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가 들어가는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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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명 가운데는 아나폴리스(Annapolis),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와 같이 ‘-폴리스(-polis)’로 끝나는 것이 몇 개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는 고대 그리스어로 ‘도시’를 뜻하는 πόλις(pólis) ‘폴리스’에서 나온 요소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폴리스는 보통 독립된 정치체 즉 도시 국가였는데 ‘열 개의 도시’를 뜻하는 데카폴리스(Δεκάπολις Dekápolis), ‘열두 개의 도시’를 뜻하는 도데카폴리스(Δωδεκάπολις Dōdekápolis) 등이 폴리스 연맹이나 여러 폴리스를 아우르는 지역 이름으로 쓰이기는 했어도 폴리스 이름 자체에 ‘-폴리스’가 들어가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날 리비아와 레바논에는 ‘세 개의 도시’를 뜻하는 트리폴리스(Τρίπολις Trípolis)에서 이름이 유래하는 도시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어 형태인 트리폴리(Tripoli)로 흔히 알려져 있고 문어체 아랍어로는 타라불루스(طرابلس Ṭarābulus)라고 한다. 원래 세 개의 도시가 합쳐 이루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그리스 본토에도 현대 그리스어 민중어 형태로 트리폴리(Τρίπολη Trípoli)라고 부르는 도시가 있는데 고대부터 이어지는 이름은 아니고 원래의 이름이 변형되어 재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주변 이민족의 도시를 부를 때는 ‘-폴리스’가 들어가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태양신 라(Ra)와 창조신 아툼(Atum)을 융합하여 섬기는 신전이 있던 이집트 도시는 ‘태양의 도시’라는 뜻으로 헬리우폴리스(Ἡλίου πόλις Hēlíou pólis)라고 불렀다. 라틴어 형태는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이다. 원래의 고대 이집트어 이름은 Jwnw였는데 모음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은 알기 어렵지만 *ʔa:wnu ‘아우누’ 정도로 재구하기도 한다. 후대 콥트어로는 ⲱⲛ Ōn ‘온’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이란에 있는 페르시아 제국의 도시 파르사(Pārsa)는 페르세폴리스(Περσέπολις Persépolis)라고 불렀다. 라틴어 형태도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이다. 고대 페르시아어 Pārsa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페르시아’를 뜻하는 Περσίς(Persís) ‘페르시스’, ‘페르시아인’을 뜻하는 Πέρσης(Pérsēs) ‘페르세스’의 어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폴리스’를 붙여서 도시를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나타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중해와 흑해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세운 도시에도 ‘-폴리스’갈 수 있었다. 이탈리아반도에는 ‘새 도시’라는 뜻의 네아폴리스(고대 그리스어: Νεάπολις Neápolis, 라틴어: Neapolis)를 세웠다. 이는 오늘날 이탈리아어 나폴리(Napoli)로 이어진다. 흑해의 크림반도에는 ‘모으다’를 뜻하는 συμφέρω(symphérō) ‘심페로’와 ‘-폴리스’를 결합한 심페루폴리스(Συμφερούπολις Sympheroúpolis)를 세웠다. 라틴어로는 심페로폴리스(Sympheropolis)이다. 1784년에 러시아 제국이 크림 한국을 정복하고 세운 도시에 붙인 이름인 심페로폴(러시아어: Симферополь Simferopol’, 우크라이나어 Сімферополь Simferopol’)은 여기서 땄지만 고대의 심페로폴리스와는 장소가 다르다.

‘아름다운 도시’를 뜻하는 칼리폴리스(고대 그리스어: Καλλίπολις Kallípolis, 라틴어: Callipolis)는 여러 도시의 이름으로 쓰였는데 여기서 나온 이름으로 오늘날의 이탈리아의 갈리폴리(Gallipoli)와 튀르키예의 겔리볼루(Gelibolu)를 꼽을 수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 연합군이 오스만 제국을 상대하여 군사 작전을 벌인 곳으로 유명한 갈리폴리는 튀르키예의 겔리볼루를 이탈리아어식으로 부른 당시의 이름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도시 주변’을 뜻하는 이름인 암피폴리스(Ἀμφίπολις Amphipolis)는 오늘날 그리스에 속하지만 원래는 아테네인들이 에게해 북쪽 기슭인 트라키아 지방에 식민지로 건설한 도시였다. 현대 그리스어 민중어 형태는 암피폴리(Αμφίπολη Amfípoli)이다. 현대 그리스어 지명은 고대 그리스어를 흉내낸 이른바 순수어(Καθαρεύουσα Katharévousa ‘카타레부사’) 형태와 민중어(Δημοτική Dimotikí) 형태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1976년에 민중어가 순수어를 대신하여 그리스의 공용어로 정해진 이후 그리스 내부에서는 민중어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Пловдив Plovdiv)는 고대에 고대 그리스어로 필리푸폴리스(Φιλιππούπολις Philippoúpolis), 라틴어로 필리포폴리스(Philippopolis)라고 불렀는데 보통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오늘날의 불가리아에 알렉산드루폴리스(Ἀλεξανδρούπολις Alexandroúpolis) 또는 알렉산드로폴리스(Alexandraopolis)라는 도시를 세웠다고 하지만 정확한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그리스령 트라키아 지방에 동명의 도시가 있는데 이는 1920년에 당시 그리스 왕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현대 그리스어 민중어 형태는 알렉산드루폴리(Αλεξανδρούπολη Alexandroúpoli)이다.

그리스를 정복한 고대 로마에서도 ‘-폴리스’가 들어간 그리스어식 이름을 붙이는 일이 많았다. 나중에 로마 제국의 첫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로 즉위하게 되는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31년에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상대로 한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기원전 29년에 그리스 서부의 악티움 근처에 ‘승리의 도시’라는 뜻으로 니코폴리스(고대 그리스어: Νικόπολις Nikópolis, 라틴어: Nicopolis)를 세웠다. 2세기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트라키아 지방의 오레스티아스(고대 그리스어: Ὀρεστιάς Orestiás, 라틴어: Orestias)를 다시 세우면서 ‘하드리아누스의 도시’라는 뜻으로 하드리아누폴리스(고대 그리스어: Ἁδριανούπολις Hadrianoúpolis) 또는 하드리아노폴리스(라틴어: Hadrianopoli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오늘날의 튀르키예 에디르네(Edirne)에 해당된다.

마찬가지로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로마 제국의 새 수도가 된 보스포루스 해협의 비잔티온(Βυζάντιον Byzántion)은 ‘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으로 콘스탄티누폴리스(고대 그리스어: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 Kōnstantinoúpolis) 또는 콘스탄티노폴리스(라틴어: Constantinopolis)로 이름이 바뀌었다. 동로마 제국, 후에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지만 1923년 튀르키예의 건국과 함께 앙카라에 수도 지위를 잃었고 1930년에는 공식적으로 튀르키예어 이름인 이스탄불(İstanbul)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스탄불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도시에’를 뜻한 중세 그리스어 στην Πόλιν(stin Pólin) ‘스틴 폴린’ 또는 στην Πόλι(stin Póli) ‘스틴 폴리’ 같이 ‘폴리스’를 포함한 말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 그리스어에서 /n/ 뒤의 /p/는 [b]로 유성음화하는데 이 현상은 단어 경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 실제 발음은 ‘스틴볼린’, ‘스틴볼리’에 더 가까웠을지 모른다. İstanbul의 첫머리에 붙은 모음은 튀르크어에서 어두 자음군을 발음하기 쉽게 하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프랑스어 station [stasjɔ̃] ‘스타시옹’을 튀르키예어에서 istasyon ‘이스타시온’으로 받아들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근대에 들어 유럽 열강이 식민지를 건설하면서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의 작명법을 흉내내어 지명에 ‘-폴리스’를 붙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러시아 제국은 크림 한국을 정복한 땅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대 지명을 딴 심페로폴 외에 ‘꿀의 도시’를 뜻하는 멜리토폴리스(Μελιτόπολις Melitópolis)와 ‘존경받는 도시’를 뜻하는 세바스토폴리스(Σεβαστόπολις Sebastópolis)에서 각각 따온 멜리토폴(러시아어: Мелитополь Melitopol’, 우크라이나어: Мелітополь Melitopol’), 세바스토폴(러시아어/우크라이나어: Севастополь Sevastopol’) 등 그리스어식 이름을 새로 지어 붙이기도 했다.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섬에 있던 프랑스의 식민지 생도맹그(Saint-Domingue [sɛ̃-dɔmɛ̃ɡ]), 즉 오늘날의 아이티에는 1764년에 독일계 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이탈리아계 독일인 후원자 봄바르다(Bombarda [bɔmˈbaʁda])의 이름을 따서 봉바르도폴리스(프랑스어: Bombardopolis [bɔ̃baʁdɔpɔlis])라고 부른 도시가 있다.

영국은 1710년에 오늘날의 캐나다에 속하는 노바스코샤의 프랑스 정착지 포르루아얄(Port Royal [pɔʁ-ʁwajal])을 점령한 후 Annapolis Royal [əˈnæpəlᵻs-ˈɹɔɪ̯əl] ‘*아나폴리스로열’이라고 개명했다. 당시 영국의 앤(Anne [ˈæn]) 여왕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에 앞서 1694년에는 오늘날의 미국에 있던 영국의 정착지 앤어런들스타운(Anne Arundel’s Towne [ˈæn-əˈɹʌnd(ə)lz-ˈtaʊ̯n])이 메릴랜드 식민지의 새 수도로 정해지면서 당시 왕위에 오르기 전이었던 앤 공주의 이름을 따서 아나폴리스(Annapolis)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이 독립한 후 인디애나주에서 원주민 델라웨어족과 마이애미족을 몰아내고 새 주도를 건설하면서 1821년에 ‘인디언의 도시’라는 뜻으로 Indianapolis [ɪndiəˈnæpəlᵻs] ‘*인디애나폴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1852년에는 미네소타주에서 원주민 다코타족을 쫓아낸 자리에 세운 도시에 Minnehaha [ˌmɪnᵻˈhɑːhɑː] ‘미네하하’의 첫부분을 따서 Minneapolis [ˌmɪniˈæpəlᵻs] ‘*미니애폴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코타어로 mní ‘므니’는 ‘물’을 뜻하며 미네하하는 다코타어로 ‘급물살’을 뜻하는 mníȟaȟa ‘므니하하’, 미네소타(Minnesota [ˌmɪnᵻˈsoʊ̯tə])는 다코타어로 ‘흐린 물’을 뜻하는 mní šóta ‘므니쇼타’에서 나왔다.

Annapolis [əˈnæpəlᵻs], Indianapolis [ˌɪndiəˈnæpəlᵻs], Minneapolis [ˌmɪniˈæpəlᵻs]를 영어 발음에 따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적으면 각각 ‘어내펄리스’, ‘인디어내펄리스’, ‘미니애펄리스’이다. -polis가 들어간 말은 그 바로 앞의 음절에 강세가 오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강세가 없이 [pəlᵻs]로 약화되어 발음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쓰는 표준 표기는 각각 ‘*아나폴리스’, ‘*인디애나폴리스’, ‘*미니애폴리스’이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도 이와 같이 ‘-폴리스’의 앞 음절에 강세가 주어졌다. 라틴어에서는 꼭 고대 그리스어의 강세 위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음절 구조에 따라 강세 위치가 정해지는데 마침 -polis에서는 o가 짧은 모음이라서 규칙적으로 그 바로 앞의 음절에 강세가 주어지게 되었다.

프랑스어에서는 강세가 없는 -polis의 모음이 아예 탈락하여 -ple [pl]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라틴어 Constantinopolis ‘콘스탄티노폴리스’는 프랑스어에서 Constantinople [kɔ̃stɑ̃tinɔpl] ‘콩스탕티노플’이 되었다. 영어에서도 프랑스어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여 Constantinople [ˌkɒnstæntᵻˈnoʊ̯p(ə)l] ‘콘스탠티노플’로 발음한다. 이탈리아 나폴리를 부르는 이름으로 프랑스어에서는 라틴어 Neapolis ‘네아폴리스’에서 나온 Naples [napl] ‘나플’을, 영어에서는 Naples [ˈneɪ̯p(ə)lz] ‘네이플스’를 쓰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독일어에서도 마찬가지로 -polis가 -pol을 거쳐 -pel [pl̩]로 변하여 Konstantinopel [kɔnstantiˈnoːpl̩] ‘콘스탄티노펠’, Neapel [neˈ(ʔ)aːpl̩] ‘네아펠’과 같이 쓴다. 오늘날의 스웨덴 남부에는 Kristianopel ‘크리스티아노펠’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원래 덴마크 영토였을 때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4세(Christian 4., 1577~1658)이 스웨덴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지은 요새로 왕세자 크리스티안(Christian)의 이름을 따서 독일어식 -pel을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라틴어 형태를 직접 가져온 -polis도 강세가 없이 [pəlᵻs]로 약화시킨다. 그러다 보니 앞에 들어가는 말의 강세 위치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Anne [ˈænə] ‘앤’, Anna [ˈænə] ‘애나’에서는 첫째 음절에 강세가 오지만 Annapolis [əˈnæpəlᵻs] ‘어내펄리스’에서는 둘째 음절로 강세가 옮긴다. Indiana [ˌɪndiˈænə] ‘인디애나’에서는 첫째 a에 강세가 오지만 Indianapolis [ˌɪndiəˈnæpəlᵻs] ‘인디어내펄리스’에서는 둘째 a로 강세가 옮긴다.

영어 접미사 가운데는 바로 앞 음절에 강세를 주게 만드는 것들이 있어서 이처럼 앞에 들어가는 말의 강세 위치가 바뀌고 그에 따라 모음 음가도 달라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parabola [pəˈɹæbələ] ‘퍼래벌라’, parameter [pəˈɹæmᵻtəɹ] ‘퍼래미터’에 접미사 하나가 붙으면 parabolic [ˌpæɹəˈbɒlɪk] ‘패러볼릭’, parametric [ˌpæɹəˈmɛtɹɪk] ‘패러메트릭’과 같이 발음이 달라지는 식이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이처럼 같은 형태소가 접미사에 따라서 발음이 달라지는 것을 한글 표기에도 반영하는 것이 어색하다. real [ˈɹiːəl]을 ‘리얼’로 쓰고 irony [ˈaɪ̯ɹəni]를 ‘아이러니’로 쓰니 reality는 ‘리얼리티’, ironical은 ‘아이러니컬’로 쓰는 것이 직관적이다(‘리얼리티’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인정하는 표준 표기이다). 하지만 영어 발음을 따른다면 reality [ɹiˈælə⟮ᵻ⟯ti] ‘리앨리티’, ironical [aɪ̯ˈɹɒnɪk(ə)l] ‘아이로니컬’로 적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한 방법은 영어의 무강세 모음이 [ə]로 약화되더라도 본래의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이다. a는 [æ] ‘애’, [eɪ̯] ‘에이’, [ɑː] ‘아’ 등 다양한 발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a [ə]의 본 발음을 고르기는 쉽지 않지만 o는 보통 [ɒ] ‘오’, [oʊ̯] ‘오’ 등으로 발음되고 드물게 [ʌ] ‘어’로도 발음된다. 그런데 o가 [ʌ]로 발음되는 것은 color/colour [ˈkʌləɹ] ‘컬러’ 같은 일부 예를 제외하면 보통 om, on 조합에 한정되므로 다른 자음 앞에서는 o [ə]를 ‘오’로 적는 것이 무난하다.

propose [pɹəˈpoʊ̯z]는 1993년 1월 19일 제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표준 표기가 ‘프러포즈’로 심의되었는데 proposition [ˌpɹɒpəˈzɪʃ(ə)n]은 규칙에 따르면 ‘프로퍼지션’으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o [ə]를 ‘오’로 적기로 하면 각각 ‘프로포즈’, ‘프로포지션’으로 표기가 비슷하게 된다.

polis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ˈpɒlᵻs] ‘폴리스’로 발음된다. Maryland [ˈmɛə̯ɹᵻlənd] ‘메릴랜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명의 요소로 쓰이는 -land는 [lənd]로 발음되더라도 단독으로 쓰일 때의 [ˈlænd]에 따라서 ‘-랜드’로 적는 것처럼 지명에 등장하는 -polis도 ‘-폴리스’로 표기를 통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규칙으로 삼으면 Minneapolis를 ‘미니애폴리스’로 적는 것은 규칙 표기가 된다.

영어 지명 Annapolis를 ‘아나폴리스’로 적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프랑스어 발음 [anapɔlis]에 따른 표기는 ‘아나폴리스’이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아나폴리스로열 주변에는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어 화자가 남아있고 프랑스어는 영어와 함께 캐나다 국가 공용어로 쓰이니 프랑스어 발음에 따라 적을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 메릴랜드주의 아나폴리스가 이보다 오래된 지명이라는 점은 있다.

‘*리앨리티’에서 볼 수 있듯이 앞 음절에 강세를 주게 만드는 접미사 때문에 익숙한 형태소의 마지막 모음이 강세를 받는 [æ] ‘애’로 변하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drama [ˈdɹɑːmə]는 ‘드라마’로 적는데 dramatic [dɹəˈmætɪk]은 ‘드러매틱’으로 적는 것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리얼리티’에서처럼 본말의 형태를 간직한 불규칙적인 표기 ‘드라마틱’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정하는 표준 표기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rotameter [ˌɹoʊ̯ˈtæmᵻtəɹ]를 ‘로태미터’ 대신 ‘로터미터’로 쓴 표제어도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원어 발음을 잘못 파악한 표기 같다.

그래도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발음에 따라 -polis 앞의 [æ]를 ‘애’로 적으니 아나폴리스와 인디애나폴리스도 실제 발음에 따라 각각 ‘어내폴리스’, ‘인디어내폴리스’로 표기를 고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는 이밖에도 Cannon [ˈkænən] ‘캐넌’ 직물 회사의 이름을 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Kannapolis [kəˈnæpəlᵻs] ‘커내폴리스’, ‘일리노이’의 이름을 딴 일리노이주의 Illiopolis [ˌɪliˈɒpəlᵻs] ‘일리오폴리스’, 현지 주요 광물인 구리의 영어 이름에서 딴 캘리포니아주의 Copperopolis [ˌkɒpəˈɹɒpəlᵻs] ‘코퍼로폴리스’ 등 ‘-폴리스’가 들어가는 지명이 꽤 있다. ‘아나폴리스’, ‘인디애나폴리스’ 등은 관용 표기로 삼는다고 해도 다른 지명도가 낮은 이름들은 실제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날 ‘-폴리스’가 들어가는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브라질일 것이다. 브라질에서 인구가 10만 이상인 도시 가운데 여덟 개 이름에 ‘-폴리스’가 들어간다. 사람 이름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플로리아노폴리스(Florianópolis)는 1891년부터 1894년까지 브라질의 제2대 대통령을 지낸 플로리아누 페이쇼투(Floriano Peixoto, 1839~1895)의 이름을 땄다. 닐로폴리스(Nilópolis)는 브라질 제7대 대통령 닐루 페사냐(Nilo Peçanha, 1867~1924), 페트로폴리스(Petrópolis)는 브라질 제2대 황제 페드루 2세(Pedro II, 1825~1891), 테레조폴리스(Teresópolis)는 페드루 2세의 황후 테레자 크리스치나(Teresa Cristina, 1822~1889), 혼도노폴리스(Rondonópolis)는 군인이자 탐험가 칸지두 혼동(Cândido Rondon, 1865~1958), 에우나폴리스(Eunápolis)는 정치가 에우나피우 지 케이로스(Eunápio de Queirós, 1905~1998)의 이름을 각각 땄다.

종교적인 의미로 붙인 이름도 있다. 아나폴리스(Anápolis)는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녀 안나의 이름을 땄으며 지비노폴리스(Divinópolis)는 신성한 성령(Divino Espírito Santo)이란 호칭에 들어가는 ‘신성한’을 뜻하는 Divino ‘지비누’에서 이름을 땄다.

그 외에도 특히 20세기에야 본격적으로 도시 개척이 시작된 브라질 중부 내륙 지역에는 ‘-폴리스’가 들어가는 지명이 수두룩하다. ‘예수의 도시’를 뜻하는 제주폴리스(Jesúpolis), 무퉁(mutum)이라는 현지 새의 이름을 딴 무투노폴리스(Mutunópolis), 야자수를 뜻하는 palmeira ‘파우메이라’에서 이름을 딴 파우메이로폴리스(Palmeirópolis), 에스파냐 출신 주민들이 도시를 둘러싸는 산맥을 피레네산맥이라고 부른 데서 이름을 딴 피레노폴리스(Pirenópolis) 등 흥미로운 이름이 많다.

이런 이름은 대체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지어졌는데 브라질 상류층에서 고전 그리스·로마 문화를 중시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브라질에서 아가멤농(Agamemnon), 에르쿨리스(Hércules) 같은 그리스어식 이름이 흔한 것도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폴리스’가 들어가는 지명은 새로 건설한 도시나 정복한 도시의 새 이름으로 흔히 쓰였는데 그 과정에서 옛 주민이 원래 쓰던 이름은 잊혀지기 마련이었다. 오늘날의 미니애폴리스를 원주민인 다코타족은 ‘여러 호수의 고을’이라는 뜻으로 Bde Óta Othúŋwe ‘브데오타오퉁웨’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미니애폴리스라는 이름의 첫 요소도 원주민인 다코타족의 언어에서 따온 것이니 그나마 그 장소의 역사가 이름에 남아있는 예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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