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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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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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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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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ㅟ+ㅓ&#8217;의 준말은 어떻게 표기할까?</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3/20/%e3%85%9f%e3%85%93%ec%9d%98-%ec%a4%80%eb%a7%90%ec%9d%80-%ec%96%b4%eb%96%bb%ea%b2%8c-%ed%91%9c%ea%b8%b0%ed%95%a0%ea%b9%8c/</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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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Fri, 20 Mar 2009 12:25:35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새자모]]></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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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한글에 대한 여러 생각에서 오늘날 쓰는 한글 자모 가운데 &#8216;ㅟ+ㅓ&#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표기할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8216;바뀌어&#8217;, &#8216;쉬어&#8217; 등의 준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주채의 《한국어의 발음》에서는 옛 자모를 활용하여 이 소리를 &#8216;ㆊ&#8217;로 적을 것을 제안했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러자 Puzzlet C.님께서 2000년에 한글 학회의 학회지에도 이 문제를 다룬 글이 실렸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조규태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title=""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19/%ed%95%9c%ea%b8%80%ec%97%90-%eb%8c%80%ed%95%9c-%ec%97%ac%eb%9f%ac-%ec%83%9d%ea%b0%81/">한글에 대한 여러 생각</a>에서 오늘날 쓰는 한글 자모 가운데 &#8216;ㅟ+ㅓ&#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표기할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8216;바뀌어&#8217;, &#8216;쉬어&#8217; 등의 준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주채의 《한국어의 발음》에서는 옛 자모를 활용하여 이 소리를 &#8216;ㆊ&#8217;로 적을 것을 제안했다는 것도 언급했다.</p>
<p>그러자 <a href="http://puzzlet.org/w">Puzzlet C.</a>님께서 2000년에 한글 학회의 학회지에도 <a href="https://hangeul.or.kr/%ED%95%9C%EA%B8%80">이 문제를 다룬 글</a>이 실렸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조규태의 〈우리말 &#8216;ㅟ+ㅓ&#8217;의 준말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8216;ㅟ+ㅓ&#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한국어의 새로운 중모음(겹홀소리)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DF 문서로 전문을 볼 수 있다<span style="color: #5C78C6;">(2000년 제249호를 검색해야 한다)</span>. 다음은 글의 내용을 요약한 것.</p>
<blockquote><p>   우리말에 는 &#8216;ㅟ+ㅓ&#8217;의 준말이 만들어 내는 겹홀소리가 있다. 이 겹홀소리는 제대로 인식이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겹홀소리를 표기할 글자도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겹홀소리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예컨대 &#8216;바꾸어&#8217;의 준말인 &#8216;바꿔'(pak&#8217;wə]와 &#8216;바뀌어&#8217;의 준말인 [pak&#8217;ɥə] 또는 [pak&#8217;wjə]가 변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말 겹홀소리 체계 속에 [ɥə]와 [wjə]를 새로이 설정해야 한다.<br />
이 겹홀소리의 존재는 최근의 방언 연구를 통하여 확인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말에서는 &#8216;ㅟ&#8217;가 방언과 세대에 따라 [ü], [wi], [i] 세 가지로 발음되고 있는데, 이 다른 발음에 따라 &#8216;ㅟ+ㅓ&#8217;의 준말도 [ɥə]와 [wjə], 그리고 [jə], [i]로 각각 발음된다. 두 겹홀소리 [ɥə]와 세 겹홀소리 [wjə]는 지금 한글 체계 속에는 이들을 표기할 글자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8216;ㅜㅕ&#8217;라는 글자로 표기할 수가 있다. 예컨대, &#8216;쉬+어&#8217;의 준말은 &#8216;수ㅕ&#8217;와 같이 표기할 수가 있다.</p></blockquote>
<p>여기서는 &#8216;ㆊ&#8217;가 아니라 &#8216;ㅜㅕ&#8217;라는 글자로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주의할 것은 이 블로그에서 &#8216;ㅓ&#8217;의 발음을 보통 [ʌ]로 적는데 조규태는 [ə]로 적고 있고, &#8216;ㅟ&#8217;의 단모음(홑홀소리) 발음을 [y] 대신 [ü]로 적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이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표기 방식으로 통일하겠다.</p>
<p>생각해보니 배주채도 &#8216;ㅜㅕ&#8217;라고 쓰자는 제안에 대해 언급했으나 &#8216;ㆊ&#8217;는 이미 같거나 비슷한 음가를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적이 있는 옛 자모이니 그것을 쓰자고 했던 것도 같다. <del>하지만 내가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del></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11. 추가 내용: 나중에 배주채가 정말로 &#8216;ㅜㅕ&#8217;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8220;&#8216;ɥə&#8217;를 한글로 굳이 적으려는 사람들은 흔히 &#8216;우ㅕ&#8217;로 적는다. 그 사람들에게 &#8216;ɥa&#8217;를 발음해 주고 적어보라고 하면 &#8216;요ㅏ&#8217;로 적는다. 그렇다면 &#8216;ɥa, ɥə&#8217;를 &#8216;오ㅑ, 유ㅓ&#8217;로 적지 못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이런 표기보다는 &#8216;ㆇ, ㆊ&#8217;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8221;</p>
<p style="text-align: center;"><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375a303576.gif" alt="" width="399" height="67" />&#8216;ㅟ+ㅓ&#8217;를 표기하는 두 가지 방법을 &#8216;바뀌었다&#8217;의 준말에 적용한 예. 나눔명조를 손질한 것.</p>
<p>&#8216;ㆊ&#8217; 대신 &#8216;ㅜㅕ&#8217;로 쓰는 것은 획 하나가 주니 쓰기도 좀더 편하고 글자의 밀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미관상으로는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전례를 고려하여 &#8216;ㆊ&#8217;로 쓰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p>
<p>하지만 &#8216;ㆊ&#8217;라고 쓰면 마치 &#8216;ㅠ+ㅕ&#8217;로 발음해야 할 것 같아 실제 &#8216;ㅟ+ㅓ&#8217;의 발음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8216;ㅜㅕ&#8217;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8216;ㅟ+ㅓ&#8217;의 가능한 발음 가운데 하나인 [wjʌ]를 비교적 잘 나타내는 것 같다.</p>
<h2>&#8216;ㅟ+ㅓ&#8217;의 발음</h2>
<p>지난 글에서 &#8216;ㅟ+ㅓ&#8217;의 발음은 [ɥʌ]라고 표기했다. &#8216;ㅟ&#8217;는 단모음(홑홀소리) [y]로 발음되고 이게 반모음화하면서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인 [ɥ]가 된다고 본 것이다. 반모음은 모음이 마치 자음처럼 짧게 발음되는 것으로 &#8216;우&#8217; [u]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w]이고 &#8216;이&#8217; [i]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j]인데 단모음 &#8216;위&#8217;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ɥ]인 것이다.</p>
<p>그런데 표준 발음법에서 &#8216;ㅟ&#8217;는 단모음 발음과 이중모음 발음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8216;ㅟ&#8217;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는 보통 [wi]로 표기하는데, /w/가 변이음 [ɥ]로 대체되어 [ɥi]로 발음된다고 보기도 한다. 또 표준 발음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i]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p>
<p>조규태는 이에 따라 &#8216;ㅟ+ㅓ&#8217;는 [ɥʌ] 외에도 [wjʌ], [jʌ], 심지어 [i]로 발음될 수 있다고 한다. 내게는 생소한 얘기지만 지역에 따라 &#8216;바뀌었다&#8217;의 준말을 &#8216;바낐다&#8217;로 발음하는 곳도 많이 있다고 한다.</p>
[jʌ]와 [i]는 각각 &#8216;ㅕ&#8217;와 &#8216;ㅣ&#8217;로 표기할 수 있으니 나타내는데 새로운 자모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ɥʌ] 또는 [wjʌ]로 발음하여 &#8216;ㅕ&#8217;와 &#8216;ㅣ&#8217;는 물론 &#8216;ㅝ&#8217;와도 구별하는 이들의 발음을 나타내려면 새로운 자모가 필요하다.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8216;뉘어&#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한다면 &#8216;녀&#8217;와도 구별하고 &#8216;눠&#8217;와도 구별할 것 같다.</p>
<h2>앞으로의 과제</h2>
<p>&#8216;ㅟ+ㅓ&#8217;의 준말을 한글로 나타낼 때 &#8216;ㆊ&#8217;를 쓸지, &#8216;ㅜㅕ&#8217;를 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지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학술적인 용도로만 쓸 것인지 일반 언어 생활에 널리 쓸 수 있도록 표준 자모로 추가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표준어 맞춤법에서도 쓰는 것으로 한다면 입력 방식과 인코딩, 지원하는 글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오늘날 한국어 화자의 대부분이 &#8216;ㅟ+ㅓ&#8217;의 준말을 다른 소리와 구별되게 발음하며 표준 자모로 마땅히 적을 길이 없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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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비빔밥&#8217;의 로마자 표기 문제로 본 표음주의 대 음소주의</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8/12/10/%eb%b9%84%eb%b9%94%eb%b0%a5%ec%9d%98-%eb%a1%9c%eb%a7%88%ec%9e%90-%ed%91%9c%ea%b8%b0-%eb%ac%b8%ec%a0%9c%eb%a1%9c-%eb%b3%b8-%ed%91%9c%ec%9d%8c%ec%a3%bc%ec%9d%98-%eb%8c%80-%ec%9d%8c%ec%86%8c%ec%a3%bc/</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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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09 Dec 2008 20:42:44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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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얼마 전에 어느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을 로마자로 bibimbab으로 표기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bibimbap으로 적어야 하며, 2000년 이전 쓰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pibimpap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표기들은 어떻게 나왔을까? 한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이 bibimbab으로 표기되어 있다.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고려할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원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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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얼마 전에 어느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을 로마자로 bibimbab으로 표기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bibimbap으로 적어야 하며, 2000년 이전 쓰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pibimpap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표기들은 어떻게 나왔을까?</p>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5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3ec76518e08.jpg" alt="" width="220" height="249" /></div>
<p>한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이 bibimbab으로 표기되어 있다.</p>
</div>
<p>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고려할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원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것, 원 언어의 음소 하나에 한글 자모 하나를 대응시키는 것, 그리고 그동안 써오던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원 발음에 가깝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음주의라고 하고 원 언어의 음소를 한글 자모에 일대일 대응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음소주의라고 할 수 있다.</p>
<p>한 언어의 음소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모호할 때가 많지만 어느정도 규칙적인 철자법을 쓰는 언어에서는 음소 하나를 문자 기호 하나로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므로 음소주의는 어떤 말을 다른 문자 체계로 옮겨 적을 때 원 언어를 글자 그대로 옮겨쓰는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표음주의는 원 언어의 표기는 무시하고 발음만을 고려하여 적는 전음법(轉寫法; transcription)과 상통한다.</p>
<p>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을 비롯하여 현실에서 쓰는 여러 옮겨적기 방식은 보통 순수한 표음주의나 음소주의가 아니라 표음주의적 입장과 음소주의적 입장을 절충시킨 경우가 보통이다. &#8216;비빔밥&#8217;의 로마자 표기의 경우 bibimbab은 음소주의, pibimpap은 표음주의를 각각 따르고 있고 bibimbap은 둘을 적당히 배합한 표기로 볼 수 있다.</p>
<h2>표음주의적 입장</h2>
<p>&#8216;비빔밥&#8217;은 /비빔빱/으로 발음되며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하면 [pi.bim.p͈ap̚]이다. 같은 &#8216;ㅂ&#8217;이지만 위치에 따라 발음이 제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단어 첫머리에서는 무성음 [p]로, 모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b]로, 사잇소리 현상으로 인해 &#8216;밥&#8217;의 첫소리는 된소리 [p͈]로, 받침에서는 내파음 [p̚]로 발음된다. 국제 음성 기호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영어를 비롯해서 로마자를 쓰는 많은 언어에서는 무성음 p와 유성음 b의 구별이 중요한 구별이다.</p>
<p>매큔·라이샤워(McCune-Reischauer) 표기법은 한국어를 표음주의적 입장에서 로마자로 표기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이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국제 음성 기호 표기에서 특수 기호만 뺀 것과 같은 pibimpap이 된다. 이 표기법을 고안한 조지 M. 매큔(George M. McCune)과 에드윈 O.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는 미국인으로 이 표기법은 한국어의 실제 발음이 외국인에게 어떻게 들리는지를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p>
<p>매큔·라이샤워 표기법도 순수한 표음주의라고는 할 수는 없다. 거센소리 &#8216;ㅋ&#8217;·&#8217;ㅌ&#8217;·&#8217;ㅍ&#8217;를 아포스트로피(&#8216; 부호)를 사용하여 k&#8217;, t&#8217;, p&#8217;로 표기하지만 받침 뒤에 &#8216;ㅎ&#8217;이 와서 거센소리로 나는 경우는 kh, th, ph로 표기하여 구별하는데, 발음은 같지만 음소가 다른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p>
<p>현행 로마자 표기법이 고시되기 전인 1984년에서 2000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일부 변형시켜 사용하였는데, 여기서는 받침 뒤에 &#8216;ㅎ&#8217;이 와서 거센소리가 나는 경우도 아포스트로피를 사용하여 k&#8217;, t&#8217;, p&#8217;로 적는 철저한 표음주의를 지향하였다. 또 &#8216;ㅅ&#8217;이 [<span class="IPA">ɕ</span>] 발음으로 나는 &#8216;시&#8217;, &#8216;샤&#8217;, &#8216;쇼&#8217; 등의 표기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s 대신 sh로 적었다. 원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8216;ㅅ&#8217;이 영어의 sh와 같은 [ʃ] 발음이 나는 &#8216;쉬&#8217;만 shwi로 적고 나머지는 모두 s로 적는다.</p>
<p>예를 들어 &#8216;직할시'(/지칼시/, [ʨ<span class="IPA">i.kʰal.ɕi</span>])는 원래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chikhalsi로 표기되지만 대한민국에서 2000년 이전 사용한 변형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chik&#8217;alshi로 표기되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요즘은 개인적으로 한국어의 예사소리가 무성음으로 발음되는 것은 유성음 기호에 무성음화를 나타내는 부호를 붙여서 나타내고 된소리는 무성음 기호를 그대로 쓰는 것을 선호한다. 또 &#8216;ㅈ&#8217;의 발음은 /ʥ/ 대신 /ʣʲ/로 본다. 따라서 이 글을 이제 다시 쓴다면 [pi.bim.p͈ap̚], [ʨ<span class="IPA">i.kʰal.ɕi</span>] 대신 [b̥i.bim.pap̚], [ʣ̥ʲ<span class="IPA">i.kʰal.ɕi</span>]로 표기할 것이다.</p>
<h2>음소주의적 입장</h2>
<p>이쯤에서 언어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한국어 화자라면 순수한 표음주의 표기 방식이 실생활에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8216;비빔밥&#8217;을 pibimpap으로, &#8216;직할시&#8217;를 chik&#8217;alshi로 표기한다는 것을 짐작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p>
<p>누구나 모국어의 단어를 생각할 때는 어느 음소로 구성되어 있는지만 생각을 하지 세세한 발음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8216;비빔밥&#8217;은 &#8216;ㅂ+ㅣ+ㅂ+ㅣ+ㅁ+ㅂ+ㅏ+ㅂ&#8217;이라고만 생각하지 웬만해서는 같은 &#8216;ㅂ&#8217;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국어를 다른 문자 체계로 표기하는 경우에는 표음주의 표기보다는 음소주의 표기가 더 쉽게 마련이다.</p>
<p>&#8216;비빔밥&#8217;을 bibimbab으로 적는 것은 순수 음소주의 표기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고시된 로마자 표기법 가운데에도 학술 연구 논문 등 특수 분야에서 한글 복원을 전제로 표기할 경우에 적용하는 세부 조항이 있는데, 이에 따른 표기도 bibimbab이다. 또 다른 음소주의 표기법으로는 예일 표기법(Yale romanization)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pipimpap이 된다. 단지 한국어의 음소 &#8216;ㅂ&#8217;을 b로 적을 것인지, p로 적을 것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 발음에 관계없이 한 글자로 통일해서 적는 것이 같다.</p>
<h2>표음주의와 음소주의의 절충안</h2>
<p>그런데 학술 연구 논문 등의 특수 분야가 아니라 실제 일반 생활에서 적용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8216;비빔밥&#8217;을 bibimbap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는 표음주의와 음소주의의 절충안으로 설명할 수 있다. 로마자 표기법은 전체적으로 보면 표음주의에 가깝지만, &#8216;ㄱ&#8217;, &#8216;ㄷ&#8217;, &#8216;ㅂ&#8217;, &#8216;ㅈ&#8217;이 무성음이냐 유성음이냐를 따져 적는 매큔ㆍ라이샤워 표기법보다는 음소적 표기를 하고 있다. 대신 한국어 화자들이 첫소리와 끝소리(받침)의 발음은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 두 경우의 로마자 표기를 구별하였다. &#8216;ㅂ&#8217;의 경우 첫소리는 b, 끝소리는 p로 적게 하였다.</p>
<p>또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된소리되기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 음소주의와 자음동화, 표음주의 구개음화 등의 음운 현상을 표기에 반영하는 표음주의를 적당히 혼합하고 있다.</p>
<p>사실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문제는 물론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에서도 표음주의와 음소주의를 어떤 비율로 혼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규정을 예로 들자면 촉음 ッ는 발음에 상관없이 &#8216;ㅅ&#8217;으로 통일해 적는 것은 음소주의 표기이고 <span id="print_area">カ キ ク ケ コ 행을 어두에서는 &#8216;가 기 구 게 고&#8217;, 어중ㆍ어말에서는 &#8216;카 키 쿠 케 코&#8217;로 구별하는 것은 표음주의 표기이다. 그런데 일본어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촉음 </span>ッ를 발음에 따라 달리 적는 표음주의 표기와 <span id="print_area">カ キ ク ケ コ 행을 위치에 상관없이 ka ki ku ke ko로 통일해 적는 </span>음소주의 표기를 택하고 있다(물론 후자의 경우 일본어가 한국어와 달리 로마자를 쓰는 대부분의 언어와 같은 유ㆍ무성음 구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다).</p>
<p>요즘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않고 일본어 어두의 무성음을 거센소리로 표기하는 것(예: &#8216;다나카&#8217; 대신 &#8216;타나카&#8217;)이 일본어의 발음에 더 가깝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발음만 따진다면 외래어 표기법대로 평음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본어의 발음에 제일 가까운 것이다. &#8216;다나카&#8217; 대신 &#8216;타나카&#8217;로 표기하는 것은 발음은 조금 무시하더라도 일본어의 음소와 일대일 대응을 시키자는 음소주의적 입장이다.</p>
<p>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규정에 대한 논란과 오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나는대로 더 자세히 적고자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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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찌아찌아어 한글 채택에 대한 분석</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8/11/%ec%b0%8c%ec%95%84%ec%b0%8c%ec%95%84%ec%96%b4-%ed%95%9c%ea%b8%80-%ec%b1%84%ed%83%9d%ec%97%90-%eb%8c%80%ed%95%9c-%eb%b6%84%ec%84%9d/</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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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10 Aug 2009 23:24:28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인도네시아]]></category>
		<category><![CDATA[찌아찌아어]]></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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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 위 글은 훈민정음학회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처음 접하자마자 썼다. 찌아찌아족이 문자가 없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썼다. 문자가 없는 종족에 한글을 전한다고 사기치지 말라는 심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쓰고 난 후 여러분들의 덧글을 읽고 추가 보도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잘못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8/06/%ec%9d%b8%eb%8f%84%eb%84%a4%ec%8b%9c%ec%95%84-%ec%86%8c%ec%88%98%eb%af%bc%ec%a1%b1-%ed%95%9c%ea%b8%80%ec%9d%84-%ea%b3%b5%ec%8b%9d-%eb%ac%b8%ec%9e%90%eb%a1%9c-%ec%b1%84%ed%83%9d/">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a></p>
<p>위 글은 훈민정음학회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처음 접하자마자 썼다.</p>
<p>찌아찌아족이 문자가 없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썼다. 문자가 없는 종족에 한글을 전한다고 사기치지 말라는 심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쓰고 난 후 여러분들의 덧글을 읽고 추가 보도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잘못 짚고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해명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밝히려면 글을 새로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는 것에 대해 더 깊이 분석도 하고 싶었다.</p>
<p>내가 왜 이렇게 섣불리 글을 썼는지 변명부터 하겠다.</p>
<p>전에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27/%eb%9d%bc%ed%9b%84%ec%96%b4%eb%8a%94-%ec%a0%95%eb%a7%90-%ed%95%9c%ea%b5%ad%ec%96%b4%ec%99%80-%eb%8b%ae%ec%95%98%ec%9d%84%ea%b9%8c/">라후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는 노력에 대한 글</a>을 쓴 적이 있다. 라후어가 과연 한국어와 유사한지가 주제였지만 서울대 이현복 명예교수가 &#8220;음성언어만 있고 문자언어가 없는 라후族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8221;라고 주장한 것이 당혹스러웠다. 라후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마 문자로 표기하고 있는데, 혹시 이현복 교수가 한글 전파 노력을 하는 타이 북부에서는 아직 로마 문자가 전해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며 애써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했다. 아무래도 이현복의 학자로서의 권위 때문에 그가 알고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p>
<p>하지만 〈<a href="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361">&#8216;라후족 한글 수출 TV쇼&#8217;의 이면</a>〉이라는 기사 제보를 받고 솔직히 배신감을 느꼈다. 라후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는 노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이미 로마 문자로 라후어를 표기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로마자 표기와 한글 표기를 1대1로 대응시켜 가르쳤다는 폭로 내용이었다.</p>
<p>그래서 찌아찌아어에 대한 보도에서 이들이 문자가 없다는 주장을 듣고 과연 그런지 자료를 검색해보았고,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자 이번에도 사기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 것이다.</p>
<h2>문자가 없는 종족이라는 명제</h2>
<p>결론부터 말하면 언론에서 문자가 없는 종족이라고 보도한 것은 문제삼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글에서 말한 것처럼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언어로 문자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그러니 이들이 사실상 문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
<p>한국어도 세종대왕 이전에는 아예 적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향찰로 적은 향가와 같은 예도 있지 않나. 하지만 백성들이 완전한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한국어를 적을 문자는 없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예전에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고 해도, 영어나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쓴 찌아찌아어에 관한 연구에서 언어학자들이 찌아찌아어를 로마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고 해도 정작 오늘날의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언어로 문자 생활을 못한다면 그들은 문자 없는 종족으로 부르는 것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p>
<p>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글로브(Jakarta Globe) 지》에서 보도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p>
<blockquote><p>옛 말레이권에서 쓰인 아랍 문자의 한 형태로 글자 다섯 개가 추가되고 모음을 나타내는 기호가 없는 군둘 문자로 쓰인 고대 찌아찌아어 문학이 존재한다.<br />
Ancient Cia-Cia literature exists in the Gundul script, a form of Arabic with five additional letters and no signs to denote vocals that was used in the old Malay world.</p></blockquote>
<p>즉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것은 옛날 얘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는 내용은 아직까지는 언론 보도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찌아찌아어와 계통은 같지만 다른 언어로 역시 부톤섬에서 쓰이는 월리오(Wolio)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문학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혹시 누군가 찌아찌아어와 월리오어를 혼동하여 이런 얘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p>
<p>(부톤섬의 언어 상황은 언뜻 생각하기보다 복잡한 듯하다. 찌아찌아어와 월리오를 비롯하여 다섯 개 정도의 언어가 있는데 이들은 계통은 같지만 확실히 구별되는 언어인 듯하고 예전에 부톤섬의 술탄 치하에서는 월리오어가 궁중 언어였으나 지금은 찌아찌아어가 부톤섬 언어 가운데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것 같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5. 26. 추가 내용: 그래도 &#8216;문자 없는 종족&#8217;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표현은 문자도 없는 종족에게 문명을 베푼다는 문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서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했을 때 전통 이슬람 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아랍 문자로 토착 언어를 써온 것을 문자 생활로 인정하지 않고 로마자를 모르면 문맹인으로 취급했다.</p>
<h2>한글은 찌아찌아어에 적합한가?</h2>
<p>찌아찌아족이 과연 문자 없는 종족이냐고 따지는 것보다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사 이미 아랍 문자나 로마 문자로 찌아찌아어를 표기하고 있다고 해도 이들에 비해 한글을 쓰는 것이 월등히 낫다면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p>
<p>언뜻 보기에 찌아찌아어는 한글로 적기 수월할만큼 단순한 음운 체계를 가진 것 같다. 모음은 &#8216;아, 에, 이, 오, 우&#8217; 다섯인 듯하다. 복잡한 자음군(영어 strike의 str, 스웨덴어 ostkustskt의 stskt 등)이 없고 대부분의 음절이 개음절이며 받침이 있다 해도 ㄴ, ㅁ, ㄹ 정도인 듯하다. 중국어나 베트남어의 골치아픈 성조도 없고 일본어처럼 모음의 장단을 구별할 필요도 없는 듯하다.</p>
<p>이처럼 음운 구조가 단순한 것은 찌아찌아어 뿐만이 아니라 찌아찌아어가 속한 남도 어족(오스트로네시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언어 대부분의 특징이다. 이 정도면 자리동님이 덧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어의 가나로도 충분히 적을 수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여러 언어 맛보기(세계인권선언에서)</p>
<blockquote><p>인도네시아어: Menimbang bahwa pengakuan atas martabat alamiah dan hak-hak yang sama dan mutlak dari semua anggota keluarga manusia adalah dasar kemerdekaan, keadilan dan perdamaian di dunia,<br />
필리핀어: Sapagkat ang pagkilala sa katutubong karangalan at sa pantay at di-maikakait na mga karapatan ng lahat ng nabibilang sa angkan ng tao ay siyang saligan ng kalayaan, katarungan at kapayapaan sa daigdig.<br />
마오리어: No te mea na te whakanoa a na te whakahawea ki nga mana o te tangata i tupu ai nga mahi whakarihariha i pouri ai te ngakau tangata, a ko te kohaetanga o tetahi ao hou e mahorahora ai te tangata ki te korero ki te whakapono, ki te noho noa i runga i te rangimarie a i te ora, kua panuitia hei taumata mo te koingotanga o te ngakau o te mano tini o te tangata.<br />
하와이어: ‘Oiai, ‘o ka ho’omaopop ‘ana i ka hanohano, a me nā pono kīvila i kau like ma luna o nā pua apau loa o ka ‘ohana kanaka ke kumu kahua o ke kū’oko’a, ke kaulike, a me ka maluhia o ka honua, a</p></blockquote>
<p>중세 한국어에도 어두 자음군이 있어서 ㅵ 같은 표기를 썼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스웨덴어의 ostkustskt 같은 단어를 표기하려면 차선책으로 &#8216;으&#8217;를 삽입하여 &#8216;오스트쿠스트스크트&#8217;와 같이 쓸 수 있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고, 만약 &#8216;으&#8217;라는 모음이 따로 있다면 &#8216;으&#8217;를 모음 표시를 위해 썼는지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다. 에티오피아 문자나 인도에서 쓰이는 몇몇 문자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p>
<p>Hama님께서 찌아찌아어 교재 사진을 보고 &#8216;노떼르띠뿌&#8217;, &#8216;이스따나&#8217;, &#8216;스리갈라&#8217; 등에서 &#8216;르&#8217;와 &#8216;스&#8217;가 쓰인다고 제보해 주셨는데, 찌아찌아어에 드물게 등장하는 r 또는 s 계열 자음군을 표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드문 듯하니 &#8216;으&#8217;를 써서 자음군을 쓴다 해도 크게 번거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p>
<p>그런데 찌아찌아어에는 r와 l의 구별이 있는 것 같다. <a href="http://en.wikipedia.org/wiki/Cia-Cia_language">영어판 위키백과</a>에 의하면 &#8216;둘&#8217;을 뜻하는 낱말은 rua이고 &#8216;다섯&#8217;을 뜻하는 낱말은 lima이다. 찌아찌아어 교재를 보니 어중에서 r는 &#8216;ㄹ&#8217;, l은 &#8216;ㄹㄹ&#8217;로 적는 듯한데, rua와 lima에서처럼 어두에 오는 r와 l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del>하다</del><span style="color: #5C78C6;">했다. 그런데 도마도님의 제보를 통해 lima는 &#8216;을리마&#8217;로 표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어두의 l은 &#8216;을ㄹ&#8217;로 적는 것이다. 또 제보해주신 사진을 보니 &#8216;은다무&#8217; 같은 표기가 보여 어두의 l 뿐만이 아니라 어두의 nd, 즉 [ⁿd]와 같이 비음이 선행하는 폐쇄음에도 &#8216;으&#8217;를 붙여 적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span>
<p>또 찌아찌아어에는 많은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언어처럼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C%84%B1%EB%AC%B8_%ED%8C%8C%EC%97%B4%EC%9D%8C">성문 폐쇄음</a>이 있는 듯한데 한글로는 그냥 &#8216;ㅇ&#8217;으로 표기하는 듯하다. 아래는 <a href="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24657">노컷뉴스</a>에서 보도한 사진에 나오는 내용에 영어판 위키백과의 로마 문자 표기를 추가한 것이다.</p>
<blockquote><p>아디 세링 빨리 노논또 뗄레ᄫᅵ시. 아마노 노뽀옴바에 이아 나누몬또 뗄레ᄫᅵ시 꼴리에 노몰렝오.<br />
adi sering pali nononto televisi. amano nopo&#8217;ombae ia nanumonto televisi kolie nomoleo.</p></blockquote>
<p>여기서 nopo&#8217;ombae를 &#8216;노뽀옴바에&#8217;로 적고 있는데 &#8216;옴&#8217;의 첫소리는 성문 폐쇄음 [ʔ]이지만 &#8216;에&#8217;는 그냥 자음이 없는 음절이다. 성문 폐쇄음은 한국어에서는 의미가 없는 음으로 자음이 없는 것처럼 들리니 그냥 &#8216;ㅇ&#8217;으로 표기했겠지만 찌아찌아어에서는 성문 폐쇄음은 엄연한 자음으로 있는지 없는지의 구별이 중요하다. 옛 글자를 부활시켜 된이응 &#8216;ㆆ&#8217;으로 표기했으면 어땠을까?</p>
<p>보도 내용 중에 흥미를 끈 것 하나가 찌아찌아어 표기에 옛 글자인 순경음 비읍 &#8216;ᄫ&#8217;을 쓴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보면 &#8216;ᄫ&#8217;은 유성 순치 마찰음 [v]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찌아찌아어의 /w/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세 국어에서 &#8216;ᄫ&#8217;은 유성 양순 마찰음 [β]을 나타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월리오에서 /w/의 음가가 [β]이니 찌아찌아어에서도 비슷하게 발음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p>
<p>영어판 위키백과에는 &#8216;여덟&#8217;을 뜻하는 walu를 누군가가 &#8216;왈루&#8217;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아마도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법을 모르는 사람이 짐작해서 써 놓은 것 같고 아마 &#8216;ᄫ&#8217;을 사용한 &#8216;ᄫㅏㄹ루&#8217;가 맞는 표기일 것 같다. 교재 사진을 아무리 보아도 /w/를 &#8216;와&#8217;, &#8216;워&#8217;, &#8216;위&#8217;와 같이 표기한 예는 찾지 못했다.</p>
<h2>한글은 맞춤옷, 로마 문자는 기성복이다</h2>
<p><del>이 비유를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del> <a href="http://fischer.egloos.com/4205688">이 글</a>에 달린 hama님의 덧글에 나오는 비유인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데만 쓰였다. 로마 문자는 라틴어가 일상 언어로서는 사멸한지 오래이지만 영어, 에스파냐어, 폴란드어 등 유럽의 언어는 물론 터키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스와힐리어, 그린란드어 등 세계 각지의 수많은 언어를 표기하는데 사용된다.</p>
<p>그러니 로마 문자는 어느 언어를 적는지, 어떤 맞춤법을 사용하는지 알아야지만 철자에서 발음 유추가 가능하다. 똑같이 pain이라고 써도 영어 단어라면 [pʰeɪn], 프랑스어 단어라면 [pɛ̃], 핀란드어 단어라면 [pɑin]으로 발음한다.</p>
<p>반면 우리는 한글로 적힌 것을 보면 그냥 한국어 발음대로 읽어버린다. 물론 된소리되기, 사잇소리 현상, &#8216;외&#8217;와 &#8216;위&#8217;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느냐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대체로 한글로 적힌 것이 있다면 그 발음은 정해져 있다.</p>
<p>찌아찌아어 한글 표기안을 마련한 이들은 아마도 한국어의 발음대로 소리내어 읽으면 찌아찌아어에 최대한 가깝게 들리도록 정한 듯하다. 그러니 한국어로 치면 된소리가 나는 자음은 겹자음 &#8216;ㄲ, ㄸ&#8217; 등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찌아찌아어에 이런 소리가 자주 쓰인다면 사실 겹자음으로 적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아예 [ㄲ], [ㄸ] 소리가 빈도가 높으면 &#8216;ㄱ&#8217;, &#8216;ㄷ&#8217;으로 적고 [ㄱ], [ㄷ]에 가까운 소리를 &#8216;ㄲ&#8217;, &#8216;ㄸ&#8217;으로 적는 것이 경제적일 수가 있다. 하지만 로마 문자와 달리 한글 자모는 꼭 한 소리만 나타내야 한다는 관념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로마 문자를 쓰는 언어에서는 c, j, x 등의 발음이 언어마다 천차만별이다. 만약 어떤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한글이 더 많은 언어의 표기에 쓰이자면 같은 한글 자모도 언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p>
<p>위에서 언급한 r와 l 구분의 어려움도 한글이 한국어에 최적화된 문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설측음 [l]은 &#8216;ㄹ&#8217;이 받침으로 쓰일 때와 어중에서 &#8216;ㄹㄹ&#8217;과 같이 &#8216;ㄹ&#8217;이 겹칠 때 나는 발음이지, 독립된 음소가 아니다. 그러니 따로 글자를 만들지 않고 어중의 탄설음을 나타내는 &#8216;ㄹ&#8217;을 써서 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찌아찌아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에서 r와 l은 독립된 음소이다. 겹리을(ᄙ)과 같은 옛 글자를 사용해서라도 이 r와 l의 구분을 확실히 나타내는 것이 찌아찌아어 음운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는 길일 것이다.</p>
<p>찌아찌아어에는 얼마나 해당이 되는 사항인지 모르지만 한글로 이중모음이나 반모음을 표기하는 문제도 꽤 까다롭다. 원래 &#8216;애&#8217;나 &#8216;에&#8217; 같은 글자는 각각 &#8216;아이&#8217;, &#8216;어이&#8217; 비슷한 이중모음을 나타냈겠지만 한국어의 발음이 바뀌면서 단모음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한국어에서 반모음 [w]로 시작하는 음절은 &#8216;와&#8217;, &#8216;워&#8217;, &#8216;위&#8217; 등으로, 반모음 [j]로 시작하는 음절은 &#8216;야&#8217;, &#8216;여&#8217;, &#8216;요&#8217; 등으로 쓰고 있다. 반모음이 음절 구조상 자음 역할을 하는 언어를 표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8216;오다&#8217;의 활용형이 &#8216;와&#8217;가 되는 한국어에서는 /wa/를 &#8216;와&#8217;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ga, na, da, wa, ya가 모두 &#8216;자음&#8217;+&#8217;ㅏ 모음&#8217;으로 분석되는 언어에서 다른 것은 &#8216;가, 나, 다&#8217;와 같이 적는데 wa, ya만 &#8216;와&#8217;, &#8216;야&#8217;처럼 적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p>
<h2>옛한글 사용에 따른 전산화와 활자화의 문제</h2>
<p>위에서 기왕 옛 글자 순경음 비읍 &#8216;ᄫ&#8217;을 쓴다면 찌아찌아어의 음운 체계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된이응 &#8216;ㆆ&#8217;이나 겹리을(ᄙ)도 쓰자는 말을 했는데 사실 옛한글을 사용하면 생기는 문제가 좀 까다롭다. 일단 현재로서는 컴퓨터로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면에 표시하거나 종이에 인쇄하는데 필요한 글꼴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도에 나온 찌아찌아어 교재는 옛한글을 지원하는 몇 안되는 글꼴 가운데 하나인 &#8216;새굴림&#8217;으로 인쇄한 듯한데, &#8216;새굴림&#8217;은 디자인 측면에서 인쇄용 글꼴로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글자만 지원한다 해도 괜찮은 본문용 한글 글꼴 개발하는데 많은 인력과 몇 개월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찌아찌아어 표기에 &#8216;ᄫ&#8217;을 쓴다고 해서 앞으로 옛한글을 지원하는 전문 글꼴이 순식간에 쏟아져나올 것 같지는 않다.</p>
<p>자세한 내용은 <a href="http://hanury.net/wp/archives/1643">〈찌아찌아족 과연 한글로 문자 생활 잘 할 수 있을까?〉</a>라는 글을 참조하시라.</p>
<h2>문화제국주의의 그림자</h2>
<p>지금은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고 한국은 부톤섬을 식민지로 경영하는 지배자도 아니다. 그러나 한글은 현재 한국 문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워낙 많은 언어에서 쓰기 때문에 특정 문화를 연상시키지 않는 로마 문자와는 다르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바우바우시의 시장이 한국 문화에 호의적이라 이번 사업이 성사되었다지만 만에 하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다면 현지인들이 한글과 한국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한글 수출 시도가 실패한 원인으로도 한국에 대한 반감이 흔히 꼽힌다는 것도 생각해보라.</p>
<p>물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는 것이 문화제국주의로 비쳐짐을 염려하는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8220;유례없는 새로운 방식의 국제협력을 통해 해당 지역과 깊은 유대가 형성되고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8221;(<a href="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8/05/0200000000AKR20090805176700004.HTML">연합뉴스 보도 중</a>)와 같이 한국의 경제 이익을 좇는다는 인상을 풍기는 보도는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가지고 한국의 저력이나 민족의 우수성을 논하며 호들갑을 떨지도 말았으면 좋겠다.</p>
<p>언어 블로그 Language Log에 달린 덧글 가운데는 이미 &#8220;언어제국주의 판에 새로운 선수가 등장한 듯하다(it seems we have a new player in the Linguistic Imperialism game)&#8221;라는 평도 있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소수민족에게 문자를 보급한다는 순수한 의도라는 것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p>
<h2>종합 평가</h2>
<p>위에서 언급한 문제들(r와 l 구분, 성문 폐쇄음 구분, 전산화와 활자화의 어려움)이 있기는 해도, 이번에 도입된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법은 나름 성공적이며 찌아찌아족이 어려움 없이 문자 생활을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p>
<p>하지만 찌아찌아족이 문자를 새로 도입한다면 굳이 로마 문자 대신 한글을 택할 필요가 있을까? 로마 문자는 한글처럼 과학적인 제자 원리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공용어인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하여 그 지역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언어를 표기할 때 쓰는 문자이다. 찌아찌아어의 음운 구조를 표현하는데 한글에 비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찌아찌아어를 주변 언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한글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p>
<p>그러면 객관적으로 한글이 로마 문자보다 실용적인 면은 뭐가 있을까?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글이 모아쓰기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아쓰기라는 특징 때문에 한글은 그리 배우기가 쉬운 문자는 아니다. 하지만 문자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일단 배운 후 쓰고 읽기가 쉬운 것이 좋은 것이다. 특별히 근거를 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아쓰기 때문에 긴 글을 빨리 읽을 때 글이 눈에 빨리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즉 긴 글을 읽을 때 한글이 로마 문자보다 낫다는 것이다.</p>
<p>하지만 이게 로마 문자 대신 한글을 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지는 의문이다. 모아쓰기는 읽을 때는 편리하지만 음가가 없는 &#8216;ㅇ&#8217;를 계속 적어야 하는 비경제성도 있고 자음군이나 이중모음 표현, 새로운 자모 추가를 어렵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p>
<p>그래도 만약 찌아찌아어 표기에 한글이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한글이 곧 한국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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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과 로마자가 병기된 19세기 한반도 전도</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17/10/09/%ed%95%9c%ea%b8%80%ea%b3%bc-%eb%a1%9c%eb%a7%88%ec%9e%90%ea%b0%80-%eb%b3%91%ea%b8%b0%eb%90%9c-19%ec%84%b8%ea%b8%b0-%ed%95%9c%eb%b0%98%eb%8f%84-%ec%a0%84%eb%8f%8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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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9 Oct 2017 00:16:22 +0000</pubDate>
				<category><![CDATA[한글과 한국어]]></category>
		<category><![CDATA[근대한국어]]></category>
		<category><![CDATA[로마자표기]]></category>
		<category><![CDATA[조선전도]]></category>
		<category><![CDATA[지도]]></category>
		<category><![CDATA[프랑스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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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한글날]]></category>
		<category><![CDATA[한반도전도]]></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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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2015년 9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4일까지 열린 특별전 &#8216;미래의 간략한 역사(Une brève histoire de l’avenir)&#8217;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작자 미상의 19세기 한반도 지도가 있었다. 이 특별전은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가 쓴 동명의 책(한국에는 《미래의 물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을 소재로 기획되었는데 그 가운데 &#8216;지식의 전달(la transmission des savoirs)&#8217;을 다룬 부분에서 지리에 대한 지식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2015년 9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4일까지 열린 특별전 &#8216;미래의 간략한 역사(Une brève histoire de l’avenir)&#8217;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작자 미상의 19세기 한반도 지도가 있었다.</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7257"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5ecf90510.jpeg" alt="" width="600" height="972"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5ecf90510.jpe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5ecf90510-185x300.jpeg 185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p>
<p>이 특별전은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가 쓴 동명의 책(한국에는 《미래의 물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을 소재로 기획되었는데 그 가운데 &#8216;지식의 전달(la transmission des savoirs)&#8217;을 다룬 부분에서 지리에 대한 지식이 발전한 예로 근대까지도 유럽의 입장에서는 미지의 땅이었던 조선을 그린 지도를 소개한 것이다.</p>
<p>이 지도는 파리의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이 소장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종이에 먹으로 그린 19세기 지도라는 것과 Ge C 3317이라는 일련번호 외에는 별다른 서지 정보가 없다. 제목조차 쓰여있지 않아서 프랑스어로 Carte en coréen de la Corée, 즉 &#8216;조선어 조선 지도&#8217;라는 가제를 붙였다. 크기는 가로 60cm, 세로 97cm이다. 아마도 조선의 천주교 신자가 작성하여 프랑스인 선교사를 통해 프랑스에 전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1846년 김대건 신부가 작성한 〈조선전도(朝鮮全圖, Carte de la Corée)〉도 같은 경로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전해졌다.</p>
<p>이 지도는 현대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 특히 한국어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의 입장에서는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바로 한글과 로마자가 병기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성읍과 산, 하천, 섬 등의 이름을 한글로 적고 그 가운데 대다수는 로마자를 병기했다. 이에 반해 김대건의 〈조선전도〉는 일부 한자로 적은 지명을 제외하고는 로마자로만 표기되었다. 또 여러 성읍을 잇는 도로를 그리고 주요 성읍마다 서울까지의 거리를 한자와 아라비아 숫자로 적었다.</p>
<p>이 지도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운영하는 디지털 도서관 <a href="http://gallica.bnf.fr/ark:/12148/btv1b53060667z/f1.item.r=carte%20coree.zoom">갈리카(Gallica) 누리집</a>에서 마음껏 확대해서 볼 수 있다.</p>
<p>같은 누리집에서는 또 김대건의 〈조선전도〉를 베낀 지도도 찾아볼 수 있다. Carte de la Corée / d&#8217;après l&#8217;original envoyé par André Kim en 1846, 즉 &#8216;조선전도: 김 안드레아(김대건)가 1846년 보낸 원본을 따름&#8217;이라는 제목이며 <a href="http://gallica.bnf.fr/ark:/12148/btv1b531029174/f1.item.r=carte%20coree.zoom">여기</a>서 확인해서 비교해볼 수 있다.</p>
<h2>지도에 쓰인 로마자 표기 방식</h2>
<p>&#8216;조선어 조선 지도&#8217;에서 조선 팔도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p>
<p style="padding-left: 40px;">함경도 ham kieng to<br />
평안 hpieng an to<br />
황ᄒᆡ도 hoang hai to (황해도)<br />
강원도 kang ouen to<br />
경긔 kieng kei to (경기도)<br />
츙쳥도 tchioung tchieng to (충청도)<br />
경샹도 kieng siang to (경상도)<br />
젼라도 tjien la to (전라도)</p>
<p>사실 로마자 표기에서 언제나 분명한 띄어쓰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 경우는 아주 살짝 띄어 쓴 정도이지만 여기서는 읽기 쉽도록 음절 사이를 모두 띄어 쓰는 것으로 통일했다.</p>
<p>여기서 쓴 로마자 표기 방식은 프랑스어 발음을 기준으로 했다. 프랑스어에서는 ou가 [u] 또는 모음 앞에서는 [w]를 나타내며 e는 [e]와 [ɛ] 외에도 [ə]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 &#8216;ㅜ&#8217;를 ou로, &#8216;ㅓ&#8217;를 e로, &#8216;ㅝ&#8217;를 oue로 나타내는 것이다(&#8216;ㅔ&#8217;는 ei로 나타낸다). 또 프랑스어의 ch는 [ʃ], j는 [ʒ]로 마찰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파찰음인 &#8216;ㅊ&#8217;와 &#8216;ㅈ&#8217;를 나타내려 그 앞에 t를 붙여서 tch, tj로 쓴 것이다. 1866년 병인교난 때 조선에서 탈출했던 프랑스인 주교 펠릭스클레르 리델(Félix-Claire Ridel)이 편찬하여 1880년 출판한 한불 사전인 《한불ᄌᆞ뎐(韓佛字典, Dictionnaire coréen-français)》에서 쓴 로마자 표기 방식과 꽤 비슷한데 다른 점은 《한불ᄌᆞ뎐》에서는 &#8216;ㅑ&#8217;, &#8216;ㅕ&#8217; 등을 ya, ye와 같이 y를 써서 적었고 이 지도에서는 ia, ie와 같이 i를 써서 적었다는 것과 &#8216;ㅌ&#8217;을 《한불ᄌᆞ뎐》에서는 ht로, 이 지도에서는 th로 적었다는 것이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58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89b7f00-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89b7f00-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89b7f00-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89b7f00.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흥미로운 것은 평안도를 적은 hpieng an to에서 p를 대문자처럼 기준선에서 위치를 올려 썼다는 것이다. 즉 원래 Pieng an to로 적었다가 앞에 h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국어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하면서 그 중간에 표기 방식을 수정한 흔적이 드러나서 흥미롭다. 프랑스어에서는 ph가 보통 [f]를 나타내기 때문에 &#8216;ㅍ&#8217;를 ph 대신 hp로 적었다. 또 충청도를 나타낸 tchioung tchieng to도 첫머리를 수정한 흔적이 있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59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e5ac1fb-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e5ac1fb-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e5ac1fb-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0e5ac1fb.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서울은 특이하게도 한글로는 &#8216;경&#8217;, 로마자로는 sieoul이라고 적었다. 여기서도 원래는 그냥 seoul로 적었다가 i를 집어넣어 sieoul이라고 고친 흔적이 보인다. 그러니 &#8216;서울&#8217;의 옛 형태인 &#8216;셔울&#8217;을 기준으로 고친 표기이다. 이 지도에서는 &#8216;경샹도&#8217;, &#8216;젼라도&#8217;, &#8216;츙쳥도&#8217;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8216;ㅅ&#8217;, &#8216;ㅈ&#8217;, &#8216;ㅊ&#8217; 뒤에 [j]가 들어간 &#8216;ㅑ&#8217;, &#8216;ㅕ&#8217; 등을 쓰고 있지만 현대 한국어로 넘어오면서 이들은 &#8216;ㅏ&#8217;, &#8216;ㅓ&#8217;로 [j]가 탈락한다. 만약 seoul로 먼저 썼다가 한글 철자 &#8216;셔울&#8217;을 의식하여 sieoul로 고친 것이라면 철자는 옛 발음을 따라 &#8216;셔울&#8217;로 썼지만 실제로는 당시에 이미 [j]가 탈락한 [서울]로 발음되었다는 증거일 수가 있다.</p>
<p>Seoul이라는 로마자 표기는 이처럼 원래 &#8216;ㅓ&#8217;는 e로, &#8216;ㅜ&#8217;는 ou로 적는 프랑스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 방식에서 나왔다. 예전에 한국어 지명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라 쓰던 시절에도 서울만은 Sŏul 대신 전통 표기인 Seoul로 흔히 적었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발표되면서 &#8216;어&#8217;를 eo로, &#8216;우&#8217;를 u로 적게 했기 때문에 이를 따른 &#8216;서울&#8217;의 표기가 전통 표기인 Seoul과 일치하게 되었지만 원래는 Se-oul이었고 새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Seo-ul이니 그 철자를 쓰게 된 경위는 다르다.</p>
<p>이 지도에 나타나는 한글 표기와 로마자 표기를 같이 살펴보면 근대 한국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p>
<h2>아래아(ㆍ)</h2>
<p>중세 한국어에서 기본 모음을 나타냈던 글자인 아래아(ㆍ)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모음에 흡수되어 고유의 음가가 사라졌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도 글에서는 일부 쓰였다. 이 지도에서는 현대 국어에서 &#8216;ㅏ&#8217;에 대응되는 &#8216;ㆍ&#8217;가 일부 쓰이며 &#8216;ㅐ&#8217;에 대응되는 &#8216;ㆎ&#8217;는 꽤 흔하게 쓰인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0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157c9884-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157c9884-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157c9884-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157c9884.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그런데 로마자 표기에서는 그냥 &#8216;ㅏ&#8217;, &#8216;ㅐ&#8217;인 것처럼 a, ai로 적었다. 이는 한글 철자에서 &#8216;ㆍ&#8217;, &#8216;ㆎ&#8217;로 썼더라도 실제 발음은 &#8216;ㅏ&#8217;, &#8216;ㅐ&#8217;와 구별이 없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한불ᄌᆞ뎐》에서는 &#8216;ㆍ&#8217;, &#8216;ㆎ&#8217;를 반달 모양 부호를 써서 ă, ăi로 적어 &#8216;ㅏ&#8217;, &#8216;ㅐ&#8217;와 구별한다.</p>
<p style="padding-left: 40px;">츄ᄌᆞ tchiou tja (추자)<br />
ᄌᆞ산 tja san (자산)<br />
ᄉᆞ랍 sa rap (사랍?)<br />
황ᄒᆡ도 hoang hai to (황해도)<br />
ᄇᆡᆨ두산 paik tou san (백두산)<br />
ᄃᆡ마도 tai ma to (대마도)<br />
대동강 tai tong kang</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1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c712467-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c712467-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c712467-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c712467.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그런데 이 지도에서는 &#8216;ㅢ&#8217;와 &#8216;ㅔ&#8217;를 둘 다 ei로 적는다. &#8216;ㅡ&#8217;는 eu로 적으면서 &#8216;ㅢ&#8217;는 eui가 아닌 ei로 적은 것이 흥미롭다(참고로 《한불ᄌᆞ뎐》에서는 &#8216;ㅢ&#8217;를 eui로, &#8216;ㅔ&#8217;를 ei로 써서 구별한다). 로마자 표기를 이렇게 정한 사람은 정말 &#8216;ㅢ&#8217;와 &#8216;ㅔ&#8217;를 같거나 비슷하게 발음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8216;ㆍ&#8217;, &#8216;ㆎ&#8217;를 &#8216;ㅏ&#8217;, &#8216;ㅐ&#8217;와 동일하게 표기했다고 해서 꼭 같은 발음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p>
<p>물론 &#8216;ㅢ&#8217;는 당시 한자어에서 &#8216;의&#8217;, &#8216;긔&#8217;, &#8216;희&#8217;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8216;에&#8217;, &#8216;게&#8217;, &#8216;헤&#8217;는 한자어에서 거의 쓰이지 않으니 혼동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 발음이 다르더라도 둘 다 ei로 적어도 무난하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p>
<p style="padding-left: 40px;">의쥬 ei tjiou (의주)<br />
긔쟝 kei tjiang (기장)<br />
희쳔 hei tchien (희천)<br />
졔쥬 tjiei tjiou (제주)<br />
초계 tcho kiei</p>
<h2>구개음화</h2>
<p>근대 국어에서 &#8216;ㄷ&#8217;, &#8216;ㅌ&#8217; 직후에 모음 /i/ 또는 반모음 /j/가 오면 &#8216;ㅈ&#8217;, &#8216;ㅊ&#8217;로 구개음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방언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랐다. 이 지도에서는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전의 음을 적은 표기가 보인다.</p>
<p style="padding-left: 40px;">팔디 hpal-ti (팔지)<br />
텬안 thieun an (천안)</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2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5b2c582-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5b2c582-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5b2c582-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25b2c582.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글 표기는 구개음화 이전의 형태를 쓰고 로마자 표기는 구개음화된 형태를 쓴 경우도 있다.</p>
<p style="padding-left: 40px;">텬마산 tchien ma san (천마산)</p>
<p>&#8216;텬안 thieun an&#8217;에서는 &#8216;ㅕ&#8217;를 ie 대신 ieu로 쓴 것도 흥미로운데 이 지도에는 en이 예상되는 곳에 eun을 쓴 예가 꽤 있다.</p>
<h2>두음 법칙</h2>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3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3decf08-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3decf08-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3decf08-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3decf08.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근대 국어에서 발생한 음운 변화로 이른바 두음 법칙이 있다. 표기상으로 어두의 &#8216;ㄹ&#8217;이 &#8216;ㄴ&#8217;으로 바뀌는 일은 16세기부터 시작되었으며 18세기에는 /i/, /j/ 앞의 &#8216;ㄴ&#8217;이 탈락하는 현상이 시작되었는데 이 역시 방언마다 진행 속도가 달랐다. 이 지도에는 두음 법칙이 완전히 적용되지 않은 표기가 많이 나타나지만 흥미롭게도 한글 표기에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로마자 표기에는 적용된다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몇몇 관찰된다.</p>
<p style="padding-left: 40px;">년안 ien an (연안)<br />
령덕 ieng tek (영덕)<br />
영월 rieng ouel</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4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8f59465-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8f59465-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8f59465-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38f59465.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특히 &#8216;ㄹ&#8217;이 &#8216;ㄴ&#8217;으로 바뀌는 두음 법칙으로 인해 한글 표기의 &#8216;ㄹ&#8217;이 로마자 표기의 n에 대응되는 경우가 많다.</p>
<p style="padding-left: 40px;">림피 nim hpi (임피)<br />
룡인 niong in (용인)<br />
룡담 niong tam (용담)</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5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28a66da-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28a66da-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28a66da-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28a66da.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p>한편 두음 법칙의 영향인지 &#8216;울릉도&#8217;의 &#8216;릉(陵)&#8217;을 어중에서도 &#8216;능&#8217;으로 적은 예도 보인다.</p>
<p style="padding-left: 40px;">울능도 oul-neung-to (울릉도)</p>
<p>이 밖에도 이 지도를 통해 오늘날 &#8216;지리산&#8217;이라고 부르는 산을 당시에는 한자 智異山의 본음에 따라 &#8216;지이산&#8217;이라고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216;지리산&#8217;이란 속음이 쓰이게 된 배경에는 두음 법칙에 의한 &#8216;이&#8217;와 &#8216;리&#8217;의 혼동도 일조했을 것이다.</p>
<p>이 글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a href="http://gallica.bnf.fr/ark:/12148/btv1b53060667z/f1.item.r=carte%20coree.zoom">갈리카 누리집</a>에서 지도를 확대해서 보면 흥미로운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도에는 주로 기본적인 지리 정보만 나오지만 한산도 근처에는 &#8216;츙무공왜국파ᄒᆞᆫ곳(충무공 왜국 파한 곳)&#8217;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7266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95d906f-300x300.png"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95d906f-300x300.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95d906f-150x150.png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9da6495d906f.png 500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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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과 한국어만큼은 구분해서 쓰자</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8/10/29/%ed%95%9c%ea%b8%80%ea%b3%bc-%ed%95%9c%ea%b5%ad%ec%96%b4%eb%a7%8c%ed%81%bc%ec%9d%80-%ea%b5%ac%eb%b6%84%ed%95%b4%ec%84%9c-%ec%93%b0%ec%9e%9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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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Wed, 29 Oct 2008 05:50:32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문자]]></category>
		<category><![CDATA[언어]]></category>
		<category><![CDATA[한국어]]></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category><![CDATA[한말]]></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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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조금은 무거운 이야기] &#8216;한글&#8217;은 언어가 아니라 문자다. 어차피 나도 언젠가는 &#8216;한글&#8217;과 &#8216;한국어&#8217; 개념의 혼동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Riff님께서 쓰신 잘 정리된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한국인들이 쓰는 언어는 한국어 또는 한국말, 한말이고 한글은 이 한국어를 적기 위해 사용되는 문자라는 것은 언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꼭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구분이다. 특히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외래어 표기에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title="" href="http://riffel.egloos.com/2119781">[조금은 무거운 이야기] &#8216;한글&#8217;은 언어가 아니라 문자다.</a></p>
<p>어차피 나도 언젠가는 &#8216;한글&#8217;과 &#8216;한국어&#8217; 개념의 혼동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Riff님께서 쓰신 잘 정리된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p>
<p>한국인들이 쓰는 언어는 한국어 또는 한국말, 한말이고 한글은 이 한국어를 적기 위해 사용되는 문자라는 것은 언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꼭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구분이다. 특히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외래어 표기에 대한 논의를 하려면 언어와 문자 개념의 구분은 필수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8216;한글&#8217;을 &#8216;한국어&#8217;의 의미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 거기에 따라 언어와 문자의 개념 구분도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8216;한국어&#8217;를 뜻하는 고유어인 &#8216;한말&#8217;은 같은 의미로 잘못 사용되는 &#8216;한글&#8217;에 밀려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일부 전문가들만 쓰는 용어가 된 것 같다.</p>
<p>지난 5월 19일 세종 대왕 탄신 611돌 기념 심포지엄 &#8220;한글 시각문화의 향방&#8221;에서 서울여대 한재준 교수는 아예 이 문제를 다루는 &#8220;한글은 글자다&#8221;라는 주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한글의 실체가 &#8216;국어&#8217;라는 그늘에 가려 빛을 잃어가고 있다며 국어기본법과 각종 한글날 기념 사업이 정작 한글과 상관없는 국어 생활 위주로 되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발표를 해야 했을까?</p>
<p>독창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인 한글 창제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그런데 국어학자와 같이 알만한 사람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글의 우수성에 편승해 한글과 한국어의 혼동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것 같다. 한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한국어 관련 사업을 &#8216;한글 사랑&#8217;, &#8216;한글 바로쓰기&#8217; 운동으로 벌인다. 높임말을 잘못 쓰거나 외래어를 남용하는 언어 습관의 문제를 &#8216;한글 사랑&#8217;의 기치 아래 바로잡으려 한다. 문자인 한글과는 상관 없는 문제인데도&#8230; &#8216;한국어 사랑&#8217;, &#8216;우리말 사랑&#8217;이라고 한다고 일의 가치가 떨어지나?</p>
<p>한재준 교수 발표 가운데 흔히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예로 인용한 글을 소개한다. &#8220;<a href="http://vihang.tistory.com/59">영어는 알파벳, 그럼 한글은?</a>&#8220;라는 제목의 글인데, &#8220;영어는 알파벳, 일어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그럼 한글은?&#8221;이란 질문에 장시간 고민하다가 찾은 답이 &#8220;한글 낱자&#8221;라는 내용이다.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되어 있다면 &#8216;한글&#8217;은 &#8216;영어&#8217;에 대응될 수 없으니 질문부터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8220;영어는 알파벳, 한국어는 한글&#8221;이란 대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8216;한국어&#8217;란 개념을 &#8216;한글&#8217;이란 말로 쓰고 있으니 정작 문자인 &#8216;한글&#8217;의 개념에 해당하는 말은 생각 못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p>
<p>&#8216;한글&#8217;과 &#8216;한국어&#8217; 개념의 혼동으로 한글의 실체가 빛을 잃는다는 한재준 교수의 지적을 거듭 새겨보았으면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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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3/03/%ed%95%9c%ea%b8%80%ec%97%90-%eb%8c%80%ed%95%9c-%eb%82%9a%ec%8b%9c%ec%84%b1-%ed%8e%8c%ea%b8%80-%eb%b6%84%ec%84%9d/</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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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2 Mar 2009 21:56:37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누리글]]></category>
		<category><![CDATA[문해율]]></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category><![CDATA[한글떡밥]]></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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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UN지정- 제3세계에서 가르치는 한글에서 트랙백 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런 글의 상당수가 확인이 안 된 내용과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독창적이고 훌륭한 문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사실 한글이 왜 그렇게 우수한지를 이해하려면 어느정도 언어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title="" href="http://juneslee.egloos.com/7665558">UN지정- 제3세계에서 가르치는 한글</a>에서 트랙백</p>
<p>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런 글의 상당수가 확인이 안 된 내용과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p>
<p>한글이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독창적이고 훌륭한 문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사실 한글이 왜 그렇게 우수한지를 이해하려면 어느정도 언어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글에 대한 최대의 찬사는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자질 문자에 속한다는 것인데,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반인이 얼마나 될까?</p>
<p>그래서인지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서는 정확한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허황된 주장이 많다. 그 가운데는 한글이 세계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주장과 같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거짓이라는 것이 명백한 것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익히 들어와서인지 이런 설명을 들으면 무비판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한글이 왜 우수한지에 대해 제대로 배우려는 태도는 부족해 보인다. 한글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사례라든지 한글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제시하는 여러 통계나 연구 결과를 모은 글들을 보며 으쓱대는 것으로 그친다.</p>
<p>과연 한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오류 투성이의 글들을 퍼뜨리며 한글에 대한 오해를 부풀리는 것이 한글을 사랑하는 태도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p>
<p>행여나 한글이 우수하다는 글의 오류를 지적한다고 언짢게 생각할지 염려된다. 전에 한국어에서 [y] 앞에 [s]가 올 수 없는 것을 음운 체계의 한계라고 불렀다가 &#8220;가장 위대한 언어 한국어를 비하&#8221;한다는 덧글이 달려 당황한 적이 있다. 음운 제약이라고 할 것을 어감이 조금 안 좋게 설명한 잘못은 있지만 이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문자인 한글과 언어인 한국어의 개념 혼동으로 한국어가 가장 위대한 언어로 둔갑한 것도 좀 어이가 없지만 약간 어감이 안 좋은 말을 썼다고 한국어 비하를 운운한 것은 반응이 지나친 것 같았다. 한글의 우수성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p>
<p>여기서 트랙백하는 &#8216;글&#8217;은 위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jpg 파일인데 이를 이글루스에 스크랩하신 분도 그 출처를 모르신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허황된 글마다 반박할 수는 없지만 ghistory님께서 위의 글에 대한 제보를 해주셨기에 나름 분석을 해보겠다. 원문 내용은 <span style="color: #5C78C6;">파란 글씨</span>로 맞춤법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소개하겠다.</p>
<h2>&#8220;자신만의 글자&#8221;는 무슨 뜻?</h2>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전세계국가 : 284개국<br />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 : 28개국<br />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 : 256개국</span></blockquote>
<p>세계에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몇 되지 않는데 한국은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 있으니 자랑스럽다는 뜻으로 인용한 통계인 듯하다. 뒤에 오는 내용에서 미루어 볼 때 세계에 한글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통계는 신뢰할 수 있을까?</p>
<p>전세계 국가가 284개국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유엔 가입국은 192개이고 대만, 바티칸 시국, 코소보 외에 여러 비승인 국가를 포함해도 200개국을 크게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일관된 기준만 있다면 전세계 국가의 숫자를 어떻게 잡았는지는 크게 상관 없다.</p>
<p>문제는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기준이 너무 애매하다는 것이다. 흔히 한국에서 쓰는 한국어와 한글은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으니 우리만의 글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나라와 언어, 문자가 일치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나라에서 여러 언어와 문자가 사용되기도 하고(인도) 여러 나라에서 같은 언어(영어) 또는 같은 문자(로마자)를 쓴다. 한 언어를 기록하는데 여러 다른 문자를 쓰기도 한다(세르보크로아트어, 몽골어).</p>
<p>그럼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다&#8217;라는 기준은 정확히 무엇일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나라에서만 쓰는 글자가 있으면 될까? 그러면 국제적으로 볼 때 한글을 쓰는 나라는 남북한을 따로 쳐서 둘이니 대한민국과 북한은 &#8216;자신만의 글자&#8217;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문자는 키프로스에서도 쓰니 그리스나 키프로스도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나라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이렇게 제한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는 타이, 캄보디아, 아르메니아, 게오르기아(조지아), 이스라엘, 몽골 등 극히 소수일 것이다.</p>
<p>남북한과 그리스, 키프로스도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것으로 보려면 &#8216;한 언어의 표기에만 사용되는 문자&#8217;라는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여러 언어를 표기하는데 쓰이는 로마자/라틴 문자(영어, 프랑스어 등), 키릴 문자(러시아어, 불가리아어 등), 데바나가리 문자(힌디어, 마라티어 등), 아랍 문자(아랍어, 페르시아어 등), 에티오피아 문자(암하라어, 티그리냐어 등), 한자(중국어, 일본어 등) 등을 쓰는 나라는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이 된다.</p>
<p>이게 너무하다 싶으면 원조들은 인정해주면 되지 않을까? 한자는 여러 나라에서 쓰이지만 한자의 원조는 중국이니 중국은 자신만의 글자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홍콩과 대만은 같은 한자를 쓰고 이론상 같은 중국어를 쓰지만 자신만의 글자는 없다는 얘기인가? 로마자의 원조는 따지자면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 지방의 라틴족들이니 이탈리아는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것으로 보고 로마자를 쓰는 다른 나라들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다고 봐야 할까? 마찬가지로 불가리아만 자신만의 글자가 있고 키릴 문자를 쓰는 나머지 나라들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일까? 아라비아반도의 많은 나라 가운데 아랍 문자의 원조는 어디일까? 세종 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곳이 현재의 대한민국 영토이니 대한민국이 한글의 원조이고 북한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일까?</p>
<p>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모두 쓰는 일본의 경우는? 소말리아와 같이 자신만의 글자가 있었지만 로마자를 대신 쓰기로 한 경우는? 미국과 캐나다처럼 원주민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가 따로 있는 경우는? 몽골처럼 자신만의 글자가 있지만 이웃나라에서 주로 쓰이고 정작 본국에서는 다른 문자가 쓰이는 경우는?</p>
<p>이처럼 언어와 문자, 나라의 관계를 고려하면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8217;라는 기준은 정말 애매모호하다. 차라리 국어 지위를 가진 언어를 대상을 한정하고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언어&#8217;를 조사했으면 어느정도 의미가 있을 텐데 위의 통계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밖에 평가를 할 수가 없다.</p>
<p>그래도 한글과 같은 고유의 문자를 가진 것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드문 것인지 알리는 것이 이 통계의 기본적인 취지라면 그 결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를 수치와 애매한 기준으로 스스로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통계이다.</p>
<h2>문해율의 함정</h2>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한국어 1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2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3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40대 문맹률 : 0.7%<br />
한국어 50대 문맹률 : 6.1%<br />
한국어 전체 문맹률 : 1.7%<br />
국립국어원 2008년 통계자료 中</span></blockquote>
<p>그나마 이 글에서 정확한 부분은 국립국어원의 국민 기초 문해력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이마저 틀렸다. 원 자료는 다음과 같다.</p>
<blockquote><p>19~29세 비문해율 : 0.0%<br />
30대 비문해율 : 0.0%<br />
40대 비문해율 : 0.0%<br />
50대 비문해율 : 0.7%<br />
60대 비문해율 : 4.6%<br />
70대 비문해율 : 20.2%<br />
합계 : 1.7%</p></blockquote>
<p>처음의 19~29세 연령층을 10대로 잘못 쓰는 바람에 조사한 <strong>모든 연령층을 10세씩 낮춰서 쓰는 실수</strong>를 저질렀다. 또 원 자료에서는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뜻으로 &#8216;문해&#8217;, 글을 못 읽는다는 뜻으로 &#8216;비문해&#8217;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글을 못 읽는 것을 시각장애에 빗댄 &#8216;문맹&#8217;이라는 부적절한 옛 용어를 쓴 것이 아쉽다. 20.2%라는 작지 않은 수치인 70대 비문해율을 슬그머니 뺀 것도 약간 수상하다.</p>
<p>70대의 비문해율이 왜 이렇게 높을까? 그들의 어린 시절은 일제강점기 말기, 혼란스러운 해방 정국, 그리고 6.25 전쟁과 겹쳤기 때문이다. 즉 글을 배울 교육 환경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문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 환경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이다.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으면 문해율이 거의 100%일 수도 있고 인도에서처럼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문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문자와 언어의 우수성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쿠바와 과테말라는 똑같이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이지만 쿠바의 문해율은 99.8로 과테말라의 문해율 69.1%를 크게 앞지른다. 중국에서는 한자를 더 배우기 쉽도록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번체자를 사용하는 대만보다 문해율이 떨어진다.</p>
<p>그러니 문해율을 들어 한글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익히는 시간 : 98분<br />
UN 비공식 통계자료 中 (98분정도면 한글간판정도 읽을수 있다고 하네요)</span></blockquote>
<p>유엔 산하 기관이 한둘도 아니고 비공식 통계자료라 하니 원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조사했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한국어 발음을 익힌다는 말 자체는 글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뒤에 한글 간판 정도 읽는다는 얘기에서 미루어 볼 때 한글을 어느정도 소리내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익힌다는 얘기 같다. 앞에서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8217;를 운운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분명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p>
<p>외국인이 평균 98분만에 익힐 수 있는 정도라면 각각의 한글 자모의 음가일 것이다. 이 짧은 시간에 한국어의 발음을 정확히 익힐 수 없음은 물론이고 &#8216;ㄺ&#8217; 같은 겹자음을 어떻게 발음한다거나 된소리되기, 거센소리되기, 자음동화 같은 음운 규칙을 배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간판 정도를 읽을 수는 있다.</p>
<p>이것도 한글의 우수성을 내세우기 위한 예로는 조금 부적합하다. 문자의 우수성은 개별 기호의 음가를 익히고 어느정도 소리내어 읽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호 수가 많은 한자나 음절 문자보다는 한글을 배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로마자처럼 기호를 가로로 순서대로 나열만 하는 문자를 익히기가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p>
<p>그러나 그렇다고 로마자가 한글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문자는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값을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다. 그 문자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는 언어를 기록하고 읽는 실제 문자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따져야 한다. 한글의 모아쓰기나 형태주의(표의주의) 맞춤법은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어려울지 몰라도 일단 익숙해지면 음절 단위로, 형태소 단위로 눈에 쏙쏙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이런 한글은 이미 UN 에서 &#8216;세종대왕 문맹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8217; 이라는 상을 제정하였다.<br />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8,000여가지의 음을 발음할 수 있다.<br />
따라서 이런 편의성에 근거하여 약 10여년전 만들어진 문맹퇴치상외에도 제 3세계 국가들에게 한글을 전파하고 있다.</span></blockquote>
<p>유네스코의 세종 대왕 문해상은 1989년 대한민국 정부의 제안으로 제정된 것이다(&#8216;문맹퇴치상&#8217;보다는 &#8216;문해상&#8217;이 적절한 번역이다). 기초 문해 교육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는 상에 세종 대왕의 이름을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하고 뜻깊으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글 자체의 우수성과는 별 관계가 없다. 또 대한민국 정부가 세종 대왕의 업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을 마치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세종 대왕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인식할 필요도 없다. 2005년부터 <strong>유네스코에서는 중국 정부의 제안으로 &#8216;공자 문해상&#8217;도 수여</strong>하고 있다. 이것을 가지고 한자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었다고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p>
<p>한글이 8,000여가지의 음을 발음할 수 있다는 말은 주술 호응이 안 된 비문이지만 한글을 통해 8,000여가지 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자. 여기서 말하는 음이란 &#8216;음절&#8217;을 뜻하는 것 같다. 현대 한국어에서 자음+모음, 자음+모음+자음 조합을 기계적으로 계산해보면 가능한 음절 글자수는 11,172자, 이 가운데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는 3,192자라고 한다. 음절 글자수가 실제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보다 많은 것은 &#8216;각&#8217;, &#8216;갂&#8217;, &#8216;갉&#8217;, &#8216;갘&#8217; 등이 발음은 같지만 표기가 다른 음절 글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8216;자&#8217;와 &#8216;쟈&#8217; 같은 발음은 청각으로 구별되지 못하니 실제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는 3,000자가 조금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8216;8,000여가지 음&#8217;은 표기 가능한 음절까지 포함해서 좀 부풀린 수치 같다.</p>
<p>그런데 이 수치도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자음+모음 또는 자음+모음+자음이라는 한국어의 음운 제약에 따라 발음 가능한 음절 수를 잰 것밖에는 의미가 없으며 웬만한 표음 문자라면 해당 언어에서 발음 가능한 음절을 표기하는 것은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로마자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로마자를 쓰는 언어가 많으니 이들 언어에서 발음 가능한 음절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로만 한정하더라도 음절 첫소리로 자음 3개까지, 끝소리로 자음 4개까지 올 수 있는 자음군이 허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음절의 수는 한국어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고 영어에서 쓰는 로마자가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4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ac3b87d6af6.jpg" alt="" width="224" height="134" /><span style="color: #5C78C6;">제 3세계(주로 아프리카)에서 가르치는 한글방법</span>
<p><span style="font-size: 16px;">이 설명이 이상하지 않은가? &#8216;한글&#8217;이라고 쓰인 것에 자모마다 음가 설명을 붙인 것은 한글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소개하는 글에는 비슷한 그림이 꼭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3세계, 그것도 아프리카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림을 더 보자.</span></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jpg" alt="" width="492" height="21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jpg 492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300x132.jpg 300w" sizes="auto, (max-width: 492px) 100vw, 492px" /><span style="color: #5C78C6;">한글 알파벳 설명</span>
<p>한글의 24 자모와 대응하는 로마자를 나열했다. 그냥 제3세계에서 이렇게 가르친다는 뜻으로 포함한 것인가본데, 아까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그림일 뿐이다.</p>
<p>그런데 다음 설명을 통해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현지 언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br />
즉, 한국어로 현재의 단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br />
한글을 통한 그 나라 언어의 발음을 가르친다는 취지로 사용되고 있다.<br />
예를 들어 school 이라는 낱말을 &#8216;학교&#8217;가 아니라 한글의 &#8216;ㅅㅡㅋㅜㄹ&#8217;의 형태로 가르친다는 이야기.</span></blockquote>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e02324df.jpg" alt="" width="275" height="220" /><span style="color: #5C78C6;">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잠비아)</span>
<p>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어진다. 원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밑에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p>
<blockquote><p>&#8220;With a large number of programs written in Hangeul, people can incorporate computers into their lives without difficulty.&#8221;<br />
한글로 쓰인 프로그램이 많아 사람들은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p></blockquote>
<p>아프리카의 잠비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이 <strong>잠비아 사람</strong>들로 보이는가? 백번 양보해봤자 잠비아의 교민들이다. 자신들의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하러 한국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컴퓨터를 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한 사진에 억지로 잠비아라는 설명을 붙인 듯하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jpg" alt="" width="504" height="358"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jpg 50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300x213.jpg 300w" sizes="auto, (max-width: 504px) 100vw, 504px" /><span style="color: #5C78C6;">세계공용어용 한글 발음표</span>
<p>이게 도대체 뭔지는 알고 올린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는 미국 뉴욕 주립대에 세종학 연구소를 세운 김석연 교수가 제안한 &#8216;누리글&#8217; 설명의 일부이다. 한글로 온 세계 언어를 적을 수 있다며 기존 한글 자모를 약간씩 변형시켜 다른 음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한글을 확장했다.</p>
<p>여기 실린 누리글과 관련된 그림은 <a href="http://www.korea.net/News/issues/issueDetailView.asp?board_no=18140&amp;menu_code=A">U.N., China eyeing Hangeul-based alphabet to combat illiteracy</a>라는 영어 기사에서 원본을 찾을 수 있다. 아래 키보드 그림도 누리글 관련 그림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5"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jpg" alt="" width="486" height="19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jpg 486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300x118.jpg 300w" sizes="auto, (max-width: 486px) 100vw, 486px" /><span style="color: #5C78C6;">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 기능성을 소개하면서 한글 키보드를 보여주고 있다.</span>
<p>답답하다. 원 그림 설명은 &#8220;Nurigeul Keyboard for Hanyu Pinyin&#8221;, 즉 &#8220;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8221;이다.</p>
<p>이 누리글을 창안한 김석연 교수라는 분은 <strong>한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strong>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에 누리글을 미문자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나 보다. 꿈도 크신 분이다.</p>
<p>유네스코에서는 사례연구를 해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석연은 중국 남부의 종족들을 대상으로 누리글을 열심히 가르쳤고 아시아 전역의 선교사들을 대상으로도 누리글을 열심히 전파했다. 그리고 다시 유네스코를 찾았다.</p>
<p>그러니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이 중국에서 중국어 및 소수민족 언어의 표기에 사용하는 한어병음(로마자 기반)보다 낫다는 증거가 있냐고 따졌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남부의 종족들은 사실 &#8216;미문자 종족&#8217;이 아니라 한어병음을 문자로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 김석연은 한어병음을 누리글로 대체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위의 &#8220;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8221;이다. 그런데 이것을 &#8220;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8221;이라고 설명하다니&#8230;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계속되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는데&#8230;</p>
<p>정보화 시대에 맞는 한글의 기능성을 소개하려면 일반 두벌식이나 세벌식 자판, 아니 그보다 더 효율적인 휴대폰 문자 입력방식을 예로 드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엉뚱하게 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은 왜 집어넣었을까? 멋있어 보여서?</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6"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99db52a3.jpg" alt="" width="200" height="163" /><span style="color: #5C78C6;">한글 수업시간 (탄자니아)</span>
<p>칠판에 뭐라고 적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탄자니아인처럼 생긴 사람들이니 넘어가자.</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jpg" alt="" width="489" height="37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jpg 489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300x227.jpg 300w" sizes="auto, (max-width: 489px) 100vw, 489px" /><span style="color: #5C78C6;">한글수업 맨 첫장</span>
<p>이것도 한글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영어를 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게 과연 &#8216;한글 수업 맨 첫 장&#8217;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p>
<p>이상 소개한 것이 펌글 내용 전부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무슨 구체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통계, 인용, 도표, 사진과 짤막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설명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뭐라고 분석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p>
<p>제대로 된 설명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펌글은 유엔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어 제3세계의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려고 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낮은 비문해율은 한글이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8216;세종 대왕 문해상&#8217;에서 보듯이 유엔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p>
<p>이게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는 이미 지적했다. 또 하나,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문자도 없으니 우리가 한글을 전파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p>
<p>아프리카에는 언어가 워낙 많으니 아직 기록되지 않은 언어도 많겠지만 웬만한 주요 언어는 모두 문자가 있다. 에티오피아 문자처럼 아프리카 고유의 문자도 있지만 대부분 로마자를 쓴다. 고유의 문자가 아니라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영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독일어 등도 고유의 문자가 아닌 로마자를 빌어서 잘 쓰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문해율이 낮은 것은 문자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글을 배울 나이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환경이 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p>
<p>문자가 없는 이들에게 한글을 보급해야 한다는 &#8216;한글 수출론&#8217;의 허와 실을 따지려면 글이 길어지겠지만 그런 주장을 들으면 일단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거꾸로 생각해서 로마자를 전세계에 보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인들에게 로마자로 한국어를 적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치자. 그렇게 해도 꽤 빨리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게 한국어를 로마자로 적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증명하는가? 한국어를 로마자로 적는 것이 한글로 적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가? 물론 아니다.</p>
<p>왠지 누군가 한글에 대해 검색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설명을 붙여가며 짜깁기해서 급조한 펌글을 너무 심각하게 분석한 것 같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한글이나 한국어의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국한문 혼용 문제에 대한 글 가운데는 내용이 훨씬 위험하고 선동적이기까지 한 것들도 많은데(자신의 주장은 곧 세종 대왕을 계승하는 것이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모두 일제의 잔재라는 투의 내용)&#8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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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에 대한 여러 생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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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9 Mar 2009 13:07:30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규범주의]]></category>
		<category><![CDATA[규정주의]]></category>
		<category><![CDATA[맞춤법]]></category>
		<category><![CDATA[문법]]></category>
		<category><![CDATA[문자]]></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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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지난번에 쓴 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에 대한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많은 덧글이 달렸다. 답글을 대신해서 덧글에서 언급된 몇몇 주제에 관해 새로이 글을 쓴다. 그냥 평소의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놓은 것임을 밝힌다.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 우선 답글 가운데 미소짓는독사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있어서 우열은 없다고 본다. 이 시각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인류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지난번에 쓴 <a title=""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03/%ed%95%9c%ea%b8%80%ec%97%90-%eb%8c%80%ed%95%9c-%eb%82%9a%ec%8b%9c%ec%84%b1-%ed%8e%8c%ea%b8%80-%eb%b6%84%ec%84%9d/">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a>에 대한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많은 덧글이 달렸다. 답글을 대신해서 덧글에서 언급된 몇몇 주제에 관해 새로이 글을 쓴다. 그냥 평소의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놓은 것임을 밝힌다.</p>
<h2>언어에는 우열이 없다</h2>
<p>우선 답글 가운데 <a href="http://gviper.egloos.com/">미소짓는독사</a>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있어서 우열은 없다고 본다. 이 시각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언어의 우열을 가리려는 시도는 계속되었고, 아직도 어떤 언어는 뛰어나고 어떤 언어는 급이 낮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따져보면 결국에는 언어 외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나의 굳은 믿음이다.</p>
<p>철학의 언어라 해서 고전 그리스어가 최고의 언어라고 본다거나 이슬람에서 신의 계시가 기록된 언어인 고전 아랍어를 최고의 언어로 보는 것은 고전 그리스어나 고전 아랍어 자체의 뛰어남과는 관계가 없다. 간혹 특정 언어의 어휘나 조어법이 특정 개념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언어 전체가 뛰어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상대적으로 문명의 이기를 접하지 못한 이들의 언어에 대해서는 관련된 개념을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열등한 언어로 치기도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영어도 현대 문명을 제대로 표현할만한 어휘가 없던 것은 마찬가지 아니인가?</p>
<h2>문자의 우열은 논할 수 있다</h2>
<p>그러나 언어가 아닌 문자를 논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천 개가 넘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고 표의 요소와 표음 요소가 섞여 있어 배우는데 수 년이 걸렸을 것이라는 초기 수메르인들의 설형문자(쐐기문자)가 비효율적인 문자라는 데는 이의를 다는 이가 없을 것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36252c185.png" alt="" width="150" height="55" />수메르인들이 쓴 설형문자 (<a href="http://en.wikipedia.org/wiki/Cuneiform_script">그림 출처</a>)</p>
<p>흔히들 문자의 종류를 논할 때 발전 단계를 따지고는 한다. 기호 하나가 의미 단위를 나타내는 표어 문자가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면 이보다는 발전한 것이 기호 하나가 소리의 단위를 나타내는 표음 문자이고, 표음 문자 중에서도 일본어의 가나처럼 음절 단위를 나타내는 음절 문자보다는 아랍 문자와 같이 자음을 표시하는 자음 문자 또는 인도의 데바나가리 문자와 같이 자음 문자에 모음을 나타내는 표시를 추가한 &#8216;아부기다&#8217;라는 것이 더 발전된 단계이며 이게 더 발전한 것이 그리스 문자, 로마 문자처럼 자음과 모음을 모두 기호로 나타내는 음소 문자, 즉 &#8216;알파벳&#8217;이라고 흔히 보는 것이다. 여기에 한글과 같이 음소를 더욱 분석해서 자질까지 표현한 자질 문자의 단계에 이르면 문자 발전의 최고봉으로 친다.</p>
<p>하지만 이런 단순한 분석을 통해 문자의 우열을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언어를 표현하는데 필요한 기호 수를 최소화하는 문제와 소리의 단위에 대한 추상적인 분석에 있어서는 음절 문자보다는 음소 문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처음 문자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음절 문자가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어려서부터 음소 문자를 배운 우리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8216;한&#8217;이라는 한 음절을 &#8216;ㅎ+ㅏ+ㄴ&#8217;과 같이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분석하는 것은 처음에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표어 문자인 한자도 어떤 면에서는 표음 문자보다 뛰어날 수 있다. 사람은 글을 읽을 때 음소, 음절 단위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낱말, 나가서 여러 낱말로 이루어진 구절 단위로 읽는데 표어 문자인 한자는 기호 자체가 형태소를 나타내니 표음 문자보다는 읽기 쉬울 수가 있다. 물론 그런 몇가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생각처럼 딱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한 문자를 놓고 다른 문자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식의 주장은 하기 힘들다.</p>
<h2>문자가 성공하려면 맞춤법이 중요하다</h2>
<p>또 문자는 언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어를 문자로 어떻게 적을지에 관한 규칙인 맞춤법(철자법)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도 훈민정음 당시의 철자를 그대로 쓴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8220;말ᄊᆞᆷ&#8221;이라고 쓰고 [말씀], &#8220;듀ᇰ귁&#8221;이라고 쓰고 [중국]이라고 읽는 식으로 말이다. 아래 아(ᆞ)라는 모음은 중세 국어의 발음이 어떻게 분화되었는지에 따라 [아]나 [오], [으]로 읽어야 한다면 영어에서 ough라는 철자가 rough, though, through, tough, plough 등 단어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p>
<p>중세 영어에서는 철자를 통해 발음을 예측하기가 꽤 쉬웠지만 이후 영어의 발음 자체는 크나큰 변화를 겪었는데 철자는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오늘날 보이는 철자와 발음과의 괴리가 생겨났다. 그에 비해 한국어의 맞춤법은 백 년도 안 된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8216;강남콩&#8217;, &#8216;남비&#8217;로 쓰던 것을 &#8216;강낭콩&#8217;, &#8216;냄비&#8217;로 바꾸는 등 발음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표준어를 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발음과 철자의 관계가 훨씬 더 규칙적이다.</p>
<p>그런가 하면 영어와 같은 로마 문자를 쓰는 핀란드어는 기호 하나가 음소 하나에 대응되는 매우 규칙적인 맞춤법 때문에 읽고 쓰기가 매우 쉽다. 이는 로마 문자로 기록된 역사가 짧은 다른 언어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문자 자체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맞춤법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글이 아무리 우수한 문자라 해도 맞춤법이 영어 수준으로 불규칙적이었더라면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주장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p>
<h2>언어학자를 위한 문자인가, 일반인을 위한 문자인가?</h2>
<p>세종 대왕의 뛰어난 음성학적 분석력을 반영하는 한글의 제자 원리는 언어학자들을 감탄하게 하지만 실제 한글의 사용에 있어서는 과연 얼마나 장점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8216;ㄴ&#8217;, &#8216;ㄷ&#8217;, &#8216;ㅌ&#8217; 등 조음 위치가 같은 소리를 비슷한 기호로 나타난다고 해서 배우고 읽고 쓰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연구가 필요하다. 오히려 비슷한 소리에 너무 비슷한 기호를 쓰면 분별력이 떨어져서 문제가 되지 않는지도 고려할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한글의 이론적 토대가 아무리 뛰어나 언어학자들에게 인정을 받더라도 그것이 일반인이 쓰고 읽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게 과연 한글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p>
<p>나는 한글이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제자 원리를 실용성과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세종 대왕이 쓰기 쉽고 분별력이 높은 문자 모양을 고른 다음 자음이 조음 기관을 나타낸다거나 모음이 천지인을 나타낸다는 식의 설명은 나중에 그럴 듯하게 갖다붙인 것이라고 이해해도 사실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한글의 문자 모양이 비효율적이고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런 의견이 나올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의 가독성은 정확히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지의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가 글을 읽는 과정 전반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p>
<h2>모아쓰기의 장단점</h2>
<p>한글의 큰 특징 하나는 각 자모를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한글을 쉽게 읽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에는 자모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고 묶음을 지어 읽는데, 모아쓰기는 이런 묶음이 눈에 쉽게 들어오게 해준다. 모아쓰기는 또 말의 기본형을 밝히는 형태주의 표기를 더 쉽게 해준다. &#8216;아니&#8217;와 &#8216;안이&#8217;는 풀어쓰기를 한다면 구분할 수 없겠지만 모아쓰기를 했기 때문에 &#8216;안이&#8217;는 &#8216;안&#8217;에 &#8216;이&#8217;라는 조사가 붙은 어절이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p>
<p>그런가 하면 모아쓰기는 한글 쓰는 것을 조금 번거롭게 하고 특히 인쇄나 영상 매체를 위한 한글의 기계 구현을 어렵게 한다. 기호를 가로로 순서대로 나열하기만 하는 풀어쓰기 방식을 쓰는 로마 문자를 보면 글을 쓸 때의 움직임이 기준선을 중심으로 한정되어 있어 빠르게 쓸 수 있는 필기체가 발달하였다. 하지만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은 글을 쓸 때의 움직임이 다소 복잡하여 로마 문자만큼 빨리 쓸 수 있는 필기체가 발달하지 못했다. 또 음절 첫소리 위치에 들어올 자음이 없다는 빈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8216;ㅇ&#8217;이란 기호를 사용하는 것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p>
<p>또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은 균형 잡힌 조형성을 통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자모라도 음절을 구성하는 다른 자모에 따라 그 모양을 조금씩 바꾸어 쓴다. &#8216;가&#8217;, &#8216;고&#8217;, &#8216;윽&#8217;에 들어가는 &#8216;ㄱ&#8217;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한글을 활자나 컴퓨터 글꼴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약 2천 자를 일일이 디자인해야 한다. 잘 안 쓰는 글자는 이렇게 디자인한 글자의 자모를 조합하여 만든다. 로마 문자 글꼴은 대문자, 소문자, 숫자, 일반 기호 외에 웬만한 특수 문자를 포함하고 굵은 글꼴, 이탤릭 글꼴, 굵은 이탤릭 글꼴에다가 작은 대문자(small caps) 글꼴까지 같이 디자인한다고 해도 일반 한글 글꼴 하나를 디자인하는데 필요한 자수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로마 문자 글꼴 개발은 빠르면 한두 달이면 끝나는데 비해 한글 글꼴 개발은 보통 일 년이 넘는 대작업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3996657cf.gif" alt="" width="460" height="268" />윤디자인의 회상체. 조합형 탈네모 글꼴처럼 생겼지만 각 자모를 조합만 한 것이 아니라 조형성을 높이기 위해 조금씩 수정한 것이다. (<a href="http://yoonfont.co.kr/yoonstory/YoonEssay_view.asp?playIdx=16">그림 출처</a>)</p>
<p>타자기 글꼴과 같은 탈네모꼴 글꼴을 쓰면 적은 수의 자모를 디자인하고 조합하여 글꼴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합형 탈네모꼴 글꼴의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시중에 나온 탈네모꼴 글꼴 대부분은 무늬만 조합형이고 자세히 보면 조형성을 높이기 위해 각 자를 일일이 손질한 것이다. 보통 탈네모꼴 글꼴이라 하는 한겨레 신문의 글꼴인 한결체도 사실 네모꼴과 탈네모꼴의 중간 형태이며 2천여 자를 일일이 디자인한 것이다. 주시경, 최현배 등 많은 국어학자들이 한글 풀어쓰기를 주장한 배경에는 아무래도 모아쓰기가 한글 기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등장한 오늘날에는 이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아쓰기 때문에 새로운 한글 글꼴 개발이 매우 더딘 것은 여전히 한글 시각 문화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p>
<p>그럼에도 나는 모아쓰기의 장점이 단점을 훨씬 앞지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자판을 통해 글을 입력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손으로 글을 쓸 때의 번거로움보다는 글을 읽을 때 각 음절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 모아쓰기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p>
<h2>한글로 표현 못하는 발음</h2>
<p>한국어의 발음은 계속 변화하여 왔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어의 음소를 적는 한글 자모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아래아(ㆍ), 반시옷(ㅿ) 등의 자모는 원래 표현하던 음을 쓰지 않게 되면서 사라진 예이다. 오늘날 쓰는 한글 자모는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대부분 정립되었으며 된소리를 &#8216;ㅺ&#8217;, &#8216;ㅼ&#8217;과 같은 ㅅ계 합용 병서 대신 &#8216;ㄲ&#8217;, &#8216;ㄸ&#8217;과 같은 각자 병서로 쓰게 된 것도 이 통일안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발음은 거의 모두 한글 자모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나 끊임없이 새로운 발음이 생기기 때문에 현재 쓰이는 한글 자모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발음이 생긴다.</p>
<p>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8216;바뀌어&#8217;, &#8216;쉬어&#8217; 등을 빨리 발음할 때 /위어/를 한 음절로 축약한다. 이 때의 발음은 [ɥʌ]이다. 그러나 이를 적을 마땅한 글자가 없어 &#8216;바껴&#8217;, &#8216;셔&#8217;라고 흉내내기도 한다. &#8216;열중 쉬어&#8217;를 &#8216;열중셔&#8217;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국어의 발음》의 저자 배주채는 옛 자모를 활용하여 [ɥʌ]를 &#8216;ㆊ&#8217;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4083edb31.gif" alt="" width="189" height="81" />&#8216;바뀌었다&#8217;를 빨리 발음한 것을 옛 자모 &#8216;ㆊ&#8217;를 활용하여 적은 예. (나눔명조체를 손질한 것)</p>
<p>또 답글 가운데  &#8216;이으&#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한 것, 즉 [jɯ]에 관한 질문도 있었는데 <a href="http://puzzlet.org/w">Puzzlet C.</a>님의 말씀대로 옛 자모 가운데 &#8216;ᆜ&#8217;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소리는 &#8216;유&#8217;로 흉내내기도 한다(&#8216;으유&#8217;, &#8216;븅신&#8217;).</p>
<p>요즘은 외국어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외래어를 발음할 때 [f] 음을 쓰는 것을 꽤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리 역시 옛 자모인 &#8216;ㆄ&#8217;을 빌어 표기하자는 사람들이 있다.</p>
<p>이런 소리들이 현실 발음에서 널리 쓰이게 되어 독립된 음소로 인정된다면 이들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지금은 쓰지 않는 자모를 부활시키거나 새로 만들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든 예들이 한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독립된 음소의 위치에까지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f]의 경우 많은 이들이 발음조차 못하고, 발음은 하는데 들을 때 &#8216;ㅍ&#8217;과 제대로 구별 못하는 이들도 많으며 외래어를 발음할 때 [f]를 쓰는 사람도 규칙적이고 일관적으로 이를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원 언어의 발음을 따르려면 [f] 발음을 할 이유가 없는 외래어에서 &#8216;ㅍ&#8217;을 [f]로 발음하는 것도 자주 듣게 된다. [ɥʌ]는 &#8216;위어&#8217;의 축약형으로 본다면 도입하는 것이 꽤 단순하겠지만 [ɥʌ]를 &#8216;여&#8217;와 제대로 구분하여 쓰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연구하여 만약 한국어 화자 대부분이 &#8216;위어&#8217;의 축약형으로 &#8216;여&#8217;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판명되면 표준어 규정을 그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 새 자모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일 것이다.</p>
<p>그도 그럴 것이 새 자모를 도입하려면 기존 글꼴에 새로 글자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절대 만만치 않다. 당장 국립국어원에서 새 자모 &#8216;ㆊ&#8217;를 도입한다고 결정해도 컴퓨터 자판으로 어떻게 입력할 것이며 &#8216;ㄲㆊㅆ&#8217;을 모아쓴 글자를 나타낼 수 있는 글꼴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p>
<p>또 한글 자모 하나는 음소 하나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각 음소가 위치에 따라, 방언에 따라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한글 자모로 나타낼 수 없다. 같은 &#8216;어&#8217;도 서울의 표준어 화자와 부산 토박이, 평양의 젊은 층은 각기 조금씩 달리 발음하지만, 한글 자모로는 이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8216;ㅈ, ㅊ, ㅉ&#8217;은 연구개음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특히 평양 방언에서는 치경파찰음으로 발음되기도 하지만 이 구별을 한글 자모만으로는 나타내기 어렵다.</p>
<h2>문법이란</h2>
<p>답글 가운데 acarasata님은 문법 규칙에 얽매여 거기에 어긋나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고 재단하는 것을 비판하였고 이후에 문법이라는 개념은 개화기 이후 서양에서 도입된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는데 &#8216;문법&#8217;이란 말은 여러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쉬우니 &#8216;문법&#8217;이란 말이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 해명해보려 한다.</p>
<p>언어는 본질적으로 규칙을 지니고 있다. 이를 &#8216;자연 문법&#8217;이라고 하자. 모든 언어는 저만의 자연 문법을 따른다. 흔히 표준어와 다른 방언을 쓰는 사람이 표준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방언은 문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방언의 자연 문법이 표준어 문법과 다를 뿐이다.</p>
<p>파푸아 뉴기니의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8216;톡피신(Tok Pisin)&#8217;은 언어가 서로 다른 집단들의 접촉을 통해 생겨난 혼합어로 어휘는 주로 영어에서 따왔다. 그러니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듣기에 톡피신은 얼핏 엉터리 영어를 문법에 맞지 않게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외국인들은 파푸아 뉴기니인들과 대화하려면 톡피신을 배우라는 말을 듣고 엉터리 영어만 하면 되는데 배울 게 뭐가 있냐며 자신있게 파푸아 뉴기니에 갔다. 그리고 현지인들 앞에서는 일부러 톡피신 화자들을 흉내내어 엉터리 영어를 하고는 그러면 뜻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자 정작 현지인들은 알아듣기는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비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톡피신은 &#8216;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8217;가 아니라 &#8216;영어 어휘를 많이 따왔지만 자체 문법을 가진 혼합어&#8217;이기 때문에 그 문법을 배우지 않고는 구사할 수가 없다.</p>
<h2>규범 문법과 문법의 인공적 체계화</h2>
<p>그런데 언어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자연 문법도 조금씩 변한다. 방언마다 자연 문법이 다르다. 그래서 언어 생활의 통일을 위해 표준어의 자연 문법을 체계화한 규범을 가르친다. 이를 &#8216;규범 문법&#8217;이라고 하자.</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11. 추가 내용: 원문에서는 &#8216;규정 문법&#8217;, &#8216;규정주의&#8217;로 썼지만 더 널리 쓰이는 &#8216;규범 문법&#8217;, &#8216;규범주의&#8217;로 용어를 수정하였다.</p>
<p>고대 인도와 그리스의 문법학자들이 자연 문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학문으로서의 문법의 기원이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자연 문법의 체계성이 밝혀졌을 뿐만이 아니라 이를 인공적으로 더욱 체계화하는 일도 일어났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의 문화를 숭상하여 고전 그리스어의 아티카 방언의 합리적인 문법 요소를 받아들여 매우 체계적인 고전 라틴어 문법을 완성하였다. 지금도 고전 라틴어를 배우는 이들은 문법의 합리성에 매력을 느끼는 이가 많다고 한다.</p>
<p>영어에서 to 부정사를 분리시키는 것이 문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to boldly go와 같이 to와 동사 사이에 부사를 넣는 것은 틀리다는 것이다. 적어도 19세기부터 to 부정사 분리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 이유는 아마 고전 라틴어의 문법을 흉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설이 있다. 어쨌든 고전 라틴어 문법처럼 다른 언어의 문법도 인공적으로 체계화,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프랑스어를 배우는 이들을 괴롭히는 여러 문법 규칙 상당수는 문법학자들이 고전 라틴어 문법을 흉내내어 도입한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p>
<p>한국어의 문법도 국어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된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분명 효율적인 의사 소통을 위해서는 통일된 문법이 필요하다. 규범 문법은 현실의 자연 문법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정해져야 하고 반대로 언중은 질서 있는 언어 생활을 위해 규범 문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반감 등의 이유로 규범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p>
<p>그러나 규범 문법을 현실의 자연 문법과 너무 달라지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 바꾸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규범 문법에 대한 언중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고, 현실 언어에서 이미 규범 문법과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면 언중의 합의를 통해 현실에 맞게 규범 문법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실제 한국어의 어문 규범이 몇 년마다 수시로 조금씩 바뀌는 것은 규범 문법이 현실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p>
<h2>외국어 교육에서의 문법</h2>
<p>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말한 문법은 대충 언어의 사용에 관련된 규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B%AC%B8%EB%B2%95">위키백과의 정의</a>를 따르면 넓은 의미에서의 문법은 음성학, 음운론, 의미론, 형태론, 구문론(통사론), 화용론 등 언어 규칙에 관련된 언어학의 여러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p>
<p>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법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외국어 교육에 관련해서가 아닌가 한다. 이때 &#8216;문법&#8217;은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문장 성분, 문장 구조, 어순, 품사 등을 따지는 통사론과 형태론을 의미한다. 외국어 교육이 너무 문법 위주로 되어 있다는 말을 할 때는 이 좁은 의미를 쓰는 것이다. 문법 대신에 흔히 강조하는 회화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문법에 포함된다. 보통 &#8216;문법이 틀렸다&#8217;라고 할 때에도 이 좁은 의미의 문법, 정확히 말하면 통사론과 형태론 일부만을 말한다. 발음이 틀렸다고 해서 문법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는다.</p>
<p>그러니 문법 위주의 교육에 대한 비판은 규범 문법에 대한 비판과는 대상이 구별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문법 연구는 좁은 의미의 문법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규범 문법의 상당 부분은 통사론과 형태론을 다룬다. 또 외국어 교육에서 문법을 가르칠 때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문법에 맞도록 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문법은 규범적인 성격을 가진다.</p>
<h2>규범주의에 대해</h2>
<p>한국어나 외국어를 배우면서 어떻게 쓰는 것이 맞고 어떻게 쓰는 것이 틀리다는 얘기만 많이 들은 기억이 있다면 다소 의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언어학자들은 대부분 규범주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언어학자들은 언어 사용에 관련된 여러가지 규칙, 즉 문법을 기술하는 것이 목적이지 어떤 규칙이 맞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규범주의자들은 때로는 자의적인 규칙을 들이대어 언어 사용을 재단하려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언어의 발전에 규범주의가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불만이 나올만도 하다.</p>
<p>그러나 어느 한도 내에서 규범주의는 필요하다. 언중이 언어를 사용하는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여 그를 따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A라고 말하는데 혼자 B라고 말한다면 의사 소통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또 언어 사용 규칙이 조금씩 다른 이들이 모두 불편함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위해 표준어가 있는 것이고, 이 표준어를 가르치고 보급하려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맞고 틀린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어 교육과 국가의 언어 정책은 규범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 블로그에서 주로 다루는 외래어 표기법도 그렇게 해서 나온 언어 규범 가운데 포함된다.</p>
<p>이렇게 필요에 의해 언어 규범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이들은 그것이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고 현실 언어에 맞도록 언어 규범을 끊임없이 보완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고 &#8216;먹거리&#8217;, &#8216;바래요&#8217; 등을 바른 표현으로 인정해야 할지와 같은 개별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나는 외래어 표기법과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논할 자신이 없어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인터넷 상에서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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