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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 Montgomery 또는 Montgomerie는 왜 한글로 ‘몽고메리’라고 적는 것일까?

몽고메리라는 이름은 ‘Gomeric의 산’이란 뜻의 옛 노르망디어(노르만어)에서 왔다고 한다. 노르망디는 프랑스 북서부의 지방으로 바이킹으로 알려진 북유럽인들, 즉 노르만족이 정착한 땅이다. 노르만어는 노르만족의 원 언어가 아니라 노르망디에 정착한 후 사용하게 된 현지 방언으로 프랑스어와 같은 방언군에 속한다.
2025. 8. 28. 추가 내용: 원래는 언어 이름을 ‘노르망디어’라고 썼지만 종족은 표준어에서 ‘노르만인’, ‘노르만족’으로 쓰고 있으므로 노르만어로 수정했다.
현대 프랑스어에서 가장 흔한 철자는 Montgommery이며 발음은 [mɔ̃ɡɔm(ə)ʁi] ‘몽고므리’이다. ‘몽곰리’로 적으면 [몽곰니]로 발음하기 쉬우니 [ə]가 발음되는 것으로 보고 ‘몽고므리’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노르망디에는 아직도 생트푸아드몽고므리(Sainte-Foy-de-Montgommery), 생제르맹드몽고므리(Saint-Germain-de-Montgommery), 콜빌몽고므리(Colleville-Montgomery) 같은 지명이 있다.
1066년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은 잉글랜드를 정복해 잉글랜드의 왕이 되었다. 그의 신하 로제 드 몽고므리(Roger de Montgommery) 역시 이때 잉글랜드에 건너갔으며 후에 초대 슈로즈베리 백작(Earl of Shrewsbury)이 되었다. 이후 몽고메리라는 이름은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에도 퍼졌으며 영어권에서 흔한 이름이 되었다.

영어 발음은 ‘몽고메리’가 아니다
그런데 영어 발음만 따진다면 ‘몽고메리’라는 한글 표기는 나올 수 없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의 발음 설명을 찾아보자.
발음 1: [məntˈɡʌməɹi, mɒnt-] 발음 2: [məntˈɡɒməɹi, mɒnt-]
여기저기 이탤릭체가 많이 쓰여 어지럽게 보이는데 영어 발음이 같은 기본형이라도 여러가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첫 음절의 모음은 보통 약화되어 [ə]로 발음되지만 원래의 ‘단음 O’, 즉 [ɒ]로 발음될 수 있으며 자음 [t]는 보통 발음하지만 생략될 수도 있다. 또 m과 r 사이에는 보통 약화된 모음 [ə]가 발음되지만 이것도 아예 생략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같은 기본형을 얼마나 빨리 발음하거나 느릿느릿 또렷하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2025. 8. 28. 추가 내용: 이글루스에 올린 원 글에서는 생략 가능한 발음을 괄호로 나타냈지만 생략되기보다는 발음되는 경우가 더 많은 음은 이탤릭체로 적는 방식으로 표기 방식을 수정하였다.
그런데 강세를 받는 g 뒤의 모음은 ‘단음 U’, 즉 [ʌ]일 수도 있고 ‘단음 O’, 즉 [ɒ]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각자 다른 발음으로 쳐서 발음 1, 발음 2로 구분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보통 발음 1이 많이 쓰인다.
위 발음 설명을 따르면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한글 표기가 모두 가능하다.
발음 1: 먼트거머리, 몬트거머리, 먼거머리, 몬거머리, 먼트검리, 몬트검리, 먼검리, 몬검리
발음 2: 먼트고머리, 몬트고머리, 먼고머리, 몬고머리, 먼트곰리, 몬트곰리, 먼곰리, 몬곰리
한글 표기에서 ‘ㅁ’ 받침 뒤의 ‘ㄹ’은 자음 동화로 인해 [ㄴ]으로 소리나기 쉬우므로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가능한 발음이 많은 경우 원형을 최대한 밝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즉 음을 생략하고 약화시킨 발음보다는 생략하지 않고 약화시키지 않은 발음을 따라 적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발음 1은 ‘몬트거머리’, 발음 2는 ‘몬트고머리’로 적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 발음을 따르지 않은 표기라도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보면 다음과 같은 항목 표시를 볼 수 있다.
Montgomery, Bernard Law. *몽고메리, 버나드 로. 영국의 군인·원수(1887~1976). 편수인명, 용인, 표준
여기서 * 표시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 어긋나지만 관용 표기로 인정한 것을 뜻한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관용 표기를 모두 표시하고는 있지 않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비롯한 다른 몽고메리들은 * 표시가 없다. 용례집에는 다음과 같은 좀 웃긴 예도 있다.
Montgomerie, Colin. 몽고메리, 콜랭. 스코틀랜드의 골프 선수. 회의 33차
스코틀랜드는 영어권이며 이 선수 이름 Colin은 영어 이름이다. 발음은 [ˈkɒlᵻn]이며 한글로는 ‘콜린’이라고 적어야 한다. ‘콜랭’은 [kɔlɛ̃]으로 발음되는 프랑스어 이름 Colin으로 보고 정한 표기이다. 프랑스어 이름이라면 ‘콜랭’이 맞지만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잉글랜드에서 자라난 이 선수는 ‘콜린 몽고메리’라고 불러야 맞다.

이 표기가 심의된 제33차 회의는 2000년 5월 30일에 있었다. 왜 당시 심의 위원들은 Colin을 프랑스어 이름인 것처럼 표기했을까? Colin은 오히려 영어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을 텐데 말이다. ‘콜린’이란 이름의 유명인으로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인 콜린 파월(Colin Powell)이 있다. 여담이지만 콜린 파월의 이름 Colin의 o는 특이하게 ‘장음 O’를 사용하여 [ˈkoʊ̯lᵻn]으로 발음한다. 한글 표기는 ‘단음 O’를 쓰나 ‘장음 O’를 쓰나 바뀌지 않고 ‘콜린’이다.
아무래도 Colin을 프랑스어식인 ‘콜랭’으로 표기한 것은 ‘몽고메리’가 프랑스어 이름인 것으로 보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현대 프랑스어의 Montgommery보다 영어의 Montgomerie가 훨씬 더 널리 쓰이는 이름이다. 또 앞서 본 것 같이 프랑스어 발음에 따른 표기는 ‘몽고므리’이다. ‘몽고메리’라는 관용 표기는 프랑스어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몽고메리’란 관용 표기의 기원
《빨간 머리 앤》은 이화여고 교사이던 아동문학가 신지식이 1962년에 최초로 국내에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적어도 이때부터 Montgomerie를 ‘몽고메리’로 표기하였다. (내용 추가: 말광님의 제보에 따르면 이 이전에도 1961년에 발행된 민중 국어대사전에 ‘몽고메리’, 1959년에 발행된 동아출판사 새백과사전에 ‘몽거메리’란 표기가 쓰였다. 자세한 내용은 덧글 참조 바람) 처음에는 이화여고 주보 《거울》지에 연재되었으며 이를 창조사에서 책으로 펴냈다. 다음얻지님의 글 최초 한글 번역 ANNE BOOKS 초판본에 이 창조사 초판본에 실린 신지식의 서문이 실려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빨강머리 앤》의 저자는 카나다 출신의 루시 모우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라고 하는 여류 작가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 책은 일본의 여류작가 무라오까하나코(村岡花子)여사의 일역판을 중역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는 일본어에서 중역을 한 것이니 ‘몽고메리’라는 표기는 일본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일본어에서 Montgomerie는 보통 モンゴメリー라고 표기한다. 로마자로는 Mongomerī이다. 일본어의 모음이 다섯 개 뿐이고 영어의 [t] 발음을 밝혀 モントゴメリー(Montogomerī)라고 적으면 원 발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어에서는 이게 최상의 표기라고 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モンゴメリー는 ‘몬고메리’이다. 하지만 실제 일본어 발음은 [moŋɡomeɾi]이다. 가타카나에서 ン, 히라가나에서 ん으로 적는 ‘발음(撥音)’이라고 하는 일본어의 비음 음소는 연구개음인 /k, ɡ. ŋ/ 앞에서 같은 연구개 비음인 [ŋ]으로 위치가 동화되어 발음된다.
음절말에만 오는 이 비음 음소는 또 /b, p, m/ 앞에서는 [m]으로, /d, t, n/ 앞에서 [n]으로 동화되어 발음된다. 어말이나 모음 앞, /s, z, j, w, h/ 앞에서는 [ŋ]과 비슷하지만 약간 앞쪽에서 조음되는 접근음으로 난다.
일본어에서 초성 비음은 /m, n, ŋ/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음절 말에 올 수 있는 비음은 발음(撥音) 뿐이다. 일본어의 가나는 이 음소를 각각 하나의 기호로만 적기 때문에 /ɡ/ 앞의 비음을 동화시키지 않고 [n]으로 발음하라는 것을 나타낼 길이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외국어의 음소 하나를 되도록이면 기호 하나에 대응시키는 원칙 때문에 일본어의 발음(撥音)을 ‘ㄴ’ 받침으로만 적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용적으로 쓰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 가운데는 위치마다 달라지는 변이음을 반영해서 받아들인 것들이 많다. ‘짬뽕’은 일본어 ちゃんぽん(chanpon)에서 왔다. 첫 ん은 /p/에 동화되어 [m]으로 발음되고 마지막 ん은 [ŋ] 비슷한 발음이기 때문에 각각 ‘ㅁ’ 받침, ‘ㅇ’ 받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른다면 ちゃんぽん은 ‘잔폰’으로 적어야 하나 ‘짬뽕’은 관용 표기로 인정하였다.
세계의 언어 가운데는 하나의 비음 음소가 위치에 따라 /m, n, ŋ/ 등 다양하게 실현되는 경우를 흔히 찾을 수 있다. 폴란드어의 ą, ę는 각각 비음화된 /ɔ/와 /ɛ/에 비음 음소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열음과 파찰음 앞에서의 경우만 열거해도 kąpać [ˈkɔmpaʨ], pająk [ˈpajɔŋk], bądź [ˈbɔɲʨ], oglądając [ɔɡlɔnˈdajɔnʦ]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m, n, ɲ, ŋ] 등 다양하게 실현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역시 한 음소는 기호 하나로 적는 원칙에 따라 ą과 ę은 각각 ‘옹, 엥’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즉 외래어 표기법으로 앞에서 예를 든 단어들은 각각 ‘콩파치’, ‘파용크’, ‘봉치’, ‘오글롱다용츠’로 적는다.
파열음이나 파찰음 앞에 올 수 있는 비음 음소가 풍부한 언어에서도 비음의 위치 동화는 쉽게 일어난다. 한국어에서도 ‘반복’, ‘반갑다’는 각각 [반복], [반갑따]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이지만 실제 빠른 속도로 말할 때는 [밤복], [방갑따]로 실현되는 일이 많다. 사실 영어 Montgomerie의 발음도 /t/가 생략되고 빨리 발음한다면 /n/이 [ŋ]으로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한글을 로마자로 옮길 때 기본 형태를 고려하여 *bambok, *banggapda가 아니라 banbok, bangapda로 적듯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Montgomerie의 /n/이 [ŋ]이 되는 것과 같은 수의적인 자음 동화는 반영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비음 표기를 음소 분석과 발음을 고려해서 정한다. 거의 모든 언어는 /m/이나 /n/을 음소로 가지고 있지만 /ŋ/을 독립된 음소로 가지지 못한 언어도 꽤 많다. 이탈리아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마찬가지로 /ŋ/을 독립된 음소로 가지지 못한 스페인어에서는 /n/이 /k, ɡ, x/ 앞에서 언제나 [ŋ]으로 실현되는 것과 달리 이탈리아어에서 n이 g 앞에 오는 Ingoli /inˈɡɔli/ 같은 경우에서도 좀처럼 위치 동화가 일어나지 않아 n이 [n]으로 실현된다. 한국어에서처럼 빠른 발음에서야 [iŋˈɡɔːli]와 같은 동화가 일어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탈리아어의 n은 전부 ‘ㄴ’으로 대입하여 Ingoli는 ‘인골리’로 표기한다.
2025. 8. 28. 추가 내용: 원래 썼던 내용과 달리 이탈리아어에서도 비음의 위치 동화가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Ingoli도 보통 [iŋˈɡɔːli]로 발음된다. 따라서 Cingolani ‘칭골라니’ 같은 더 최근의 이탈리아어 표기 용례를 보면 g 앞의 n을 받침 ‘ㅇ’으로 적는다.
이탈리아어의 조상인 라틴어에서도 /ŋ/은 독립적 음소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쓰던 알파벳, 즉 로마 문자에서도 /ŋ/을 나타내는 글자를 따로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로마 문자를 쓰게 된 언어 가운데는 /ŋ/ 음소가 있는 것들이 많다. 영어가 대표적이다. 로마 문자에 /ŋ/을 나타내는 독립된 글자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보통 ng로 쓰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철자와 발음 간의 관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영어의 singer [ˈsɪŋəɹ] ‘싱어’와 finger [ˈfɪŋɡəɹ] ‘핑거’의 경우처럼 모음 앞의 ng에서 g가 실제로 발음되는지 알 수 없고 /ɡ, k/ 앞에 /n/이 오는지 /ŋ/이 오는지 철자만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다. 같은 g 앞이라도 ingoing [ˈɪnɡoʊ̯ɪŋ] ‘인고잉’의 n은 /n/, ingot [ˈɪŋɡət] ‘잉것’의 n은 /ŋ/이다.
이처럼 세계의 언어에서 비음은 한 음소에 발음이 여럿이거나 여러 음소를 철자상으로 구별하지 않고 적는 등 한글로 옮길 때 골치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