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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러시아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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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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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러시아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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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캥거루&#8217;라는 이름의 유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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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13 Dec 2016 12:04:46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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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8216;캥거루&#8217;라는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원주민에게 동물 이름을 물었을 때 &#8216;못 알아듣겠다&#8217;라고 대답한 것을 동물 이름으로 잘못 이해해서 붙었다는 속설이 있다. 흔히 인용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사실과 다르다.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인데버호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정박했다. 쿡의 이름을 딴 현재의 쿡타운 근처이다. 쿡의 항해 일지에는 해안에서 만난 원주민들이 쓴 수십 개 단어 목록이 기록되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8216;캥거루&#8217;라는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원주민에게 동물 이름을 물었을 때 &#8216;못 알아듣겠다&#8217;라고 대답한 것을 동물 이름으로 잘못 이해해서 붙었다는 속설이 있다. 흔히 인용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사실과 다르다.</p>
<p>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인데버호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정박했다. 쿡의 이름을 딴 현재의 쿡타운 근처이다. 쿡의 항해 일지에는 해안에서 만난 원주민들이 쓴 수십 개 단어 목록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구구이미디르어라는 언어를 썼는데 오늘날 780명 정도만이 모어로 쓴다. 이 언어 이름은 현대 철자법으로 Guugu Yimidhirr라고 적지만 예전에는 Koko Yimidir, Koko Yimidjir 등으로 표기했다.</p>
<p>쿡의 단어 목록에 캥거루는 kanguroo로 기록되어 있다. kanguru, kangooroo라는 철자로도 쓰였는데 오늘날 영어에서는 kangaroo로 정착했다. 언어학자 존 해빌런드(John B. Haviland)의 1974년 연구(&#8220;A Last Look at Cook&#8217;s Guugu Yimidhirr Word List&#8221;, <i>Oceania</i> 44: 216–232)에 따르면 현대 구구이미디르어에서 지금은 희귀한 크고 검은 캥거루 종을 gangurru 또는 ngurrumugu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지역의 대형 캥거루로 동부회색캥거루(Macropus giganteus)가 있긴 한데 희귀종은 아니니 정확하게 무슨 종을 이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쿡이 기록한 말은 분명히 캥거루의 일종을 일컫는 이름이었으며 원주민이 &#8216;못 알아듣겠다&#8217;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는 속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p>
<figure id="attachment_107173"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73"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7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4fdfac5b6d4.jpg" alt="" width="600" height="40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4fdfac5b6d4.jp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4fdfac5b6d4-300x201.jpg 300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73" class="wp-caption-text">동부회색캥거루(<a href="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Kangaroo_and_joey04.jpg">Wikimedia</a>: fir0002 CC BY-NC)</figcaption></figure>
<p>원 언어의 발음은 &#8216;캥거루&#8217;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 현대 구구이미디르어 gangurru는 [ɡaŋʊrʊ] &#8216;강우루&#8217;로 발음된다. 구구이미디르어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언어처럼 폐쇄음의 유무성음 구별이 없어서 음소로서는 /k/ 대신 /ɡ/만이 있는데 Guugu Yimidhirr를 예전에 Koko Yimidir라고 썼던 것처럼 쿡은 이를 [k]로 인식하여 kanguroo라고 쓴 것이다. 한국어에서처럼 어두의 /ɡ/는 무성음화하여 [k]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 요즘에는 유무성음의 구별이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언어를 표기할 때 b, d, g 등 유성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통일하거나 p, t, k 등 무성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통일하지만 예전에는 유럽인 입장에서 들리는대로 둘을 섞어서 적었다.</p>
<p>쿡이 쓴 철자 kanguroo에서 ng는 &#8216;ㅇ&#8217; 받침에 해당하는 소리인 [ŋ]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어중의 ng가 singer [ˈsɪŋə<i>ɹ</i>] &#8216;싱어&#8217;에서처럼 /ŋ/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finger [ˈfɪŋɡə<i>ɹ</i>] &#8216;핑거&#8217;에서처럼 /ŋɡ/를 나타낼 수도 있으므로 쿡이 의도한 발음과 달리 영어 화자들은 kanguroo를 보고 원어에 없는 /ɡ/를 삽입하여 발음하였다. 또 e가 뒤따르지 않는 영어 철자 ang에서 a는 /æ/로 발음되므로 첫 음절의 a는 /æ/가 되었으며 영어식 발음에서 강세가 없는 가운데 음절이 불분명한 모음인 /ə/가 되어 [ˌkæŋɡəˈɹuː] &#8216;캥거루&#8217;가 된 것이다. 이 불분명한 가운데 음절 모음 때문에 후에 영어에서는 kangaroo라는 철자로 굳어졌다.</p>
<p>다른 유럽 언어에서 쓰는 형태를 보면 옛 영어 철자 kanguroo/kanguru/kangooroo를 따라 가운데 음절을 &#8216;우&#8217;로 쓰는 것이 많다. 프랑스어에서는 kangourou [kɑ̃ɡuʁu] &#8216;캉구루&#8217;로, 포르투갈어에서는 canguru [kɐ̃ŋguˈɾu] &#8216;캉구루&#8217;라고 쓴다. 독일어에서는 Känguru [ˈkɛŋɡuʁu] &#8216;켕구루&#8217;, 덴마크어에서는 kænguru [kʰɛŋˈɡ̊uːʁu] &#8216;켕구루&#8217;인데 영어의 /æ/를 /ɛ/로 흉내낸 것이다. 스웨덴어에서는 전설 모음인 /ɛ/ 앞에서 일어나는 k의 발음 변화 때문에 känguru [ˈɕɛŋːɡʉrʉ] &#8216;솅구루&#8217;이다. 핀란드어에서는 고유어에 /ɡ/가 없고 철자 ng가 /ŋ/을 나타내기 때문에 kenguru [ˈkeŋːuru] &#8216;켕우루&#8217;가 된다. 네덜란드어에서도 영어의 a /æ/를 /ɛ/로 보통 흉내내지만 kangoeroe는 프랑스어의 영향인지 [ˈkɑŋɣəru] &#8216;캉후루&#8217;로 발음한다. 네덜란드어에서는 g가 보통 마찰음 /ɣ/를 나타내며 한글 표기로는 &#8216;ㅎ&#8217;으로 적는다(여기서 쓰는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되 ng 조합에서 g의 표기는 실제 발음을 따른다).</p>
<p>러시아어로는 кенгуру(kenguru) [kʲɪngʊˈru] &#8216;켄구루&#8217;라고 하는데 러시아어에서는 보통 영어의 a /æ/를 е (e)로 흉내내지 않으니 독일어를 거친 형태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에스파냐어에서는 canguro [kaŋˈguɾo] &#8216;캉구로&#8217;, 이탈리아어에서도 canguro [kaŋˈguːro] &#8216;캉구로&#8217;라고 하며 그리스어에서도 καγκουρό kagkouró [kaŋguˈro] &#8216;캉구로&#8217;라고 한다. 영어 철자의 -oo를 [o]라고 본 것인데 사실 oo가 &#8216;우&#8217; 비슷한 음을 나타내는 언어는 영어 외에 거의 없으니 잘못 안 발음이지만 이해할만하다.</p>
<p>영어에서 kangaroo라는 형태가 정착된 것은 유럽 여러 언어에서 kanguroo/kanguru/kangooroo 형태로 퍼진 이후의 일로 보인다. 그러니 오늘날 kangaroo 비슷한 형태를 쓰는 언어들은 대개 비교적 최근에 영어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쓰는 웨일스어의 cangarŵ [kaŋɡaˈruː] &#8216;캉가루&#8217;, 힌디어 कंगारू <i>kaṃgārū</i> [kəŋgaːˈruː] &#8216;캉가루&#8217;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에서는 영어 kangaroo를 원형으로 삼되 철자 a를 &#8216;아&#8217;로 읽은 &#8216;캉가루&#8217;를 표준으로 삼으며 일본어에서도 カンガルー <i>kangarū</i> [kaŋɡaꜜɾɯː] &#8216;간가루&#8217;라고 한다.</p>
<p>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둘 다 말레이어를 공용어를 쓰는데 대신 인도네시아에서는 &#8216;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8217;라고 부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둘을 합쳐서 &#8216;말레이인도네시아어&#8217;라고 부른다. 그런데 같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의 영향으로 kanggaru [kaŋɡaru] &#8216;캉가루&#8217;라고 하고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에서는 네덜란드어의 영향으로 kanguru [kaŋuru] &#8216;캉우루&#8217;라고 한다.</p>
<p>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로 쓰는 아프리칸스어는 네덜란드어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kangoeroe [ˈkɑŋɣəru] &#8216;캉후루&#8217;를 쓰는 네덜란드어와 달리 kangaroe [kɑŋɡəˈru(ː)] &#8216;캉가루&#8217;라고 한다. 가운데 음절 모음을 a로 적는 것은 영어의 영향일 수 있다. 그런데 아프리칸스어 kangaroe의 가운데 음절 a와 네덜란드어 kangoeroe의 가운데 음절 모음 oe는 철자는 달라도 둘 다 불분명한 모음 [ə]로 발음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네덜란드어에서도 표준 철자는 아니지만 kangaroe, kangeroe 등으로 쓰기도 한다. 불분명한 모음 발음 때문에 영어에서 kanguroo가 kangaroo로 바뀐 것처럼 아프리칸스어에서도 이런 발음 때문에 철자가 바뀌었을 수 있으니 아프리칸스어에서 kangaroe라고 쓰는 것은 꼭 영어의 영향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프리칸스어 화자들은 영어 화자들과 많이 접촉하였고 지금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2개 공용어 가운데 영어가 아무래도 위상이 제일 높기 때문에 아프리칸스어 화자 대부분이 영어를 배우므로 아프리칸스어 kangaroe는 영어의 영향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네덜란드어에서는 g를 마찰음 /ɣ/로 발음하지만 아프리칸스어에서는 영어처럼 폐쇄음 /ɡ/를 쓰는 것을 봐도 그렇다. 네덜란드어와 아프리칸스어에서 /ɡ/는 고유 음소가 아니고 더 최근에 들어온 차용어에서만 쓰이는데 오래된 차용어일수록 마찰음 /ɣ/ (네덜란드어) 또는 /x/ (아프리칸스어)로 대체되기 십상이다.</p>
<p>구구이미디르어는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쓰이던 수백 개의 언어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용 지역에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가 정박하는 바람에 전세계 수많은 언어에 &#8216;캥거루&#8217;라는 단어를 퍼뜨릴 수 있었다. 물론 영어식 철자 때문에 원 발음과는 차이가 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언어 가운데 아마도 가장 많은 단어를 퍼뜨린 것은 현재의 시드니 주변에서 쓰인 다루그어(Dharug)일 것이다. &#8216;코알라&#8217;, &#8216;왈라비&#8217;, &#8216;웜뱃&#8217;, &#8216;딩고&#8217; 등 동물 이름과 &#8216;부메랑&#8217;은 원래 다루그어에서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는 북동부 해안의 한 구석에서만 쓰이고 지금은 780명 정도만이 모어로 쓰는 구구이미디르어에서 부른 이름이 전세계에 퍼진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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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러시아 연방의 바슈키르 소수 민족 운동가 파일 알시노프</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4/01/18/%eb%9f%ac%ec%8b%9c%ec%95%84-%ec%97%b0%eb%b0%a9%ec%9d%98-%eb%b0%94%ec%8a%88%ed%82%a4%eb%a5%b4-%ec%86%8c%ec%88%98-%eb%af%bc%ec%a1%b1-%ec%9a%b4%eb%8f%99%ea%b0%80-%ed%8c%8c%ec%9d%bc-%ec%95%8c%ec%8b%9c/</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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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8 Jan 2024 10:43:33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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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파일알시노프]]></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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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대선을 두 달 앞둔 러시아에서 수요일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 연방 내 바슈키르(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에 있고 카자흐스탄 국경에 인접한 소도시 바이마크에서 37세의 바슈키르 소수 민족 권리 운동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파일 알시노프(바슈키르어식으로는 &#8216;알스노프&#8217;)가 민족 증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자 영하 20도의 혹한에서 법정 바깥에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판결에 항의하고 그를 고발한 바슈키르 공화국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YPEsaqvnvFVBhNeuobj7rnAzbSrz7wpFGVE87dHeCZxmhRmEtvqwugE7QDex6Acp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대선을 두 달 앞둔 러시아에서 수요일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 연방 내 바슈키르(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에 있고 카자흐스탄 국경에 인접한 소도시 바이마크에서 37세의 바슈키르 소수 민족 권리 운동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파일 알시노프(바슈키르어식으로는 &#8216;알스노프&#8217;)가 민족 증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자 영하 20도의 혹한에서 법정 바깥에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판결에 항의하고 그를 고발한 바슈키르 공화국 수장 라디 하비로프(바슈키르어식으로는 &#8216;해비로프&#8217;)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p>
<p>알시노프는 언어인 바슈키르어와 바슈키르 문화 보존을 위한 단체 바슈코르트의 지도자였다. 바슈키르 공화국 대법원은 2020년 바슈코르트를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알시노프와 바슈코르트는 특히 바슈코르토스탄에서 일어나는 채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다.</p>
<p>시위대는 이번 판결이 수년 전에 알시노프가 주도한 시위로 현지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산에서 석회광산 채굴을 저지시킨 것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p>
<p>하비로프는 알시노프가 지난 4월 금광 개발을 반대하는 회의 중에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지역 출신들에 대해 러시아어로 &#8216;흑인&#8217;을 뜻하는 비하 명칭을 써서 민족 증오를 선동했다며 그를 직접 고발했다. 알시노프는 바슈키르어로 &#8216;가난한 이&#8217;를 뜻하는 용어를 쓴 것이 잘못 번역된 것이고 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법원은 검찰이 요구한 것보다도 높은 4년형을 언도했는데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시위대를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p>
<p>환경 문제 외에도 바슈코르트는 바슈키르어 보호를 위해 노력했으며 2017년 푸틴의 지시로 바슈키르 공화국의 학교에서 실시되던 바슈키르어 의무 수업을 없애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하였고 알시노프는 벌금을 물었다. 또 작년에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바슈키르인을 징집하는 것을 비판하여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러시아군은 바슈키르인 같은 소수 민족 출신이 인구 비례보다 훨씬 높아 소수 민족 사이에서 불만을 초래해왔다.</p>
<p>바슈키르어는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그 가운데도 킵차크 어파 계통으로 타타르어와 카자흐어에 가깝다. 바슈키르인은 대략 200만 명에 달하며 대부분 우랄산맥 남부 지역에 있는 바슈키르 공화국에 산다. 9~10세기에 이 지역에 들어온 튀르크인들의 후손으로 전통적으로는 유목 생활을 했고 대부분 이슬람교를 따른다.</p>
<p>1552년 러시아 차르국이 카잔 한국을 정복한 이후 바슈키르인의 근거지도 러시아 차르국의 일부가 되었다. 바슈키르의 전통 러시아어 이름 Башкирия(Bashkiriya) &#8216;바슈키리야&#8217;는 대략 이 시점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1586년에 러시아 차르국은 오늘날 바슈키르의 수도인 우파에 요새를 건설하였다.</p>
<p>그 후 바슈키르인들은 1662~1664년과 1681~1684년, 1704~1711년에 수차례 반란을 일으켜 세습 토지 소유권 같은 권리 보장을 얻어냈다. 하지만 러시아 제국은 1735년 페르시아 방향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거점으로 바슈키리야를 요새화하려는 계획에 착수했고 이에 반발한 바슈키르인들의 반란은 1740년까지 이어졌다. 그 진압 과정에서 바슈키르인 수 만 명이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가 되었고(당시 바슈키르인 인구는 10만 명 정도였다) 마을 천여 개가 파괴되었다.</p>
<p>바슈키리야가 평정된 이후 광업과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러시아인과 타타르인이 대거 이주해 들어왔다. 우파가 건설된 16세기부터 러시아인의 유입이 있었지만 특히 18세기 이후의 이주민으로 인해 인구 구성이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2021년 인구 통계에 의하면 바슈키르 공화국의 주민은 러시아인 37.5%, 바슈키르인 31.5%, 타타르인 24.2%이다. 큰 사회적인 변혁 가운데 19세기 무렵 바슈키르인은 전통적인 유목 생활을 버리고 정착민 생활로 전환했다. 1932년 석유 생산이 시작되어 오늘날 러시아에서 석유 생산량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후방 공업 기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p>
<p>18세기 말에는 코자크를 본따서 러시아 제국의 변두리 지방을 방어하기 위한 바슈키르인 비정규 부대가 조직되었다. 그들의 러시아 제국에 대한 충성은 의심되는 일이 많았지만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군에 맞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전통 의상을 하고 말을 잘 타며 일부 여성도 포함한 바슈키르인 부대는 외부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p>
<p>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바슈키르인들은 자치를 선포하고 러시아 내전 중에 볼셰비키군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러시아 백군이 바슈키르군 해산을 강행하는 등 바슈키르 자치를 인정하지 않자 바슈키르 정부는 볼셰비키군과 협상에 들어갔다. 한편 1918년에는 볼가·우랄 지역의 타타르인, 바슈키르인, 볼가 독일인, 추바시인 등 소수 민족이 연합하여 이델우랄(타타르어: Идел-Урал/Idel-Ural) 공화국의 독립을 선포했지만 바슈키르 자치를 원했던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볼셰비키군에 패해 실패로 돌아갔다.</p>
<p>그리하여 1919년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에 병합된 바슈키르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했다. 1922년 러시아 주도로 소련이 출범하였으며 그 지도자 레닌은 러시아 제국 치하에 있던 각 민족의 독자적인 민족 문화 발전에 호의적이어서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과 동등한 지위의 각 구성 공화국 외에도 수많은 자치 공화국, 자치주 등 자치 행정 단위가 신설되었는데 그 가운데 최초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바슈키르였다.</p>
<p>1925년 도입된 바슈키르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은 바슈키르어와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제정했다. 중세부터 바슈키르인, 타타르인 등 볼가·우랄 지역의 튀르크인들은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로 쓰는 공통된 문자 언어를 공유했다(이 지역의 타타르인은 크림 타타르인과 구별하기 위해 볼가 타타르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언어는 단순히 고전 페르시아어로 튀르크어를 부르는 이름인 ترکی‎ Turkī &#8216;투르키&#8217;, 튀르크어식 발음은 Türki &#8216;튀르키&#8217;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다른 튀르크어와 구별하기 위해 &#8216;볼가 튀르키(Volga Türki)&#8217; 또는 &#8216;볼가 튀르크어&#8217;라고 부르기도 한다.</p>
<p>아랍 문자는 모음 구별을 잘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모음 발음 차이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튀르크어에서 쓰이는 다양한 모음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불편함을 무시할 수 없었다. 볼가 튀르크어는 20세기 초까지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쓰인 또다른 튀르크어 문자 언어인 차가타이어에서 새 자모를 몇 개 빌려오기도 했지만 모음 처리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또 문자 언어로 쓰인지 오래되어 일상어와 거리가 상당했다.</p>
<p>소련에서는 여러 튀르크계 민족이 각자의 민족어를 발달시키게 하는 정책을 펴서 일상어를 바탕으로 바슈키르어와 타타르어를 따로 표준화했다. 또 다양한 모음 등 발음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게 한 새로운 아랍 문자 철자법을 도입하였다. 그리하여 바슈키르어는 1923년에 일상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자 언어로 표준화되었다.</p>
<p>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우즈베크어, 아제르바이잔어, 카자흐어, 투르크멘어, 키르기스어 등도 이 시기에 표준화되었다. 바슈키르어와 타타르어처럼 이들은 모두 처음에는 개선된 아랍 문자를 기반으로 적었지만 1928년 튀르키예에서 튀르키예어를 적는 데 아랍 문자 대신 로마자를 도입한 것과 소련 전역의 소수 민족 언어를 로마자로 적으려는 움직임에 맞물려 1920년대 후반에 로마자로 교체되기 시작했다(여담으로 이 시기에 고려인의 한국어도 로마자로 적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바슈키르어는 1930년 로마자로 전환했다.</p>
<p>레닌의 뒤를 이은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 치하에서는 1930년대 중반에 민족 정책이 급선회하였다. 각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것은 부르주아 민족주의로 치부되고 대신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시작되었다. 각 민족이 러시아어를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소련의 모든 언어는 로마자 대신 러시아어에서 쓰는 것과 같은 키릴 문자로 쓰도록 하는 정책이 도입되었다(다만 1940년 병합한 발트 3국의 언어나 핀란드어, 아르메니아어, 게오르기아어, 이디시어 등은 여기서 제외되었다).</p>
<p>그리하여 1930년대 후반부터 소련의 각 튀르크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는 다시 키릴 문자로 전환하였다. 바슈키르어도 1939년부터 키릴 문자로 쓰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른다.</p>
<p>1990년, 소련 각지에서 민족 운동이 일어나 각 구성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기 시작하면서 바슈키르에서도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후에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이 된 옐친은 당시 현지 집회에 참석하여 바슈키르는 그동안 충분히 강탈당해왔고 그 석유와 가스는 바슈키르의 것이어야 마땅하다며 바슈키르가 주권을 선언하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11일 바슈키르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은 주권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독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고 소련 해체 후인 1992년 러시아 연방 내 자치 공화국인 바슈키르 공화국으로 재탄생했다.</p>
<p>소련 해체 이후 아제르바이잔어는 곧바로 로마자로 되돌아갔고 투르크멘어도 뒤를 이었으며 우즈베크어와 카자흐어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로마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바슈키르어를 비롯하여 러시아 연방 내에서는 키릴 문자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 2004년에 러시아 헌법 재판소는 러시아 연방의 모든 언어가 키릴 문자를 써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p>
<p>그래서 독립국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아제르바이잔어를 로마자로 쓰지만 국경 너머 러시아 연방 내 다게스탄 공화국에서는 여전히 아제르바이잔어를 키릴 문자로 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쓰이는 튀르크 어파 언어인 크림 타타르어도 1990년대부터 로마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2014년 러시아에 실질 합병된 후 현지에서는 키릴 문자만이 허용되고 있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8216;바시키르(Bashkir)&#8217;, &#8216;바시키르-어(Bashkir語)&#8217;를 표제어로 쓴다. 이는 러시아어로 &#8216;바슈키르인&#8217;을 이르는 단수형 башкир(bashkir)에 외래어 표기법의 러시아어 표기 규칙을 적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자음 앞의 ш(sh)를 &#8216;시&#8217;로 적도록 하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른 언어를 표기하는 방식과 맞지 않아 문제가 많다.</p>
<p>1986년 외래어 표기법 도입 이전에는 영어에서 sh로 적는 음인 무성 후치경 마찰음 [ʃ]를 자음 앞에서도 &#8216;시&#8217;로 적는 것이 표준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어 인명 Einstein [ˈaɪ̯nʃtaɪ̯n], Strauss [ˈʃtʁaʊ̯s]는 &#8216;아인시타인&#8217;, &#8216;시트라우스&#8217;로 각각 적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도입되면서 어말에서는 언어에 따라 표기가 &#8216;시&#8217;나 &#8216;슈&#8217;로 갈리지만 적어도 자음 앞에서는 &#8216;슈&#8217;로 통일되었다. 그래서 &#8216;아인슈타인&#8217;, &#8216;슈트라우스&#8217;가 오늘날 표준 표기이다.</p>
<p>그런데 2005년에 도입된 러시아어 표기 규정은 예전 표기 방식에 익숙한 이가 정했는지, 아니면 자음 앞이냐 어말이냐 위치를 따지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자음 앞에서도 ш(sh)를 &#8216;시&#8217;로 적게 하여 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어의 ш(sh)는 무성 권설 마찰음 [ʂ]로 [ʃ]와 약간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들리는 음이고 폴란드어의 sz [ʂ]도 무성 권설 마찰음인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음 앞에서 &#8216;슈&#8217;로 적는다.</p>
<p>그래서 예를 들어 폴란드어 이름 Franciszka &#8216;프란치슈카&#8217;, Krzysztof &#8216;크시슈토프&#8217;를 러시아어로 적은 Францишка(Frantsishka), Кшиштоф(Kshishtof)는 각각 &#8216;프란치시카&#8217;, &#8216;키시시토프&#8217;가 되는 식으로 별다른 이유 없이 한글 표기가 달라지게 되었다.</p>
<p>Bashkir도 이른바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적용하면 &#8216;바슈키르&#8217;로 적어야 하지만 2005년 러시아어 표기 규정 때문에 석연치 않은 &#8216;바시키르&#8217;가 규범 표기가 되었다. 러시아어의 표기에서 기존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는 여러 특징은 이처럼 러시아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러시아 연방의 여러 소수 민족 언어에 관련된 고유명사가 러시아어를 거쳐 전해지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p>
<p>바슈키르어로는 &#8216;바슈키르인&#8217;을 뜻하는 단수형 또는 &#8216;바슈키르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가 башҡорт(başqort) &#8216;바슈코르트&#8217;이다. 알시노프가 이끈 단체 이름과 같다. 지명 바슈키르는 Башҡортостан(Başqortostan) &#8216;바슈코르토스탄&#8217;이라고 부른다. başqort에 페르시아어에서 온 접미사 -stan을 붙인 이름이다. 러시아어에서도 이에 따라 자치 공화국을 Башкортостан(Bashkortostan) &#8216;바슈코르토스탄&#8217;이라고 부른다. 한국어로도 &#8216;바슈코르토스탄&#8217;이라고 부를만도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웬만하면 지명과 민족명, 언어명을 하나의 형태로 통일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예전처럼 &#8216;바슈키르&#8217;로 썼다. 소련 시절 바슈키르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은 러시아어로 정식 이름에서 여성 형용사형 Башкирская(Bashkirskaya) &#8216;바슈키르스카야&#8217;를 썼기 때문에(외래어 표기법대로는 &#8216;바시키르스카야&#8217;) 줄일 때 그 어근인 &#8216;바슈키르&#8217;로 불렀다.</p>
<p>바슈키르라는 민족명은 적어도 9세기부터 아랍 및 페르시아 문헌에 나타난다. 아랍어로는 باشجرد bāshjird &#8216;바슈지르드&#8217;, بشجرد bashjird &#8216;바슈지르드&#8217;, باشغرد bāshghird &#8216;바슈기르드&#8217;, باشقرد bāshqird &#8216;바슈키르드&#8217;, باجغرد bājghird &#8216;바지기르드&#8217; 같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는데 마자르(magyar)인 즉 헝가리인도 ماجغر mājghir &#8216;마지기르&#8217;처럼 비슷하거나 아예 같은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p>
<p>볼가 튀르크어로는 باشقرد‎ başqurd &#8216;바슈쿠르드&#8217;라고 했다. 1917년부터 1919년까지 바슈키르가 자치를 선포했을 때의 이름을 러시아어로 Башкурдистан(Bashkurdistan) &#8216;바슈쿠르디스탄&#8217;이라고 부르는데(외래어 표기법대로는 &#8216;바시쿠르디스탄&#8217;) başqurd에 페르시아어식 -stan을 붙인 것에서 나왔다. 이것이 오늘날 바슈키르어 발음에 따라 &#8216;바슈코르토스탄&#8217;으로 바뀐 것이다.</p>
<p>başqort라는 이름은 &#8216;머리&#8217;를 뜻하는 baş &#8216;바시&#8217;와 &#8216;늑대&#8217;를 뜻하는 옛말 qurt &#8216;쿠르트&#8217;에서 나온 것으로 설명하는 듯한 전설이 있지만 실제 그 유래가 맞는지 민간 어원일 뿐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başqort의 어원에 대한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이 어원이 맞아서 &#8216;바시&#8217;와 &#8216;쿠르트&#8217;의 결합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baş-는 자음 앞이라도 &#8216;바슈&#8217; 대신 &#8216;바시&#8217;로 적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ʃ]를 자음 앞에서 &#8216;슈&#8217;로 적고 어말에서 &#8216;시&#8217;로 적는 외래어 표기법의 방법은 이처럼 동일 어형이 위치에 따라 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어말에서도 &#8216;슈&#8217;로 표기하는 독일어,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등 제외).</p>
<p>하지만 어원에 따라 합성어의 표기에서 자음 앞 [ʃ]를 &#8216;시&#8217;로 적으려면 한글 표기가 너무 까다로워진다. 튀르키예 지명 Başmakçı도 baş가 포함된 합성어로 추측하여 &#8216;바슈막츠&#8217; 대신 &#8216;바시막츠&#8217;로 적을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지명은 &#8216;신발&#8217;을 뜻하는 başmak에 접미사 -çı &#8216;츠&#8217;가 붙은 것으로 &#8216;구두장이&#8217;를 뜻하는 말에서 나왔으며 baş와는 관계가 없다. 동일 어형의 한글 표기를 고정시키는 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고 baş는 그냥 자음 앞에서 &#8216;바슈&#8217;로, 어말에서 &#8216;바시&#8217;로 적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더구나 başqort처럼 어원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p>
<p>바슈키르어 키릴 문자에는 러시아어 키릴 문자에 쓰이지 않는 자모가 여럿 포함되는데 당장 башҡорт(başqort)에 들어가는 ҡ(q)는 무성 구개수 파열음 [q]를 나타낸다. 타타르어에서는 [q]를 주변 모음에 따른 /k/의 변이음으로 취급하여 그냥 к(k)로 쓰는 것과 대조된다. 타타르어로는 같은 이름을 башкорт(başkort) &#8216;바슈코르트&#8217;라고 쓴다. 한국어에서는 [q]가 쓰이지 않으므로 [k]인 것처럼 취급하여 &#8216;ㅋ&#8217;으로 적으면 된다. 시위가 일어난 소도시 이름도 러시아어로 Баймак(Baimak), 바슈키르어로 Баймаҡ(Baymaq)로 쓰는데 한글 표기는 &#8216;바이마크&#8217;로 동일하다.</p>
<p>국립국어원에서 쓰는 아랍어 표기 시안에서 아랍어의 ق q [q]를 &#8216;ㄲ&#8217;으로 쓰는 것 때문에 튀르크어의 q도 &#8216;ㄲ&#8217;으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랍어의 q를 &#8216;ㄲ&#8217;으로 쓰는 것이 합당한지의 문제와 별도로 튀르크어의 [q]는 유기음, 즉 거센소리와 비슷한 음이기 때문에 적어도 어두에서는 &#8216;ㄲ&#8217;보다 &#8216;ㅋ&#8217;에 가깝게 들린다.</p>
<p>파일 알시노프/알스노프는 러시아어로 Фаиль Алсынов(Fail&#8217; Alsynov) &#8216;파일 알시노프&#8217;, 바슈키르어로 Фаил Алсынов(Fail Alsınov) &#8216;파일 알스노프&#8217;로 쓴다. 키릴 문자 ы로 나타내는 모음은 한국어의 &#8216;으&#8217;와 같은 후설 비원순 고모음 [ɯ]이다. 1930년대에 쓰인 로마자 표기에서는 이를 키릴 문자의 연음 부호로 빌려 ь로 적었지만 여기서는 튀르키예어에서 같은 모음을 나타내는 자모인 ı로 썼다. 러시아어 ы(y)는 중설 비원순 고모음 [ɨ] 또는 무강세 위치에서 이것이 약간 하강한 근고모음 [ɨ̞]로 발음되기 때문에 &#8216;이&#8217;와 &#8216;으&#8217;의 중간음으로서 &#8216;으&#8217;에 더 깝게 들릴 수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이&#8217;로 통일해서 적는다. 러시아어에서는 ы(y) [ɨ~ɨ̞]와 и(i) [i~ɪ]가 같은 음소 /i/의 변이음으로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p>
<p>바슈키르인은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여러 튀르크계 민족과 마찬가지로 동슬라브어식 -ов(-ov)또는 -ев(-ev)를 붙인 성씨를 쓰는데 한글 표기는 러시아어와 마찬가지로 어말 무성음화를 반영하여 &#8216;-오프&#8217;, &#8216;-에프(자음 뒤)/-예프(모음 뒤)&#8217;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p>
<p>라디 하비로프/해비로프는 러시아어로 Радий Хабиров(Radii Khabirov) &#8216;라디 하비로프&#8217;, 바슈키르어로 Радий Хəбиров(Radiy Xäbirov) &#8216;라디 해비로프&#8217;로 쓴다. 키릴 문자 ə로 나타내는 모음은 영어의 TRAP 모음과 비슷한 전설 비원순 근저모음 [æ] &#8216;애&#8217;이다. 1930년대에 쓰인 로마자 표기는 ә이고 오늘날 아제르바이잔어에서도 ə로 쓰지만 여기서는 중설 중모음 [ə] &#8216;어&#8217;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ä로 썼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어의 한글 표기 용례에서 ə를 &#8216;애&#8217;로 적고 있으므로 바슈키르어의 표기에서도 &#8216;애&#8217;로 적을 수 있겠다.</p>
<p>튀르키예어에는 [æ] 음이 없지만 아제르바이잔어를 비롯하여 타타르어, 카자흐어, 투르크멘어 등에서 이 음이 쓰이므로 튀르크어 [æ]에 공통된 표기 방식을 정하는 것이 좋다.</p>
<p>그밖에 바슈키르어는 с(s) [s], з(z) [z]와 별도로 ҫ(ś) [θ], ҙ(ź) [ð]가 음으로 쓰인다는 튀르크 어족 가운데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각가 영어의 think와 that의 첫 자음에 대응되는 무성 치 마찰음, 유성 치 마찰음이다. 투르크멘어에서 с(s), з(z)가 각각 [θ], [ð]로 발음되지만 이에 대립하는 [s], [z]가 쓰이지 않는 반면 바슈키르어에서는 [s], [z]와 [θ], [ð]가 모두 쓰인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θ]는 [s]처럼 &#8216;ㅅ&#8217;으로 적으니 바슈키르어와 투르크멘어의 [θ]도 &#8216;ㅅ&#8217;으로 적는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어의 [ð]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8216;ㄷ&#8217;으로 적는다. 하지만 바슈키르어와 투르크멘어의 [ð]는 다른 튀르크어의 [z]에 대응되므로 &#8216;ㅈ&#8217;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8216;빨간&#8217;을 뜻하는 바슈키르어 ҡыҙыл(qıźıl)과 투르크멘어 gyzyl은 각각 &#8216;크즐&#8217;과 &#8216;그즐&#8217;로 적어야 계통이 같은 튀르키예어 kızıl &#8216;크즐&#8217;, 아제르바이잔어 qızıl &#8216;그즐&#8217;, 타타르어 кызыл(qızıl) &#8216;크즐&#8217;, 카자흐어 qyzyl/қызыл &#8216;크즐&#8217;, 키르기스어 кызыл(kızıl) &#8216;크즐&#8217;, 우즈베크어 qizil/қизил &#8216;키질&#8217;, 위구르어 قىزىل‎ qizil &#8216;키질&#8217; 등과 어울린다.</p>
<p>투르크멘어에서는 아예 다른 언어에서 [z]를 나타내는 자모 з(z)로 적으며 바슈키르어에서도 з(z)를 변형시킨 자모 ҙ(ź)로 [ð]를 나타내므로 한글 표기도 동일하게 하는 것이 편하다. 러시아어에서도 바슈키르어 ҙ(ź)를 з(z)로 흉내낸다. 예를 들어 바슈키르어로 Абҙан(Abźan)이라고 하는 지명은 러시아어로 Абзаново(Abzanovo) &#8216;아브자노보&#8217;이다. 바슈키르어 이름도 &#8216;아브단&#8217;보다는 &#8216;아브잔&#8217;으로 적는 것이 혼란이 덜할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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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크라이나·폴란드 여행기 1부: 키예프에 도착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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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관문인 보리스필(Бориспіль Boryspil&#8217;)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한낮이었다. 밤에는 영하 15도로 내려가는 한겨울이었지만 지금은 햇볕이 들어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터미널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안내문이 우크라이나어로만 써있었다. 폴란드와 유로 2012를 공동 개최하면서 대중교통에 영어 안내문을 많이 추가했다고 들었지만 여기에는 영어 안내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어는 같은 동슬라브 어군에 속하는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처럼 키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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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5. 12. 30. 추가 내용: 이 글을 쓴 후 우크라이나의 수도의 한글 표기도 우크라이나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8216;키이우&#8217;로 바뀌었지만 기록 보존을 위해 옛 표기인 &#8216;키예프&#8217;를 그대로 두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8216;드니프로강&#8217;이라고 부르는 강도 &#8216;드네프르강&#8217;으로 남겨두었다.</p>
<p>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관문인 보리스필(Бориспіль <i>Boryspil&#8217;</i>)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한낮이었다. 밤에는 영하 15도로 내려가는 한겨울이었지만 지금은 햇볕이 들어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터미널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안내문이 우크라이나어로만 써있었다. 폴란드와 유로 2012를 공동 개최하면서 대중교통에 영어 안내문을 많이 추가했다고 들었지만 여기에는 영어 안내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어는 같은 동슬라브 어군에 속하는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처럼 키릴 문자로 쓴다. 키릴 문자를 모르는 관광객들은 무척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
<p>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처음 방문한 것은 2004년 여름으로 한 달 가까이 지내면서 수도 키예프와 동부의 하르키우(Харків <i>Kharkiv</i>), 남부의 오데사(Одеса <i>Odesa</i>), 크림반도의 잔코이(Джанкой <i>Dzhankoi</i>, 크림 타타르어: Canköy &#8216;장쾨이&#8217;) 등 여러 곳에 가보았지만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갈 기회가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번에 가지 못한 서부의 르비우(Львів <i>L&#8217;viv</i>)를 보고 국경을 넘어 폴란드의 크라쿠프(Kraków)까지 가볼 계획이었다.</p>
<p>보아하니 공항에서 하르키우스카(Харківська <i>Kharkivs&#8217;ka</i>) 지하철역까지 가는 요금이 50흐리우냐(약 2천원)였고 피우덴니(Південний <i>Pivdennyi</i>) 기차역, 즉 키예프 남역까지는 요금이 좀 더 비쌌다. 그래서 버스 기사에게서 하르키우스카까지 가는 표를 샀다.</p>
<p>하르키우스카에서 내려서 지하철역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두리번거리니 같이 버스에서 내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근처의 지하 통로를 가리키며 &#8216;메트로(метро <i>metro</i>, 지하철)&#8217;라고 일러주셨다. 고맙다고 우크라이나어로 &#8216;댜쿠유(дякую <i>dyakuyu</i>)&#8217;라고 말하고 지하 통로를 따라 역에 들어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지하철 요금은 4흐리우냐(약 2백원)였다. 원래도 물가가 싸지만 요즘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사태 때문에 흐리우냐(гривня <i>hryvnya</i>)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에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유럽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저렴한 곳이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0"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0"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68bf387.jpg" alt="" width="600" height="33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68bf387.jp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68bf387-300x169.jpg 300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0" class="wp-caption-text">키예프 페체르스크 수도원(Києво-Печерська лавра <i>Kyievo-Pechers&#8217;ka lavra</i> &#8216;키예보페체르스카 라우라&#8217;)</figcaption></figure>
<p>우크라이나의 공용어는 우크라이나어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부분의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후에는 나라 전체가 소련의 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러시아어를 쓰는 주민이 많다. 제정 러시아 시절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에 대규모로 정착하면서 러시아어는 도시의 언어가 되었으며 도시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어를 배워야 했다. 제정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어 출판을 금지하고 모든 교육을 러시아어로 시행했다.</p>
<p>제1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지배하에 들어간 지역에서는 비러시아 민족에 관대한 &#8216;토착화&#8217; 또는 &#8216;현지화&#8217;를 뜻하는 &#8216;코레니자치야(러시아어: коренизация <i>korenizatsiya</i>, 우크라이나어: коренізація <i>korenizatsiya</i>)&#8217; 정책에 편승하여 한동안 우크라이나어 교육과 출판이 장려되었다. 하지만 1929년 이후 소련의 민족 정책이 180도 바뀌면서 우크라이나어 보급에 힘썼던 당 지도부는 대대적으로 숙청되었고 실질적인 러시아화 정책이 시작되었다. 1980년 이후에는 모든 학생들이 1학년부터 러시아어를 배우도록 했다.</p>
<p>이 때문에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우크라이나가 독립하고 우크라이나어가 공용어로 지정된지 25년이 넘었지만 특히 소련 시절에 교육받은 세대는 러시아어를 쓰는 이들이 많다. 특히 키예프는 주민 대부분이 일상 생활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에 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우크라이나인 부부도 서로 러시아어로 말했고 공항에서도 안내 방송은 우크라이나어로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십중팔구 러시아어였다. 러시아어 방송이나 신문도 많다.</p>
<p>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우크라이나어를 쓰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반발로 소련 시절에 교육받은 세대 중에도 우크라이나어를 더 많이 쓰려 노력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둘 다 구사할 수 있으며 둘을 섞어 쓰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p>
<p>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벨라루스어는 모두 동슬라브 어군에 속하니 상당히 긴밀한 친연 관계에 있는 언어들이다. 하지만 특히 어휘에 있어서 꽤 다른 것들도 많다. 우크라이나어로 고맙다는 말은 &#8216;댜쿠유(дякую <i>dyakuyu</i> [ˈdʲakuju])&#8217;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전혀 다른 &#8216;스파시보(спасибо <i>spasibo</i> [spɐˈsʲibə])&#8217;이다(모음 약화 때문에 &#8216;스파시바&#8217; 비슷하게 들린다).</p>
<p>우크라이나어의 &#8216;댜쿠유&#8217;와 벨라루스어의 &#8216;자쿠유(дзякую <i>dzjakuju</i> [ˈʣʲakuju])&#8217;는 오히려 서슬라브 어군에 속하는 폴란드어의 &#8216;지엥쿠예(dziękuję [ʥɛŋˈkujɛ])&#8217;와 뿌리가 같다. 모두 &#8216;감사하다&#8217;라는 뜻의 고대 고지독일어 dankon을 차용하여 슬라브어식 동사로 만든 것의 활용형이다. 고대 고지독일어의 dankon은 현대 독일어에서 danken이 되었고 독일어로 고맙다는 말인 &#8216;당케(danke [ˈdaŋkə])&#8217;는 그 활용형이다. 영어의 &#8216;생크(thank [ˈθæŋk])&#8217;도 뿌리가 같다. 즉 우크라이나어에서는 고맙다는 말은 러시아어가 아니라 서쪽의 폴란드어에서 온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폴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에 우크라이나어에는 이처럼 폴란드어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뒤에 더 자세하게 하고자 한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1"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1"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f04cca8.jpg" alt="" width="600" height="313"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f04cca8.jp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3f04cca8-300x157.jpg 300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1" class="wp-caption-text">졸로티보로타 지하철역에는 역 이름인 ЗОЛОТІ ВОРОТА <i>ZOLOTI VOROTA</i>가 중세풍의 옛 글자체로 쓰여있다.</figcaption></figure>
<p>숙소는 &#8216;금문(金門)&#8217;을 뜻하는 졸로티보로타(Золотi ворота <i>Zoloti vorota</i>) 지하철역 근처에 있었다. 졸로티보로타 역은 중세 키예프 대공국의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모자이크로 장식된 아치로 덮여있어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손꼽힌다. 승강장은 지하 96.5미터에 있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끝없이 올라가서 이제 지상에 도착했나 했더니 지하에 있는 중간 홀이였고 또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했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2"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2" style="width: 256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scaled.jpg" alt="" width="2560" height="144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scaled.jpg 256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300x169.jp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1024x576.jpg 102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768x432.jpg 768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1536x864.jpg 1536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480-2048x1152.jpg 2048w" sizes="auto, (max-width: 2560px) 100vw, 256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2" class="wp-caption-text">키예프 대공국의 건축을 연상시키는 졸로티보로타 역의 승강장</figcaption></figure>
<p>11세기 중반에 세워진 졸로티보로타는 키예프 대공국 시절 키예프의 주된 성문이었다. 하지만 1240년에 몽골군에 의해 일부 파괴된 후 방치되어 폐허로만 남아있다가 소련 시절인 1982년에 현재에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재건했다. 졸로티보로타의 원래 모습은 알 수가 없어 순전히 상상에 따라 재건한 것이라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3"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3" style="width: 1104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364.jpg" alt="" width="1104" height="62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364.jpg 110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364-300x169.jp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364-1024x576.jpg 102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DSC_0364-768x432.jpg 768w" sizes="auto, (max-width: 1104px) 100vw, 1104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3" class="wp-caption-text">졸로티보로타, 즉 &#8216;금문&#8217;의 현재 모습</figcaption></figure>
<p>키예프는 동슬라브인들이 최초로 건설한 고대 국가의 중심지였다. 인도·유럽 어족의 한 갈래인 슬라브 어파 여러 언어를 쓰는 슬라브인들은 유럽 중동부 어딘가에서 살다가 5~6세기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 이들이 비운 땅에 일부가 들어가 폴란드인, 체코인 등 오늘날의 서슬라브인들의 조상이 되었고 일부는 발칸 반도로 들어가 불가리아인, 옛 유고슬라비아의 여러 슬라브계 민족 등 오늘날의 남슬라브인들의 조상이 되었다. 오늘날의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의 조상이 된 동슬라브인들은 드네프르강, 드네스트르강, 볼가강 유역에 해당하는 방대한 지역에 퍼졌다.</p>
<p>동슬라브인들은 북쪽으로는 발트어를 쓰는 발트족(오늘날의 리투아니아인, 라트비아인 등의 조상)과 우랄 어족의 여러 언어를 쓰는 핀족(오늘날의 핀란드인, 에스토니아인 등의 조상), 남쪽으로는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여러 언어를 쓰는 불가르족, 하자르족 등과 이웃했다. 그러다가 8세기경 지금의 스웨덴 출신의 바이킹들이 발트해를 건너 동슬라브인들이 살던 지역에 진출하여 무역과 노략질에 종사했다. 이들은 동로마 제국에서 용병으로 활약하면서 붙은 이름인 &#8216;바랑기아인&#8217;으로 역사에 알려져있다.</p>
<p>바랑기아인들은 동슬라브 지역의 고대 국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류리쿠(고대 동슬라브어: Рюрикъ ‎Rjurikŭ, 고대 노르드어: Rørikr &#8216;뢰리크르&#8217;, 러시아어: Рюрик <i>‎Ryurik</i> &#8216;류리크&#8217;, 우크라이나어: Рюрик ‎<i>Ryuryk</i> &#8216;류리크&#8217;)라는 이름의 바랑기아인 수장이 9세기에 오늘날의 러시아 라도가 호수 근처에서 권력을 장악했으며 그의 아들인 올리구(고대 동슬라브어: Ольгъ <i>Olĭgŭ</i> 또는 Ѡльгъ <i>Ōlĭgŭ</i>, 고대 노르드어 Helgi &#8216;헬기&#8217;, 러시아어: Олег <i>Oleg</i> &#8216;올레크&#8217;, 우크라이나어: Олег <i>Oleh</i> &#8216;올레흐&#8217;)는 882년 드네프르 강가의 키예프에 수도를 세웠다.</p>
<p>이들이 세운 고대 국가의 주민은 대부분 동슬라브인이었다. 지배 계층인 바랑기아인들을 고대 동슬라브어로 루시(Рѹ́сь <i>Rúsĭ</i>)라고 했다. 현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벨라루스어로는 루스(Русь <i>Rus&#8217;</i>)라고 한다(다만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으로는 &#8216;루시&#8217;로 쓴다). 핀란드어와 에스토니아어로 각각 스웨덴을 가리키는 이름인 Ruotsi &#8216;루오치&#8217;, Rootsi &#8216;로치&#8217;와 뿌리가 같다는 설이 유력하다. 바랑기아인들은 몇 세대가 지나지 않아 동슬라브인들과 동화되었기 때문에 루스는 바랑기아인들이 세운 고대 국가 뿐만이 아니라 그 주된 주민인 동슬라브인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p>
<p>동로마 제국에서는 중세 그리스어로 이들을 로스(Ῥῶς <i>Rhôs</i>)라고 했다. 나라는 로시아(Ῥωσία <i>Rhōsía</i>)라고 불렀다. 이것이 라틴어 루시아(Russia)를 거쳐서 영어에서 쓰는 이름인 러샤(Russia), 한글 통용 표기로는 &#8216;러시아&#8217;가 되었다. 중세 그리스어 로시아는 현대 러시아어 &#8216;로시야(Россия <i>Rossiya</i>)&#8217;가 되었다.</p>
<p>하지만 루스와 러시아는 동의어가 아니다. 중세 루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동슬라브인들이 오늘날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로 분화되기 전이다.</p>
<p>루스를 라틴어로 루테니아(Ruthenia)라고 부르기도 했다. 후에 루테니아는 옛 루스 땅 가운데 리투아니아 대공국 또는 폴란드 왕국의 지배를 받으며 로마 문자권에 들어간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지방을 주로 이르게 되었다.</p>
<p>벨라루스(벨라루스어: Беларусь <i>Biełaruś</i>)라는 국명은 원래 &#8216;하얀 루스&#8217;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 그런데 많은 언어에서 루스와 러시아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고 &#8216;하얀 러시아&#8217;를 뜻하는 이름으로 번역한다. 한국어에서도 예전에는 종종 &#8216;백러시아&#8217;라는 이름을 썼다.</p>
<p>초기 루스는 노브고로드(러시아어: Новгород <i>Novgorod</i>) 공국과 폴라츠크(벨라루스어: Полацк <i>Polatsk</i>, 러시아어: Полоцк <i>Polotsk</i>) 공국도 포함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중심지는 키예프(러시아어: Киев <i>Kiev</i>, 우크라이나어: Київ <i>Kyiv</i> &#8216;키이우&#8217;)였고 키예프의 대공이 루스 전체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은 초기 루스를 &#8216;키예프 루스&#8217;라고 이름지었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4"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4"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644743ef.jpg" alt="" width="600" height="338"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644743ef.jp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644743ef-300x169.jpg 300w" sizes="auto, (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4" class="wp-caption-text">우크라이나의 한 이동통신 회사에서 자사 로고를 응용하여 설치한 I*KYIV 조형물</figcaption></figure>
<p>&#8216;키예프&#8217; 및 영어 이름 Kiev는 [ˈkʲiɪf]로 발음되는 러시아어 이름에 따른 표기이다. 우크라이나어 이름은 [ˈkɪjiu̯] &#8216;키이우&#8217;로 발음된다. 1992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붕괴로 독립을 얻은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어식인 Kiev 대신 우크라이나어 이름에 따른 로마자 표기인 Kyiv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크라이나 국내의 모든 공문서나 표지판에서 Kyiv를 쓰는 것은 물론 외국의 여러 국제 기구나 정부 기관, 일부 언론에서도 Kyiv를 채택했다. 하지만 영어권 일반인들은 압도적으로 Kiev라고 알고 있으며 영어권 주요 언론에서도 전통 표기인 Kiev를 계속 쓰는 곳이 많다. 그나마 이것은 영어권 이야기이고 한국에서는 &#8216;키예프&#8217; 대신 &#8216;키이우&#8217;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여러 고유명사는 우크라이나어를 기준으로 적지만 키예프만은 러시아어식 관용 표기로 적는다. 참고로 키예프를 고대 동슬라브어로는 &#8216;크이예부(Кꙑѥвъ <i>‎Kyjevŭ</i>)&#8217;라고 했다.</p>
<p>중세 역사서에 따르면 10세기 후반 키예프의 대공이 된 볼로디매루(고대 동슬라브어: Володимѣръ ‎<i>Volodiměrŭ</i>)는 슬라브인의 토속 신앙 대신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자들을 유럽 각지에 보내 여러 종교에 대해 알아보도록 했다. 그런데 이슬람교는 음주를 금지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유대교의 신은 자신이 선택한 민족이 나라를 빼앗기도록 허락한 힘없는 신으로 보였다. 로마 가톨릭교는 예식이 따분해 보였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에서 본 그리스 정교 예식은 볼로디매루가 보낸 사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래서 988년 볼로디매루는 그리스 정교로 개종하고 이를 키예프 루스의 국교로 채택했다.</p>
<p>볼로디매루는 우크라이나어로 볼로디미르(Володимир <i>Volodymyr</i>), 러시아어로 블라디미르(Владимир <i>Vladimir</i>)로 알려져있다. 사실 그가 그리스 정교로 개종한 것은 동로마 제국과의 관계를 생각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이는 그 후 동슬라브인의 역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되었으며 후에 성인으로 떠받들여졌다. 오늘날 키예프의 중심부에는 성 볼로디미르 대성당이 있다. 1852년 모스크바의 관구장주교가 블라디미르/볼로디미르가 기독교로 개종한 9백주년을 기념하여 키예프에 대성당을 건축할 것을 제안해서 네오비잔틴 양식으로 1882년 건물을 완공하고 벽화까지 모두 완성이 된 1896년 축성식을 가졌다. 오늘날에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키예프 총대주교청 소속이다.</p>
<figure id="attachment_107195"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195"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195"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a3a74e64.jpg" alt="" width="600" height="338"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a3a74e64.jp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89b9a3a74e64-300x169.jpg 300w" sizes="auto, (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195" class="wp-caption-text">키예프의 성 볼로디미르 대성당</figcaption></figure>
<p>이 글에서는 일부러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러시아·벨라루스가 나눠지기 이전의 역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세 루스의 인명을 고대 동슬라브어 형태로 썼지만 보통은 류리크와 올레크, 블라디미르 등 러시아어 형태를 쓴다. 키예프 루스를 곧 고대 러시아로 보는 러시아의 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탓도 있겠지만 소련 시절에는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사어가 된 고대 동슬라브어는 말할 것도 없으니 비교적 잘 알려진 러시아어 형태를 쓰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키예프 루스의 인물들이 러시아 사람인지 우크라이나 사람인지 벨라루스 사람인지 묻는 것은 한국 고대사 인물들이 북한 사람인지 남한 사람인지 묻는 것처럼 말이 되지 않지만 언어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는 마치 영어 등 유럽 언어에서 중국의 역사 인명을 적을 때 광둥어, 민난어, 하카어 등이 아닌 표준 중국어 발음을 따르는 것과 비슷하다.</p>
<p>그러니 키예프 루스의 인명은 보통 러시아어 형태로 쓰되 우크라이나 또는 벨라루스 역사에 한정해서 언급할 때에는 각각의 경우에 맞게 우크라이나어 또는 벨라루스어 형태를 쓰는 것이 좋겠다.</p>
<p>키예프 대공국은 11세기말 이후 분열되어 쇠퇴하다가 1240년대 몽골군의 침략으로 멸망하였다. 인구가 십만이 넘던 당시로서는 대도시였던 키예프는 몽골군에 의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그 후 키예프는 리투아니아 대공국과 폴란드 왕국,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키예프는 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볼셰비키 군이 지원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에 흡수되었다. 1922년에 소련이 출범할 때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은 초대 구성국 가운데 하나였다. 소련은 말이 좋아 동등한 연방이지 사실은 모든 구성국들이 모스크바의 지배를 받았다.</p>
<p>키예프의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에 맞서 볼셰비키 군이 지원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의 수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하르코프(러시아어: Харьков <i>Khar&#8217;kov</i>, 현행 외래어 표기법대로는 &#8216;하리코프&#8217;), 즉 오늘날의 하르키우(Харків <i>Kharkiv</i>)였다. 이것이 소련 출범 후에도 계속되다가 1934년에야 키예프가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선언하였고 키예프는 다시 비로소 독립국의 수도가 되었다.</p>
<p>숙소에 짐을 풀고 나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기념하여 이름지어진 독립 광장으로 향했다. 2004년 여름에 방문한 이후 키예프의 독립 광장은 두 차례 혁명의 주 무대가 되었으니 어떻게 모습이 바뀌었는지 궁금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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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글루스 문답 바통 넘겨받았습니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8/13/%ec%9d%b4%ea%b8%80%eb%a3%a8%ec%8a%a4-%eb%ac%b8%eb%8b%b5-%eb%b0%94%ed%86%b5-%eb%84%98%ea%b2%a8%eb%b0%9b%ec%95%98%ec%8a%b5%eb%8b%88%eb%8b%a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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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3 Aug 2009 12:20:38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러시아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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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슬로바키아어]]></category>
		<category><![CDATA[언어정책]]></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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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imc84님께서 바톤/배턴/바통 받았음에서 제게 배턴/바통을 넘겨주셨습니다. imc84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8216;바톤&#8217;이라는 표기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영어 발음을 따른 &#8216;배턴&#8217; 또는 프랑스어 발음을 따른 &#8216;바통&#8217;만이 표준어로 인정되는 표기입니다. 동일한 질문 패턴을 바탕으로 정해주신 주제에 대해 이어서 글쓰기하는 것 같은데 제게는 &#8216;언어정책&#8217;이라는 조금 부담스러운 주제를 주셨네요. 정확히 어떤 종류의 언어정책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답해보겠습니다. 주어진 질문은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imc84님께서 <a href="http://imc84.egloos.com/4209609">바톤/배턴/바통 받았음</a>에서 제게 배턴/바통을 넘겨주셨습니다. imc84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8216;바톤&#8217;이라는 표기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영어 발음을 따른 &#8216;배턴&#8217; 또는 프랑스어 발음을 따른 &#8216;바통&#8217;만이 표준어로 인정되는 표기입니다.</p>
<p>동일한 질문 패턴을 바탕으로 정해주신 주제에 대해 이어서 글쓰기하는 것 같은데 제게는 &#8216;언어정책&#8217;이라는 조금 부담스러운 주제를 주셨네요. 정확히 어떤 종류의 언어정책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답해보겠습니다.</p>
<p>주어진 질문은<br />
1. 최근 생각하는 ~<br />
2. 이런 ~ 감동!<br />
3. 직감적으로 ~<br />
4. 좋아하는 ~<br />
5. 이런 ~ 싫어<br />
6. 다음에 넘겨줄 7명<br />
이렇게 되겠습니다.</p>
<h2>1. 최근 생각하는 언어정책</h2>
<p>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사이의 외교 분쟁으로 번지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새 언어법(추유호님께서 쓰신 <a href="http://zariski.egloos.com/2411468">슬로바키아의 이상한 법</a> 참고)을 계기로 한 언어의 사용을 장려하는 것과 다른 언어를 탄압하는 것의 경계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변화하는 정치적 현실에 따라 어제 우위에 있던 언어가 오늘 소수 언어로 전락하는 일이 있기에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p>
<p>슬로바키아의 새 언어법이 슬로바키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헝가리계에 대한 언어 탄압이라는 비판이 헝가리를 중심으로 일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가 헝가리의 지배를 받던 시절 슬로바키아어 말살과 슬로바키아의 헝가리화 정책이 실시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상황이 역전된 셈이라고 말할 수도 있죠. 20세기 이전 유럽 국가에서는 소수 언어에 대한 탄압이 당연한 것이었으니 헝가리가 특별히 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 체코만 해도 오스트리아 지배하에 독일어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할 구실을 제공한 역사가 있습니다.</p>
<p>얼마 전에 에스토니아인 관광객 두 명을 만났습니다. 한 명은 러시아인 아버지와 고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다른 한 명은 에스토니아인 아버지와 벨라루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둘 다 집에서는 러시아어를 쓰고 둘이서도 서로 러시아어를 씁니다. 공용어인 에스토니아어도 능숙하게 구사합니다. 소련 치하의 에스토니아에는 비에스토니아인이 대대적으로 이주하여 에스토니아어가 러시아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러시아어가 우대를 받는 것은 당연했고요. 그래서 에스토니아가 독립을 되찾은 후 에스토니아어의 공용어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이주자들에게 에스토니아어를 배우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정책을 폈습니다. 이에 2006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에서는 에스토니아의 언어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고,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지는 이에 대해 국제사면위원회가 러시아의 선전에 동조하고 있다며 에스토니아를 옹호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전문은 <a href="http://engforum.pravda.ru/showthread.php?t=186037">여기</a>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p>
<h2>2. 이런 언어정책 감동!</h2>
<p>순수히 언어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만 본다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어로 사용되지 않던 히브리어가 이스라엘의 국어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만큼 감동적인 예를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들은 4세기경까지는 히브리어를 썼지만 그 이후 아람어, 나중에는 아랍어를 썼습니다. 모어 사용자가 전무한 상태였던 언어에서 다시 수백만 명의 모어가 된 예는 히브리어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p>
<p>물론 히브리어가 부활된 것은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오는 부르주아 유대인들의 언어인 이디시어에 맞선 대안으로서였다는 정치적인 성격이 짙었습니다. 시온주의와의 연관도 있고&#8230;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가 고대 히브리어를 얼마나 잘 계승했는지도 논란이 됩니다. 그래도 유대교 경전(기독교의 구약성경 포함)과 탈무드의 언어인 히브리어가 한 나라의 공용어로 부활했다는 사실은 솔직히 감동적입니다.</p>
<h2>3. 직감적으로 언어정책</h2>
<p>&#8216;필요악&#8217;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설명이 필요하겠죠?</p>
<p>언어학을 공부하면 규범주의에 대해 본능적인 반감을 가지게 돼있습니다. 언어는 언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마련인데 인위적으로 규칙에 맞게 언어를 재단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p>
<p>하지만 경제학에서 모든 것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놓을 수 없고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 것처럼 언어에도 일정한 규범이 필요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데 장애가 없으려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를 선택하여 각종 문법을 통일한 표준어가 필요합니다. 제가 외래어 표기법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같은 외국어 이름의 표기가 제각각인데에 따른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p>
<p>가장 이상적인 언어정책은 언어의 정상적인 발전을 억압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언중이 공통된 언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틀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규범 언어는 어느정도 보수적일 필요가 있지만 현실 언어와 차이가 커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
<h2>4. 좋아하는 언어정책</h2>
<p>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언어정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정책이라 하기는 좀 무리인 것 같고&#8230;</p>
<p>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와 구화를 동시에 교육시키는 스웨덴의 이중언어정책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비장애인들과의 소통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언어정책 아니겠습니까?<br />
<a href="http://omni.or.kr/new/main.html?doc=other&amp;read=noticeview&amp;num=900">http://omni.or.kr/new/main.html?doc=other&amp;read=noticeview&amp;num=900</a></p>
<h2>5. 이런 언어정책 싫어</h2>
<p>세계사를 통틀어 언어에 대한 탄압 사례는 수없이 많은데 새삼스럽게 열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p>
<p>다만 정서법이나 전사법 같은 것을 마련하는 중요한 언어정책을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과정 없이 세우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독재자들의 변덕에 따라 한 나라의 언어정책이 좌우되는 모습은 참 안쓰럽습니다.</p>
<p>미얀마(버마)의 군부가 1989년 영어 국명을 Burma에서 Myanmar로 바꾼 것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따르지 않는 것은 단순히 국민들을 대변하지 않는 독재 군부가 어떻게 국명을 맘대로 바꿀 수 있느냐는 항의의 표시였겠죠. 하지만 혼란스럽던 미얀마 지명의 표기를 개정하고 통일시키기 위해 군부가 설립한 위원회에 언어 전문가가 부족하여 언어학적으로도 워낙 조잡한 표기안을 내놓았다는 비난도 면할 수 없습니다. 당장 Myanmar의 원어에는 [r] 발음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영어 표기에서 r는 마지막 &#8216;아&#8217; 모음이 길어진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붙인 것입니다. 언어학을 잘 모르는 군인들과 공무원들이 아니라 진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였다면 그런 식의 표기로 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p>
<p>미얀마의 지명 표기에 관한 영어 블로그 글:<br />
http://www.languagehat.com/archives/003586.php</p>
<h2>6. 다음에 넘겨줄 7명</h2>
<p>제게는 그런 인맥이 없습니다&#8230; 평소에 링크해둔 블로그도 많지 않고 그것도 그냥 조용히 읽기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뜬금없는 부탁을 드리기도 어렵습니다.</p>
<p>그래도 바통을 넘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8230; 제가 링크한 분 가운데 제게 바통을 넘겨주신 imc84님과 이미 문답을 하신 슈타인호프님을 빼면 딱 일곱 명이네요. 왠지 쓰실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주제어를 고른다고 골랐는데 쓰기가 어렵다면 그냥 편히 맘대로 해석하셔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바쁘신 와중에 쓰시리라고 기대하지도 않겠습니다. 꼭 이 문답 형식이 아니고 제가 생각한 주제어와 맞지 않더라도 언제 시간나실 때 몇 자 적어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바통을 넘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p>
<p>펜큐어님께 &#8216;헌책방&#8217;<br />
joyce님께 &#8216;덴마크&#8217;<br />
파리13구님께 &#8216;프랑스 영화&#8217;<br />
새퍼 양파님께 &#8216;외국 생활&#8217;<br />
jeltz님께 &#8216;이슬람사&#8217;<br />
daewonyoon님께 &#8216;번역&#8217;<br />
추유호님께 &#8216;여행&#8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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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체코: 이제는 영어로 Czechia &#8216;체키아&#8217;라고 불러주세요</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16/04/27/%ec%b2%b4%ec%bd%94-%ec%9d%b4%ec%a0%9c%eb%8a%94-%ec%98%81%ec%96%b4%eb%a1%9c-czechia-%ec%b2%b4%ed%82%a4%ec%95%84%eb%9d%bc%ea%b3%a0-%eb%b6%88%eb%9f%ac%ec%a3%bc%ec%84%b8%ec%9a%94/</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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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26 Apr 2016 22:30:09 +0000</pubDate>
				<category><![CDATA[표기 용례]]></category>
		<category><![CDATA[Czechia]]></category>
		<category><![CDATA[독일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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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지난 4월 14일 체코의 대통령과 총리, 상하원 의장,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은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을 공식적으로 Czechia [ˈʧɛkiə] 체키아로 통일하기로 결정하고 내각의 동의를 얻으면 유엔에 등록을 신청하기로 했다. 현재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 [ðə ˈʧɛk ɹᵻˈpʌblɪk] 더 첵 리퍼블릭, 즉 &#8216;체코 공화국&#8217;으로만 통용되고 있는 것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식 국명이 길면 일상적으로 그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발음 관련 웹사이트 Pronouncer에 올렸다가 그림을 추가하여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지난 4월 14일 체코의 대통령과 총리, 상하원 의장,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은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을 공식적으로 Czechia [ˈʧɛkiə] <small>체키아</small>로 통일하기로 결정하고 내각의 동의를 얻으면 유엔에 등록을 신청하기로 했다. 현재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 [ðə ˈʧɛk ɹᵻˈpʌblɪk] <small>더 첵 리퍼블릭</small>, 즉 &#8216;체코 공화국&#8217;으로만 통용되고 있는 것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p>
<figure id="attachment_107052"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052" style="width: 2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05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4138877b.png" alt="" width="200" height="133"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052" class="wp-caption-text">체코의 국기</figcaption></figure>
<p>일반적으로 정식 국명이 길면 일상적으로 그 나라를 이를 때는 가급적이면 한 단어로 줄여서 부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정식 국명은 영어로 the French Republic [ðə ˈfɹɛnʧ ɹᵻˈpʌblɪk] <small>더 프렌치 리퍼블릭</small>, 즉 &#8216;프랑스 공화국&#8217;이지만 약식 국명인 France [ˈfɹæˑns] <small>프랜스</small>, 즉 &#8216;프랑스&#8217;로 통용된다. 그런데 체코는 현재 영어에서 the Czech Republic을 줄여 부를 수 있는 약식 국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Czechia라는 이름을 보급하자는 것이 체코 정부의 바람이다.</p>
<p>Czech [ˈʧɛk] <small>첵</small>은 영어로 &#8216;체코 사람&#8217;, &#8216;체코어&#8217;를 뜻하는 명사인 동시에 &#8216;체코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이지만 나라 이름은 아니다. 마치 French <small>프렌치</small>가 영어로 &#8216;프랑스어&#8217;를 뜻하는 명사인 동시에 &#8216;프랑스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이지만 나라 이름은 아니고 France가 나라 이름인 것과 같다. 그래서 French/France에 대응하는 단어쌍으로 Czech/Czechia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뉜 후 한국어의 &#8216;체코&#8217;를 비롯하여 독일어의 Tschechien [ˈʧɛçi̯ən] <small>체히엔</small>, 러시아어의 Чехия(Chekhiya) [ˈʨexʲɪjə] <small>체히야</small> 등 여러 언어에서 체코에 해당하는 한 단어짜리 약식 국명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Czechia라는 약식 국명을 쓰자는 움직임이 별 호응이 없이 묻히고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으로만 통하게 되었다.</p>
<p>그러니 약식 국명을 쓰자는 체코 정부의 요청은 영어처럼 정식 국명만 쓰는 언어에 한정된 것이다. 그런데 주로 외신을 번역한 국내 언론 보도에서는 이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8216;체코&#8217;는 형용사이니 나라 이름으로는 잘못되었다고 한 곳도 있는데 영어의 Czech은 형용사이지만 한국어에서는 &#8216;체코&#8217;가 나라 이름으로 쓰이니 잘못된 번역이다. 또 정식 국명을 the Czech Republic에서 Czechia로 바꾼다고 한 곳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식 국명은 여전히 the Czech Republic이고 이와 병행하여 쓸 약식 국명을 Czechia로 통일하자는 것이다.</p>
<h2>보헤미아, 모라비아, 체코령 실레시아</h2>
<p>체코는 역사적으로 보헤미아(<small>라틴어:</small> Bohemia, <small>체코어:</small> Čechy [ˈʧɛxɪ] <small>체히</small>)와 모라비아(<small>라틴어:</small> Moravia, <small>체코어:</small> Morava [ˈmorava] <small>모라바</small>), 실레시아(<small>라틴어:</small> Silesia, <small>체코어:</small> Slezsko [ˈslɛssko] <small>슬레스스코</small>) 세 지방으로 구분한다. 이들을 합쳐 České země [ˈʧɛskɛː ˈzɛmɲɛ] <small>체스케 제메</small>, 즉 &#8216;체코의 땅들&#8217; 또는 &#8216;체코의 나라들&#8217;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현재 독일과 폴란드 영토인 루사티아(<small>라틴어:</small> Lusatia, <small>체코어:</small> Lužice [ˈluʒɪʦɛ] <small>루지체</small>, <small>독일어:</small> Lausitz [ˈlaʊ̯zɪʦ] <small>라우지츠</small>, <small>폴란드어:</small> Łużyce [wuˈʐɨʦɛ] <small>우지체</small>)도 České země에 포함되었지만 오늘날의 체코 영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영어에서는 1993년 이전의 현재 체코 영토를 이를 때 &#8216;체코 공화국&#8217;을 뜻하는 the Czech Republic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the Czech Lands [ðə ˈʧɛk ˈlændz] <small>더 첵 랜즈</small>라는 České země에 대응되는 표현을 쓴다.</p>
<figure id="attachment_107053"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053" style="width: 6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05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4c8eec9a.png" alt="" width="600" height="34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4c8eec9a.png 6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4c8eec9a-300x171.png 300w" sizes="auto, (max-width: 600px) 100vw, 6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053" class="wp-caption-text">보헤미아(Čechy), 모라비아(Morava), 체코령 실레시아(Slezsko)를 나타낸 체코의 지도(<a href="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zech_Rep_._-_Bohemia,_Moravia_and_Silesia_V.png">출처</a>)</figcaption></figure>
<p>체코의 세 지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수도 프라하(<small>체코어:</small> Praha [ˈpraɦa])가 속한 보헤미아이다. 라틴어 이름 Bohemia는 원래 그 지역에 정착했던 켈트족, 구체적으로는 갈리아족의 일파인 보이족(<small>라틴어 복수형:</small> Boius <small>보이우스</small>, <small>복수형:</small> Boii <small>보이이</small>)의 부족명에 &#8216;집&#8217;, &#8216;거주지&#8217;를 뜻하는 고대 게르만어 *haimaz를 붙인 것으로 보이는 라틴어 Boiohaemum <small>보이오하이뭄</small>에서 유래했다. 6세기경 보헤미아 중부에 슬라브족의 일파인 체코족(<small>체코어 단수형:</small> Čech [ˈʧɛx] <small>체흐</small>, <small>복수형:</small> Češi [ˈʧɛʃɪ] <small>체시</small> 또는 Čechové [ˈʧɛxovɛː] <small>체호베</small>; 체코어에서 이 단어는 &#8216;보헤미아 사람&#8217;, &#8216;체코 사람&#8217;이라는 의미로도 쓰임)이 정착했기 때문에 체코어로는 보헤미아를 Čechy [ˈʧɛxɪ] <small>체히</small>라고 부르며 폴란드어로도 Czechy [ˈʦ̢ɛxɨ] <small>체히</small>라고 부른다. Čechy는 Čech의 비활동체 복수형으로 옛 체코어의 나라 이름 조어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서는 영어의 Bohemia [boʊ̯ˈhiːmiə] <small>보히미아</small>, 프랑스어의 Bohême [bɔɛm] <small>보엠</small>, 독일어의 Böhmen [ˈbøːmən] <small>뵈멘</small> 등 라틴어 이름 보헤미아에서 온 이름을 쓴다.</p>
<p>19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8216;집시&#8217;로 흔히 알려진 유랑 민족인 롬족이 보헤미아를 통해서 왔다고 잘못 알려져 이들을 프랑스어로 Bohémiens [bɔemjɛ̃] <small>보에미앵</small>, 즉 &#8216;보헤미아인&#8217;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가난한 예술가들이 낮은 집세를 찾아 롬족이 사는 동네에 모여들고 이들의 방랑 생활을 동경하며 스스로 &#8216;보헤미아인&#8217;으로 자처하면서 &#8216;보헤미안(영어: Bohemian [boʊ̯ˈhiːmiən] <small>보히미언</small>)&#8217;은 엉뚱하게도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예술가를 뜻하는 말이 되고 말았다. 보헤미아에도 롬족이 있었고 자유분방함, 특히 종교의 자유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8216;보헤미안&#8217;을 어원상으로 따지면 프랑스인들의 오해로 지어진 말이니 체코의 보헤미아와는 별 관계가 없다.</p>
<p>보헤미아는 체코 영토의 66%를 차지하고 전체 인구 1천 만 가운데 약 6백 만이 살고 있으니 수적으로도 체코를 대표하는 지방이다.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small>체코어:</small> Antonín Dvořák [ˈantoɲiːn ˈdvor̝aːk], 1841년~1904년), 작가 프란츠 카프카(<small>독일어:</small> Franz Kafka [ˈfʁanʦ ˈkafka], 1883년~1924년), 영화감독 밀로시 포르만(<small>체코어:</small> Miloš Forman [ˈmɪloʃ ˈforman], 1932년 태생),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small>체코어:</small> Martina Navrátilová [ˈmarcɪna ˈnavraːcɪlovaː], 1956년 태생) 등이 모두 보헤미아 출신이다. 이 가운데 카프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었는데 역사적으로 체코는 체코인들 뿐만이 아니라 독일인(오스트리아인 포함) 주민이 많았으며 폴란드인과 헝가리인, 유대인 등이 사는 다민족 지역이었다.</p>
<p>모라비아는 현재의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경계를 이루는 모라바 강(<small>체코어:</small> Morava [ˈmorava])에서 이름을 땄다. 체코어로는 지방과 강 이름이 둘 다 Morava 모라바로 똑같다. 833년경 출현해서 906년 또는 907년까지 존재한 중세 국가인 대모라비아(<small>라틴어:</small> Moravia Magna <small>모라비아 마그나</small>)는 중부 유럽에 등장한 최초의 대규모 슬라브계 국가로 정확한 강역은 알 수 없지만 모라바 강 유역이 중심 영토였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대표 도시는 브르노(<small>체코어:</small> Brno [ˈbr̩no])이며 체코 영토의 28%를 차지하고 인구는 약 3백만이다. 작가 밀란 쿤데라(<small>체코어:</small> Milan Kundera [ˈmɪlan ˈkundɛra], 1929년 태생), 아르누보 화가 알폰스 무하(<small>체코어:</small> Alfons Mucha [ˈalfons ˈmuxa], 1860년~1939년), 독일의 철학자 에트문트 후설(<small>독일어:</small> Edmund Husserl [ˈɛtmʊnt ˈhʊsɐl], 1859년~1938년) 등이 모라비아 출신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small>독일어:</small> Gustav Mahler [ˈɡʊsta<small>(ː)</small>f ˈmaːlɐ], 1860년~1911년)는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경계 지역 출신이다.</p>
<p>체코어로 Slezsko 슬레스스코라고 하는 실레시아는 현재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독일에 걸쳐있는 지방으로 폴란드어로는 Śląsk [ˈɕlɔ̃sk] <small>실롱스크</small>, 독일어로는 Schlesien [ˈʃleːzi̯ən] <small>슐레지엔</small>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체코령 실레시아는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령 실레시아와 거의 일치한다. 대표 도시는 오스트라바(<small>체코어:</small> Ostrava [ˈostrava])이며 예전에는 오파바(<small>체코어:</small> Opava [ˈopava])가 체코령 실레시아의 수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 독일인들이 추방되기 전까지 독일어 사용 주민이 많이 살던 곳으로 유전학의 아버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그레고어 멘델(<small>독일어:</small> Gregor Mendel [ˈɡʁeːɡoːɐ̯ ˈmɛndl̩], 1822년~1884년)이 현재의 체코령 실레시아 출신이다.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small>체코어:</small> Ivan Lendl [ˈɪvan ˈlɛndl̩], 1960년 태생)도 이 지방 출신이다. 체코령 실레시아는 체코 전체 면적의 6%에 지나지 않고 인구도 1백 만 뿐이며 1782년 이후 대체로 모라비아와 같은 행정 단위에 속했으므로 때로는 따로 취급하지 않고 모라비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p>
<h2>보헤미아 왕관령</h2>
<p>헝가리인의 침입으로 슬라브계 중세 국가 대모라비아가 분열되면서 그 일부였던 보헤미아는 9세기 말 공국으로 독립한 뒤 이웃하는 모라비아와 실레시아를 정복하고 1200년경에는 보헤미아 왕국으로 격상되었다. 14세기에 보헤미아 왕 카렐 4세(<small>체코어:</small> Karel [ˈkarɛl], <small>독일어:</small> Karl [ˈkaʁl] <small>카를</small>; 1316년~1378년)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선출되면서 보헤미아의 프라하가 제국의 수도가 되는 등 최전성기를 누렸다. 1526년 보헤미아 왕위를 합스부르크 왕가가 물려받은 이후로도 보헤미아는 합스부르크 본령인 오스트리아에 버금가는 중요한 지역이었으나 30년 전쟁(1618년~1648년)의 초기 전투인 1620년의 빌라호라(<small>체코어:</small> Bílá hora [ˈbiːlaː-ˈɦora]) 전투에서 보헤미아 군대가 제국군에게 크게 패하면서 독립을 잃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속령이 되었다. 그래도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될 때까지도 보헤미아 왕국이라는 이름과 지위는 존속되었다. 모라비아 변경백령과 저지 실레시아·고지 실레시아 공작령은 보헤미아 왕국의 일부가 되지는 않았지만 보헤미아 왕이 스스로 또는 봉신을 통해 다스리는 이른바 보헤미아 왕관령에 속했다.</p>
<p>이처럼 1918년까지의 근대 역사에서 체코의 3대 지방 가운데 보헤미아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영어 및 다른 유럽 언어에서는 역사적으로 보헤미아가 체코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쓰였다. 그런데 19세기 국민주의(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보헤미아와 구분되는 이름이 필요해졌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가운데서도 부유하고 강성한 지역이었던 보헤미아 왕관령은 특히 독일어 사용 인구를 비롯한 여러 민족의 터전이 되었다. 보헤미아인이라는 이름은 체코어를 쓰든 독일어를 쓰든 보헤미아 왕관령의 주민을 모두 가리켰기 때문에 슬라브어인 체코어를 쓰는 주민들을 구별해서 이르기 위해 Czech [ˈʧɛk] <small>첵</small>이라는 민족명 및 형용사가 19세기부터 영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이름은 체코인들의 조상인 체코족은 물론 보헤미아인, 체코인을 아울러 이르는 체코어 이름 Čech <small>체흐</small>에서 왔다. 1842년의 체코어 철자법 개정 전에는 č를 cž로 적었으므로 영어의 Czech은 옛 체코어 철자 Cžech <small>체흐</small>를 따른 것이다. 옛 체코어 철자법은 폴란드어 철자법과 비슷했는데 폴란드어는 비슷한 음인 [ʦ̢]를 cz로 적으며 이 단어를 Czech [ˈʦ̢ɛx] <small>체흐</small>라고 쓴다.</p>
<p>한편 중세 대모라비아에서 헝가리인들에게 정복된 동쪽 지역의 슬라브인들은 1918년까지 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이들이 슬로바키아인들이다. 지금도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상당 부분 서로 의사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가깝다. 16세기에는 보헤미아와 마찬가지로 헝가리 왕국도 오스트리아를 다스리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차지가 되었지만 그 이름과 지위는 존속되었으며 1867년에는 합스부르크 영토 내에서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게 되어 이른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탄생하였다. 그런데 19세기 말은 근대 국민국가 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시기로 보헤미아 왕관령의 체코인들은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맞서, 헝가리 왕국의 슬로바키아인들은 헝가리어를 쓰는 헝가리의 지배에 맞서 자결권을 얻으려 하였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민족주의자들은 서로 힘을 합쳤고 나중에는 아예 한 나라로 합치자는 논의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된 가운데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탄생하였다.</p>
<h2>체코슬로바키아의 탄생과 분리</h2>
<p>이 신생국의 체코어 및 슬로바키아어 이름은 Česko-Slovensko 또는 Československo <small>체코어:</small> [ˈʧɛskoslovɛnsko], <small>슬로바키아어:</small> [ˈʧeskosloʋensko] <small>체스코슬로벤스코</small>였다. 1918년~1920년과 1938년~1939년에는 붙임표를 쓴 Česko-Slovensko였고 1920년~1938년과 1945년 후 공산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붙임표 없이 쓴 Československo였다.</p>
<p>이 이름은 &#8216;체코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 český <small>체코어:</small> [ˈʧɛskiː], <small>슬로바키아어:</small> [ˈʧeskiː] <small>체스키</small>와 &#8216;슬로바키아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 slovenský <small>체코어:</small> [ˈslovɛnskiː], <small>슬로바키아어:</small> [ˈsloʋenskiː] <small>슬로벤스키</small>를 접요사 -o-로 연결한 형용사형 česko(-)slovenský <small>체코어:</small> [ˈʧɛskoslovɛnskiː], <small>슬로바키아어:</small> [ˈʧeskosloʋenskiː] <small>체스코슬로벤스키</small>를 만든 다음 그 어미를 -sko로 바꾸어 중성 명사로 바꾼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체코어에서는 나라 이름을 만들 때 이처럼 -sko로 끝나는 중성 명사를 쓰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p>
<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8; padding: 4px 10px 4px 10px; margin-top: -8px; margin-bottom: 20px;">
<div class='content-column full_width'>česk(ý) + -o- + sloven|ský → -sko = Česko-Slovensko/Československo</div>
</div>
<p>그전까지 &#8216;보헤미아&#8217;라는 이름을 쓰던 다른 여러 언어에서는 이 새 이름을 번역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8216;체코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 Czech <small>첵</small>에 &#8216;슬로바키아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 Slovak [ˈsloʊ̯væ⟮ɑː⟯k] <small>슬로백/슬로바크</small>(&#8216;슬로바키아인&#8217;을 뜻하는 체코어·슬로바키아어 남성 단수형 Slovák <small>체코어:</small> [ˈslovaːk], <small>슬로바키아어:</small> [ˈsloʋaːk] <small>슬로바크</small>에서 유래)를 접요사 -o-로 연결한 Czechoslovak [ˌʧɛkoʊ̯ˈsloʊ̯væ⟮ɑː⟯k] <small>체코슬로백/체코슬로바크</small>라는 형용사형을 만들고 여기에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나라 이름을 만들 때 쓰는 접미사 -ia를 붙여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ɑː⟯kiə] <small>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small>로 썼다.</p>
<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8; padding: 4px 10px 4px 10px; margin-top: -8px; margin-bottom: 20px;">
<div class='content-column full_width'>Czech + -o- + Slovak + -ia = Czechoslovakia</div>
</div>
<p>다른 언어에서도 비슷한 이름을 만들어 썼다.</p>
<ul>
<li>체코어: Československo [ˈʧɛskoslovɛnsko] <small>체스코슬로벤스코</small></li>
<li>영어: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ɑː⟯kiə] <small>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small></li>
<li>프랑스어: Tchécoslovaquie [tʃekɔslɔvaki] <small>체코슬로바키</small></li>
<li>이탈리아어: Cecoslovacchia [ʧekozloˈvakkja] <small>체코슬로바키아</small></li>
<li>독일어: Tschechoslowakei [ˌʧɛçoslovaˈkaɪ̯] <small>체호슬로바카이</small></li>
<li>폴란드어: Czechosłowacja [ˌʦ̢ɛxɔswɔˈvaʦja] <small>체호스워바치아/체호스와바차</small></li>
<li>러시아어: Чехословакия(Chekhoslovakiya) [ʨɪxəslɐˈvakʲɪjə] <small>체호슬로바키야</small></li>
</ul>
<p>이 가운데 독일어에서는 나라 이름에서 흔히 쓰는 Belgien [ˈbɛlɡi̯ən] <small>벨기엔</small> (벨기에), Rumänien [ʁuˈmɛːni̯ən] <small>루메니엔</small> (루마니아) 등의 단수 중성 어미 -ien 대신 상대적으로 드문 Türkei [tʏʁˈkaɪ̯] <small>튀르카이</small> (튀르키예), Mongolei [ˌmɔŋɡoˈlaɪ̯] <small>몽골라이</small> (몽골) 등의 복수 여성 어미인 -ei를 쓴 것이 특기할만하다. 아마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합친 나라라서 복수형 어미가 어울린다고 본 것이리라.</p>
<p>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의 영향 아래 공산권에 들어간 체코슬로바키아는 1960년에는 개헌과 함께 정식 국명도 &#8216;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8217;으로 바꾸었다. 1989년 이른바 벨벳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된 바츨라프 하벨(<small>체코어:</small> Václav Havel [ˈvaːʦlaf ˈɦavɛl], 1936년~2011년)은 국호에서 &#8216;사회주의&#8217;라는 말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가 체코와 동등한 지위를 누릴 것을 요구한 슬로바키아의 정치인들이 단순히 &#8216;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8217;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하였기 때문에 논쟁 끝에 정식 국호는 1990년 &#8216;체코와 슬로바키아 연방 공화국&#8217;으로 확정되었다.</p>
<figure id="attachment_107054"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054" style="width: 294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05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96b56130.jpg" alt="" width="294" height="336"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96b56130.jpg 29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5/12/f0074568_571fe96b56130-263x300.jpg 263w" sizes="auto, (max-width: 294px) 100vw, 294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054" class="wp-caption-text">바츨라프 하벨(<a href="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C3%A1clav_Havel_cut_out.jpg">출처</a>)</figcaption></figure>
<p>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맞서 민족 자결권을 위해 손잡았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각자 제갈길을 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1993년 1월 1일을 기해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평화롭게 분리되었다.</p>
<h2>&#8216;체코&#8217;와 &#8216;슬로바키아&#8217;의 국명</h2>
<p>이른바 벨벳 이혼으로 태어난 두 신생국 가운데 슬로바키아의 국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에서 뒷부분만 따로 떼어내면 그만이었다.</p>
<ul>
<li>체코어: Slovensko [ˈslovɛnsko] <small>슬로벤스코</small></li>
<li>영어: Slovakia [sloʊ̯ˈvæ⟮ɑː⟯kiə] <small>슬로배키아/슬로바키아</small></li>
<li>프랑스어: Slovaquie [slɔvaki] <small>슬로바키</small></li>
<li>이탈리아어: Slovacchia [zloˈvakkja] <small>슬로바키아</small></li>
<li>독일어: Slowakei [slovaˈkaɪ̯] <small>슬로바카이</small></li>
<li>폴란드어: Słowacja [swɔˈvaʦja] <small>스워바치아/스워바차</small></li>
<li>러시아어: Словакия(Slovakiya) [slɐˈvakʲɪjə] <small>슬로바키야</small></li>
</ul>
<p>그런데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에서 체코를 뜻하는 앞부분은 대부분 형용사형에 접요사 -o-를 붙인 연결형이었기 때문에 나라 이름으로 바꾸려면 형태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영어의 Czecho-는 연결형으로만 쓸 수 있지 그 자체가 나라 이름이 될 수 없다. 영어에서 쓰이는 비슷한 연결형으로 France &#8216;프랑스&#8217;를 뜻하는 Franco-, Russia &#8216;러시아&#8217;를 뜻하는 Russo-, India &#8216;인도&#8217;를 뜻하는 Indo-, China (<small>라틴어:</small> Sinae <small>시나이</small>) &#8216;중국&#8217;을 뜻하는 Sino-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Franco-Prussian War &#8216;프랑스·프로이센 전쟁&#8217;, Russo-Japanese War &#8216;러일전쟁&#8217;, Indo-European languages &#8216;인도·유럽 어족&#8217;, Sino-Tibetan languages &#8216;중국·티베트 어족&#8217; 등의 표현에 쓰인다. Indo-가 한자 음차 표기인 &#8216;인도(印度)&#8217;와 형태가 유사하지만 단순한 우연일 뿐이며 영어에서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는다.</p>
<p>체코어에서는 &#8216;체코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 český <small>체스키</small>에 Slovensko <small>슬로벤스코</small>와 마찬가지로 어미를 -sko로 바꾸어 중성 명사로 만든 Česko [ˈʧɛsko] <small>체스코</small>를 새 국명으로 도입하였다. 이 이름은 1777년에도 쓴 기록이 있지만 원래는 &#8216;보헤미아&#8217;를 나타냈는데 1960년대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8216;체코&#8217;라는 뜻으로 조금씩 쓰이기 시작하였다. 체코어에서 형용사 český <small>체스키</small>와 종족명 Čech <small>체흐</small>는 &#8216;보헤미아의&#8217;와 &#8216;보헤미아 사람&#8217;을 뜻할 수도 있고 &#8216;체코의&#8217;와 &#8216;체코 사람&#8217;을 뜻할 수도 있는 중의성이 있다. 하지만 옛 조어법을 따른 이름인 Čechy <small>체히</small>는 역사적 용법 때문에 원래 보헤미아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보헤미아 뿐만이 아니라 모라비아와 실레시아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입된 이름이 Česko이다. 처음에는 체코인들도 어색하다고 쓰지 않고 체코 전체를 이를 때에도 Čechy라고 부르거나 정식 명칭인 Česká republika [ˈʧɛskaː ˈrɛpublɪka] <small>체스카 레푸블리카</small>, 즉 &#8216;체코 공화국&#8217;을 쓰는 경우도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Česko가 &#8216;체코&#8217;의 체코어 이름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p>
<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8; padding: 4px 10px 4px 10px; margin-top: -8px; margin-bottom: 20px;">
<div class='content-column full_width'>Čech + -y = Čechy &#8216;보헤미아&#8217;<br />
če|ský → -sko = Česko &#8216;체코&#8217;<br />
sloven|ský → -sko = Slovensko &#8216;슬로바키아&#8217;</div>
</div>
<p>독일어에서는 Slowakei <small>슬로바카이</small>처럼 -ei 어미를 써서 Tschechei [ʧɛˈçaɪ̯] <small>체하이</small>로 쓰면 쉽겠지만 공교롭게도 1938~39년에 체코를 합병하고 슬로바키아에 괴뢰 정권을 세운 나치 독일이 쓴 용어라서 어감이 좋지 않다. 그 대신 단수 중성 어미 -ien을 쓴 Tschechien [ˈʧɛçi̯ən] <small>체히엔</small>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사실 Tschechien은 1918년 이전부터 독일어에서 써오던 이름인데 체코슬로바키아 탄생 이후 Tschechei에 밀렸다가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 이후 부활한 것이다.</p>
<p>러시아어에서는 Словакия(Slovakiya) <small>슬로바키야</small>처럼 -ия(-iya) 어미를 써서 Чехия(Chekhiya) [ˈʨexʲɪjə] <small>체히야</small>로 부른다. 반면 폴란드어에서는 Słowacja <small>스워바치아/스워바차</small>를 본딴 새로운 이름을 만들지 않고 &#8216;보헤미아&#8217;를 뜻하는 옛 이름 Czechy <small>체히</small>를 그대로 체코의 국명으로 재활용했다.</p>
<p>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서도 각각 Slovaquie <small>슬로바키</small>의 -ie 어미, Slovacchia <small>슬로바키아</small>의 -ia 어미를 쓴 Tchéquie [tʃeki] <small>체키</small>, Cechia [ˈʧɛːkja] <small>체키아</small>가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정식 국명인 République tchèque [ʁepyblik tʃɛk] <small>레퓌블리크 체크</small>와 Repubblica Ceca [reˈpubblika ˈʧɛːka] <small>레푸블리카 체카</small>가 더 널리 쓰인다. 예전부터 &#8216;체코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형 tchèque <small>체크</small>, ceco/ceca <small>체코/체카</small>는 익숙했는데 거기에 해당하는 나라 이름이 무엇인지 아직 낯설어 망설여지니 그냥 &#8216;공화국&#8217;을 뜻하는 말에 형용사형을 쓴 정식 국명을 쓰는 것이 편하다고 느낀 것이다.</p>
<h2>&#8216;체코&#8217;의 영어 약식 국명 찾기</h2>
<p>영어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형용사형 Czech <small>첵</small>은 친숙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한 단어짜리 나라 이름은 언뜻 떠오르지 않으니 그냥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 <small>더 첵 리퍼블릭</small>을 쓰는 것이 편해 지금까지 약식 국명 대신 쓰이고 있는 것이다.</p>
<p>물론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 직후에도 약식 국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혹자는 England [ˈɪŋ<i>ɡ</i>lənd] <small>잉글런드/잉런드</small> (잉글랜드), Finland [ˈfɪnlənd] <small>핀런드</small> (핀란드), Poland [ˈpoʊ̯lənd] <small>폴런드</small> (폴란드), Thailand [ˈtaɪ̯læ⟮ə⟯nd] <small>타일랜드/타일런드</small> (타이/태국)처럼 -land를 붙인 Czechland [ˈʧɛklənd] <small>체클런드</small> 를 쓰자고 하였다. 또 the Netherlands [ðə ˈnɛðə<i>ɹ</i>ləndz] <small>더 네덜런즈</small> (네덜란드)처럼 복수형을 써서 the Czech Lands <small>더 첵 랜즈</small>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the Czechlands [ðə ˈʧɛkləndz] <small>더 체클런즈</small> 라고 쓰자는 제안도 있었다.</p>
<p>하지만 영어에서 나라 이름을 만들 때 가장 흔한 방식은 -ia 어미를 붙이는 것이고 Slovakia <small>슬로배키아/슬로바키아</small>에서도 이 어미가 쓰이므로 Czechia <small>체키아</small>를 쓰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라틴어에서는 1634년에 이미 Czechia라고 쓴 기록이 있으며 영어에서는 1841년에 처음 쓰인 역사 깊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p>
<div style="background-color: #fafaf8; padding: 4px 10px 4px 10px; margin-top: -8px; margin-bottom: 20px;">
<div class='content-column full_width'>Czech + -ia = Czechia<br />
Slovak + -ia = Slovakia<br /></div>
</div>
<p>하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 분리 직후에는 공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이 이미 워낙 익숙해져 Czechia가 비집을 틈이 없었다. 체코인들조차 자국어로 Česko <small>체스코</small>가 낯설어 Česká republika <small>체스카 레푸블리카</small>라는 정식 국명을 선호하던 참에 약식 국명 Czechia가 생명력을 얻기는 어려웠던 것이다.</p>
<p>그러니 일반 영어 화자들은 대체로 체코의 약식 국명을 모른다. 하지만 일일이 the Czech Republic이라 부르기는 번거롭기에 일부 화자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입말에서 형용사인 Czech을 나라 이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8216;그는 체코에 산다&#8217;를 She lives in the Czech Republic 대신 She lives in Czech이라고 쓰는 식이다. 물론 문법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언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p>
<p>영어에서 한 단어짜리 약식 국명이 없는 나라 가운데 도미니카 공화국(the Dominican Republic [ðə dəˈmɪnɪkən ɹᵻˈpʌblɪk] <small>더 더미니컨 리퍼블릭</small>)과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ˌsaʊ̯di-əˈɹeɪ̯biə, ˌsɔːd-] <small>사우디어레이비아/소디어레이비아</small>)가 있다. 약칭이 도미니카(Dominica [ˌdɒmɪˈniːkə])인 도미니카 연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도미니카 공화국은 도미니카로 줄여 쓰지 않는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the Dominican, Saudi로 줄여 쓰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예: He went to the Dominican &#8216;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갔다&#8217;, We passed through Saudi &#8216;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통과하였다&#8217;). 물론 마찬가지로 격식을 차린 언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용법이다. 한국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간결하게 &#8216;사우디&#8217;로 부를 때가 많은데 신문 기사 제목 같은 곳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리지 않은 준말이다.</p>
<h2>Czechia에 대한 반대 의견</h2>
<p>체코 정부에서 약식 국명을 Czechia <small>체키아</small>로 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발하는 이들도 많다. 주로 지금껏 잘 쓰던 이름을 두고 굳이 낯선 새 이름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예견된 반응이지만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p>
<p>그 가운데 하나가 영어에서 러시아 연방의 체첸 자치 공화국을 뜻하는 Chechnya [ʧɛʧˈnjɑː, ˈʧɛʧniə] <small>체치냐/체치니아</small>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영어의 Chechnya는 러시아어의 나라 이름 Чечня(Chechnya) [ʨɪˈʨnʲa] <small>체치냐</small>에서 따온 것이다. &#8216;체첸 사람&#8217;을 뜻하는 명사 또는 &#8216;체첸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는 영어로 Chechen [ˈʧɛʧɛ⟮<i>ə</i>⟯n] <small>체첸</small>이다. 한국어의 &#8216;체첸&#8217;은 사실상 여기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어에서는 &#8216;체첸 사람&#8217;은 남성형은 чеченец(chechenets) [ʨɪˈʨenʲɪʦ] <small>체체네츠</small>, 여성형은 чеченка(chechenka) [ʨɪˈʨenkə] <small>체첸카</small>이며 형용사 &#8216;체첸의&#8217;는 чеченский(chechenskii) [ʨɪˈʨenskʲɪj] <small>체첸스키</small>이다. 러시아어 속어로 드물게 &#8216;체첸 사람&#8217;을 чечен(chechen) [ʨɪˈʨen] <small>체첸</small>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한국어에서 쓰는 &#8216;체첸&#8217;은 영어식 표현이다. 참고로 체첸어로는 나라 이름을 Нохчийчоь(Noxçiyçö) [noxʧiʧyø] <small>노흐치최</small>라고 하고 &#8216;체첸 사람&#8217;은 Нохчий(Noxçiy) [noxʧiː] <small>노흐치</small>라고 하니 &#8216;체첸&#8217;과 Chechnya는 체첸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외래명, 즉 외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p>
<p>실제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터진 폭탄 테러의 용의자가 체첸인(Chechens)으로 지목되자 많은 미국인들이 체첸과 체코를 구분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여 주미 체코 대사가 체코와 체첸은 전혀 다른 국가라고 해명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나라가 the Czech Republic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런 혼동이 일어나는 판에 Czechia로 바꾸면 Chechnya와 더욱더 비슷해진다고 우려하는 것이다.</p>
<p>이런 반응의 일부는 Czechia의 발음을 잘못 알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올바른 발음은 [ˈʧɛkiə] <small>체키아</small>인데 철자만 보고 발음이 [ˈʧɛʧiə] <small>체치아</small>인 줄 아는 이들이 꽤 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에서는 철자 ch가 보통 파찰음 /ʧ/를 나타낸다. 물론 aching [ˈeɪ̯kɪŋ] <small>에이킹</small>, anarchist [ˈænə⟮ɑː⟯<i>ɹ</i>kɪst] <small>애너키스트/애나키스트</small>, masochism [ˈmæs⟮z⟯əˌkɪz<i>ə</i>m] <small>매서키즘/매저키즘</small>, parochial [pəˈɹoʊ̯kiəl] <small>퍼로키얼</small> 같은 단어에서 ch가 폐쇄음 /k/로 발음될 뿐만이 아니라 Czech [ˈʧɛk] <small>첵</small>과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ɑː⟯kiə] <small>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small>에서도 ch가 /k/로 발음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Czechia라는 낯선 단어에서도 ch가 /k/로 발음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법한데 그래도 이게 어려운 이들이 있나보다.</p>
<p>하지만 체코 정부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어 영어에서 Czechia라는 이름이 정착된다면 발음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워낙 느슨해서 [ˈʧɛkiə] <small>체키아</small>라는 발음이 익숙해지면 Czechia라는 철자를 보고 자연히 올바른 발음을 연상시키실 수 있을 것이다. 영어 화자들이 철자만 봐서는 짐작하기 힘든 Czech과 Czechoslovakia의 올바른 발음을 문제없이 배웠듯이 Czechia도 익숙해지면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발음하기만 한다면 영어에서 Czechia와 Chechnya가 혼동될 염려는 별로 없다.</p>
<p>Czechia를 반대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이름은 결국 보헤미아의 체코어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보헤미아 외 다른 지방 사람들 가운데는 이 이름이 보헤미아만이 체코의 전부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이들은 보통 체코어 Cěsko <small>체스코</small>라는 이름에도 부정적이다). 이들은 대체로 the Czechlands <small>더 체클런즈</small> 같이 적어도 여러 지방이 합친 나라라는 것을 나타내는 복수형 이름을 선호한다. 아예 Czechomoravia [ˌʧɛkoʊ̯mə⟮ɒ⟯ˈɹeɪ̯viə] <small>체코모레이비아</small> 즉 &#8216;체코모라비아&#8217; 같이 나라 이름에 모라비아를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체코령 실레시아까지 더해 Czechomoravosilesia [ˌʧɛkoʊ̯mə⟮ɒ⟯ˌɹeɪ̯voʊ̯saɪ̯⟮ɪ⟯ˈliːziə, -ˈliːʒ⟮ʃ⟯ə] <small>체코모레이보사일리지아/체코모레이보실리샤/&#8230;</small> 즉 &#8216;체코모라보실레시아&#8217;까지 가면 거추장스럽게 긴 국명을 짧게 줄이려던 원 의도가 무색해질 테니 이런 제안은 없다.</p>
<p>모라비아와 체코령 실레시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일일 수 있지만 원래는 보헤미아를 뜻하던 &#8216;체코&#8217;라는 이름이 나라 전체를 대표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 국가의 주요 지역 하나가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처럼 쓰이는 예는 이 외에도 영국의 잉글랜드(England)와 네덜란드의 홀란트(네덜란드어: Holland [ˈɦɔlɑnt])를 들 수 있다. 영어에서는 England <small>잉글런드/잉런드</small>와 Holland [ˈhɑlənd] <small>홀런드</small>가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 전체를 이르는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나라 전체를 이르는 이름인 the United Kingdom [ðə juˈnaɪ̯tᵻd ˈkɪŋdəm] <small>더 유나이티드 킹덤</small>이나 the Netherlands <small>더 네덜런즈</small>가 너무 길어서 이렇게 부르는 일이 많지만 타 지방 출신의 영국인이나 네덜란드인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한자식 이름인 영국(英國)과 화란(和蘭)도 각각 잉글랜드와 홀란트에서 따왔지만 나라 전체를 이른다.</p>
<h2>&#8216;체코&#8217;의 한글 표기</h2>
<p>지금까지 Czechia <small>체키아</small>, the Czech Republic <small>더 첵 리퍼블릭</small> 등의 영어 이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글 표기는 어떤가? &#8216;체코&#8217;라는 현 표기를 &#8216;체키아&#8217;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p>
<p>일단 영어에서 the Czech Republic 대신 Czechia라고 불러달라고 체코 정부가 요청한 이유는 한국어에 해당 사항이 없다. 한국어에서는 이미 정식 국명인 &#8216;체코 공화국&#8217; 대신 약식 국명 &#8216;체코&#8217;가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어를 번역한 글에서 다른 나라는 약식 국명으로 부르면서 체코만 불필요하게 &#8216;체코 공화국&#8217;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본다. 영어에서 약식 국명 Czechia가 널리 퍼진다면 이런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p>
<p>&#8216;체코&#8217;라는 현 표기가 언어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영어 Czech + -o- + slovak + -ia = Czechoslovakia를 &#8216;체코슬로바키아&#8217;로 표기해왔는데 둘이 분리되자 이를 단순히 &#8216;체코&#8217; + &#8216;슬로바키아&#8217;로 분석해서 &#8216;체코&#8217;라고 표기하게 된 것이다. 일본어에서도 チェコ Cheko [ʨeꜜko] 체코로 부른다. 예전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도 한국어에서는 그냥 &#8216;체코&#8217;로 줄여 부르는 일이 흔했다. 그런데 앞에서 보았듯이 영어에서 Czecho-, 즉 Czech + -o-는 뒤에 따르는 말이 있을 때의 연결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나라 이름이 아니다.</p>
<p>그러니 접요사 -o-를 떼고 영어의 형용사형 Czech만 옮겨 &#8216;체크&#8217;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Czech [ˈʧɛk]은 &#8216;체크&#8217;가 아니라 &#8216;첵&#8217;으로 쓰는 것이 맞다. 영어의 표기에서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도록 하고 있으니 &#8216;첵&#8217;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Czech와 발음이 완전히 똑같은 동음이의어인 check에 해당하는 외래어는 &#8216;첵&#8217;이 아니라 &#8216;출석 체크&#8217;, &#8216;체크 무늬&#8217; 등으로 쓰이는 &#8216;체크&#8217;이다. 영어에서 오래 전에 들어온 외래어 가운데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을 받침으로 적었을 때 한국어에서 한 음절이 되는 경우 받침 대신 &#8216;으&#8217;를 붙여 적는 경향이 있다. hit [ˈhɪt] <small>힛</small> &#8216;히트&#8217;, mat [ˈmæt] <small>맷</small> &#8216;매트&#8217;, set [ˈsɛt] <small>셋</small> &#8216;세트&#8217; 등 어말 자음이 /t/일 때 이런 경향이 특히 심하지만 check [ˈʧɛk] <small>첵</small> &#8216;체크&#8217;, knock [ˈnɒk] <small>녹</small> &#8216;노크&#8217;, shock [ˈʃɒk] <small>쇽</small> &#8216;쇼크&#8217; 등 어말 자음이 /k/일 때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8216;체크&#8217;라는 형태가 익숙하니 철자는 다르지만 영어 발음이 같은 Czech도 그렇게 적고 싶어지는 것인데 외래어 표기 원칙에는 맞지 않으니 권장할만한 표기는 아니다. 한편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른 대부분의 언어 표기에서는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도 &#8216;으&#8217;를 붙여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프랑스어의 Tchèque [tʃɛk]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8216;체크&#8217;가 맞다.</p>
<p>만약 Czech의 어원인 체코어의 Čech [ˈʧɛx] 또는 폴란드어의 Czech [ˈʦ̢ɛx]를 한글 표기 기준으로 삼는다면 &#8216;체흐&#8217;이다. 하지만 이는 나라 이름이 아니라 &#8216;체코 사람&#8217;을 뜻하니 나라 이름의 표기 기준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8216;스위스&#8217;를 &#8216;스위스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이자 &#8216;스위스 사람&#8217;을 뜻하는 명사인 영어의 Swiss [ˈswɪs] 스위스에서 온 표기로 본다면 &#8216;체흐&#8217;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하지만 영어 Swiss의 어원인 프랑스어의 Suisse [ˈsɥis] <small>쉬이스/쉬스</small>는 나라 이름으로도 쓰인다). 체코어 이름에 따라 적으려면 나라 이름인 Česko [ˈʧɛsko]를 기준으로 &#8216;체스코&#8217;로 적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슬로바키아는 슬로바키아어와 체코어에서 쓰는 나라 이름 Slovensko의 슬로바키아어 발음 [ˈsloʋensko] 또는 체코어 발음 [ˈslovɛnsko] 에 따라 &#8216;슬로벤스코&#8217;로 쓰지 않으면서 체코는 &#8216;체스코&#8217;로 쓰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p>
<p>사실 슬로바키아 말고도 체코 주변 나라들 가운데 현지 언어 이름에 따라 불러주는 곳은 없다. 독일은 그나마 독일어 이름인 Deutschland [ˈdɔʏ̯ʧlant]에 따른 &#8216;도이칠란트&#8217;가 별칭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독일어 이름은 Österreich [ˈøːstəʁaɪ̯ç, -tɐ-] <small>외스테라이히/외스터라이히</small>, 폴란드의 폴란드어 이름은 Polska [ˈpɔlska] <small>폴스카</small>, 헝가리의 헝가리어 이름은 Magyarország [ˈmɒɟɒrorsaːɡ] <small>머저로르사그</small>이다. 참고로 현지어 발음에 따른 표기를 원칙으로 내세우는 북한 문화어는 체코를 &#8216;체스꼬&#8217;, 슬로바키아를 &#8216;슬로벤스꼬&#8217;라 쓰며 독일을 &#8216;도이췰란드&#8217;, 폴란드를 &#8216;뽈스까&#8217;, 헝가리를 형용사형 및 민족명 magyar [ˈmɒɟɒr] <small>머저르</small>에 따라 &#8216;마쟈르&#8217;로 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오스트리아는 남한 표준어와 똑같이 &#8216;오스트리아&#8217;라고 한다. 1998년 이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8216;도이췰란드&#8217;와 &#8216;오스트리아&#8217; 대신 한자 음차 표기인 &#8216;독일(獨逸)&#8217;과 &#8216;오지리(墺地利)&#8217;를 썼고 헝가리를 &#8216;마쟈르&#8217; 대신 러시아어의 Венгрия(Vengriya) [ˈvʲenɡrʲɪjə] <small>벤그리야</small>를 따른 &#8216;웽그리아&#8217;로 썼다.</p>
<p>그 외에도 유럽 중동부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은 현지어 이름인 Hrvatska [xř̩ʋaːtskaː] <small>흐르바츠카</small>, Србија/Srbija [sř̩bija] <small>스르비야</small>, Lietuva [lʲɪɛtʊˈvɐ] <small>리에투바</small>, Eesti [ˈeːsti] <small>에스티</small>가 아니라 영어에서 쓰는 형태인 Croatia, Serbia, Lithuania, Estonia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영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각각 [kɹoʊ̯ˈeɪ̯ʃə] &#8216;크로에이샤&#8217;, [ˈsɜː<i>ɹ</i>biə] &#8216;서비아&#8217;, [ˌlɪθ<i>j</i>uˈeɪ̯niə] &#8216;리슈에이니아/리수에이니아&#8217;, [ɛˈstoʊ̯niə, ᵻ-] &#8216;에스토니아/이스토니아&#8217;이니 영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 국제적인 라틴어식 발음에 따른 표기, 즉 a를 &#8216;아&#8217;로 적고 e를 &#8216;에&#8217;로 적는 방식을 따랐다. 참고로 현재 라틴어에서 쓰는 형태는 Croatia, Serbia, Lituania 또는 Lithuania, Estonia 또는 Esthonia로 t와 th의 교체 같은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면 영어에서 쓰는 형태와 일치하며 한국어에서 쓰는 형태도 라틴어 이름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 것과 일치한다(물론 오늘날 라틴어를 모어로 쓰는 화자는 없지만 오늘날에도 바티칸 시국 등에서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에 고전 라틴어 시대에는 없던 현대의 나라 이름도 라틴어 형태가 있다).</p>
<p>그러면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라틴어 이름은 무엇일까? 체코는 이탈리아어와 형태가 같은 Cechia로 쓰거나 Czechia로 쓰며 슬로바키아는 Slovacia 또는 Slovakia로 쓴다.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으로 Czechia가 많은 지지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라틴어 형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Czechia라는 라틴어 표기는 이미 1634에도 쓴 예가 있다고 한다. 영어에서 Czechia가 처음 쓰인 것은 1841년이다.</p>
<p>그런데 Cechia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8216;케키아(×)&#8217;, Slovacia 또는 Slovakia는 &#8216;슬로바키아(×)&#8217;이다(Czechia는 &#8216;크제키아(×)&#8217; 정도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cz는 고전 라틴어에 나오는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이름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포함된 라틴어 표기 원칙은 로마 시대의 고전 라틴어 표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라틴어의 표기에 적용하려면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Croatia, Serbia 등 앞에서 예를 든 라틴어 이름에는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Cechia/Czechia와 Slovacia는 전설 모음인 i, e 앞에 나오는 c 때문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현대 라틴어 발음과 큰 차이가 생긴다.</p>
<p>고전 라틴어에서 c는 언제나 폐쇄음 /k/를 나타냈다. 그런데 속라틴어에서 일어난 발음의 변화로 로망어군에서는 i, e 등 전설 모음 앞의 c가 파찰음(예: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의 /ʧ/) 내지는 마찰음(예: 프랑스어와 포르투갈어, 라틴 아메리카 에스파냐어의 /s/, 카스티야 에스파냐어의 /θ/)으로 발음이 바뀌었다. 로마 교황청에서 쓰는 교회 라틴어는 이탈리아어식 발음을 따르기 때문에 전설 모음 앞의 c를 /ʧ/로 발음한다. 다른 언어에서도 라틴어의 발음이 바뀌어서 전설 모음 앞의 c를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은 영어는 /s/로, 독일어와 슬라브어 대부분은 파찰음 /ʦ/로 발음하게 되었다.</p>
<p>Cechia를 고전 라틴어식 발음에 따라 적으면 &#8216;케키아(×)&#8217;이지만 이 이름이 출현한 것은 이미 전설 모음 앞의 c가 파찰음이나 마찰음으로 바뀐지 한참 후이니 그렇게 적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Cechia의 교회 라틴어 발음은 이탈리아어와 마찬가지로 [ˈʧɛːkja] &#8216;체키아&#8217;이다. 그런데 Czechia의 발음은 약간 더 복잡하다. 체코어 옛 철자에서 cz가 파찰음 /ʧ/를 나타낸 것을 감안하면 Czechia에서도 /ʧ/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Cechia 대신 굳이 라틴어에서 잘 안 쓰는 cz 조합을 써서까지 Czechia로 썼을까? 현대 라틴어 발음 가운데는 이탈리아어식 교회 라틴어 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슬라브어권에서는 Cechia라고만 쓰면 첫 자음이 파찰음 /ʧ/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음소인 /ʦ/로 발음되기 때문에 일부러 Czechia로 쓴 것이다. 그런데 슬라브어권에서는 고전 라틴어에서 유기 폐쇄음 /kʰ/를 나타냈고 교회 라틴어에서는 폐쇄음 /k/를 나타내는 ch를 마찰음 /x/로 발음한다. 그러니 Czechia의 슬라브어권식 현대 라틴어 발음은 [ˈʧɛxija] <small>체히아</small>로 볼 수 있다. 즉 체코어의 Čech [ˈʧɛx](옛 철자 Czech)에 라틴어 -ia를 붙인 형태이다. 독일어 이름 Tschechien [ˈʧɛçi̯ən] <small>체히엔</small>에서도 마찰음 음소 /x/의 변이음인 [ç]가 쓰인다. 즉 현대 라틴어 발음에 따른 Cechia의 표기는 &#8216;체키아&#8217;, Czechia의 표기는 &#8216;체히아&#8217;로 각각 이탈리아어 표기법, 폴란드어 표기법을 적용한 것과 같다(옛 철자 Czechia 대신 Čechia로 쓴다면 체코어 표기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과도 같다). 이 가운데 고르라면 아무래도 기존의 &#8216;체코&#8217;와 더 가깝고 영어 발음에 따른 Czechia의 표기와도 일치하는 &#8216;체키아&#8217;가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p>
<p>마찬가지로 Slovacia는 교회 라틴어에서 [zloˈvaːʧja] <small>슬로바치아</small>로 발음된다. 즉 루마니아어의 Slovacia [sloˈvaʧja] <small>슬로바치아</small>, 폴란드어의 Słowacja [swɔˈvaʦja] <small>스워바치아/스워바차</small>에서처럼 파찰음 발음이 쓰이는 것이다. Slovacia를 굳이 고전 라틴어에서는 쓰지 않던 그리스어식 글자인 k를 써서 Slovakia로 쓰기도 하는 것은 [zloˈvaːkja] <small>슬로바키아</small>로 폐쇄음 /k/ 발음을 나타내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Slovacia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8216;슬로바키아&#8217;로 한국어에서 쓰는 형태와 일치하지만 이것은 우연일 뿐이다. &#8216;슬로바키아&#8217;에 해당하는 라틴어 이름은 Slovacia가 아니라 Slovakia이다. 그러니 슬로바키아를 라틴어 이름에 따라 적으려면 &#8216;슬로바치아(Slovacia)&#8217;와 &#8216;슬로바키아(Slovakia)&#8217; 가운데서 고르면 된다. 영어 및 다른 언어에서 폐쇄음 /k/ 발음이 우세하니 &#8216;슬로바키아&#8217;로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p>
<p>유럽 중동부 나라 이름을 보면 불가리아(Bulgaria), 크로아티아(Croatia), 에스토니아(Estonia/Esthonia), 리투아니아(Lituania/Lithuania), 세르비아(Serbia), 슬로베니아(Slovenia) 등이 현지어 이름 아닌 라틴어 이름을 따른 것과 한글 표기가 일치한다. 우크라이나(Ucraina)도 라틴어 이름을 따른 것과 한글 표기가 같은데 이것은 라틴어에서 우크라이나어명인 Україна(Ukrayina) [ukrɑˈjinɑ] <small>우크라이나</small> 또는 러시아어명인 Украина(Ukraina) [ʊkrɐˈjinə] <small>우크라이나</small>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참고로 영어로는 Ukraine [juˈkɹeɪ̯n] <small>유크레인</small>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나라 이름의 경우 다른 여러 언어에서도 보통 라틴어 이름에 가깝게 부르는 일이 많으므로 라틴어 이름을 기준으로 표기하면 여러 언어에서 쓰는 형태와 가까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어명 Česko를 따른 표기 &#8216;체스코&#8217;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 빼고는 들어맞는 언어가 거의 없지만 약식 국명으로 따지면 영어 Czechia·이탈리아어 Cechia·에스파냐어 Chequia가 모두 Cechia의 현대 라틴어식 표기와 같은 &#8216;체키아&#8217;로 표기되며 리투아니아어 Čekija의 표기인 &#8216;체키야&#8217;, 프랑스어 Tchéquie와 핀란드어 Tšekki의 표기인 &#8216;체키&#8217;, 루마니아어 Cehia와 그리스어 Τσεχία Tsekhía의 표기인 &#8216;체히아&#8217;, 러시아어와 불가리아어의 Чехия(Chekhiya)·우크라이나어 Чехія(Chekhiya)·벨라루스어 Чэхія(Chekhiya)·라트비아어 Čehija의 표기인 &#8216;체히야&#8217; 등도 &#8216;체스코&#8217;보다는 &#8216;체키아&#8217;에 더 가깝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처음 분리되었을 때에 체코의 한글 표기를 심의했더라면 &#8216;체키아&#8217;가 가장 좋았을지도 모른다.</p>
<p>그런데 처음부터 Czechia 체키아라는 약식 국명이 널리 알려져 &#8216;체키아&#8217;로 불렀다면 모를까 체코슬로바키아가 분리된지 13년도 더 지났는데 이제 와서 이미 굳어진 &#8216;체코&#8217;를 &#8216;체키아&#8217;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8216;체코&#8217;보다 &#8216;체키아&#8217;가 한 글자가 더 많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현지어 이름인 &#8216;에스파냐(España [esˈpaɲa])&#8217;보다 영어 이름인 &#8216;스페인(Spain [ˈspeɪ̯n])&#8217;이 더 많이 쓰이고 현지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영어 이름인 &#8216;인디아(India [ˈɪndiə])&#8217;보다 한자 음차 표기인 &#8216;인도(印度)&#8217;가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쓰던 표기가 글자 수가 더 적어 언중이 바꾸기를 꺼렸다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p>
<p>해당 정부의 요청으로 &#8216;그루지야&#8217;, &#8216;벨로루시&#8217;로 쓰던 나라 이름을 &#8216;조지아&#8217;, &#8216;벨라루스&#8217;로 바꾼 적이 있지만(예전 글 참고: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10/07/23/%ea%b7%b8%eb%a3%a8%ec%a7%80%ec%95%bc%ea%b0%80-%ec%a1%b0%ec%a7%80%ec%95%84%eb%a1%9c-%eb%b0%94%eb%80%90%eb%8b%a4/">&#8216;그루지야&#8217;가 &#8216;조지아&#8217;로 바뀐다</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8/12/13/%eb%b2%a8%eb%a1%9c%eb%a3%a8%ec%8b%9c%ea%b0%80-%eb%b2%a8%eb%9d%bc%eb%a3%a8%ec%8a%a4%eb%a1%9c-%eb%b0%94%eb%80%90%eb%8b%a4/">&#8216;벨로루시&#8217;가 &#8216;벨라루스&#8217;로 바뀐다</a>) 앞서 말했듯이 the Czech Republic을 Czechia로 바꾸자는 것은 영어 이름 및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처럼 약식 국명 대신 번거로운 정식 국명을 쓰는 언어를 대상으로 한 요청이므로 &#8216;체코 공화국&#8217; 대신 &#8216;체코&#8217;로 잘 부르고 있는 한국어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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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카자흐스탄 지명 이야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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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08 Apr 2025 22:35:46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러시아어]]></category>
		<category><![CDATA[우즈베크어]]></category>
		<category><![CDATA[위구르어]]></category>
		<category><![CDATA[카자흐스탄]]></category>
		<category><![CDATA[카자흐어]]></category>
		<category><![CDATA[타타르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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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2019년에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이름을 따서 누르술탄으로 개명했다가 2022년에 아스타나로 되돌려졌다. 그런데 이 도시는 그 전에도 이름이 여러 번 바뀐 역사가 있다. 1830년에 아크몰리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후 아크몰린스크(1832~1961), 첼리노그라드(1961~1992)를 거쳐 카자흐스탄 독립 후 아크몰라로 불리다가 1997년에 예전의 알마티를 대신하여 수도가 된 후 1998년에 카자흐어로 &#8216;수도&#8217;를 뜻하는 아스타나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2aXhWVMSCnprX3AzqEyX5JxeFcEevt9Mg24rzgeMNMtQHo6Nrh1Ck6FC56V6gjiMA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2019년에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이름을 따서 누르술탄으로 개명했다가 2022년에 아스타나로 되돌려졌다. 그런데 이 도시는 그 전에도 이름이 여러 번 바뀐 역사가 있다. 1830년에 아크몰리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후 아크몰린스크(1832~1961), 첼리노그라드(1961~1992)를 거쳐 카자흐스탄 독립 후 아크몰라로 불리다가 1997년에 예전의 알마티를 대신하여 수도가 된 후 1998년에 카자흐어로 &#8216;수도&#8217;를 뜻하는 아스타나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p>
<p>다만 이는 러시아어 이름을 기준으로 한 설명이다. 이 도시의 러시아어 이름은 다음과 같이 변화했다.</p>
<p>Akmoly(Акмолы) &#8216;아크몰리&#8217;<br />
Akmolinsk(Акмолинск) &#8216;아크몰린스크&#8217;<br />
Tselinograd(Целиноград) &#8216;첼리노그라드&#8217;<br />
Akmola(Акмола) &#8216;아크몰라&#8217;<br />
Astana(Астана) &#8216;아스타나&#8217;<br />
Nur-Sultan(Нур-Султан) &#8216;누르술탄&#8217;<br />
Astana(Астана) &#8216;아스타나&#8217;</p>
<p>그런데 러시아어 이름이 아크몰리, 아크몰린스크였던 시절에도 카자흐어 이름은 Aqmola(Ақмола) &#8216;아크몰라&#8217;였다. 독립 이후에 러시아어 이름을 카자흐어 형태에 가깝게 고쳐서 &#8216;아크몰라&#8217;가 된 것이다. 참고로 누르술탄은 카자흐어로 Nūr-Sūltan(Нұр-Сұлтан)이다.</p>
<p>그 전의 수도 알마티도 원래는 러시아어로 Alma-Ata(Алма-Ата) &#8216;알마아타&#8217;라고 부르다가 1993년에 카자흐어 이름 Almaty(Алматы) &#8216;알마트&#8217;와 철자가 동일하게 Almaty(Алматы) &#8216;알마티&#8217;로 러시아어 공식 이름이 바뀐 것이다. 카자흐어 모음 y(ы)는 보통 [ə] 정도로 발음되지만 [ɯ]로 묘사되기도 하고 다른 튀르크 어족 언어의 [ɯ]에 대응되며 키릴 문자로 적는 튀르크 어족 언어의 ы는 보통 [ɯ]로 발음되므로 카자흐어에서도 &#8216;으&#8217;로 적는 것이 좋다. 러시아어의 y(ы) [ɨ]도 &#8216;으&#8217;에 가깝게 들리지만 i(и) [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인 것을 고려하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이&#8217;로 적는다. 그러니 같은 Almaty도 카자흐어 이름으로 간주하면 &#8216;알마트&#8217;, 러시아어 이름으로 간주하면 &#8216;알마티&#8217;로 표기할 수 있다.</p>
<p>오늘날의 카자흐스탄에 해당하는 영토는 19세기에 러시아 제국에 정복되었다. 1917년에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후 주민들은 이른바 알라시(Alash/Алаш) 자치국을 선포했지만 카자흐스탄을 점령한 볼셰비키군에 의해 해체되었다. 대신 소련을 세우게 되는 볼셰비키 정권은 중앙아시아를 구성 민족에 따른 여러 지역으로 나누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오늘날의 카자흐, 키르기스, 우즈베크, 투르크멘, 타지크 등 민족 구별과 민족명은 이때부터 정립되기 시작했다.</p>
<p>카자흐는 원래 키르기스라고 불리다가 원래 이들의 일파로 간주되던 카라키르기스가 독립된 민족으로 분리되면서 후자를 키르기스라고 부르게 되었고 전자를 카자흐로 부르게 된 것이다. 원래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에 속한 자치 사회주의 소비에트 공화국이던 카자흐와 키르기스는 1936년에 러시아와 동등한 자격으로 소련을 구성하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었다(우즈베크와 투르크멘은 1925년에, 우즈베크의 일부이던 타지크는 1929년에 이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지위를 얻었다).</p>
<p>소련 시절에는 별 의미 없는 구별이었지만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되면서 구성 공화국 지위가 있느냐가 향후 독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은 독립국이 되었다. 반면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에 속한 자치 사회주의 소비에트 공화국으로 남았던 바슈키르와 타타르는 국민 투표에 이어 독립을 선언하기까지 했지만 무위로 돌아가면서 러시아 연방에 속한 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 타타르스탄 공화국으로 남아 오늘까지 이른다. 고르바초프와 옐친 시절 얻었던 일부 자치마저 대부분 잃어버렸다.</p>
<p>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우즈베크어, 투르크멘어 및 페르시아어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 있는 타지크어는 정책적으로 중앙아시아의 민족 구별이 이루어진 1920년대에 표준화되었다. 그때까지 이들 지역에서는 주로 차가타이어라고 하는 고전 중앙아시아 튀르크어와 고전 페르시아어가 글말로 쓰였지만 입말과 상당한 차이가 났다. 예전의 아랍 문자 대신 로마자로 적는 정서법이 마련되었는데 1930년대 말에 소련의 정책 전환으로 인해 키릴 문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오늘날 카자흐어는 주로 키릴 문자로 적는데 카자흐스탄 정부는 수년째 이를 로마자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신 마감일은 계속 미루고 있다.</p>
<p>카자흐어를 적는 키릴 문자는 카자흐어에서 쓰는 여러 음을 나타내기 위해 러시아어에서 쓰지 않는 ә, ғ, қ, ң, ө, ұ, ү, һ, і 등의 자모를 쓴다. 예를 들어 Aqmola(Ақмола)의 q(қ)는 러시아어에는 없는 무성 구개수 폐쇄음 [q]를 나타낸다. 러시아어 국호는 Kazakhstan(Казахстан) &#8216;카자흐스탄&#8217;이지만 카자흐어로는 Qazaqstan(Қазақстан) &#8216;카작스탄&#8217;이다.</p>
<p>오늘날 카자흐스탄 주민의 71% 정도가 카자흐계이고 15%가 러시아계이며 나머지 우즈베크계, 우크라이나계, 위구르계, 독일계, 타타르계 등이다. 카자흐스탄의 국어는 카자흐어이지만 이런 민족 사정을 감안하여 카자흐어와 함께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소련 시절의 교육 정책 때문에 오늘날에도 카자흐계 주민 가운데 카자흐어 대신 러시아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p>
<p>카자흐스탄의 지명이나 인명은 지금도 러시아어 형태를 기준으로 알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즈베크어가 유일한 공용어로 쓰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지명과 인명조차 보통 대외적으로 러시아어 형태로 알려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는 우즈베크어 Toshkent &#8216;토슈켄트&#8217; 대신 러시아어 Tashkent(Ташкент)에 따라 &#8216;타슈켄트&#8217;로 통용된다.</p>
<p>대신 카자흐스탄에서 쓰는 공식 러시아어 지명은 최근에 카자흐어 형태에 가깝게 고쳐진 경우가 많다. 카자흐스탄 동남부 알마티 근처에 있는 도시는 예전에 러시아어로 Issyk(Иссык) &#8216;이시크&#8217;로 알려졌다. 이 근처에서 이른바 황금 인간이 출토된 고분인 이시크 쿠르간(Issyk kurgan)이 유명하다(흔히 &#8216;이식 쿠르간&#8217;으로 표기된다). 그러나 1993년에는 카자흐어 이름 Esık(Есік) &#8216;예시크&#8217;를 흉내내어 러시아어 공식 이름이 Yesik(Есик) &#8216;예시크&#8217;로 바뀌었다.</p>
<p>카자흐스탄 남부에는 아스타나와 알마티에 이어 카자흐스탄 제3의 도시인 심켄트(Shymkent/Шымкент)가 있다. 그런데 1992년 전에는 이를 러시아어로 침켄트(Chimkent/Чимкент)라고 불렀다. 카자흐스탄이 독립하면서 카자흐어 이름인 슘켄트(Şymkent/Шымкент)에 따라 러시아어 공식 이름도 바뀐 것이다. 카자흐어 Şymkent는 [ʃɯmˈkʲent]로 발음되는데 &#8216;으&#8217;로 표기할 수 있는 모음 y(ы) [ə] 앞에 ş(ш) [ʃ]가 결합한 것은 &#8216;슈&#8217;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프랑스어의 [ə]는 &#8216;으&#8217;로 적지만 Richelieu [ʁiʃəljø] &#8216;리슐리외&#8217; 등에서 [ʃə]를 &#8216;슈&#8217;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신 이미 설명한 것처럼 러시아어의 y(ы) [ɨ]는 &#8216;이&#8217;로 적으므로 러시아어 이름 Shymkent는 &#8216;심켄트&#8217;로 적는다.</p>
<p>그런데 우즈베키스탄 국경에 가까운 심켄트는 주민 18% 정도가 우즈베크계이고 아제르바이잔계도 2%, 타타르계도 1% 정도이다. 심켄트를 우즈베크어로는 전통적으로 Chimkent &#8216;침켄트&#8217; 아제르바이잔어로는 Çimkənd &#8216;침캔드&#8217;, 타타르어로는 Çimkänt(Чимкәнт) &#8216;침캔트&#8217;라고 부른다(오늘날에는 우즈베크어로도 카자흐어를 흉내내어 Shimkent &#8216;심켄트&#8217;라고 흔히 부른다). 원래 이란 어파에 속하는 언어인 소그드어에서 온 지명인데 원래는 파찰음 [ʧ]로 발음되던 것이 카자흐어에서 마찰음 [ʃ]로 변했지만 다른 언어에서는 원래의 파찰음이 남아있는 것이다.</p>
<p>러시아어로 예적에 Kokchetav(Кокчетав) &#8216;콕체타프&#8217;라고 부르던 도시가 카자흐어 Kökşetau(Көкшетау) &#8216;쾩셰타우&#8217;를 흉내내어 1993년에 공식 러시아어 이름이 Kokshetau(Кокшетау) &#8216;콕셰타우&#8217;로 바뀐 것도 비슷한 경우이다. 주민의 2%는 타타르계인데 타타르어로는 Kükçätau(Күкчәтау) &#8216;퀵채타우&#8217;라고 부른다. 참고로 타타르어는 원래의 중모음 *e &#8216;에&#8217;, *ö &#8216;외&#8217;, *o &#8216;오&#8217;가 i &#8216;이&#8217;, ü &#8216;위&#8217;, u &#8216;우&#8217;로 각각 상승하고 원래의 고모음 *i &#8216;이&#8217;, *ü &#8216;위&#8217;, *u &#8216;우&#8217;가 약화되면서 중모음 e &#8216;에&#8217;, ö &#8216;외&#8217;, o &#8216;오&#8217;로 변하는 바람에 다른 튀르크어와 비교하여 마치 i, ü, u와 e, ö, o가 뒤바뀐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p>
<p>또 예전에 러시아어로 Dzhezkazgan(Джезказган) &#8216;제스카즈간&#8217;으로 쓰던 도시는 카자흐어 Jezqazğan(Жезқазған) &#8216;제즈카즈간&#8217;을 흉내내어 오늘날 공식 러시아어 이름이 Zhezkazgan(Жезказган) &#8216;제스카즈간&#8217;이다. 카자흐어에서 원래의 [ʧ]가 [ʃ]로 바뀐 것처럼 이에 대응되는 유성 파찰음 [ʤ]도 마찰음 [ʒ]로 바뀐 것이다. 다만 한글 표기에서는 [ʤ]와 [ʒ] 모두 &#8216;ㅈ&#8217;으로 적으므로 발음이 달라진 것이 표가 나지 않는다.</p>
<p>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도시인 Zharkent(Жаркент) &#8216;자르켄트&#8217;는 1942년부터 1991년까지 한 소련 장군 이름을 따서 Panfilov(Панфилов) &#8216;판필로프&#8217;로 불렸지만 그 전에는 러시아어로 Dzharkent(Джаркент) &#8216;자르켄트&#8217;로 불렸다. 그런데 위구르어로는 ياركەنت Yarkent &#8216;야르캔트&#8217;라고 부른다(여기서 쓰는 위구르어의 로마자 표기에서 e는 [ɛ~æ]를 나타내므로 &#8216;애&#8217;로 적는다). 카자흐어는 튀르크 어족 가운데 킵차크 어파에 속하는데 킵차크 어파에서는 원래의 y [j]가 [ʤ]로 경음화하는 현상이 흔히 일어났다. 이게 다시 마찰음이 된 카자흐어의 [ʒ]는 킵차크 어파 외의 다른 어파의 [j]에 대응되는 경우가 많다(위구르어는 카를루크 어파에 속한다).</p>
<p>문자 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언어 상황은 꽤 유동적이라서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는 카자흐스탄 지명을 러시아어 형태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 지명의 공식 러시아어 형태도 카자흐어에 가깝게 바뀐 경우가 많아 흥미롭다. 민족 간의 교통어이자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언어로서 러시아어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되도록이면 국어인 카자흐어에서 쓰는 것과 가까운 이름을 쓰자는 절충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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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해발 2000m 고지대의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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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4 Nov 2024 01:44:09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러시아어]]></category>
		<category><![CDATA[우즈베크어]]></category>
		<category><![CDATA[페르시아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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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서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사용하여 최근에 우즈베키스탄 동남부 해발 2000~2200미터의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Tugunbulak)와 타슈불라크(Tashbulak)를 조사한 내용이 실려있다. 그 가운데 투군불라크는 12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성곽과 요새, 도로 등 각종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었다. 당대 중앙아시아의 최대 도시였던 아프라시아브(Afrāsīāb), 즉 현대의 사마르칸드/사마르칸트(Samarkand)나 탈라스(Talas), 즉 현대의 타라즈/타라스(Taraz) 등이 150~200헥타르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본 글은 원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원문은 <a href="https://www.facebook.com/kkeutsori/posts/pfbid0vVTrv7DdbjuyM5qRHtfbcnCgJW68K8kBq9fAMUzdD7zVJYucJ9ofZU1a48TPKu4fl">여기</a>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날짜는 페이스북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p>
<p>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서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사용하여 최근에 우즈베키스탄 동남부 해발 2000~2200미터의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중세 실크로드 도시 유적 투군불라크(Tugunbulak)와 타슈불라크(Tashbulak)를 <a href="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86-5">조사한 내용</a>이 실려있다.</p>
<p>그 가운데 투군불라크는 12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성곽과 요새, 도로 등 각종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었다. 당대 중앙아시아의 최대 도시였던 아프라시아브(Afrāsīāb), 즉 현대의 사마르칸드/사마르칸트(Samarkand)나 탈라스(Talas), 즉 현대의 타라즈/타라스(Taraz) 등이 150~200헥타르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견이었다. 경작이 거의 불가능한 험한 고지대에 그런 대규모 도시가 존재했으리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근대 이전에 해발 2000미터 정도의 고지대에 건설된 도시는 매우 드물어서 볼리비아의 티와나쿠, 페루의 쿠스코, 티베트의 라싸 등이 손꼽히는 정도이다.</p>
<p>2011년에 미국 고고학자 마이클 프러셰티(Michael Frachetti)와 우즈베키스탄 국립 고고학 센터 원장 파르호드 막수도프(Farhod Maksudov)는 위성 사진의 도움으로 우즈베키스탄 동부 지역을 답사하던 중 우연히 도기 파편 등이 널린 타슈불라크 유적지를 발견하였다. 2015년에 그곳에서 발굴을 진행하던 중 현지 삼림 관리자가 몇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도기 파편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또 있다고 알려줬다. 찾아가 보니 그의 집은 중세 요새의 터에 지어져 있었다. 투군불라크라고 불리는 이 유적지는 훨씬 더 규모가 컸지만 산악 지대라서 제대로 조사하기가 어려웠고 다른 학자들은 그런 고지대에 대규모 도시가 있었다는 것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p>
<p>그래서 2022년부터 무인기에 라이다 시스템을 탑재하여 유적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라이다(Lidar [ˈlaɪ̯dɑː<i>ɹ</i>])는 &#8216;빛을 통한 탐지와 거리 측정&#8217;을 뜻하는 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레이저 신호를 이용하여 목표물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8216;전파를 통한 탐지와 거리 측정&#8217;을 뜻하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인 레이더/레이다(radar [ˈɹeɪ̯dɑː<i>ɹ</i>])와 작동 원리는 같지만 훨씬 더 파장이 짧은 레이저 신호를 쓰기 때문에 고해상도로 목표물의 입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땅 속에 파묻힌 구조물의 윤곽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10년 동안 라이다 기술은 고고학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마존의 밀림에 덮인 대규모 도시를 발견하는 등 직접 탐사가 어려운 지역에서 유적지를 찾아내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p>
<p>투군불라크와 타라불라크는 금속 기구 생산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돔 형태의 용광로를 포함한 대규모 철 주조소가 발견되었으며 강철을 생산했을 수도 있다. 이 지대는 철광석과 땔감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풍부하며 강한 바람은 제련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p>
<p>탄소 연대 측정과 현지에서 발굴된 주화를 통해 이 두 유적지에는 6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전반까지 사람이 살았다고 추정한다. 여기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무렵에는 이란계 민족인 소그드인들이 중앙아시아의 무역과 아프라시아브를 비롯한 실크로드 도시를 지배했지만 프러셰티는 산지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주변부의 튀르크계 유목민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주거용 건물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에도 현지 유목민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여름에 성곽 내외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다가 겨울에는 더 따뜻한 저지대의 목축지를 찾아 옮겨다녔을 수 있다는 것이다.</p>
<p>9~10세기부터는 몽골 제국이 나타나기 전까지 가장 큰 유목 제국이었던 튀르크계 카라한 왕조가 중앙아시아를 다스렸으니 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의 전성기에는 카라한 왕조의 도시였을 것이다.</p>
<p>투군불라크와 타슈불라크는 오늘날 유적지를 부르는 이름인 듯하고 중세에는 어떻게 불렀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듯하다. 이 연구에 대한 영어권 보도에서는 모두 Tugunbulak, Tashbulak라고 부른다. 이들은 러시아어명인 Тугунбулак, Ташбулак의 로마자 표기이다. 그런데 우즈베크어로는 Tugunbuloq/Тугунбулоқ &#8216;투군불로크&#8217;, Toshbuloq/Тoшбулоқ &#8216;토슈불로크&#8217;라고 부른다. 튀르크 어족에 속하는 우즈베크어는 오늘날 공식적으로 로마자로 쓰지만 아직도 소련 시절의 키릴 문자가 많이 쓰인다.</p>
<p>여기서 bulak/buloq는 &#8216;샘&#8217;을 뜻하는 말이다. 튀르키예어 bulak &#8216;불라크&#8217;, 아제르바이잔어 bulaq &#8216;불라크&#8217;, 타타르어 bolaq &#8216;볼라크&#8217;, 카자흐어 бұлақ(būlaq) &#8216;불라크&#8217;, 키르기스어 булак(bulak) &#8216;불라크&#8217;, 위구르어 بۇلاق bulaq &#8216;불라크&#8217;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공통 튀르크어 조어는 *bulak로 재구된다. 몽골 조어 *bulag에서 튀르크어에 차용된 어휘로 짐작된다.</p>
<p>그런데 우즈베크어에서는 페르시아어의 영향으로 튀르크어의 후설 모음 a /ɑ/ &#8216;아&#8217;가 o [ɔ~ɒ] &#8216;오&#8217;로 원순화했다([ɔ]나 [ɒ]는 한국어 &#8216;어&#8217;와 비슷한 음으로 들리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o]처럼 &#8216;오&#8217;로 적는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국호도 우즈베크어로는 O‘zbekiston/Ўзбекистон [ozbɛkistɒn] &#8216;오즈베키스톤&#8217;이다. 러시아어로는 Узбекистан(Uzbekistan) &#8216;우즈베키스탄&#8217;, 고전 페르시아어로는 ازبکستان Uzbakistān &#8216;우즈바키스탄&#8217;이다. 우즈베크어의 o /ɔ/ [ɔ~ɒ], oʻ /ɵ/ [o~ɵ]의 한글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23/09/04/%e3%80%88%ec%a4%91%ec%95%99%ec%95%84%ec%8b%9c%ec%95%84-%ed%82%a4%eb%a6%b4%eb%ac%b8%ec%9e%90%ea%b6%8c-%ec%96%b8%ec%96%b4%ec%9d%98-%ed%95%9c%ea%b8%80-%ed%91%9c%ea%b8%b0%eb%b2%95-%ec%a0%95%eb%a6%bd/">이전 글</a>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p>
<p>고전 페르시아어는 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 여러 왕조에서 중요한 문자 언어 구실을 했다. 카라한 왕조도 말기에는 이슬람교와 페르시아 문화를 받아들였다.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쓰인 튀르크 문자 언어인 차가타이어도 고전 페르시아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련이 세워진 1920년대에는 차가타이어 대신 각지의 튀르크어 말씨를 따로따로 표준화하여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투르크멘어 등이 새로운 문자 언어로 정립되었다(타지키스탄에서 쓰는 페르시아어도 현지 발음에 따라 키릴 문자로 적는 타지크어로 표준화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차가타이어에 대한 자료는 찾기 힘들지만 고전 페르시아어에 대한 자료는 풍부하다.</p>
<p>러시아어에서 쓰는 중앙아시아 지명 등 여러 고유 명사는 고전 페르시아어 내지 차가타이어의 예스런 발음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한 이후에도 영어권에서는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이름보다는 러시아어 이름을 따른 형태를 계속 쓰는 일이 많다. 또 역사 이름은 영어권에서도 고전 페르시아어 형태로 알려진 것이 많다.</p>
<p>&#8216;아프라시아브(افراسیاب Afrāsīāb)&#8217;는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으로 우즈베크어로는 Afrosiyob/Афросиёб &#8216;아프로시요브&#8217;이다(고전 페르시아어의 긴 모음 ā는 우즈베크어의 o에 대응되지만 짧은 모음 a /a/ [a~æ]는 우즈베크어의 전설 모음 a [æ]에 대응된다). 러시아어로도 Афрасиаб(Afrasiab) &#8216;아프라시아프&#8217;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러시아어의 어말 무성음화 때문에 -б(-b)가 [p]로 발음되면서 한글 표기가 달라진다. 우즈베크어 등 여러 튀르크어에서도 부분적인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Afrosiyob는 &#8216;아프로시요프&#8217;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우즈베크어의 어말 -b를 &#8216;-브&#8217;로 통일한다. 페르시아어에서도 부분적인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지만 한글 표기에서 이를 반영하는 일은 없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프라시아브의 현대 이름이 &#8216;사마르칸트(Samarkand)&#8217;로 나온다. 러시아어 Самарканд(Samarkand)를 따른 표기로 여기서도 -д(-d)가 [t]로 발음되는 어말 무성음화를 적용했다. 하지만 고전 페르시아어 سمرقند Samarqand나 현대 우즈베크어 Samarqand/Самарқанд를 따르면 &#8216;사마르칸드&#8217;로 적을 수 있다.</p>
<p>카라한 왕조는 통치자의 칭호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페르시아어로는 قراخان Qarākhān &#8216;카라한&#8217;이고 이는 튀르크어로 &#8216;검은&#8217;, &#8216;용감한&#8217;을 뜻하는 &#8216;카라'(고대 튀르크어어 𐰴𐰺𐰀 kara)와 전통 지도자 칭호인 &#8216;카간'(고대 튀르크어 𐰴𐰍𐰣 qaɣan)이 결합한 것이다. 참고로 돌궐 문자로 적은 고대 튀르크어는 10세기까지도 나타나니 시기상 카라한 왕조와 겹치지만 사용 지역이 다르고 카라한 왕조에서는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를 써서 이른바 카라한어(Karakhanid language)라고 부르는 튀르크어를 기록했다. 카라한어는 차가타이어의 조상뻘이다.</p>
<p>흥미롭게도 Farhod Maksudov는 마치 이름은 우즈베크어식으로, 성은 러시아어식으로 로마자로 적은 듯하다. 우즈베크어로는 Farhod Maqsudov/Фарҳод Мақсудов &#8216;파르호드 막수도프&#8217;이다. 성은 아랍어 مقصود‎ maqṣūd &#8216;막수드&#8217;에서 온 고전 페르시아어 이름 مقصود‎ Maqṣūd에 해당하는 Maqsud에 러시아어에서 성씨를 만드는 접미사 -ov/-ов를 붙인 것으로 러시아어식으로 어말 무성음화가 일어나므로 &#8216;막수도프&#8217;로 적는다.</p>
<p>원래 Farhod는 고전 페르시아어 فرهاد Farhād &#8216;파르하드&#8217;에서 나온 이름이므로 러시아어로는 전통적으로 Фархад(Farkhad) &#8216;파르하트&#8217;라고 적는다. 그러나 이 인물은 러시아어로도 Фарход Максудов(Farkhod Maksudov) &#8216;파르호트 막수도프&#8217;라는 표기를 쓰는 듯하다. 즉 러시아어에 없는 우즈베크어 키릴 자모 ҳ(h), қ(q)만 가장 가까운 러시아어 음인 х(kh), к(k)로 대체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중앙아시아 인명을 러시아어로 쓸 때에도 전통 형태보다는 현지어 발음에 가까운 형태로 적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p>
<p>그러니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명이나 인명을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는 참 까다롭다.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영어권에서도 러시아어식 내지 고전 페르시아어식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고 중앙아시아 각국의 독립 이후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등이 국가 공용어가 된 후에도 대외적으로 쓰는 로마자 표기는 여전히 예전 방식을 따르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데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러시아어가 다른 언어 집단 사이의 교통어로 널리 쓰이고 있어 사실상 비공식적인 제2의 국가공용어 역할을 한다.</p>
<p>따라서 미국 연구자들이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한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발견된 유적을 우즈베크어식 Tugunbuloq, Toshbuloq 대신 러시아어식 Tugunbulak, Tashbulak로 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앙아시아 고유 명사의 한글 표기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어느 한 언어를 기준으로 통일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유연히 처리할 필요가 있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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