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리스본)’와 ‘구스망’: 포르투갈어 유성 자음 앞 s의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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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전차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영어로 Lisbon [ˈlɪzbən] ‘리즈번’, 독일어로 Lissabon [ˈlɪsa⁽ˈ⁾bɔn] ‘리사본’, 프랑스어로는 Lisbonne [lisbɔn → liz-] ‘리스본’으로 불리지만 포르투갈어 이름은 Lisboa [포르투갈: ɫiʒˈβ̞oɐ, 브라질: ɫizˈboɐ], 에스파냐어 이름도 Lisboa [lizˈβ̞oa]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리스본’의 원어 표기를 영어식으로 Lisbon이라고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지면 ‘리스본’은 오히려 프랑스어 Lisbonne을 따른 표기와 일치한다. 물론 ‘리스본’이 프랑스어에서 왔다는 것은 아니고 영어식 Lisbon을 철자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비슷한 경우인 일본어 이름 リスボン Risubon ‘리스본’의 영향도 받은 관용 표기로 볼 수 있다.

리스본의 문장. mui nobre e sempre leal cidade de Lisboa는 ‘매우 고귀하고 언제나 충성스러운 도시 리스본’을 뜻한다(Wikimedia: Sérgio Horta, CC BY-SA 3.0).

이 지명은 고전 라틴어의 Olisīpō ‘올리시포’에 대응되는 속(俗)라틴어 Olisipona ‘올리시포나’에서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어로는 Ὀλισσιπών(Olissipṓn) ‘올리시폰’ 또는 Ὀλισσιπόνα(Olissipóna) ‘올리시포나’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라틴어로 Ulixēs ‘울릭세스’라고 하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 오디세우스(Ὀδυσσεύς Odysseús)와 관련된 지명이라는 설, ‘잔잔한 만(灣)’ 또는 ‘안전한 항구’를 뜻하는 페니키아어 𐤏𐤋𐤉𐤑 𐤏𐤁𐤀 ʕLYṢ ʕBʔ (히브리 문자로 쓰면 עליץ עבא)에서 왔다는 설이 있었지만 민간 어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타르테수스어(영어: Tartessian) 등 지금은 사라진 옛 언어에서 온 이름일 수 있다.

속라틴어의 Olisipona에서 모음 사이의 p가 b로 유성음화하고 무강세 음절의 모음이 탈락한 형태는 *Lisbona 정도인데 끝부분이 라틴어 bonus ‘좋은’의 여성형 bona와 형태가 같다. 포르투갈어에서는 라틴어 bona가 bõa를 거쳐 boa가 되었으며 프랑스어에서는 bona가 bonne이 되었는데 *Lisbona도 비슷한 발달 과정을 거쳐 옛 포르투갈어 Lisbõa를 거쳐 현대 포르투갈어로는 Lisboa가 되었고 프랑스어로는 Lisbonne이 되었다. 그런데 에스파냐어에서는 bona가 buena가 되었으니 에스파냐어의 Lisboa는 같은 뿌리에서 자체적으로 발달한 형태가 아니라 포르투갈어 형태를 딴 것으로 설명해야 하겠다.

2000년 12월 18일에 열린 제37차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회의에서는 포르투갈어 Lisboa의 표기를 ‘리스보아’로 결정하였다. 물론 도시 이름으로는 관용 표기인 ‘리스본’을 계속 쓰되 포르투갈어 이름을 특별히 부를 일이 있을 때는 ‘리스보아’로 쓴다는 것이다.

한편 2003년 12월 17일에 열린 제5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 Xanana Gusmão (1946년 태생)의 표기를 ‘구스망, 샤나나’로 결정하였다. 이 이름은 포르투갈어 이름이다. 동티모르는 1975년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으며 이듬해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하여 포르투갈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2002년 독립하면서 현지 공통어인 테툼어와 함께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삼았다. 이런 역사로 인해 동티모르에서는 포르투갈어 인명이 많이 쓰인다. 포르투갈어로 Xanana Gusmão은 [포: ʃɐˈnɐnɐ ɡuʒˈmɐ̃ũ̯, 브: ʃɐ̃ˈnɐ̃nɐ ɡuzˈmɐ̃ũ̯]으로 발음된다.

2002년 당시 동티모르 대통령이던 샤나나 구스망(Wikimedia: Darwinek, Public Domain).

Gusmão은 포르투갈어 성으로 에스파냐 북부의 지명인 Guzmán [ɡuðˈman] ‘구스만’에서 왔다. 에스파냐어 성으로도 Guzmán [ɡuðˈman] ‘구스만’ 또는 de Guzmán [de-ɣ̞uðˈman] ‘데구스만’이 쓰인다. 네덜란드의 축구 선수 요나탄 더구스만(Jonathan de Guzmán)은 아버지가 한때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출신이라서 에스파냐어 성을 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선수명 표기 용례에는 네덜란드어 표기 규정을 적용한 ‘요나탄 더휘즈만’으로 실렸지만 네덜란드어에서도 에스파냐어 발음을 흉내내어 [ˈjoːnatɑn də-ˈɡusmɑn]으로 발음하므로 이에 따라 ‘요나탄 더구스만’으로 쓰거나 아예 성에는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을 적용하여 ‘요나탄 데구스만’으로 적는 것이 좋다.

Xanana는 미국의 로큰롤 그룹 ‘샤나나(Sha Na Na)’에서 딴 별명이다. 포르투갈어의 x는 영어의 sh처럼 무성 후치경 마찰음 [ʃ]를 나타낸다.

외래어 심의회에서 Lisboa ‘리스보아’와 Xanana Gusmão ‘구스망, 샤나나’를 표준 표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아직 외래어 표기법에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이 없었다. 2005년 12월 28일에야 네덜란드어, 러시아어와 함께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이 외래어 표기법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 제9항에서는 s를 무성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스’로 적고 유성 자음 앞에서는 ‘즈’로 적도록 하고 있다. Lisboa의 b와 Gusmão의 m은 유성 자음이다. 그러니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을 적용하면 Lisboa는 ‘리즈보아’로, Gusmão은 ‘구즈망’으로 적는 것이 원칙에 맞다. 이 규정은 철자 s가 유성 자음 앞에서 유성음 [ʒ] (포르투갈) 또는 [z] (브라질)로 발음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2005년 포르투갈어 표기법 제정과 함께 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 포르투갈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에서는 Lisboa의 표기를 예전 결정과 마찬가지로 ‘리스보아’로 적고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Lisbon)’의 포르투갈어 이름’으로 풀이하였다. 이 용례집에서는 표기법을 적용하지 않고 관용을 인정한 경우에 Rio de Janeiro ‘*리우데자네이루’와 같이 한글 표기 앞에 별표(*) 표시를 하였지만(포르투갈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히우지자네이루’) Lisboa ‘리스보아’에는 별표 표시가 없다. 더구나 이 용례집에는 앙골라 지명인 Nova Lisboa가 역시 별표 표시 없이 ‘노바리스보아’로 수록되었다. Nova Lisboa는 ‘새 리스본’을 뜻하며 1975년 앙골라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뒤 본래의 이름인 우암부(Huambu [ˈwɐ̃mbu])로 불린다. Xanana Gusmão은 이 용례집에 실리지 않았다.

그러니 포르투갈어 표기법이 새로 추가된 후에도 이에 따라 Lisboa와 Gusmão의 표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예전에 결정된 표기를 그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 재심의 대상에서 단순 누락된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헷갈리게 왜 새 포르투갈어 표기법에서는 유성 자음 앞의 s를 ‘즈’로 적도록 한 것일까? 이 규칙을 꼭 지킬 필요가 있을까? 물론 유성 자음 앞에서 s가 유성음 [ʒ] (포르투갈) 또는 [z] (브라질)로 발음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지만 비슷한 현상은 에스파냐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나타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 반영되지 않는다.

에스파냐어

에스파냐어에서 desde /ˈdesde/, rasgo /ˈrasgo/처럼 음절말 /s/ 뒤에 유성 폐쇄음 /b, d, ɡ/이 따를 경우에는 /s/는 유성음 [z]로 실현되고 /b, d, g/는 접근음 [β̞, ð̞, ɣ̞]로 실현된다. 즉 [ˈdezð̞e], [ˈrazɣ̞o]로 실현되는 것이다.

한편 isla /ˈisla/, mismo /ˈmismo/처럼 음절말 /s/ 뒤에 유성음 /l, ʎ, m, n, ɲ, ʝ, w/ 등이 따를 때는 /s/가 유성음 [z]로 실현되기도 하고 [s]가 유지되기도 하는데, 보통 에스파냐에서는 [ˈizla], [ˈmizmo]와 같이 [z]로 실현되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ˈisla], [ˈmismo]와 같이 [s]가 유지된다. 에스파냐에서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할 때는 [s]를 유지시켜 [ˈisla], [ˈmismo]로 발음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음절말 /s/가 유성 자음 앞에서 [z]로 발음되더라도 ‘스’로 표기를 통일하여 ‘데스데’, ‘라스고’, ‘이슬라’, ‘미스모’ 등으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음소 /s/는 변이음 [z]로 발음되더라도 ‘스’로 표기를 통일한 것이다. 에스파냐어에서 [z]는 음소 /s/의 변이음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한글 표기에 따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Guzmán의 z는 에스파냐 발음에서 원래 무성 치 마찰음 /θ/를 나타내며 라틴아메리카 발음에서는 /s/를 나타내는데 이것도 s /s/와 실현 양상이 비슷하다. 즉 에스파냐에서는 [ɡuðˈman]으로 흔히 발음되고 또박또박 말할 때는 [ɡuθˈman]이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보통 유성음화 없이 [ɡusˈman]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구스만’으로 적는 것이다.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어에서 sbaglio [ˈzbaʎʎo], Slovenia [zloˈvɛːnja], cosmo [ˈkɔzmo], svagato [zvaˈɡaːto] 등 유성 자음 앞의 /s/는 언제나 유성음화하여 [z]로 발음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스발리오’, ‘슬로베니아’, ‘코스모’, ‘스바가토’와 같이 이탈리아어의 s를 언제나 ‘ㅅ’, ‘스’로 적는다.

에스파냐어에서와 달리 이탈리아어에서는 /s/와 /z/가 각각 독립적인 음소인 것으로 보통 본다. 유성 자음 앞에서는 [z]만 쓰이고 무성 자음 앞에서는 [s]만 쓰이지만 모음 사이에서는 [s]와 [z]가 구별된다. 예를 들어 ‘보이다, 내놓다’를 뜻하는 presentare의 1인칭 단수 presento는 [preˈzɛnto], ‘예감하다’를 뜻하는 presentire의 1인칭 단수 presento는 [preˈsɛnto]로 발음하여 구별한다. 하지만 철자만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 [s]를 쓰고 언제 [z]를 쓰는지도 방언과 화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집’을 뜻하는 casa는 전통적으로 [ˈkaːsa]로 발음되었지만 요즘에는 [ˈkaːza]로 흔히 발음된다. 또 이탈리아 남부의 발음에서는 아예 모음 사이의 s를 모두 [s]로 발음한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탈리아어의 s가 [s]인지 [z]인지 구분하지 않고 모두 ‘ㅅ’, ‘스’로 통일해서 적는 것이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민간 표기에서는 [z]로 발음되는 s를 ‘ㅈ’으로 적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 이름인 lasagna [laˈzaɲɲa], risotto [전통: riˈsɔtto, 현대: riˈzɔtto]는 각각 ‘라자냐’, ‘리조토/리조또’로 흔히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각각 ‘라사냐’, ‘리소토’로 적어야 한다. 사실 이탈리아어에서는 음식을 이를 때는 단수형 lasagna보다는 복수형 lasagne를 쓰므로 ‘라사녜’가 원어의 용법에 맞다(단수형 spaghetto 대신 복수형 spaghetti ‘스파게티’를 쓰는 것 참조). 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복수형 lasagne 외에도 단수형 lasagna가 음식 이름으로 흔히 쓰이게 되어 한국에서는 이에 따라 ‘라자냐’라는 형태로 널리 알려졌다. 아직 lasagne/lasagna의 표준 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라사녜’가 너무 생소하다면 ‘라자냐’를 관용 표기로 인정해도 별 탈은 없을 듯하다.

포르투갈어

포르투갈어에서는 /s/와 /z/가 확실히 각각 독립적인 음소일 뿐만 아니라 같은 철자 s가 /s/와 /z/를 둘 다 나타내는 이탈리아어와 달리 /z/를 나타내는 철자 z가 따로 있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포르투갈어의 z를 ‘ㅈ’, ‘즈’로 적도록 하고 있다. 다만 /s/와 /z/는 어두와 모음 사이에서만 구별되고 음절말에서는 구별되지 않는다. 포르투갈 전역을 비롯하여 브라질 일부(리우데자네이루 주변)에서는 음절말의 /s, z/가 후치경음 [ʃ, ʒ]로 변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브라질 대부분에서 쓰는 발음에 따라 /s, z/인 것처럼 ‘스’, ‘즈’로만 적도록 한다. 어말의 /s, z/는 무성음 [ʃ] 또는 [s]로 발음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말의 -z를 ‘스’로 쓴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어 성인 Moniz는 -z가 무성음화하여 포르투갈에서 [muˈniʃ]로, 브라질에서 [mõˈnis]로 발음되므로 ‘모니스’로 적는다.

어중 음절말의 /s, z/는 뒤따르는 자음이 무성음이면 [ʃ] 또는 [s]로, 유성음이면 [ʒ] 또는 [z]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유성 자음 앞의 s를 ‘즈’로 적도록 하고 있으므로 Francisco [포: fɾɐ̃ˈsiʃku, 브: fɾɐ̃ˈsisku] ‘프란시스쿠’, Gustavo [포: ɡuʃˈtavu, 브: ɡusˈtavu] ‘구스타부’에서는 s를 ‘스’로 적지만 Lisboa [포: ɫiʒˈβ̞oɐ, 브: ɫizˈboɐ], Gusmão [포: ɡuʒˈmɐ̃ũ̯, 브: ɡuzˈmɐ̃ũ̯]에서는 s를 ‘즈’로 적어 각각 ‘리즈보아’, ‘구즈망’으로 쓰는 것이 원칙에는 맞다.

그런데 포르투갈어 표기법 제정과 함께 나온 용례집에서 브라질 지명 Venceslau Bráz [포: vẽsɨʒɫau̯-ˈbɾaʃ, 브: vẽsezɫau̯-ˈbɾas]는 ‘벤세슬라우브라스’로 적는다. 또 2007년에 심의된 동티모르 인명에서 Estanislau [포: ʃtɐ̃niʒˈɫau̯, 브: istɐ̃nizˈɫau̯]를 ‘*에스타니슬라우’로 적고 있다(어두 무강세 음절의 e를 표기법에 따른 ‘이’ 대신 ‘에’로 적었기 때문에 관용 표기를 나타내는 별표를 쓴 듯하다). 포르투갈어 l은 유성음 /ɫ/을 나타내므로 표기법을 문자 그대로 따르면 각각 ‘벤세즐라우브라스’, ‘이스타니즐라우’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s.ɫ/ 대신 /.sɫ/로 음절 구분을 달리하면 /s/가 더이상 음절말이 아니므로 무성음으로 유지되어 Venceslau [포: vẽsɨˈʃɫau̯, 브: vẽseˈsɫau̯], Estanislau [포: ʃtɐ̃niˈʃɫau̯, 브: istɐ̃niˈsɫau̯]와 같이 발음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실제 관찰해보면 예상대로 어중 sl의 s는 보통 유성음 [ʒ] 또는 [z]로 발음되는 듯하다.

포르투갈어 표기법에서 s는 포르투갈어 음운 규칙에 따라 /z/으로 발음되는 모음 사이에서는 ‘ㅈ’으로 적고 어중 유성음 앞에서는 ‘즈’로 적도록 했다. 그래서 Lisboa, Gusmão, Venceslau, Estanislau 등은 기존 용례에서 어떻게 적었든 표기법대로 각각 ‘리즈보아’, ‘구즈망’, ‘벤세즐라우’, ‘이스타니즐라우’로 적는 것이 실제 발음에는 가깝다. 이 외에도 표기 용례에는 Cosmo [포: ˈkɔʒmu, 브: ˈkɔzmu] ‘코즈무’, Quaresma [포: kwɐˈɾɛʒmɐ, 브: kwaˈɾɛzmɐ] ‘쿠아레즈마’와 같이 표기법을 그대로 따른 것들이 있다.

포르투갈 대표 축구 선수 히카르두 쿠아레즈마(Wikimedia: Fanny Schertzer, CC BY 3.0)

하지만 과연 실제 발음과 가깝다고 해서 유성 자음 앞의 s를 ‘즈’로 적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리스보아’, ‘구스망’, ‘벤세슬라우’, ‘*에스타니슬라우’ 등의 기존 용례에서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지킨 경우보다 많을 정도이니 자음 앞의 s는 ‘스’로 통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른 언어의 경우도 살펴보자.

프랑스어

프랑스어도 /s/와 /z/가 독립적인 음소이고 철자 z가 /z/를 나타내며 모음 사이의 s는 보통 /z/를 나타낸다는 점이 포르투갈어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어중 유성 장애음 /b, d, ɡ, v/ 앞의 s는 [z]로 발음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천천히 발음할 때는 [s]가 유지되며 사전에서는 보통 [s]를 기본 발음으로 제시한다. Gainsbourg [ɡɛ̃sbuʁ → ɡɛ̃zbuʁ] ‘갱스부르’, Strasbourg [stʁasbuʁ → stʁazbuʁ] ‘스트라스부르’ 등의 기존 용례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의 s를 ‘스’로 적는다. 한편 Sisley [sislɛ] ‘시슬레’, orgasme [ɔʁɡasm] ‘오르가슴’처럼 유성 공명음 /l, m, n, ɲ, ʁ/ 앞의 s는 언제나 [s]로 발음하는 것을 표준 발음으로 친다(다만 방언에서는 [z]로 발음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랑스어에서 어중 유성 자음 앞의 s /s/는 ‘스’로 표기를 통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스본의 프랑스어 이름 Lisbonne [lisbɔn → liz-]도 ‘리스본’으로 표기된다.

네덜란드어

네덜란드어도 /s/와 /z/가 독립적인 음소이고 철자 z가 /z/를 나타내며 모음 사이의 s는 보통 /z/를 나타낸다. 하지만 네덜란드어에서 음절말 자음은 일단 무성음화했다가 뒤따르는 유성 폐쇄음에 의해 유성음이 될 수 있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어중 유성 폐쇄음 /b, d/ 앞의 s는 보통 [z]로 실현되지만 이 역시 천천히 발음할 때는 [s]가 유지된다.

그런데 현 네덜란드어 표기법에서는 철자 s가 /z/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ㅅ’, ‘스’로 적는다. 그러니 Doesburg [ˈdusbʏr(ə)x → ˈduzbʏr(ə)x] ‘두스뷔르흐’, Ruysdael [ˈrœy̯sdaːl → ˈrœy̯zdaːl] ‘라위스달’ 등의 어중 자음 앞 s는 보통 [z]로 실현되더라도 ‘스’로 적는다. 한편 Friesland [ˈfrislɑnt] ‘프리슬란트’, Tasman [ˈtɑsmɑn] ‘타스만’에서처럼 유성 공명음 /l, m, n, r, ʋ/ 앞의 s는 언제나 [s]로 발음되며 Sven [ˈsfɛn] ‘스벤’, misgaan [ˈmɪsxaːn] ‘미스한’에서와 같이 s 뒤에 유성 마찰음 /v, ɣ/가 따르면 오히려 뒤쪽 자음이 /f, x/로 무성음화된다. 하지만 현 네덜란드어 표기법에서 앞뒤 자음에 의한 유성음화나 무성음화는 반영하지 않는다.

영어

영어도 /s/와 /z/가 독립적인 음소이고 철자 z가 /z/를 나타내며 모음 사이의 s는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z/를 나타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어에서 어중 유성 자음 앞의 s는 [z]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newspaper [ˈnjuːzˌpeɪpəɹ, ˈnjuːs-] ‘뉴즈페이퍼/뉴스페이퍼’에서와 같이 합성어에서 앞부분의 -s가 /z/일 때 뒷부분이 무성 자음으로 시작하더라도 천천히 발음할 때는 [z]가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이다.

영어에서는 newspaper 외에도 transgender [ˌtɹæˑnz⟮s⟯ˈʤendəɹ] ‘트랜즈젠더/트랜스젠더’, Wesley [ˈwɛs⟮z⟯li] ‘웨슬리/웨즐리’, Glasgow [ˈɡlæˑz⟮s⟯ɡoʊ̯, ˈɡlæˑskoʊ̯] ‘글래즈고/글래스고/글래스코’, jasmine [ˈʤæz⟮s⟯mᵻn] ‘재즈민/재스민’, Chrysler [ˈkɹaɪ̯z⟮s⟯ləɹ] ‘크라이즐러/크라이슬러’ 등 [z]와 [s] 발음이 혼용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 실제 용례 또는 많이 쓰는 표기를 보면 ‘뉴스페이퍼’, ‘트랜스젠더’, ‘웨슬리’, ‘글래스고’, ‘재스민’, ‘크라이슬러’ 등 어중 자음 앞 s를 ‘스’로 쓴다. 하지만 어중 자음 앞 s가 [z]로만 발음될 경우는 보통 Disney [ˈdɪzni] ‘디즈니’, lesbian [ˈlɛzbiən] ‘레즈비언’, Queensland [ˈkwiːnzlə⟮æ⟯nd] ‘퀸즐랜드’에서와 같이 ‘즈’로 쓰며 드물게 Carlsberg [ˈkɑːɹlzbɜːɹɡ] ‘칼스버그’처럼 그냥 ‘스’를 쓰는 경우도 있다(덴마크 회사 Carlsberg의 덴마크어 발음은 [kʰɑːˀlsb̥æɐ̯ˀ] ‘카를스베르’이다).

이처럼 영어에서 어중 유성 자음 앞 s의 표기는 까다로운 문제이지만 [z]로만 발음되고 합성어라는 인식이 없을 때에만 ‘즈’를 쓰고 나머지 경우에는 ‘스’를 쓰는 것이 어떨까 한다.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따라 영어에서 news [ˈnjuːz] ‘뉴스’ 등 어말의 -s는 [z]로 발음되더라도 ‘스’로 적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 그리스어

그리스어에서 /s/와 /z/는 독립적인 음소이며 그리스 문자에는 기본적으로 /s/를 나타내는 ‘시그마’ σ(s)와 /z/를 나타내는 ‘제타’ ζ(z)가 따로 있다. 그런데 σ s는 보통 유성 자음 /v, ð, ɣ; m, n, r/ 앞에서 [z]로 유성음화한다(다만 /l/ 앞에서는 [s]로 유지된다).

따라서 Λέσβος(Lésvos) [ˈlezvos] ‘레스보스’, Πελασγός(Pelasgós) [pelazˈɣos] ‘펠라스고스’, κόσμος(kósmos) [ˈkozmos] ‘코스모스’, Ισραήλ(Israíl) [izraˈil] ‘이스라일’ 등에서는 σ(s)가 [z]로 발음된다. 하지만 한글 표기에서는 ‘스’로 쓴다. 외래어 표기법에는 그리스어 표기 규정이 따로 없지만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포함된 그리스어 표기 원칙을 비롯하여 정식으로 고시된 적이 없는 그리스어 표기 시안에도 σ(s)를 경우에 따라 ‘즈’로 적는다는 규정은 없다. 기존 용례에도 현대 그리스 인명 가운데 Κοσμίδης(Kosmídis) [kozˈmiðis]를 ‘코스미디스’로 적은 것이 있다.

결론

이와 같이 /s/와 별도로 /z/를 나타내는 글자가 따로 없는 에스파냐어와 이탈리아어는 물론 /z/를 나타내는 글자가 따로 있는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현대 그리스어에서도 유성 자음 앞에서 [z]로 실현되는 s는 ‘스’로 적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포르투갈어의 s가 유성 자음 앞에서 [ʒ] 또는 [z]로 발음되더라도 ‘스’로 통일해서 적는 것으로 표기 규정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즉 Lisboa, Gusmão, Venceslau, Estanislau, Cosmo, Quaresma는 각각 ‘리스보아’, ‘구스망’, ‘벤세슬라우’, ‘이스타니슬라우’, ‘코스무’, ‘쿠아레스마’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자는 것이다.

포르투갈어에서 유성 자음 앞의 s를 ‘즈’로 적는다는 규칙처럼 외래어 표기 규정 가운데 표기 용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용례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 전에 그 규정이 과연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다른 언어의 표기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계속 존속시킬 근거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규정은 과감히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규정에 따른 표기와 실제 쓰는 표기의 간극을 좁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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