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언어·라틴어·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

다음은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의 일러두기에 세칙의 형태로 덧붙인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의 제7장에 실린 내용이다. 정식으로 고시된 것은 아니고 이후에 외래어 표기법에 규정이 추가되면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외래어를 표기할 때 외래어 표기법과 함께 대체로 적용되고 있다. 현행 표기와 달라진 점은 파란 색의 글씨로 설명을 덧붙였다. 옅은 색의 글씨로 쓴 각 항 제목은 원문에 나오지 않으며 참조하기 쉽도록 덧붙인 것이다.

(1)

철자 a, e, i, o, u는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

ä는 그 음가가 [æ]인 경우에도 ‘에’로 적는다.

Sodankylä 소단퀼레

(3)

o(또는 ó 따위)는 음가가 [u]이더라도 ‘오’로 적는다.

Kraków 크라코프 (1992년 폴란드어 표기법 제정으로 ‘크라쿠프’로 바뀜.)

Lwów 르보프 (1992년 폴란드어 표기법 제정으로 ‘르부프’로 바뀜.)

단, 포르투갈 어에서는 음가에 따라 ‘오/우’로 적는다. (2005년 포르투갈어 표기법으로 대체됨.)

Óbidos 오비두스

Pedro 페드루

(4)

i는 그 음가가 [j]인 경우에도 뒤의 모음과 합치지 않고 따로 ‘이’로 적는다.

Iași 이아시 (1992년 루마니아어 표기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

Ploiești 플로이에슈티 (1992년 루마니아어 표기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

(5)

[j]의 음가를 가지는 j는 뒤의 모음과 합쳐 ‘야’, ‘예’ 등으로 적으며, 앞에 자음이 있을 경우, 그 자음까지 합쳐 적는다. 단, 뒤의 모음과 합쳐 적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이’로 적는다.

Centinje 체티녜 (1992년 세르보크로아트어 표기법 제정으로 ‘체티네’로 바뀜.)

Reykjavík 레이캬비크

Björneborg 비외르네보리 (1995년 스웨덴어 표기법 제정으로 ‘비에르네보리’로 바뀜.)

(6)

y가 모음 사이 또는 어두에 있을 때에는 뒤의 모음과 합쳐 ‘야’, ‘예’ 등으로 적으며, 자음과 모음 사이에 있을 때에는 앞의 자음과만 합쳐서 적는다.

Yezd 예즈드

Jayapura 자야푸라 (2004년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표기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

Akyab 아키아브

Konya 코니아

(7)

u는 뒤의 모음과 합치지 않고 따로 ‘우’로 적는다. 단, 앞에 자음 [k], [ɡ], [h], [x]가 있으면 ‘콰’, ‘퀘’ 등으로 합쳐 적는데, 이때 뒤의 모음이 o이면 ‘쿠오’, ‘구오’ 등으로 적는다.

Suez 수에즈

Guardafui 과르다푸이

Mergui 메르귀

Kuopio 쿠오피오

해설
소말리아 지명 Guardafui는 지중해 지역에서 교통어로 쓰였던 로망어 기반 혼성어인 링과프랑카(lingua franca)에서 왔으며 이탈리아어 표기법을 적용해도 ‘과르다푸이’이다. Mergui는 영국 식민 통치 시절에 쓰인 미얀마 지명 Myeik မြိတ်의 옛 이름인데 자세한 어원은 찾기 어렵다. 오늘날 영어로는 보통 [məɹ.ˈɡwiː] ‘머귀’로 발음되지만 Merghi라는 철자로도 쓰였으므로 원래는 gu가 [ɡw]가 아니라 i 앞에서 [ɡ]를 나타내는 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발음은  영어로는  핀란드 지명 Kuopio에서 uo는 핀란드어 이중모음 [uo̯]를 나타내므로 ‘워’로 합칠 이유가 없다.

(8)

[w]의 음가를 가지는 w는 뒤의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는다. 앞에 자음이 있을 경우, 그 자음이 [k], [ɡ], [h], [x]이면 그 자음까지 합쳐 ‘콰’, ‘퀘’ 등으로 적으며, 그 밖의 자음이면 ‘으’를 붙여 따로 적는다.

Wewak 웨와크

Gwader 과데르

Gondwana 곤드와나

Rwanda 르완다

(9)

파열음은 다음과 같이 적는다.

(가) 어말의 파열음은 유성음([b], [d], [ɡ]), 무성음([p], [t], [k]) 모두 ‘으’를 붙여 적는다.

Akyab 아키아브

Split 스플리트 (1992년 세르보크로아트어 표기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

(나) 모음과 자음 사이에서 유성 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으며, 무성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되, 뒤의 자음이 [l], [r], [m], [n]이면 ‘으’를 붙여 적는다.

Nagpur 나그푸르

Ecbatana 엑바타나

Paknam 파크남 (2004년 타이어 표기법 제정으로 ‘빡남’으로 바뀜.)

(10)

th는 ‘ㅌ/트’로, ts는 ‘ㅊ/츠’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Bothnia 보트니아

Amritsar 암리차르

(11)

h는 자음 앞 또는 어말에서는 음가가 있더라도 표기하지 않는다.

Pahlavi 팔라비

Nineveh 니네베

(12)

n은 그 음가가 [n]이 아닌 경우에도 ‘ㄴ’으로 적는다. 단, [ŋ]일 때만은 받침 ‘ㅇ’으로 적는다.

İstanbul 이스탄불

Bengasi 벵가지

(13)

모음 사이의 ng은 [ŋ]음1을 가지지 않더라도 ‘ㄱ’을 넣어 적는다.

Angaur 앙가우르

Groningen 그로닝겐 (2005년 네덜란드어 표기법 제정으로 ‘흐로닝언’으로 바뀜.)

(14)

발음상 같은 자음이 겹치더라도 겹쳐 적지 않는다. 단, -mm-과 -nn-은 음가와 관계없이 겹쳐 적는다.

Philippus 필리푸스

Annam 안남 (2004년 베트남어 표기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 베트남어 철자는 An Nam.)

(15)

어두의 M+자음, N+자음은 각각 ‘음-‘, ‘은-‘으로 적되, Ng-은 ‘응ㄱ’로 적는다.

Mbandaka 음반다카

Ndola 은돌라

Nkrumah 은크루마

Nguesso 응궤소

(16)

포르투갈어에서,

(가) ão은 o를 무시하고 ‘앙’으로 적는다.

João 주앙 (2005년 제정된 포르투갈어 표기법대로는 ‘조앙’으로 적어야 하나 ‘주앙’을 관용 표기로 인정하여 그대로 씀.)

São 상

(나) 자음 앞 또는 어말의 m과 n도 각각 받침 ‘ㅁ’, ‘ㄴ’으로 적는다. (2005년 포르투갈어 표기법 제정으로 대체됨.)

Campos 캄푸스

Henrique 엔리케 (‘엔히크’ 또는 브라질 인명으로는 ‘엔히키’로 바뀜.)

Belém 벨렘 (‘벨렝’으로 바뀜.)

(다) s는 모두 ‘ㅅ/스’로, z는 모두 ‘ㅈ/즈’로 적는다. (2005년 포르투갈어 표기법 제정으로 대체됨.)

Vasco 바스코 (‘바스쿠’로 바뀜.)

Cruz 크루즈 (‘크루스’로 바뀜.)

(17)

인도 및 그 주변의 -ore형 지명은 ‘오르’로 적는다.

Bangalore 방갈로르

Serampore 세람포르

라틴어 표기 원칙

다음은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의 일러두기에 세칙의 형태로 덧붙인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의 제8장에 실린 내용이다. 정식으로 고시된 것은 아니지만 외래어를 표기할 때 외래어 표기법과 함께 대체로 적용되고 있다. 옅은 색의 글씨로 쓴 각 항 제목은 원문에 나오지 않으며 참조하기 쉽도록 덧붙인 것이다.

(1)

y는 ‘이’로 적는다.

Dionysius 디오니시우스

(2)

ae, oe는 각각 ‘아이’, ‘오이’로 적는다.

Ptolemaeus 프톨레마이우스

poena 포이나

(3)

j는 뒤의 모음과 함께 ‘야’, ‘예’ 등으로 적으며, 어두의 I+모음도 ‘야’, ‘예’ 등으로 적는다.

Johannes 요한네스

Trajanus 트라야누스

Iustinus 유스티누스

(4)

s나 t 앞의 b와 어말의 b는 무성음이므로 [p]의 표기 방법에 따라 적는다.

substantia 숩스탄티아

해설
고전 라틴어에서 b는 보통 [b]를 나타냈는데 일부 위치에서 [p]로 무성음화했을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고전 라틴어 발음을 재구할 때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대신 후대의 언어에서는 이런 무성음화가 흔히 적용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에서는 substantia에서 유래한 substance를 [sypstɑ̃ːs] ‘쉽스탕스’로 발음한다. 그러니 substantia에서와 같이 짧은 모음과 s나 t 사이에 있는 b는 받침 ‘ㅂ’으로 적는 것이 무난하겠다. 다행히 라틴어 접두사 ab-, abs-, ob-, sub- 등에서는 b가 짧은 모음 뒤에 온다.

그런데 어말의 b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전치사 ab, ob, sub에서는 어말 b가 짧은 모음 뒤에 오며 히브리어에서 유래한 고유 명사 Job, Jacob 등에서는 어말 b가 긴 모음 뒤에 온다. 만일 어말의 파열음은 모두 ‘으’를 붙여 적는다는 앞선 기타 언어 표기 원칙을 따른다면 어말 b를 [p]로 보고 ‘아프’, ‘오프’, ‘수프’, ‘요프’, ‘야코프’와 같이 적으라는 말인가? 아니면 앞선 원칙을 무시하고 받침으로 적어 ‘압’, ‘옵’, ‘숩’, ‘욥’, ‘야콥’과 같이 적으라는 말인가? 전치사 ab, ob, sub의 경우 접두사 ab-, ob-, sub-에 대응되므로 ‘압’, ‘옵’, ‘숩’과 같이 적는 것이 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ablutio ‘아블루티오’, obnitor ‘오브니토르’, subdividere ‘수브디비데레’ 등에서 ab-, ob-, sub-를 ‘아브’, ‘오브’, ‘수브’로 적는 것을 생각하면 어말에서 특별히 받침으로 적을 근거를 찾기 힘들다. 더구나 영어에서도 짧은 모음 뒤에 오는 어말 무성 파열음만 받침으로 적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Job, Jacob와 같이 긴 모음 뒤에 오는 경우에도 ‘욥’, ‘야콥’과 같이 받침으로 적는데 어려움이 있다. 어말의 b는 기타 언어 표기 원칙에 따라 그냥 ‘브’로 적어 ab ‘아브’, ob ‘오브’, sub ‘수브’, Job ‘요브’, Jacob ‘야코브’로 적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다.

한편 abpatruus ‘압파트루우스’, subcrispus ‘숩크리스푸스’, subfasciatus ‘숩파스키아투스’ 등  s나 t 외의 무성 장애음 앞에 오는 b도 받침 ‘ㅂ’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전 라틴어에서는 b로 끝나는 접두사가 뒤따르는 장애음과 결합할 때 b가 뒤따르는 자음에 동화하여 sub- + crispus는 succrispus ‘수크리스푸스’와 같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후대의 라틴어에서는 이런 자음 동화를 지키지 않아 b가 s나 t 외에도 다양한 무성 장애음 앞에서 유지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5)

c와 ch는 [k]의 표기 방법에 따라 적는다.

Cicero 키케로

Chimaera 키마이라

해설
고전 라틴어에서 ch는 고대 그리스어의 키(χ)로 적는 음을 흉내낼 때와 이와 비슷한 변이음 [kʰ]를 나타낼 때 쓰였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어의 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ㅋ’으로 적는다. 후에는 게르만어의 마찰음 [x]를 적는 철자로 쓰이기도 했다. 프랑스어식 클로비스(Clovis)로 알려진 프랑크 왕의 라틴어 이름은 Chlodovechus로 썼는데 프랑크어 이름은 *Hlōdowig로 재구된다.

통속 라틴어 대부분에서 c는 e와 i 앞에서 구개음화하였으며 그 결과 현대 유럽 언어에서는 [ʧ], [ʦ], [s] 등으로 발음이 바뀌었다. 공자를 라틴어로는 Confucius라고 하는데 이는 17세기에 중국에서 활동한 유럽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어 孔夫子​(Kǒngfūzǐ) ‘쿵푸쯔’를 라틴어로 옮긴 것으로 원어의 z [ʦ]를 c로 흉내낸 것을 볼 수 있다. 또 중세 페르시아 학자 이븐시나(Ibn Sīnā ابن سینا‎)는 안달루스(이베리아반도) 아랍어를 거쳐 라틴어 Avicenna가 되었다. 이처럼 후대의 라틴어 이름에서는 e와 i 앞의 c를 ‘ㅋ’으로 적기가 곤란하고 경우에 따라 ‘ㅊ’이나 ‘ㅅ’으로 적어야 할 것이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짐승 이름으로 ‘키마이라(Chimaera)’와 ‘키메라(Chimera)’를 둘 다 표제어로 수록하고 있다. Chimera는 후기 라틴어에서 ae가 e로 변한 형태이다. 생물학 용어로는 ‘키메라(Chimera)’만 인정한다.

(6)

g나 c 앞의 n은 받침 ‘ㅇ’으로 적는다.

Longinus 롱기누스

(7)

v는 음가가 [w]인 경우에도 ‘ㅂ’으로 적는다.

Vergilius 베르길리우스

해설
고전 라틴어에서는 원래 자모 V를 모음으로도 쓰고 반모음 내지 자음으로도 썼는데 중세 후기에 모음으로 쓰일 때는 u, 자음으로 쓰일 때는 v로 분화하였다. 그래서 원래 VERGILIVS로 쓰던 것을 오늘날에는 Vergilius로 써서 첫째 V는 자음, 둘째 V는 모음이라는 것을 구별한다.

라틴어의 자음 v는 1세기경까지 접근음 [w]로 발음되었지만 곧 마찰음 [v]로 발음이 변했다. 꽤 이른 시기에 일어난 변화이기 때문에 현대 유럽 언어에서는 거의 대부분 라틴어의 v를 [v] 또는 이와 비슷한 음(에스파냐어에서는 /b/와 합친 [b~β̞])으로 발음한다. 이들은 모두 한글 표기에서 ‘ㅂ’으로 적는 음이다. 고전 라틴어 발음을 기준으로는 Vergilius는 ‘웨르길리우스’로 적어야 하겠지만 오늘날에는 v가 압도적으로 [v]로 발음되기 때문에 ‘ㅂ’으로 표기를 정하여 ‘베르길리우스’로 적는 것이다.

라틴어의 표기 원칙 해설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실린 라틴어의 표기 원칙은 용례집에 실린 인명 가운데 주로 고대 로마에 관련된 용례에 적용되었으며 고대 페르시아(예: Darius ‘다리우스’)와 이집트(예: Pachomius ‘파코미우스’) 인명도 라틴어 이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있다. 그러니 이 표기 원칙은 고대 이름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가 더 이상 입말로 쓰이지 않게 된 이후에도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문자 언어로서 활발히 쓰였다. 오늘날에도 분류학에서 쓰는 학명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라틴어가 쓰인다. 하지만 후대에 쓰인 라틴어 발음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양상이 복잡하게 달라졌으므로 여기에 나온 표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여기에 나온대로 적으면 한 음운을 기호 하나로 적는 원칙을 따라서인지 c와 g를 언제나 ‘ㅋ’, ‘ㄱ’으로 적는 등 대체로 고전 라틴어 발음에 가깝게 적게 된다. 하지만 고전 라틴어에서 접근음 [w]로 발음되었던 v는 ‘ㅂ’으로 적게 했는데 이는 현대 발음에서 거의 예외 없이 [v], [b~β̞] 등으로 발음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스어의 표기 원칙

다음은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의 일러두기에 세칙의 형태로 덧붙인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의 제8장에 실린 내용이다. 정식으로 고시된 것은 아니지만 외래어를 표기할 때 외래어 표기법과 함께 대체로 적용되고 있다. 현대 그리스어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어를 염두에 둔 표기 원칙으로 원문은 그리스어를 라틴어식 전통 로마자 표기로 나타낸다. 옅은 색의 글씨로 쓴 그리스어 철자와 이에 따른 학술적인 로마자 전사 및 각 항 제목은 원문에 나오지 않으며 참조하기 쉽도록 덧붙인 것이다.

(1)

y는 ‘이’로 적는다.

Polybios​ 폴리비오스

(2)

ae, oe, ou는 각각 ‘아이’, ‘오이’, ‘우’로 적는다.

Achaea2​ 아카이아

Delphoe​ 델포이

Epicouros 에피쿠로스

해설
이들은 고대 그리스어 ai(αι), oi(οι), ou(ου)에 각각 해당한다. 고전 그리스어에서 ae와 oe는 각각 [ai̯], [oi̯]를 나타냈으며 ou는 고전 초기 [oː]에서 고전 후기 [uː]로 상승하였다. 라틴어로는 각각 ae, oe, u로 옮겨졌다.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각각 [e], [i], [u]로 발음된다.

고대 그리스어 Akhaḯa(Ἀχαΐα)에서는 이중 모음 [ai̯]가 아니라 두 모음이 따로 발음되는 [a.i]이기 때문에 구별 부호를 붙인 ï(ϊ)로 나타낸다. 따라서 라틴어로도 Achaia라고 썼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원래 이중 모음이 쓰인 것으로 잘못 분석한 철자 Achaea로 굳어졌다. 그러니 고대 그리스어의 이중 모음을 나타내는 예로는 적합하지 않다.

(3)

c와 ch는 [k]의 표기 방법에 따라 적는다.

Cercyra​ 케르키라

Aeschylos 아이스킬로스

(4)

g, c, ch, h 앞의 n은 받침 ‘ㅇ’으로 적는다.

ancyra 앙키라

해설
여기에 덧붙여 x, 즉 고대 그리스어에서 [kʰs~ks]를 나타내는 크시(ξ) 앞에서도 n을 받침 ‘ㅇ’으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Sphínx​(Σφίγξ)는 ‘스핑크스’로 적는다.

반면 고대 그리스어는 어중에 h가 오는 데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n 뒤에 h가 올 일이 없다. 접두사 syn-​(συν-) ‘신-‘과 hápsis​(ἅψις) ‘합시스’가 결합하면 h가 탈락하고 sýnapsis​(σύναψις) ‘시납시스’가 되는 식이다.

여기서 h는 현대 그리스어에서 [x] 또는 [ç]로 발음되는 키(χ)의 로마자 표기로 간혹 쓰이는 h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현대 그리스어에서는 [h] 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니 여기서 쓰는 로마자 표기 방식으로는 ch에 해당한다. 지명 Ankhíalos​(Ἀγχίαλος)를 현대 그리스어 Anchíalos​(Αγχίαλος)를 기준으로 하는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는 Anhialos로 흔히 적는데 고대 그리스어 발음을 기준으로는 ‘앙키알로스’로 적을 수 있다. 현대 그리스어 발음 [aɲˈçialos]도 ‘앙히알로스’ 적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정말 현대 그리스어의 키(χ)를 ‘ㅎ’으로 적도록 의도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리스어의 표기 원칙 해설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실린 그리스어의 표기 원칙은 주로 고대 그리스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쓴 그리스어의 로마자 표기 방식은 그리스 문자 알파와 요타의 조합(αι)을 ae로, 오미크론과 요타의 조합(οι)을 oe로, 카파(κ)를 c로, 크시(ξ)를 x로, 키(χ)를 ch로 적고 감마(γ)·키(χ) 앞에 오는 감마(γ)는 n으로 적는 등 대체로 라틴어에서 그리스어를 받아들일 때 쓴 방식을 따랐다. 다만 오미크론과 입실론의 조합(ου)은 라틴어에서 쓴 u 대신 ou로 적었다.

이 로마자 표기 방식을 따르면 상당 부분 라틴어에서 쓴 철자와 일치하지만 u 대신 ou를 쓴 것 외에도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쓰는 격어미를 비롯한 여러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위의 보기에 나온 예들은 라틴어에서 보통 Polybios 대신 Polybius ‘폴리비우스’, Delphoe 대신 Delphi ‘델피’, Epicouros 대신 Epicurus ‘에피쿠루스’, Cercyra 대신 Corcyra ‘코르키라’, Aeschylos 대신 Aeschylus ‘아이스킬루스’로 썼다. Achaia와 ancyra는 라틴어에서 쓴 형태와 일치하는데 흥미롭게도 Achaia는 훗날 일종의 과잉 수정을 거친 Achaea로 쓰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이 철자가 많이 쓰인다. 알파와 요타의 조합(αι)으로 적는 그리스어의 이중모음은 라틴어 ae에 해당되지만 Akhaḯa​(Ἀχαΐα‎)에서는 이중모음이 아니라 모음 둘로 나눠서 발음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ai로 적어야 한다.

이처럼 라틴어식 ae, oe, c, x, ch, ng/nch를 쓴 표기 방식은 라틴어를 매개로 영어 등 현대 유럽 언어에 전해진 고대 그리스어에서 주로 찾을 수 있으며 반대로 현대 그리스어의 로마자 표기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라틴어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이름을 비롯한 어휘를 많이 받아들였다. 라틴어의 표기 원칙에서 예로 든 Dionysius, Ptolemaeus, poena, Chimaera도 각각 고대 그리스어 Dionýsios​(Διονύσιος) ‘디오니시오스’, Ptolemaîos​(Πτολεμαῖος) ‘프톨레마이오스’, poinḗ​(ποινή) ‘포이네’, Khímaira​(Χίμαιρα) ‘키마이라’에서 온 것이다. 고대 세계의 인명이나 지명 가운데는 제3언어에서 온 것을 포함해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쓰는 형태가 거의 같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한글 표기는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실론(υ)을 나타내는 y를 ‘이’로 적게 한 것처럼 고대 그리스어에서 실제 쓰인 발음과 다르게 정한 부분은 이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위의 보기에서 Polybios, Achaia, Delphoe, Epicouros, Aeshylos, ancyra는 각각 고대 그리스어의 Polýbios​(Πολύβιος) ‘폴리비오스’, Akhaḯa​(Ἀχαΐα‎) ‘아카이아’, Delphoí​(Δελφοί) ‘델포이’, Epíkouros​(Ἐπίκουρος) ‘에피쿠로스’​, Aiskhýlos​(Αἰσχύλος) ‘아이스킬로스’‎, ánkyra​(ἄγκυρα) ‘앙키라’에 해당하지만 Cercyra는 고대 그리스어로는 Kórkyra​(Κόρκυρα) ‘코르키라’로 불렀고 Kérkyra(Κέρκυρα) ‘케르키라’는 현대 그리스어 이름이다. 한편 나머지 보기도 현대 그리스어 발음을 기준으로 쓴다면 Delfoí​(Δελφοί) ‘델피’, Aischýlos​(Αισχύλος) ‘에스힐로스’ 등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고대 그리스어는 라틴어와 함께 고대 세계를 논의하는데 필수적인 주요 언어로서 문자 언어로서만 연구되고 입말로는 쓰이지 않는다. 반면 현대 그리스어는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공용어로 활발히 쓰인다. 오늘날 고대 그리스어를 발음하는 양상은 분야에 따라, 매개로 한 언어에 따라 꽤 다양하지만 대체로 그리스어권 밖에서는 현대 그리스어 발음과 상당히 다른 발음이 쓰인다. 그러니 고대 그리스어와 현대 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방식은 구별해서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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