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연구자 제인 구달/구돌

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동물 행동학에 큰 기여를 하고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Jane Goodall의 표준 표기는 2009년 9월 23일 제86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제인 구달’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 영어 발음은 [ˈʤeɪ̯n ˈɡʊdɔːl]이므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적으면 ‘제인 구돌’이 되어야 한다. 댓글의 동영상에서 본인의 발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2009년 당시에는 Goodall의 발음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그렇게 정해졌거나 예전부터 ‘구달’이란 표기가 통용되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오늘날 미국 영어 화자 과반수가 이른바 cot-caught 융합(cot–caught merger) 때문에 THOUGHT 모음 /ɔː/와 LOT 모음 /ɒ/, PALM 모음 /ɑː/를 구별하지 않고 발음하는 것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영어에서 all [ˈɔːl] ‘올’, ball [ˈbɔːl] ‘볼’, call [ˈkɔːl] ‘콜’ 등 강세를 받는 모음의 철자 -all에서는 보통 THOUGHT 모음 /ɔː/가 쓰이므로 한글 표기에서는 ‘오’로 적는다. 드물게 미국 배우 이름인 Kim Cattrall [ˈkɪm kəˈtɹæl] ‘킴 커트랠’이나 영국 런던에 있는 거리 이름인 Pall Mall [ˈpæl ˈmæl] ‘팰 맬’처럼 특이한 예외도 있다. 후자는 이탈리아어 pallamaglio ‘팔라말리오’에서 유래한 옛 놀이 이름에서 딴 것으로 쇼핑몰의 준말인 일반 명사 mall [ˈmɔːl] ‘몰’과는 발음이 다르다.

물론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Marshall [ˈmɑːɹʃ(ə)l] ‘마셜’, McDougall [məkˈduːɡ(ə)l] ‘맥두걸’에서처럼 /ə/로 약화되므로 한글 표기에서 ‘어’로 적으며 Kendall [ˈkɛnd(ə)l] ‘켄들’, Randall [ˈɹænd(ə)l] ‘랜들’, Tyndall [ˈtɪnd(ə)l] ‘틴들’과 같은 경우에는 /əl/이 성절 자음 [l̩]로 발음되는 것으로 취급하여 ‘으’로 적는다.

그런데 Goodall은 강세가 첫째 음절에 오지만 둘째 음절에서도 모음 약화가 일어나지 않고 /ɔː/가 유지된다. 지명 Burstall [ˈbɜːɹstɔːl] ‘버스톨’이나 성씨 Tunstall [ˈtʌnstɔːl] ‘턴스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표기 용례에는 없지만 16세기 잉글랜드 극작가 Nicholas Udall의 성은 [ˈjuːd(ə)l] ‘유들/유덜’과 [ˈjuːdɔːl] ‘유돌’ 둘 다 가능하다.

철자 -all에서 PALM 모음 /ɑː/가 쓰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 배우 Robert Duvall의 성씨는 궁극적으로 프랑스어 Duval [dyval] ‘뒤발’의 이철자에서 나왔는데 영국에서는 Duval/Duvall을 보통 [d(j)uˈvæl] ‘듀밸’로 발음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Duvall을 보통 [dᵿˈvɔːl~dᵿˈvɑːl] ‘두볼~두발’로 발음하는 것이 관찰된다. 앞서 언급한 cot-caught 융합 때문에 어느 쪽을 기준으로 할지가 불확실하다. 철자 -all을 쓰는 다른 이름에서는 보통 /ɔː/가 쓰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듀볼’로 적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민간에서 흔히 쓰이는 ‘듀발’도 전혀 근거가 없는 표기는 아니다. 참고로 미국 영어에서는 /n, d, t/ 등을 따르는 /juː/, /jʊ/ 등의 /j/를 보통 생략하지만 한글 표기에는 반영하지 않고 ‘두’ 대신 ‘듀’로 쓴다.

Goodall이라는 성씨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중세 영어의 god(e) + ale 즉 ‘좋은 맥주’에서 나온 직업 관련 성씨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잉글랜드 동북부 요크셔주의 지명인 Gowdall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Gowdall의 발음은 《BBC 영국 이름 발음 사전》에조차 나오지 않아서 확인하기 어렵고 [ˈɡaʊ̯d(ə)l] ‘가우들’ 정도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예전에 심의를 거친 표기 가운데도 Goodall처럼 발음을 잘못 파악한 경우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잘못 알려진 발음에 따른 표기가 익숙하게 된 경우는 올바른 발음에 따라 표기를 수정해야 할지, 아니면 익숙한 표기를 계속 쓸지 고민이 된다.

공유하기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