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국호는 ‘바라트’로 바뀔까?

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

이번 주말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만찬 초청장에서 드라우파디 무르무(Droupadi Murmu, 산탈어: ᱫᱨᱚᱣᱯᱚᱫᱤ ᱢᱩᱨᱢᱩ Drawpadi Murmu) 대통령을 President of India 대신 President of Bharat라고 표현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말 소집될 임시 국회에서 India 대신 Bharat를 인도의 국호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인도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야당 인도 국민 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의 샤시 타루르(Shashi Tharoor, 말라얄람어: ശശി തരൂർ Śaśi Tarūr)는 정부가 India를 완전히 폐기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를 바란다며 역사의 향기를 담고 전세계에서 알아보는 국호를 포기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 측 인사들은 Bharat라는 이름을 왜 문제삼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 일각에서는 예전부터 Bharat라는 이름의 사용을 주장해왔다. BJP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국민 의용단(National Volunteer Organisation)으로도 알려진 힌두 민족주의 우익 준군사 조직인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바크 상그(Rashtriya Swayamsevak Sangh, राष्ट्रीय स्वयंसेवक संघ Rāṣṭrīya Svayaṃsevak Saṅgh, RSS)의 단장인 모한 바그와트(Mohan Bhagwat, मोहन भागवत Mohan Bhāgvat)는 최근에 India를 쓰는 것을 중단하고 Bharat을 쓸 것을 독촉한 바 있다. 정당 이름에서 ‘인도 국민’ 또는 ‘인도 인민’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भारतीय जनता Bhāratīya Janatā ‘바라티야 자나타’의 Bhāratīya는 Bhārat의 형용사형이다. 힌디어 발음은 Bhārtīy(a) Jantā ‘바르티(야) 잔타’인데 영어 이름에서는 일부러 힌두 민족주의에서 중시하는 고대 인도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형태를 쓴다.

특히 올해 7월 인도 국민 회의가 주도하는 26개 야당은 INDIA 즉 인도 국민 발전 포용 연맹(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이라는 새 동맹을 결성한 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영국의 동인도 회사(East India Company)나 “영국이 결성한” 인도 국민 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를 언급하면서 인도 무자히딘(Indian Mujahideen), 인도 인민 전선(Popular Front of India) 같은 테​러 단체도 India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는 말을 했다.

Bharat는 산스크리트어 भारत Bhārata ‘바라타’에서 유래했으며 힌디어·마라티어·네팔어 भारत Bhārat ‘바라트’, 구자라트어 ભારત Bhārat ‘바라트’, 벵골어 ভারত Bhārat/Bharot ‘바로트’ 등으로 쓰인다.

고대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 Mahābhārata)》에 등장하는 전설의 왕 바라타(भरत Bharata)의 후손을 Bhārata라고 한다. 왕 이름은 짧은 a를 쓴 Bharata이고 그 후손은 긴 ā를 써서 Bhārata라고 부른다. Bhārata는 바라타족의 땅을 이르는 이름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자이나교 전승에 나오는 전륜왕(轉輪王, चक्रवर्तिन् cakravartin ‘차크라바르틴’) 바라타(Bharata)를 이르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한편 India는 인더스강에서 나온 이름이다. 예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더스는 고대 페르시아어 Hiⁿduš ‘힌두시’에서 고대 그리스어 Ἰνδός(Indós) ‘인도스’, 라틴어 Indus ‘인두스’를 거친 영어 발음 [ˈɪnd.əs]대로 표기한 이름인데 인더스강 지역을 이른 고대 그리스어 Ἰνδία(Indía) ‘인디아’에서 라틴어 India ‘인디아’를 거쳐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서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도라고 하면 인도 아대륙 전체를 가리켰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떨어져 나간 이후 인도 공화국만이 인도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정작 인더스강 유역은 오늘날 대부분 파키스탄에 속한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고대 페르시아어 *Hinduka-에 해당하는 고대나 중세 페르시아어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되는 天竺(천축)이나 身毒(신독), 賢豆(현두) 등이 쓰이다가 당나라 승려 현장(玄奘, 602~664)가 쓴 印度(인도)가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印度의 직접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피상적으로 India, Indus의 어근과 비슷하게 되었다. 영어에서 Indo-European, Indo-Aryan 등 합성어를 만들 때 쓰는 형태인 Indo-와 한글 표기가 같은데 이는 India의 어근인 Ind-에 라틴어식 연결형 접요사 -o-를 붙인 형태이니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다.

그렇다고 해서 India와 ‘인도’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인도가 영어 이름으로서 India를 쓰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해도 한국어 이름인 ‘인도’를 쓰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도에서도 나라 이름 여러 가지가 쓰였기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국호를 어떻게 정할지 논란이 되었다. 고전 페르시아어식 هندوستان‎ Hindūstān ‘힌두스탄’, 산스크리트어로 ‘아리아인의 땅’을 뜻하는 आर्यावर्त Āryāvarta 등도 있었다. 결국 India와 Bharat가 둘 다 국호로 인정되었다. 1950년 제정되어 영어로 쓰인 인도 헌법에서는 India와 Bharat를 둘 다 국호로 쓰고 있다.

India, that is Bharat, shall be a Union of States.
인도, 즉 바라트는 연방 국가이다.

이처럼 인도의 국호는 헌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결의안으로는 고칠 수 없고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다. 물론 국제적으로는 India가 훨씬 더 친숙한 이름이기 때문에 Bharat의 지명도가 떨어지는데 어쩌면 앞으로 Bharat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

설령 한국어에서 쓰는 국호조차 ‘바라트’로 바뀐다고 해도 적어도 근대 이전 인도 아대륙의 명칭으로서 ‘인도’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유하기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