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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만 명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도미니카의 국가가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세단뛰기에서 시아 라퐁(Thea LaFond)이 도미니카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로 따낸 것이다.
인구 1140만 명으로 카리브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도미니카 공화국과 혼동하는 일이 흔하지만 도미니카는 이름만 비슷하고 역사와 문화가 꽤 다르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에스파냐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도미니카는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도미니카의 공식 국호는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이며 1978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었다.
참고로 영어로 도미니카 공화국은 Dominican Republic [də.ˈmɪn.ɪk.ən ɹᵻ.ˈpʌb.lɪk] ‘더미니컨 리퍼블릭’으로 Dominican의 둘째 음절에 강세를 주지만 도미니카는 Dominica [ˌdɒm.ᵻ.ˈniːk.ə] ‘도미니카’로 셋째 음절에 강세를 주는 것이 올바른 발음이다. 그런데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 화자들도 Dominican Republic의 영향으로 [*də.ˈmɪn.ɪk.ə] ‘*더미니카’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도미니카 대통령은 실바니 버튼(Sylvanie Burton [sᵻl.ˈvɑːn.i ˈbɜːɹt.(ə)n])이다(-ton을 무조건 ‘턴’으로 적는 현 표기 지침에 따라 용례집에서는 Burton을 ‘버턴’으로 쓰지만 모음이나 r 뒤의 -ton은 ‘튼’으로 적는 것이 낫다고 본다). 도미니카인들은 이처럼 보통 영어식 성씨를 쓴다.
하지만 시아 라퐁의 성은 프랑스어 성씨 Lafond [lafɔ̃] ‘라퐁’에서 왔으며 전 대통령 찰스 새버린(Charles Savarin [ˈʧɑːɹlz ˈsæv.əɹ.ᵻn])은 프랑스어 Savarin [savaʁɛ̃] ‘사바랭’에서 왔다. 이처럼 도미니카에서는 프랑스어식 성씨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도미니카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프랑스의 식민지였기도 했고 프랑스에 속하는 해외 주인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와 이웃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에서는 공용어인 영어 외에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하는 크레올인 도미니카 크레올 프랑스어(Dominican Creole French)가 널리 쓰인다. 과들루프나 마르티니크에서 쓰이는 크레올어와 거의 비슷해서 서로 알아듣는 데 지장이 없다.
육상 경기를 중계하는 영어권 해설자들은 LaFond를 영어식으로 [lə.ˈfɒnd] ‘러폰드/라폰드’ 정도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라퐁 본인은 LaFond을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한다.
다른 도미니카인들도 LaFond을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하는데 [ɔ̃]의 비음화가 덜해서 거의 ‘라포’처럼 들리기도 한다(동영상).
그러니 한글 표기도 본인 발음에 따라 프랑스어 이름인 것처럼 취급하여 ‘라퐁’으로 하는 것이 무난하겠다. 따라서 현재 작업 중인 2024 파리 올림픽 입상 선수 한글 표기 문서에서도 ‘시아 라퐁’으로 표기를 정했다.
한편 앞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이름인 Thea를 본인은 영어식으로 [ˈθiː.ə] ‘시아’라고 발음한다. 영어에서도 흔한 이름은 아니라서 영어권 해설자들은 Thea를 마치 ‘테아’로 발음되는 외국어 이름인 것처럼 [ˈteɪ̯.ə] ‘테이아’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글 표기는 본인 발음에 따라 ‘시아’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민간에서 쓰는 발음와 표기를 고려하여 [θ]를 ‘ㅆ’으로 적은 ‘씨아’는 어떨까 할 수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줄곧 ‘ㅅ’으로 적어왔으니 이제와서 바꾸는 것은 무리이다. 표기는 ‘시아’로 하되 발음은 [씨아]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