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격 선수 Jedrzejewski는 어떻게 한글로 표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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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한국의 양지인과 슛오프에서 밀려 은메달을 딴 개최국 프랑스 선수의 이름은 Camille Jedrzejewski로 쓴다. 프랑스어 화자가 보기에도 발음을 짐작하기 어렵다. 한국 매체에서는 보통 ‘카미유 제드르제브스키’로 표기했는데 실제 발음은 무엇일까?

본인이 이름을 발음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면 보통 매우 빠르게 발음해서 각 음을 분명하게 듣기 힘들다. 심지어 한 동영상에서는 그저 [ʁəʒɛski] ‘르제스키’ 정도로만 들릴 정도이다.

하지만 다른 동영상에서는 확실히 성의 첫 음이 [ʒ] ‘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동영상 1, 동영상 2, 동영상 3, 동영상 4).

프랑스에서도 그의 성 발음이 궁금해서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의 발음을 확인했더니 비로소 또박또박 한 음절 끊어서 발음한 답이 돌아왔다. 본인의 발음은 [ʒədʁəʒɛvski] ‘주드르제브스키’였다.

이를 프랑스 언론에서는 Jeu Dreu Jève ski, jeu-dreu-jèv-ski 등으로 표기했다. 개음절의 프랑스어 철자 eu는 [ø]를 나타낸다. ‘올림픽 게임’을 뜻하는 Jeux olympiques [ʒø-z‿ɔlɛ̃pik] ‘죄 졸랭피크’에서 볼 수 있듯이 ‘게임’을 뜻하는 jeu는 [ʒø] ‘죄’로 발음된다. 그런데 파리식 프랑스어 주류 발음에서는 개음절에서 [ø]와 [ə]의 구별이 없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한글 표기를 정하는 입장에서 발음 표기를 할 때에는 어원과 철자를 반영하여 e로 쓰는 모음은 [ə]로, eu로 쓰는 모음은 [ø] 또는 폐음절에서 [œ]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ə]는 ‘으’로, [ø]와 [œ]는 ‘외’로 적는다. 그런데 사실 [ʒə]는 어떻게 적으라는 얘기가 없다.

대신 어말과 자음 앞의 [ʒ]는 ‘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기존 표기 용례를 보면 Genêt [ʒənɛ] ‘주네’, Genève [ʒənɛːv] ‘주네브’ 등에서 [ʒə]를 ‘주’로 적고 있다(다만 식물 이름의 하나인 genêt에서 나온 필명은 보통 용례에 나오는 Genêt가 아니라 그냥 Genet로 쓴다). 프랑스어에서 [ə]는 탈락하기 쉬우므로 어말과 자음 앞의 표기와 [ə]가 따를 때의 표기를 되도록이면 동일하게 하는 것이 좋다. 민간에서는 [ʒə] 또는 어말과 자음 앞의 [ʒ]를 흔히 ‘쥬’로 적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쟈’, ‘쥬’와 같은 표기를 허용하지 않고 ‘자’, ‘주’로 적는다.

그러니 [ʒədʁəʒɛvski]의 표기는 ‘주드르제브스키’가 된다.

그런데 현재 개인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2024 파리 올림픽 입상 선수 한글 표기 문서를 편집하면서 애초에 빨리 발음한 동영상만 참고해서 파악한 발음 및 표기는 [ʒədʁəʒɛfski] ‘주드르제프스키’였다. 지금은 ‘주드르제브스키’로 표기를 수정했다.

프랑스어에서 자음군 [vs]는 역행 무성음화로 인해 보통 [fs]로 발음된다. 그러니 빨리 발음한 동영상에서는 [s] 앞에 자음이 들리는 경우는 무성음 [f]이다. 하지만 한글 표기는 되도록이면 자음 동화가 일어나기 전의 원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고 본인도 한 음절씩 끊어서 발음할 때는 철자의 w를 [v]로 발음하므로 실제 ‘주드르제프스키’로 보통 발음되더라도 ‘주드르제브스키’로 적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한국 매체에서 ‘제드르제브스키’라고 쓰는 것과 첫 음절의 모음만 제외하고 동일하게 된다.

Jedrzejewski라는 성씨는 영락없이 폴란드어 Jędrzejewski [jɛndʐɛˈjɛfski]에서 나온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옝제예프스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옌드제예프스키’로 적는 것이 나을 듯하다.

첫째, ę는 발음 [ɛ̃]을 기준으로 ‘엥’으로 표기를 통일하도록 하고 있지만 폐쇄음이나 파찰음이 뒤따를 때는 이와 위치 동화되어 [ɛm], [ɛn]으로 발음되므로 이를 한글 표기에도 반영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러니 d 앞의 ę는 ‘엔’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둘째, drz [dʐ]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ㅈ’으로 적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파찰음 음소로서 단일음인 dż [ʣ̢]와 달리 [d]와 [ʐ]로 이루어진 자음군이다. 물론 실제 발음은 [ʣ̢ʐ] 정도로 앞의 음도 파찰음화되어 ‘ㅈ’ 비슷하게 들리지만 한글 표기에서는 자음군을 이루는 각 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이 낫다. 이에 대응되는 trz [tʂ]는 cz [ʦ̢]처럼 ‘ㅊ’으로 적으라는 규정은 없고 Strzelin ‘스트셸린’, Trzebiatów ‘트셰비아투프’ 등에서처럼 뒤 모음과 합치는 ‘트시*’로 적는 것을 보더라도 drz를 dż와 동일하게 ‘ㅈ’으로 적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어쨌든 프랑스어 화자들은 대부분 폴란드어 철자의 발음법에 무지하기 때문에 폴란드어에서 나온 성씨를 가진 프랑스어권 인물은 그냥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폴란드어의 w는 보통 [v]로 발음되지만 [s] 앞에서 [f]로 역행 무성음화가 일어나는데 프랑스어에서도 만일 폴란드어 발음에 가깝게 [jɛndʒɛfski] 정도로 발음했다면 ‘옌제프스키’로 폴란드어식 [f]를 살려 적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원어 발음과 딴판인 [ʒədʁəʒɛvski]이니 w의 발음을 [v]로 보고 ‘주드르제브스키’로 적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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