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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페르시아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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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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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페르시아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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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언어학자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영화: 컨택트(Arrival)</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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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13 Feb 2017 01:40:12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Arrival]]></category>
		<category><![CDATA[SF]]></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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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거대한 외계 비행물체 12개가 미국의 몬태나 주를 포함한 지구 곳곳에 출현한다. 얼마 후 미군은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루이즈 뱅크스(에이미 애덤스 분) 박사를 찾아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해줄 것을 요청한다. 과연 뱅크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왜 지구에 왔는지 밝혀낼 수 있을까? 얼마 전에 한국에서 개봉한 캐나다의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2016년작 영화 《컨택트》는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거대한 외계 비행물체 12개가 미국의 몬태나 주를 포함한 지구 곳곳에 출현한다. 얼마 후 미군은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루이즈 뱅크스(에이미 애덤스 분) 박사를 찾아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해줄 것을 요청한다. 과연 뱅크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왜 지구에 왔는지 밝혀낼 수 있을까?</p>
<p>얼마 전에 한국에서 개봉한 캐나다의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2016년작 영화 《컨택트》는 이처럼 언어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나는 것은 SF(science fiction,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외계인과 어떻게 의사소통이 가능할지를 진지하게 탐구한 작품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언어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보기 드문 영화이니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해가면서 언어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려 한다.</p>
<figure id="attachment_107204"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204" style="width: 3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20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a105406bbfd.jpg" alt="" width="300" height="429"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a105406bbfd.jp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a105406bbfd-210x300.jpg 210w" sizes="(max-width: 300px) 100vw, 3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204" class="wp-caption-text">《컨택트》의 한국판 포스터</figcaption></figure>
<p>영화 《컨택트》의 영어 원제는 &#8216;도착&#8217;을 뜻하는 <i>Arrival</i> &#8216;어라이벌&#8217;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하필이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1997년에 영화화한 《콘택트》와 비슷하게 제목을 붙였다(원제는 <i>Contact</i>). 이 작품도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을 다루는 SF 영화인데 국내 제목을 비슷하게 지어놓았으니 헷갈리기도 하고 국내에서 성공했던 1997년 영화에 기대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국내 제목을 붙인 쪽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컨택트》에 등장하는 대형 외계 비행물체가 콘택트렌즈 모양이기는 하다.</p>
<p>영어 contact /ˈkɒntækt/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8216;콘택트&#8217;이다. 영어의 모음 음소 /ɒ/는 영국 발음에서 [ɒ]로, 미국 발음에서 [ɑː]로 발음되며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원칙이고 경우에 따라 미국 발음을 따라 &#8216;아&#8217;로 적기도 한다(예: column /ˈkɒləm/ &#8216;칼럼&#8217;). 그러니 contact /ˈkɒntækt/는 &#8216;콘택트&#8217;로 적는 것이 원칙이고 미국 발음을 따른다고 해도 &#8216;컨택트&#8217;가 아니라 &#8216;칸택트&#8217;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8216;콘택트&#8217;가 표준어로 실려있다. 하지만 concept /ˈkɒnsɛpt/, conference /ˈkɒnf<small>(ə)</small>ɹ<i>ə</i>ns/ 등을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른 &#8216;콘셉트&#8217;, &#8216;콘퍼런스&#8217; 대신 &#8216;컨셉(트)&#8217;, &#8216;컨퍼런스&#8217;라고 흔히 쓰는 것처럼 표준 표기인 콘택트 대신 &#8216;컨택(트)&#8217;로 쓰기도 하기 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 같다.</p>
<p>그런데 영어 contact가 I will contact you에서처럼 동사로 쓰일 경우 명사와 마찬가지로 /ˈkɒntækt/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둘째 음절에 강세를 주어 /kənˈtækt/로 발음하기도 한다. 이 경우의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8216;컨택트&#8217;이다. 하지만 영화 제목은 &#8216;접촉&#8217;, &#8216;연락&#8217;을 뜻하는 명사로 봐야지 동사로 보고 읽지는 않는다.</p>
<p>영화 《컨택트》의 원작은 미국의 SF 작가 테드 챙(Ted Chiang, 중국어 이름은 姜峯楠 &#8216;장펑난&#8217;)의 1998년작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이다. 영화로 만들면서 원작 소설과 상당히 달라지기도 했고 원래의 제목이 로맨틱 코미디인 것처럼 들린다고 해서 제목을 <i>Arrival</i>로 바꿨다.</p>
<p>영화 초반에 뱅크스 박사를 찾아온 미군의 웨버 대령(포리스트 휘터커 분)은 뱅크스가 예전에 &#8216;파르시(Farsi)&#8217;를 해독하는데 도움을 줄 때 나온 기밀 취급 허가가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을 한다. 영어의 Farsi는 이란에서 쓰는 페르시아어를 페르시아어를 페르시아어로 فارسی <i>‎fārsi</i>라고 하는데서 나온 이름인데 비교적 최근인 20세기에 쓰기 시작한 이름으로 예전에는 그냥 페르시아어라는 뜻인 Persian으로 불렀으며 지금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Persian이라고 부른다.</p>
<p>페르시아어는 이란의 국어일 뿐만이 아니라 타지키스탄에서 쓰는 타지크어,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도 같은 페르시아어의 방언이다. 그러니 미군에서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언어이다. 그러니 페르시아어 번역은 어학병이나 현지 계약자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언어학자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언어 관련 부분 자문을 맡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 대학교의 언어학자 제시카 쿤(Jessica Coon) 교수는 뱅크스가 페르시아어 대신 파키스탄 북부의 부루쇼족이 쓰는 부루샤스키어와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언어를 번역한 것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a href="https://www.washingtonpost.com/entertainment/its-all-in-the-wording-arrival-raises-profile-of-linguists-making-them-almost-cool/2016/11/11/9ac60a14-a773-11e6-ba59-a7d93165c6d4_story.html?utm_term=.b648099291e6">《워싱턴 포스트》 기사 참조</a>).</p>
<p>제시카 쿤은 뱅크스가 웨버에 의해 &#8216;번역의 달인&#8217; 정도로 소개되는 부분도 바꾸려고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언어학자는 언어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을 다루지 번역을 주로 하지는 않는다. 언어학자라고 꼭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p>
<p>웨버는 뱅크스에게 외계인이 내는 소리를 녹음한 것을 들려주며 해석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뱅크스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외계인과 직접 대면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웨버가 외계인을 접근하게 허락해줄 수는 없다며 버클리 대학교의 언어학자를 찾아가려 하자 뱅크스 박사는 그 언어학자에게 산스크리트어로 &#8216;전쟁&#8217;이란 낱말이 무엇이며 해석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얼마 후 돌아온 웨버는 뱅크스에게 &#8216;전쟁&#8217;은 산스크리트어로 gavisti이며 &#8216;논쟁(an argument)&#8217;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한다. 뱅크스는 같은 단어를 &#8216;소를 더 원하는 것(a desire for more cows)&#8217;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웨버는 다른 언어학자 대신 뱅크스를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p>
<p>산스크리트어 गविष्टि <i>gáviṣṭi</i> &#8216;가비슈티&#8217;는 &#8216;전쟁&#8217;보다는 &#8216;전투&#8217;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8216;소&#8217;를 뜻하는 गो <i>gó</i>에 &#8216;원하는 것&#8217;을 뜻하는 इष्टि ‎<i>iṣṭi</i>가 합친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 소털이가 분쟁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어원인데 문화와 언어는 떼어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든 예 같다. 하지만 보통 말하는 &#8216;전쟁&#8217;이란 뜻의 단어로는 युद्धम् <i>yuddhám</i> &#8216;유담&#8217;이 있으니 영화에서 쓴대로는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p>
<p>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은 다리가 일곱 개라고 하여 고대 그리스어로 &#8216;일곱&#8217;을 뜻하는 ἑπτά <i>heptá</i> &#8216;헵타&#8217;에서 온 hepta-와 &#8216;다리&#8217;를 뜻하는 πούς <i>poús</i> &#8216;푸스&#8217;의 속격형 ποδός <i>podós</i> &#8216;포도스&#8217;에서 온 -pod를 합친 &#8216;헵타포드(heptapod)&#8217;라고 부른다. 뱅크스 박사의 노력으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p>
<p>미군의 웨버 대령(포리스트 휘터커 분)은 뱅크스 박사에게 빨리 외계인들에게 온 목적을 물어볼 수 없냐고 다그친다. 그러자 뱅크스 박사는 &#8216;캥거루&#8217;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선원들이 주머니에 새끼를 넣고 뛰어다니는 동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원주민에게 물어보았더니 &#8216;캥거루&#8217;라고 대답해서 그렇게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8216;캥거루&#8217;는 원주민의 언어로 &#8216;못 알아듣겠다&#8217;라는 뜻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고 나서 웨버 대령이 자리를 뜨자 이를 듣고 있던 물리학자 이언 도널리(제러미 레너 분)이 뱅크스 박사에게 훌륭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자 뱅크스 박사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전달한다고 대답한다.</p>
<p>〈<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16/12/13/%ec%ba%a5%ea%b1%b0%eb%a3%a8%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c%9c%a0%eb%9e%98/">&#8216;캥거루&#8217;라는 이름의 유래</a>〉라는 글에서 다룬 것처럼 &#8216;캥거루&#8217;라는 영어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언어 가운데 하나인 구구이미디르어에서 실제로 캥거루를 부른 이름에서 나왔지 &#8216;못 알아듣겠다&#8217;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잘못된 상식을 퍼뜨리는 것으로 보여 걱정했는데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도 일부러 대령을 속인 것이었다.</p>
<p>외계인들의 언어는 실제 언어학자의 자문을 통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누설하지는 않겠다. 영화에서는 사고가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는 &#8216;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8217;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외계인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외계인과 같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p>
<p>사피어·워프 가설은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사람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 그들이 쓰는 언어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언어결정론으로 볼 수 있다. 이 강한 가설은 오늘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구나 촘스키를 필두로 언어의 보편적인 특징을 강조하게 된 20세기 중반에는 개별 언어의 차이에 따른 영향을 다룬 사피어·워프 가설은 찬밥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여러 연구를 통해 제한적으로 상황에 따라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약한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결과도 나왔다.</p>
<p>러시아 출신의 미국 언어학자 로만 야콥손은 &#8216;본질적으로 언어는 전달해야 하는 것에서 차이가 나지 전달할 수 있는 것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Languages differ essentially in what they <em>must</em> convey and not in what they <em>may</em> convey)&#8217;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각각의 언어는 전달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높임말을 쓰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하는 상대를 비롯하여 거론되는 여러 이들의 상하 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높임말을 쓰지 않은 영어와 같은 언어를 쓰는 이보다 여기에 신경을 쓰게 되어있다. 한국어를 쓰는 이는 영어를 쓰는 이에게는 없는 초능력이 있어서 언제 높임말을 쓸지 아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세계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언어에서 필수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을 더 신경쓰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오감을 통해 세계를 인지하면서 시시각각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두뇌는 그 가운데에 사고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언어에 따라 필수적인 정보가 무엇인지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p>
<p>그러니 사피어·워프 가설에 따라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이미 모든 이들이 세계를 인지하는 것 가운데 자신의 언어에서 요구하는 부분에 따라 특정 부분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서 그러는 것이지 다른 언어의 화자들이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터득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는 분명히 다른 생명체인 외계인의 언어를 배운다고 그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까지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은 판타지다운 시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하겠다.</p>
<p>뱅크스는 딸 해나(Hannah)에게 Hannah가 회문(回文), 즉 거꾸로 읽어도 제대로 읽은 것과 같은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영어로는 &#8216;팰린드롬(palindrome)&#8217;이라고 한다. 영화의 미국 개봉일은 11월 11일이었고 한국 개봉일은 2월 2일이었던 것도 비슷한 의도로 보인다.</p>
<p>언어와 관계된 세부적인 사항 가운데 이런저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언어학자를 그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손에 쥔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언어와 생각의 관계와 같은 깊은 주제를 다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많지만 상대방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의사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다. 자동 번역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서 가까운 미래에는 언어의 장벽이 무너질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언어에 담긴 상대방의 문화와 사고 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장벽은 남아있을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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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는 &#8216;모즈타바&#8217;가 아니라 &#8216;모지타바 하메네이&#8217;</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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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Sun, 15 Mar 2026 13:59:35 +0000</pubDate>
				<category><![CDATA[표기 용례]]></category>
		<category><![CDATA[아랍어]]></category>
		<category><![CDATA[영어]]></category>
		<category><![CDATA[우르두어]]></category>
		<category><![CDATA[이란]]></category>
		<category><![CDATA[튀르키예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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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를 대부분 언론에서는 &#8216;모즈타바 하메네이&#8217;로 부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 이름은 &#8216;모지타바 하메네이&#8217;라고 적어야 한다. 이란 페르시아어로 이 이름은 مجتبی خامنه‌ای Mojtabā Khāmeneh&#8217;ī [moʤtæˈbɒː xɒːmeneˈʔiː]로 발음된다. 개모음 a [æ]와 ā [ɒː]는 고전 페르시아어 및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어)에서 각각 [æ~a], [ɑː]에 해당하므로 둘 다 &#8216;아&#8217;로 적는다고 하면 이 발음에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fxdycYtH2bJ6uEwND8kZavYKeK9XyDyVNegD5Xg7AFiKJzEzCmnPANrQb4Q6f93Z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를 대부분 언론에서는 &#8216;모즈타바 하메네이&#8217;로 부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 이름은 &#8216;모지타바 하메네이&#8217;라고 적어야 한다.</p>
<p>이란 페르시아어로 이 이름은 مجتبی خامنه‌ای Mojtabā Khāmeneh&#8217;ī [moʤtæˈbɒː xɒːmeneˈʔiː]로 발음된다. 개모음 a [æ]와 ā [ɒː]는 고전 페르시아어 및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어)에서 각각 [æ~a], [ɑː]에 해당하므로 둘 다 &#8216;아&#8217;로 적는다고 하면 이 발음에 외래어 표기법에 있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적용한 표기는 &#8216;모지타바 하메네이&#8217;이다.<br />
기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를 보면 이란의 지명 سنندج Sanandaj [sænænˈdæʤ]는 &#8216;사난다지&#8217;로 적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관련된 이름으로 나오는 표기 용례 가운데 자음 앞이나 어말에 j가 쓰인 것으로는 이게 유일하기 때문인지 이를 &#8216;지&#8217;로 적어야 한다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p>
<p>대신 이란 바깥으로 범위를 넓히면 자음 앞이나 어말에 j를 쓴 페르시아어 표기 용례를 몇 개 더 찾을 수 있다. Taj Mohammad Wardak라는 로마자 표기로 통용되는 아프가니스탄 정치가는 &#8216;타지 모하마드 와르다크&#8217;로 적고 있는데 파슈토어 및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어)로는 تاج محمد وردگ Tāj Muhammad Wardak이다. 기타 언어로 취급한 표기 용례이지만 현지에서 다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페르시아어는 파슈토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이고 파슈토어보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p>
<p>인도 이슬람 건축의 대표작인 Tāj Mahal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8216;타지마할&#8217;로 쓴다. 우르두어 تاج محل Tāj Mahal 및 힌디어 ताज महल Tāj Mahal 발음은 [t̪aːʤ-ˈmɛɦ<small>(ɛ)</small>l] &#8216;타지메헬&#8217; 정도인데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تاج محل Tāj Mahall &#8216;타지마할&#8217;이다. 페르시아어는 역사적으로 남아시아에서 고급 언어로서 영향력이 강했으며 타지마할을 지은 무굴 왕조의 공용어도 페르시아어였다. 궁극적으로 아랍어로 &#8216;왕관&#8217;을 뜻하는 تاج tāj &#8216;타지&#8217;와 &#8216;궁전&#8217;을 뜻하는 محل mahall &#8216;마할&#8217;에서 온 이름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8216;타지메헬&#8217;이라는 발음은 우르두어와 힌디어에서 aha /əɦə/의 /ə/가 변이음 [ɛ]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다. 이는 아랍어 رحمن Raḥmān &#8216;라흐만&#8217;에서 유래한 우르두어 이름 رحمن Rahmān이 [rɛɦmaːn]으로 발음되고 통용 로마자에서 Rehman과 Rahman이 혼용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타지마할에서는 어원을 존중했기 때문인지 페르시아어 발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인지 Taj Mehel이나 Taj Mehl 대신 Taj Mahal로 통용된다.<br />
유성 후치경 파찰음 [dʒ~ʤ]와 무성 후치경 파찰음 [tʃ~ʧ]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는다. 반면 [dz~ʣ]와 [ts~ʦ]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8216;즈&#8217;, &#8216;츠&#8217;로 적는다. 영어에서는 age [ˈeɪ̯ʤ] &#8216;에이지&#8217;, aitch [ˈeɪ̯ʧ] &#8216;에이치&#8217;, aids [ˈeɪ̯dz] &#8216;에이즈&#8217;, eights [ˈeɪ̯ts] &#8216;에이츠&#8217;로 적는 것에서 이를 볼 수 있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 명시적으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적용하여 표기하도록 한 것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뿐이지만 Sanadaj &#8216;사난다지&#8217;, Tāj Mahal &#8216;타지마할&#8217; 같은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래어 표기법에서 따로 다루지 않는 다른 언어의 표기에서도 그동안 이 방식을 적용해 왔다.</p>
<p>일례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인도 아대륙에 있는 집단을 이르는 표제어 &#8216;라지푸트-족(Rājpūt族)&#8217; 및 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이르는 &#8216;라지푸타나(Rajputana)&#8217;가 표제어로 실려있다. 힌디어를 기준으로는 각각 राजपूत Rājpūt [raːʤpuːt̪] &#8216;라지푸트&#8217;, राजपुताना Rājputānā [raːʤpʊt̪aːnaː] &#8216;라지푸타나&#8217;로 발음되는데 어중 자음 앞에 오는 j [ʤ]를 &#8216;지&#8217;로 적었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하지(Hāji)&#8217;도 표제어로 실려 있는데 &#8216;이슬람교에서, 메카 순례 또는 그 순례를 마친 이를 높여 이르는 말&#8217;로 풀이하고 있다. 원어 표기가 아리송하지만 사실 아랍어로 메카 순례를 뜻하는 حج Ḥajj [ħadʤ] &#8216;하지&#8217;와 그 순례자를 뜻하는 حاج ḥājj [ħaːdʤ] &#8216;하지&#8217; 및 그 변이형 حجي ḥajjī [ħadʤiː] &#8216;하지&#8217;를 혼합한 것으로 보인다(원어에서 두 의미는 모음 길이로 구별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원어 표기로 내세운 Hāji는 적어도 아랍어에서 쓰는 형태에는 대응되지 않는다.</p>
<p>자음 앞이나 어말의 [ʤ]를 &#8216;지&#8217;로 적으면 자음 [ʤ]로 끝나는 Ḥajj 및 ḥājj와 모음 [iː]로 끝나는 ḥajjī의 한글 표기가 &#8216;하지&#8217;로 같아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영어에서도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Marge [ˈmɑː<i>ɹ</i>ʤ]와 Margie [ˈmɑː<i>ɹ</i>ʤi]를 둘 다 &#8216;마지&#8217;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이다.</p>
<p>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핫즈(Hajj)&#8217;도 표제어로 실려 있고 &#8216;이슬람력 12월 8일부터 10일에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8217;로 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2007년경에 마련된 아랍어 표기 시안에 따라 حج Ḥajj를 적은 표기로 보인다. 이 시안에서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 아랍어의 ج j를 &#8216;즈&#8217;로 적도록 했다. 아랍어의 ج j는 [ʒ], [ɡ], [ɟ] 등 여러 발음이 있지만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보통 [ʤ]로 발음되는데 이를 &#8216;즈&#8217;로 적도록 한 것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는 유래가 없다.</p>
<p>아랍어 표기 시안은 끝내 정식으로 고시되지 않았지만 나타난 후로 여러 아랍어 용례의 심의에 적용되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찾아보면 2013년 3월 1일 외래어 표기 실무소위에서 카타르 축구 선수 Saud Al Hajri라는 로마자로 통용되는 카타르 축구 선수 سعود الهاجري Suʿūd al-Hājrī를 &#8216;하즈리, 사우드&#8217;로 심의한 것도 나온다(심의 자료에서는 al Hājrī, Saʕūd로 표기했다). 문어체 아랍어로는 سعود가 Suʿūd &#8216;수우드&#8217;로 발음되지만 구어체 발음 및 통용 로마자 표기에 따라 &#8216;사우드&#8217;로 적었으며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하지리&#8217;로 적었을 Hājrī를 &#8216;하즈리&#8217;로 적었다.</p>
<p>아랍어 표기 시안과 비슷한 시기에 마련된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도 c [ʤ]와 ç [ʧ]를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각각 &#8216;즈&#8217;, &#8216;츠&#8217;로 적도록 했다. 그래서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외래어 표기 실무소위에서는 지명 Suruç &#8216;수루츠&#8217; 및 인명 Bülent Arınç &#8216;뷜렌트 아른츠&#8217;, Kemal Kılıçdaroğlu &#8216;케말 클르츠다로을루&#8217;, Selçuk Kozağaçlı &#8216;셀추크 코자아츨르&#8217; 등을 심의했다(다행인지 몰라도 최근에 자음 앞이나 어말에 c가 들어간 용례는 심의된 적이 없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ʧ]를 &#8216;치&#8217;로 적는 기존의 방식으로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Suruç [suɾuʧ] &#8216;수루치&#8217;, Bülent Arınç [bylɛnt aɾɯnʧ] &#8216;뷜렌트 아른치&#8217;, Kemal Kılıçdaroğlu [cemal kɯɫɯʧdaɾoːɫu] &#8216;케말 클르치다롤루&#8217;, Selçuk Kozağaçlı [sɛlʧuk kozaaʧɫɯ] &#8216;셀추크 코자아칠르&#8217;가 될 것이다.</p>
<p>이처럼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와 [ʧ]를 각각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도록 했는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아랍어와 튀르키예어 표기 시안에서마저 &#8216;즈&#8217;, &#8216;츠&#8217;로 적게 한 것은 아무래도 한글로 표기할 때 받침으로 적을 수 없는 대다수 자음 끝에는 &#8216;으&#8217;를 붙이는 습관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답습한 결과일 것이다.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k] &#8216;크&#8217;, [f] &#8216;프&#8217;, [s] &#8216;스&#8217; 등 받침으로 적지 않는 대부분의 자음 뒤에 &#8216;으&#8217;를 붙인다.</p>
<p>대신 같은 후치경음인 마찰음 [ʃ]는 민간에서도 &#8216;쉬&#8217;로 적는 일은 많아도 &#8216;스&#8217;로 적는 일이 거의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대체로 자음 앞에서는 &#8216;슈&#8217;, 어말에서는 &#8216;시&#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 영어 cash [ˈkæʃ]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8216;캐시&#8217;로 적는데 이를 비표준 표기인 &#8216;캐쉬&#8217;로 적는 일은 많아도 &#8216;캐스&#8217;로 적는 일은 본 적이 없다.</p>
<p>영어에서는 보통 y로 나타내는 반모음 [j]는 경구개 접근음이다. 혀가 입천장 가운데의 단단한 부분인 경구개에 접근하여 조음된다. [j]는 모음 [i] &#8216;이&#8217;와 도 통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경구개음이나 치경구개음을 비롯하여 경구개음의 성질을 어느 정도 가진 후치경음이나 권설음에는 &#8216;으&#8217; 대신 &#8216;이&#8217; 또는 &#8216;유&#8217;를 붙인다. 따라서 경구개음 [ɲ] &#8216;니&#8217;, 폴란드어 ś에서 볼 수 있는 치경구개음 [ɕ] &#8216;시&#8217;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8216;이&#8217;를 붙이고 후치경음인 [ʃ] &#8216;슈/시&#8217;, 폴란드어의 sz에서 볼 수 있는 권설음 [ʂ] &#8216;슈/시&#8217;는 대체로 자음 앞에서 &#8216;슈&#8217;, 어말에서는 &#8216;시&#8217;로 적는다(독일어와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등의 [ʃ]는 어말에서도 &#8216;슈&#8217;로 적는다). 자음 앞이나 어말의 [ʒ]를 영어와 루마니아어(j)에서는 &#8216;지&#8217;로, 프랑스어와 헝가리어(zs), 세르보크로아트어(ž), 체코어(ž)에서는 &#8216;주&#8217;로 적는다(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쥬&#8217; 같은 표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8216;ㅈ&#8217;에 &#8216;유&#8217;를 합친 표기는 &#8216;주&#8217;가 된다). 그러니 후치경음인 [ʤ]와 [ʧ]를 각각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는 것도 경구개음의 성질을 반영한 표기이다.</p>
<p>한국어의 &#8216;ㅅ&#8217;은 일반 모음 앞에서는 [s] 정도의 치경음으로 발음되지만, &#8216;시&#8217;에서는 [ɕ] 정도의 치경구개음, &#8216;쉬&#8217;에서는 [ʃ] 정도의 후치경음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8216;스&#8217;와 [ʃ]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식한다. 하지만 파찰음 &#8216;ㅈ&#8217;, &#8216;ㅊ&#8217;에서는 뒤따르는 모음이 조음 위치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뒤따르는 모음에 상관 없이 [ʥ], [ʨʰ] 같은 치경구개음으로 발음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묘사되었으며(모음 사이 기준) 최근에는 그냥 [ʣ], [ʦʰ]와 같은 치경음으로 보통 발음된다는 연구가 많다(내 생각에는 그래도 경구개음화를 동반하는 [ʣʲ], [ʦʲʰ]에 가까워 보인다).</p>
<p>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ʤ]와 [ʧ]의 경구개음 성질을 나타내기 위해 &#8216;이&#8217;를 붙여 각각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도록 하지만 &#8216;즈&#8217;, &#8216;츠&#8217;로 쓰나 &#8216;지&#8217;, &#8216;치&#8217;로 쓰나 별로 음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처럼 익숙한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ʤ]와 [ʧ]를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을 생각을 하기 어렵다.</p>
<p>그래도 케냐의 난디어 이름인 Kipkoech &#8216;킵코에치&#8217;에서와 같이 잘 모르는 언어에서 온 생소한 말이라도 ch로 끝나는 것은 &#8216;치&#8217;로 적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영어에서도 [ʧ]를 보통 ch로 쓰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에서 ch가 [ʧ]를 나타내는 것은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8216;치&#8217;로 적는 것이 그런대로 익숙하다.</p>
<p>하지만 영어에서는 역사적인 이유로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를 보통 ge라는 철자로 쓰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 age [ˈeɪ̯ʤ] &#8216;에이지&#8217;, large [ˈlɑː<i>ɹ</i>ʤ] &#8216;라지&#8217;, message [ˈmɛsᵻʤ] &#8216;메시지&#8217; 같은 단어에서는 [ʤ]를 &#8216;지&#8217;로 적지만 철자 ge를 &#8216;지&#8217;로 적는 데 익숙한 것이라서 다른 철자가 오면 헷갈린다.</p>
<p>이는 마찰음인 [ʒ]도 마찬가지이다. 영어에서는 자음 앞이나 어말의 [ʒ]도 &#8216;지&#8217;로 적게 하고 있지만 beige [ˈbeɪ̯ʒ] &#8216;베이지&#8217;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의 [ʒ]는 보통 철자 ge로 적기 때문에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래퍼이자 가수인 Niki Minaj [ˈnɪki mᵻˈnɑːʒ]는 민간에서 규범에 따른 &#8216;니키 미나지&#8217; 대신 &#8216;니키 미나즈&#8217;로 흔히 통용된다. 대신 [ʒ]의 경우 프랑스어 Mirage [miʁaʒ]를 규범에 따른 &#8216;미라주&#8217; 대신 &#8216;미라즈&#8217;로 적는 등 ge로 쓰는 것도 민간에서 &#8216;즈&#8217;로 적는 일이 있으니 &#8216;즈&#8217;로 적는 것이 꼭 철자 때문은 아니다.</p>
<p>영어에서도 드물게 Edgware [ˈɛʤwɛə̯<i>ɹ</i>], Hodgson [ˈhɒʤs<small>(ə)</small>n] &#8216;호지슨&#8217;, Wedgwood [ˈwɛʤwʊd] &#8216;웨지우드&#8217;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중에서 모음이 따르지 않는 dg로 [ʤ]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으며 가끔 Hodgson &#8216;호즈슨&#8217;, Wedgwood &#8216;웨즈우드&#8217; 같은 비표준 표기도 찾아볼 수 있다.</p>
<p>미국의 농구 선수 Jrue Holiday [ˈʤɹuː ˈhɒlə⟮ᵻ⟯deɪ̯]는 2022년 11월 16일 제163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표기가 &#8216;즈루 홀리데이&#8217;로 정해졌다. Jrue라는 특이한 이름은 Drew [ˈdɹuː] &#8216;드루&#8217;를 발음대로 적은 이철자이다. 오늘날 대다수 영어 화자는 자음군 dr [dɹ], tr [tɹ]의 첫 음을 파찰음화해서 [ʤɹ], [ʧɹ]로 발음한다. 물론 모든 방언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아직 사전에 나타나는 발음 표기는 철자를 기준으로 첫 음을 [d], [t]로 보며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이를 따르지만 영어 training [ˈtɹeɪ̯nɪŋ] &#8216;트레이닝&#8217;에서 온 외래어 &#8216;추리닝&#8217;에서 볼 수 있듯이 한글 표기에서도 가끔 반영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Jrue [ˈʤɹuː]의 경우는 &#8216;추리닝&#8217;을 참고해서 &#8216;주루&#8217;로 적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영어의 [ʤɹ], [ʧɹ]는 강한 원순성을 동반하는, 즉 [w]을 발음할 때처럼 입술을 동그랗게 하여 발음하는 조합이기 때문에 &#8216;이&#8217;나 &#8216;으&#8217; 대신 &#8216;우&#8217;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자음군 [ʤɹ], [ʧɹ]에 한정하여 &#8216;주ㄹ&#8217;, &#8216;추ㄹ&#8217;로 적으면 natural [ˈnæʧ<small>(ə)</small>ɹəl]을 &#8216;내처럴&#8217;이나 &#8216;내치럴&#8217; 대신 익숙한 &#8216;내추럴&#8217;로 적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hedgerow [ˈhɛʤɹoʊ̯] &#8216;헤지로&#8217;처럼 hedge-row의 형태소 경계가 있는 경우에는 나눠서 적어야 할 것이다.</p>
<p>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음 앞이나 어말의 [ʤ], [ʧ]는 각각 &#8216;지&#8217;, &#8216;치&#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Mojtabā는 &#8216;모지타바&#8217;로 고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급히 준비한 글을 올린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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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도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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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Wed, 28 Feb 2024 03:49:51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구자라트어]]></category>
		<category><![CDATA[주빈메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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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2019년에 은퇴한 인도 출신의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는 몬트리올 교향악단,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의 음악 감독을 역임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그의 모어인 구자라트어로 그의 이름은 ઝુબિન મહેતા Jhubin Mahētā &#8216;주빈 마헤타&#8217;로 쓰고 힌디어로는 ज़ुबिन मेहता Zubin Mēhtā &#8216;주빈 메타&#8217;로 쓴다. 힌디어 고유 어휘에는 /z/ 음소가 쓰이지 않지만 페르시아어, 영어 등에서 차용한 어휘에서 [z]가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2h2WjBsGAhcanETaYLebkZEBSW2mgJtGFungMeYNEDatn9oh4bx3pt7gFfZnKExr5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2019년에 은퇴한 인도 출신의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는 몬트리올 교향악단,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의 음악 감독을 역임한 세계적인 거장이다.</p>
<p>그의 모어인 구자라트어로 그의 이름은 ઝુબિન મહેતા Jhubin Mahētā &#8216;주빈 마헤타&#8217;로 쓰고 힌디어로는 ज़ुबिन मेहता Zubin Mēhtā &#8216;주빈 메타&#8217;로 쓴다. 힌디어 고유 어휘에는 /z/ 음소가 쓰이지 않지만 페르시아어, 영어 등에서 차용한 어휘에서 [z]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데바나가리 문자 자모 ज j [ʤ]에 점을 붙인 ज़ z로 나타낸다. 대신 힌디어 화자 가운데는 이를 그냥 j로 적은 것처럼 [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p>
<p>Zubin은 원래 고전 페르시아어 남자 이름 زوبین Zōbīn &#8216;조빈&#8217;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고전 페르시아어의 ō가 ū로 변한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로는 Zūbīn &#8216;주빈&#8217;이다. 첫 음이 유성 후치경 마찰음 ژ zh [ʒ]인 ژوبین Zhōbīn/Zhūbīn &#8216;조빈/주빈&#8217;, 무성 후치경 파찰음 چ ch [ʧ]인 چوبین Chōbīn/Chūbīn &#8216;초빈/추빈&#8217;이나 b 대신 p를 쓴 زوپین Zōpīn/Zūpīn &#8216;조핀/주핀&#8217; 같은 이형도 보인다.</p>
<p>590년부터 591년까지 잠시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왕위를 차지했던 بهرام چوبین Bahrām Chōbīn &#8216;바람 초빈&#8217;이라는 인물이 있고 중세 페르시아어식으로는 𐭥𐭫𐭧𐭫𐭠𐭭 Wahrām Chōbēn &#8216;와람 초벤&#8217;이니 아마도 ch를 쓴 형태가 원형에 가까울 것이다. چوب chōb &#8216;초브&#8217;는 고전 페르시아어로 &#8216;나무&#8217; 또는 &#8216;나무 막대기&#8217;, &#8216;나무 지팡이&#8217; 등을 뜻하는데 여기서 무기 &#8216;창&#8217;을 뜻하는 chōbīn이 나오고 이게 별명으로 쓰이게 되었을 수 있겠다.</p>
<p>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가즈니 왕조가 11세기에 인도 북부를 정복한 이후 언어·문화적으로 페르시아화된 튀르크계 통치자들이 인도에 여러 왕국을 세웠기 때문에 인도는 오랫동안 페르시아 문화권에 속했다. 가즈니 왕조를 비롯해서 델리 술탄국, 무굴 제국 등의 공용어는 페르시아어였으며 영국의 동인도 회사도 초기에는 페르시아어를 공용어로 쓰다가 1837년에 영어로 이를 대체했다.</p>
<p>그러니 인도에서 페르시아어식 이름이 쓰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주로 이슬람교도일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도 집안 출신인 인도의 테니스 선수 사니아 미르자(Sania Mirza, ثانیہ مرزا Sānyah Mirzā)는 이름 전체가 페르시아어식이다. 우르두어 ثانیہ Sānyah &#8216;사니아&#8217;는 아랍어 ثانية thāniyah &#8216;사니야&#8217;가 페르시아어 ثانیه sāniyah &#8216;사니야&#8217;를 거쳐 전해진 형태이고 우르두어 مرزا Mirzā는 페르시아어 경칭 میرزا Mīrzā에 해당한다.</p>
<p>하지만 주빈 메타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다. 그는 1936년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에서 파르시 가정에 태어났다. 파르시는 7세기에 페르시아가 이슬람 제국에 정복된 이후 인도로 건너가 오늘날의 인도 서부인 구자라트 지역에 정착한 조로아스터교인의 후손이다.</p>
<p>구자라트어 પારસી Pārsī &#8216;파르시&#8217;는 원래 이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후에 의미가 변화하여 이 종교·민족 집단을 일컫게 되었다. 이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이란 서남부 파르스(پارس Pārs) 지역 사람을 뜻하는 پارسی Pārsī &#8216;파르시&#8217;와 계통이 같다. 파르스는 고대 페르시아어로 파르사(𐎱𐎠𐎼𐎿 Pārsa)라고 하였으며 여기서 고대 그리스어 Περσίς(Persís) &#8216;페르시스&#8217;, 라틴어 Persia &#8216;페르시아&#8217;가 나왔다. 그런데 파르스 지역뿐만 아니라 이란 전체를 다스린 옛 나라를 페르시아라고 부르는 것처럼 구자라트어에서는 이란 사람을 모두 파르시라고 불렀던 것이다.</p>
<p>한편 페르시아가 이슬람 제국에 정복된 후 /p/ 음소가 따로 없어 /f/로 대체한 아랍어의 영향으로 파르스는 오늘날 페르시아어로 فارس‎ Fārs &#8216;파르스&#8217;라고 하고 &#8216;페르시아의&#8217;, &#8216;페르시아인&#8217;, &#8216;페르시아어&#8217;는 فارسی Fārsī &#8216;파르시&#8217;라고 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영어 화자들 사이에서 페르시아어를 전통 이름인 Persian 대신 Farsi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란의 페르시아 어문학회에서는 Persian을 올바른 영어 이름으로 본다. 인도의 파르시는 예전에 영어에서 Parsee라고 썼다가 요즘에는 보통 Parsi라고 쓴다.</p>
<p>파르시는 전통적으로 인도·유럽 어족 인도 어파에 속하는 언어인 구자라트어를 쓰는데 오늘날 많은 수가 구자라트 지역으로부터 바로 남쪽에 있는 뭄바이와 그 주변에 산다. 뭄바이에서는 역시 인도 어파에 속한 마라티어가 공용어이며 주민 가운데 마라티어 사용 인구가 35% 정도로 가장 높은데 구자라트어 화자도 11% 정도이며 교외에서는 마라티어 37%, 구자라트어 31%로 구자라트어 사용 비율이 올라간다. 주빈 메타도 구자라트어가 모어로 알려져 있다.</p>
<p>한편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타 경전에 쓰인 고대 이란어인 아베스타어를 아직도 예식의 언어로 쓴다. 아베스타 경전은 오랫동안, 어쩌면 천 년 가량이나 구전되다가 사산 왕조(226~651) 때 기록되었는데 옛 언어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고대 언어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p>
<p>일상적으로는 구자라트어나 영어 등을 쓰더라도 파르시 가운데는 페르시아어식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영국 보호령이었던 동아프리카 잔지바르(현 탄자니아의 일부) 태생으로 영국 록 밴드 퀸(Queen)의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ˈfɹɛd.i ˈmɜːɹk.jᵿɹ.i]) 역시 파르시 출신으로 본명은 Farrokh Bulsara이다. 영어 발음은 [fə.ˈɹuːk bəl.ˈsɑːɹ.ə] &#8216;퍼루크 벌사라&#8217;이고 구자라트어로 이를 ફારુખ બલસારા Phārukh Balsārā &#8216;파루크 발사라&#8217;로 적은 것도 보이는데 올바른 철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름은 원래 아랍어 이름인 페르시아어 فاروق Fārūq에서 나온 것이고 성은 예전에 Bulsar로 알려졌던 인도 구자라트주 도시 발사드(વલસાડ Valsāḍ) 출신이라는 뜻이다.</p>
<p>&#8216;메타&#8217;는 원래 &#8216;칭송되는&#8217;, &#8216;존경받는&#8217;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महित Mahita &#8216;마히타&#8217;에서 나왔으며 파르시뿐만이 아니라 인도에서 힌두교도, 자이나교도, 시크교도 등도 쓴다. 구자라트어로는 મહેતા Mahetā &#8216;마헤타&#8217;, 펀자브어로는 ਮਹਿਤਾ Mahitā &#8216;마히타&#8217;, 힌디어로는 मेहता Mehtā &#8216;메타&#8217;인데 로마자 표기는 힌디어 형태를 따른 Mehta이다. 힌디어 발음은 [ˈmeːɦtaː]로 h가 발음되지만 한글 표기에서 자음 앞의 h는 원어에서 음가가 있더라도 묵음으로 처리하므로 &#8216;메타&#8217;로 쓴다.</p>
<p>영어로는 [ˈmeɪ̯t.ə] &#8216;메이타&#8217;로 발음하는데 철자 eh가 [eɪ̯]로 실현되는 것은 그냥 &#8216;에&#8217;로 적어서 &#8216;메타&#8217;로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Zubin Mehta를 영어 이름으로 취급하더라도 영어 발음 [ˈzuːb.ᵻn ˈmeɪ̯t.ə]에 따라 &#8216;주빈 메타&#8217;로 적을 수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자서전을 독일어로 썼을 정도로 독일어도 수준급으로 구사하는데 독일어 발음은 [ˈzuːbɪn ˈmeːta] &#8216;주빈 메타&#8217;이다.</p>
<p>주빈 메타의 이름에서 인도에 큰 영향을 끼친 두 고전 언어인 페르시아어와 산스크리트어가 만난 것이 재미있다. 참고로 인도 북부에서 쓰는 인도 어파 언어인 힌두스탄어를 산스크리트어식으로 표준화한 것이 힌디어, 페르시아어식으로 표준화한 것이 우르두어이다. 힌디어의 고급 어휘는 산스크리트어식, 우르두어의 고급 어휘는 페르시아어식이다. 문자도 힌디어는 데바나가리 문자를 쓰고 우르두어는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를 쓴다. 본바탕은 같은 언어이지만 어휘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구문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말하는 주제에 따라 서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이다.</p>
<p>주빈 메타는 구자라트어 외에 이른바 &#8216;봄베이 힌두스탄어(Bombay Hindustani)&#8217;도 구사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정통 힌디어는 배우지 못했지만 서로 다른 모어를 쓰는 뭄바이(옛 이름은 봄베이) 주민들이 교통어로서 쓰는 독특한 힌두스탄어를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뭄바이는 발리우드(Bollywood)라고 불리며 인도 영화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발리우드 영화에서 쓰는 언어는 힌디어나 우르두어 가운데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힌두스탄어여서 힌디어 화자와 우르두어 화자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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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해발 2000m 고지대의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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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Nov 2024 01:44:09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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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서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사용하여 최근에 우즈베키스탄 동남부 해발 2000~2200미터의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Tugunbulak)와 타슈불라크(Tashbulak)를 조사한 내용이 실려있다. 그 가운데 투군불라크는 12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성곽과 요새, 도로 등 각종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었다. 당대 중앙아시아의 최대 도시였던 아프라시아브(Afrāsīāb), 즉 현대의 사마르칸드/사마르칸트(Samarkand)나 탈라스(Talas), 즉 현대의 타라즈/타라스(Taraz) 등이 150~200헥타르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vVTrv7DdbjuyM5qRHtfbcnCgJW68K8kBq9fAMUzdD7zVJYucJ9ofZU1a48TPKu4f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서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사용하여 최근에 우즈베키스탄 동남부 해발 2000~2200미터의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Tugunbulak)와 타슈불라크(Tashbulak)를 <a href="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86-5">조사한 내용</a>이 실려있다.</p>
<p>그 가운데 투군불라크는 12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성곽과 요새, 도로 등 각종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었다. 당대 중앙아시아의 최대 도시였던 아프라시아브(Afrāsīāb), 즉 현대의 사마르칸드/사마르칸트(Samarkand)나 탈라스(Talas), 즉 현대의 타라즈/타라스(Taraz) 등이 150~200헥타르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견이었다. 경작이 거의 불가능한 험한 고지대에 그런 대규모 도시가 존재했으리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근대 이전에 해발 2000미터 정도의 고지대에 건설된 도시는 매우 드물어서 볼리비아의 티와나쿠, 페루의 쿠스코, 티베트의 라싸 등이 손꼽히는 정도이다.</p>
<p>2011년에 미국 고고학자 마이클 프러셰티(Michael Frachetti)와 우즈베키스탄 국립 고고학 센터 원장 파르호드 막수도프(Farhod Maksudov)는 위성 사진의 도움으로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을 답사하던 중 우연히 도기 파편 등이 널린 타슈불라크 유적지를 발견하였다. 2015년에 그곳에서 발굴을 진행하던 중 현지 삼림 관리자가 몇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도기 파편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또 있다고 알려줬다. 찾아가 보니 그의 집은 중세 요새의 터에 지어져 있었다. 투군불라크라고 불리는 이 유적지는 훨씬 더 규모가 컸지만 산악 지대라서 제대로 조사하기가 어려웠고 다른 학자들은 그런 고지대에 대규모 도시가 있었다는 것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p>
<p>그래서 2022년부터 무인기에 라이다 시스템을 탑재하여 유적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라이다(Lidar [ˈlaɪ̯dɑː<i>ɹ</i>])는 &#8216;빛을 통한 탐지와 거리 측정&#8217;을 뜻하는 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레이저 신호를 이용하여 목표물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8216;전파를 통한 탐지와 거리 측정&#8217;을 뜻하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인 레이더/레이다(radar [ˈɹeɪ̯dɑː<i>ɹ</i>])와 작동 원리는 같지만 훨씬 더 파장이 짧은 레이저 신호를 쓰기 때문에 고해상도로 목표물의 입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땅 속에 파묻힌 구조물의 윤곽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10년 동안 라이다 기술은 고고학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마존의 밀림에 덮인 대규모 도시를 발견하는 등 직접 탐사가 어려운 지역에서 유적지를 찾아내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p>
<p>투군불라크와 타라불라크는 금속 기구 생산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돔 형태의 용광로를 포함한 대규모 철 주조소가 발견되었으며 강철을 생산했을 수도 있다. 이 지대는 철광석과 땔감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풍부하며 강한 바람은 제련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p>
<p>탄소 연대 측정과 현지에서 발굴된 주화를 통해 이 두 유적지에는 6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전반까지 사람이 살았다고 추정한다. 여기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무렵에는 이란계 민족인 소그드인들이 중앙아시아의 무역과 아프라시아브를 비롯한 실크로드 도시를 지배했지만 프러셰티는 산지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주변부의 튀르크계 유목민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주거용 건물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에도 현지 유목민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여름에 성곽 내외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다가 겨울에는 더 따뜻한 저지대의 목축지를 찾아 옮겨다녔을 수 있다는 것이다.</p>
<p>9~10세기부터는 몽골 제국이 나타나기 전까지 가장 큰 유목 제국이었던 튀르크계 카라한 왕조가 중앙아시아를 다스렸으니 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의 전성기에는 카라한 왕조의 도시였을 것이다.</p>
<p>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는 오늘날 유적지를 부르는 이름인 듯하고 중세에는 어떻게 불렀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듯하다. 이 연구에 대한 영어권 보도에서는 모두 Tugunbulak, Tashbulak라고 부른다. 이들은 러시아어명인 Тугунбулак, Ташбулак의 로마자 표기이다. 그런데 우즈베크어로는 Tugunbuloq/Тугунбулоқ &#8216;투군불로크&#8217;, Toshbuloq/Тoшбулоқ &#8216;토슈불로크&#8217;라고 부른다.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우즈베크어는 오늘날 공식적으로 로마자로 쓰지만 아직도 소련 시절의 키릴 문자가 많이 쓰인다.</p>
<p>여기서 bulak/buloq는 &#8216;샘&#8217;을 뜻하는 말이다. 튀르키예어 bulak &#8216;불라크&#8217;, 아제르바이잔어 bulaq &#8216;불라크&#8217;, 타타르어 bolaq &#8216;볼라크&#8217;, 카자흐어 бұлақ(būlaq) &#8216;불라크&#8217;, 키르기스어 булак(bulak) &#8216;불라크&#8217;, 위구르어 بۇلاق bulaq &#8216;불라크&#8217;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공통 튀르크어 조어는 *bulak로 재구된다. 몽골 조어 *bulag에서 튀르크어에 차용된 어휘로 짐작된다.</p>
<p>그런데 우즈베크어에서는 페르시아어의 영향으로 튀르크어의 후설 모음 a /ɑ/ &#8216;아&#8217;가 o [ɔ~ɒ] &#8216;오&#8217;로 원순화했다([ɔ]나 [ɒ]는 한국어 &#8216;어&#8217;와 비슷한 음으로 들리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o]처럼 &#8216;오&#8217;로 적는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국호도 우즈베크어로는 O‘zbekiston/Ўзбекистон [ozbɛkistɒn] &#8216;오즈베키스톤&#8217;이다. 러시아어로는 Узбекистан(Uzbekistan) &#8216;우즈베키스탄&#8217;,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ازبکستان Uzbakistān &#8216;우즈바키스탄&#8217;이다. 우즈베크어의 o /ɔ/ [ɔ~ɒ], oʻ /ɵ/ [o~ɵ]의 한글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23/09/04/%e3%80%88%ec%a4%91%ec%95%99%ec%95%84%ec%8b%9c%ec%95%84-%ed%82%a4%eb%a6%b4%eb%ac%b8%ec%9e%90%ea%b6%8c-%ec%96%b8%ec%96%b4%ec%9d%98-%ed%95%9c%ea%b8%80-%ed%91%9c%ea%b8%b0%eb%b2%95-%ec%a0%95%eb%a6%bd/">이전 글</a>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p>
<p>고전 페르시아어는 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 여러 왕조에서 중요한 문자 언어 구실을 했다. 카라한 왕조도 말기에는 이슬람교와 페르시아 문화를 받아들였다.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쓰인 튀르크 문자 언어인 차가타이어도 고전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련이 세워진 1920년대에는 차가타이어 대신 각지의 튀르크어 말씨를 따로따로 표준화하여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투르크멘어 등이 새로운 문자 언어로 정립되었다(타지키스탄에서 쓰는 페르시아어도 현지 발음에 따라 키릴 문자로 적는 타지크어로 표준화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차가타이어에 대한 자료는 찾기 힘들지만 고전 페르시아어에 대한 자료는 풍부하다.</p>
<p>러시아어에서 쓰는 중앙아시아 지명 등 여러 고유 명사는 고전 페르시아어 내지 차가타이어의 예스런 발음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한 이후에도 영어권에서는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이름보다는 러시아어 이름을 따른 형태를 계속 쓰는 일이 많다. 또 역사 이름은 영어권에서도 고전 페르시아어 형태로 알려진 것이 많다.</p>
<p>&#8216;아프라시아브(افراسیاب Afrāsīāb)&#8217;는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으로 우즈베크어로는 Afrosiyob/Афросиёб &#8216;아프로시요브&#8217;이다(고전 페르시아어의 긴 모음 ā는 우즈베크어의 o에 대응되지만 짧은 모음 a /a/ [a~æ]는 우즈베크어의 전설 모음 a [æ]에 대응된다). 러시아어로도 Афрасиаб(Afrasiab) &#8216;아프라시아프&#8217;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러시아어의 어말 무성음화 때문에 -б(-b)가 [p]로 발음되면서 한글 표기가 달라진다. 우즈베크어 등 여러 튀르크어에서도 부분적인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Afrosiyob는 &#8216;아프로시요프&#8217;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우즈베크어의 어말 -b를 &#8216;-브&#8217;로 통일한다. 페르시아어에서도 부분적인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지만 한글 표기에서 이를 반영하는 일은 없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프라시아브의 현대 이름이 &#8216;사마르칸트(Samarkand)&#8217;로 나온다. 러시아어 Самарканд(Samarkand)를 따른 표기로 여기서도 -д(-d)가 [t]로 발음되는 어말 무성음화를 적용했다. 하지만 고전 페르시아어 سمرقند Samarqand나 현대 우즈베크어 Samarqand/Самарқанд를 따르면 &#8216;사마르칸드&#8217;로 적을 수 있다.</p>
<p>카라한 왕조는 통치자의 칭호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페르시아어로는 قراخان Qarākhān &#8216;카라한&#8217;이고 이는 튀르크어로 &#8216;검은&#8217;, &#8216;용감한&#8217;을 뜻하는 &#8216;카라'(고대 튀르크어어 𐰴𐰺𐰀 kara)와 전통 지도자 칭호인 &#8216;카간'(고대 튀르크어 𐰴𐰍𐰣 qaɣan)이 결합한 것이다. 참고로 돌궐 문자로 적은 고대 튀르크어는 10세기까지도 나타나니 시기상 카라한 왕조와 겹치지만 사용 지역이 다르고 카라한 왕조에서는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를 써서 이른바 카라한어(Karakhanid language)라고 부르는 튀르크어를 기록했다. 카라한어는 차가타이어의 조상뻘이다.</p>
<p>흥미롭게도 Farhod Maksudov는 마치 이름은 우즈베크어식으로, 성은 러시아어식으로 로마자로 적은 듯하다. 우즈베크어로는 Farhod Maqsudov/Фарҳод Мақсудов &#8216;파르호드 막수도프&#8217;이다. 성은 아랍어 مقصود‎ maqṣūd &#8216;막수드&#8217;에서 온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 مقصود‎ Maqṣūd에 해당하는 Maqsud에 러시아어에서 성씨를 만드는 접미사 -ov/-ов를 붙인 것으로 러시아어식으로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므로 &#8216;막수도프&#8217;로 적는다.</p>
<p>원래 Farhod는 고전 페르시아어 فرهاد Farhād &#8216;파르하드&#8217;에서 나온 이름이므로 러시아어로는 전통적으로 Фархад(Farkhad) &#8216;파르하트&#8217;라고 적는다. 그러나 이 인물은 러시아어로도 Фарход Максудов(Farkhod Maksudov) &#8216;파르호트 막수도프&#8217;라는 표기를 쓰는 듯하다. 즉 러시아어에 없는 우즈베크어 키릴 자모 ҳ(h), қ(q)만 가장 가까운 러시아어 음인 х(kh), к(k)로 대체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중앙아시아 인명을 러시아어로 쓸 때에도 전통 형태보다는 현지어 발음에 가까운 형태로 적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p>
<p>그러니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명이나 인명을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는 참 까다롭다.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영어권에서도 러시아어식 내지 고전 페르시아어식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고 중앙아시아 각국의 독립 이후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등이 국가 공용어가 된 후에도 대외적으로 쓰는 로마자 표기는 여전히 예전 방식을 따르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데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러시아어가 다른 언어 집단 사이의 교통어로 널리 쓰이고 있어 사실상 비공식적인 제2의 국가공용어 역할을 한다.</p>
<p>따라서 미국 연구자들이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한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발견된 유적을 우즈베크어식 Tugunbuloq, Toshbuloq 대신 러시아어식 Tugunbulak, Tashbulak로 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앙아시아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어느 한 언어를 기준으로 통일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유연히 처리할 필요가 있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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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히바한국의 통치자 아와즈 이나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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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Wed, 22 May 2024 15:10:33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고전페르시아어]]></category>
		<category><![CDATA[아와즈이나크]]></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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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히바한국의 통치자 아와즈 이나크(عوض ایناق ʿAważ Īnāq, 1750~1804)는 한국어판 위키백과에서 어떻게 &#8216;압즈 아낙 칸&#8217;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히바한국(Khanate of Khiva)은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 속한 히바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화라즘(호라즘/호레즘) 지역에서 1511년부터 1920년까지 존속한 나라이다. 히바한국이라는 이름은 1600년경에 수도기 된 히바의 이름을 따서 러시아인들이 붙인 것이고 스스로는 화라즘을 나라 이름으로 썼다. 1873년에는 러시아 제국의 보호령이 되었고 1920년에는 히바 혁명으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rF6c3ux2fLJHSJxcNxXaC7PYtnDAnms2J1E7szdLQrfgoPPjr5cP9jdX8dda7Tho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히바한국의 통치자 아와즈 이나크(عوض ایناق ʿAważ Īnāq, 1750~1804)는 한국어판 위키백과에서 어떻게 <a href="https://ko.wikipedia.org/wiki/%EC%95%95%EC%A6%88_%EC%95%84%EB%82%99_%EC%B9%B8">&#8216;압즈 아낙 칸&#8217;</a>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p>
<p>히바한국(Khanate of Khiva)은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 속한 히바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화라즘(호라즘/호레즘) 지역에서 1511년부터 1920년까지 존속한 나라이다. 히바한국이라는 이름은 1600년경에 수도기 된 히바의 이름을 따서 러시아인들이 붙인 것이고 스스로는 화라즘을 나라 이름으로 썼다. 1873년에는 러시아 제국의 보호령이 되었고 1920년에는 히바 혁명으로 호레즘 인민 소비에트 공화국이 되었다가 1924년 소련의 일부가 되었다.</p>
<p>한국어판 위키백과에서는 &#8216;히바 칸국&#8217;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표제어로 쓰는 &#8216;히바-한국(Khiva汗國)&#8217;을 따르기로 한다.</p>
<p>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히바한국의 통치자는 예전부터 몽골어, 튀르크어 등에서 쓴 군주 이름인 &#8216;한(汗)&#8217;이라고 불렀다.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는 خان khān &#8216;한&#8217;으로 적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8216;칸(khan)&#8217;이라고 쓴다. 중세 몽골어로는 ᠬᠠᠨ qan &#8216;칸&#8217;, 현대 몽골어로는 хан/xan [χaŋ] &#8216;한&#8217;이니 &#8216;한&#8217;과 &#8216;칸&#8217; 둘 다 근거가 있는 표기이다. 편의상 여기서는 &#8216;칸&#8217;으로 통일한다.</p>
<p>그런데 아와즈 이나크는 &#8216;칸&#8217; 대신 &#8216;이나크&#8217;라는 칭호를 썼다. 이 시기에 명목상의 군주인 칸은 허수아비여서 이들에 대한 변변한 기록도 얼마 없고 쿵그라트(قنگرات Qungrāt)족의 세습 군사 지도자이자 재상인 이나크가 실질적인 권력을 누렸다. 아와즈 이나크의 뒤를 이어 이나크가 된 아들 엘투자르(ایلتوزار‎ Ēltūzār)는 1804년 스스로 칸의 자리에 올랐다. 엘투자르 이나크가 엘투자르 칸이 된 것이다. 그 후 히바한국의 칸은 이들의 가문에서 배출되었다.</p>
<p>이쯤되면 한국어판 위키백과의 &#8216;압즈 아낙 칸&#8217;은 표기도 이상할 뿐만이 아니라 &#8216;칸&#8217;이라는 칭호도 잘못 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인물은 히바한국의 역대 칸 목록에 나오기 때문에 칸이라고 오해한 듯하다.</p>
<p>그렇다고 해서 애써 시간을 내어 위키백과 문서를 작성한 편집자를 탓하기에는 애초에 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당장 위키백과에는 그에 대한 영어판 문서조차 없고 우즈베크어, 러시아어, 남아제르바이잔어(이란에서 쓰이고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는 아제르바이잔어) 문서뿐이다.<br />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원어와 다른 표기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일단 다른 언어판에서 쓰는 표기를 찾아보니 우즈베크어판에서는 문서 제목을 Avaz Muhammad inoq &#8216;아바즈 무함마드 이노크&#8217;라고 썼고 러시아어판에서는 Аваз-инак/Avaz-inak &#8216;아바스이나크&#8217;라고 썼다. 그런데 남아제르바이잔어판에서는 عوض محمدخان ایناق Avaz Muhammәd-Xan İnaq &#8216;아바즈 무함마드한 이나크&#8217;라고 썼다. خان xan &#8216;한&#8217;은 물론 &#8216;칸/한&#8217;에 해당한다. 그러니 남아제르바이잔어판에서도 아와즈가 칸이었다고 오해한 듯하다. 한편 영어판 위키백과에는 그에 대한 문서가 따로 없지만 Khanate of Khiva 문서에 Avaz-Inak 또는 Ivaz-Inak라고 나온다. 아마 러시아어 표기를 따온 듯하다.</p>
<p>그럼 이 이름은 어느 언어의 형태를 기준으로 어떻게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까?</p>
<p>고대에 화라즘에서는 동이란 어파에 속하는 화라즘어가 쓰였지만 중세 이후 사라지고 차츰 튀르크어 화자가 다수가 되었다. 특히 히바한국의 중심이 되는 히바를 비롯한 도시에서는 오늘날의 우즈베크어의 옛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말씨가 쓰였다. 또 히바한국의 영토에는 오늘날의 투르크멘어, 카자흐어, 카라칼파크어 등에 해당하는 여러 튀르크 말씨도 쓰였다.</p>
<p>또 중세 이후에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 나타난 여러 튀르크계 나라에서는 보통 페르시아어가 궁정의 언어이자 고급 문화의 언어로 쓰였으며 이는 히바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p>
<p>동시에 이들 지역에서는 차가타이어도 널리 문자 언어로 쓰였다. 몽골 제국의 사한국 가운데 하나인 13~14세기의 차가타이한국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차가타이어라고 불리는데 튀르크어를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은 것으로 20세기 초까지 중앙아시아 공통의 문자 언어로 쓰였다.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는 아랍어에 없는 음을 나타내는 چ ch [ʧ], گ g [ɡ] 등의 여러 자모를 추가하여 페르시아어를 적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차가타이어는 튀르크어였지만 어휘, 문법에서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p>
<p>근대 초에는 사마르칸드, 부하라 등 중앙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포함한 부하라한국(Khanate of Bukhara)에서 대부분의 문학 활동이 페르시아어로 이루어지는 사이 조금 변두리에 있는 히바한국이 차가타이어 문학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p>
<p>그런데 차가타이어는 널리 쓰이는 로마자 표기 기준이 없다. 아랍 문자는 보통 짧은 모음이나 겹자음을 적지 않고 같은 자모가 경우에 따라 모음 또는 반모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아랍 문자로 적은 차가타이어 철자만 봐서는 정확한 발음을 알기 어렵다. 역시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는 근대초의 또다른 중요한 튀르크 문자 언어인 오스만 튀르크어는 로마자로 적는 현대 튀르키예어로 이어지기 때문에 로마자로 적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공통 문어로 쓰인 차가타이어는 이를 계승한 언어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p>
<p>우즈베키스탄에는 나보이(Navoiy)라는 도시가 있다. 차가타이어를 문자 언어로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티무르 제국의 시인이자 정치가 알리셰르 나와이(1441~1501)의 이름을 딴 것인데 우즈베크어로는 그를 Alisher Navoiy &#8216;알리셰르 나보이&#8217;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이름은 중앙아시아 튀르크어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른다.</p>
<p>투르크멘어: Alyşir Nowaýy &#8216;알르시르 노와유&#8217;<br />
카라칼파크어: Alisher Nawayı &#8216;알리셰르 나와유&#8217;<br />
카자흐어: Әлішер Науаи/Älışer Nauai &#8216;앨리셰르 나와이&#8217;<br />
키르기스어: Алишер Навои/Alisher Navoi &#8216;알리셰르 나보이&#8217;<br />
우즈베크어: Alisher Navoiy &#8216;알리셰르 나보이&#8217;<br />
위구르어: ئەلىشىر نەۋائى Elishir Newai &#8216;앨리시르 내와이&#8217;</p>
<p>튀르크어는 대부분 [v], [w]의 음소적인 구별이 없고 단일 음소의 변이음으로 나타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보통 자모 하나로만 나타낸다. 어느 음이 많이 쓰이느냐에 따라 v 또는 w로 적는다. 대신 카자흐어는 특이하게 в/v [v]와 у/w [w]를 구별해서 적는다.</p>
<p>차가타이어는 튀르크 어족 가운데 카를루크 어군에 속하므로 오늘날 쓰이는 언어 가운데 차가타이어에 가장 가까운 것은 같은 카를루크 어군에 속한 우즈베크어와 위구르어이다. 실제로 소련 시절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차가타이어를 고대 우즈베크어로 간주하고 나와이를 우즈베크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물론 근대 민족 개념을 15세기 인물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 발음에 따른 철자법을 쓰며 특히 모음 발음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위구르어는 어휘, 문법에서 차가타이어에 상당히 가깝고 키릴 문자 또는 로마자로 쓰는 우즈베크어와 달리 여전히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를 쓰지만 전통 차가타이어 철자와 달리 모음을 일일이 표시하는 등 철자가 완전히 달라졌다.</p>
<p>그런데 알리셰르 나와이는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며 페르시아어로도 문학 활동을 하였다. 고전 페르시아어로 그의 이름은 علی شیر نوائی ʿAlī Shēr Nawāʾī이다. 오늘날에는 보통 페르시아어로 علی‌شیر نوایی ʿAlī-Shēr Nawāyī로 적는다.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로는 Alī-Shīr Navāyī &#8216;알리시르 나바이&#8217;로 발음하는데 페르시아어의 일종인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에서는 보통 고전 페르시아어에 가깝게 &#8216;알리셰르 나와이&#8217;로 발음한다. 역시 페르시아어의 일종인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어에서는 Алишер Навоӣ/Alişer Navoī &#8216;알리셰르 나보이&#8217;이다. 고전 페르시아어의 ē &#8216;에&#8217;가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에서는 ī &#8216;이&#8217;가 되고 w는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와 타지크어에서 v가 되는 등 규칙적인 발음 변화에 따른 차이이다.</p>
<p>영어권에서는 다양한 로마자 표기를 쓰지만 보통 고전 페르시아어에서처럼 y 대신 ʾ를 쓰되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 발음과 가깝게 적는 경우가 많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ʿAlī Shīr Navāʾī라고 부르고 《이라니카 백과사전》에서는 ʿAlī-Šīr Navāʾī라고 부른다. 영어판 위키백과에서는 Ali-Shir Nava&#8217;i라고 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페르시아어권에서 쓰이는 발음이 다양하며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이 주변 여러 언어에 전해진 사실을 감안하면 근대 초 이름은 한글로 표기할 때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p>
<p>여기서 ʿAlī &#8216;알리&#8217;는 아랍어에서 나온 이름이고 Shēr &#8216;셰르&#8217;는 페르시아어로 &#8216;사자&#8217;를 뜻하며 Nawāʾī &#8216;나와이&#8217; 역시 페르시아어식 이름이다. 그러니 차가타이어로도 비슷한 발음을 썼을 것이다. 고전 페르시아어를 기준으로 &#8216;알리셰르 나와이&#8217;라고 적는 것이 좋겠다. 차가타이어는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적었고 이처럼 페르시아어식 이름을 많이 썼기 때문에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대로 적는 것이 무난하다.</p>
<p>대신 페르시아어에 없는 차가타이어 모음 ü [y] &#8216;위&#8217;, ö [ø] &#8216;외&#8217; 등을 어떻게 표기하느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8216;셋&#8217;을 뜻하는 차가타이어 اوچ üch &#8216;위치&#8217;, &#8216;하늘&#8217;을 뜻하는 차가타이어 کوک는 kök &#8216;쾨크&#8217;는 고전 페르시아어로 흉내내면 ūch &#8216;우치&#8217;, kōk &#8216;코크&#8217; 정도가 될 것이다. 차가타이어에서는 u, o, ü, ö를 모두 و로 적기 때문에 이들의 모음 음가는 철자로부터 알아낼 수 없지만 현대 튀르크어와 비교해서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구르어에서는 ئۈچ üch &#8216;위치&#8217;, كۆك kök &#8216;쾨크&#8217;로 모음 음가를 밝혀서 적는다. 위구르어 철자에서 ۈ는 ü를, ۆ는 ö를 나타낸다. 그런데 우즈베크어에서는 &#8216;셋&#8217;과 &#8216;하늘&#8217;이 각각 uch &#8216;우치&#8217;, koʻk &#8216;코크&#8217;이다. 표준 우즈베크어의 기준이 된 방언은 페르시아어(타지크어)의 영향으로 모음 조화를 상실했기 때문에 우즈베크어에는 ü, ö가 따로 없다.</p>
<p>중앙아시아 역사 인명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실 차가타이어 ü, ö의 표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다. 보통 고전 페르시아어식 u, o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216;철&#8217;을 뜻하는 말은 차가타이어로 تیمور temür &#8216;테뮈르&#8217; 혹은 تمور tömür &#8216;퇴뮈르&#8217;이다. 그런데 이를 남자 이름으로 쓴 것을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تیمور Tēmūr &#8216;테무르&#8217;라고 발음했다. 튀르크·몽골계 정복자로 유명한 &#8216;티무르(1336~1405)&#8217;는 현대 이란식 발음 Tīmūr에 따른 표기이다(이미 언급한 것처럼 영어권에서는 이란식 발음에 따른 표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8216;철&#8217;은 위구르어로 تۆمۈر tömür &#8216;퇴뮈르&#8217;, 우즈베크어로 temir &#8216;테미르&#8217;인데 정복자 티무르는 아예 페르시아어 발음을 흉내내서 위구르어로 تېمۇر Tëmur &#8216;테무르&#8217;, 우즈베크어로 Temur &#8216;테무르&#8217;라고 부른다. 이처럼 원래 튀르크어에서 유래한 이름도 국제적으로는 페르시아어 형태로 알려진 경우가 많으니 중앙아시아 역사 인명은 차가타이어 형태를 따질 필요 없이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무난하겠다.</p>
<p>따라서 여기서는 이란식 발음을 따랐거나 러시아어 형태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영어판 위키백과의 Avaz-Inaq 대신 고전 페르시아어 형태 عوض ایناق ʿAważ Īnāq를 기준으로 하여 &#8216;아와즈 이나크&#8217;라고 적는다. 고전 페르시아어에서는 و를 w로 발음하므로 차가타이어의 و도 w로 본다. 실제로 차가타이어의 학술적인 로마자 표기에서는 و를 w로 적는다(예: Eric Schluessel의 차가타이어 입문서).</p>
<p>우즈베크어식으로는 Avaz inoq &#8216;아바즈 이노크&#8217;이며 위구르어로는 아마도 ئەۋەز ایناق Ewez Inaq &#8216;애왜즈 이나크&#8217;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확인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물이라 그런지 위구르어로 되어 있는 그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p>
<p>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어판 위키백과에서 쓴 &#8216;압즈 아낙&#8217;이 어떻게 나온 표기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단 w 대신 v를 쓴 형태를 기준으로 한 듯한데 설령 뒤따르는 모음이 없다고 치더라도 이를 받침 &#8216;ㅂ&#8217;으로 적은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다. 또 ایناق Īnāq에는 분명히 y 또는 ī, ē, ay 등을 나타내는 자모 ی가 있으니 &#8216;에낙&#8217;, &#8216;아이낙&#8217;이라면 몰라도 &#8216;아낙&#8217;이라고 쓴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8216;이낙&#8217;의 단순 오타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8216;압즈&#8217;도 &#8216;아바즈&#8217;를 입력하다가 키 하나를 누락한 것일 수 있겠다.<br />
이쯤 되어 한국어판 위키백과에 나오는 &#8216;히바 칸국의 역대 칸&#8217; 목록을 살펴보니 단순히 조금 다른 원어 형태를 따랐거나 한글 표기 방식이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입력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p>
<p>술라이만 수피(سلیمان صوفی Sulaymān Ṣūfī): &#8216;술레이 수피&#8217;<br />
수피얀(سفیان Sufiyān): &#8216;술피안 칸&#8217;<br />
도스트(دوست Dōst): &#8216;도스 칸&#8217;<br />
아랑(ارنگ Arang): &#8216;아우랑 칸&#8217;<br />
엘투자르(ایلتوزار‎ Ēltūzār): &#8216;이르타자르 칸&#8217;</p>
<p>&#8216;아우랑&#8217;은 페르시아어로 &#8216;왕좌&#8217;를 뜻하는 اورنگ awrang과 혼동한 듯하다. 히바한국의 칸 이름은 우즈베크어로 Erengxon &#8216;에렝혼&#8217;, 러시아어로 Эренг-хан/Ereng-khan &#8216;에렝한&#8217;으로 쓰므로 awrang이 아니라 이란 신화에 나오는 강 이름인 Arang에서 따온 듯하다.</p>
<p>또 난데없이 이름에 &#8216;-오프&#8217;를 붙인 표제어도 있다.</p>
<p>라힘쿨리(رحیم‌قلی Raḥīm-Qulī): &#8216;라힘쿨로프 칸&#8217;<br />
이스판디야르(اسفندیار Isfandiyār): &#8216;아스판디야로프 칸&#8217;</p>
<p>한국어판 위키백과에 있는 역대 히바한국 칸에 관한 문서는 대부분 러시아어판을 기초로 한 듯하다. 하지만 러시아어판에서도 이들은 Рахимкули/Rakhimkuli &#8216;라힘쿨리&#8217;, Асфандияр-хан/Asfandiyar-khan &#8216;아스판디야르한&#8217;이라고 부르며 -ов/-ov &#8216;-오프&#8217;를 붙이지 않는다. 대신 현대 인명 가운데 Рахимкулов/Rakhimkulov &#8216;라힘쿨로프&#8217;, Асфандияров/Asfandiyarov &#8216;아스판디야로프&#8217;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후대에 튀르크어 이름에 러시아어식 접미사를 결합하여 만든 성씨이고 히바한국의 칸의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p>
<p>우리에게 생소하고 영어로도 찾기 힘든 히바한국의 칸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것은 좋은데 한글 표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 동시에 히바한국에 관한 글을 한국어로 쓸 때에 낯선 인명은 도대체 어떻게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지 난감할 수밖에 없으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기서 설명한 것처럼 히바한국을 비롯한 근대초 중앙아시아 인명은 되도록이면 고전 페르시아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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