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선수 이름 발음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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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입상 선수 한글 표기 문서를 편집하면서 그동안 선수 본인의 이름 발음을 확인하려고 인터넷에 실린 여러 동영상을 뒤져왔는데 차드의 양궁 선수 이스라엘 마다이(Israel Madaye)에 대한 김우현님의 댓글을 통해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서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의 이름 발음 오디오를 제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모든 선수들의 이름 발음 오디오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여러 글에서 다루었던 선수 가운데 프랑스 사격 선수 카미유 주드르제브스키(Camille Jedrzejewski)나 스웨덴 장대높이뛰기 선수 아르만드 두플란티스/아만드 듀플랜티스(Armand Duplantis)는 이름 발음 오디오가 없다(대신 이들은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다른 동영상에서 본인 발음을 찾아볼 수 있다). 3×3 농구는 아예 종목 전체에 선수 이름 발음 오디오가 없는 듯하다.

대부분은 선수 본인의 발음인 듯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남자 농구 선수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 케빈 듀랜트(Kevin Durant) 등의 이름 발음을 찾아보면 여자 목소리로 발음한 것을 들을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은 본인에게 부탁해서 이름 발음을 녹음해달라고 했을 텐데 미국 농구 대표팀 같은 인기 종목 스타 선수들은 다른 이가 대신 발음을 제공한 것 같다.

그런데 이에 따른 발음 차이도 가끔 생기는 듯하다. 프랑스 럭비 선수 Jefferson-Lee Joseph는 본인 발음을 들어보면 Jefferson을 영어 [ˈʤɛf.əɹs.ən] ‘제퍼슨’과 같이 발음하지만 그런데 올림픽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발음에서는 Jefferson을 프랑스어식으로 [ʤe⟮ɛ⟯fɛʁsɔn] ‘제페르손’으로 발음한다(목소리가 다른 듯하니 아마 다른 이가 녹음한 것 같다). 그래서 원래 문서에서는 본인 발음에 따른 표기 ‘제퍼슨리 조제프’만 실었는데 이름 전체의 프랑스어식 발음을 따른 표기 ‘제페르손리 조제프’도 추가했다.

올림픽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오디오가 본인 발음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우므로 문서에 발음 링크를 추가하면서 ‘올림픽 웹사이트 발음’이라고만 표시했다. 그러니 확실한 본인 발음을 찾으려면 동영상을 계속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여러 선수들의 이름 발음 오디오를 들어보니 이름을 두 번 반복해서 발음하고 두 번째는 처음보다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하고 있다(둘 다 빨리 발음한 경우도 가끔 있다). 기존에 찾았던 동영상에서는 빨리 발음해서 정확히 어떤 발음을 쓰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천천히 발음한 것을 들을 수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된다.

다행히 그동안 제시했던 발음이나 한글 표기는 거의 대부분 고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본인 발음을 찾지 못해서 다른 이들의 발음을 참고하거나 철자를 통해 발음을 추측한 경우도 대부분 올림픽 웹사이트의 선수 이름 발음과 일치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럭비 선수 Tristan Leyds는 원래 이름 전체를 아프리칸스어로 취급하여 ‘트리스탄 레이츠’로 적었는데 Tristan은 영어식 발음 [ˈtɹɪst.ən]으로 관찰되므로 ‘트리스턴 레이츠’로 표기를 수정했다.

그의 팀 동료 Quewin Nortje는 역시 아프리칸스어로 취급했는데 -tje의 표기를 고민하다가 ‘케빈 노르체’로 적었었다. 아프리칸스어의 지소 접미사 -tjie, -tje는 [kʲi] ‘키’로 발음되므로 아프리칸스어 발음은 *[ˈnɔrkʲi] ‘*노르키’로 추측하기 쉽다(심지어 독일의 두덴 발음 사전에서도 이렇게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Nortjé로 적은 것처럼 어말에 강세가 와서 [nɔrˈkʲɪə̯] ‘노르케’로 발음된다. 네덜란드어의 [eː]에 해당하는 아프리칸스어의 긴 e 발음이 [ɪə̯]이다. 그러니 실제 발음은 ‘노르키어’에 가깝지만 아무래도 긴 e는 ‘에’로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처럼 ‘노르케’로 쓰면 철자와 너무 달라서 한글 표기에 반영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에 그냥 ‘노르체’로 적었었다. 그런데 실제 발음을 들으니 ‘노르체’와는 표기와 확연히 달라서 철자와 달라지더라도 ‘노르케’로 적는 것으로 표기를 수정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뉴질랜드 럭비 선수 Alena Saili는 원래 동영상에 나오는 Alena의 본인 영어 발음 [ə.ˈliːn.ə]에 따라 ‘얼리나’로 적었지만 올림픽 웹사이트에서는 사모아어식 ‘알레나’로 발음한다. 아무래도 ‘알레나’가 Alena에서 예측하기 더 쉬운 표기이므로 사모아어식 ‘알레나’를 먼저 제시하고 영어식 ‘얼리나’를 추가로 제시하기로 했다.

캐나다 럭비 선수 Alysha Corrigan은 원래 동영상에서 나오는 발음을 듣고 [ə.ˈliːʃ.ə ˈkɒˑɹ.ᵻɡ.ən] ‘얼리샤 코리건’을 빨리 발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림픽 웹사이트의 발음에서는 천천히 말할 때도 두 음절로 [ə.ˈliːʃ.ə ˈkɔːɹɡ.ən] ‘얼리샤 코건’으로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도 본인 발음을 존중하여 ‘코건’으로 표기를 수정하기로 했다.

미국 럭비 선수 Kristi Kirshe는 성이 한 음절인 [ˈkɜːɹʃ]로 발음될 줄 알았는데 올림픽 웹사이트에서는 두 음절 [ˈkɜːɹʃ.i]이다. 다행히 한글 표기는 ‘커시’로 동일하다.

역시 미국 럭비 선수인 Ilona Maher는 애초에 [ɪ.ˈloʊ̯n.ə ˈmɑːɹ] ‘일로나 마’로 발음을 적었는데 올림픽 웹사이트의 발음은 천천히 발음할 때도 첫 음절을 [ə]로 발음한다.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서 영어를 표기할 때 [ə]로 발음되는 철자 i는 ‘이’로 적게 했기 때문에 Ilona [ə.ˈloʊ̯n.ə]도 한글 표기는 ‘일로나’이지만 본인 발음을 반영하기 위해 [ə] 또는 [ɪ]로 발음될 수 있다는 뜻의 약식 기호 [ᵻ]를 써서 [ᵻ.ˈloʊ̯n.ə]로 발음 표기를 수정하기로 했다. 참고로 Maher는 여러 발음이 쓰이는 성씨로 이 선수의 경우 [ˈmɑːɹ] ‘마’로 발음하지만 영국 승마 선수 Ben Maher는 [ˈbɛn ˈmeɪ̯.əɹ] ‘벤 메이어’이다.

아직 모든 선수 이름의 발음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외에도 캐나다 수영 선수 Ilya Kharun은 당초 다른 이들의 발음에 따라 [ˈɪl.i‿ə kə.ˈɹuːn] ‘일리아 커룬’으로 적었었는데 본인 발음인 듯한 올림픽 웹사이트 발음은 [hə.ˈɹuːn] ‘허룬’이었다. 그의 부모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며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х(kh)는 [x] ‘ㅎ’으로 발음되므로 영어로는 모음 앞에서 [k]보다는 [h]가 더 가까운 음이고 원어로 짐작되는 *Харун(Kharun)도 우크라이나어나 러시아어 이름으로 취급하면 ‘하룬’으로 적는다. 원래 아랍어 هارون Hārūn ‘하룬’에서 나온 성씨가 아닌가 한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수영 선수 Olivia Wunsch는 성의 발음을 [ˈwʌnʃ] ‘원시’로 짐작했었는데 올림픽 웹사이트 발음은 뜻밖에도 [ˈwʌnʧ] ‘원치’이다.

그런데 올림픽 웹사이트에 실린 발음을 언제나 의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일부 이름은 원어대로 발음하지 않고 일부러 영어식이나 기타 대외적으로 쓰는 국제 발음을 썼다. 덴마크 승마 선수 Cathrine Laudrup-Dufour는 th를 [θ]로 발음하면서까지 영어식으로 이름을 발음했는데 덴마크어로 말할 때 쓰는 발음은 아닐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펜싱 선수 Olga Kharlan은 성씨의 첫소리를 [k]로 발음했는데, 우크라이나어 Ольга Харлан(Ol’ha Kharlan) ‘올하 하를란’이나 러시아어 Ольга Харлан(Ol’ga Kharlan) ‘올가 하를란’이나 성씨의 첫소리는 [x]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체조 선수 Artem Dolgopyat는 ‘아르템 돌고피아트’처럼 발음했는데 우크라이나어로 이 이름을 Артем(Artem) [ɐrˈtɛm] ‘아르템’으로 발음하기는 하지만 히브리어로는 ארטיום으로 쓰니 ‘아르템’이라는 발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ארטיום은 러시아어 Артём(Artyom) [ɐrˈtʲɵm] ‘아르툠’을 흉내낸 발음 Artyom [artˈjom] ‘아르티옴’을 나타낸 철자로 해석되며 실제 동영상에서 관찰되는 히브리어 발음도 ‘아르티옴’이다.

한국 선수 이름은 대부분 한국어식으로 발음했는데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Park Taejoon)은 [태준 팍]으로 성씨를 외국어처럼 발음했다.

이들은 그런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영어 화자들이 알아듣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원어 발음을 확인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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