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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리스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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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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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리스어 &#8211; 끝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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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Esimiphaîos 에시미파이오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esimiphaios-%ec%97%90%ec%8b%9c%eb%af%b8%ed%8c%8c%ec%9d%b4%ec%98%a4%ec%8a%a4/</link>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8 Jun 2020 17:33:35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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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Esimiphaios) 남아라비아, 예멘 인물 고대 그리스어(설명): Ἐσιμφαῖος → Esimiphaeus 에시미파이우스]]></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Esimiphaios)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erritory/남아라비아/">남아라비아</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erritory/예멘/">예멘</a> <span style="color:#C5D2DB">|</span> <a href="https://pyogi.kkeutsori.com/classification/인명/인물/">인물</a> <br /><a href="https://pyogi.kkeutsori.com/language/고대-그리스어/">고대 그리스어</a>(<a href="https://pyogi.kkeutsori.com/현행-외래어-표기법/기타-언어-라틴어-그리스어/#i-3">설명</a>): <span style="color: #667BB6;">Ἐσιμφαῖος</span>  </p>
<p style="margin-top: -1.2em; margin-bottom: 0.4em;">→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esimiphaeus-에시미파이우스/">Esimiphaeus <b>에시미파이우스</b></a></p>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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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Mughīrah pyxis, al- 무기라 픽시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mughirah-pyxis-al-%eb%ac%b4%ea%b8%b0%eb%9d%bc-%ed%94%bd%ec%8b%9c%ec%8a%a4/</link>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8 Jun 2020 17:32:35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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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Pyxis of al-Mughira) 에스파냐 유물, 공예 문어체 아랍어(설명): المغيرة—&#1564; Mughīrah —, al- 라틴어(설명): — pyxis 고대 그리스어(설명): — πυξίς — pyxís 968년에 안달루스(현 에스파냐)에서 만든 픽시스(화장품, 장신구, 보석 등을 담는 원통형 상자). 코르도바 칼리프 압두라흐만 3세의 막내아들 아불무타리프 무기라의 소유였다.]]></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Pyxis of al-Mughir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erritory/에스파냐/">에스파냐</a> <span style="color:#C5D2DB">|</span> <a href="https://pyogi.kkeutsori.com/classification/일반/유물/">유물</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classification/일반/공예/">공예</a> <br /><a href="https://pyogi.kkeutsori.com/language/문어체-아랍어/">문어체 아랍어</a>(<a href="https://pyogi.kkeutsori.com/아랍어의-한글-표기/문어체-아랍어의-한글-표기-권고안/">설명</a>): <span style="color: #667BB6;">المغيرة—&#1564;</span> Mughīrah —, al- <br /><a href="https://pyogi.kkeutsori.com/language/라틴어/">라틴어</a>(<a href="https://pyogi.kkeutsori.com/라틴어의-한글-표기/">설명</a>): — pyxis <br /><a href="https://pyogi.kkeutsori.com/language/고대-그리스어/">고대 그리스어</a>(<a href="https://pyogi.kkeutsori.com/현행-외래어-표기법/기타-언어-라틴어-그리스어/#i-3">설명</a>): <span style="color: #667BB6;">— πυξίς</span> — pyxís </p>
<p style="margin-top: -1.2em; margin-bottom: 0.4em;">968년에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ʾandalus-al-안달루스/">안달루스</a>(현 에스파냐)에서 만든 픽시스(화장품, 장신구, 보석 등을 담는 원통형 상자). 코르도바 칼리프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ʿabdu-r-raḥman-3世-an-naṣir-li-dini-llah-압두라흐만-3세삼세-나시르-리디닐라/">압두라흐만 3세</a>의 막내아들 <a href="https://pyogi.kkeutsori.com/transcription/mughirah-ʾabu-l-muṭarrif-al-무기라-아불무타리프/">아불무타리프 무기라</a>의 소유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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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테네와 테베, 그리스어 이름의 표기 문제</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09/01/19/%ec%95%84%ed%85%8c%eb%84%a4%ec%99%80-%ed%85%8c%eb%b2%a0-%ea%b7%b8%eb%a6%ac%ec%8a%a4%ec%96%b4-%ec%9d%b4%eb%a6%84%ec%9d%98-%ed%91%9c%ea%b8%b0-%eb%ac%b8%ec%a0%9c/</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09/01/19/%ec%95%84%ed%85%8c%eb%84%a4%ec%99%80-%ed%85%8c%eb%b2%a0-%ea%b7%b8%eb%a6%ac%ec%8a%a4%ec%96%b4-%ec%9d%b4%eb%a6%84%ec%9d%98-%ed%91%9c%ea%b8%b0-%eb%ac%b8%ec%a0%9c/#comments</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19 Jan 2009 01:24:47 +0000</pubDate>
				<category><![CDATA[외래어 표기 실무]]></category>
		<category><![CDATA[아테네]]></category>
		<category><![CDATA[외래어표기법]]></category>
		<category><![CDATA[테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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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8216;아테네&#8217;와 &#8216;테베&#8217;는 그리스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다? 슈타인호프님의 교과서 오류 시리즈 &#8211; 이수스 전투와 알렉산더, 그리고 다리우스 3세에 대한 덧글들이 &#8216;알렉산더&#8217;의 표기 문제가 발단이 되어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인명의 표기에 관한 짧은 토론으로 발전하였다. 지금은 통상적으로 쓰는 독일어식 표기인 &#8216;알렉산더&#8217;와 고대 그리스어 Ἀλέξανδρος(Aléxandros)를 따른 &#8216;알렉산드로스&#8217;가 둘 다 표준 표기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스어 이름을 제3 언어의 발음에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8216;아테네&#8217;와 &#8216;테베&#8217;는 그리스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다?</p>
<p>슈타인호프님의 <a title="" href="http://nestofpnix.egloos.com/4039442">교과서 오류 시리즈 &#8211; 이수스 전투와 알렉산더, 그리고 다리우스 3세</a>에 대한 덧글들이 &#8216;알렉산더&#8217;의 표기 문제가 발단이 되어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인명의 표기에 관한 짧은 토론으로 발전하였다. 지금은 통상적으로 쓰는 독일어식 표기인 &#8216;알렉산더&#8217;와 고대 그리스어 Ἀλέξανδρος(Aléxandros)를 따른 &#8216;알렉산드로스&#8217;가 둘 다 표준 표기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스어 이름을 제3 언어의 발음에 따라 표기하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는 가운데 한 분이 테베 Θῆβαι(Thêbai)도 고대 그리스어 발음대로 표기하면 &#8216;테바이&#8217;라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테네 Ἀθῆναι(Athênai)역시 고대 그리스어 발음대로 표기하면 &#8216;아테나이&#8217;이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아직 그리스어의 표기를 정식으로 정비하지는 않았지만 <a href="https://pyogi.kkeutsori.com/%ed%98%84%ed%96%89-%ec%99%b8%eb%9e%98%ec%96%b4-%ed%91%9c%ea%b8%b0%eb%b2%95/%ea%b8%b0%ed%83%80-%ec%96%b8%ec%96%b4-%eb%9d%bc%ed%8b%b4%ec%96%b4-%ea%b7%b8%eb%a6%ac%ec%8a%a4%ec%96%b4/#i-3">그리스어의 표기 원칙</a>이라는 짤막한 규정 가운데 &#8220;ae, oe, ou는 각각 &#8216;아이&#8217;, &#8216;오이&#8217;, &#8216;우&#8217;로 적는다&#8221;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ae는 αι를 라틴어로 옮긴 철자이니 이 원칙만 따지면 &#8216;아테나이&#8217;, &#8216;테바이&#8217;가 맞는 표기이다. 라틴어 이름 Athenae, Thebae도 <a href="http://korean.go.kr/08_new/data/rule03_0404.jsp">라틴어의 표기 원칙</a>에 따라 적으면 &#8216;아테나이&#8217;, &#8216;테바이&#8217;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6081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300x242.png" alt="" width="300" height="242"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300x242.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1024x826.png 102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768x620.png 768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1536x1239.png 1536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enai-Thebai.png 1735w" sizes="(max-width: 300px) 100vw, 300px" />아테네와 테베를 고대 그리스어로 쓴 것</p>
<p>그럼 왜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로 표기하게 되었을까? 나는 당시 덧글에서 이탈리아어에서 아테네와 테베를 각각 Atene, Tebe라고 하는 것을 들어 한국에서 쓰는 표기는 이탈리아어를 따른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였다. 그런데 더 조사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 깊이 파고들수록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p>
<p>몇 줄로는 설명하기 힘드니 아예 그리스어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p>
<h2>아테네와 테베</h2>
<p>아테네는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유럽 역사에서 철학의 중심지이자 민주주의의 발상지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러면서 2004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오늘날 그리스의 수도이기도 하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8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730ac066953.jpg" alt="" width="250" height="188"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유적은 현대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의 중심에 남아 있다.</p>
<p>테베 역시 고대에는 아테네와 자웅을 겨루던 대표적인 도시 국가였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에 파괴당한 이후 옛 영광을 되찾지 못해 오늘날의 위상은 아테네에 못 미친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83"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730d44d177e.jpg" alt="" width="250" height="166" />고대 테베의 유적지</p>
<p>그런데 테베라는 지명을 가진 곳은 이집트에도 있다. 이 테베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이집트 제국의 수도인 적도 있었다. 신전 유적으로 유명한 오늘날의 룩소르가 고대 테베의 변두리에 해당한다. 고대 이집트어로는 이 도시를 niwt (도시), niwt-rst (남쪽 도시), niwt-imn (아문의 도시)이라 했는데 그리스인들은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리스 도시 국가 테베와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p>
<h2>그리스어의 역사</h2>
<p>아테네와 테베는 그리스어 이름이니 그리스어 발음에 따라 표기해야 할 텐데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어는 글자로 기록된 역사만 해도 수천 년이 되는 언어이니 같은 이름도 조금씩 바뀌고 발음은 더더욱 바뀌었기 때문에 어느 발음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표기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p>
<p>위에서 봐서 알겠지만 그리스어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그리스 문자로 적는다. 고대 미케네인들이 쓰던 그리스어 방언은 선문자 B(Linear B)라는 고대 문자로 기록되었지만 미케네 문명의 몰락 이후 약 5세기간 문자 기록이 없다가 다시 페니키아 문자에서 따온 그리스 문자를 쓰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p>
<p>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 문자에서 그리스어에는 없는 소리를 나타내는 기호를 모음을 나타내는데 사용하면서 비로소 모음까지 나타내는 완전한 알파벳을 도입하였다. 이는 문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꼽힌다. &#8216;알파벳&#8217;의 어원은 그리스 문자의 첫 두 글자인 &#8216;알파(Α)&#8217;와 &#8216;베타(Β)&#8217;에서 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로마 문자(A, B, C, &#8230;)는 그리스 문자의 서부 형태가 고대 이탈리아에 전해져 에트루리아어 등을 적는데 쓰인 것을 다시 고대 라틴어를 적기 위해 변형시킨 것이다.</p>
<p>그리스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후 그리스어의 역사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시기로 나눌 수 있다.</p>
<h3>1. 고대 그리스어(기원전 9세기~기원전 4세기)</h3>
<p>고대 그리스어는 다시 아르카이크 그리스어(기원전 9세기~기원전 6세기)와 고전 그리스어(기원전 5세기~기원전 4세기)로 나뉜다. 이 시기 그리스어는 도리스 방언, 아이올리스 방언, 이오니아 방언 등 3개의 방언군으로 나눌 수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이오니아 방언을 기초로 하고 있어 초기에는 이오니아 방언이 고대 그리스 세계의 문어 역할을 했다. 핀다로스의 작품을 비롯한 서정시는 도리스 방언으로 지어졌다.</p>
<p>아티카 지방의 도시 국가 아테네는 이오니아 방언의 한 갈래인 아티카 방언을 사용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을 비롯한 고전 시대의 문학은 대부분 아티카 방언으로 기록되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8216;아르카이크&#8217;는 프랑스어 archaïque [aʁkaik]를 표기한 것으로 &#8216;예스러운&#8217;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ἀρχαϊκός(archaïkós) &#8216;아르카이코스&#8217;에서 나온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예술 양식에 따른 시대 구분에 쓰이는 말로는 &#8216;고졸(古拙)&#8217;로 번역하여 아르카이크 그리스어는 고졸기 그리스어라고 할 수도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사실 고대 그리스어의 방언 구분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며 여기 나오는 설명은 극도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아티카는 고대 그리스어의 아티카 방언으로 Ἀττική(Attikḗ) &#8216;아티케&#8217;라고 했으나 라틴어식 Attica &#8216;아티카&#8217;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준 표기이므로 이를 따른다.</p>
<h3>2. 코이네 그리스어(기원전 4세기~4세기)</h3>
<p>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활동으로 시작된 헬레니즘 시대에 그리스어는 서남아시아와 동북아프리카에서 널리 쓰이는 국제 언어가 되었다. 아티카 방언을 토대로 다른 방언의 요소가 더해져서 &#8216;코이네 그리스어&#8217;라는 공통 언어가 되었다. 코이네(Κοινή/Koinḗ)는 &#8216;공통&#8217;이란 뜻이다. 헬레니즘 시대 이후 로마 시대에도 로마 제국의 동부에서는 코이네 그리스어가 국제어로 통했다.</p>
<p>헬레니즘 시대에는 히브리어 성경(구약 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었는데, 이를 &#8217;70인 역&#8217;이라고 한다. 신약 성경은 로마 시대에 코이네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p>
<h3>3. 중세 그리스어(4세기~15세기)</h3>
<p>그리스어는 비잔티움 제국이라고도 하는 동로마 제국의 공용어였다. 코이네 그리스어에서 서서히 현대 그리스어를 닮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글로 쓸 때에는 신약성경의 코이네 그리스어 문체를 보통 따랐고, 더 격식을 갖출 때에는 고전 아티카 방언의 문체를 따르기도 하여 평상시에 쓰는 언어와 글로 쓰는 언어가 다른 양층 언어(diglossia) 현상이 일어났다.</p>
<h3>4. 현대 그리스어(15세기~현재)</h3>
<p>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한 것을 기준으로 중세 그리스어에서 현대 그리스어로 넘어간다.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들어간 후에도 그리스어의 양층 언어 현상은 계속되었다. 일반 그리스인들이 평상시에 쓰던 구어체는 &#8216;민중어&#8217;라는 뜻으로 &#8216;디모티키(δημοτική/dimotikí)&#8217;라고 불렀다. 후에 민족주의의 영향을 받은 많은 지식인들은 디모티키가 다른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전 그리스어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고 여겨 예스러운 문어체를 고집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84"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73caf98d0eb.jpg" alt="" width="200" height="271" />아다만디오스 코라이스</p>
<p>그리스 독립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고전학자 아다만디오스 코라이스(Αδαμάντιος Κοραής/Adamántios Koraís)도 디모티키가 다른 언어, 특히 튀르크어(터키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는 사실을 언짢아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있는 그리스의 부흥을 위해서는 민중의 교육이 필수적이었고, 구어체와 매우 다른 고전 그리스어를 문어로 쓰는 것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전 그리스어의 문법을 디모티키처럼 단순화하되 튀르크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다른 언어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 그리스어를 창시하였고 이를 &#8216;순수한 언어&#8217;라는 뜻으로 &#8216;카타레부사(Καθαρεύουσα/Katharévousa)&#8217;라고 불렀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원문에서는 &#8216;카사레부사&#8217;라고 썼지만 뒤에서 언급하는 그리스어 표기 시안에 따라 &#8216;카타레부사&#8217;로 수정한다. 현대 그리스어에서 θ는 무성 치 마찰음 [θ]로 발음되고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규정에 쓰이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θ]를 &#8216;ㅅ&#8217;으로 적으며 자모 θ의 표준 이름도 &#8216;세타&#8217;이지만 고대 그리스어의 한글 표기와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서인지 심의된 외래어 표기 용례에서는 그리스어 표기 시안을 적용하여 현대 그리스어의 θ도 일관되게 &#8216;ㅌ&#8217;으로 적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θ가 유기음 [tʰ] &#8216;ㅌ&#8217;로 발음되었다.</p>
<p>카타레부사가 고전 그리스어보다는 현실 언어에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민중의 언어와는 거리가 있어 교육 받지 못한 이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830년 그리스 독립 이후 다듬어지지 않은, 튀르크어에 &#8216;오염된&#8217; 언어인 디모티키보다는 순수한 그리스어인 카타레부사가 일국의 언어로 적합하다고 하여 공용어로 채택되었다. 오히려 고전 그리스어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있었다.</p>
<p>하지만 언문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은 계속되었고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디모티키를 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마침내 1976년 콘스탄디노스 카라만리스 정부는 디모티키를 공용어로 지정, 1세기 넘게 계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p>
<p>헬레니즘 시대 이후 그리스어를 쓸 때는 기식음의 유무, 고저 악센트 등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발음 구별 부호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발음이 변화하면서 그리스어에서 기식음과 고저 악센트가 사라졌다. 하지만 옛 발음 구별 부호를 포함한 철자는 계속 썼기 때문에 많은 그리스인들은 이를 배우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서 1982년에는 옛 발음 구별 부호를 단순화하여 강세를 나타내는 부호와 모음을 따로 발음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호 둘만 남기는 개혁을 단행하였다.</p>
<p>전통 발음 구별 부호를 모두 사용하는 것을 폴리토니코스(πολυτονικός/polytonikós) 철자법이라고 하고 부호 둘만 사용하는 것으을 모노토니코스(μονοτονικός/monotonikós) 철자법이라 한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87"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73cca56776c.gif" alt="" width="481" height="228" /></p>
<p style="text-align: center;">그리스어 주기도문. 왼쪽은 폴리토니코스 철자법, 오른쪽은 모노토니코스 철자법을 썼다.</p>
<h2>&#8216;아티나&#8217;와 &#8216;티바&#8217;</h2>
<p>오늘날 쓰이는 그리스어는 쉽게 말하면 모노토니코스 철자법을 사용하여 적는 디모티키이다. 물론 오늘날의 디모티키는 오랜 갈등 관계였던 카타레부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고, 모노토니코스 철자법을 개악이라 주장하며 폴리토니코스 철자법을 고집하는 사람도 꽤 많다. 예를 들어 《에스티아(Ἑστία/Estía)》라는 보수 일간지는 그리스 신문으로는 유일하게 약간 간소화된 폴리토니코스 철자법과 카타레부사를 고수하고 있다.</p>
<p>어쨌든 아테네와 테베를 현대 그리스어로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보자. 디모티키를 모노토니코스 철자법을 사용하여 적으면 아테네와 테베의 표기는 다음과 같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106085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300x261.png" alt="" width="300" height="261"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300x261.png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1024x890.png 1024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768x667.png 768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1536x1335.png 1536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Athina-Thiva.png 1611w" sizes="auto, (max-width: 300px) 100vw, 300px" />아테네와 테베를 현대 그리스어로 쓴 것</p>
<p>Αθήνα(Athína)는 [aˈθina]로 발음된다. <del>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따르면</del> &#8216;아티나&#8217;로 적을 수 있다. Θήβα(Thíva)는 [ˈθiva]로 발음되고 마찬가지로 &#8216;티바&#8217;로 적을 수 있다. <del>여기서 &#8216;ㅅ&#8217;으로 적는 음은 영어 단어 think의 th와 같은 음인데 한국어에 비슷한 음이 없으니 표기가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del></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마찬가지로 원문에서는 &#8216;아시나&#8217;, &#8216;시바&#8217;라고 썼지만 &#8216;아티나&#8217;, &#8216;티바&#8217;로 수정한다.</p>
<p>그럼 카타레부사 이름은 어떨까? 카타레부사로 아테네와 테베는 고대 그리스어 표기와 똑같이 Ἀθῆναι, Θῆβαι로 적는다. 이는 그리스 독립 이후 1976년 디모티키가 공식 언어로 지정될 때까지 아테네와 테베의 공식 표기였다. 하지만 발음은 고대 그리스어와 많이 달라졌다.</p>
<p><b>아테네와 테베 발음의 변화</b></p>
<p>고대 그리스어에서 지금까지의 발음 변화를 살펴보자.</p>

<table id="tablepress-80" class="tablepress tablepress-id-80">
<thead>
<tr class="row-1">
	<td class="column-1"></td><th class="column-2">Ἀθῆναι(Athênai)</th><th class="column-3">Θῆβαι(Thêbai)</th>
</tr>
</thead>
<tbody>
<tr class="row-2">
	<td class="column-1">고전 그리스어(아티카 방언)</td><td class="column-2">[aˈtʰɛ̂ːnai̯]</td><td class="column-3">[ˈtʰɛ̂ːbai̯]</td>
</tr>
<tr class="row-3">
	<td class="column-1">초기 코이네 그리스어</td><td class="column-2">[aˈtʰe̝nɛ]</td><td class="column-3">[ˈtʰe̝bɛ]</td>
</tr>
<tr class="row-4">
	<td class="column-1">후기 코이네 그리스어</td><td class="column-2">[aˈθinɛ]</td><td class="column-3">[ˈθiβɛ]</td>
</tr>
<tr class="row-5">
	<td class="column-1">중세 그리스어</td><td class="column-2">[aˈθine]</td><td class="column-3">[ˈθive]</td>
</tr>
</tbody>
</table>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원문에서는 고전 그리스어와 코이네 그리스어, 중세 그리스어 발음만 제시했지만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의 발음 설명( <a href="https://en.wiktionary.org/wiki/%E1%BC%88%CE%B8%E1%BF%86%CE%BD%CE%B1%CE%B9#Pronunciation">Ἀθῆναι</a>, <a href="https://en.wiktionary.org/wiki/%CE%98%E1%BF%86%CE%B2%CE%B1%CE%B9#Pronunciation">Θῆβαι</a>)에 따라 초기 코이네 그리스어(1세기 이집트)와 후기 코이네 그리스어(4세기)를 세분화하고 거기서 제시한 발음 기호를 따라서 수정했다.</p>
<p>이게 현대 그리스어에 와서 카타레부사로 이어진 것이 [aˈθine], [ˈθive]이고 디모티키로는 단수형 [aˈθina], [ˈθiva]가 된다. 학자에 따라 발음 변화가 일어난 시기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지만 여기서는 <a href="http://en.wikipedia.org/wiki/Ancient_Greek_phonology">영어판 위키백과</a>에 나오는 시기 구분을 따른다. 다만 위의 구분은 편의상의 구분이고 실제 코이네 그리스어 시기에 중세 그리스어 발음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p>
<p>고대 그리스어의 θ(세타)는 한국어의 &#8216;ㅌ&#8217;와 같은 [tʰ] 음이었다. 그러나 후에 영어 think의 th와 같은 [θ] 음이 되었다. 또 β(베타)는 영어의 b와 같은 [b] 음이었으나 약해져 [β]를 거쳐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v]가 되었다.</p>
<p>모음 η(에타)는 원래 한국어의 장음 &#8216;애&#8217;와 비슷한 [ɛː]로 발음되었다. Ἀθῆναι, Θῆβαι에서처럼 물결 모양(반달 모양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부호를 붙인 ῆ는 상승했다 하강하는 성조를 나타낸다. η의 발음은 [eː]를 거쳐 [i]로 바뀌었다.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η(에타), ι(요타), υ(입실론)이 모두 [i] 발음을 나타낸다. 원래 다른 모음이었지만 한국어에서 &#8216;애&#8217;와 &#8216;에&#8217;의 발음이 합쳐지고 있듯 발음이 합쳐진 것이다.</p>
<p>고대 그리스어의 모음 조합 αι는 글자 i의 영어 이름 &#8216;아이&#8217;와 비슷한 이중모음 [ai̯]로 발음되었다. 그러나 그리스어의 이중모음은 거의 언제나 단순모음화되어 αι의 경우 [ɛ]를 거쳐 [e]가 되었다. 한국어의 &#8216;애&#8217;도 원래 &#8216;아이&#8217; 비슷한 이중모음이었으나 오늘날 단순모음으로 발음되고, [ɛ]를 거쳐 [e] 즉 &#8216;에&#8217;와 합쳐지고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p>
<p>때로 고대 그리스어의 αι에서 앞의 α가 길게 발음되면 뒤의 ι는 생략되고 [a]가 되기도 했다. 이럴 때는 α 밑에 작게 ι를 써서 표시했다. 그런데 Ἀθῆναι, Θῆβαι가 현대 디모티키에서 Αθήνα, Θήβα가 된 것은 이 현상하고는 관계가 없다. 이들 이름에서 -αι로 끝나는 형태는 복수형, -α로 끝나는 형태는 단수형인데 디모티키에서는 단수형을 선호한 것 뿐이다.</p>
<p>아, 또 한가지. 현대 디모티키에서 그리스의 테베는 Θήβα라고 하지만 이집트의 테베는 Θήβες(Thíves)라고 한다. Θήβες는 고대의 Θῆβαι에 해당하는 복수형이다. 현대 디모티키에서 -α로 끝나는 형태의 복수형은 -ες로 바뀌었다. 그리스의 테베는 단수형, 이집트의 테베는 복수형으로 써서 구별하는 것이다.</p>
<p>그런가 하면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는 이집트의 테베가 고대 그리스어의 단수형 Θήβη(Thḗbē)로도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그리스의 테베는 テーバイ[Tēbai], 이집트의 테베는 テーベ[Tēbe]로 다르게 표기한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내용 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는 운율을 맞추기 위해 테베는 물론 아테네도 이름의 형태를 필요에 따라 바꿨기 때문에 단수형, 복수형이 모두 나타난다. 9625님의 제보에 감사드린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타나는 아테네의 단수형은 Ἀθήνη(Athḗnē) &#8216;아테네&#8217;이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8216;아테나&#8217;의 이오니아 방언 형태이기도 했다. 고전 아티카 그리스어에서는 아테아 여신을 Ἀθηνᾶ(Athēnâ) &#8216;아테나&#8217;라고 부른다.</p>
<h2>&#8216;아이&#8217;와 &#8216;에&#8217;</h2>
<p>자. 이쯤에서 초기 코이네 그리스어식 발음 [aˈtʰe̝nɛ]와 [ˈtʰe̝bɛ]를 옮기면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같은 표기는 그리스어 발음이 아닌 제3 언어의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p>
<p>내가 생각하기에도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같은 표기가 이탈리아어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보다 코이네 그리스어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p>
<p>통상적으로 쓰는 표기에서 그리스어의 αι를 &#8216;아이&#8217;가 아닌 &#8216;에&#8217;로 적은 것은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외에도 &#8216;미케네&#8217;, &#8216;테르모필레&#8217;, &#8216;니케아&#8217; 등이 있다. &#8216;그리스어의 표기 원칙&#8217;에서 고대 그리스어의 발음을 들어 αι를 &#8216;아이&#8217;로 적는 것으로 정하기 전에 이미 이 형태로 굳어진 이름들일 것이다.</p>
<p>그런데 이중모음 &#8216;아이&#8217;가 단순모음이 되는 현상은 매우 흔해서 라틴어에서도 있었다. 라틴어의 ae도 원래는 이중모음 [ai]였지만 후에 단순모음 [ɛː]가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라틴어의 ae도 &#8216;에&#8217;로 적는 일이 흔했다. 그러니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등도 라틴어의 Athenae, Thebae를 예전 방식으로 적은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라틴어화된 그리스어 이름을 가지고도 그냥 그리스어 이름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으니 이런 경우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초기 라틴어에서는 아예 철자 ai를 썼다가 고전 라틴어에서 ae가 되었으니 발음이 [ai̯]에서 [ae̯]로 변한 것으로 생각된다.</p>
<p>상황이 이러니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등의 표기를 쓰게 된 것은 코이네 그리스어 발음을 따른 것일 수도 있고 후기 라틴어 발음을 따른 것일 수도 있으며 어느 쪽이 맞는지 알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내용 추가: 알고 보니 아테네는 일본어로도 アテネ[Atene]라고 쓴다. 그러니 &#8216;아테네&#8217;는 일본어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일본어에서는 어느 발음을 따른 것이냐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4. 추가 내용: 요즘은 Athenae, Thebae를 후기 라틴어 발음에 따라 적었거나 중세 라틴어식 철자 Athene, Thebe를 기준으로 한 형태를 받아들여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대 유럽 언어에서 쓰는 여러 형태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어에서도 Athene [aˈteːnə] &#8216;아테네&#8217;, Thebe [ˈteːbə] &#8216;테베&#8217;라고 쓴다(현행 외래어 표기법 규정대로는 &#8216;아테너&#8217;, &#8216;테버&#8217;). 일본어 사전에 따라 アテネ[Atene]의 원어는 라틴어 Athenae로 제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가 그리스어를 직접 따른 표기일 확률은 상당히 낮다. 한편 영어 Athens [ˈæθ.ᵻnz] &#8216;애신스&#8217;와 Thebes [ˈθiːbz] &#8216;시브스&#8217;, 프랑스어 Athènes [atɛn] &#8216;아텐&#8217;과 Thèbes [tɛb] &#8216;테브&#8217;에 붙는 -(e)s는 라틴어 대격형 Athenas &#8216;아테나스&#8217;, Thebas &#8216;테바스&#8217;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span style="font-size: 16px;">다.</p></span></p>
<h2>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규정 마련하기</h2>
<p>위에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아직 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규정을 정식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8216;그리스어의 표기 원칙&#8217;은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 표기 용례를 발간하면서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언어에 적용한 몇가지 원칙을 정리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p>
<p>꽤 오래 전부터 국립국어원에서는 그리스어, 터키어, 아랍어의 표기법 시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어 표기 시안이 체택된다면 &#8216;그리스어의 표기 원칙&#8217;을 대체하게 된다. &#8216;개정판 바른 말글 사전(한겨레출판, 2007년)&#8217;에는 이 세 언어의 표기 시안이 아직 정식으로 고시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실려있다. 이 시안 내용은 <a href="https://ko.wikipedia.org/wiki/%EC%9C%84%ED%82%A4%EB%B0%B1%EA%B3%BC:%EC%99%B8%EB%9E%98%EC%96%B4_%ED%91%9C%EA%B8%B0%EB%B2%95/%EA%B7%B8%EB%A6%AC%EC%8A%A4%EC%96%B4_%ED%91%9C%EA%B8%B0_%EC%9B%90%EC%B9%99_%EB%B0%8F_%EC%8B%9C%EC%95%88">여기</a>서 확인할 수 있다.</p>
<p>이 시안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모르고 있을 때 나도 <a href="http://pyogi.pbwiki.com/%25ED%2598%2584%25EB%258C%2580-%25EA%25B7%25B8%25EB%25A6%25AC%25EC%258A%25A4%25EC%2596%25B4">현대 그리스어 표기 규정</a>을 나름대로 작성한 적이 있다. &#8216;아테네&#8217;와 &#8216;테베&#8217;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고대 그리스어의 발음과 현대 그리스어의 발음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표기 규정도 따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우선 현대 그리스어 발음에 따른 한글 표기부터 연구했다.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시안에서도 현대 그리스어와 &#8216;고전 그리스어&#8217;를 나누어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p>
<p>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시안의 현대 그리스어 부분과 내가 작성한 현대 그리스어 표기 시안을 비교해보면 미세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나는 θ(세타)를 발음에 따라 &#8216;ㅅ&#8217;으로 적도록 했고 국립국어원 시안에서는 발음과는 달라지더라도 고대 그리스어 표기와 통일되도록 &#8216;ㅌ&#8217;으로 적도록 했다. 예를 들어 아테네, 테베의 현대 그리스어 이름을 나는 &#8216;아시나&#8217;, &#8216;시바&#8217;로 적지만 국립국어원 시안에서는 &#8216;아티나&#8217;, &#8216;티바&#8217;로 적는다. 사실 [θ] 음도 &#8216;ㅅ&#8217;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고려하면 차라리 국립국어원 시안의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p>
<p>국립국어원의 시안에는 &#8216;지명은 원칙적으로 현대 그리스어 표기법을 적용한다&#8217;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그리스 지명 가운데는 역사와 신화를 통해 고대 그리스어식 표기가 익숙한 것이 많아 이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고대 그리스어식으로 &#8216;델포이&#8217;라고 할 것인가, 현대 그리스어식으로 &#8216;델피&#8217;라고 할 것인가? 어쩌면 오늘날의 도시를 이를 때는 &#8216;델피&#8217;라고 하고 고대 그리스 역사나 신화를 다룰 때는 &#8216;델포이&#8217;라고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앞으로 이 시안이 확정된다 해도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 같이 익숙한 이름은 관용 표기로 그대로 쓸 것이 거의 확실하다.</p>
<p>글을 쓰면서 그리스어와 중국어가 오랜 역사를 통해 생긴 언문의 불일치, 발음의 변화 등 여러 면에서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외래어 표기법은 처음 고시되었을 때부터 중국어의 표기를 다루었으니 그리스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연구할 때 그동안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를 다룬 경험이 참고가 많이 될 것 같다.</p>
<p><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8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73d373b9f6c.jpg" alt="" width="212" height="19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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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팔레스타인, 팔레스티나, 블레셋, 펠리시테 가운데 일본어식 표기는 무엇일까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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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09 Jan 2009 17:13:57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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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문득 &#8216;팔레스타인&#8217;과 &#8216;팔레스티나&#8217; 가운데 어느 것이 표준 표기인지 궁금해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사회과 부도에서 &#8216;팔레스티나&#8217;라고 표기된 것을 본 것 같은 기억도 있고 이원복의 학습만화 《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분명히 &#8216;팔레스티나&#8217;라는 표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표기 자체로만 봐서는 영어식 발음을 어정쩡하게 흉내낸 &#8216;팔레스타인&#8217;보다는 &#8216;팔레스티나&#8217;가 표준 표기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8216;팔레스타인&#8217;이라고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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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문득 &#8216;팔레스타인&#8217;과 &#8216;팔레스티나&#8217; 가운데 어느 것이 표준 표기인지 궁금해졌다.</p>
<p>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사회과 부도에서 &#8216;팔레스티나&#8217;라고 표기된 것을 본 것 같은 기억도 있고 이원복의 학습만화 《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분명히 &#8216;팔레스티나&#8217;라는 표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표기 자체로만 봐서는 영어식 발음을 어정쩡하게 흉내낸 &#8216;팔레스타인&#8217;보다는 &#8216;팔레스티나&#8217;가 표준 표기여야 할 것 같다.</p>
<p>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8216;팔레스타인&#8217;이라고 쓰고 있다. 표준 표기가 아니라면 누군가 지적했을 텐데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을 보면 &#8216;팔레스타인&#8217;을 관용 표기로 인정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p>
<p>과연 찾아보니 둘 다 표준 표기였다. <a href="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표준국어대사전》</a>을 검색해보니 &#8216;팔레스타인&#8217;과 &#8216;팔레스티나&#8217; 모두 등재되어 있지만 주로 &#8216;팔레스타인&#8217;을 선호하고 있다. 세부 표제어로 &#8216;팔레스타인 문제&#8217;, &#8216;팔레스타인 민족 평의회&#8217;, &#8216;팔레스타인 전쟁&#8217;, &#8216;팔레스타인 해방 기구&#8217;, &#8216;팔레스타인 해방 운동&#8217;, &#8216;팔레스타인 해방 인민 전선&#8217;이 실려 있고 팔레스티나(Palestina)는 &#8216;&#8221;팔레스타인&#8221;의 라틴 어 이름&#8217;으로 정의되어 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38"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67130a61ac7.png" alt="" width="207" height="226" />로마 제국의 지중해 동부 영토를 나타낸 지도</p>
<p>&#8216;팔레스티나&#8217;는 로마 제국 때 지어진 이름이다. 원래는 고대 유대 왕국의 이름을 따서 라틴어식으로 유다이아(Judaea/Judea)주라고 했던 것을 132년에서 135년 사이 일어난 유대인들의 반란을 진압한 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8216;팔레스티나&#8217;로 고친 것이다.</p>
<p>이 라틴어 이름을 Palaestina(Palæstina)라고 표기한 곳도 있고 위의 지도와 같이 Palestina라고 표기한 곳도 있다. 고전 라틴어의 ae(æ)가 나타내는 음이 단순모음으로 변하면서 중세 라틴어에서는 e로 적게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Palestina라는 표기를 원 표기로 삼고 &#8216;팔레스티나&#8217;라고 한 것이다.</p>
<p>현대 유럽 언어에서 이 지방을 부르는 이름은 모두 이 라틴어 이름과 그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 이름 &#8216;팔라이스티네(Παλαιστίνη/Palaistínē, 현대식으로 Palaistíni &#8216;팔레스티니&#8217;)&#8217;에서 온 것이다. 독일어에서는 Palästina [palɛsˈtiːna] &#8216;팔레스티나&#8217;라고 하고 프랑스어에서는 Palestine [palɛstin] &#8216;팔레스틴&#8217;이라 한다. 영어에서 쓰는 이름은 프랑스어를 거쳐 온 것이다.</p>
<h2>영어의 발음·철자 혼합형 한글 표기</h2>
<p>영어의 Palestine은 [ˈpæl.ə.staɪ̯n] 혹은 [ˈpæl.ɪ.staɪ̯n]으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8216;팰러스타인&#8217; 또는 &#8216;팰리스타인&#8217;으로 적어야 한다. 그러니 적어도 Palestine을 영어 이름으로 보고 표기한 것이라면 &#8216;팔레스타인&#8217;은 표준 표기가 될 수 없다. 하지만 &#8216;팔레스타인&#8217;이 영어식 발음에 이끌린 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8216;장모음 i&#8217;가 [aɪ̯] 즉 &#8216;아이&#8217;로 발음되는 것은 영어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p>
<p>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발음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기 이전은 물론 지금도 사람들은 완전히 발음에만 의지하여 표기하기보다는 철자를 보고 표기하는 것과 혼합하는 일이 많다.</p>
<p>&#8216;팔레스타인&#8217;이란 표기는 영어의 발음에 상관없이 Palestine의 a는 &#8216;아&#8217;, e는 &#8216;에&#8217;로 옮기고, -tine은 발음에 따라 &#8216;타인&#8217;으로 옮긴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단모음 a, e, i, o, u는 발음과 상관없이 &#8216;아, 에, 이, 오, 우&#8217;로 적는 것은 영어를 표기할 때 흔히 볼 수 있다. Manhattan의 표준 표기는 [mæn.ˈhæt.<small>(ə)</small>n]이라는 발음에 따라 &#8216;맨해튼&#8217;인데 흔히 &#8216;맨하탄&#8217;이라고 부른다. 다만 Man-은 &#8216;맨&#8217;에서 적은 것에서 보듯 어떤 모음은 발음에 따라 적는데, 일정한 규칙은 찾기 어렵다. Los Angeles는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8216;로스앤절리스&#8217;, &#8216;로스앤질리스&#8217;, &#8216;로스앤절러스&#8217;, &#8216;로스앤질러스&#8217;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만 &#8216;로스앤젤레스&#8217;라는 표기가 워낙 뿌리깊다보니 표준 표기로 인정된 경우이다.</p>
<p>어쨌든 영어 이름을 한글로 옮길 때 발음과 철자를 혼합하여 적는 방식은 외래어 표기법에는 어긋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맨해튼,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영어권 이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권 이름에도 무분별하게 이런 영어식 발음·철자 혼합형 한글 표기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8216;팔레스타인&#8217;도 그 결과물이고 비잔티움을 중심으로 한 동로마 제국의 문화를 이르는 &#8216;비잔틴&#8217;이란 말도 영어의 Byzantine에 이끌린 표기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지금 돌아보면 &#8216;비잔틴&#8217;은 라틴어 Byzantinus/Byzantini의 어근 Byzantin-을 딴 표기로 설명이 가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비잔틴 제국&#8217;이 &#8216;동로마 제국&#8217;의 다른 이름으로 나와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8216;로만 제국&#8217;이라고 하지 않고 &#8216;로마 제국&#8217;이라고 하는 것처럼 형용사형을 쓰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나와서 요즘에는 &#8216;비잔티움 제국&#8217;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물론 Byzantine Empire라는 표현도 후대에 나온 것이니 그냥 알기 쉽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대표로 삼는 이름인 &#8216;동로마 제국&#8217;으로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8216;비잔틴식&#8217;,  &#8216;비잔틴 건축&#8217; 등 예술 양식을 이르는 말로는 문제가 없다. &#8216;고딕&#8217;, &#8216;로마네스크&#8217;처럼 예술 양식 이름은 형용사형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p>
<h2>현지인들은 무엇이라고 부를까?</h2>
<p><a href="http://en.wikipedia.org/wiki/Palestine">영어판 위키백과</a>를 보면 팔레스타인을 히브리어로는 &#8216;팔레스티나(פלשתינה‎ <em>Palestina</em>)&#8217;라고 하고 아랍어로는 &#8216;필라스틴, 팔라스틴, 필리스틴(فلسطين <em>Filasṭīn</em>, <em>Falasṭīn</em>, <em>Filisṭīn</em>)&#8217;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아랍어는 보통 글로 쓸 때도 모음을 표시하지 않으며 방언마다 모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8216;필라스틴&#8217;이 대표적인 발음 같다.</p>
<p>아람어 표기는 ܦܠܣܛܝܢ인데 역시 ī를 제외하고는 모음이 표기되지 않아 정확한 아람어 발음은 알 수 없지만 히브리어나 아랍어 발음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아람어는 로마 제국 당시 팔레스타인은 물론 그 일대에서 널리 쓰였던 언어이지만 현재 아람어 사용자는 많이 남아있지 않고 아시리아인들을 비롯하여 서남아시아 곳곳에 흩어진 몇몇 소수 집단만이 쓰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람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은 없고 히브리어나 아랍어를 모어로 쓰는 사마리아인들이 종교 예식 언어로 겨우 보존하고 있다. 사마리아인이라고 하면 성경에 나오는 &#8216;선한 사마리아인&#8217;의 비유를 통해 흔히 알고 있어 옛날 얘기로 여기기 쉽지만 지금도 사마리아인들은 주류 유대인과는 다른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며 소수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여기서 말하는 아람어는 1세기 이후 나타난 고전 시리아어 및 중세 말 이후 나타나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신아람어를 이르기 때문에 시리아 문자(Syriac alphabet)로 나타낸다. 그 전의 고대 아람어는 제국 아람 문자(Imperial Aramaic alphabet)나 히브리 문자 등으로 나타낸다. <a href="https://en.wiktionary.org/wiki/%DC%A6%DC%A0%DC%A3%DC%9B%DC%9D%DC%A2">영어판 위키낱말사전</a>에 의하면 고전 시리아어(Classical Syriac)에서 ܦܠܣܛܝܢ <em>Palasṭīn</em> [palastˤin] &#8216;팔라스틴&#8217;으로 발음되며 아시리아 신아람어(Assyrian Neo-Aramaic)에서는 특히 1948년 이전의 지역명으로 ܦܠܣܛܝܢܐ <em>Pallisṭīnā</em> [palɪstˤiːnɑː] &#8216;팔리스티나&#8217;, 1948년 이후의 나라 이름으로 아랍어에서 온 형태인 ܦܠܣܛܝܢ <em>Fallasṭin</em> [falastˤinː] &#8216;팔라스틴&#8217;을 쓴다고 한다.</p>
<p>이들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이름은 사실 고유 이름이 아니라 라틴어 Palaestina/Palestina 내지는 영어의 Palestine에서 따온 말이다. 영국이 이 지방을 통치하면서 옛 라틴어 이름에서 따온 Palestine을 부활시켰기 때문에 지금도 쓰이게 된 것이다.</p>
<h2>팔레스타인과 팔레스티나의 어원은 &#8216;블레셋&#8217;</h2>
<p>그럼 하드리아누스가 지었다는 Palaestina/Palestina는 어디서 나온 이름일까? 바로 팔레스타인 지방에 거주했던 종족 가운데 하나인 블레셋인들에서 나왔다. 기원전 5세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블레셋인들의 땅이라 하여 &#8216;팔라이스티네(Παλαιστίνη/Palaistínē)&#8217;라는 곳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라틴어로 바뀌면서 Palaestina가 되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팔라이스티네는 셈어(히브리어, 아람어 등을 포함한 셈 어파에 속하는 언어)에서 나온 이름이고 블레셋과 어원이 같다는 설이 대체로 인정되지만 원문에서는 너무 단정적으로 적은 것 같다. 헤로도토스가 언급한 팔라이스티네는 성경에 나오는 블레셋보다 더 넓은 지역을 지칭했다. 영국의 고고학자 데이비드 제이컵슨(David Jacobson)은 고대 그리스어로 &#8216;씨름꾼&#8217;을 뜻하는 παλαιστής(palaistḗs) &#8216;팔라이스테스&#8217;와 비슷하다는 것과 &#8216;이스라엘(יִשְׂרָאֵל Yiśrāʼēl)&#8217;이라는 이름은 고대 히브리어로 &#8216;신과 씨름한 자&#8217;를 뜻한다는 것을 지적하여 팔라이스티네는 블레셋이라는 셈어 이름과 이스라엘의 뜻을 합친 이름이라는 설을 제시한바 있다(<a href="https://www.academia.edu/40401451/Palestine_and_Israel">&#8220;Palestine and Israel&#8221;</a>).</p>
<p>블레셋 사람들은 지금의 가자 지구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의 남부 해안 지방에 언젠가부터 이주해와서 살았으며 고대 히브리인들과 종종 적대 관계에 있었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로마 시대 유대인들의 조상이다. 그러니 하드리아누스는 주 이름을 로마에 반란을 일으킨 괘씸한 유대인의 땅이 아니라 유대인의 옛 적수들인 블레셋인의 땅이란 뜻으로 고친 셈이다.</p>
<p>&#8216;블레셋&#8217;은 한국어 개역판 성경(이하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표기인데 이것이 그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는 &#8216;필리시테&#8217;, &#8216;필리스티아&#8217;, &#8216;펠리시테&#8217;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고유명사 표기 방식은 k, p, t 등을 예사소리 &#8216;ㄱ, ㅂ, ㄷ&#8217;으로 옮기는 등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다르기 때문에 &#8216;요즘 감각에 맞게&#8217; 바꾸어 적으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성경의 표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늘날의 외래어 표기 기준에 맞게 적으려면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p>
<p>외래어 표기법은 현지 발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블레셋인들의 기원은 밝혀져 있지 않고 그들의 언어는 소수의 기록과 히브리어에서 차용해 간 몇몇 어휘를 통해서만 알 수 있으며 사멸한지 오래이니 그들 스스로 부른 이름을 토대로 표기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
<h2>히브리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h2>
<p>블레셋인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히브리어 성경을 의존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블레셋인들은 고대 히브리인들과 연관이 깊으니 이들에 대한 히브리어 이름을 바탕으로 표기를 정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히브리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p>
<p>우선 히브리어는 기록된 역사만 수천년이고 유대인들이 전세계에 흩어진 탓에 다양한 발음이 존재한다. 같은 히브리어 성경을 읽어도 원래 기록된 시기의 히브리어 발음과 중세 초기 마소라 학자들이 본문에 모음 기호를 더했을 때 사용했던 발음, 여러 다른 전승에서 사용한 발음,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발음은 모두 다르다.</p>
<p>블레셋은 히브리어 성경에 פלשת plšt으로 등장한다. 보시다시피 자음만 나열해 놓았다. 원래 히브리 문자에서는 자음만 표기하였다. 그러다가 8세기 이후 티베리아스(디베랴)의 유대인 사회에서 마소라 학자라 불리는 이들이 히브리어 성경의 정확한 독음을 돕기 위한 기호 체계를 개발해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39"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674ce3004a5.gif" alt="" width="175" height="87" />&#8216;블레셋&#8217;의 마소라 본문 표기 פְּלֶ֣שֶׁת <em>Pəlešeṯ</em></p>
<p>이 체계를 통해 기록한 히브리어 성경을 마소라 본문이라고 하는데 이 표기 방식에서는 모음을 모두 나타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원래 같은 기호로 기록되었지만 당시의 독음으로는 여러 발음이 가능했던 자음들도 구별하고 있다. 블레셋의 마소라 본문 표기는 פְּלֶ֣שֶׁת이다. 오른 쪽부터 읽어서 첫 글자인 פ 가운데에 점이 찍힌 것은 이것이 [f]가 아니라 [p]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고 ש 오른쪽 위의 점은 이게 [s]가 아니라 [ʃ]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며 마지막 ת에는 점이 없으니 [t]가 아니라 [θ]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 밑에 찍힌 점은 모음 기호인데 역삼각형 형태의 점 세 개는 짧은 [ɛ] 모음을 나타내며 세로로 점 두 개가 찍힌 것은 &#8216;슈바&#8217;라고 하는 아주 짧은 모음으로 원래 음가는 [ɐ̆] 또는 [ə]로 생각된다. 물론 당시 발음은 현대에 재구성한 것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다.</p>
<p>마소라 본문의 표기를 로마자로 옮겨적으면 Pəlešeṯ 이며 발음은 [pɐ̆lɛːʃɛθ~pəlɛːʃɛθ] 정도일 것이다.</p>
<p>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히브리어 음차 방식에서는 ə를 보통 &#8216;ㅡ&#8217;로 적거나 생략한다. 슈바는 모음의 부재를 나타내는 표기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f와 p는 구분 없이 &#8216;ㅂ&#8217;으로 적고 t와 θ은 구분 없이 &#8216;ㄷ&#8217;으로, 또는 &#8216;ㅅ&#8217; 받침으로 적는다. š은 그냥 s처럼 &#8216;ㅅ&#8217;으로 적는다. 그래서 Pəlešeṯ을 &#8216;블레셋&#8217;이라고 적은 것이다.</p>
<p>한국어 성경의 음차 방식은 모음은 마소라 본문을 주로 따르지만 자음은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발음을 따르는 것 같다.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p]와 [f]의 구분 없이 [p]로, [t]와 [θ]의 구분 없이 [t]로만 발음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또 ו라는 글자는 마소라 학자들은 [v]로 발음했던 것 같지만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w]로 발음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한국어 성경에서는 이 글자의 발음을 [w]로 보아 &#8216;다빗&#8217;, &#8216;여호바&#8217; 대신 &#8216;다윗&#8217;, &#8216;여호와&#8217; 등의 표기를 쓴다.(← 확인해보니 마소라 학자들도 ו는 [w]로 발음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ו를 [v]로 발음한다.)</p>
<p>이 방식대로라면 원 발음은 [pəlɛːʃɛt]이 되니 &#8216;블레셋&#8217;이라는 표기가 이해가 될 것이다.</p>
<p>이 음차 방식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까? 슈바 ə를 &#8216;ㅡ&#8217;로 적거나 생략하는 것과 같은 모음 표기 방식은 그대로 따를만하다. 그러나 자음은 외래어 표기법과 일관되게 p를 &#8216;ㅍ&#8217;로, t를 &#8216;ㅌ&#8217;로 적고 [ʃ]는 &#8216;시&#8217;, &#8216;슈&#8217; 등으로 적는 것이 나을 것 같다.</p>
<p>어말의 ṯ는 어떻게 적을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말의 파열음은 &#8216;으&#8217;를 붙여 적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한국어 성경의 표기는 일관되게 받침으로 적고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익숙한 표기에 가깝게 받침으로 적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또 앞의 모음이 최장모음일 때는 &#8216;으&#8217;를 붙여 적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방석종의 〈<a href="https://www.bskorea.or.kr/data/pdf/08-08%20%ED%9E%88%EB%B8%8C%EB%A6%AC%EC%96%B4%20%EA%B3%A0%EC%9C%A0%EB%AA%85%EC%82%AC%20%ED%95%9C%EA%B8%80%20%EC%9D%8C%EC%97%AD%EC%9D%98%20%EB%AC%B8%EC%A0%9C%20(%EB%B0%A9%EC%84%9D%EC%A2%85)%20n.pdf">히브리어 고유명사 한글 음역의 문제</a>〉 참조). 여기서는 어말 자음 앞의 모음이 단모음이니 이 주장에 따르면 &#8216;플레솃&#8217;이라 적어야 한다.</p>
<p>지금까지 글의 전개를 따라왔다면 히브리어를 원어로 삼아 한글 표기를 정하는 일이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원칙이 없는 한 히브리어 한글 표기의 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p>
<h2>히브리어를 따지는 것이 골치 아프다면?</h2>
<p>이럴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고대 세계의 이름은 그냥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식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8216;다리우스&#8217;, &#8216;크세르크세스&#8217;, &#8216;키루스&#8217; 같은 이름은 페르시아어식 이름이 아니라 그리스어를 거친 라틴어식 이름이다. &#8216;페르시아&#8217; 자체가 &#8216;페르시스&#8217;라는 그리스어 이름을 거친 라틴어 이름이다. 고대 페르시아어로는 파르사(Pārsa)라고 했다. 한국어 성경에는 &#8216;바사&#8217;로 나온다.</p>
<p>블레셋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8216;필리스티아(Philistia)&#8217;이다. 블레셋인은 &#8216;필리스티누스(Philistinus)&#8217;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어로 &#8216;블레셋&#8217;에 해당하는 이름은 찾지 못했다. 블레셋인은 &#8216;필리스타이오이(Φιλισταῖοι/Philistaîoi)&#8217; 등 여러 이름을 통해 불렀지만 이는 종족을 부르는 이름이고 그 기본형을 알아야 할텐데 그게 나와있는 믿을만한 참고 자료가 없다. &#8216;필리스티아(Φιλιστία/Philistía)&#8217;가 인터넷에서 검색되기는 하지만 이게 정확한 이름이 맞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라틴어 Philistia는 지명으로 레반트 서남부의 다섯 개 도시를 중심으로 한 연맹체를 부르는 이름이었으니 대표명으로 삼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헬레니즘 시대의 코이네 그리스어 단수형 Φιλισταῖος(Philistaîos) &#8216;필리스타이오스&#8217;, 복수형 Φιλισταῖοι(Philistaîoi) &#8216;필리스타이오이&#8217;는 현대 그리스어에서도 쓰는 형태인 Φιλισταίος(Filistaíos) &#8216;필리스테오스&#8217;, 복수형 Φιλισταίοι(Filistaíoi) &#8216;필리스테이&#8217;로 이어지지만 다양한 이형태로 쓰였다. 기원전 300년 무렵 히브리 성경을 고대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 역 성경에서는 블레셋인을 Φυλιστιιμ(Phylistiim) &#8216;필리스티임&#8217; 또는 Φυλιστιειμ(Phylistieim) &#8216;필리스티에임&#8217;으로 옮겼다. 이는 히브리어 복수형 פְּלִשְׁתִּים <em>Pəlištîm</em>을 음차한 것이다. 코이네 그리스어에서 블레셋인은 단수형 Φυλιστῖνος(Phylistînos) &#8216;필리스티노스&#8217;, 복수형 Φυλιστῖνοι(Phylistînoi) &#8216;필리스티노이&#8217;로도 불렀는데 여기서 후기 라틴어 단수형 Philistinus &#8216;필리스티누스&#8217;, 복수형 Philistini &#8216;필리스티니&#8217;가 나왔다.</p>
<p>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유럽의 언어들은 고대 세계의 이름을 대부분 그리스어와 라틴어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영어로 블레셋인을 뜻하는 Philistine도 라틴어 Philistinus에서 온 이름이다. 그러니 유럽 언어를 통해 고대 세계에 대한 기록을 접하는 우리도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p>
<p>하지만 그리스어는 특히 &#8216;ㅅ&#8217;, &#8216;ㅈ&#8217;, &#8216;ㅊ&#8217; 계열의 소리를 나타내는데 한계가 많기 때문에 원 발음이 상당히 왜곡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히브리어처럼 원 언어 복원이 쉬운 것은 원 언어의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히브리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기준이 세워져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p>
<h2>&#8216;펠리시테&#8217;, &#8216;필리시테&#8217;라는 표기의 정체</h2>
<p>이 글을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 하나가 &#8216;펠리시테&#8217;, &#8216;필리시테&#8217;라는 표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는 문제였다. &#8216;블레셋&#8217; 대신 쓰이는 표기를 검색하면 꼭 이런 표기가 꽤 나온다. 혹시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것인가 하는 추측은 빗나갔다. 히브리어 발음도 시대와 방언에 따라 &#8216;플라솃&#8217;, &#8216;펠라솃&#8217;, &#8216;플로셰스&#8217;는 될 수 있어도 &#8216;펠리시테&#8217;나 &#8216;필리시테&#8217;는 되지 않는다.</p>
<p>그 궁금증은 일본어로 블레셋인을 &#8216;ペリシテ人[Perishite-jin]&#8217;, 즉 &#8216;페리시테 사람&#8217;이라고 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풀렸다. 아마 일본어로부터 관련 서적을 번역하면서 &#8216;페리시테&#8217;를 Philistine이라는 영어 단어를 참고하여 &#8216;펠리시테&#8217; 또는 &#8216;필리시테&#8217;로만 살짝 바꾼 것이 이런 표기의 시초일 것이다.</p>
<p>일본어에서는 왜 &#8216;페리시테&#8217;라고 했을까?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아마 원 발음을 조금 잘못 알고 사용한 표기가 굳어진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히브리어의 Pəlešeṯ이 Peleshet을 거쳐 Pelishte로 둔갑해서 &#8216;페리시테&#8217;가 되었다거나&#8230;</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지금은 앞에서 언급한 히브리어 복수형 פְּלִשְׁתִּים <em>Pəlištîm</em>에서 복수 어미 -îm을 제거한 Pəlišt-를 근거로 표기하여 Perishite가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Pəlištîm을 특수 기호 없이 쓴 로마자로는 Pelishtim으로 흔히 나타내며 여기서 나온 Pelisht도 검색된다. 복수형에서 역형성된 것이라서 원래의 단수형 Pəlešeṯ~Peleshet~Pleshet에서 쓴 모음과는 차이가 난다.</p>
<p>그런 것을 번역하는 사람들은 일본어 표기가 막연히 &#8216;블레셋&#8217;보다는 고증이 잘 된 표기라고 생각해서 &#8216;펠리시테&#8217;나 &#8216;필리시테&#8217;라는 표기로 옮겼을 것이고, 어느 누구도 적합한 표기인지 확인해볼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어이가 없다.</p>
<p>표기를 쓰려면 제대로 된 표기를 쓰자. 한국어 성경과 《표준국어대사전》의 표기인 &#8216;블레셋&#8217;, 라틴어식(그리스어식?) 표기인 &#8216;필리스티아&#8217;, 또 히브리어에 따른 표기를 하려면 &#8216;플레솃&#8217; 또는 &#8216;플레셰트&#8217;&#8230; 앞으로 어느 쪽으로 정해질지는 모르지만, 이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3. 추가 내용: 앞서 말한 것처럼 지명인 라틴어 Philistia를 옮긴 &#8216;필리스티아&#8217;는 대표성이 떨어지므로 종족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종족명 Philistinus/Philistini의 어근 Philistin-을 따서 &#8216;필리스틴&#8217;으로 부르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Latinus/Latini는 어근 Latin-에 따라 &#8216;라틴족&#8217;, Germanus/Germani는 어근 German-에 따라 &#8216;게르만족&#8217;으로 부르는 것처럼 이들은 &#8216;필리스틴족&#8217;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히브리어를 따른다면 히브리 자모의 옛 발음과 마소라 본문의 모음을 합친 Pəlešeṯ의 고대 히브리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고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어말 폐쇄음에는 &#8216;으&#8217;를 붙여서 &#8216;플레셰트&#8217;로 적는 것이 낫다고 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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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글에 대한 여러 생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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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9 Mar 2009 13:07:30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규범주의]]></category>
		<category><![CDATA[규정주의]]></category>
		<category><![CDATA[맞춤법]]></category>
		<category><![CDATA[문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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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한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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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지난번에 쓴 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에 대한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많은 덧글이 달렸다. 답글을 대신해서 덧글에서 언급된 몇몇 주제에 관해 새로이 글을 쓴다. 그냥 평소의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놓은 것임을 밝힌다.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 우선 답글 가운데 미소짓는독사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있어서 우열은 없다고 본다. 이 시각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인류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지난번에 쓴 <a title=""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3/03/%ed%95%9c%ea%b8%80%ec%97%90-%eb%8c%80%ed%95%9c-%eb%82%9a%ec%8b%9c%ec%84%b1-%ed%8e%8c%ea%b8%80-%eb%b6%84%ec%84%9d/">한글에 대한 낚시성 펌글 분석</a>에 대한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많은 덧글이 달렸다. 답글을 대신해서 덧글에서 언급된 몇몇 주제에 관해 새로이 글을 쓴다. 그냥 평소의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놓은 것임을 밝힌다.</p>
<h2>언어에는 우열이 없다</h2>
<p>우선 답글 가운데 <a href="http://gviper.egloos.com/">미소짓는독사</a>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있어서 우열은 없다고 본다. 이 시각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언어의 우열을 가리려는 시도는 계속되었고, 아직도 어떤 언어는 뛰어나고 어떤 언어는 급이 낮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따져보면 결국에는 언어 외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나의 굳은 믿음이다.</p>
<p>철학의 언어라 해서 고전 그리스어가 최고의 언어라고 본다거나 이슬람에서 신의 계시가 기록된 언어인 고전 아랍어를 최고의 언어로 보는 것은 고전 그리스어나 고전 아랍어 자체의 뛰어남과는 관계가 없다. 간혹 특정 언어의 어휘나 조어법이 특정 개념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언어 전체가 뛰어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상대적으로 문명의 이기를 접하지 못한 이들의 언어에 대해서는 관련된 개념을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열등한 언어로 치기도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영어도 현대 문명을 제대로 표현할만한 어휘가 없던 것은 마찬가지 아니인가?</p>
<h2>문자의 우열은 논할 수 있다</h2>
<p>그러나 언어가 아닌 문자를 논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천 개가 넘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고 표의 요소와 표음 요소가 섞여 있어 배우는데 수 년이 걸렸을 것이라는 초기 수메르인들의 설형문자(쐐기문자)가 비효율적인 문자라는 데는 이의를 다는 이가 없을 것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36252c185.png" alt="" width="150" height="55" />수메르인들이 쓴 설형문자 (<a href="http://en.wikipedia.org/wiki/Cuneiform_script">그림 출처</a>)</p>
<p>흔히들 문자의 종류를 논할 때 발전 단계를 따지고는 한다. 기호 하나가 의미 단위를 나타내는 표어 문자가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면 이보다는 발전한 것이 기호 하나가 소리의 단위를 나타내는 표음 문자이고, 표음 문자 중에서도 일본어의 가나처럼 음절 단위를 나타내는 음절 문자보다는 아랍 문자와 같이 자음을 표시하는 자음 문자 또는 인도의 데바나가리 문자와 같이 자음 문자에 모음을 나타내는 표시를 추가한 &#8216;아부기다&#8217;라는 것이 더 발전된 단계이며 이게 더 발전한 것이 그리스 문자, 로마 문자처럼 자음과 모음을 모두 기호로 나타내는 음소 문자, 즉 &#8216;알파벳&#8217;이라고 흔히 보는 것이다. 여기에 한글과 같이 음소를 더욱 분석해서 자질까지 표현한 자질 문자의 단계에 이르면 문자 발전의 최고봉으로 친다.</p>
<p>하지만 이런 단순한 분석을 통해 문자의 우열을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언어를 표현하는데 필요한 기호 수를 최소화하는 문제와 소리의 단위에 대한 추상적인 분석에 있어서는 음절 문자보다는 음소 문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처음 문자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음절 문자가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어려서부터 음소 문자를 배운 우리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8216;한&#8217;이라는 한 음절을 &#8216;ㅎ+ㅏ+ㄴ&#8217;과 같이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분석하는 것은 처음에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표어 문자인 한자도 어떤 면에서는 표음 문자보다 뛰어날 수 있다. 사람은 글을 읽을 때 음소, 음절 단위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낱말, 나가서 여러 낱말로 이루어진 구절 단위로 읽는데 표어 문자인 한자는 기호 자체가 형태소를 나타내니 표음 문자보다는 읽기 쉬울 수가 있다. 물론 그런 몇가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생각처럼 딱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한 문자를 놓고 다른 문자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식의 주장은 하기 힘들다.</p>
<h2>문자가 성공하려면 맞춤법이 중요하다</h2>
<p>또 문자는 언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어를 문자로 어떻게 적을지에 관한 규칙인 맞춤법(철자법)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도 훈민정음 당시의 철자를 그대로 쓴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8220;말ᄊᆞᆷ&#8221;이라고 쓰고 [말씀], &#8220;듀ᇰ귁&#8221;이라고 쓰고 [중국]이라고 읽는 식으로 말이다. 아래 아(ᆞ)라는 모음은 중세 국어의 발음이 어떻게 분화되었는지에 따라 [아]나 [오], [으]로 읽어야 한다면 영어에서 ough라는 철자가 rough, though, through, tough, plough 등 단어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p>
<p>중세 영어에서는 철자를 통해 발음을 예측하기가 꽤 쉬웠지만 이후 영어의 발음 자체는 크나큰 변화를 겪었는데 철자는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오늘날 보이는 철자와 발음과의 괴리가 생겨났다. 그에 비해 한국어의 맞춤법은 백 년도 안 된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8216;강남콩&#8217;, &#8216;남비&#8217;로 쓰던 것을 &#8216;강낭콩&#8217;, &#8216;냄비&#8217;로 바꾸는 등 발음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표준어를 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발음과 철자의 관계가 훨씬 더 규칙적이다.</p>
<p>그런가 하면 영어와 같은 로마 문자를 쓰는 핀란드어는 기호 하나가 음소 하나에 대응되는 매우 규칙적인 맞춤법 때문에 읽고 쓰기가 매우 쉽다. 이는 로마 문자로 기록된 역사가 짧은 다른 언어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문자 자체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맞춤법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글이 아무리 우수한 문자라 해도 맞춤법이 영어 수준으로 불규칙적이었더라면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주장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p>
<h2>언어학자를 위한 문자인가, 일반인을 위한 문자인가?</h2>
<p>세종 대왕의 뛰어난 음성학적 분석력을 반영하는 한글의 제자 원리는 언어학자들을 감탄하게 하지만 실제 한글의 사용에 있어서는 과연 얼마나 장점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8216;ㄴ&#8217;, &#8216;ㄷ&#8217;, &#8216;ㅌ&#8217; 등 조음 위치가 같은 소리를 비슷한 기호로 나타난다고 해서 배우고 읽고 쓰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연구가 필요하다. 오히려 비슷한 소리에 너무 비슷한 기호를 쓰면 분별력이 떨어져서 문제가 되지 않는지도 고려할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한글의 이론적 토대가 아무리 뛰어나 언어학자들에게 인정을 받더라도 그것이 일반인이 쓰고 읽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게 과연 한글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p>
<p>나는 한글이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제자 원리를 실용성과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세종 대왕이 쓰기 쉽고 분별력이 높은 문자 모양을 고른 다음 자음이 조음 기관을 나타낸다거나 모음이 천지인을 나타낸다는 식의 설명은 나중에 그럴 듯하게 갖다붙인 것이라고 이해해도 사실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한글의 문자 모양이 비효율적이고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런 의견이 나올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의 가독성은 정확히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지의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가 글을 읽는 과정 전반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p>
<h2>모아쓰기의 장단점</h2>
<p>한글의 큰 특징 하나는 각 자모를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한글을 쉽게 읽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에는 자모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고 묶음을 지어 읽는데, 모아쓰기는 이런 묶음이 눈에 쉽게 들어오게 해준다. 모아쓰기는 또 말의 기본형을 밝히는 형태주의 표기를 더 쉽게 해준다. &#8216;아니&#8217;와 &#8216;안이&#8217;는 풀어쓰기를 한다면 구분할 수 없겠지만 모아쓰기를 했기 때문에 &#8216;안이&#8217;는 &#8216;안&#8217;에 &#8216;이&#8217;라는 조사가 붙은 어절이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p>
<p>그런가 하면 모아쓰기는 한글 쓰는 것을 조금 번거롭게 하고 특히 인쇄나 영상 매체를 위한 한글의 기계 구현을 어렵게 한다. 기호를 가로로 순서대로 나열하기만 하는 풀어쓰기 방식을 쓰는 로마 문자를 보면 글을 쓸 때의 움직임이 기준선을 중심으로 한정되어 있어 빠르게 쓸 수 있는 필기체가 발달하였다. 하지만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은 글을 쓸 때의 움직임이 다소 복잡하여 로마 문자만큼 빨리 쓸 수 있는 필기체가 발달하지 못했다. 또 음절 첫소리 위치에 들어올 자음이 없다는 빈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8216;ㅇ&#8217;이란 기호를 사용하는 것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p>
<p>또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은 균형 잡힌 조형성을 통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자모라도 음절을 구성하는 다른 자모에 따라 그 모양을 조금씩 바꾸어 쓴다. &#8216;가&#8217;, &#8216;고&#8217;, &#8216;윽&#8217;에 들어가는 &#8216;ㄱ&#8217;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한글을 활자나 컴퓨터 글꼴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약 2천 자를 일일이 디자인해야 한다. 잘 안 쓰는 글자는 이렇게 디자인한 글자의 자모를 조합하여 만든다. 로마 문자 글꼴은 대문자, 소문자, 숫자, 일반 기호 외에 웬만한 특수 문자를 포함하고 굵은 글꼴, 이탤릭 글꼴, 굵은 이탤릭 글꼴에다가 작은 대문자(small caps) 글꼴까지 같이 디자인한다고 해도 일반 한글 글꼴 하나를 디자인하는데 필요한 자수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로마 문자 글꼴 개발은 빠르면 한두 달이면 끝나는데 비해 한글 글꼴 개발은 보통 일 년이 넘는 대작업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1"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3996657cf.gif" alt="" width="460" height="268" />윤디자인의 회상체. 조합형 탈네모 글꼴처럼 생겼지만 각 자모를 조합만 한 것이 아니라 조형성을 높이기 위해 조금씩 수정한 것이다. (<a href="http://yoonfont.co.kr/yoonstory/YoonEssay_view.asp?playIdx=16">그림 출처</a>)</p>
<p>타자기 글꼴과 같은 탈네모꼴 글꼴을 쓰면 적은 수의 자모를 디자인하고 조합하여 글꼴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합형 탈네모꼴 글꼴의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시중에 나온 탈네모꼴 글꼴 대부분은 무늬만 조합형이고 자세히 보면 조형성을 높이기 위해 각 자를 일일이 손질한 것이다. 보통 탈네모꼴 글꼴이라 하는 한겨레 신문의 글꼴인 한결체도 사실 네모꼴과 탈네모꼴의 중간 형태이며 2천여 자를 일일이 디자인한 것이다. 주시경, 최현배 등 많은 국어학자들이 한글 풀어쓰기를 주장한 배경에는 아무래도 모아쓰기가 한글 기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등장한 오늘날에는 이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아쓰기 때문에 새로운 한글 글꼴 개발이 매우 더딘 것은 여전히 한글 시각 문화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p>
<p>그럼에도 나는 모아쓰기의 장점이 단점을 훨씬 앞지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자판을 통해 글을 입력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손으로 글을 쓸 때의 번거로움보다는 글을 읽을 때 각 음절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 모아쓰기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p>
<h2>한글로 표현 못하는 발음</h2>
<p>한국어의 발음은 계속 변화하여 왔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어의 음소를 적는 한글 자모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아래아(ㆍ), 반시옷(ㅿ) 등의 자모는 원래 표현하던 음을 쓰지 않게 되면서 사라진 예이다. 오늘날 쓰는 한글 자모는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대부분 정립되었으며 된소리를 &#8216;ㅺ&#8217;, &#8216;ㅼ&#8217;과 같은 ㅅ계 합용 병서 대신 &#8216;ㄲ&#8217;, &#8216;ㄸ&#8217;과 같은 각자 병서로 쓰게 된 것도 이 통일안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발음은 거의 모두 한글 자모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나 끊임없이 새로운 발음이 생기기 때문에 현재 쓰이는 한글 자모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발음이 생긴다.</p>
<p>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8216;바뀌어&#8217;, &#8216;쉬어&#8217; 등을 빨리 발음할 때 /위어/를 한 음절로 축약한다. 이 때의 발음은 [ɥʌ]이다. 그러나 이를 적을 마땅한 글자가 없어 &#8216;바껴&#8217;, &#8216;셔&#8217;라고 흉내내기도 한다. &#8216;열중 쉬어&#8217;를 &#8216;열중셔&#8217;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국어의 발음》의 저자 배주채는 옛 자모를 활용하여 [ɥʌ]를 &#8216;ㆊ&#8217;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162"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c24083edb31.gif" alt="" width="189" height="81" />&#8216;바뀌었다&#8217;를 빨리 발음한 것을 옛 자모 &#8216;ㆊ&#8217;를 활용하여 적은 예. (나눔명조체를 손질한 것)</p>
<p>또 답글 가운데  &#8216;이으&#8217;를 한 음절로 발음한 것, 즉 [jɯ]에 관한 질문도 있었는데 <a href="http://puzzlet.org/w">Puzzlet C.</a>님의 말씀대로 옛 자모 가운데 &#8216;ᆜ&#8217;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소리는 &#8216;유&#8217;로 흉내내기도 한다(&#8216;으유&#8217;, &#8216;븅신&#8217;).</p>
<p>요즘은 외국어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외래어를 발음할 때 [f] 음을 쓰는 것을 꽤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리 역시 옛 자모인 &#8216;ㆄ&#8217;을 빌어 표기하자는 사람들이 있다.</p>
<p>이런 소리들이 현실 발음에서 널리 쓰이게 되어 독립된 음소로 인정된다면 이들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지금은 쓰지 않는 자모를 부활시키거나 새로 만들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든 예들이 한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독립된 음소의 위치에까지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f]의 경우 많은 이들이 발음조차 못하고, 발음은 하는데 들을 때 &#8216;ㅍ&#8217;과 제대로 구별 못하는 이들도 많으며 외래어를 발음할 때 [f]를 쓰는 사람도 규칙적이고 일관적으로 이를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원 언어의 발음을 따르려면 [f] 발음을 할 이유가 없는 외래어에서 &#8216;ㅍ&#8217;을 [f]로 발음하는 것도 자주 듣게 된다. [ɥʌ]는 &#8216;위어&#8217;의 축약형으로 본다면 도입하는 것이 꽤 단순하겠지만 [ɥʌ]를 &#8216;여&#8217;와 제대로 구분하여 쓰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연구하여 만약 한국어 화자 대부분이 &#8216;위어&#8217;의 축약형으로 &#8216;여&#8217;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판명되면 표준어 규정을 그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 새 자모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일 것이다.</p>
<p>그도 그럴 것이 새 자모를 도입하려면 기존 글꼴에 새로 글자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절대 만만치 않다. 당장 국립국어원에서 새 자모 &#8216;ㆊ&#8217;를 도입한다고 결정해도 컴퓨터 자판으로 어떻게 입력할 것이며 &#8216;ㄲㆊㅆ&#8217;을 모아쓴 글자를 나타낼 수 있는 글꼴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p>
<p>또 한글 자모 하나는 음소 하나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각 음소가 위치에 따라, 방언에 따라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한글 자모로 나타낼 수 없다. 같은 &#8216;어&#8217;도 서울의 표준어 화자와 부산 토박이, 평양의 젊은 층은 각기 조금씩 달리 발음하지만, 한글 자모로는 이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8216;ㅈ, ㅊ, ㅉ&#8217;은 연구개음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특히 평양 방언에서는 치경파찰음으로 발음되기도 하지만 이 구별을 한글 자모만으로는 나타내기 어렵다.</p>
<h2>문법이란</h2>
<p>답글 가운데 acarasata님은 문법 규칙에 얽매여 거기에 어긋나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고 재단하는 것을 비판하였고 이후에 문법이라는 개념은 개화기 이후 서양에서 도입된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는데 &#8216;문법&#8217;이란 말은 여러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쉬우니 &#8216;문법&#8217;이란 말이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 해명해보려 한다.</p>
<p>언어는 본질적으로 규칙을 지니고 있다. 이를 &#8216;자연 문법&#8217;이라고 하자. 모든 언어는 저만의 자연 문법을 따른다. 흔히 표준어와 다른 방언을 쓰는 사람이 표준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방언은 문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방언의 자연 문법이 표준어 문법과 다를 뿐이다.</p>
<p>파푸아 뉴기니의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8216;톡피신(Tok Pisin)&#8217;은 언어가 서로 다른 집단들의 접촉을 통해 생겨난 혼합어로 어휘는 주로 영어에서 따왔다. 그러니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듣기에 톡피신은 얼핏 엉터리 영어를 문법에 맞지 않게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외국인들은 파푸아 뉴기니인들과 대화하려면 톡피신을 배우라는 말을 듣고 엉터리 영어만 하면 되는데 배울 게 뭐가 있냐며 자신있게 파푸아 뉴기니에 갔다. 그리고 현지인들 앞에서는 일부러 톡피신 화자들을 흉내내어 엉터리 영어를 하고는 그러면 뜻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자 정작 현지인들은 알아듣기는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비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톡피신은 &#8216;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8217;가 아니라 &#8216;영어 어휘를 많이 따왔지만 자체 문법을 가진 혼합어&#8217;이기 때문에 그 문법을 배우지 않고는 구사할 수가 없다.</p>
<h2>규범 문법과 문법의 인공적 체계화</h2>
<p>그런데 언어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자연 문법도 조금씩 변한다. 방언마다 자연 문법이 다르다. 그래서 언어 생활의 통일을 위해 표준어의 자연 문법을 체계화한 규범을 가르친다. 이를 &#8216;규범 문법&#8217;이라고 하자.</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2023. 8. 11. 추가 내용: 원문에서는 &#8216;규정 문법&#8217;, &#8216;규정주의&#8217;로 썼지만 더 널리 쓰이는 &#8216;규범 문법&#8217;, &#8216;규범주의&#8217;로 용어를 수정하였다.</p>
<p>고대 인도와 그리스의 문법학자들이 자연 문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학문으로서의 문법의 기원이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자연 문법의 체계성이 밝혀졌을 뿐만이 아니라 이를 인공적으로 더욱 체계화하는 일도 일어났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의 문화를 숭상하여 고전 그리스어의 아티카 방언의 합리적인 문법 요소를 받아들여 매우 체계적인 고전 라틴어 문법을 완성하였다. 지금도 고전 라틴어를 배우는 이들은 문법의 합리성에 매력을 느끼는 이가 많다고 한다.</p>
<p>영어에서 to 부정사를 분리시키는 것이 문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to boldly go와 같이 to와 동사 사이에 부사를 넣는 것은 틀리다는 것이다. 적어도 19세기부터 to 부정사 분리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 이유는 아마 고전 라틴어의 문법을 흉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설이 있다. 어쨌든 고전 라틴어 문법처럼 다른 언어의 문법도 인공적으로 체계화,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프랑스어를 배우는 이들을 괴롭히는 여러 문법 규칙 상당수는 문법학자들이 고전 라틴어 문법을 흉내내어 도입한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p>
<p>한국어의 문법도 국어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된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분명 효율적인 의사 소통을 위해서는 통일된 문법이 필요하다. 규범 문법은 현실의 자연 문법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정해져야 하고 반대로 언중은 질서 있는 언어 생활을 위해 규범 문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반감 등의 이유로 규범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p>
<p>그러나 규범 문법을 현실의 자연 문법과 너무 달라지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 바꾸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규범 문법에 대한 언중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고, 현실 언어에서 이미 규범 문법과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면 언중의 합의를 통해 현실에 맞게 규범 문법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실제 한국어의 어문 규범이 몇 년마다 수시로 조금씩 바뀌는 것은 규범 문법이 현실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p>
<h2>외국어 교육에서의 문법</h2>
<p>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말한 문법은 대충 언어의 사용에 관련된 규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B%AC%B8%EB%B2%95">위키백과의 정의</a>를 따르면 넓은 의미에서의 문법은 음성학, 음운론, 의미론, 형태론, 구문론(통사론), 화용론 등 언어 규칙에 관련된 언어학의 여러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p>
<p>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법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외국어 교육에 관련해서가 아닌가 한다. 이때 &#8216;문법&#8217;은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문장 성분, 문장 구조, 어순, 품사 등을 따지는 통사론과 형태론을 의미한다. 외국어 교육이 너무 문법 위주로 되어 있다는 말을 할 때는 이 좁은 의미를 쓰는 것이다. 문법 대신에 흔히 강조하는 회화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문법에 포함된다. 보통 &#8216;문법이 틀렸다&#8217;라고 할 때에도 이 좁은 의미의 문법, 정확히 말하면 통사론과 형태론 일부만을 말한다. 발음이 틀렸다고 해서 문법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는다.</p>
<p>그러니 문법 위주의 교육에 대한 비판은 규범 문법에 대한 비판과는 대상이 구별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문법 연구는 좁은 의미의 문법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규범 문법의 상당 부분은 통사론과 형태론을 다룬다. 또 외국어 교육에서 문법을 가르칠 때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문법에 맞도록 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문법은 규범적인 성격을 가진다.</p>
<h2>규범주의에 대해</h2>
<p>한국어나 외국어를 배우면서 어떻게 쓰는 것이 맞고 어떻게 쓰는 것이 틀리다는 얘기만 많이 들은 기억이 있다면 다소 의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언어학자들은 대부분 규범주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언어학자들은 언어 사용에 관련된 여러가지 규칙, 즉 문법을 기술하는 것이 목적이지 어떤 규칙이 맞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규범주의자들은 때로는 자의적인 규칙을 들이대어 언어 사용을 재단하려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언어의 발전에 규범주의가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불만이 나올만도 하다.</p>
<p>그러나 어느 한도 내에서 규범주의는 필요하다. 언중이 언어를 사용하는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여 그를 따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A라고 말하는데 혼자 B라고 말한다면 의사 소통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또 언어 사용 규칙이 조금씩 다른 이들이 모두 불편함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위해 표준어가 있는 것이고, 이 표준어를 가르치고 보급하려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맞고 틀린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어 교육과 국가의 언어 정책은 규범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 블로그에서 주로 다루는 외래어 표기법도 그렇게 해서 나온 언어 규범 가운데 포함된다.</p>
<p>이렇게 필요에 의해 언어 규범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이들은 그것이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고 현실 언어에 맞도록 언어 규범을 끊임없이 보완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고 &#8216;먹거리&#8217;, &#8216;바래요&#8217; 등을 바른 표현으로 인정해야 할지와 같은 개별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나는 외래어 표기법과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논할 자신이 없어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인터넷 상에서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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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히브리어 성경 본문 로마자로 전사된 자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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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Sat, 10 Jan 2009 12:52:34 +0000</pubDate>
				<category><![CDATA[외래어 표기 실무]]></category>
		<category><![CDATA[성경]]></category>
		<category><![CDATA[여리고]]></category>
		<category><![CDATA[예리코]]></category>
		<category><![CDATA[히브리어성경]]></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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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히브리어 성경 본문 및 그것을 그대로 로마자로 전사한 유니코드를 지원하는 자료가 있어 소개한다. Internet Sacred Texts Archive 가운데 The Tanach 부분이다. 각종 설명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알맹이는 역시 히브리어 성경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과 로마자 전사 대역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창세기 첫 부분을 보여주는 자료 &#8220;팔레스타인, 팔레스티나, 블레셋, 펠리시테 가운데 일본어식 표기는 무엇일까요?&#8220;라는 글에서 &#8216;블레셋&#8217;이라는 히브리어 이름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span style="font-size:0.9em; color:#5C78C6;">본 글은 원래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글루스가 종료되었기에 열람이 가능하도록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기한이 지난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사항에 따라 글을 쓴 후 의견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타 수정이나 발음 기호를 균일하게 고치는 것 외에는 원문 그대로 두었고 훗날 내용을 추가한 경우에는 이를 밝혔습니다. 외부 링크는 가능한 경우 업데이트했지만 오래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날짜는 이글루스 게재 당시의 날짜로 표시합니다.</span><br>
<span style="color:#C5D2DB">—</span>
<p>히브리어 성경 본문 및 그것을 그대로 로마자로 전사한 유니코드를 지원하는 자료가 있어 소개한다. Internet Sacred Texts Archive 가운데 <a href="http://sacred-texts.com/bib/tan/">The Tanach</a> 부분이다. 각종 설명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알맹이는 역시 히브리어 성경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과 로마자 전사 대역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ize-full wp-image-106050"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3/08/f0074568_4968753bbf5ab.gif" alt="" width="553" height="299" />창세기 첫 부분을 보여주는 자료</p>
<p>&#8220;<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1/10/%ed%8c%94%eb%a0%88%ec%8a%a4%ed%83%80%ec%9d%b8-%ed%8c%94%eb%a0%88%ec%8a%a4%ed%8b%b0%eb%82%98-%eb%b8%94%eb%a0%88%ec%85%8b-%ed%8e%a0%eb%a6%ac%ec%8b%9c%ed%85%8c-%ea%b0%80%ec%9a%b4%eb%8d%b0-%ec%9d%bc/">팔레스타인, 팔레스티나, 블레셋, 펠리시테 가운데 일본어식 표기는 무엇일까요?</a>&#8220;라는 글에서 &#8216;블레셋&#8217;이라는 히브리어 이름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일반인들이 히브리 문자를 읽는 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고심했는데 마침 이런 자료를 찾은 것이다.</p>
<p>이 자료에서 쓰는 로마자 전사는 발음 기호로 볼 수는 없다. 그냥 히브리어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어떤 히브리 문자 기호를 어떻게 옮겼는지는 <a href="http://sacred-texts.com/bib/osrc/tanxlit.htm">대조표</a>로 확인할 수 있다.</p>
<p><b>&#8216;여리고&#8217;의 히브리어 이름 확인하기</b></p>
<p>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예를 들기 위해 고대 도시 &#8216;여리고&#8217;의 히브리어 이름을 알아보자. 개역판 한국어 성경에서 &#8216;여리고&#8217;라고 하는 지명은 영어로 Jericho라고 하며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는 &#8216;예리코&#8217;로 쓰고 있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Jericho는 라틴어 형태이기도 하며 &#8216;예리코&#8217;는 라틴어 발음을 따른 표기이다. Jerusalem &#8216;예루살렘&#8217;, Damascus &#8216;다마스쿠스&#8217; 등 예로부터 라틴어 형태로 알려진 이 지역의 지명은 한글 표기도 라틴어 이름을 따르므로 &#8216;예리코&#8217;로 쓰는 데 문제가 없다.</p>
<p>먼저 히브리어 성경 어디에 이 지명이 등장하는지 보자. 성경을 검색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그 가운데 <a href="http://www.holybible.or.kr/">다국어성경 Holy Bible</a>이란 자료집을 소개한다. 거기서 &#8216;여리고&#8217;를 검색하면 &#8216;여리고&#8217;가 등장하는 성경 구절 결과가 나온다. 첫번째로 나오는 여호수아 16:1(16장 1절)을 기억해둔다. 보너스로 &#8216;번역비교&#8217;를 누르면 한국어 번역 6종, 영어 번역 3종, 일본어 번역 3종을 비교할 수 있다. 한국어 번역 6종 가운데 5종은 &#8216;여리고&#8217;를 쓰고 공동번역에서는 &#8216;예리고&#8217;라고 쓰는 것을 볼 수 있다.</p>
<p>앞서 소개한 <a href="http://sacred-texts.com/bib/tan/">The Tanach</a> 페이지에 가서 히브리어 성경 목록 가운데 &#8216;여호수아&#8217;에 해당하는 &#8220;Joshua (Yehoshua)&#8221;를 클릭한다. 그리고 &#8220;Joshua (Yehoshua) Chapter 16&#8243;이라고 쓴 것을 클릭하면 16장 본문을 볼 수 있다.</p>
<p>1절의 로마자 전사 부분은 다음과 같다.</p>
<blockquote><p>1 wayyēṣē’ hagwōrāl liḇənê ywōsēf mîyarədēn yərîḥwō ləmê yərîḥwō mizərāḥâ hammiḏəbār ‘ōleh mîrîḥwō bâār bêṯ-’ēl:</p></blockquote>
<p>여기서 &#8216;여리고&#8217;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Yərîḥwō라고 짐작할 수 있다.</p>
<p>그런데 아무래도 Yərîḥwō라는 표기가 이상해서 히브리어 원문을 확인해보니 그에 해당하는 단어는 יְרִיח֔וֹ이다. 마지막 글자 וֹ는 최장음 [o]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조표에 따르면 ô로 적어야 되지만 로마자 표기 자동 생성 과정에서 ו와 위의 점을 따로 분석했는지 wō로 쓴 것이다. 그러니 정확한 표기는 Yərîḥô가 맞을 것이다.</p>
<p>좋은 자료를 소개한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처음 든 예부터 로마자 전사에 오류가 있으니 어떻게 된 것인가? 그래도 이것보다 좋은 자료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이 자료에서 쓰는 로마자 전사는 자동으로 생성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히브리어 원문을 확인하며 활용해야겠다.</p>
<p>어쨌든 Yərîḥô라는 이름은 어떻게 발음되었을까? 자음의 발음에 대해서는 <a href="http://en.wikipedia.org/wiki/Hebrew_phonology#Regional_and_historical_variation">영어판 위키피디어</a>에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에서부터 탈무드에 쓰인 미슈나 히브리어(Mishnaic), 성경이 기록된 당시 히브리어(Biblical)까지 비교하는 표가 실려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마소라 성경 본문에서 쓰인 발음은 Tiberian이라는 제목 아래 있다. 이 표에 따르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r은 [ɾ]로, ḥ는 [ħ, x]로 발음되었다고 한다. 각각 한글로 &#8216;ㄹ&#8217;, &#8216;ㅎ&#8217;로 쓰는 것이 좋겠다.</p>
<p style="font-size:0.9em; color: #5C78C6;">셈 조어에는 ḥ [ħ]와 ḫ [x] 음이 따로 있었는데 초기 고대 히브리어에도 그 구별이 유지되었지만 둘 다 같은 히브리어 자모 ח로 나타내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어로 옮기면서 ח는 대부분 기식음 [h] 내지 묵음으로 처리했지만(고대 그리스어에서 [h]는 한정적인 위치에서만 나타났다) 일부는 χ(ch)로 적었다. 후자는 ḫ [x]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여리고는 고대 그리스어로 Ἰεριχώ(Ierichṓ) &#8216;이에리코&#8217;로 적었으니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Yərîḥô가 아닌 Yərîḫô로 나타낼 수 있다.</p>
<p>모음 발음에 관한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한글 표기만 따지자면 a, e, i, o, u는 각각 &#8216;아&#8217;, &#8216;에&#8217;, &#8216;이&#8217;, &#8216;오&#8217;, &#8216;우&#8217;로 표기해도 무방할 듯하다. 문제는 &#8216;슈바&#8217;라고 하는 ə인데 원래는 [ə]에 가까운 짧은 모음이었지만 마소라 성경 본문이 기록된 시기에는 그 발음이 복잡하게 분화된 것 같다. 마소라 성경 본문식 발음에서 슈바는 오는 위치에 따라, 가까이 있는 자음에 따라 발음이 바뀌고 묵음이 되기도 하는 부정모음이다.</p>
<p>히브리어 한글 표기를 연구하는 학자마다 슈바 처리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어땠든 Yərîḥô에서 yə는 한국어 성경에서 보통 쓰는 표기처럼 &#8216;여&#8217;로 적는 것이 좋을 듯 싶다.</p>
<p>그러면 Yərîḥô라는 이름 하나만 놓고 보면 &#8216;여리호&#8217;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렇게 개별적으로 표기를 결정하는 것보다 히브리어 성경에 나오는 히브리어 고유명사의 일반적인 한글 표기 방식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겠지만, 아직 그런 합의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나마 히브리어 발음을 따져 표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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