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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수출론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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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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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수출론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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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라후어는 정말 한국어와 닮았을까?</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3/27/%eb%9d%bc%ed%9b%84%ec%96%b4%eb%8a%94-%ec%a0%95%eb%a7%90-%ed%95%9c%ea%b5%ad%ec%96%b4%ec%99%80-%eb%8b%ae%ec%95%98%ec%9d%84%ea%b9%8c/</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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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26 Mar 2009 20:41:16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고구려]]></category>
		<category><![CDATA[라후어]]></category>
		<category><![CDATA[라후족]]></category>
		<category><![CDATA[이현복]]></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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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태국 高山지대의 라후族에게 한글을 보급하다(이현복 서울대 명예교수 2004)에서 트랙백. 라후족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미얀마(버마), 태국(타이), 라오스, 베트남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그런데 이들의 풍습이나 언어가 한국과 유사하다며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유민의 후손이 아닐까 추측하는 이들이 있다. 궁금하시면 위의 글을 읽어보시길. 라후족의 모습 (사진 출처) 나도 중학생 때 태국 치앙라이의 라후족 마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이런 주장을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title="" href="http://nacaffy.egloos.com/9365152">태국 高山지대의 라후族에게 한글을 보급하다(이현복 서울대 명예교수 2004)</a>에서 트랙백<span style="color: #5C78C6;">(깨진 링크)</span>.</p>
<p><a href="http://ko.wikipedia.org/wiki/%EB%9D%BC%ED%9B%84%EC%A1%B1">라후족</a>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미얀마(버마), 태국(타이), 라오스, 베트남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그런데 이들의 풍습이나 언어가 한국과 유사하다며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유민의 후손이 아닐까 추측하는 이들이 있다. 궁금하시면 위의 글을 읽어보시길.</p>
<div>
<div><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31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9cb6651e0597.jpg" alt="" width="280" height="184" /></div>
<p style="text-align: center;">라후족의 모습 (<a href="http://en.wikipedia.org/wiki/File:Lahu_Girl.jpg">사진 출처</a>)</p>
</div>
<p>나도 중학생 때 태국 치앙라이의 라후족 마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이런 주장을 듣고 갔기 때문에 한국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봤지만 특별히 그런 느낌은 받지 못한 기억이 난다. 물론 며칠 관찰한 것으로는 제대로된 결론을 내리기 힘들겠지만.</p>
<p>이들이 정말 한민족과 관련이 있을까? 고구려 유민이 중국 윈난성(운남성)에 정착하고, 그 후 인도차이나반도 북부까지 퍼졌다는 가설은 얼마나 개연성이 있을까? 내게 이에 대해 논할만한 지식은 없다. 또 글에서 언급하는 머리 형태, 민속 음악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다만 &#8220;한국인 등 몇몇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8221; <a href="http://en.wikipedia.org/wiki/HLA-B59">HLA-B59</a>라는 혈청형이 라후족에게서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찾아보니 별 것 아닌 것 같다. HLA-B59는 한국과 일본, 중국 북부, 몽골의 인구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에스파냐 바스크인, 모로코와 알제리 인구를 비롯, 라후족과 비슷한 언어를 쓰는 중국 윈난성(운남성)의 나히족에게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p>
<p>그리고 결정적으로 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라후족의 언어인 라후어가 한국어와 놀랄만큼 유사하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위의 글을 쓴 서울대 명예교수 이현복은 언어학자로 《<a href="www.libro.co.kr/Product/BookDetail.libro?goods_id=0100004464225">한국어 표준발음사전</a>》의 저자인데 정말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언어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쓴 글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p>
<p>우선 라후어는 한국어와 전혀 다른 계통으로 분류된다. 이는 이현복도 인정하고 있다.</p>
<blockquote><p>   그런데 언어학적으로 라후語는 「사이노-티베트(Sino-Tibetan)」라는 거대한 語族에 속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이 語族의 한 분파인 「티베트-버마계」로 이어지며 그 하위 분파인 「롤로-버마계」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br />
한국어는 알타이 語族에 속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語族的으로 전혀 계통을 달리하는 라후語가 어찌하여 한국어와 유사성을 지니는지 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p></blockquote>
<p>어족은 계통상 관계가 있는 언어들의 가장 상위 분류이다. 다른 어족에 속한다는 것은 언어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계통적 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계통이 다른 언어들도 접촉을 통해 서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휘를 주고받기도 하고 음성 체계나 통사 구조가 비슷해지는 예도 있다. 그러면 그런 접촉을 증명할만한, 라후어가 특별히 한국어와 비슷하다는 증거가 있을까? 이현복이 내세운 주장들을 자세히 살펴보자.</p>
<p>주: 이현복이 말하는 &#8216;사이노-티베트&#8217;는 &#8216;중국·티베트 어족&#8217;이라고 부르는 것이 표준이다. &#8216;한장 어족&#8217;이라 하기도 한다. &#8216;롤로(Lolo)&#8217;는 경멸의 뜻이 담겼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쓰지 않고 &#8216;이족(彝族)&#8217;이라고 한다. &#8216;버마&#8217;는 &#8216;미얀마&#8217;의 다른 이름으로 어느 이름을 사용하느냐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한국에서 현재 쓰는 표준 이름인 &#8216;미얀마&#8217;로 통일하기로 한다. &#8216;티베트-버마계&#8217;는 &#8216;티베트·미얀마 어군&#8217;, &#8216;롤로-버마계&#8217;는 &#8216;이·미얀마 어군&#8217;으로 쓰기로 한다.</p>
<h2>어순이 같으면 연관이 있다는 증거?</h2>
<blockquote><p>   「너레 까울리로 까이베요」는 「너는 한국으로 간다」라는 뜻이다. 우선 이 문장을 이루는 낱말의 배열 순서가 「주어+보어+술어」로 한국어와 일치한다. 그리고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술부의 동사가 문장의 끝에 온다. 영어라면 「You go to Korea」이니 술어가 바로 주어 다음에 오게 된다. 독일어나 중국어도 마찬가지이다.</p></blockquote>
<p>과연 &#8216;주어+보어+술어&#8217;, 즉 SOV 어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어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일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외국어 가운데 일본어 외에 대부분은 &#8216;주어+술어+보어&#8217;, 즉 SVO 어순을 가지고 있으니 SOV 어순을 가진 언어는 무척 희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라후어를 한국어와 연관시키려는 이들은 타이어(태국어)도 SVO 어순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라후족을 접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타이의 라후족을 접하는 듯하다).</p>
<p>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오히려 SOV 어순을 가진 언어가 가장 많다. 전 세계 언어의 약 40%가 SOV 어순을 가졌다고 한다. 아래 지도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언어들의 어순에 따른 분포를 보여준다. 이 지도를 보고도 라후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같은 것이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p>
<div>
<div><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32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9cb679649022.gif" alt="" width="560" height="286" /></div>
<p style="text-align: center;">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언어의 주어·보어·술어의 순서에 따른 분포를 나타낸 지도. (<a href="http://wals.info/feature/81?tg_format=map&amp;v1=c00d&amp;v2=cd00&amp;v3=cff0&amp;v4=dff0&amp;v5=dd00&amp;v6=d00d&amp;v7=cccc&amp;s=10&amp;z6=3000&amp;z5=2999&amp;z4=2998&amp;z3=2997&amp;z7=2996&amp;z2=2995&amp;z1=2994">지도 출처</a>)</p>
</div>
<h2>음성체계가 유사하다?</h2>
<blockquote><p>   라후語는 음성체계도 한국어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음성체계가 유사하다는 것은 발음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우선 자음에서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三重대립을 나타낸다. 가령, ㅂ/ㅍ/ㅃ 같은 파열음이 三重으로 대립하여 한국어에서 비/피/삐 같은 낱말을 이루어 내듯이, 라후말도 이같은 三重대립을 보인다.<br />
영어 등의 서양 언어가 b/p 의 두 가지밖에 구별을 안 해 bay/pay 같은 二重대립밖에 없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라후語는 우리말에 없는 소리가 네댓 개 더 있다. 가령, 목젖으로 나는 소리는 한글로 표기할 수 없다.</p></blockquote>
<p>자음의 3중 대립이 정말 특별한 것일까? 당장 타이어(태국어)도 &#8216;유성음·무성무기음·무성유기음(예: [b, p, pʰ])&#8217;으로 이루어진 파열음의 3중 대립이 있으며 베트남어도 일부 파열음의 3중 대립(하노이 방언에서는 [ɗ, t, tʰ])이 있다. 이것이 외래어 표기법에서 이들 언어에서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는 이유이다.</p>
<p>라후어와 같은 계통의 언어들은 어떨까? 라후어가 속하는 이·미얀마 어군의 주요 언어로는 미얀마어(버마어)와 <a href="http://en.wikipedia.org/wiki/Naxi_languages">나히어</a>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미얀마어도 [b, p, pʰ]와 같은 파열음의 3중 대립이 있으며 나히어는 [b, p, pʰ]에 [<sup><small>m</small></sup>b]과 같이 앞에 비음이 붙는 파열음까지 추가된 4중 대립이 있다.</p>
<blockquote><p>   라후語의 모음 역시 한국어와 유사하다. 우리와 같이 이/에/애/아/오/우/어/으 같은 모음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소리 값 역시 아주 유사하다. 특히 다른 외국어에서 찾아보기 힘든 「으」나 「어」를 한국어와 라후語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데 라후語에는 제주도 말에 지금도 남아 있다고 추정되는 15세기 국어의 「아래 아」 모음이 하나 더 존재한다. 이 소리는 표준말의 「오」보다 입을 더 벌리고 혀를 내려서 내는 열린 모음이다.</p></blockquote>
<p>라후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언어학자 제임스 매티소프(James Matisoff)의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DpPw5oNvKyQC">English-Lahu Lexicon</a>에 따르면 라후어의 모음은 [i, e, ɛ, a, o, ɔ, u, ə, ɨ] 등 아홉 개가 있다. 위에서 말한 &#8216;아래 아&#8217; 모음이란 [ɔ]를 이르는 듯하다.</p>
<p>외래어 표기법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8216;으&#8217;와 비슷한 모음([ɯ], [ɨ] 등)과 &#8216;어&#8217;와 비슷한 모음([ʌ], [ə], [ɵ], [ɤ] 등)은 타이어와 베트남어에도 있다(대신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타이어에서 &#8216;어&#8217;와 &#8216;으&#8217;의 중간 쯤 되는 เ-อะ, เ-อ를 &#8216;으&#8217;로 적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에 타이어 모음 중 &#8216;어&#8217;로 적는 모음은 없다). 여러 중국어 방언에도 &#8216;으&#8217;와 &#8216;어&#8217;와 비슷한 모음이 있다. 미얀마어에는 &#8216;어&#8217;와 비슷한 [ə] 발음이 있고 나히어의 리장(丽江) 방언에서는 &#8216;으&#8217;와 비슷한 [ɨ]와 &#8216;어&#8217;와 비슷한 [ə]가 있다. 라후어에 &#8216;으&#8217;와 &#8216;어&#8217;와 비슷한 모음이 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p>
<p>더구나 고구려 유민설에 따르면 라후어는 약 천 년 전의 고구려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모음 체계가 현대 한국어와 비슷하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언어의 변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언어의 음운 체계에서 가장 잘 변하는 것은 모음 체계이다. 중세 영어와 현대 영어, 중세 프랑스어와 현대 프랑스어, 고대 노르드어와 현대 아이슬란드어의 모음 체계가 불과 수백 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p>
<p>위에서 말한 한국어의 &#8216;에&#8217;, &#8216;애&#8217;와 같은 모음은 적어도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이중모음으로 발음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확한 음가는 알 수 없지만 &#8216;어이&#8217;, &#8216;아이&#8217;를 빨리 발음한 것과 같은 이중모음이었는데 후에 이게 단모음(홑홀소리)으로 발음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고구려어에 설사 &#8216;에&#8217;, &#8216;애&#8217;와 같은 모음이 있었더라도 현대 한국어의 &#8216;에&#8217;와 &#8216;애&#8217;와는 관계가 없으며, 이게 라후어에 전해져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었을 가능성도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일이다.</p>
<blockquote><p>   이렇게 볼 때 라후語는 한국어보다도 자음과 모음의 수가 더 많다. 그러나 라후語는 聲調(성조·목소리의 높낮이)가 7개나 있어서 우리말에 비해 복잡한 면도 있다.</p></blockquote>
<p>파열음의 3중 대립이 있고 한국어와 비슷한 모음이 있는데 한국어보다 자음과 모음의 수가 많고 성조가 7개나 있다는 것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어와 음운 체계가 특별히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쪽 지역 언어로는 매우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어에 없는 [f], [v], [z], [ɣ], [q] 같은 자음 소리를 보면 이현복처럼 &#8220;음성 체계가 거의 유사하다&#8221;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어와 음성 체계가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p>
<h2>어휘와 문법이 유사하다고?</h2>
<blockquote><p>   「너레」의 「너」는 우리말의 「너」라는 대명사와 형태가 아주 유사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격조사 「레」이다. 이는 북한(과거 고구려) 사투리에서 「내레, 너레」 할 때의 주격 조사와 연관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p></blockquote>
<p>이현복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라후어에 대한 글을 찾아보면 &#8216;너&#8217; 뿐만이 아니라 라후어의 &#8216;나&#8217;도 한국어와 같다고 한다. 이게 정말 놀랄만한 사실일까? 라후어에 대해 검색하다가 매티소프가 쓴 The Dictionary of Lahu 가운데 라후어 낱말의 어원 관련 내용을 간추린 <a href="pdf/JAM/DLproto.pdf">PDF 문서</a>를 찾았다. 라후어가 속하는 이ㆍ미얀마어군 언어의 공통 조상인 이·미얀마 조어(Proto-Lolo-Burmese 또는 PLB)와 이ㆍ미얀마어군 언어가 속하는 상위 어군인  티베트·미얀마 어군 언어의 공통 조상인 티베트·미얀마 조어(Proto-Tibeto-Burman 또는 PTB)의 어휘를 거기서 분화된 같은 계통의 언어들을 비교하여 재구성한 내용을 토대로 라후어 낱말의 어원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8216;나&#8217;, &#8216;너&#8217;와 같다는 라후어의 인칭 대명사는 ŋà, nɔ̀를 말하는 것 같다(ŋà의 첫소리는 받침 &#8216;ㅇ&#8217; 소리로 &#8216;나&#8217;의 &#8216;ㄴ&#8217;과는 발음이 사실 좀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 ŋà는 PLB의 *ŋa1, PTB의 *ŋa에서 왔으며 nɔ̀는 PLB의 *naŋ<sup><small>1</small></sup>, PTB의 *naŋ에서 왔다고 재구성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a href="http://sealang.net/burmese/dictionary.htm">미얀마어 사전</a>을 찾아보니 역시 &#8216;나&#8217;라는 뜻으로 ŋà를 쓰고 있었다. &#8216;너&#8217;에 해당하는 말로 nì̃도 찾을 수 있었는데, 이게 라후어와 같은 어원인지는 모르겠다. 아쉽게도 주격 조사라는 &#8216;레&#8217;에 대한 내용은 찾지 못했다.</p>
<blockquote><p>   동작의 방향을 나타내는 「로」는 현대 국어에서도 「서울-로」, 「김포-로」에서와 같이 일상 쓰이는 조사로서 형태와 기능이 일치한다.</p></blockquote>
<p>처소격 조사 lo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매티소프는 lo가 PLB의 *lam에서 왔으며 PTB의 *lam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p>
<blockquote><p>   「간다」는 뜻의 라후말 「까이」도 한국어의 「가다」와 비슷하다.</p></blockquote>
<p>위 PDF 문서에서 &#8216;까이&#8217;에 대한 내용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영어의 go에 해당하는 고대 영어의 gan, 고대 노르드어의 gá, 게르만 조어의 *gǣ-, gai-가 한국어의 &#8216;가다&#8217;와 비슷하다고 해서 게르만어와 한국어 사이에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p>
<blockquote><p>   상대를 부를 때 쓰는 호격도 우리말과 유사하다. 가령 한국어에서 인순이를 부를 때 「인순아!」 하듯이 라후 사람들도 「나시」라는 이름을 부를 때 「나시아!」라고 한다. 부르는 상대의 이름 다음에 「아」라는 어미를 더하는 것은 틀림없는 한국식이다.</p></blockquote>
<p>상당히 흥미있는 내용이지만 이것 역시 라후어가 한국어와 연관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는 어렵다.</p>
<blockquote><p>   명사에 붙는 라후語의 소유격 「베」 역시 한국어의 「의」처럼 쓰인다. 「너베 예」는 「너의 집」이다. 분류사를 쓰는 방법도 같다. 우리말의 「소 두 마리」에서 「마리」를 분류사로 볼 수 있는데, 라후語에서는 「마리」에 해당하는 분류사 「케」가 「둘」을 뜻하는 수사 「니」 다음에 연결되어 「누 니 케」로 대응된다. 라후말 「누 니 케」와 우리말 「소 두 마리」는 그 구성이 똑같다.</p></blockquote>
<p>매티소프는 라후어의 소유격 조사 ve가 PLB *way<sup><small>3</small></sup>, PTB *way에서 왔다고 하고 있다. 또 한국어의 &#8216;마리&#8217;와 같은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C%88%98%EB%B6%84%EB%A5%98%EC%82%AC">수분류사</a>를 쓰는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 아니다.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미얀마어, 타이어, 먀오어, 벵골어, 문다어 등 아시아 여러 언어에서 수분류사를 쓰기 때문이다.</p>
<blockquote><p>   캘리포니아 대학의 매티소프(Matisoff) 교수는 『라후말의 구절 구조는 일본어와 한국어에 대단히 유사하다』고 했다.</p></blockquote>
<p>매티소프가 썼다는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티소프는 아마 유형적인 유사성에 대한 얘기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언급했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주요 언어 가운데 라후어와 비슷한 구절 구조를 가진 예로 이 두 언어가 생각난 것이지, 이들이 계통적인 관계가 있다고 시사한 것은 아닐 것이다.</p>
<p>언어유형학에서는 언어의 계통적인 관계와는 상관없이 몇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언어를 분류한다. 중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같은 SVO 언어이고,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를 쓸 때 방향은 접사를 통해 나타낸다 해서 같은 satellite-framing 언어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해서 둘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형론적으로 언어를 분류하다 보면 두 개의 언어 사이에는 어떤 방식으로는 같은 분류에 속하게 되고, 다른 방식으로는 다른 분류에 속하게 마련이다. 라후어는 구절 구조를 보면 한국어와 비슷할지 몰라도 형태론으로 보면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언어처럼 고립어로 분류되어 교착어인 한국어와는 매우 다르다. 유형론적인 결과를 가지고 계통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p>
<p>더구나 매티소프는 라후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을 비롯하여 타이와 중국에서 티베트·미얀마 어군 언어를 오랫동안 연구하였고 이들 언어의 계통 분류를 정립한 장본인이다. 매티소프는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DpPw5oNvKyQC">English-Lahu Lexicon</a>에서 라후어를 이·미얀마 어군 가운데 롤로 어군(Loloish languages)에 분류하고 있다. 이·미얀마 어군에 대한 <a href="http://en.wikipedia.org/wiki/Lolo-Burmese_languages">영어판 위키피디어 문서</a>를 보니 그 지역 언어들 가운데 퓨어(Pyu language), 므루어(Mru language) 등 아직 계통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혹시 그 어군에 속하지 않을까 추측만 하는 것들도 있다. 라후어가 이와 같이 계통이 잘 밝혀지지 않은 언어였더라면 한국어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후어는 그런 주변 언어들과 달리 비교 연구를 통해 계통이 분명하게 밝혀진 경우이다.</p>
<h2>왜 라후어를 한국어와 연관시키려 하는가?</h2>
<p>결국 라후어가 한국어와 유사한 점이라고 내세운 것들은 대부분 그 주변에서 쓰는 다른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한국어와 비슷한 어휘로 소개한 것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다른 언어들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그 어원이 밝혀진 것들이다.</p>
<blockquote><p>   필자는 1994년 태국 북부 치앙마이市 인근의 산중에서 라후, 아카, 리수 등의 山族 마을에 처음 들어가 보고 놀라움과 함께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필자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국가와 일본 등 문명사회의 언어와 문화에관심을 가져왔다.</p></blockquote>
<p>이현복은 언어학자이지만 라후족을 접하기 전에는 통 유럽 쪽 언어에만 관심을 가졌었나 보다. 그러니 유럽 언어에서는 드물지만 아시아 언어에서는 흔한 파열음의 3중 대립, SOV 어순, 수분류사 등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 언어와도 비교해서 그런 것들이 정말 라후어의 독특한 특징인지, 주변 언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인지 확인할 생각을 진정 못했는지 궁금하다.</p>
<p>라후족이 고구려의 후예라는 가설을 누가 처음 주장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라후어를 연구하면 한국어와 비슷한 점만 보이게 마련인가 보다. 세계 어느 언어나 다른 언어와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점이 있게 마련이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옛날에 서점에서 영어 단어와 비슷한 소리와 뜻을 가진 한국어 단어를 나열하며 결국 영어는 한국어에서 왔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책을 보기도 했다. 전화를 받으며 &#8220;네, 네&#8221;라고 대답하는 그리스 사람을 보거나 아버지를 &#8220;아바&#8221;라고 부르는 이스라엘 친구를 보며 한국어와 비슷한 말을 쓰는 것을 신기해한 적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어와 그리스어나 히브리어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일부 유사성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언어 사이의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p>
<h2>문자가 없는 라후족에게 한글을 전수하다?</h2>
<p>그런데 이현복은 라후어와 한국어의 유사성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한글을 보급시키려는 자신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p>
<blockquote><p>   한글과 라후語는 놀랄 만큼 닮았다. 그래선지 음성언어만 있고 문자언어가 없는 라후族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p></blockquote>
<p>한국어를 &#8216;한글&#8217;이라고 부르는 잘못을 새삼 지적할 마음은 없지만 언어학자도 이런 잘못을 저지르다니&#8230; 그리고 라후족이 문자언어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라후어는 로마 문자로 적는다. 이것은 이현복도 뻔히 아는 사실이다.</p>
<blockquote><p>   일부 기독교로 개종한 라후의 젊은이들은 선교사들이 만든 로마자 표기를 이용해 라후말을 적기도 한다.</p></blockquote>
<p>알면서 왜 라후족을 &#8220;無文字 고산족&#8221;이라고 부르는 것인지&#8230; 정확히 말하면 라후어에는 매티소프가 음운 분석을 통해 개발한 맞춤법과 개신교 선교사들, 가톨릭 선교사들, 중국의 언어학자들이 각자 개발, 보급한 맞춤법 등 적어도 네 가지 로마 문자 표기 방식이 있다.</p>
<div>
<div><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32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9cba3761d8ea.gif" alt="" width="514" height="413" /></div>
<p style="text-align: center;">네 개의 라후어 맞춤법 비교.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DpPw5oNvKyQC">English-Lahu Lexicon</a>에서)</p>
</div>
<p>물론 로마 문자는 이들 고유의 문자가 아니다. 하지만 어디 로마 문자를 빌어 적는 언어가 한둘인가? 아니면 유럽인들이 로마 문자를 쓰는 것은 괜찮은데 아시아인들이 로마 문자를 쓰는 것은 문자로 치지 않는다는 소리인가? 로마 문자를 쓰는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문자가 없다고 할 것인가?</p>
<p>라후어를 로마 문자로 적는 방식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이현복의 말대로 일부만 이를 사용한다면 대다수는 문자 없이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a href="http://www.ethnologue.com/show_language.asp?code=lhu">에스놀로그</a>에 의하면 라후어 사용자들의 모국어 문자 해독률은 62.5%이며 초등학교에서 글을 가르치고 라후어 신문도 있다고 한다. 물론 소수 언어에 대한 보호가 비교적 잘 되어있는 중국 쪽 얘기이고 타이 등 다른 나라의 라후족은 문자 해독률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현복이 만난 라후족들은 낙후된 지역에 있어서 라후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후족이 문자언어가 없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p>
<blockquote><p>   필자는 그 과정에서 고유의 글자가 없는 라후族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어 그들이 자유롭게 글자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br />
라후語의 음성체계를 볼 때 라후語를 표기하는 데 한글 이상으로 적합한 글자가 없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두 언어의 음성체계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라후語에는 우리말과 일치하는 모음이 8개나 되고, 자음에서는 18개가 대응되니 몇 개만 더 보완하면 해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라후語가 한국어보다 모음과 자음의 수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우리말은 모음 8개, 자음 19개를 적을 수 있으면 되나 라후語는 모음이 9개, 자음이 23개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한글 자모만으로는 라후語를 완벽하게 적을 수 없는 것이다.<br />
그리하여 필자는 오래 전에 필자가 고안해 발표한 「국제한글음성문자」 중에서 라후語에 필요한 기호를 택해 추가하는 방법으로 라후語의 한글 표기 체계를 완성하였다. 국제한글음성문자는 한글을 바탕으로 개발한 발음기호로 이를 이용하면 세계 모든 언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적을 수 있다. 가령, 현행 한글 자모로는 서양어의 f, v, th, sh 같은 소리를 적을 수 없으나 국제한글음성문자로는 이런 소리를 모두 적어 낼 수 있다. 라후語에는 목젖 소리나 우리말의 「오」보다 입을 더 열고 내는 모음이 있는데, 이들을 현행 한글로는 적을 수 없으니 이에 해당하는 한글 음성기호를 골라 활용하게 된다.</p></blockquote>
<p>현대 한국어에서 쓰는 자모만으로는 라후어를 완벽하게 적을 수 없어 몇 개 기호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라후어를 적는 방법을 개발하여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라후어의 7개 성조는 표기하는지, 표기한다면 어떻게 표기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과연 이게 &#8216;미문자 종족&#8217;에게 한글을 보급하여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잘하는 일일까? 이미 학교에서 로마 문자로 라후어를 적는 방법을 배우고 로마 문자로 된 라후어 신문을 읽는 다른 라후족과 문자 생활이 단절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지 않아도 라후족들은 몇 가지 다른 맞춤법을 사용하여 혼란이 상당한데 완전히 다른 문자까지 소개해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이현복이 개발한 &#8216;국제한글음성문자&#8217; 기호까지 추가한 라후어용 한글은 유니코드에서도 지원하지 않을 텐데 컴퓨터로 어떻게 입력하라는 것일까?</p>
<h2>한글 수출의 실상</h2>
<p>라후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매체를 통해 긍정적으로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뒤 내용을 잘 모르고 문자가 없는 종족에게 한글을 전파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62.5%가 이미 모국어를 로마 문자로 읽고 쓰는 종족 일부에게 현대 한글에는 없는 자모까지 추가하여 컴퓨터 입력이 어려운 확장 한글로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내막을 듣지 못한다.</p>
<p>한글이 우수하다고 해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에게, 그것도 이미 문자가 있는 이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왠지 1920년대 소련에서 고려인들을 위해 한국어를 로마 문자로 적는 방법을 마련하려던 계획을 세웠던 것이 생각난다. 당시 소련에서는 로마 문자가 배우기 쉽고 키릴 문자보다는 국제적이라고 생각해 고유 문자가 있는 소수 민족들에게도 로마 문자를 보급하는데 힘을 썼다. &#8216;라티니자치야(Латинизация)&#8217;라고 하는 이 로마 문자 보급 운동에 앞장선 이들도 오늘날 한글을 문자가 없는 종족에게 전수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처럼 신념과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었는지도 모른다.</p>
<p>그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미 과반수가 로마 문자를 통한 문자 생활을 하고 있는 종족에게 문자가 없는 종족이라며 한글을 전하는 것은 억지로 비쳐진다. 이현복도 이런 반론을 의식해 라후어가 한국어와 유사하고 라후족이 고구려의 후예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p>
<blockquote><p>   라후族이 진정 고구려의 유민이라면 우리는 1300년의 긴 단절 끝에 우리의 동포를 다시 만난 셈이다. 글자를 모르는 이들은 한글을 학습할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글을 전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한글은 그들의 글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p></blockquote>
<p>이현복이 라후어가 한국어와 유사하다고 주장한 것은 결국 이들에게 한글을 전수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석한 바와 같이 그가 제시한 근거는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p>
<p>다른 이·미얀마 어군 언어를 비롯한 주변 언어에서 찾을 수 없는데 라후어에서만 볼 수 있는, 1,300년 전 고구려어의 영향으로 설명할만한 특징이 있다면 모를까 이현복의 글에 있는 내용으로만 봐서는 라후어와 한국어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볼 근거가 조금도 없다.</p>
<p>내용 추가: <a href="http://winterheart.isloco.com/">ㅇㅌㅎㅌ</a>님의 제보로 2001년 MBC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라후마을로 가다〉의 실상을 밝힌 기사 〈<a href="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361">&#8216;라후족 한글 수출 TV쇼&#8217;의 이면</a>〉을 소개한다. 언어학과 대학원생 신분으로 방송에 참여했던 유리나씨가 당시 상황을 밝혔다. 다음은 기사 내용 일부:</p>
<blockquote><p>   고구려 기원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라후어에 대한 보고서 자체가 상당부분 거짓이라는 것은 언어조사를 하루만 해 봐도 알 수 있지요. 심지어 제 교수님이 저에게 주신 문자목록이 라후어에 맞지 않아 제가 문자목록을 수정해야 했지요.<br />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압니다. 인문 다큐 제작경험이 풍부한 담당 피디는 라후족 샤먼의 제사도구가 운남성 지역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더군요. 제작진 모두 고구려 기원설이 넌센스임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8220;우리는 버마에서 전쟁을 피해서 30년 전에 이곳에 와 정착했다&#8221;는 마을 족장 할아버지의 말에 &#8220;우리는 눈 내리는 곳에서 왔다&#8221;는 거짓 더빙을 입히면서까지 제작을 강행했습니다.<br />
(중략)<br />
라후어도, 대개의 소수 언어가 그렇듯이, 로마자 표기법이 있습니다. 라후족은 크리스트교 선교의 역사가 깊어 로마자 표기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고 로마자로 표기된 라후어 성서, 찬송가책, 사전, 라후어 교과서까지 상당 수준 보급돼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갔던 마을도 기독교가 전파되어 상당수의 사람들이 로마자 표기를 알고 있었구요. (중략) 또한, 제가 가르친 학생들은 모두들 교회에 다녀 로마자 표기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현지 사정상 이렇게 로마자 표기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로마자 표기와 한글 표기를 1대1로 대응시켜 가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자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요.</p></blockquote>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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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8/06/%ec%9d%b8%eb%8f%84%eb%84%a4%ec%8b%9c%ec%95%84-%ec%86%8c%ec%88%98%eb%af%bc%ec%a1%b1-%ed%95%9c%ea%b8%80%ec%9d%84-%ea%b3%b5%ec%8b%9d-%eb%ac%b8%ec%9e%90%eb%a1%9c-%ec%b1%84%ed%83%9d/</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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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06 Aug 2009 10:47:54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인도네시아]]></category>
		<category><![CDATA[찌아찌아어]]></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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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印尼 소수민족 공식 문자로 한글 채택 印尼에 &#8216;한글섬&#8217; 생긴다…세계 첫 사례 (동영상 포함) 추가: Bahasa Cia-Cia dalam Abjat Korea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추가(2차):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 인터뷰 인도네시아 부톤(Buton) 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Cia-Cia)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하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은 교과서와 표지판을 보급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찌아찌아어는 7만 9000명의 화자가 있으며 남도 어족(오스트로네시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href="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09/08/05/0701000000AKR20090805175600004.HTML">印尼 소수민족 공식 문자로 한글 채택</a><br />
<a href="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8/05/0200000000AKR20090805176700004.HTML">印尼에 &#8216;한글섬&#8217; 생긴다…세계 첫 사례</a> (동영상 포함)<br />
추가: <a href="http://Bahasa Cia-Cia dalam Abjat Korea">Bahasa Cia-Cia dalam Abjat Korea</a> (말레이인도네시아어)<br />
추가(2차): <a href="http://news.hanafos.com/view.asp?articleno=6293945&amp;classno=03">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 인터뷰</a></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알림: 원 글은 위 인터뷰 내용을 보기 전에 썼으며 부톤 섬에서 아랍 문자를 썼고 찌아찌아어 역시 문자로 기록된 적이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문자가 없는 종족에게 한글을 보급한다는 보도 내용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담당한 이호영은 예전에 부톤 섬에서 문자를 쓴 적이 있지만 지금 사용하는 이는 극소수이고 특히 현재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설명하고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소수민족의 언어 사용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예전에 문자로 기록된 적이 있느냐, 일부 언어학자들이 문자로 기록한 적이 있느냐의 문제보다는 현재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문자로 쓰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므로 원 글의 비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호들갑 떠는 보도 내용만 접했을 때 예전에 엄연히 로마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라후족을 문자 없는 종족으로 둔갑시켜 한글 보급을 추진했던 사건이 생각나서 적은 글이니 위의 인터뷰 내용까지 다 읽고서 판단하시기 바란다.</p>
<p>인도네시아 부톤(Buton) 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Cia-Cia)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하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은 교과서와 표지판을 보급한다는 보도가 있었다.</p>
<p>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a href="http://www.ethnologue.com/show_language.asp?code=cia">찌아찌아어</a>는 7만 9000명의 화자가 있으며 남도 어족(오스트로네시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술라웨시 어파(Celebic)에 속하는 언어이다. 인도네시아의 공용어인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역시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에 속한다.</p>
<p>찌아찌아어는 부톤 섬에서 쓰이는 부톤 어군의 일부이며 부톤 섬 남부에서 쓰이므로 남부톤어라고도 한다. 보도에서 한글을 공식으로 택했다고 전하는 <a href="http://en.wikipedia.org/wiki/Bau-Bau">바우바우</a>(Bau-Bau)시는 부톤 어군 가운데 월리오(Wolio)어 사용 지역이라고 한다. <a href="http://www.ethnologue.com/show_language.asp?code=wlo">월리오어</a>는 옛 바우바우 술탄의 조정에서 사용했으며 공식 지역 언어이고 아랍 문자로 표기된다.</p>
<p>이 &#8216;한글 수출&#8217; 사업은 훈민정음학회가 주도했다. 훈민정음학회는 훈민정음을 비롯한 세계 글자를 연구하고 글자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2007년 창립한 학회라고 한다.</p>
<p>훈민정음 전파를 통한 문맹 타파라, 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찌아찌아족이 정말 한글수출론자들이 말하는 미문자 종족일까? 적어도 연합뉴스 동영상(위 둘째 링크)에서는 찌아찌아어는 문자가 없어서 사멸할 위기에 놓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p>
<p>하지만 에스놀로그는 찌아찌아어의 사용 실태에 대해 &#8220;Vigorous. All ages. (모든 연령대에서 활발하게 쓰인다)&#8221;라고 적고 있다.</p>
<p>또 기독교 선교를 목적으로 전세계 종족에 대한 자료를 모은 조슈아 프로젝트(Joshua Project)에 실린 <a href="http://www.joshuaproject.net/peopctry.php?rop3=102228&amp;rog3=ID">찌아찌아족에 대한 소개</a>를 보자.</p>
<blockquote><p>부톤 사회에서는 남녀 어린이들의 교육을 귀중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교육에 대한 강조로 인해 문예가 번영하였으며 책과 긴 시가 쓰여 부톤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br />
Education is highly valued for both boys and girls in Butonese society. This emphasis on education has caused their literary art to flourish,resulting in the writing of books and long poems which have become apart of Butonese culture.<br />
(중략)<br />
4%가 기독교도이지만 찌아찌아족이 쓸만한 그들의 언어로 쓴 기독교 자료는 적다.<br />
Despite being 4% Christian, the Cia-Cia have few Christian resources available to them in their own language.</p></blockquote>
<p>인용한 첫 부분은 찌아찌아족에 한정하지 않고 부톤 섬 전체에 대해 설명한 듯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부톤어군 가운데 월리오어는 아랍 문자를 사용하여 표기한다. 그러니 찌아찌아족은 문자 생활을 찌아찌아어가 아니라 월리오어로 한 전통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부분만으로는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p>
<p>하지만 찌아찌아족이 쓸만한 그들의 언어, 즉 찌아찌아어로 쓴 기독교 자료가 적다는 말은 찌아찌아어로 쓴 자료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뜻이다.</p>
<p>생각해보자. 기독교에서는 전세계 &#8216;미선교&#8217; 종족에게 선교사를 파견하는데 문자가 없는 종족일 경우 언어를 연구하고 그에 맞는 문자 체계를 개발해 성경을 그 언어로 번역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선교사들은 언어학을 배우며, 전세계 언어에 대한 자료도 이와 같이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축적된 것이 많다. 위에서 인용한 에스놀로그도 기독교 비영리 단체인 SIL에서 펴내는 자료집이다. 예전에 쓴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7/21/%ec%84%b8%ea%b3%84%ec%97%90%ec%84%9c-%ea%b0%80%ec%9e%a5-%eb%8f%85%ed%8a%b9%ed%95%9c-%ec%96%b8%ec%96%b4-%ed%94%bc%eb%9d%bc%ed%95%ad%ec%96%b4piraha/">피라항어에 관한 글</a>에 나오는 언어학자 대니얼 에버렛도 원래는 기독교 선교사로 아마존 밀림에 들어간 예이다.</p>
<p>겨우 수백 명인 피라항족도 선교사가 찾아갔는데 과연 수만 명이 되는 찌아찌아족을 지금껏 기독교 선교사가 찾은 적이 없을까?</p>
<p>그리고 아랍 문자로 쓰이는 월리오어, 또 예전에는 아랍 문자, 오늘날에는 로마 문자로 쓰이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오랫동안 접했던 찌아찌아족이 과연 지금껏 자신들의 언어를 문자로 적어본 적이 없을까? 문명과 차단되어 문자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라면 모르겠다. 기사에서는 지역 표지판에 로마자와 함께 한글을 병기하도록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건 이미 로마자 표지판이 쓰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표지판에서 쓰는 언어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겠지만 찌아찌아어 고유 지명도 표지판에 적고 있을 것 아닌가?</p>
<p><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27/%eb%9d%bc%ed%9b%84%ec%96%b4%eb%8a%94-%ec%a0%95%eb%a7%90-%ed%95%9c%ea%b5%ad%ec%96%b4%ec%99%80-%eb%8b%ae%ec%95%98%ec%9d%84%ea%b9%8c/">예전에도</a> 한글 수출론자들이 타이 북부의 소수민족 라후족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8216;미문자 종족&#8217;이라고 불렀지만 라후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마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사실 오늘날 진정한 &#8216;미문자 종족&#8217;은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p>
<p>다른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것이 소원이라면 문자 없는 불쌍한 이들에게 문명의 혜택을 전수한다는 식의 사기는 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직하게 &#8220;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언어를 쓰는 문자가 있지만 교과서까지 지원해가며 한글을 대신 쓰도록 설득시켰다&#8221;라고 알려달라.</p>
<h2>추가 내용:</h2>
<p><a href="http://www.radarbuton.com/index.php?act=news&amp;nid=33251">부톤 현지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보도 내용</a>도 링크에 추가했다. 번역기를 통해서 읽으면 거기서도 찌아찌아어를 적는 문자가 현재 없다는 인용문이 보인다. 그러니 적어도 현재 찌아찌아어를 글로 적는 활동이 왕성하지는 않은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적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무튼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p>
<h2>추가 내용(2차):</h2>
<p>이 사업을 담당한 <a href="http://news.hanafos.com/view.asp?articleno=6293945&amp;classno=03">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의 인터뷰 내용</a>을 추가했다. 바우바우 시장이 한국 마니아여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p>
<p>&#8220;자기 문자가 있는 언어는 전혀 없고 주정치세력인 올리오족만 15세기 이슬람의 영향으로 아랍문자로 고유어를 표기한 적이 있지만, 사용인구는 극소수다&#8221;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일부러 현지의 문자 사정에 대해 거짓으로 알리는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예전에 문자로 적힌 적이 있는지와는 상관 없이 지금 쓰이지 않으니 문자가 없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표준화된 체계를 준비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이 작업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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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찌아찌아어 한글 채택에 대한 분석</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8/11/%ec%b0%8c%ec%95%84%ec%b0%8c%ec%95%84%ec%96%b4-%ed%95%9c%ea%b8%80-%ec%b1%84%ed%83%9d%ec%97%90-%eb%8c%80%ed%95%9c-%eb%b6%84%ec%84%9d/</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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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10 Aug 2009 23:24:28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인도네시아]]></category>
		<category><![CDATA[찌아찌아어]]></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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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 위 글은 훈민정음학회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처음 접하자마자 썼다. 찌아찌아족이 문자가 없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썼다. 문자가 없는 종족에 한글을 전한다고 사기치지 말라는 심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쓰고 난 후 여러분들의 덧글을 읽고 추가 보도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잘못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8/06/%ec%9d%b8%eb%8f%84%eb%84%a4%ec%8b%9c%ec%95%84-%ec%86%8c%ec%88%98%eb%af%bc%ec%a1%b1-%ed%95%9c%ea%b8%80%ec%9d%84-%ea%b3%b5%ec%8b%9d-%eb%ac%b8%ec%9e%90%eb%a1%9c-%ec%b1%84%ed%83%9d/">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a></p>
<p>위 글은 훈민정음학회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처음 접하자마자 썼다.</p>
<p>찌아찌아족이 문자가 없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썼다. 문자가 없는 종족에 한글을 전한다고 사기치지 말라는 심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쓰고 난 후 여러분들의 덧글을 읽고 추가 보도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잘못 짚고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해명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밝히려면 글을 새로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는 것에 대해 더 깊이 분석도 하고 싶었다.</p>
<p>내가 왜 이렇게 섣불리 글을 썼는지 변명부터 하겠다.</p>
<p>전에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27/%eb%9d%bc%ed%9b%84%ec%96%b4%eb%8a%94-%ec%a0%95%eb%a7%90-%ed%95%9c%ea%b5%ad%ec%96%b4%ec%99%80-%eb%8b%ae%ec%95%98%ec%9d%84%ea%b9%8c/">라후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는 노력에 대한 글</a>을 쓴 적이 있다. 라후어가 과연 한국어와 유사한지가 주제였지만 서울대 이현복 명예교수가 &#8220;음성언어만 있고 문자언어가 없는 라후族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8221;라고 주장한 것이 당혹스러웠다. 라후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마 문자로 표기하고 있는데, 혹시 이현복 교수가 한글 전파 노력을 하는 타이 북부에서는 아직 로마 문자가 전해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며 애써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했다. 아무래도 이현복의 학자로서의 권위 때문에 그가 알고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p>
<p>하지만 〈<a href="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361">&#8216;라후족 한글 수출 TV쇼&#8217;의 이면</a>〉이라는 기사 제보를 받고 솔직히 배신감을 느꼈다. 라후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는 노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이미 로마 문자로 라후어를 표기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로마자 표기와 한글 표기를 1대1로 대응시켜 가르쳤다는 폭로 내용이었다.</p>
<p>그래서 찌아찌아어에 대한 보도에서 이들이 문자가 없다는 주장을 듣고 과연 그런지 자료를 검색해보았고,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자 이번에도 사기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 것이다.</p>
<h2>문자가 없는 종족이라는 명제</h2>
<p>결론부터 말하면 언론에서 문자가 없는 종족이라고 보도한 것은 문제삼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글에서 말한 것처럼 찌아찌아어를 문자로 적은 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언어로 문자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그러니 이들이 사실상 문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
<p>한국어도 세종대왕 이전에는 아예 적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향찰로 적은 향가와 같은 예도 있지 않나. 하지만 백성들이 완전한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한국어를 적을 문자는 없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예전에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고 해도, 영어나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쓴 찌아찌아어에 관한 연구에서 언어학자들이 찌아찌아어를 로마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고 해도 정작 오늘날의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언어로 문자 생활을 못한다면 그들은 문자 없는 종족으로 부르는 것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p>
<p>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글로브(Jakarta Globe) 지》에서 보도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p>
<blockquote><p>옛 말레이권에서 쓰인 아랍 문자의 한 형태로 글자 다섯 개가 추가되고 모음을 나타내는 기호가 없는 군둘 문자로 쓰인 고대 찌아찌아어 문학이 존재한다.<br />
Ancient Cia-Cia literature exists in the Gundul script, a form of Arabic with five additional letters and no signs to denote vocals that was used in the old Malay world.</p></blockquote>
<p>즉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것은 옛날 얘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찌아찌아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적이 있다는 내용은 아직까지는 언론 보도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찌아찌아어와 계통은 같지만 다른 언어로 역시 부톤섬에서 쓰이는 월리오(Wolio)어를 아랍 문자로 적은 문학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혹시 누군가 찌아찌아어와 월리오어를 혼동하여 이런 얘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p>
<p>(부톤섬의 언어 상황은 언뜻 생각하기보다 복잡한 듯하다. 찌아찌아어와 월리오를 비롯하여 다섯 개 정도의 언어가 있는데 이들은 계통은 같지만 확실히 구별되는 언어인 듯하고 예전에 부톤섬의 술탄 치하에서는 월리오어가 궁중 언어였으나 지금은 찌아찌아어가 부톤섬 언어 가운데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것 같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5. 26. 추가 내용: 그래도 &#8216;문자 없는 종족&#8217;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표현은 문자도 없는 종족에게 문명을 베푼다는 문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서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했을 때 전통 이슬람 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아랍 문자로 토착 언어를 써온 것을 문자 생활로 인정하지 않고 로마자를 모르면 문맹인으로 취급했다.</p>
<h2>한글은 찌아찌아어에 적합한가?</h2>
<p>찌아찌아족이 과연 문자 없는 종족이냐고 따지는 것보다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사 이미 아랍 문자나 로마 문자로 찌아찌아어를 표기하고 있다고 해도 이들에 비해 한글을 쓰는 것이 월등히 낫다면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p>
<p>언뜻 보기에 찌아찌아어는 한글로 적기 수월할만큼 단순한 음운 체계를 가진 것 같다. 모음은 &#8216;아, 에, 이, 오, 우&#8217; 다섯인 듯하다. 복잡한 자음군(영어 strike의 str, 스웨덴어 ostkustskt의 stskt 등)이 없고 대부분의 음절이 개음절이며 받침이 있다 해도 ㄴ, ㅁ, ㄹ 정도인 듯하다. 중국어나 베트남어의 골치아픈 성조도 없고 일본어처럼 모음의 장단을 구별할 필요도 없는 듯하다.</p>
<p>이처럼 음운 구조가 단순한 것은 찌아찌아어 뿐만이 아니라 찌아찌아어가 속한 남도 어족(오스트로네시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언어 대부분의 특징이다. 이 정도면 자리동님이 덧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어의 가나로도 충분히 적을 수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여러 언어 맛보기(세계인권선언에서)</p>
<blockquote><p>인도네시아어: Menimbang bahwa pengakuan atas martabat alamiah dan hak-hak yang sama dan mutlak dari semua anggota keluarga manusia adalah dasar kemerdekaan, keadilan dan perdamaian di dunia,<br />
필리핀어: Sapagkat ang pagkilala sa katutubong karangalan at sa pantay at di-maikakait na mga karapatan ng lahat ng nabibilang sa angkan ng tao ay siyang saligan ng kalayaan, katarungan at kapayapaan sa daigdig.<br />
마오리어: No te mea na te whakanoa a na te whakahawea ki nga mana o te tangata i tupu ai nga mahi whakarihariha i pouri ai te ngakau tangata, a ko te kohaetanga o tetahi ao hou e mahorahora ai te tangata ki te korero ki te whakapono, ki te noho noa i runga i te rangimarie a i te ora, kua panuitia hei taumata mo te koingotanga o te ngakau o te mano tini o te tangata.<br />
하와이어: ‘Oiai, ‘o ka ho’omaopop ‘ana i ka hanohano, a me nā pono kīvila i kau like ma luna o nā pua apau loa o ka ‘ohana kanaka ke kumu kahua o ke kū’oko’a, ke kaulike, a me ka maluhia o ka honua, a</p></blockquote>
<p>중세 한국어에도 어두 자음군이 있어서 ㅵ 같은 표기를 썼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스웨덴어의 ostkustskt 같은 단어를 표기하려면 차선책으로 &#8216;으&#8217;를 삽입하여 &#8216;오스트쿠스트스크트&#8217;와 같이 쓸 수 있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고, 만약 &#8216;으&#8217;라는 모음이 따로 있다면 &#8216;으&#8217;를 모음 표시를 위해 썼는지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다. 에티오피아 문자나 인도에서 쓰이는 몇몇 문자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p>
<p>Hama님께서 찌아찌아어 교재 사진을 보고 &#8216;노떼르띠뿌&#8217;, &#8216;이스따나&#8217;, &#8216;스리갈라&#8217; 등에서 &#8216;르&#8217;와 &#8216;스&#8217;가 쓰인다고 제보해 주셨는데, 찌아찌아어에 드물게 등장하는 r 또는 s 계열 자음군을 표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드문 듯하니 &#8216;으&#8217;를 써서 자음군을 쓴다 해도 크게 번거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p>
<p>그런데 찌아찌아어에는 r와 l의 구별이 있는 것 같다. <a href="http://en.wikipedia.org/wiki/Cia-Cia_language">영어판 위키백과</a>에 의하면 &#8216;둘&#8217;을 뜻하는 낱말은 rua이고 &#8216;다섯&#8217;을 뜻하는 낱말은 lima이다. 찌아찌아어 교재를 보니 어중에서 r는 &#8216;ㄹ&#8217;, l은 &#8216;ㄹㄹ&#8217;로 적는 듯한데, rua와 lima에서처럼 어두에 오는 r와 l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del>하다</del><span style="color: #5C78C6;">했다. 그런데 도마도님의 제보를 통해 lima는 &#8216;을리마&#8217;로 표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어두의 l은 &#8216;을ㄹ&#8217;로 적는 것이다. 또 제보해주신 사진을 보니 &#8216;은다무&#8217; 같은 표기가 보여 어두의 l 뿐만이 아니라 어두의 nd, 즉 [ⁿd]와 같이 비음이 선행하는 폐쇄음에도 &#8216;으&#8217;를 붙여 적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span>
<p>또 찌아찌아어에는 많은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언어처럼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C%84%B1%EB%AC%B8_%ED%8C%8C%EC%97%B4%EC%9D%8C">성문 폐쇄음</a>이 있는 듯한데 한글로는 그냥 &#8216;ㅇ&#8217;으로 표기하는 듯하다. 아래는 <a href="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24657">노컷뉴스</a>에서 보도한 사진에 나오는 내용에 영어판 위키백과의 로마 문자 표기를 추가한 것이다.</p>
<blockquote><p>아디 세링 빨리 노논또 뗄레ᄫᅵ시. 아마노 노뽀옴바에 이아 나누몬또 뗄레ᄫᅵ시 꼴리에 노몰렝오.<br />
adi sering pali nononto televisi. amano nopo&#8217;ombae ia nanumonto televisi kolie nomoleo.</p></blockquote>
<p>여기서 nopo&#8217;ombae를 &#8216;노뽀옴바에&#8217;로 적고 있는데 &#8216;옴&#8217;의 첫소리는 성문 폐쇄음 [ʔ]이지만 &#8216;에&#8217;는 그냥 자음이 없는 음절이다. 성문 폐쇄음은 한국어에서는 의미가 없는 음으로 자음이 없는 것처럼 들리니 그냥 &#8216;ㅇ&#8217;으로 표기했겠지만 찌아찌아어에서는 성문 폐쇄음은 엄연한 자음으로 있는지 없는지의 구별이 중요하다. 옛 글자를 부활시켜 된이응 &#8216;ㆆ&#8217;으로 표기했으면 어땠을까?</p>
<p>보도 내용 중에 흥미를 끈 것 하나가 찌아찌아어 표기에 옛 글자인 순경음 비읍 &#8216;ᄫ&#8217;을 쓴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보면 &#8216;ᄫ&#8217;은 유성 순치 마찰음 [v]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찌아찌아어의 /w/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세 국어에서 &#8216;ᄫ&#8217;은 유성 양순 마찰음 [β]을 나타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월리오에서 /w/의 음가가 [β]이니 찌아찌아어에서도 비슷하게 발음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p>
<p>영어판 위키백과에는 &#8216;여덟&#8217;을 뜻하는 walu를 누군가가 &#8216;왈루&#8217;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아마도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법을 모르는 사람이 짐작해서 써 놓은 것 같고 아마 &#8216;ᄫ&#8217;을 사용한 &#8216;ᄫㅏㄹ루&#8217;가 맞는 표기일 것 같다. 교재 사진을 아무리 보아도 /w/를 &#8216;와&#8217;, &#8216;워&#8217;, &#8216;위&#8217;와 같이 표기한 예는 찾지 못했다.</p>
<h2>한글은 맞춤옷, 로마 문자는 기성복이다</h2>
<p><del>이 비유를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del> <a href="http://fischer.egloos.com/4205688">이 글</a>에 달린 hama님의 덧글에 나오는 비유인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데만 쓰였다. 로마 문자는 라틴어가 일상 언어로서는 사멸한지 오래이지만 영어, 에스파냐어, 폴란드어 등 유럽의 언어는 물론 터키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스와힐리어, 그린란드어 등 세계 각지의 수많은 언어를 표기하는데 사용된다.</p>
<p>그러니 로마 문자는 어느 언어를 적는지, 어떤 맞춤법을 사용하는지 알아야지만 철자에서 발음 유추가 가능하다. 똑같이 pain이라고 써도 영어 단어라면 [pʰeɪn], 프랑스어 단어라면 [pɛ̃], 핀란드어 단어라면 [pɑin]으로 발음한다.</p>
<p>반면 우리는 한글로 적힌 것을 보면 그냥 한국어 발음대로 읽어버린다. 물론 된소리되기, 사잇소리 현상, &#8216;외&#8217;와 &#8216;위&#8217;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느냐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대체로 한글로 적힌 것이 있다면 그 발음은 정해져 있다.</p>
<p>찌아찌아어 한글 표기안을 마련한 이들은 아마도 한국어의 발음대로 소리내어 읽으면 찌아찌아어에 최대한 가깝게 들리도록 정한 듯하다. 그러니 한국어로 치면 된소리가 나는 자음은 겹자음 &#8216;ㄲ, ㄸ&#8217; 등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찌아찌아어에 이런 소리가 자주 쓰인다면 사실 겹자음으로 적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아예 [ㄲ], [ㄸ] 소리가 빈도가 높으면 &#8216;ㄱ&#8217;, &#8216;ㄷ&#8217;으로 적고 [ㄱ], [ㄷ]에 가까운 소리를 &#8216;ㄲ&#8217;, &#8216;ㄸ&#8217;으로 적는 것이 경제적일 수가 있다. 하지만 로마 문자와 달리 한글 자모는 꼭 한 소리만 나타내야 한다는 관념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로마 문자를 쓰는 언어에서는 c, j, x 등의 발음이 언어마다 천차만별이다. 만약 어떤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한글이 더 많은 언어의 표기에 쓰이자면 같은 한글 자모도 언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p>
<p>위에서 언급한 r와 l 구분의 어려움도 한글이 한국어에 최적화된 문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설측음 [l]은 &#8216;ㄹ&#8217;이 받침으로 쓰일 때와 어중에서 &#8216;ㄹㄹ&#8217;과 같이 &#8216;ㄹ&#8217;이 겹칠 때 나는 발음이지, 독립된 음소가 아니다. 그러니 따로 글자를 만들지 않고 어중의 탄설음을 나타내는 &#8216;ㄹ&#8217;을 써서 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찌아찌아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에서 r와 l은 독립된 음소이다. 겹리을(ᄙ)과 같은 옛 글자를 사용해서라도 이 r와 l의 구분을 확실히 나타내는 것이 찌아찌아어 음운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는 길일 것이다.</p>
<p>찌아찌아어에는 얼마나 해당이 되는 사항인지 모르지만 한글로 이중모음이나 반모음을 표기하는 문제도 꽤 까다롭다. 원래 &#8216;애&#8217;나 &#8216;에&#8217; 같은 글자는 각각 &#8216;아이&#8217;, &#8216;어이&#8217; 비슷한 이중모음을 나타냈겠지만 한국어의 발음이 바뀌면서 단모음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한국어에서 반모음 [w]로 시작하는 음절은 &#8216;와&#8217;, &#8216;워&#8217;, &#8216;위&#8217; 등으로, 반모음 [j]로 시작하는 음절은 &#8216;야&#8217;, &#8216;여&#8217;, &#8216;요&#8217; 등으로 쓰고 있다. 반모음이 음절 구조상 자음 역할을 하는 언어를 표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8216;오다&#8217;의 활용형이 &#8216;와&#8217;가 되는 한국어에서는 /wa/를 &#8216;와&#8217;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ga, na, da, wa, ya가 모두 &#8216;자음&#8217;+&#8217;ㅏ 모음&#8217;으로 분석되는 언어에서 다른 것은 &#8216;가, 나, 다&#8217;와 같이 적는데 wa, ya만 &#8216;와&#8217;, &#8216;야&#8217;처럼 적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p>
<h2>옛한글 사용에 따른 전산화와 활자화의 문제</h2>
<p>위에서 기왕 옛 글자 순경음 비읍 &#8216;ᄫ&#8217;을 쓴다면 찌아찌아어의 음운 체계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된이응 &#8216;ㆆ&#8217;이나 겹리을(ᄙ)도 쓰자는 말을 했는데 사실 옛한글을 사용하면 생기는 문제가 좀 까다롭다. 일단 현재로서는 컴퓨터로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면에 표시하거나 종이에 인쇄하는데 필요한 글꼴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도에 나온 찌아찌아어 교재는 옛한글을 지원하는 몇 안되는 글꼴 가운데 하나인 &#8216;새굴림&#8217;으로 인쇄한 듯한데, &#8216;새굴림&#8217;은 디자인 측면에서 인쇄용 글꼴로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글자만 지원한다 해도 괜찮은 본문용 한글 글꼴 개발하는데 많은 인력과 몇 개월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찌아찌아어 표기에 &#8216;ᄫ&#8217;을 쓴다고 해서 앞으로 옛한글을 지원하는 전문 글꼴이 순식간에 쏟아져나올 것 같지는 않다.</p>
<p>자세한 내용은 <a href="http://hanury.net/wp/archives/1643">〈찌아찌아족 과연 한글로 문자 생활 잘 할 수 있을까?〉</a>라는 글을 참조하시라.</p>
<h2>문화제국주의의 그림자</h2>
<p>지금은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고 한국은 부톤섬을 식민지로 경영하는 지배자도 아니다. 그러나 한글은 현재 한국 문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워낙 많은 언어에서 쓰기 때문에 특정 문화를 연상시키지 않는 로마 문자와는 다르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바우바우시의 시장이 한국 문화에 호의적이라 이번 사업이 성사되었다지만 만에 하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다면 현지인들이 한글과 한국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한글 수출 시도가 실패한 원인으로도 한국에 대한 반감이 흔히 꼽힌다는 것도 생각해보라.</p>
<p>물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적는 것이 문화제국주의로 비쳐짐을 염려하는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8220;유례없는 새로운 방식의 국제협력을 통해 해당 지역과 깊은 유대가 형성되고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8221;(<a href="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8/05/0200000000AKR20090805176700004.HTML">연합뉴스 보도 중</a>)와 같이 한국의 경제 이익을 좇는다는 인상을 풍기는 보도는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가지고 한국의 저력이나 민족의 우수성을 논하며 호들갑을 떨지도 말았으면 좋겠다.</p>
<p>언어 블로그 Language Log에 달린 덧글 가운데는 이미 &#8220;언어제국주의 판에 새로운 선수가 등장한 듯하다(it seems we have a new player in the Linguistic Imperialism game)&#8221;라는 평도 있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소수민족에게 문자를 보급한다는 순수한 의도라는 것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p>
<h2>종합 평가</h2>
<p>위에서 언급한 문제들(r와 l 구분, 성문 폐쇄음 구분, 전산화와 활자화의 어려움)이 있기는 해도, 이번에 도입된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법은 나름 성공적이며 찌아찌아족이 어려움 없이 문자 생활을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p>
<p>하지만 찌아찌아족이 문자를 새로 도입한다면 굳이 로마 문자 대신 한글을 택할 필요가 있을까? 로마 문자는 한글처럼 과학적인 제자 원리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공용어인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하여 그 지역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언어를 표기할 때 쓰는 문자이다. 찌아찌아어의 음운 구조를 표현하는데 한글에 비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찌아찌아어를 주변 언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한글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p>
<p>그러면 객관적으로 한글이 로마 문자보다 실용적인 면은 뭐가 있을까?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글이 모아쓰기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아쓰기라는 특징 때문에 한글은 그리 배우기가 쉬운 문자는 아니다. 하지만 문자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일단 배운 후 쓰고 읽기가 쉬운 것이 좋은 것이다. 특별히 근거를 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아쓰기 때문에 긴 글을 빨리 읽을 때 글이 눈에 빨리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즉 긴 글을 읽을 때 한글이 로마 문자보다 낫다는 것이다.</p>
<p>하지만 이게 로마 문자 대신 한글을 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지는 의문이다. 모아쓰기는 읽을 때는 편리하지만 음가가 없는 &#8216;ㅇ&#8217;를 계속 적어야 하는 비경제성도 있고 자음군이나 이중모음 표현, 새로운 자모 추가를 어렵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p>
<p>그래도 만약 찌아찌아어 표기에 한글이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한글이 곧 한국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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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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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2 Mar 2009 21:56:37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누리글]]></category>
		<category><![CDATA[문해율]]></category>
		<category><![CDATA[한글]]></category>
		<category><![CDATA[한글떡밥]]></category>
		<category><![CDATA[한글수출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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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UN지정- 제3세계에서 가르치는 한글에서 트랙백 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런 글의 상당수가 확인이 안 된 내용과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독창적이고 훌륭한 문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사실 한글이 왜 그렇게 우수한지를 이해하려면 어느정도 언어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a title="" href="http://juneslee.egloos.com/7665558">UN지정- 제3세계에서 가르치는 한글</a>에서 트랙백</p>
<p>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런 글의 상당수가 확인이 안 된 내용과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p>
<p>한글이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독창적이고 훌륭한 문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사실 한글이 왜 그렇게 우수한지를 이해하려면 어느정도 언어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글에 대한 최대의 찬사는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자질 문자에 속한다는 것인데,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반인이 얼마나 될까?</p>
<p>그래서인지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서는 정확한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허황된 주장이 많다. 그 가운데는 한글이 세계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주장과 같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거짓이라는 것이 명백한 것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익히 들어와서인지 이런 설명을 들으면 무비판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한글이 왜 우수한지에 대해 제대로 배우려는 태도는 부족해 보인다. 한글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사례라든지 한글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제시하는 여러 통계나 연구 결과를 모은 글들을 보며 으쓱대는 것으로 그친다.</p>
<p>과연 한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오류 투성이의 글들을 퍼뜨리며 한글에 대한 오해를 부풀리는 것이 한글을 사랑하는 태도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p>
<p>행여나 한글이 우수하다는 글의 오류를 지적한다고 언짢게 생각할지 염려된다. 전에 한국어에서 [y] 앞에 [s]가 올 수 없는 것을 음운 체계의 한계라고 불렀다가 &#8220;가장 위대한 언어 한국어를 비하&#8221;한다는 덧글이 달려 당황한 적이 있다. 음운 제약이라고 할 것을 어감이 조금 안 좋게 설명한 잘못은 있지만 이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문자인 한글과 언어인 한국어의 개념 혼동으로 한국어가 가장 위대한 언어로 둔갑한 것도 좀 어이가 없지만 약간 어감이 안 좋은 말을 썼다고 한국어 비하를 운운한 것은 반응이 지나친 것 같았다. 한글의 우수성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p>
<p>여기서 트랙백하는 &#8216;글&#8217;은 위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jpg 파일인데 이를 이글루스에 스크랩하신 분도 그 출처를 모르신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허황된 글마다 반박할 수는 없지만 ghistory님께서 위의 글에 대한 제보를 해주셨기에 나름 분석을 해보겠다. 원문 내용은 <span style="color: #5C78C6;">파란 글씨</span>로 맞춤법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소개하겠다.</p>
<h2>&#8220;자신만의 글자&#8221;는 무슨 뜻?</h2>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전세계국가 : 284개국<br />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 : 28개국<br />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 : 256개국</span></blockquote>
<p>세계에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몇 되지 않는데 한국은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 있으니 자랑스럽다는 뜻으로 인용한 통계인 듯하다. 뒤에 오는 내용에서 미루어 볼 때 세계에 한글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통계는 신뢰할 수 있을까?</p>
<p>전세계 국가가 284개국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유엔 가입국은 192개이고 대만, 바티칸 시국, 코소보 외에 여러 비승인 국가를 포함해도 200개국을 크게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일관된 기준만 있다면 전세계 국가의 숫자를 어떻게 잡았는지는 크게 상관 없다.</p>
<p>문제는 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기준이 너무 애매하다는 것이다. 흔히 한국에서 쓰는 한국어와 한글은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으니 우리만의 글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나라와 언어, 문자가 일치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나라에서 여러 언어와 문자가 사용되기도 하고(인도) 여러 나라에서 같은 언어(영어) 또는 같은 문자(로마자)를 쓴다. 한 언어를 기록하는데 여러 다른 문자를 쓰기도 한다(세르보크로아트어, 몽골어).</p>
<p>그럼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지고 있다&#8217;라는 기준은 정확히 무엇일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나라에서만 쓰는 글자가 있으면 될까? 그러면 국제적으로 볼 때 한글을 쓰는 나라는 남북한을 따로 쳐서 둘이니 대한민국과 북한은 &#8216;자신만의 글자&#8217;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문자는 키프로스에서도 쓰니 그리스나 키프로스도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나라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이렇게 제한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는 타이, 캄보디아, 아르메니아, 게오르기아(조지아), 이스라엘, 몽골 등 극히 소수일 것이다.</p>
<p>남북한과 그리스, 키프로스도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것으로 보려면 &#8216;한 언어의 표기에만 사용되는 문자&#8217;라는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여러 언어를 표기하는데 쓰이는 로마자/라틴 문자(영어, 프랑스어 등), 키릴 문자(러시아어, 불가리아어 등), 데바나가리 문자(힌디어, 마라티어 등), 아랍 문자(아랍어, 페르시아어 등), 에티오피아 문자(암하라어, 티그리냐어 등), 한자(중국어, 일본어 등) 등을 쓰는 나라는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이 된다.</p>
<p>이게 너무하다 싶으면 원조들은 인정해주면 되지 않을까? 한자는 여러 나라에서 쓰이지만 한자의 원조는 중국이니 중국은 자신만의 글자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홍콩과 대만은 같은 한자를 쓰고 이론상 같은 중국어를 쓰지만 자신만의 글자는 없다는 얘기인가? 로마자의 원조는 따지자면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 지방의 라틴족들이니 이탈리아는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것으로 보고 로마자를 쓰는 다른 나라들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다고 봐야 할까? 마찬가지로 불가리아만 자신만의 글자가 있고 키릴 문자를 쓰는 나머지 나라들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일까? 아라비아반도의 많은 나라 가운데 아랍 문자의 원조는 어디일까? 세종 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곳이 현재의 대한민국 영토이니 대한민국이 한글의 원조이고 북한은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것일까?</p>
<p>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모두 쓰는 일본의 경우는? 소말리아와 같이 자신만의 글자가 있었지만 로마자를 대신 쓰기로 한 경우는? 미국과 캐나다처럼 원주민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가 따로 있는 경우는? 몽골처럼 자신만의 글자가 있지만 이웃나라에서 주로 쓰이고 정작 본국에서는 다른 문자가 쓰이는 경우는?</p>
<p>이처럼 언어와 문자, 나라의 관계를 고려하면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8217;라는 기준은 정말 애매모호하다. 차라리 국어 지위를 가진 언어를 대상을 한정하고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언어&#8217;를 조사했으면 어느정도 의미가 있을 텐데 위의 통계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밖에 평가를 할 수가 없다.</p>
<p>그래도 한글과 같은 고유의 문자를 가진 것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드문 것인지 알리는 것이 이 통계의 기본적인 취지라면 그 결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를 수치와 애매한 기준으로 스스로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통계이다.</p>
<h2>문해율의 함정</h2>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한국어 1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2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30대 문맹률 : 0%<br />
한국어 40대 문맹률 : 0.7%<br />
한국어 50대 문맹률 : 6.1%<br />
한국어 전체 문맹률 : 1.7%<br />
국립국어원 2008년 통계자료 中</span></blockquote>
<p>그나마 이 글에서 정확한 부분은 국립국어원의 국민 기초 문해력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이마저 틀렸다. 원 자료는 다음과 같다.</p>
<blockquote><p>19~29세 비문해율 : 0.0%<br />
30대 비문해율 : 0.0%<br />
40대 비문해율 : 0.0%<br />
50대 비문해율 : 0.7%<br />
60대 비문해율 : 4.6%<br />
70대 비문해율 : 20.2%<br />
합계 : 1.7%</p></blockquote>
<p>처음의 19~29세 연령층을 10대로 잘못 쓰는 바람에 조사한 <strong>모든 연령층을 10세씩 낮춰서 쓰는 실수</strong>를 저질렀다. 또 원 자료에서는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뜻으로 &#8216;문해&#8217;, 글을 못 읽는다는 뜻으로 &#8216;비문해&#8217;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글을 못 읽는 것을 시각장애에 빗댄 &#8216;문맹&#8217;이라는 부적절한 옛 용어를 쓴 것이 아쉽다. 20.2%라는 작지 않은 수치인 70대 비문해율을 슬그머니 뺀 것도 약간 수상하다.</p>
<p>70대의 비문해율이 왜 이렇게 높을까? 그들의 어린 시절은 일제강점기 말기, 혼란스러운 해방 정국, 그리고 6.25 전쟁과 겹쳤기 때문이다. 즉 글을 배울 교육 환경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문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 환경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이다.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으면 문해율이 거의 100%일 수도 있고 인도에서처럼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문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문자와 언어의 우수성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쿠바와 과테말라는 똑같이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이지만 쿠바의 문해율은 99.8로 과테말라의 문해율 69.1%를 크게 앞지른다. 중국에서는 한자를 더 배우기 쉽도록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번체자를 사용하는 대만보다 문해율이 떨어진다.</p>
<p>그러니 문해율을 들어 한글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익히는 시간 : 98분<br />
UN 비공식 통계자료 中 (98분정도면 한글간판정도 읽을수 있다고 하네요)</span></blockquote>
<p>유엔 산하 기관이 한둘도 아니고 비공식 통계자료라 하니 원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조사했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한국어 발음을 익힌다는 말 자체는 글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뒤에 한글 간판 정도 읽는다는 얘기에서 미루어 볼 때 한글을 어느정도 소리내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익힌다는 얘기 같다. 앞에서 &#8216;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8217;를 운운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분명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p>
<p>외국인이 평균 98분만에 익힐 수 있는 정도라면 각각의 한글 자모의 음가일 것이다. 이 짧은 시간에 한국어의 발음을 정확히 익힐 수 없음은 물론이고 &#8216;ㄺ&#8217; 같은 겹자음을 어떻게 발음한다거나 된소리되기, 거센소리되기, 자음동화 같은 음운 규칙을 배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간판 정도를 읽을 수는 있다.</p>
<p>이것도 한글의 우수성을 내세우기 위한 예로는 조금 부적합하다. 문자의 우수성은 개별 기호의 음가를 익히고 어느정도 소리내어 읽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호 수가 많은 한자나 음절 문자보다는 한글을 배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로마자처럼 기호를 가로로 순서대로 나열만 하는 문자를 익히기가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p>
<p>그러나 그렇다고 로마자가 한글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문자는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값을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다. 그 문자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는 언어를 기록하고 읽는 실제 문자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따져야 한다. 한글의 모아쓰기나 형태주의(표의주의) 맞춤법은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어려울지 몰라도 일단 익숙해지면 음절 단위로, 형태소 단위로 눈에 쏙쏙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이런 한글은 이미 UN 에서 &#8216;세종대왕 문맹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8217; 이라는 상을 제정하였다.<br />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8,000여가지의 음을 발음할 수 있다.<br />
따라서 이런 편의성에 근거하여 약 10여년전 만들어진 문맹퇴치상외에도 제 3세계 국가들에게 한글을 전파하고 있다.</span></blockquote>
<p>유네스코의 세종 대왕 문해상은 1989년 대한민국 정부의 제안으로 제정된 것이다(&#8216;문맹퇴치상&#8217;보다는 &#8216;문해상&#8217;이 적절한 번역이다). 기초 문해 교육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는 상에 세종 대왕의 이름을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하고 뜻깊으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글 자체의 우수성과는 별 관계가 없다. 또 대한민국 정부가 세종 대왕의 업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을 마치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세종 대왕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인식할 필요도 없다. 2005년부터 <strong>유네스코에서는 중국 정부의 제안으로 &#8216;공자 문해상&#8217;도 수여</strong>하고 있다. 이것을 가지고 한자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었다고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p>
<p>한글이 8,000여가지의 음을 발음할 수 있다는 말은 주술 호응이 안 된 비문이지만 한글을 통해 8,000여가지 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자. 여기서 말하는 음이란 &#8216;음절&#8217;을 뜻하는 것 같다. 현대 한국어에서 자음+모음, 자음+모음+자음 조합을 기계적으로 계산해보면 가능한 음절 글자수는 11,172자, 이 가운데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는 3,192자라고 한다. 음절 글자수가 실제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보다 많은 것은 &#8216;각&#8217;, &#8216;갂&#8217;, &#8216;갉&#8217;, &#8216;갘&#8217; 등이 발음은 같지만 표기가 다른 음절 글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8216;자&#8217;와 &#8216;쟈&#8217; 같은 발음은 청각으로 구별되지 못하니 실제 발음 구별이 가능한 음절 수는 3,000자가 조금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8216;8,000여가지 음&#8217;은 표기 가능한 음절까지 포함해서 좀 부풀린 수치 같다.</p>
<p>그런데 이 수치도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자음+모음 또는 자음+모음+자음이라는 한국어의 음운 제약에 따라 발음 가능한 음절 수를 잰 것밖에는 의미가 없으며 웬만한 표음 문자라면 해당 언어에서 발음 가능한 음절을 표기하는 것은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로마자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음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로마자를 쓰는 언어가 많으니 이들 언어에서 발음 가능한 음절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로만 한정하더라도 음절 첫소리로 자음 3개까지, 끝소리로 자음 4개까지 올 수 있는 자음군이 허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음절의 수는 한국어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고 영어에서 쓰는 로마자가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4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ac3b87d6af6.jpg" alt="" width="224" height="134" /><span style="color: #5C78C6;">제 3세계(주로 아프리카)에서 가르치는 한글방법</span>
<p><span style="font-size: 16px;">이 설명이 이상하지 않은가? &#8216;한글&#8217;이라고 쓰인 것에 자모마다 음가 설명을 붙인 것은 한글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소개하는 글에는 비슷한 그림이 꼭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3세계, 그것도 아프리카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림을 더 보자.</span></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jpg" alt="" width="492" height="21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jpg 492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cdf6e424-300x132.jpg 300w" sizes="auto, (max-width: 492px) 100vw, 492px" /><span style="color: #5C78C6;">한글 알파벳 설명</span>
<p>한글의 24 자모와 대응하는 로마자를 나열했다. 그냥 제3세계에서 이렇게 가르친다는 뜻으로 포함한 것인가본데, 아까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그림일 뿐이다.</p>
<p>그런데 다음 설명을 통해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현지 언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다.</p>
<blockquote><span style="color: #5C78C6;">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br />
즉, 한국어로 현재의 단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br />
한글을 통한 그 나라 언어의 발음을 가르친다는 취지로 사용되고 있다.<br />
예를 들어 school 이라는 낱말을 &#8216;학교&#8217;가 아니라 한글의 &#8216;ㅅㅡㅋㅜㄹ&#8217;의 형태로 가르친다는 이야기.</span></blockquote>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3e02324df.jpg" alt="" width="275" height="220" /><span style="color: #5C78C6;">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잠비아)</span>
<p>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어진다. 원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밑에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p>
<blockquote><p>&#8220;With a large number of programs written in Hangeul, people can incorporate computers into their lives without difficulty.&#8221;<br />
한글로 쓰인 프로그램이 많아 사람들은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p></blockquote>
<p>아프리카의 잠비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이 <strong>잠비아 사람</strong>들로 보이는가? 백번 양보해봤자 잠비아의 교민들이다. 자신들의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하러 한국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컴퓨터를 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한 사진에 억지로 잠비아라는 설명을 붙인 듯하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jpg" alt="" width="504" height="358"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jpg 50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0644c0ee-300x213.jpg 300w" sizes="auto, (max-width: 504px) 100vw, 504px" /><span style="color: #5C78C6;">세계공용어용 한글 발음표</span>
<p>이게 도대체 뭔지는 알고 올린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는 미국 뉴욕 주립대에 세종학 연구소를 세운 김석연 교수가 제안한 &#8216;누리글&#8217; 설명의 일부이다. 한글로 온 세계 언어를 적을 수 있다며 기존 한글 자모를 약간씩 변형시켜 다른 음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한글을 확장했다.</p>
<p>여기 실린 누리글과 관련된 그림은 <a href="http://www.korea.net/News/issues/issueDetailView.asp?board_no=18140&amp;menu_code=A">U.N., China eyeing Hangeul-based alphabet to combat illiteracy</a>라는 영어 기사에서 원본을 찾을 수 있다. 아래 키보드 그림도 누리글 관련 그림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5"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jpg" alt="" width="486" height="19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jpg 486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28a19062-300x118.jpg 300w" sizes="auto, (max-width: 486px) 100vw, 486px" /><span style="color: #5C78C6;">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 기능성을 소개하면서 한글 키보드를 보여주고 있다.</span>
<p>답답하다. 원 그림 설명은 &#8220;Nurigeul Keyboard for Hanyu Pinyin&#8221;, 즉 &#8220;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8221;이다.</p>
<p>이 누리글을 창안한 김석연 교수라는 분은 <strong>한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strong>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에 누리글을 미문자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나 보다. 꿈도 크신 분이다.</p>
<p>유네스코에서는 사례연구를 해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석연은 중국 남부의 종족들을 대상으로 누리글을 열심히 가르쳤고 아시아 전역의 선교사들을 대상으로도 누리글을 열심히 전파했다. 그리고 다시 유네스코를 찾았다.</p>
<p>그러니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이 중국에서 중국어 및 소수민족 언어의 표기에 사용하는 한어병음(로마자 기반)보다 낫다는 증거가 있냐고 따졌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남부의 종족들은 사실 &#8216;미문자 종족&#8217;이 아니라 한어병음을 문자로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 김석연은 한어병음을 누리글로 대체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위의 &#8220;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8221;이다. 그런데 이것을 &#8220;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8221;이라고 설명하다니&#8230;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계속되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는데&#8230;</p>
<p>정보화 시대에 맞는 한글의 기능성을 소개하려면 일반 두벌식이나 세벌식 자판, 아니 그보다 더 효율적인 휴대폰 문자 입력방식을 예로 드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엉뚱하게 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은 왜 집어넣었을까? 멋있어 보여서?</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6"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99db52a3.jpg" alt="" width="200" height="163" /><span style="color: #5C78C6;">한글 수업시간 (탄자니아)</span>
<p>칠판에 뭐라고 적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탄자니아인처럼 생긴 사람들이니 넘어가자.</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5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jpg" alt="" width="489" height="37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jpg 489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3/f0074568_49ac4a2815b46-300x227.jpg 300w" sizes="auto, (max-width: 489px) 100vw, 489px" /><span style="color: #5C78C6;">한글수업 맨 첫장</span>
<p>이것도 한글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영어를 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게 과연 &#8216;한글 수업 맨 첫 장&#8217;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p>
<p>이상 소개한 것이 펌글 내용 전부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무슨 구체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통계, 인용, 도표, 사진과 짤막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설명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뭐라고 분석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p>
<p>제대로 된 설명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펌글은 유엔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어 제3세계의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려고 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낮은 비문해율은 한글이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8216;세종 대왕 문해상&#8217;에서 보듯이 유엔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p>
<p>이게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는 이미 지적했다. 또 하나,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문자도 없으니 우리가 한글을 전파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p>
<p>아프리카에는 언어가 워낙 많으니 아직 기록되지 않은 언어도 많겠지만 웬만한 주요 언어는 모두 문자가 있다. 에티오피아 문자처럼 아프리카 고유의 문자도 있지만 대부분 로마자를 쓴다. 고유의 문자가 아니라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영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독일어 등도 고유의 문자가 아닌 로마자를 빌어서 잘 쓰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문해율이 낮은 것은 문자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글을 배울 나이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환경이 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p>
<p>문자가 없는 이들에게 한글을 보급해야 한다는 &#8216;한글 수출론&#8217;의 허와 실을 따지려면 글이 길어지겠지만 그런 주장을 들으면 일단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거꾸로 생각해서 로마자를 전세계에 보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인들에게 로마자로 한국어를 적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치자. 그렇게 해도 꽤 빨리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게 한국어를 로마자로 적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증명하는가? 한국어를 로마자로 적는 것이 한글로 적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가? 물론 아니다.</p>
<p>왠지 누군가 한글에 대해 검색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설명을 붙여가며 짜깁기해서 급조한 펌글을 너무 심각하게 분석한 것 같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한글이나 한국어의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국한문 혼용 문제에 대한 글 가운데는 내용이 훨씬 위험하고 선동적이기까지 한 것들도 많은데(자신의 주장은 곧 세종 대왕을 계승하는 것이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모두 일제의 잔재라는 투의 내용)&#8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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