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가장 흔한 모음 ‘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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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s cousin, the one from London, runs a Bumble love cult.

주로 이공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미국 웹 만화 xkcd 최근 편은 Schwa ‘슈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The schwa is the most common vowel sound in English. In fact, if you stick to the right conversation topics, you can avoid learning any other ones.
슈와는 영어에서 가장 흔한 모음이다. 실제로 적당한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다른 모음은 배울 필요가 없다.

schwa [ˈʃwɑː]는 중설 중모음 [ə]의 영어 이름이다. 원래 히브리 문자에서 쓰이는 발음 구별 부호 שְׁוָא šəwâ ‘슈와'(현대 히브리어로는 שווא shva ‘슈바’)에서 나온 이름이다. 원래는 자음자 밑에 אְ와 같이 점 두 개를 붙여 [ă] 정도로 추측되는 짧은 모음이 따르거나 뒤따르는 모음이 없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한 것인데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단어에 따라 [e]로 발음하거나 묵음이다.

이를 로마자로 나타낼 때 e를 거꾸로 뒤집은 ə로 나타내었는데 후에 이게 국제 음성 기호에서 중설 중모음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모음 약화가 유별나게 많이 일어나는 영어에서는 약화된 모음으로 중설 중모음 [ə]가 많이 나타나는데 발음 기호의 이름처럼 이를 schwa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만화에서는 모음을 schwa만 쓴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예로 든다. 그런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영어의 발음 기호상으로는 [ə]뿐만 아니라 후설 비원순 중저모음 [ʌ]도 모음으로 나타난다.

What’s up? Was Doug gonna come? Doug loves brunch.
[(h)wəts ˈʌp / wəz ˈdʌɡ ɡən.ə ˈkʌm / ˈdʌɡ ˈlʌvz ˈbɹʌnʧ] 안녕? 더그 오는 거 아니었어? 걔는 브런치를 좋아하는데.
Nuh uh, Doug’s stuck ’cause of a tunnel obstruction.
[ˈnʌ ʌ / ˈdʌɡz ˈstʌk kəz əv ə ˈtʌn.(ə)l əb.ˈstɹʌk.ʃ(ə)n] 아니. 더그는 터널이 막혀서 꼼짝 못하고 있어.
A truck dumped a ton of onions.
[ə ˈtɹʌk ˈdʌmpt ə ˈtʌn əv ˈʌn.jənz] 트럭 한 대가 양파를 무더기로 쏟아버렸거든.
Ugh.
[ˈʌɡ] 으휴.

만화에서 덧붙인 문장은 다음과 같다.

Doug’s cousin, the one from London, runs a Bumble love cult.
[ˈdʌɡz ˈkʌz.(ə)n ðə ˈwʌn fɹəm ˈlʌnd.ən ˈɹʌnz ə ˈbʌm.b(ə)l ˈlʌv ˈkʌlt] 런던 출신인 더그의 사촌은 범블(데이팅 앱) 사랑 사교 집단 교주이다.

발음 기호에서 볼 수 있듯이 통상적으로는 무강세 음절에서 이른바 commA 모음인 [ə]를 쓰고 강세 음절에서는 이른바 STRUT 모음인 [ʌ]를 쓴다. 그런데 만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 영어에서는 이들이 사실 별개의 모음이 아니다.

오늘날 쓰는 국제 음성 기호로 영어 발음을 나타내는 체계는 영국의 음성학자 대니얼 존스(Daniel Jones [ˈdæn.jəl ˈʤoʊ̯nz], 1881~1967)가 도입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는 되도록이면 입력하기 쉬운 기존 로마자 자모를 발음 기호로 썼다. 예를 들어 오늘날 [ɪ, ʊ]로 쓰는 모음도 그냥 [i, u]로 썼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영어 발음 기호는 존스의 방식을 바탕으로 하며(예: bridge [bridʒ] ‘브리지’, book [buk] ‘북’) 예전에는 시중의 영한 사전도 대부분 이 방식을 따랐다.

존스가 기존 로마자 자모 외에 영어 모음을 나타내기 위해 도입한 특수 기호로는 [æ, ɑ, ɔ] 외에 [ʌ, ə]를 들 수 있다. 존스가 기술한 20세기 초반의 영국 상류층 방언에서는 강세 음절에서 쓰는 STRUT 모음과 무강세 음절에서 쓰는 commA 모음의 음가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 상류층 방언에서 STRUT 모음은 보통 국제 음성 기호상의 후설 비원순 중저모음 [ʌ]보다는 중설화되어 발음되는 중설 내지 중후설 모음 [ʌ̈]였고 이보다도 개모음인 중설 근저모음 [ɐ]로 실현되는 일도 흔했다. 즉 한국어의 ‘아’와 상당히 비슷한 음이었다.

존스는 평균적인 [ə]가 [ʌ]와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고 기술하였으며 특히 어말의 [ə]는 좀 더 개모음이어서 [ʌ]로 발음하는 이가 많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판단으로는 둘을 구별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서 [ʌ]와 [ə]로 기호를 다르게 나타낸 것이다.

후에 영국의 음성학자 A.C. 김슨(A.C. Gimson [ˈɡɪms.(ə)n], 1917~1985)은 특수 기호가 더 필요하더라도 좀 더 실제 발음에 가깝게 [ɪ, ʊ]와 같은 기호를 쓰는 방식을 도입하였고 1990년대 이후 이 방식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ʌ]와 [ə]의 표기상 구별은 유지되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영국의 주류 발음이라고 할 수 있는 잉글랜드 동남부 표준 발음에서도 STRUT 모음은 commA 모음과의 구별이 희미해지고 있으며 실현 범위가 겹쳐서 같은 화자도 때로는 [ʌ]에 가깝게, 때로는 [ə]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다.

게다가 잉글랜드 동남부와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어 방언에서는 애초에 [ʌ]와 [ə]가 구별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영어에서는 STRUT 모음과 commA 모음이 별개의 모음 음소가 아니어서 둘의 실현 범위가 대체로 겹친다. 평균적인 발음을 기준으로 하면 둘 다 [ə]로 나타낼 수 있다.

미국 사전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쓰지 않고 자체 영어식 발음 기호를 쓰는 일이 많은데 슈와 기호 ə는 STRUT 모음과 commA 모음을 둘 다 나타낸다. 예를 들어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는 strut [ˈstɹʌt] ‘스트럿’의 발음을 \ˈstrət\으로 나타낸다. 국제 음성 기호를 쓰는 미국 영어에 관한 기술에서도 STRUT 모음과 commA 모음은 보통 둘 다 [ə]로 나타낸다. 최근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도 미국 영어 발음에서의 STRUT 모음은 [ə]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영어의 국제 음성 기호 표기 방식은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ʌ]와 [ə]를 구별한다. 미국 영어 화자 가운데 국제 음성 기호를 배우는 이들은 [ə]로 적어야 할 것을 [ʌ]로 적는 등 이 때문에 헷갈리는 일이 흔하다. 본인들이 쓰는 발음에서는 구별하지 않는 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순전히 미국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만화에 실린 대화를 표기하려면 [ʌ]를 모조리 [ə]로 대체해서 [(h)wəts ˈəp / wəz ˈdəɡ ɡən.ə ˈkəm / ˈdəɡ ˈləvz ˈbɹənʧ]와 같이 쓸 수 있다. 즉 만화에서 설명한대로 모든 모음이 schwa이다.

한편 존스는 NURSE 모음도 [əː]로 나타냈으며 이 기호는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볼 수 있다(예: yearn [jəːn] ‘연’). 그런데 김슨은 [ɜː]라는 기호를 도입했다. 왜 음가가 별 차이가 없는 모음을 이렇게 적기로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결과 [ə]는 무강세 음절에서만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ə]에는 강세가 올 수 없다는 잘못된 속설이 생겨났다. 물론 통상적인 영어 발음 표기에서 [ə]는 무강세 모음에서만 쓰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영어 표기 방식을 통일하기 위한 하나의 약속이고 미국 영어를 포함한 여러 영어 방언에서는 강세를 받는 STRUT 모음이 [ə]로 발음된다.

영어에서 schwa가 가장 흔한 모음인 이유는 원래 [æ, ɑː, eɪ̯, ɛ] 등 다양한 음가로 발음되었던 모음도 무강세 모음으로서 약화될 때 [ə]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a, ai, au, e, i, o, ou, u, y 등 다양한 철자가 [ə]로 발음될 수 있다. 만화에서는 강세 모음까지 모조리 STRUT 모음으로 통일해서 정말로 미국 영어 기준으로 모음이 [ə]만 나오게 했는데 만약 영어 문장의 일반적인 음절 강세를 따르지 않고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강조해서 발음한다면 [ə]가 아닌 강세 모음이 나올 수 있다.

영어의 기능어 가운데는 일반적으로 약화되어서 발음되지만 일부러 강세를 줄 때는 모음 음가가 다른 경우가 있다. to는 보통 [(t)ə] ‘터’로 발음되지만 강세를 줄 때는 [ˈtuː] ‘투’로 발음되는 식이다.

영국 영어에서 what은 [ˈ(h)wɒt]으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훳’ 내지 ‘웟’으로 적어야 할 것 같지만 wander의 발음을 [wɑndə]로 보고 ‘완더’로 적는 외래어 표기법의 방식을 따르면 ‘홧~왓’이 알맞겠다. 그런데 실제 문장에서는 강세가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모음도 약화되어 [(h)wət] ‘훳~웟’이 된다.

영국 영어의 LOT 모음 [ɒ]는 대체로 미국 영어에서 PALM 모음 [ɑː]와 같이 발음하므로 미국 영어에서 강세를 준 what의 발음은 [ˈ(h)wɑːt] ‘화트~와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ˈ(h)wʌt] ‘훳~웟’이라는 발음도 매우 흔하다. 보통 [(h)wət]으로 발음하므로 강세를 줄 때도 [ˈ(h)wət] 즉 [ˈ(h)wʌt]이 되는 것이다. 이 발음을 흉내내어 인터넷 은어로 what을 wut으로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영어에서는 보통 무강세로 발음되는 기능어의 모음이 강세를 받을 경우 원 모음이 아니라 STRUT 모음 [ʌ](실제 미국 발음에서는 [ə])로 대체되는 경우가 흔하다. the [ðə] ‘더’는 강세를 줄 경우 [ˈðiː] ‘디’로 발음하는 것이 전통적인 발음이지만 그냥 [ˈðə] 즉 [ˈðʌ] ‘더’로 발음하는 화자도 많다.

from [fɹəm]은 영국 영어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줄 경우 [ˈfɹɒm] ‘프롬’이다. 미국 영어에서는 여기에 대응되는 [ˈfɹɑːm] ‘프람’도 쓰이지만 보통은 [ˈfɹəm] 즉 [ˈfɹʌm] ‘프럼’이라고 발음한다.
마찬가지로 was [wəz]는 영국 영어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줄 경우 [ˈwɒz]인데 미국 영어에서는 [ˈwɑːz] ‘와즈’보다 [ˈwʌz] ‘워즈’가 흔하다. [ˈwɒz]를 기준으로 표기하면 wander를 ‘완더’로 적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방식에 따라 ‘워즈’보다는 ‘와즈’가 낫겠다.

going to를 강세 없이 빨리 발음한 것을 소리나는대로 쓴 gonna [ɡən.ə] ‘거나’는 하나의 단어로 정착되면서 강세를 받은 형태 [ˈɡɔːn.ə] ‘고나’ 또는 [ˈɡɑːn.ə] ‘가나’도 생겨났지만 그냥 [ˈɡən.ə] 즉 [ˈɡʌn.ə] ‘거나’도 흔하다.

because는 영국 영어에서 강세를 줄 때 [bᵻ.ˈkɒz] ‘비코즈’로 발음하지만 무강세로 발음될 경우 [bᵻ.kəz] ‘비커즈’인데 일부 영국 영어 화자마저도 강세를 줄 때에도 [bᵻ.ˈkəz] ‘비커즈’로 발음한다. 이 경우에는 [ʌ]와 [ə]를 구별하는 화자 기준으로 [ʌ]가 되지는 않으므로 강세를 주더라도 [ə]로 쓴다. 미국 영어에서는 강세를 줄 때 [bᵻ.ˈkɔːz] ‘비코즈’도 가능하지만 [bᵻ.ˈkʌz] ‘비커즈’가 좀 더 흔하다. 구어에서는 보통 ’cause [kəz]로 줄여서 쓴다.

영어의 기능어는 관사 a [ə] ‘어’, the [ðə] ‘더’를 제외하고는 보통 강세를 줄 때의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from은 ‘프럼’ 대신 ‘프롬’, to는 ‘터’ 대신 ‘투’로 적는다. 다만 was는 ‘와즈’보다는 무강세 [wəz]를 기준으로 ‘워즈’로 적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같은 be의 활용형인 am은 [əm] ‘엄’ 대신 [ˈæm] ‘앰’으로 적더라도). what은 표준 표기가 정해진 적이 없지만 보통 ‘왓’으로 쓰는데 [ˈwɒt]을 기준으로 한 표기로 볼 수 있겠다. 실제 영미를 막론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영어 화자들은 wh [(h)w]를 그냥 [w]로 발음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white [ˈ(h)waɪ̯t] ‘화이트’와 같이 ‘ㅎ’를 살리는데 기능어인 what, when, where 등에서는 관용을 존중하여 ‘왓’, ‘웬’, ‘웨어’로 적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부정하는 뜻의 nuh uh나 불쾌함을 나타내는 ugh 따위의 비언어적 내지 반언어적 감탄사는 실제 발음이 다양하게 실현될 수 있지만 위에서는 철자식으로 읽은 모습을 표기했다. nuh uh의 좀 더 자연스러운 발화는 비음화된 중설 중모음을 쓰고 두 음절 사이에 성문 폐쇄음을 집어넣은 [ˈnə̃ ʔə̃] 정도일 것이다. ugh의 자연스러운 발화는 굳이 발음 기호로 나타내자면 [ɯ, u, ʊ, ʌ, ə] 등과 [x, ɸ, h] 등을 결합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의 STRUT 모음 [ʌ]와 commA 모음 [ə]를 둘 다 ‘어’로 적는다. 대신 어말에서 철자 a로 적는 [ə]는 ‘아’로 적는다. 그래서 정작 comma [ˈkɒm.ə]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코마’이다(이 단어는 영어 발음보다는 원어인 라틴어 comma의 발음을 따른 ‘콤마’가 표준 표기이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유입된 외래어 가운데는 그 외의 위치에서도 영어의 STRUT 모음이나 commA 모음을 ‘어’ 대신 ‘아’로 적는 예가 많다. ‘양동이’를 뜻하는 bucket [ˈbʌk.ᵻt] ‘버킷’에서 온 ‘바케쓰’, ‘바께쓰’ 같은 경우는 일본어 バケツ[baketsu] ‘바케쓰’를 거친 것이다. NURSE 모음을 쓴 shirt [ˈʃɜːɹt] ‘셔트’에서 온 ‘샤쓰’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어 シャツ[shatsu] ‘샤쓰’를 겨쳤다. 표준어로는 ‘바케쓰’, ‘바께쓰’ 대신 ‘양동이’를 쓰고 ‘샤쓰’ 대신 ‘셔츠’를 쓰는데 후자는 일본어를 거친 형태의 영향으로 복수형 shirts [ˈʃɜːɹts] ‘셔츠’를 기준으로 했다. ‘잠바’는 영어 jumper [ˈʤʌmp.əɹ] ‘점퍼’가 아마도 일본어 ジャンパー[janpā] ‘잔파’를 거친 형태인 듯한데 이것도 이제는 ‘점퍼’가 표준이다.

또 brother [ˈbɹʌð.əɹ] ‘브러더’, mother [ˈmʌð.əɹ] ‘머더’는 흔히 ‘브라더'(예전에는 ‘부라더’), ‘마더’로 많이 적는다. 아마도 철자 o가 [ʌ]로 발음되는 경우 영어 철자에서 발음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쓰는 듯하다. 영어에서는 u가 [ʌ]를 나타내는 대표 철자이지만 여러 역사상의 이유로 o가 [ʌ]로 발음되는 경우도 흔하다. 필기체에서 m, n 옆에 u가 있으면 혼동하기 쉬워서 일부러 o를 쓴 경우도 있고 원래 o로 발음되던 것이 u로 발음이 바뀐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세 영어의 장모음 o는 -ther 앞에서 단모음 u로 바뀌었는데 철자는 그대로여서 other, mother, brother 등에서는 [ʌ]가 쓰인다(대신 아일랜드 영어에서 유래한 bother는 [ɒ]를 쓴 [ˈbɒð.əɹ] ‘보더’이다).

단층 주택 양식의 하나를 이르는 ‘방갈로’는 영어 bungalow [ˈbʌŋ.ɡə.loʊ̯] ‘벙걸로’에 해당하는 것인데 일본어 バンガロー[bangarō] ‘반가로’를 거쳤을 수도 있지만 원어인 힌디어 बंगला baṅglā ‘방글라’, 구자라트어 બંગલો baṅglo ‘방글로’ 등과 통하는 점이 있다. 영어에서도 특히 인도의 주택 양식 이름으로 bangalo라는 철자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힌디어, 구자라트어 등의 로마자 표기에서 짧음 모음 a는 [ə]를 나타내는데 한글 표기로는 ‘아’로 쓰지만 Punjab [pʌn.ˈʤɑːb] ‘펀자브’처럼 영어 형태를 거친 경우는 ‘어’로 적는다(펀자브어, 힌디어, 우르두어 등의 형태는 Pañjāb ‘판자브’).

한국어의 ‘어’는 중앙 방언 화자를 기준으로 보통 [ʌ]에 약간의 원순화가 가미되어 [ɔ]에 가깝게 발음된다. 예전에는 장모음 ‘어’가 [əː]와 가깝게 발음되었지만 요즘은 장모음과 단모음의 구별과 함께 많이 사라졌다(대신 동남 방언 화자의 ‘어’는 [ə]에 더 가깝다).

그래서 중앙 방언 화자에게는 오히려 미국 영어의 THOUGHT 발음 [ɔː]나 영국 영어의 LOT 발음 [ɒ]가 한국어의 ‘어’에 더 가깝게 들릴 수 있다. launching [ˈlɔːnʧ.ɪŋ.] ‘론칭’을 ‘런칭’으로, concept [ˈkɒn.sɛpt] ‘콘셉트’를 ‘컨셉’으로 적는 식의 비표준 표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영어 철자와 발음 대응이 복잡하다는 사실 외에도 이처럼 실제 이들 모음이 한국어 ‘어’에 가깝게 들리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coffee [ˈkɒf.i]는 아예 규범에 따른 ‘코피’가 아닌 관용 ‘커피’가 표준 표기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언제나 원어와 가장 가까운 발음을 대응시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세계 여러 언어에서 쓰이는 음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글 표기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애’는 [ɛ]로 발음되지만 세계 여러 언어에서는 [e]와 [ɛ]가 서로 변이음 관계에 있거나 철자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e]와 [ɛ]는 둘 다 ‘에’로 표기하고 대신 한국어에 없는 음인 [æ]를 ‘애’로 적는다.

마찬가지로 여러 언어에서 잘 구별하지 않는 [o]와 [ɔ]는 둘 다 ‘오’로 적고 대신 중설 중모음 [ə]를 ‘어’로 나타내는 것이다. 루마니아어 ă [ə], 중국어 운모 en와 eng의 e [ə], 베트남어 â [ə]와 ơ [ə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비교적 드문 모음인 [ʌ]보다는 [ə]가 흔하기 때문에 이를 외래어 표기법의 ‘어’가 나타내는 대표 모음으로 삼을 수 있겠다. 그러니 영어의 commA 모음 [ə]도 ‘어’로 나타내며 STRUT 모음 [ʌ]나 NURSE 모음 [ɜː]는 여러 방언에서 commA 모음과 같거나 비슷한 음가로 발음되므로 역시 ‘어’로 적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영어는 모음 약화가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서 한글 표기를 통일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이다. producer [pɹə.ˈdjuːs.əɹ]는 ‘프로듀서’로 적는데 propose [pɹə.ˈpoʊ̯z]는 ‘프러포즈’로 적으라는 것은 참 헷갈린다. 그래서 아예 영어 [ə]는 그냥 철자대로 ‘아’, ‘오’, ‘에’ 등으로 적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관사 a ‘어’나 again ‘어게인’, appeal ‘어필’, lotion ‘로션’, machine ‘머신’처럼 ‘어’를 쓰는 표기도 워낙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쉽게 바꾸기 어렵다. 또 [ʌ]와 [ɜː], [əɹ]는 어차피 계속 ‘어’로 쓸 것이니 영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어’가 많이 쓰이는 것은 앞으로 외래어 표기 방식이 바뀌더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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