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국어 이름에서 철자 nn, mm이 모음 사이에 올 때 한글로 적을 때도 ‘ㄴ’과 ‘ㅁ’을 겹쳐 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한글로 적을 때 ‘ㄴ’과 ‘ㅁ’은 겹쳐 쓰지 않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러시아어 등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nn, mm이 모음 사이에 올 때 ‘ㄴ’과 ‘ㅁ’을 겹쳐 쓰도록 하고 있다. [n], [m] 이외의 다른 자음도 중복 표기될 수 있지만, 한글로 표기할 때는 중복 발음되는 자음과 하나만 발음되는 자음의 표기가 간단히 나뉘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n]은 ‘ㄴ’, [nn]은 ‘ㄴㄴ’, [m]은 ‘ㅁ’, [mm]은 ‘ㅁㅁ’으로 쉽게 발음과 한글 표기를 대응시킬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에서 모음 사이의 nn, mm이 어떻게 발음되고 어떻게 한글로 옮겨적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를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단어에 대해서 영어 발음도 배우고 올바른 한글 표기도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의 음운 규칙상 어근에서는 모음 사이의 [n], [m] 발음이 덧나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철자에 nn, mm이 나타난다고 해도 보통 자음 하나로만 발음된다.
보통 [n], [m]은 중복되지 않는다
commonwealth [ˈkɒm.ən.wɛlθ] ‘코먼웰스’
tunnel [ˈtʌn.(ə)l] ‘터널’
그러나 복합어에서 어근 사이의 경계에 n, m이 겹칠 때, 또 un-, -ness 등 일부 접사가 붙어 형성된 합성어에서 [n], [m] 발음이 덧나는 경우가 있다.
복합어, 일부 합성어에서 [n], [m]이 중복된다
homemade [ˈhoʊ̯m.ˌmeɪ̯d] ‘홈메이드’ (home + made)
unnatural [ʌn.ˈnæʧ.(ə)ɹ‿əl] ‘언내처럴’ (un- + natural)
non-negotiable [ˌnɒn.nᵻ.ˈɡoʊ̯ʃ.i‿əb.(ə)l] ‘논니고시어블’ (non- + negotiable)
oneness [ˈwʌn.nᵻs] ‘원니스’ (one + -ness)
보통 un-, non-, -ness가 붙은 합성어는 경계에 n이 중복될 때 둘 다 발음된다. 하지만 in-, im-, en- 등은 n, m의 발음을 덧나게 하지 않는다. 또 n, m으로 끝나는 어근에 -er, -ing, -y 등 모음으로 시작하는 접미사가 붙을 때 짧은 모음을 표시하기 위해 n, m을 겹쳐 적는 경우는 발음할 때는 겹쳐 발음하지 않는다.
다른 합성어에서는 [n], [m]이 중복되지 않는다
immersion [ɪ.ˈmɜːɹʃ.(ə)n] ‘이머션’ 또는 [ɪ.ˈmɜːɹʒ.(ə)n] ‘이머전’
innovation [ˌɪn.oʊ̯.ˈveɪ̯ʃ.(ə)n, -ə-] ‘이노베이션’
winner [ˈwɪn.əɹ] ‘위너’
swimming [ˈswɪm.ɪŋ] ‘스위밍’
funny [ˈfʌn.i] ‘퍼니’
단 immeasurable은 보통 [ɪ.ˈmɛʒ.əɹ‿əb.(ə)l], 즉 ‘이메저러블’이지만 [ɪm.ˈmɛʒ.əɹ‿əb.(ə)l], 즉 ‘임메저러블’로 발음되기도 한다. 또 ennoble은 보통 [ɪ.ˈnoʊ̯b.(ə)l], 즉 ‘이노블’이지만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는 영국식 발음에 한해 [ɪn.ˈnoʊ̯b.(ə)l, ɛn-, ən-] ‘인노블’, ‘엔노블’, ‘언노블’ 등 [n]이 덧나는 발음을 허용하고 있다. 즉 immeasurable, ennoble에서는 규칙대로 [n], [m]이 중복되지 않는 발음이 주로 쓰이지만 중복하는 발음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영어 발음을 배우는 입장이라면 간단하게 [n], [m]이 중복되지 않는 발음을 외우면 그만이다.
2023. 8. 3. 추가 내용: 영어에서 immeasurable, ennoble은 그 자체로 하나의 낱말로 취급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im-과 measurable, en-과 noble의 결합으로 인식하기도 하므로 [n]이 덧나는 발음이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immersion, innovation 등은 실제 어원이 어찌되었든 영어 화자들이 그런 결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흔히 잘못 쓰는 외래어 표기를 살펴보자.
흔히 잘못 쓰는 예 (괄호 안은 잘못된 표기)
summer [ˈsʌm.əɹ] ‘서머’ (‘썸머’, ‘섬머’)
Anna [ˈæn.ə] ‘애나’ (‘안나’)
Emma [ˈɛm.ə] ‘에마’ (‘엠마’)
cunning [ˈkʌn.ɪŋ] ‘커닝’ (‘컨닝’)
running [ˈɹʌn.ɪŋ] ‘러닝’ (‘런닝’)
hammer [ˈhæm.əɹ] ‘해머’ (‘햄머’)
겹쳐 적으면 안 되는 ‘ㄴ’, ‘ㅁ’을 겹쳐 적어서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nna, Emma가 이탈리아어나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이름이라면 ‘안나’, ‘엠마’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영어 이름으로는 ‘애나’, ‘에마’가 맞는 표기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커닝’, ‘러닝’, ‘해머’가 표제어로 실려 있고 ‘서머’는 단독 표제어로는 실려 있지 않지만 ‘서머타임’, ‘서머스쿨’ 등이 실려 있다. 되도록이면 ‘커닝’은 ‘부정행위’, ‘서머스쿨’은 ‘여름 학교’ 등으로 알아듣기 쉽게 쓰는 것이 좋다. ‘커닝’은 영어의 cunning(‘교활한, 교묘한’)과 뜻이 달라 더욱더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영어의 자음 중복 현상이 잘 설명된 것이 있는지 검색하다가 ‘임귀열 영어’ 칼럼 중 “Consonant Gemination (자음 중복일 경우 하나만 발성)“이라는 글을 발견했다. 영어에서 자음이 중복되는 것은 무조건 발음하지 않는다는 틀린 설명을 하고 있다. 글의 일부만 예로 들겠다.
영어를 곧잘 하는 사람도 자주 틀리는 발음이 있으니 Summer를 ‘썸머’로, screenname을 ‘스크린네임’으로, homemade를 ‘홈메이드’로 발음하는 것이다. (중략) ‘Some money’처럼 m 소리가 두 단어에 걸쳐 이어질 때도 실제 발음은 ‘써 머니’로 해야 영어다운 발음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summer에서는 m 발음이 중복되지 않지만 screenname [ˈskɹiːn.neɪ̯m] ‘스크린네임’, homemade [ˈhoʊ̯m.ˌmeɪ̯d] ‘홈메이드’ 등에서는 n과 m을 반드시 중복하여 발음하여야 한다. ‘Some money’도 빨리 발음할 때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자음 중복이 생략될 수도 있지만, 천천히 발음할 때는 [sʌm ˈmʌn.i, səm-]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이다.
임귀열은 EBS 방송 라디오 토익으로 유명한 영어 강사로 30년간 뉴욕에 거주했다고 한다. 이런 영어 교육의 권위자도 발음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실린 발음 기호만 확인했더라도 피할 수 있었던 기초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그것도 “영어를 곧잘 하는 사람도 틀리는 발음”이라면서 지적한답시고 이런 잘못된 설명을 했으니…
그만큼 영어의 발음은 완벽하게 터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서 온 외래어 또는 영어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를 발음을 잘못 알고 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러니 영어 단어는 언제나 영어 사전에서 발음을 확인하고 널리 쓰이는 외래어의 경우 꼭 국어 사전에서 한글 표기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