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독립국인 태평양의 나우루(Nauru)가 공식 이름을 나오에로(Naoero) 공화국으로 바꿨다. 외부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불렀던 이름을 원래의 언어에서 쓰는 발음 및 철자에 따라 고친다는 취지이다. 데이비드 아데앙(David Adeang) 대통령이 1월에 국호를 고치기를 제안한 후 5월에 의회는 이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이를 확정하기 위한 국민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7월 말에 국민 투표를 거치지 않고 새 국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데앙은 신중한 고려 끝에 나오에로가 국민이 받아들이는지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이미 국민 정체성의 일부이고 국장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널리 쓰고 있는 이름이니 국민 투표가 필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968년에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독립한 직후 채택된 국장에는 Naoero라는 국호가 새겨져 있다.

영어와 함께 나우루/나오에로(이하 나오에로)의 공용어인 나우루어/나오에로어(이하 나오에로어)는 오스트로네시아 어족(남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속하는 언어이다. 만 명을 조금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95% 정도가 나오에로어를 주된 언어로 쓴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영어가 널리 쓰이며 특히 교육이나 신문, 방송, 정부에서는 거의 영어만 쓰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나오에로어 구사 능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나오에로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severely endangered) 분류한다.
미크로네시아 어군은 오세아니아 서북부에 있는 미크로네시아 연방과 마셜 제도, 키리바시, 팔라우, 미국령인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 등에서 쓰이는 여러 언어를 포함한다. 대신 괌에서 영어와 함께,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영어 및 캐롤라인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 차모로어는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에 속하지만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포함되지 않는다(캐롤라인어는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속한다). 영어와 함께 팔라우의 공용어인 팔라우어 역시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에 속한다는 것 외에는 계통이 확실하지 않아 미크로네시아 어군에서 제외된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폰페이어에서 나온 Nanmadol ‘난마돌’, 마셜 제도의 마셜어에서 나온 Barijat ‘바리자트’ 등 미크로네시아 제어에서 나온 태풍 이름을 가끔 볼 수 있지만 나오에로는 태풍 이름 제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도 접할 일이 없다. 나오에로는 미크로네시아 연방이나 키리바시, 괌 등과 비교해서 인구 수가 10분의 1 수준이어서 그런지 나오에로어에 대한 연구도 다른 미크로네시아 제어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나오에로어 음운론을 다룬 최근 논문은 이 언어를 ‘연구가 부족한 미크로네시아어(Understudied Micronesian Language)’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크로네시아인들이 나오에로에 정착한 것은 적어도 3000년 전의 일이다. 1888년에 독일은 나오에로를 식민지로 삼았고 독일 출신 선교사들이 나오에로어를 최초로 로마자로 기록하였다. 나오에로어로 성경을 번역하면서 마땅한 단어가 없을 때는 독일어에서 빌려 썼다. 그래서 나오에로어로 ‘신(神)’을 뜻하는 말은 독일어에서 그대로 따온 Gott ‘고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독일어에서 온 차용어가 많다. 나오레오어로 ‘돈’을 뜻하는 mak ‘마크’는 독일어 통화 단위인 Mark [ˈmaʁk] ‘마르크’에서 왔다.
미크로네시아 지역에 있는 여러 군도에 속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21제곱미터의 외딴 산호섬인 나오에로 중앙에 있는 고원에는 오랜 세월 동안 바다새와 박쥐의 배설물로 뒤덮이면서 인산염을 함유하는 광물질인 인광이 축적되었다. 인산염은 비료에 쓰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높다. 1914년에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레일리아가 나오에로를 점령하였다. 종전 후에 국제 연맹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나오에로를 위임 통치하도록 했는데 이들은 위임 통치를 인정받기도 전에 이미 영국 인산염 위원회(British Phosphate Commission)를 설립하여 인광 채굴권을 확보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나오에로를 점령하였고 나오에로 원주민 대부분을 오늘날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하지만 당시에는 일본령이었던 추크(Chuuk) 제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일본이 점령한 나오에로에서 인광 채굴과 군사 시설 건설에는 조선인들도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6년 1월 1일 추크 제도로 강제 이주되었던 나오에로 원주민들이 마침내 귀환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돕겠다는 영국 인산염 위원회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오에로에 남기를 선택했으며 인광 채굴에 따른 경제적인 혜택이 그들에게도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1947년에는 국제 연합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의 신탁 통치가 시작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행정을 도맡았다. 이들은 나오에로가 독립국이 되기는 너무 규모가 작다며 독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했지만 나오에로인들은 계속해서 독립을 요구했다. 그리하여 1967년에는 영국 인산염 위원회의 자산을 210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에 나오에로에 넘기기로 했고 나오에로는 이듬해 독립을 얻었다.
독립 직후 나오에로는 인광 채굴로 인한 수입으로 부유하게 되었으며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었다. 1981년에는 1인당 GDP가 산유국인 아랍 에미리트와 카타르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2만7000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부터 모든 자원이 인산염을 얻는 데 총동원되었기 때문에 인광 채굴 외에는 다른 산업이 전무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한 환경 파괴로 농업이 불가능해져 식료품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이미 1990년대에 인광은 고갈되기 시작하여 역외 금융에 뛰어들어 경제의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돈세탁의 기지가 되어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이를 중단해야 했다. 여기에 국부 펀드는 투자 실패와 부패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거의 바닥이 났다. 그리하여 나오에로는 수 년만에 경제 수준이 급락하였다.
21세기에 들어서 인광은 마침내 고갈되었고 한 세기에 걸친 인광 채굴로 국토의 80% 정도가 파괴되었다. 20세기 나오에로의 역사를 몸소 겪고 1999년에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나오에로 회중 교회의 목사 제임스 아잉이메아(James Aingimea)는 1995년에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산염이 애초에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오에로가 예전과 같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토록 아름다웠다. 나무가 무성했고 온통 녹색이었으며 싱싱한 야자와 빵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1798년에 나오에로 근처에 정박한 영국의 포경선 선장 존 펀(John Fearn [ˈʤɒn ˈfɜːɹn])은 주민 300명이 배를 타고 나와 야자와 과일을 가져오며 맞이했다고 하여 ‘쾌적한 섬’, ‘마음에 드는 섬’이란 뜻으로 플레전트섬(Pleasant Island)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펀은 원주민들이 유럽인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전에 유럽인이 나오에로를 방문한 사실은 기록된 것이 없다. 이 시기에 나오에로에는 열두 부족이 살고 있었으며 구전 설화를 통해서 키리바시와도 일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다가 1888년에 독일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플레전트섬 대신 나우루(Nauru)라는 이름이 붙였다. [næoero] 정도로 발음되는 현지 이름을 독일어식으로 흉내 낸 것이다. 독일어로 Nauru는 [naˈ(ʔ)uːʁu] ‘나우루’로 발음된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넘어가면서 영어로도 Nauru라는 철자를 그대로 썼는데 현지 및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는 오늘날 [nəˈɹuː] ‘너루’ 또는 [naʊ̯ˈɹuː] ‘나우루’, [nɑːˈɹuː] ‘나루’와 같이 마지막 음절에 강세를 줘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ˈnaʊ̯ɹuː] ‘나우루’, [nɑːˈuːɹuː] ‘나우루’ 등 끝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를 주는 일이 흔하다(영어 화자들은 모음으로 끝나는 차용어에 이 강세 패턴을 흔히 적용한다).
나오에로어를 로마자로 어떻게 적을지의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그동안 몇 가지 정서법이 시도되었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자리잡은 방식은 없는 듯하며 지명의 표기 방식도 완전히 통일되지 않았다. 인명의 표기 방식도 중구난방이다. 그래도 [næoero]를 Naoero로 적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나오에로어에는 두 개의 저모음 음소가 있는데 학자에 따라 각각 전설 모음인 /æ/와 중설 모음인 /a/로 분석하거나 전설 혹은 중설 모음인 /a/와 후설 모음인 /ɑ/로 분석한다. 하지만 나오에로어 철자로는 두 음소 모두 a로 적는다. [næoero]의 첫 모음인 [æ]는 첫째 분석에서는 /æ/, 둘째 분석에서는 /a/에 해당한다. 한글 표기는 ‘아’로 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니 Naoero는 문제 없이 ‘나오에로’로 적을 수 있다.
영어로는 Naoero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어느 음절에 강세를 주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나오에로어에서는 영어만큼 강세가 중요하지 않은 듯하고 나오에로어의 강세에 대한 기술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첫 음절에 강세를 준다고 보면 [ˈnaʊ̯əɹoʊ̯] ‘나워로’ 정도가 원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영어 발음인 듯하다. 그런데 끝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를 준다면 [naʊ̯ˈɛɹoʊ̯] ‘나우에로’가 더 가까울 것이다. 어느 발음이 정착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나오에로어의 폐쇄음은 /pʲ/, /pˠ/, /t/, /k/ 등의 무성음과 /bʲ/, /bˠ/, /d/, /ɡ/ 등의 유성음의 구별이 있다. 음절 말에서도 그 구별은 유지되지만 구절의 끝에서는 유성음이 무성음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러니 예를 들어 ‘살다’를 뜻하는 /mʲeɡ/는 위치에 따라 /mʲeɡ/로 발음되기도 하고 /mʲek/로 발음되기도 해서 철자도 meg와 mek가 혼용되는 혼란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독일어 Hamburg [ˈhambʊʁk] ‘함부르크’, 폴란드어와 체코어 Jakub [ˈjakup] ‘야쿠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 무성음화를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만 나오에로어에서처럼 구절의 끝에서만 무성음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지는 전례가 없다. 일단은 로마자 철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원어에서 meg로 쓴 것은 ‘메그’, mek로 쓴 것은 ‘메크’로 표기해야 하겠다. 물론 원어에서 확실한 철자 기준이 세워지면 편하겠지만 그것은 나오에로어 화자들이 정할 일이다.
나오에로어가 속한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음절말 폐쇄음을 받침으로 처리한다. Najib ‘나집’, gudeg ‘구득’ 등으로 적는 식이다. 한국어의 받침과 마찬가지로 어말 폐쇄음을 파열 즉 터뜨림 없이 불파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오에로어 발음을 관찰하면 어말 폐쇄음은 보통 파열된다. 그러니 meg/mek 같은 경우 받침을 써서 ‘*멕’으로 적기보다는 ‘메그’, ‘메크’ 등으로 쓰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앞에 든 예에서도 ‘돈’을 뜻하는 mak를 ‘*막’ 대신 ‘마크’로 적었다.
예전에 미국령 괌의 수도는 에스파냐어식으로 Agaña ‘아가냐’라고 불렸는데 1999년에 공식 이름이 현지 차모로어 이름인 Hagåtña [hæˈɡɑtɲæ]로 바뀌었다. 2006년 2월 22일 제68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Hagåtña의 표기를 ‘*하가트냐’ 대신 ‘하갓냐’로 정했다. 차모로어에서도 예를 들어 어말의 [k]는 파열되는 것으로 관찰되지만 [t]는 불파음으로 관찰되며 특히 다른 자음 앞 오는 [t]는 파열이 뒤따르는 자음과 겹치기 때문에 ‘트’로 따로 들리지 않으니 ‘하갓냐’가 실제 발음에 가까운 표기이다(이와 달리 나오에로어에서는 어말의 [t]도 파열되는 것이 관찰된다).
에스파냐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차모로어에서 ñ는 에스파냐어에서처럼 경구개 비음 [ɲ]를 나타내지만 나오에로어 철자에서는 ñ가 연구개 비음 [ŋ]을 나타낸다. 하지만 나오에로어 이름에서는 그냥 ng로 쓰는 일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위에서 Aingimea는 ‘아잉이메아’로 적었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르면 모음 사이의 ng이 [ŋ]으로 발음되더라도 ‘ㄱ’을 넣어 적도록 하고 있으므로 ‘아잉기메아’로 적어야 하겠지만 웬만하면 실제 발음과 가깝게 적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나오에로는 한국에 대사관이 없으며 한국 역시 나오에로에 대사관이 없어 주피지 한국 대사관이 관할한다. 예전에 벨라루스 정부가 ‘벨로루시’ 대신 ‘벨라루스’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쓰는 국호를 바꿔 달라는 공식 요청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 예전에 ‘스와질란드(Swaziland)’로 알려졌던 나라를 새 공식 국호에 따라 ‘에스와티니(Eswatini)’로 불러주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나우루로 알고 있던 나라도 새 공식 국호를 존중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나오에로’로 통일했다. 물론 현지에서도 충분한 토의를 거친 결정인지 알기 어려우니 국제 사회에서 쓰는 이름이 앞으로 어떻게 정착되는지 지켜봤다가 Naoero로 쓰는 것이 대세가 된다면 그때 가서 한국어에서 쓰는 이름을 고치는 것도 크게 늦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