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브라이언 주베르(Brian Joubert)의 이름 표기 문제

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

브라이언 주베르 혹은 ‘브리얀’ 주베르?

최근 프랑스어에서는 Brian이 영어식으로 ‘브라이언’으로 발음된다며 피겨스케이팅 선수 주베르(Brian Joubert)를 예를 든 글을 올렸다. 프랑스 방송에서 평소에 Brian을 그렇게 발음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동영상 하나 찾아서 증거물로 같이 올렸다.

하지만 왠지 글을 올리고 나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 있어서 아무래도 본인 발음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에서 널리 쓰는 발음이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본인도 그렇게 발음한다는 정보가 있으면 찾아서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해다.

그런데 웬일.

주베르에 관한 로이터 통신 기사에서 “Brian (ne pas prononcer à l’anglaise)”, 즉 “Brian(영어식으로 발음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Brian Joubert의 Brian은 ‘브라이언’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주베르의 어머니는 Brian을 ‘브리안’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어찌된 일인지 인터넷에서 Brian Joubert의 발음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한 블로그 글에서는 “Ensuiste y’a eu BrIan Joubert (à prononcer avec un i d’après sa maman!)” 즉 “그리고 BrIan Joubert(그의 어머니를 따라 i를 ‘이’로 발음한다)가 있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영어에서처럼 i가 ‘아이’가 아니고 ‘이’라는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주베르에 대한 포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주베르 자신이 Brian을 어떻게 발음하냐는 질문에 대해 “Selon son livre il préfère brille-ANE enfin c’est comme ça que sa maman prononce son prénom. Moi je le prononce comme en anglais” 즉 “그의 책(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브리안’이란 발음을 선호한다.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발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영어식으로 발음한다”라는 답이 올라왔다. 프랑스어에서 brille는 [bʁij], ane은 [an]이라는 발음을 나타내므로 여기서 말하는 프랑스어 발음은 [bʁi(j)an], 즉 ‘브리안’이다.

2023. 8. 2. 추가 내용: 원래 올린 글에서는 brille-ANE으로 쓴 발음을 그냥 [bʁijan]으로 적고 ‘브리얀’으로 표기했는데 이처럼 [bʁi(j)an]으로 보고 ‘브리안’으로 적는 것이 낫다. 프랑스어에서는 모음이 연속하는 것을 꺼려서 활음조 현상으로 인해 [j]가 수동적으로 삽입되는 것이고 기저 형태에는 [j]가 없기 때문이다. 이하 원래 ‘브리얀’으로 적었던 것은 ‘브리안’으로 수정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주베르의 어머니는 영어식이 아닌 ‘브리안’이라는 발음을 쓰는 것일까?

Brian의 발음에 대해 검색하던 중 찾은 글 가운데 디시인사이드 피겨스케이팅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

우선 Brian Joubert는 불어식으로 읽었을때 브리앙 쥬베르가 되어야 합니다. 이건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더군요. 블로그에서 브리앙이라고 지칭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은 브라이언이 맞습니다. 브라이언 쥬베르의 어머니는 브르타뉴 출신이며, Brian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브리앙이 아닌 브라이언으로, 영어식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이, Brian의 프랑스어 발음은 ‘브리앙’이 아니라 영어식 ‘브라이언’이 맞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한 것처럼 주베르의 어머니가 브르타뉴 출신인 것이 맞다면 켈트어 발음에 가까운 ‘브리안’이라는 발음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의 브르타뉴 지방은 켈트어의 일파인 브르타뉴어(Breton)를 사용하는 이들이 남아있다. Brian은 원래 아일랜드어 이름인데, 아일랜드어도 켈트어의 일파이다. Brian은 브르타뉴어 이름은 아니지만 브르타뉴어에도 Briac, Briag 등 비슷한 이름이 있다.

그러니 주베르의 어머니는 브르타뉴 출신이라서 프랑스 사람들 대부분이 쓰는 ‘브라이언’ 대신 켈트어식 발음인 ‘브리안’을 쓰고 있는 것이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하지만 본인도 ‘브라이언’이라고 발음한다

이쯤 되니 주베르의 어머니 레몽드(Raymonde)가 ‘브리안’이라는 발음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인터넷에서 여러 동영상과 음성 인터뷰 파일을 검색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찾지 못했고 대신 브라이언 주베르 본인이 Brian을 발음하는 음성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

주베르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mp3 파일: “Je m’appelle Brian Joubert…”

주베르 본인도 Brian을 ‘브라이언’이라고 발음하고 있었다.

그러면 자서전에서 말한 ‘브리안’이란 발음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안 된다는 로이터 통신 기사 내용은?

추측하건대 어머니가 ‘브리안’이란 발음을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프랑스 사람들이 Brian이라는 이름을 ‘브라이언’이라고 발음하니 어린 주베르도 평상시에는 ‘브라이언’이라는 발음을 사용하고 스스로도 ‘브라이언 주베르’라고 소개하게 된 것이다. ‘브리안’이란 발음이 좋다는 것은 그저 어머니가 쓰는 발음이라 좋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다들 ‘브라이언’으로 알고 있는데 ‘브리안’을 고집할 마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본인의 발음과 방송에서 쓰는 발음

본인이 쓰는 발음이 널리 알려진 발음과 다른 경우는 꽤 있다. 이제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미국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는 원래 성을 ‘치니’ [ˈʧiːn.i]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다들 ‘체이니’ [ˈʧeɪ̯n.i]라고 발음한다. (영어 방송을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체니’ [ʧɛn.i]라고는 발음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래어 심의위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표기인 ‘체니’로 결정하여 이렇게 굳어졌으니 이제와서 어쩔 수는 없을 것 같다.)

프랑스 배우 Eva Green은 사실 ‘에바 그렌’이라고 표기해야 맞다. Green은 스웨덴어에서 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부 프랑스 방송에서조차도 Green을 영어 단어인 것처럼 ‘그린’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한글 표기의 기준을 어떻게 할지는 간단한 해답이 없는 것 같다. 각각의 경우를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하겠다.

어쨌든 Brian Joubert의 경우는 ‘브라이언 주베르’로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랑스에서 Brian을 일반적으로 ‘브라이언’이라 발음하고 본인도 스스로를 ‘브라이언 주베르’로 소개한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Brian Joubert의 한글 표기 문제를 통해 인명의 발음은 확실하지 않으면 꼭 거듭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공유하기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