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릴문자권 언어의 한글 표기법 정립을 위한 기초 연구〉 논평

2023년 6월에 발행된 《한글》 제84권 제2호(통권 340호)에 〈중앙아시아 키릴문자권 언어의 한글 표기법 정립을 위한 기초 연구〉라는 최문정(한림대학교)의 글이 실렸다. 초록은 다음과 같다.

이 연구의 목적은 카자흐어, 우즈베크어, 투르크멘어, 키르기스어, 타지크어 등 중앙아시아 키릴문자권 5개 언어의 한글 표기법 정립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글 외래어 표기법이 아직 없는 이들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에 러시아어 한글 표기법을 끌어다 쓰고 있으나, 언어 계통의 차이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언어의 한글 표기 규범을 별도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에 연구 대상 언어의 문자와 음운 체계를 러시아어와 대조하여 분석하고 한글 표기 방법을 제안하였다.
연구 대상 언어들이 사용했던 또는 사용하고 있는 키릴문자에는 ə, і, ӣ, ө, ү, ұ, ў, ӯ, ң, ғ, қ, ҳ, җ, ҷ, h 등 러시아어의 문자 체계에 없는 자소가 있다. 또한 이 언어들의 음운 체계에는 러시아어에 없는 모음 음소 /ø/, /y/, /æ/, /ɯ/, /ɵ/, /ʊ/, /ɒ/와 러시아어에 없는 자음 음소 /ŋ/, /ʤ/, /h/, /q/, /ʁ/, /ʔ/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모음 /ø/, /y/, /æ/는 국제음성기호의 한글 표기 규범에 따라 각각 ‘ㅚ’, ‘ㅟ’, ‘ㅐ’로, /ɯ/는 ‘ㅡ’, /ɵ/는 ‘ㅗ’, /ʊ/는 ‘ㅜ’, /ɒ/는 ‘ㅓ’로 표기할 것을 제안하였다. 자음 /q/는 ‘ㅋ’, /ʁ/는 ‘ㅎ’, /ŋ/, /ʤ/, /h/는 IPA의 한글 표기 규범에 따라 각각 ‘ㅇ’, ‘ㅈ’, ‘ㅎ’으로 표기하고 /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을 것을 제안하였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용례 정보’에 수록되어 있는 고유명사와, 행정단위명, 도시명과 같은 지명, 정부 인사 인명 등의 용례를 수집하여 분석한 후 한글 표기 방법의 적용을 시도하였다.

옛 소련의 구성 공화국이었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은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불리며 각각의 공용어는 카자흐어·우즈베크어·투르크멘어·키르기스어·타지크어이다. 그 가운데 카자흐어·우즈베크어·투르크멘어·키르기스어는 튀르크 어족에 속하지만 타지크어는 인도·유럽 어족 이란 어파 페르시아어에 속한다. 이처럼 타지크어는 나머지 4개 언어와는 계통이 다르지만 저자는 ‘국제 정치와 한국과의 교류라는 실용적인 면을 고려해서 함께 고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하였다’고 밝힌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각 언어를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인 나로서는 반가운 결정이다.

저자가 설명하는대로 이들 언어는 아랍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마자), 키릴 문자로 문자 체계의 변천을 겪었고 그 가운데 우즈베크어와 투르크멘어는 다시 로마자를 채택하였으며 카자흐어도 현재 로마자로 변환이 진행 중이다. 그러니 제목에서 ‘중앙아시아 키릴문자권 언어’라고 묶어서 부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는 이 선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5개국 중 가장 먼저 라틴 문자로 전환한 우즈베크어도 30년이 되도록 전환 과정이 완료되지 못했고, 우즈베크어, 투르크멘어 모두 키릴문자가 병용되는 상황이어서 키릴문자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키릴문자를 표기 대상 문자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즈베크어와 투르크멘어, 현재 로마자로 변환이 진행 중인 카자흐어에서도 기존의 키릴 문자 자모와 로마자 자모 간에 거의 일대일 대응이 가능하다. 외래어 표기법의 중국어의 발음 부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한어 병음 자모와 주음 부호, 원래는 웨이드식 로마자까지 함께 제시했으며(2017년에 개정되면서 웨이드식 로마자는 삭제되었다) 중국어의 발음을 이 가운데 어느 방식으로 나타내는지에 상관 없이 한글 표기를 알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5개국 언어도 키릴 문자와 로마자 가운데 어느 문자를 한글 표기의 기준으로 삼을지는 크게 중요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로마자 철자는 지금까지 다양한 안이 제시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서 표기 체계가 정립되어 있는 키릴 문자를 표기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여긴 듯하다. 특히 카자흐어의 로마자 표기안은 2017년 10월 초안 이후 적어도 네 차례의 개정 끝에 2021년 4월의 최종안이 나왔으며 2023년부터 도입을 시작하여 2031년까지 키릴 문자에서 로마자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자와 관련된 복잡한 역사를 생각하면 이들 언어는 문자권을 기준으로 지칭하기보다는 단순히 ‘중앙아시아 5개국 언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았을 듯싶다.

저자는 기존 문헌 연구 외에도 Forvo, YouTube 등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음성 자료를 활용하여 실제 발음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의 도시명이자 인명인 Сəтбаев(Sätbaev)는 [sætpajef]와 같이 무성음 /t/ 뒤에서 /b/가 [p]로 바뀌는 어중 순행 무성음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요즘 연구자들은 단순히 해당 언어의 음운 체계에 대한 기존 연구 같은 문헌을 참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직접 발음을 듣고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모음의 표기

저자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ө(ö) /ø/는 ‘외’, ү(ü) /y/는 ‘위’, ə(ä) /æ/는 ‘애’, ы(y) /ɯ/는 ‘으’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나는 보통 적어도 우즈베크어나 투르크멘어는 로마자 철자로 표기하지만 이 논평에서는 원 연구에 따라 키릴 문자를 우선하는 것으로 통일한다). 이들은 러시아어 음운 체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어 형태를 거친 기존의 한글 표기에는 쓰이지 않지만 원어의 음운 체계를 고려하면 합당한 선택이다.

같은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튀르키예어의 경우 1986년의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 실린 튀르키예 지명 Üsküdar ‘위스퀴다르’에서 이미 ü /y/를 ‘위’로 적었으며 제47차 외래어 심의회(2002. 9. 5.)에서는 튀르키예 지명 Bingöl의 한글 표기를 ‘빙괼’로 심의하여 ö /ø/를 ‘외’로 적었고 제93차 외래어 심의회(2010. 10. 13.)에서는 튀르키예 인명 Güney, Yılmaz의 한글 표기를 ‘귀네이, 이을마즈’로 심의하여 튀르키예어 ı /ɯ/를 ‘으’로 적은 선례가 있다(단, 반모음 y /j/와 결합한 yı /jɯ/는 두 음절로 나누어 ‘이으’로 적기보다는 ‘유’나 차라리 ‘이’로 적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또 제111차 외래어 심의회(2013. 10. 16.)에서 아제르바이잔 인명 İbrahimbəyov, Rüstəm의 한글 표기를 ‘이브라힘배요프, 뤼스탬’으로 심의하여 아제르바이잔어의 ə /æ/를 ‘애’로 적었다. 아제르바이잔어 역시 옛 소련의 구성 공화국이었던 아제르바이잔에서 쓰이는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언어로서 키릴 문자로 썼다가 오늘날 로마자로 적는 등 중앙아시아 여러 언어와 공통점이 많다.

우즈베크어·타지크어의 원순 중모음

저자는 /ɵ/를 나타내는 우즈베크어의 ў(oʻ)와 타지크어의 ӯ(ū)는 ‘오’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 또 우즈베크어와 타지크어의 о(o)는 /ɒ/ 또는 /ɔ/를 나타내므로(이하 /ɔ/로 통일) ‘어’로 적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ɔ/를 ‘어’로 적는 것은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방식에 부합하지 않으며 언어에 따라 해당 모음이 실제로는 /o/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 ‘오’로 적는 것이 낫다고 본다.

먼저 /ɔ/를 살펴보면 그가 인용한 것처럼 심현주는 F1, F2 값을 비교하여 우즈베크어 [ɔ]가 한국어 ‘어’와 ‘유사한 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2015: 69~71). 순전히 원어의 음에 최대한 가깝게 흉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우즈베크어와의 /ɔ/는 ‘어’로 적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의 모음을 꼭 가장 가까운 한국어 모음에 대응시키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는 전설 비원순 중저모음 [ɛ]를 ‘에’로 적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표기에 명시적으로 적용된다.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네덜란드어 등에 나타나는 [ɛ]도 ‘에’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적인 한국어 발음에서 ‘에’는 [e], ‘애’는 [ɛ]로 발음되므로 [ɛ]는 ‘애’로 적는 것이 원어 음가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애’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한국어에 없는 음인 영어의 [æ]를 대응되는 모음으로 이미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에’를 [e]와 [ɛ]에 둘 다 대응시킨다.

마찬가지로 여러 언어의 후설 원순 중저모음 [ɔ]는 음가가 한국어의 ‘오’보다는 ‘어’와 가까운 경우가 많지만 ‘어’는 영어나 중국어, 루마니아어, 베트남어 등에 나타나는 중설 중모음 [ə]를 나타내는 표기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o]와 [ɔ]를 구별하지 않고 둘 다 ‘오’로 적는다. 보수적인 한국어 발음에서 ‘어’가 길게 발음될 때 [əː]에 가까운 음으로 실현되기는 하지만 짧은 모음으로 한정하면 [ə]로 발음되는 음이 따로 없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 ‘어’는 주로 [ə]를 나타내는 표기로 삼고 대신 ‘오’를 [o]와 [ɔ]에 둘 다 대응시키는 것이다.

민간에서 영어의 block [ˈblɒk], launching [ˈlɔːnʧ.ɪŋ]을 규범에 따른 ‘블록’, ‘론칭’ 대신 ‘*블럭’, ‘*런칭’으로 흔히 적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영어의 [ɒ](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기호는 [ɔ])나 [ɔː]는 한국어 화자들이 ‘오’보다는 ‘어’에 가까운 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박경은·장태엽은 타이어의 모음 [o]와 [ɔ]의 음향적 특성을 분석하고 [ɔ]를 ‘오’ 대신 ‘어’로 적을 것을 주장한 바가 있다(2020).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한글 모음자를 활용하는 방법은 원어 발음을 최대한 가깝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한글 모음자 가운데 딱히 들어맞는 것이 없는 [æ, ə]를 ‘애, 어’로 나타내는 대신 중고모음 [e, o]와 중저모음 [ɛ, ɔ]를 합쳐 둘 다 ‘에, 오’로 적는 것은 곧 외래어 표기법에서 외국어의 모음 체계를 효율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일부 한글 모음자가 나타내는 음가를 재배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언어를 막론하고 [ɔ]가 ‘어’에 가깝게 소리난다고 해서 ‘어’로 적기보다는 ‘오’로 적는 것이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또 이를 떠나서 우즈베크어와 타지크어의 о가 꼭 /ɔ/를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저자는 타지크어의 о를 /ɔ/로 적고 있는데 그가 참고한 《세계의 언어들(Языки мира/Yazyki mira)》 시리즈의 《이란어(Иранские языки/Iranskiye yazyki)》(LW 1997)와 Windfuhr 2013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쓰지 않으니 이들의 묘사를 바탕으로 기호 /ɔ/를 골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Windfuhr는 타지크어의 о를 단순히 o로 적으면서 후설 중모음으로 분류하고 러시아어의 о보다는 개모음이라고 묘사한다(물론 이것도 반드시 [ɔ]를 의도한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고 중모음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아 [o̞] 정도의 음을 나타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음성 기호를 쓴 최근 타지크어 관련 연구에서는 이 모음을 /o/로 나타낸다. 표준 타지크어의 바탕이 되는 북부 방언에서는 20세기 초에 /ʊ/와 /ɔ/로 발음되었던 모음이 /ɵ/와 /o/로 각각 변하는 모음 추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에서 현재에 이르는 여러 타지크어 문법서와 교재에 그 결과로 나타난 모음 체계가 묘사된다(Ido 2023).

Ido(2014)에 의하면 표준 타지크어는 1920~30년대에 부하라 및 사마르칸트 지역의 말씨를 기준으로 정립되었으며 특히 1930년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인 학술 회의(Scientific Conference of Uzbekistan Tajiks)에서는 타지크 문어의 발음과 정서법이 부하라의 방언을 바탕으로 할 것을 의결했다. 오늘날 부하라와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에 속하지만 당시에는 명실상부한 타지크 문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표준 타지크어는 부하라 타지크어와 음운론적으로나 음성학적으로나 별 차이가 없으며 부하라 타지크어, 곧 표준 타지크어의 о는 중고모음 /o/이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부하라 지역에서 쓰이는 우즈베크어에서는 о가 표준 발음에 비해서 상승하여 /e/, /ɵ/와 비슷한 높이의 중고모음으로 발음된다. 즉 표준 우즈베크어 발음의 [ɔ] 대신 [o]를 쓰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ў는 표준 우즈베크어에서 후설 모음이지만 부하라 지역 화자들은 중설 모음으로 발음하여 부하라 타지크어의 /ɵ/와 동일한 음가를 쓴다. 즉 부하라 지역의 타지크어와 우즈베크어 모음 체계가 수렴한 것이다(95~97).

여기서 표준 우즈베크어의 ў를 중설 모음 /ɵ/가 아니라 후설 모음 /o/로 묘사하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Sjoberg 역시 전설 중고모음 [ö], 후설 중고모음 [o], 후설 중모음 [ȯ] 등 세 가지 변이음을 제시하지만(묘사된 음가에 따라 국제 음성 기호로 나타내면 각각 [ø], [o], [o̞]를 의도한 듯하다) 전설 모음으로 발음되는 첫째 변이음은 비교적 드물다고 설명하고 대표 기호는 /o/로 삼는다(1963: 17). Kononov도 우즈베크어의 ў가 자음에 따라 전설 모음이나 후설 모음으로 발음된다고 한다(1948: 16).

먼저 о의 음가를 요약하자면 타지크어에서 [o], 표준 우즈베크어에서 [ɔ], 부하라 지역 우즈베크어에서는 [o]로 발음된다. 그러니 이들을 묶어서 ‘어’로 적는 것은 곤란하고 ‘오’로 적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о를 [ɔ]로 발음하는 표준 우즈베크어에서도 러시아어에서 들어온 차용어에서는 о를 원어에 따라 [o]로 발음한다.

저자는 우즈베크어의 ў(oʻ) /ɵ/를 ‘우’ 대신 ‘오’로 적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u/가 별도의 음소로 존재할 뿐만이 아니라 실험음성학적 연구에 의하면 우즈베크어 /ɵ/의 개구도가 한국어의 ‘오’ /o/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지크어의 ӯ(ū) 역시 ‘오’로 적을 것을 제안하는데 이는 양 언어의 /ɵ/를 같은 음으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Perry는 타지크어의 /ɵ/를 /u̇/라는 기호로 나타내면서 음성학적으로 [u]와 [y] 사이에 있으며 프랑스어의 peu (/ø/)보다 고모음이고 /u/보다는 원순성이 덜하며 더 이완된 모음으로 묘사한다(2005: 18).1 이 설명을 기준으로 타지크어의 /ɵ/의 개구도는 한국어의 ‘우’와 ‘오’ 사이로 추측할 수 있다.

저자는 /u/가 별도의 음소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어 /ɵ/를 ‘오’로 적자고 제안하지만 타지크어의 중부 및 남부 방언에서는 /ɵ/가 대체로 /u/와 합쳐진다. 오늘날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는 부하라와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한 북부 방언권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북부 방언을 바탕으로 표준화한 타지크어 정서법에서는 у(u) /u/와 ӯ(ū) /ɵ/를 구별하지만 두샨베 지역의 방언에서는 이 구별이 불안정하거나 아예 /ɵ/가 독립된 음소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두샨베에서 북쪽으로 9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ɵ/와 /u/가 합쳐진 방언이 보고된 바가 있으니 북부 방언의 남쪽 한계선은 그보다 더 북쪽에 있을 것이다(Ido 2014: 87).

Ido(2023)는 /ɵ/를 [ʊ]로 실현하는 라디오 아나운서나 표준 [ɵ] 대신 [uː]를 선호하는 기자 얘기의 예를 들면서 이른바 표준 타지크어 화자 사이에서도 /ɵ/의 음가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고 밝힌다. 그러니 표준 타지크어 화자 사이에서도 ‘우’에 가까운 음으로 실현되는 경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미 언급한 것처럼 부하라 지역의 우즈베크어에서도 /ɵ/는 표준 우즈베크어 발음에 비해서 전진해서 표준 타지크어 /ɵ/와 동일한 음가의 중설 모음으로 실현된다. 그러니 양 언어의 /ɵ/는 적어도 부하라 지역의 우즈베크어와 타지크어 이중 언어 화자들의 발음에서는 동일한 음을 나타낸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는 스웨덴어에서 [ɵ]가 쓰이며 철자 u로 나타내므로 스웨덴어 철자를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하는 규정에 따라 ‘우’로 적는다(예: Lund [ˈlɵnd] ‘룬드’). 스웨덴어에서 u는 긴 모음 [ʉː]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우’로 적는다(예: mjuk [ˈmjʉːk] ‘미우크’). 스웨덴어는 중세 이후 노르웨이어와 함께 [aː] > [ɔː] > [oː] > [uː] > [ʉː]의 원순 모음 연쇄 변이를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철자 o가 [ʊ]와 [uː]를 나타내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들을 ‘오’로 적는다(예: Hjort [ˈjʊʈː] ‘요르트’, lektion [lɛkˈɧuːn] ‘렉숀’). 오늘날의 스웨덴어 발음에 가깝게 나타내기보다는 로마자 모음자의 라틴어식 음가 o ‘오’, u ‘우’를 그대로 쓰고 있다. 즉 스웨덴어 표기 규정은 발음이 [ɵ]라서 ‘우’로 적도록 했다기보다는 철자 u를 ‘우’로 적도록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물론 원어 발음에 가깝게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서 로마자의 a, e, i, o, u는 라틴어식으로 ‘아, 에, 이, 오, 우’로 적는 습관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우즈베크어 ў는 [o] 또는 [ɵ]로 발음되고 로마자 표기도 o에 부호를 덧붙인 oʻ이므로 한글 표기는 저자의 주장대로 ‘오’로 정하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타지크어의 ӯ는 표준 [ɵ] 외에 [ʊ], [uː] 등으로 실현되며 여러 방언에서 /u/와 합쳐지고 1920년대의 로마자 정서법이나 미 의회 도서관 로마자 표기법(ALA-LC) 등 대부분의 로마자 표기에서도 ū로 나타내므로 ‘우’로 적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저자는 이미 ‘우’로 적는 у(u)가 따로 있다는 것을 ‘오’로 적는 이유로 들지만 이는 타지크어의 о를 ‘어’로 적어서 ‘오’가 비었을 때만 해당되는 얘기이다. 타지크어의 у, о를 각각 ‘우, 오’로 적는다면 ӯ는 여러 방언에서 у와 발음이 같아지니 ‘우’로 적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음의 표기

제안 가운데 연구개 비음 [ŋ], 유성 후치경 파찰음 [ʤ], 무성 성문 접근음 [h], 무성 구개수 폐쇄음 [q]를 각각 ‘ㅇ’, ‘ㅈ’, ‘ㅎ’, ‘ㅋ’으로 적도록 한 것은 별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앞의 세 음은 외래어 표기법에 포함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고 이 대조표에 등장하지 않는 [q]는 가장 가까운 음인 무성 연구개 폐쇄음 [k]의 표기와 같이 ‘ㅋ’으로 적도록 했다.

2006년에 국립국어원에서 준비했지만 결국 고시하지는 않은 아랍어 표기 시안에서는 [q]를 나타내는 자모 ق q를 ‘ㄲ’으로 적도록 했지만 이는 [q]가 보통 무기음으로 발음되는 아랍어의 특징을 반영한 표기이니 다른 언어에서도 [q]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표기로 적절하지 않다(내가 마련한 아랍어 한글 표기 권고안에서는 아랍어의 ق q도 ‘ㅋ’으로 적을 것을 권장한다). 카자흐어·위구르어 등 튀르크 어족 언어에서는 보통 기식을 동반한 유기음 [qʰ]로 발음되거나 아예 파찰음 [qχ]로 발음되므로 된소리 ‘ㄲ’보다는 거센소리 ‘ㅋ’에 가깝게 들린다(Dotton & Wagner 2018: 6, Engesæth & Yakup & Dwyer 2009: 8~​9).

유성 연구개 혹은 구개수 마찰음

그런데 저자는 키릴 문자로는 ғ로 적고 로마자로는 ğ(카자흐어) 또는 gʻ(우즈베크어)로 적는 카자흐어·우즈베크어·타지크어의 유성 연구개(구개수) 마찰음 [ɣ]([ʁ])를 ‘ㅎ’으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 왜 ‘ㅎ’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 포함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는 유성 연구개 마찰음 [ɣ]나 유성 구개수 마찰음 [ʁ]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는 [ɣ]나 [ʁ]로 나타내는 음을 쓰는 것들이 있다.

네덜란드어의 gaan [ˈɣaːn]에서 g가 나타내는 음은 전통적으로 /ɣ/로 나타내지만 오늘날에는 여러 방언에서 ch로 나타내는 /x/와 합쳐졌으며 전통 유·무성음 구별이 대체로 잘 유지되어 /ɣ/와 /x/를 혼동하지 않는 벨기에의 발음에서조차 /ɣ/의 실제 발음은 무성 연구개 접근음 [ɰ̊]이라는 연구가 있다(Canepari & Cerini 2016: 12).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네덜란드어의 g /ɣ/를 ‘ㅎ’으로 나타내는데 화자에 따라 아예 /x/와 합치거나 구별한다 해도 무성음 [ɰ̊]로 발음하므로 ‘ㅎ’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두의 v를 [f]로 간주하여 ‘ㅍ’으로 적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외래어 표기법의 네덜란드어 표기 규정은 네덜란드 북부식 발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g는 [x~χ]로 발음되는 것으로 보고 ‘ㅎ’으로 표기를 정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네덜란드어의 g를 ‘ㅎ’으로 적는 것은 유성 연구개 마찰음 [ɣ]를 ‘ㅎ’으로 적을 선례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에스파냐어에서는 g /ɡ/가 일부 환경에서 연음화를 거쳐 접근음 [ɣ̞] 내지 마찰음 [ɣ]로 발음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ɡ]로 발음될 때와 구분 없이 ‘ㄱ’으로 적는다(예: fuga [ˈfuɣ̞a] ‘푸가’). 또 베트남어에서 유성 연구개 마찰음 [ɣ]로 발음되는 g, gh도 ‘ㄱ’으로 적는다(예: gái [ɣǎːj] ‘가이’). 그러니 외래어 표기법에서 [ɣ]는 보통 ‘ㄱ’으로 적는 것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한편 오늘날 프랑스어와 독일어, 포르투갈어의 r 발음을 /ʁ/로 흔히 나타내지만 이는 언어마다 다양한 변이음이 있는 r계열 자음으로서 중앙아시아 언어의 [ʁ]와는 동일시하기 어렵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ʁ/를 ‘ㄹ’로 적고 포르투갈어의 /ʁ/를 ‘ㅎ’으로 적도록 하는데 방언에 따라 프랑스어와 독일어에서는 같은 음소를 [r]로 발음하기도 하며 포르투갈어의 /ʁ/는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 무성 연구개 마찰음 [x]나 무성 성문 접근음 [h], 무성 구개수 마찰음 [χ] 등 보통 무성음으로 실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아랍어의 기존 표기 용례를 보면 [ɣ] 내지 [ʁ]를 나타내는 자모 غ gh/ġ는 ‘ㄱ’으로 적어왔으며 아랍어의 표기 시안에서도 이를 ‘ㄱ’으로 적는다(예: غرفة ghurfah ‘구르파’).

타지크어는 이란의 공용어인 페르시아어와 아프가니스탄의 두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다리어와 마찬가지로 페르시아어의 일종이다. 이란 페르시아어와 다리어, 타지크어는 같은 페르시아어의 세 가지 표준 방언으로 흔히 취급된다. 이들 언어의 공통 조어로 볼 수 있는 고전 페르시아어는 예전에 오늘날의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넓은 지역에서 공통으로 문자 언어로 쓰였는데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었다.2 이란 페르시아어와 다리어는 여전히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는다.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 자모 غ gh/ġ는 고전 페르시아어에서 유성 구개수 마찰음 /ʁ/를 나타냈으나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는 원래 무성 구개수 폐쇄음 /q/를 나타냈던 ق와 합쳐져 유성 구개수 폐쇄음 [ɢ]로 보통 발음되고 유성 환경에서는 변이음으로 마찰음 [ɣ] 또는 [ʁ]도 흔하다. 반면 다리어에서는 غ와 ق의 구별이 유지되며 고전 페르시아어식으로 각각 [ʁ], [q]로 발음된다. 타지크어에서도 같은 음소 구별이 유지되며 키릴 문자 қ, ғ로 각각 적는다. غ는 로마자로 gh, ġ, ḡ, g͟h 등으로 표기된다.

그러니 타지크어 ғ는 고전 페르시아어와 다리어 غ에 직접적으로 대응된다. 고전 페르시아어나 다리어 발음을 따른 기존 아프가니스탄 관련 표기 용례를 보면 افغانستان‎ Afghānistān ‘아프가니스탄’, غزنی Ghaznī ‘가즈니’, غور Ghōr ‘고르’ 등 غ를 일관적으로 ‘ㄱ’으로 적고 있다.

이처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나 기존 표기 용례를 참고하면 무성음으로 실현되거나 r계열 자음이 아닌 [ɣ]나 [ʁ]의 기본 한글 표기는 ‘ㄱ’으로 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투르크멘어와 키르기스어에도 [ʁ]가 있으나 /ɡ/의 변이음으로 간주되어 별도의 표기는 없다. 투르크멘어와 키르기스어의 [ʁ]를 ‘ㄱ’으로 적는다면 카자흐어와 우즈베크어의 [ʁ]도 ‘ㄱ’으로 적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 2020년에 제안된 키르기스어 로마자 표기안에는 [ʁ]를 ğ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언급한다. 카자흐어의 ğ를 ‘ㅎ’으로 적기로 한다면 키르기스어의 [ʁ]를 키릴 문자를 기준으로 ‘ㄱ’으로 쓰다가 추후에 로마자로 전환하여 ğ로 적는다고 할 때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가 된다.

투르크멘어의 [ɡ~ɢ]와 [ɣ~ʁ]도 변이음으로 보는데 정확히 어느 음운 환경에서 어느 변이음이 나오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까다롭다. Hoey에 따르면 투르크멘어의 /ɡ/는 모음 사이에서나 장애음 앞이나 뒤에서(/k/ 뒤는 제외), /ɾ/ 뒤에서, 어말에서 연음화하여 [ɣ]가 되며 후설 환경에서는 [ɢ]가 된다(2013: 14). 그렇다면 ‘무거운’을 뜻하는 agyr에서 g는 모음 사이에 있으니 [ɣ]로 발음되어야 할 것 같지만 후설 환경이니 [ɢ]가 된다는 설명이다.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에서는 /aɣɯr/로 발음을 표시하는데 영어판 위키백과의 Voiced uvular fricative (유성 구개수 마찰음) 문서에서는 agyr의 발음을 [ɑɡɨɾ]로 나타내고 후설 모음과 접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ɣ/의 변이음으로 묘사한다. [ʁ]에 관한 문서이므로 [ɑʁɨɾ]를 의도한 듯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상보적인 분포 내지는 자유 변이로 폐쇄음 [ɡ~ɢ]와 마찰음 [ɣ~ʁ]의 교체가 일어나는 것이니 한글 표기를 ‘ㄱ’으로 통일하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

음운 현상의 표기

어말 무성음화

저자는 카자흐어의 마찰음과 타지크어를 제외하고 어말 무성음화를 한글 표기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표준 발음에서 어말 무성음화로 인한 유·무성음의 중화가 일어나는 독일어·폴란드어·체코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의 표기에서 이를 한글 표기에 반영한다.3. 그러니 중앙아시아 여러 언어에서도 표준 발음에서 어말 무성음화로 인한 유·무성음의 중화가 나타난다면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언어에서 과연 이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음성학적인 현상으로서는 대체로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난다고 보지만 그에 따른 유·무성음의 중화 여부에 대한 견해는 엇갈릴 수 있다. 저자의 보고대로 LW에서는 우즈베크어 어말에서 유·무성음이 중화된다고 보지만(1996) Johanson은 중화되지 않는다고 본다(2022).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수년 전부터 알아보려 했지만 중앙아시아 어느 언어에서도 어말에서 유·무성음이 언제나 필수적으로 중화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고 그 대신 무성음화된 발음과 그러지 않은 발음이 혼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예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를 뜻하는 키르기스어 кыргыз‎(kırgız)의 발음으로는 [qɯrʁɯz]와 [qɯrʁɯs]가 둘 다 제시되며 영어판 위키백과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타지크어 지명 Самарқанд Samarqand는 [sæmærqænd, -ænt]로 제시한다.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에 속하지만 타지크어가 가장 많이 모어로 쓰이는 곳이니 한글 표기에는 타지크어 발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부록에서 우즈베크어 용례로 제시한 이름 Джамшид(Djamshid) ‘잠시트’, Фарҳод(Farxod) ‘파르허트’, Беҳзод(Behzod) ‘베흐저트’는 우즈베크어로 Жамшид(Jamshid), Фарҳод(Farhod), Беҳзод(Behzod)로 써야 하며 고전 페르시아어 جمشید Jamshēd, فرهاد Farhād, بهزاد Bihzād에 각각 대응하는 타지크어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이들과 키릴 문자 철자가 동일하다. 타지크어 이름이든 우즈베크어 이름이든 ‘잠시드’, ‘파르호드’, ‘베흐조드’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들 언어에서 어말 무성음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위치에서 완성된 것으로 취급하기는 무리라고 본다.

튀르키예어에서는 폐쇄음과 파찰음의 어말 무성음화가 철자에 반영되어 있지만 ab [aːb], lig [liɟ], ud [ud] 등 차용어에서 예외적으로 어말 폐쇄음이 유성음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찾을 수 있다(Göksel & Kerslake 2005: 5–6). 튀르키예어 인명에 등장하는 아랍어식 이름 Muhammed의 표기는 ‘무함메드’로 심의된 선례가 있다(실무소위 2014. 3. 14.).

독일어·폴란드어·체코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에서는 폐쇄음과 파찰음, 마찰음을 포함하여 어말의 모든 장애음이 무성음화하는데 튀르키예어에서는 마찰음이 어말에서 무성음화하지 않는다. 저자도 카자흐어의 어말 무성음화는 폐쇄음에 국한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한편 페르시아어에서는 장모음 /aː, iː, uː/ 뒤에서 유·무성음이 중화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Tofigh et al. 2015). 이처럼 무성음화가 부분적으로 진행된 언어의 경우는 무리해서 모든 경우에 무성음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적기보다는 철자를 기준으로 유·무성음을 구별해서 적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단, 러시아어에서 들여온 인명 접미사 -ов/-ев는 무성음화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러시아어에서 차용한 다른 어휘에서도 어말 무성음화는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자는 투르크멘어의 접근음 w /w/도 별다른 설명 없이 ‘우’로 적고 있는데 투르크멘어에서도 -ов/-ев에 대응되는 인명 접미사 -ов/-ев(-ow/-ew)에서는 w는 ‘우’ 대신 ‘프’로 적는 것이 좋겠다. 동영상을 통해 인명 Ныязов(Nyýazow)는 [nɯjɑðoɸ]로,  Бердимухамедов(Berdimuhamedow)는 [bɛɾdɪmʊxɑmɛdoɸ]로, Атаев(Ataýew)는 [ɑtɑjɛɸ]로 발음되는 것이 관찰된다. ‘느야조우’, ‘베르디무하메도우’, ‘아타예우’보다는 ‘느야조프’, ‘베르디무하메도프’, ‘아타예프’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여기에 어울리도록 여성형 -ова/-ева(-owa/-ewa)에서는 w를 ‘ㅂ’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Кулова(Kulowa) [kuloβɑ, -owɑ], Сарыева(Saryýewa) [θɑɾɯjɛβɑ, -ɛwɑ]는 ‘쿨로와’, ‘사리예와’로 적어도 원 발음에 가깝지만 기왕 남성형 접미사의 표기를 러시아어와 같게 한다면 여성형 접미사의 표기도 러시아어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도 당초에는 투르크멘어의 러시아어식 인명 접미사에 나오는 w를 ‘우’로 적었는데 후에 실제 발음을 확인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대신 고전 페르시아어 چهارجوی‎ chahārjōy에서 유래한 지명 Chärjew에서처럼 러시아어식 -ов/-ев와는 관련이 없지만 철자가 비슷한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고 w를 ‘우’로 적어야 하겠다. Chärjew는 ‘채르제우’로 적을 수 있다. 투르크멘어의 w는 [β]로도 흔히 묘사되므로 다른 중앙아시아 언어의 в와 마찬가지로 ‘ㅂ’을 기본 표기로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로마자 철자에 따라 일단 기본 발음을 [w]로 보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카자흐어의 순행 무성음화

저자는 Сəтбаев(Sätbaev) [sætpajef]에서 볼 수 있는 카자흐어의 순행 무성음화와 우즈베크어의 역행 무성음화를 한글 표기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 순행 무성음화를 보이는 대표적인 예로 네덜란드어를 꼽을 수 있다. 네덜란드어에서는 마찰음 /v, z, ʒ, ɣ/가 무성음 뒤에서 [f, s, ʃ, x]로 무성음화한다. 이미 본 것처럼 네덜란드어의 /ɣ/는 실제로는 무성음으로 실현되므로 외래어 표기법에서 ‘ㅎ’으로 적으니 논외로 하고 /v, z/의 순행 무성음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규정에 따르면 네덜란드 지명 Zandvoort [ˈzɑntfoːrt], Delfzijl [dɛlfˈsɛi̯l]은 각각 ‘잔드보르트’, ‘델프제일’로 적도록 하고 있어 이 현상을 반영하지 않는다. 사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Zandvoort의 d가 [t]로 변하는 네덜란드어의 음절말 무성음화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폴란드어에서는 무성음 뒤에 /ʐ, v/가 따르는 자음군에서 순행 무성음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철자 chrz-, krz-, prz-, trz- 및 chw-, kw-, pw-, tw-로 나타내는 초성 자음군에서 rz, w는 각각 [ʂ, f]로 실현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rz가 무성 자음 뒤에 올 때는 ‘시’로 적도록 해서 이 무성음화를 반영하지만(예: Przemyśl [ˈpʂɛmɨɕl] ‘프셰미실’) w는 언제나 ‘ㅂ’으로 적도록 한다(예: Kwaśniewski [kfaɕˈɲɛfskʲi] ‘크바시니에프스키’). 대신 일부 방언에서는 w가 [v]로 유지된다. 그런데 폴란드어의 순행 무성음화는 같은 음절에 속한 자음군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음절 구조 제약에 따라 서로 다른 음절에 속한 자음 사이에서 순행 무성음화가 일어나는 카자흐어의 표기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카자흐어 Сəтбаев는 일단 순행 무성음화를 무시하고 ‘새트바예프’로 적는 것이 좋다고 본다.

카자흐어의 순행 무성음화는 네덜란드어와 폴란드어의 경우와는 달리 폐쇄음에도 적용된다는 차이도 있으므로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을 논의해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음운 현상이 확인된다고 해도 한글 표기에 일일이 반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유·무성음화와 관련된 모든 음운 현상을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역’을 뜻하는 러시아어의 вокзал(vokzal) [vɐɡˈzaɫ]에서는 역행 유성음화가 일어나서 /k/가 [ɡ]로 실현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보크잘’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여러 언어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유·무성음화 현상은 어말 무성음화와 역행 무성음화 뿐이다. 독일어의 음절말 무성음화, 폴란드어의 /ʐ/가 [ʂ]로 변하는 순행 무성음화, 포르투갈어의 /s, ʃ/가 [z, ʒ]로 변하는 역행 유성음화도 한글 표기에 반영되지만 예외적인 경우이다.

우즈베크어의 역행 무성음화

역행 무성음화는 폴란드어·체코어·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 등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폭넓게 반영되므로 우즈베크어에서도 역행 무성음화가 일어난다면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역행 무성음화의 예로 제시하고 한글 표기를 ‘샵카트’로 적은 남자 이름 Шавкат(Shavkat)에서는 사실 역행 무성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샵카트’는 저자가 처음 쓴 표기가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인명의 기존 표기 용례에서 나온 것인데(실무소위 2015. 2. 16.) 무성음 앞의 в(v)와 ф(f)를 받침 ‘ㅂ’으로 적게 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러시아어 표기 규정을 따랐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 마찰음으로만 발음되는 음을 받침으로 적는 예는 이것이 유일하니 문제가 많은 규정으로서 다른 언어의 표기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런데 러시아어 표기 규정의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샵카트’에서 받침 ‘ㅂ’으로 적고 있는 음은 러시아어의 [f]나 우즈베크어의 [ɸ]와 같은 무성 마찰음이 아니다.

Yusupova 2020는 우즈베크어의 в(v)는 차용어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러시아어의 в와 발음이 다르다고 말한다. Abdullayeva 2017는 특정 환경에서 ф(f)로 발음되기도 하는 러시아어의 в와 달리 우즈베크어의 в는 모든 위치에서 в로 발음되며 그 발음이 러시아어의 у(u)에 가깝다고 묘사한다(327). 이는 [w]로 발음되는 것을 묘사한 듯하다. Turaeva 2015는 문어체 우즈베크어와 타슈켄트 우즈베크어로 ‘소음’의 발음을 [showqin]으로 적으며(469) 호라즘 방언에서 ‘네(yes)’는 awa/hawa로 발음되어 ‘공기’를 뜻하는 문어체 우즈베크어의 hawo처럼 들린다고 말한다(471). 그가 showqin, hawo로 나타낸 단어의 우즈베크어 철자는 шовқин(shovqin), ҳаво(havo)이다.

이처럼 우즈베크어의 в는 [w]로 흔히 발음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음운론적으로 공명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어를 통해 들어온 차용어를 제외하면 ф와 발음이 합쳐지지 않는 듯하다. 더욱이 Шавкат는 고전 페르시아어·다리어 شوکت Shawkat ‘샤우카트’에 해당하는 이름이기 때문에 우즈베크어에서도 в가 [w]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다. ‘샵카트’와 같은 표기는 어울리지 않고 ‘샤우카트’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타지크어에서도 이 이름은 같은 철자로 쓰인다. 타지크어에서는 고전 페르시아어·다리어의 이중 모음 aw가 유지되며 철자로는 뒷부분을 в(v)로 적지만 실제로는 [w]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Perry 2009, Aliev & Okawa 2010). Perry 2009에 의하면 특히 어말이나 순음 앞에서 [w] 발음이 흔해서 ‘약속’을 뜻하는 қавл(qavl), ‘가라’를 뜻하는 рав(rav)는 일반적으로 qawl, raw와 같이 발음된다. 또 v는 원순 모음 환경에서 [β]나 [w]로 변하는 경향이 있어서 ‘소’를 뜻하는 гов(gov)는 gow로 발음되기 쉽다.

타지크어와 우즈베크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적어도 페르시아어식 어휘에 한해서는 ав(av)를 ‘아우’로 적는 것을 고려할만하다. 부록에서 타지크어 Завқизода Завқӣ Амин(Zavqizoda Zavqī Amin)의 표기를 ‘자브키저다 자브키 아민’으로 제시했는데 ‘자우키조다 자우키 아민’이 더 나을 수 있다. 고전 페르시아어·다리어로는 ذوقی زاده ذوقی امین Zawqīzāda Zawqī Amīn ‘자우키자다 자우키 아민’에 해당하는 이름이다.

표기 용례

부록으로 카자흐어·우즈베크어·투르크멘어·키르기스어·타지크어 주요 지명과 인명에 제안한 표기법을 적용한 표기 용례를 각 언어마다 23~25개씩 소개하고 있다. 지면이 부족하여 수집한 모든 용례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한글 표기를 정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용례를 선별했다고 밝힌다.

아쉽게도 우즈베크어 인명 용례 가운데 우즈베크어 철자를 잘못 파악한 것들이 눈에 띈다. 대부분 러시아어에서 쓰는 형태를 우즈베크어로 오인한 듯하다.

우즈베크어 용례에 실린 철자올바른 우즈베크어 철자
Шавкат Миромонович Мирзиёйев(Shavkat Miromonovich Mirziyoyev)Шавкат Миромонович Мирзиёев(Shavkat Miromonovich Mirziyoyev)
Абдулла Нигматович Арипов(Abdulla Nigmatovich Aripov)Абдулла Ниғматович Арипов(Abdulla Nigʻmatovich Aripov)
Ачилбай Жуманиязович Раматов(Achilbay Jumaniyazovich Ramatov)Очилбой Жуманиёзович Раматов(Ochilboy Jumaniyozovich Ramatov)
Джамшид Анварович Кучкаров(Djamshid Anvarovich Kuchkarov)Жамшид Анварович Қўчқоров(Jamshid Anvarovich Qoʻchqorov)
Лазиз Шавкатович Кудратов(Laziz Shavkatovich Kudratov)Лазиз Шавкатович Қудратов(Laziz Shavkatovich Qudratov)
Фарҳод Ўрозбоевич Эрманов(Farxod Urazboyevich Ermanov)Фарҳод Ўрозбоевич Эрманов(Farhod Oʻrozboyevich Ermanov)

그 외에 키르기스어 인명 Бакыт Эргешевич Төрөбаев의 로마자 철자를 Bakyt Ergesheviç Turobaev로 잘못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올바른 철자는 Bakyt Ergeşeviç Töröbaev이다.

이들 용례에서 따른 표기 방식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의 러시아어 표기 규정에 나타난 문제점을 그대로 물려받은 점이 몇 개 보인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어에서 무성음 앞의 в, ф를 받침 ‘ㅂ’으로 적도록 한 것 때문에 우즈베크어 지명 Нурафшон(Nurafshon)은 ‘누랍션’으로 적었다.

우즈베크어에서 외래 음소 ф /f/를 발음하지 못하고 [p]로 흉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실 받침 ‘ㅂ’을 쓴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표기 규정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자음 앞이나 어말의 f는 받침 ‘ㅂ’으로 적도록 했다. 그러나 Yusuf를 ‘유숩’으로 적게 한 이 규정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으며 ‘유수프’와 같은 표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화자들 가운데도 [f] 발음을 제대로 하는 이들이 많으니 억지로 [p]만 대표음으로 삼고 ‘유수프’를 틀린 표기라고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즈베크어에서도 철자에 따라 ф는 [f]로 발음되는 것으로 보고 Нурафшон은 ‘누라프숀’이라고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러시아어의 ш(sh) /ʂ/를 자음 앞에서도 ‘시’로 적게 한 것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이들 언어에서 [ʃ]를 나타내는 ш도 ‘시’로 적게 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영어·독일어·프랑스어·폴란드어·체코어·세르보크로아트어·루마니아어·헝가리어·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 등의 표기 규정에서 [ʃ] 또는 [ʂ]를 자음 앞에서 ‘슈’로 적게 한 것과 어긋난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Тошкент(Toshkent)는 관용을 인정하여 ‘타시켄트’로 쓸 것을 제안했고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Бишкек(Bişkek)는 ‘비시케크’로 적었는데 현재 규범 표기는 사실 ‘타슈켄트’, ‘비슈케크’이다. 본문에서도 ‘타슈켄트’라고 썼는데(560쪽) 부록에서는 ‘타시켄트’로 썼다. 외래어 표기법이 도입된 1986년에 나온《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 러시아어 이름 Ташкент(Tashkent), Бишкек(Bishkek)에 따라 이렇게 썼다. 이 용례집에서 밝힌 러시아어 표기 방식에서는 자음 앞의 ш를 ‘슈’로 적었다. 2005년 추가된 러시아어 표기 규정에서 ш의 표기가 바뀌었지만 기존 중앙아시아 표기 용례는 수정되지 않았다. 다만 예전에 러시아어 Ашхабад(Ashkhabad)에 따라 ‘아슈하바트’로 적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는 러시아어 표기 규정 추가 이후인 2009년 5월 28일 제84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투르크멘어 Ашгабат(Aşgabat)를 기준으로 ‘아시가바트’로 표기를 수정했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여러 언어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어에서만 쓰는 표기 방식을 러시아어와 계통이 다른 중앙아시아 언어에까지 적용할 근거는 없다.

이란 지명 رشت Rasht ‘라슈트’와 같은 기존 페르시아어 용례에서도 자음 앞의 س sh [ʃ]는 ‘슈’로 적는데 이에 대응되는 타지크어의 ш를 자음 앞에서 ‘시’로 적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똑같은 남자 이름을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اشرف‌ Ashraf라고 적으면 ‘아슈라프’로 표기하고 같은 이름이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Ашраф(Ashraf)라고 적으면 ‘아시라프’로 표기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러시아어에서 자음 앞의 ш를 ‘시’로 적는 것은 예전 표기 방식을 되돌리는 것을 논의해야 할만큼 문제가 많은 방식이니 다른 언어의 표기에까지 적용해서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카자흐어 표기 용례에서 Сəтбаев(Sätbaev)는 ‘샛파예프’로 적으면서 Ғиниятқызы(Ğiniatqyzy)는 ‘히니아트크즈’로 적은 것이 눈에 띈다. 러시아어에서 т는 무성음 앞에서 받침 ‘ㅅ’으로 적도록 했기 때문에 이에 따르면 Ғиниятқызы에서도 받침 ‘ㅅ’으로 적어야 한다. 또 규정을 문자 그대로 따르면 우즈베크어 Тўрткўл(Toʻrtkoʻl) ‘토르트콜’에서도 둘째 т는 받침으로 적은 ‘토릇콜’이 되어야 한다(비슷한 예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러시아어 인명 Мусоргский(Musorgskii)를 ‘무소륵스키’로 적는다).

이것도 러시아어 표기 규정이 석연치 않아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경우이다. 여기서 자세히 다루기는 어렵지만 원어의 [t]를 나타낸 한국어의 받침 ‘ㅅ’은 원어의 [p, k]를 나타낸 받침 ‘ㅂ, ㄱ’에 비해 쉽게 탈락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p, k]를 받침으로 적는 환경에서도 [t]는 ‘트’로 적는 일이 흔하다. 폴란드어·체코어·세르보크로아트어·루마니아어·헝가리어 등에서는 자음 앞의 [t]의 표기를 아예 ‘트’로 통일하며 받침으로 적는 일이 없다. 이처럼 더 일반적인 표기 방식을 따라 중앙아시아 언어에서도 자음 앞의 [t]를 ‘트’로 통일하면 ‘새트바예프’, ‘기니야트크즈’, ‘토르트콜’로 적을 수 있다.

한편 키르기스어 Ысык-Көл(Yycyk-Köl)을 ‘으슥쾰’로 적은 것은 붙임표(-)를 무시하고 첫 к(k)를 뒤따르는 자음 앞에서 받침 ‘ㄱ’으로 쓴 결과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 붙임표로 이은 말은 통상적으로 따로 표기하므로 Ысык의 к는 어말 자음으로 취급하여 ‘으스크쾰’로 적어야 할 것이다.

카자흐어 Шымкент(Şymkent) ‘슘켄트’, 투르크멘어 Түркменбашы(Türkmenbaşy) ‘튀르크멘바슈’에서는 [ʃɯ]를 ‘슈’로 적는다. [ɯ]는 ‘으’로 적지만 [ʃ] 뒤에 오는 경우는 ‘슈’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559쪽 각주). 그런데 카자흐어 Смайылов(Smaiylov)를 ‘스마이을로프’로 적었다. 이것은 튀르키예어 Yılmaz를 ‘이을마즈’로 심의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ʃɯ]를 ‘슈’로 적는다면 [jɯ]도 ‘유’로 적어서 ‘스마율로프’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외래어 표기법에서 프랑스어의 아말과 자음 앞 [j]는 ‘유’로 적는데(예: taille [tɑːj] ‘타유’) 이는 원래 /jə/에서 /ə/가 탈락한 것으로 처리한 표기이다(프랑스어의 [ə]는 ‘으’로 적는다).

투르크멘어 인명 Мəммедова(Mämmedowa) ‘매메도와’, Аннамəммедов(Annamämmedow) ‘아나매메도우’에서 저자는 мм(mm), нн(nn)이 겹친 것을 무시하고 겹치지 않은 것처럼 표기한다. 튀르크 제어에서 겹자음은 보통 형태소 경계에서 자음이 겹친 것이고 형태소 내부의 겹자음은 차용어에서 주로 나타난다. 언어마다 겹자음이 어떻게 발음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지만 Sjoberg에 의하면 우즈베크어의 겹자음은 홑자음과 구별되고 빠른 발화에서는 홑자음처럼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1963: 41).

러시아어 표기 규정을 포함하여 외래어 표기법에서 겹자음 가운데 mm, nn은 한글 표기에서도 일반적으로 반영하므로 이들이 언제나 홑자음으로 단순화된다는 증거가 없다면 투르크멘어의 한글 표기에서도 ‘맴메도바’, ‘안나맴메도프’와 같이 겹쳐 쓰는 것이 좋겠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튀르키예어 이름 Muhammed는 ‘무함메드’로 심의된 용례가 있다.

그런데 기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에서는 محمد Mohammad를 ‘모하마드’로 적는 등 겹자음을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지크어 Муҳаммад(Muhammad)는 ‘무함마드’로 적을지, ‘무하마드’로 적을지 확실하지 않다. 그 외에 기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에서 مهرآباد Mehrābād ‘메라바드’와 같이 자음 앞 ه h를 묵음으로 처리했던 것도 타지크어의 한글 표기에 적용할지, 아니면 페르시아어의 한글 표기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도 앞으로 의논해야 할 문제이다.

결론

내가 알기로 중앙아시아 여러 언어의 한글 표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로는 이것이 처음 발표된 것이다. 계통이 다른 타지크어까지 포함해서 이 지역의 여러 언어에 일관적인 표기 기준을 적용하는 이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뜻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한글라이즈를 처음 발표한 2010년 무렵부터 오랫동안 혼자서 고민해온 여러 문제에 대한 연구를 보니 참 반가웠다. 무엇보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전제로 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첫 시도이지만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표기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카자흐어 Байқоңыр(Baiqoñyr) ‘바이콩으르’, 투르크멘어 Əнев(Änew) ‘애네우’ 등 내가 예전 생각했던 것과 같은 표기를 제시한 것이 많다.

이 논평에서는 물론이지만 이들 언어의 표기에 대해 내가 그동안 내린 결론과 다른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생각이 일치하는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생각해둔 것은 많지만 발표할 기회는 없었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었는데 이처럼 다른 연구자의 접근 방식을 보니 중앙아시아 언어의 한글 표기에 대한 내 입장을 부분적으로나마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논평의 형식으로 써보았다.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여러 표기 규정을 섭렵하지 않고서는 그 원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외래어 표기법의 원리를 따른 표기는 원어 발음을 가장 가깝게 흉내낸 표기와는 차이가 나는 등 직관에 어긋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자세한 배경 지식 없이 아직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언어의 한글 표기안을 제시할 때는 아무리 해당 언어에 대한 조예가 깊더라도 기존 외래어 표기법과 어울리지 않는 결정을 하기 쉽다(아쉽게도 2005년에 추가된 네덜란드어와 러시아어 표기 규정은 그런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내 의견을 제시할 때는 최대한 기존 외래어 표기법의 원리를 밝혀서 설명하려 했다.

중앙아시아 여러 언어의 한글 표기 방식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체계화하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용례를 찾고 각 언어의 발음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각 나라 인명 가운데 해당국의 공용어와 다른 언어권에서 온 이름의 표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서 이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고전 페르시아어와 차가타이어(근세 문어체 튀르크어), 우즈베크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위구르어 등의 한글 표기도 같이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튀르크 어족에 속한 튀르키예어·아제르바이잔어·타타르어·크림 타타르어 등의 표기 관련 연구도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갈 길이 멀지만 이 중요한 문제를 다룬 본격적인 연구를 발표하여 첫걸음을 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의 제안에 대한 많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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