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rss version="2.0"
	xmlns:content="http://purl.org/rss/1.0/modules/content/"
	xmlns:wfw="http://wellformedweb.org/CommentAPI/"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
	xmlns:sy="http://purl.org/rss/1.0/modules/syndication/"
	xmlns:slash="http://purl.org/rss/1.0/modules/slash/"
	>

<channel>
	<title>끝소리</title>
	<atom:link href="https://pyogi.kkeutsori.com/feed/" rel="self" type="application/rss+xml" />
	<link>https://pyogi.kkeutsori.com</link>
	<description>세계의 말과 글</description>
	<lastBuildDate>Thu, 10 Sep 2026 10:08:18 +0000</lastBuildDate>
	<language>ko-KR</language>
	<sy:updatePeriod>
	hourly	</sy:updatePeriod>
	<sy:updateFrequency>
	1	</sy:updateFrequency>
	<generator>https://wordpress.org/?v=7.1</generator>

<image>
	<url>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0/06/cropped-Kkeutsori-circle-icon-32x32.png</url>
	<title>끝소리</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link>
	<width>32</width>
	<height>32</height>
</image> 
<site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79023976</site>	<item>
		<title>홍콩 초대 행정 장관 둥젠화 혹은 똥찌와, 퉁치화, 둥긴와</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9/10/%ed%99%8d%ec%bd%a9-%ec%b4%88%eb%8c%80-%ed%96%89%ec%a0%95-%ec%9e%a5%ea%b4%80-%eb%91%a5%ec%a0%a0%ed%99%94-%ed%98%b9%ec%9d%80-%eb%98%a5%ec%b0%8c%ec%99%80-%ed%89%81%ec%b9%98%ed%99%94-%eb%91%a5%ea%b8%b4/</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9/10/%ed%99%8d%ec%bd%a9-%ec%b4%88%eb%8c%80-%ed%96%89%ec%a0%95-%ec%9e%a5%ea%b4%80-%eb%91%a5%ec%a0%a0%ed%99%94-%ed%98%b9%ec%9d%80-%eb%98%a5%ec%b0%8c%ec%99%80-%ed%89%81%ec%b9%98%ed%99%94-%eb%91%a5%ea%b8%b4/#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hu, 10 Sep 2026 09:54:55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광둥어]]></category>
		<category><![CDATA[민남어]]></category>
		<category><![CDATA[상하이어]]></category>
		<category><![CDATA[오어]]></category>
		<category><![CDATA[월어]]></category>
		<category><![CDATA[중국어]]></category>
		<category><![CDATA[표준중국어]]></category>
		<category><![CDATA[하카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857</guid>

					<description><![CDATA[1997년부터 2005년까지 홍콩 특별 행정구의 초대 행정 장관을 지낸 기업인 둥젠화가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이 인물은 예전에 董建華의 한국 한자음에 따라 &#8216;동건화&#8217;로 부르기도 했으며 1997년 3월 7일 제1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표준 중국어 발음인 Dǒng Jiànhuá [tʊ̀ŋ.ʨjɛ̂n.xwǎ]에 따라 표기를 &#8216;둥젠화&#8217;로 심의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로마자 이름은 Tung Chee-hwa이다. 그래서 &#8216;퉁치화&#8217;는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 이름이라고 짐작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1997년부터 2005년까지 홍콩 특별 행정구의 초대 행정 장관을 지낸 기업인 둥젠화가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이 인물은 예전에 董建華의 한국 한자음에 따라 &#8216;동건화&#8217;로 부르기도 했으며 1997년 3월 7일 제1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표준 중국어 발음인 Dǒng Jiànhuá [tʊ̀ŋ.ʨjɛ̂n.xwǎ]에 따라 표기를 &#8216;둥젠화&#8217;로 심의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로마자 이름은 Tung Chee-hwa이다. 그래서 &#8216;퉁치화&#8217;는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 이름이라고 짐작한 글도 본 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광둥어로는 董建華를 Dung<sup>2</sup> Gin<sup>3</sup>waa<sup>4</sup> [tʊ̌ŋ.kīːn.wa̭ː] &#8216;둥긴와&#8217;로 발음한다. 홍콩식 통용 로마자 표기 방식으로는 Tung Kin Wah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Tung Chee-hwa는 사실 표준 중국어도, 광둥어도 아닌 상하이어 발음에 따른 표기이다.</p>
<p>둥젠화는 1937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둥자오룽은 1947년에 해운 업체인 동방해외(東方海外)를 창업한 부호로 국민당과 가까웠는데 국공 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기울자 1949년에 가족을 영국령이던 홍콩으로 피신시켰다. 그리하여 둥젠화는 열두 살 때부터 홍콩에서 자라나게 되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미국에서 취업했다가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1982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동방해외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으며 1992년에는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 패튼에 의해 행정국에 임명되어 정계에 입문했다.</p>
<p>1996년에는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된 후 홍콩 수반이 될 행정 장관을 뽑는 선거에 입후보했다. 그는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로 지목되었고 중국 정부가 뽑은 홍콩 각계 대표 총 400명으로 구성된 선거 위원회에서 320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그리하여 1997년 7월 1일 행정 장관으로 취임하였고 2002년에 무투표 연임을 했으나 곧 사스(SARS) 사태, 국가보안법 추진 반대 시위 등의 위기를 맞았고 2004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 주석에게 공개적으로 질타를 당했다. 결국 2005년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하였다.</p>
<p>여기서 장쩌민, 후진타오 대신 한국 한자음에 따른 강택민(江澤民), 호금도(胡錦濤)가 익숙한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 도입 이후 현대 중국어 인명과 지명은 중국어 발음에 따라 적는다는 방침 때문에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장쩌민(Jiāng Zémín), 후진타오(Hú Jǐntāo)로 표기를 통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은 많았지만 영어 등 로마자를 쓰는 언어에서도 한어 병음에 따른 공식 철자인 Jiang Zemin, Hu Jintao로 쓰기 때문에 한자보다 영어가 익숙한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중국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예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p>
<p>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국어 발음은 중국에서 공용어로 삼고 있는 표준 중국어 발음을 뜻한다. 표준 중국어는 이른바 관화(官話)라고 불리는 북방 중국어를 표준화한 것으로 발음은 베이징식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어는 단일 언어가 아니다. 마치 고대 로마에서 쓰였던 라틴어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등 로망 어군에 속하는 여러 언어로 갈라진 것처럼 옛 중원에서 쓰였던 고대 중국어(상고 한어)는 세월이 지나면서 다양한 말씨로 갈라졌다. 예로부터 이들은 모두 중국어의 방언(方言)이라고 부르지만 언어학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단일 언어의 방언으로 취급할 수 없을만큼 서로 현저한 차이가 있다. 로마자로는 다른 말씨에서 쓰는 발음을 기준으로 Tung Chee-hwa와 같이 적는 이름을 한글로 적을 때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준 중국어식 &#8216;둥젠화&#8217;로 적는다면 표기가 상당히 달라져서 불편하다.</p>
<p>홍콩에서는 단순히 중국어를 쓴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찾은 관광객이나 공연하러 간 외국 가수 등이 你好 nǐ hǎo [nǐ.xàʊ̯] &#8216;니하오&#8217;, 谢谢 xièxiè [ɕjê.ɕje] &#8216;셰셰&#8217; 등 표준 중국어 인사말을 쓰는 일이 많은데 현지에서는 그리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홍콩에서는 월어(粵語)에 속하는 광둥어를 쓰기 때문이다. &#8216;안녕하세요&#8217;에 해당하는 인사말은 표준 광둥어로 你好 nei<sup>5</sup> hou<sup>2 </sup>[ne̬i̯.hǒu̯] &#8216;네이호&#8217;인데 요즘 홍콩식 발음에서는 lei<sup>5</sup> hou<sup>2</sup> [le̬i̯.hǒu̯] &#8216;레이호&#8217;가 되는 일이 많고 이보다는 영어의 hello에서 온 哈囉 haa<sup>1</sup>lou<sup>3</sup> [háː.lōu̯] &#8216;하로&#8217;가 더 일상적이다. &#8216;감사합니다&#8217;는 상황에 따라 唔該 m<sup>4</sup>goi<sup>1</sup> [m̩̭.kɔ́ːi̯] &#8216;음고이&#8217; 또는 多謝 do<sup>1</sup>ze<sup>6</sup> [tɔ́ː.ʦɛ̀ː]&#8217;를 쓴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발음은 물론 어휘에서도 표준 중국어와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준 중국어의 不 bù [pû] &#8216;부&#8217;처럼 부정의 의미로 쓰이는 광둥어의 唔 m<sup>4</sup> [m̩̭] &#8216;음&#8217;은 아예 표준 중국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한자로 나타낸다.</p>
<p>중세 유럽에서 라틴어를 문자 언어로 쓴 것처럼 20세기 초까지 중국어 화자들은 한문을 문자 언어로 썼다. 말씨가 달라 서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같은 문자 언어를 공유했으며 실제 입말과 글말이 달라서 불편했지만 적어도 모두들에게 공평했다. 하지만 특히 명대와 청대를 거치면서 통속 문학에서는 구어에 가깝게 쓴 백화문이 성행했다. 최대한 많은 지역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당대의 정치적 중심지이던 난징을 포함한 양쯔강 하류 일대의 관화 방언을 바탕으로 했다가 청대 후기에 베이징의 관화 방언이 백화문의 기준이 되었다. 1912년 중화민국 수립 이후 루쉰 등의 지식인들은 난해한 한문 대신 구어에 가깝게 문자 언어를 쓸 것을 주창하여 현대 중국어 문어가 형성되었다. 이 새로운 표준 문자 언어는 백화문의 전통을 이어 북방 중국어(관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표준 중국어 화자 입장에서는 구어와 매우 가깝다.</p>
<p>광둥어도 구어에 가깝게 글로 적는 전통이 있고 광둥어를 적기 위해 도입된 한자도 있지만 홍콩에서 격식을 갖춘 글은 대부분 북방 중국어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중국어 문어를 쓴다. 대신 소리 내어 읽을 때는 광둥어식으로 발음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은 글은 광둥어로 쓰는 일도 흔하고 홍콩에서 쓰는 현대 중국어 문어는 일부 광둥어식 표현을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지만 아무튼 광둥어 화자들과 북방 중국어 화자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문자 언어를 쓴다. 중화권에서 중국 어파에 속하는 다른 말씨를 쓰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문자 언어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중국어를 그냥 단일 언어로 간주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한자로 적더라도 독음(각 한자의 발음)은 말씨마다 다르니 한글로 표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p>
<p>오늘날 광둥어는 홍콩의 정체성의 일부처럼 되었지만 중국 광저우에서 쓰는 월어를 바탕으로 하는 표준 광둥어가 홍콩의 명실상부한 다수 언어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원래 홍콩의 신계(新界, New Territories) 지역(1898년에 영국이 청나라로부터 조차한 기존 홍콩의 배후지)에서 圍 wai4 [wɐ̭i̯] &#8216;와이&#8217;라고 불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살던 소위 圍頭 Wai4tau4 [wɐ̭i̯.tʰɐ̭u̯] &#8216;와이타우&#8217; 주민들은 광둥어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 월어 방언을 썼고 예전에 배에서 살면서 수상 마을을 형성하던 이른바 수상인(水上人)들도 독자적인 월어 방언을 썼다. 자신들만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이루며 살던 하카인(객가인, 客家人)들은 월어와 다른 중국 어파의 또다른 갈래에 속하는 하카어(객가어, 客家語)를 썼다. 그런데 영국의 지배 하에서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광저우 출신 인구가 대량 유입되면서 광저우식 광둥어가 홍콩의 압도적인 다수 언어가 되었다. 중국 남부에서 여러 다른 월어 방언이나 또다른 중국 어파 갈래인 민어(閩語)의 하위 분류인 민남어(閩南語)에 속하는 여러 말씨를 쓰는 이들도 들어왔지만 한두 세대를 거쳐서 대부분 광둥어를 쓰는 주류에 동화되었다.</p>
<p>20세기 중반에는 제2차 세계 대전과 국공 내전의 혼란을 피해, 또 그 후에 들어선 공산당 정부를 피해 둥젠화처럼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들어온 이들도 많았다. 상하이에서는 오어(吳語)에 속하는 상하이어를 쓴다. 2016년에 나온 통계에 의하면 홍콩에는 상하이어를 구사하는 이가 아직도 8만 3400명이 된다고 한다. 상하이는 1850년대 개항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1930년대에 국제적인 상업 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에 양쯔강 하구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대접받았던 쑤저우어 대신 상하이어를 교통어로 쓰게 되었을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영국의 지배하에서 홍콩의 광둥어가 사실상의 공용어 지위를 얻은 것과 달리 상하이어는 중화민국, 후에 중화인민공화국의 단일 표준어 정책 때문에 설 자리를 잃은 후 표준 중국어에 점점 밀려나고 있다. 오늘날 상하이 토박이들은 대체로 상하이어를 구사하지만 타 지역에서 들어온 이주민이 늘어나고 자라나는 세대도 상하이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서 화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다.</p>
<p>상하이어가 속하는 오어는 내부적으로도 차이가 심한데 예전에는 심지어 오늘날 상하이시에 속하는 교외 지역들도 각자 방언이 있었다. 그러다가 상하이가 19세기 이후에 여러 지역의 이주민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면서 상하이어는 쑤저우어, 닝보어 등 오어에 속하는 다른 여러 방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베이징 이전에 관화의 기준 방언 역할을 했던 난징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자연스레 관화의 영향도 받았다. 그래서인지 상하이어는 19세기 이후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p>
<p>예전에 둥젠화보다 5년 전인 1932년에 상하이에서 태어난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22/05/13/%ec%83%81%ed%95%98%ec%9d%b4-%ec%b6%9c%ec%8b%a0%ec%9d%b8-%ed%99%8d%ec%bd%a9%ec%9d%98-%ec%9a%94%ec%85%89-%ec%a0%a0-%ec%b6%94%ea%b8%b0%ea%b2%bd/">홍콩 추기경 요셉 젠(Joseph Zen)에 대한 글</a>에서 그의 한자 이름 陳日君은 현대 상하이어로 <sup>6</sup>Zen Zeq<sub>8</sub>ciun<sub>1</sub> [z̥ə̀ɲ.z̥ə́ʔ.ʨʏ̀ɲ] &#8216;전저쮠&#8217;으로 발음되지만 통용 로마자 표기는 Zen Ze-kiun인데 이는 아마도 구개음화 이전의 옛 발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대신 당시 글에서는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에서 쓰던 자체 상하이어 로마자 표기 방식을 그대로 썼는데 여기서는 Wugniu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로마자 표기 방식에 따라 적는다. 이 표기 방식은 상하이어뿐만이 아니라 오어에 속하는 여러 말씨에 공통된 로마자 표기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Wugniu는 吳語를 상하이어로 <sup>6</sup>wu-gniu<sub>6</sub> [ɦù.ɲý] &#8216;우뉘&#8217;로 적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어 병음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지금은 영어판 위키낱말사전에서도 전에 쓰던 자체 표기 방식 대신 오어 병음을 쓴다. <a href="https://wugniu.com/">오어학당(吳語學堂) 웹사이트</a>에서 한자를 입력해서 상하이어를 포함한 다양한 오어 말씨에서 쓰는 독음에 따른 오어 병음을 검색하고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참고로 음절마다 각각의 성조를 가지는 대부분의 중국어파 언어와 달리 상하이어에서는 한 어절의 고저 패턴이 한 음절의 기본 성조에 따라 결정되고 나머지 음절의 기본 성조는 무시되기 때문에 오어 병음에서는 실제 발음을 좌우하는 음절의 성조 표시만 위 첨자로 적고 나머지는 아래 첨자로 적는다.</p>
<p>둥젠화의 이름 董建華는 현대 상하이어로 <sup>5</sup>Ton Ci<sub>5</sub>wa<sub>6</sub> [tōŋ.ʨí.ɦwà]로 발음된다. 한글로 표기하면 공교롭게도 &#8216;똥찌와&#8217; 정도가 된다. 사실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華의 상하이어(上海閒話) 독음을 검색하면 <sup>6</sup>wa [ɦwà] &#8216;와&#8217; 외에도 <sup>1</sup>ho [hô] &#8216;호&#8217;와 <sup>6</sup>gho [ɦò] &#8216;오&#8217;가 같이 제시된다. 여기서 <sup>6</sup>wa는 문독, <sup>6</sup>gho는 백독이고 <sup>1</sup>ho는 지명 룽화(龙华/龍華[Lónghuá])에서 쓰이는 독음으로 나온다(상하이어 발음은 <sup>6</sup>lon<sub>1</sub>ho [lòŋ.hó] &#8216;롱호&#8217;). 중국어파 언어에서는 일부 한자를 글을 읽을 때 쓰는 문독(文讀)과 일상적인 구어에서 쓰는 백독(白讀)이라는 두 가지 독음으로 다르게 읽는 이른바 문백이독 현상이 매우 흔하다.</p>
<p>예전 글에서는 董建華의 상하이어 발음이 Ton<sup>2</sup> Ji<sup>2</sup>hho<sup>3</sup> [tʊŋ<sup>34</sup> ʨi<sup>34</sup>ɦo<sup>23</sup>]이고 &#8216;뚱찌호&#8217;로 적을 수 있다고 했는데 오어 병음에 따르면 <sup>5</sup>Ton Ci<sub>5</sub>gho<sub>6</sub>이고 실제 고저 패턴을 반영한 발음은 [tōŋ.ʨí.ɦò]로, 한글 표기는 &#8216;똥찌오&#8217;로 정정한다. 당시에는 華의 백독만 확인되었기 때문에 Tung Chee-hwa는 상하이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고 단정했는데 이 이름에서 華의 문독을 쓴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민남어에서는 성씨는 관습적으로 백독으로 쓰지만 이름은 문독을 쓰는 일이 흔하니 상하이어에서도 이름에서는 華의 문독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p>
<p>한편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上海閒話（老）라고 부르는 구식 상하이어 독음을 검색하면 <sup>3</sup>Ton Cie<sub>5</sub>gho<sub>6</sub> [toŋ.ʨie.ɦo] &#8216;똥찌에오'(구식 상하이어 발음의 성조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려우니 성조 표기는 생략한다). 이 구식 상하이어 독음의 출전은 2018년에 출간된 타오환(陶寰[Táo huán])과 가오신(高昕[Gāo xīn])의 《상해노파방언동음자회(上海老派方言同音字彙)》로 나오는데 정확히 어느 세대의 언제적 발음을 기술한 것인지는 찾지 못했다. 예전에도 華는 관화 발음 huá [xwǎ] &#8216;화&#8217;에 좀 더 가까운 문독이 쓰였지만 여기서는 백독만 기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p>
<p>상하이어 성모 가운데는 특이하게 오어 병음에서 gh로 적는 유성 성문 반찰음 [ɦ]가 있다. 한국어에서는 &#8216;은행&#8217;에서처럼 &#8216;ㅎ&#8217; /h/이 유성음 사이에 올 때 변이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음이다. 오어 병음에서 w, y로 적는 음 앞에도 [ɦ]가 붙는다. 그래서 吳의 독음인 <sup>6</sup>wu나 華의 문독 <sup>6</sup>wa는 각각 [ɦù], [ɦwà]로 발음되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는 &#8216;ㅎ&#8217;으로 적었지만 오어학당 웹사이트에서 음성을 들어보면 특히 w, y로 적는 음 앞에서는 [ɦ]가 들릴락말락하게 발음되므로 여기서는 <sup>6</sup>wu, <sup>6</sup>wa를 &#8216;후&#8217;, &#8216;화&#8217; 대신 &#8216;우&#8217;, &#8216;와&#8217;로 적기로 했다.</p>
<p>표준 중국어나 광둥어는 폐쇄음과 파찰음에서 무기음과 유기음의 2계열 구별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표준 중국어의 무기음 b [p], d [t], g [k]는 예사소리 &#8216;ㅂ&#8217;, &#8216;ㄷ&#8217;, &#8216;ㄱ&#8217;으로 적고 유기음 p [pʰ], t [tʰ], k [kʰ]는 거센소리 &#8216;ㅍ&#8217;, &#8216;ㅌ&#8217;, &#8216;ㅋ&#8217;으로 적는다. 이를 참고한다면 광둥어의 무기음 b [p], d [t], g [k]도 &#8216;ㅂ&#8217;, &#8216;ㄷ&#8217;, &#8216;ㄱ&#8217;으로 적을 수 있다. 표준 중국어와 광둥어의 무기음은 특히 높은 성조일 때는 된소리 &#8216;ㅃ&#8217;, &#8216;ㄸ&#8217;, &#8216;ㄲ&#8217;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낮은 성조이거나 어중 유성음 사이에서는 예사소리 &#8216;ㅂ&#8217;, &#8216;ㄷ&#8217;, &#8216;ㄱ&#8217;에 꽤 가깝게 들린다. 그런데 홍콩에서 통용되는 로마자 표기에서는 무기음과 유기음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p, t, k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p>
<p>예전에는 표준 중국어의 무기음도 로마자 표기에서 p, t, k 등 무성음 자모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베이징의 옛 로마자 표기인 Peking은 오늘날의 표준 중국어 北京 Běijīng [pèɪ̯.ʨíŋ] &#8216;베이징&#8217;에서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전인 옛 관화 발음을 나타낸 것인데 오늘날의 한어 병음식으로 무기음을 처리했다면 *Beging이 되었을 것이다. 한어 병음 이전에 널리 쓰이던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도 무기음을 p, t, k, 유기음을 pʻ, tʻ, kʻ로 나타내는데 실생활에서는 둘 다 구별 없이 p, t, k로 적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대만의 수도 臺北 Táiběi [tʰǎɪ̯.pèɪ̯] &#8216;타이베이&#8217;는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의 Tʻai<sup>2</sup>-pei<sup>3</sup>를 단순화한 로마자 표기 Taipei로 널리 통용된다. 로마자 표기 Taipei를 기준으로 하여 &#8216;타이페이&#8217;로 쓰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바람직한 표기는 아니다.</p>
<p>그런데 상하이어는 오늘날의 중국 어파 언어로서는 드물게 중고 한어의 전탁음(全濁音) 즉 유성 장애음을 보존하고 있다. 그래서 폐쇄음에서 무성 무기음 p [p], t [t], k [k], 무성 유기음 ph [pʰ], th [tʰ], kh [kʰ] 외에 유성음 b [b], d [d], g [ɡ]를 쓰는 3계열 대립을 보이며 k, kh, g의 구개음화로 나타난 파찰음 c [ʨ], ch [ʨʰ], j [ʥ]의 3계열 대립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폐쇄음의 3계열 대립을 보이는 타이어와 베트남어의 표기에 된소리를 활용하는 것을 참고하여 상하이어의 무성 무기음 p [p], t [t], k [k], c [ʨ]도 각각 &#8216;ㅃ&#8217;, &#8216;ㄸ&#8217;, &#8216;ㄲ&#8217;, &#8216;ㅉ&#8217;으로 적는 것이 어떨까 한다.</p>
<p>建은 한국 한자음 &#8216;건&#8217;이나 광둥어 독음 gin<sup>3</sup> [kīːn] &#8216;긴&#8217;에서 볼 수 있듯이 중고음의 성모는 k였다. 그런데 상하이어에서는 19세기 이후에 일어난 구개음화로 인해 성모가 c [ʨ]로 변한 것이다. 요셉 젠의 이름에 나오는 君에서도 구개음화가 일어나 현대 상하이어에서는 성모가 c [ʨ]로 변했는데 통용 로마자에서는 kiun으로 적어 옛 발음을 반영한 반면 둥젠화의 이름에서는 建를 오늘날의 발음에 따라 chee로 적었다.</p>
<p>요셉 젠에 대한 글에서 영국인 선교사 조지프 에드킨스(Joseph Edkins [ˈʤoʊ̯z⟮s⟯ᵻf ˈɛdkɪnz], 1823~1905)가 1853년에 펴낸 《<a href="https://books.google.com/books?id=ajxMAAAAYAAJ&amp;pg=185">상하이 방언에서 보이는 구어체 중국어 문법(A grammar of colloquial Chinese as exhibited in the Shanghai dialect)</a>》을 다루었는데 이 저작에서는 建과 운모가 같은 見, 連, 先을 kíe<i>n</i>, líe<i>n</i>, síe<i>n</i>으로 각각 적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서 í는 길게 발음되는 i를 뜻하며 원문에서 이탤릭체로 쓴 <i>n</i>은 앞선 모음이 살짝 비음화된 것을 나타낸다. 그러니 19세기 상하이어에서 이들의 운모는 [ĩːẽ] 정도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대 상하이어에서 각각 見 <sup>5</sup>ci [ʨī] &#8216;찌&#8217;, 連 <sup>6</sup>li [lì] &#8216;리&#8217;, 先 <sup>1</sup>shi [ɕî] &#8216;시&#8217;로 발음되지만 구식 상하이어 독음은 각각 見 <sup>5</sup>cie [ʨīe] &#8216;찌에&#8217;, 連 <sup>6</sup>lie [lìe] &#8216;리에&#8217;, 先 <sup>1</sup>sie [sîe] &#8216;시에&#8217;로 나온다. 建의 구식 상하이어 독음도 見와 동일한 <sup>5</sup>cie [ʨīe] &#8216;찌에&#8217;이다. 이 운모는 상하이어에서 아마도 먼저 비음화를 잃은 후 단순 모음으로 바뀐 듯하다.</p>
<p>상하이어 운모의 on은 여기서 [oŋ]으로 적고 있지만 <a href="https://books.google.com/books?id=ajxMAAAAYAAJ&amp;pg=58">에드킨스의 문법서</a>에서는 같은 운모를 단어에 따라 óng과 úng으로 쓰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단독으로 쓰이는 한자나 마지막에 오는 한자에서는 ó가 더 흔하고 조합의 첫머리에서는 ú가 더 흔하다면서 中國人 tsúng kóh niun, 勿拉當中 veh ʼlá tong tsóng에서 같은 中이 각각 tsúng, tsóng으로 발음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오어 병음으로 제시된 中의 현대 상하이어 독음은 그냥 <sup>1</sup>tson [ʦôŋ] &#8216;쫑&#8217;이다). 그러니 적어도 19세기에는 어느 정도 변이음 관계가 있었던 듯하다. 오어 병음으로는 <sup>5</sup>Ton으로 적고 [tōŋ]으로 발음되는 董을 로마자로 Tung으로 적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p>
<p>사실 표준 중국어에서 [ʊŋ]으로 발음되는 董의 운모도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는 ung으로 적고 한어 병음에서는 ong으로 적는 등 모음이 &#8216;우&#8217;와 &#8216;오&#8217;의 중간 정도 음이고 발음을 [oŋ]으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웅&#8217;으로 적는다. 표준 중국어와 상하이어에서 董을 발음하는 것을 들어봐도 모음 음가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외래어 표기법에서 중국어의 ong을 &#8216;웅&#8217; 대신 &#8216;옹&#8217;으로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볼만하다.</p>
<p>표준 중국어의 ong은 계속 &#8216;웅&#8217;으로 적고 상하이어의 운모 on도 &#8216;웅&#8217;으로 적는다면 어떨까? 상하이어에는 어차피 &#8216;웅&#8217;으로 적을만한 다른 운모가 없다. 오히려 黨 <sup>5</sup>taon [tɑ̃̄], 廣 <sup>5</sup>kuaon [kwɑ̃̄]에서 나타나는 운모 aon [ɑ̃]이 흔히 원순모음화하여 [ɒ̃]으로 발음되는 것을 &#8216;옹&#8217;으로 적고 on도 &#8216;옹&#8217;으로 적는다면 구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운모 aon은 한국어 화자에게는 &#8216;엉&#8217;에 가깝게 들리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어&#8217;를 되도록이면 중설 중모음 [ə] 내지 이에 비교적 근접한 [ʌ], [ɐ] 정도의 표기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aon은 [ɑ̃]으로 취급한다면 &#8216;앙&#8217;, [ɒ̃]으로 취급한다면 &#8216;옹&#8217;으로 적을 수 있다. 비슷한 예로 광둥어로는 黨이 dong<sup>2</sup> [tɔ̌ːŋ]으로 발음되는데 한국어 화자에게는 &#8216;덩~떵&#8217; 비슷하게 들리지만 &#8216;동&#8217;으로 적는 것이 좋다. 張 <sup>1</sup>tsan [ʦã̂]에 나타나는 운모 an [ã]은 &#8216;앙&#8217;으로 적고 aon [ɑ̃~ɒ̃]은 &#8216;옹&#8217;, on [oŋ]은 &#8216;웅&#8217;으로 적어서 모두 다르게 표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가장 널리 쓰이는 발음 기호를 존중하여 여기서는 상하이어 성모 on을 &#8216;옹&#8217;으로 적기로 한다. 대신 董의 상하이어 독음 표기가 &#8216;똥&#8217;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Tung Chee-hwa와 너무 다르지만 이 글에서 계속 표준 중국어식 &#8216;둥젠화&#8217;로 부른 것도 상하이어식 &#8216;똥찌와&#8217;가 너무 꺼림칙해서이다). 정 이상하다면 성모 사이의 변별력을 조금 잃더라도 상하이어의 무성 무기음도 된소리 대신 표준 중국어에서처럼 예사소리로 옮겨서 &#8216;똥찌와&#8217; 대신 &#8216;동지와&#8217;로 적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p>
<p>로마자로 적은 Tung Chee-hwa의 영어 발음은 [ˈtʊŋ-ˈʧiː-ˈ<i>h</i>wɑː] &#8216;퉁치화&#8217; 정도가 된다. 영어에서 wh로 적는 [<small>(h)</small>w]는 오늘날 대부분의 방언에서 그냥 [w]로 발음하지만 에스파냐어 이름 Juan을 [ˈ<i>h</i>wɑːn] &#8216;환&#8217;으로 흉내 낼 때처럼 차용어에서는 [w] 앞에서도 [h]를 발음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생략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니 Tung Chee-hwa의 영어 발음도 [ˈtʊŋ-ˈʧiː-ˈwɑː] &#8216;퉁치와&#8217;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전히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글로 표기한다면 [h]를 밝혀서 &#8216;퉁치화&#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중국어 이름을 영어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은 원어 발음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에 어쩔 수 없이 쓰는 궁여지책이니 될 수 있으면 상하이어 발음을 직접 한글로 옮기는 것이 낫다.</p>
<p>홍콩은 광둥어를 기준으로 하는 통용 로마자 표기 천지이고 동남아시아 화교 사이에서는 민남어, 하카어 등을 기준으로 하는 통용 로마자 표기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상하이어를 기준으로 한 통용 로마자 표기는 비교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로마자 표기에서 on, aon 같은 운모를 관습적으로 어떻게 적는지 연구하면 상하이어의 한글 표기를 정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쑤저우어, 닝보어 등 다른 오어의 통용 로마자 표기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어 발음을 기준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이름이 워낙 드물어서 다른 중국 어파 언어에 비해 상하이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요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9/10/%ed%99%8d%ec%bd%a9-%ec%b4%88%eb%8c%80-%ed%96%89%ec%a0%95-%ec%9e%a5%ea%b4%80-%eb%91%a5%ec%a0%a0%ed%99%94-%ed%98%b9%ec%9d%80-%eb%98%a5%ec%b0%8c%ec%99%80-%ed%89%81%ec%b9%98%ed%99%94-%eb%91%a5%ea%b8%b4/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857</post-id>	</item>
		<item>
		<title>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변경한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8/28/%ec%98%a8%ed%83%80%eb%a6%ac%ec%98%a4%ed%98%b8%ec%9d%98-%ec%9d%b4%eb%a6%84%ec%9d%84-%eb%b3%80%ea%b2%bd%ed%95%9c%eb%8b%a4/</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8/28/%ec%98%a8%ed%83%80%eb%a6%ac%ec%98%a4%ed%98%b8%ec%9d%98-%ec%9d%b4%eb%a6%84%ec%9d%84-%eb%b3%80%ea%b2%bd%ed%95%9c%eb%8b%a4/#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Fri, 28 Aug 2026 10:15:34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영어]]></category>
		<category><![CDATA[와이언돗어]]></category>
		<category><![CDATA[웬다트어]]></category>
		<category><![CDATA[이로쿼이어]]></category>
		<category><![CDATA[프랑스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835</guid>

					<description><![CDATA[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8월 27일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있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의 이름을 즉시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변경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2025년 2월 1일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제품 대부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무역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합의에 근접한 듯 했지만 막판에 미국측이 프랑스어와 관련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8월 27일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있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의 이름을 즉시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변경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2025년 2월 1일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제품 대부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무역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합의에 근접한 듯 했지만 막판에 미국측이 프랑스어와 관련된 캐나다의 언어·문화 정책을 문제삼는 등 요구를 추가하자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며 협상단 철수를 지시했다(캐나다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 문화의 보호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그러자 예전에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이르는 등의 발언을 해왔던 트럼프는 여러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변경하는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p>
<p>이 행정 명령은 미국의 각 연방 기관에서 사용하는 지도, 문서,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이름 변경을 적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효력이 없는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연방 정부에 속하지 않는 단체나 개인이 어떤 이름을 쓸지는 강제할 수 없다. 온타리오호의 미국 쪽 연안이 속한 뉴욕주의 캐시 호컬(Kathy Hochul [ˈkæθi ˈhoʊ̯k<small>(ə)</small>l]) 주지사도 뉴욕주는 아메리카호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p>
<p>트럼프 행정부 2기의 첫 날인 2025년 1월 20일에도 트럼프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로 변경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바가 있는데 현재 미국 지질조사국이 운영하는 지명 정보 시스템(Geographic Names Information System)에서는 이에 따라 아메리카만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행정 명령의 적용 대상이 아닌 민간 미국 회사에서 만드는 온라인 지도에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메리카만이라는 이름을 자발적으로 쓰고 있다.</p>
<p>카니는 28일에 올린 X(구 트위터) 게시물에서 온타리오호라는 이름이 &#8216;호수가 아름답다, 호수가 크다&#8217;를 뜻하는 웬다트어 단어 Ontari&#8217;io에서 나왔으며 캐나다의 연방화(1867년)이나 미국의 독립 선언(1776년)보다 앞선, 400년 넘게 쓰인 이름이라고 설명하면서 캐나다인들은 언제나 온타리오호라고 부를 것이라고 했다(<a href="https://x.com/MarkJCarney/status/2093065661354283226">프랑스어</a>, <a href="https://x.com/MarkJCarney/status/2093066041286910329">영어</a>).</p>
<p>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 온타리오주도 호수에서 이름을 땄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총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온타리오주에서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경 대응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온타리오라는 이름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p>
<p>웬다트족은 온타리오호의 북쪽 연안을 중심으로 심코호(Lake Simcoe) 연안, 휴런호(Lake Huron) 동북쪽의 조지언만(Georgian Bay) 연안에 걸친 지역에서 살던 몇몇 부족의 연맹으로 출발했다(그 가운데 한 집단을 독자적인 부족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네 부족의 연맹이라고도 하고 다섯 부족의 연맹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스스로 &#8216;반도(또는 섬)에 사는 사람&#8217;의 뜻으로 웬다트라고 부른 것이라고 한다. 반도까지는 아니여도 여러 호수로 둘러싸인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p>
<p>초기 프랑스 탐험가들은 이들을 위롱(Huron [yʁɔ̃])이라고 불렀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뻣뻣한 머리카락 모양 때문에 &#8216;멧돼지&#8217;를 뜻하는 hure [yʁ] &#8216;위르&#8217;에서 파생된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가 있다. 온타리오호와 함께 북아메리카의 오대호에 속하는 휴런호도 웬다트족을 이르던 Huron에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요즘은 프랑스인들이 붙인 위롱/휴런보다는 웬다트(<small>프랑스어:</small> Wendat [wɛndat])가 민족명으로서 선호된다. Huron이라는 전 이름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혼동을 줄이기 위해 Huron-Wendat로 쓰기도 한다.</p>
<p>영어로는 Huron을 [ˈhjʊə̯ɹɒn] &#8216;휴론&#8217; 또는 [ˈhjʊə̯ɹ<i>ə</i>n] &#8216;휴런&#8217;이라고 발음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8216;휴런-호(Huron湖)&#8217;를 표제어로 쓴다. 영어에서 모음 약화가 언제나 일어나지는 않는 경우 약화되지 않은 원래의 모음을 기준으로 표기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Huron을 &#8216;휴론&#8217;으로 적어야 하겠지만 LOT 모음 /ɒ/를 PALM 모음 /ɑː/와 합쳐 [ɒ~ɑ] 정도로 실현하는 북아메리카 영어에서는 [ˈhjʊɹɒn~ˈhjʊɹɑn] 정도로 발음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ɒ]는 한국어 화자에게 &#8216;어&#8217;에 가깝게 들리는 음이다).</p>
<p>웬다트족은 17세기에 프랑스인들과 무역하기 시작했으나 유럽에서 들어온 전염병에 대한 항체가 없어 1634년에 일어난 홍역 유행에 이어 독감, 천연두 등의 유행으로 인구 60% 정도를 잃는 재앙을 겪었다. 이로 인해 세력이 크게 약화된 웬다트족은 북아메리카에서 프랑스와 경쟁 중이던 네덜란드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은 이로쿼이(<small>영어:</small> Iroquois [ˈɪɹəkwɔɪ̯]) 연맹의 침공을 받아 1649년 무렵에 정복되었다. 이로쿼이는 프랑스인들이 붙인 이름이라 해서 요즘은 스스로 부르는 이름에 따라 호디노쇼니(<small>영어:</small> Haudenosaunee [ˌhoʊ̯di⟮ᵻ⟯noʊ̯ˈʃoʊ̯ni])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현대 프랑스어로 Iroquois는 [iʁɔkwa] &#8216;이로콰'(현행 표기 규정에 따르면 &#8216;이로쿠아&#8217;)로 발음되지만 17세기 발음은 [irɔkwɛ] &#8216;이로퀘&#8217;에 가까웠다.</p>
<p>살아남은 웬다트족의 일부는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동쪽으로 피란하여 프랑스인들이 세운 취락인 케베크(Québec [kebɛk]) 근처로 이주하였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영어 발음에 따라 퀘벡(Quebec [kwᵻˈbɛk])이라고 부르는 도시로 캐나다 퀘벡주의 주도이다. 오늘날 웬다트족에게 지정된 보호 구역인 웬다케(Wendake [wɛndake])는 퀘벡시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p>
<p>웬다트족 유민 가운데는 역시 이로쿼이 연맹에게 정복된 이웃 페툰(Petun)족의 유민과 합세하여 서쪽으로 떠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1701년 무렵 휴런호 남쪽에 있던 프랑스의 퐁샤르트랭 뒤 데트루아(Pontchartrain du Détroit [pɔ̃ʃaʁtʁɛ̃ dy detʁwa]) 요새 지역에 정착했다. 줄여서 데트루아(Détroit) 요새라고도 하던 이 요새는 오늘날 캐나다 국경 근처에 있는 미국 미시간주의 도시인 디트로이트(Detroit [di⟮ᵻ⟯ˈtɹɔɪ̯t])에 해당한다. 프랑스어로 détroit는 &#8216;해협&#8217;, &#8216;좁은 수역&#8217;을 뜻하는데 이리호와 세인트클레어호(Lake St. Clair [ˈleɪ̯k ˈseɪ̯nt-ˈklɛə̯<i>ɹ</i>] &#8216;레이크 세인트클레어&#8217;, 프랑스어로는 lac Sainte-Claire [lak sɛ̃t-klɛʁ] &#8216;라크 생트클레르&#8217;)를 잇는 좁은 수역에 세운 요새라서 붙은 이름이다.</p>
<p>이들은 오늘날의 미국 오하이오주로도 퍼졌는데 18세기에 이들을 만난 영국인들은 이들을 와이언돗(Wyandot [ˈwaɪ̯<i>ə</i>ndɒt])이라고 불렀다. 1840년대에 미국은 와이언돗족을 캔자스 영토와 오클라호마 영토로 차례로 강제 이주시켰다. 오늘날 오클라호마주에 살면서 연방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는 와이언돗족은 Wyandotte이라는 철자를 쓴다. 연방 정부의 인정을 받지는 않지만 캔자스주와 오하이오주에 사는 이들은 Wyandot이라는 철자를 쓴다. 기존 외래어 표기 용례를 검색하면 미국 오하이오주의 카운티인 Wyandot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8216;와이언돗&#8217; 대신 &#8216;와이언도트&#8217;로 적고 있는데 &#8216;도트-맵(dot map)&#8217;, &#8216;도트^프린터(dot printer)&#8217; 등의 외래어에서 dot [ˈdɒt]를 관용 표기인 &#8216;도트&#8217;로 쓰는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원상 관계는 없고 특별히 &#8216;와이언도트&#8217;의 형태로 잘 알려진 이름 같지도 않으니 여기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서 &#8216;와이언돗&#8217;으로 적었다. 와이언돗족의 언어는 웬다트어에 가깝지만 별개의 언어로 분류되며 일부 학자들은 웬다트족보다는 페툰족의 언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본다.</p>
<p>웬다트어는 19세기에 사라졌고 와이언돗어의 마지막 모어 화자도 1972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날 캐나다의 웬다트족과 미국의 와이언돗족은 언어학자들이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웬다트어와 와이언돗어를 가르치면서 언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p>
<p>Ontario의 어원이 되는 이름은 카니가 쓴 Ontari&#8217;io 외에도 Ontarí&#8217;io, ontari꞉io 등의 철자로 검색된다. 웬다트어와 와이언돗어의 맞춤법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캐나다에서 웬다트어를 적는 방식과 미국에서 와이언돗어를 적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아포스트로피(&#8216;)는 보통 성문 폐쇄음 [ʔ]를 나타내며 쌍점(:)은 긴 모음을 나타낸다.</p>
<p>Ontario의 어원이 모호크(Mohawk)어 Oniatari:io 또는 Oniatari&#8217;:io, oniatarí:io이며 &#8216;아름다운 호수&#8217;를 뜻한다는 주장도 흔히 볼 수 있다. 모호크어는 이로쿼이 연맹을 결성한 민족 가운데 하나인 모호크족의 언어인데 웬다트어와 모호크어는 친족 관계로 둘 다 이로쿼이 어족에 속하니 이들이 호수를 부르는 이름도 유래가 같고 둘 다 Ontario의 어원으로 간주할 수 있을만한 가능성이 충분하겠다.</p>
<p>프랑스어로는 Ontario를 [ɔ̃taʁjo] &#8216;옹타리오&#8217;로 발음하며 영어로는 [ɒnˈtɛə̯ɹioʊ̯] &#8216;온테리오&#8217;로 발음한다. 그러니 한국어에서 표준인 &#8216;온타리오&#8217;는 프랑스어 발음도 아니고 영어 발음도 아니라 로마자 철자에 가깝게 옮긴 중립적인 표기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어 Ontario [ɔnˈtaːʁio] &#8216;온타리오&#8217;, 에스파냐어 Ontario [onˈtaɾjo] &#8216;온타리오&#8217;, 폴란드어 Ontario [ɔnˈtarjɔ] &#8216;온타리오&#8217; 등 다른 언어에서 쓰는 이름도 보통 &#8216;온타리오&#8217;에 가깝다. 물론 원래는 영어로도 &#8216;온타리오&#8217;로 발음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썼던 표기가 굳어진 것일 수 있다.</p>
<p>북아메리카의 오대호 가운데 이미 언급한 휴런호를 비롯하여 슈피리어호(Lake Superior)와 이리호(Lake Erie)는 각각 Superior, Erie의 영어 발음인 [s<small>(j)</small>uˈpɪə̯ɹiə<i>ɹ</i>], [ˈɪə̯ɹi]에 따라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슈피리어호는 프랑스 탐험가들이 휴런호보다 높은 고도에 있는 호수라고 해서 &#8216;상위의 호수&#8217;라는 뜻으로 lac Supérieur [lak sypeʁjœʁ] &#8216;라크 쉬페리외르&#8217;라고 이름붙인 것을 영어로 Lake Superior로 옮긴 것이다(어순도 영어식으로 Superior Lake라고 하지 않고 형용사를 뒤에 붙이는 프랑스어 어순을 그대로 따랐다).</p>
<p>이리호는 그 연안에 살던 원주민인 이리족의 이름을 땄다. 이들은 웬다트족과 친족 관계의 언어를 썼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름은 프랑스어로 Erieehronon, Eriechronon, Riquéronon 등으로 기록되었는데 웬다트어 Erielhonan /eɹiʔxehˈɹoːnõʔ/에 해당된다고 하며 이를 줄여서 프랑스어로 Érié [eʁje] &#8216;에리에&#8217;라고 했다. 이 부분은 &#8216;긴 꼬리&#8217;를 뜻하며 퓨마를 이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Érié의 <span style="font-size: 16px;">악센트를 생략하고 영어식으로 Erie [ˈɪə̯ɹi] &#8216;이리&#8217;로 발음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름을 따서 </span><span style="font-size: 16px;">프랑스어로 l</span><span style="font-size: 16px;">ac Érié [lak eʁje] &#8216;라크 에리에&#8217;로 부르는 호수도 영어로는 Lake Erie 즉 이리호로 부르게 되었다.</span></p>
<p>미시간호(Lake Michigan)는 오대호 가운데 유일하게 전부 미국에 속하며 미국의 미시간주의 어원이기도 하다. 영어로 Michigan은 [ˈmɪʃɪɡ<i>ə</i>n] &#8216;미시건&#8217;으로 발음되며 캐나다 프랑스어로는 [miʃiɡɑ̃] &#8216;미시강&#8217;으로 발음된다. 프랑스의 프랑스어에서는 [miʃiɡɑ̃] &#8216;미시강&#8217; 외에 [miʃiɡan] &#8216;미시간&#8217;이라는 발음도 쓰인다. 오지브웨(Ojibwe)어로 &#8216;거대한 호수&#8217;를 뜻하는 ᒥᔑᑲᒥ mishi-gami에서 온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역시 프랑스어로 먼저 기록된 이름이기 때문에 [ʃ]를 ch로 나타냈다. &#8216;미시간&#8217;은 프랑스어나 다른 중립적인 발음을 나타냈다기보다는 영어 이름을 표기할 때 약화된 모음 [ə]를 철자에 따라 적는 예전 관습에 따른 관용 표기이다.</p>
<p>한편 아메리카(America)는 <span style="font-size: 16px;">이탈리아의 피렌체 공화국 출신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 1454~1512)의 라틴어 이름 아메리쿠스 베스푸티우스(Americus Vesputius)에서 나온 이름이다. </span><span style="font-size: 16px;">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이르는 이름인데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북아메리카의 열세 개 식민지가 아메리카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America는 미국의 약칭처럼도 쓰이게 되었다. 미국은 영어로 보통 United States나 U.S.로 줄여 부르지만 </span><span style="font-size: 16px;">&#8216;미국의&#8217;를 뜻하는 형용사나 &#8216;미국인&#8217;을 뜻하는 이름은 따로 없어 그냥 American을 쓴다. &#8216;아메리카만&#8217;, &#8216;아메리카호&#8217;는 &#8216;미국의 만&#8217;, &#8216;미국의 호수&#8217;를 뜻하는 이름으로 의도한 것이겠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들은 아메리카가 원래 나라가 아니라 대륙의 이름이라는 것을 즐겨 지적한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영어로는 America, American을 각각 [əˈmɛɹᵻkə] &#8216;어메리카&#8217;, [əˈmɛɹᵻk</span><i style="font-weight: inherit;">ə</i><span style="font-size: 16px;">n] &#8216;어메리컨&#8217;으로 발음하지만 표준 한글 표기는 그냥 라틴어식 &#8216;아메리카&#8217;, &#8216;아메리칸&#8217;이다(American은 라틴어에서 쓰는 형태가 아니지만 남성형 americanus &#8216;아메리카누스&#8217;, 여성형 americana &#8216;아메리카나&#8217;, 중성형 americanum &#8216;아메리카눔&#8217;에 공통된 어근이다).</span></p>
<p>오늘날 웬다트족, 와이언돗족, 이로쿼이/호디노쇼니 연맹 등 북아메리카의 여러 원주민들은 수가 많이 감소하고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났으며 조상들의 언어도 상실한 경우가 많지만 북아메리카의 여러 지명에서 그들의 언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원주민 언어에서 나온 유구한 이름인 온타리오호를 유럽인 탐험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아메리카호로 변경하겠다고 하니 강성 지지파를 제외한 이들의 호응은 얻기 힘들 듯하다.</p>
<p>트럼프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한 행정 명령에서는 북아메리카의 최고봉인 알래스카주의 디날리(Denali [də⟮ᵻ⟯ˈnɑːli])산도 매킨리(McKinley [məˈkɪnli])산으로 이름을 변경하도록 했다. 이 산은 골드러시가 일어난 알래스카에 가서 금광을 찾던 윌리엄 디키(William Dickey [ˈwɪljəm ˈdɪki])라는 인물이 1896년에 비공식적으로 매킨리산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금광을 찾던 사람답게 은 본위제를 주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맞서 금 본위제를 주장한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ˈwɪljəm məˈkɪnli], 1843~1901)을 지지하는 정치적인 의도로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매킨리가 1901년에 암살된 후 그를 추모하는 여론이 생겨나 1917년 미국 연방 정부가 매킨리산을 공식 이름으로 인정했다. 매킨리는 알래스카를 방문한 적도 없고 산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p>
<p>하지만 현지 원주민 언어인 코유콘(Koyukon)어에서는 예전부터 Deenaalee &#8216;디날리&#8217;라고 계속 불러왔기 때문에 알래스카 주 정부는 1975년 디날리산을 공식 이름으로 인정하고 연방 정부에서도 이 이름을 쓸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매킨리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의원들의 반대로 계속 무산되다가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 비로소 디날리산이 연방 정부에서 쓰는 공식 이름이 되었다. 원래의 이름을 되찾아 디날리산이 된 것은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는데 2025년에 트럼프는 이것을 되돌리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것이다(물론 알래스카 주정부는 계속 디날리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그러니 온타리오호의 경우도 원주민 언어에서 온 이름이라서 일부러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8/28/%ec%98%a8%ed%83%80%eb%a6%ac%ec%98%a4%ed%98%b8%ec%9d%98-%ec%9d%b4%eb%a6%84%ec%9d%84-%eb%b3%80%ea%b2%bd%ed%95%9c%eb%8b%a4/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835</post-id>	</item>
		<item>
		<title>나우루가 나오에로로 바뀐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8/04/%eb%82%98%ec%9a%b0%eb%a3%a8%ea%b0%80-%eb%82%98%ec%98%a4%ec%97%90%eb%a1%9c%eb%a1%9c-%eb%b0%94%eb%80%90%eb%8b%a4/</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8/04/%eb%82%98%ec%9a%b0%eb%a3%a8%ea%b0%80-%eb%82%98%ec%98%a4%ec%97%90%eb%a1%9c%eb%a1%9c-%eb%b0%94%eb%80%90%eb%8b%a4/#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04 Aug 2026 13:55:45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나오에로]]></category>
		<category><![CDATA[나오에로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763</guid>

					<description><![CDATA[인구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독립국인 태평양의 나우루(Nauru)가 공식 이름을 나오에로(Naoero) 공화국으로 바꿨다. 외부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불렀던 이름을 원래의 언어에서 쓰는 발음 및 철자에 따라 고친다는 취지이다. 데이비드 아데앙(David Adeang) 대통령이 1월에 국호를 고치기를 제안한 후 5월에 의회는 이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이를 확정하기 위한 국민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7월 말에 국민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인구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독립국인 태평양의 나우루(Nauru)가 공식 이름을 나오에로(Naoero) 공화국으로 바꿨다. 외부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불렀던 이름을 원래의 언어에서 쓰는 발음 및 철자에 따라 고친다는 취지이다. 데이비드 아데앙(David Adeang) 대통령이 1월에 국호를 고치기를 제안한 후 5월에 의회는 이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이를 확정하기 위한 국민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7월 말에 국민 투표를 거치지 않고 새 국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데앙은 신중한 고려 끝에 나오에로가 국민이 받아들이는지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이미 국민 정체성의 일부이고 국장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널리 쓰고 있는 이름이니 국민 투표가 필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968년에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독립한 직후 채택된 국장에는 Naoero라는 국호가 새겨져 있다.</p>
<figure id="attachment_107764" aria-describedby="caption-attachment-107764" style="width: 300px" class="wp-caption aligncenter"><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wp-image-107764 size-medium" src="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6/08/Coat_of_arms_of_Nauru.svg-300x300.webp" alt="" width="300" height="300" srcset="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6/08/Coat_of_arms_of_Nauru.svg-300x300.webp 30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6/08/Coat_of_arms_of_Nauru.svg-150x150.webp 150w, https://pyogi.kkeutsori.com/wp-content/uploads/2026/08/Coat_of_arms_of_Nauru.svg.webp 500w" sizes="(max-width: 300px) 100vw, 300px" /><figcaption id="caption-attachment-107764" class="wp-caption-text">나오에로의 국장</figcaption></figure>
<p>영어와 함께 나우루/나오에로(이하 나오에로)의 공용어인 나우루어/나오에로어(이하 나오에로어)는 오스트로네시아 어족(남도 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속하는 언어이다. 만 명을 조금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95% 정도가 나오에로어를 주된 언어로 쓴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영어가 널리 쓰이며 특히 교육이나 신문, 방송, 정부에서는 거의 영어만 쓰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나오에로어 구사 능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나오에로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severely endangered) 분류한다.</p>
<p>미크로네시아 어군은 오세아니아 서북부에 있는 미크로네시아 연방과 마셜 제도, 키리바시, 팔라우, 미국령인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 등에서 쓰이는 여러 언어를 포함한다. 대신 괌에서 영어와 함께,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영어 및 캐롤라인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 차모로어는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에 속하지만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포함되지 않는다(캐롤라인어는 미크로네시아 어군에 속한다). 영어와 함께 팔라우의 공용어인 팔라우어 역시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에 속한다는 것 외에는 계통이 확실하지 않아 미크로네시아 어군에서 제외된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폰페이어에서 나온 Nanmadol &#8216;난마돌&#8217;, 마셜 제도의 마셜어에서 나온 Barijat &#8216;바리자트&#8217; 등 미크로네시아 제어에서 나온 태풍 이름을 가끔 볼 수 있지만 나오에로는 태풍 이름 제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도 접할 일이 없다. 나오에로는 미크로네시아 연방이나 키리바시, 괌 등과 비교해서 인구 수가 10분의 1 수준이어서 그런지 나오에로어에 대한 연구도 다른 미크로네시아 제어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a href="https://academicworks.cuny.edu/gc_etds/3599/">나오에로어 음운론을 다룬 최근 논문</a>은 이 언어를 &#8216;연구가 부족한 미크로네시아어(Understudied Micronesian Language)&#8217;라고 부르기도 했다.</p>
<p>미크로네시아인들이 나오에로에 정착한 것은 적어도 3000년 전의 일이다. 1888년에 독일은 나오에로를 식민지로 삼았고 독일 출신 선교사들이 나오에로어를 최초로 로마자로 기록하였다. 나오에로어로 성경을 번역하면서 마땅한 단어가 없을 때는 독일어에서 빌려 썼다. 그래서 나오에로어로 &#8216;신(神)&#8217;을 뜻하는 말은 독일어에서 그대로 따온 Gott &#8216;고트&#8217;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독일어에서 온 차용어가 많다. 나오레오어로 &#8216;돈&#8217;을 뜻하는 mak &#8216;마크&#8217;는 독일어 통화 단위인 Mark [ˈmaʁk] &#8216;마르크&#8217;에서 왔다.</p>
<p>미크로네시아 지역에 있는 여러 군도에 속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21제곱미터의 외딴 산호섬인 나오에로 중앙에 있는 고원에는 오랜 세월 동안 바다새와 박쥐의 배설물로 뒤덮이면서 인산염을 함유하는 광물질인 인광이 축적되었다. 인산염은 비료에 쓰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높다. 1914년에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레일리아가 나오에로를 점령하였다. 종전 후에 국제 연맹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나오에로를 위임 통치하도록 했는데 이들은 위임 통치를 인정받기도 전에 이미 영국 인산염 위원회(British Phosphate Commission)를 설립하여 인광 채굴권을 확보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나오에로를 점령하였고 나오에로 원주민 대부분을 오늘날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하지만 당시에는 일본령이었던 추크(Chuuk) 제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일본이 점령한 나오에로에서 인광 채굴과 군사 시설 건설에는 조선인들도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p>
<p>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6년 1월 1일 추크 제도로 강제 이주되었던 나오에로 원주민들이 마침내 귀환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돕겠다는 영국 인산염 위원회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오에로에 남기를 선택했으며 인광 채굴에 따른 경제적인 혜택이 그들에게도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1947년에는 국제 연합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의 신탁 통치가 시작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행정을 도맡았다. 이들은 나오에로가 독립국이 되기는 너무 규모가 작다며 독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했지만 나오에로인들은 계속해서 독립을 요구했다. 그리하여 1967년에는 영국 인산염 위원회의 자산을 210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에 나오에로에 넘기기로 했고 나오에로는 이듬해 독립을 얻었다.</p>
<p>독립 직후 나오에로는 인광 채굴로 인한 수입으로 부유하게 되었으며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었다. 1981년에는 1인당 GDP가 산유국인 아랍 에미리트와 카타르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2만7000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부터 모든 자원이 인산염을 얻는 데 총동원되었기 때문에 인광 채굴 외에는 다른 산업이 전무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한 환경 파괴로 농업이 불가능해져 식료품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이미 1990년대에 인광은 고갈되기 시작하여 역외 금융에 뛰어들어 경제의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돈세탁의 기지가 되어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이를 중단해야 했다. 여기에 국부 펀드는 투자 실패와 부패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거의 바닥이 났다. 그리하여 나오에로는 수 년만에 경제 수준이 급락하였다.</p>
<p>21세기에 들어서 인광은 마침내 고갈되었고 한 세기에 걸친 인광 채굴로 국토의 80% 정도가 파괴되었다. 20세기 나오에로의 역사를 몸소 겪고 1999년에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나오에로 회중 교회의 목사 제임스 아잉이메아(James Aingimea)는 1995년에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8220;인산염이 애초에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오에로가 예전과 같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토록 아름다웠다. 나무가 무성했고 온통 녹색이었으며 싱싱한 야자와 빵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8221;</p>
<p>1798년에 나오에로 근처에 정박한 영국의 포경선 선장 존 펀(John Fearn [ˈʤɒn ˈfɜː<i>ɹ</i>n])은 주민 300명이 배를 타고 나와 야자와 과일을 가져오며 맞이했다고 하여 &#8216;쾌적한 섬&#8217;, &#8216;마음에 드는 섬&#8217;이란 뜻으로 플레전트섬(Pleasant Island)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펀은 원주민들이 유럽인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전에 유럽인이 나오에로를 방문한 사실은 기록된 것이 없다. 이 시기에 나오에로에는 열두 부족이 살고 있었으며 구전 설화를 통해서 키리바시와도 일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p>
<p>그러다가 1888년에 독일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플레전트섬 대신 나우루(Nauru)라는 이름이 붙였다. [næoero] 정도로 발음되는 현지 이름을 독일어식으로 흉내 낸 것이다. 독일어로 Nauru는 [naˈ<small>(ʔ)</small>uːʁu] &#8216;나우루&#8217;로 발음된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넘어가면서 영어로도 Nauru라는 철자를 그대로 썼는데 현지 및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는 오늘날 [nəˈɹuː] &#8216;너루&#8217; 또는 [naʊ̯ˈɹuː] &#8216;나우루&#8217;, [nɑːˈɹuː] &#8216;나루&#8217;와 같이 마지막 음절에 강세를 줘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ˈnaʊ̯ɹuː] &#8216;나우루&#8217;, [nɑːˈuːɹuː] &#8216;나우루&#8217; 등 끝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를 주는 일이 흔하다(영어 화자들은 모음으로 끝나는 차용어에 이 강세 패턴을 흔히 적용한다).</p>
<p>나오에로어를 로마자로 어떻게 적을지의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그동안 몇 가지 정서법이 시도되었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자리잡은 방식은 없는 듯하며 지명의 표기 방식도 완전히 통일되지 않았다. 인명의 표기 방식도 중구난방이다. 그래도 [næoero]를 Naoero로 적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나오에로어에는 두 개의 저모음 음소가 있는데 학자에 따라 각각 전설 모음인 /æ/와 중설 모음인 /a/로 분석하거나 전설 혹은 중설 모음인 /a/와 후설 모음인 /ɑ/로 분석한다. 하지만 나오에로어 철자로는 두 음소 모두 a로 적는다. [næoero]의 첫 모음인 [æ]는 첫째 분석에서는 /æ/, 둘째 분석에서는 /a/에 해당한다. 한글 표기는 &#8216;아&#8217;로 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니 Naoero는 문제 없이 &#8216;나오에로&#8217;로 적을 수 있다.</p>
<p>영어로는 Naoero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어느 음절에 강세를 주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나오에로어에서는 영어만큼 강세가 중요하지 않은 듯하고 나오에로어의 강세에 대한 기술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첫 음절에 강세를 준다고 보면 [ˈnaʊ̯əɹoʊ̯] &#8216;나워로&#8217; 정도가 원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영어 발음인 듯하다. 그런데 끝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를 준다면 [naʊ̯ˈɛɹoʊ̯] &#8216;나우에로&#8217;가 더 가까울 것이다. 어느 발음이 정착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p>
<p>나오에로어의 폐쇄음은 /pʲ/, /pˠ/, /t/, /k/ 등의 무성음과 /bʲ/, /bˠ/, /d/, /ɡ/ 등의 유성음의 구별이 있다. 음절 말에서도 그 구별은 유지되지만 구절의 끝에서는 유성음이 무성음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러니 예를 들어 &#8216;살다&#8217;를 뜻하는 /mʲeɡ/는 위치에 따라 /mʲeɡ/로 발음되기도 하고 /mʲek/로 발음되기도 해서 철자도 meg와 mek가 혼용되는 혼란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독일어 Hamburg [ˈhambʊʁk] &#8216;함부르크&#8217;, 폴란드어와 체코어 Jakub [ˈjakup] &#8216;야쿠프&#8217;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 무성음화를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만 나오에로어에서처럼 구절의 끝에서만 무성음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지는 전례가 없다. 일단은 로마자 철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원어에서 meg로 쓴 것은 &#8216;메그&#8217;, mek로 쓴 것은 &#8216;메크&#8217;로 표기해야 하겠다. 물론 원어에서 확실한 철자 기준이 세워지면 편하겠지만 그것은 나오에로어 화자들이 정할 일이다.</p>
<p>나오에로어가 속한 말레이·폴리네시아 어파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음절말 폐쇄음을 받침으로 처리한다. Najib &#8216;나집&#8217;, gudeg &#8216;구득&#8217; 등으로 적는 식이다. 한국어의 받침과 마찬가지로 어말 폐쇄음을 파열 즉 터뜨림 없이 불파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오에로어 발음을 관찰하면 어말 폐쇄음은 보통 파열된다. 그러니 meg/mek 같은 경우 받침을 써서 &#8216;*멕&#8217;으로 적기보다는 &#8216;메그&#8217;, &#8216;메크&#8217; 등으로 쓰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앞에 든 예에서도 &#8216;돈&#8217;을 뜻하는 mak를 &#8216;*막&#8217; 대신 &#8216;마크&#8217;로 적었다.</p>
<p>예전에 미국령 괌의 수도는 에스파냐어식으로 Agaña &#8216;아가냐&#8217;라고 불렸는데 1999년에 공식 이름이 현지 차모로어 이름인 Hagåtña [hæˈɡɑtɲæ]로 바뀌었다. 2006년 2월 22일 제68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Hagåtña의 표기를 &#8216;*하가트냐&#8217; 대신 &#8216;하갓냐&#8217;로 정했다. 차모로어에서도 예를 들어 어말의 [k]는 파열되는 것으로 관찰되지만 [t]는 불파음으로 관찰되며 특히 다른 자음 앞 오는 [t]는 파열이 뒤따르는 자음과 겹치기 때문에 &#8216;트&#8217;로 따로 들리지 않으니 &#8216;하갓냐&#8217;가 실제 발음에 가까운 표기이다(이와 달리 나오에로어에서는 어말의 [t]도 파열되는 것이 관찰된다).</p>
<p>에스파냐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차모로어에서 ñ는 에스파냐어에서처럼 경구개 비음 [ɲ]를 나타내지만 나오에로어 철자에서는 ñ가 연구개 비음 [ŋ]을 나타낸다. 하지만 나오에로어 이름에서는 그냥 ng로 쓰는 일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위에서 Aingimea는 &#8216;아잉이메아&#8217;로 적었다.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르면 모음 사이의 ng이 [ŋ]으로 발음되더라도 &#8216;ㄱ&#8217;을 넣어 적도록 하고 있으므로 &#8216;아잉기메아&#8217;로 적어야 하겠지만 웬만하면 실제 발음과 가깝게 적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p>
<p>나오에로는 한국에 대사관이 없으며 한국 역시 나오에로에 대사관이 없어 주피지 한국 대사관이 관할한다. 예전에 벨라루스 정부가 &#8216;벨로루시&#8217; 대신 &#8216;벨라루스&#8217;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쓰는 국호를 바꿔 달라는 공식 요청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 예전에 &#8216;스와질란드(Swaziland)&#8217;로 알려졌던 나라를 새 공식 국호에 따라 &#8216;에스와티니(Eswatini)&#8217;로 불러주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나우루로 알고 있던 나라도 새 공식 국호를 존중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8216;나오에로&#8217;로 통일했다. 물론 현지에서도 충분한 토의를 거친 결정인지 알기 어려우니 국제 사회에서 쓰는 이름이 앞으로 어떻게 정착되는지 지켜봤다가 Naoero로 쓰는 것이 대세가 된다면 그때 가서 한국어에서 쓰는 이름을 고치는 것도 크게 늦지는 않을 것이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8/04/%eb%82%98%ec%9a%b0%eb%a3%a8%ea%b0%80-%eb%82%98%ec%98%a4%ec%97%90%eb%a1%9c%eb%a1%9c-%eb%b0%94%eb%80%90%eb%8b%a4/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763</post-id>	</item>
		<item>
		<title>세우타를 비롯한 모로코 북부 해안의 에스파냐 역외 영토</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8/02/%ec%84%b8%ec%9a%b0%ed%83%80%eb%a5%bc-%eb%b9%84%eb%a1%af%ed%95%9c-%eb%aa%a8%eb%a1%9c%ec%bd%94-%eb%b6%81%eb%b6%80-%ed%95%b4%ec%95%88%ec%9d%98-%ec%97%90%ec%8a%a4%ed%8c%8c%eb%83%90-%ec%97%ad%ec%99%b8/</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8/02/%ec%84%b8%ec%9a%b0%ed%83%80%eb%a5%bc-%eb%b9%84%eb%a1%af%ed%95%9c-%eb%aa%a8%eb%a1%9c%ec%bd%94-%eb%b6%81%eb%b6%80-%ed%95%b4%ec%95%88%ec%9d%98-%ec%97%90%ec%8a%a4%ed%8c%8c%eb%83%90-%ec%97%ad%ec%99%b8/#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Sun, 02 Aug 2026 12:04:51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멜리야]]></category>
		<category><![CDATA[베르베르어]]></category>
		<category><![CDATA[세우타]]></category>
		<category><![CDATA[아랍어]]></category>
		<category><![CDATA[에스파냐]]></category>
		<category><![CDATA[에스파냐어]]></category>
		<category><![CDATA[포르투갈]]></category>
		<category><![CDATA[포르투갈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761</guid>

					<description><![CDATA[며칠 전에 모로코 북부 해안에 있는 에스파냐의 역외 영토인 세우타에 5~6만 명이 한꺼번에 무단 진입하면서 최소 60명의 사망자를 내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들 가운데 적어도 4만 8300명은 몇 시간만에 모로코로 돌아갔고 세우타로부터 유럽으로 향한 이는 전무했지만 유럽의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민에 우호적인 에스파냐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일어난 사태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탈리아는 에스파냐와의 솅겐 협정을 일시 중지하겠다고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며칠 전에 모로코 북부 해안에 있는 에스파냐의 역외 영토인 세우타에 5~6만 명이 한꺼번에 무단 진입하면서 최소 60명의 사망자를 내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들 가운데 적어도 4만 8300명은 몇 시간만에 모로코로 돌아갔고 세우타로부터 유럽으로 향한 이는 전무했지만 유럽의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민에 우호적인 에스파냐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일어난 사태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탈리아는 에스파냐와의 솅겐 협정을 일시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에스파냐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지난 5년 간 밀입국자의 수는 이탈리아가 에스파냐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에스파냐의 국경 통제가 유럽 연합에 속하는 다른 지중해 국가에 비해 성공적이었다는 통계를 들어 반박했다.</p>
<p>에스파냐에 속하는 자치 도시인 세우타는 유럽 연합의 일부이자 국경 통제 없는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는 솅겐 지역의 일부이지만 특수 규정이 적용되어 그곳으로부터 배나 비행기를 타고 에스파냐 본토를 비롯한 다른 유럽 연합 지역으로 떠나는 모든 여객은 신분증 검사를 받는다. 모로코 북부 해안에 속하는 또다른 에스파냐령 자치 도시인 멜리야도 마찬가지이다.</p>
<p>오늘날 모로코 북부 해안에는 자치 도시인 세우타(Ceuta)와 멜리야(Melilla)를 비롯하여 벨레스데라고메라(Vélez de la Gomera) 바위, 알루세마스(Alhucemas) 제도, 차파리나스(Chafarinas) 제도, 페레힐(Perejil)섬 등 에스파냐에 속하는 역외 영토가 군데군데 있다. 세우타와 멜리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영토에는 주민이 없고 에스파냐 군인들이 상주할 뿐이다. 이들은 어떻게 에스파냐 영토가 되었을까?</p>
<p>가장 좁은 곳의 폭이 14.2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둔 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지역은 예로부터 역사가 서로 밀접하게 얽혔다. 297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제국의 통치 체제를 재정비하면서 이베리아반도 지역에 있는 속주들을 묶어서 신설한 히스파니아(Hispania) 관구에 오늘날의 모로코 북부에 해당하는 마우레타니아 팅기타나(Mauretania Tingitana) 속주도 같이 포함하였다. 5세기 초에 이베리아반도로 이주한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은 429년에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수년 후 북아프리카 해안 서부를 중심으로 하는 반달 왕국을 세웠다.</p>
<p>동로마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과정에서 상실되었던 영토의 재정복에 나서 533년에 반달 왕국을 무너뜨리고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북아프리카를 다시 지배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 해협에 위치한 팅기스(Tingis)와 셉템(Septem)이 동로마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팅기스는 모로코의 항구 도시 탕헤르의 옛 이름이고 셉템은 세우타의 옛 이름이다. 550년대에 동로마군은 이베리아반도 남부 영토도 일부 되찾았으며 591년에는 오늘날의 튀니지에 있는 카르타고를 중심으로 하는 아프리카 총독부를 세웠는데 북아프리카 해안 서부와 함께 이베리아반도 남부 영토도 이 아프리카 총독부에 포함되었다.</p>
<p>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북아프리카 지배는 647년에 시작된 이슬람 제국의 북아프리카 정복으로 끝이 났다. 709년에 북아프리카 정복을 완성한 우마이야 왕조는 711년에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하여 10년 내에 서고트 왕국을 멸망시키고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을 지배하게 되었다. 750년에 아바스 왕조가 우마이야 왕조를 무너뜨리자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우마이야 왕가의 압둘라흐만 1세가 아바스 왕조에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756년에 오늘날의 에스파냐에 속하는 코르도바(Córdoba)를 수도로 하는 독립국을 세웠다. 우마이야조 코르도바 왕국은 안달루스(الأندلس al-ʾAndalus)라고 불린 이베리아반도 영토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모로코 북부에 해당하는 북아프리카의 일부도 지배하였다. 이 시기에 안달루스는 이슬람 세계와 유럽을 잇는 문화적·과학적 교류의 중심지가 되었다.</p>
<p>그 후에 오늘날의 모로코에서 일어난 베르베르계 무라비트 왕조와 무와히드 왕조가 차례로 안달루스를 다스리면서 지브롤터 해협 양쪽에 영토를 거느렸으며 이베리아반도 최후의 이슬람계 독립국이었던 그라나다 왕국도 북아프리카에 일부 영토가 있었다. 한편 이베리아반도의 북부에 잔존했던 기독교계 세력들도 다시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p>
<p>그 가운데 레온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이 합친 이른바 카스티야 왕관이라고 불린 복합국(이하 카스티야)은 이베리아반도 중앙부를 차지하였으며 남하를 계속하여 13세기 중반에 이베리아반도의 남쪽 해안 일부에까지 이르렀다. 서쪽으로는 레온 왕국으로부터 12세기에 독립한 포르투갈 왕국이 이베리아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정복 활동을 계속하여 비슷한 시기에 남쪽 해안까지 도달했다. 이들은 곧 지브롤터 해협 건너의 땅에도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다.</p>
<p>1399년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군대가 당시 베르베르계 마린 왕조가 지배하던 지브롤터 해협 근처의 항구 도시 테투안(Tétouan)을 근거지로 하는 해적들을 토벌한다는 목적으로 침공하여 주민의 절반은 학살하고 절반은 노예로 끌어가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카스티야는 이로서 황폐가 된 테투안을 자기 땅으로 삼지는 않았다.</p>
<p>마린 왕조는 1411년에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당시 그라나다 왕국이 지배하던 지브롤터를 공격했고 이에 그라나다 왕국이 마린 왕조를 상대로 하는 반란을 선동하여 모로코 북부는 혼란에 빠졌다. 1414년에는 오늘날의 알제리 서북부를 중심으로 있던 틀렘센 왕국이 세우타를 잠시 점령하기도 했다. 한편 1411년에 앙숙 카스티야와 평화 조약을 맺은 포르투갈 왕국의 주앙 1세는 항해 왕자로 알려진 엥히크(Henrique, 현행 규정에 따른 표기 &#8216;엔히크&#8217;)를 비롯한 왕자들을 앞세워 1415년에 세우타를 점령하였다. 무역의 요충지인 세우타의 부를 탐내서였기도 하고 지브롤터 해협 북쪽 해안을 선점한 카스티야에 맞서 남쪽 해안에 거점을 잡으려는 의도도 있었다.</p>
<p>전성기에 비해서 이미 상당히 쇠퇴한 세우타에서 약탈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테투안 점령 후에 철수한 카스티야와 달리 포르투갈은 세우타를 계속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계속된 정복 활동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포르투갈은 15~16세기에 걸쳐 모로코의 서쪽 대서양 해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다. 탕헤르를 비롯하여 아자모르(Azamor), 마자강(Mazagão), 산타크루스두카부드게(Santa Cruz do Cabo de Gué) 등이 포르투갈령이 되었다. 이들은 각각 오늘날의 아제무르(Azemmour), 엘자디다(El Jadida), 아가디르(Agadir)에 해당한다. 옛 해적 소굴 안파(Anfa)에도 요새를 세웠고 이는 &#8216;하얀 집&#8217;이라는 뜻으로 카자브랑카(Casa Branca)라고 불리게 되었다. 바로 오늘날의 카사블랑카(Casablanca)이다.</p>
<p>이들 영토는 포르투갈 왕국 남부에 있던 명목상의 왕국인 알가르브(Algarve)에 포함되었다. 포르투갈이 이베리아반도에서 마지막으로 정복한 땅인 알가르브는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자체 기관이나 자치권이 없어 허울뿐이었지만 계속 왕국으로 불렸고 포르투갈 왕은 포르투갈과 알가르브의 왕이라는 칭호를 썼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북아프리카 영토는 &#8216;바다 너머의 알가르브(Algarve de Além-Mar)&#8217;라고 불리기도 했다.</p>
<p>한편 1469년에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는 아라곤 왕관(아라곤 왕국과 카탈루냐 공국이 합친 복합 국가)의 페르난도(Fernando, 카탈루냐어: Ferran &#8216;페란&#8217;) 2세와 혼인하여 아라곤과 카스티야의 공동 왕이 되었다. 법적으로는 18세기 초까지 아라곤과 카스티야가 별도의 국가로 유지되었지만 같은 군주가 다스리면서 하나의 복합 국가 같은 성격을 띄었으므로 편의상 이때부터도 에스파냐라고 부른다. 이들은 1492년에 이베리아반도 최후의 이슬람계 국가인 그라나다 왕국을 정복하기 이전에도 바다 건너의 땅에도 눈독을 들였다. 1476년에는 서아프리카의 포르투갈령 카보베르데를 공격하였고 포르투갈령 세우타를 잠시 점령하기도 하는 등 포르투갈이 이미 정복한 영토를 공략하기도 했으며 <span style="font-size: 16px;">15세기 초부터 카스티야 귀족들의 정복 활동이 시작되었던 모로코 서쪽 대서양 연안의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원주민 관체족(guanches)의 저항을 굴복시키고 1496년에 정복을 완성했다. 관체족은 90% 이상이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팔려 가면서 수가 급감하여 17세기에는 그들의 언어도 사라졌으며 카나리아 제도는 오늘날에도 에스파냐 영토이다. 포르투갈은 지브롤터 해협 서쪽의 대서양 연안에 주력했지만 에스파냐는 그 동쪽의 지중해 연안으로 눈을 돌려 </span><span style="font-size: 16px;">1497년에 모로코 북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멜리야를 손에 넣었다. 그 후에도 정복 활동을 계속하여 1509~1510년에는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해안에 오늘날의 알제리에 속하는 오랑(Oran), 알제(Alger), 베자야(Béjaïa) 및 리비아에 속하는 트리폴리(Tripoli)까지도 차지하였다. 그래서 당시 아라곤 왕관의 일부이던 이탈리아반도 남부 및 시칠리아섬, 사르데냐섬과 함께 지중해 해안선의 상당 부분이 에스파냐의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새로 정복한 영토는 대부분 오래 지키지는 못했다.</span></p>
<p>북아프리카의 많은 영토를 잃은 것은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여서 1541년에는 모로코의 사디 왕조에게 아제무르와 아가디르를 빼앗겼다. 북아프리카 영토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던 포르투갈의 세바스티앙 1세는 1578년에 지브롤터 해협 바로 서쪽에 있는 오늘날의 크사르엘케비르(Ksar el-Kebir) 근처에서 사디 왕조와 맞서 싸우다가 실종되었다. 그 뒤를 이은 추기경 출신의 엥히크도 1580년에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나자 왕위 계승에 문제가 생겨 결국 에스파냐의 펠리페 2세가 포르투갈 왕도 겸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같은 군주가 다스린 동군연합, 이른바 이베리아 연합은 1580년부터 1640년까지 계속되었다.</p>
<p>이 시기에 세우타에는 에스파냐 출신 주민이 많이 유입되었다. 그리하여 1640년에 포르투갈 왕정복고 전쟁으로 포르투갈이 독립을 되찾았을 때 세우타의 주민들은 포르투갈의 해외 영토 가운데 유일하게 에스파냐 편을 들었다. 포르투갈은 1668년 리스본 조약을 통해 세우타를 공식적으로 에스파냐에 양도하였다.</p>
<p>한편 포르투갈 영토였던 탕헤르는 포르투갈 공주 카타리나(후에 캐서린 왕비)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왕 찰스 2세와 혼인하게 되면서 1661년에 지참 재산으로 잉글랜드에 넘겨졌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탕헤르의 방어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이를 포기하였고 1684년에 알라위 왕조가 다스리는 모로코 차지가 되었다(알라위 왕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p>
<p>에스파냐 왕위 계승 전쟁 도중인 1704년에는 부르봉가의 펠리페 5세 대신 합스부르크가의 왕위 계승 후보를 지지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연합군이 지브롤터 해협 북쪽의 요충지 지브롤터를 점령했다. 점령군에 의한 약탈이 자행되자 지브롤터 주민들은 강력히 저항했으며 재산과 종교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연합군측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에스파냐 주둔군과 함께 대부분 지브롤터를 떠났다. 결국 합스부르크가 후보를 에스파냐 왕위에 올리려는 노력도 실패에 돌아갔지만 지브롤터는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영국에 정식으로 양도되었다(잉글랜드는 1707년에 스코틀랜드와 합쳐 영국이 되었다). 지브롤터는 오늘날까지도 영국의 해외 영토이다.</p>
<p>1694년부터 수 년 간 모로코로부터 포위 공격을 받고 있던 세우타는 해협 건너 지브롤터가 주 보급처였기 때문에 지브롤터 함락에 의한 타격이 컸다. 세우타는 1727년까지 자그마치 30년 넘게 계속된 포위 공격을 이겨냈지만 오래된 가문들이 떠나고 주로 에스파냐 남부 출신 방어군이 들어오면서 언어도 포르투갈어에서 에스파냐어로 바뀌고 통화도 포르투갈 통화에서 에스파냐 통화로 바뀌는 등 문화적인 변화를 겪었다.</p>
<p>한편 세우타를 에스파냐에 넘겼던 포르투갈은 1755년 리스본 지진 이후 카사블랑카에서 철수했고 1769년에는 모로코의 공세에 엘자디다도 포기하면서 북아프리카 영토를 모두 잃었다. 에스파냐는 1732년에 알제리의 오랑 및 근처 해안을 두 세기만에 다시 빼앗는 데 성공했지만 1790년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 <span style="font-size: 16px;">1792년에 철수하여 다시 오스만 제국의 차지가 되었다. 19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북아프리카에는 세우타, 멜리야 등 오늘날에도 에스파냐 영토인 곳만 에스파냐 영토로 남았다.</span></p>
<p>그러다가 1830년 프랑스가 명목상 오스만 제국에 속했던 알제리 정복에 나서면서 지역 정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의 유럽 열강들은 북아프리카 해안의 몇몇 도시를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프랑스는 20세기 초까지 정복 활동을 계속하여 사하라 사막을 포함한 알제리 내륙까지 식민지로 만들었다. 동시에 모로코는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세우타의 경계에 관한 분쟁으로 시작된 1859~1860년의 에스파냐·모로코 전쟁에서 에스파냐가 승리하여 세우타, 멜리야 등에 대한 영구적인 통치권을 승인받았으며 모로코에 큰 배상금을 물었다.</p>
<p>알제리 정복을 완성한 프랑스는 1907년에 모로코 정복에도 나섰으며 1912년에 모로코를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선포하여 식민지로 만들었다. 동시에 세우타, 멜리야 등 에스파냐 영토를 포함한 북쪽 지대는 에스파냐의 보호령으로 삼기로 에스파냐와 합의하였다. 테투안은 에스파냐의 보호령의 수도가 되었다. 에스파냐의 보호령에 둘러싸였지만 에스파냐와 프랑스가 둘 다 다스리기 원했던 탕헤르는 1925년에 공식적으로 탕헤르 국제 지구라는 복잡한 지위를 얻었다.</p>
<p>프랑스와 에스파냐의 모로코 지배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인 1956년까지 계속되었다. 에스파냐령 사하라(오늘날의 서사하라)에 접한 남부 일부 지역은 1958년에야 모로코에 넘겨졌다. 1956년에 독립을 되찾은 모로코는 세우타, 멜리야 등 에스파냐의 북아프리카 영토도 요구했지만 에스파냐는 16세기부터 이어진 불가분한 에스파냐 영토라는 입장이다. 동시에 에스파냐는 영국으로부터 지브롤터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의논을 거부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영국은 에스파냐와 비밀리에 논의한 끝에 에스파냐와 지브롤터를 공동 통치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2002년에 주민 투표에서 99%의 반대로 부결되었다.</p>
<p>한편 모로코 남쪽에 에스파냐가 다스리던 식민지인 서사하라는 1975년에 에스파냐가 철수하면서 이듬해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차지하려 침공했지만 독립을 요구하는 폴리사리오 전선의 저항으로 모리타니는 퇴각했고 모로코는 영토의 70% 정도를 점령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서사하라를 아프리카의 마지막 식민지로 간주하며 모로코의 서사하라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0년에 미국은 관례를 깨고 모로코와 이스라엘이 국교를 정상화하는 대가로 모로코의 서사하라 지배를 공식 인정하는 첫 국가가 되었다. 2023년에는 이스라엘도 모로코의 서사하라 지배를 공식 인정했다.</p>
<p>세우타의 옛 이름인 Septem &#8216;셉템&#8217;은 주변의 일곱 언덕을 &#8216;일곱 형제&#8217;라는 뜻으로 라틴어로 Septem Fratres &#8216;셉템프라트레스&#8217;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Septum &#8216;셉툼&#8217; 또는 Septa &#8216;셉타&#8217;로 불리기도 했으며 베르베르어로 ⵙⴻⴱⵜⴰ Sebta &#8216;세브타&#8217;, 아랍어로 سبتة‎ Sabtah &#8216;삽타&#8217;가 되었다. 북아프리카의 원주민인 베르베르인이 쓰는 베르베르어는 단일 언어가 아니라 아프리카·아시아어족 베르베르 어파에 속하는 여러 언어의 통칭이다. 아랍어에서 &#8216;야만인&#8217;을 뜻하는 بربر barbar &#8216;바르바르&#8217;에서 온 이름이라고 해서 스스로는 베르베르인 대신 아마지그(ⴰⵎⴰⵣⵉⵖ Amaziɣ), 베르베르어 대신 타마지그트(ⵜⴰⵎⴰⵣⵉⵖⵜ Tamaziɣt)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편의상 여기서는 베르베르인, 베르베르어라고 부르기로 한다. 모로코 북부 등 북쪽 지역에서 쓰이는 베르베르어 가운데에는 폐쇄음의 마찰음화가 일어나서 예를 들어 원래의 [b]가 [β]로 변한 것이 많으니 Sebta는 &#8216;세브타&#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찰음 [β]는 [w]로 변하기 쉬우니 포르투갈어 및 에스파냐어에서 Ceuta &#8216;세우타&#8217;가 된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라틴어에서 그대로 전해진 이름이라면 첫 음이 s가 되었을 텐데 베르베르어나 아랍어를 거친 형태라서 c가 되었다. 중세 포르투갈어나 에스파냐어에서 s는 얼핏 [s]와 [ʃ]의 중간 소리처럼 들리는 [s̺]로 발음되었기 때문에 다른 언어의 s는 e, i 앞에서 [ʦ̪], 후에 [s̪]로 발음된 c로 흉내 내었다.</p>
<p>Melilla &#8216;멜리야&#8217;는 아랍어 مليلية Malīlyah &#8216;말릴리아&#8217;에서 나온 이름인데 꿀과 관련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꿀은 μέλι(méli) &#8216;멜리&#8217;라고 하고 라틴어로는 mel &#8216;멜&#8217;이라고 한다. 또 &#8216;흰&#8217;을 뜻하는 베르베르어 어근 M-L-L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모로코에서 선호하는 표준 베르베르어 형태는 ⵎⵍⵉⵍⵜ Mlilt &#8216;믈릴트&#8217;인 듯하며 멜리야 현지에서 쓰이는 베르베르어인 리프어로는 발음이 변화하여 ⵎⵕⵉⵜⵛ Mṛitc &#8216;므리치&#8217;라고 한다. 멜리야에는 유럽계 주민들 외에 리프어를 쓰는 리프계(베르베르계) 주민들도 있어서 리프어가 에스파냐어와 함께 제2언어로 쓰인다. 그에 비해 세우타에서는 베르베르어가 별로 쓰이지 않고 주민의 절반 정도가 아랍계라서 대신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가 에스파냐어와 함께 제2언어로 쓰인다.</p>
<p>오늘날 모로코 지명은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 및 베르베르어 이름을 프랑스어식 철자로 적은 형태가 널리 알려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에스파냐어 형태로 친숙한 것도 드물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탕헤르는 에스파냐어 이름 Tánger를 기준으로 한 표기이다. 포르투갈어로는 Tânger &#8216;탄제르&#8217;, 프랑스어로는 Tanger [tɑ̃ʒe] &#8216;탕제&#8217;, 영어로는 Tangier [tænˈʤɪə̯<i>ɹ</i>] &#8216;탠지어&#8217;라고 하는데 한국어에서는 에스파냐어식 표기를 쓰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1956년까지 국제 지구이면서도 에스파냐의 보호령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랍어로는 طَنجة Ṭanjah &#8216;탄자&#8217;라고 한다.</p>
<p>아무래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에스파냐어식 모로코 지명으로 대표적인 것은 카사블랑카(Casablanca)일 것이다. &#8216;하얀 집&#8217;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이름 카자브랑카(Casa Branca)를 에스파냐어로 그대로 옮긴 형태이다. 프랑스어로는 의역하지 않고 에스파냐어 철자를 그대로 쓰면서 발음만 프랑스어식으로 카자블랑카(Casablanca [kazablɑ̃ka])라고 한다. 역시 &#8216;하얀 집&#8217;이라는 뜻으로 문어체 아랍어로는 الدار البيضاء ad-Dāru-l-Bayḍāʾ &#8216;(아)다룰바이다&#8217;,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로는 d-Dār l-Biḍā &#8216;다를비다&#8217;라고 부르지만 모로코인들은 지금도 프랑스어식으로 카자블라카 혹은 카자(Casa [kaza])라고 흔히 부른다.</p>
<p>테투안은 에스파냐어 Tetuán에 따른 표기와 프랑스어 Tétouan [tetwan]에 따른 표기가 동일하다. 아마 베르베르어 이름이 아랍어를 거쳐 에스파냐어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베르베르어로 &#8216;(보는) 눈&#8217; 또는 &#8216;샘&#8217;을 뜻하는 ⵜⵉⵟⵟ tiṭṭ &#8216;티트/테트&#8217;의 복수형인 ⵜⵉⵟⵟⴰⵡⵉⵏ tiṭṭawin &#8216;티타윈/테타윈&#8217;과 관련된 이름일 것이다(강세 자음 ṭ [tˤ] 옆에서 i가 변이음 [e]로 실현되는 것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8216;이&#8217; 또는 &#8216;에&#8217;로 적을 수 있다). 오늘날 베르베르어로는 ⵜⵉⵟⵟⴰⵡⵉⵏ Tiṭṭawin &#8216;티타윈&#8217;이나 ⵜⵉⵟⵟⴰⵡⴰⵏ Tiṭṭawan &#8216;티타완&#8217;, ⵜⵉⵟⵡⴰⵏ Tiṭwan &#8216;티트완&#8217;이라고 하며 문어체 아랍어로는 تطوان‎ Tiṭṭawān &#8216;티타완&#8217;,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로는 Tiṭṭawān &#8216;티타완/테타완&#8217; 또는 Tiṭwān &#8216;티트완/테트완&#8217;이라고 한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8/02/%ec%84%b8%ec%9a%b0%ed%83%80%eb%a5%bc-%eb%b9%84%eb%a1%af%ed%95%9c-%eb%aa%a8%eb%a1%9c%ec%bd%94-%eb%b6%81%eb%b6%80-%ed%95%b4%ec%95%88%ec%9d%98-%ec%97%90%ec%8a%a4%ed%8c%8c%eb%83%90-%ec%97%ad%ec%99%b8/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761</post-id>	</item>
		<item>
		<title>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7/20/%ed%98%b8%eb%a9%94%eb%a1%9c%ec%8a%a4%ec%9d%98-%e3%80%8a%ec%9d%bc%eb%a6%ac%ec%95%84%ec%8a%a4%e3%80%8b%ec%99%80-%e3%80%8a%ec%98%a4%eb%94%94%ec%84%b8%ec%9d%b4%ec%95%84%e3%80%8b/</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7/20/%ed%98%b8%eb%a9%94%eb%a1%9c%ec%8a%a4%ec%9d%98-%e3%80%8a%ec%9d%bc%eb%a6%ac%ec%95%84%ec%8a%a4%e3%80%8b%ec%99%80-%e3%80%8a%ec%98%a4%eb%94%94%ec%84%b8%ec%9d%b4%ec%95%84%e3%80%8b/#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20 Jul 2026 11:28:47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고대그리스어]]></category>
		<category><![CDATA[그리스어]]></category>
		<category><![CDATA[라틴어]]></category>
		<category><![CDATA[영어]]></category>
		<category><![CDATA[프랑스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733</guid>

					<description><![CDATA[《표준국어대사전》에는 조금 뜻밖에도 호메로스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장편 서사시가 &#8216;일리아드(Iliad)&#8217;와 &#8216;오디세이(Odyssey)&#8217;의 형태로 실려 있다. &#8216;일리아스(Ilias)&#8217;도 표제어로 올라있지만 뜻풀이 끝에 &#8216;=일리아드&#8217;라고 적고 있어 &#8216;일리아드&#8217;가 선호되는 표제어라는 것을 나타낸다. &#8216;일리아스&#8217;의 뜻풀이 끝에는 &#8216;≒일리아스&#8217;라고 적고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의어를 나타내는 기호 가운데 대표 표제어에는 &#8216;≒&#8217; 대신 등호 &#8216;=&#8217;를 쓴다. &#8216;오디세이아(Odysseia)&#8217;는 아예 &#8216;오디세이&#8217;의 그리스어 이름으로만 풀이되어 있다(그렇다면 &#8216;오디세이&#8217;는 어느 언어에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표준국어대사전》에는 조금 뜻밖에도 호메로스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장편 서사시가 &#8216;일리아드(Iliad)&#8217;와 &#8216;오디세이(Odyssey)&#8217;의 형태로 실려 있다. &#8216;일리아스(Ilias)&#8217;도 표제어로 올라있지만 뜻풀이 끝에 &#8216;=일리아드&#8217;라고 적고 있어 &#8216;일리아드&#8217;가 선호되는 표제어라는 것을 나타낸다. &#8216;일리아스&#8217;의 뜻풀이 끝에는 &#8216;≒일리아스&#8217;라고 적고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의어를 나타내는 기호 가운데 대표 표제어에는 &#8216;≒&#8217; 대신 등호 &#8216;=&#8217;를 쓴다. &#8216;오디세이아(Odysseia)&#8217;는 아예 &#8216;오디세이&#8217;의 그리스어 이름으로만 풀이되어 있다(그렇다면 &#8216;오디세이&#8217;는 어느 언어에서 온 이름인지는 언급이 없다).</p>
<p>이는 고대 그리스어 Ἰλιάς(Iliás) &#8216;일리아스&#8217;, Ὀδύσσεια(Odýsseia) &#8216;오디세이아&#8217; 대신 영어에서 쓰는 형태인 Iliad [ˈɪliə⟮æ⟯d] &#8216;일리애드&#8217;와 Odyssey [ˈɒdə⟮ᵻ⟯si] &#8216;오디시&#8217;를 영어 발음 대신 철자식으로 읽어 썼던 결과이다. 예전에 고대 그리스어 이름은 보통 영어를 통해서 접했는데 지금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우화 작가 &#8216;이솝(Aesop)&#8217;, 수학자 &#8216;유클리드(Euclid)&#8217;가 [ˈiːsɒ⟮ə⟯p], [ˈjuːklᵻd]로 각각 발음되는 영어 형태를 따른 표제어로만 실려있다. 이들은 각각 고대 그리스어 Αἴσωπος(Aísōpos) &#8216;아이소포스&#8217;, Εὐκλείδης(Eukleídēs) &#8216;에우클레이데스&#8217;에 해당하지만 이 형태로는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다. 흥미롭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에우클레이데스(Eucleides)&#8217;도 표제어로 실려있지만 메가라 출신의 철학자인 동명이인을 가리킨다.</p>
<p>호메로스도 예전에는 보통 영어 이름 Homer [ˈhoʊ̯mə<i>ɹ</i>]에 따라 &#8216;호머&#8217;로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8216;호메로스(Homeros)&#8217;를 주 표제어로 삼고 &#8216;호머(Homer)&#8217;는 &#8216;호메로스&#8217;의 영어 이름으로 풀이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대 그리스어 이름은 영어식 표기보다는 Ὅμηρος(Hómēros)와 같은 원어 형태를 따르는 쪽으로 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 나온 번역본에서 쓰는 제목을 보면 &#8216;일리아드&#8217;보다는 &#8216;일리아스&#8217;가, &#8216;오디세이&#8217;보다는 &#8216;오디세이아&#8217;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인다. &#8216;오뒷세이아&#8217; 같이 고대 그리스어 이름을 기준으로 하는 이표기도 보인다. 대신 호메로스의 작품 말고 《미학 오디세이》, 《물리 오디세이》 등 비유적인 의미로 쓰는 제목에서는 아직 &#8216;오디세이&#8217;가 우세하다.</p>
<p>《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8216;일리아스&#8217;를 &#8216;일리아드&#8217;의 동의어로 처리하는 한편 지명 &#8216;트로이(Troy)&#8217;의 다른 이름이라는 둘째 뜻풀이를 달았다. 그런데 적어도 고대 그리스어식 용법으로는 엄밀히 말해서 일리아스가 트로이의 동의어가 될 수 없다. 《일리아스》의 무대인 &#8216;트로이&#8217; 역시 영어 형태 Troy [ˈtɹɔɪ̯]를 기준으로 한 표기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트로야(Troja)&#8217;를 &#8216;트로이&#8217;의 라틴어 이름으로 제시할 뿐 고대 그리스어 Τροία(Troía) &#8216;트로이아&#8217;를 따른 표제어는 싣지 않고 있다. 사실 &#8216;밀레투스(Miletus)&#8217;, &#8216;에페수스(Ephesus)&#8217; 등 트로이/트로야/트로이아처럼 오늘날의 튀르키예에 있었던 고대 그리스 도시들뿐만이 아니라 &#8216;아테네(Athenae)&#8217;, &#8216;테베(Thebae)&#8217; 등 오늘날의 그리스에 있었던 주요 고대 그리스 도시들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라틴어 형태를 따르는 것이 많다(대신 ae를 고전 라틴어식 &#8216;아이&#8217; 대신 신라틴어식 &#8216;에&#8217;로 적어 &#8216;아테나이&#8217;, &#8216;테바이&#8217; 대신 &#8216;아테네&#8217;, &#8216;테베&#8217;로 적은 것이 특기할만하다). 고대 그리스어 형태는 각각 Μίλητος(Mílētos) &#8216;밀레토스&#8217;, Ἔφεσος(Éphesos) &#8216;에페소스&#8217;, Ἀθῆναι(Athênai) &#8216;아테나이&#8217;, Θῆβαι(Thêbai) &#8216;테바이&#8217;이다. Ἀθήνη(Athḗnē) &#8216;아테네&#8217;, Θήβη(Thḗbē) &#8216;테베&#8217;도 고대 그리스어에서 쓰인 이형이지만 Athenae, Thebae를 각각 원어로 제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글 표기는 라틴어 형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예전 글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9/01/19/%ec%95%84%ed%85%8c%eb%84%a4%ec%99%80-%ed%85%8c%eb%b2%a0-%ea%b7%b8%eb%a6%ac%ec%8a%a4%ec%96%b4-%ec%9d%b4%eb%a6%84%ec%9d%98-%ed%91%9c%ea%b8%b0-%eb%ac%b8%ec%a0%9c/">아테네와 테베, 그리스어 이름의 표기 문제</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23/10/19/%ec%95%84%ed%85%8c%eb%84%a4%ea%b0%80-%eb%a1%9c%eb%a7%88-%ec%8b%a0%ed%99%94%ec%97%90-%eb%82%98%ec%98%a4%eb%8a%94-%ec%a7%80%ed%98%9c%ec%9d%98-%ec%97%ac%ec%8b%a0%ec%9d%b4%eb%9d%bc%ea%b3%a0/">&#8216;아테네&#8217;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라고?</a>〉 참고).</p>
<p>정작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전쟁의 무대가 된 도시를 Τροία(Troía) &#8216;트로이아&#8217; 대신 Ἴλιον(Ílion) &#8216;일리온&#8217;이라고 부르고 있다. 라틴어로는 Ilium &#8216;일리움&#8217;이다. 고대에는 도시의 이름으로 트로이아/트로야와 일리온/일리움이 둘 다 쓰였는데 후대에는 전자로 굳어졌다. Ἴλιον(Ílion) &#8216;일리온&#8217;에 접미사 -άς(-ás) &#8216;-아스&#8217;를 붙여서 &#8216;일리온의&#8217;를 뜻하는 여성 형용사형을 만든 것이 Ἰλιάς(Iliás) &#8216;일리아스&#8217;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8216;시&#8217;를 뜻하는 ποίησις(poíēsis) &#8216;포이에시스&#8217;는 여성 명사이므로 &#8216;일리온의 시&#8217;를 뜻하는 말은 여성 형용사형을 쓴 ἡ ποίησις Ἰλιάς(hē poíēsis Iliás) &#8216;헤 포이에시스 일리아스&#8217; 정도가 된다. 이를 줄인 것이 《일리아스》의 유래일 것이다. &#8216;일리아스&#8217;는 일리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을 가리키기도 했지만 마찬가지로 Τροία(Troía) &#8216;트로이아&#8217;에 접미사 -άς(-ás) &#8216;-아스&#8217;를 붙인 Τρῳάς(Trō<sup>i</sup>ás) &#8216;트로아스&#8217;가 이 지역의 이름으로 더 흔하게 쓰였다. 한편 일리온의 고대 그리스어 이형으로 Ἴλιος(Ílios) &#8216;일리오스&#8217;도 쓰였다.</p>
<p>그러니 일리아스는 트로이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이름으로 쓰이기는 했어도 트로이아의 다른 이름은 아니었다. 정리하자면 일리온/일리움과 트로이/트로야/트로이아가 도시를 가리키는 동의어, 일리아스와 트로아스가 지역을 가리키는 동의어이다.</p>
<p>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명사는 문법적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Ἰλιάς(Iliás) &#8216;일리아스&#8217;는 주격형이고 속격형은 Ἰλιάδος(Iliádos) &#8216;일리아도스&#8217;, 대격형은 Ἰλιάδα(Iliáda) &#8216;일리아다&#8217;이다. 이들은 Ἰλιάδ-(Iliád-)에 다양한 격어미를 붙인 것이고 -ς(-s) 앞에서는 δ(d)가 탈락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틴어에서는 Ilias &#8216;일리아스&#8217;가 주격형인데 라틴어식 격변화를 써서 Iliadis &#8216;일리아디스&#8217;를 속격형, Iliadem &#8216;일리아뎀&#8217;을 대격형으로 쓰거나 고대 그리스어를 흉내 내서 Iliados &#8216;일리아도스&#8217;를 속격형, Iliada &#8216;일리아다&#8217;를 대격형으로 쓰기도 한다. 한글로 표기할 때는 주어로 쓰는 형태인 주격형을 기본으로 삼으니 고대 그리스어를 기준으로 하든 라틴어를 기준으로 하든 &#8216;일리아스&#8217;로 쓰면 그만이다.</p>
<p>하지만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프랑스어 등 로망 어군의 여러 언어들에서는 원래의 복잡한 격변화 체계가 사라졌는데 주격형보다는 대격형을 기준으로 통일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탈리아어에서는 Iliade &#8216;일리아데&#8217;, 에스파냐어·포르투갈어에서는 Ilíada &#8216;일리아다&#8217;, 프랑스어에서는 Iliade [iljad] &#8216;일리아드&#8217;로 쓰게 되었다. 영어의 Iliad [ˈɪliə⟮æ⟯d] &#8216;일리애드&#8217;도 옛 프랑스어 형태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독일어에는 Iliade [iˈli̯aːdə] &#8216;일리아데&#8217;라는 이형도 있지만 특히 요즘에는 고대 그리스어 및 라틴어 주격형을 기준으로 한 <span style="font-size: 16px;">Ilias [</span><span style="font-size: 16px;">ˈiːli̯as] &#8216;일리아스&#8217;가 훨씬 우세하다.</span></p>
<p>그리스어에서도 격변화 체계가 좀 더 단순하게 재편되면서 현대 그리스어로는 주격형과 대격형이 둘 다 Ιλιάδα(Iliáda) &#8216;일리아다&#8217;이다. 고대 그리스어를 최대한 흉내 낸 카타레부사(Καθαρεύουσα/Katharévousa) 곧 순수어에서는 여전히 Ἰλιάς(Iliás) &#8216;일리아스&#8217;를 주격형으로 쓰지만 일상적으로 쓰이는 이른바 디모티키(δημοτική/dimotikí) 곧 민중어에서는 &#8216;일리아다&#8217;라고 부른다. &#8216;그리스&#8217;의 그리스어 이름도 순수어에서는 고대 그리스어의 Ἑλλάς(Hellás) &#8216;헬라스&#8217;를 따라 Ἑλλάς(Ellás) &#8216;엘라스&#8217;로 쓰지만 민중어로는 Ελλάδα(Elláda) &#8216;엘라다&#8217;라고 한다.</p>
<p>한편 Ὀδύσσεια(Odýsseia) &#8216;오디세이아&#8217;는 주인공인 Ὀδυσσεύς(Odysseús) &#8216;오디세우스&#8217;의 이름에 접미사 -ια(-ia) &#8216;-이아&#8217;를 붙여 여성형으로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8216;오디세우스의 시&#8217;를 뜻하는 ἡ Ὀδύσσεια ποίησις(hē Odýsseia poíēsis) &#8216;헤 오디세이아 포이에시스&#8217; 같은 표현이 줄어서 《오디세이아》가 되었을 것이다. 호메로스는 운율에 맞추기 위해 둘째 음절을 줄인 형태인 Ὀδυσεύς(Odyseús)를 쓰기도 하지만 한글 표기는 변함없이 &#8216;오디세우스&#8217;이다.</p>
<p>라틴어로는 Odyssea &#8216;오디세아&#8217;라고 한다. 한글 표기를 기준으로 보면 고대 그리스어 발음과 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쓰는 고대 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방식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Ὀδύσσεια(Odýsseia)는 고전 아티카 방언을 기준으로 [odýsseːa] &#8216;오뒤세아&#8217; 정도로 발음했다. 이를 받아들인 라틴어 Odyssea의 고전 라틴어식 발음은 [ɔdysˈseːa] &#8216;오뒤세아&#8217;이다. 강세 음절이 달라지고 짧은 o가 라틴어식 중저모음 음가 [ɔ]로 발음된다는 것 외에는 고대 그리스어 발음과 거의 같다.</p>
<p>고대 그리스어의 중모음으로는 원래 짧은 모음인 [e], [o] 외에 긴 모음인 [eː], [ɛː], [oː], [ɔː]가 있었다. 자음을 나타내는 자모로만 이루어진 페니키아 문자에서 유래한 그리스 문자는 그리스어에 없는 음을 나타내는 자모를 모음을 나타내는 자모로 전용하였지만 여전히 모음 수가 모음자 수보다 많아서 같은 자모로 여러 모음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아테네에서 원래 쓰던 초기 아티카식 그리스 문자에서는 엡실론(Ε, ε)으로 [e], [eː], [ɛː]를 모두 나타냈고 오미크론(Ο, ο)으로 [o], [oː], [ɔː]를 모두 나타냈다.</p>
<p>그러다가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직후인 기원전 403~402년에 아테네 시민들은 집정관 에우클레이데스(또다른 동명이인이다)의 제안으로 이오니아식 그리스 문자를 도입하기로 표결했다. 소아시아의 이오니아에서 쓰던 그리스 문자에서는 오미크론을 변형시킨 새 자모 오메가(Ω, ω)로 [ɔː]를 나타냈고 원래 [h]를 나타냈던 자모 에타(Η, η)로 [ɛː]를 나타냈다. 이오니아 방언에서 [h]가 사라졌기 때문에 필요가 없게 된 자모를 긴 모음 [aː]를 나타내는 데 쓴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발음이 [ɛː]로 변했기 때문이다.</p>
<p>거기다가 이오니아식 그리스 문자에서는 [eː]는 ει(ei)로, [oː]는 ου(ou)로 나타냈다. 각각 엡실론과 오미크론에 요타(Ι, ι)와 입실론(Υ, υ)을 붙인 조합으로 긴 모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ει(ei), ου(ou)로 각각 나타냈던 초기 그리스어의 이중 모음 [ei̯] &#8216;에이&#8217;, [ou̯] &#8216;오우&#8217;는 고전기에 와서는 각각 [eː] &#8216;에&#8217;, [oː] &#8216;오&#8217;로 발음이 단순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오니아식 그리스 문자에서는 중모음 e(ε) [e], ει(ei) [eː], η(ē), [ɛː], ο(o) [o], ου(ou) [oː], ω(ō) [ɔː]가 모두 구별되었다. 대신 [a]와 [aː]는 둘 다 알파(Α, α)로 적고 [i]와 [iː]는 둘 다 요타(Ι, ι)로 적는 등 모든 모음의 음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런 이오니아식 그리스 문자는 아테네에 이어서 그리스 다른 지역에도 도입되면서 그리스어를 적는 표준 문자가 되었다.</p>
<p>그런데 ει(ei)와 ου(ou)는 원래의 이중 모음 [ei̯] &#8216;에이&#8217;, [ou̯] &#8216;오우&#8217;에서 나온 것만이 아니라 모든 [eː] &#8216;에&#8217;, [oː] &#8216;오&#8217;를 적는 데 쓰였다. 고대 그리스어의 긴 모음 [eː]는 [e] 뒤의 자음이 탈락하면서 보상적 장음화로 나타나거나 [e]와 [e]가 합쳐서 나온 것이 많았다. 긴 모음 [oː] 역시 뒤따르는 자음 탈락으로 인한 [o]의 보상적 장음화 또는 [e]와 [o], [o]와 [e], [o]와 [o] 등의 결합으로 유래한 것이 많았다.</p>
<p>한편 입실론(Υ, υ)으로 나타냈던 초기 그리스어의 후설 모음 [u], [uː] &#8216;우&#8217;는 아티카 방언을 기준으로 기원전 7~6세기경에 중설 모음 [ʉ], [ʉː]를 거쳐 [y], [yː] &#8216;위&#8217;로 전설 모음화했다. 고전기에는 ου(ou) [oː] &#8216;오&#8217;가 [uː] &#8216;우&#8217;로 상승하여 그 빈자리를 메꾸었다. 고전 후기에는 ει(ei) [eː] &#8216;에&#8217;마저 [iː] &#8216;이&#8217;로 상승하여 요타(Ι, ι)로 적는 [iː] &#8216;이&#8217;와 발음이 합쳐졌다. 이 두 가지 변화 사이에 시차가 있었다는 것은 라틴어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어 이름 Μέδουσα(Médousa), Οἰδίπους(Oidípous), Θουκυδίδης(Thoukydídēs)를 라틴어로 Medusa &#8216;메두사&#8217;, Oedipus &#8216;오이디푸스&#8217;, Thucydides &#8216;투키디데스&#8217;로 쓰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어의 ου(ou)는 예외 없이 라틴어의 u &#8216;우&#8217;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어의 ει(ei)는 라틴어로 받아들인 양상이 조금 복잡하다.</p>
<p>일단 Εὐκλείδης(Eukleídēs), Ἤπειρος(Ḗpeiros), εἰκών(eikṓn)이 라틴어에서는 각각 <span style="font-size: 16px;">Euclides &#8216;에우클리데스&#8217;, Epirus &#8216;에피루스&#8217;, icon &#8216;이콘&#8217;이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음 앞에서는 ει(ei)가 비교적 일관적으로 i &#8216;이&#8217;에 대응된다. 하지만 Κασσιόπεια(Kassiópeia), Μήδεια(Mḗdeia), </span>μουσεῖον(mouseîon)이 Cassiopea &#8216;카시오페아&#8217;, Medea &#8216;메데아&#8217;, museum &#8216;무세움&#8217;이 된 것을 보면 <span style="font-size: 16px;">모음 앞에서는 ει(ei)를 e &#8216;에&#8217;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Ἀκαδήμεια(Akadḗmeia), Ἀλεξάνδρεια(Alexándreia), Κλειώ(Kleiṓ)는 Academia &#8216;아카데미아&#8217;, Alexandria &#8216;알렉산드리아&#8217;, Clio &#8216;클리오&#8217;가 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모음 앞의 ει(ei)를 i &#8216;이&#8217;로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드물게 Cassiopeia &#8216;카시오페이아&#8217; 같이 ei &#8216;에이&#8217;로 적는 형태도 볼 수 있다. 어쨌든 Ὀδύσσεια(Odýsseia)가 라틴어 Odyssea &#8216;오디세아&#8217;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span></p>
<p>오늘날에는 라틴어를 거치지 않고 고대 그리스어를 그대로 로마자로 표기할 때 ει(ei)를 ei로 적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인 Ποσειδῶν(Poseidôn)은 Poseidon으로 적는 식이다. 여기에 대응되는 라틴어 형태는 Posidon &#8216;포시돈&#8217;이지만 라틴어에서는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인 Neptunus &#8216;넵투누스&#8217;에 대응시켰기 때문에 그리스어식 이름을 쓸 일이 없었다. 근대에 와서야 서유럽 여러 언어에서 본격적으로 고대 그리스어에서 따온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p>
<p>고대 그리스어의 입실론(Υ, υ)은 라틴어로 y로 받아들였고 학식 있는 화자들은 원어를 흉내 내어 [ʏ], [yː] &#8216;위&#8217;로 발음했다. 하지만 원래 라틴어에 없는 모음이었기 때문에 결국 i로 적는 [ɪ], [iː] &#8216;이&#8217;와 발음이 합쳐졌다. 1986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발간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의 일러두기에 포함된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한글 표기 원칙에서도 y는 &#8216;이&#8217;로 적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라틴어 Odyssea는 &#8216;오뒤세아&#8217; 대신 &#8216;오디세아&#8217;로 적는다. 라틴어 화자들이 &#8216;위&#8217;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바람에 고대 그리스어의 표기에서도 덩달아 &#8216;위&#8217; 대신 &#8216;이&#8217;로 쓰게 된 셈이다.</p>
<p>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프랑스어 등 로망 어군의 여러 언어에서는 라틴어로 y로 적었던 음을 i와 동일하게 발음하며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등에서는 철자상의 y를 대부분 i로 대체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는 Odissea &#8216;오디세아&#8217;, 에스파냐어로는 Odisea &#8216;오디세아&#8217;로 쓴다. 프랑스어에서는 철자 y가 보존되었지만 i로 쓴 것처럼 발음하는데 어말 a가 e로 변한 후 묵음이 되는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Odyssée [ɔdise] &#8216;오디세&#8217;이다. 영어의 Odyssey [ˈɒdə⟮ᵻ⟯si] &#8216;오디시&#8217;도 프랑스어 Odyssée의 옛 형태에서 차용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8216;하루&#8217;를 뜻하는 journée [ʒuʁne] &#8216;주르네&#8217;와 &#8216;골짜기&#8217;를 뜻하는 vallée [vale] &#8216;발레&#8217;의 옛 형태사 영어에 차용되면서 &#8216;여정&#8217;을 뜻하는 journey [ˈʤɜː<i>ɹ</i>ni] &#8216;저니&#8217;, &#8216;골짜기&#8217;를 뜻하는 valley [ˈvæli] &#8216;밸리&#8217;로 변한 <span style="font-size: 16px;">것과 비교할 수 있다. 철자 ey로 적은 것은 중세 영어에서 이들이 [æi̯] 정도의 이중 모음으로 발음되었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현대 영어에서는 모두 무강세 모음 [i] &#8216;이&#8217;이다(방언에 따라 [iː] 또는 [ɪ]를 나타내는 약식 기호). 그러니 &#8216;오디세이&#8217;는 현대 영어의 발음과 다르더라도 중세 영어 발음에 가까운 표기일 수는 있겠다.</span></p>
<p>독일어에서도 프랑스어와 비슷한 어말 a의 약화가 일어나서 Odyssee로 쓰지만 [odʏˈseː] &#8216;오뒤세&#8217;로 발음한다. 후대에 고대 그리스어 발음을 의도적으로 흉내 내어 고대 그리스어가 어원인 말에서 y를 독일어의 [ʏ], [yː] &#8216;위&#8217;로 발음한 결과이다. 그런데 System [zɪsˈteːm, zʏsˈteːm] &#8216;지스템/쥐스템&#8217;처럼 y를 i처럼 발음하기도 하는 예도 있으며 Gymnasium [ɡʏmˈnaːzi̯ʊm] &#8216;김나지움&#8217;, Hysterie [hʏsteˈʁiː] &#8216;히스테리&#8217; 등 기존 표기 용례에서는 독일어의 y가 [ʏ], [yː]로 발음되더라도 &#8216;이&#8217;로 적는다. 그러니 독일어 Odyssee도 기존 표기 용례를 감안하면 &#8216;오뒤세&#8217; 대신 &#8216;오디세&#8217;로 적어야 하겠다.</p>
<p>정작 그리스어에서는 뒤늦게 10~11세기경에 υ(y) [y]가 [i]로 비원순화하였다. 그래서 현대 그리스어 Οδύσσεια(Odýsseia)는 [oˈðisia] &#8216;오디시아&#8217;로 발음된다. ει(ei)는 이미 설명했듯이 [iː]로 상승한 후 모음 길이의 구별이 사라지면서 [i]와 합쳐져 현대 그리스어로 이어진다.</p>
<p>특이하게 로망 어군에 속하는 포르투갈어에서는 Odisseia &#8216;오디세이아&#8217;, Cassiopeia &#8216;카시오페이아&#8217;, Medeia &#8216;메데이아&#8217; 등으로 쓴다. 이는 16세기 무렵에 포르투갈어의 ea, eo에 활음이 삽입되어 eia, eio로 각각 변한 결과로 고대 그리스어의 ει를 로마자로 ei로 표기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라틴어의 arena &#8216;아레나&#8217;, lega &#8216;레이아&#8217;가 고대 갈리시아어·포르투갈어 arẽa, lea를 거쳐서 areia &#8216;아레이아&#8217;, leia &#8216;레이아&#8217;가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p>
<p>고대 그리스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ου(ou)는 &#8216;우&#8217;로 적는데 ει(ei)에 대한 세칙은 따로 없이 기존 표기 용례에서 &#8216;에이&#8217;로 적는다. 이는 과연 바람직한 방식일까? 고전기에 [eː]로 발음되다가 [iː]로 바뀐 것으로 재구되는 모음이고 ει(ei)로 적는 모음 상당수가 애초에 이중 모음 [ei̯] &#8216;에이&#8217;로 발음되었던 적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8216;오뒤세이아&#8217;, &#8216;오뒷세이아&#8217; 같은 표기에서 볼 수 있듯이 특히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υ(y)를 &#8216;위&#8217;로 적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ει(ei)를 &#8216;에이&#8217;로 적는 것을 문제 삼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흔히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칠 때 υ(y)의 발음은 [y] &#8216;위&#8217;로 제시하지만 ει(ei)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ου(ou)가 고전 초기에 [oː] &#8216;오&#8217;로 발음되었다는 사실도 언급되는 일이 없고 보통 [u] &#8216;우&#8217;로만 가르친다.</p>
<p>그러나 지금으로서는 ει(ei)를 &#8216;에이&#8217;로 적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자음 앞에서 &#8216;이&#8217;로 적자니 &#8216;포세이돈&#8217; 대신 &#8216;포시돈&#8217; 같은 낯선 표기가 나오며 모음 앞에서는 &#8216;에&#8217;로 적든 &#8216;이&#8217;로 적든 &#8216;아카데메아&#8217;, &#8216;오디시아&#8217; 등 익숙하지 않은 표기가 나온다.</p>
<p>이미 설명한 것처럼 Ὀδύσσεια(Odýsseia)는 Ὀδυσσεύς(Odysseús)에 접미사 -ια(-ia)를 붙인 것이니 여기서 ει(ei)는 실제로 ε(e)와 ι(i)가 결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ει(ei)의 발음이 실제로 &#8216;에이&#8217;에 가까웠던 적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Κασσιόπεια(Kassiópeia), Μήδεια(Mḗdeia)도 어원상 접미사 -ια(-ia)가 들어간 형태일 것이다. μουσεῖον(mouseîon)도 분석하면 접미사 -ιον(-ion) &#8216;-이온&#8217;이 들어간 형태이다. 그러니 흔히 나타나는 -εια(-eia), -εῖον(-eîon) 등의 조합은 &#8216;-에이아&#8217;, &#8216;-에이온&#8217;과 같이 적는 것이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다.</p>
<p>대신 자음 앞의 ει(ei)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Ἤπειρος(Ḗpeiros)는 도리스 방언형 Ἄπειρος(Ápeiros), 아이올리스 방언형 Ἄπερρος(Áperrhos)를 참고하여 볼 때 인도·유럽 조어 *h₂éh₁-pe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므로 ει(ei)가 이중 모음 [ei̯]로 발음된 적이 있던 것 같지는 않다. Ποσειδῶν(Poseidôn)은 어원 자체가 수수께끼여서 추측만 무성하다. 그러니 순전히 어원을 따진다면 ει(ei)를 &#8216;에이&#8217;로 적을 근거를 찾기 힘들다. 표기를 &#8216;에이&#8217;로 통일하여 &#8216;에페이로스&#8217;, &#8216;포세이돈&#8217;으로 적는 것은 편의를 위한 것이다. 자음 앞의 ει(ei)에 한해 &#8216;이&#8217;로 적어서 &#8216;에피로스&#8217;, &#8216;포시돈&#8217;, εἰκών(eikṓn) &#8216;이콘&#8217; 같은 표기를 쓰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괜히 혼란만 초래할 것 같아서 염려가 된다.</p>
<p>고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등을 거치는 기나긴 여정 끝에 한국어에 전해진 호메로스의 서사시 제목은 예전에 일반적이었던 &#8216;일리아드&#8217;와 &#8216;오디세이&#8217;에서 비교적 최근에 &#8216;일리아스&#8217;와 &#8216;오디세이아&#8217;로 선호되는 표기가 바뀐 듯하다. 하지만 이를 반영하여 앞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8216;일리아스&#8217;와 &#8216;오디세이아&#8217;를 주 표기로 삼는다고 해도 고대 그리스어 이름보다는 영어 철자 Iliad, Odyssey를 접하기가 더 쉬운 이상 &#8216;일리아드&#8217;, &#8216;오디세이&#8217;라는 표기도 상당한 관성이 있을 것이다. 특히 &#8216;오디세이&#8217;는 &#8216;오디세이아&#8217;보다 한 음절 더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8216;이솝&#8217;과 &#8216;유클리드&#8217;를 &#8216;아이소포스&#8217;와 &#8216;에우클레이데스&#8217;로 대체하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울지 생각해 보면 음절 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p>
<p>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ˈkɹɪstəfə<i>ɹ</i> ˈnoʊ̯lən]) 감독의 신작 <i>The Odyssey</i>는 국내에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고 한다. 아무리 원전의 최근 번역본에서는 &#8216;오디세이아&#8217;라는 표기가 우세하더라도 영화판에서 이 표기가 쓰일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을 것이다. 스탠리 쿠브릭(Stanley Kubrick [ˈstænli ˈkuːbɹɪk]) 감독의 1968년작 <i>2001: A Space Odyssey</i>는 당시 국내에 극장 개봉이 되지 않았지만 1996년 비디오판 재킷에서는 《스페이스 오딧세이》라고 표기한 적이 있다. 영어로는 odyssey가 &#8216;곡절이 많은 기나긴 여정&#8217;을 뜻하는 보통 명사가 되었기 때문에 Odysseus라는 이름이 odyssey에서 이름을 딴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오디세이&#8217;와 &#8216;오디세이아&#8217;가 호메로스의 작품으로만 풀이되지만 실제로는 영어의 영향인지 비유적인 의미로 쓰는 일이 흔하다는 느낌이다. 혹시 앞으로 &#8216;오디세이아&#8217;는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8216;오디세이&#8217;는 비유적인 용법으로 의미가 분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 제목의 영향으로 호메로스의 작품도 &#8216;오디세이&#8217;라고 하는 쪽이 힘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잘 모르겠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7/20/%ed%98%b8%eb%a9%94%eb%a1%9c%ec%8a%a4%ec%9d%98-%e3%80%8a%ec%9d%bc%eb%a6%ac%ec%95%84%ec%8a%a4%e3%80%8b%ec%99%80-%e3%80%8a%ec%98%a4%eb%94%94%ec%84%b8%ec%9d%b4%ec%95%84%e3%80%8b/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733</post-id>	</item>
		<item>
		<title>카보베르데와 포르투갈어 국호의 한글 표기</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7/06/%ec%b9%b4%eb%b3%b4%eb%b2%a0%eb%a5%b4%eb%8d%b0%ec%99%80-%ed%8f%ac%eb%a5%b4%ed%88%ac%ea%b0%88%ec%96%b4-%ea%b5%ad%ed%98%b8%ec%9d%98-%ed%95%9c%ea%b8%80-%ed%91%9c%ea%b8%b0/</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7/06/%ec%b9%b4%eb%b3%b4%eb%b2%a0%eb%a5%b4%eb%8d%b0%ec%99%80-%ed%8f%ac%eb%a5%b4%ed%88%ac%ea%b0%88%ec%96%b4-%ea%b5%ad%ed%98%b8%ec%9d%98-%ed%95%9c%ea%b8%80-%ed%91%9c%ea%b8%b0/#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Mon, 06 Jul 2026 08:26:11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카보베르데]]></category>
		<category><![CDATA[카보베르데크리올어]]></category>
		<category><![CDATA[포르투갈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697</guid>

					<description><![CDATA[서아프리카에 있는 인구 53만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월드컵에서 32강에 진출하여 지난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와 연장 승부 끝에 석패하는 선전으로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서 미국에서는 카보베르데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에서조차 영어 국호 Cape Verde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각종 사전에 실린 올바른 발음인 [ˈkeɪ̯p-ˈvɜːɹd] &#8216;케이프버드&#8217; 대신 마치 뒷부분이 에스파냐어 이름인 것처럼 [ˈkeɪ̯p-ˈvɛə̯ɹdeɪ̯]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서아프리카에 있는 인구 53만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월드컵에서 32강에 진출하여 지난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와 연장 승부 끝에 석패하는 선전으로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서 미국에서는 카보베르데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에서조차 영어 국호 Cape Verde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각종 사전에 실린 올바른 발음인 [ˈkeɪ̯p-ˈvɜː<i>ɹ</i>d] &#8216;케이프버드&#8217; 대신 마치 뒷부분이 에스파냐어 이름인 것처럼 [ˈkeɪ̯p-ˈvɛə̯<i>ɹ</i>deɪ̯] &#8216;케이프베어데(이)&#8217;로 발음하는 것이다.</p>
<p>카보베르데는 15세기 중반에 유럽 항해가들이 발견했으며 그 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그 얼마 전에 포르투갈 항해가들은 오늘날 세네갈에 속한 서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서 튀어나온 반도 하나를 &#8216;녹색 곶&#8217;이라는 뜻으로 cabo Verde [ˈkaβ̞u ˈveɾð̞(ɨ)~ˈkabu ˈveɾdɨ] &#8216;카부 베르드&#8217;라고 이름지었는데 그 근처에서 발견한 섬의 무리도 같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즉 카보베르데의 국호는 다른 나라인 세네갈에 있는 지형에서 딴 것이다. 원래의 반도를 세네갈의 공용어인 프랑스어로는 Cap-Vert [kap-vɛʁ] &#8216;카프베르&#8217;라고 부르며 카보베르데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그래서 국호 대신 세네갈의 반도 이름으로 쓸 때는 presqu&#8217;île du Cap-Vert [pʁɛskil dy kap-vɛʁ] &#8216;프레스킬 뒤 카프베르&#8217; 즉 &#8216;카프베르반도&#8217;라고 한다. 원래는 포르투갈어 이름을 의역하여 &#8216;녹색 곶&#8217;을 뜻하는 cap Vert &#8216;카프 베르&#8217;로 부르던 것이 한 묶음으로 고유 명사가 되어 Cap-Vert &#8216;카프베르&#8217;로 쓰는 것이다.</p>
<p>포르투갈은 1462년에 카보베르데의 산티아구(Santiago)섬에 히베이라그란드(Ribeira Grande)라는 항구 도시를 건설한 후 1975년까지 카보베르데를 지배하였다. 히베이라그란드는 오늘날 &#8216;오래된 도시&#8217;를 뜻하는 시다드벨랴(Cidade Velha)로 불린다. 16세기에 대서양 노예 무역으로 번영하기도 했던 카보베르데의 주민들은 서아프리카와 유럽 각지에서 온 이들의 후손이다. 오늘날 카보베르데의 공용어는 포르투갈어이며 주민 대부분은 카보베르데 크리올어라고 하는 포르투갈어 기반 혼성 언어를 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혼성 언어가 자녀들에게 전해지면서 모어화한 것을 크리올어라고 하는데 카보베르데 크리올어는 유럽 열강의 해외 식민지 건설로 생겨난 크리올어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카보베르데 크리올어로는 카보베르데를 Kabu Verdi [ˈkabu-ˈveɾdi] &#8216;카부베르디&#8217;라고 부른다.</p>
<p>영어에서는 포르투갈어 Cabo Verde의 앞부분은 의역하고 뒷부분은 원어 그대로 남겨서 Cape Verde라고 한다. 대신 Verde는 영어식으로 [ˈvɜː<i>ɹ</i>d] &#8216;버드&#8217;로 발음하는 것이 정착되어 있다. 각종 사전을 찾아봐도 대부분 이 발음만 나오며 간혹 [ˈvɛə̯<i>ɹ</i>d] &#8216;베어드&#8217;를 추가 가능 발음으로 제시할 뿐이다.</p>
<p>포르투갈어는 에스파냐어에 비해 모음 약화가 두드러진다. 에스파냐어로도 포르투갈어와 동일하게 Cabo Verde라는 철자를 쓰지만 각 모음자를 강세 여부와 상관없이 고르게 발음하는 반면 포르투갈어에서는 강세 없는 음절에서 모음 음가가 달라진다. 에스파냐어로도 cabo가 &#8216;곶&#8217;을 뜻하지만 [ˈkaβ̞o] &#8216;카보&#8217;로 발음하는데 포르투갈어로는 [ˈkaβ̞u] &#8216;카부'(포르투갈식) 또는 [ˈkabu] &#8216;카부'(카보베르데식)로 발음한다. 어말 -o가 [u]로 약화되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반영되어 &#8216;우&#8217;로 적는다. 또 verde는 에스파냐어로 [ˈbeɾð̞e] &#8216;베르데&#8217;로 발음하지만 포르투갈어로는 [ˈveɾð̞(ɨ)] &#8216;베르드'(포르투갈식) 또는 [ˈveɾdɨ] &#8216;베르드'(카보베르데식)로 발음한다. 어말 -e가 [ɨ]로 약화되는 것을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8216;으&#8217;로 적는다. 오늘날 포르투갈식 발음에서는 아예 [ˈveɾð̞] &#8216;베르드&#8217;로 어말 -e가 탈락하는 경향이 있다.</p>
<p>미국에서는 에스파냐어가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에스파냐어식 발음에 익숙한 이들이 많지만 포르투갈어는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그래서 Verde는 에스파냐어 &#8216;베르데&#8217;로 간주하여 [ˈvɛə̯<i>ɹ</i>deɪ̯] &#8216;베어데(이)&#8217;로 발음하기 쉽다. 현행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이 발음은 &#8216;베어데이&#8217;로 적어야 하지만 철자 e에 대응되는 원어의 [e]를 [eɪ̯]로 흉내 낸 것은 그냥 &#8216;에&#8217;로 적어서 &#8216;베어데&#8217;로 표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p>
<p>미국 서부 콜로라도 주에는 Mesa Verde라는 이름의 국립 공원이 있다. &#8216;녹색 탁자&#8217;를 뜻하는 에스파냐어 [ˈmesa ˈbeɾð̞e → mesaˈβ̞eɾð̞e] &#8216;메사베르데&#8217;에서 온 이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8216;메사버드^국립^공원(Mesa Verde國立公園)&#8217;이라는 표제어로 나온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발음인 [ˈmeɪ̯sə-ˈvɜː<i>ɹ</i>d] &#8216;메(이)사버드&#8217;에 해당한다(여기서도 규정을 따른 &#8216;메이사버드&#8217; 대신 &#8216;메사버드&#8217;로 적은 것이 흥미로운데 &#8216;메사&#8217;는 이미 탁자 모양의 지형을 이르는 외래어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p>
<p>그런데 정작 미국 화자들을 들어보면 Mesa Verde를 에스파냐어로 취급하여 [ˈmeɪ̯zə-ˈvɛə̯<i>ɹ</i>deɪ̯] &#8216;메(이)자베어데(이)&#8217; 또는 [ˈmeɪ̯sə-] &#8216;메(이)사-&#8216; 정도로 발음하는 일이 많다(영어 화자들은 에스파냐어 발음을 흉내 낼 때도 v는 [b] 대신 언제나 [v]로 발음하며 모음 사이의 s 역시 영어식으로 [z]로 발음하기 쉽다). 현지에서도 Mesa Verde는 보통 [ˈmeɪ̯sə-ˈvɜː<i>ɹ</i>di] &#8216;메(이)사버디&#8217;로 발음하는 듯하다. 이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가능 발음으로 제시하는 것과 일치한다.</p>
<p>이처럼 영어 지명 가운데는 현지에서 쓰는 발음과 그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타지인들이 철자를 보고 짐작하여 쓰는 발음이 차이가 나는 것이 많다. 그런데 국립 공원 이름 정도가 아니라 엄연한 나라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것은 좀 심해 보인다. 물론 카보베르데는 영어 사용국이 아니지만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와 로드아일랜드주에 특히 많이 사는 카보베르데계 주민을 포함하여 카보베르데를 잘 아는 이들은 영어로 Cape Verde를 &#8216;케이프버드&#8217;로 발음한다.</p>
<p>그럼 과연 우리가 쓰는 표기인 &#8216;카보베르데&#8217;에는 문제가 없을까? 일단 Cabo Verde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8216;카부베르드&#8217;여야 한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이 추가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이 추가된 후에도 예전부터 쓰던 국호인 &#8216;카보베르데&#8217;는 바꾸지 않았다. 역시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쓰는 모잠비크와 상투메 프린시페 등의 표기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Moçambique &#8216;모삼비크&#8217;, São Tomé e Príncipe &#8216;상토메 프린시프&#8217;로 바꾸지 않았다. 규정에서는 브라질 인명과 지명에서는 자음 앞과 어말의 l을 &#8216;우&#8217;로 적도록 했지만 브라질 역시 Brasil의 브라질 포르투갈어식 표기인 &#8216;브라지우&#8217;로 바꾸지 않았다.</p>
<p>&#8216;카보베르데&#8217;와 &#8216;상투메 프린시페&#8217;에서 볼 수 있듯이 예전에는 포르투갈어의 어말 -e도 모음 약화를 무시하고 &#8216;에&#8217;로 적었다. 그 외에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1986년에 나온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서는 포르투갈 지명 Portalegre &#8216;포르탈레그레&#8217;나 브라질 지명 Belo Horizonte &#8216;벨로리존테'(원문에서는 *Bello Horizonte로 오기), Recife &#8216;레시페&#8217;, Rio Grande &#8216;리우그란데&#8217;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 추가 이후 각각 &#8216;포르탈레그르&#8217;, &#8216;벨루오리존치&#8217;, &#8216;헤시피&#8217;, &#8216;히우그란지&#8217;로 표기가 바뀌었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어말 -e, -es의 e가 [ɨ] 대신 [i]로 약화되기 때문에 브라질 인명과 지명에 한해서 &#8216;으&#8217; 대신 &#8216;이&#8217;로 적으며 d, t가 [i] 앞에서 구개음화하는 것을 반영하여 &#8216;지&#8217;, &#8216;치&#8217;로 각각 적는다. 어두나 n, l, s 뒤의 r를 &#8216;ㅎ&#8217;으로 적게 한 것도 특기할만한데 브라질 발음에서 [ʁ] 내지 [h]로 발음되는 것을 흉내 낸 표기이다. 하지만 앙골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의 포르투갈어에서는 특히 [r]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이니 &#8216;ㅎ&#8217;으로 적는 것도 브라질 인명과 지명에 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카보베르데 포르투갈어에서도 방언에 따라 어두나 n, l, s 뒤의 r를 [r] 또는 [ʀ], [ʁ], [ɣ] 등으로 발음한다.</p>
<p>한편 &#8216;상투메 프린시페&#8217;나 &#8216;리우그란데&#8217;에서 볼 수 있듯이 무강세 음절의 o가 [u]로 약화되는 것은 예전에도 한글 표기에 보통 반영했다. 같은 용례집의 포르투갈 지명 Faro &#8216;파루&#8217; 및 브라질 지명 Campos &#8216;캄푸스&#8217;, Diamantino &#8216;디아만티누&#8217;, Mato Grosso &#8216;마투그로수&#8217; 등의 예도 있다(이 가운데 Diamantino의 표기는 브라질식 발음을 반영한 &#8216;지아만티누&#8217;로 바뀌었다).</p>
<p>그런데 포르투갈 지명 Odivelas [oð̞iˈvɛɫɐʃ] &#8216;오디벨라스&#8217;나 포르투갈어 성씨 [oɫiˈvɐi̯ɾɐ] &#8216;올리베이라&#8217;에서 볼 수 있듯이 강세가 없다고 해서 포르투갈어의 o가 언제나 [u]로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이처럼 약화되지 않은 음가를 [o] 대신 [ɔ]로 보기도 한다). 모음 약화 여부는 방언에 따른 차이도 있다. Portugal은 포르투갈에서 [puɾtuˈɣ̞aɫ]로 발음하지만 브라질에서는 [pohtuˈɡau̯]로 발음한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방언을 막론하고 모음이 언제나 약화되는 어말 -o, -os에서만 o를 &#8216;우&#8217;로 적도록 했다. 따라서 São Tomé [ˈsɐ̃ũ̯ tuˈmɛ]는 모음 약화를 반영한 &#8216;상투메&#8217;로 표기가 정착되어 있지만 2005년에 추가된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8216;상토메&#8217;로 적어야 한다. 예전 표기 용례에서는 남자 이름 José [ʒuˈzɛ]도 &#8216;주제&#8217;로 적었지만 2005년에는 이전 표기 용례를 포함해서 &#8216;조제&#8217;로 표기가 바뀌었다. 이 이름의 경우 브라질식 발음에서는 모음을 약화시키지 않고 [ʒoˈzɛ]로 발음하기도 한다.</p>
<p>여담으로 Príncipe [ˈpɾĩsɨp(ɨ)]는 &#8216;프링시프&#8217;로 표기하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겠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n을 &#8216;ㄱ&#8217;이나 &#8216;ㅋ&#8217;으로 표기되는 g, c, q 외의 자음 앞에서 &#8216;ㄴ&#8217;으로 적도록 했다. 어말의 n을 받침 &#8216;ㅇ&#8217;으로 적도록 하고 어말 -ns의 n도 받침 &#8216;ㅇ&#8217;으로 적도록 한 것을 생각하면 자음 앞의 n 표기는 받침 &#8216;ㅇ&#8217;을 기본으로 하고 d, t 앞에서만 받침 &#8216;ㄴ&#8217;으로 적도록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p>
<p>한편 이미 본 프랑스어의 Cap-Vert &#8216;카프베르&#8217;와 에스파냐어의 Cabo Verde &#8216;카보베르데&#8217; 외에 카탈루냐어 Cap Verd &#8216;카프베르트&#8217;, 이탈리아어 Capo Verde &#8216;카포베르데&#8217;, 루마니아어 Capul Verde &#8216;카풀베르데&#8217; 등 포르투갈어와 같이 로망 어군에 속한 여러 언어에서는 포르투갈어의 Cabo Verde를 의역한 이름을 쓴다. 독일어 Kap Verde [ˈkap-ˈvɛʁdə] &#8216;카프베르데&#8217;,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 Kap Verde &#8216;카프베르데&#8217;, 아프리칸스어 Kaap Verde &#8216;카프페르데&#8217; 등 게르만 제어는 영어 Cape Verde에서처럼 앞부분은 의역하고 뒷부분은 Verde를 그대로 따온 이름을 쓴다. 네덜란드어의 Kaapverdië &#8216;카프베르디에&#8217;도 이와 비슷한데 한 단어로 붙이고 나라 이름에 많이 쓰이는 접미사 -ië를 더한 형태이다.</p>
<p>만약 아프리칸스어에서 쓰는 형태와 같은 Kaap Verde를 네덜란드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한글로 표기한다면 어두 v를 &#8216;ㅍ&#8217;으로 적고 어말 e는 &#8216;어&#8217;로 적도록 한 현행 규정에 따라 &#8216;카프페르더&#8217;가 된다. 어말 e가 무강세 [ə]로 발음된다고 해서 &#8216;어&#8217;로 적도록 한 것인데 독일어와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에서도 어말 e가 무강세 [ə]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8216;에&#8217;로 적으므로 네덜란드어만 예외로 취급할 근거는 찾기 힘들다. 또 Kaap Verde에서는 v가 어두에 오므로 &#8216;ㅍ&#8217;으로 적는데 Kaapverdië에서는 v가 어중이라서 &#8216;ㅂ&#8217;으로 적는 것도 혼란스럽다. 참고로 Verde가 단독으로 쓰일 때 표준 네덜란드어 발음은 [ˈvɛrdə]인 반면 Kaapverdië의 표준 네덜란드어 발음은 [kapˈfɛrdijə]이다. 어중 /v/가 앞의 /p/의 영향으로 무성음 [f]로 변하기 때문이다. 방언에 따라 반대 방향의 동화가 일어나서 [kabˈvɛrdijə]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어중 /v/의 발음 변화도 일일이 한글 표기에 반영할 것이 아니라면 네덜란드어 일부 방언에서 특히 어두의 /v/가 [f]로 무성음화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한글로 나타내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번거롭다.</p>
<p>이처럼 게르만 어파에 속하는 여러 언어에서 뒷부분을 Verde로 적고 어말 e를 무강세 [ə]로 발음하는 것은 한글 표기로 &#8216;베르데&#8217;가 되더라도 포르투갈어 발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르투갈어처럼 게르만 제어도 모음 약화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다만 게르만 어파에 속하는 영어에서는 더 나아가서 철자상의 어말 e는 보통 이미 묵음이고 이제는 어말 a가 [ə]로 약화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차용어에서도 어말의 e는 묵음으로 처리하거나 [i]로 흉내 내는 것이 보통이다([i]는 방언에 따라 [iː] 또는 [ɪ]로 발음되는 열린 음절의 약화된 모음을 나타내는 약식 기호이다). 물론 원어에서 약화되지 않는 모음이라면 이를 존중하여 [eɪ̯]로 흉내 내기도 한다. 그래서 Verde는 [ˈvɜː<i>ɹ</i>di] &#8216;버디&#8217; 또는 [ˈvɜː<i>ɹ</i>d] &#8216;버드&#8217;가 되거나 에스파냐어식 [ˈvɛə̯<i>ɹ</i>deɪ̯] &#8216;베어데(이)&#8217;가 되는 것이다.</p>
<p>하지만 국호의 Verde 부분을 그대로 딴 다른 여러 언어에서는 대부분 모음 약화 없이 &#8216;베르데&#8217; 정도로 발음한다. 심지어 모음 약화가 심한 러시아어로도 카보베르데는 Кабо-Верде(Kabo-Verde) [ˈkabə-ˈvɛrdɛ] &#8216;카보베르데&#8217;라고 발음한다. 첫부분은 포르투갈어와는 반대 반향으로 &#8216;카부&#8217; 대신 &#8216;카바&#8217;에 가까운 [ˈkabə]가 되었다.</p>
<p>흥미롭게도 동아프리카 케냐의 루오어, 칼렌진어 등에서는 카보베르데를 Kep Vad &#8216;케프바드&#8217;라고 부른다. 영어 발음 &#8216;케이프버드&#8217;를 현지식으로 흉내 낸 결과이다. 힌디어 केप वर्डे Kep Varḍe &#8216;케프바르데&#8217;도 영어 발음을 흉내 냈지만 Verde의 발음을 [ˈvɜː<i>ɹ</i>d] &#8216;버드&#8217; 대신 [*ˈvɜː<i>ɹ</i>deɪ̯] &#8216;*버데(이)&#8217; 정도로 파악한 듯하다.</p>
<p>그러니 우리가 쓰는 &#8216;카보베르데&#8217;는 포르투갈어 발음과는 차이가 있지만 세계 여러 언어에서 쓰는 형태에 더 가깝다. 멕시코를 에스파냐어권 밖에서는 에스파냐어 México [ˈmexiko] &#8216;메히코&#8217;와 비슷한 발음을 쓰는 예가 거의 없고 x를 [ks]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비슷하다.</p>
<p>한국어는 독자적인 표음 문자인 한글을 쓰는 덕분에 특히 영어권, 프랑스어권, 에스파냐어권의 국호는 원지 발음에 충실하게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에스파냐어권 국호 가운데 &#8216;에스파냐&#8217; 대신 영어식 &#8216;스페인&#8217;이 일반적으로 쓰이며 &#8216;멕시코&#8217;도 영어식 표기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여러 언어에서 한국어만큼 국호를 원지 발음대로 부르는 예를 찾기 어렵고 멕시코/메히코의 예에서 나타나듯이 로마자를 매개로 전파되면서 철자식 발음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르투갈어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언어였고 오늘날의 한글 표기 방식이 도입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예전부터 쓰던 포르투갈어권 국호는 오늘날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와는 차이가 나는 것이 많다. 모잠비크는 포르투갈어 Moçambique &#8216;모삼비크&#8217;보다는 영어 Mozambique [ˌmoʊ̯zæmˈbiːk] &#8216;모잼비크&#8217;나 프랑스어 Mozambique [mɔ⟮o⟯zɑ̃bik] &#8216;모장비크&#8217;를 따른 표기이고 기니비사우도 포르투갈어 Guiné-Bissau &#8216;기네비사우&#8217;가 아닌 영어 Guinea-Bissau [ˈɡɪni-bɪˈsaʊ̯] &#8216;기니비사우&#8217;를 기준으로 표기했다. 적도 기니도 포르투갈어식 &#8216;기네&#8217; 대신 영어식 &#8216;기니&#8217;를 쓴다.</p>
<p>물론 카보베르데가 일반에 잘 알려진 나라는 아니니 2005년에 &#8216;카부베르드&#8217;로 표기를 바꾸었더라도 큰 부작용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호는 여지간해서는 예전부터 쓰던 표기를 바꾸지 않는 보수성이 두드러진다.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08/12/13/%eb%b2%a8%eb%a1%9c%eb%a3%a8%ec%8b%9c%ea%b0%80-%eb%b2%a8%eb%9d%bc%eb%a3%a8%ec%8a%a4%eb%a1%9c-%eb%b0%94%eb%80%90%eb%8b%a4/">벨라루스</a>,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10/07/23/%ea%b7%b8%eb%a3%a8%ec%a7%80%ec%95%bc%ea%b0%80-%ec%a1%b0%ec%a7%80%ec%95%84%eb%a1%9c-%eb%b0%94%eb%80%90%eb%8b%a4/">조지아</a>, 튀르키예 등은 당사국의 요청으로 인해 한글 표기가 바뀐 예이다. 참고로 원지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원칙을 우리보다도 더 강조하는 북한의 문화어로는 카보베르드를 &#8216;까부웨르드&#8217;라고 부른다.</p>
<p>카보베르데는 세계 곳곳에 퍼진 디아스포라 선수를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그 가운데 직업 네트워킹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드인(LinkedIn, 표준 표기 &#8216;링크트인&#8217;)을 통해 카보베르데 대표로 뛰게 된 수비수 Pico Lopes의 사연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가 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카보베르데인 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아일랜드의 섐록 로버스(Shamrock Rovers) 주장으로 뛰고 있다. 그가 아버지를 통해 카보베르데 대표로 뛸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포르투갈 출신의 후이 아과스(Rui Águas, 현행 표기 규정을 따른 표기는 &#8216;후이 아구아스&#8217;) 당시 카보베르데 대표팀 감독은 링크드인을 통해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어로 보낸 메시지라서 스팸으로 오인하여 무시했는데 아홉 달 뒤에 이번에는 영어로 다시 연락해서 가까스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다.</p>
<p>영어를 쓰며 자라난 본인은 포르투갈어 이름 Pico Lopes를 영어로 [ˈpiːkoʊ̯ ˈloʊ̯pɛ⟮ᵻ⟯z] &#8216;피코 로페스&#8217;로 발음한다. 영어의 어말 s는 [z]로 발음되는 경우에도 &#8216;스&#8217;로 적는다. 그런데 포르투갈어 발음은 [ˈpiku ˈlɔp(ɨ)ʃ]이다. 현행 표기 규정대로는 &#8216;피쿠 로페스&#8217;로 적는다. 어말 -es에서는 e를 &#8216;으&#8217;로 적지만 p, b, m, f, v 다음에 오는 어말 -es는 &#8216;-에스&#8217;로 적는다는 세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칙은 포르투갈어 발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Lopes는 &#8216;로프스&#8217;로 적는 것이 실제 포르투갈어 발음에 가깝다(어말 s가 [ʃ]로 발음되는 것까지 반영하면 &#8216;로프시&#8217;가 더 가까울 것이다). 다만 한글 표기에서 순음 뒤에 &#8216;으&#8217;가 오는 &#8216;브&#8217;, &#8216;프&#8217;, &#8216;므&#8217;로 적는 것을 피하려고 정한 세칙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한국어에서 &#8216;브&#8217;와 &#8216;부&#8217;, &#8216;프&#8217;와 &#8216;푸&#8217;, &#8216;므&#8217;와 &#8216;무&#8217;의 발음이 잘 구별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런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외래어 표기에서는 &#8216;브&#8217;와 &#8216;프&#8217;가 이미 익숙하니 굳이 이런 세칙을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포르투갈어 Pico Lopes는 &#8216;피쿠 로프스&#8217;로 적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p>
<p>어쨌든 영어에서는 포르투갈어 o가 [u]로 약화되는 것은 좀처럼 흉내 내지 않으며 -es에서도 약화되지 않은 [ɛ]를 쓸 때가 많다. 하지만 일부 자음 뒤의 영어 접미사 -es의 발음과 동일하게 약화된 모음 [ᵻ]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ᵻ]는 [ɪ] 또는 [ə]로 실현되는 약화된 모음을 나타내는 약식 기호이다). 만약 약화된 모음을 쓰는 영어 발음 [ˈloʊ̯pᵻz]를 기준으로 한다면 &#8216;로피스&#8217;로 적을 수 있다.</p>
<p>이번 대회 이전에는 카보베르데 축구에 대해서 들어본 이가 많지 않겠지만 예전에도 월드컵 무대에서 카보베르데계 선수들이 활약한 바가 있다. 1994년에 월드컵 3위에 오른 스웨덴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도 출전한 헨리크 라르손(Henrik Larsson)은 스웨덴 역대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데 카보베르데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8년에 월드컵 우승, 2006년에 월드컵 준우승을 기록한 프랑스의 파트리크 비에라(Patrick Vieira [patʁik vjɛʁa])는 어머니가 카보베르데 출신이다. &#8216;비에라&#8217;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포르투갈어 성씨 Vieira &#8216;비에이라&#8217;를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그 외에 2014녈 월드컵에 출전한 포르투갈의 나니(Nani)도 카보베르데계이고 2010년 월드컵에서 에스파냐가 우승하기 전에 이들을 상대로 조별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스위스의 젤송 페르낭데스(Gelson Fernandes [ʒɛlsɔ̃ fɛʁnɑ̃dɛs])는 카보베르데에서 태어났다가 다섯 살에 스위스 프랑스어권로 이주했다. 포르투갈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Gélson Fernandes &#8216;젤송 페르난드스&#8217;이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7/06/%ec%b9%b4%eb%b3%b4%eb%b2%a0%eb%a5%b4%eb%8d%b0%ec%99%80-%ed%8f%ac%eb%a5%b4%ed%88%ac%ea%b0%88%ec%96%b4-%ea%b5%ad%ed%98%b8%ec%9d%98-%ed%95%9c%ea%b8%80-%ed%91%9c%ea%b8%b0/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697</post-id>	</item>
		<item>
		<title>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남아시아계 선수</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6/24/%ec%9b%94%eb%93%9c%ec%bb%b5%ec%97%90%ec%84%9c-%eb%b3%bc-%ec%88%98-%ec%9e%88%eb%8a%94-%eb%82%a8%ec%95%84%ec%8b%9c%ec%95%84%ea%b3%84-%ec%84%a0%ec%88%98/</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6/24/%ec%9b%94%eb%93%9c%ec%bb%b5%ec%97%90%ec%84%9c-%eb%b3%bc-%ec%88%98-%ec%9e%88%eb%8a%94-%eb%82%a8%ec%95%84%ec%8b%9c%ec%95%84%ea%b3%84-%ec%84%a0%ec%88%98/#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Wed, 24 Jun 2026 11:25:35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우르두어]]></category>
		<category><![CDATA[타밀어]]></category>
		<category><![CDATA[텔루구어]]></category>
		<category><![CDATA[펀자브어]]></category>
		<category><![CDATA[프랑스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687</guid>

					<description><![CDATA[언제부터인가 4년마다 왜 인구가 많은 중국, 인도에서 남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축구 대표팀을 배출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듯하다. 중국은 그래도 2002년에 한 번 본선에 오른 적이 있고 여자 축구에서는 강팀이지만 인도는 남녀 통틀어 월드컵 본선 참가가 전무한데 특히 2023년에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앞지르면서 이 흑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듯하다. 인도는 1950년에 다른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언제부터인가 4년마다 왜 인구가 많은 중국, 인도에서 남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축구 대표팀을 배출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듯하다. 중국은 그래도 2002년에 한 번 본선에 오른 적이 있고 여자 축구에서는 강팀이지만 인도는 남녀 통틀어 월드컵 본선 참가가 전무한데 특히 2023년에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앞지르면서 이 흑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듯하다. 인도는 1950년에 다른 아시아 팀들의 기권으로 본선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대회 개막 직전에 참가를 철회했다. 당시 인도 대표팀이 맨발로 뛰어서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라는 루머를 접할 수 있지만 근거는 없다.</p>
<p>인도뿐만이 아니라 이웃하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스리랑카, 몰디브, 아프가니스탄 등도 월드컵 본선과는 인연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월드컵에서 남아시아계 선수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전보다 남아시아계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p>
<p>뉴질랜드가 지금까지 치른 두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좋은 활약을 보여준 사프리트 싱(Sarpreet Singh)은 인도 펀자브계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며 펀자브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영어 발음은 [ˈsɑː<i>ɹ</i>pɹiːt ˈsɪŋ] &#8216;사프리트 싱&#8217;이고 펀자브어로는 ਸਰਪ੍ਰੀਤ ਸਿੰਘ Saraprīta Siṅgha &#8216;사르프리트 싱&#8217;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쓰이는 펀자브어는 인도·유럽 어족 인도 어파에 속하는 언어이다. 인도 어파에 속하는 북인도 언어 대부분에서처럼 펀자브어의 a는 묵음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발음은 Sarprīt Siṅgh에 가깝다. Siṅgh의 펀자브어 발음에서는 마지막 gh가 [ɡ]를 나타내므로 [ˈsɪ̌ŋɡ] &#8216;싱그&#8217;에 가깝지만 약하게 발음되거나 탈락하는 경우도 많고 영어에서도 [ˈsɪŋ] &#8216;싱&#8217;으로 발음한다. 펀자브계였던 전 인도 총리 Manmohan Singh &#8216;만모한 싱&#8217; 등 기존 표기 용례에서도 &#8216;싱&#8217;으로 적으므로 굳이 &#8216;싱그&#8217;로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p>
<p>오스트레일리아가 지금까지 치른 두 경기에서 한 번은 선발로 나오고 한 번은 교체 선수로 나온 니샨 벨루필레이(Nishan Velupillay)는 아버지가 스리랑카 타밀계 말레이시아인이고 어머니는 영국계 인도인이라고 한다. 타밀어로 그의 이름은 நிஷான் வேலுப்பிள்ளை Niṣāṉ Vēluppiḷḷai &#8216;니샨 벨루필라이&#8217;이다. 본인의 영어 발음은 [nɪˈʃɑːn vəˈlʊpᵻleɪ̯] &#8216;니샨 벨루필레이'(현행 규정으로는 &#8216;니샨 벌루필레이&#8217;)로 관찰된다. 타밀어는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에서 쓰이는 드라비다 어족 언어로 인도계 주민이 많은 싱가포르에서도 말레이어와 영어, 중국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인다.</p>
<p>콩고 민주 공화국의 첫 두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사뮈엘 무투사미(Samuel Moutoussamy)도 성씨가 타밀어에서 왔다. 타밀어로는 முத்துசாமி Muttucāmi [mut̪usaːmi] &#8216;무투사미&#8217;로 적는다.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의 카리브해 영토인 과들루프 출신 인도 타밀계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는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영국과 합의하여 인도 남부에서 많은 노동자를 과들루프를 비롯한 카리브해 영토에 데려왔다.</p>
<p>Cédric Bakambu [sedʁik bakambu] &#8216;세드리크 바캄부&#8217;, Ngal’ayel Mukau [<small>(ə)</small>ŋɡalajɛl mukau] 등 다른 콩고 민주 공화국 선수들은 모음 [u]를 그냥 로마자 u로 적고 Lionel Mpasi [ljɔnɛl (ə)mpasi] &#8216;리오넬 음파시&#8217;에서 볼 수 있듯이 어말의 모음 [i]도 그냥 로마자 i로 적는데 Moutoussamy는 [u]를 ou로 적고 어말 [i]를 y로 적은 것을 보면 그의 성씨가 특이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p>
<p>사실 세네갈의 Yehvann Diouf [je⟮ɛ⟯van djuf] &#8216;예반 디우프&#8217;, 코트디부아르의 Bazoumana Touré [bazumana tuʁe] &#8216;바주마나 투레&#8217;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프리카의 프랑스어권 국가에서는 [u]를 프랑스어식 철자 ou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콩고 민주 공화국은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같은 프랑스어권이지만 철자 방식이 달라서 [u]를 u로 적는다. 옛 프랑스 식민지인 콩고 공화국에서는 [u]를 ou로 적기 때문에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성씨를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Balu로 적고 콩고 공화국에서는 Balou로 적는 것을 볼 수 있다(프랑스어 발음은 둘 다 [balu] &#8216;발루&#8217;이다). 한편 아프리카의 전 프랑스 식민지에서도 어말의 [i]는 보통 i로 적고 y로 적는 것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코트디부아르의 Ange-Yoan Bonny [ɑ̃ʒ-jɔan bɔni] &#8216;앙주요안 보니&#8217; 같은 예에서 간혹 볼 수 있다.</p>
<p>이라크의 첫 경기에 교체 출전하고 어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한 지단 익발(Zidane Iqbal)은 잉글랜드에서 펀자브계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이라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문어체 아랍어로는 زيدان إقبال Zaydān ʾIqbāl &#8216;자이단 익발&#8217;이지만 알제리계 프랑스 축구 선수 Zinédine Zidane [zinedin zidan] &#8216;지네딘 지단&#8217;에서 볼 수 있듯이 알제리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زيدان을 Zīdān &#8216;지단&#8217;으로 발음한다. 이라크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발음이 &#8216;제이단&#8217;에 가까울 듯하지만 로마자 Zidane으로 쓰고 본인의 영어 발음도 [ziˈdɑːn ˈɪkbɑːl] &#8216;지단 익발&#8217;로 관찰된다.</p>
<p>펀자브어 및 파키스탄의 공용어인 우르두어로는 아랍어 철자를 거의 그대로 따른 زیدان اقبال로 적는다. 어두의 성문 폐쇄음 ʾ [ʔ]를 밝힌 아랍어 철자 إ 대신 그냥 모음으로 시작한다는 것만 밝히는 ا를 썼다는 차이가 있다. 또 아랍어 زيدان과 펀자브어/우르두어 زیدان은 자형이 동일하지만 인코딩을 보면 둘째 자모가 아랍어는 ي, 펀자브어/우르두어는 ی라는 차이가 있는데 어중에서 똑같은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p>
<p>인도에서는 펀자브어를 구르무키(ਗੁਰਮੁਖੀ Gurmukhī)라는 문자로 적지만 파키스탄에서는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에서 나온 샤무키(شاہ مُکھی Shāhmukhī)라는 문자로 적는다. 펀자브어처럼 인도 어파에 속하는 우르두어도 페르시아식 아랍 문자에서 나온 문자로 적는다. 이들은 대부분의 아랍 문자 기반 체계와 마찬가지로 모음 발음 정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철자만 가지고는 زیدان이 Zīdān &#8216;지단&#8217;을 나타내는지, 문어체 아랍어에 충실한 Zaidān &#8216;제단/제이단&#8217;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다.</p>
<p>펀자브어에서 아랍어의 ay에 대응되는 ai는 보통 [ɛː] &#8216;에&#8217;로 발음되고 우르두어에서도 [ɛː] &#8216;에&#8217; 발음이 일반적이지만 힌디어 일부 방언을 비롯한 북인도 여러 언어에서는 ai가 실제 이중 모음으로 실현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표기를 &#8216;에이&#8217;로 통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기존 표기 용례를 보면 파키스탄의 고개 이름인 خیبر Khaibar는 영어 형태인 Khyber [ˈkaɪbə<i>ɹ</i>] &#8216;카이버&#8217;의 영향을 받았는지 &#8216;케바르&#8217;나 &#8216;케이바르&#8217; 대신 &#8216;카이바르&#8217;로 적는 등 파키스탄 고유 명사의 표기에서는 ai를 &#8216;아이&#8217;로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전 파키스탄 대통령의 이름을 Musharraf, Pervaiz로 제시하고 &#8216;무샤라프, 페르베즈&#8217;로 적은 용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의 모어였던 우르두어 원어는 پرویز مشرف‬ Parvēz Musharraf &#8216;파르베즈 무샤라프&#8217;이므로 실제로는 ai가 아니다(이 인물의 통용 로마자 표기에서도 Pervaiz가 아닌 Pervez를 쓴다). 그러니 زیدان의 발음을 Zaidān으로 보고 기존 파키스탄 용례의 표기 방식을 따른다면 &#8216;자이단&#8217;이 되겠다. 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펀자브어나 우르두어 발음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 없이 본인의 영어 발음에 따라 &#8216;지단&#8217;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인은 영어 화자로 펀자브어와 아랍어는 약간씩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p>
<p>첫 두 경기에서는 교체 명단에만 이름을 올린 카타르의 타흐신 잠시드(Tahsin Jamshid)는 부모가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인 말라얄리계이다. 말라얄리인들이 쓰는 언어인 말라얄람어는 타밀어처럼 드라비다 어족에 속한다. 그의 이름을 아랍어로는 تحسين جمشيد Taḥsīn Jamshīd &#8216;타흐신 잠시드&#8217;로 쓰는데 말라얄람어로는 തഹ്സിൻ ജംഷീദ് Tahsin Jaṃṣīd &#8216;타신 잠시드&#8217;로 쓴다고 한다. &#8216;타흐신/타신&#8217;은 아랍어 تحسين Taḥsīn &#8216;타흐신&#8217;에서 왔고 &#8216;잠시드&#8217;는 고전 페르시아어 جمشید Jamshēd &#8216;잠셰드&#8217;에서 왔다(&#8216;잠시드&#8217;는 성이 아니라 아버지 이름이다). 인도의 무슬림들은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식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페르시아어는 무굴 제국, 델리 술탄국 등 인도의 여러 왕조에서 공용어로 썼는데 인도식 페르시아어에서는 고전 페르시아의 발음을 간직하기 때문에 현대 이란 페르시아어나 아랍어의 Jamshīd &#8216;잠시드&#8217; 대신 Jamshēd &#8216;잠셰드&#8217;로 쓰는 것이 보통이며 우르두어로도 جمشید Jamshed &#8216;잠셰드&#8217;로 쓰고 다른 인도 여러 언어에서도 이 발음을 따를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힌디어권인 인도 동부의 도시 잠셰드푸르(Jamshedpur, जमशेदपुर Jamaśedapura)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말라얄람어로도 ജംഷെദ് Jaṃṣed &#8216;잠셰드&#8217;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자세한 영문은 모르지만 이 철자는 소수만 검색되고 보통 ജംഷീദ് Jaṃṣīd &#8216;잠시드&#8217;로 적는 듯하다.</p>
<p>일단 이번 월드컵에 나온 선수 가운데 남아시아계로 확인되는 이들은 이상 다섯 명이다. 포르투갈의 주전 골키퍼 디오구 코스타(Diogo Costa)의 친할아버지는 인도의 고아에서 태어났지만 당시 포르투갈 영토였고 순수 포르투갈 혈통이었으니 남아시아계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최근에는 우루과이의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Maximiliano Araújo) 선수의 할아버지가 고아 출신이었다는 소문이 갑자기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지만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p>
<p>그러나 남아시아계 선수가 월드컵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 월드컵 결승전에 오른 프랑스 대표팀의 일원인 비카시 도라소(Vikash Dhorasoo [vikaʃ dɔʁaso], 현행 표기 규정에 따르면 &#8216;비카슈 도라소)는 부모가 아프리카 연안 인도양의 섬나라인 모리셔스 출신으로 조상은 인도 남부에서 모리셔스로 이주한 텔루구계였다. 모리셔스는 주민의 66% 정도가 인도계이다. 인도 남부에서 쓰이는 텔루구어는 타밀어와 말라얄람어처럼 드라비다 어족에 속한다. 텔루구어로는 그의 이름을 వికాష్ దొరసూ Vikāṣ Dorasū &#8216;비카시 도라수&#8217;로 적는다고 하는데 이게 맞다면 이것을 영어식 철자로 적은 Dhorasoo를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하는 바람에 &#8216;도라수&#8217;가 &#8216;도라소&#8217;로 둔갑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본인도 &#8216;도라소&#8217;로 발음한다. 모리셔스는 1715년부터 1810년까지는 프랑스 식민지, 1810년부터 1968년까지는 영국 식민지였던 역사 때문에 영어와 프랑스어가 둘 다 실질적인 공용어로 쓰이는데 일상어는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하는 모리셔스 크레올어이다.</p>
<p>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직 남아시아계 선수가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월드컵에서 득점한 남아시아계 선수도 있다. 수리남에서 인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아론 빈터(Aron Winter, 현행 규정에 따른 표기 &#8216;아론 빈터르&#8217;)는 1990년과 1994년, 1998년 월드컵에 네덜란드 대표로 출전했으며 1994년에는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다. 수리남이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시절 네덜란드는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경영하던 영국과 협약을 맺어 많은 인도인들을 계약 노동자로 데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수리남 인구의 27% 정도가 인도계이다. 대신 Aron Winter는 그냥 [ˈaːrɔn ˈʋɪntər]로 발음되는 네덜란드어식 이름이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6/24/%ec%9b%94%eb%93%9c%ec%bb%b5%ec%97%90%ec%84%9c-%eb%b3%bc-%ec%88%98-%ec%9e%88%eb%8a%94-%eb%82%a8%ec%95%84%ec%8b%9c%ec%95%84%ea%b3%84-%ec%84%a0%ec%88%98/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687</post-id>	</item>
		<item>
		<title>싱가포르에서 차오저우어 영화가 표준 중국어로 더빙되어 상영되는 이유</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6/23/%ec%8b%b1%ea%b0%80%ed%8f%ac%eb%a5%b4%ec%97%90%ec%84%9c-%ec%b0%a8%ec%98%a4%ec%a0%80%ec%9a%b0%ec%96%b4-%ec%98%81%ed%99%94%ea%b0%80-%ed%91%9c%ec%a4%80-%ec%a4%91%ea%b5%ad%ec%96%b4%eb%a1%9c-%eb%8d%94/</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6/23/%ec%8b%b1%ea%b0%80%ed%8f%ac%eb%a5%b4%ec%97%90%ec%84%9c-%ec%b0%a8%ec%98%a4%ec%a0%80%ec%9a%b0%ec%96%b4-%ec%98%81%ed%99%94%ea%b0%80-%ed%91%9c%ec%a4%80-%ec%a4%91%ea%b5%ad%ec%96%b4%eb%a1%9c-%eb%8d%94/#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23 Jun 2026 08:51:48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광둥어]]></category>
		<category><![CDATA[싱가포르]]></category>
		<category><![CDATA[중국어]]></category>
		<category><![CDATA[차오산어]]></category>
		<category><![CDATA[차오저우어]]></category>
		<category><![CDATA[호키엔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683</guid>

					<description><![CDATA[아마추어 배우를 앞세우고 대사 거의 전부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중국어 방언인 차오저우어로 된 중국의 저예산 독립 영화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给阿嬷的情书/給阿嬤的情書)》가 입소문을 통해 중국 흥행 2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둔 후 6월 18일에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도 전격 개봉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방언으로 된 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오랜 정책 때문에 일반 상영이 표준 중국어 더빙판으로 이루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아마추어 배우를 앞세우고 대사 거의 전부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중국어 방언인 차오저우어로 된 중국의 저예산 독립 영화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给阿嬷的情书/給阿嬤的情書)》가 입소문을 통해 중국 흥행 2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둔 후 6월 18일에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도 전격 개봉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방언으로 된 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오랜 정책 때문에 일반 상영이 표준 중국어 더빙판으로 이루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p>
<p>중국 남부 광둥성의 산터우(汕头/汕頭[Shàntóu], 산두) 출신 란훙춘(蓝鸿春/藍鴻春[Lán Hóngchūn], 람홍춘) 감독은 이미 산터우를 포함하는 광둥성 동부의 차오산(潮汕[Cháoshàn], 조산) 지역에서 쓰이는 차오저우어로 된 가족 영화 《아빠, 저 할 수 있어요(爸，我一定行的/爸，我一定行的)》와 《어머니를 소개드릴게요(带你去见我妈/帶你去見我媽)》를 만든 바 있다. 그러니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는 그의 차오산 삼부작의 완성편인 셈이다. 영어로는 Dear You라는 제목으로 해외 개봉되었다.</p>
<p>이 영화는 동남아시아로 떠난 차오산 지역 출신 화교들이 고향에 송금하면서 보낸 편지인 차오피(侨批/僑批[qiáopī], 교비)를 소재로 한다. 1940년대 국공 내전 때 산터우에 가족을 남기고 타이(태국)로 떠나 차오피를 보내오다가 연락이 끊긴 할아버지를 손자가 찾아 나선다는 설정이다.</p>
<p>동남아시아의 화교 즉 중국계 주민들은 중국 남부 해안의 여러 지역에 뿌리를 둔다. 그 가운데도 차오산 지역 출신들은 타이를 비롯한 인도차이나반도에 많이 진출했으며 오늘날 타이 화교의 과반수는 차오산계이다. 하지만 타이 정부의 타이화 정책 때문에 이들은 이름을 타이어식으로 바꿔야 했으며 급속도로 타이에 동화되어 오늘날 1세대 이주민을 제외하면 차오저우어를 구사하는 이는 극소수이다.</p>
<p>차오산 지역은 광둥성에 속하지만 차오저우어는 광둥어와는 매우 다르다. 광둥어는 중국 어파 가운데 월어(粵語)에 속하지만 차오저우어는 민어(閩語), 그 가운데도 민남어(閩南語)에 속한다. 게다가 푸젠성을 비롯하여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지역의 푸젠성 출신 화교들이 쓰는 주류 민남어인 이른바 호키엔(영어: Hokkien [ˈhɒkiɛn])어와도 많이 차이가 난다. 참고로 호키엔은 푸젠(福建[Fújiàn], 복건)의 주류 민남어 발음인 Hok-kiàn &#8216;혹껜&#8217;에서 나온 이름이다.</p>
<p>차오저우어/차오산어를 영어로는 흔히 티오추(Teochew [ˈtiːoʊ̯ˌʧuː])어라고 부른다. 차오저우(潮州[Cháozhōu], 조주)의 산터우식 발음 Dio<sup>5</sup>ziu<sup>1</sup> &#8216;뚀쭈&#8217;에서 나온 이름이다(차오저우식 발음은 Diê<sup>5</sup>ziu<sup>1</sup> &#8216;뗴쭈&#8217;이다). 중국어로는 흔히 차오산화(潮汕話[Cháoshànhuà], 조산화) 즉 차오산어라고 부른다. 차오산은 차오저우와 산터우를 합친 이름이다. 산터우는 차오저우어로 Suaⁿ-thâu &#8216;솨타우&#8217;라고 하기 때문에 옛 영어 이름은 Swatow [ˌswɑːˈtaʊ̯] &#8216;스와타우&#8217;이다.</p>
<p>싱가포르는 주민의 4분의 3 정도가 중국계인데 출신 배경이 다양하여 원래 호키엔어, 차오저우어, 광둥어, 하카어, 하이난어, 푸저우어, 상하이어 등 다양한 말씨를 썼으며 서로 말이 통하는 집단끼리 어울리기 마련이었다. 순수 언어학적으로 보면 이들은 사실 중국 어파에 속하는 각기 다른 언어로 보아야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들은 모두 중국어의 방언으로 취급되므로 여기서도 편의상 방언으로 통칭한다.</p>
<p>1965년에 싱가포르가 독립한 이후 국어인 말레이어와 함께 중국어와 영어, 타밀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국어는 관화(官話) 또는 영어로 Mandarin이라고 부르는 북방 중국어를 바탕으로 한 표준 중국어이다. 남방 중국어에 속하는 여러 말씨를 쓰는 싱가포르 화교들이 표준 중국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리콴유 총리는 집에서 쓰는 방언 때문에 표준 중국어를 배우는 데 지장이 된다고 판단하여 1979년에 이른바 표준 중국어 쓰기 운동(Speak Mandarin Campaign)을 개시했다.</p>
<p>이런 표준 중국어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싱가포르의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에서 표준 중국어가 아닌 중국어 방언을 쓰는 것에는 엄격한 제한이 적용되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광둥어를 쓰는 홍콩 영화는 일반적으로 싱가포르에서 표준 중국어 더빙판으로 상영된다. 2024년에 전통 장례 의식을 다뤄 기록적인 흥행을 한 홍콩 영화 《라스트 댄스: 안식의 의식(破·地獄/The Last Dance)》도 싱가포르에서는 표준 중국어로 더빙되어 상영되었다.</p>
<p>표준 중국어 외의 방언을 쓴 영화는 영화제 따위에서 제한적으로 상영하는 것만 허용된다. 싱가포르 배급사와 영화관에서는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를 원래의 차오저우어로 볼 수 있는 총 8회의 특별 상영을 발표했는데 두 시간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이에 25일부터 추가적으로 8회의 특별 상영을 발표했는데 이들도 한 시간만에 매진되었다.</p>
<p>싱가포르 관객들은 표준 중국어 외의 방언으로 된 영화는 더빙으로 봐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한국어나 프랑스어 영화도 더빙 없이 자막으로 보는데 왜 방언 영화는 원 배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일부러 인접한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에 건너가서 원어판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p>
<p>《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를 원어로 감사한 싱가포르의 차오산인들은 중국 본토의 차오저우어와 싱가포르에서 쓰는 차오저우어의 미세한 차이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한다. 물론 표준 중국어 더빙으로 보면 이런 점은 놓칠 수밖에 없다.</p>
<p>1979년 표준 중국어 쓰기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는 싱가포르의 화교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에서 표준 중국어가 아닌 방언을 썼다. 그런데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주민의 약 8.7%만이 가정에서 표준 중국어가 아닌 방언을 쓴다고 한다. 예전에 호키엔어가 여러 방언 화자 사이의 교통어 역할을 하던 것을 표준 중국어가 대신하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방언을 구사하는 이는 줄어들고 있다. 싱가포르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 이가 많다.</p>
<p>이런 가운데 아직도 방언 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오늘날 싱가포르에서 표준 중국어를 위협하는 것은 영어이지 방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영화감독 에릭 쿠(Eric Khoo)와 잭 니오(Jack Neo)는 6월 19일 싱가포르의 영어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에 기고한 <a href="https://www.straitstimes.com/opinion/forum/forum-time-to-allow-chinese-dialect-films-to-engage-in-their-natural-tongues">논평</a>에서 표준 중국어 쓰기 운동이 시작된지 반세기가 지나 표준 중국어가 이미 싱가포르 화교들의 일상어로 자리잡은 시점에서 방언 영화 상영을 막는 것은 싱가포르 배급사와 영화관에만 타격을 줄 뿐이니 제한을 없애자고 주장했다.</p>
<p>참고로 에릭 쿠와 잭 니오는 둘 다 호키엔계로 한자 이름은 각각 邱金海(구금해), 梁志强/梁志強(량지강)이다. 표준 중국어 발음은 각각 Qiū Jīnhǎi &#8216;추진하이&#8217;, Liáng Zhìqiáng &#8216;량즈창&#8217;이지만 영어로는 각각 Khoo Kim Hai &#8216;쿠킴하이&#8217;, Neo Chee Keong &#8216;니오치키옹&#8217;으로 쓴다. 호키엔어 발음이 각각 Khu Kim-hái &#8216;쿠낌하이&#8217;, Niô͘ Chì-kiông &#8216;뇨찌꾱&#8217;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났는데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한자 이름을 방언 발음에 따라 로마자로 표기했다. 오늘날에는 성은 방언 발음에 따른 로마자 표기를 유지하되 이름은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라 로마자로 표기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p>
<p>《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논란을 계기로 싱가포르의 방언 제한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에는 조심스럽게 표준 중국어 외의 방언이 용인되는 정도가 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개봉된 싱가포르 영화 《원더랜드(Wonderland/乐园/樂園)》는 1980년대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하여 표준 중국어와 영어 외에 호키엔어 대사 분량도 많았는데 이례적으로 편집 없이 일반 상영된 바가 있다. 참고로 《원더랜드》의 감독은 하카계인 차이이웨이(Chai Yee Wei)인데 한자 이름 蔡于位/蔡於位(채어위)의 하카어 발음 Cai<sup>4</sup> Yi<sup>2</sup>vi<sup>4</sup> &#8216;차이이비&#8217;와 표준 중국어 발음 Cài Yúwèi &#8216;차이위웨이&#8217;를 절충한 듯한 로마자 표기를 쓰는 것이 재미있다.</p>
<p>한국어에서는 1986년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도입되면서 중국어는 예전에 익숙했던 한국 한자음 대신 중국어 발음에 따라 적도록 하였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이 중국어 발음이란 바로 표준 중국어 발음을 의미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중국어가 표준 중국어 하나만 있는 것처럼 취급되었다. 광둥어, 호키엔어 발음으로 세계에 알려진 이름도 중국어 이름으로 취급되는 순간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라 한글 표기가 정해졌다. 그래서 주윤발(周潤發)로 알던 홍콩 배우는 표준 중국어 발음 Zhōu Rùnfā에 따라 &#8216;저우룬파&#8217;로, 양자경(楊紫瓊)으로 알던 말레이시아 배우는 표준 중국어 발음 Yáng Zǐqióng에 따라 &#8216;양쯔충&#8217;으로 표기가 심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이 영어권에서는 Chow Yun Fat, Michelle Yeoh로 각각 알려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표기인지 아리송하다. Chow Yun Fat은 광둥어 Zau<sup>1</sup> Jeon<sup>6</sup>faat<sup>3</sup> &#8216;자우연팟&#8217;에 따른 표기이고 Michelle Yeoh의 중국어식 이름 Yeoh Choo Kheng은 말레이시아 북부식 호키엔어 Iôⁿ Chú-khêng &#8216;요쭈켕&#8217;에 따른 표기이다.</p>
<p>그래도 중국 본토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 정책을 통해 한어 병음에 따라 인명과 지명의 로마자 표기가 통일되었기 때문에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면 로마자 표기와 한글 표기가 같은 발음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산터우에서 태어난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의 감독도 차오저우어 발음인 Na5 Hong5cung1 &#8216;나홍충&#8217; 대신 표준 중국어 발음 Lán Hóngchūn에 따라 Lan Hongchun으로 국제 언론에 보도된다.</p>
<p>차오저우, 산터우같은 지명도 여기서는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라 적었다. 이들은 오늘날 보통 한어 병음에 따라 Chaozhou, Shantou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온 방언 및 디아스포라 집단을 이를 때는 영어에서도 Teochew, Swatow를 쓰는 일이 많다.</p>
<p>나는 중국 어파에 속하는 여러 말씨를 이를 때 민어(閩語), 월어(粵語) 등의 상위 분류는 한국어 한자음을 따르되 중국 현대 지명의 이름을 딴 말씨는 그 지명의 규범 표기, 즉 표준 중국어 발음을 따른 표기에 따른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래서 &#8216;광동어&#8217;, &#8216;상해어&#8217; 대신 &#8216;광둥어&#8217;, &#8216;상하이어&#8217; 등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8216;광둥어&#8217;를 표제어로 삼는다. 그런데 하카어의 客家(객가)는 지명이 아니기 때문에 표준 중국어 발음인 Kèjiā에 따라 &#8216;*커자어&#8217;로 적기는 곤란하니 하카어 발음 Hak-kâ &#8216;학가&#8217;에 따른 로마자 표기 Hakka에 따라 그냥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표제어로 삼는 표기인 &#8216;하카어&#8217;로 쓰기로 했다.</p>
<p>호키엔어도 처음에는 푸젠어라고 부르다가 동남아시아에서는 Hokkien이 워낙 익숙하니 &#8216;호키엔어&#8217;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중국과 대만을 제외한 호키엔어 사용 지역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말레이·인도네시아어권이 대부분인데 말레이어로도 Hokkien &#8216;호키엔&#8217;이라고 부른다.</p>
<p>이 글을 쓰면서도 &#8216;차오저우어&#8217; 대신 이제는 &#8216;티오추어&#8217;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차오저우가 한국어 화자에게 친숙한 지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타이어로는 แต้จิ๋ว Taecio &#8216;때찌오&#8217;, 베트남어로는 Triều Châu &#8216;찌에우쩌우&#8217;, 홍콩 영어에서는 광둥어 발음인 Ciu<sup>4</sup>zau<sup>1</sup> &#8216;치우자우&#8217;에 따라 Chiuchow &#8216;추차우&#8217;라고 하는 등 지역에 따라 이들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Teochew라는 형태도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생소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일단은 &#8216;차오저우어&#8217;로 남겨두었다. 사실 산터우의 말씨를 어우르는 이름으로는 &#8216;차오산어&#8217;가 더 정확할 것 같지만 다른 언어에서 쓰는 이름은 대부분 &#8216;차오저우어&#8217;에 해당되는 것이라서 계속 고민이 된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6/23/%ec%8b%b1%ea%b0%80%ed%8f%ac%eb%a5%b4%ec%97%90%ec%84%9c-%ec%b0%a8%ec%98%a4%ec%a0%80%ec%9a%b0%ec%96%b4-%ec%98%81%ed%99%94%ea%b0%80-%ed%91%9c%ec%a4%80-%ec%a4%91%ea%b5%ad%ec%96%b4%eb%a1%9c-%eb%8d%94/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683</post-id>	</item>
		<item>
		<title>2026 월드컵에 출전하는 아시리아인 축구 선수 네 명</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6/16/2026-%ec%9b%94%eb%93%9c%ec%bb%b5%ec%97%90-%ec%b6%9c%ec%a0%84%ed%95%98%eb%8a%94-%ec%95%84%ec%8b%9c%eb%a6%ac%ec%95%84%ec%9d%b8-%ec%b6%95%ea%b5%ac-%ec%84%a0%ec%88%98-%eb%84%a4-%eb%aa%85/</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6/16/2026-%ec%9b%94%eb%93%9c%ec%bb%b5%ec%97%90-%ec%b6%9c%ec%a0%84%ed%95%98%eb%8a%94-%ec%95%84%ec%8b%9c%eb%a6%ac%ec%95%84%ec%9d%b8-%ec%b6%95%ea%b5%ac-%ec%84%a0%ec%88%98-%eb%84%a4-%eb%aa%85/#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16 Jun 2026 13:00:56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덴마크어]]></category>
		<category><![CDATA[스웨덴어]]></category>
		<category><![CDATA[시리아어]]></category>
		<category><![CDATA[신아람어]]></category>
		<category><![CDATA[아람어]]></category>
		<category><![CDATA[아랍어]]></category>
		<category><![CDATA[아카드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668</guid>

					<description><![CDATA[이번 2026 북아메리카 월드컵에는 아시리아인 축구 선수 네 명이 참가한다. 이라크 대표로 뛰는 프란스 푸트로스(Frans Putros), 케빈 야코브(Kevin Yakob), 레빈 술라카(Rebin Sulaka), 아이마르 셰르(Aimar Sher)는 이라크 북부 및 이와 이웃하는 시리아, 튀르키예, 이란의 접경 지역에 뿌리를 두는 소수 민족인 아시리아인에 속한다. 아시리아라고 하면 보통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시리아 제국을 연상하지만 오늘날에도 아시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은 살아 있으며 독자적인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이번 2026 북아메리카 월드컵에는 아시리아인 축구 선수 네 명이 참가한다. 이라크 대표로 뛰는 프란스 푸트로스(Frans Putros), 케빈 야코브(Kevin Yakob), 레빈 술라카(Rebin Sulaka), 아이마르 셰르(Aimar Sher)는 이라크 북부 및 이와 이웃하는 시리아, 튀르키예, 이란의 접경 지역에 뿌리를 두는 소수 민족인 아시리아인에 속한다.</p>
<p>아시리아라고 하면 보통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시리아 제국을 연상하지만 오늘날에도 아시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은 살아 있으며 독자적인 문화를 보존하고 신아람어를 쓴다. 디아스포라를 포함하면 그 수는 수백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p>
<p>고대 아시리아 제국은 원래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셈 어파에 속하는 아카드어를 문자 언어로 썼다. 아카드어는 아카드 제국에서 수메르 문자를 빌려 쓴 언어로 훗날 바빌로니아 제국과 아시리아 제국에서도 문자 언어로 썼으며 고대 서남아시아 지역의 국제 언어 역할을 했다. 이집트 아마르나에서 발견된 기원전 14세기의 이른바 아마르나 서신 수백 편을 보면 당시 이집트는 바빌로니아는 물론 아모리, 비블로스, 티루스(티레) 등 레반트 지역 소국들과도 아카드어로 외교 서신을 교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p>
<p>그런데 기원전 9~7세기에 번영한 신아시리아 제국에서는 아카드어 대신 아람어를 문자 언어로 쓰기 시작하였다. 같은 셈 어파에 속하는 아람어는 원래 오늘날의 시리아에 살던 아람인들의 언어였는데 신아시리아는 이들의 땅을 정복하여 제국 전역로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을 폈다. 아람어는 페니키아 문자에서 유래한 음소 문자인 아람 문자로 썼는데 복잡한 설형 문자로 쓰던 아카드어에 비해 배우기가 쉬웠다. 게다가 강제 이주 정책으로 제국 곳곳에 아람어 화자가 펴졌기 때문에 피정복 민족의 언어인 아람어는 아카드어를 대체하여 제국의 공용어가 되었다. 이를 제국 아람어라고 하는데 신아시리아의 뒤를 이어 고대 서남아시아의 패자가 된 기원전 7~6세기의 신바빌로니아 제국과 기원전 6~4세기의 아카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에서도 제국 아람어를 공용어로 썼다.</p>
<p>시간이 지나면서 아람어는 문자 언어로서만이 아니라 일상어로서 서남아시아의 교통어가 되었다. 예수도 아마 아람어를 모어로 썼으리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아카드어는 기원후 1세기 이후 사멸하였으며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아시리아인들의 언어는 아람어가 되었다.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 북부, 아라비아 동부, 이란 서북부 등에서는 동아람어 즉 아람어의 동부 방언을 썼고 시리아 북부를 제외한 레반트 지역과 시나이반도 등에서는 서아람어 즉 아람어의 서부 방언을 썼다. 그러니 예수의 언어는 서아람어였고 아시리아인들의 언어는 동아람어였다.</p>
<p>초기 기독교 시대에 오늘날의 튀르키예 샨르우르파(Şanlıurfa)에 해당하는 메소포타미아 서북부의 에데사(Edessa)는 동아람어를 쓰는 여러 기독교 공동체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들이 문자 언어로 정립시킨 중기 동아람어를 고전 시리아어(Classical Syriac)라고 하며 이를 기록한 문자를 시리아 문자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시리아 정교회, 아시리아 동방 교회, 칼데아 가톨릭 교회 등에서는 고전 시리아어를 전례(典禮) 언어로 쓴다. 오늘날에는 지칭 대상이 달라졌지만 시리아는 원래 아시리아의 준말에서 나왔다. <span style="font-size: 16px;">여러 복잡한 이유로 아시리아인은 칼데아인, 시리아인, 아람인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혼동의 여지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아시리아인으로 통일하기로 한다(예를 들어 아시리아인은 고대 아람인과는 별개의 집단이다).</span></p>
<p>기원후 7세기에 이슬람교가 등장한 이후 메소포타미아에는 아랍인과 쿠르드인, 후에는 튀르크인 등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4세기에 정복자 티무르에 의한 학살과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오스만 제국에 의한 학살, 특히 1915년의 대학살로 아시리아인의 수가 줄어들었다. 20세기에는 민족과 종교의 차이로 인한 탄압과 전란을 피해 북아메리카와 유럽으로 이민을 떠난 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2003년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침공으로 발발한 이라크 전쟁으로 그나마 이라크에 남아있던 아시리아인들이 많이 떠났다.</p>
<p>이런 험난한 역사 속에서도<span style="font-size: 16px;"> 아시리아인 사이에서는 아람어가 일상 언어로 명맥을 유지했다. 물론 수백 년이 지났으니 오늘날 쓰이는 이른바 신아람어(Neo-Aramaic)는 몇 가지 언어로 분화했는데 그 가운데 아시리아 신아람어(Assyrian Neo-Aramaic)와 칼데아 신아람어(Chaldean Neo-Aramaic)가 가장 화자 수가 많다(둘은 사실상 같은 언어에 속하는 방언들이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아랍어나 튀르키예어·페르시아어·쿠르드어 등으로, 이민을 떠난 이들도 현지 주류 언어로 동화시키려는 사회적인 압박이 심해서 이들이 앞으로도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span></p>
<p>스웨덴은 특히 1960년대에 초청 노동자로 시작하여 아시리아인들의 이민을 많이 받아들였다. 오늘날 스웨덴의 아시리아인 주민 수는 15만에서 20만 명으로 추산되며 특히 스톡홀름 근교에 있는 도시 쇠데르텔리에(Södertälje)에 많은 수가 산다. 아시리아인 이민자들은 쇠데르텔리에를 연고로 하는 축구 구단 쉬리안스카 FC(Syrianska FC)와 아쉬리스카 FF(Assyriska FF)를 창단하기도 했다. 2018 월드컵에 스웨덴 대표로 출전한 축구 선수 임미 두르마즈(Jimmy Durmaz)는 아버지가 튀르키예 출신 아시리아인, 어머니가 레바논 출신 아시리아인이다. 현행 스웨덴어 표기 규정에 따른 Jimmy의 표기는 &#8216;임뮈&#8217;이지만 영어 Jimmy [ˈʤɪmi] &#8216;지미&#8217;에서 온 이름이고 스웨덴어로는 보통 [ˈjɪmːɪ] &#8216;임미&#8217;로 발음되므로 여기서는 &#8216;임미&#8217;로 적도록 한다([ˈjɪmːʏ] &#8216;임뮈&#8217;로 발음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웨덴어에는 [z] 발음이 없고 z는 [s]로 발음되므로 Durmaz는 &#8216;두르마스&#8217;로 적게 되지만 여기서는 Durmaz를 튀르키예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8216;두르마즈&#8217;로 적었다.</p>
<p>이번 월드컵에서 이라크 대표로 뛰는 네 명의 아시리아인 선수들은 모두 북유럽에서 자라났다. 레빈 술라카(Rebin Sulaka)는 1992년에 이라크에서 태어나 열 살 때인 2002년에 부모와 함께 스웨덴으로 이민했다. 아이마르 셰르(Aimar Sher)는 2002년에 이라크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부모와 함께 스웨덴으로 이민했다. 둘 다 이라크 전쟁 발발을 전후로 이라크를 떠난 경우이다. 케빈 야코브(Kevin Yakob)는 스웨덴에서, 프란스 푸트로스(Frans Putros)는 덴마크에서 각각 이라크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다.</p>
<p><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17/10/18/%ec%9d%b4%eb%9d%bc%ed%81%ac%ec%9d%98-%eb%8b%a4%eb%af%bc%ec%a1%b1-%eb%8b%a4%ec%96%b8%ec%96%b4-%eb%8f%84%ec%8b%9c-%ed%82%a4%eb%a5%b4%ec%bf%a0%ed%81%ac/">예전 글</a>에서 다루었듯이 이라크는 아랍어 외에 쿠르드어, 투르크만어, 신아람어 등이 쓰이는 다언어 국가이다. 아시리아인 선수들의 이름은 아람어 또는 유럽 언어에서 나온 경우가 많아 단순히 아랍어 이름으로 취급하여 한글로 표기하기는 곤란하다. 특히 모음 음가가 /i/ &#8216;이&#8217;, /a/ &#8216;아&#8217;, /u/ &#8216;우&#8217; 셋뿐인 문어체 아랍어 이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아랍어를 외국어로 배울 때 보통 먼저 배우는 문어체 아랍어는 아무도 모어로 쓰지 않는 인위적인 표준어이고 아랍어권에서는 각지의 구어체 아랍어가 일상어로 쓰인다. 이라크에서 쓰이는 메소포타미아 구어체 아랍어는 다른 구어체 아랍어와 마찬가지로 문어체 아랍어와 음운 체계가 차이가 있는데 구어체 아랍어 내부적인 요인 외에도 이 지역 주민이 원래 쓰던 아람어나 이웃하는 쿠르드어와 투르크만어, 오늘날에는 영어 등 유럽 언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7년경 국립국어원에서 아랍어 표기 시안을 준비한 이후의 외래어 심의 결과를 보면 현대 아랍어권 고유 명사도 문어체 아랍어 형태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려 한 것이 많았는데 특히 다언어 국가인 이라크에서는 이런 시도가 현실성이 없다.</p>
<p>케빈 야코브의 Kevin은 물론 영어 [ˈkɛv<i>ᵻ</i>n] &#8216;케빈&#8217;에서 온 이름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스웨덴어의 k를 e, i, ä, y, ö 앞에서는 &#8216;시&#8217;로 적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스웨덴어의 초성 k가 전설 모음 앞에서 흔히 tj로 적은 것처럼 [ɕ]로 발음된다고 해서 그런 것이지만 스웨덴어에서도 Kevin은 영어 발음을 흉내 내서 [ˈkɛvːɪn]으로 발음하므로 &#8216;*셰빈&#8217;이 아닌 &#8216;케빈&#8217;으로 적어야 한다. 문어체 아랍어에 e나 v 음이 없다고 해서 Kevin을 아랍 문자로 쓴 كيفن을 Kīfin &#8216;키핀&#8217;으로 읽을 이유는 없다. &#8216;케빈&#8217;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p>
<p>마찬가지로 Frans도 [ˈfʁɑnˀs] &#8216;프란스&#8217;로 발음되는 덴마크어 이름으로 독일어 Franz [ˈfʁanʦ] &#8216;프란츠&#8217;, 영어 Francis [ˈfɹæˑnsᵻs] &#8216;프랜시스&#8217;에 해당한다.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어두 자음군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음 u를 삽입하여 فرانس를 *Furāns &#8216;푸란스&#8217;로 읽을 이유는 없다. Frāns로 보고 &#8216;프란스&#8217;로 적어서 덴마크어 발음에 따른 표기와 일치시켜야 한다.</p>
<p>Yakob는 한국어 성경에서는 &#8216;야곱&#8217;으로 적는 고대 히브리어 יַעֲקֹב Yaʿăqōḇ &#8216;야아코브&#8217;에서 온 이름이다. 고전 시리아어로 ܝܥܩܘܒ Yaʿqōḇ &#8216;야코브&#8217;라고 했다. 오늘날의 아시리아 신아람어로는 방언에 따라 [ˈjaʕqoːw] &#8216;야코우&#8217;, [jaːquː] &#8216;야쿠&#8217; 등으로 발음되는 듯하지만 로마자 철자와 고전 시리아어 형태를 존중하여 &#8216;야코브&#8217;로 적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스웨덴어로도 마치 같은 이름의 스웨덴어 형태인 Jakob로 적은 것처럼 [ˈjɑ̂ːkɔp] &#8216;야코브&#8217;로 발음한다(여기서 일어나는 어말 b의 무성음화는 한글 표기에서 무시할 수 있다). 아랍어로도 같은 이름의 아랍어 형태인 يعقوب Yaʿqūb &#8216;야쿠브&#8217;로 적는데 스웨덴에서 태어난 아시리아인인 Kevin Yakob의 이름을 애써 아랍어 형태로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p>
<p>Putros는 아마도 한국어 성경에서는 &#8216;베드로&#8217;로 적는 고대 그리스어 Πέτρος(Pétros) &#8216;페트로스&#8217;의 아랍어 형태에서 온 듯하다. 고전 시리아어로는 이 이름이 ܦܛܪܘܣ Peṭrōs &#8216;페트로스&#8217; 외에도 모음이 바뀐 다양한 이형태로 쓰였다. 하지만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بطرس Puṭros &#8216;푸트로스&#8217;가 되었다. 그런데 문어체 아랍어에서는 p나 모음 o가 쓰이지 않으므로 문어체 아랍어식으로 적으면 Buṭrus &#8216;부트루스&#8217;이다. 1990년대에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이집트의 콥트인 출신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Boutros Boutros-Ghali, بطرس بطرس غالي Buṭrus Buṭrus Ghālī)의 이름에도 나온다(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서 문어체 아랍어의 짧은 u에 대응되는 모음은 어중에서 보통 [o] &#8216;오&#8217;로 발음된다). Putros는 로마자 표기와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존중하여 &#8216;푸트로스&#8217;로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Putros를 덴마크어 이름으로 취급해도 &#8216;푸트로스&#8217;이다.</p>
<p>레빈 술라카는 로마자로 보통 Rebin Sulaka로 알려져 있지만 월드컵 공식 명단에는 Rebin Ghareeb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며 Solaka라는 철자를 쓴다. 아랍어로는 ريبين غريب سولاقا라고 쓰는데 아랍 문자는 모음이나 겹자음 표기가 부실하기 때문에 철자만 봐서는 온전한 발음을 알 수 없다. 일단 سولاقا는 고전 시리아어 ܣܘܠܩܐ Sūllāqā &#8216;술라카&#8217;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이므로 아랍어 발음도 Sūllāqā &#8216;술라카&#8217;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Ghareeb는 &#8216;이방인&#8217;, &#8216;이상한&#8217; 등을 뜻하는 아랍어 단어 غريب gharīb로 보인다. 또 Rebin은 쿠르드어 이름 رەبین Rebîn &#8216;래빈&#8217;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한다. 쿠르드어의 ە e는 [ɛ]나 [æ]로 발음될 수 있는데 ێ ê [eː] &#8216;에&#8217;와 구별하기 위해 일단 &#8216;애&#8217;로 적기로 한다.</p>
<p>Aimar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선수 파블로 아이마르(Pablo Aimar)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아랍어 إيمار의 문어체 발음은 ʾAymār &#8216;아이마르&#8217;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문어체 아랍어의 ay가 [eː] 내지 [ei̯] 정도로 실현된다. 이라크 북부의 메소포타미아 구어체 아랍어에서도 보통 [ei̯] 정도이다. 실제 이 이름의 아랍어 발음은 &#8216;에이마르&#8217; 정도로 관찰되는 듯하다. 하지만 어원을 고려하여 이 이름은 아랍어 발음에 따라 적더라도 그냥 &#8216;아이마르&#8217;로 적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스웨덴어 발음에 따라 적어도 &#8216;아이마르&#8217;이다. 한편 Sher는 아랍어로 شير Shēr로 적는데 동물인 &#8216;사자&#8217;를 뜻하는 쿠르드어 شێر şêr &#8216;셰르&#8217;에서 온 이름이 아닐까 한다.</p>
<p>이라크가 월드컵에 첫 출전한 1986년에도 바실 고르기스(Basil Gorgis)라는 아시리아인 선수가 있었다. 여기서 앞부분은 &#8216;용감한&#8217;을 뜻하는 아랍어 이름 باسل Bāsil &#8216;바실&#8217;이지만 뒷부분은 영어 George [ˈʤɔː<i>ɹ</i>ʤ] &#8216;조지&#8217;의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이름 Γεώργιος(Geṓrgios) &#8216;게오르기오스&#8217;의 고전 시리아어 형태 ܓܝܘܪܓܝܣ Gēwargīs &#8216;게와르기스&#8217;의 아시리아 신아람어 이형태 가운데 하나인 Gōrgīs &#8216;고르기스&#8217;이다. 문어체 아랍어에는 g나 ō가 없기 때문에 كوركيس Kūrkīs &#8216;쿠르키스&#8217;로 흉내 내지만 한글 표기에서는 이를 따를 이유가 없다.</p>
<p>현 이라크 대표팀에는 또 아캄 하심(Akam Hashim), 유세프 아민(Youssef Amyn), 마르코 파르지(Marko Farji), 메르하스 도스키(Merchas Doski) 등 쿠르드인 선수가 네 명 있다(자세한 아랍어와 쿠르드어 표기는 <a href="https://pyogi.kkeutsori.com/2026/05/30/2026-fifa-%ec%9b%94%eb%93%9c%ec%bb%b5-%ec%b6%9c%ec%a0%84-%ec%84%a0%ec%88%98%c2%b7%ea%b0%90%eb%8f%85-%ed%95%9c%ea%b8%80-%ed%91%9c%ea%b8%b0/">월드컵 출전 선수 한글 표기 문서</a> 참조). 하지만 쿠르드인은 이라크 전체 인구의 15~20%를 차지하는데 비해 전체 인구의 1~2%가 될까 말까 하는 아시리아인 선수도 네 명이나 대표로 뽑힌 것은 분명 특이한 일이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6/16/2026-%ec%9b%94%eb%93%9c%ec%bb%b5%ec%97%90-%ec%b6%9c%ec%a0%84%ed%95%98%eb%8a%94-%ec%95%84%ec%8b%9c%eb%a6%ac%ec%95%84%ec%9d%b8-%ec%b6%95%ea%b5%ac-%ec%84%a0%ec%88%98-%eb%84%a4-%eb%aa%85/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668</post-id>	</item>
		<item>
		<title>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위기에 처한 레바논의 유서 깊은 항구 도시 티레 또는 티루스, 티로스</title>
		<link>https://pyogi.kkeutsori.com/2026/06/10/%ec%9d%b4%ec%8a%a4%eb%9d%bc%ec%97%98%ec%9d%98-%ea%b3%b5%ec%8a%b5%ec%9c%bc%eb%a1%9c-%ec%9c%84%ea%b8%b0%ec%97%90-%ec%b2%98%ed%95%9c-%eb%a0%88%eb%b0%94%eb%85%bc%ec%9d%98-%ec%9c%a0%ec%84%9c-%ea%b9%8a/</link>
					<comments>https://pyogi.kkeutsori.com/2026/06/10/%ec%9d%b4%ec%8a%a4%eb%9d%bc%ec%97%98%ec%9d%98-%ea%b3%b5%ec%8a%b5%ec%9c%bc%eb%a1%9c-%ec%9c%84%ea%b8%b0%ec%97%90-%ec%b2%98%ed%95%9c-%eb%a0%88%eb%b0%94%eb%85%bc%ec%9d%98-%ec%9c%a0%ec%84%9c-%ea%b9%8a/#respond</comments>
		
		<dc:creator><![CDATA[끝소리]]></dc:creator>
		<pubDate>Tue, 09 Jun 2026 18:36:11 +0000</pubDate>
				<category><![CDATA[미분류]]></category>
		<category><![CDATA[게즈어]]></category>
		<category><![CDATA[고대그리스어]]></category>
		<category><![CDATA[고대히브리어]]></category>
		<category><![CDATA[라틴어]]></category>
		<category><![CDATA[시리아어]]></category>
		<category><![CDATA[아랍어]]></category>
		<category><![CDATA[페니키아어]]></category>
		<category><![CDATA[프랑스어]]></category>
		<category><![CDATA[히브리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pyogi.kkeutsori.com/?p=107644</guid>

					<description><![CDATA[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유서 깊은 항구 도시 티레(Tyre) 시내에 공습을 감행하여 최소한 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구시가지에 있는 기독교인 거주 구역에까지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리자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이 국제 사회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스 가톨릭교의 티레 대주교 조르주 이스칸다르(Georges Iskandar), 그리스 정교회의 티레·시돈·부속 지역 관구장 주교 엘리아스 크푸리(Elias Kfoury), 마론파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유서 깊은 항구 도시 티레(Tyre) 시내에 공습을 감행하여 최소한 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구시가지에 있는 기독교인 거주 구역에까지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리자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이 국제 사회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스 가톨릭교의 티레 대주교 조르주 이스칸다르(Georges Iskandar), 그리스 정교회의 티레·시돈·부속 지역 관구장 주교 엘리아스 크푸리(Elias Kfoury), 마론파 가톨릭교 티레 대주교 샤르벨 압달라(Charbel Abdallah)는 티레의 구시가지에 있는 수많은 민간인과 수백 년 된 문화·종교 유산이 위협에 처해 있다며 국제 사회와 유엔 산하 기구들이 국제 인도법에 따라 주민들을 보호할 도덕적인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티레의 기독교인 거주 구역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으며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티레의 고고학 유적지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p>
<p>약 470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고대 페니키아의 주요 도시 국가로서 카르타고를 비롯하여 지중해 여러 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기도 한 이곳은 《표준국어대사전》에 &#8216;티레(Tyre)&#8217;로 나오며 &#8216;티루스(Tyrus)&#8217;는 &#8216;티레&#8217;의 옛 이름으로 풀이된다. 아마 영어에서 Tyre라고 부르는 것을 마치 라틴어인 것처럼 읽은 듯하다.</p>
<p>그런데 영어로는 Tyre를 [ˈtaɪ̯ə<i>ɹ</i>] &#8216;타이어&#8217;로 발음한다. &#8216;티레&#8217;로 읽을 근거는 없다. 주요 유럽 언어를 보면 프랑스어로는 Tyr [tiʁ] &#8216;티르&#8217;, 에스파냐어와 이탈리아어로는 Tiro &#8216;티로&#8217;이고 독일어로는 Tyros [ˈtyːʁɔs] &#8216;티로스&#8217; 또는 Tyr [ˈtyːɐ̯] &#8216;티어&#8217; 또는 Tyrus [ˈtyːʁʊs] &#8216;티루스&#8217;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독일어의 [y]는 &#8216;위&#8217;로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철자 y가 [y]나 [ʏ]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Gryphius [ˈɡʁyːfi̯ʊs] &#8216;그리피우스&#8217;, Gymnasium [ɡʏmˈnaːzi̯ʊm] &#8216;김나지움&#8217;, Hysterie [hʏsteˈʁiː] &#8216;히스테리&#8217; 등 기존 표기 용례에서 &#8216;이&#8217;로 적어왔다. 네덜란드어로는 Tyrus &#8216;티뤼스&#8217;, 폴란드어로는 Tyr &#8216;티르&#8217;, 체코어로는 Týr &#8216;티르&#8217;이다.</p>
<p>모두 라틴어 Tyrus &#8216;티루스&#8217;에서 온 이름으로 이는 차례로 고대 그리스어 Τύρος(Týros) &#8216;티로스&#8217;에서 나왔다. 그러니 유럽 언어 이름에 따라 적는다면 &#8216;티로스&#8217;나 &#8216;티루스&#8217;, &#8216;티르&#8217;로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Damascus &#8216;다마스쿠스&#8217;, Jerusalem &#8216;예루살렘&#8217; 등 마찬가지로 레반트 지방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들은 라틴어 이름에 따라 부르는 것을 감안하면 &#8216;티루스&#8217;가 가장 나은 이름이 아닐까 한다.</p>
<p>오늘날 레바논 주민 대다수의 모어인 아랍어로는 صور Ṣūr [sˤuːr] &#8216;수르&#8217;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8216;바위&#8217;를 뜻하는 페니키아어 𐤑𐤓 Ṣūr &#8216;수르&#8217;에서 따온 것이며 청동기 시대에 고대 근동 지방의 국제어였던 아카드어로는 𒌷𒀫𒊒 Ṣurru &#8216;수루&#8217;라고 불렀다. 페니키아어와 매우 가까운 고대 히브리어로는 צור Ṣôr &#8216;소르&#8217;라고 했다. 아랍어, 페니키아어, 아카드어, 히브리어는 모두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셈 어파에 속한다.</p>
<p>티레는 원래 육지에서 1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진 바위섬에 세워진 도시였다. 기원전 332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복하려 했으나 난공불락의 요새 도시로서 일곱 달 동안 포위 공격을 버텨냈다. 결국 알렉산드로스의 군대는 섬을 육지와 잇는 둑길을 건설하여 마침내 티레를 함락하고 수많은 주민을 학살했다. 원래 섬이었던 티레는 그 후로 지금까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p>
<p>이 고대 도시 국가는 히브리 성경에도 나오는데 개역한글, 개역개정 등 한글판 성경에서는 보통 &#8216;두로&#8217;라고 부른다. 공동번역에서는 &#8216;띠로&#8217;, 가톨릭 성경에서는 &#8216;티로&#8217;라고 부른다. 즉 고대 히브리어 &#8216;소르&#8217;보다는 고대 그리스어 &#8216;티로스&#8217; 및 라틴어 &#8216;티루스&#8217;를 참조한 표기이다. 두로/티루스/티레의 왕 히람이 고대 이스라엘과 동맹을 맺고 솔로몬의 왕궁과 성전 건축을 지원한 것이 유명하다.</p>
<p>고대 그리스어에서 자모 입실론(υ)이 나타내는 음가는 원래 후설음 [u] &#8216;우&#8217;였다가 중설음 [ʉ]를 거쳐 전설음 [y] &#8216;위&#8217;가 되었다. 이를 라틴어에서는 y로 받아들이면서 흔히 그냥 i로 적은 것처럼 [i]로 발음하였기 때문에 한글 표기에서는 &#8216;이&#8217;로 적는다. 현대 그리스어에서도 [i]로 발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티레는 Τύρος(Týros) [ˈtiros] &#8216;티로스&#8217;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초창기 고대 그리스어의 차용어에서는 원어의 [u]를 입실론으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고대 도시 𒀸𒋩𒆠 Aššūr &#8216;아수르&#8217;에서 이름을 딴 나라는 고대 그리스어로 Ἀσσυρία(Assyría) &#8216;아시리아&#8217;라고 불렀으며 이것이 라틴어 Assyria &#8216;아시리아&#8217;로 이어졌다(아카드어의 아시리아 방언에서 š는 s처럼 [s]로 발음되었으므로 도시 이름으로서는 &#8216;아슈르&#8217;보다 &#8216;아수르&#8217;가 적합할 것이다). 한글판 성경에서는 보통 &#8216;앗수르&#8217;라고 부른다.</p>
<p>그러면 원래의 &#8216;수르&#8217;의 모음을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입실론으로 흉내낸 것은 설명되지만 첫 자음이 ṣ에서 자모 타우(τ)로 나타내는 t로 바뀐 것은 이상해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아랍어의 ṣ는 단순한 [s]가 아니라 이른바 강세 자음으로서 인두음화한 [sˤ]로 발음된다(방언에 따라 구개수음화한 [sʶ] 또는 연구개음화한 [sˠ]로 발음되기도 한다). 고대 히브리어 자모 사디(צ, ṣādī)도 강세 자음 ṣ를 나타냈지만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에서는 보통 일반 파찰음 [ʦ]로 발음된다(대신 예멘 히브리어에서는 아랍어에서처럼 [sˤ]로 발음한다). 그래서 티레를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로는 צור Tsor &#8216;초르&#8217;라고 부른다. 한편 이들처럼 셈 어파에 속하는 에티오피아의 고전 언어인 게즈어로는 ጸ ṣ가 방출 파찰음 [ʦʼ]로 발음된다. 이처럼 셈 어파에 속하는 여러 언어에서 쓰이는 발음을 비교하여 이들의 <span style="font-size: 16px;">공통 조상인 셈 조어의 *ṣ는 방출 마찰음 [sʼ]로 재구하기도 하고 방출 파찰음 [ʦʼ]로 재구하기도 한다.</span></p>
<p>그런데 초기 그리스 문자에서는 ṣ를 나타낸 페니키아 문자의 자모 사데(𐤑, ṣādē )를 산(ϻ, san)으로 받아들였다. 초기에 그 발음은 [z]였을 수 있지만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s]의 변이음이었기 때문에 [s]를 나타내는 시그마(σ)와 발음이 겹쳐 곧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페니키아어 Ṣūr의 첫 음도 고대 그리스어로는 [s]로 받아들였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멀리 갈 필요 없이 티레와 이웃한 페니키아 도시 국가 𐤑𐤉𐤃𐤅𐤍 Ṣīdūn &#8216;시둔&#8217;도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Σιδών(Sidṓn) &#8216;시돈&#8217;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어느 이들은 Ṣūr의 첫 자음이 전에는 다른 음이었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어에서 [t]로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p>
<p>페니키아어는 한때 페니키아의 해상 무역과 식민지 건설을 통해 지중해 곳곳에 퍼졌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페니키아의 전성기 때는 초라한 자매 언어였던 히브리어는 유대교 경전의 언어로서 보존되다가 20세기 들어 이스라엘의 공용어로서 부활되어 다시 모어로 쓰이게 되었다. 그동안 근동 지역의 교통어는 기원전 8세기경에 아카드어에서 아람어로, 기원후 7세기 이후로는 서서히 아람어에서 아랍어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레바논의 공용어는 아랍어이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위임 통치를 받은 역사로 인해 프랑스어도 준공용어 수준으로 많이 쓰인다.</p>
<p>그리스 가톨릭교의 티레 대주교인 Georges Iskandar는 프랑스어식 이름 Georges [ʒɔʁʒ] &#8216;조르주&#8217;와 아랍어식 이름 إسكندر ʾIskandar &#8216;이스칸다르&#8217;를 합친 이름을 쓴다. 아랍어로는 جورج إسكندر Jōrj ʾIskandar &#8216;조르지 이스칸다르&#8217;라고 부르며 Jōrj는 프랑스어식 Georges &#8216;조르주&#8217;와 영어식 George [ˈʤɔː<i>ɹ</i>ʤ] &#8216;조지&#8217;를 둘 다 나타낼 수 있지만 여기서는 프랑스어식 이름으로 보고 &#8216;조르주 이스칸다르&#8217;로 적었다. 특히 레바논의 기독교도 가운데 프랑스어 등 유럽 언어식 이름을 쓰는 이가 많다. 여담으로 إسكندر ʾIskandar는 원래 고대 그리스어 Ἀλέξανδρος(Aléxandros) &#8216;알렉산드로스&#8217;에서 온 이름이다. 이를 마치 아랍어 정관사 ال al-로 시작하는 이름 الإسكندر al-ʾIskandar &#8216;알이스칸다르&#8217;인 것처럼 재해석한 결과이다.</p>
<p>그리스 정교회의 티레·시돈·부속 지역 관구장 주교인 Elias Kfoury는 아랍어로 إلياس كفوري‎ ʾIlyās Kafūrī &#8216;일리아스 카푸리&#8217;라고 쓰지만 역시 프랑스어식 이름 Elias [eljas] &#8216;엘리아스&#8217;로 해석하고 철자에 따라 Kfoury도 &#8216;크푸리&#8217;로 적는 것이 좋겠다. 레반트 아랍어의 방언인 레바논의 구어체 아랍어(레바논 아랍어)는 대응되는 문어체 아랍어 형태에서 모음이 탈락하여 어두 자음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어체 아랍어로 &#8216;책&#8217;을 뜻하는 كتاب kitāb &#8216;키타브&#8217;는 [kteːb] &#8216;크테브&#8217; 정도로 발음하는 식이다. 더구나 아랍 문자로는 보통 짧은 모음을 적지 않기 때문에 كفوري‎라고 쓰면 Kafūrī &#8216;카푸리&#8217;인지, Kufūrī &#8216;쿠푸리&#8217;인지 알 수 없다. 굳이 올바른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질 필요 없이 레바논 아랍어 발음을 반영한 로마자 철자 Kfoury를 기준으로 &#8216;크푸리&#8217;로 적으면 그만이다.</p>
<p>마론파 가톨릭교 티레 대주교인 Charbel Abdallah는 아랍어로 شربل عبد الله Sharbel ʿAbd Allāh &#8216;샤르벨 압달라&#8217;로 쓴다. &#8216;압달라&#8217;는 &#8216;신의 종&#8217;을 뜻하는 고전 아랍어식 이름 عبد الله ʿAbdu llāh &#8216;압둘라&#8217;에 해당하며 ʿabdu의 고전 아랍어식 주격 어미 -u를 생략하여 모음 발음만 살짝 바뀐 형태이다. 그의 이름을 Charbel Abdullah &#8216;샤르벨 압둘라&#8217;로 보도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8216;샤르벨&#8217;은 고전 시리아어 ܫܪܒܝܠ Šarbēl &#8216;샤르벨&#8217;에서 나온 독특한 이름이다. Charbel은 [ʃ]를 ch로 나타낸 프랑스어식 철자이다. 로마 제국 트라야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 순교한 2세기 성인인 에데사의 샤르벨의 이름으로서 특히 레바논의 마론파에서 많이 쓴다. 고전 시리아어는 초기 기독교 시대에 오늘날의 시리아와 튀르키예 동남부, 특히 오늘날 튀르키예 샨르우르파(Şanlıurfa)에 해당하는 에데사(고대 그리스어: Ἔδεσσα/Édessa)를 중심으로 문자 언어로 쓰인 아람어를 가리킨다. 오늘날에도 마론파 가톨릭교에서는 고전 시리아어를 전례 언어로 쓴다.</p>
]]></content:encoded>
					
					<wfw:commentRss>https://pyogi.kkeutsori.com/2026/06/10/%ec%9d%b4%ec%8a%a4%eb%9d%bc%ec%97%98%ec%9d%98-%ea%b3%b5%ec%8a%b5%ec%9c%bc%eb%a1%9c-%ec%9c%84%ea%b8%b0%ec%97%90-%ec%b2%98%ed%95%9c-%eb%a0%88%eb%b0%94%eb%85%bc%ec%9d%98-%ec%9c%a0%ec%84%9c-%ea%b9%8a/feed/</wfw:commentRss>
			<slash:comments>0</slash:comments>
		
		
		<post-id xmlns="com-wordpress:feed-additions:1">107644</post-id>	</item>
	</channel>
</rss>
