어 형태로 알려진 이름을 접하고도 이를 모르고 단순히 영어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서는 라틴어 철자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독특한 영어식 발음을 쓰기 때문에 영어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라틴어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자 Plátōn(Πλάτων) ‘플라톤’을 영어에서 Plato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플라토’가 플라톤의 영어 이름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영어 발음은 [ˈpleɪ̯t.oʊ̯] ‘플레이토’이므로 플라톤의 영어 이름은 ‘플레이토’라고 해야 한다. Plato ‘플라토’는 라틴어 이름이며 영어에서는 라틴어 철자를 그대로 쓰되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 이름을 따른 표준 표기인 ‘플라톤’은 익숙한데 라틴어로는 이와 약간 차이가 나는 ‘플라토’로 쓰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지 않아서 막연히 영어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뿐이다.

이처럼 영어에서 라틴어 철자를 그대로 쓰면서 발음만 다르게 하는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aloe ‘알로에’, arena ‘아레나’, bacteria ‘박테리아’, camera ‘카메라’, charisma ‘카리스마’, cholera ‘콜레라’, colon ‘콜론’, comma ‘콤마’, mania ‘마니아’, papyrus ‘파피루스’, radio ‘라디오’, stadium ‘스타디움’, typhus ‘티푸스’ 등 고대 그리스어 및 라틴어에서 나왔고 라틴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는 외래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원어 표기가 로마자로 나와있을 뿐 어느 언어에서 왔다는 설명이 없기 때문에 이를 그냥 영어에서 온 외래어로 착각하기 쉽다. 그런데 영어에서 쓰는 발음은 라틴어 발음과 다르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가 잘못되었다고 오해하기 쉽다. 라틴어식 virus ‘비루스’로 잘 쓰던 것을 영어식 ‘바이러스’로 바꾼 것도 이런 오해가 일조했을 것이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Jupiter, Venus는 영어 발음인 [ˈʤuːp.ᵻt.əɹ], [ˈviːn.əs]에 따라 ‘주피터’, ‘비너스’로 각각 표기할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순수히 라틴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유피테르’, ‘베누스’로 각각 적어야 한다. 이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헤라와 각각 동일시되며 신화를 논할 때는 고대 그리스어 이름을 따른 표기를 쓰게 마련이므로 평소에 ‘유피테르’, ‘베누스’와 같은 표기를 접할 일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영어권에서 라틴어 이름을 철자 그대로 쓰되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을 접할 확률이 더 높아서 ‘주피터’, ‘비너스’와 같은 영어식 표기가 더 친숙한 것이다. 하지만 특별히 영어권과 관련이 없는 로마 신화를 논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피테르’, ‘베누스’ 같이 라틴어 발음에 따른 표기를 써야 한다.

에스파냐 그라나다에 있는 중세 궁전인 Alhambra는 에스파냐어 발음 [aˈlambɾa]에 따라 ‘알람브라’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인데 혹자는 ‘알함브라’는 영어 이름이니 에스파냐 궁전 이름 표기에는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Alhambra는 영어로 보통 [æl.ˈhæm.bɹə] ‘앨햄브라’로 발음하니 단순히 ‘알함브라’가 영어 이름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Alhambra는 원래 아랍어 al-Ḥamrāʾ الحمراء ‘알함라’에서 온 중세 라틴어식 이름이고 ‘알함브라’는 이를 라틴어식으로 읽은 표기이다. 차용어에 쓰인 중세 라틴어 h는 보통 [h] 음가를 나타낸다. 라틴어에서 원래 쓰인 h는 고대 에스파냐어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이 지역의 통속 라틴어에서 소실되었다. 라틴어의 ‘가지다’ 동사 habere ‘하베레’는 고대 에스파냐어에서 h 없이 aver ‘아베르’로 적었다(대신 현대 에스파냐어에서는 라틴어 어원을 의식하여 일부러 바꾼 철자인 haber [aˈβ̞eɾ] ‘아베르’를 쓴다). 하지만 고대 에스파냐어에서는 게르만어와 아랍어에서 들어온 차용어를 표기할 때 h를 썼으며 바스크어의 영향으로 원래의 라틴어계 어휘의 f도 h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아들’을 뜻하는 라틴어의 filium ‘필리움’에서 온 고대 에스파냐어 fijo ‘피조’는 중세를 거쳐 hijo로 철자가 바뀌었다. 그런데 hijo의 현대 에스파냐어 발음은 [ˈixo] ‘이호’이다. 고대 에스파냐어에서 라틴어에서 물려받지 않고 차용어 또는 f의 교체를 통해 나타난 h [h]는 그 후에 또다시 묵음이 된 것이다. 따라서 Alhambra는 현대 에스파냐어식으로 ‘알람브라’이지만 중세 라틴어나 고대 에스파냐어식으로는 ‘알함브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알람브라’가 표준 표기라고 해서 ‘알함브라’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라틴어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착각한 결과 외래어 표기를 잘못 심의한 경우도 있다. 2010년 7월 첫째 주 외래어 심의 실무소위에서는 소련의 구성 공화국이었으며 예전에는 러시아어 Gruziya(Грузия)에 따라 ‘그루지야’라고 부르던 나라 이름을 영어식으로 ‘조지아’라고 표기하기로 했다. 러시아어 이름 대신 Georgia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Georgia는 라틴어 국명이다. 미국 주 이름으로도 Georgia가 있고 영어로 [ˈʤɔːɹʤ.ə] ‘조자’라고 발음하는 것을 관용 표기인 ‘조지아’로 적고 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Georgia를 영어 이름으로 취급하고 영어와 상관 없는 나라 이름도 ‘조지아’로 적게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라틴어식 국명으로 알려진 Albania, Armenia, Croatia 등을 영어 발음대로 ‘앨베이니아/올베이니아’, ‘아미니아’, ‘크로에이샤’로 적지 않고 라틴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로 적는 것을 생각하면 Georgia도 라틴어식 ‘게오르기아’로 적어야 한다.

라틴어 철자

라틴어는 라틴 문자, 즉 로마자로 적는다. 고대에는 로마자에 대문자와 소문자의 구별이 없었다. 고대 로마자에서 쓰인 자모 모양은 오늘날의 대문자 모양과 비슷했다. 당시 쓰인 자모는 A B C D E F G H I K L M N O P Q R S T V X Y Z 등 23자였다. 이 가운데 Y와 Z는 기원전 1세기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이후 그리스어에서 빌린 말을 적기 위해 들여온 자모이다. J, U, W는 아직 없었다.

중세에는 오늘날의 소문자 모양과 비슷한 글씨체가 발달했다. 원래의 I는 i와 j로 나뉘고 원래의 V는 u와 v로 나뉘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자형의 차이였지만 i와 u는 모음에 쓰고 j와 v는 자음으로 쓰는데 특화되면서 이들은 독립된 자모가 되었다. 또 게르만어의 [w]를 나타내기 위해 uu/vv를 합자로 쓴 것에서 출발한 자모 w도 추가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는 대문자와 소문자가 나란히 쓰이기 시작하여 오늘날 익숙한 로마자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고대에는 I, V로만 쓰였지만 언제 모음으로 취급하여 i, u를 쓰고 언제 자음으로 취급하여 j, v를 쓸지 구별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날 특히 영어권에서 고전 라틴어 출판에 쓰는 철자에서는 i와 j의 구별을 없애고 i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Julius ‘율리우스’를 Iulius로 쓰고 major ‘마요르’를 maior로 적는 식이다. 그러니 그런 철자를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할 때는 i가 사실 자음 j를 나타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라틴어 표기 원칙에서는 어두의 I+모음을 ‘야’, ‘예’ 등으로 적게 하고 있지만 Ionia ‘이오니아’, Iulus ‘이울루스’ 등 어두의 모음 앞에서도 모음 i가 쓰이는 일이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어중의 i/j도 확인이 필요하다. 라틴어에서는 cujus [ˈkʊjjʊs] ‘쿠유스’, major [ˈmajjɔr] ‘마요르’처럼 모음 사이에 자음으로 쓰이는 경우는 겹자음인 것처럼 [jj]로 발음되어 Apuleius [aːpʊˈleːɪʊs] ‘아풀레이우스’, Gaius [ˈɡaːɪʊs] ‘가이우스’와 같은 경우와 구별되었다. 그런데 라틴어에서도 두 발음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시에서는 운율에 맞추기 위해 i/j가 교체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Pompeius [pɔmˈpeːɪʊs]와 Pompejus [pɔmˈpɛjjʊs]가 둘 다 가능했다. 이처럼 어간이 i/j로 끝나는 -ius/-jus, -경우에는 실제로는 j 발음이 우세했으며 스웨덴어, 덴마크어 등 일부 언어에서는 Pompejus와 같이 -jus로 적더라도 적어도 영어권에서는 -ius로 보통 통일하니 한글 표기도 이를 따라서 Pompeius를 기준으로 ‘폼페이우스’로 쓰고 cujus 역시 철자 cuius를 기준으로 ‘쿠이우스’로 쓰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대신 major ‘마요르’, Trajanus ‘트라야누스’ 등 영어식 전통 철자에서도 j가 우세한 경우는 j를 기준으로 써야 할 것이다.

고대에는 장모음을 Á É ꟾ Ó V́ Ý와 같이 나타내기도 했다. A E O V Y에는 ‘아펙스(apex)’라는 작은 빗금 모양의 부호를 붙였고 I는 좀 더 길쭉한 형태인 ꟾ로 썼다(지원 글꼴 유무에 따라 제대로 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 라틴어 교재나 사전 따위에서는 장모음을 라틴어로 마크론(macron)이라 부르는 구별 부호를 붙여서 ā ē ī ō ū ȳ와 같이 쓴다. 이와 구별하여 단모음은 ă ĕ ĭ ŏ ŭ y̆와 같이 반달표를 써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는 장모음이 아니더라도 운율상의 강음절 모음에는 마크론을 붙였기 때문에 마크론이 붙었다고 해서 꼭 장모음을 나타낸 것은 아니며 음절 형태상 운율상의 강약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굳이 표시하는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마크론이나 반달표를 쓰는 기준은 통일되지 않았으며 일상적인 라틴어 철자에서는 음장을 따로 나타내지 않으므로 여기서도 장모음과 단모음은 따로 표시하지 않기로 한다.

중세 이후 라틴어에서 원래의 이중모음 ae ‘아이’, oe ‘오이’는 각각 æ, œ로 적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ae, oe로 표기를 통일하고 대신 이중모음이 아니라 두 모음이 잇따른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aë ‘아에’, oë ‘오에’로 적도록 한다.

고대 라틴어의 한글 표기

라틴어의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직접 다루지 않지만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 제8장에 라틴어 표기에 적용되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y는 ‘이’로 적고 ae, oe는 각각 ‘아이’, ‘오이’로 적으며 j+모음과 어두의 i+모음은 ‘야’, ‘예’ 등으로 합쳐 적는다. s나 t 앞의 b와 어말의 b는 무성음 [p]로 취급하여 적으며 c와 ch는 [k]로 취급하여 적고 g나 c 앞의 n은 받침 ‘ㅇ’으로 적는다. v는 ‘ㅂ’으로 표기를 통일한다.

여기서 b와 관련된 원칙을 제외하면 고대 라틴어의 표기에 계속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말의 b를 무성음 [p]로 취급하여 적으라는 것은 근거를 찾기 힘드니 ‘브’로 적는 것이 좋겠다. 또 고전기 이후의 라틴어에서는 b가 s나 t 외에도 c, ch, f, p, ph, qu 등 다른 무성 장애음 앞에 오는 경우도 나올 수 있으니 여기서도 받침 ‘ㅂ’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자세한 설명 참조).

라틴어 표기 원칙에서 언급한 g와 c 외에 k, qu 앞의 n도 받침 ‘ㅇ’으로 적어야 할 것이다. 초기 라틴어의 k는 고전 라틴어에서 c로 대체되어 거의 쓰이지 않았지만 근현대의 학술 라틴어에서 고대 그리스어의 카파 k(κ)를 나타낼 때 간혹 쓴다. 공룡 속의 하나인 Ankylosaurus를 ‘안킬로사우루스’로 적은 용례가 있지만 이도 규칙적으로는 ‘앙킬로사우루스’로 적어야 한다. 참고로 ankylo-는 고대 그리스어 ankýlos(ἀγκύλος) ‘앙킬로스’에서 나왔으며 그리스어 철자에서는 n을 나타내는 뉴(ν) 대신 보통 g를 나타내는 감마(γ)를 써서 [n]이 아니라 연구개음 [ŋ]이 발음된다는 것을 밝힌다.

ankyloglossia 앙킬로글로시아

Tranquillus 트랑퀼루스

기존 표기 용례에는 Tranquillus를 ‘트란퀼루스’로 쓰고 있지만 발음을 고려하면 ‘트랑퀼루스’로 적는 것이 좋다. 기존 표기 용례 가운데 Cunctator ‘쿤크타토르’, Enceladus ‘엔켈라두스’, princeps ‘프린켑스’, provincia ‘프로빈키아’ 등 c 앞의 n을 받침 ‘ㅇ’으로 적는다는 원칙도 지키지 않은 것이 보이지만 이들도 ‘쿵크타토르’, ‘엥켈라두스’, ‘프링켑스’, ‘프로빙키아’ 등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다만 왜행성 Ceres는 ‘케레스’ 대신 ‘세레스’로 쓰니 토성의 위성인 Enceladus도 ‘엔셀라두스’로 적는 것이 나을 수 있다). Enceladus와 princeps, provincia는 거기에 대응되는 영어 Enceladus [ɛn.ˈsɛl.əd.əs] ‘엔셀러더스’, prince [ˈpɹɪns] ‘프린스’, province [ˈpɹɒv.ɪns] ‘프로빈스’ 등 후대 언어에서 c가 [k]로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겠지만 c가 [k]로 발음되는 고전 라틴어 발음을 기준으로는 n을 받침 ‘ㅇ’으로 적어야 한다.

다만 스웨덴어 이름 Stjärnkrona ‘셰른크로나’를 라틴어식으로 적은 Stierncrona ‘스티에른크로나’나 아이슬란드어 이름 Arngrímur ‘아르든그리뮈르’를 라틴어식으로 적은 Arngrimus ‘아른그리무스’에서와 같이 중세 이후 라틴어에서 nc, ng 앞에 다른 자음이 있는 경우는 n을 받침 ‘ㄴ’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gu와 qu는 고전 라틴어에서 [ɡʷ], [kʷ]로 각각 발음되었던 것으로 재구되니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과’, ‘궤’, ‘콰’, ‘퀘’ 등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이들의 음소적 지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기존 표기 용례에서도 이미 언급한 Tranquillus ‘트란퀼루스’를 비롯하여 Aquinas ‘아퀴나스’, requiem ‘레퀴엠’, Quirinus ‘퀴리누스’, Quintus ‘퀸투스’, Quintus의 잘못인 *Quitus ‘퀴투스’ 등에서 qui를 ‘퀴’로 적고 있으며 quantum ‘콴툼’에서는 qua를 ‘콰’로 적고 있다. 다만 Quintilianus는 ‘쿠인틸리아누스’로 적고 있는데 이도 ‘퀸틸리아누스’로 고쳐야 할 것이다. 민간에서는 aqua를 ‘아쿠아’, lingua를 ‘링구아’로 쓰는 모습을 흔히 보지만 qui를 ‘쿠이’로 적을 것이 아니라면 이들도 라틴어 발음에 맞추어 각각 ‘아콰’, ‘링과’로 적는 것이 좋다.

guo, quo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 기존 표기 용례에 폴란드 작가 시엔키에비치의 장편 소설 Quo Vadis를 ‘쿠오바디스’로 쓴 것이 있는데 라틴어라는 것을 인지한 표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를 각색한 1951년작 영화는 국내에 《쿼 바디스》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2014년에는 《쿼바디스》라는 제목의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라틴어 quota를 그대로 딴 영어의 quota [ˈkwoʊ̯t.ə]는 ‘쿼터’가 표준 표기인데(여기에는 [ə]로 발음되는 어말 a를 ‘아’로 적는다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 표기 규정에서는 qu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콰’, ‘퀘’ 등으로 적되 quo만 ‘쿠오’로 적게 하여 quota를 ‘쿠오타’로 적는 예를 들고 있다.

라틴어 모음의 표기에는 ‘아’, ‘에’, ‘이’, ‘오’, ‘우’만 주로 쓰이니 ‘워’를 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피하기는 곤란하다. 중세 라틴어에서는 고전 시기에 [w]로 발음되었던 v가 [v]로 발음이 변했기 때문에 게르만어 등의 [w]를 나타내는 자모인 w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를 쓴 Wolframnus 같은 이름은 ‘우올프람누스’와 같이 적기보다는 ‘월프람누스’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guo, quo도 각각 ‘궈’, ‘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gu, qu 뒤에 u가 오는 경우에는 이를 합쳐서 ‘구’, ‘쿠’로 적어야 하겠다. 고대에도 u 앞의 [ɡʷ], [kʷ]가 흔히 [ɡ], [k]로 합쳐졌는지 equus, unguunt는 ecus, ungunt와 같은 철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aqua 아콰

lingua 링과

inguen 잉궨

sequentia 세퀜티아

quinque 큉퀘

sanguis 상귀스

languor 랑궈르

quota 쿼타

equus 에쿠스

unguunt 웅군트

적어도 고대 라틴어 철자에서는 장모음을 나타내기 위해 모음자를 겹쳐 쓰지 않았다. 철자상 모음자가 겹치는 경우는 두 모음이 따로 발음된 것이다. 따라서 한글 표기에서도 이를 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gu, qu 뒤에 오는 u는 예외이다.

Aaron 아아론

Eetion 에에티온

alii 알리이

periit 페리이트

cooperatio 코오페라티오

duumvir 두움비르

라틴어에서는 철자상의 겹자음이 실제로도 자음 하나만 쓰일 때와 구별되는 겹자음으로 발음되었다. 한글 표기에서는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mm, nn만 겹쳐 적고 나머지 자음은 겹치지 않은 것처럼 적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후대 라틴어 발음에서는 지역에 따라 프랑스어, 영어 등의 영향으로 철자상의 겹자음도 자음 하나만 있는 것처럼 발음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영국 그레이트브리튼섬의 옛 이름인 Britannia를 ‘브리탄니아’ 대신 ‘브리타니아’로 적고(만약 Britannia의 영어 발음 [bɹᵻ.ˈtæn.jə]를 따른다면 ‘브리태니아’로 적어야 한다) 공룡 속의 하나인 Tyrannosaurus를 ‘티란노사우루스’ 대신 ‘티라노사우루스’로 적는 표기 용례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고대 발음을 나타내려면 mm, nn은 겹쳐 적어야 한다.

additio 아디티오

Bacchus 바쿠스

ecclesia 에클레시아

Matthaeus 마타이우스

Necessitas 네케시타스

Philippus 필리푸스

Suffucius 수푸키우스

suggero 수게로

Annaeus 안나이우스1

Cannae 칸나이2

Commodus 콤모두스

Grammaticus 그람마티쿠스

Hannibal 한니발

summa 숨마

고대 후기와 중세 전기 게르만어식 라틴어 이름의 한글 표기

고전 라틴어를 이은 고대 라틴어의 마지막 단계인 후기 라틴어가 중세 라틴어로 바뀐 경계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학자에 따라 중세 라틴어의 시작을 4세기 중반부터 900년 무렵까지 다양하게 잡고 있다. 일단 843년 베르됭 조약으로 프랑크 왕국이 3국으로 분할되는 시점까지는 고대 라틴어로 보고 용례집의 표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도 무난할 것이다. 라틴어 형태로 전해지는 고대 페르시아, 이집트 등의 고유명사는 물론 고트족, 프랑크족 등 고대 후기 게르만족과 관련된 고유명사도 이 기준에 해당된다.

로마 제국이 다스리던 서유럽에 게르만족이 세운 동고트 왕국, 서고트 왕국, 부르군드 왕국, 랑고바르드 왕국, 반달 왕국, 수에브 왕국, 프랑크 왕국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오늘날의 국민국가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쓴 언어도 오늘날 쓰이는 언어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이루어 중세 서유럽 세계의 형성을 주도한 프랑크 왕국은 오늘날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이 쓰이는 넓은 지역을 다스렸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프랑크 왕국 관련 용어의 표준 표기는 프랑스어 및 네덜란드어식 Clovis ‘클로비스’ 및 독일어식 Einhard ‘아인하르트’, Carolinger ‘카롤링거'(실제 독일어 철자는 Karolinger), Merovinger ‘메로빙거'(실제 독일어 철자는 Merowinger) 등이 혼용되어 무질서하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프랑크 왕국의 공용어였던 라틴어식으로 통일해서 표기하자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는 듯하다.

프랑크 왕국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프랑스와 에스파냐, 포르투갈에 해당하는 영토에 존재했던 서고트 왕국, 오늘날 아랍어와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쓰는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튀니지를 중심으로 존재했던 반달 왕국 등도 영토를 기준으로 현대어 이름에 따른 표기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랑고바르드족은 이탈리아 왕국을 세웠지만 이탈리아에 도착하기 전에 스칸디나비아로부터 오늘날의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을 거쳤다. 이들에 대한 기초 사료는 대부분 라틴어로 되어 있으므로 고대 후기 및 중세 전기 게르만족 관련 고유명사는 라틴어식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 이들은 근대어에서 쓰는 형태와 비슷하게 일부 라틴어식 격어미를 생략하고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틴어의 격변화

라틴어는 단어의 문법적 역할에 따라 어미를 바꾸는 전형적인 굴절어이다. 라틴어 이름 Marcus ‘마르쿠스’의 경우 주격은 Marcus ‘마르쿠스’, 속격은 Marci ‘마르키’, 여격과 탈격은 Marco ‘마르코’, 대격은 Marcum ‘마르쿰’, 호격은 Marce ‘마르케’로 쓴다. 이와 같이 격에 따라 어미가 바뀌는 것을 곡용이라고 한다. 모두 Marc-라는 어간에 -us, -i, -o, -um, -e 등 격어미가 붙은 것이지만 라틴어에서 Marc-가 독립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명사의 곡용은 한국어로 치면 동사 및 형용사의 활용과 비슷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많다’, ‘많아’, ‘많고’, ‘많으며’와 같이 다양한 어미가 붙어 활용되지만 어간 ‘많-‘이 독립적으로 쓰이지는 않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라틴어의 격변화 형태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Marcus는 제2변화를 따른다. 남성 단수 주격어미가 -us인 제2변화는 남자 인명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자 인명 가운데는 Lucia처럼 단수 주격어미가 -a인 제1변화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주격MārcusLūcia
속격MārcīLūciae
여격MārcōLūciae
대격MārcumLūciam
탈격MārcōLūciā
호격MārceLūcia

그래서 라틴어 인명을 한글로 표기할 때는 주격형, 즉 주어로 쓸 때의 형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Marcus, Lucia등을 대표형으로 삼고 ‘마르쿠스’, ‘루키아’라고 적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곡용 체계는 인도·유럽 조어에서 물려받았다. 라틴어처럼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모든 언어는 거슬러 올라가면 이처럼 복잡한 격변화 체계가 있었다. 하지만 라틴어에서 나온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 로망어군 언어 대부분에서는 이런 곡용 체계가 사라졌다. 라틴어에서 격어미로 표현하는 문법적 역할은 보통 전치사를 이용해서 나타낸다. 그래서 현대 로망어에서는 보통 격에 따른 변화 없이 이름의 형태가 통일되었다. 이탈리아어의 Marco ‘마르코’, 프랑스어의 Marc ‘마르크’, 에스파냐어의 Marcos ‘마르코스’, 포르투갈어의 Marcos ‘마르쿠스’ 등은 라틴어의 Marcus, Marci, Marco 등과 달리 형태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다만 루마니아어에서는 Marcu ‘마르쿠’의 호격형이 Marcule ‘마르쿨레’이고 Lucia ‘루치아’의 속격형과 여격형이 Luciei ‘루치에이’, 호격형이 Lucio ‘루치오’여서 라틴어보다는 단순화되었지만 격변화에 따라 이름의 형태가 일부 바뀐다.

흥미롭게도 에스파냐어와 포르투갈어에서 로마 시대 라틴어 인명 Marcus를 이를 때는 흔히 쓰는 이름인 Marcos ‘마르코스(에)/마르쿠스(포)’ 대신 Marco ‘마르코(에)/마르쿠(포)’를 쓴다. 이들 언어에서는 로마 시대 라틴어 인명의 주격어미 -us는 무조건 -o로 통일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에서 로마 시대 라틴어 인명을 쓸 때는 아무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라도 규칙적으로 현대어 형태로 바꿔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어와 루마니아어에서도 잘 알려진 로마 시대 라틴어 인명은 현대어 형태를 쓴다. 라틴어 Marcus Antonius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프랑스어로 Marc Antoine ‘마르크 앙투안’, 루마니아어로 Marc Antoniu ‘마르크 안토니우’가 되는 식이다(이 조합에서는 Marcu ‘마르쿠’ 대신 Marc ‘마르크’를 쓴다). 하지만 이들 언어에서는 라틴어를 현대어 형태로 바꾸는 방식이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에 비해 복잡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명의 경우는 그냥 원래의 라틴어 형태를 그대로 쓴다. 시리아 총독을 지냈던 기원전 1세기 인물 Aulus Gabinius ‘아울루스 가비니우스’는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로 Aulo Gabinio ‘아울로 가비니오’, 포르투갈어로 Aulo Gabínio ‘아울루 가비니우’라고 쓰지만 프랑스어로는 Aulus Gabinius ‘올뤼스 가비니위스’, 루마니아어로는 Aulus Gabinius ‘아울루스 가비니우스’이다.

영어에서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Mark Antony ‘마크 앤터니’로 쓰지만 아울루스 가비니우스는 라틴어식으로 Aulus Gabinius ‘올러스 개비니어스’로 쓴다. 전자마저 독일어와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에서는 Marcus Antonius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로 쓰고 네덜란드어에서는 Marcus Antonius ‘마르퀴스 안토니위스’로 쓴다. 이처럼 게르만어파에서는 주격어미 -us까지 포함한 원래의 라틴어식 형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를 포함한 주요 언어에서는 고대 로마의 라틴어 인명에 전통적으로 쓰이는 형태가 없는 경우는 규칙적으로 원래의 주격어미까지 포함한 라틴어식 형태로 쓴다. 그러니 한글 표기에서도 주격어미를 포함한 라틴어식 형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고트어와 게르만 조어의 격변화

같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게르만어파도 비슷한 역사를 겪었다. 오늘날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언어 가운데 아이슬란드어와 페로어는 아직도 상당히 복잡한 격변화를 보존하고 있고 독일어도 일부 격변화를 보존하고 있지만 영어와 네덜란드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등 나머지 언어에서는 곡용 체계가 거의 사라졌다.

아이슬란드어와 페로어의 격변화는 중세에 쓰인 고대 노르드어의 격변화를 대체로 잘 보존한 것이다. 반면 같은 고대 노르드어에서 갈라진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 스웨덴어에서는 격변화 체계가 사라졌다. 고대 노르드어는 12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했고 룬 문자로 된 비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8세기에 기록되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4세기에 성경을 지금은 사라진 고트어, 즉 고트족의 언어로 번역한 것 일부가 남아있다. 고트어도 주격, 대격, 속격, 여격, 호격 등 복잡한 격변화 체계를 보인다. 고대 노르드어와 거기서 나온 아이슬란드어, 페로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등은 북게르만어군에 속하지만 고트어는 동게르만어군으로 분류된다. 부르군드어와 반달어도 고유명사 외에는 기록이 없지만 동게르만어군에 속했던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프랑크어와 랑고바르드어는 독일어와 네덜란드어, 영어처럼 서게르만어군에 속했다.

게르만어군에 속하는 모든 언어의 공통 조상 격인 게르만 조어는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고대 노르드어와 고트어의 격변화 체계와 인도·유럽어족의 다른 갈래에서 보이는 격변화 체계를 비교하여 게르만 조어의 곡용을 재구할 수 있다.

410년에 로마를 침공하여 약탈한 것으로 유명한 서고트 왕국의 초대 왕의 표준 표기는 ‘알라리크(Alaric)’이다. 프랑스어 이름인 Alaric [alaʁik] ‘알라리크’를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영어에서 쓰는 이름인 Alaric [ˈæl.əɹ.ɪk] ‘앨러릭’에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독일어로는 Alarich [ˈaːlaʁɪç] ‘알라리히’라고 한다.

라틴어 이름은 Alaricus ‘알라리쿠스’인데 이것은 원래의 고트어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쓴 것이다. 원래의 고트어 이름은 *Alareiks /ˈalariːks/로, 이에 해당하는 게르만 조어 형태는 *Alarīks로 재구할 수 있다(고트어 철자 ei는 [iː]를 나타냈다). 고대 노르드어 이름으로 나타나는 Alríkr도 같은 어원으로 보인다.

게르만 조어고트어고대 노르드어라틴어
주격*Alarīks*AlareiksAlríkrAlaricus
호격*Alarīk*AlareikAlarice
대격*Alarīkų*AlareikAlríkAlaricum
속격*Alarīkiz*AlareikisAlríksAlarici
여격*Alarīki*AlareikAlríkiAlarico
구격*Alarīkē

그러니 이 이름을 라틴어로 Alaricus ‘알라리쿠스’로 쓴 것은 라틴어식 곡용 체계에 맞추느라 고트어 주격어미 -s 대신 라틴어 제2변화 주격어미 -us를 쓴 결과이다.

고트어 이름은 기록되지 않고 라틴어 Alaricus ‘알라리쿠스’만 전하기 때문에 오늘날 여러 언어에서 쓰는 이름은 라틴어 Alaricus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라틴어 주격어미 -us를 보존하는 경우는 없다. 로망어군에서는 이미 본 프랑스어의 Alaric ‘알라리크’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의 Alarico ‘알라리코’, 포르투갈어의 Alarico ‘알라리쿠’, 루마니아어의 Alaric ‘알라리크’ 등이 되며 게르만어파에서는 이미 본 영어 Alaric ‘앨러릭’과 독일어 Alarich ‘알라리히’를 비롯하여 네덜란드어 Alarik ‘알라릭’과 덴마크어·노르웨이어·스웨덴어 Alarik ‘알라리크’ 등이 된다. 이 외에도 폴란드어 Alaryk ‘알라리크’, 체코어 Alarich ‘알라리흐’, 세르보크로아트어 Alarik ‘알라리크’ 또는 Alarih ‘알라리흐’, 러시아어 Аларих Alarikh ‘알라리흐’, 헝가리어 Alarik ‘얼러리크’ 등이 되며 일본어로는 アラリック Ararikku ‘아라릿쿠’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명이라서 라틴어식 Alaricus를 쓰는 언어가 없는 것일까? 그를 이은 서고트 왕국의 제2대 왕도 라틴어에서만 Ataulfus 또는 Athaulfus라고 쓰고 현대어에서는 Ataulf, Athaulf, Ataúlfo, Ataulfo 등으로 쓴다. 그를 이어 제3대 왕이 되었다가 7일만에 살해된 무명의 인물조차 라틴어 Sigericus 대신 Sigeric, Sigerich, Sigéric, Sigerico, Sigerik 등으로 쓴다.

이들 인명의 고트어 형태는 각각 *Aþawulfs /ˈaθawulɸs/, *Sigireiks /ˈsiɡiriːks/로 재구할 수 있다. 즉 Alaricus와 Ataulfus, Sigericus에 나타나는 라틴어식 주격어미 -us는 원어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의 여러 언어로 이들 이름을 적을 때 일부러 원어에 없는 -us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언어에서 고대 로마의 라틴어 인명은 주격어미 -us를 포함해서 쓰지만 고트어 인명은 -us를 생략해서 쓴다. 고트어 인명의 한글 표기도 -us를 생략한 어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깔끔하다. Alaric-를 기준으로 한 ‘알라리크’가 이미 표준 표기인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Ataulf-는 ‘아타울프’, Sigeric-는 ‘시게리크’로 적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Amalasuntha/Amalasuintha/Amalaswintha 등으로 알려진 6세기 동고트 여왕의 고트어 이름은 *Amalaswinþa /ˈamalaswinθa/로 재구된다. 고트어 여성 명사 가운데는 이처럼 주격어미가 -a인 경우가 있어서 라틴어 제1변화 주격어미 -a와 잘 들어맞는다. 그러니 고트족의 라틴어 여자 이름이 주격어미 -a로 끝나는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보존하여 ‘아말라순타/아말라수인타/아말라스윈타’와 같이 적어야 하겠다. 반면 같은 요소의 남성형 *swinþs를 쓴 남자 이름인 Chindasuinthus/Chindaswinthus는 주격어미 -us를 생략한 Chindasuinth-/Chindawinth-를 기준으로 ‘킨다수인트/킨다스윈트’로 적을 수 있다.

기록에 나타난 라틴어 격어미의 문제

라틴어에서 다른 언어에서 온 이름을 쓸 때 꼭 라틴어식 격어미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쓴 번역본인 라틴어 불가타 성경에서는 수많은 히브리어 이름을 Abraham, David, Ruth와 같이 격어미 없이 쓴다. 하지만 고대 후기, 중세 전기에 게르만어 이름을 라틴어로 적을 때는 라틴어식 격어미를 붙인 경우가 많았다.

초기 프랑크 왕국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록은 갈리아 로마인 역사가 투르의 그레고리우스(Gregorius Turonensis, 538년경~594년)가 남긴 《프랑크인들의 역사(Historia Francorum)》이다. 그는 게르만어 인명에 라틴어 격어미를 충실히 붙여서 썼다. 예를 들어 클로비스는 Chlodovechus, 알라리크는 Alaricus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모든 중세 라틴어 기록이 이 방식을 따른 것은 아니다. 8세기 후반에 부제(副祭) 파울루스(Paulus Diaconus, 720년대~799년)가 기록한 《랑고바르드인들의 역사(Historia Langobardorum)》에서는 랑고바르드 인명에 라틴어 격어미를 붙이지 않고 Alboin, Agilulf와 같이 썼다.

중세 게르만어 인명 가운데는 기록에 격어미 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주격 이외의 격으로만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프레데가르의 연대기(영어: Chronicle of Fredegar)》라고 흔히 불리는 7세기 역사서 《연대기(Chronica)》에서는 다고베르트 1세가 잠시 아내로 맞았던 인물이 주격형으로는 나오지 않고 속격형 Gomatrudae, 대격형 Gomatrudem으로만 언급된다. 라틴어의 격변화 규칙을 따른다면 주격형은 Gomatruda로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Bertetrudae와 Bertetrudem과 함께 주격형 Bertetrudis를 쓰기도 하니 Gomatrud-의 주격형은 Gomatruda, Gomatrude, Gomatrudis 가운데 무엇으로 썼을지는 알 수 없다. 중세에 쓰인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식 격변화 규칙을 기준으로는 틀리게 쓴 것도 많았으므로 장담할 수가 없다.

메로빙거 왕조 때인 6세기말, 7세기초에 왕후 출신으로 프랑크 왕국 동부 아우스트라시아(Austrasia) 및 부르군디아(Burgundia)를 세 차례에 걸쳐 섭정으로 통치한 인물을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는 Brunichildis라고 부르며 다른 기록에서는 Brunechildis, Brunchildis, Brunihildis 등으로 나타나는데 후대에는 Brunihilda, Brunehilda 같은 형태로 많이 쓰였다.

이 이름의 게르만 조어 형태는 *Brunjōhildiz로 재구되는데 라틴어로 처음 기록했을 때는 아직 *-iz에 대응되는 주격어미가 당시 프랑크어에서도 완전히 사라지기 전이라서 -is로 흉내냈을 것이다. 라틴어에 주격형이 -is로 끝나는 여성명사는 꽤 많지만 여자 인명으로는 드물다. 그러다가 프랑크어에서 원래의 주격어미가 변하거나 사라지면서 -is 대신 라틴어 여자 인명에 많이 나타나는 제1변화 주격어미 -a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사 인물을 에스파냐어로는 Brunegilda ‘브루네힐다’ 또는 Brunequilda ‘브루네킬다’라고 하고 포르투갈어로는 Brunilda ‘브루닐다’라고 하며 영어에서도 Brunhilda ‘브룬힐다’라고 흔히 부르는 것도 후기 라틴어에서 주격어미 -a를 쓴 결과이다.

이 밖에도 Ingundis/Ingunda, Ragintrudis/Ragnetrudis/Regindruda처럼 게르만 조어에서 *-iz를 쓴 여자 이름을 라틴어로 기록한 것 가운데는 라틴어 주격어미 -is와 -a가 혼용된 경우가 많다.

한편 고대 노르드어로 Brunichildis, Ingundis, Ragintrudis에 해당하는 이름은 각각 Brynhildr, Ingunnr, Ragnþrúðr이다. Brynhildr는 노르드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고지독일어로 쓰인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Nibelungenlied)》에서는 Prunhilt 또는 Priunhilde/Pruenhilde로 나오며 현대 독일어로는 Brünhild ‘브륀힐트’, Brunhild ‘브룬힐트’, Brunhilde ‘브룬힐데’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게르만 조어 주격어미 *-iz는 고고지독일어로 넘어가면서 탈락하는 것이 규칙이지만 라틴어의 제1변화에 대응되는 주격어미 *-a로 바뀐 *Brunnīhilta가 되기도 해서 -hilde로 끝나는 형태도 나온 듯하다.

그러면 Brunichildis, Ingundis, Ragintrudis는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독일어에서는 라틴어에서 단순히 -is를 제거하고 Brunichild, Ingund, Ragintrud/Ragnetrud와 같이 쓴다. 한글 표기도 -is를 뺀 라틴어 어간 Brunichild-, Ingund-, Ragintrud-를 기준으로 ‘브루니킬드’, ‘잉군드’, ‘라긴트루드’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게르만어에서 유래한 여자 이름 가운데는 게르만 조어에서 *Hildigardaz로 재구되는 이름을 Hildegardis로 쓰고 *Aþalahaiduz로 재구되는 이름을 Adelaidis로 쓰는 등 꼭 게르만 조어의 *-iz에 해당하지 않는 *-az, *-uz 등 다른 주격어미도 라틴어형에서는 -is로 쓰는 경우가 있다. 현대 독일어로는 각각 Hildegard ‘힐데가르트’, Adelheid ‘아델하이트’, 고대 노르드어로는 Hildigerðr, Aðalheiðr에 각각 해당한다. 이들 역시 한글 표기에서는 -is를 뺀 라틴어 어간 Hildegard-, Adelaid-를 기준으로 ‘힐데가르드’, ‘아델라이드’로 적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본 고트어 Amalasuntha/Amalasuintha/Amalaswintha의 예처럼 게르만어에서 유래한 여자 이름에서도 -a가 게르만어로도 비슷하게 발음된 주격 어미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한글 표기를 복잡하게 한다. 동게르만어에 속하는 고트어뿐만이 아니다. 7세기 프랑크 왕국 성녀 Amalberga, 6세기 프랑크 왕후 Ingoberga 등 프랑크 여자 인명에서는 게르만 조어의 *bergō에 해당하는 요소에서 격어미 *-ō가 *-a가 되어 서게르만어에 속하는 프랑크어에서는 실제 *berga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10세기 아일랜드 출신 노르웨이 성녀 Sunniva는 북게르만어에 속하는 고대 노르드어에서 Sunnifa로 쓴다. 그러니 이들은 라틴어의 -a까지 포함하여 ‘아말베르가’, ‘잉고베르가’, ‘순니바’ 등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7세기 서고트 왕 Wamba ‘왐바’와 같이 남자 이름 가운데도 -a로 끝나는 경우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a로 끝나는 게르만어식 라틴어 여자 이름 가운데서 게르만 조어에서 격어미 *-iz, *-az, *-uz를 썼던 이름으로서 뒷부분에서 -a 대신 -is를 붙이기도 하는 요소 (ch)ild-, gund-, trud-, gard-, (h)aid-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a를 생략하고 표기하고 그 외의 경우는 -a도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

투르의 그레고리우스가 대격형 Guntheucam으로만 기록한 6세기 프랑크 왕국 오를레앙 왕후이자 수아송 왕후 이름은 영어권 자료에서 Guntheuc로 쓰기도 하고 Guntheuca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라틴어에서 대격형 Guntheucam에 해당하는 주격형은 Guntheuca이며 주격 어미를 -is나 -e로 쓴 예는 찾을 수 없다. 또 이 이름의 정확한 어원은 찾기 힘들지만 뒷부분에서 -is를 붙이기도 하는 요소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a까지 포함한 Guntheuca를 기준으로 ‘군테우카’라고 적어야 하겠다.

고정되지 않은 라틴어 형태

이미 본 것처럼 같은 이름도 라틴어 철자가 고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Carolus 대신 Karolus를 쓰는 것처럼 발음에 영향이 없는 글자 선택의 차이도 있었지만 Brunichildis, Brunechildis, Brunchildis, Brunhildis, Brunilda처럼 시대에 따른 발음의 변화가 철자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의 둘째 음절 i가 약화되어 [e]로 음이 변한 뒤 결국 탈락한 것, ch로 나타내는 마찰음이 약화되어 h를 거쳐 결국 탈락한 것이 철자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메로빙거 왕조의 전설적인 시조를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는 Merovechus라고 적었다. 그래서 영어로는 Merovech ‘메러벡’, 독일어로는 Merowech ‘메로베히’라고 부른다. 하지만 《프레데가르의 연대기》에는 Meroeus 또는 Merovius로 나오며 그 후 라틴어 이름은 Meroveus로 굳어졌다. 그리하여 프랑스어로는 Mérovée ‘메로베’,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 Meroveo ‘메로베오’, 포르투갈어로는 Meroveu ‘메로베우’가 되었다. 여기서도 원래 ch로 나타냈던 마찰음이 탈락한 것이다. 클로비스의 라틴어 이름 Chlodovechus도 비슷한 변화를 겪어 《프레데가르의 연대기》에 나오는 Chlodoveus 같은 형태를 거쳐 프랑스어에서 Clovis ‘클로비스’가 되었다.

그런데 카롤링거 시대에 이르러서는 둘째 ch와 별개로 어두의 자음군 chl이 hl을 거쳐 l로 단순화되었다. 카롤 대제의 아들로서 그를 이어 프랑크 왕이 된 인물은 Hludowicus 또는 Ludovicus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프랑스어에서 Louis ‘루이’, 독일어에서 Ludwig ‘루트비히’가 되었다. 프랑스어로는 메로빙거 왕가의 클로비스 4세(Clovis IV, 재위 691~695)까지는 Clovis라고 부르고 카롤 대제의 아들부터 루이 1세(Louis I, 재위 814~840)라고 불러 둘을 다른 이름으로 취급한다. 독일어에서도 역시 클로비스 4세를 클로트비히 3세(Chlodwig III.)라고 부르고(독일어 전통에서는 클로비스 3세를 왕위 찬탈자로 취급하여 순서에 넣지 않는다) 카롤 대제의 아들을 루트비히 1세(Ludwig I.)라고 부른다.

게르만 조어 형태를 재구하면 *Hlūdawīgą [ˈxluːðɑwiːɣɑ̃]이고 프랑크어 형태는 *Hlōdowig인데 라틴어로는 Chlodovechus 뿐만이 아니라 Flodoveus, Hlodoveus, Lodovicus 등 다양한 철자로 쓰였다. 어두 자음을 ch, f, h 등 마찰음을 나타내는 철자로 흉내낸 것이다. 이 게르만어 이름은 독일어로는 Ludwig ‘루트비히’, 네덜란드어로는 Lodewijk ‘로데베이크’로 이어진다.

Chlodovechus에서는 라틴어 철자 ch가 게르만 조어의 마찰음 h [x], g [ɣ]를 나타낸다. [x]는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보통 ‘ㅎ’으로 나타내며 네덜란드어의 g [ɣ]도 외래어 표기법에서 ‘ㅎ’으로 나타낸다. 그러니 게르만어를 나타낸 라틴어 철자 ch는 ‘ㅎ’으로 적으면 원래의 발음과 가깝게 된다.

만약 이 방식을 따르고 라틴어 어간을 기준으로 표기할 경우 Chlodovech-는 ‘흘로도베흐’, Merovech-는 ‘메로베흐’, Brunichild-는 ‘브루니힐드’가 된다. 후자의 경우 영어의 Brunhilda ‘브룬힐다’, 에스파냐어의 Brunegilda ‘브루네힐다’, 독일어의 Brunhild ‘브룬힐트’와도 형태가 비슷해지며 그냥 ‘브루니킬드’로 적는 것보다는 Brunilda ‘브루닐다’, Brunilde ‘브루닐데’ 같은 형태와의 관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틴어 철자 ch는 ‘ㅋ’으로 적는 전통이 있고 ch를 ‘ㅎ’으로 적는다면 그 범위는 어떻게 정할지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겠다. 더구나 프랑스어 Clovis [klɔvis] ‘클로비스’, ‘독일어 Chlodwig [ˈkloːtvɪç] ‘클로트비히’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의 라틴어 철자 ch는 현대어에서 그냥 [k]로 발음되는 경우도 흔하다.

원래의 마찰음 *þ [θ]를 나타낸 철자 th도 프랑스어와 독일어에서 [t]로 발음되니 ‘ㅌ’으로 적는 것이 무난하겠다. 어중의 th는 *þ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원래의 *d와 *h가 축약된 것인 경우가 많으므로 언제나 마찰음 [θ]라고 간주할 수 없다.

라틴어 어미 -ius의 처리

부르군드족 최초의 왕국은 410년 로마의 갈리아 지방에 세워졌는데 436년에 훈족의 침입으로 왕을 비롯한 수많은 전사자를 내면서 1대만에 멸망했다. 435년경의 《제국 연대기(Chronicon imperiale)》에는 이 부르군드 제1왕국 왕의 이름이 대격형 Gundicharium으로 나온다. 즉 주격형 Gundicharius에 해당된다. 이 이름은 Gundacharius, Gundaharius라는 형태로도 기록되었으며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는 Guntharius로 기록한다. 게르만 조어로 *Gunþiharjaz로 재구할 수 있다.

그는 그 후 게르만 신화의 일부가 되어 고대 노르드어로는 Gunnarr가 되었고 《니벨룽의 노래》에는 중고지독일어 Gunther로 나온다.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는 클로비스 1세의 아들 가운데 한 명으로서 프랑크 왕국을 또다시 통일한 이를 Chlotharius로 기록한다. 이 이름은 Chlothacharius, Chlodocharius, Clotharius, Flotharius, Hlotharius 등으로 다양하게 기록된다. 8세기 이후 왕의 이름으로 쓰이는 Lotharius도 여기서 나왔다. 게르만 조어로는 *Hlūdaharjaz로 재구할 수 있다.

Chlotharius의 형 가운데 한 명으로 오를레앙 왕국을 다스렸던 인물을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는 Chlodomeris 또는 Chlodomiris로 쓴다. 1742년에는 독일의 학술지 《신성학술기요(Nova Acta Eruditorum)》에 Chlodomerius라는 형태로 실렸다. 게르만 조어로는 *Hlūdamērjaz로 재구할 수 있는데 *mērjaz로 끝나는 이름은 이처럼 -merius 외에 -merus, -mirus 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게르만 조어의 *harjaz, *mērjaz, *warjaz 등 어간이 *-rj-로 끝나는 경우는 라틴어에서 Gundicharius, Chlotharius처럼 -rius로 적은 경우가 많지만 Chlodomeris처럼 -ris로 적은 경우도 있다. 독일어 Gundahar, Chlothar, Chlodomer에서는 모두 그냥 -r가 되었다. 프랑스어 Gondicaire, Clotaire에서는 라틴어 -rius가 프랑스어 -ire로 변했지만 Clodomir에서는 그냥 -r 를 쓴다. 이탈리아어에서도 Clotario는 -rio를 쓰지만 Gundicaro, Clodomiro에서는 그냥 -ro이다. 즉 게르만 조어의 *-rj-는 라틴어 및 현대어에서 일관되게 쓰지 않으니 라틴어의 -rius는 -r-까지만 한글 표기에 반영하여 Gundichar- ‘군디카르’, Chlothar- ‘클로타르’, Chlodomer- ‘클로도메르’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Chlodovechus, Merovechus 등의 -vechus는 ‘전투’, ‘전사’를 뜻하는 게르만 조어 *wīgaz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세 초 수에브족과 서고트족이 다스린 에스파냐의 갈리시아 지방과 포르투갈 북부의 게르만어식 인명으로 기록되는 Baldoigius, Eldoigius, Erigio, Ermoygius, Eroigius, Guntigio, Mervigius 등에 나타나는 -oigius, -igio, -oygius, -vigius도 게르만 조어 *wīgaz로 해석된다. 같은 요소가 Audugus, Leodeuigus, Rodougus 등 -ugus, -uigus로 나타나기도 하고 Vistrevius에서는 아예 -vius로 g가 사라졌다. 이들이 쓴 게르만어 방언에서는 어간 *wīg-의 마지막 자음이 연음화하면서 구개음화가 되는 단계를 거쳤을 것이다. ‘날’을 뜻하는 게르만 조어 *dagaz에서 나온 고대 영어 dæġ의 마지막 자음이 연구개음 [ɣ]에서 경구개음 [j]로 바뀌어 현대 영어의 day가 된 것을 참고할 수 있다. 그래서 원래의 -uigus가 -uigius/-vigius를 거쳐 -vius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Baldoigius, Eldoigius, Erigio 등도 -ius, -io를 버리고 ‘발도이그’, ‘엘도이그’, ‘에리그’ 등으로 적는 것이 원래의 어간을 나타내는데 손색이 없다. 물론 Vistrevius에서까지 -ius를 버리고 ‘비스트레브’로 적으면 원래의 어간에 속한 모음이 생략되며 게르만 조어 *þewaz가 -dius로 변한 Arnadius 같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ius를 생략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예는 극소수이므로 예외로 처리하고 일반적인 경우 라틴어로 적은 게르만어 이름에서 -ius는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게르만 조어 *Audan에서 온 Audo ‘아우도’ 또는 Otto ‘오토’, 게르만 조어 *Euþan에서 온 Eudo ‘에우도’, 게르만 조어 *Hlūdjan에서 온 Chlodio 등 라틴어 주격형이 -o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영어, 독일어 등 근대어에서도 보통 -o로 끝나는 형태를 그대로 쓰므로 한글 표기에서도 이를 따를 수 있겠다.

게르만족 라틴어 인명 출전의 문제

현실적으로 고대 후기와 중세 전기 게르만족 인물의 이름은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나 요르다네스 같은 1차 사료를 통해서 접하기보다는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등 근대어로 된 역사서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 된 《케임브리지 고대사(The Cambridge Ancient History)》와 《케임브리지 신중세사(The New Cambridge Medieval History)》에서는 Alaric, Clovis, Merovech, Brunhild/Brunehild, Gundichar, Alboin, Chlothar 등 철저히 라틴어 격어미를 생략한 이름을 쓴다. 영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ædia Britannica)》, 프랑스어 《라루스 백과사전(Encyclopédie Larousse)》 등 일반 백과사전류나 영어 《메리엄·웹스터 인명 사전(Merriam-Webster Biographical Dictionary)》 같은 인명 사전에서도 물론 라틴어 격어미를 생략한 이름을 쓴다.

반면 독일어로 된 고대사 사전인 《신 파울리(Der Neue Pauly)》 에서는 Alaricus, Chlodovechus, Gundicharius를 라틴어 격어미를 갖추어 쓰지만 이는 고대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료라서 라틴어로 된 다른 고대 이름과의 조화를 고려한 것일 수 있다. 이 사전에서도 Merowech, Brunhild/Brunichilde, Alboin, Chlothar 등은 격어미 없이 쓴다.

그러니 고대 후기와 중세 전기 게르만족 인명을 적을 때 라틴어 격어미까지 포함시키려 해도 일반 자료에서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격어미 없이 쓴 이름을 보고 격어미가 붙은 형태를 재구하는 것도 단순한 일만은 아니다. 다른 자료를 확인하지 않으면 Chlodomer라는 남자 이름에 격어미를 붙이면 Chlodomerus인지, Chlodomerius인지 알기 어렵고 Chlothild라는 여자 이름에 격어미를 붙이면 Chlothildis인지, Chlothilda 혹은 Chlothilde인지 알기 어렵다. 근대어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형에 따른 혼란 때문에 라틴어 이름으로 통일하려는 것인데 격어미 때문에 골치 아프게 되는 것이다.

요약: 고대 후기와 중세 전기 라틴어 이름 가운데 라틴어나 고대 그리스어식 이름이 아니고 게르만어 이름을 적은 것이면 남자 이름에 쓰이는 라틴어 주격어미 -us 또는 이를 포함한 -ius 및 여자 이름에 쓰이는 라틴어 주격어미 -is, -e 또는 이와 교체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a는 생략하고 표기한다. 이 과정에서 Bertramn, Guntramn과 같이 이름이 mn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 받침 ‘ㅁ’으로 적고 Rauching과 같이 이름이 ng로 끝나게 되는 경우 받침 ‘ㅇ’으로 적으면 된다.

Alaric[us] ‘알라리크’: 이탈리아어 Alarico ‘알라리코’, 4~5세기 서고트 왕.

Alboin ‘알보인’: 이탈리아어 Alboino ‘알보이노’, 6세기 랑고바르드 왕.

Amalasuntha ‘아말라순타’/Amalasuintha ‘아말라수인타’/Amalaswintha ‘아말라스윈타’: 6세기 동고트 여왕.

Amalberga ‘아말베르가’: 7세기 프랑크 왕국(현 벨기에) 성녀.

Brunichild[is] ‘브루니킬드’: 독일어 Brunichild ‘브루니힐트’/Brunehilde ‘브루네힐데’, 프랑스어 Brunehaut ‘브뤼느오’/Brunehilde ‘브뤼느일드’, 6~7세기 프랑크 왕국 아우스트라시아 왕후.

Carol[us] Magnus ‘카롤 마그누스(카롤 대제)’: 독일어 Karl der Große ‘카를 데어 그로세(카를 대제)’, 프랑스어 Charlemagne ‘샤를마뉴’3, 8~9세기 프랑크 왕, 서로마 황제. ‘위대한’을 뜻하는 Magnus는 라틴어이므로 격어미 -us를 생략하지 않는다.

Carol[us] Martell[us] ‘카롤 마르텔’: 독일어 Karl Martell ‘카를 마르텔’, 프랑스어 Charles Martel ‘샤를 마르텔’, 7~8세기 프랑크 왕국 궁재.

Chilperic[us] ‘킬페리크’: 프랑스어 Chilpéric ‘실페리크’, 6세기 프랑크 왕국 수아송 왕.

Chlodio ‘클로디오’: 5세기 프랑크 왕.

Chlodovech[us] ‘클로도베크’: 독일어 Chlodwig ‘클로트비히’, 프랑스어·네덜란드어 Clovis ‘클로비스’, 5~6세기 프랑크 왕.

Chlothar[ius] ‘클로타르’: 독일어 Chlothar ‘클로타르’4, 프랑스어 Clotaire ‘클로테르’, ·네덜란드어 Clovis ‘클로비스’, 5~6세기 프랑크 왕.

Cunincpert ‘쿠닝크페르트’/Cunipert[us] ‘쿠니페르트’: 이탈리아어 Cuniperto ‘쿠니페르토’, 7세기 랑고바르드 왕.

Gaiseric[us] ‘가이세리크’: 5세기 반달·알란 왕.

Gundichar[ius] ‘군디카르’/Gundahar[ius] ‘군다하르’: 독일어 Gundahar ‘군다하르’5, 5세기 부르군드 왕.

Guntheuca ‘군테우카’: 프랑스어 Gondioque ‘공디오크’, 6세기 프랑크 왕국 오를레앙 왕후, 수아송 왕후.

Guntramn[us] ‘군트람’: 프랑스어 Gontran ‘공트랑’, 6세기 프랑크 왕국 오를레앙 왕.

Ingoberga ‘잉고베르가’: 6세기 프랑크 왕후.

Merovech[us] ‘메로베크’: 5세기 프랑크 왕.

Odo ‘오도’/Eudo ‘에우도’: 프랑스어 Eudes ‘외드’, 8세기 아키텐 공.

Pippin[us] ‘피핀’: 8세기 프랑크 왕.

Rauching[us] ‘라우킹’: 6세기 프랑크 왕국 귀족.

Theoderic[us] ‘테오데리크’: 이탈리아어 Teodorico ‘테오도리코’, 5~6세기 동고트 왕·서고트 섭정.

Ulfilas ‘울필라스’: 고트어 *Wulfila ‘울필라’, 4세기 서고트 성직자.

Wamba ‘왐바’: 에스파냐어 ‘왐바’, 7세기 서고트 왕.

Wisimar ‘위시마르’: 4세기 반달 왕.

Witigis ‘위티기스’/Vitiges ‘비티게스’: 이탈리아어 Vitige ‘비티제’, 6세기 동고트 왕. 고트어 *Weitigeisls에서 온 이름으로 -is는 어미가 아니라 어간의 일부이다.

중근세 라틴어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

중세 이후에는 라틴어가 주로 문자 언어로 쓰였기 때문에 이를 소리 내어 발음하는 방법은 따로 배워야 했다. 800년 황제의 자리에 오른 프랑크 왕국의 카롤 대제 시대에 있었던 고전 문화 부흥 운동으로 라틴어 철자법은 입말의 변화를 따라가는 대신 고전 라틴어를 따르는 방향으로 개정되었고 발음도 이 철자에 따라 소리내는 방식을 표준으로 삼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라틴어 표준 발음법이 정해지기 전에 통속 라틴어에서 유래한 로망어 사용 지역에서 라틴어를 읽을 때는 입말에서 쓰는 발음대로 읽었을 것이고 따라서 오늘날의 영어처럼 철자와 발음의 간극이 심했을지언정 입말이 라틴어가 아닌 다른 언어라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 설에 따르면 이렇게 고전 라틴어 철자를 따르고 입말과 다르게 철자식으로 발음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라틴어와 로망어가 서로 다른 언어라는 인식이 생겨났으며 그 후로 라틴어와 로망어는 본격적으로 분리되어 제각각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카롤 대제 때에도 라틴어를 쓰는 모든 지역에서 발음이 표준화된 것은 아니고 그 후에도 지역에 따라 크고 작은 발음의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에 중세 이후로 전통적으로 쓰인 라틴어 발음은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이를 일일이 한글 표기에 반영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고대 라틴어를 적는 표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면 어색하다. 특히 중세에 아직 문자 언어로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입말에서 쓰인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적은 것이나 아랍어, 중국어 등 다른 언어의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흉내낸 경우는 당시의 라틴어 발음을 따랐기 때문에 고대 라틴어식으로 읽으면 실제 의도한 발음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적어도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에 쓰이는 중근세 라틴어는 한글 표기에서도 이런 발음 변화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먼저 라틴어의 원 이중모음 ae, oe는 중세 이후 라틴어에서 ‘에’로 적는 것이 좋겠다. 이들은 중세에 이르러 아예 발음에 따라 철자가 e로 바뀌었다. 일부러 고전 라틴어를 흉내낸 르네상스 시대부터는 대체로 다시 원 철자로 돌아가면서 흔히 æ, œ와 같은 합자로 썼지만 한글 표기는 ‘에’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철자 ae, oe와 e가 혼용되는 이름의 경우 순전히 어느 철자를 접하느냐에 따라 한글 표기가 달라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인물의 이름을 Bartholomeus로 쓰기도 하고 Bartholomaeus로 쓰기도 하는데 한글 표기는 ‘바르톨로메우스’로 통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근세 라틴어를 보면 고전 라틴어의 pretium을 praetium으로 쓴다든지 fecunditas를 foecunditas로 쓰는 등 불필요한 ae, oe를 삽입하는 과잉 수정을 한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기존 표기 용례에서도 고대 그리스어식 이름에서 ai(αι)에 해당하는 고전 라틴어의 ae를 중세 이후 발음에 따라 ‘에’로 적은 것이 많고 고대 그리스어의 oi(οι)에 해당하는 oe를 ‘에’로 적은 경우도 찾을 수 있다.

Achaemenes 아케메네스

Aegae海 에게해

Aetiopia 에티오피아

Athenae 아테네

Chaldaea 칼데아

Chimaera 키메라

Mycenae 미케네

Nicaea 니케아

Palaestina 팔레스티나

Phoenicia 페니키아

Thebae 테베

Thermopylae 테르모필레

여기서 든 예는 모두 고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에 들어온 이름으로 고대 세계에 관련되었거나 적어도 고대부터 쓰인 인명과 지명인데  지명도가 높은 것들이 많다. 고전 그리스어와 고전 라틴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면 Athenae는 ‘아테나이’, Phoenicia는 ‘포이니키아’로 적는 것이 맞겠지만 이들은 워낙 오래 전부터 중근세 라틴어 발음대로 한글 표기가 ‘아테네’, ‘페니키아’ 등으로 굳어졌다.

이처럼 고대 이름 가운데도 ae, oe를 ‘에’로 적은 것이 있으니 실제로 이들의 e와 발음이 합쳐진 중근세 라틴어 발음을 나타낼 때는 ae와 oe를 ‘에’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325년에 Nicaea에서 처음으로 열린 공의회를 ‘니케아 공의회’라고 적으면서 한참 후인 12세기 같은 곳에서 활동한 성직자 Eustratius Nicaenus를 고대 라틴어 발음에 따라 ‘에우스트라티우스 니카이누스’라고 적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에우스트라티우스 니케누스’가 어울린다. 다만 Nicaenus는 ‘니케아의’를 뜻하는 형용사이므로 이 인물은 ‘니케아의 에우스트라티우스’라고 의역해서 부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중근세 라틴어의 자음 가운데는 전설 모음, 즉 i, e, ae, oe, y 앞에 나오는 c와 g의 발음이 고대 라틴어와 비교해서 현저히 달라진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발음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중근세 라틴어의 표기는 지역에 따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다른 유형으로 나누는 어떨까 한다.

라틴어전설 모음 앞aeoe대표 지역
cg
고대아이오이
중근세서유럽형이베리아반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형이탈리아, 루마니아
중앙유럽형독일어권, 슬라브어권, 발트어권, 헝가리
북유럽형스칸디나비아, 네덜란드어권
동로마형그리스어권

한편 [w] 음을 적기 위해 중세에 유럽 북부에서 고안된 글자 w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어야 하겠다.

이상은 중세 라틴어의 발음을 고대 라틴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c, g, ae, oe의 한글 표기만 차이를 둔 것이다. 물론 실제 발음 양상은 지역마다 복잡하게 달라졌으며 중세 이후 근대에 오는 과정에서 더 심해졌다. 지역에 따라 j가 [ʤ]나 [ʒ]로 발음되거나 s가 모음 사이에서 [z]로 발음되고 모음 앞의 ti가 [ʦj], [sj], [ʃ]로 발음되며 겹자음이 자음 하나처럼 발음되는 등 고대 라틴어와 달라진 부분이 많다.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에서는 u가 [y] ‘위’ 또는 [ʏ] ‘위’로 발음이 변했고 특히 영어에서는 긴 a가 [eɪ̯] ‘에이’, 긴 i가 [aɪ̯] ‘아이’로 발음이 변하는 등 모음 발음도 상당히 달라졌다.

이런 지역에 따른 라틴어의 복잡한 발음 변화를 한글 표기에 일일이 반영하는 것은 번거로우므로 역사적으로 쓰인 발음과 오늘날 쓰이는 발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지역에 따른 발음 특성 반영을 전설 모음 앞의 c와 g의 표기에만 한정하여 최대한 단순하게 규칙을 세워본 것이다. 여기서 예로 드는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 가운데는 사실 근대어 형태로 더 널리 알려져 있어 굳이 중근세 라틴어 형태로 표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 많지만 각각의 표기 유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참고할 수 있도록 이들을 제시하였다.

서유럽형 라틴어 표기

전설 모음 앞의 c와 g를 각각 ‘ㅅ’, ‘ㅈ’으로 적는 것은 한국어 화자에게도 꽤 친숙한 표기 방식일 것이다. 영어에서 전설 모음 앞의 c와 g를 각각 [s] ‘ㅅ’, [ʤ] ‘ㅈ’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와 포르투갈어, 카탈루냐어에서도 전설 모음 앞의 c와 g를 각각 [s] ‘ㅅ’, [ʒ] ‘ㅈ’로 발음하기 때문에 한글 표기 방식이 같다. 다만 에스파냐어는 추가적인 발음 변화를 거쳤기 때문에 전설 모음 앞의 g가 [x] ‘ㅎ’로 발음되는데 이 변화는 중세 이후에 일어났으므로 중세 라틴어를 표기할 때는 반영할 필요가 없다. 구개음화된 c가 마찰음 [s] ‘ㅅ’로 발음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파찰음 [ʦ] ‘ㅊ’의 단계를 거친 것이지만 이미 오늘날의 발음에 따라 전설 모음 앞의 c를 ‘ㅅ’으로 적는데 익숙하므로 굳이 예전 발음을 한글 표기에 나타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와 이베리아반도, 영국에서는 일찍이 프랑스어, 프로방스어,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카탈루냐어, 영어, 웨일스어 등의 근대어가 발달했기 때문에 중근세 인명도 이런 근대어 형태로 보통 알려져 있고 라틴어 형태로 알려진 것은 16세기 프랑스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13~14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정도이다. 아래에 예로 드는 몇몇 인물도 보통 피에르 아벨라르, 장 뷔리당, 르네 데카르트(이상 프랑스어), 라몬 률(카탈루냐어) 등 근대어 형태로 알려져 있고 라틴어 이름은 참고로만 제시한 것이다.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의 적용 대상이 되는 용어 가운데는 이슬람교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지명 메카(Mecca)와 메디나(Medina)를 비롯하여 이들과 관련된 이슬람교 초기의 사건인 헤지라(Hegira) 등 아랍어에서 온 것도 포함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도 예전에는 중세 라틴어 이름인 마호메트(Mahomet[us])로 많이 썼다. 그 외에도 아베로에스(Averroës), 아비센나(Avicenna), 마이모니데스(Maimonides) 등 중세 이슬람 세계의 아랍어, 페르시아어, 히브리어 인명 가운데는 라틴어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들이 꽤 있다.

이런 중세 이슬람 세계 관련 라틴어 대다수에 서유럽형 표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중세 이베리아반도를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으며 특히 오늘날의 에스파냐에 있는 톨레도에서는 12~13세기에 아랍어 서적을 대량으로 라틴어 및 에스파냐어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또 제1차 십자군 원정 이후 서유럽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세운 예루살렘 왕국에서도 프랑스 등 서유럽식 라틴어가 우세했기 때문에 현지 기록으로 전해지는 라틴어 이름도 서유럽형으로 취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레바논과 시리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떨치는 동방 가톨릭 교파인 마론파도 십자군 전쟁 이후 로마 교회와 교류하면서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와도 교류가 많았지만 전설 모음 앞의 c를 ‘ㅊ’으로 적는 이탈리아형 표기보다는 ‘ㅅ’으로 적는 서유럽형 표기가 시리아어 및 아랍어를 나타내는데 적합할 것이다. 대신 아랍어 인명도 경우에 따라 이탈리아형 또는 동로마형 등 다른 유형으로 표기하는 것이 적합한 경우가 있다.

Abraham Ecchellensis ‘아브라함 에켈렌시스’: 문어체 아랍어 ʾIbrāhīm al-Ḥāqilānī إبراهيم الحاقلاني ‘이브라힘 하킬라니’, 17세기 레바논 마론파 성직자·번역가.

Alhambra ‘알함브라’: 문어체 아랍어 al-Ḥamrāʾ الحمراء ‘알함라’, 에스파냐어 Alhambra ‘알람브라’, 에스파냐 중세 궁전.

Alhazen ‘알하젠’: 문어체 아랍어 ibn al-Haytham بن الهيثم ‘이븐하이삼’, 10~11세기 아랍인 수학자·천문학자.

Almagestum ‘알마제스툼’6: 아랍어 al-Majisṭī المجسطي ‘알마지스티’,  2세기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서를 중세에 아랍어에서 중역한 라틴어 제목.

Averroës ‘아베로에스’: 문어체 아랍어 Ibn Rushd ابن رشد‎ ‘이븐루슈드’, 12세기 에스파냐 아랍인 철학자.

Avicebron ‘아비세브론’: 히브리어 Shlomo ibn Gabirol שלמה אבן גבירול‎ ‘슐로모 이븐가비롤’, 11세기 에스파냐 유대인 시인·철학자.

Avicenna ‘아비센나’: 고전 페르시아어 Ibn Sīnā ابن سینا‎ ‘이븐시나’, 10~11세기 페르시아인 학자.

Duns Scotus ‘둔스 스코투스’: 영어 ‘던스 스코터스’, 본명 John Duns ‘존 던스’, 13~14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Gabriel Sionita ‘가브리엘 시오니타’: 문어체 아랍어 Jibrāʾīl aṣ-Ṣahyūnī جبرائيل الصهيوني ‘지브라일 사히우니’, 프랑스어 Gabriel Sionite ‘가브리엘 시오니트’, 레바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16세기 마론파 성직자·성경학자.

Gerardus Cremonensis ‘제라르두스 크레모넨시스(크레모나의 제라르두스)’: 에스파냐어 Gerardo de Cremona ‘헤라르도 데크레모나(크레모나의 헤라르도)’, 이탈리아어 Gherardo da Cremona ‘게라르도 다크레모나(크레모나의 게라르도)’, 에스파냐에서 활동한 12세기 이탈리아인 번역가.

Hegira ‘헤지라’: 문어체 아랍어 Hijrah هجرة ‘히지라’, 62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추종자들과 함께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피신한 사건.

Johannes Buridanus ‘요한네스 부리다누스’: 프랑스어 Jean Buridan ‘장 뷔리당’, 14세기 프랑스인 철학자.

Johannes de Sacrobosco ‘요한네스 데사크로보스코’: 잉글랜드 또는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출신으로 추측되며 프랑스에서 활동한 13세기 천문학자.

Mahomet[us] ‘마호메트’: 문어체 아랍어 Muḥammad محمد ‘무함마드’, 이슬람교의 창시자.

Mecca ‘메카’: 문어체 아랍어 Makkah مكة ‘마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도시, 이슬람교의 성지.

Medina ‘메디나’: 문어체 아랍어 al-Madīnah المدينة ‘마디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도시, 이슬람교의 성지.

Moses Maimonides ‘모세스 마이모니데스’: 히브리어 Moshe ben Maimun משה בן מימוּן ‘모셰 벤마이문’, 12~13세기 에스파냐 유대인 철학자.

Michaël Nostradamus ‘미카엘 노스트라다무스’: 프랑스어 ‘미카엘 노스트라다뮈스’, 본명 Michel de Nostredame ‘미셸 드노트르담’, 16세기 프랑스 점성술사.

Petrus Abaelardus ‘페트루스 아벨라르두스’: 프랑스어 Pierre Abélard ‘피에르 아벨라르’, 12세기 프랑스 철학자.

Quahutimocus ‘콰후티모쿠스’: 고전 나와틀어 Cuāuhtemōc ‘콰우테모크’, 에스파냐어 Cuauhtémoc ‘콰우테모크’, 16세기 아스테카(현 멕시코) 황제.

Raimundus Lullus ‘라이문두스 룰루스’: 카탈루냐어 Ramon Llull ‘라몬 률’, 13~14세기 마요르카 왕국(현 에스파냐) 수학자.

Renatus Cartesisus ‘레나투스 카르테시우스’: 프랑스어 René Descartes ‘르네 데카르트’,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Saladin ‘살라딘’: 문어체 아랍어 Ṣalāḥu d-Dīn صلاح الدين ‘살라후딘’, 12세기 쿠르드인 정치가·군인, 이집트 아이유브 왕조의 시조.

Simeon Evodius ‘시메온 에보디우스’: 문어체 아랍어 Simʿān ʿAwwād سمعان عواد‎ ‘시만 아우와드’, 18세기 레바논 마론파 성직자·역사가.

Victorius Scialac ‘빅토리우스 시알라크’: 문어체 아랍어 Naṣru llāh Shalaq al-ʿĀqūrī نصر الله شلق العاقوري ‘나스룰라 샬라크 아쿠리’, 프랑스어 Victor Scialac ‘빅토르 샬라크’,  레바논 출신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활동한 16~17세기 마론파 성직자·번역가.

이탈리아형 라틴어 표기

이탈리아어에서는 전설 모음 앞의 c와 g가 각각 [ʧ] ‘ㅊ’, [ʤ] ‘ㅈ’로 발음되므로 이탈리아와 관련된 중세 라틴어에서도 각각 ‘ㅊ’, ‘ㅈ’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이탈리아 인물 가운데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알두스 마누티우스(Aldus Manutius), 나탈리스 코메스(Natalis Comes)처럼 영어권에서는 보통 라틴어 이름으로 부르는 이들이 몇몇 있다. 이탈리아어에서는 이들을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부르지만 라틴어로 저술 활동을 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라틴어 이름으로 알려졌으니 굳이 이탈리아어 이름을 기준으로 표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반면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는 이탈리아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라틴어식 Dantes Alagherius/Aligherius/Alagherii ‘단테스 알라게리우스/알리게리우스/알라게리이’를 쓸 필요는 없다. 밑에 예로 든 중근세 이탈리아 인명도 사실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를 모두 쓴 페트라르카(Petrarca)는 이름의 이탈리아어와 라틴어 형태가 동일하다. 원래 아버지의 이탈리아어 이름 Petracco ‘페트라코’를 라틴어풍 Petrarca ‘페트라르카’로 바꾼 것인데 오늘날 이탈리아어에서도 Petrarca ‘페트라르카’로 쓴다. 대신 이름 전체를 이를 경우 이탈리아어 Francesco Petrarca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와 라틴어 Franciscus Petrarca ‘프란치스쿠스 페트라르카’가 차이가 난다.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는 후술하는 교회 라틴어 표기와도 상당 부분 겹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Manutius와 Marignola는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에서 각각 ‘마누티우스’, ‘마리그놀라’이지만 교회 라틴어로는 각각 ‘마누치우스’, ‘마리뇰라’가 된다.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와 교회 라틴어의 표기 방식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를 루마니아어권 이름 표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대 라틴어 표기와는 ae와 전설 모음 앞 c, g의 표기만 차이를 두는 다른 중근세 라틴어 표기 방식과도 일관되도록 교회 라틴어 표기와는 차이를 두었다. 참고로 중근세 라틴어 Manutius와 Marignola를 루마니아어식으로 발음하면 각각 ‘마누티우스’, ‘마리그놀라’에 가깝게 되어 여기서 제시하는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와 어울린다.

Aldus Manutius ‘알두스 마누티우스’: 이탈리아어 Aldo Manuzio ‘알도 마누치오’, 15~16세기 이탈리아 인문학자·인쇄업자.

Americus Vespucius ‘아메리쿠스 베스푸치우스’: 이탈리아어 Amerigo Vespucci ‘아메리고 베스푸치’, 15~16세기 피렌체 항해가.

Bartholomaeus Facius ‘바르톨로메우스 파치우스’: 이탈리아어 Bartolomeo Facio ‘바르톨로메오 파초’, 15세기 이탈리아 역사가.

Bernardus Oricellarius ‘베르나르두스 오리첼라리우스’: 이탈리아어 Bernardo Rucellai ‘베르나르도 루첼라이’, 15~16세기 피렌체 유력가.

Faustus Socinus ‘파우스투스 소치누스’: 이탈리아어 Fausto Sozzini ‘파우스토 소치니’, 16~17세기 이탈리아 신학자.

Jacobus de Voragine ‘야코부스 데보라지네’: 이탈리아어 Jacopo da Varazze ‘야코포 다바라체’, 13세기 제노바 성직자.

Johannes Marignola ‘요한네스 마리그놀라’: 이탈리아어 Giovanni de’ Marignolli ‘조반니 데마리뇰리’, 14세기 피렌체 여행가.

Marsilius Ficinus ‘마르실리우스 피치누스’: 이탈리아어 Marsilio Ficino ‘마르실리오 피치노’, 15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Mundinus de Leuciis ‘문디누스 데레우치이스’: 이탈리아어 Mondino de Luzzi ‘몬디노 데루치’, 13~14세기 이탈리아 의사.

Natalis Comes ‘나탈리스 코메스’: 이탈리아어 Natale Conti ‘나탈레 콘티’, 16세기 이탈리아 신화학자.

Thomas Aquinas ‘토마스 아퀴나스’: 이탈리아어 Tommaso d’Aquino ‘톰마소 다퀴노’, 13세기 이탈리아 철학자·신학자.

중세에는 이탈리아 문화권에 속하는 베네치아 공화국이 달마티아, 즉 오늘날의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에 해당하는 아드리아해 동쪽 연안 상당 부분을 지배하였다. 라구사(Ragusa), 즉 오늘날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를 중심으로 일어난 라구사 공화국(1358~1808)에서도 1492년까지는 라틴어가, 그 후에는 이탈리아어가 공용어로 쓰였다. 181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때 인구 조사까지만해도 달마티아 주민의 22%가 이탈리아계로 기록되었으나 그 후에 비율은 급감하여 1910년에는 2.9%가 되었다.

달마티아에서는 원래 달마티아어라고 하는 독자적인 로망어가 쓰였으나 1898년에 마지막 화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사멸했다. 달마티아어는 특이하게도 c의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아 전설 모음 앞에서도 [k] ‘ㅋ’로 발음되었고 일부 방언에서만 c가 /i̯e/, /i̯a/ 앞에서 [ʧ] ‘ㅊ’로 음이 바뀌었다. 하지만 달마티아어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독자적인 로망어인 베네토어 및 르네상스 시대 이후 베네치아 공화국에서도 많이 쓰이게 된 이탈리아어에 차츰 밀려났다.

달마티아 외에도 20세기 초에 이탈리아 영토였고 오늘날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대부분 지배하는 이스트라반도(라틴어와 이탈리아어 이름은 Istria ‘이스트리아’)에도 베네토어나 이스트리아어, 이탈리아어를 쓰는 주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는 이탈리아어가 공식 소수 언어 지위를 인정받는다. 이스트리아어 역시 독자적인 로망어인데 이탈리아어처럼 전설 모음 앞의 c와 g를 각각 [ʧ] ‘ㅊ’, [ʤ] ‘ㅈ’로 발음한다.

그러니 오늘날의 국경을 기준으로는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출신 인물 가운데도 이탈리아 문화권에 속했다고 판단되는 이들의 중근세 라틴어 이름은 이탈리아형 표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들은 자료에 따라 단순히 이탈리아인으로 소개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 지역 중근세 인물은 정확한 민족 배경을 알기 힘든 경우가 많고 라틴어와 로망어, 슬라브어를 모두 쓴 인물도 많았기 때문에 특별히 이탈리아 문화권에 속한 것으로 간주할 이유를 찾기 힘든 경우나 독일어권, 슬라브어권 등에서 주로 활동한 인물의 경우는 중앙유럽형 표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다행히 전설 모음 앞에 g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탈리아형 표기와는 차이가 없다.

1445년 보스니아 왕국의 스레브레니차(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난 가톨릭교 성직자이자 인문학자, 철학자인 Georgius Benignus de Salviatis의 경우가 흥미롭다. 그는 1463년 오스만 제국이 보스니아 왕국을 정복한 후 아직 정복되지 않은 현 보스니아의 야이체와 현 크로아티아의 자다르를 거쳐 1464년에는 이탈리아로 건너갔으며 그 후 프랑스 파리와 잉글랜드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 각지에서 주로 활동했다. 피렌체에서는 훗날의 교황 레오 10세를 비롯하여 로렌초 데메디치의 자녀를 교육시키기도 했으며 살비아티(Salviati) 가문의 휘하에 들어가 de Salviatis라는 성씨를 얻었다. 1494년에서 1500년까지는 라구사 공화국(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1520년 이탈리아의 교황령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일생만 보면 이탈리아 문화권에 속한 인물로 볼 수 있으며 영어로도 이탈리아어식 Giorgio Benigno 또는 영어식 이름과 이탈리아어식 이름을 혼합한 George Benigno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크로아티아인, 드물게는 보스니아인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크로아티아어식으로 Juraj Dragišić ‘유라이 드라기시치’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Georgius Benignus de Salviatis는 이탈리아형 ‘제오르지우스 베니그누스 데살비아티스’보다는 중앙유럽형 ‘게오르기우스 베니그누스 데살비아티스’가 어울릴 수 있는데 물론 확실한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Aelius Lampridius Cervinus ‘엘리우스 람프리디우스 체르비누스’: 이탈리아어 Elio Lampridio Cerva ‘엘리오 람프리디오 체르바’, 15~16세기 라구사 공화국(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시인. 슬라브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오직 라틴어로만 작품을 썼다.

Andreas Antiquus ‘안드레아스 안티쿠스’: 이탈리아어 Andrea Antico ‘안드레아 안티코’, 15~16세기 몬토나(현 크로아티아 모토분) 출신 베네치아 공화국 음악 출판가·작곡가.

Franciscus Patricius ‘프란치스쿠스 파트리치우스’: 이탈리아어 Francesco Patrizi ‘프란체스코 파트리치’, 크로아티아어 Frane Petrić ‘프라네 페트리치’ 또는 Franjo Petriš ‘프라뇨 페트리시’, 16세기 이스트라(현 크로아티아) 출신 베네치아 공화국 철학자.

루마니아어에서도 이탈리아어와 마찬가지로 전설 모음 앞의 c와 g가 각각 [ʧ] ‘ㅊ’, [ʤ] ‘ㅈ’로 발음되므로 루마니아와 몰도바와 관련된 중세 라틴어 표기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일찌기 동방 정교회의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에 라틴어 대신 고대 교회 슬라브어가 주요 문어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루마니아와 몰도바에 해당하는 중세 왈라키아, 몰다비아, 트란실바니아 관련 이름은 오늘날 단순히 루마니아어 형태로만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Alexandru ‘알렉산드루’, Petru ‘페트루’, Ștefan ‘슈테판’처럼 이에 해당하는 라틴어 이름 Alexander ‘알렉산데르’, Petrus ‘페트루스’, Stephanus ‘스테파누스’ 등을 알기 쉬운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굳이 라틴어 형태로 쓸 필요가 없고 널리 알려진 루마니아어 형태를 따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왈라키아, 몰다비아, 트란실바니아 같은 중세 공국 이름은 라틴어 형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인명 가운데도 헝가리 등 주변의 라틴어 사용 지역 기록을 통해 라틴어 형태로만 전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또 17~18세기 몰다비아 공 디미트리에 칸테미르(Dimitrie Cantemir, 라틴어명 Demetrius Cantemirius ‘데메트리우스 칸테미리우스’)가 라틴어로 기록한 《몰다비아 묘사(Descriptio Moldaviae)》와 같이 이 지역에 관한 라틴어 기록도 존재하므로 라틴어 형태를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Moldavia ‘몰다비아’: 루마니아어 Moldova ‘몰도바’, 중세 공국 및 이에 해당하는 역사 지역.

Walachia ‘왈라키아’/Valachia ‘발라키아’ : 루마니아어 Țara Românească ‘차라 로므네아스커’ 또는 드물게 Valahia ‘발라히아’, 중세 공국 및 이에 해당하는 역사 지역. 라틴어로는 Walachia와 Valachia가 혼용되지만 전자를 기준으로 한 ‘왈라키아’가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실려있으며 영어로는 Wallachia라는 철자가 가장 많이 쓰인다.

Transylvania/Transsilvania ‘트란실바니아’: 루마니아어 Transilvania ‘트란실바니아’ 또는 Ardeal ‘아르데알’, 중세 공국 및 이에 해당하는 역사 지역.

Gelou ‘젤로우’: 루마니아어 Gelu ‘젤루’, 헝가리어 Gyalu ‘잘루’, 라틴어 기록 《헝가리인의 사적(Gesta Hungarorum)》에 나오는 900년경 트란실바니아 지배자.

Joannis ‘요안니스’: 루마니아어 Ioan ‘이오안’, 1247년 헝가리 왕 벨라7(Béla) 4세가 성 요한 기사단에 수여한 라틴어 증명서에 언급된 왈라키아 실력자.

Thocomerius ‘토코메리우스’: 루마니아어 Tihomir ‘티호미르’, 1332년 헝가리 왕 카롤리(Károly) 1세가 수여한 라틴어 증명서에 언급된 왈라키아 실력자.

한편 서양에 라틴어 이름으로 알려진 중국의 고대 인명도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 방식에 따라 적는 것이 어울린다. 중국의 유교 경전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한 이들은 16세기에 청나라에서 활동한 미켈레 루지에리(Michele Ruggieri) 및 16~17세기에 청나라에서 활동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로 둘 다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였다. 이들 때문에 16세기부터 공자와 맹자를 라틴어식으로 각각 Confucius, Mencius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Mencius는 초기에 Memcius ‘멤치우스’라는 철자로도 쓰였는데 중국 上海(Shànghǎi) ‘상하이’를 Sciamhaevum이라고 쓰는 등 연구개 비음 [ŋ]을 라틴어 철자에서 m으로 흉내낸 당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Confucius, Mencius를 흉내내어 노자를 Laocius, 손자를 Suncius라고 부르는 식으로 중국어 경칭에 쓰이는 (zǐ) ‘쯔’를 -cius로 통일하게 되었다.

Confucius ‘콘푸치우스’: 중국어 孔夫子(Kǒngfūzǐ) ‘쿵푸쯔’,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

Laocius ‘라오치우스’: 중국어 老子(Lǎozǐ) ‘라오쯔’,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노자.

Mencius ‘멘치우스’: 중국어 孟子(Mèngzǐ) ‘멍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맹자.

Suncius ‘순치우스’: 중국어 孫子(Sūnzǐ) ‘쑨쯔’,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인 손자.

중앙유럽형 라틴어 표기

독일어, 폴란드어,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불가리아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라트비아어, 헝가리어 등에서는 라틴어를 발음할 때 보통 전설 모음 앞의 c와 g를 각각 [ʦ] ‘ㅊ’, [ɡ] ‘ㄱ’로 발음한다.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도 역사적인 발음 변화 때문에 g를 [ɡ] ‘ㄱ’ 대신 [ɣ] ‘ㅎ’, [ɦ] ‘ㅎ’로 각각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양상이 비슷하다.

이들 언어가 쓰이는 지역은 중앙유럽과 동유럽을 아우르지만 중세에 라틴어가 쓰인 지역은 대체로 로마 교회의 영향권인 중앙유럽에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이 표기 유형을 중앙유럽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Andreas Gryphius ‘안드레아스 그리피우스’: 독일어 ‘안드레아스 그뤼피우스’, 본명 Andreas Greif ‘안드레아스 그라이프’, 실레시아(현 폴란드) 출신 17세기 독일 시인·극작가.

Andreas Jaszlinszky ‘안드레아스 야슬린스키’: 슬로바키아어 Andrej Jaslinský ‘안드레이 야슬린스키’, 18세기 슬로바키아 물리학 교재 저자.

Conradus Celtis ‘콘라두스 첼티스’: 독일어 Conrad Celtis ‘콘라트 첼티스’, 15~16세기 독일 인문학자·시인.

Constancia ‘콘스탄치아’: 폴란드어 Konstancja ‘콘스탄치아’8, 14세기 폴란드 여공.

Coriolanus Cepio/Ceppio ‘코리올라누스 체피오’: 크로아티아어 Koriolan Ćipiko ‘코리올란 치피코’, 이탈리아어 Coriolano Cippico ‘코리올라노 치피코’,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령 달마티아(현 크로아티아) 인문학자.

Galicia ‘갈리치아’: 우크라이나어 Halychyna(Галичина) ‘할리치나’/폴란드어 Galicja ‘갈리치아’9, 중앙유럽과 동유럽,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걸친 지방. 참고로 에스파냐어 및 포르투갈어로 Galicia ‘갈리시아’라고 부르는 이베리아반도 지방의 고대부터 쓰인 라틴어 이름은 Gallaecia ‘갈라이키아’이므로 라틴어 이름 기준으로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갈리치아와 구별된다.

Georgius Benignus de Salviatis ‘게오르기우스 베니그누스 데살비아티스’: 크로아티아어 Juraj Dragišić ‘유라이 드라기시치’, 이탈리아어 Giorgio Benigno Salviati ‘조르조 베니뇨 살비아티’, 스레브레니차(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15~16세기 크로아티아 성직자·인문학자.

Gerardus ‘게라르두스’: 헝가리어 Gellért ‘겔레르트’, 11세기 베네치아 출신 헝가리 성직자.

Gisella ‘기셀라’: 헝가리어 Gizella ‘기젤라’/독일어 Gisela ‘기젤라’, 독일 출신 헝가리 왕후.

Hildegard[is] Bingensis ‘빙기움(Bingium)의 힐데가르드’: 독일어 Hildegard von Bingen ‘빙겐의 힐데가르트’, 12세기 독일 수녀원장·작곡가·철학자.

Johannes Aepinus ‘요한네스 에피누스’: 독일어 ‘요하네스 에피누스’, 본명 Johann Hoeck ‘요한 회크’, 16세기 독일 신학자.

Joannes Baptista Horváth ‘요안네스 밥티스타 호르바트’: 헝가리어 Horváth Keresztély János ‘호르바트 케레스테이 야노시’,  18세기 헝가리 물리학 교재 저자.

Leonhardus Eulerus ‘레온하르두스 에울레루스’: 독일어 ‘레온하르두스 오일레루스’, 본명 Leonhard Euler ‘레온하르트 오일러’,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Marcellus ‘마르첼루스’: 헝가리어 Marcell ‘마르첼’, 11~12세기 헝가리 성직자.

Matthias Corvinus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헝가리어 Hunyadi Mátyás ‘후냐디 마차시’10/크로아티아어 Matija Korvin ‘마티야 코르빈’, 15세기 헝가리·크로아티아 왕.

Matthias Flacius Illyricus ‘마티아스 플라치우스 일리리쿠스’: 크로아티아어 Matija Vlačić Ilirik ‘마티야 블라치치 일리리크’, 이탈리아어 Mattia Flacio Illirico ‘마티아 플라초 일리리코’, 16세기 이스트라(현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독일어권에서 주로 활동한 신학자.

Nicolaus Copernicus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독일어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또는 Niklas Koppernigk ‘니클라스 코페르니크’, 폴란드어 Mikołaj Kopernik ‘미코와이 코페르니크’, 15~16세기 폴란드령 프로이센 천문학자.

Nicolaus Cusanus ‘니콜라우스 쿠사누스(쿠사의 니콜라우스)’: 독일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또는 Nikolaus von Kues ‘니콜라우스 폰쿠스(쿠스의 니콜라우스)’, 15세기 독일 철학자.

Paracelsus ‘파라첼수스’: 독일어 ‘파라첼주스’, 16세기 스위스 의사.

Petrus Cresimir ‘페트루스 크레시미르’: 크로아티아어 Petar Krešimir ‘페타르 크레시미르’, 11세기 크로아티아·달마티아 왕.

Philippus Melanchthon ‘필리푸스 멜랑크톤’: 독일어 Philipp Melanchton ‘필리프 멜란히톤’, 본명 Philipp Schwartzerdt ‘필리프 슈바르체르트’, 16세기 독일 신학자.

Regino Prumiensis ‘레기노 프루미엔시스(프루미아의 레기노)’: 독일어 Regino von Prüm ‘레기노 폰프륌(프륌의 레기노)’, 9~10세기 독일 성직자·역사가.

Regiomontanus ‘레기오몬타누스’: 독일어 본명 Johannes Müller von Königsberg ‘요하네스 뮐러 폰쾨니히스베르크(쾨니히스베르크의 요하네스 뮐러)’, 15세기 독일 수학자.

Sigismundus Gelenius ‘시기스문두스 겔레니우스’: 체코어 Zikmund Hrubý z Jelení ‘지크문트 흐루비 스옐레니’, 16세기 보헤미아 인문학자.

Venceslaus ‘벤체슬라우스’: 체코어 Václav ‘바츨라프’, 10세기 보헤미아 공.

Vladimirus Monomachus ‘블라디미루스 모노마쿠스’: 우크라이나어 Volodymyr Monomakh(Володимир Мономах) ‘볼로디미르 모노마흐’/러시아어 Vladimir Monomakh(Владимир Мономах), 11~12세기 키예프 대공.

북유럽형 라틴어 표기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에서는 라틴어를 읽을 때 보통 전설 모음 앞의 c, g를 각각 [s] ‘ㅅ’, [ɡ] ‘ㄱ’로 발음한다. 일상어에서 전설 모음 앞의 g는 [j] ‘이’로 변한 경우가 많지만 라틴어를 읽을 때에는 보통 [ɡ] ‘ㄱ’를 쓴다. 네덜란드어에서도 전설 모음 앞의 c는 [s] ‘ㅅ’로 발음하는데 g는 위치에 상관 없이 [ɣ] ‘ㅎ’로 발음하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ㅎ’으로 적는다. 하지만 네덜란드어권에서 쓰인 중세 라틴어의 한글 표기에서는 이를 특별히 반영하지 않고 ‘ㄱ’으로 적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네덜란드어와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핀란드어 등에서 철자 w는 순치 접근음 [ʋ] 또는 유성 순치 마찰음 [v]로 발음하므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ㅂ’으로 적으므로 중근세 라틴어의 w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철자 w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 언어에서도 원래 발음은 [w]로 재구된다. 대략 16세기 이전에 쓰인 중세 네덜란드어 및 고대 스웨덴어에서도 w의 음가가 아직 [w]였다고 생각되며 스웨덴어 일부 방언에서는 근대까지도 [w]가 보존되었다.

오늘날 북유럽이라 하면 보통 네덜란드어권을 포함하지 않지만 북유럽 르네상스라는 용어에는 네덜란드어권이 포함되므로 이 표기 방식을 북유럽형이라고 이름붙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천체 이름에서는 왜행성 Ceres는 ‘세레스’로 쓰고 토성의 위성인 Enceladus는 표준 표기인 ‘엔켈라두스'(원칙에 따르면 ‘엥켈라두스’) 대신 ‘엔셀라두스’로 쓰는 등 전설 모음 앞의 c는 ‘ㅅ’으로 적는데 항성 Algenib와 Rigel은 ‘알게니브’, ‘리겔’로 각각 적는 등 전설 모음 앞의 g는 ‘ㄱ’으로 적는 것을 보면 천문학에서 쓰는 라틴어 표기도 대체로 북유럽형을 따르는 느낌이다. 물론 이는 우연일 것이다.

Abraham Ortelius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 네덜란드어 ‘아브라함 오르텔리위스’, 본명 Abraham Ortels ‘아브라함 오르텔스’11, 16세기 합스부르크령 네덜란드의 브라반트(현 벨기에) 지리학자.

Adam Afzelius ‘아담 아프젤리우스’: 스웨덴어 ‘아담 아프셀리우스’, 18~19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스웨덴어 철자 z는 원래 [ts]를 나타냈으나 현대 스웨덴어에서 [s]로 발음이 바뀌었다. 근대 인물이므로 스웨덴어 발음에 따른 표기 ‘아담 아프셀리우스’를 우선시한다.

Albertus Pictor ‘알베르투스 픽토르’: 스웨덴어 ‘알베르투스 픽토르’ 또는 Albert målare ‘알베르트 몰라레(화가 알베르트)’, 15~16세기 독일 출신의 스웨덴 화가.

Andreas Vesalius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네덜란드어 본명 ‘안드레아스 베살리위스’12, 본명 Andries van Wesele ‘안드리스 반베젤레’13, 16세기 합스부르크령 네덜란드 브뤼셀(현 벨기에) 해부학자.

Arngrimus Jonas ‘아른그리무스 요나스’: 아이슬란드어 Arngrímur Jónsson ‘아르든그리뮈르 욘손’, 16~17세기 아이슬란드 학자.

Carolus Linnaeus ‘카롤루스 린네우스’: 스웨덴어 Carolus Linnæus ‘카롤루스 린네우스’, 본명 Carl Linnæus ‘칼 린네우스’, 작위 수여 이후 Carl von Linné ‘칼 폰린네’,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Cornelius Jansenius ‘코르넬리우스 얀세니우스’: 네덜란드어 ‘코르넬리위스 얀세니위스’, 본명 Cornelius Jansen ‘코르넬리위스 얀센’14, 16~17세기 네덜란드 신학자.

Desiderius Erasmus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네덜란드어 ‘데지데리위스 에라스뮈스’15, 15~16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Erycius Puteanus ‘에리시우스 푸테아누스’: 네덜란드어 ‘에리시위스 퓌테아뉘스’, 본명 Eric de Put ‘에릭 데퓟’16, 16~17세기 네덜란드 인문학자.

Gerardus Mercator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 네덜란드어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 본명 Geert de Kremer ‘헤르트 데크레메르’17, 16세기 합스부르크령 네덜란드의 플랑드르(벨기에) 지리학자.

Gustavus Adolphus ‘구스타부스 아돌푸스’: 스웨덴어 Gustav Adolf ‘구스타브 아돌프’, 17세기 스웨덴 왕.

Hugo Grotius ‘후고 그로티우스’: 네덜란드어 Hugo de Groot ‘휘호 데흐로트’18, 16~17세기 네덜란드 인문학자.

Jacobus Arminius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 네덜란드어 ‘야코뷔스 아르미니위스’, 본명 Jakob Hermanszoon ‘야콥 헤르만스존’19, 16~17세기 네덜란드 신학자.

Johannes Browallius ‘요한네스 브로왈리우스’: 스웨덴어·핀란드어 ‘요한네스 브로발리우스’, 본명 Johan Browallius ‘요한 브로발리우스’ 또는 Johan Browall ‘요한 브로발’, 18세기 스웨덴령 핀란드 신학자·식물학자.

Johannes Cocceius ‘요한네스 콕세이우스’: 네덜란드어 Johannes Coccejus ‘요하네스 콕세유스’, 본명 Johannes Coch ‘요하네스 코흐’, 17세기 독일 태생 네덜란드 신학자.

Johannes Placentius ‘요한네스 플라센티우스’: 네덜란드어 Johan Struven ‘요한 스트뤼벤’20/프랑스어 Jean le Plaisant ‘장 르플레장’, 16세기 합스부르크령 네덜란드 리에주 주교령(현 벨기에) 시인.

Justus Lipsius ‘유스투스 립시우스’: 네덜란드어 ‘유스튀스 립시위스’, 본명 Joost Lips ‘요스트 립스’, 16~17세기 에스파냐령 네덜란드 브라반트(현 벨기에) 철학자.

Ludovicus Holbergius ‘루도비쿠스 홀베르기우스’: 노르웨이어 Ludvig Holberg ‘루드비 홀베르그’, 18세기 덴마크·노르웨이(현 노르웨이) 극작가.

Michaël Agricola ‘미카엘 아그리콜라’: 핀란드어·스웨덴어 Mikael Agricola ‘미카엘 아그리콜라’, 16세기 스웨덴령 핀란드 성직자.

Oligerus Jacobaeus ‘올리게루스 야코베우스’: 덴마크어 Holger Jacobæus ‘홀게르 야코베우스’, 17세기 덴마크 의사.

Petrus Kenicius ‘페트루스 케니시우스’: 스웨덴어 ‘페트루스 케니시우스’, 본명 Peter Königsson ‘페테르 쾨닉손’, 16~17세기 스웨덴 성직자.

Petrus Scriverius ‘페트루스 스크리베리우스’: 네덜란드어 ‘페트뤼스 스크리베리위스’, 본명 Peter Schrijver ‘페테르 스흐레이베르’21, 16~17세기 네덜란드 역사학자.

Olaus Wormius ‘올라우스 워르미우스’: 덴마크어 Ole Worm ‘올레 보름’, 16~17세기 덴마크 의사.

Saxo Grammaticus ‘삭소 그람마티쿠스’: 덴마크어 ‘삭소 그라마티쿠스’, 본명 Sakse ‘삭세’, 12~13세기 덴마크 역사가.

Snorro Sturlaeus ‘스노로 스투를레우스’: 고대 노르드어 Snorri Sturluson ‘스노리 스투를루손’, 아이슬란드어 Snorri Sturluson ‘스노리 스튀르들뤼손’, 12~13세기 아이슬란드 역사가.

Sunniva ‘순니바’: 고대 노르드어 Sunnifa ‘순니바’, 10세기 아일랜드 출신 노르웨이 성녀.

Tycho Brahe ‘티코 브라헤’: 덴마크어 Tyge Brahe ‘튀게 브라에’22, 16세기 덴마크 천문학자.

Willebrordus Snellius ‘윌레브로르두스 스넬리우스’: 네덜란드어 ‘빌레브로르뒤스 스넬리위스’ 또는 Willebrord Snel van Royen ‘빌레브로르트 스넬 반로이엔’23, 16~17세기 네덜란드 천문학자.

동로마형 라틴어 표기

중세에도 로마 제국은 존속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동로마 제국은 천 년 가까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마 제국 각지에서는 통속 라틴어가 일상어로 정착한 것과 달리 동로마 제국에서는 라틴어가 군사와 법률 등 특정 분야에서만 주로 쓰였기 때문에 620년에는 라틴어 대신 그리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였다. 그러므로 이 해부터 동로마 제국 관련 고유명사는 그리스어 형태를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세에도 동로마 제국 및 동방 교회의 영향권에 있던 레반트, 이집트, 누비아(수단 북부와 이집트 남부) 등 여러 지역의 이름 가운데 그리스어 대신 라틴어 형태로 전해지는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표기 기준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리스어에도 원래 [k] ‘ㅋ’, [ɡ] ‘ㄱ’로만 발음되던 카파 k(κ), 감마 g(γ)가 중세 그리스어에 이르러 전설모음 앞에서 [c] ‘ㅋ’, [ʝ] ‘이’로 각각 발음이 바뀌어 현대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c]는 ‘ㅋ’으로 적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ʝ]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야’, ‘예’ 등으로 적는 것이 적어도 현대 그리스어의 표기에서는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그리스어를 옮긴 라틴어에서 c, g는 위치에 상관 없이 각각 [k] ‘ㅋ’, [ɡ] ‘ㄱ’로 처리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당시 동방 교회의 영향권에서 쓰인 언어인 이집트의 콥트어, 누비아의 고대 누비아어 등에서도 그리스어의 카파와 감마에 해당하는 음이 이런 발음 변화 없이 전설 모음 앞에서도 동일하게 발음되었다.

그러니 동로마식 중세 라틴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c, g는 고대 라틴어와 똑같이 적게 된다. ae, oe를 ‘에’로 적는 점만이 고대 라틴어와 다르다. 이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ai(αι), oi(οι)는 중세 그리스어에서 각각 [e] ‘에’, [y] ‘위’로 발음되었으며 후자는 중세 후기에 [i] ‘이’로 바뀌어 현대 그리스어에 이른다. 그러니 중세 라틴어 ae ‘에’와 중세 이후 그리스어 ai ‘에’의 표기는 일치하는데 중세 라틴어 oe ‘에’와 중세 이후 그리스어 oi ‘이’의 표기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에타 i(η)도 라틴어식으로는 e ‘에’, 중세 이후 그리스어식으로는 i ‘이’가 되므로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모음 표기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 예시에서는 중세 그리스어를 일단 현대 그리스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했다. 하지만 동로마 제국 때의 그리스어를 고대 그리스어와 현대 그리스어 가운데 어느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할지는 양쪽이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더 의논이 필요한 문제이다.

Abraham ‘아브라함’: 그리스어 Avraám(Αβραάμ) ‘아브라암’, 10세기 시리아 출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콥트 정교회 교황.

Angelus Vergecius ‘앙겔루스 베르게키우스’: 그리스어 Ángelos Vergékios(Άγγελος Βεργέκιος) ‘앙겔로스 베르예키오스’, 이탈리아어 Angelo Vergecio ‘안젤로 베르제초’, 프랑스어 Ange Vergèce ‘앙주 베르제스’, 16세기 그리스 크레타섬 출신으로 베네치아 공화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서기.

Basilius Bessarion ‘바실리우스 베사리온’: 그리스어 Vasíleios Vissaríon(Βασίλειος Βησσαρίων) ‘바실리오스 비사리온’, 15세기 아나톨리아 출신 가톨릭교 성직자, 콘스탄티노폴리스 라틴 총대주교.

Benjamin ‘벤야민’: 그리스어 Veniamín(Βενιαμίν) ‘베니아민’, 7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콥트 정교회 교황.

Cyriacus ‘키리아쿠스’: 그리스어 Kyriákos(Κυριάκος) ‘키리아코스’, 8세기 누비아 왕.

Gemistus Pletho ‘예미스투스 플레토’: 그리스어 Gemistós Plíthon(Γεμιστός Πλήθων) ‘예미스토스 플리톤’, 14~15세기 동로마 제국 철학자.

Gennadius Scholarius ‘겐나디우스 스콜라리우스’: 그리스어 Gennádios Scholários(Γεννάδιος Σχολάριος) ‘예나디오스 스홀라리오스’, 15세기 동로마 제국·오스만 제국 철학자·성직자,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

Georgius Elmacin[us] ‘게오르기우스 엘마킨’: 문어체 아랍어 Jirjis al-Makīn جرجس المكين‎ ‘지르지스 마킨’, 13세기 이집트 역사가.

Georgius Trapezuntius ‘게오르기우스 트라페준티우스(트라페주스의 게오르기우스)’: 그리스어 Geórgios Trapezoúntios(Γεώργιος Τραπεζούντιος) ‘예오르요스 트라페준디오스(트라페주스의 예오르요스)’, 15세기 그리스 크레타섬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철학자.

Joannes Cinnamus ‘요안네스 킨나무스’: 그리스어 Ioánnis Kínnamos(Ιωάννης Κίνναμος) ‘이오아니스 키나모스’, 12세기 그리스 역사가.

Joannes Geometres ‘요안네스 게오메트레스’: 그리스어 Ioánnis Geométris(Ιωάννης Γεωμέτρης) ‘이오아니스 예오메트리스’, 10세기 동로마 제국 시인.

Leo Choerosphactes ‘레오 케로스팍테스’: 그리스어 Léon Choirosfáktis(Λέων Χοιροσφάκτης) ‘레온 히로스팍티스’, 9~10세기 동로마 제국 외교관.

Nicaea 帝國 ‘니케아 제국’: 제4차 십자군 이후 니케아를 중심으로 한 동로마 제국의 계승국 가운데 하나(1204~1261).

Nicephorus Bryennius ‘니케포루스 브리엔니우스’: 그리스어 Nikifóros Vryénnios(Νικηφόρος Βρυέννιος) ‘니키포로스 브리에니오스’, 11~12세기 동로마 제국 군인·정치가·역사가.

Nicetas Choniates ‘니케타스 코니아테스’: 그리스어 Nikítas Choniátis(Νικήτας Χωνιάτης) ‘니키타스 호니아티스’, 12~13세기 동로마 제국 역사가.

Presbyter Johannes ‘프레스비테르 요한네스(장로 요한네스)’: 사제왕 요한, 즉 중세 전설에서 동방 어딘가에 있다는 기독교 왕국의 왕.

Theodora Ducaena Palaeologina ‘테오도라 두케나 팔레올로기나’: 그리스어 Theodóra Doúkaina Palaiologína(Θεοδώρα Δούκαινα Παλαιολογίνα) ‘테오도라 두케나 팔레올로이나’, 13~14세기 동로마 제국 황후.

Varang[i] ‘바랑그’: 그리스어 Várang[oi](Βάραγγοι) ‘바랑그’, 동로마 제국에서 바이킹을 부른 이름.

교회 라틴어의 한글 표기

중세 라틴어의 영향을 버리고 고전 라틴어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14~15세기의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 쓰인 라틴어는 신라틴어라고 부른다. 16~17세기 신라틴어는 학술과 교육, 외교 분야에서 활발히 쓰였으나 점차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 근대 국어에 밀려나 20세기에 들어서는 라틴어로 글을 쓰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오늘날 그나마 라틴어가 많이 쓰이고 있는 곳은 로마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 분야이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라틴어를 전례 언어로 쓸 때 보통 각 지역의 전통 발음을 따랐지만 19세기 후반부터는 이탈리아식 교회 라틴어(Ecclesiastical Latin) 발음을 쓰는 것이 상당히 보편화되었다. 그러니 로마 가톨릭 교회나 성공회와 관련된 라틴어 단어나 구절을 한글로 표기할 때는 교회 라틴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 라틴어 발음은 이탈리아에서 쓰는 발음에서 나왔으므로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와 관련하여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전설 모음 앞 c와 g는 각각 [ʧ], [ʤ]로 발음되며 ae, oe는 e와 합쳐져 [ɛ], [e]로 발음되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대 라틴어 발음과 달라지는 부분이 더 있다. 우선 전설 모음 앞의 sc는 [ʃː]로 발음되므로 sce ‘셰’, sci ‘시’와 같이 적는다. 마찬가지로 전설 모음 앞의 xc는 [kʃ]로 발음되므로 xce ‘ㄱ셰’, xci ‘ㄱ시’로 적는다. gn는 [ɲː]로 발음되므로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냐’, ‘녜’ 등으로 적는다. 모음 앞의 ti는 강세가 주어지거나 s나 t, x 뒤에 오지 않는 한 [ʦi]로 발음되므로 ‘치’로 적는다. h는 보통 묵음이며 mihi, nihil 등 일부 단어에서 [k]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한글 표기에서는 언제나 묵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모음 사이의 s는 [z]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탈리아어의 한글 표기에서도 [z]로 발음되는 s를 ‘ㅅ’으로 적으므로 교회 라틴어의 모음 사이 s도 ‘ㅅ’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탈리아어에서 z는 [ʦ] 또는 [ʣ]로 발음되며 외래어 표기법에서 ‘ㅊ’으로 통일하는 반면 교회 라틴어에서는 보통 [ʣ]로 발음하므로 고대 라틴어의 표기에서처럼 ‘ㅈ’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쓰는 라틴어 전례문, 발표문 등은 교회 라틴어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이 적합하다. 요즘에는 성공회에서도 교회 라틴어 발음을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어권의 루터교 등 개신교에서는 아직 독일어식 전통 라틴어 발음을 흔히 쓴다.

그런데 정작 교황 이름과 같은 로마 가톨릭 세례명은 전통적으로 쓰이는 한국 천주교 통용 표기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 표기 방식을 적용할 일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현 교황은 Franciscus를 교회 라틴어식으로 쓴 ‘프란치스쿠스’ 대신 천주교 통용 표기를 따라 ‘프란치스코’라고 부른다.

아래 예 가운데 ‘아뉴스^데이(Agnus Dei)’, ‘레지오^마리에(Legio Mariae)’는 교회 라틴어 발음대로 표기한 것이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표제어로 실려있다.

Acta Apostolicae Sedis ‘악타 아포스톨리체 세디스’: 성좌(바티칸 시국)의 공식 공보 《사도좌관보》의 원제.

Agnus Dei ‘아뉴스 데이’: ‘하느님의 어린 양’을 뜻하는 미사 전례곡.

Dies irae ‘디에스 이레’: 늦어도 13세기에 지어진 라틴어 찬송가 〈진노의 날〉의 원제.

Ecce homo ‘에체 오모’: 요한 복음서에서 유대 지방의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가 무리 앞에서 예수를 가리키면서 한 말 ‘이 사람을 보라’.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 ‘피아트 미이 세쿤둠 베르붐 투움’: 루카 복음서에서 마리아가 수태고지, 즉 예수를 낳을 것이라는 고지를 받은 후 ‘당신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고 한 기도문.

Fides et ratio ‘피데스 에트 라치오’: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발표한 회칙 〈신앙과 이성〉의 원제.

Gloria in excelsis Deo ‘글로리아 인 엑셸시스 데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을 뜻하는 찬미가 〈대영광송〉의 원제.

Habemus Papam ‘아베무스 파팜’: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 선포문.

Legio Mariae ‘레지오 마리에’: ‘성모 마리아의 군단’이란 뜻의 가톨릭 교회 평신도 조직.

Simeon Evodius ‘시메온 에보디우스’: 문어체 아랍어 Simʿān ʿAwwād سمعان عواد‎ ‘시만 아우와드’, 18세기 레바논 마론파 성직자·역사가.

중세 이후 라틴어 일반 용어의 한글 표기

지금까지 본 것처럼 중근세 라틴어 고유명사의 표기는 각 지역의 발음 차이를 반영하고 가톨릭 교회와 성교회 관련 라틴어 표기도 교회 라틴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중세 이후에 쓰인 구호나 작품명 등에서 중세 이후의 다른 언어에서 온 고유명사를 포함하지 않고 교회와 별 관련이 없으며 단순히 그리스어·라틴어식 어휘와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 고유명사만 쓰는 경우는 한 특별히 지역에 따른 발음 차이를 두거나 교회 라틴어 발음을 따를 이유가 없다. 이런 경우 고대 라틴어의 표기 방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만약 이런 중세 이후의 라틴어 일반 용어 가운데 중세 이후 언어에서 온 고유명사가 있다면 그 부분만 앞서 묘사한 중근세 라틴어 고유명사 표기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 이런 경우에도 라틴어식 격어미는 고대 라틴어의 표기 방식을 따른다. 예를 들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걸친 Galicia는 중앙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에 따라 ‘갈리치아’로 적으므로 ‘갈리치아의 역사’를 뜻하는 historia Galiciae에서도 어간 Galici-를 ‘갈리치’로 적되 속격어미 -ae는 고대 라틴어식 ‘아이’로 적어 ‘히스토리아 갈리치아이’로 쓸 수 있다.

Annales Ceccanenses ‘안날레스 체카넨세스’: 12~13세기에 이탈리아 체카노 근처에서 쓰인 세계사《체카노 편년사》. 현대 이탈리아어의 Ceccano ‘체카노’에 해당하는 지명 Ceccanum은 중세부터 쓰였으므로 이탈리아형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에 따라 ‘체카눔’으로 적는다.

anno Hegirae ‘안노 헤지라이’: ‘헤지라의 해’, 즉 622년의 헤지라를 기원으로 하는 이슬람력으로 센 해. Hegira ‘헤지라’는 어간 Hegir-에만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를 적용하고 속격 어미 -ae는 고대 라틴어식 ‘아이’로 적는다.

Cenodoxus ‘케노독수스’: 1602년에 출판된 독일 극작가 야코프 비더만(Jacob Biedermann)의 희곡. Cenodoxus는 프랑스 파리의 의사인 주인공 이름인데 고대 그리스어로 ‘자만한’, ‘허영심이 강한’을 뜻하는 kenódoxos(κενόδοξος) ‘케노독소스’에서 온 알레고리성 이름이다. 독일인의 작품이므로 중앙유럽형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인 ‘체노독수스’를 쓰거나 극중 배경을 고려하여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인 ‘세노독수스’로 적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Citius, Altius, Fortius ‘키티우스, 알티우스, 포르티우스’: 근대 올림픽 운동의 표어인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Crymogaea sive rerum Islandicarum ‘크리모가이아 시베 레룸 이슬란디카룸’: 1609년에 처음 출판된 아이슬란드 학자 아르든그리뮈르 욘손의 아이슬란드 역사책 《얼음의 땅 혹은 아이슬란드에 관하여》. Islandic-는 고대 노르드어 및 아이슬란드어 Ísland ‘이슬란드’에서 온 라틴어 형용사형이니 북유럽형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로 써야 하겠지만 고대 라틴어식 표기와 차이가 없다.

Fluctuat nec mergitur ‘플룩투아트 네크 메르기투르’: 적어도 16세기부터 쓰인 프랑스 파리의 라틴어 구호. ‘(파도에) 흔들리더라도 가라앉지 않는다’를 뜻한다.

Gesta comitum Barcinonensium ‘게스타 코미툼 바르키노넨시움’: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집성된 바르셀로나 백작령 역사책 《바르셀로나 백작들의 사적》. Barcino ‘바르키노’는 고대부터 쓰인 바르셀로나의 라틴어 이름이므로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식 표기인 ‘바르시노’를 쓰지 않는다.

Harmonices Mundi ‘하르모니케스 문디’: 1619년에 출판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천문서 《세계의 조화》.

Historia Norwegiae ‘히스토리아 노르웨기아이’: 12세기 또는 13세기에 쓰인 것으로 생각되는 역사책 《노르웨이의 역사》. Norwegia ‘노르웨기아’는 어간 Norwegi-에만 북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를 적용하고 속격 어미 -ae는 고대 라틴어식 ‘아이’로 적는다.

Historia Roderici ‘히스토리아 로데리키’: 12세기에 쓰인 것으로 생각되는 로드리고 디아스(Rodrigo Díaz) 즉 엘시드(El Cid) 전기 《로데리쿠스 이야기》. Rodericus ‘로데리쿠스’는 어간 Roderic-에만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를 적용하여 속격어미 -i가 붙은 Roderici는 ‘로데리시’ 대신 ‘로데리키’로 적는다.

Legenda aurea ‘레겐다 아우레아’: 1259~1266년 무렵 야코부스 데보라지네가 편집한 성인전 《황금 전설》.

Liber Abaci ‘리베르 아바키’: 1202년에 출판된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의 수학서 《산반서》.

Magna Carta ‘마그나 카르타’: 1215년의 잉글랜드 대헌장.

Oedipus Aegyptiacus ‘오이디푸스 아이깁티아쿠스’: 1652~1654년에 출판된 독일 학자 아타나지우스 키르허의 이집트학서 《이집트인 오이디푸스》. Oedipus ‘오이디푸스’와 Aegyptus ‘아이깁투스’ 모두 고대부터 쓰인 고유명사이다.

Oedipus rex ‘오이디푸스 렉스’: 1927년에 초연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오이디푸스 왕》. Oedipus ‘오이디푸스’는 고대부터 쓰인 고유명사이다.

Principia Mathematica ‘프링키피아 마테마티카’: 1687년에 출판된 영국 물리학자 뉴턴의 물리학서24 또는 1910~1913년에 출판된 영국 수학자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수학에 관한 공저 《수학적 원리》.

Thesaurus Linguae Latinae ‘테사우루스 링과이 라티나이’: 1894년에 스위스 고전학자 에두아르트 뵐플린(Eduard Wölfflin)이 시작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고대부터 7세기까지의 라틴어 대사전《라틴어 보고(寶庫)》.

Vita Aedwardi Regis ‘비타 에드와르디 레기스’: 1067년경 기록된 잉글랜드 역사서 및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전기《에드워드 왕의 생애》. 영어 Edward ‘에드워드’에 해당하는 Aedwardus는 서유럽형 중근세 라틴어 표기로 ‘에드와르두스’로 적는다.

라틴어 전문 용어의 한글 표기

라틴어는 오늘날에도 해부학 용어, 법정 용어 등 전문 분야에 쓰이는 용어에 계속 쓰이고 있다. 특히 생물의 분류에 쓰이는 학명은 라틴어식으로 짓는 것이 원칙이다. 학명에 쓰이는 어근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사용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하지만 발견자나 발견 지역의 이름을 학명에 넣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온갖 언어가 학명에 쓰인다. 예를 들어 신증후성 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타바이러스과를 이르는 Hantaviridae는 한국의 ‘한탄강’에서 이름을 땄다.

원래의 이름을 최대한 라틴어에 어울리게 바꾸기도 하지만 라틴어와 동떨어진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쓰거나 라틴어식 접미사만 달랑 붙이는 일도 흔하다. 기본 로마자로 쓸 수 있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원칙이 없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중국에서 발견된 한 공룡은 Chuanqilong chaoyangensis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속 이름은 ‘전설의 용’을 뜻하는 중국어 傳奇龍/传奇龙(chuánqílóng) ‘취안치룽’의 한어 병음을 그대로 땄고 종 이름은 발견지인 朝陽/朝阳(Cháoyáng) ‘차오양’의 한어 병음에 라틴어 접미사 -ensis를 붙인 것이다. 그러니 마치 고대 라틴어인 것처럼 ‘*쿠앙킬롱그 카오이앙겐시스’라고 읽는 것은 무의미하다. 속 이름을 한자음대로 읽어서 ‘전기룡’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라틴어식으로 읽는다면 자음 표기만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바꾸어 ‘추안칠롱 차오양겐시스’ 정도로 쓰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이런 전문 용어의 한글 표기는 간단한 원칙을 세우기 힘들고 융통성 있게 개별 표기를 정해야 할 것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