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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래어표기법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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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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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래어표기법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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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드루이드&#8217;를 &#8216;드루드&#8217;로 쓰라니? 한국예이츠학회의 &#8216;게일어 고유명사 한글표기 통일안&#8217;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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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Wed, 17 Dec 2008 15:21:33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게일어]]></category>
		<category><![CDATA[드루이드]]></category>
		<category><![CDATA[아일랜드]]></category>
		<category><![CDATA[아일랜드신화]]></category>
		<category><![CDATA[예이츠]]></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켈트신화]]></category>
		<category><![CDATA[쿠훌린]]></category>
		<category><![CDATA[한국예이츠학회]]></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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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를 연구하는 한국 예이츠학회(The Yeats Society of Korea)에서는 2004년 11월 13일 예이츠 문학에 등장하는 게일어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 통일안을 확정했다. 이 통일안은 한국 예이츠학회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다. 지난 주 토요일(2004/11/13) 한양대에 개최된 가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는 저희학회의 오랜숙원이었던 &#8216;게일어 고유명사 한글표기 통일안&#8217;이 아래와 같이 확정되었습니다.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를 연구하는 <a href="http://www.yeats.or.kr/">한국 예이츠학회(The Yeats Society of Korea)</a>에서는 2004년 11월 13일 예이츠 문학에 등장하는 게일어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 통일안을 확정했다. 이 통일안은 <a href="http://www.yeats.or.kr/zeroboard/zboard.php?id=yeatsdb">한국 예이츠학회 자료실</a>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다.</p>
<blockquote><p>지난 주 토요일(2004/11/13) 한양대에 개최된 가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는 저희학회의 오랜숙원이었던 &#8216;게일어 고유명사 한글표기 통일안&#8217;이 아래와 같이 확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논문을 작성할 때에나 예이츠의 시를 번역할때에는 이 통일안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예이츠 저널》 22호와 《예이츠 시 번역 총서》 2권의 편집에도 &#8216;통일안&#8217;을 엄격히 적용토록 하겠습니다.</p></blockquote>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8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91085108ef.jpg" alt="" width="162" height="227" />W. B. 예이츠</div>
<p>통일안은 다음과 같다.</p>
<p>Aedh/Aodh 에<br />
Aengus 엥거스<br />
Aillinn 일린<br />
Aoife 이퍼<br />
Baile 볼리야<br />
Ballylee 발릴리<br />
Ben Bulben 벤 불벤<br />
Caoilte 킬처<br />
Cathleen-ni-Houlihan 캐슬린 니 훌리한<br />
Cloone, bog of 클룬<br />
Clooth na Bare 클루 너 바<br />
Cloyne 클로인<br />
Conchubar 코나하<br />
Connacht 코넛<br />
Connemara 코네마라<br />
Coole park 쿨 파크 (쿨 팍 ?)<br />
Cromlech 크롬렉<br />
Cro-Patrick 크로파트릭<br />
Cruachan 크루컨<br />
Cuchulain 쿨린<br />
Danaan 다나안<br />
Dromahair 드로마헤어<br />
Druid 드루드<br />
Drumcliff 드럼클립<br />
Eire 에이레<br />
Emer 에머<br />
Fand 판<br />
Fenians, 페니안<br />
Fergus 퍼거스<br />
Ferguson 퍼그슨<br />
Finn 핀<br />
Glasnevin 글라스네빈<br />
Glencar 글렌카<br />
Glencar Lough 글렌카 록<br />
Glendalough 글렌다록<br />
Gort 고트<br />
Grania 그라니아<br />
Gregory 그레거리<br />
Grey Rock 그레이 록<br />
Hanrahan 한라한<br />
Houlihan 훌리한<br />
Howth 호우쓰<br />
Innisfree 이니스프리<br />
Knocknarea 녹나리<br />
MacDonagh 막도나<br />
Maeve 메이브<br />
Magee, Moll 몰 머기<br />
Magh Ai 모카이<br />
Malachi 말러카이<br />
Mannannan 마나넌<br />
Mayo 메이요<br />
Naoise 니셔<br />
Niam 니아브<br />
O&#8217;Duffy 오더피<br />
Oisin 어쉰<br />
O&#8217;Rahilly 오라힐리<br />
O&#8217;Roughley 오로클리<br />
Patrick 파트릭<br />
Paudeen 포딘<br />
Ribh 리브<br />
Sidhe 쉬<br />
Sleuth Woods 슬루크 우드<br />
Sligo 슬라이고<br />
Thoor Ballylee 투르 발릴리<br />
Tir-nan-Oge 티르 너 노그<br />
Tuatha de Danaan 투어커 더 다나안<br />
Usna 어쉬나</p>
<p>통일안에서 다루는 고유명사는 제목처럼 &#8216;게일어 고유명사&#8217;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아일랜드어 이름, 고대 아일랜드어 이름, 아일랜드어에서 나온 영어 이름, 다른 켈트어파 언어에서 나온 영어 이름 등 다양하다.</p>
<h2>아일랜드의 언어 상황</h2>
<p>아일랜드는 켈트어파에 속하는 아일랜드어를 사용하였으나 18세기 이후 영국의 지배 때문에 영어에 밀려 오늘날에는 아일랜드에서도 대부분 영어를 쓰고 아일랜드어를 완전한 모국어로 쓰는 이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언어 계통상 게르만어파인 영어와 켈트어파인 아일랜드어는 거의 관계가 없는 언어다.</p>
<p>아일랜드어는 스코틀랜드 게일어, 맨 섬(Isle of Man)에서 쓰는 맨어(Manx)와 함께 켈트어파 중 게일어군(Goidelic languages 또는 Gaelic languages)을 형성한다. 영국의 웨일스 지방에서 쓰는 웨일스어도 켈트어파 언어이지만 게일어는 아니다. 중세 아일랜드 신화에서는 Goídel Glas라는 이가 게일어를 창시하고 게일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고대 아일랜드어의 Goídel에 해당하는 현대 아일랜드어 이름이 바로 겔(Gael), 영어식 발음으로는 &#8216;게일&#8217;이다.</p>
<p>아일랜드어는 아일랜드어로 &#8216;겔겨(Gaeilge)&#8217;라고 하고 이에 따라 영어로도 &#8216;게일릭(Gaelic)&#8217;이라고도 흔히 부르는데 이는 &#8216;게일어&#8217;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게일어도 &#8216;게일릭(Gaelic)&#8217;이라고 흔히 부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8216;아일랜드어&#8217;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8216;아일랜드어&#8217;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p>
<h2>통일안의 문제점</h2>
<p>외래어 표기법에 아일랜드어에 대한 표기 기준이 없으니 아일랜드어 이름의 표기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 아일랜드어는 철자에 따른 발음 규칙이 매우 복잡하며 방언마다 발음이 상당히 달라진다. 그래도 일정한 표기 기준을 세우고 실제 발음을 확인하며 표기를 정해야 할텐데 통일안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표기가 꽤 있다.</p>
<p>아일랜드어 이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어 이름의 표기에 대해서는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으니 통일안에서도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약 통일안을 만든 이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몰라서 그렇게 정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Druid를 &#8216;드루드&#8217;로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p>
<h2>&#8220;Druid 드루드&#8221;</h2>
<p>Druid는 영어 단어이다. 발음은 [ˈdɹu<small>(ː)</small>‿ɪd]. 흔히 아는대로 &#8216;드루이드&#8217;라는 표기가 맞다. 아일랜드어로는 &#8216;드루드&#8217;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현대 아일랜드어로 단수는 Draoi [d̪ˠɾˠiː] 즉 &#8216;드리&#8217;, 복수는 Draoithe [d̪ˠɾˠiːhə] 즉 &#8216;드리허&#8217;라고 한다. &#8216;드루드&#8217;라는 표기는 아무래도 발음을 잘못 안 것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웬만한 영어 사전에 발음이 나와 있는 단어인데도.</p>
<p>아니, 영어 사전까지 찾을 필요는 없다.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내용.</p>
<blockquote><p>드루이드-교(Druid敎)</p>
<p>「명사」『종교』<br />
고대 로마 시대에, 갈리아 및 브리튼 제도(Britain諸島)에서 이루어진 켈트 족의 한 종교. 성직자 드루이드가 창시한 것으로, 점술을 주로 하고 영혼 불멸·윤회·전생을 설법하며, 죽음의 신을 세계의 주재자로 믿는다.</p></blockquote>
<p>국어 사전에도 나와있고 언중에 익숙한 &#8216;드루이드&#8217;라는 용어를 근거가 없는 &#8216;드루드&#8217;라는 표기로 바꾸자는 것인가? 오타라고 믿고 싶다.</p>
<h2>&#8220;Sleuth Woods 슬루크 우드&#8221;</h2>
<p>또 Sleuth Wood (Woods가 아니다)가 &#8216;슬루크 우드&#8217;가 된 경위도 알고 싶다. 영어 발음 [ˈsluːθ ˈwʊd]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8216;슬루스 우드&#8217;라고 적어야 한다. Sleuth도 웬만한 영어사전에 발음이 실린 단어다.</p>
<p>예이츠의 시에 등장하는 Sleuth Wood는 사실 Slish Wood라는 실제 존재하는 숲을 가리킨다. 니컬러스 그린(Nicholas Grene)이 쓴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7DSqRLNoVDwC&amp;pg=PA81&amp;vq=sleuth+wood&amp;source=gbs_search_s&amp;cad=0">Yeat&#8217;s Poetic Codes</a>에 나오는 설명을 인용해보자.</p>
<blockquote><p>Whichever the island, the correct name is Slish Wood, though, not Sleuth Wood or &#8216;Slewth Wood&#8217; as Yeats wrote it in early printings of the poem. Slish comes from &#8216;the Irish word &#8220;slios&#8221;, meaning &#8220;sloped&#8221; or &#8220;inclined&#8221;&#8216;, and McGarry suggests that &#8216;Sleuth&#8217; is also &#8216;derived from an Irish word &#8220;Sliu&#8221; meaning a slope or sland.&#8217; He goes on to say that &#8216;Although the name Sleuth Wood seems unknown to residents in that locality, it is possible the poet heard it so called by local inhabitants.&#8217; Or misheard it.</p></blockquote>
<p>귀찮아서 전부 번역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부탁한다. 요약하면 예이츠는 초기 판본에는 Slewth Wood, 후에는 Sleuth Wood라고 했지만 Slish Wood가 맞는 이름이며, Slish의 어원은 slios이다. Sleuth는 아일랜드어 Sliu에서 왔다는 시각도 있다. 예이츠가 지역 주민들이 Sleuth Wood라고 한 것으로 듣고 그렇게 썼을 가능성이 있다. 잘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p>
<p>여기서 slios는 [ʃlʲɪsˠ], 즉 &#8216;슐리스&#8217; 정도로 발음된다. Sliu는 온라인 아일랜드어 사전에서 찾지 못했지만 철자대로 발음된다면 [ʃlʲʊ], 즉 &#8216;슐류&#8217;가 된다.</p>
<p>아무리 어원을 따지고 아일랜드어 발음을 따져도 &#8216;슬루크&#8217;라는 표기는 설명되지 않는다.</p>
<h2>&#8220;Tuatha de Danaan 투어커 더 다나안&#8221;</h2>
<p>Tuatha de Danaan은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종족을 이른다. 아일랜드어로 Tuatha Dé Danann라고 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의 아카이아인들의 다른 이름인 &#8216;다나오이&#8217;가 라틴어를 거쳐 영어로 Danaan이라고 하는데 이 영향을 받아 Tuatha de Danaan이라는 철자를 쓰지 않았을까 한다.</p>
<p>아일랜드어로 Tuatha Dé Danann은 [t̪ˠuːəhə dʲeː d̪ˠan̪ˠən̪ˠ], 즉 &#8216;투어허 뎨 다넌&#8217; 정도로 발음된다. 북부 얼스터 지방 발음으로는 구개음화가 되어 [tu:hə dʒe dænən], 즉 &#8216;투허 제 대넌&#8217; 정도가 된다. [æ]는 &#8216;아&#8217;로 표기하는 것이 더 발음에 근접할 수도 있겠지만. 고대 아일랜드어 발음은 /tuːaθa ðʲeː ðaNaN/이라고 한다. 굳이 표기하자면 &#8216;투아사 뎨 다난&#8217; 정도?</p>
<p>영어 발음을 딱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백과사전 등에서는 보통 현대 아일랜드어 발음을 흉내내어 [ˈtuː‿ə.hə deɪ̯ ˈdɑːn.ən], 즉 &#8216;투어허 데이 다넌&#8217;으로 발음하는 것을 권한다.</p>
<p>그런데 &#8216;투어커 더 다나안&#8217;이라는 표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Sleuth-&#8216;슬루크&#8217;에 이어 여기서도 철자상의 th를 &#8216;ㅋ&#8217;으로 표기했다. 어떤 발음 설명을 어떻게 이해했길레 나온 표기인지 궁금해지기만 한다. &#8216;신&#8217;을 뜻하는 아일랜드어 Dia의 속격 Dé를 영어 이름의 강세 없는 de로 인식해 &#8216;더&#8217;로 표기한 것도 이상하다.</p>
<p>Danann은 켈트 신화의 여신 Danu(현대 아일랜드어로는 Dana)의 속격으로 &#8216;다넌&#8217;, 이렇게 두 음절로 발음된다. 일리아스에 나오는 &#8216;다나오이&#8217;의 영어 이름인 Danaan은 [də.ˈneɪ̯.ən], 즉 &#8216;더네이언스&#8217;라고 세 음절로 발음된다. 아무리 Tuatha de Danaan의 Danaan이 일리아스의 Danaan의 영향을 받은 표기라 해도 이것을 세 음절로 발음해야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8216;다난&#8217;이라는 표기는 이해할 수 있어도 &#8216;다나안&#8217;은 어원과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에 한글을 대입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p>
<h2>&#8220;Cuchulain 쿨린&#8221;</h2>
<p><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8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90e9e45f99.jpg" alt="" width="250" height="36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90e9e45f99.jpg 2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90e9e45f99-204x300.jpg 204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p>
<div>
<p>쿨런의 개를 죽인 쿠훌린. &#8216;쿨런의 개&#8217;라는 뜻의 &#8216;쿠훌린&#8217;은 이 일로 인해 얻은 별명이다.</p>
</div>
<p>Cuchulain의 발음에 대해서는 러처드 J. 피너런(Richard J. Finneran)이 The Poems of WB Yeats: A New Edition에 쓴 주석을 살펴보자(<a href="http://www.utm.edu/departments/english/everett/496pron.htm">여기</a>서 인용).</p>
<blockquote><p>Yeats explained that &#8216;Cuchullin (pronounced CuHOOlin) was the great warrior of the Conorian cycle.&#8217; . . . The correct pronunciation of Cuchulain is Koo-hullin; Yeats is pronouncing a long vowel as short and a short vowel as long. &#8216;Conor&#8217; is an anglicization of a modern pronunciation of Conchubar (620).</p></blockquote>
<p>예이츠는 약간 다른 철자를 쓰면서 Cuchullin의 발음을 CuHOOlin, 즉 [kʊ.ˈhuːl.ɪn]으로 적었는데 피너런은 예이츠가 장모음을 단모음으로 발음하고 단모음을 장모음으로 발음하고 있다며 [kuː.ˈhʊl.ɪn]이 맞는 발음이라고 하고 있다. 어쨌든 한글로 표기할 때는 둘 다 &#8216;쿠훌린&#8217;이 된다.</p>
<p>아일랜드어의 Cúchulainn의 발음은 마지막 무강세 모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kuːxʊɫ̪ənʲ], 즉 &#8216;쿠훌런&#8217;으로 쓸 수도 있고 [kuːxʊɫ̪ɪnʲ], 즉 &#8216;쿠훌린&#8217;으로 쓸 수도 있다. 지역마다 발음 차이는 있겠지만 &#8216;쿨린&#8217;처럼 축약되지는 않는다.</p>
<p>그런데 왜 &#8216;쿨린&#8217;이라고 표기를 정했을까?</p>
<p>Cúchulainn 또는 Cú Chulainn은 아일랜드어로 &#8216;쿨런(Culann)의 개&#8217;라는 뜻이다. Culann의 c가 ch로 약화되고 어미가 바뀌어 Chulainn이 되었다. Culann은 영어식으로 Cullen이라고 쓰기도 하고 영어로는 보통 &#8216;컬런&#8217;으로 발음된다. 설마 Cuchulain이 &#8216;Cullen의 개&#8217;를 뜻한다는 설명을 잘못 알아들어 Cullen이 마치 Cuchulain에 해당하는 표기인 것으로 이해한 것 아닐까?</p>
<h2>통일안 개정이 필요하다</h2>
<p>이 밖에도 &#8216;게일어 고유명사 한글표기 통일안&#8217;에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발음과 전혀 동떨어지는 표기가 많다. Magh Ai의 실제 발음은 확인해보아야 알겠지만 &#8216;모카이&#8217;로 발음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또 영어 이름에서 아일랜드(특히 북부)의 [æ]음이 &#8216;아&#8217;에 가깝게 들린다고 Patrick을 &#8216;패트릭&#8217; 대신 &#8216;파트릭&#8217;으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나라마다, 지역마다 달라지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려 한다면 끝이 없다. 또 Ferguson을 외래어 표기법에도 맞고 일반에게도 친숙한 &#8216;퍼거슨&#8217; 대신 &#8216;퍼그슨&#8217;으로 쓰라는 이유는 무엇인가?</p>
<p>앞으로 아일랜드어를 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이 통일안에서 다루는 이름들의 발음을 일일이 확인하고 뚜렷한 원칙을 세워 표기를 제시하고 싶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p>
<p>표기 통일은 중요하다. 이 통일안도 몇차례의 시안을 거쳐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표기의 적합성을 더 신중히 검토하고 아일랜드와 켈트 문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후 표기 통일안을 발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통일안의 표기가 모두 엉터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어려운 아일랜드어 발음에 충실하게 표기된 것도 많다. 그러나 &#8216;드루드&#8217;, &#8216;쿨린&#8217;, &#8216;투어커 더 다나안&#8217; 등의 표기는 근거를 찾기 어렵고 납득하기 힘든 표기이다. 이런 표기를 예이츠 관련 논문이나 번역에서 엄격히 적용한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p>
<p>이 통일안에서 다루는 용어는 아일랜드의 지명과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 예이츠 학자들 뿐만이 아니라 아일랜드와 켈트 문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두루 쓰는 것들이 많다. 그런 점을 고려하여 발표한지 4년이 지난 이제라도 원 발음을 확인하고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맞도록 통일안을 개정하기를 바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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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버락 오바마&#8217;라는 이름의 어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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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3 Nov 2008 10:40:03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루오]]></category>
		<category><![CDATA[루오족]]></category>
		<category><![CDATA[버락오바마]]></category>
		<category><![CDATA[어원]]></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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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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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만큼 이름이 화제가 된 인물은 찾기 쉽지 않다. 오바마 스스로 &#8220;이상한 이름을 가진 깡마른 아이(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8221;였다고 하기도 했고, 선거 기간에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의 중간 이름(middle name)이 &#8216;후세인&#8217;이라는 사실을 즐겨 언급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여러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언어 관련 블로그 &#8216;랭귀지 로그(Language Log)&#8217;에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만큼 이름이 화제가 된 인물은 찾기 쉽지 않다. 오바마 스스로 &#8220;이상한 이름을 가진 깡마른 아이(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8221;였다고 하기도 했고, 선거 기간에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의 중간 이름(middle name)이 &#8216;후세인&#8217;이라는 사실을 즐겨 언급하기도 했다.</p>
<p>버락 오바마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여러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언어 관련 블로그 &#8216;랭귀지 로그(Language Log)&#8217;에 실린 <a href="http://itre.cis.upenn.edu/~myl/languagelog/archives/004187.html">&#8220;The Barrage against &#8216;Barack'&#8221;</a>과 <a href="http://itre.cis.upenn.edu/~myl/languagelog/archives/004196.html">&#8220;&#8216;Barack&#8217; Mailbag&#8221;</a>를 많이 참고했다.</p>
<div><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5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bab72b30f2.jpg" alt="" width="225" height="32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bab72b30f2.jpg 225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bab72b30f2-206x300.jpg 206w" sizes="(max-width: 225px) 100vw, 225px"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div>
<p>그의 이름은 Barack Hussein Obama, Jr., 한글로 표기하면 &#8216;버락 후세인 오바마 2세&#8217;가 된다. 이름의 Jr. (Junior, 2세)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아버지도 이름이 Barack Hussein Obama이다. 아들과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는 Sr. (Senior, 1세)를 붙인다. 버락 오바마 1세는 케냐 남서부 냔자주(Nyanza Province)의 작은 마을 냥오마코겔로(Nyang’oma Kogelo)에서 자라났다. 그의 아버지, 즉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의 할아버지는 후세인 오냥고 오바마(Hussein Onyango Obama)이다.</p>
<div><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5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bae069c2b6.jpg" alt="" width="180" height="225"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버락 오바마 부자(1971년경 사진)</div>
<h2>중간 이름 &#8216;후세인&#8217;에 얽힌 사연</h2>
<p>그런데 일반 미국인은 &#8216;후세인&#8217;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연상한다. 그래서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의 중간 이름이 &#8216;후세인&#8217;이란 사실을 계속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8216;후세인&#8217;은 아랍 세계에서 매우 흔한 이름이다. 잘 알려진 후세인 가운데는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전 요르단 국왕 후세인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랍어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부 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이런 설명이 통할지 모르겠다.</p>
<p>후세인은 표준 아랍어로는 후사인(Ḥusayn, حسین)인데 &#8216;좋은&#8217;, &#8216;잘생긴&#8217;을 뜻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손자 후사인 이븐알리(Ḥusayn ibn ‘Alī) 때문에 아랍 세계에서 많이 쓰게 된 이름이다.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아닌 이도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다(흔히 아랍인은 모두 무슬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슬림이 아닌 아랍인도 매우 많다).</p>
<p>아랍어는 아라비아반도에서 북아프리카에 걸친 넓은 지역에서 사용되는만큼 일상 생활에서 쓰는 구어체 방언은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글을 쓸 때나 다른 아랍어 방언을 쓰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공식 상황에서는 표준 아랍어를 사용하는데 이 표준 아랍어로 말할 때도 구어체의 영향으로 출신 지역에 따라 발음이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모음이 많이 달라지는데 원래 표준 아랍어의 모음은 &#8216;아&#8217;, &#8216;이&#8217;, &#8216;우&#8217; 셋 밖에 없지만 &#8216;아이&#8217;를 &#8216;에이&#8217;로 발음하는 방언이 많다. 그래서 &#8216;후사인&#8217;이 &#8216;후세인&#8217;이 되는 것이다.</p>
<p>그럼 어떻게 해서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을까? 동아프리카는 예로부터 인도양 무역을 통해 아랍 세계와의 교류가 많았고 이슬람교도 전해졌다. 오늘날 케냐는 기독교(개신교, 가톨릭) 신자가 제일 많지만 해안을 중심으로 이슬람교 신자도 많다. 오바마의 할아버지 후세인 오바마는 그의 둘째 부인 세라에 따르면 원래 가톨릭 신자였다가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손자 버락 오바마 2세는 기독교도이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이름을 짓는 전통에 따라 이슬람교도였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중간 이름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p>
<p>오바마의 친가는 루오(Luo)족인데 이들의 전통적 작명 방식은 &#8216;세례명·루오어 이름·아버지의 루오어 이름&#8217; 형태였다. 즉 성(姓)이 없었다. 후세인 오바마의 본명은 오냥고 우오드 오바마(Onyango wuod Obama), 즉 &#8216;오바마의 아들 오냥고&#8217;였는데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이게 후세인 오냥고 오바마가 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 즉 버락 오바마의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이 오바마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 대부터 전통의 방식을 깨고 오바마가 성이 된 대신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의 중간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p>
<h2>&#8216;축복&#8217;을 뜻하는 &#8216;버락&#8217;</h2>
<p>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2월 10일 타임 지 정치부 기자 출신인 마이크 앨런은 앞으로 오바마는 더 심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면서 &#8216;버락&#8217;의 어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1995년 출판된 회고록에서는 &#8216;버락&#8217;이 &#8216;축복받은&#8217;을 뜻하는 아랍어라고 했는데 2004년 상원의원 선거 때에는 기자들에게 &#8216;버락&#8217;이 스와힐리어로 &#8216;신으로부터 축복받은&#8217;이란 뜻이라고 했다는 것이다.</p>
<p>스와힐리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스와힐리어는 아랍어계 어휘를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버락(Barack)의 어원인 baraka는 스와힐리어 단어이기도 하고 아랍어 단어이기도 한 것이다. 버락이 아랍어냐 스와힐리어냐 따지는 것은 마치 이름이 &#8216;소망&#8217;인 사람이 한 번은 한국어 이름이라고 하고 한 번은 한자로 hope란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해서 어느 쪽이 맞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p>
<p>스와힐리어는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되는 언어이다. 여러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무역을 하면서 쓴 반투계 언어 기저에 아랍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의 어휘를 혼합한 무역 언어로 시작했다. 그래서 아랍어와 반투계 언어의 혼성어라고 본 적도 있으나 오늘날에는 명실상부한 반투계 언어로 보고 있다. 단지 한국어에 한자 어휘가 많다거나 영어에 노르만 프랑스어계 어휘가 많다고 해서 한국어나 영어를 혼성어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p>
<p>스와힐리어에서는 barak(a)가 &#8216;축복&#8217;, &#8216;번영&#8217;, &#8216;부유&#8217;를 뜻하는 명사이고 아랍어 어원은 B-R-K (برك)이다. 아랍어나 히브리어 같은 일부 아프리카·아시아 어족(Afro-Asiatic languages) 언어에서는 보통 세 개의 자음으로 구성된 어근이 말의 기본적 의미를 나타내고 거기에 모음과 다른 자음을 더해서 문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아랍어에서 B-R-K의 사전적 의미는 &#8216;축복&#8217;이다.</p>
<p>해외 언어 블로그 <a href="http://itre.cis.upenn.edu/~myl/languagelog/archives/004187.html">Language Log</a>에서 인용한 <a href="http://bulbulovo.blogspot.com/">Bulbul</a>이라는 블로거의 추측에 따르면 baraka는 아랍어 동사형 가운데 하나인 bāraka (بارك)에서 온 듯 하다. 이 동사형이 들어간 통상구 bārak(a) Allāh fīk (بارك الله فيك)은 &#8216;신이 축복하시기를&#8217;이란 뜻이며 심지어 &#8216;고맙다&#8217;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p>
<p>아랍어로 &#8216;축복받은&#8217;은 같은 어근에서 온 mubārak (مبارك)이다. 이 형태는 이집트의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의 이름에서 볼 수 있다.</p>
<h2>&#8216;버락&#8217;의 히브리어 이름은?</h2>
<p>이쯤에서 아랍어와 히브리어가 같은 계통의 언어라는 것을 아는 이는 &#8216;버락&#8217;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 총리 에후드 바라크(Ehud Barak, אהוד ברק)의 성인 &#8216;바라크&#8217;가 혹시 &#8216;버락&#8217;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이름이 아닐까?</p>
<p>하지만 히브리어의 Barak는 사실 B-R-K가 아니라 &#8216;번개&#8217;를 뜻하는 어근 B-R-Q에서 왔다. &#8216;바라크&#8217;의 히브리 문자 표기를 보면 kaf (כ)가 아니라 quf (ק)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히브리어에서는 셈 조어(히브리어와 아랍어의 공통 조상이 되는 고대 언어)의 k와 q 음이 합쳐져 둘 다 [k]로 발음되므로 원 어근은 B-R-Q이지만 Barak가 된 것이다. 아랍어에서는 k와 q가 구별되며 아랍어로 번개는 B-R-Q에서 온 barq이다.</p>
<p>B-R-K에서 온 히브리어 이름은 사실 바루흐(Baruḫ, ברוך)이다(히브리 문자 가운데 כ는 단어 끝에 올 때는 ך의 형태가 된다). 히브리어에서는 원래의 k의 발음이 일부는 [k]로, 일부는 [x]로 되는 음운 변화가 있었는데 바루흐에서는 [x] 음이 난다. 바루흐는 보통 &#8216;축복받은 자&#8217;라고 뜻풀이를 한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는 고대 히브리 선지자 예레미야의 제자 바루흐가 있는데 개역성경, 공동번역 등 주요 한국어 번역에서는 모두 &#8216;바룩&#8217;으로 표기하고 있다(예레미야 32:13). 그는 외경 &#8216;바룩서&#8217;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의 이름인 &#8216;바뤼흐&#8217;도 바루흐의 네덜란드어 형태이다.</p>
<p>바루흐의 영어식 형태는 Baruch이다. 그 발음은 다양한데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는 영국식은 바룩[ˈbɑːɹ.ʊk]이 주 발음이고 미국식은 버루크[bə.ˈɹuːk]가 주 발음이라고 하면서도 베(어)룩·바럭·베(어)럭(영국식), 바루크·베루크·바럭·베럭(미국식)의 발음을 추가로 제시한다. 여담이지만 영어 이름은 이처럼 가능한 발음이 많아서 한글 표기를 통일하기 쉽지 않은 것이 많다. 여기서는 일단 &#8216;바룩&#8217;으로 통일하도록 한다.</p>
<p>오바마는 대선 유세 중에 플로리다 주 유대교 회당에서 &#8216;버락&#8217;은 히브리어로 &#8216;축복받은 자&#8217;를 뜻하는 &#8216;바룩&#8217;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에 앞서 2006년 당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조 리버먼이 버락 오바마를 &#8216;바룩&#8217;, 즉 &#8216;축복&#8217;이라고 부른 동영상이 있어 소개한다(&#8220;As far as I’m concerned he is a &#8216;Baruch,&#8217; which means a blessing.&#8221;) 공교롭게도 리버먼은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신 오랜 친구 존 매케인을 지지하였다.</p>
<div><center><iframe loading="lazy" title="Lieberman 2006: I Will Help Obama &quot;Reach to the Stars&quot;" src="https://www.youtube.com/embed/OJTJbqKuDDM" width="425" height="344" frameborder="0" allowfullscreen="allowfullscreen"></iframe></center></p>
<p style="text-align: center;">2006년 오바마를 &#8216;바룩&#8217;, 즉 &#8216;축복&#8217;이라고 부르는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 조 리버먼</p>
</div>
<p>버락 오바마 1세는 미국에 유학 가서 배리(Barry)라는 영어식 애칭을 이름으로 사용했다. 낯선 아프리카 이름보다는 미국인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8216;배리&#8217;는 원래 아일랜드어 이름에서 왔지만 Bartholomew와 같은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애칭으로도 쓰이는데 원래 이름이 바룩(Baruch)인 사람들도 &#8216;배리&#8217;라는 애칭을 즐겨 쓴다.</p>
<h2>&#8216;오바마&#8217;는 &#8216;비뚫어진&#8217;이란 뜻이라고?</h2>
<p>그럼 &#8216;오바마&#8217;의 어원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루오어 이름이란 것이다. 루오어는 나일·사하라 어족(Nilo-Saharan languages)에 속하며 스와힐리어와 같은 반투계 언어(니제르·콩고 어족)와는 계통부터 전혀 다르다.</p>
<p>루오어에서 bam은 &#8216;구부러지다&#8217;, &#8216;기울다&#8217;를 뜻하는 동사이고 여기서 파생된 이름은 &#8216;오밤(Obam)&#8217;으로 &#8216;구부러진&#8217; 또는 &#8216;기울어진&#8217;이란 뜻이다. 실제 루오족 가운데서 &#8216;오밤&#8217;이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있는데 이런 이름은 원래 태어났을 때 팔다리가 구부러졌다든지 자세가 굽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지어졌을 것이다.</p>
<p>그래서 &#8216;오바마&#8217;도 비슷한 뜻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 구보수주의 성향의 칼럼니스트 톰 코바치(Tom Kovach)는 루오족 출신 언어학자를 인용해 &#8216;오바마&#8217;가 루오어로 &#8216;비뚫어진(crooked)&#8217;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a href="http://www.renewamerica.us/columns/kovach/080723">원문 보기</a>).</p>
<p>하지만 &#8216;오바마&#8217;는 아무래도 루오어에서 사전적 의미가 있는 이름 같지는 않다. 인터넷 아프리카 커뮤니티 &#8216;마샤다&#8217;에서 스스로 루오족이라고 밝힌 아이디 KILL PROPAGANDA는 &#8216;오바마&#8217;는 &#8216;결에 반대로 가는 자, 즉 거스르는 자(one who goes against the grain)&#8217; 또는 &#8216;관습을 좇지 않는 자(the unconventional one)&#8217;이라고 뜻풀이를 했는데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Obam에 a가 붙음으로써 어감이 상당히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p>
<p>결론을 내리자면 &#8216;오바마&#8217;는 루오어 이름이 맞지만 원래 있는 루오어 낱말에서 그대로 따온 것은 아니고 형태를 조금 바꿔 색다른 어감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p>
<h2>&#8216;버락 오바마&#8217;의 발음과 한글 표기</h2>
<p>지금은 한글 표기가 &#8216;버락 오바마&#8217;로 어느정도 정착된 듯 하지만 아직도 간혹 &#8216;바락&#8217;, &#8216;배럭&#8217;이란 표기가 보인다. 작년만 해도 &#8216;바락&#8217;, &#8216;바라크&#8217;, &#8216;배럭&#8217;, &#8216;바랙&#8217;, 심지어 &#8216;버럭&#8217; 등 여러가지 표기가 쓰였다(<a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08336&amp;PAGE_CD=S0200">오마이뉴스 기사 참조</a>)</p>
<div><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5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c0159b3d2f.jpg" alt="" width="500" height="229"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c0159b3d2f.jpg 5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1c0159b3d2f-300x137.jpg 300w" sizes="auto, (max-width: 500px) 100vw, 500px"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주한미국대사관 웹사이트에서 &#8216;배럭 오바마&#8217;라는 표기를 쓴 모습(출처: 오마이뉴스 기사)</div>
<p>&#8216;버락 오바마&#8217;는 2007년 3월 7일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74차 회의에서 결정한 표기로 본인이 쓰는 발음인 [bə.ˈɹɑːk oʊ̯.ˈbɑːm.ə]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이다.</p>
<p>Barack은 영어권에서도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발음에 대한 혼란이 많았다. 영어에서 두 음절 단어는 첫 음절에 강세를 주는 습관 때문에 영어 단어 barrack처럼 &#8216;배럭[ˈbæɹ.ək]&#8217;으로 발음하는 것을 아직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발음은 &#8216;버락&#8217;이다. 영국 BBC 방송에서 고유명사의 올바른 발음을 제시하는 부서인 <a href="http://www.bbc.co.uk/blogs/magazinemonitor/2007/01/how_to_say_barack_obama.shtml">Pronunciation Unit</a>의 설명을 보자.</p>
<blockquote><p>그의 이름은 &#8216;버락 오바마&#8217;로 발음해야 한다. 그가 처음 알려졌을 때 이름을 &#8216;버랙&#8217; 또는 심지어 &#8216;배럭&#8217;이라고 발음하는 등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가 권하는 발음은 그가 스스로 쓰는 발음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는 것을 <a href="http://www.barackobama.com/video/about.php">여기</a>서 들을 수 있다.</p>
<p>His name should be pronounced buh-RAAK oh-BAA-muh. When he first came to prominence, there was some disagreement about his first name, which was also sometimes pronounced buh-RACK or even BARR-uhk, but our recommendation is based on the pronunciation he uses himself &#8211; he can be heard saying his own first name <a href="http://www.barackobama.com/video/about.php">here</a>.</p></blockquote>
<p>그런데 Barack의 발음이 [bə.ˈɹɑːk]라면 둘째 a는 장모음이니 외래어 표기법을 엄밀히 적용하면 &#8216;버라크&#8217;라고 적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전 글 <a href="1043339.html">&#8216;스와프? 스왑? 스웝? Swap의 표기&#8217;</a>에서 다룬 문제와 비슷한데, 미국 영어에서 장모음 [ɑː]와 단모음 [ɑ]의 구별이 있느냐, 없느냐는 조금 까다로운 문제이다. Swap는 &#8216;스와프&#8217;로 쓰는 것이 표준 표기인 듯 하지만 보통 이런 애매한 경우는 shot &#8216;샷&#8217;, rock &#8216;락&#8217;, pop &#8216;팝&#8217;과 같이 단모음으로 취급하고 적는 것이 더 흔하다. Barack의 둘째 a는 원래 어원상 o여서 영국식 영어의 &#8216;오[ɒ]&#8217; 발음에 대응하는 발음은 아니지만 미국식 영어에서 rock의 o처럼 발음한다고 볼 수 있으니 단모음으로 취급한 것 같다.</p>
<p>그럼 Obama [oʊ̯.ˈbɑːm.ə]는 어떻게 &#8216;오바마&#8217;가 될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의 [oʊ̯] (또는 영국식 [əʊ̯])는 &#8216;오&#8217;로 적도록 하고 있고 인명 또는 지명에서 [ə] 음가를 가진 어말의 a는 &#8216;아&#8217;로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p>
<p>요즘 CNN 같은 방송의 전문 방송인들은 Barack을 &#8216;버락[bə.ˈɹɑːk]&#8217;으로 발음하고 있지만 영어권에서 일반인들은 아직도 Barack의 발음을 잘못 아는 이들이 많다. 영어는 철자만 가지고는 발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8216;버락&#8217;이란 한글 표기가 정착되기만 하면 한국어 발음 체계 내에서 본인의 발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 &#8216;부쉬&#8217;, &#8216;붓쉬&#8217;가 &#8216;부시&#8217;로 정착되고 &#8216;클린튼&#8217;이 &#8216;클린턴&#8217;으로 정착된 것처럼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표준 표기에 따라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겠지만 &#8216;버락&#8217;은 성이 아닌 이름이라서 표준 표기대로 통일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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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벨로루시&#8217;가 &#8216;벨라루스&#8217;로 바뀐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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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Fri, 12 Dec 2008 21:38:16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벨라루스]]></category>
		<category><![CDATA[벨로루시]]></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심의회]]></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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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벨라루스 국기 외국어와 외래어의 한글 표기를 심의하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는 12월 11일 제82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특기할만한 부분은 지금까지 &#8216;벨로루시&#8217;로 표기하던 국명을 &#8216;벨라루스&#8217;로 적기로 한 것이다. 다음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실린 설명이다. 특히, 이 밖에 옛 소련에서 1991년에 독립함과 동시에 국명을 바꾼 &#8216;벨로루시&#8217;의 표기를 새 국명에 맞게 &#8216;벨라루스'(정식 명칭은 &#8216;벨라루스 공화국&#8217;)로 통일해서 적기로 했다. 17년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7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2bfab53c48.png" alt="" width="300" height="150" /></div>
<p>벨라루스 국기</p>
</div>
<p>외국어와 외래어의 한글 표기를 심의하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는 12월 11일 <a href="http://korean.go.kr/08_new/notice/notice_view.jsp?idx=632">제82차 회의 결과</a>를 발표하였다. 특기할만한 부분은 지금까지 &#8216;벨로루시&#8217;로 표기하던 국명을 &#8216;벨라루스&#8217;로 적기로 한 것이다. 다음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실린 설명이다.</p>
<blockquote><p>특히, 이 밖에 옛 소련에서 1991년에 독립함과 동시에 국명을 바꾼 &#8216;벨로루시&#8217;의 표기를 새 국명에 맞게 &#8216;벨라루스'(정식 명칭은 &#8216;벨라루스 공화국&#8217;)로 통일해서 적기로 했다.</p></blockquote>
<h2>17년 늦은 개정</h2>
<p>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벨라루스를 &#8216;벨로루시&#8217;로 적기로 결정한 것은 1991년 12월 10일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였다. 당시 Belorus&#8217;를 &#8216;벨로루시(공화국)&#8217; 또는 &#8216;백러시아공화국&#8217;으로 적기로 결정했다.</p>
<p>이 Belorus&#8217;는 러시아어 옛 철자인 Белорусь를 로마자로 적은 것이다. 그러나 1991년 9월 19일 벨로루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최고 소비에트는 국명을 러시아어로 Беларусь(Belarus&#8217;)로 표기하고 다른 언어로도 이를 바탕으로 한 표기를 사용할 것을 법으로 정했다(<a href="http://pravo.kulichki.com/zak/year1991/doc47159.htm">러시아어 원문은 여기에</a>). 벨라루스의 영어 국명이 Belarus인 것도 여기서 연유했다.</p>
<p>벨라루스 외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다른 국가에서는 옛 철자인 Белорус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Беларусь가 대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벨라루스의 옛 이름인 &#8216;벨로루시야(Белоруссия, Belorussiya)&#8217;는 아직도 러시아어 사용국에서 많이 쓰인다.</p>
<h2>벨라루스어 철자는 철저히 발음을 따른다</h2>
<p>그럼 왜 옛 철자인 Белорусь를 Беларусь로 바꾸었을까? 바로 벨라루스어 표기와 통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벨라루스어에서는 국명을 Беларусь로 표기한다.</p>
<p>벨라루스어는 러시아어와 같은 동슬라브계 언어로, 벨라루스에서는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둘 다 공용어로 쓰고 있다. 벨라루스어는 러시아어보다는 발음에 충실한 철자법을 택하고 있다. 러시아어에서는 보통 무강세 음절에 오는 о와 а가 둘 다 [ə] 또는 [ɐ]가 되는 모음 약화 현상이 일어난다(지역에 따라 그러지 않은 곳도 있다). 쉽게 말해서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о가 а처럼 발음된다고 보면 된다. 또 화자에 따라 d음과 t음이 뒤따르는 모음에 따라 dz음, ts음이 되는 구개음화 현상도 많이 일어난다.</p>
<p>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에 보면 &#8216;하나&#8217;란 뜻의 러시아어 один(odin)을 &#8216;아진&#8217;이라고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러시아어의 음운 현상을 흉내낸 표기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러시아어 규정은 이런 현상을 무시하고 &#8216;오딘&#8217;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벨라루스어에서 &#8216;하나&#8217;라는 뜻의 단어는 адзін(adzin)이다. 러시아어와 거의 같은 발음인데 철자를 발음 그대로 쓴 것이다.</p>
<p>그래서 러시아어 옛 철자 Белорусь는 Беларусь로 쓴 것처럼 발음되니 벨라루스어 철자는 Беларус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어 철자도 아예 Беларусь로 통일하자고 바꾼 것인데, 발음이 바뀐 것은 아니고 철자만 바꾼 것이다. 물론 모음 약화 현상이 있는 억양에 한해서.</p>
<p>지금까지 구식 철자 Белорусь에 얽매여 실제 러시아 발음과도 동떨어진 &#8216;벨로루시&#8217;라는 표기를 사용했던 것을 이제야 개정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러시아어에서 Белорусь라는 형태가 얼마나 쓰였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인터넷 상으로는 그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이다. 실제로는 Белоруссия가 러시아어에서 일반적으로 쓰인 이름이다. 그러니 &#8216;벨로루시&#8217;는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은 이름에서 비롯된 표기일 수 있다.</p>
<h2>&#8216;벨라루시&#8217;로 적어야 하지 않을까?</h2>
<p>그런데 &#8216;벨라루스&#8217;가 과연 알맞은 표기일까?</p>
<p>만약 Беларусь를 러시아어 국명으로 보고 외래어 표기법의 러시아어 규정을 적용하면 &#8216;벨라루시&#8217;가 된다. 연음 부호 ь는 &#8216;이&#8217;로 표기되기 때문이다.</p>
<p>그러면 &#8216;벨라루스&#8217;는 Беларусь를 벨라루스어 국명으로 보고 임의로 표기한 것이거나 로마자 표기 Belarus를 그대로 옮긴 것이 된다. 후자라면 문제삼을 일은 없지만 만약 Беларусь를 벨라루스어로 보고 정한 표기라면 적어도 s 음을 따르는 벨라루스어의 연음 부호는 무시한다는 선례가 된다.</p>
<p>그런데 벨라루스의 언어학자 블리나바(Э. Д. Блінава) 저 《벨라루스어(Беларуская мова)》에 따르면 s와 z 음은 구개음화되는 정도가 꽤 강하다고 나와있다. 러시아어보다 강하고 폴란드어보다는 약하다는 것이 블리나바의 설명이다.</p>
<p>그러니 러시아어의 сь는 &#8216;시&#8217;가 되고 벨라루스어의 сь는 &#8216;스&#8217;가 되는 것은 무언가 뒤바뀐 느낌이다. 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의 폴란드어 규정에 따르면 폴란드어의 ś는 &#8216;시&#8217;로 적는다. 폴란드어의 ś의 발음은 보통 [ɕ]로 표시하는데, 한국어의 &#8216;시&#8217;의 발음도 [ɕi]이다. 그러니 폴란드어의 ś를 &#8216;시&#8217;로 적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어보인다.</p>
<p>러시아어, 벨라루스어와 함께 동슬라브 어군을 형성하는 우크라이나어에서도 연자음(연음 부호가 붙어 구개음화되는 자음)이 많이 쓰인다. 특히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에서는 s, z 음의 연음화와 러시아어에는 없는 ts 음의 연음화도 많이 일어난다. 이를 러시아어에서처럼 &#8216;이&#8217;를 붙여 표기하려면 우크라이나 지명인 Луганськ(Luhans&#8217;k)는 &#8216;루한시크&#8217;, Донецьк(Donets&#8217;k)는 &#8216;도네치크&#8217;로 적게 된다. 하지만 &#8216;루한스크&#8217;, &#8216;도네츠크&#8217;라고 써도 우크라이나어 발음과 크게 차이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직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우크라이나어를 표기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지명도 러시아어 이름을 따라 표기하는데, 앞으로 우크라이나어 이름을 바탕으로 한글 표기를 정하려면 연자음을 &#8216;이&#8217;를 붙여 표기하느냐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p>
<p>러시아어의 한글 표기에서 연자음을 &#8216;이&#8217;를 붙여 표기하는 것은 꽤 전통이 깊다. 러시아어를 아는 이들은 러시아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연음 부호(ь)를 한글로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소한 언어인 벨라루스어와 우크라이나어의 연자음을 한글로 적을 때도 러시아어를 한글로 적을 때의 습관을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8216;벨라루시&#8217;가 아니라 &#8216;벨라루스&#8217;로 정한 것은 나름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p>
<p>아니면 정말 로마자 Belarus를 별다른 생각 없이 &#8216;벨라루스&#8217;로 옮긴 것일 수도 있고&#8230;</p>
<hr />
<p>** 내용 추가: 벨라루스 정부가 공문을 보내 표기 요청을 변경한 것 (아래 글은 원 글을 올린 후 추가된 내용)</p>
<p>이 글을 올린 후 벨라루스 국명 표기 변경에 대한 <a href="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amp;searchtext=%EB%B2%A8%EB%9D%BC%EB%A3%A8%EC%8A%A4&amp;contents_id=AKR20081211175700009">연합뉴스 기사</a>를 찾았다. 다음은 기사의 일부:</p>
<blockquote><p>외래어심의위는 종전까지 현지어 발음 존중 원칙에 따라 벨로루시로 표기토록 해왔으나 최근 벨라루스 정부가 외래어 심의 공동위에 공문을 보내 &#8216;벨라루스 공화국&#8217;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11일 이같이 결정했습니다.</p></blockquote>
<p>17년만에 벨라루스의 표기를 개정한 이유는 웬일인지 했더니 역시나 당사국의 요청을 받아서였다. 그런데 &#8216;벨로루시&#8217;가 현지어 발음을 존중한 표기라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옛 러시아어 철자를 러시아어의 음운 현상을 일부 무시하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적용하여 한글로 표기한 것이지 실제로는 오히려 &#8216;벨라루스&#8217;가 현지어 발음에 더 가깝다.</p>
<p>그런데 &#8220;종전까지 현지어 발음 존중 원칙에 따라 벨로루시로 표기토록 해왔&#8221;다는 주장은 예전에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변호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아예 근거가 없는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1991년 당시 벨라루스 정부가 러시아어 국명의 철자를 Беларусь로 개정한 것을 존중하여 &#8216;벨라루시&#8217;로 표기하기로 결정하기만 했어도 이제와서 벨라루스 정부가 문제삼지는 않았을 것이다.</p>
<p>어쨌든 &#8216;벨라루스&#8217;는 벨라루스 정부가 원하는 표기였던 것으로 밝혀졌으니 외래어심의위는 벨라루스어의 연자음 표기고 뭐고 고민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당사국의 요청에 수동적으로 표기를 개정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외래어심의위에서 벨라루스어의 표기 기준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을 줄 알고 위의 글을 썼는데 조금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요즘 입장은 벨라루스어와 우크라이나어는 물론 러시아어의 сь(s&#8217;)도 &#8216;시&#8217;가 아닌 &#8216;스&#8217;로 적도록 외래어 표기법을 고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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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비빔밥&#8217;의 로마자 표기 문제로 본 표음주의 대 음소주의</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8/12/10/%eb%b9%84%eb%b9%94%eb%b0%a5%ec%9d%98-%eb%a1%9c%eb%a7%88%ec%9e%90-%ed%91%9c%ea%b8%b0-%eb%ac%b8%ec%a0%9c%eb%a1%9c-%eb%b3%b8-%ed%91%9c%ec%9d%8c%ec%a3%bc%ec%9d%98-%eb%8c%80-%ec%9d%8c%ec%86%8c%ec%a3%bc/</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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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09 Dec 2008 20:42:44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로마자]]></category>
		<category><![CDATA[로마자표기]]></category>
		<category><![CDATA[로마자표기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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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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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음소주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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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얼마 전에 어느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을 로마자로 bibimbab으로 표기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bibimbap으로 적어야 하며, 2000년 이전 쓰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pibimpap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표기들은 어떻게 나왔을까? 한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이 bibimbab으로 표기되어 있다.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고려할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원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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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얼마 전에 어느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을 로마자로 bibimbab으로 표기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bibimbap으로 적어야 하며, 2000년 이전 쓰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pibimpap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표기들은 어떻게 나왔을까?</p>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5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3ec76518e08.jpg" alt="" width="220" height="249" /></div>
<p>한 음식점 메뉴판에서 &#8216;비빔밥&#8217;이 bibimbab으로 표기되어 있다.</p>
</div>
<p>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고려할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원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것, 원 언어의 음소 하나에 한글 자모 하나를 대응시키는 것, 그리고 그동안 써오던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원 발음에 가깝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음주의라고 하고 원 언어의 음소를 한글 자모에 일대일 대응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음소주의라고 할 수 있다.</p>
<p>한 언어의 음소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모호할 때가 많지만 어느정도 규칙적인 철자법을 쓰는 언어에서는 음소 하나를 문자 기호 하나로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므로 음소주의는 어떤 말을 다른 문자 체계로 옮겨 적을 때 원 언어를 글자 그대로 옮겨쓰는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표음주의는 원 언어의 표기는 무시하고 발음만을 고려하여 적는 전음법(轉寫法; transcription)과 상통한다.</p>
<p>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을 비롯하여 현실에서 쓰는 여러 옮겨적기 방식은 보통 순수한 표음주의나 음소주의가 아니라 표음주의적 입장과 음소주의적 입장을 절충시킨 경우가 보통이다. &#8216;비빔밥&#8217;의 로마자 표기의 경우 bibimbab은 음소주의, pibimpap은 표음주의를 각각 따르고 있고 bibimbap은 둘을 적당히 배합한 표기로 볼 수 있다.</p>
<h2>표음주의적 입장</h2>
<p>&#8216;비빔밥&#8217;은 /비빔빱/으로 발음되며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하면 [pi.bim.p͈ap̚]이다. 같은 &#8216;ㅂ&#8217;이지만 위치에 따라 발음이 제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단어 첫머리에서는 무성음 [p]로, 모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b]로, 사잇소리 현상으로 인해 &#8216;밥&#8217;의 첫소리는 된소리 [p͈]로, 받침에서는 내파음 [p̚]로 발음된다. 국제 음성 기호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영어를 비롯해서 로마자를 쓰는 많은 언어에서는 무성음 p와 유성음 b의 구별이 중요한 구별이다.</p>
<p>매큔·라이샤워(McCune-Reischauer) 표기법은 한국어를 표음주의적 입장에서 로마자로 표기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이 표기법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국제 음성 기호 표기에서 특수 기호만 뺀 것과 같은 pibimpap이 된다. 이 표기법을 고안한 조지 M. 매큔(George M. McCune)과 에드윈 O.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는 미국인으로 이 표기법은 한국어의 실제 발음이 외국인에게 어떻게 들리는지를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p>
<p>매큔·라이샤워 표기법도 순수한 표음주의라고는 할 수는 없다. 거센소리 &#8216;ㅋ&#8217;·&#8217;ㅌ&#8217;·&#8217;ㅍ&#8217;를 아포스트로피(&#8216; 부호)를 사용하여 k&#8217;, t&#8217;, p&#8217;로 표기하지만 받침 뒤에 &#8216;ㅎ&#8217;이 와서 거센소리로 나는 경우는 kh, th, ph로 표기하여 구별하는데, 발음은 같지만 음소가 다른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p>
<p>현행 로마자 표기법이 고시되기 전인 1984년에서 2000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일부 변형시켜 사용하였는데, 여기서는 받침 뒤에 &#8216;ㅎ&#8217;이 와서 거센소리가 나는 경우도 아포스트로피를 사용하여 k&#8217;, t&#8217;, p&#8217;로 적는 철저한 표음주의를 지향하였다. 또 &#8216;ㅅ&#8217;이 [<span class="IPA">ɕ</span>] 발음으로 나는 &#8216;시&#8217;, &#8216;샤&#8217;, &#8216;쇼&#8217; 등의 표기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s 대신 sh로 적었다. 원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8216;ㅅ&#8217;이 영어의 sh와 같은 [ʃ] 발음이 나는 &#8216;쉬&#8217;만 shwi로 적고 나머지는 모두 s로 적는다.</p>
<p>예를 들어 &#8216;직할시'(/지칼시/, [ʨ<span class="IPA">i.kʰal.ɕi</span>])는 원래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chikhalsi로 표기되지만 대한민국에서 2000년 이전 사용한 변형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chik&#8217;alshi로 표기되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요즘은 개인적으로 한국어의 예사소리가 무성음으로 발음되는 것은 유성음 기호에 무성음화를 나타내는 부호를 붙여서 나타내고 된소리는 무성음 기호를 그대로 쓰는 것을 선호한다. 또 &#8216;ㅈ&#8217;의 발음은 /ʥ/ 대신 /ʣʲ/로 본다. 따라서 이 글을 이제 다시 쓴다면 [pi.bim.p͈ap̚], [ʨ<span class="IPA">i.kʰal.ɕi</span>] 대신 [b̥i.bim.pap̚], [ʣ̥ʲ<span class="IPA">i.kʰal.ɕi</span>]로 표기할 것이다.</p>
<h2>음소주의적 입장</h2>
<p>이쯤에서 언어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한국어 화자라면 순수한 표음주의 표기 방식이 실생활에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8216;비빔밥&#8217;을 pibimpap으로, &#8216;직할시&#8217;를 chik&#8217;alshi로 표기한다는 것을 짐작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p>
<p>누구나 모국어의 단어를 생각할 때는 어느 음소로 구성되어 있는지만 생각을 하지 세세한 발음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8216;비빔밥&#8217;은 &#8216;ㅂ+ㅣ+ㅂ+ㅣ+ㅁ+ㅂ+ㅏ+ㅂ&#8217;이라고만 생각하지 웬만해서는 같은 &#8216;ㅂ&#8217;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국어를 다른 문자 체계로 표기하는 경우에는 표음주의 표기보다는 음소주의 표기가 더 쉽게 마련이다.</p>
<p>&#8216;비빔밥&#8217;을 bibimbab으로 적는 것은 순수 음소주의 표기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고시된 로마자 표기법 가운데에도 학술 연구 논문 등 특수 분야에서 한글 복원을 전제로 표기할 경우에 적용하는 세부 조항이 있는데, 이에 따른 표기도 bibimbab이다. 또 다른 음소주의 표기법으로는 예일 표기법(Yale romanization)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8216;비빔밥&#8217;은 pipimpap이 된다. 단지 한국어의 음소 &#8216;ㅂ&#8217;을 b로 적을 것인지, p로 적을 것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 발음에 관계없이 한 글자로 통일해서 적는 것이 같다.</p>
<h2>표음주의와 음소주의의 절충안</h2>
<p>그런데 학술 연구 논문 등의 특수 분야가 아니라 실제 일반 생활에서 적용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8216;비빔밥&#8217;을 bibimbap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는 표음주의와 음소주의의 절충안으로 설명할 수 있다. 로마자 표기법은 전체적으로 보면 표음주의에 가깝지만, &#8216;ㄱ&#8217;, &#8216;ㄷ&#8217;, &#8216;ㅂ&#8217;, &#8216;ㅈ&#8217;이 무성음이냐 유성음이냐를 따져 적는 매큔ㆍ라이샤워 표기법보다는 음소적 표기를 하고 있다. 대신 한국어 화자들이 첫소리와 끝소리(받침)의 발음은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 두 경우의 로마자 표기를 구별하였다. &#8216;ㅂ&#8217;의 경우 첫소리는 b, 끝소리는 p로 적게 하였다.</p>
<p>또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된소리되기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 음소주의와 자음동화, 표음주의 구개음화 등의 음운 현상을 표기에 반영하는 표음주의를 적당히 혼합하고 있다.</p>
<p>사실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문제는 물론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에서도 표음주의와 음소주의를 어떤 비율로 혼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규정을 예로 들자면 촉음 ッ는 발음에 상관없이 &#8216;ㅅ&#8217;으로 통일해 적는 것은 음소주의 표기이고 <span id="print_area">カ キ ク ケ コ 행을 어두에서는 &#8216;가 기 구 게 고&#8217;, 어중ㆍ어말에서는 &#8216;카 키 쿠 케 코&#8217;로 구별하는 것은 표음주의 표기이다. 그런데 일본어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촉음 </span>ッ를 발음에 따라 달리 적는 표음주의 표기와 <span id="print_area">カ キ ク ケ コ 행을 위치에 상관없이 ka ki ku ke ko로 통일해 적는 </span>음소주의 표기를 택하고 있다(물론 후자의 경우 일본어가 한국어와 달리 로마자를 쓰는 대부분의 언어와 같은 유ㆍ무성음 구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다).</p>
<p>요즘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않고 일본어 어두의 무성음을 거센소리로 표기하는 것(예: &#8216;다나카&#8217; 대신 &#8216;타나카&#8217;)이 일본어의 발음에 더 가깝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발음만 따진다면 외래어 표기법대로 평음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본어의 발음에 제일 가까운 것이다. &#8216;다나카&#8217; 대신 &#8216;타나카&#8217;로 표기하는 것은 발음은 조금 무시하더라도 일본어의 음소와 일대일 대응을 시키자는 음소주의적 입장이다.</p>
<p>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규정에 대한 논란과 오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나는대로 더 자세히 적고자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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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웰빙&#8217;과 &#8216;리니지&#8217;라는 표기 분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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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Sat, 08 Aug 2009 09:38:33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리니지]]></category>
		<category><![CDATA[영어]]></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웰빙]]></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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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2000년을 전후해서 이른바 &#8216;웰빙 열풍&#8217;이 불었을 때 이 &#8216;웰빙&#8217;이란 신조어를 매우 어색해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인 것 같기는 한데 원래 표현은 뭘까? 설마 well-being을 한글로 표기한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분명히 &#8216;웰비잉&#8217;일 텐데? 꼭 표기 문제가 아니라도 좀 의아한 신조어였던 것은 분명하다. Well-being이라는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8216;잘 있음&#8217;, 즉 &#8216;복지&#8217;를 뜻하는데 그렇다고 welfare처럼 고급스럽거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2000년을 전후해서 이른바 &#8216;웰빙 열풍&#8217;이 불었을 때 이 &#8216;웰빙&#8217;이란 신조어를 매우 어색해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인 것 같기는 한데 원래 표현은 뭘까? 설마 well-being을 한글로 표기한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분명히 &#8216;웰비잉&#8217;일 텐데?</p>
<p>꼭 표기 문제가 아니라도 좀 의아한 신조어였던 것은 분명하다. Well-being이라는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8216;잘 있음&#8217;, 즉 &#8216;복지&#8217;를 뜻하는데 그렇다고 welfare처럼 고급스럽거나 전문용어 같은 느낌은 없이 평이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8216;정신적인 건강&#8217;을 emotional well-being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것을 건강한 생활 양식(특히 의식주)에 관련된 좁은 의미로 따와서 너도나도 &#8216;웰빙&#8217;을 찾는 모습은 좀 어색해 보였다. 거꾸로 미국에서 &#8216;jal isseum&#8217; 열풍이 분다고 생각해보라.</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47"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1e75d01ccd.jpg" alt="" width="500" height="375"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1e75d01ccd.jpg 5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1e75d01ccd-300x225.jpg 300w" sizes="auto, (max-width: 500px) 100vw, 500px" />상호에 &#8216;웰빙&#8217;이 들어간 이태원의 한 소매점. &#8216;웰빙&#8217;과 영어의 well-being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의식한 재미있는 영문 표기를 곁들었다. (<a href="http://www.flickr.com/photos/misskoco/370402124/">사진 출처</a>)</p>
<p>본론으로 돌아가서 well-being의 발음을 살펴보자. 국제 음성 기호로 나타내면 [ˌwɛl.ˈbiː.ɪŋ], 세 음절의 단어이다.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사전에서는 보통 생략하는 음절 구분 표시(.)도 넣었다. &#8216;웰비잉&#8217;이라고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p>
<p>그렇다면 왜 &#8216;웰빙&#8217;이라고 적었을까?</p>
<p>평소에 사용하는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well-being의 발음을 찾아보라. 아마 [wélbíːiŋ]이라고 나와있을 것이다. 즉 being의 앞 음절의 모음을 [iː]로, 뒤 음절의 모음을 [i]로 나타낸 것이다(í에 붙은 악센트 부호는 음절에 강세가 오는 것을 나타낸다). 이를 보면 두 음절의 모음은 음가가 똑같고 길이만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íːi]는 음절 구분 없이 하나의 장모음인 것으로 알기 쉬운데, 장모음은 따로 나타내지 않는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따라 &#8216;이&#8217; 한 음절로만 적어야 된다고 오해한 모양이다.</p>
<p>하지만 영어에서 see의 장모음 [iː]와 sit의 단모음 [ɪ]는 길이 뿐만이 아니라 음가도 확실히 다르다. 단모음 [ɪ]를 발음할 때 혀는 [i]를 발음할 때보다 조금 더 입 안쪽으로 온다. 한국어의 &#8216;이&#8217;는 [i]로 see의 장모음과 음가는 같지만 길이가 짧아서 구별된다. [ɪ]는 한국어에 없는 모음이다. 흉내내려면 &#8216;이&#8217;보다는 혀의 위치를 약간 &#8216;에&#8217;나 &#8216;으&#8217;를 발음할 때에 가깝게 해야 한다.</p>
<p>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영어사전 대부분은 이 [ɪ] 모음을 그냥 [i]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영어에서 [i]는 장모음에만 오고 [ɪ]는 단모음에만 오니 기호 수를 줄이기 위해 각각 [iː], [i]로 쓰던 예전 습관을 아직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단순화된 표기 때문에 발음을 잘못 알기 쉽다고 하여 1977년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를 시작으로 [iː], [ɪ]와 같이 음가의 차이와 길이의 차이를 둘 다 나타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p>
<h2>《해리 포터》의 프랑스인 억양 흉내내기</h2>
<p>러시아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어의 &#8216;오&#8217;와 &#8216;어&#8217; 발음을 잘 구별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8216;오&#8217;와 &#8216;어&#8217;의 구별이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i]와 [ɪ]의 구별이 없는 언어를 하는 이들은 영어를 배울 때 이들을 혼동하거나 똑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에서는 의미 있는 구별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4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d3c15bc387.jpg" alt="" width="180" height="302"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d3c15bc387.jpg 18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7d3c15bc387-179x300.jpg 179w" sizes="auto, (max-width: 180px) 100vw, 180px"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 학생. 클레망스 포에지(Clémence Poésy) 분. (<a href="http://harrypotter.wikia.com/wiki/File:Fleurgof.jpg">사진 출처</a>)</p>
<p>마법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아동 소설 해리 포터(Harry Potter) 연작에서는 대화 내용을 쓸 때 방언이나 외국인들이 영어를 할 때의 억양을 흉내내어 적는 경우가 많다. 네번째 소설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에서는 프랑스 마법 학교의 학생들이 영국의 마법 학교에 찾아오는 내용이 있는데, 프랑스인들의 대화 내용은 프랑스식 억양을 흉내내어 적었다. 프랑스인들은 영어의 h 발음을 생략한다든지 유성음 th를 z로 대체하는 것 외에도 영어의 단모음 [ɪ] 대신 장모음 [iː]를 쓰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예를 들어 &#8220;Is it over?&#8221; 대신 &#8220;Eez eet over?&#8221;라고 말한다.</p>
<p>그 이유는 프랑스어에서도 한국어에서처럼 [ɪ] 모음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하면 보통 [i]로 대체하여 발음하고, 이게 영국인들에게는 특이하게 들리기 때문이다.</p>
<p>영어를 하면서도 sit의 모음을 see의 모음과 비슷한 음가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성악을 할 때이다. 성악에서는 이탈리아어의 모음 [a e i o u]를 좋은 소리를 내는 모음으로 쳐주기 때문에 일부러 보통 말할 때와 다르게 sit의 모음을 [i] 비슷하게 발음할 때가 많다.</p>
<p>또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 쓰는 sit의 모음은 다른 영어권 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는 see의 모음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 &#8216;시드니(Sydney)&#8217;를 농담 삼아 Seednee라고 표기하기도 한다(Sydney [ˈsɪd.ni]의 앞 음절은 sit의 모음, 뒤 음절은 see의 모음을 쓴다).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 sit 모음과 see 모음은 주로 길이로만 구별되는 것이다.</p>
<h2>&#8216;리니지&#8217;는 맞는 표기일까?</h2>
<p>(도마도님의 지적에 따라 설명 일부 수정, 보강)</p>
<p>롤플레잉 게임 &#8216;리니지&#8217;는 동명 만화 《리니지(Lineage)》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lineage의 영어 발음은 [&#8216;lɪn.i(ː).ɪdʒ]이다. 빨리 발음하면 두 음절인 [&#8216;lɪn.iɪdʒ]가 되는데, 뒤의 두 모음이 [iɪ]라는 독특한 상승 이중모음으로 축약되는 것이다. <span style="color: #5C78C6;">그런데 이런 축약 과정을 거친 [i]는 반모음 [j]로 실현되니 실제 발음은 [&#8216;lɪn.jɪdʒ]이고, 영어에서 [jɪ]는 보통 이중모음이 아니라 반모음과 단모음의 결합으로 분석한다.</span>
<span style="color: #5C78C6;">[i]가 축약 과정을 통해 반모음 [j]로 변모하듯 [u]는 반모음 [w]가 된다. Influence는 원래 [&#8216;ɪn.flu.əns] 세 음절이지만 축약되면 [&#8216;ɪn.flwəns] 두 음절로 발음된다.</span>
<p>사실 lineage나 influence 같은 단어가 세 음절로 발음되느냐, 두 음절로 발음되느냐의 경계는 모호하다. 비슷한 예로 영어의 fire도 두 음절인 [faɪ.ə]로 발음될 수도 있고 삼중모음(!)을 써서 한 음절인 [faɪə]로 발음될 수도 있다. <span style="color: #5C78C6;">영국식 발음에서는 특히 [faə]로 평탄화(smoothing)가 되는 일이 잦다.</span>
[&#8216;lɪn.i(ː).ɪdʒ]라는 발음만 따지면 한글로는 &#8216;리니이지&#8217;라고 쓰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모음 자체가 다르고, 음절도 구별되기 때문에 &#8216;리니이지&#8217;처럼 n과 g 사이의 모음을 나눠 쓰는 것이 맞다.</p>
<p>그런데 [&#8216;lɪn.jɪdʒ]라는 발음은 &#8216;리니지&#8217;라고 적어도 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del>분명히 [iɪ]는 단순한 장모음이 아니라 첫 부분과 끝 부분의 음가가 다른 이중모음이다. 하지만 이중모음인 이상 한 음절로 발음되고 [i]와 [ɪ] 모두 한글로는 &#8216;이&#8217;로 적게 되니 이중모음 전체를 &#8216;이&#8217; 하나로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영어의 so 같은 단어에 나오는 이중모음 [oʊ]는 각 부분의 한글 표기는 &#8216;오&#8217;와 &#8216;우&#8217;로 다르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8216;오&#8217;로만 적도록 하고 있지 않나?</del> [ji]는 &#8216;이&#8217;로 적게 되어 있는데 앞의 [n]과는 어떻게 합치느냐에 따라 &#8216;리니지&#8217;가 될 수가 있다.</p>
<p>그러므로 lineage의 발음을 두 음절인 [&#8216;lɪn.jɪdʒ]라고 봤을 때 &#8216;리니이지&#8217;와 &#8216;리니지&#8217; 가운데 어느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워낙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에 선례를 찾기도 힘들다. 세 음절인 [&#8216;lɪn.i(ː).ɪdʒ]를 원 발음으로 쳐 &#8216;리니이지&#8217;로 적는 것이 맞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8216;리니지&#8217;가 틀린 표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5. 26. 추가 내용: <a href="https://pyogi.kkeutsori.com/%ed%98%84%ed%96%89-%ec%99%b8%eb%9e%98%ec%96%b4-%ed%91%9c%ea%b8%b0%eb%b2%95/%ec%98%81%ec%96%b4-%eb%8f%85%ec%9d%bc%ec%96%b4-%ed%94%84%eb%9e%91%ec%8a%a4%ec%96%b4/#9_w_j">외래어 표기법</a>에서는 [d], [l], [n] 다음에 [jə]가 올 때 각각 &#8216;디어&#8217;, &#8216;리어&#8217;, &#8216;니어&#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Daniel [ˈdæn.jəl] 같은 경우 &#8216;대니얼&#8217;로 적는다. 원래 [ˈdæn.i.əl]에서 [i]가 반모음 [j]로 변하면서 축약된 것인데 이제는 두 음절로 축약된 발음만 쓰인다. 이처럼 축약으로 인해 나타난 반모음 [j]를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여전히 뒤따르는 모음과 갈라 적도록 했으니 lineage 같은 경우도 &#8216;리니이지&#8217;라고 적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p>
<p>그러면 well-being도 비슷한 이유로 &#8216;웰빙&#8217;이라고 적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실 수 있겠다. 하지만 well-being에서는 be 음절에 강세가 오기 때문에 being이 한 음절로 축약되지 않는다. 사실 partying [ˈpɑː.ti.ɪŋ]처럼 [i]가 든 음절에 강세가 오지 않는 경우에도 -ing이 앞 음절과 축약되지 않는데, 이건 -ing이라는 접미사의 발음 특성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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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16;주제프 과르디올라&#8217;와 카탈루냐어의 모음 표기</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8/26/%ec%a3%bc%ec%a0%9c%ed%94%84-%ea%b3%bc%eb%a5%b4%eb%94%94%ec%98%ac%eb%9d%bc%ec%99%80-%ec%b9%b4%ed%83%88%eb%a3%a8%eb%83%90%ec%96%b4%ec%9d%98-%eb%aa%a8%ec%9d%8c-%ed%91%9c%ea%b8%b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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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25 Aug 2009 20:57:50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과르디올라]]></category>
		<category><![CDATA[스페인]]></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category>
		<category><![CDATA[카탈루냐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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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외국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에 있어서 카탈루냐어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아무래도 카탈루냐가 독립국이 아니라 스페인(에스파냐)의 지방에 지나지 않아 언어로서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는 스페인어의 방언이 아니라 독자적인 역사를 지닌 로망 어군 언어이며 중세 문어로서는 스페인어보다 오히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어(오크어)에 더 가까웠다. 카탈루냐어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피레네 산맥의 안도라(Andorra)의 공용어이기도 하지만 워낙 소국이라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외국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에 있어서 카탈루냐어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아무래도 카탈루냐가 독립국이 아니라 스페인(에스파냐)의 지방에 지나지 않아 언어로서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는 스페인어의 방언이 아니라 독자적인 역사를 지닌 로망 어군 언어이며 중세 문어로서는 스페인어보다 오히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어(오크어)에 더 가까웠다.</p>
<p>카탈루냐어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피레네 산맥의 안도라(Andorra)의 공용어이기도 하지만 워낙 소국이라서 나라 자체가 잘 알려져있지 않다. 더구나 확인해보니 수도인 Andorra la Vella는 카탈루냐어 이름으로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면 &#8216;안도라라벨랴&#8217;가 되어야 하지만 마치 스페인어 이름인 것처럼 적은 &#8216;안도라라베야&#8217;가 표준 표기로 정해져 있다. 이 도시의 스페인어 이름은 Andorra la Vieja이니 차라리 스페인어를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하려면 &#8216;안도라라비에하&#8217;로 적어야 한다.</p>
<p>카탈루냐어 이름을 스페인어 이름인 것처럼 표기한 예는 꽤 있다. 스페인에서도 카탈루냐어 사용 지역은 공업이 발달하고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스페인 고유명사 가운데 카탈루냐어 이름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스페인에서 스페인어 외의 언어가 사용된다는 인식조차 별로 없기 때문이다(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어 외에도 바스크어와 포르투갈어의 방언인 갈리시아어 등이 사용된다).</p>
<p>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으로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Juan Antonio Samaranch은 한국에서 &#8216;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217;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실제 스페인에서 쓰는 발음과 국제 방송에서 쓰는 발음과 차이가 있다. Samaranch은 스페인어 이름이 아니라 [səməˈɾaŋ(k)]으로 발음되는 카탈루냐어 이름이기 때문이다.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8216;사마랑&#8217;이라고 적어야 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05. 27. 추가 내용: <a href="https://youtu.be/PjXCu1bZitc?si=lwhP0WQRtIs2q9sn&amp;t=11">에스파냐 공영 방송 RTVE 보도</a>에서 에스파냐어로 Samaranch을 카탈루냐어 발음을 흉내내어 [samaˈɾaŋ] &#8216;사마랑&#8217;으로 발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a href="https://youtu.be/xRGHNXVKKMY?si=qUiJY94s5yA0lmsP&amp;t=4">마드리드의 방송국인 RTVM 보도</a>에서 볼 수 있듯이 에스파냐에서도 이 이름에 익숙하지 않아 철자식으로 [samaˈɾanʧ] &#8216;사마란치&#8217;라고 읽는 경우가 있다.</p>
<p>역시 바르셀로나 태생의 화가 Joan Miró의 표준 표기는 &#8216;호안 미로&#8217;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외국 미술사 학생이 한국인 교수가 Joan을 스페인어인 것처럼 발음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미술계에서는 Joan을 카탈루냐어식으로 [ʑuˈan], 즉 &#8216;주안&#8217; 비슷하게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p>
<p>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난 7월 29일 열린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85차 회의에서 스페인 축구 선수이자 현 FC 바르셀로나 감독인 Josep Guardiola의 표기를 &#8216;주제프 과르디올라&#8217;로 정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전 같으면 스페인어 표기 원칙을 억지 적용하여 &#8216;호세프 과르디올라&#8217;로 했을 텐데, 카탈루냐어 발음인 [ʑuˈzɛp ɡwəɾˈð̞jɔɫə]를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한 것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8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229feeb18.jpg" alt="" width="132" height="34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229feeb18.jpg 132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229feeb18-116x300.jpg 116w" sizes="auto, (max-width: 132px) 100vw, 132px" />FC 바르셀로나 감독 주제프 과르디올라. (<a href="http://en.wikipedia.org/wiki/Josep_Guardiola">사진 출처</a>)</p>
<p>주제프 과르디올라의 예 하나만으로 속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부터는 외래어 표기 심의위에서도 카탈루냐어 이름을 본 발음에 따라 적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과 함께 의문도 하나 생겼다. 바로 카탈루냐어의 모음 약화 현상을 앞으로 한글 표기에 얼마나 반영할까 하는 것이다.</p>
<p>&#8216;주제프 과르디올라&#8217;라는 표기를 보면 Josep의 o는 &#8216;우&#8217;로, Guardiola의 o는 &#8216;오&#8217;로 표기했다. 이는 카탈루냐어에서 o가 강세가 있는 음절에서는 [o] 또는 [ɔ]로 발음되지만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약화되어 [u]로 발음되기 때문이다.</p>
<p>이처럼 카탈루냐어에서는 강세가 없는 음절의 모음이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실제 양상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는 맥스 휠러(Max Wheeler)의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Tcn5DNcwbX4C&amp;printsec=frontcover&amp;source=gbs_v2_summary_r&amp;cad=0#v=onepage&amp;q=&amp;f=false">The Phonology of Catalan</a>에 나오는 설명을 따르겠다.</p>
<p><strong>서부 카탈루냐어</strong>에서 강세가 있는 음절에 나타나는 모음은 일곱 개가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      u<br />
e      o<br />
ɛ      ɔ<br />
a</p>
<p>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ɛ/가 [e]로, /ɔ/가 [o]로 약화된다. 즉 강세 모음 일곱 개가 무강세 모음 다섯 개로 단순화되고 그 과정에서 /e/와 /ɛ/, /o/와 /ɔ/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모음의 높이 구분이 없어지면서 강세 모음 일곱 개가 무강세 모음 다섯 개로 단순화되는 모음 약화는 이탈리아어와 포르투갈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p>
<p><strong>마요르카 카탈루냐어</strong>의 모음 약화 현상을 살펴보자. 마요르카 카탈루냐어가 속하는 발레아레스 제도 카탈루냐어에서는 강세가 있는 음절에 나타날 수 있는 모음이 여덟 개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      u<br />
e      o<br />
ə<br />
ɛ      ɔ<br />
a</p>
<p>위의 서부 카탈루냐어의 7모음 체계에 /ə/가 추가된 셈이다. 발레아레스 제도 카탈루냐어에서 sec [sək] 같은 단어의 강세 음절에 나타나는 /ə/는 육지의 동부 카탈루냐어에서는 /e/, 서부 카탈루냐어에서는 /ɛ/에 해당한다.</p>
<p>서부 카탈루냐어에서처럼 마요르카 카탈루냐어에서도 무강세 음절에서 /ɔ/가 [o]로 약화된다. 그런데 서부 카탈루냐어와는 다르게 /e/, /ɛ/, /a/는 모두 [ə]로 약화된다. 즉 무강세 모음은 /i, ə, o, u/ 네 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우에 따라 무강세 음절에서도 [e]가 발음되기도 한다.</p>
<p><strong>마요르카를 제외한 동부 카탈루냐어</strong>에서는 모음 약화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마요르카 카탈루냐어식의 모음 약화에 더하여 /o/도 [u]로 약화되니 무강세 음절에 올 수 있는 모음은 /i, ə, u/ 세 개 뿐이다. 다만 일부 경우, 이를 테면 [əə]나 [əa] 같은 조합을 피하기 위해서 무강세 음절에서도 [e], [o]가 발음될 수도 있다.</p>
<p>카탈루냐 최대의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쓰이는 카탈루냐어에서 바로 이런 모음 약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니 Josep는 /o/가 [u]로 약화된 [ʑuˈzɛp]로 발음되는 것이다. 같은 이름이 서부 카탈루냐어가 쓰이는 발렌시아나 마요르카에서는 [ʑoˈzɛp], 즉 &#8216;조제프&#8217;로 발음될 것이다.</p>
<p>한글 표기에서는 [e]와 [ɛ]는 모두 &#8216;에&#8217;로 적고 [o]와 [ɔ]는 모두 &#8216;오&#8217;로 적으면 되지만 [ə]나 [u]로 약화되는 경우는 강세 모음과 무강세 모음의 한글 표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조금 문제가 까다로워진다.</p>
<h2>[ə]로 약화되는 모음의 표기</h2>
<p>Guardiola [ɡwəɾˈð̞jɔɫə]를 &#8216;과르디올라&#8217;로 적은 것에서 보면 [ə]로 약화되는 /a/는 &#8216;아&#8217;로 적고 있다. 사실 카탈루냐어의 [ə]는 [ɐ]로 적는 일도 있을만큼 영어의 [ə]보다는 낮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모음이므로 &#8216;아&#8217;로 적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포르투갈어의 /a/는 무강세 모음에서 [ɐ]로 발음되는데, 포르투갈에서 쓰는 발음에서는 거의 [ə]에 가까운 발음이 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모두 &#8216;아&#8217;로 통일해서 적는 것도 참고할만하다.</p>
<p>카탈루냐어의 /a/를 언제나 &#8216;아&#8217;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면 스페인어에 따른 표기와도 호환이 더 잘되는 장점도 있다. 또 일부 /a/가 약화되기도 하고 약화되지 않기도 하는 경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요르카 출신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성 Nadal은 [nəˈðal]로 발음하는 것이 우리가 본 규칙에 맞는다. 하지만 중앙 카탈루냐어에서 예외적으로 [naˈðal]이란 발음도 흔히 쓴다. /a/는 약화되더라도 &#8216;아&#8217;로 적기로 하면 [nəˈðal]과 [naˈðal] 가운데 어느 발음을 택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스페인어 발음에 따른 표기인 &#8216;나달&#8217;과도 같아지는 장점이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8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3e2f05fbf.jpg" alt="" width="200" height="338"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3e2f05fbf.jpg 2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3e2f05fbf-178x300.jpg 178w" sizes="auto, (max-width: 200px) 100vw, 200px"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a href="http://en.wikipedia.org/wiki/Rafael_Nadal">사진 출처</a>)</p>
<p>그런데 /e/, /ɛ/도 [ə]로 약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복잡해진다. 스페인어의 Carlos, 프랑스어의 Charles에 해당하는 카탈루냐어 이름은 Carles이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카탈루냐 출신의 축구 선수 Carles Puyol이 있는데 2006년 월드컵 당시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표준 표기로는 그의 이름을 &#8216;카를로스 푸욜&#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더 친숙한 스페인어 이름 Carlos를 대신 쓴 것이다. Carles의 카탈루냐어 발음은 동부에서 [ˈkarləs]인데 [ə]를 &#8216;아&#8217;로 적는다면 &#8216;카를라스&#8217;가 되니 조금 이상하다.</p>
<p>또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어 이름과 스페인어 이름은 모두 Barcelona이다. 이를 스페인어 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이 &#8216;바르셀로나&#8217;이다. 현지의 카탈루냐어 발음은 [bəɾsəˈlonə]이다. [ə]를 &#8216;아&#8217;로 통일하여 &#8216;바르살로나&#8217;라고 적어야 할까?</p>
<p>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카탈루냐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세는 마지막 세 음절 가운데 하나에 올 수 있으며 복합어에서는 강세가 오는 음절이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는데, 철자만 봐서는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알 길이 없다. Carles라는 철자만 보면 두 음절 가운데 어느 것에 강세가 오는지 알 수 없으니 a와 e 가운데 어느 모음이 약화되는지도 알 길이 없다.</p>
<p>서부 카탈루냐어 발음을 따른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Carles는 &#8216;카를레스&#8217;, Barcelona는 &#8216;바르셀로나&#8217;로 적으면 그만이다. 거기에다 스페인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와도 같아진다.</p>
<p>또 같은 언어에서 지역에 따라 구별되어 발음되기도 하고 구별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 있으면 변별력을 높이는 쪽을 따라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p>
<p>그래서 예전에 구상한 <a href="http://pyogi.pbworks.com/%EC%B9%B4%ED%83%88%EB%A3%A8%EB%83%90%EC%96%B4">카탈루냐어의 한글 표기안</a>에서 나는 동부 카탈루냐어의 모음 약화를 무시하고 a, e, i, o, u는 언제나 각각 &#8216;아, 에, 이, 오, 우&#8217;로 표기하는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p>
<p>그러면 Josep도 &#8216;조제프&#8217;로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비슷한 예로 또 다른 카탈루냐어 이름인 Jordi에서 o에 강세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 쉽게 알 수가 없으니 &#8216;조르디&#8217;로 적을지 &#8216;주르디&#8217;로 적을지 헷갈릴 수가 있다(정답은 &#8216;조르디&#8217;이다).</p>
<h2>&#8216;주제 사라마구&#8217;에서 &#8216;조제 사라마구&#8217;로&#8230;</h2>
<p>1998년 포르투갈의 José Saramago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외래어 심의위에서는 한글 표기를 &#8216;주제 사라마구&#8217;로 정하였다(제24차 회의). 포르투갈어 발음이 [ʒuˈzɛ sɐɾɐˈmaɡu]이기 때문에 정해진 표기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85"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a944a4020fb2.jpg" alt="" width="220" height="132" />포르투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조제 사라마구. (<a href="http://en.wikipedia.org/wiki/Jos%C3%83%C2%A9_Saramago">사진 출처</a>)</p>
<p>하지만 2005년 외래어 표기법에 포르투갈어의 표기 규정이 추가되면서 나온 용례집에서는 José Saramago의 표기를 &#8216;조제 사라마구&#8217;로 바꿨다. 포르투갈어 표기법에서 어말이나 -os의 o는 &#8216;우&#8217;로 적고 나머지는 &#8216;오&#8217;로 적는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어에서 무강세 음절의 o는 [u]로 약화되지만,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따지고 적으려면 표기 규정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에 어말이나 -os의 o만 &#8216;우&#8217;로 적는 것으로 규정을 단순화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발음과는 달라지지만 더 단순한 규칙에 맞도록 &#8216;주제&#8217;를 &#8216;조제&#8217;로 바꾼 것이다.</p>
<p>대신 João은 &#8216;주앙&#8217;이란 표기가 굳어졌다고 여겨 새 규정에 따른 &#8216;조앙&#8217; 대신 &#8216;주앙&#8217;으로 계속 쓰기로 했다.</p>
<p>만약 우리가 접하는 카탈루냐어 이름이 한정되어 있다면 일일이 발음을 조사해서 어느 모음이 약화되는지 따져 한글 표기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를 잘 몰라도 철자만 보고 한글 표기를 정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한다고 하면 서부 카탈루냐어의 발음을 따라 a, e, i, o, u는 언제나 각각 &#8216;아, 에, 이, 오, 우&#8217;로 표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p>
<p>대신 필요에 따라 Josep는 &#8216;조제프&#8217; 대신 &#8216;주제프&#8217;, Joan은 &#8216;조안&#8217; 대신 &#8216;주안&#8217;으로 쓰는 일부 예외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른 한글 표기 자체가 별로 흔치 않으니 이런 예외를 두어야 할만큼 이런 표기가 굳어질 것 같지는 않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5. 27. 추가 내용: 지금 생각은 예외를 두지 않고 카탈루냐어의 a, e, i, o, u는 언제나 &#8216;아, 에, 이, 오, 우&#8217;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Josep는 &#8216;조제프&#8217;로 적는 것이 좋겠다. 한편 Josep Guardiola는 사실 별명인 Pep [ˈpɛp]를 써서 보통 Pep Guardiola로 불린다. 한국 언론에서는 흔히 &#8216;펩 과르디올라&#8217;로 쓰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말 무성 폐쇄음에 &#8216;으&#8217;를 붙이는 것이 원칙이므로 &#8216;페프 과르디올라&#8217;로 쓰는 것이 규범에 따른 표기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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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220;아프리카 말 할 줄 아세요?&#822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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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22 Dec 2008 22:17:47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J.M.쿠체]]></category>
		<category><![CDATA[남아공]]></category>
		<category><![CDATA[남아프리카공화국]]></category>
		<category><![CDATA[아프리카]]></category>
		<category><![CDATA[언어]]></category>
		<category><![CDATA[왕가리마타이]]></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케냐]]></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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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내가 동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산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8220;아프리카 말 할 줄 아세요?&#8221; 또는 &#8220;케냐 말 할 줄 아세요?&#8221;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은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에 대한 소고〉라는 글에서 저자 김학수도 이 &#8216;아프리카 말&#8217;에 대해서 받는 질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통 우리는 &#8216;아프리카&#8217;라고 하는 개념을 &#8216;아시아&#8217;, &#8216;유럽&#8217;에 비하여 좀 더 포괄적으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내가 동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산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p>
<p>&#8220;아프리카 말 할 줄 아세요?&#8221; 또는 &#8220;케냐 말 할 줄 아세요?&#8221;</p>
<p>그런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은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에 대한 소고〉라는 글에서 저자 김학수도 이 &#8216;아프리카 말&#8217;에 대해서 받는 질문 이야기를 하고 있다.</p>
<blockquote><p>보통 우리는 &#8216;아프리카&#8217;라고 하는 개념을 &#8216;아시아&#8217;, &#8216;유럽&#8217;에 비하여 좀 더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흑인인 경우 나이지리아인, 케냐인, 콩고인이라는 세분된 명칭대신 그냥 아프리카인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은 우리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사람들을 볼 때 단순히 아시아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베트남인, 중국인, 일본인 등으로 부르는 것과 명백히 대비된다. 또 다른 예로는 필자가 흔히 받는 질문인 &#8216;아프리카 말로 &#8230;을 뭐라고 합니까?&#8217;인데, 이 말은 질문자에 따라 두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번째 의미는 한국에는 &#8216;한국어&#8217;, 독일에는 &#8216;독일어&#8217;와 같이 아프리카 대륙에는 &#8216;아프리카어&#8217;라고 하는 단일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과 연관되어 있고, 두번째로는 아프리카에 많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언어들의 개별 명칭들을 몰라서 그냥 &#8216;아프리카어&#8217;로 부르는 경우이다. 결국은 이 두 의미 모두가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에 대한 지식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p></blockquote>
<p>그럼 케냐에는 &#8216;케냐 말&#8217;이라는 언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어떨까? 유럽을 보면 모나코,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등 소국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나라 이름을 딴 국어를 가지고 있다. 예외를 꼽자면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키프로스 정도? 심지어 소국 몰타에는 몰타어, 룩셈부르크에는 룩셈부르크어라는 언어가 있다. 그러니 아프리카 케냐에도 &#8216;케냐어&#8217;라는 언어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p>
<h2>53개국에서 2,100여개 언어 사용</h2>
<p>하지만 아프리카에는 나라마다 그 나라 이름을 딴 언어가 있다는 공식이 잘 설립하지 않는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쓰는 마다가스카르어(혹은 &#8216;말라가시&#8217;), 르완다에서 쓰는 르완다어, 보츠와나에서 쓰는 츠와나어, 레소토에서 쓰는 소토어, 에스와티니에서 쓰는 스와티어, 콩고 민주 공화국과 콩고 공화국에서 쓰는 콩고어 등이 있지만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많이 잡아야 10여 개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다. 또 같은 언어를 쓰는 집단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경우도 많다.<br />
이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국경이 현지 민족과 문화 구분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 유럽 열강등이 자의적으로 그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프리카가 워낙 다양한 언어의 보고라는 사실도 작용한다. 이에 대한 김학수의 설명을 인용한다.</p>
<blockquote><p>최근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 대륙에는 2,100여 개의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6,900개로 추산되는 전세계 언어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 2005년도 기준으로 약 9억인 아프리카의 인구 수(총 세계인구 64억의 약 7분의 1) 및 53개의 아프리카 전체 국가 수에 비해 상당히 분화된 양상을 보인다.</p></blockquote>
<p>아프리카에는 단순히 언어 개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언어의 친족 관계를 연구하면 계통이 같은 언어를 묶는 가장 상위 분류를 어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쓰는 언어는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나일·사하라 어족, 니제르·콩고 어족, 코이산 어족 등 여러 어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형성된 어족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아시아 어족은 아랍어, 히브리어, 아람어와 고대 바빌로니아, 아시리아에서 썼던 아카드어 등을 포함하는데, 서양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언어들의 뿌리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아프리카 남부에서 주로 쓰이는, Khoisan languages로 분류되는 여러 언어들은 한때 하나의 어족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들이 모두 같은 계통이 아니라 대략 세 개의 어족 및 두 개의 외톨이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기므로 &#8216;코이산 어족&#8217;보다는 &#8216;코이산 제어&#8217;로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아시아 어족은 아프리카 동북부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지만 서아시아에서 형성되었다는 학설도 존재한다.</p>
<p>또 아프리카 밖에서 형성된 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아프리카에서만 쓰이는 언어도 있다. 바로 마다가스카르에서 쓰는 마다가스카르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등에서 쓰는 아프리칸스어이다. 마다가스카르어는 남도(오스트로네시아) 어족 언어이고 아프리칸스어는 인도·유럽 어족 언어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아프리카의 어족 분포와 몇몇 주요 언어<br />
<a href="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frican_language_families_ko.svg"><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90" role="img"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frican_language_families_ko.svg" alt="" width="600" height="650" /></a></p>
<p>니제르·콩고 어족의 한 갈래인 반투 어군은 단일 언어 집단으로는 특이하게 워낙 널리 분포되어 있어 이 지도에서는 니제르·콩고 어족을 반투 어군과 기타로 나눠서 칠하고 있다. 지금의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의 국경 지대에 기원을 가진 반투어 사용 집단이 농경 기술과 금속 가공 기술의 힘을 업어 지난 수천년 동안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로 널리 진출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널리 쓰이던 코이산 어족 언어가 몇 덩어리로 고립되고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은 아예 고유의 언어를 잃어버렸다.</p>
<p>위 지도에서 케냐는 동쪽에 노란색의 나일·사하라 어족, 파란색의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주황색의 니제르·콩고 어족 B가 만나는 부분에 있다. 영어와 함께 케냐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를 비롯하여 키쿠유어, 루히아어, 캄바어 등은 반투 어군에 속하고 루오어, 칼렌진어, 마사이어 등은 나일·사하라 어족에 속한다.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언어를 쓰는 이들은 대부분 케냐 북동부에 있는데 오로모어, 소말리어 등은 대부분의 구사자가 이웃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케냐 바깥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보니어, 가레아주란어, 다할로어 등 화자 수가 적더라도 케냐에서만 쓰이는 아프리카·아시아어족 언어도 있다.</p>
<p>세계의 언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a href="http://www.ethnologue.com/show_country.asp?name=KE">Ethnologue</a>에 따르면 케냐에는 61개 언어가 쓰이고 있으며, 백만 명을 넘는 구사자가 있는 언어만해도 키쿠유어(5,347,000명)와 루히아어(3,418,083명), 루오어(3,185,000명), 칼렌진어(2,458,123명), 캄바어(2,448,300명), 키시어(1,582,000명), 메루어(1,305,000명) 등 7개나 된다.<br />
케냐 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처럼 여러 개의 언어가 쓰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공용어만 11개가 있다.</p>
<h2>아프리카 인명과 지명은 어떻게 한글로 표기할 것인가?</h2>
<p>서론이 길어졌는데,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언어의 다양성이 이 블로그의 주 관심사인 외국어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자.</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8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fcfe930c25.jpg" alt="" width="175" height="233" />케냐의 Wangari Maathai</p>
<p>케냐의 환경 운동가 Wangari Maathai가 2004년 노벨 평화상을 타자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는 그 한글 표기를 <a href="http://www.korean.go.kr/08_new/dic/rule_foreign_view.jsp?idx=29531">&#8216;왕가리 마타이&#8217;로 정했다</a>. 하지만 Maathai의 th는 영어의 thing과 같은 단어에서처럼 [θ] 발음을 나타낸다. 스와힐리어에서<del>도, Maathai의 모어인 키쿠유어에서도</del> th는 [θ] 발음을 나타낸다. 발음만 따지면 &#8216;마사이&#8217;로 적어야 한다.</p>
<p>이를 &#8216;마타이&#8217;로 적기로 한 이유는 아프리카의 언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다. 이는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어권 방송, 언론에서 나온 발음 설명을 봐도 Maathai의 발음을 제대로 안 것은 찾을 수 없었다. <a href="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maathai">Merriam-Webster 사전</a>과 <a href="https://pronounce.voanews.com/browse-oneregion.php?region=kenya">Voice of America</a> 방송에서 &#8216;마타이&#8217;라고 하는 것은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a href="http://www.loc.gov/nls/other/sayhow.html">미국</a><a href="https://www.loc.gov/nls/about/organization/standards-guidelines/mnop/#m"> Nation</a><a href="http://www.loc.gov/nls/other/sayhow.html">al</a><a href="http://www.loc.gov/nls/other/sayhow.html"> Library Service</a>의 &#8216;마티&#8217;와 <a href="https://www.ksl.com/article/29347406/ap-news-pronunciation-guide-l-r">AP 통신</a>의 &#8216;마다이&#8217;는 정말 정답이 없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키쿠유어에서 th는 사실 유성음 [ð]를 나타내므로 키쿠유어에서도 [θ]로 발음된다는 원래 설명은 잘못되었다. Maathai는 원래 키쿠유인 전 남편 성 Mathai에서 나온 것으로 이혼 후에 a를 하나 덧붙였는데 Mathai의 키쿠유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8216;마다이&#8217;가 맞다. AP 통신의 설명은 mah-DY&#8217; 즉 [mɑː.ˈdaɪ̯]로 [ð]가 아닌 [d]처럼 썼으니 여전히 키쿠유어 발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Maathai를 케냐에서는 발음할 때는 보통 무성음 [θ]를 쓰는 듯하다. 철자를 바꿨으니 키쿠유어 발음 대신 스와힐리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 National Library Service의 발음 설명은 2008년에 원문을 올릴 당시에는 MÄ-tē 즉 [ˈmɑː.tiː] &#8216;마티&#8217;였는데 지금은 mə-THĪ 즉 [mə.ˈθaɪ̯] &#8216;머사이&#8217;로 정정되었다. 케냐에서 실제 쓰는 발음을 영어식으로 제대로 흉내낸 것이다.</p>
<p>하지만 Maathai의 발음을 제대로 알고서도 표기를 &#8216;마타이&#8217;로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처럼 정식으로 고시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준하는 <a href="http://korean.go.kr/08_new/data/rule03_0401.jsp">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a>이라는 것이 있다. 그 가운데 기타 언어의 표기에 관한 원칙 가운데 th는 &#8216;ㅌ/트&#8217;로 적는다는 것이 있다. 이에 따르면 Maathai의 th가 실제로는 [θ]로 발음된다 해도 &#8216;ㅌ&#8217;으로 적어 &#8216;마타이&#8217;가 된다.</p>
<p>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이란 것은 예전에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발표하면서 원 언어의 발음에 관한 정보를 찾기 힘들 때 편의를 위해 일괄적으로 몇가지 원칙을 정한 것이라 실제 발음을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다.</p>
<p>한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 Thabo Mbeki는 <a href="http://www.korean.go.kr/08_new/dic/rule_foreign_view.jsp?idx=26581">&#8216;타보 음베키&#8217;로 적기로한 결정</a>은 원 발음에도 맞게 된 경우이다. 음베키의 모국어는 남아공의 11개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코사어로 여기서 th는 한국어의 &#8216;ㅌ&#8217;처럼 [tʰ] 음을 나타낸다. 코사어의 t는 한국어의 &#8216;ㄸ&#8217;와 비슷한 음이다.</p>
<p>그러니 아프리카 언어라면 모두 동일한 표기 원칙을 적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아프리카 전체에 &#8216;아프리카 말&#8217;이라는 단일 언어가 있을 거라는 생각만큼 잘못된 생각이다. 그럼 아프리카 이름을 표기하려면 어떤 원칙을 세워야 할까?</p>
<h2>원 언어가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운 아프리카 이름</h2>
<p>케냐의 Wangari Maathai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Thabo Mbeki의 한글 표기를 정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보통 외국어 이름의 한글 표기를 정하려면 우선 그 외국어의 정체부터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의 이름은 프랑스어 이름, 중국인의 이름은 중국어 이름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니 프랑스어 표기법, 중국어 표기법을 각각 적용하면 된다. 3개 공용어가 사용되는 벨기에, 4개 공용어가 사용되는 스위스처럼 다중 언어 사용국 출신의 이름은 원 언어를 알기가 좀더 까다롭다. 사용되는 언어만 수십 개인 케냐와 남아공의 인물은 원 언어를 알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br />
하지만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다. 언어 단위로 표기 방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케냐의 고유 언어, 또는 남아공의 고유 언어를 하나로 묶어 똑같은 표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영어, 아프리칸스어 등은 여기서 제외한다).</p>
<p>앞에서 케냐에서 쓰는 스와힐리어와 키쿠유어는 둘 다 th로 [θ]음을 나타낸다는 것을 언급했는데, 보통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표기에 따른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남아공의 코사어에서 th가 [tʰ] 음을 나타낸다고 했는데, 같은 남아공에서 쓰이는 줄루어, 츠와나어, 벤다어 등에서도 th가 [tʰ] 음을 나타낸다. 그러니 꼭 원 언어를 모르더라도 케냐 이름에 나오는 th는 [θ]음을, 영어가 아닌 남아공 이름에 나오는 th는 [tʰ] 음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p>
<p>같은 언어에서 온 이름이라도 남아공에서 쓰는 철자와 모잠비크에서 쓰는 철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남아공은 영어권, 모잠비크는 포르투갈어권이기 때문에 음을 적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프리카 고유 언어는 언어를 기준으로 하는 것보다 나라를 기준으로 표기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p>
<p>남아공의 현 대통령 Kgalema Motlanthe의 표기는 최근 <a href="http://www.korean.go.kr/08_new/dic/rule_foreign_view.jsp?idx=32516">&#8216;칼레마 모틀란테&#8217;로 결정되었는데</a>, 여기서 kg라는 철자는 남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소토·츠와나 어군 언어의 표기에 두루 쓰인다. kg라는 철자가 나타내는 음은 원래 [kxʰ]였으나 소토어에서는 일부 [x]음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한글로는 &#8216;ㅋ&#8217; 내지 &#8216;ㅎ&#8217;에 대응될 수 있겠는데, &#8216;ㅋ&#8217;이 더 어울린다. 어쨌든 이번 결정을 계기로 남아프리카 이름에서 kg라는 철자는 실제 음가의 차이는 있더라도 &#8216;ㅋ&#8217;으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앞으로 남아공 이름을 한글로 표기할 때 훨씬 간편해진다. 남아공 사람인 내 친구 한 명은 성이 Makgetla인데 한글로 적으려면 이 원칙을 적용해 &#8216;마케틀라&#8217;라고 하면 된다.</p>
<p>물론 남아공의 언어라고 표기에 따른 발음이 다 비슷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sh라는 철자는 소토어에서 [ʃ]음을, 츠와나어에서 [sʰ]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한글로 표기할 때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은 남아공 이름이란 것만 알면 세부 언어를 알 필요 없이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p>
<p>솔직히 외래어 표기법에 아프리카 언어를 다룬 규정이 추가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추가된다면 지금까지처럼 개별 언어에 대한 규정이 아니라 &#8216;아프리카 남부 영어 사용국 언어의 표기 원칙&#8217;, &#8216;동아프리카 3국 언어의 표기 원칙&#8217;같은 규정이 되지 않을까?</p>
<h2>아프리칸스어 이름의 경우</h2>
<p>영어와 아프리칸스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은 아프리카 고유 언어와는 표기에 따른 발음 방식이 매우 다르다.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의 한글 표기에 대해서는 다행히 외래어 표기법에 세부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남아공 Nelson Mandela의 Nelson은 영어 표기법을 따라 &#8216;넬슨&#8217;, 세네갈 Léopold Sédar Senghor는 프랑스어 표기법을 따라 &#8216;레오폴 세다르 상고르&#8217;, 앙골라 José Eduardo dos Santos는 포르투갈어 표기법을 따라 &#8216;조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8217;라고 적으면 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Léopold Sédar Senghor의 표기는 2002년 2월 28일 제44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8216;레오폴 세다르 상고르&#8217;로 정해진 것인데 프랑스어 발음을 [leɔpɔl sedaːʁ sɑ̃ɡɔːʁ]로 본 결과이다. 그런데 본인이 쓴 발음은 [sɛ̃ɡɔːʁ] &#8216;생고르&#8217; 내지 [sɛŋɡɔːʁ] &#8216;셍고르&#8217;에 가깝다(따지자면 그의 r 발음도 [ʁ]보다는 [r]에 가깝다). 각종 사전에서는 Senghor의 발음이 [sɑ̃ɡɔːʁ] 또는 [sɛ̃ɡɔːʁ]로 제시되니 둘 다 표준 프랑스어 발음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 이름이 세레르어에서 온 것을 고려하면 기타 언어로 취급하여 &#8216;셍고르&#8217;로 적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한편 프랑스어 남자 이름인 Léopold은 [leɔpɔl] &#8216;레오폴&#8217;과 [leɔpɔld] &#8216;레오폴드&#8217; 둘 다 가능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벨기에 왕 이름으로 쓰이는 Léopold를 &#8216;레오폴드&#8217;로 적고 있고 콩고 민주 공화국 킨샤사의 전 이름인 Léopoldville도 &#8216;레오폴드빌&#8217;로 적고 있으니 이에 따라 통일하자면 &#8216;레오폴드&#8217;로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다만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나 벨기에 발음에서는 [leɔpɔl] &#8216;레오폴&#8217; 발음이 우세한 듯하다.</p>
<p>하지만 아프리칸스어에 대해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세부 규정이 없을 뿐더러 아프리칸스어 이름을 한글로 제대로 표기한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p>
<p>아프리칸스어는 17세기 네덜란드어에서 나온 언어이다. 네덜란드어에 대해서는 외래어 표기법 세부 규정이 있으나 아프리칸스어의 발음은 네덜란드어와 꽤 다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598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4fe38ede732.jpg" alt="" width="200" height="267"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John Maxwell Coetzee</p>
<p>200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남아공 작가 John Maxwell Coetzee의 표기는 <a href="http://www.korean.go.kr/08_new/dic/rule_foreign_view.jsp?idx=29269">&#8216;존 맥스웰 쿠체&#8217;로 결정되었다</a>. Coetzee는 가장 흔한 아프리칸스어 성 가운데 하나이다. <a href="http://en.wikipedia.org/wiki/J._M._Coetzee">Wikipedia</a>에 따르면 발음은 영어로는 [kʊt.ˈsiː.ə], 아프리칸스어로는 [kutˈsiˑe]이다. 그런데 어떻게 &#8216;쿠체&#8217;라는 표기가 나왔을까?</p>
<p>Coetzee를 영어 이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영어에는 어말에 &#8216;에&#8217;로 표기되는 발음이 없고 [eɪ], 즉 &#8216;에이&#8217;로 대체된다. 그럼 Coetzee를 아프리칸스어 이름으로 보았다는 것인데 사실 당시에는 아프리칸스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네덜란드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당시는 외래어 표기법의 네덜란드어 규정이 고시되기 전인데 Coetzee를 &#8216;쿠체&#8217;로 표기한 것은 당시의 네덜란드어 이름 표기 방식과 상통한다. 지금은 네덜란드어의 ee를 이중모음으로 보아 &#8216;에이&#8217;로 적지만 당시에는 e의 장모음으로 보고 &#8216;에&#8217;로 적었다.</p>
<p>아프리칸스어의 ee는 [iˑe]라고 쓰기도 하고 Bruce C. Donaldson의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ftzioRvJzTUC&amp;pg=RA1-PA8&amp;vq=diphthong+ee&amp;dq=grammar+for+afrikaans&amp;source=gbs_search_s&amp;cad=0">A Grammar of Afrikaans</a>에는 [eə]라고 쓰고 있는 이중모음이다. 지역과 세대에 따라 발음이 약간씩 달라지는 것 같다. 영어로 이 이중모음을 흉내낼 때는 보통 seer의 [iːə]로 흉내낸다. 내가 들은 아프리칸스어 발음으로는 &#8216;이에&#8217; 또는 &#8216;이어&#8217; 비슷하게 들린다. 한글 표기를 어떻게 할지는 연구해야 할 사항이다. 어쨌든 &#8216;에&#8217;로 쓸 일은 아니다. 이른바 &#8216;기타 언어&#8217;라고 해서 그냥 철자 그대로 읽기만 하면 2003년 당시 일부 언론에서 썼던 것처럼 &#8216;코에체&#8217;라고 써도 할 말이 없다.</p>
<p>나라면 &#8216;존 맥스웰 쿠치어&#8217;라고 적겠다. 이름 전체를 영어 이름으로 보는 것이다. 아프리칸스어를 쓰는 네덜란드계 집안에서 태어나서도 본명인 John Michael 대신 확실한 영어 이름인 John Maxwell을 쓰며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이름을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도 없는 아프리칸스어(사실은 &#8216;기타 언어&#8217;)로 분류하여 표기하기보다는 Coetzee를 아프리칸스어에서 온 영어 이름으로 보고 영어식 발음인 &#8216;쿠치어&#8217;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p>
<p>사실 남아공에는 아프리칸스계 후손으로 아프리칸스어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프리칸스 정체성을 버리고 영어를 쓰는 이들이 많다. (아프리칸스인을 &#8216;아프리카너&#8217;라고도 하지만 정작 남아공에서는 &#8216;아프리칸스인&#8217;이라고 보통 부른다.) 그러니 널리 쓰이는 아프리칸스어 이름은 영어 발음에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영국 BBC 방송은 원래 Coetzee의 발음을 [kʊt.ˈsiː.ə]로 제시했다가 남아공의 SABC 방송과 그의 출판사와 확인한 끝에 권장 발음을 [kʊt.ˈsiː] &#8216;쿠치&#8217;로 수정했다고 한다. 정작 J.M. Coetzee 본인이 이 발음을 쓴다는 것이다. 아프리칸스어의 ee는 특히 남아공 남쪽, 특히 볼란트(Boland) 지역 방언에서 단순모음으로 실현되기도 하는데 학자에 따라 [ɪ], [iː], [i] 등으로 음가를 묘사한다. 그러니 영어 이름으로 본다면 &#8216;쿠치어&#8217;보다는 &#8216;쿠치&#8217;로 적는 것이 낫다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대신 아프리칸스어 이름으로 본다면 실제 발음과 상관 없이 ee의 표기를 &#8216;에&#8217;로 통일하여 &#8216;쿠체&#8217;로 적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p>
<h2>남아공에도 프랑스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h2>
<p>아프리칸스어 이름 가운데는 프랑스어에서 온 이름이 꽤 많다. 아프리칸스인의 조상 가운데 프랑스 위그노 교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이런 이름의 발음은 프랑스어 발음과는 딴판이다.</p>
<p>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 쪽 다리가 절단되었으면서도 장애가 없는 다른 선수들과 당당히 겨룬 남아공 수영 선수 Natalie du Toit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언론과 방송에서는 대부분 &#8216;나탈리 뒤 투아&#8217;로 표기했다. 프랑스어 이름으로 본 것이다. 아프리칸스어 이름 가운데 프랑스어에서 온 이름이 많다는 것을 모르면 남아공에도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이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p>
<p>하지만 남아공에서는 Du Toit는 흔한 아프리칸스어 이름으로 통한다. 발음도 &#8216;뒤 투아&#8217;가 아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Du Toit가 아프리칸스어로는 [də ˈtoːɪ], 영어로는 [də ˈtɔɪ̯], 즉 &#8216;더토이&#8217;로 발음된다는 것을 잘 안다. 영어권인 미국에서 뉴올리언스의 Orleans는 프랑스어에서 온 이름이지만 프랑스어식으로 &#8216;오를레앙&#8217;이라고 하지 않고 &#8216;올린스&#8217;라고 발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del>(&#8216;뉴올리언스&#8217;는 실제 발음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관용 표기가 굳어진 예이다)</del>.</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2. 추가 내용: 영어로 Orleans는 보통 [ˈɔːɹl.i‿ənz] &#8216;올리언스&#8217;로 발음되기 때문에 영국식 발음에서는 New Orleans도 보통 &#8216;뉴올리언스&#8217;이며 미국 발음에서도 이 발음이 많이 쓰이므로 &#8216;뉴올리언스&#8217;도 충분히 근거가 있는 표기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Orleans가 두 음절로 축약되어 [ˈɔːɹl.ənz] 정도로 발음되는 것이 보통이다.</p>
<p>Natalie du Toit를 영어 이름으로 보고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8216;내털리 더토이&#8217;로 표기하자고 올림픽 기간에 나름대로 운동을 벌였지만 호응은 없었다&#8230; (올림픽 기간에는 어차피 외국 선수 이름의 엉터리 표기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p>
<p>외래어 표기법 세부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외래어 표기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데, 공용어가 11개나 되는 남아공 출신 인물의 이름을 제대로 적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표기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p>
<p>아프리카의 인명과 지명의 한글 표기도 여타 지역 인명과 지명처럼 세심히 발음을 따져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생각이 얼마나 동의를 얻을지는 모르겠다.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인데 귀찮게 왜 Thabo의 th는 &#8216;ㅌ&#8217;으로 적고 Maathai의 th는 &#8216;ㅅ&#8217;으로 적자고 그러는지 따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기우일까?</p>
<p><span class="Apple-style-span" style="color: #3366ff;">글 올린 다음 괜히 덧붙이는 말:</span></p>
<p>아프리칸스어 얘기를 꽤 길게 했는데 &#8216;아프리칸스어(Afrikaans)&#8217;는 그 언어로 &#8216;아프리카 말&#8217;이라는 뜻이다. 글을 올린 다음 &#8220;아프리카 말 할 줄 아세요?&#8221;라는 글 제목을 다시 보니 생각이 났다. 한국의 토크쇼 &#8216;미녀들의 수다&#8217;에 나오는 남아공 출신 패널이 &#8216;아프리카 말&#8217;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알아보니 &#8216;아프리칸스어&#8217;를 말한 것이었다. 그러니 &#8216;아프리카 말&#8217;이란 것이 있긴 있다고 할 수 있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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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Donald Knuth는 &#8216;커누스&#8217;일까, &#8216;크누스&#8217;일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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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Fri, 03 Apr 2009 13:04:42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영어]]></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커누스]]></category>
		<category><![CDATA[크누스]]></category>
		<category><![CDATA[크누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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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저명한 컴퓨터 과학자 Donald Knuth는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저자이고 TeX 조판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름의 한글 표기를 놓고 많은 혼란이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실린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Knuth는 &#8216;Ka-NOOTH&#8217;라고 발음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도널드 커누스 (사진 출처)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을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4. 5. 25. 추가 내용: 이 글을 쓴 후 Knuth의 표기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에는 외래어 표기법의 규정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데에 집착해서 &#8216;커누스&#8217;로 표기하는 것을 옹호했지만 지금은 Knuth가 영어로 [kə.ˈnuːθ]로 발음되더라도 &#8216;커누스&#8217;가 아닌 &#8216;크누스&#8217;로 적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실제 발음은 [kə.ˈnuːθ]가 맞지만 이는 //ˈknuːθ//라는 기저 형태에서 영어의 음절 제약에 맞게 모음을 삽입한 것이고 이 삽입 모음은 철자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한글 표기에서도 무시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철자에 나타나지 않지만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해서 삽입하는 모음은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원래의 글에서 내렸던 결론은 오늘날 이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과 다르지만 기록을 위해 보존해 둔다.</p>
<p>저명한 컴퓨터 과학자 Donald Knuth는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저자이고 TeX 조판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름의 한글 표기를 놓고 많은 혼란이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실린 <a href="http://www-cs-faculty.stanford.edu/%7Eknuth/faq.html">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a>에서 Knuth는 &#8216;Ka-NOOTH&#8217;라고 발음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1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9d5ceec05ab7.jpg" alt="" width="225" height="266" />도널드 커누스 (<a href="http://en.wikipedia.org/wiki/File:KnuthAtOpenContentAlliance.jpg">사진 출처</a>)</p>
<p>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을 번역한 류광은 &#8216;도널드 커누스&#8217;라는 표기를 택했다. 그는 <a href="http://occamsrazr.net/tt/trackback/101">크누스, 커누스, 카누스</a>라는 글을 통해 표기를 &#8216;커누스&#8217;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p>
<blockquote><p>이제 크누스와 커누스가 남았습니다. 저도 크누스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도은이 아버님 글에 나온 것과 거의 같은 이유에서요. 간단히 말하면 KaNOOTH의 a는 K가 묵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번역 막바지까지도 원고에 크누스라고 했었습니다.</p>
<p>번역 막바지에서 원서 출판사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하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Knuth의 발음에 대해서 Addison-Wesley에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의 요지가</p>
<p style="padding-left: 40px;">단순히 Knuth를(특히 K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것인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Knuth 홈페이지에 나온 KaNOOTH의 a가 단지 K가 묵음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실제 음가가 있느냐</p>
<p>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AW 담당자의 답은 &#8216;아니다, 실제로 음가가 있다&#8217;였고, 추가로 그 a는 canal 첫 음절과 같은 음가라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커누스를 택한 것입니다.</p></blockquote>
<p>여기서 언급한 도은이 아버님 글은 <a href="http://doeun.tistory.com/23">크누스, 크누쓰, 커누스, 커누쓰</a>라는 글이다. 그 글에서는 &#8216;크누스&#8217;라는 표기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p>
<blockquote><p>Ka의 &#8220;a&#8221;는 &#8220;K&#8221;를 읽어달라는 의미이고, Ka가 한 음절이라 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 한 음절이 되는 것이 틀림없었다면 당연히 KA라고 자신있게 썼을 것이다) K와 N 사이에 &#8220;어떤 모음&#8221;이 있는 듯이 읽으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8220;중요한 점&#8221;은 K가 소리가 난다는 것이지 &#8220;a&#8221;가 /ɨ/인지 /ə/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였을 거라 짐작한다. 이 &#8220;어떤 소리&#8221;는 &#8216;ㅡ&#8217;로도 &#8216;ㅓ&#8217;로도 쓸 수 있는 것일테지만 생각건대 &#8216;ㅓ&#8217;는 &#8220;약화된 모음&#8221;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소리일 것이다. (지역간 개인간에 &#8216;ㅓ&#8217;는 조음 위치의 편차가 너무 크지 않나?) 게다가, 개인 발음에 의하면, &#8220;ㅓ-&gt;ㅜ&#8221;는 긴장도가 너무 크다. &#8220;ㅡ-&gt;ㅜ&#8221;가 적당하다!!! &#8216;ㅜ&#8217; 모음 음절 앞에서 &#8216;ㅓ&#8217;는 과장된 음절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도 이 표기는 적절하지 않다.</p>
<p>이 &#8220;a&#8221;를 셰와라고 주장한 분이 있어 흥미를 끈다. 당연히 히브리어의 셰와도 &#8220;ㅡ&#8221;로 적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8220;브레쉬트&#8221;. 이걸 &#8220;버레쉬트&#8221;로 적자는 주장은 본 적이 없다.</p></blockquote>
<h2>Ka-NOOTH의 의미</h2>
<p>각 자모가 음소 하나에 대응되는 한글과 달리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대응이 매우 불규칙해 철자만으로는 발음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사전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국제 음성 기호를 모르니 발음을 적을 때 비교적 발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철자를 바꿔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LaTeX이 [ˈleɪ.tek], 즉 &#8216;레이텍&#8217;으로 발음된다고 설명하고 싶으면 LAY-teck이라고 쓰는 방식이다. 영어를 하는 일반인은 lay라는 단어를 국제 음성 기호로 [leɪ]라고 쓴다는 것은 몰라도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안다. 또 teck이라는 철자는 check [tʃek]에서 첫 자음만 [t]로 바꾼 것과 같이 발음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LAY를 대문자로 써서 첫 음절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어에서는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상적으로 대문자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것이다.</p>
<p>그러니 Ka-NOOTH의 a를 소문자로 적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Ka라는 음절에는 강세가 오지 않고 NOOTH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Knuth가 고유명사이고 또 &#8216;Ka-NOOTH&#8217;가 출처에서는 문장 첫머리에 왔기 때문에 K는 대문자로 썼기 때문에 우연히 a만 소문자로 적게 된 것이다. 그러니 a만 소문자로 적은 것을 가지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p>
<p>이 a는 canal의 첫 음절과 같은 [ə]를 나타낸다고 알려왔다고 하는데, 이는 철자를 바꿔써서 발음을 나타낼 때 통상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ɑ]라는 발음을 표현하려면 보통 ah로 적고, [eɪ]는 보통 ay로 적는다. a만 쓰면 보통 [ə]를 나타낸다. 또 nooth는 tooth [tuːθ]의 첫 자음만 [n]으로 바꾼 것과 같은 발음을 의미한다.</p>
<p>그러니 Ka-NOOTH라는 설명은 [kə.ˈnuːθ]라는 발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8216;커누스&#8217;가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θ] 발음을 &#8216;ㅅ&#8217;으로 옮기는 것에 관한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p>
<h2>영어의 음운 제약</h2>
<p>그럼 &#8216;크누스&#8217;라는 표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영어에서 /kn/이란 자음군이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p>
<p>각 언어의 음운 체계는 어떤 음소가 있는지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각 음소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 즉 음운 제약도 음운 체계의 일부이다.</p>
<p><a href="http://en.wikipedia.org/wiki/English_phonology#Phonotactics">영어판 위키백과</a>에 따르면 영어에서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 음소는 다음과 같다.</p>
<ul>
<li>/ŋ/을 제외한 모든 단일 자음</li>
<li>파열음+/j/ 이외의 접근음: /pl/, /bl/, /kl/, /ɡl/, /pr/, /br/, /tr/, /dr/, /kr/, /ɡr/, /tw/, /dw/, /ɡw/, /kw/</li>
<li>무성 마찰음+/j/ 이외의 접근음: /fl/, /sl/, /fr/, /θr/, /ʃr/, /sw/, /θw/, /hw/</li>
<li>자음+/j/: /pj/, /bj/, /tj/, /dj/, /kj/, /ɡj/, /mj/, /nj/, /fj/, /vj/, /θj/, /sj/, /zj/, /hj/, /lj/</li>
<li>/s/+무성 파열음: /sp/, /st/, /sk/</li>
<li>/s/+비음: /sm/, /sn/</li>
<li>/s/+무성 마찰음: /sf/</li>
<li>/s/+무성 파열음+접근음: /spl/, /spr/, /spj/, /smj/, /str/, /stj/, /skl/, /skr/, /skw/, /skj/</li>
</ul>
<p>정확한 음운 제약 방식은 사람과 방언마다 달라서 /j/로 끝나는 자음군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super는 영국 표준 발음에서 원래 [&#8216;sjuːpə]로 발음되었지만 이제 [&#8216;suːpə]로 발음되는 일이 많고, 미국 표준 발음에서는 아예 [&#8216;suːpɚ]로 통일되었다. &#8216;슈퍼&#8217;라는 표준 표기는 [&#8216;sjuːpə]를 따른 것인데 요즘의 발음 추세를 반영해 &#8216;수퍼&#8217;라고 적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p>
<p>음절 첫머리에 허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호한 자음군도 있다. /sr/의 경우는 &#8216;무성 마찰음+/j/ 이외의 접근음&#8217;에 해당하므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자음군은 아니다. 하지만 외래어를 제외한 영어 단어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보통 /sr/라는 발음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Sri Lanka와 같은 단어의 &#8216;sr&#8217;는 사람에 따라 /sr/로 발음하기도 하고 shrimp 같은 단어에서 쓰는 비슷한 자음군인 /ʃr/로 대체하여 발음하기도 한다.</p>
<p>/kn/이란 자음군은 어떨까? /kn/은 /sr/와 달리 위에서 나열한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영어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kn/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그래서 Knuth 같은 이름에서 k와 n을 모두 발음해야 할 경우 삽입 모음 [ə]를 넣어 [kə.ˈnuːθ]와 같이 발음한다.</p>
<p>고대 영어에는 /kn/이란 자음군이 있었다. 오늘날 영어에서 know, knee, knight와 같이 kn으로 적는 철자는 원래 고대 영어에서 실제 /kn/으로 발음했다. 하지만 영어의 음운 체계가 변화를 겪으면서 모두 /n/으로 발음하게 되었다. 독일어를 비롯한 다른 현대 게르만어파 언어에서는 /kn/이란 자음군이 보존되어 있다. 영어의 knee에 해당하는 독일어 Knie는 [kni:], 즉 &#8216;크니&#8217;로 발음된다.</p>
<p>독일어 등 /kn/ 자음군이 있는 언어를 아는 사람은 영어를 할 때도 /kn/ 자음군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Knuth라는 이름도 [knuːθ]로 발음할 것이다. 이들의 발음을 따른다면 &#8216;크누스&#8217;라는 표기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p>
<h2>크누트 1세의 예</h2>
<p>기존 외래어 표기 용례 가운데 그나마 참고할만한 사례는 크누트 1세(Cnut I)의 경우이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여기서 별표(*)는 해당 표기가 관용 표기 존중 등의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p>
<blockquote><p>Cnut 일세. *크누트 일세 : 잉글랜드의 왕(?～1035).</p></blockquote>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41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4/05/f0074568_49d5e24c42547.jpg" alt="" width="218" height="270" />크누트 1세 (<a href="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Cnut.jpg">사진 출처</a>)</p>
<p>그런데 이 크누트 1세는 잉글랜드 뿐만이 아니라 덴마크, 노르웨이의 왕이었으며 스웨덴인 일부도 통치했다. 덴마크어로는 Knud,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로는 Knut라고 부른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8216;크누드&#8217;, &#8216;크누트&#8217;이다. 표기를 &#8216;크누트&#8217;로 정하게 된 데에는 이것이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p>
<p>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Cnut의 영어 발음은 [kə.ˈnjuːt]이다. /kn/ 자음군을 허용하지 않고 [ə]를 삽입한 발음이다. 사실 영어권에서 크누트는 Cnut라는 철자보다는 Canute라는 철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anute는 [kə.ˈnjuːt] 또는 [kə.ˈnuːt]로 발음된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라 적으면 &#8216;커뉴트&#8217; 또는 &#8216;커누트&#8217;가 될 것이다.</p>
<p>그러니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별표를 붙여 실제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데다 다른 언어의 발음의 영향을 받았을만한 사유가 충분히 있는 &#8216;크누트&#8217;라는 표기는 영어 이름의 /kn/ 자음군을 처리하는데 참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p>
<h2>[ə]는 &#8216;으&#8217;로 적을 수 있다?</h2>
<p>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영어의 약화된 모음인 [ə]는 언제나 &#8216;어&#8217;로 적는다는 점이다. 이는 <a href="https://pyogi.kkeutsori.com/%ed%98%84%ed%96%89-%ec%99%b8%eb%9e%98%ec%96%b4-%ed%91%9c%ea%b8%b0%eb%b2%95/%ec%98%81%ec%96%b4-%eb%8f%85%ec%9d%bc%ec%96%b4-%ed%94%84%eb%9e%91%ec%8a%a4%ec%96%b4/#i">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a>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어 표기 용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도은이 아버님 주장은 [ə]를 &#8216;으&#8217;로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영어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p>
<p>대부분의 영어 방언에서는 약화된 모음이 중모음에 가깝냐 고모음에 가깝냐에 따라서 두 가지 있다. 이 가운데 중모음은 /ə/로 적고 고모음은 영국에서는 보통 /ɪ/로, 미국에서는 보통 /ɨ/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전자는 &#8216;어&#8217;, 후자는 &#8216;이&#8217;로 적는다. 여기서 고모음 /ɪ/~/ɨ/는 한국어의 &#8216;으&#8217;에 가깝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이&#8217;로 통일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ptain [ˈkæp.tɪn]의 둘째 모음은 사실 약화된 모음인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캡틴&#8217;으로 적는다.</p>
<p>영어의 이 두 가지 약화된 모음 가운데 어느 것이 쓰이는지는 방언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발음에서는 둘이 합쳐졌고, 미국 발음에서는 영국 발음에 비해 약화된 모음이 고모음보다는 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Knuth에 삽입되는 모음은 분명히 [ə]이다. Knuth는 절대 [kɪ.ˈnuːθ]로 발음되는 일이 없다. 그러니 여기서는 영어의 [ə]로 한정해서 얘기하겠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ə]를 &#8216;으&#8217;로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일단 영어에는 l, m, n이 성절 자음이 될 수 있다. 모음이 따로 없이 이들이 음절의 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음이 없으니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한국어의 삽입 모음 &#8216;으&#8217;를 사용하여 표기한다. 예를 들어 little [ˈlɪt.l]은 &#8216;리틀&#8217;, rhythm [ˈrɪð.m]은 &#8216;리듬&#8217;, prison [ˈprɪz.n]은 &#8216;프리즌&#8217;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l, m, n에 [ə]를 붙여 [əl], [əm], [ən]으로 발음하기도 한다.</p>
<p>사전에서는 편의상 가능한 여러 발음 가운데 가장 흔한 하나만을 적는 일이 많다. 그래서 rhythm의 경우 보통 발음을 [ˈrɪð.əm]으로만 적는다. 이 발음만 보고는 &#8216;리듬&#8217;에서는 [ə]를 &#8216;으&#8217;로 적은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8216;리듬&#8217;이라는 표기는 발음을 [ˈrɪð.m]으로 보고 정한 것으로, [ə]를 &#8216;으&#8217;로 적은 것이 아니다.</p>
<p>또 영어의 자음군의 발음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위에서 봤듯이 영어에는 현대 한국어에는 없는 다양한 자음군들이 있다. 이런 자음군들은 말 그대로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에서는 그 사이에 어떤 모음도 삽입하지 않고 발음한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그런 자음군이 없으니 &#8216;으&#8217;를 삽입하여 표기한다. 영어의 star는 /s/와 /t/ 사이에 모음이 없이 한 음절로 발음하지만 한국어에서는 &#8216;스타&#8217;로 적고 두 음절로 발음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8216;ㅅ&#8217; 다음에 &#8216;ㅌ&#8217; 발음이 바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의 자음군 표기에 삽입하는 &#8216;으&#8217;는 영어의 어떤 모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한국어에 비슷한 자음군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도록 넣는 것이다.</p>
<p>이상은 영어의 외래어 표기법 표기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언어에서는 [ə]를 &#8216;으&#8217;로 적는 일이 있다. 프랑스어의 [ə]는 &#8216;으&#8217;로 적도록 되어 있다. 프랑스어에서 [ə]로 통상적으로 적는 음은 철자상으로는 e로 나타내며 사실 [œ]에 음가가 가깝다. 그런데 흔히 &#8216;묵음 e (e caduc)&#8217;라고 부르는 이 e는 경우에 따라 [ə]로 발음하기도 하고 탈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ppeler 같은 단어는 프랑스 북쪽에서는 보통 [a.ple], 남쪽에서는 보통 [a.pə.le]라고 발음한다. [ə]를 &#8216;으&#8217;로 적기로 함으로써 둘 다 &#8216;아플레&#8217;로 표기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비슷한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고대 히브리어의 &#8216;슈바'(도은이 아버님이 &#8216;셰와&#8217;라고 부른 음) 역시 &#8216;으&#8217;로 적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히브리어의 슈바는 시대에 따라 [ə] 비슷한 모음으로 발음되기도 했고 탈락하기도 했으며 개역한글판을 비롯한 주요 성경 번역에서도 &#8216;으&#8217;로 적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p>
<p>하지만 영어의 외래어 표기에서 [ə]를 &#8216;으&#8217;로 적은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수학자 De Morgan을 &#8216;드모르간&#8217;이라고 적은 예가 있지만 이 경우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른 것이 아니라 관용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 확실하다(규정을 따르자면 &#8216;더모건&#8217;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러니 발음을 근거로 Knuth를 &#8216;크누스&#8217;로 적자고 주장하려면 원 발음이 [knuːθ]라고 봐야 한다. 원 발음이 [kə.ˈnuːθ]라 하면서 이를 &#8216;크누스&#8217;로 적자고 할 수는 없다.</p>
<h2>발음 대신 철자를 따라 적는다면?</h2>
<p>영어에서 [ə]는 &#8216;a&#8217;, &#8216;o&#8217;, &#8216;e&#8217; 등 철자상의 모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Knuth에서는 [ə] 발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낼만한 철자상의 모음이 없다. 그래서 &#8216;크누스&#8217;로 적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p>
<p>분명히 [ə]가 선택적으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철자상으로 모음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8216;어&#8217;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8216;으&#8217;로 적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Logan을 &#8216;로건&#8217;으로 적는 것은 a라는 철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little을 &#8216;리틀&#8217;로 적는 것은 t와 l 사이에 모음이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button, sudden, Johnson의 경우처럼 예외도 매우 많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ə]가 들어간 발음과 탈락된 발음이 둘 다 가능할 때만 해당되는 얘기라는 것이다. 영어 화자 절대 다수에게는 Knuth [kə.ˈnuːθ]의 [ə]는 생략할 수 없는 모음이니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p>
<p>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매우 불규칙하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철자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발음에 따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모르는 일반인은 철자에 따라 적는다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영어의 한글 표기의 오류는 철자에 가깝게 써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려면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에 가깝게 적자고 할 수는 없다.</p>
<h2>결론</h2>
<p>Knuth는 철자상의 kn을 /n/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영어 이름으로는 예외적인 이름이다. 본인이 제시하는 발음은 [kə.ˈnuːθ]이고, 대다수 영어 화자도 kn의 /k/와 /n/을 모두 발음하라고 하면 그렇게 삽입 모음 [ə]를 넣어 발음한다. 이를 따르면 &#8216;커누스&#8217;라는 표기가 맞다.<br />
독일어 등 다른 언어를 접하여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영어 화자들은 [knuːθ]라고 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Knuth에서는 [ə] 모음이 철자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무시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8216;크누스&#8217;라고 적자고 주장할 수 있다.</p>
<p>그러나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화자를 설정하는 것은 조금 억지라는 생각이다. 외국어 이름을 볼 때 그 언어의 발음을 아는 사람들은 영어에 없는 발음이더라도 흉내내곤 한다. 그러나 Knuth를 외국어 이름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 만약 Knuth를 덴마크어나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독일어 이름으로 본다면 이들 언어에는 [θ] 발음이 없으므로 &#8216;크누트&#8217;라고 표기하게 되어 실제 영어 발음에서 멀어진다. 그러니 Knuth는 영어 이름으로 봐야 하며 대다수 영어 화자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본인이 제시한 발음이 [kə.ˈnuːθ]라면 이에 따라 &#8216;커누스&#8217;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 하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사람들이 이 표기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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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Oh no! 영어 이중모음 [ou]의 표기</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1/13/oh-no-%ec%98%81%ec%96%b4-%ec%9d%b4%ec%a4%91%eb%aa%a8%ec%9d%8c-ou%ec%9d%98-%ed%91%9c%ea%b8%b0/</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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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12 Jan 2009 21:18:17 +0000</pubDate>
				<category><![CDATA[외래어 표기 실무]]></category>
		<category><![CDATA[ou]]></category>
		<category><![CDATA[대모음추이]]></category>
		<category><![CDATA[스코틀랜드영어]]></category>
		<category><![CDATA[아일랜드영어]]></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이중모음]]></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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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세칙은 [ou]를 &#8216;오&#8217;로 적도록 하고 있고 boat [bout]를 &#8216;보트&#8217;로 적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발음이 [ou]라면 왜 &#8216;오우&#8217;가 아닌 &#8216;오&#8217;로 적도록 한 것일까? 국립국어원의 정희원이 쓴 &#8220;영어 모음의 외래어 표기&#8220;에 나오는 설명을 보자. [ou]를 ‘오’로 적는 것은 ‘오우’로 적는 것보다 영어의 본래 발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ou]의 [u]는 일종의 과도음으로 음성학적으로는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세칙은 [ou]를 &#8216;오&#8217;로 적도록 하고 있고 boat [bout]를 &#8216;보트&#8217;로 적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발음이 [ou]라면 왜 &#8216;오우&#8217;가 아닌 &#8216;오&#8217;로 적도록 한 것일까?</p>
<p>국립국어원의 정희원이 쓴 &#8220;<a href="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109/38_4.html">영어 모음의 외래어 표기</a>&#8220;에 나오는 설명을 보자.</p>
<blockquote>[ou]를 ‘오’로 적는 것은 ‘오우’로 적는 것보다 영어의 본래 발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ou]의 [u]는 일종의 과도음으로 음성학적으로는 [o]를 발음한 상태에서 입술 모양만을 [u]로 바꾸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o]와 [u]의 결합이라기보다는 [o]의 장음과 비슷한 음가를 지니고 있다.</p></blockquote>
<p>보통 영어를 듣고 적을 때 [ou]를 이중모음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8216;오&#8217;로 많이 적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Cola는 &#8216;콜라&#8217;로 적고, note는 &#8216;노트&#8217;라고 보통 적지 않는가?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영어의 다른 이중모음도 끝부분이 과도음인 것은 마찬가지이고(그래서 영어의 이중모음을 &#8216;falling diphthong&#8217;이라고 한다) &#8216;오&#8217;가 &#8216;오우&#8217;보다 본래 발음에 가깝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p>
<p>그래서 영어의 이중모음 [ou]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8220;<a href="1286289.html">국제 음성 기호</a>&#8221; 글에서 설명했듯이 [ou]는 구식 표기로 요즘은 표준 영국 발음을 나타낼 때는 [əʊ], 표준 미국 발음을 나타낼 때는 [oʊ]라고 적고 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표준 영국 발음과 표준 미국 발음을 통틀어서 다룰 때는 발음을 [oʊ]라고 적고, 이렇게 발음되는 음소는 /ou/라고 부르기로 한다. 원래 이중모음을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할 때에는 더 약한 부분 밑에 &lt;  ̯&gt; 기호를 붙여 [oʊ̯]와 같이 적어야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모두 생략하고 [oʊ]와 같이 적는다. 이중모음에 대응되는 용어는 보통 &#8216;단모음(單母音)&#8217;이지만 모음의 길이가 짧다는 뜻의 단모음(短母音)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혼동을 피하기 위해 &#8216;단순모음&#8217;이라고 부르기로 한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5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6ba3ee7f448.gif" alt="" width="158" height="107" />원래 이중모음은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할 때 더 약한 부분 밑에 &lt;  ̯&gt; 기호를 붙인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요즘 쓰는 글에서는 영어의 이 모음은 GOAT 모음이라고 부르고 원칙대로 [oʊ̯]와 같이 쓰며 음소로도 /oʊ̯/로 쓴다.</p>
<h2>이중모음 /ou/의 역사</h2>
<p>오늘날 영어에서 쓰는 이중모음 /ou/는 원래 중세 영어(Middle English)에서는 두 가지 다른 모음이었던 것이 합쳐진 것이다. 지금은 stone [stoʊn]의 모음과 know [noʊ]의 모음이 둘 다 [oʊ]이지만 1400년경 중세 영어에서는 stone이 [stɔːn]으로, know가 [nɔu]로 발음되어 각각 다른 모음을 썼다. 보통 철자가 oa, oe, oCe인 단어(C는 자음을 나타냄)는 본래 stone과 같은 모음이었고, ou, ow인 단어는 know와 같은 모음이었다. 물론 [ɔː]와 [ɔu]는 후대의 학자들이 재구성한 발음이다. 여기서는 <a href="http://en.wikipedia.org/wiki/Great_Vowel_Shift">영어판 위키백과</a>에 근거하여 /ou/의 역사를 설명하겠다.</p>
<p>중세 영어의 모음은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철자에 가깝게 발음되었다. 하지만 중세 영어의 모음 체계는 대모음추이(Great Vowel Shift)라는 대변혁을 겪는다. 중세 영어의 장모음의 발음 위치가 연쇄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래서 stone의 [ɔː] 모음은 [oː]로 상승하였고, [oː]로 발음되던 moon의 모음은 [uː]로 상승하였다. 한편 대모음추이와 비슷한 시기 know의 이중 모음 [ɔu]도 [ou]로 선행 요소가 상승하였다.</p>
<p>그러다가 1700년경에는 know의 [ou]가 단순모음화하여 [oː]로 변화한 stone의 모음과 합쳐졌다. 이것을 toe-tow 융합(merger)이라고도 하는데, 중세 영어에서 각각 [tɔː]와 [tɔu]로 발음이 구별되던 toe와 tow가 발음이 [tɔː]로 합쳐졌기 때문이다.</p>
<p>1800년경에는 다시 이 [oː]가 이중모음화하여 [oːu]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중고 장모음인 [eː]도 [eɪ]로 이중모음화했으므로 이 두 현상을 묶어 &#8216;장음 중모음 이중모음화(long mid diphthonging)&#8217;라고 부르기도 한다. [oːu]는 다시 바뀌어 1900년경에는 영국이나 미국이나 /ou/를 [oʊ]로 발음하게 되었다.</p>
<h2>표준 영국 발음의 /ou/는 계속해서 변화를 겪고&#8230;</h2>
<p>미국 영어 표준 발음(General American)의 /ou/는 오늘날에도 대체로 [oʊ]로 발음된다고 본다. 하지만 영국 영어 표준 발음(Received Pronunciation)에서는 20세기에 /ou/의 발음이 또 바뀌어 미국 발음과 달라졌다.</p>
<p>오늘날 널리 쓰이는 표준 영국 영어의 국제 음성 기호 표기는 앨프리드 C. 김슨(Alfred C. Gimson)이 1960년대에 정립했다. 김슨은 표준 영국 영어의 현실 발음이 바뀐 것을 반영하여 /ou/를 [əʊ]로 표기했다. /ou/의 선행 요소가 현실에서 더이상 원순 후설모음이 아니라 비원순 중설모음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p>
<p>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이하 LPD)의 편집자인 존 C. 웰스(John C. Wells)는 그동안 영어의 국제 음성 기호 표기에서 [ə]가 강세가 없는 모음이나 [ɪə, ʊə] 등의 이중모음에서 강세를 받지 않는 요소에만 사용되었으므로 [əʊ]에서처럼 이중모음에서 강세를 받는 부분에 이 기호를 사용하는 것은 혼동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한 바가 있다(<a href="http://www.phon.ucl.ac.uk/home/wells/blog0707a.htm">웰스의 개인 블로그 참고</a>). 웰스는 /ou/의 영국 표준 발음은 [ɜʊ]로 표기하거나 차라리 현실 발음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미국 표준 발음에서처럼 [oʊ]로 표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웰스도 [əʊ]가 학계의 표준 표기가 된 것을 인정해 LPD를 비롯한 그의 저서에서 /ou/를 [əʊ]로 쓰고 있다.</p>
<h2>스코틀랜드 영어와 아일랜드 일부에서 /ou/는 이중모음이 아니다</h2>
<p>지금까지 표준 영국 발음과 표준 미국 발음만 다뤘는데 그 외의 나라라든지 영국과 미국의 각 지방에서 쓰는 발음까지 살펴보면 /ou/는 꽤 다양하게 발음된다. 특히 /ou/가 이중모음이 아닌 단순모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코틀랜드 영어와 아일랜드 영어이다.</p>
<p>&#8220;Learn the Scottish Accent &#8211; Lesson 2&#8243;라는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한다. 스코틀랜드 사람이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모음 발음하는 법을 가르치는 동영상인데, /ou/는 A, E, I, O, U 가운데 네 번째 모음으로 소개한다. 이중모음이 아닌 단순모음 [o]라고 발음하는 것을 분명히 들을 수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원문에서 링크했던 동영상은 더이상 볼 수 없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억양을 소개하는 아래 동영상으로 대체한다. 3분 32초경부터 표준 영국 영어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억양의 /oʊ̯/ 발음을 비교한다.</p>
<p><center><iframe loading="lazy" title="YouTube video player" src="https://www.youtube.com/embed/3FBDCmibOM4?start=212" width="560" height="315" frameborder="0" allowfullscreen="allowfullscreen"></iframe></center>외부인이 볼 때 스코틀랜드 억양의 큰 특징 중 하나가 /ou/가 단순모음 [o]로 발음된다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이니 이는 예전에도 대충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아일랜드 영어에서도 /ou/는 단순모음인 [oː]로 발음된다는 자료를 찾은 것은 조금 뜻밖이었다.</p>
<p>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아일랜드 영어에서는 그런 발음을 눈치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자세히 알아보니 지역에 따라 /ou/가 단순모음으로 발음되는 곳도 있고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곳도 있었다.</p>
<p>독일 뒤스부르크에센 대학 홈페이지 가운데 &#8220;<a href="http://www.raymondhickey.com/IERC_Phonology.htm">The Phonology of Irish English</a>&#8220;라는 문서에 아일랜드 영어에서 /ou/의 발음이 다음과 같이 자세히 나와있다.</p>
<ul>
<li>북부 농촌 발음(Rural Northern) [ɔʊ, oː]</li>
<li>더블린 일반 대중 발음(Popular Dublin) [ʌɔ]</li>
<li>더블린 유행 따르는 발음(Fashionable Dublin) [əʊ]</li>
<li>남서부·서부 농촌 발음(Rural South-West/West) [oː]</li>
<li>남부 초지역적 발음(Supraregional Southern) [əʊ, oʊ]</li>
</ul>
<p>결국 남서부와 서부의 농촌과 북부 농촌의 일부에서 /ou/를 단순모음 [oː]로 발음하고 있고, 도시인 더블린은 물론 남부에서 지역색이 없는 발음에서도 정확한 발음은 다양하지만 이중모음으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일랜드에서도 시골 사람들이 아니면 /ou/를 단순모음 [oː]로 발음하는 것은 듣기 어려울 것이다.</p>
<h2>다양한 영어 발음</h2>
<p>아일랜드 영어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사실 지역마다 쓰는 영어 발음의 차이를 따지면 매우 복잡해진다. 이에 대해 더 배우고 싶으면 &#8220;<a href="http://www.soundcomparisons.com/">Sound Comparisons</a>&#8220;라는 웹사이트에 가보라. 몇몇 기본 단어에 대해 여러 지역에서 쓰는 발음을 국제 음성 기호로 표기하고 있으며 대부분 음성 파일까지 제공하고 있다. /ou/가 들어가는 단어는 bone, cold, holy, home, oak, open, over, snow, stone, toe 등이 있다. 아래는 toe의 발음을 보여주는 표의 일부.</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56"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1/f0074568_496b6cb8e987b.gif" alt="" width="548" height="437" />&#8220;<a href="http://www.soundcomparisons.com/">Sound Comparisons</a>&#8220;에 나오는 toe의 발음을 보여주는 표의 일부</p>
<p>영국 표준 발음은 /ou/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지만 잉글랜드 방언 가운데도 /ou/를 단순모음으로 발음하는 곳이 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p>
<p>또 toe-tow 융합이 나타나지 않는 방언도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웨일스 영어이다. 웨일스에서는 toe를 [toː]로, tow를 [tou]로 발음하여 구별한다. 중세 영어 때의 구별이 웨일스 영어에는 남아있는 것이다. 웨일스 영어에서는 또 moan과 mown, groan과 grown, sole과 soul, throne과 thrown의 발음이 구별되어 전자에는 단순모음 [oː]를, 후자에는 이중모음 [ou]를 쓴다. 이외에도 toe 계열과 tow 계열에 조금씩 다른 이중모음을 써서 구별하는 방언도 있다고 한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 쓰는 영어 발음 표기에서는 이 모든 가능한 발음을 대표하여 [ou]라고 적고 있지만 이는 [oʊ], [əʊ], [oː], [ʌʊ] 등 여러가지 가능한 발음을 임의로 단순화시킨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글 표기도 원 발음에 가깝게 한다고 방언마다 &#8216;오우&#8217;, &#8216;오&#8217;, &#8216;어우&#8217;, &#8216;어오&#8217;, &#8216;외위&#8217; 등으로 다르게 적는 대신 &#8216;오&#8217;를 대표로 정했을 뿐이다. &#8216;오우&#8217;라고 쓰면 몇몇 방언에서 쓰는 발음에 더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모든 가능한 발음과 비슷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는 &#8216;오&#8217;로 써도 마찬가지이다.</p>
<h2>단어별로 /ou/와 다른 모음이 혼용되는 경우</h2>
<p>영어의 /ou/는 &#8216;o&#8217; 계열 음소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 hot, stop 등의 단어에 등장하는 모음도 &#8216;o&#8217; 계열 음소이다. 이 모음의 표준 영국 발음은 [ɒ], 표준 미국 발음은 [ɑ(ː)]이다. 이 음소를 편의상 /ɒ/로 쓰도록 하자. 이 모음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8216;오&#8217;로 적도록 되어 있다. &#8216;밥 딜런(Bob Dylan)&#8217;처럼 미국인 이름을 쓸 때는 미국식 발음대로 &#8216;아&#8217;로 적는 때도 있지만. 영어에서는 /ɒ/를 &#8216;short O&#8217;, /ou/를 &#8216;long O&#8217;라고 부르기도 한다.</p>
<p>같은 단어도 어떤 사람은 모음을 /ou/로 발음하고 다른 이들은 /ɒ/로 발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8216;프로세스&#8217;의 원어 process를 살펴보자. 첫 모음은 /ou/로 발음하기도 하고 /ɒ/로 발음하기도 한다. 영국식 발음에서는 /ou/가 우세하지만 미국식 발음에서는 /ɒ/가 우세하다. 만약 /ou/를 &#8216;오우&#8217;로 적고 /ɒ/를 &#8216;오&#8217;로 적기로 했다면 &#8216;프로우세스&#8217;로 적을지 &#8216;프로세스&#8217;로 적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produce라는 단어가 명사로 쓰일 때는 영국식으로는 첫 모음을 /ɒ/로 발음하지만 미국식으로는 첫 모음을 /ou/로 발음하는 것이 우세하다. /ou/도 &#8216;오&#8217;로 적음으로써 /ɒ/와 표기를 통일하면 깔끔하게 해결된다.</p>
<p>Kosovo의 첫 모음처럼 외래어에서 원 모음이 [o]이나 [ɔ]인 경우와 trophic과 같은 생소한 단어일수록 o를 /ou/로 발음할지, /ɒ/로 발음할지에 대한 혼동이 더 커진다. 이런 혼동은 인명이나 지명에서 특히 심하다. 외래어 표기법은 인명이나 지명 같은 고유 명사에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고유 명사의 발음 정보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Conan이란 인명에서 첫 모음은 /ou/로 발음되기도 하고, /ɒ/로 발음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ou/를 &#8216;오&#8217;로 적기로 하면 발음을 따질 필요 없이 &#8216;코넌&#8217;으로 표기를 통일하면 된다.</p>
<p>미국 표준 발음에서 /ou/는 r 앞의 [ɔː] 발음 대신 쓰이기도 한다. Flora라는 이름은 [ˈflɔːrə]가 될 수도 있고 [ˈfloʊrə]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ou/를 &#8216;오&#8217;로 적어 &#8216;플로라&#8217;로 표기를 통일하면 그만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미국 발음에서 Flora를 [ˈfloʊrə]로 발음할 수도 있다는 말은 이른바 NORTH 모음이 아닌 FORCE 모음으로 구별하는 화자도 있다는 말인데 오늘날 상당히 드물고 거의 모든 이들이 [ˈflɔːɹ.ə] 로 발음한다. 영어에서는 원래 짧은 모음 /ɒ/가 r 앞에 올 때의 NORTH 모음과 /oʊ̯/가 r 앞에 올 때의 FORCE 모음을 구별했는데 오늘날에는 구별 없이 보통 둘 다 [ɔː<em>ɹ</em>]로 발음한다. FORCE 모음이 구별된 발음은 [oə], [ɔə], [ɔɚ], [oɚ] 등 다양하게 나타냈는데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는 그냥 [oʊ(r)]로 나타냈기 때문에 원문에서는 이 설명을 따랐다. 이 사전에서는 미국 발음에서 FORCE 모음이 구별된 발음을 가능 발음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oʊ(r)]로 적은 것은 기존 발음 기호로 흔하지 않은 이 구별을 나타내기 위해 고른 방식이니 실제 발음과 딱히 가깝지는 않을 수 있다.</p>
<p>이처럼 /ou/를 &#8216;오&#8217;로 표기하도록 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p>
<p>단순히 /ou/가 &#8216;오&#8217;의 장모음 가깝게 들린다고 해서 &#8216;오&#8217;로 적는 것은 이유가 좀 약하지만 역사적으로 단순모음이었고, 아직도 일부 주요 방언에서 단순모음으로 발음하며, 더구나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ou/와 /ɒ/, /ɔː/ 등의 발음이 혼용되는 경우에 가장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ou/를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수긍이 갈 것이다.</p>
<h2>영어의 ou, ow를 &#8216;오우&#8217;로 적는 문제</h2>
<p>그런데도 현실적으로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o만 있으면 go는 &#8216;고&#8217;, stone은 &#8216;스톤&#8217;으로 잘 적으면서 soul은 &#8216;소울&#8217;, rainbow는 &#8216;레인보우&#8217;, window는 &#8216;윈도우&#8217;로 적는 일이 많다. 철자의 ou와 ow에 이끌려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웨일스 영어를 포함한 극히 소수의 방언을 제외하고는 그런 단어의 모음과 go, stone 등의 모음이 똑같으니 그렇게 한글 표기를 구별할 이유가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8216;솔&#8217;, &#8216;레인보&#8217;, &#8216;윈도&#8217; 등으로 적어야 한다.</p>
<p>엉뚱하게도 단순모음 [ɔː]로 발음되는 aw마저 w라는 철자의 영향으로 &#8216;오우&#8217;로 적는 일도 보게 된다. 영화 제목 Saw의 한글 표기를 &#8216;쏘우&#8217;로 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8216;소&#8217;이니 이를 그대로 쓰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틀린 표기를 쓰기보다는 &#8216;쇠톱&#8217;과 같은 한국어 제목을 붙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p>
<h2>부록: 세계 언어의 [ou] 계열 이중모음 열전</h2>
<h2>포르투갈어의 ou 표기</h2>
<p>영어의 /ou/와 비슷한 이중모음은 포르투갈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의 포르투갈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를 보면 이중모음 ou는 &#8216;오&#8217;로 적도록 하고 있으며 Lousã은 &#8216;로장&#8217;, Mogadouro는 &#8216;모가도루&#8217;로 적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p>
<p>포르투갈어의 ou는 [ou]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a href="http://en.wikipedia.org/wiki/Portuguese_phonology#Oral_diphthongs">영어판 위키백과</a>에 따르면 다수의 화자들의 [ou]는 [o]와 합쳐진다고 한다. 특히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무강세 음절의 ou가 [o]로 발음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포르투갈어의 ou 역시 &#8216;오&#8217;로 적는 것이다.</p>
<p>대신 브라질 포르투갈어에 한해 &#8216;오우&#8217;라는 표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어말과 자음 앞의 l이 모음화하여 [u]가 되었기 때문에 종래의 ou와는 관계가 없는 새로운 이중모음 [ou]와 [ɔu]가 생겼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브라질 이름에 한해 어말과 자음 앞의 l을 &#8216;우&#8217;로 적도록 하고 있어 Caracol가 브라질 이름이라면 &#8216;카라코우&#8217;로 적어야 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포르투갈어의 ou [o(u̯)]는 음운론적으로는 /o/와 /w/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모음 /u/가 음절성을 잃은 것이므로 여전히 /u/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이중모음의 활음부를 구성하는 음은 흔히 반모음으로 취급한다). 영어의 이중모음은 단일 음소이지만 포르투갈어의 ou는 두 음소의 결합이라서 음성학적으로는 이중모음이더라도 음운론적으로는 이중모음이 아니라 두 모음이 연속된 것이다. au /aw/ &#8216;아우&#8217;, éu /ɛw/ &#8216;에우&#8217;, eu /ew/ &#8216;에우&#8217;, iu /iw/ &#8216;이우&#8217; 등 모든 모음과 /w/의 결합이 가능하니 원칙적으로 /w/는 &#8216;우&#8217;로 표기를 통일할 수 있겠지만 ou /o(w)/에서는 /w/가 흔히 탈락하여 /o/와 합치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오&#8217;로 적는 것이다.</p>
<h2>네덜란드어의 oo 표기</h2>
<p>네덜란드어의 oo는 네덜란드식 발음에서는 이중모음 [oʊ]로 실현되고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oː]로 실현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것도 &#8216;오&#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어의 ee의 경우 네덜란드에서는 [eɪ]로, 벨기에에서는 [eː]로 실현되는데 &#8216;에이&#8217;로 적게 한 것, 또 반대로 eu의 경우 네덜란드에서는 [øʏ]로, 벨기에에서는 [øː]로 실현되는데 &#8216;외&#8217;로 적게 한 것과 비교하면 흥미롭다.</p>
<p>네덜란드어의 ou는 네덜란드식 발음으로는 [ʌʊ] 내지 [aʊ],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ɔʊ] 내지 [ɔː]로 실현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네덜란드식 발음에 가깝게 &#8216;아우&#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네덜란드어의 /oː/는 철자 oo로 나타내기도 하고 grote [ˈɣroːtə] &#8216;흐로터&#8217;에서와 같이 자음 한 자와 모음이 따를 때는 그냥 철자 o로 나타낸다. 네덜란드어 음운론에서는 장모음으로 흔히 분류되는 /oː/ [oː~oʊ̯], /eː/ [eː~eɪ̯], /øː/ [øː~øʏ̯]는 각각 한 음소이다. 이중모음으로 분류되는 ou /ʌu̯/ [ʌʊ̯~aʊ̯~ɔʊ̯~ɔː] 역시 단일 음소이다(실제 발음에서는 방언에 따라 /oː, eː, øː/도 이중모음으로 발음될 수 있고 /ʌu̯/도 벨기에 일부 발음에서 [ɔː]로 단순모음화할 수 있지만 네덜란드어 음운론에서는 통상적으로 전자는 장모음, 후자는 이중모음으로 분류한다). 요즘 생각을 정리하자면 [ou] 비슷하게 발음되는 모음이 해당 언어에서 단일 음소를 나타내고 단순모음으로 발음될 수 있거나 앞뒤 음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이중모음일 경우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는 네덜란드어 /oː/ [oː~oʊ̯]를 &#8216;오&#8217;로 적는 근거가 된다.</p>
<h2>에스파냐어, 체코어, 루마니아어의 ou 표기</h2>
<p>한편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는 언어 가운데는 ou라는 철자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도 있다. 이는 &#8216;오우&#8217;로 적으라는 암묵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p>
<p>에스파냐어(스페인어)의 ou는 이중모음 [ou]이고 체코어의 ou는 이중모음 [ou], 루마니아어의 ou는 이중모음 [ou]를 나타낸다. 이들 모두 &#8216;오우&#8217;로 쓴다고 하면 에스파냐어의 bou는 &#8216;보우&#8217;, 체코어의 koule는 &#8216;코울레&#8217;, 루마니아의 nou는 &#8216;노우&#8217;가 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에스파냐어 토박이말에서는 ou가 Estados Unidos에 접미사 -ense가 붙은 형용사형인 estadounidense [esˌtadouniˈdense] &#8216;에스타도우니덴세&#8217;에서처럼 음소 /o/와 /u/의 결합일 때만 나타난다. 그러니 음성학적으로는 이중모음으로 발음될 수 있더라도 영어에서와 달리 단일 음소를 나타내지 않는다. 에스파냐어의 bou는 카탈루냐어에서 차용한 말이다. 또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인 Lourdes [ˈluɾð̞es] &#8216;루르데스&#8217;에서처럼 에스파냐어의 철자 ou는 [u]를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체코어에서 ou는 koule에서처럼 단일 음소인 이중모음 /ou̯/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po- +‎ užívat로 이루어진 používat [ˈpoʔuʒiːvat] &#8216;포우지바트&#8217;에서처럼 /o/와 /u/ 음소가 결합한 것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방언에 따라 성문 폐쇄음 [ʔ]를 둘 사이에 삽입하는 일이 많다. 체코어의 ou가 단일 음소만 나타낸다면 &#8216;오&#8217;로 적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두 음소의 조합인 경우도 있으므로 계속 &#8216;오우&#8217;로 적는 것이 좋겠다. 한편 루마니아어의 ou [ou̯]는 음운론적으로 /o/ 뒤에 반모음 /w/가 붙은 /ow/로 분석하며 au /aw/ &#8216;아우&#8217;, eu /ew/ &#8216;에우&#8217;, iu /iw/ &#8216;이우&#8217;, âu /ɨw/ &#8216;으우&#8217; 등 모든 모음과 /w/의 결합이 가능하니 /w/는 &#8216;우&#8217;로 통일하여 계속 &#8216;오우&#8217;로 적는 것이 낫다.</p>
<h2>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언어의 경우</h2>
<p>이렇듯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언어에 따라 /ou/ 계열의 이중모음을 &#8216;오&#8217;로 적기도 하고 &#8216;오우&#8217;로 적기도 하니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언어의 경우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p>
<p>예를 들어 카탈루냐어의 ou [ou]는 에스파냐어처럼 &#8216;오우&#8217;로 적어야 할까? 아니면 포르투갈어처럼 &#8216;오&#8217;로 적어야 할까? 둘 다 일리가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 발음은 워낙 잘못 알려진 것이 많아 다른 부분부터 제대로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이 문제 때문에 예전에 나름대로 <a href="http://pyogi.pbwiki.com/%EC%B9%B4%ED%83%88%EB%A3%A8%EB%83%90%EC%96%B4">카탈루냐어 한글 표기 원칙</a>을 세운 적이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구장인 Camp Nou [kam nɔu]는 &#8216;캄 노우&#8217; 또는 &#8216;캄 노&#8217;가 되겠지만 발음을 잘못 안 &#8216;캄프 누&#8217;라고 흔히 표기하고 있다. 일단 카탈루냐어 사용지역은 대부분 에스파냐어 사용지역과 겹치므로 에스파냐어로 잘못 아는 수가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에스파냐어처럼 ou는 &#8216;오우&#8217;로 적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카탈루냐어의 ou는 낱말에 따라 /ɔw/ [ɔu̯] 또는 /ow/ [ou̯]를 나타내며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에스파냐어에서처럼 모음 음소와 /w/의 결합이다(원문에서는 카탈루냐어 nou의 발음을 [nou]로 잘못 썼지만 [nɔu̯]가 맞다). 따라서 /w/의 표기를 &#8216;우&#8217;로 통일할 수 있다. 포르투갈어와 달리 이 음이 탈락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카탈루냐어의 ou는 &#8216;오우&#8217;로 적는다.</p>
<p>일반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언어에서 /ou/ 계열 이중모음이 철자 ou로 나타나는 경우는 &#8216;오우&#8217;로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런 언어는 발음에 대한 정보를 찾기 힘들어 철자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어의 koulu에 나오는 ou는 [ou]로 발음되는 이중모음이지만, 핀란드어의 발음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게 이중모음인지 [o]와 [u] 발음이 독립되어 발음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면 &#8216;코울루&#8217;라고 적기 쉽다. 이런 경우는 쉬운 쪽을 따르는 것이 좋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핀란드어의 au [ɑu̯] &#8216;아우&#8217;, eu [eu̯] &#8216;에우&#8217;, iu [iu̯] &#8216;이우&#8217;, ou [ɑu̯] 등은 보통 각각 /ɑ/, /e/, /i/, /o/가 /u/가 결합한 두 모음 음소의 조합으로 분석한다. 핀란드어의 ou는 /o/와 /u/의 조합이니 &#8216;오우&#8217;로 적는다.</p>
<p>쉬운 쪽을 따르는 논리를 적용하면 아이슬란드어와 페로어의 /ou/ 계열 이중모음은 &#8216;오&#8217;로 표기하는 것이 낫다. 아이슬란드어와 페로어에서 이 이중모음은 ó라는 철자로 쓰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어의 ó는 [ou(ː)], 페로어의 긴 ó는 [ɔuː]로 발음된다. 아이슬란드어와 페로어의 발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ó를 &#8216;오&#8217;로 표기하기 쉽고, 더구나 악센트 표시를 생략한 경우에는 o와 구별할 수 없으니 &#8216;오&#8217;로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이슬란드 밴드 Sigur Rós [ˈsɪːɣʏr rouːs]를 한글로 표기할 때 앞의 Sigur는 &#8216;시규어&#8217;, &#8216;시겨&#8217;, &#8216;시어&#8217; 등 수많은 표기를 보았지만 뒤의 Rós는 대체로 &#8216;로스&#8217;로 통일하고 있다. 나는 <a href="http://pyogi.pbwiki.com/%25EC%2595%2584%25EC%259D%25B4%25EC%258A%25AC%25EB%259E%2580%25EB%2593%259C%25EC%2596%25B4">아이슬란드어 한글 표기 원칙</a>도 나름대로 세워본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Sigur Rós의 한글 표기는 &#8216;시귀르 로스&#8217;이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아이슬란드어의 ó는 짧은 음으로는 /ou/, 긴 음으로는 /ouː/를 나타낸다. 페로어의 ó는 짧은 음으로는 /œ/, 긴 음으로는 /ɔuː/를 나타낸다. 이들은 각각 단일 음소이니 앞서 언급한 원칙에 따라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p>
<p>아프리칸스어의 ou는 좀더 복잡한 경우이지만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비슷한 언어인 네덜란드어의 ou는 &#8216;아우&#8217;로 적게 되어 있지만, 아프리칸스어의 ou는 발음이 네덜란드어와 다르다. 아프리칸스어의 ou의 발음은 [əu]라고 쓰기도 하고 [œu]라고 쓰기도 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얼핏 /ou/와는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ou/의 표준 영국 발음인 [əʊ]와 크게 다르지 않다.</p>
<p>아프리칸스어 사용지역에서는 대부분 영어도 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어에서는 /ou/가 [əʉ]로 발음되어 아프리칸스어의 ou와 발음이 꽤 가깝다. 그래서 아프리칸스어의 ou는 영어로 발음할 때 /ou/로 옮긴다. 그러니 아프리칸스어의 ou도 영어의 /ou/처럼 &#8216;오&#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p>
<p>아프리칸스어의 ou는 드물게 au라는 철자로 쓰기도 한다. 네덜란드어에서도 au와 ou의 발음이 같은데 아프리칸스어에서는 발음에 따라 철자를 단순화시켰기 때문에 네덜란드어에서 au를 쓰는 단어는 아프리칸스어에서 보통 ou를 쓰고 au라는 철자는 일부 단어에만 남아있다.</p>
<p>토크쇼 &#8216;미녀들의 수다&#8217;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패널이 &#8216;오빠&#8217;는 아프리칸스어로 &#8216;할아버지&#8217;를 뜻하는 말과 소리가 같다고 한 적이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57"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1/f0074568_496baa3b89989.jpg" alt="" width="400" height="217"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1/f0074568_496baa3b89989.jpg 4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09/01/f0074568_496baa3b89989-300x163.jpg 300w" sizes="auto, (max-width: 400px) 100vw, 400px" />&#8216;미녀들의 수다&#8217;에서 &#8216;오빠&#8217;는 아프리칸스어로 &#8216;할아버지&#8217;란 뜻이라고 한 장면(<a href="http://zlzonkyo.tistory.com/archive/20080715">출처</a>)</p>
<p>아프리칸스어에서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말은 oupa이다. 이 남아공 패널도 한국어의 &#8216;오&#8217;가 아프리칸스어의 ou에 해당하는 발음이라고 인식한 것이다.</p>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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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Python과 Guido van Rossum의 한글 표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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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Fri, 02 Jan 2009 23:12:29 +0000</pubDate>
				<category><![CDATA[외래어 표기 실무]]></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파이썬]]></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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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8216;파이썬&#8217;이라 하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 원래 이름은 Python. 텔레비전과 영화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국 코미디 팀 &#8216;몬티 파이선(Monty Python)&#8217;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그러니 Python은 영어 이름으로 보면 된다. Python은 고대 그리스어의 &#8216;피톤(Πύθων)&#8217;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이 죽였다고 하는 델포이의 거대한 뱀의 이름인데 영어에서는 &#8216;비단뱀&#8217;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Python의 발음은 Longman Pronunciation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8216;파이썬&#8217;이라 하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 원래 이름은 Python. 텔레비전과 영화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국 코미디 팀 &#8216;몬티 파이선(Monty Python)&#8217;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그러니 Python은 영어 이름으로 보면 된다. Python은 고대 그리스어의 &#8216;피톤(Πύθων)&#8217;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이 죽였다고 하는 델포이의 거대한 뱀의 이름인데 영어에서는 &#8216;비단뱀&#8217;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p>
<p>Python의 발음은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영국식으로는 [ˈpaɪ̯θ.<small>(ə)</small>n]이고, 미국식으로는 [ˈpaɪ̯θ.ɑːn]이란 발음이 주로 쓰이며 [ˈpaɪ̯θ.<small>(ə)</small>n]도 쓰인다고 한다. 미국식의 [ˈpaɪ̯θ.ɑːn]이란 발음은 마지막 모음이 John, Ron 등의 모음과 같다는 것인데 이에 대응하는 영국식 발음은 [ˈpaɪ̯θ.ɒn]이 되겠지만 그런 발음은 좀처럼 쓰이지 않는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0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5e5443ad7f4.png" alt="" width="300" height="72" />Python의 로고</p>
<p>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ˈpaɪ̯θ.n]은 &#8216;파이슨&#8217;, [ˈpaɪ̯θ.ən]은 &#8216;파이선&#8217;, [ˈpaɪ̯θ.ɑːn]은 &#8216;파이산&#8217;으로 적게 되어 있다. 그러나 <a href="http://www.python.or.kr/">한국 파이썬 사용자 모임</a>에서 쓰는 표기는 &#8216;파이썬&#8217;이다. 영어의 [θ] 발음은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ㅅ&#8217;으로 적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8216;ㅆ&#8217;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된소리 &#8216;ㅆ&#8217;에 가깝게 인식되는 영어의 [s] 발음을 &#8216;ㅅ&#8217;으로 적으면서도 [θ]는 &#8216;ㅆ&#8217;으로 적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8216;파이썬&#8217;이 공식 표기처럼 되었으니 외래어 표기법에는 어긋나더라도 이를 존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 이 글을 올리고 난 후 daewonyoon님의 제보로 &#8220;<a href="http//openlook.org/blog/2008/10/14/why-python-is-called-python-in-korea/">한국에서 파이썬이 파이썬이 된 사연</a>&#8220;이라는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막 파이썬이 각광받기 시작할 즈음인 2000년 4월 28일 한국의 파이썬 사용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당시 &#8216;파이선&#8217;, &#8216;파이톤&#8217;, &#8216;퓌톤&#8217; 등 매우 다양하게 불리던 Python의 한글 표기를 통일했다는 내용이다. &#8216;파이선&#8217;이라고 하면 약한 느낌이 들어 &#8220;강하고 새로운 인상을 주자&#8221;는 의미로 &#8216;파이썬&#8217;이라고 표기를 정했다고 한다.</p>
<p>&#8216;파이썬&#8217;이라는 표기가 원 발음을 [ˈpaɪ̯θ.ən]으로 본 것인지 [ˈpaɪ̯θ.ɑːn]으로 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얼핏 봐서는 [ˈpaɪ̯θ.ən]을 적은 것 같지만 [ˈpaɪ̯θ.ɑːn]을 &#8216;파이썬&#8217;으로 인식한 것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철자에서 o로 적는 미국식 발음의 [ɑː]는 &#8216;ㅓ&#8217;로 적는 일이 많다.</p>
<p>보통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국식 발음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의 철자 o는 발음에 따라 &#8216;ㅗ&#8217; 또는 &#8216;ㅓ&#8217;로 표기된다. 그러니 미국식 발음의 [ɑː]를 듣고도 철자가 o라면 &#8216;ㅗ&#8217; 아니면 &#8216;ㅓ&#8217;라고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ɑː]에 가까운 &#8216;ㅓ&#8217;로 적는 일이 많은 듯하다.</p>
<p>미국 지명인 Hollywood [ˈhɑːl.i.wʊd]는 미국식 발음을 따라 &#8216;할리우드&#8217;로 적는 것이 표준이지만 &#8216;헐리웃&#8217; 또는 &#8216;헐리우드&#8217;로 적는 것을 많이 본다. Sean [ˈʃɔːn]을 표준 표기인 &#8216;숀&#8217;이 아니라 &#8216;션&#8217;으로 적는 것은 [ɔː]를 &#8216;ㅓ&#8217;로 인식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미국 일부에서 쓰는 발음인 [ˈʃɑːn]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p>
<p>얼마 전에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않은 표기가 흔히 쓰이는 대표적인 예로 &#8216;컨텐츠&#8217;가 뽑힌 적이 있다. 영어 contents는 영국식 발음인 [ˈkɒn.tɛnts]를 따른 &#8216;콘텐츠&#8217;로 쓰는 것이 표준이다. 미국식 발음인 [ˈkɑːn.tɛnts]는 &#8216;칸텐츠&#8217;라 적어야 하지만 condition ([kən.ˈdɪʃ.<small>(ə)</small>n], &#8216;컨디션&#8217;)과 같은 단어에서 con-이 무강세 음절로 [kən]으로 발음되어 &#8216;컨&#8217;으로 적는 것과 혼동하여 &#8216;컨텐츠&#8217;라는 표기가 나온 것 같다. &#8216;콘퍼런스&#8217; (conference [ˈkɒn.f<small>(ə)</small>ɹ‿<em>ə</em>ns])를 흔히 &#8216;컨퍼런스&#8217;로 잘못 적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p>
<p><b>Guido van Rossum</b></p>
<p>파이썬을 개발한 사람은 Guido van Rossum이라고 하는 네덜란드인이다. 이 이름은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1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5e50a7f112d.jpg" alt="" width="150" height="225" />파이썬의 개발자 Guido van Rossum</p>
<p>외래어 표기법에는 오랫동안 네덜란드어 표기 기준이 없다가 2005년 12월 28일 네덜란드어와 포르투갈어, 러시아어의 표기 기준이 추가되었다. 고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잘 홍보도 안 된 만큼 4년이 지난 지금도 네덜란드어 표기법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초창기부터 있었던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의 규정도 몇 십년이 지나도록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만&#8230;</p>
<h2>van은 &#8216;판&#8217;인가 &#8216;반&#8217;인가</h2>
<p>일단 van Rossum부터 보자. 네덜란드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8216;판로쉼&#8217;이 된다. 네덜란드어 이름에 흔히 나오는 van은 예전에는 &#8216;반&#8217;으로 많이 적었다. 지금도 화가 van Gogh는 예전에 널리 쓰인 관용 표기를 인정하여 &#8216;반고흐&#8217;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두의 v는 &#8216;ㅍ&#8217;으로, 어중에서는 &#8216;ㅂ&#8217;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원래 글에서는 &#8216;판 로쉼&#8217;, &#8216;반 고흐&#8217;로 띄어 썼지만 최근의 표기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van 같은 전치사는 뒤따르는 이름과 붙여 쓰는 것으로 지침이 확립되었으므로 &#8216;판로쉼&#8217;, &#8216;반고흐&#8217;로 수정했다. 또 원래 글에서는 Van Rossum으로 van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썼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문장 첫머리에 오지 않는 한 van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쓴다. 다만 벨기에에서는 Van과 같이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p>
<p>사실 네덜란드어의 표준 발음에서는 v, z, g를 위치와 상관 없이 각각 [v], [z], [ɣ]으로 발음하는게 원칙이라고 한다(Geert Booij 저 <a href="http://books.google.com/books?id=LT6E6YdAh-MC">The Phonology of Dutch</a> 참고). 하지만 네덜란드 북부로 갈수록 이들이 무성음화하여 각각 [f], [s], [x]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 암스테르담과 북부 프리슬란트 주에서는 위치와 상관 없이 v, z, g가 [f], [s], [x]로 발음되고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어중에서는 표준 발음에서처럼 [v], [z], [ɣ]로 발음되지만 어두에서는 [f], [s], [x]로 발음된다. 실상은 더 복잡한데 여하튼 이런 이유로 v의 한글 표기를 어두에 오느냐, 어말에 오느냐에 따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z는 위치에 상관없이 &#8216;ㅈ&#8217;으로 적는 것으로 통일했다. g는 [ɣ]나 [x]나 둘 다 &#8216;ㅎ&#8217; 비슷하게 들릴 수 있으니 어떤 발음을 따랐는지 알 수 없다.</p>
<p>모음의 표기 방식을 보아도 외래어 표기법의 네덜란드어 규정은 벨기에에서 쓰는 네덜란드어 발음보다는 네덜란드에서 쓰는 발음을 기준으로 하였고 꼭 표준 네덜란드어 발음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쓰는 현실 발음을 종합한 것 같다. 철자 ee로 적는 모음이 표준 발음에서는 장모음 [eː]인데 반해 네덜란드의 현실 발음에서는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존중하여 &#8216;에이&#8217;로 적도록 한 것이 한 예이다.</p>
<p>어쨌든 많은 네덜란드인들이 van을 [fɑn]으로 발음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에 &#8216;반&#8217;이라고 적었던 것을 굳이 고칠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의문도 든다.</p>
<p>네덜란드어에서 u는 [ʏ] 또는 [y]를 나타낸다고 하여 &#8216;ㅟ&#8217;로 적도록 했는데, 요즘 &#8216;ㅟ&#8217;를 단모음 [y]가 아니라 [wi]로 보통 발음하는데다 &#8216;쉬&#8217;에서는 &#8216;ㅅ&#8217;이 [ʃ]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8216;로쉼&#8217;이라고 적으면 [ˈrɔsʏm]이라는 원 발음에 얼마나 가깝게 발음될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y] 앞에 [s]가 올 수 없는 한국어 음운 체계의 한계이니 어쩔 수 없다. 모음은 조금 달라지더라도 &#8216;수&#8217;라고 표기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네덜란드식 발음에서는 또 어말 무강세 -um, -us의 모음을 [ʏ] 대신 [ə]로 약화시킬 수가 있다. 그러니 [ˈrɔsəm] &#8216;로섬&#8217;과 같은 발음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발음을 한글 표기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p>
<h2>Guido의 발음은?</h2>
<p>네덜란드어의 철자는 꽤 규칙적이어서 대체로 발음을 짐작하기가 쉽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대조표와 세칙만으로 네덜란드어의 한글 표기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어가 아닌 언어에서 온 이름은 원 언어의 발음을 흉내내어 발음하기 때문에 표기 문제가 복잡해진다.</p>
<p>Guido는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에서도 흔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어에서 온 이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탈리아어 Guido 자체가 게르만어 이름에서 온 것이니 네덜란드어 이름 Guido는 이탈리아어를 거치지 않고 옛 게르만어 이름으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겠다.</p>
<p>Guido를 네덜란드어 표기법을 억지 적용하여 표기하면 &#8216;하위도&#8217;인데, 실제 발음과는 딴판이다. Guido는 옛 네덜란드어 철자로 Gwido라고도 쓴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한글로 &#8216;아위&#8217;로 표기하는 이중모음 ui와는 근원이 다르기 때문에 발음도 다르다.</p>
<p><a href="http://www.python.org/~guido/">Guido van Rossum 자신이 Guido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설명한 것</a>을 보면 네덜란드어에서 g가 [x] 비슷한 발음이 난다는 내용은 있지만 모음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링크된 발음 파일을 들어보면 ui가 [i]로 들린다. 같은 이름을 가진 <a href="http://forvo.com/word/guido_verbeck/">Guido Verbeck의 네덜란드어 발음</a>도 [ˈxido]처럼 들린다. 네덜란드어에서 Guido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확실한 설명은 찾지 못했지만 발음이 [ˈxido]가 맞다면 Guido는 &#8216;히도&#8217;로 적는 것이 네덜란드어 발음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p>
<p>네덜란드어에는 이렇게 발음이 불규칙한 외래어 이름이 많다. 네덜란드어 사용자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프랑스어에서 온 Yves는 [if] 즉 &#8216;이프&#8217;, 영어에서 온 Ryan은 [ˈrɑjən] 즉 &#8216;라이언&#8217;으로 발음되는 것 같다. 이것을 모르고 네덜란드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8216;이버스&#8217;, &#8216;리안&#8217; 같은 표기가 나온다.</p>
<p>네덜란드어 표기법을 적용한 용례집을 보아도 Vincent를 &#8216;빈센트&#8217;, Pierre를 &#8216;피에르&#8217;로 적는 등 철자가 아니라 실제 발음에 의거한 표기를 쓰고 있다. 이렇게 발음이 불규칙한 네덜란드어 이름 가운데 빈도가 높은 것을 선정하여 발음에 따른 한글 표기 용례를 정하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p>
<p>어쨌든 Guido van Rossum은 &#8216;히도 판 로쉼&#8217;으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정신을 가장 잘 따른 것 같다. 만약 네덜란드어의 발음과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들이 표기를 심의한다면 아마도 &#8216;히도 판 로쉼&#8217;이라고 정할 것이다.</p>
<h2>네덜란드인들도 외국인들 앞에서는 영어식 발음을 쓴다</h2>
<p>하지만 이 표기가 대중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색해보니 한국의 파이썬 사용자들은 &#8216;귀도 반 로섬&#8217;이란 표기를 많이 쓰는 듯하다. Guido van Rossum 본인은 Guido를 네덜란드어로 발음하는 법을 소개하면서도 영어식으로 [gwiːdoʊ]라는 발음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하고 있고, 실제 영어로 말할 때는 Guido를 그렇게 발음한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다(<a href="http://video.google.com/videoplay?docid=-6459339159268485356">Google Techtalk 동영상 참조</a>). 영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면 &#8216;귀도&#8217;가 맞다(이 동영상을 보고 &#8216;귀도 반 로썸&#8217;이라고 발음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있는데, 내가 듣기에는 Van Rossum은 네덜란드어 발음에 가깝게 [fɑn ˈɹɔsʏm]이라고 한 것으로 들린다).</p>
<p>네덜란드인들은 외국인들이 네덜란드어 발음을 잘 못하는 것에 민감해하여 이름을 외국인들에게 편하도록 영어식으로 발음을하거나 아예 영어식 애칭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 &#8216;맷(Mat)&#8217;이라는 네덜란드 친구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네덜란드어 본명은 마테이스(Mattijs)였고, 발음하기 힘들다고 영어식 애칭을 사용한 것이었다. 축구 감독 Guus Hiddink는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Guus를 영어 이름 Gus처럼 발음하라고 주문하고는 했다. 처음 한국 대표팀 감독이 되었을 때 네덜란드어 발음에 따라 &#8216;휘스 히딩크&#8217;라고 표기하다가 영어식으로 발음하라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표준 표기를 &#8216;거스 히딩크&#8217;로 정했다고 하는데,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영어식 발음이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Guus라는 철자를 보고 &#8216;거스&#8217;를 연상한 한국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p>
<p>어쨌든 Guido van Rossum을 &#8216;귀도 판로쉼&#8217;이라 적는 것도 네덜란드어 발음에는 맞지 않지만 본인이 영어로 자신을 소개할 때 쓰는 발음이니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표준 표기 하나를 고르라면 &#8216;히도 판로쉼&#8217;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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