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2연패한 미국 허들 선수 시드니 매클로클린러브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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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자신의 세계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하며 육상 여자 400m 허들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미국 선수 시드니 매클로클린러브로니(Sydney McLaughlin-Levrone)의 성씨는 한국 매체에서 ‘매클로플린’, ‘매크로플린’, ‘맥러플린-르브론’ 등으로 쓰고 있지만 모두 발음을 잘못 파악한 표기이다.

다음 동영상에서 본인의 발음은 [ˈsɪd.ni mə.ˈɡlɒk.lᵻn lə.ˈvɹoʊ̯n.i]로 관찰된다.

McLaughlin은 아일랜드어 성씨 Mac Lochlainn에서 왔다. M(a)cLachlan, M(a)cLauchlan, M(a)cLauchlin, M(a)cLauglan, M(a)cLoughlin, M(a)cClaflin, M(a)cGlaughlin 등 여러 이형태로도 쓰인다(철자 Mac-과 Mc-이 혼용되는 것은 M(a)c-으로 나타냈다).

Mac Lochlainn의 현대 아일랜드어 발음은 [mˠak ˈl̪ˠɔxlˠən̠ʲ]으로 한 단어처럼 취급하여 한글로 표기하면 ‘마클로흘런’ 정도이다.

특히 영국 영어에서는 McLaughlin을 원어의 [x]를 살려 [mə.ˈklɒx.lᵻn]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하면 ‘머클로흘린’ 정도이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따르면 영어 성씨에 쓰이는 접두사 Mac-, Mc-은 자음 앞에서는 ‘맥’으로, 모음 앞에서는 ‘매ㅋ’로 적되, c나 k, q 앞에서는 ‘매’로, l 앞에서는 ‘매클’로 적도록 하고 있으니 이에 따른 표기는 ‘매클로흘린’이 되겠다.

하지만 [x]는 영어의 고유 음소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음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서 [mə.ˈklɒk.lᵻn] ‘매클로클린’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k]를 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드물게 원어의 [x]를 같은 마찰음인 [f]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롱맨 발음 사전에서는 [f]를 쓰는 발음을 언급하지 않지만 케임브리지 영어 발음 사전에서는 미국 발음에 한정하여 McLaughlin의 발음이 주 발음인 [-ˈklɑːk.lɪn] 외에 [-ˈklɑːf-]와 [-ˈklɔːf-]도 가능하다고 밝힌다. 이는 [mə.ˈklɒf.lᵻn] ‘매클로플린’도 가능하다는 뜻이다(미국 영어에서 LOT 모음 [ɒ]는 [ɑː]로 발음되며 많은 화자들은 [ɑː]와 [ɔː]를 구별하지 않는다).

실제 2002년 6월 28일 제46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미국의 외교관 Gerald McLoughlin의 표기를 ‘매클로플린, 제럴드’로 심의했다. 본인의 발음을 확인한 표기인지는 모르지만 실제 미국인 가운데 이 발음을 쓰는 이도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2004년 7월 22일 당시 미국 CIA 부국장 John McLaughlin도 ‘매클로플린, 존’으로 심의했다. 이 인물의 발음은 [mə.ˈklɒk.lᵻn] ‘매클로클린’이 맞다. 미 의회 도서관이 제공하는 발음 설명은 이에 해당하는 mək-LÄK-lən이다.

다음 여러 동영상에서도 [k]를 쓴 발음이 관찰된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보통 Mc-의 c에 해당하는 자음을 [k] 대신 [ɡ]로 발음하여 [mə.ˈklɒk.lᵻn]이 아니라 [mə.ˈɡlɒk.lᵻn]으로 발음하고 있다. 일종의 연음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M(a)cLaren [mə.ˈklæɹ.ən] ‘매클래런’, M(a)cLennan [mə.ˈklɛn.ən] ‘매클레넌’ 같은 비슷한 이름에서는 [k]가 보통 유지되니 McLaughlin 류의 이름에서만 불규칙적으로 일어난 현상 같다.

하지만 접두사 Mac-, Mc-에 대한 표기 지침을 따르면 이게 [məɡ]로 발음되더라도 무시하고 [mə.ˈɡlɒk.lᵻn]도 ‘매클로클린’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러니 Sydney McLaughlin의 본인 발음에 따른 표기는 ‘시드니 매클로클린’이다.

왜 John McLaughlin은 실제 발음과 다른 ‘매클로플린, 존’으로 심의했을까? 20년 전 일이라서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McLaughlin의 표기를 ‘매클로플린’으로 심의한 용례가 있으니 발음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어는 철자가 같은 이름도 발음이 다양한 경우가 많아서 기존 표기 용례에만 의지하기 곤란하고 일일이 발음을 확인해야 한다.

물론 다른 이들은 발음을 잘못 짐작하는 경우가 있으니 본인의 발음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음 동영상에서는 한 미국 방송 사회자가 시드니 매클로클린러브로니의 이름에서 McLaughlin을 [mə.ˈɡlɒf.lᵻn] ‘매클로플린’으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

아일랜드어 이름 Lochlainn에서 유래한 다른 영어권 성씨는 오스트레일리아 배우 Alex O’Loughlin ‘올로클린, 앨릭스’, 미국 배우 Lori (Anne) Loughlin ‘로클린, 로리 (앤)’ 등 실제 관찰되는 발음에 맞게 ‘로클린’으로 심의했다.

그런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KAIST 총장도 지낸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로플린(Robert Laughlin)은 하필 성씨를 [ˈlɒˑf.lᵻn] ‘로플린’으로 발음하는 듯하다. 그래서 표준 표기도 ‘로플린, 로버트’로 심의되었다. 그래서 Laughlin을 ‘로플린’으로 적는 것에 익숙해져 McLaughlin을 보고 자동적으로 ‘매클로플린’으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 성인 McLaughlin에 덧붙인 남편 성씨 Levrone는 본인 발음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세 음절인 [lə.ˈvɹoʊ̯n.i] ‘러브로니’로 발음된다. 원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성씨로 이탈리아어 발음은 [leˈvroːne] ‘레브로네’로 짐작된다. 남편은 미식 축구 선수인 안드레 러브로니(Andre Levrone Jr.)인데 링크에서 그의 성씨의 발음을 Lev–rown-ee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lɛ.ˈvɹoʊ̯n.i] ‘레브로니’로 발음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영어 철자만으로 발음을 설명하는 것은 모음의 약화를 잘 나타내지 못하고 관찰되는 발음은 [lə.ˈvɹoʊ̯n.i]이므로 ‘러브로니’로 적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프랑스어 André [ɑ̃dʁe] ‘앙드레’에서 따온 영어 남자 이름 Andre는 미국 영어로 [ˈɑːndɹ.eɪ̯]로 발음되므로 현행 표기 지침에 따르면 ‘안드레이’로 적어야 하지만 차용어에서 원어의 [e]를 나타내는 어말의 철자 e가 [eɪ̯]로 발음되는 경우는 그냥 ‘에’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영어 이름 Andre는 ‘안드레’로 적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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