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가봉의 임시 대통령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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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중부 가봉을 14년 간 통치해온 알리 봉고 온딤바(Ali Bongo Ondimba)를 몰아내고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여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Brice Oligui Nguema) 장군을 국내 보도에서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확인해보았다.

《한겨레》에서는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로 올바르게 표기하고 있지만 《연합뉴스》에서는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서울신문》에서는 ‘브리스 올리귀 응구마’로 원 발음을 잘못 파악한 표기가 눈에 띈다.

가봉은 1885년부터 1960년 완전 독립을 얻을 때까지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쓴다. 전체 주민의 80% 정도가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젊은 세대 가운데는 프랑스어를 아예 모어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수도 리브르빌(Libreville [libʁəvil])에서는 주민의 3분의 1 정도가 프랑스어 모어 화자라고 한다. 아프리카에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는 많지만 가봉처럼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곳은 흔하지 않다.

둘째 이름 Clotaire까지 포함한 Brice Clotaire Oligui Nguema는 프랑스어로 [bʁis klɔtɛːʁ ɔliɡi ŋɡema] ‘브리스 클로테르 올리기 응게마’로 발음된다(Nguema의 e는 [ɛ]로 발음될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어 개음절의 e는 [e]로 취급하여 이렇게 적은 것이며 어차피 한글 표기에는 영향이 없다). Brice와 Clotaire는 프랑스어 이름이다. Clotaire는 중세 프랑크 왕국 왕 여러 명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클로타리우스(Chlotarius)의 프랑스어 형태로 현대 인명으로서는 드물다.

Oligui와 Nguema는 토착 언어에서 나온 이름이다. 가봉의 토착 언어는 우방기 어족(Ubangian languages)에 속하는 바카어(Baka)를 제외하고는 모두 니제르·콩고 어족 반투 어군에 속하는데 팡어(Fang), 음베레어(Mbere), 시라어(Shira)가 가장 화자가 많다. 팡어를 비롯한 반투 제어에서는 [ᵐb, ⁿd, ᵑg] 등 다른 자음 앞에 조음 위치가 같은 비음이 발음되는 선행 비음이 많이 쓰인다.

Nguema에서 볼 수 있듯이 [ᵑg]와 같은 선행 비음은 어두에서도 올 수 있다. 응게마는 아버지가 팡족 출신이니 팡어에서 나온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후 적도 기니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하고 있는 Teodoro Obiang Nguema Mbasogo는 1986년에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 에스파냐어 인명으로 분류되어 Mbasogo, Obiang Nguema ‘음바소고, 오비앙 응궤마’로 썼다가 2001년 10월 30일 제42차 외래어 심의회를 통해 표기를 ‘응게마, 테오도로 오비앙, 음바소고’로 수정되었다.

그도 팡족에 속하는데 에스파냐어식 이름인 Teodoro에 대하여 그의 성씨처럼 쓰이는 아프리카식 이름은 Obiang이고 Nguema는 아버지의 아프리카식 이름, Mbasogo는 어머니의 아프리카식 이름이다. 그러니 기존 표기 용례에서 Mbasogo나 Nguema가 대표 이름인 것처럼 쓴 것은 틀렸고 그의 성씨처럼 쓰이는 Obiang을 먼저 써서 Obiang Nguema Mbasogo, Teodoro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테오도로’로 적어야 한다. 그를 줄여서 부를 때는 ‘오비앙’이라고 한다.

적도 기니는 특이하게 에스파냐어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가 모두 공용어로 쓰인다. 에스파냐로부터 독립 이후 에스파냐어만 공용어로 쓰이다가(1970년대에는 잠시 에스파냐어 대신 팡어가 공용어로 쓰였다) 1998년에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추가되었고 2010년에는 포르투갈어도 추가되었다.

프랑스어나 에스파냐어 철자에서 g가 i나 e 앞에 오면 각각 [ʒ] ‘ㅈ’, [x] ‘ㅎ’로 발음되기 때문에 [ɡ] 발음이 나게 하려면 gu로 적는다. 영어에서도 guide [ˈɡaɪ̯d] ‘가이드’, guest [ˈɡɛst] ‘게스트’ 등에서 gu를 쓰는 것은 노르만의 잉글랜드 정복 이후 프랑스어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guide는 프랑스어에서 차용한 것이고 guest는 프랑스어가 아니라 고대 노르드어 gestr에서 온 것이지만 철자는 프랑스어식으로 정착되었다.

외래어 표기법의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gu는 i, e 앞에서 ‘ㄱ’으로 적어야 하니 Nguema도 ‘응게마’로 적어야 하니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 ‘응궤마’로 적은 것은 이에 어긋난다. 아마도 에스파냐어식 이름이 아니라서 다르게 발음될 것이라고 착각한 듯하다. 물론 에스파냐어에서는 어두에 ng가 오는 일이 없으니 이 부분은 기타 언어로 취급하여 ‘응ㄱ’으로 적지만 e 앞의 gu는 에스파냐어식 철자로 보고 ‘ㄱ’으로 적어 ‘응게마’로 쓰는 것이 맞다.

이처럼 가봉에서는 프랑스어식 철자, 적도 기니에서는 에스파냐어식 철자를 쓰기 때문에 i, e 앞의 gu를 [ɡw]로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면 카메룬에서는 같은 이름을 보통 Ngema라는 철자로 쓰는 듯하다.

한편 알리 봉고와 그의 아버지 오마르 봉고(Omar Bongo, 1935~2009)의 성씨 뒤에 붙는 Ondimba는 음바마어(Mbama)에서 나온 이름으로 오마르의 아버지를 기념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발음할 때 [ɔ̃dimba] ‘옹딤바’ 또는 [ɔndimba] ‘온딤바’가 가능하겠고 가봉에서도 두 발음이 혼용되는 듯하지만 가봉의 토착 언어에서는 대부분 비음화된 모음이 쓰이지 않으므로 [ɔndimba]를 기준으로 ‘온딤바’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팡어는 반투어로서는 특이하게 비음화된 모음이 쓰이는데 비음 [ŋ]이나 [ɲ]이 따를 때에 일반 모음의 변이음으로 나타난다고 하므로 [ⁿd] 앞에서는 그냥 일반 구강 모음이 발음되는 것으로 봐서 ‘ㄴㄷ’로 적을 수 있겠다.

한편 Bongo는 프랑스어 발음을 [bɔ̃ɡo]로 보든 [bɔŋɡo]로 보든 한글 표기는 ‘봉고’이다. 두 발음의 차이도 미묘하다. [ɔ]를 발음할 때 이미 콧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ɔ̃]이고 폐쇄가 일어날 때 콧소리가 나면 [ŋ]인데 여러 언어에서 비음 전의 모음이 비음화되는 경우가 많고 비음 [ŋ]을 덧붙이는 [bɔ̃ŋɡo] 같은 발음은 프랑스 남부 방언에서도 쓰인다. 빠르게 발음한 [bɔ̃ɡo]와 [bɔŋɡo]는 듣기만 해서는 구별하기 쉽지 않다.

가봉의 주된 강의 이름은 Ogooué인데 이도 프랑스어식 철자로 프랑스어로는 [ɔɡɔwe]로 발음된다. 프랑스어식 철자에서 ou는 [u] 또는 [w]를 나타낸다. 외래어 표기법의 프랑스어 표기 규정을 적용하면 ‘오고우에’이기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고우에강’으로 실려 있지만 [w]를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오고웨’로 적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강은 영어식 이철자인 Ogowe로도 알려져 있다. 부르키나파소 지명 Ouagadougou [waɡaduɡu]를 ‘와가두구’로 적는 것처럼 어두나 모음 뒤의 [w]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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