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큼 철자와 모음 발음의 상관 관계가 복잡한 언어는 찾기 힘들다. 책 한 권으로 설명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이 글에서는 영어에서 흔히 말하는 ‘장음 A(long A)’, ‘단음 E(short E)’ 등 전통적인 모음 명칭을 다루고자 한다. 영어에서는 전통적으로 a, e, i, o, u 다섯 글자를 모음으로 치고 각각 각각 ‘단모음(short vowel)’과 ‘장모음(long vowel)’으로 발음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전통적 의미에서 쓰는 ‘장모음’은 사실 이중모음이 대부분으로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장모음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영어에서 전통적으로 쓰는 ‘단모음’과 ‘장모음’을 작은 따옴표를 써서 나타내도록 한다.
그런데 실제 ‘단모음’과 ‘장모음’의 발음을 알려면 그 모음이 약화되는지, 또 뒤에 r가 따르는지도 따져야 한다. 약화된 모음은 ‘약모음(weak vowel)’, 약화되지 않은 모음은 ‘강모음(strong vowel)’이라고 한다. 영어 단어에서 주 강세가 오는 음절의 모음은 당연히 ‘강모음’이고 주 강세가 오지 않더라도 모음이 약화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단모음’과 ‘장모음’이란 명칭은 뒤따르는 r에 의해 발음이 변화되지 않고 약화되지도 않은 경우에 한해서 쓰지만, 이 글에서는 모두 한꺼번에 다루도록 한다. 모음 뒤에 r가 따르는 형태에 대한 전통적인 명칭은 없지만 여기서는 ‘장음 AR’, ‘단음 ER’와 같이 부르기로 한다.
차례대로 예부터 들어보자. 각 모음마다 대표 발음을 들고 약화된 발음은 괄호 안에 표시했다. 발음 기호 뒤에는 발음에 외래어 표기법을 규칙적으로 적용한 한글 표기를 덧붙였다. 실제 표준 표기와 다른 경우는 * 표를 붙여 표시했다. 편의상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실린 영국 표준 발음을 기준으로 발음을 통일하여 적되 ‘장음 o’는 [əʊ] 대신 [oʊ̯]로 적었다.
2024. 5. 30. 추가 내용: 그 외에 현재 본 웹사이트에서 쓰는 영어 발음 표기 방식에 가깝도록 ‘단음 E’는 [e] 대신 [ɛ]로 적고 ‘장음 AR’는 [eə] 대신 [ɛə̯]로 표기를 수정했다.
단음 A – æ (ə)
Matthew [ˈmæθ.juː] 매슈, Stanley [ˈstæn.li] 스탠리
Buckingham [ˈbʌk.ɪŋ.əm] 버킹엄, England [ˈɪŋ.ɡlənd] *잉글런드 → 잉글랜드
장음 A – eɪ̯ (ɪ, ə)
cage [ˈkeɪ̯ʤ] 케이지, Tasmania [tæz.ˈmeɪ̯n.i‿ə] 태즈메이니아
Anchorage [ˈæŋk.əɹ.ɪʤ] 앵커리지, palace [ˈpæl.əs, –ɪs] *팰러스/팰리스
단음 AR – ɑː (ə)
star [ˈstɑː] 스타, Carter [ˈkɑːt.ə] 카터
popular [ˈpɒp.jʊl.ə, -jəl-] 포퓰러
장음 AR – ɛə̯ (ə)
square [ˈskwɛə̯] 스퀘어, Sarah [ˈsɛə̯ɹ.ə] *세어라 → 세라, Mary [ˈmɛə̯ɹ.i] *메어리 → 메리
binary [ˈbaɪ̯n.əɹ.i] 바이너리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A’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sparrow [ˈspæɹ.oʊ̯] ‘스패로’).
England는 영어 발음만 따지면 ‘잉글런드’이겠지만 영어 복합어의 land는 원형을 살려 ‘랜드’로 적는 규칙에 따라 ‘잉글랜드’이다. Palace와 같이 [ɪ, ə]가 둘 다 가능한 경우는 [ɪ]를 따른 표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팰리스’를 택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발음이 가능할 때는 덜 약화된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
‘장음 AR’ 뒤에 모음이 따르는 경우 통상적으로 [ə]를 무시하고 적기 때문에 Sarah, Mary는 ‘세라, 메리’로 적는다. 즉 ‘장음 AR’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는 ‘에어’, 모음 앞에서는 ‘에ㄹ’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자음 앞과 어말에서도 철자의 r를 발음하는 미국식 발음에서는 ‘장음 AR’를 단순히 [ɛɹ]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square, Sarah, Mary는 보통 [ˈskwɛɹ, ˈsɛɹ.ə, ˈmɛɹ.i]로 발음한다. Mary와 merry의 발음을 똑같이 [ˈmɛɹ.i]로 한다 하여 ‘Mary-merry’ 융합이라고 부른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sparrow에서와 같은 r 앞의 ‘단음 A’마저 이에 합치는 ‘Mary-marry-merry’ 융합도 꽤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marry도 [ˈmæɹ.i] 대신 [ˈmɛɹ.i]로 발음한다. 여기까지는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marry는 ‘매리’로 쓰는 것이 좋다.
2024. 5. 30. 추가 내용: 위와 마찬가지로 장음 AR의 미국식 발음의 표기는 [eɹ] 대신 [ɛɹ]로 표기를 수정했다.
단음 E – ɛ (ɪ, ə)
Tess [ˈtɛs] 테스, Melanie [ˈmɛl.ən.i] 멜러니
Sussex [ˈsʌs.ɪks] 서식스, rocket [ˈɹɒk.ɪt, –ət] *로킷/*로컷 → 로켓, Elisabeth [i.ˈlɪz.əb.əθ] *일리저버스 → 엘리자베스
장음 E – iː (i)
Eton [ˈiːt.(ə)n] 이튼/*이턴, Eli [ˈiːl.aɪ̯] 일라이
reaction [ɹi.ˈæk.ʃ(ə)n] 리액션, behind [bi.ˈhaɪ̯nd] 비하인드
단음 ER – ɜː (ə)
Perth [ˈpɜːθ] 퍼스, Berkoff [ˈbɜːk.ɒf] 버코프
percent [pə.ˈsɛnt] 퍼센트
장음 ER – ɪə̯ (ɪ)
sphere [ˈsfɪə̯] 스피어
eraser [ɪ.ˈɹeɪ̯z.ə] 이레이저(미국식은 [ɪ.ˈɹeɪ̯s.ɹ̩] 이레이서)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E’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Eric [ˈɛɹ.ɪk] ‘에릭’).
Elisabeth는 발음에 따라 적으면 ‘일리저버스’이겠지만 관용 표기를 존중하여 ‘엘리자베스’로 적는다. Rocket은 관용 표기인 ‘로켓’을 쓴다. 보통 영어 단어의 약화된 ‘단음 E’를 철자 그대로 ‘에’로 많이 적는데 ‘로켓’, ‘호스텔’, ‘가스펠’과 같이 관용 표기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닛’, ‘초콜릿’, ‘너깃’처럼 [ɪ] 발음을 옮긴 ‘이’로 적는 표기가 표준인 경우도 많다.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름 Joseph도 ‘조세프’로 적는 일이 많지만 발음 [ˈʤoʊ̯z.ɪf]에 따라 ‘조지프’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이다. 또 licence [ˈlaɪ̯s.(ə)ns]는 ‘라이센스’로 흔히 쓰지만 ‘라이선스’가 맞다.
2024. 5. 30. 추가 내용: Sussex는 미국식 발음에서는 e를 약화시키지 않고 [ˈsʌs.ɛks] ‘서섹스’로 발음하기도 하며 영어 방언에 따라 [ˈsʌs.əks] ‘서석스’로 발음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식 발음에서도 [ˈsʌs.ɪks] ‘서식스’가 가장 흔한 발음이며 영국 표준 발음에서도 보통 [ˈsʌs.ɪks]만 쓰인다. 따지자면 [ˈsʌs.ᵻks]인데 이 음운 환경에서는 [ə] 대신 [ɪ]가 압도적으로 선호되기 때문에 굳이 [ə]를 쓴 발음을 따로 제시하지 않는다. 한편 Joseph도 여러 영어 방언에서 쓰이는 발음을 종합하면 [ˈʤoʊ̯z.ᵻf, ˈʤoʊ̯s-] ‘조지프/조저프/조시프/조서프’ 등으로 다양하지만 영국 표준 발음을 기준으로는 보통 [ˈʤoʊ̯z.ɪf]만 쓰이기 때문에 표준 표기는 ‘조지프’이다.
여기서 [i]는 방언에 따라 [iː] 또는 [ɪ]로 발음될 수 있는 약화된 모음을 나타내는 약식 기호이다.
단음 I – ɪ (ɪ, ə)
kick [ˈkɪk] 킥, Hillary [ˈhɪl.əɹ.i] 힐러리
Kevin [ˈkɛv.ɪn, –(ə)n] 케빈/*케븐/*케번
장음 I – aɪ̯ (ə)
child [ˈʧaɪ̯ld] 차일드, Wright [ˈɹaɪ̯t] 라이트
missile [ˈmɪs.aɪ̯(‿ə)l, –(ə)l] 미사일/*미사이얼/*미슬/*미설
단음 IR – ɜː (ə)
bird [ˈbɜːd] 버드, Stirling [ˈstɜːl.ɪŋ] 스털링, Irwin [ɜː.wɪn] 어윈
confirmation [ˌkɒn.fə.ˈmeɪ̯ʃ.(ə)n] 콘퍼메이션
장음 IR – aɪ̯‿ə
wire [ˈwaɪ̯‿ə] 와이어
‘단음 I’ 뒤에 r와 모음이 따를 경우 r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단음 I’ [ɪ]로 발음한다(예: miracle [ˈmɪɹ.ək.l̩] 미러클). ‘장음 I’ 뒤에 r와 모음이 따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aɪ̯]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ɪ̯‿ə]로 발음하기도 한다. 하지만 Virus [ˈvaɪ̯(ə)ɹ.əs] ‘바이러스’, irony [ˈaɪ̯(ə)ɹ.ən.i] ‘아이러니’에서 보듯이 한글로 표기할 때에는 [aɪ̯]로 발음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Missile의 경우에서와 같이 l 앞의 ‘장음 I’도 r 앞에서처럼 [aɪ̯‿ə]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글로 표기할 때는 [aɪ̯]인 것으로 보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모음으로 쓰이는 y도 i와 같은 규칙을 따른다. 중세 영어에서 y와 i는 이미 음가가 합쳐져 이후 발음 변화도 똑같이 겪었기 때문이다.
Lynn [ˈlɪn] 린, Snyder [ˈsnaɪ̯d.ə] 스나이더, Meryl [ˈmɛɹ.əl, –ɪl] *메럴/메릴, Byrne [ˈbɜːn] 번, tyre [ˈtaɪ̯‿ə] 타이어
단음 O – ɒ (ə)
Procter [ˈpɹɒkt.ə] 프록터, Bond [ˈbɒnd] 본드
Lennox [ˈlɛn.əks] 레넉스
장음 O – oʊ̯ (oʊ̯, ə)
ghost [ˈɡoʊ̯st] 고스트, focus [ˈfoʊ̯k.əs] 포커스, Chicago [ʃɪ.ˈkɑːɡ.oʊ̯] 시카고
professional [pɹə.ˈfɛʃ.(ə)n‿<i>ə</i>l] *프러페셔널 → 프로페셔널
단음 OR – ɔː (ə)
Cornell [ˌkɔː.ˈnɛl] 코넬, mentor [ˈmɛnt.ɔː, –ə] 멘토/*멘터
Stanford [ˈstæn.fəd] 스탠퍼드
장음 OR – ɔː
Gore [ˈɡɔː] *고 → 고어, glory [ˈɡlɔːɹ.i] 글로리, forum [ˈfɔːɹ.əm] 포럼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O’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horror [ˈhɒɹ.ə] ‘호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단음 O’ [ɒ]를 ‘오’로 적는다. 그런데 이 모음은 미국식 발음에서 비원순화하여 [ɒ] 대신 [ɑ(ː)], 즉 father [ˈfɑːð.ə]의 [ɑː]와 같은 음이 되었다. 그래서 column [미: ˈkɑ(ː)l.əm], Hollywood [미: ˈhɑ(ː)l.i.wʊd] 등은 미국식 발음을 따라 ‘칼럼’, ‘할리우드’로 적는다. 또 shot은 ‘장면’을 뜻하는 영화 용어로는 ‘숏’, 스포츠 용어로는 ‘샷’으로 쓴다.
예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장음 O’ [oʊ̯]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오’로 적는다. 이 ‘장음 O’가 약화되면 사전에서는 보통 [ə]로 적는데, 학자에 따라 원순성이 남아 있다고 보아 [ɵ]로 표기하기도 한다. 예를 든 professional의 표준 표기는 ‘프로페셔널’인데, ‘장음 O’가 약화된 것을 ‘오’로 적은 것이다. 비슷한 예로 automation ‘*오터메이션 → 오토메이션’, position ‘*퍼지션 → 포지션’, detonation ‘*데터네이션 → 데토네이션’, dolomite ‘*돌러마이트 → 돌로마이트’, carbonite ‘*카버나이트 → 카보나이트’, melody ‘*멜러디 → 멜로디’, rhapsody ‘*랩서디 → 랩소디’ 등이 있다. 실제 발음에서는 원래의 ‘장음 O’가 언제나 [ə]로 약화되지만 표준 한글 표기에서는 ‘오’로 적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표준 표기 중에는 syncopation ‘싱커페이션’, procedure ‘프러시저’, projective ‘프러젝티브’처럼 원래의 ‘장음 O’가 약화되어 [ə]가 된 것을 ‘어’로 적은 것도 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2024. 5. 30. 추가 내용: 학자에 따라 이를 [ɵ]로 표기하는 것은 사실 [ə]로 약화되거나 [oʊ̯]가 유지될 수 있다는 약식 표기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ə]로 약화되거나 [ɪ]로 유지될 수 있는 무강세 모음을 약식 표기 [ᵻ]로 나타내는 것과 비슷하다. 음가를 보면 실제로 중설 원순 중고모음 [ɵ]와 비슷하게 발음될 수도 있겠지만 더 넓은 실현 범위를 대표하는 약식 표기로 이해해야 하겠다. 또 [ᵻ]와 마찬가지로 [ɵ]는 음소가 아니라 두 음소 가운데 어느 것이 쓰일지 불분명하다는 약식 표기이다.
그러나 적어도 주류 영어 방언에서는 melody, rhapsody 등 위에서 든 예의 대부분에서 o가 원순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없고 모두 [ə]로 발음된다. 그러니 순전히 현재 영어의 발음을 따진다면 현행 외래어 표기법으로 이들은 ‘오’로 적을 근거가 없다. 관용이나 다른 언어의 발음(예: 프랑스어 mélodie [melɔdi] ‘멜로디’)을 따른 것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procedure [pɹoʊ̯.ˈsiːʤ.ə, pɹə-] ‘프로시저/프러시저’, projective [pɹoʊ̯.ˈʤɛkt.ɪv, pɹə-] ‘프로젝티브/프러젝티브’에서는 영국식 발음에서 [oʊ̯]가 유지된 발음이 가능하지만 표준 표기는 [ə]로 약화된 발음을 기준으로 ‘프러시저’, ‘프러젝티브’로 정해졌다. 아마 거의 언제나 이들을 [ə]로 약화시키는 미국식 발음을 기준으로 한 듯하다.
위에서 ‘단음 OR’와 ‘장음 OR’는 [ɔː]로 합쳐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장음 OR’를 [oː, oʊ̯] 등으로 발음하여 ‘단음 OR’와 구별하는 이들이 있다. 보통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의 보스턴과 미국 남부 등에서는 ‘장음 OR’와 ‘단음 OR’가 구별된다. 표준 영국식 발음이나 표준 미국식 발음에서처럼 이 둘을 똑같이 발음하는 것을 horse-hoarse 융합이라고 부른다. Horse의 모음은 ‘단음 OR’이고 hoarse는 ‘장음 OR’와 같은 발음인데, 영어에서 oa로 쓰던 음은 대부분 ‘장음 O’와 합쳐졌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o]나 [ɔ]나 구별하지 않고 ‘오’로 옮기니 ‘단음 OR’와 ‘장음 OR’의 구별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표기 관습을 일관적으로 따르려면 이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Gore의 표준 표기는 ‘고’가 아니라 ‘고어’이다. Score도 ‘스코어’, Baltimore도 ‘볼티모어’, 인명 More도 ‘모어’가 표준 표기이며 store도 ‘스토어’로 많이 쓴다. 왜 그렇게 쓰는 것일까? 사실 OR의 [ɔː]는 예전에 [ɔə̯] 비슷한 이중모음이었다. 표준 발음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단순모음화한 것이다. 영어 사전 가운데에는 OR의 발음을 [ɔə̯]로 표시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glory나 sports [ˈspɔːts] ‘스포츠’에서처럼 어중에서는 ‘오’로 적더라도 어말에 올 경우에는 ‘오어’로 적는 것이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하면 Labrador는 ‘래브라도’, mentor는 ‘멘토’가 표준 표기이다. 위의 경우와 어디가 다른 것일까? 철자상으로 -or로 끝나는 단어, 즉 ‘단음 OR’를 쓰는 단어들이다. 이 외에도 for는 ‘포’로 많이 쓴다. 그러니 어말의 OR는 ‘단음 OR’일 경우는 ‘오’, ‘장음 OR’일 경우는 ‘오어’로 구별해서 표기하는 것을 권한다.
단음 U – ʌ (ə)
Tucker [ˈtʌk.ə] 터커, multimedia [ˌmʌlt.i.ˈmiːd.i‿ə] 멀티미디어
Fergus [ˈfɜːɡ.əs] 퍼거스
장음 U – juː (jʊ, ju, jə)
tuba [ˈtjuːb.ə] 튜바, Mercutio [mə.ˈkjuːʃ.i.oʊ̯] 머큐시오
popular [ˈpɒp.jʊl.ə, -jəl-] 포퓰러/*포펼러, emulator [ˈem.ju.leɪ̯t.ə, –jə-] 에뮬레이터/*에멸레이터
단음 UR – ɜː (ə)
Hurst [ˈhɜːst] 허스트
Arthur [ˈɑːθ.ə] 아서
장음 UR – jʊə̯ (ju, jə)
pure [ˈpjʊə̯] 퓨어, Muriel [ˈmjʊə̯ɹ.i‿əl] *뮤어리얼 → 뮤리얼, Turing [ˈtjʊə̯ɹ.ɪŋ] *튜어링 → 튜링
natural [ˈnæʧ.(ə)ɹ‿əl] *내처럴 → 내추럴, figure [ˈfɪɡ.(j)ə] 피겨/*피거, picture [ˈpɪk.ʧə] 픽처
2024. 5. 30. 추가 내용: 여기서 [u]는 방언에 따라 [uː] 또는 [ʊ]로 발음될 수 있는 약화된 모음을 나타내는 약식 기호이다.
영국식 발음에서는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U’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Durham [ˈdʌɹ.əm] ‘더럼’)
‘장음 U’ [juː]의 [j]는 영어의 음운 제약 때문에 몇몇 자음 뒤에서 탈락한다. 특히 ch, j, sh, r [ʧ, ʤ, ʃ, ɹ] 뒤에서는 표준 영국 발음, 표준 미국 발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어 방언에서 [j]는 탈락한다(단 웨일스식 발음에서는 [juː]가 [ɪʊ̯] 비슷한 이중모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Andrew [ˈændɹ.uː]는 ‘앤드루’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이다. ‘장음 U’가 약화되면 [jə]로 발음되는 일이 있지만 한글로 표기할 때는 ‘유’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l, th, s, z [l, θ, s, z] 뒤에서도 [j]가 탈락하며 영국식 발음에서도 이들 자음 뒤에서 [j]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Super의 경우 미국식 발음으로는 [ˈsuːp.ɹ̩]이고 영국식 전통 발음으로는 [ˈsjuːp.ə]이지만 오늘날에는 영국식 발음에서도 [j]가 탈락하여 [ˈsuːp.ə]인 경우가 많다. 표준 표기는 ‘슈퍼’인데 [j] 탈락을 반영한 표기 ‘수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uit [ˈs(j)uːt]의 표준 표기도 ‘슈트’이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지역에 따라 t, d, n [t, d, n] 뒤에서도 [j]가 탈락할 수 있지만 영국식 발음에서는 좀처럼 탈락하지 않는다. 다만 요즘 영국식 발음에서는 tune, dune을 [ˈtjuːn, ˈdjuːn] ‘튠, 듄’ 대신 [ˈʧuːn, ˈʤuːn] ‘춘, 준’으로 파찰음화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단어를 미국식 발음에서는 [ˈtuːn, ˈduːn] ‘툰, 둔’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로 표기할 때는 [j]를 발음하는 것으로 보고 ‘튠, 듄’과 같이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n 뒤의 [j]도 발음되는 것으로 보아 nutria [ˈnjuːtɹ.i‿ə]는 ‘뉴트리아’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nude [ˈnjuːd]는 [j]가 탈락한 형태를 기준으로 ‘누드’라고 적는다.
약화된 음절에서 [j]가 [t, d]에 오면 보통 [ʧ, ʤ]로 파찰음화한다. Fortune의 둘째 음절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long U로 발음하여 [ˈfɔːt.juːn] ‘포튠’이지만 [juː]를 [jə]로 약화시키면 파찰음화가 진행되어 [ˈfɔːʧ.ən] ‘포천’으로 발음된다. 단 앞에서 말했듯이 약화시키지 않은 tune도 [ˈʧuːn]으로 발음하는 이들은 [ˈfɔːʧ.uːn] ‘포춘’으로 발음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음 UR’ [jʊə̯]의 경우도 한글 표기를 위해서는 어중에서 [jʊ]로 보고 ‘유’로 적고 어말에서만 ‘유어’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Natural의 경우처럼 실제 발음에서는 어중에서 약화되더라도 ‘내처럴’ 대신 ‘내추럴’을 표준 표기로 정한 예도 있다.
Figure는 영국식 발음에서는 특이하게 [j]를 탈락시켜 [ˈfɪɡ.ə] ‘피거’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국식 발음에서는 [j] 탈락을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보통 [ˈfɪɡ.jɹ̩] ‘피겨’로 발음하고 드물게 ‘장음 UR’를 약화시키지 않고 [ˈfɪɡ.jʊɹ]로 발음하기도 한다. 한국어에서는 ‘피겨스케이팅’에서와 같이 ‘피겨’가 표준 표기이다.
다른 모음들
영어의 모음은 지금까지 언급한 것 외에도 매우 많다. 위의 전통적인 구분에 추가할 수 있는 모음으로는 ‘장음 OO’ [uː], ‘단음 OO’ [ʊ]가 있는데 book ‘북’, look ‘룩’의 oo는 ‘단음’이고 cool ‘쿨’, shoot ‘*슈트 → 슛’에서는 ‘장음’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장모음 뒤의 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고 단모음 뒤의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게 되어 있어 ‘단음 OO’와 ‘장음 OO’를 구별해야 하는데 특별한 규칙은 없고 사전을 찾아 발음을 확인해야 한다. 또 blood ‘블러드’, flood ‘플러드’에서처럼 ‘단음 U’를 oo로 적는 예도 있다.
원래 ‘단음 U’는 [ʊ]에 가까운 음가였다가 단어에 따라 [ʌ]로 발음되는 것과 [ʊ]로 발음되는 것으로 나뉘었다. 철자 oo가 나타내는 음은 원래 장음이었는데 blood, flood에서는 일찍이 단음으로 바뀌어 ‘단음 U’처럼 발음되다가 [ʌ]로 발음이 변했고 book, look처럼 나중에 단음으로 바뀐 것은 [ʊ]로 발음되는 ‘단음 OO’가 되었다. 지금도 영국 일부 방언에서는 cut, must 등에서 [ʌ] 대신 ‘단음 U’를 쓰는 put, butcher의 모음과 마찬가지로 [ʊ]로 발음하고 book, look에서 [ʊ] 대신 [uː]를 쓴다.
이미 보았듯이 ‘단음 A’는 [æ]로 발음되지만 father, calm, palm을 비롯한 몇몇 단어의 a는 장모음화하고 중세 영어의 음가를 비교적 잘 간직해 [ɑː]가 되었다. 그래서 ‘단음 A’, ‘장음 A’도 아닌 새로운 모음 분류가 되었으며 위에서 본 것처럼 ‘단음 AR’의 모음도 이에 합쳐졌다.
또 비교적 최근에 영국 표준 발음을 비롯한 여러 방언에서는 [f, s, θ, ns, nt, nʧ, nd, mpl] 앞의 ‘단음 A’ 일부가 일부가 [æ]에서 [ɑː]로 바뀌었다. 해당되는 단어는 chance 챈스/찬스, last 래스트/라스트, half 해프/하프, shaft 섀프트/샤프트, pass 패스/파스, cast/caste 캐스트/카스트, sample 샘플/삼플 등이다. ‘패스’, ‘샘플’은 ‘단음 A’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지만 ‘하프’, ‘샤프트’처럼 [ɑː]로 바뀐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예도 있다. 흥미롭게 ‘배역’을 뜻하는 cast는 ‘캐스트’로, ‘계급 제도’를 뜻하는 caste는 ‘카스트’로 표기하는데 영어 화자들은 사람에 따라 둘 다 [æ]로 발음하거나 둘 다 [ɑː]로 발음한다. 특정 지역과 연관이 있는 어휘가 아니라면 좀 더 보수적인 ‘단음 A’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2024. 5. 30. 추가 내용: 본 웹사이트에서는 이처럼 원래 [æ]였으나 영국 표준 발음을 위시한 잉글랜드 남부 방언에서 [ɑː]로 발음이 바뀐 모음을 약식 기호 [æˑ]로 나타낸다.
이 외에도 thought [ˈθɔːt]의 [ɔː], choice [ˈʧɔɪ̯s]의 [ɔɪ̯], mouth [ˈmaʊ̯θ]의 [aʊ̯] 등 중세 영어의 이중모음 또는 장모음에서 유래한 모음들이 있다. 사실 중세 영어의 ‘장음 U’ 즉 *[uː]에 해당하는 모음은 [aʊ̯]이고 오늘날의 ‘장음 U’는 eu, ew 등으로 적던 중세 영어의 이중모음에서 왔다. 또 중세 영어의 oo *[oː]는 오늘날의 [uː]가 되어 ‘장음 U’에서 [j]만 탈락시킨 것과 같은 음이 되었다.
‘단음 O’ [ɒ] 가운데 장모음화하여 thought의 모음인 [ɔː]로 합쳐진 것도 있다. Cross ‘크로스’, lost ‘로스트’ 등의 단어에서 이 현상이 일어났는데 영국에서는 이들이 다시 ‘단음 O’가 된 것이 많아 미국에서는 보통 [ɔː]를 쓰고 영국에서는 [ɒ]를 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ɒ]에 해당하는 [ɑ]를 쓰기도 하고 영국에서도 [ɔː]를 쓰기도 한다. 한글 표기는 모두 ‘오’이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모음’과 ‘장모음’ 구별하기
‘단모음’은 폐음절, 즉 자음으로 끝나는 음절에서만 쓸 수 있다. 즉 철자상 자음으로 끝나는 단음절 단어에서 모음 글자가 하나라면 어김없이 ‘단모음’이다.
land [ˈlænd] 랜드, set [ˈsɛt] 셋, kiss [ˈkɪs] 키스, stock [ˈstɒk] 스톡, run [ˈɹʌn] 런
또 끝에서 두번째 음절에 강세가 오고 이 음절의 모음 글자 뒤에 자음 글자 둘 이상이 따르면 ‘단모음’이다.
tackle [ˈtæk.l̩] 태클, ending [ˈɛnd.ɪŋ] 엔딩, pillow [ˈpɪl.oʊ̯] 필로, doctor [ˈdɒkt.ə] 독터, shuttle [ˈʃʌt.l̩] 셔틀
‘장모음’은 폐음절에서도 쓸 수 있고 개음절, 즉 자음으로 끝나지 않는 음절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음절이 묵음이 아닌 모음 글자로 끝난다면 언제나 ‘장모음’이다.
me [ˈmiː] 미, hi [ˈhaɪ̯] 하이, go [ˈɡoʊ̯] 고, flu [ˈfluː] 플루
또 단음절 단어에서 자음 글자 하나와 묵음 e 앞에서는 보통 ‘장모음’이다.
space [ˈspeɪ̯s] 스페이스, these [ˈðiːz] 디즈, pride [ˈpɹaɪ̯d] 프라이드, stone [ˈstoʊ̯n] 스톤, cute [ˈkjuːt] 큐트
하지만 예외도 많다. 특히 자주 쓰는 단어 가운데에 많다.
have [ˈhæv] 해브, give [ˈɡɪv] 기브, love [ˈlʌv] 러브
끝에서 두번째 음절에 강세가 오고 이 음절의 모음 글자 뒤에 자음 글자 하나 또는 모음 글자가 따르면 ‘장모음’이다.
baker [ˈbeɪ̯k.ə] 베이커, wellbeing [ˌwɛl.ˈbiː.ɪŋ] 웰비잉, user [ˈjuːz.ə] 유저, computer [kəm.ˈpjuːt.ə] 컴퓨터
위의 예외 가운데 have의 a는 ‘단음 A’, give의 i는 ‘단음 I’인데 love의 o는 엉뚱하게 [ʌ], 즉 ‘단음 U’로 발음된다. O가 ‘단음 U’로 발음되는 예는 꽤 많은데, 주로 m, n, th, v 앞에 있는 o에 해당된다.
other 어더, mother 머더, brother 브러더, come 컴, some 섬, son 선, month 먼스, cover 커버, glove 글러브, oven *어븐 → 오븐, company 컴퍼니, comfort 컴퍼트, compass 컴퍼스, dove 더브, shove 셔브, government 거번먼트, governor 거버너, governance 거버넌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중세 필사가들은 m, n 옆의 u 음을 당시 글씨체에서 m, n과 구별이 어려운 u 대신 o로 적었다. 또 예전에는 u와 v의 구별이 없이 둘 다 u로 적었기 때문에 v 옆에서도 u 대신 o를 썼다. 이후에 honger, trompet 등 일부 단어는 hunger, trumpet과 같이 u로 철자가 바뀌었지만 ‘단음 U’ 음을 o로 계속 적는 단어는 영어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혼돈
이렇듯 영어 단어에서 모음의 발음을 알아내려면 ‘장모음’인지 ‘단모음’인지, 약화되는지 약화되지 않는지를 따져야 한다. ‘단음 U’로 발음되는 o처럼 규칙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영어 단어 direct를 보자. 첫 모음은 어떻게 발음될까? ‘장음 I’ [aɪ̯]? ‘단음 I’ [ɪ]? ‘장음 IR’ [aɪ̯‿ə]? 이들이 약화된 [ə]? 이들 모두가 가능하다. 즉 ‘다이렉트’, ‘디렉트’, ‘다이어렉트’, ‘더렉트’ 모두 이론상 가능한 표기이다. 나라, 지역,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발음이 다르다.
영어 화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보면 가장 그럴듯한 강세 패턴을 유추해서 어느 음절에 강세를 줄 것인가를 정하고 자연스러운 음절 구분을 선택하여 개음절과 폐음절의 제약에 따라 ‘장모음’을 쓸 것인지 ‘단모음’을 쓸 것인지 정하며 강세에 따라 어느 모음을 약화시킬 것인지 정한다. 물론 이 과정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며 direct의 예에서 보듯이 결과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발음이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휴먼시아(Humansia)’라는 브랜드를 처음 봤을 때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서 -ia는 강세를 강제하는(stress-imposing) 접미사로 그 전 음절에 강세가 오게 한다. 그러니 Hu-MANS-i-a의 가운데 MANS에 강세가 올 텐데 여기의 a는 humanity ‘휴매니티’, humanitarian ‘휴매니테리언’ 같은 단어에서처럼 ‘단음 A’, 즉 [æ]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휴먼시아’라면 이 a는 ‘어’로 적게 되는데 강세가 오는 음절에서 ‘어’로 적는 모음은 ‘단음 U’, 즉 [ʌ] 뿐이다. 적어도 영어 고유 단어에서 철자 a가 ‘단음 U’로 발음되는 일은 없다. 결국 Humansia를 ‘휴먼시아’로 읽으려면 Hum-an-SI-a로 분절하여 Human과 Sia라는 단어의 복합어인 것처럼 봐야 한다.
아마 작명한 이는 첫 음절에 강세가 오는 human [ˈhjuːm.ən] ‘휴먼’이 강세 이동으로 인해 모음의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처럼 약화되지 않는 a를 발음을 잘못 알고 ‘어’로 적는 예는 reality ‘리얼리티’, application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리앨리티’, ‘애플리케이션’으로 적는 것이 영어 발음에 맞다. 하지만 ‘리얼리티’는 관용 표기로 인정된다.
결론
영어 모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제대로 표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영어권의 고유명사처럼 꼭 영어 발음을 따라 한글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몇 년 전 대한 화학회에서 국제화를 명분으로 그동안 쓰던 화학 용어를 영어식으로 바꿨는데 그 내용을 보면 게르마늄(germanium)을 ‘저마늄’, 플루오르(fluorine)를 ‘플루오린’, 할로겐(halogen)은 ‘할로젠’이 되었다. 실제 영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저메이니엄’, ‘플루어린/플로린’, ‘핼러젠/헤일러젠/핼러전/헤일러전’이다.
영어 발음에 가깝게 하자면서 ‘저마늄’이란 표기를 정하다니… 새로 결정된 용어는 국제적으로 비영어권 화학자들끼리 교류하면서 쓰는 엉터리 영어 발음에는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실제 영어 발음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
예전에 쓰던 화학 용어는 독일어 발음을 따른 것이 대부분인데 독일어는 모음의 발음이 영어보다 훨씬 더 규칙적이다. 독일어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어에서 공통 화학 용어의 모음을 비슷하게 발음한다. 영어처럼 a, e, i, o, u의 음가가 라틴어 모음에서 멀어진 예는 찾기 힘들다. 그러니 오히려 예전에 쓰던 화학 용어가 더 국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쓸 때 모음 발음을 잘못 알고 쓰는 모습을 수없이 본다. 영어의 모음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꼭 발음을 잘 모르는 영어 단어를 섞어 써서 국어 생활에 혼란을 불러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 그렇게 해서 잘못 안 영어 발음이 굳어지면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데도 지장이 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