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한국어문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 《말과글 》 187호(2026년 여름)에 실렸던 것으로 해당 호는 여기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언제 받침을 쓰고 언제 ‘으’를 붙여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골동품을 이르는 antique는 ‘앤틱’과 ‘앤티크’로, 불매 운동을 이르는 boycott은 ‘보이콧’과 ‘보이코트’로 민간에서 표기가 혼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표준 표기는 ‘앤티크’와 ‘보이콧’이다(다만 ‘앤티크’는 골동품이 아니라 활자체의 하나를 가리키는 말로만 나온다).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세칙에서는 짧은 모음을 따르는 무성 파열음([p], [t], [k])이 어말이나 유음·비음([l], [r], [m], [n]) 이외의 자음 앞에 올 때만 받침으로 적고 그 외의 파열음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으’를 붙여 적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boycott [ˈbɔɪkɒt]에서는 짧은 모음 [ɒ] 뒤의 [t]를 받침으로 적고 antique [ˌænˈtiːk]에서는 긴 모음 [iː] 뒤의 [k]에 ‘으’를 붙여 적는다. 여담으로 예전에는 영어에서 antique를 [ˈæntɪk]으로 발음하기도 했으니 ‘앤틱’이라는 표기도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1
이처럼 앞의 모음과 유무성음 구분에 따라 받침으로 적거나 ‘으’를 붙이는 방식은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규정으로 도입되었다. 그 전의 표기 방식을 보면 조선어학회에서 1941년에 발표한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에서는 일률적으로 ‘으’를 붙이도록 하였고(예: 영어 episode ‘에피소드’, 독일어 Republik ‘레푸블리크’, 영어 club ‘클라브’, 영어 handbag ‘핸드배그’) 1952년에 문교부에서 제정한 〈들온말 적는 법〉에서는 모음 뒤에서 모두 받침으로 적도록 하였다(예: 영어 episode ‘에삐소욷’, 독일어 Republik ‘레푸불리익’, 영어 club ‘글럽’, 영어 hand-bag ‘핸드백’). 〈들온말 적는 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정착에 실패한 후 이를 대신하여 1958년에 문교부에서 공표한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에서는 두 방식 모두 허용하여 영어의 big ‘비그(빅)’, keep ‘키이프(키입)’, concert ‘콘서트(콘섯)’, make ‘메이크(메익)’, trick ‘트리크(트릭)’와 같은 복수 표기를 인정했다(괄호 안은 허용 표기). 이처럼 모호한 규정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명확한 표기 기준을 마련하는 시도가 계속되다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1983년에 펴낸 〈외래어 표기법 개정안〉에서 비로소 유성음과 무성음의 표기를 나누는 방식이 제안되어 현행 표기 규정으로 이어졌다.2
대신 이전 표기 규정에서는 언어를 특정하지 않은 데 비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의 표기에 한정하여 짧은 모음을 뒤따르는 무성 파열음만 받침으로 적고 나머지 경우에는 ‘으’를 붙이도록 했다. 독일어, 프랑스어 등에서는 어말 파열음에 모두 ‘으’를 붙여서 적도록 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파열음(破裂音, plosive)이라 부르는 음은 파열 단계가 아예 생략된 불파음도 포함하므로 여기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폐쇄음(閉鎖音, stop)으로 부르기로 한다. 또 규정에서는 유음·비음만 언급하지만 영어에서 자음으로 취급되는 반모음([j], [w]) 앞에서도 무성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지는 않으니 공명음(共鳴音, sonorant) 외의 자음, 즉 장애음(障礙音, obstruent) 앞에 올 때만 받침으로 적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영어의 어말이나 자음 앞 폐쇄음의 발음
한국어의 받침 ‘ㅂ’, ‘ㅅ’, ‘ㄱ’은 허파에서 나온 공기의 흐름이 막힌 후 파열되지 않고 폐쇄 단계에서 끝나는 불파음으로 발음된다. 국제 음성 기호로는 파열이 들리지 않는 음을 뜻하는 낫 모양의 부호를 붙여서 [p̚], [t̚], [k̚]으로 각각 적는다. 타이어,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에서도 음절말 폐쇄음은 불파음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2005년에 이들에 대한 표기 규정을 추가하면서 음절말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도록 했다.
반면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서는 어말 폐쇄음이 대개 파열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어말 폐쇄음에 언제나 ‘으’를 붙이는 것은 이 파열을 흉내 낸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어말 폐쇄음에 언제나 ‘으’를 붙여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는 다른 유럽 언어에 비해서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지 않을 확률이 유별나게 높다. 한국어의 받침처럼 필수적으로 불파음이 되지는 않더라도 영어의 어말 폐쇄음은 일반적인 발화에서 불파음으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 빈도는 음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1981년에 프랭크 파커와 토머스 월시는 영어에서 모음 뒤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가 바로 앞 모음에 달려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미국 영어 화자의 발성을 측정한 결과 [iː], [eɪ], [ɔː], [oʊ], [uː] 뒤에서는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는 비율이 83%에 달한 반면 [ɪ], [ɛ], [æ], [ɒ], [ʌ], [ʊ] 뒤에서는 17%에 그친 것이다.3 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무성 폐쇄음을 짧은 모음 뒤에서는 받침으로 적고 긴 모음이나 이중 모음 뒤에서는 ‘으’를 붙여 적도록 한 것은 이런 패턴을 흉내 낸 것이다.
파커와 월시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구별은 어말 유성 폐쇄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짧은 모음 뒤에서도 어말 유성 폐쇄음은 받침으로 적지 않고 ‘으’를 붙여 적게 했는데 이는 아마도 원어의 유성음을 한글 표기에서도 보존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한국어에서 받침 ‘ㅂ’, ‘ㅅ’, ‘ㄱ’은 무성음 [p̚], [t̚], [k̚]으로 발음되지만 예사소리는 공명음 사이에서 유성음으로 실현되므로 모음을 따르는 ‘브’, ‘드’, ‘그’는 [bɯ], [dɯ], [ɡɯ]로 실현된다.
그러나 유성 폐쇄음이 파열되지 않으면 유성음 발음에 필요한 성대 진동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청각적으로 무성 폐쇄음과 구별하기가 힘들어진다. 대신 음절말 자음이 모음의 길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성음인지 무성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파음을 쓰는 영어 tap [ˈtæp]과 tab [ˈtæb]의 구별은 [p̚]와 [b̚]의 미세한 차이보다는 tap보다 tab의 모음이 더 길게 발음되는 것에 의존한다. 그러니 한국어 화자의 입장에서 짧은 모음을 뒤따르는 유성 폐쇄음은 ‘으’를 붙여서 유성음을 보존하기보다는 받침으로 적어 파열이 없는 것을 흉내내는 것이 원어 발음에 더 가깝게 들린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태브(tab)’가 표제어로 수록되어 있지만 일반에서는 tab도 tap처럼 ‘탭’으로 쓰는 일이 흔하다.
파커와 월시의 연구는 영어의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만 다루었지만 영어의 어중 자음군에서는 일반적으로 첫 자음의 파열이 따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첫 자음이 불파음이라서가 아니라 뒤따르는 자음의 발음과 겹쳐서 들리지 않는 것이지만 아무튼 국제 음성 기호로는 불파음처럼 [p̚], [b̚] 등으로 적으며 한국어의 받침과 비슷하게 들린다. 반면 러시아어에서는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이 연이을 경우 보통 첫 자음이 먼저 파열된 후에 뒤따르는 자음이 발음된다. 그래서 водка(vodka) [ˈvotkə]는 현행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봇카’로 적지만 [t]의 파열로 인해 ‘보트카’ 내지 ‘보뜨까’에 가깝게 들릴 수 있다.
현행 규정에서 예외로 처리된 표기 용례
앞서 본 club ‘클럽’, handbag ‘핸드백’처럼 현행 규정의 도입 이후에도 어말이나 자음 앞의 폐쇄음을 규정과 다르게 처리한 예는 많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된 해인 1986년에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의 전신)이 발간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 이미 영어권 지명 New York [n(j)u-ˈjɔːrk] ‘*뉴욕’, Winnipeg [ˈwɪnɪpɛɡ, -ə-] ‘*위니펙’ 및 영어권 인명 Hobbes [ˈhɒbz] *홉스, Pitt [ˈpɪt] ‘*피트’, Shakespeare [ˈʃeɪkspɪər] ‘셰익스피어’, Watt [ˈwɒt] ‘*와트’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셰익스피어’에는 관용 표기임을 나타내는 별표(*)를 붙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규범에 따르면 ‘셰이크스피어’라고 적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일반 용어 가운데서도 big [ˈbɪɡ] ‘빅’, jab [ˈdʒæb] ‘잽’, farad [ˈfærəd] ‘패럿’ 등 유성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은 것과 group [ˈɡruːp] ‘그룹’, out [ˈaʊt] ‘아웃’ 등 긴 모음 또는 이중 모음을 뒤따르는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는 것이 관용 표기로 인정되었다. 반대로 check [ˈtʃɛk] ‘체크’, hip [ˈhɪp] ‘히프’, jet [ˈdʒɛt] ‘제트’ 등에서는 짧은 모음 뒤의 어말 무성 폐쇄음에 ‘으’를 붙인 표기가 관용 표기로 인정되었다. 이들은 주로 영어에서 한 음절인 단어를 들여온 것으로 일본어에서 チェック[chekku] ‘체쿠’, ヒップ[hippu] ‘히푸’, ジェット[jetto] ‘제토’ 등으로 쓰는 것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형태로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면 자음 앞 및 어말 폐쇄음이 규정과 차이가 나는 관용 표기는 대부분 규정에서 ‘으’를 붙이도록 한 것을 받침으로 쓴 것이다.
1991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는 총 164차례 회의를 개최하여 시사 용어를 위주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 한글 표기를 심의했다. 역대 외래어 심의회 결정 사항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짧은 모음 뒤의 [b]도 대체로 규범을 따라 ‘브’로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1995~1996년에는 web을 ‘웹’으로, Jacob을 ‘제이컵’으로 적은 것 외에는 Bob ‘보브’, Gibson을 ‘기브슨’, Cubs ‘커브스’ 등에서 [b]를 ‘브’로 적었다.
짧은 모음을 따르는 장애음 앞·어말 [b] 관련 주요 역대 외래어 심의회 결정
| 회의 | 원문 표기 | 한글 표기 |
|---|---|---|
| 제8차(1995. 7. 14.) | web | 웹 ※ ‘웨브’를 변경함 |
| 제8차(1995. 7. 14.) | Dole, Bob | 돌, 보브 ※‘돌, 밥’으로 수정(제25차) |
| 제10차(1996. 3. 22.) | Hope, Bob | 호프, 보브 ※‘호프, 밥’으로 수정(제25차) |
| 제11차(1996. 5. 16) | Gibson, Mel | 기브슨, 멜 ※‘깁슨, 멜’로 수정 |
| 제11차(1996. 5. 16) | Chicago Cubs | 시카고 커브스 ※‘시카고 컵스’로 수정 |
| 제13차(1996. 9. 16.) | JACOB | 제이컵 |
| 제18차(1997. 9. 24.) | Jobs, Steve | 잡스, 스티브 |
| 제25차(1998. 12. 25.) | Bush, Jeb | 부시, 젭 |
| 제25차(1998. 12. 25.) | Livingston, Robert L. “Bob” | 리빙스턴, 로버트 “밥” |
| 제25차(1998. 12. 25.) | Rehnquist, William Hubbs | 렌퀴스트, 윌리엄 헙스 |
| 제28차(1999. 6. 30.) | Sir Hans Adolf Krebs | 핸스 애돌프 크레브스 |
| 제28차(1999. 6. 30.) | Edwin G. Krebs | 에드윈 크레브스 |
| 제39차(2001. 4. 20.) | Rob Harvey | 롭 하비 |
| 제46차(2002. 6. 28.) | Eric Hobsbawm | 홉스봄, 에릭 |
| 제65차(2005. 11. 2.) | Robert H. Grubbs | 그럽스, 로버트 |
| 제82차(2008. 12. 11.) | Robert Gibbs | 기브스, 로버트 |
| 제86차(2009. 9. 23.) | Bobby Robson | 롭슨, 보비 |
| 제123차(2015. 10. 21.) | Caleb Ewan | 유언, *케일럽 |
| 제124차(2015. 12. 2.) | lobster | 로브스터, *랍스터 |
| 제135차(2017. 12. 25.) | Caeleb Dressel | 드레슬, *케일럽 |
그러다가 1998년 제25차 회의에서는 새로 심의한 인명의 Bob을 ‘밥’으로 적도록 하면서 이전 회의에서 심의한 인명에서마저 Bob의 표기를 ‘보브’에서 ‘밥’으로 수정했다. 아울러 Gibson과 Cubs의 표기도 ‘깁슨’, ‘컵스’로 각각 수정했는데 이전 표기를 밝히지 않아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심의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1996년과 1997년에 발간된 용례집을 확인하면 원래 ‘기브슨’, ‘커브스’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심의한 표기 용례를 보면 Caleb ‘케일럽’, Hobsbawm ‘홉스봄’, Rob ‘롭’ 등 짧은 모음을 따르는 장애음 앞 및 어말 [b]를 대체로 받침으로 적었으며 Gibbs ‘기브스’, Krebs ‘크레브스’에서만 규범에 따라 [b]를 ‘브’로 적었다. 이들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표제어로 수록된 이름이라서 기존 표기를 그대로 따른 듯하다. ‘크레브스’가 심의된 것은 1999년 11월 《표준국어대사전》 초판이 간행되기 몇 달 전이었지만 표준 표기는 이미 내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바닷가재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lobster의 북아메리카식 발음 [ˈlɑbstɚ]에 따라 ‘랍스타’, ‘랍스터’ 등으로 널리 알려지자 2015년 제124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로브스터’와 함께 ‘*랍스터’를 복수 표기로 정한 것도 재미있다. 공교롭게도 ‘로브스터’는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세칙에서 어말과 모든 자음 앞에 오는 유성 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는다는 조항에서 예로 든 표기이다. 무려 외래어 표기법 원문에서 제시한 표기를 수정하자니 너무 부담이 커서 복수 표기를 인정했을 것이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제어 가운데 장애음 앞이나 어말의 [ɡ]를 받침으로 적은 것은 앞서 언급한 big ‘빅’, handbag ‘핸드백’, Winnipeg ‘위니펙’ 같은 용례를 비롯하여 crawling peg ‘크롤링 펙’, MPEG ‘엠펙’, rugby ‘럭비’ 정도이다. 좀 더 느슨한 관용 표기까지 포함시키자면 여기에 Alexander [ˌælɪɡˈzændər, -ɛɡ-, -ˈzɑːnd-] ‘알렉산더’나 jitterbug에서 온 ‘지르박’ 같은 예도 추가할 수 있다(후자는 규범에 따른 ‘지터버그’도 복수 표기로 인정된다).
역대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장애음 앞이나 어말의 [ɡ]를 대체로 ‘그’로 적도록 했으나 Lou Gehrig ‘루게릭’, Meg ‘멕’, Higgs ‘*힉스’, Giggs ‘긱스’처럼 짧은 모음 뒤에서 받침으로 적은 용례도 찾을 수 있다.
짧은 모음을 따르는 장애음 앞·어말 [ɡ] 관련 주요 역대 외래어 심의회 결정
| 회의 | 원문 표기 | 한글 표기 |
|---|---|---|
| 제13차(1996. 9. 16.) | GREG | 그레그 |
| 제26차(1999. 3. 3.) | Wigtown | 위그턴 |
| 제28차(1999. 6. 30.) | Ellis Briggs | 엘리스 브리그스 |
| 제30차(1999. 10. 29.) | Sir William (Henry) Bragg | 윌리엄 (헨리) 브래그 |
| 제30차(1999. 10. 29.) | Sir (William) Lawrence Bragg |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 |
| 제33차(2000. 5. 30.) | Sig Mickelson | 미컬슨, 시그 |
| 제52차(2003. 6. 30.) | Sontag, Susan | 손태그, 수전 |
| 제56차(2004. 2. 25.) | Lou Gehrig’s disease | 루게릭 병(病) |
| 제66차(2005. 11. 30.) | Margaret [Meg] Whitman | 휘트먼, 마거릿[멕] |
| 제82차(2008. 12. 11.) | Peter Orszag | 오재그, 피터 |
| 제103차(2012. 6. 28.) | Peter W(are) Higgs | *힉스, 피터 (웨어) |
| 제104차(2012. 8. 29.) | Wigg, Kristen (Carroll) | 위그, 크리스틴 (캐럴) |
| 제117차(2014. 10. 15.) | Betzig, Eric | 베치그, 에릭 |
| 제162차(2022. 10. 31.) | Daveed Diggs | 디그스, 다비드 |
| 제162차(2022. 10. 31.) | Giggs, Ryan | 긱스, 라이언 |
역대 외래어 심의회 결정 가운데 영어의 [d]를 받침으로 적은 예는 매우 드물어서 상품명에서 온 iPod ‘아이팟’ 및 관용 표기 good ‘굿’이 포함된 합성어인 Bloodgood ‘블러드굿’, Goodluck ‘굿럭’ 정도이다.
짧은 모음을 따르는 장애음 앞·어말 [d]를 받침으로 적은 주요 역대 외래어 심의회 결정
| 회의 | 원문 표기 | 한글 표기 |
|---|---|---|
| 제66차(2005. 11. 30.) | iPod | 아이팟 |
| 제73차(2006. 12. 6.) | Moon Bloodgood | 블러드굿, 문 |
| 제91차(2010. 7. 28.) | Jonathan, Goodluck (Ebele) | 조너선, 굿럭 (에벨레) |
흥미롭게도 1996년 제10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폴란드 태생의 영국인 성씨 Rotblat [ˈrɒtblæt]을 규정에 따른 ‘롯블랫’ 대신 ‘로트블랫’으로 적었다. 규정을 간과한 것인지 발음을 잘못 안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외래어의 표기에서 받침 ‘ㅅ’을 기피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에스파냐어와 폴란드어, 체코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 등의 표기 규정에서 받침 ‘ㅂ’, ‘ㄱ’은 쓰여도 받침 ‘ㅅ’은 쓰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어에서 받침 ‘ㅅ’은 ‘냇가’에서처럼 사잇소리를 나타내는 철자로 쓰일 때는 아예 [ㄷ] 발음이 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며 ‘꽃길’처럼 원칙적으로 [ㄷ]으로 발음해야 하는 경우에도 현실 발음에서는 뒤따르는 자음에 쉽게 동화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 [b], [ɡ]를 받침으로 적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더라도 [d]는 계속 ‘드’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미 언급한 farad ‘패럿’이나 good [ˈɡʊd] ‘굿’ 같은 기존 관용 표기 외에 일반에서 god [ˈɡɒd] ‘갓’, podcast [ˈpɒdkæst, -kɑːst] ‘팟캐스트’ 등 [d]를 받침 ‘ㅅ’으로 적는 경우가 더러 있고 Hollywood ‘헐리웃’, Robin Hood ‘로빈 훗’ 같은 구식 표기도 가끔 접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을 규정으로 삼기는 무리이다.
‘짧은 모음’이라는 단순하지 않은 기준
앞서 언급한 파커와 월시의 연구에서는 사실 짧은 모음이나 긴 모음, 이중 모음이라는 구별을 쓰지 않고 [iː], [eɪ], [ɔː], [oʊ], [uː]는 긴장 모음(tense vowel), [ɪ], [ɛ], [æ], [ɒ], [ʌ], [ʊ]는 이완 모음(lax vowel)이라고 불렀다. 영국 영어에서는 짧은 모음과 긴 모음이 확연히 구별되지만 미국 영어의 단모음(홑홀소리)은 모두 엇비슷한 길이로 발음된므로(다만 [iː], [uː]는 단모음이 아니라 [ɪi̯], [ʊu̯~ʉu̯] 정도의 이중 모음이라서 제외) 이를 기준으로 하는 발음 표기에서는 보통 장음 부호를 쓰지 않고 [ɑː], [ɔː], [ɜː] 대신 [ɑ], [ɔ], [ɝ]로 쓴다. 그러니 미국 영어에서는 짧은 모음이라는 구분이 별 의미가 없어 게르만어 음운론에서 유래한 긴장 모음과 이완 모음이라는 용어가 전통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이 역시 음성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구분은 아니고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개음절에서 제약 없이 쓰일 수 있는 모음인지를 따져서 긴 모음이나 이중 모음은 자유 모음(free vowel), 짧은 모음은 규제 모음(checked vowel)이라고 부르는 추세이다(아직 정착된 번역어는 없다). 편의상 여기서는 계속 짧은 모음이라고 부르도록 한다.
영어의 방언마다 모음 음소 목록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것을 짧은 모음으로 간주하느냐는 조금 까다로운 문제이다. 예를 들어 미국 영어에서는 LOT 모음 [ɒ]와 PALM 모음 [ɑː]의 발음이 합쳐져 이를 [ɑ] 정도로 발음한다.4 이를 영미 발음을 함께 나타내는 사전에서는 마치 긴 자음인 것처럼 [ɑː]로 흔히 표기한다. 미국 영어의 Bob [ˈbɑb], Jobs [ˈdʒɑbz], lobster [ˈlɑbstɚ] 등을 각각 [ˈbɑːb], [ˈdʒɑːbz], [ˈlɑːbstɚ]로 적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LOT 모음 [ɒ]에 해당하므로 box ‘박스’, hot dog ‘핫도그’, pop ‘팝’에서와 같이 한글 표기에 있어서는 ‘아’로 적더라도 짧은 모음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스와프^거래(swap去來)’와 ‘스와프^협정(swap協定)’이 표제어로 실려 있다. 그런데 영어로 교환을 뜻하는 swap [ˈswɒp]에는 짧은 모음인 LOT 모음이 쓰이므로 사실은 ‘스왑’으로 적어야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LOT 모음 [ɒ]는 보통 영국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오’로 적지만 [w]를 따르는 철자 a가 [ɒ]로 발음되는 경우는 ‘워’ 대신 ‘와’로 적은 용례가 많다(예: Swansea [ˈswɒnzi] ‘스완지’, Watson [ˈwɒts(ə)n] ‘왓슨’). 이에 따라 swap의 [wɒ]를 ‘와’로 적고는 PALM 모음 [ɑː]라고 생각했는지 뒤따르는 [p]에 ‘으’를 붙여 ‘스와프’로 적은 듯하다.
미국의 전 대통령 오바마의 이름인 Barack [bəˈrɑk]은 2007년 제74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표기가 ‘버락’으로 심의되었다. 여기서 [ɑ]는 LOT 모음이 아니다. 영국 영어에서는 Barack을 보통 [ˈbæræk] ‘배랙’ 또는 [bəˈræk] ‘버랙’으로 발음한다. 사실 오늘날 영국 영어의 TRAP 모음 [æ]는 상당히 하강하여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아예 [a]로 적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에게는 영국 영어 발음도 ‘바락’ 또는 ‘버락’으로 들린다. 영미 발음 둘 다 Barack의 원어인 케냐의 루오어에서 쓰는 [barak] ‘바라크’를 흉내 낸 것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온 차용어에서는 원어의 [a]를 미국 영어에서는 흔히 [ɑ]로, 영국 영어에서는 흔히 [æ]로 받아들인다. 이런 모음은 ‘아’로 적되 짧은 모음으로 취급하여 뒤따르는 폐쇄음을 받침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표기 규정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최근 외래어 심의회 결정을 고려하면 모음을 뒤따르는 [b]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받침 ‘ㅂ’으로 적는 것으로 규정을 고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대신 hub [ˈhʌb] ‘허브’, lob [ˈlɒb] ‘로브’, slab [ˈslæb] ‘슬래브’ 등의 기존 표기 용례 가운데 어느 것을 ‘헙’, ‘롭’, ‘슬랩’ 등으로 고치고 어느 것을 예외적으로 현행 표기대로 계속 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 발음을 따진다면 모음을 뒤따르는 [ɡ]도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받침 ‘ㄱ’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대신 [ɒ]를 뒤따르는 [ɡ]는 받침으로 적지 않고 ‘그’로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국 영어에서는 blog, Kellogg, Ogden 등에서 짧은 모음을 써서 각각 [ˈblɒɡ], [ˈkɛlɒɡ], [ˈɒɡdən]으로 발음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보통 영국 영어의 LOT 모음 [ɒ]에 대응되는 [ɑ] 대신 영국 영어의 THOUGHT 모음 [ɔː]에 대응되는 [ɔ]를 써서 [ˈblɔɡ], [ˈkɛlɔɡ], [ˈɔɡdən]으로 발음하기 때문이다(이런 경우에는 CLOTH 모음이라고 부른다). 그 외의 짧은 모음 뒤에서는 [ɡ]를 받침으로 적도록 표기 규정을 고치더라도 bug [ˈbʌɡ] ‘버그’, gag [ˈɡæɡ] ‘개그’, plug [ˈplʌɡ] ‘플러그’ 등 표기가 달라지는 친숙한 외래어가 많아 어디까지 관용 표기로 인정할지 정해야 한다.
영어에서 장애음 앞의 [p], [k]가 긴 모음이나 이중 모음을 따르더라도 파열이 들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발음을 따지면 받침으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경매를 뜻하는 auction [ˈɔːkʃən]은 일반에서 규정에 따른 ‘오크션’ 대신 ‘옥션’으로 흔히 쓴다. 여기서 받침을 쓰도록 규정을 고친다면 Shakespeare ‘셰익스피어’도 규칙 표기가 되며 아일랜드 지명 Leixlip [ˈliːkslɪp]은 ‘릭슬립’으로, 미국 언어학자 Vaux [ˈvɔːks]는 ‘복스’로 적을 수 있다.
조금 급진적인 제안일지 모르지만 hawks [ˈhɔːks], tapes [ˈteɪps]와 같이 어미 -s [s]가 붙는 파생어에서도 [p], [k]를 받침으로 써서 ‘혹스’, ‘테입스’와 같이 적는 것이 어떨까 한다. ‘호크’, ‘테이프’와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이미 현행 규정에 따르더라도 let [ˈlɛt] ‘렛’과 lets [ˈlɛts] ‘레츠’의 표기가 달라지는 일이 생긴다. 영어에는 -s로 끝나는 말이 많은데 파생어 여부에 관계없이 받침을 쓴다면 Fawkes [ˈfɔːks], Swoopes [ˈswuːps], Sykes [ˈsaɪks]는 어원을 따질 필요 없이 각각 ‘폭스’, ‘스웁스’, ‘사익스’로 쓸 수 있다. 또 발음이 [ˈkoʊks]로 동일한 coax와 cokes는 둘 다 ‘콕스’로 적을 수 있다.
물론 breakthrough [ˈbreɪkθruː] ‘브레이크스루’, makeshift [ˈmeɪkʃɪft] ‘메이크시프트’, pipefish [ˈpaɪpfɪʃ] ‘파이프피시’와 같은 합성어에서는 앞 요소가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를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k], [p] 뒤에 유성 장애음이 따르는 chalkboard [ˈtʃɔːkbɔːrd] ‘초크보드’, grapevine [ˈɡreɪpvaɪn] ‘그레이프바인’, scapegoat [ˈskeɪpɡoʊt] ‘스케이프고트’ 등은 대개 합성어이며 Walkden [ˈwɔːkdən] ‘워크던’ 같은 경우도 어원을 따지면 합성어에서 유래한 것이니 앞 요소의 말음을 받침으로 적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무성음 앞의 [p], [k]에 한하여 받침으로 적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일반 언중 가운데 Leixlip, Vaux를 현행 규정에 따라 적으면 각각 ‘리크슬립’, ‘보크스’가 된다는 것을 짐작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영어의 어말이나 자음 앞 폐쇄음의 표기에 대한 현행 규정을 현실에 맞게 적절히 고치면 몇몇 익숙한 표기가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더라도 그동안 규정과 다르게 심의되어 온 다수의 표기 용례를 규칙 표기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일반 언중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