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달 탐사 계획 ‘찬드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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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Chandrayaan-3)가 8월 23일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지역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이후 탐사차 프라기안(Pragyan)이 탑재된 레이저 유도 분광기를 가지고 달 표면을 분석하여 남극 지역에도 황(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알루미늄, 칼슘, 철 같은 원소도 감지했다. 달에 황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전에도 알려졌지만 남극 지역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착륙선 비크람(Vikram)에 탑재된 찬드라 표면 열물리 실험(Chandra’s Surface Thermophysical Experiment, ChaSTE) 장치로는 달 표면의 열전도율과 깊이에 따른 온도 차이를 측정했는데 표면 온도는 50도를 웃돌지만 몇 밀리미터만 내려가면 온도가 영하 10도로 내려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표토가 표면 아래를 열로부터 보호하는 고도의 단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 발사된 인도의 찬드라얀 1호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며 충돌 탐사기를 달에 떨어뜨려 달에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9에는 찬드라얀 2호의 착륙선이 달에 착륙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두절되어 궤도선만 남았다. 그러다가 올해 찬드라얀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찬드라얀 탐사 계획을 주관하는 벵갈루루의 인도 우주연구기구(Indian Space Research Organization, ISRO) 본부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착륙한 곳을 시브샥티 지점(Shiv Shakti Point)으로, 2019년에 찬드라얀 2호의 착륙선이 추락한 곳은 티랑가 지점(Tiranga Point)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인도에서는 설전이 오갔다.

현 집권당인 힌두 민족주의 정당 인도 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대변인은 인도 국민 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 INC)가 주도한 통합 진보 동맹(United Progressive Alliance, UPA)이 통치하던 시절 찬드라얀 1호의 탐사기가 달과 충돌한 곳을 자와하르 지점(Jawahar Point)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을 가지고 모디 총리는 인도를 우선시하는데 UPA는 제 식구를 우선시한다고 논평했다. 자와하르는 인도 국민 회의 소속으로서 인도의 첫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힌디어: जवाहरलाल नेहरू Javāharlāl Nehrū ‘자바하를랄 네루’, 1889~1964)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인도 국민 회의 소속 의원 라시드 알비(Raashid Alvi, 힌디어: राशिद अल्वी Rāśid Alvī)는 ISRO가 인도 국민 회의 집권 시절에 창설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모디가 모든 일을 정쟁에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모디 총리가 달의 지형에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냐며 세계가 비웃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BJP 대변인은 인도 국민 회의가 또다시 반힌두 면모를 드러냈다고 맞받았다. 또 시브샥티와 티랑가는 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름인데 왜 문제가 되냐며 인도 국민 회의는 제 식구를 우선시한다고 주장했다.

시브샥티(힌디어: शिव शक्ति Śiv Śakti)는 힌두교의 세 주신 가운데 하나로서 파괴의 신인 시바(산스크리트어: शिव Śiva)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여성적이고 동적인 원초 근본 권능인 샥티(산스크리트어: शक्ति Śakti)를 합친 이름이다. 힌디어를 비롯한 현대 인도어파 언어에서는 원래의 어말 a가 보통 탈락하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의 시바(Śiva)는 힌디어에서 시브(Śiv)가 된다.

티랑가(힌디어: तिरंगा tiraṅgā)는 ‘삼색기’를 뜻하며 인도 국기를 이르므로 인도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별 무리가 없지만 시브샥티 같은 지극히 힌두교적인 이름을 전 인도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내세운 것은 불편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모디의 BJP 정권은 인도의 정체성은 힌두교와 분리시킬 수 없다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이 처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올해에만 인도 동북부의 마니푸르주에서는 5월부터 기독교를 믿는 소수 쿠키족을 대상으로 하는 폭동이 계속되고 있어 교회 250개 이상이 파괴되었고 적어도 18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6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메이테이족에 속한 교회도 파괴되었으니 단순히 민족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러나 3개월 간 지속된 분쟁에도 모디는 계속 침묵하다가 급기야 8월 10일 야당이 불신임안을 내놓자 의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두 시간 이상 마니푸르주 얘기 없이 과거 인도 국민 회의 정부를 비난하고 현 정부의 업적에 대해 자화자찬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퇴장했다. 그 후에야 모디는 십 분 간 짤막하게 마니푸르주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한편 착륙선 비크람은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비크람 사라바이(Vikram Sarabhai, 힌디어: विक्रम साराभाई Vikram Sārābhāī, 1919~1971)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사라바이의 제안으로 네루는 1962년에 ISRO의 전신인 인도 국립 우주 연구 위원회(Indian National Committee for Space Research, INCOSPAR)를 창설했으며 사라바이는 그 위원장이 되었고 그의 노력으로 1969년에 탄생한 ISRO의 초대 국장이 되었다.

인도의 달 탐사 계획 이름인 찬드라얀(힌디어: चन्द्रयान Candrayān)은 ‘달’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चन्द्र candra ‘찬드라’와 ‘수레’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यान yāna ‘야나’에서 나온 이름이다. 로마자 표기 Chandrayaan에서 장모음 ā를 aa로 나타낸 것이 흥미롭다.

탐사차 이름인 프라기안(힌디어: प्रज्ञान pragyān)은 ‘지식’, ‘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प्रज्ञान prajñāna ‘프라지냐나’를 힌디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에서는 [pɾɐʥˈɲɑːn̪ɐ] 정도로 발음되었지만 힌디어, 네팔어 등에서는 철자상의 jñ [ʥɲ]가 gy [ɡj]로 발음이 변했고 마라티어에서는 dñ [dɲ]로 발음된다. 그러니 마라티어식 발음은 pradñān ‘프라드냔’ 정도가 될 것이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반모음 y [j]는 앞의 자음과 합치고 뒤따르는 모음과는 합치지 않는 ‘이’로 적으면 pragyān은 ‘프라기안’이 된다. 사실 기존 표기 용례에서도 이 방식을 언제나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힌디어 मध्य प्रदेश Madhya Pradeś를 ‘마디아프라데시’라고 부르는 것에서 이 표기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경구개 비음 ñ [ɲ]는 ‘니’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냐’, ‘녜’ 등으로 적을 수 있으며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j [ʥ]는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지’로 적는다. 영어에서 어말이나 자음 앞의 [ʤ]를 ‘지’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예: page [ˈpeɪ̯ʤ] ‘페이지’, Georgetown [ˈʤɔːɹʤ.taʊ̯n] ‘조지타운’). 영어에서는 어말이나 자음 앞의 [ʤ]가 보통 철자 ge에 대응되기 때문에 ‘지’로 적는 데 익숙한데 모음자 없이 j로 나타내는 경우 낯설어서 그런지 ‘즈’로 적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지’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힌디어 राजपूत Rājpūt의 표준 표기는 ‘*라즈푸트’가 아니라 ‘라지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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